1. 개요
2008년 5월 30일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면(現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읍) 용봉1리의 한 농가에 살고 있던 허은정 양(당시 초등학교 6학년, 1996년생)을 남성 2명이[1] 납치 후 살해하고 인근 야산에 유기한 사건.2. 경과
5월 30일 오전 4시 10분경 허 양의 집에 강도가 침입해서 당시 72세였던 허 양의 할아버지를 마구 폭행하였다. 잠을 자고 있던 허 양이 폭행 과정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즉시 잠에서 깨어 달려나왔다. 이후 범인은 허 양을 납치하고 그대로 종적을 감추었다.6월 12일 인근 야산에서 결국 허 양은 알몸의 싸늘한 시신으로 암매장된 채 발견되었다. 허 양의 옷가지 및 소지품들은 시신이 발견된 야산 0.3km 아래 지점에서 발견되었다. 옷이 벗겨졌다는 이유로 성범죄의 가능성도 제기되었으나 성폭행의 흔적은 없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신빙성 있는 제보가 없었던 데다 범인이 금품 요구 등의 협박전화를 하지 않고 바로 피해자를 살해한 후 사라졌으며 당시 할아버지의 일관성 없는 진술로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채 미제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후술할 사항으로 봐서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
- 이웃 주민들이 사건 전날 불상의 남자들이 허 양의 집을 기웃거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 피해자인 허 양의 할아버지가 폐품 수집을 통해 간신히 생계를 이어왔으며 집도 많이 낡은 편이라 금품을 노린 범행일 가능성이 매우 적다. 실제로 피해 금액은 없었던 걸로 확인되고 있다.
- 용의자가 허 양의 할아버지를 폭행하면서 "너 같은 XX" 같은 말을 했다.
그 중에서도 허 양의 할아버지와 용의자가 잘 알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가능성도 매우 높았으나 할아버지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제대로 된 진술과 결정적인 기타 목격자가 없어서 수사가 어려워지고 말았다.
경찰은 인근을 지나던 목격자와[2] 할아버지의 진술을 바탕으로 범인 1명의 몽타주를 공개했지만 진술의 수많은 번복으로 인하여 인상착의가 신빙성이 좀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았다.
또 다른 피해자이자 사건을 직접 목격한 유일한 사람이었던 허 양의 할아버지도 사건 발생 84일 만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마 지병에 범행 쇼크의 가능성도 있는 듯하며 이로써 더더욱 범인을 잡기 힘들어졌다. 유일한 가족은 허 양의 여동생인 허수정 양뿐인데 2010년 들어 허 양의 집 일대가 대구테크노폴리스 사업지구로 들어갔기 때문에 집이 철거되었다. 그녀는 가족이 아버지[3]뿐이니 사건 이후에도 아버지와 둘이 살 듯하다.
3.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내용
2018년 8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1134)에서 10여 년 만에 이 사건에 대한 제보를 받아 8월 18일 방영하였다.당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방송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3.1. 사건 당일 상황
- 사건 당일 허은정 양은 동생 수정 양과 같은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대문 밖에서 집을 지켜보던 괴한[4]이 허 양의 집에 침입했다.
- 잠든 동생이 개 짖는 소리[5]에 잠을 깼고 할아버지를 폭행하는 소리를 들었다.
- 할아버지가 괴한을 향해 "와 그라노?"라고 물었고 허 양이 방을 뛰쳐나가 할아버지 방으로 달려갔다.
- 허 양이 괴한을 향해 "아저씨, 왜 그러세요?"라며 화를 냈다.[6] 이어 괴한이 "까불지 마라."고 했고, 허 양이 "왜 그러세요?"라고 다시 묻자 괴한은 "가만히 있어라."라고 말했다.
- 겁에 질린 동생이 이웃집으로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다.
- 이웃이 급히 허 양의 집에 도착했을 때 할아버지는 안면 곳곳을 주먹으로 폭행당해 부상당한 채로 있었고, 이불은 누군가 곱게 덮어 놓은 상태였다. 방에는 피묻은 백색 걸레 또는 행주가 발견되었고, 허 양은 이미 실종된 상태였다.
- 할아버지는 치료 중 진술에서 “그 여자에게 빌면 아이를 돌려줄 거다”라고 했다.[7]
- 이후 동네 야산에서 허 양의 시신이 발견되었고, 할아버지가 범인의 정체에 대해 증언하던 중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범인의 인상착의를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이가 없게 되었다.
3.2. 방송에서 다뤘던 허 양 사건과 관련한 용의점 및 정황증거들
- 용의자는 할아버지를 주먹으로 폭행한 후 허 양은 야산에서 옷을 벗긴 채 망치로 추정되는 둔기로 살해했다. 이후 하산하며 허 양의 옷을 유기했다.
- 용의자는 기존 용의선상에 있었던 인물 안에 있다고 전문가들[8]은 봤다.
- 용의자는 폭력 전과가 있는 인물이다.
- 용의자는 과거에 허 양의 동네에 살았거나 사건 당시 살고 있던 인물이다. 허 양의 시신이 발견된 야산을 보면 이 동네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 용의자는 할아버지가 생선 장사할 때 만났다는 증언을 토대로 볼 때 할아버지와 장터에서 만난 적이 있는 인물이다.
- 용의자는 처음부터 허 양을 노린 것이라기보다는 할아버지에 대한 폭행 사주를 받고 움직였으며, 직접 목격자인 허 양이 나타나자 우발적으로 납치, 살해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증거인멸을 위해 목격자에 대한 살인을 실행했다는 점에서 박지선 교수는 폭력 전과가 있는 인물로 판단했다.
- 용의자에게 폭행을 사주한 인물은 할아버지의 여성 지인이다. 할아버지와 원한 관계 추정.
- 용의자는 키 170~180cm 사이의 신장, 스포츠 머리, 사건 당시 흰색 상의와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3.3. 증거물 유전자 감식
경찰은 사건 당시 허 양의 옷에서 발견된 가족 외의 머리카락을 확보했다. 사건 당시보다 더욱 기술이 발달된 유전자 감식을 통해 용의선상 인물의 DNA와 비교하고 기존의 증거들과도 매칭하여 용의자를 특정할 계획이라고 한다.3.4. 기타
진행자 김상중은 용의자를 향해 "이미 많은 증거들이 있어 곧 잡힐 것이다. 자수를 하려면 서두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며 경고하였다.또다른 피해자였던 허 양의 할아버지는 '그 여자에게 빌면 아이를 돌려줄거다'라고 하거나 '경찰이 여길 왜 왔냐. 내가 아는 사람이 데려갔다.'며 범인이 면식범이라고 주장하다가 이후에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진술을 바꾸고 용의자에 대해 함구하거나 오락가락하는 진술을 하였는데 이것이 수사에 또다른 혼선이 되었다.
아무리 범인의 보복이 두렵다고는 하지만 자기 손녀가 살해당한 상황에서까지 범인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범인에 대해 알면서도 할아버지 스스로 켕기는 게 있어 그를 숨겨주고 있다'는 눈초리를 받았던 모양이다. 실제로 유튜브 댓글에서도 할아버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고 수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후술할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후일담에 따르면 할아버지도 사실은 범인이 누군지 몰랐으며 자기가 이런 일을 당한 이유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본인과 원한관계에 있던 사람을 모두 지목하는 등의 진술 번복을 한 것이었고, 손녀가 죽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4. 후일담
2019년에 이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권일용 프로파일러가 아프리카TV BJ 김원과 이 사건에 대해 인터뷰했는데 그것이 알고싶다 등의 방송과 세간의 추측처럼 할아버지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까 봐 진술을 회피했던 게 아니라 자신이 왜 이런 일을 겪었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며 그런 탓에 자신에게 범행을 했을 법한 사람들을 모두 떠올린 탓에 진술이 자꾸 바뀐 것이었다고 밝혔다. 즉, 상술한 대로 할아버지가 범인을 은폐했다기보다는 오히려 할아버지도 누군지 몰랐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가족들의 우려로 인해서 허 양이 죽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5. 16년 만에 수면위로 드러난 유력 용의자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수원 사건과 본 사건의 연관성을 다시금 다뤘다. ( #1413)그런데 사건 당시 허 양이 살던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면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살던 60대의 남자 전씨가 유력 용의자로 거론됐다. 사건 당시 경찰들이 전씨의 집을 방문했으나 전씨가 지적장애가 있어서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수사선상에서도 배제되었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유력한 용의선상은 15명이었는데 마지막으로 허 양에게서 발견된 혈흔의 DNA와 일치하지 않았다. 전씨는 이전에 수사선상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에 DNA 대조군에서 빠져 있었다.
전씨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로 거주지를 옮겼다가 2024년 2월 7일경 집에서 자신의 작은 아버지를 살해하고 방치한 살인 혐의로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지만 동기가 불명확하고 흉기로 추정되는 물체에서 혈흔 반응이 음성으로 나온 점, 사고로 뇌를 다쳐서 지능이 낮다는 점 등 다양한 이유가 작용해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이후 전씨는 대구로 다시 거처를 옮겨서 혼자 살다가 자신을 만나러 온 사촌 형제(즉, 수원 사건 피해자의 친아들)가 자신의 아버지가 왜 죽었는지에 대해 직접적으로 물어보자 사촌을 흉기로 공격하는 등 살인미수 행각을 벌여 유치장에 구금되었고 현재는 정신병동에 수감 중이다. 경찰은 전씨가 작은아버지를 살해한 직접적인 살인 증거를 찾는 한편 DNA의 대조작업을 토대로 전씨가 16년 전 허양 납치 살인사건의 진범인지 확인하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거기다가 그것이 알고싶다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유력 용의자는 IQ가 58로 초등학생 1 ~ 2학년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다. 지능 지수가 50 ~ 70이면 경증 지적 장애로 분류하며 지능 지수가 이 구간에 해당하는 아동은 초등학교 재학 중에는 특수 교사가 아니면 주변에서 장애로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고 일상 생활에도 큰 장애를 겪지 않는 사례가 있다. 심지어 전씨는 자신의 벽돌집을 짓거나 급조 방어구를 만드는 재주가 있고 식자재만 있다면 충분히 요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생활력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의 주변인들과 그의 숙부는 전씨가 7세 수준의 지능이라는 말을 듣고 일상 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서 생각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그의 진짜 문제는 2000년 즈음부터 발병하기 시작한 조현병에 있었다. 그가 급조 방어구를 항상 차고 있는 것도 작은아버지가 자신에게 정신과 주사를 놓을 것이라는 망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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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정될 뿐 이것도 확실하지 않다.
[2]
오전 4시경에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한 남성이 피해자의 집 앞에서 담벼락 너머로 안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을 목격했다.
[3]
어머니는 아버지와 별거했다.
[4]
2명으로 추정.
[5]
허 양의 집에서 키우던 개로, 낯선 이에게 자주 짖던 습관이 있었다.
[6]
허 양의 동생이 방송 초반에는 '이렇게 말을 했다'고 증언했으나 이후 수사를 위한 최면을 통해 '언니가 이렇게 말하며 화를 냈다'고 증언했다. 어린아이가 할아버지를 폭행하는 괴한에게 화를 낼 수 있는 정도라면 평소에 허 양과도 알던 면식범일 가능성이 크다.
[7]
사건으로부터 1일 후로, 허 양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의 시점이다.
[8]
박지선 교수,
표창원 당시 의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