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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일본 여인>(La Japonaise) 혹은
<기모노를 입은 카미유>(Camille Monet in Japanese Costume).
1. 개요2. 역사적 배경3. 특징4. 유사 사례, 원류5.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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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Japonism, Japonesque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은 서구의 자포니즘적 예술 사조. 좁게는 당시 유럽에 들어온 우키요에 같은 일본 판화들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미술품들을 뜻한다.

2. 역사적 배경

자포네스크는 에도 막부가 미국에 의해 강제로 개항당한 1858년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중국은 적어도 대항해시대가 시작된 직후부터, 오스만은 늦어도 17세기부터 유럽에 시누아즈리 튀르크리라는 크나큰 문화적 영향을 끼쳤으나 막상 그동안 일본은 데지마를 제외하곤 쇄국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광저우나 콘스탄티노플에서와 달리, 개항장이라는 데지마에서도 서양 상인들은 막부 측의 강력한 통제를 받았다. 그들은 일본인들을 만나는 것조차도 큰 제약을 받았다.

물론 센고쿠 시대 에도 막부 초기에 자유 무역이 이루어진 바 있으나 이는 장기적인 관계로 이어지지 못했다. 우선 센고쿠 시대 서구와 일본 간의 교류는 노예무역에 가까웠다. 문화적으로도 서양인들이 '이교도'에게 가톨릭을 일방적으로 포교하는 모양새였기에, 주로 불교 신자였던 일본인들이 서양인들에 대해 가지던 반감은 대단했다. 한편 막부 초기 발전했던 도자기 무역은 명청교체기로 인한 중국의 혼란에 힘입은 바가 컸다. 이마저도 곧 청나라가 천하를 쥐어 중국으로의 해상무역로가 재개되고, 서양인들이 자체적인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일본의 지분률은 다시 떨어졌다.[1] 무엇보다도 막부 스스로가 쇄국정책을 추진하며 서양과의 깊은 관계를 거부했다.[2]

상황이 이러했기에, 개항 이전 일본의 문화적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서양 상류층이 여러 일본산 도자기와 칠기들을 수집하는 등 자포네스크의 시초가 형성된 것은 맞으나 일본이란 국가와 그들의 문화 자체가 크게 주목받지는 않았다. 동양학자들은 일본 내부의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경계한 막부의 통제로 인해 일본어로 된 텍스트를 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가령 19세기 중반에 세계를 일주하던 오스트리아의 노바라 탐험대는 동양학자들의 요청으로 세계 각지의 인문서적을 수집하는 임무 또한 띠고 있었는데, 일본의 책들 역시 수집 목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쇄국 중이었던 일본을 방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본어 서적이라고는 고작 소설 한 권만, 그것도 상하이와 홍콩의 서점들을 뒤져 어렵사리 구했을 뿐이었다.

당대 동양학의 주류는 중국 인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원조 '오리엔트'이자 서구 문명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근동 지방이었다. 서양이 일본을 제대로 인식하고 깊은 문화적 교류를 나누게 된 것은 1858년, 미일수호통상조약으로 공식적인 외교 관계가 수립된 이후의 일이었다. 서양 여행자와 상인들 역시 이제 제한 없이 일본 내부를 오갈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저술한 일본 여행기와 그들이 수집해 가져오는 일본산 상품 등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탐험에 목말랐던 서양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우키요에 판화가 도자기 포장재로 쓰여 유럽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던 것도 개항 덕이다.

이후 일본 미술은 인상주의가 등장한 1870년대부터 유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여기에는 당대 일본이 아시아의 신흥 강국으로 주목받으며 유럽 열강의 이목을 끌던 정치적 상황 역시 영향을 끼쳤다. 과거 비유럽 강대국인 중국과 오스만에 대한 두려움과 궁금증, 그리고 선망이 시누아즈리와 튀르크리로 이어졌듯, 신흥 비유럽 제국인 일본에 대한 관심이 문화적으로는 자포네스크로 나타난 것이다. 일본 정부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을 타고 자신들의 문화를 서양에 널리 알리고자 시도하면서 자포네스크가 널리 퍼지는 데 일조했다.[3]

3. 특징

자포네스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자포니즘에 대해 알아야 한다. 자포니즘이란 넓게 본다면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서구에 미친 일본 문화 전반의 영향력을 이야기하는 단어이며, 좁게 본다면 유럽의 도자기, 정원, 미술 등에 한정된 영향을 일컫는 말이다.

가장 주요한 뜻은 미술 용어로, 19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본의 판화에 영향을 받은 화풍을 뜻한다. 주로 인상주의자들이 자포니즘에 심취했다. 유럽으로 유입되었던 일본의 목 판화 우키요에는 그 특유의 평면성과 과감한 구성, 과장된 표현 그리고 유럽인에게 낯선 풍경을 통해서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문화적 충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미술가와 유행이 생겨났는데 미술 분야에서는 이러한 사조를 자포니즘(Japonisme/Japonism)이라고 부른다. 인상주의 화가나 아르누보 계통의 화가들이 이에 속하며 서양 미술사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다만 같은 자포니즘 화가들이라고 해도 세부적인 면에서는 구분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화가로는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등이 있으며 이들은 모작이나 영향을 받은 화풍을 구축한 것뿐만 아니라 열렬한 일본 미술품의 수집을 하기도 하였는데 그만큼 우키요에가 저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늘날 신문지로 도자기를 포장하듯 당시 일본의 도자기는 우키요에가 인쇄된 종이로 포장해서 수출되었다. # 순수미술 뿐만 아니라 일러스트레이션 등 미술 분야 전반에서 자포니즘의 광범위한 영향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건축가 중에선 일본 미술작품 수집으로 유명했던 사람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있다.

이러한 문화적인 유행(자포니즘) 속에서 일본풍으로 만들어진 서구 물건 스타일을 자포네스크라고 칭한다. Japon(일본)+esque(~식의). 게르만인들이 로마인들의 건축을 흉내낸 로마네스크와 마찬가지로 진짜 일본인들이 만든 그림이나 도자기가 아닌 일종의 모방작인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가키에몬 자기(右衛門 磁器)가 있는데 지금도 일본에서 이어져오고 있긴 하지만 유럽의 가키에몬 자기를 닮은 많은 도자기들은 실제 가키에몬 자기가 아니라 유럽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파일:attachment/gogh-japan.jpg
빈센트 반 고흐, <일본풍, 오이란, 게이사이 에이센의 모작>
파일:attachment/gogh-japan-2.jpg
(좌) 일본의 우키요에 / (우) 빈센트 반 고흐의 우키요에 모작

하지만 구 체제가 무너지기 전까지는 자포니즘은 큰 영향력이 없었다. 오히려 시누아즈리, 즉 중국풍 도자기, 칠기, 가구, 정원 건축물이(예를 들어 정자 같은 것) 귀족들에게는 더 인기였는데 프랑스 혁명 이후 자포니즘이 주류가 되었던 것.

자포니즘이 우키요에가 인쇄된 종이를 통해서만 전해진 것은 아니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만국박람회 등지에서 일본관을 열어 적극적으로 일본 문화를 알리기도 했다. 일본의 이런 정부주도 자국 문화 홍보는 역사가 깊은데 심지어 워싱턴 D.C.에는 벚꽃 가로수길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현재는 독일 하와이에 있는 박물관에 관련 유물들이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4. 유사 사례, 원류

서양인들이 이렇게 특정 문화에 열광하는 것의 원조는 중국, 튀르키예, 이집트 문화 애호가들이었다. 중국에 심취한 시누아즈리, 튀르키예 문화에 심취한 튀르크리, 이란( 페르시아) 문화에 심취한 페르소필리아, 인도에 환장하는 인도마니아(Indomania), 이집트 애호가들인 이집토마니아들은 자포네스크의 조상격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당연히 이쪽이 훨씬 역사가 오래됐다. 이집토마니아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자포네스크와 상당히 비슷하다.

5. 관련 문서


[1] 당시 일본의 세계 교류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중국에서도 구할 수 있던 도자기가 아니라 국제 화폐였던 이다. 17세기 이래 일본의 은 생산량은 스페인령 멕시코와 볼리비아에 뒤이어 세계 2위의 규모였다. 일본산 은은 왜관에서 조선과의 인삼 무역을 통해 중국으로, 그리고 데지마에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와의 교역을 통해 서양과 중국으로 흘러들었다. 네덜란드는 스페인과 정치적 대립 관계에 있었기에, 스페인의 입김이 없는 지역의 은과 구리를 얻기 위해서 데지마에 머물렀다. 주로 네덜란드인들이 은을 받고 유럽과 중국의 사치품이나 인도산 면직물을 일본에 되파는 식이었다. 따라서 네덜란드인들에게 일본산 사치품은 중국산 사치품과 달리 부차적인 교역 품목일 뿐이었다. [2] 센고쿠 시대에는 서양인들이 들여온 가톨릭 조총으로 무장한 지방 세력들 때문에 내전이 격화되고, 반대로 주민들은 해외에 노예로 팔려나가며 꾸준히 인구가 유출되는 상황이었다. 정상적인 중앙정부라면 이러한 비정상적인 안보 위기를 좌시하지 않는다. 일본을 통일한 에도 막부가 쇄국 정책과 가톨릭 탄압 정책, 그리고 다이묘들의 무장을 약화시키기 위한 정책들을 강력히 추진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성리학에 기반한 정적인 사회질서를 추구했던 것 역시 마찬가지. 현대의 기준에서 보면 지나치게 폐쇄적인 극약처방이 따로 없지만, 이는 지극히 현대를 기준으로 한 시각일 뿐 당시 막 통일된 일본에서는 사회안정을 위해 반드시 해야 했던 일이었다. 당장 당대의 여러 비유럽 국가와 지역들이 에도 막부와 같은 정책을 추진하지 못해 서서히 서양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3] 그러나 당시 일본의 이러한 문화적 노력은 근본적으로 서양과 유사한 일본의 문화적 속성을 서양에 알림으로써 열강과 동등한 위치에 서고, 그들의 침략 명분을 없애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짙게 배어 있었다. 이는 훗날 일본형 오리엔탈리즘의 한 갈래를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