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덕킨 | ||||||
이름 | 등급 | 클래스 | CV | 획득 방법 | ||
터덕킨 | UR | 마법형 |
아이바 아이나 V17-钱坤 |
이벤트 | ||
관계 | 망령빵 | |||||
모토 | 영혼이 원하는 것은, 생과 사도 막지 못해요. | |||||
선호음식 | 오렌지거위찜 | |||||
전용 낙신 | 살쾡이, 이누가미 |
1. 개요
음식 | 터덕킨 |
유형 | 요리 |
발원지 | 미국 |
탄생 시기 | 약 18세기 |
성격 | 호러 |
키 | 172cm |
터덕킨은 "열반"이라는 장례식장을 소유한 장의사이다. 그녀는 웃으며 시체를 꾸며주고,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그들을 화장하고 묻는다. 그녀는 죽음을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 여기기에 진심으로 망령들을 축복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큰 키와 검은 드레스를 입고 묘지를 노니는 기괴한 행동 탓에 많은 이들이 그녀를 위험한 식신이라고 생각한다.
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터덕킨.2. 초기 정보
초기 정보 | |
영력 | 2903 |
공격력 | 130 |
방어력 | 25 |
HP | 640 |
치명타 | 1700 |
치명피해 | 1500 |
공격속도 | 1100 |
3. 스킬[1]
전투 스킬 | |||
기본 스킬 |
불길의 인도 |
터덕킨이 불을 입힌 바늘을 적에게 날려 가장 먼 적에게 자신의 공격력의 100%만큼 피해를 입히고 (70~?)의 추가 피해를 입힘. 동시에 가장 먼 적 유닛의 에너지를 (15~?)만큼 감소시키고, 대상에게 치료 불가 효과 부여, 4초간 지속. |
|
에너지 스킬 |
열반의 고통 |
터덕킨이 화염 날개를 펼쳐 공격을 가해 가장 먼 적에게 자신의 공격력의 100%만큼 피해를 입히고 (377~?)의 추가 피해를 입힘. 동시에 지속적으로 대상의 공격력을 20%만큼 감소시키며, 에너지를 초당 (5~?)만큼 감소시킴, 부정적 효과 제거 불가, 8초간 지속. |
4. 평가
5. 대사
계약 | 쉿! 마스터, 조용히요... 제 손님들이 시끄러운 걸 싫어해서요. 에? 제 이름이요? 그냥 터덕킨이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
로그인 | 마스터, 별일 없으시죠? 이것 때문이라도, 오늘 밤 한잔하셔야 하지 않겠어요? |
링크 | 밤 묘지의 추위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
스킬 | 망령 소환! |
진화 | 느껴져요... 살아있는 힘이. |
피로 상태 | 하암(하품 소리), 어제 또 밤을 새웠어요... 잠깐만 자도 될까요? |
회복 중 | 밤샘은 좋지 않아요. 저 따라 하면 안 돼요... Z Z Z |
출격/파티 | 그들의 마지막 여정, 최선을 다해 모실 거예요... |
실패 | 죽음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에요... |
알림 | 핫, 제가 한 요리 꽤 맛있죠? 별것 아니에요, 입관하는 것보다 훨씬 쉬워요. |
방치: 1 | 제 손님들은 정말 귀여워요. 마스터도 얘기 한번 해보실래요? |
방치: 2 | 이렇게 되어버렸다고 해도, 따로 교류할 곳이 있으니까... 「열반」은 다른 장례식장에 비해 교류 대상이 좀 특별하긴 하지만요... |
접촉: 1 | 「죽음」조차 알지 못하는데, 「생」이 무엇인지는 어찌 알겠어요. |
접촉: 2 | 죽은 자들과 지내다 보면, 가끔 이 세상의 시간이라는 걸 잊곤 해요. 만약 제가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으면, 어디서 절 찾아야 하는지 아시죠? |
접촉: 3 | 죽은 자들을 꾸며주는 건 아주 섬세한 직업이에요. 복장과 자태에서부터 머리와 손톱의 색 조합까지 신경 써야 하죠. 사지를 꿰메는 것처럼 쉬운 게 아니랍니다. |
맹세 | 제가 당신의 곁에 있을 수 있어 기뻐요. 마지막까지 함께할게요--그럼 지금부터, 몸을 제게 넘기시죠. |
친밀: 1 | 죽는 건 두렵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과 떨어지기 싫어요... |
친밀: 2 | 밤이 깊으면, 제가 곁에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럼 더는 두렵지 않을 거예요. |
친밀: 3 | 백년해로도 좋고, 황천에 함께 가는 것도 좋아요. 안심하세요, 전 절대 당신을 놓지 않아요. |
방치: 3 | 기이한 사건이라면... 망자들의 장난 말씀이세요? 그들은 그저 새로운 세계에 와서, 전처럼 그들과 놀아줄 사람이 없을까 두려운 거예요. |
승리 | 제 공로가 아니에요. 보이지 않는 친구들에게 감사하자고요. |
실패 | 윽... 다시 싸워 봐요. |
먹이기 | 쿠키 녀석이 준 것 보다, 마스터의 선물이 훨씬 좋아요. |
6. 배경 이야기
6.1. 1장. 정체불명의 부름
석양이 수평선 뒤로 저물 무렵, 한 척의 배가 부두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물밀듯이 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들의 영혼은 육체를 이끌고 각자의 멋진 여정을 향해 나아간다. 눈앞이 화려한 것이 퍽 즐겁게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그 모습에 나는 미드가르라는 이 도시에 대한 호기심을 품게 되었다.
크레론, 현존하는 가장 큰 도시. 이곳엔 대체 어떤 마력이 있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이제 막 이 땅을 밟은 나조차도 전율하게 하는 걸까?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나는 부듯가에 우두커니 선 채로 가슴 깊은 곳의 떨림을 느끼고 있었다.
이 도시 어딘가에 궁지에 몰린 짐승처럼 발버둥 치는 영혼이 있다. 그것이 나를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 이끌었고, 이 땅에 도착한 지금, 그 감각은 더욱 뚜렷하게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이 분명한 영혼은 이 세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는 죽음의 끝이 떠나는 것만이 아니며, 떠날지 말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시내로 들어서자 모든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묘지? 당신도 망자의 날 축제에 참여하러 온 겁니까?」
내가 길을 묻자, 길가 빵집의 사장이 익숙하다는 듯 진열대에서 빵 한 봉지를 집어 내 품에 넣어주었다.
「자, 어서 이 빵을 가지고 가요. 축제 참여를 위해 공동묘지로 가는 여행객들이 방금 이곳을 지나쳤어요. 조금만 서두르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겁니다.」
사장은 슬쩍 나를 밖으로 일어냈고, 나는 눈을 깜빡였다.
망자의 날...이 뭐지?
나는 손에 들린 해골 무늬 빵을 보며 앞으로 걸어갔다.
나와 목적지가 같다고 하니, 한번 가보지 뭐.
난 금세 여행객들을 따라잡았다.
인간이 분명한 이들이 모두 귀신 분장을 하고 쓰고, 드라큘라나 마녀가 입을 법한 검은 가운을 입은 채 묘지 안에서 노래하며 춤췄다.
고개를 숙이자 나의 검은 옷과 검은 손톱이 시야에 들어왔다. 빵집 주인이 나를 그들 일행으로 착각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든 것은 처음이었다. 크고 작은 촛불 장식된 제단을 향하는 길을 지나자, 내 품에 있는 것과 비슷한 빵과 초, 그리고 꽃으로 가득 둘러싸인 제단이 보였다. 그 가운데엔 흑백 초상화가 있었는데, 초상화에 남아 있는 에너지는 이미 성불을 한 영혼의 것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망자를 위한 제사를 차린 그들은 웃고 떠들며 축하하고 있었다.
많은 곳을 돌아다녔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곳의 인간들은 망자를 두려워하거나 슬퍼하지 않는 것일까?
「저기, 안녕하세요!」
고개를 숙이니 얼굴에 꽃을 그려놓은 여자아이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아이는... 인간이 아닌 식신이었다.
「아까부터 왔다 갔다 하시던데... 혹시 빵을 놓을 제단이 필요하신 거라면 제 걸 쓰셔도 돼요! 공공 제단이거든요. 저쪽이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멋쩍은 듯 귀를 만지작거렸다.
「왜 빵을 놓아야 하나요?」
「응? 모르시나요? 오늘은 위령의 날이에요. 매년 이맘때, 세상을 떠났던 영혼들이 돌아온대요. 그때 팡 데 무에르토와 제사를 올려주는 가족이 있으면, 영혼이 길을 잃지 않고 가족과 만날 수 있어요!」
인간들에게 이런 기념일이 있다니.
「아쉽지만…」
「음?」
「제 가족의 영혼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네요.」
「그런…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빵을 건녔다.
「설명해 줘서 고마워요. 이 빵은 당신에게 드릴게요. 이 땅의 영혼들에 위로를 가져다줄 거예요.」
나는 영력을 주입한 빵을 아이에게 준 뒤 그 곳을 떠났다.
그녀와 계속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저 그동안 느껴졌던 부름이 다시 들려왔기 때문이다. 기쁜 영혼들과 즐기는 것 보다 고통받는 영혼을 구하는 것이 먼저다.
그와의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
그들의 영혼은 육체를 이끌고 각자의 멋진 여정을 향해 나아간다. 눈앞이 화려한 것이 퍽 즐겁게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그 모습에 나는 미드가르라는 이 도시에 대한 호기심을 품게 되었다.
크레론, 현존하는 가장 큰 도시. 이곳엔 대체 어떤 마력이 있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이제 막 이 땅을 밟은 나조차도 전율하게 하는 걸까?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나는 부듯가에 우두커니 선 채로 가슴 깊은 곳의 떨림을 느끼고 있었다.
이 도시 어딘가에 궁지에 몰린 짐승처럼 발버둥 치는 영혼이 있다. 그것이 나를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 이끌었고, 이 땅에 도착한 지금, 그 감각은 더욱 뚜렷하게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이 분명한 영혼은 이 세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는 죽음의 끝이 떠나는 것만이 아니며, 떠날지 말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시내로 들어서자 모든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묘지? 당신도 망자의 날 축제에 참여하러 온 겁니까?」
내가 길을 묻자, 길가 빵집의 사장이 익숙하다는 듯 진열대에서 빵 한 봉지를 집어 내 품에 넣어주었다.
「자, 어서 이 빵을 가지고 가요. 축제 참여를 위해 공동묘지로 가는 여행객들이 방금 이곳을 지나쳤어요. 조금만 서두르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겁니다.」
사장은 슬쩍 나를 밖으로 일어냈고, 나는 눈을 깜빡였다.
망자의 날...이 뭐지?
나는 손에 들린 해골 무늬 빵을 보며 앞으로 걸어갔다.
나와 목적지가 같다고 하니, 한번 가보지 뭐.
난 금세 여행객들을 따라잡았다.
인간이 분명한 이들이 모두 귀신 분장을 하고 쓰고, 드라큘라나 마녀가 입을 법한 검은 가운을 입은 채 묘지 안에서 노래하며 춤췄다.
고개를 숙이자 나의 검은 옷과 검은 손톱이 시야에 들어왔다. 빵집 주인이 나를 그들 일행으로 착각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든 것은 처음이었다. 크고 작은 촛불 장식된 제단을 향하는 길을 지나자, 내 품에 있는 것과 비슷한 빵과 초, 그리고 꽃으로 가득 둘러싸인 제단이 보였다. 그 가운데엔 흑백 초상화가 있었는데, 초상화에 남아 있는 에너지는 이미 성불을 한 영혼의 것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망자를 위한 제사를 차린 그들은 웃고 떠들며 축하하고 있었다.
많은 곳을 돌아다녔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곳의 인간들은 망자를 두려워하거나 슬퍼하지 않는 것일까?
「저기, 안녕하세요!」
고개를 숙이니 얼굴에 꽃을 그려놓은 여자아이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아이는... 인간이 아닌 식신이었다.
「아까부터 왔다 갔다 하시던데... 혹시 빵을 놓을 제단이 필요하신 거라면 제 걸 쓰셔도 돼요! 공공 제단이거든요. 저쪽이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멋쩍은 듯 귀를 만지작거렸다.
「왜 빵을 놓아야 하나요?」
「응? 모르시나요? 오늘은 위령의 날이에요. 매년 이맘때, 세상을 떠났던 영혼들이 돌아온대요. 그때 팡 데 무에르토와 제사를 올려주는 가족이 있으면, 영혼이 길을 잃지 않고 가족과 만날 수 있어요!」
인간들에게 이런 기념일이 있다니.
「아쉽지만…」
「음?」
「제 가족의 영혼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네요.」
「그런…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빵을 건녔다.
「설명해 줘서 고마워요. 이 빵은 당신에게 드릴게요. 이 땅의 영혼들에 위로를 가져다줄 거예요.」
나는 영력을 주입한 빵을 아이에게 준 뒤 그 곳을 떠났다.
그녀와 계속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저 그동안 느껴졌던 부름이 다시 들려왔기 때문이다. 기쁜 영혼들과 즐기는 것 보다 고통받는 영혼을 구하는 것이 먼저다.
그와의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
6.2. 2장. 단념하지 않는 영혼
공동묘지를 빠져나와 사람들의 환호와 노랫소리가 점차 들리지 않게 되자, 고통의 울부짖음이 점차 선명해졌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따라갔다. 몇 번이고 가까워지려는 듯하면, 그는 금세 도망쳤다.
설사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할지라도, 그는 경계심 많은 야생동물처럼 도움을 받지 않으려 했다.
결국 몇 시간 뒤, 사람이 없는 작은 펜션에서 그를 따라잡았다.
「저리 가!」
그의 영혼은 본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된 상태였다. 마치 신이 제멋대로 구긴 뒤 인간 세상에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군데군데 심각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영력은 거의 메말라버려, 뒷걸음질 칠 때마다 사지가 당장이라도 찢어져 바닥을 구를 듯했다.
하지만 난 알 수 있었다. 그는 식신이었다.
이렇게 심하게 다친 식신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왜 스스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거지?
「저리 가! 가까이 오지 마! 후회하게 될 거라고!」
그는 얼마 남지 않은 힘을 그러모아 소리쳤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쉿, 아가야, 조용히 하렴. 모두들 잠에 든 시간이란다.」
내게 이들은 그저 도움이 필요한 길 잃은 어린아이로 보일 뿐이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를 구하러 온 건, 그저 그가 느끼지 못한 영혼의 갈망을 내가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가 그를 실로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나의 그런 행동이 그에게 자극을 주고 말았다.
나는 반격하지 않고 그의 공격을 피하기만 했다. 그는 더이상 어떠한 충격도 견더낼 수 없는 상태였기에, 섣불리 손을 썼다간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몰랐다.
그리고 이 아이는 나의 양보를 자신의 승리로 여겼다.
그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내가 자신의 힘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것도 모른 채.
그의 힘이 떨어질 때가 바로, 내가 나설 순간이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어디선가 날아온 물건이 그의 머리 위로 떨어진 것이다.
그건... 신발 한 짝이었다.
그도 나도 당황하고 말았다.
「그렇게 보지 마, 내가 한 거 아냐.」
「비, 비겁해...」
그의 상처로 갈라진 얼굴에 「반칙이야」 라고 쓰인 듯 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외면할 새도 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난 그제야 그의 뒤로 눈치 채지 못한 새에 열린 대문을 볼 수 있었다.
그때 그 식신?
얼굴에 꽃을 그린 여자아이가 긴장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녀는 알록달록한 털양말을 내놓은 채 한발로 입구의 신발장까지 뛰어가, 자연스럽게 슬리퍼를 발 쪽에 끌어놓고 나머지 한쪽 장화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가와서는 쓰러진 아이의 뒤통수에 깔린 장화를 빼냈다.
머리가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아이는 신경 쓰지 않고 장화에 묻은 먼지를 털어 신발장에 갖다 놓았다.
그리고는 나에게로 다가왔다.
「터덕킨, 괜찮아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따라갔다. 몇 번이고 가까워지려는 듯하면, 그는 금세 도망쳤다.
설사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할지라도, 그는 경계심 많은 야생동물처럼 도움을 받지 않으려 했다.
결국 몇 시간 뒤, 사람이 없는 작은 펜션에서 그를 따라잡았다.
「저리 가!」
그의 영혼은 본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된 상태였다. 마치 신이 제멋대로 구긴 뒤 인간 세상에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군데군데 심각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영력은 거의 메말라버려, 뒷걸음질 칠 때마다 사지가 당장이라도 찢어져 바닥을 구를 듯했다.
하지만 난 알 수 있었다. 그는 식신이었다.
이렇게 심하게 다친 식신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왜 스스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거지?
「저리 가! 가까이 오지 마! 후회하게 될 거라고!」
그는 얼마 남지 않은 힘을 그러모아 소리쳤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쉿, 아가야, 조용히 하렴. 모두들 잠에 든 시간이란다.」
내게 이들은 그저 도움이 필요한 길 잃은 어린아이로 보일 뿐이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를 구하러 온 건, 그저 그가 느끼지 못한 영혼의 갈망을 내가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가 그를 실로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나의 그런 행동이 그에게 자극을 주고 말았다.
나는 반격하지 않고 그의 공격을 피하기만 했다. 그는 더이상 어떠한 충격도 견더낼 수 없는 상태였기에, 섣불리 손을 썼다간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몰랐다.
그리고 이 아이는 나의 양보를 자신의 승리로 여겼다.
그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내가 자신의 힘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것도 모른 채.
그의 힘이 떨어질 때가 바로, 내가 나설 순간이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어디선가 날아온 물건이 그의 머리 위로 떨어진 것이다.
그건... 신발 한 짝이었다.
그도 나도 당황하고 말았다.
「그렇게 보지 마, 내가 한 거 아냐.」
「비, 비겁해...」
그의 상처로 갈라진 얼굴에 「반칙이야」 라고 쓰인 듯 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외면할 새도 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난 그제야 그의 뒤로 눈치 채지 못한 새에 열린 대문을 볼 수 있었다.
그때 그 식신?
얼굴에 꽃을 그린 여자아이가 긴장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녀는 알록달록한 털양말을 내놓은 채 한발로 입구의 신발장까지 뛰어가, 자연스럽게 슬리퍼를 발 쪽에 끌어놓고 나머지 한쪽 장화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가와서는 쓰러진 아이의 뒤통수에 깔린 장화를 빼냈다.
머리가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아이는 신경 쓰지 않고 장화에 묻은 먼지를 털어 신발장에 갖다 놓았다.
그리고는 나에게로 다가왔다.
「터덕킨, 괜찮아요?」
6.3. 3장. 낯선 친구
무에르토의 슬리퍼가 탁탁 소리를 낸다. 그녀는 후다닥 달려가 물을 끓이고, 다시 나에게 후다닥 달려와 차를 건녔다.
그녀는 「팡 데 무에르토」 라 했다. 내가 오늘 그녀에게 준 그 빵이 바로 본체란다.
「환주의 차에요. 조금 쓰긴 하지만 드셔보실래요?」
환주라면 가본 적이 있다. 다만 묘지 같은 곳에서만 머무르고 인간 마을 쪽으로는 가지 않았다. 이런 동양의 나뭇잎도 마셔본 적이 없다.
처음으로 찻잎이 물 속에서 천천히 펼쳐지는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은 혼돈 속에서 이제 막 깨어난 영혼과 닮아있었다.
나는 한 모금을 마셔보았다.
「어때요?」
「이상한 맛이네요.」
「풋, 역시 소문은 믿을 게 못되네.」
내가 의아해하자 그녀는 말실수라도 한 듯 황급히 입을 막았다.
하지만 내 눈초리에 결국 어깨를 늘어뜨리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묘비 앞에 환주차를 놔두면, 망령을 방해하는 마녀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당신이 전설 속 이야기처럼 정말 찻잎을 싫어하는지 궁금했어요... 죄송해요!」
「마실만 하지만,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그렇군요... 앗? 지금 제 궁금증에 답해주시는 거예요?」
「이렇게 답하는 게 아닌가요? 미안해요, 인간의 소통 방식은 잘 몰라서.」
놀란 그녀의 얼굴을 보며,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신기하게도 두 모금 마시고 나니, 더는 전처럼 쓰지 않았다.
「실은 축제에서부터 당신을 알아봤어요.」
나는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전설에 의하면, 크레론에 터덕킨이라고 하는 신비한 식신이 있었대요. 아무도 그녀의 탄생 시기도 과거도 알지 못하고, 오직 각지의 묘지에서만 목격되어서 아주... 신비롭다고.」
「무섭다고 말하려 했죠?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듯, 내게도 같은 감정을 느끼죠.」
난 시선을 떨어뜨리고 찻잔 속 찻잎을 후 불었다. 세 모금째였다.
「저… 속상해하지 마세요, 인간들이 워낙 경계심이 강하잖아요. 미지의 존재를 경계하는 것뿐이지, 나쁜 마음이 있는 건 아니에요.」
「난 상관없어요.」
「그럼 다행이에요. 사실 당신의 존재에 대해 들은 뒤로, 계속 당신을 만나보고 싶었었거든요.」
그녀가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무에르토가 한숨을 푹 쉬었다.
「왜냐하면 전...」
그녀의 말은 방안에서 들려온 격렬한 기척에 끊기고 말았다.
「이런, 벌써 깼나봐요!」 무에르토가 놀라 외쳤다.
난 조용히 한숨을 삼켰다.
대화를 시작하기 조금 전에 겨우 그 너덜너덜한 아이를 침대에 묶어 간단한 치료를 해뒀는데, 이렇게 빨리 깨어나다니.
「쟤 때문에 침대가 무너지겠네요.」
무에르토가 입을 삐죽거렸다.
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세상은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다.
소파에 돌아와 아직 따듯한 찻잔을 집어 들었다. 무에르토가 벙 찐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어디까지 얘기했죠?」
내가 물었다.
그녀는 「팡 데 무에르토」 라 했다. 내가 오늘 그녀에게 준 그 빵이 바로 본체란다.
「환주의 차에요. 조금 쓰긴 하지만 드셔보실래요?」
환주라면 가본 적이 있다. 다만 묘지 같은 곳에서만 머무르고 인간 마을 쪽으로는 가지 않았다. 이런 동양의 나뭇잎도 마셔본 적이 없다.
처음으로 찻잎이 물 속에서 천천히 펼쳐지는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은 혼돈 속에서 이제 막 깨어난 영혼과 닮아있었다.
나는 한 모금을 마셔보았다.
「어때요?」
「이상한 맛이네요.」
「풋, 역시 소문은 믿을 게 못되네.」
내가 의아해하자 그녀는 말실수라도 한 듯 황급히 입을 막았다.
하지만 내 눈초리에 결국 어깨를 늘어뜨리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묘비 앞에 환주차를 놔두면, 망령을 방해하는 마녀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당신이 전설 속 이야기처럼 정말 찻잎을 싫어하는지 궁금했어요... 죄송해요!」
「마실만 하지만,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그렇군요... 앗? 지금 제 궁금증에 답해주시는 거예요?」
「이렇게 답하는 게 아닌가요? 미안해요, 인간의 소통 방식은 잘 몰라서.」
놀란 그녀의 얼굴을 보며,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신기하게도 두 모금 마시고 나니, 더는 전처럼 쓰지 않았다.
「실은 축제에서부터 당신을 알아봤어요.」
나는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전설에 의하면, 크레론에 터덕킨이라고 하는 신비한 식신이 있었대요. 아무도 그녀의 탄생 시기도 과거도 알지 못하고, 오직 각지의 묘지에서만 목격되어서 아주... 신비롭다고.」
「무섭다고 말하려 했죠?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듯, 내게도 같은 감정을 느끼죠.」
난 시선을 떨어뜨리고 찻잔 속 찻잎을 후 불었다. 세 모금째였다.
「저… 속상해하지 마세요, 인간들이 워낙 경계심이 강하잖아요. 미지의 존재를 경계하는 것뿐이지, 나쁜 마음이 있는 건 아니에요.」
「난 상관없어요.」
「그럼 다행이에요. 사실 당신의 존재에 대해 들은 뒤로, 계속 당신을 만나보고 싶었었거든요.」
그녀가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무에르토가 한숨을 푹 쉬었다.
「왜냐하면 전...」
그녀의 말은 방안에서 들려온 격렬한 기척에 끊기고 말았다.
「이런, 벌써 깼나봐요!」 무에르토가 놀라 외쳤다.
난 조용히 한숨을 삼켰다.
대화를 시작하기 조금 전에 겨우 그 너덜너덜한 아이를 침대에 묶어 간단한 치료를 해뒀는데, 이렇게 빨리 깨어나다니.
「쟤 때문에 침대가 무너지겠네요.」
무에르토가 입을 삐죽거렸다.
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세상은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다.
소파에 돌아와 아직 따듯한 찻잔을 집어 들었다. 무에르토가 벙 찐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어디까지 얘기했죠?」
내가 물었다.
6.4. 4장. 말할 수 없는 비밀
「그곳에 가면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거예요. 이거... 비밀이에요!」
무에르토는 어느 탑 앞으로 나를 데리고 왔다. 구릿빛 열쇠구멍에 열쇠를 끼워 넣고 커다란 대문을 밀었다. 살짝 일어난 먼지에 그녀가 기침을 했다.
「여기에요, 들어가세요.」
그녀는 능숙하게 벽의 스위치를 켰다. 불빛이 켜지며 은밀한 공간을 밝게 비췄다.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비탈길이었다.
경사가 높지는 않았지만, 중앙의 기둥을 둘러싸고 올라가는 나선형 비탈길이었다.
밝혀진 블빛은 중앙 기둥에 걸린 수많은 직사각형 프레임이었고, 프레임마다 빛나는 문자가 적혀있었다.
「기억나세요?」
무에르토가 문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분명 그 프레임들에서 익숙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모두 다른 곳에서 온 듯했고, 미약하고 번잡했다. 그 속의 정보를 읽어낼 수는 없었지만 나는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프레임에 손을 뻗어 눈을 감고 그 에너지들이 내게 전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느껴보았다.
한참 뒤에야 난 눈을 떴고, 내가 알아낸 것을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그들은 모두 이 프레임의 뒤에 안장되었네요... 이 탑은 묘지였군요.」
「맞아요... 혹시 그들이 누군지 아시겠어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래된 에너지의 잔해라 너무 미약해요. 그들의 영혼은 이미 여기에 없어서 다른 정보를 알아낼 수도 없고요.」
예상이라도 한 듯 무에르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비탈을 올라가며 내게 따라오라는 눈짓을 했다.
「같이 가요.」
그녀의 의도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장소가 오랜만에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킨 건 분명했다.
난 그녀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모퉁이를 하나 돌자 왼편의 벽이 내 주의를 끌었다.
두루마리 벽화가 벽을 따라 걸려 있었는데, 거칠고 신비로운 배색이 무에르토의 얼굴에 그려진 무늬를 떠오르게 했다.
기둥의 프레임이 내뿜는 빛이 그 벽을 비추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어떤 이야기가 적혀있는 것 같았다.
벽화의 첫 번째 부분은 바다였다. 바다에는 방대한 규모의 돛단배 함대가 있었는데, 제작 방식이 지금과 다른 걸 보니 아마 오래전 양식인 듯했다.
함대의 가장 큰 돛단배에서 제복을 입은 장교가 망원경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고, 그 뒤 병사들의 눈빛에 흥분이 가득했다. 장총을 든 손을 높이 들고 있는 모습이 출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두 번째 부분은 항해 과정이었다. 함대는 바다에서 많은 풍파를 겪었다.
벽화의 위쪽에서 번개와 폭풍이 나타나고 바다의 색도 검게 변했다.
그들은 거대한 바다 괴물의 공격을 받았고, 사람을 미혹하는 세이렌을 만났으며, 거센 파도가 그들을 집어삼키려 했다. 고요해진 후에는 그 크던 항대가 절반으로 줄어있었다.
그 항해사는 여전히 뱃머리에 서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앞을 가리키고 있었고, 가리킨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황금빛 해안이 나타났다. 함대는 천신만고 끝에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세 번째 벽화는 함대가 상륙한 후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닷을 내린 후 총을 들고 육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보니 알 수 있었다. 이 벽화의 함대는 원정 나온 식민 군대였다.
이 탑이 여기 있다는 건 그림 속 이야기는 크레론이 저지른 식민 전쟁의 일부일 수도 있다는 것이겠지.
--인간의 역사에서 잊힌 전쟁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음 부분을 보았다.
네 번째 벽화 속에선 항해사가 침략에 성공한 듯, 육지의 원주민들이 그의 앞에 엎드려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림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 벽화에서 항해사는 홀로 절을 받고 있었다. 그의 함대와 군대는 보이지 않았으며, 그 의 뒤는 왕좌가 아닌 거대한 묘비였다.
「여긴 무슨 뜻이죠? 그의 군대와 동료들은 어디로 갔나요?」
무에르토가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몰라요.」
의혹이 담긴 나의 눈초리에 그녀는 조금 당황하며 말했다.
「정말이에요. 이건 제 예전 마스터의 선조께서 남기신 벽화라서, 구체적인 건 저도 몰라요.」
「그럼 왜 내게 이걸 보여준 거죠?」
「곧 알게 되실 거예요.」
그녀는 내 손을 잡고는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빠르게 지나치는 벽화를 흩어보니 대충 알 것 같았다. 이 벽화에 담긴 건 항해사의 일생이었다.
그의 군대가 어떤 이유로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함대가 나타났다.
새로운 무리의 병사와 이민자들이 그를 도와 새 영토를 관리했다.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도시를 개척하고, 법률을 개정하고, 교육 시설을 설립했다.
그의 통치하에 이곳의 주민들도 점차 그의 문명을 받아들였고, 나름대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갔다.
그리고 항해사는 아내를 맞이하여 자녀를, 손주를 얻고... 그렇게 노년에 접어들었다.
나는 무에르토에게 이끌려 마지막 모퉁이를 돌았다. 벽화도 거의 끝에 다다랐다.
어느 날, 노년기에 접어든 항해사가 집을 나섰다. 그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다가 그만 넋을 잃었다.
그는 그가 처음 상륙했던 백사장에 서 있었다.
그리고 새하얀 모래사장에 나타난 적 없던 이가 서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그건 바로 나였다.
「이게 바로 당신을 꼭 데려오고 싶었던 이유에요.」
「선조께서 말씀하셨어요. 만약 후대에 누군가 그림 속 식신을 만난다면, 꼭 데리고 와서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라고. 하지만 제 마스터는 자녀가 없었죠. 그래서 이 일을 제게 맡기신 거예요.」
「하지만 자세한 이유는 알려주지 않으셨어요. 이 탑의 유래도, 이 벽화에 숨겨진 이야기도, 전 잘 몰라요.」
무에르토가 옆에서 나지막이 말했다.
얼떨떨했다.
그런 거였나...
곧이어 나는 탑의 꼭대기에 도착했다. 지붕창이 있는 곳이었다.
창 너머로 발밑의 낯설고 번화한 이 도시와 저 멀리 지평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에 돌아온 건 나였구나...」
「오랜만이야, 미드가르. 아니, 「마르도」 라고 불러야 하나.」
이젠 이 세상에서 사라진--나의 고향.
무에르토는 어느 탑 앞으로 나를 데리고 왔다. 구릿빛 열쇠구멍에 열쇠를 끼워 넣고 커다란 대문을 밀었다. 살짝 일어난 먼지에 그녀가 기침을 했다.
「여기에요, 들어가세요.」
그녀는 능숙하게 벽의 스위치를 켰다. 불빛이 켜지며 은밀한 공간을 밝게 비췄다.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비탈길이었다.
경사가 높지는 않았지만, 중앙의 기둥을 둘러싸고 올라가는 나선형 비탈길이었다.
밝혀진 블빛은 중앙 기둥에 걸린 수많은 직사각형 프레임이었고, 프레임마다 빛나는 문자가 적혀있었다.
「기억나세요?」
무에르토가 문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분명 그 프레임들에서 익숙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모두 다른 곳에서 온 듯했고, 미약하고 번잡했다. 그 속의 정보를 읽어낼 수는 없었지만 나는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프레임에 손을 뻗어 눈을 감고 그 에너지들이 내게 전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느껴보았다.
한참 뒤에야 난 눈을 떴고, 내가 알아낸 것을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그들은 모두 이 프레임의 뒤에 안장되었네요... 이 탑은 묘지였군요.」
「맞아요... 혹시 그들이 누군지 아시겠어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래된 에너지의 잔해라 너무 미약해요. 그들의 영혼은 이미 여기에 없어서 다른 정보를 알아낼 수도 없고요.」
예상이라도 한 듯 무에르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비탈을 올라가며 내게 따라오라는 눈짓을 했다.
「같이 가요.」
그녀의 의도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장소가 오랜만에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킨 건 분명했다.
난 그녀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모퉁이를 하나 돌자 왼편의 벽이 내 주의를 끌었다.
두루마리 벽화가 벽을 따라 걸려 있었는데, 거칠고 신비로운 배색이 무에르토의 얼굴에 그려진 무늬를 떠오르게 했다.
기둥의 프레임이 내뿜는 빛이 그 벽을 비추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어떤 이야기가 적혀있는 것 같았다.
벽화의 첫 번째 부분은 바다였다. 바다에는 방대한 규모의 돛단배 함대가 있었는데, 제작 방식이 지금과 다른 걸 보니 아마 오래전 양식인 듯했다.
함대의 가장 큰 돛단배에서 제복을 입은 장교가 망원경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고, 그 뒤 병사들의 눈빛에 흥분이 가득했다. 장총을 든 손을 높이 들고 있는 모습이 출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두 번째 부분은 항해 과정이었다. 함대는 바다에서 많은 풍파를 겪었다.
벽화의 위쪽에서 번개와 폭풍이 나타나고 바다의 색도 검게 변했다.
그들은 거대한 바다 괴물의 공격을 받았고, 사람을 미혹하는 세이렌을 만났으며, 거센 파도가 그들을 집어삼키려 했다. 고요해진 후에는 그 크던 항대가 절반으로 줄어있었다.
그 항해사는 여전히 뱃머리에 서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앞을 가리키고 있었고, 가리킨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황금빛 해안이 나타났다. 함대는 천신만고 끝에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세 번째 벽화는 함대가 상륙한 후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닷을 내린 후 총을 들고 육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보니 알 수 있었다. 이 벽화의 함대는 원정 나온 식민 군대였다.
이 탑이 여기 있다는 건 그림 속 이야기는 크레론이 저지른 식민 전쟁의 일부일 수도 있다는 것이겠지.
--인간의 역사에서 잊힌 전쟁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음 부분을 보았다.
네 번째 벽화 속에선 항해사가 침략에 성공한 듯, 육지의 원주민들이 그의 앞에 엎드려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림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 벽화에서 항해사는 홀로 절을 받고 있었다. 그의 함대와 군대는 보이지 않았으며, 그 의 뒤는 왕좌가 아닌 거대한 묘비였다.
「여긴 무슨 뜻이죠? 그의 군대와 동료들은 어디로 갔나요?」
무에르토가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몰라요.」
의혹이 담긴 나의 눈초리에 그녀는 조금 당황하며 말했다.
「정말이에요. 이건 제 예전 마스터의 선조께서 남기신 벽화라서, 구체적인 건 저도 몰라요.」
「그럼 왜 내게 이걸 보여준 거죠?」
「곧 알게 되실 거예요.」
그녀는 내 손을 잡고는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빠르게 지나치는 벽화를 흩어보니 대충 알 것 같았다. 이 벽화에 담긴 건 항해사의 일생이었다.
그의 군대가 어떤 이유로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함대가 나타났다.
새로운 무리의 병사와 이민자들이 그를 도와 새 영토를 관리했다.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도시를 개척하고, 법률을 개정하고, 교육 시설을 설립했다.
그의 통치하에 이곳의 주민들도 점차 그의 문명을 받아들였고, 나름대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갔다.
그리고 항해사는 아내를 맞이하여 자녀를, 손주를 얻고... 그렇게 노년에 접어들었다.
나는 무에르토에게 이끌려 마지막 모퉁이를 돌았다. 벽화도 거의 끝에 다다랐다.
어느 날, 노년기에 접어든 항해사가 집을 나섰다. 그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다가 그만 넋을 잃었다.
그는 그가 처음 상륙했던 백사장에 서 있었다.
그리고 새하얀 모래사장에 나타난 적 없던 이가 서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그건 바로 나였다.
「이게 바로 당신을 꼭 데려오고 싶었던 이유에요.」
「선조께서 말씀하셨어요. 만약 후대에 누군가 그림 속 식신을 만난다면, 꼭 데리고 와서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라고. 하지만 제 마스터는 자녀가 없었죠. 그래서 이 일을 제게 맡기신 거예요.」
「하지만 자세한 이유는 알려주지 않으셨어요. 이 탑의 유래도, 이 벽화에 숨겨진 이야기도, 전 잘 몰라요.」
무에르토가 옆에서 나지막이 말했다.
얼떨떨했다.
그런 거였나...
곧이어 나는 탑의 꼭대기에 도착했다. 지붕창이 있는 곳이었다.
창 너머로 발밑의 낯설고 번화한 이 도시와 저 멀리 지평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에 돌아온 건 나였구나...」
「오랜만이야, 미드가르. 아니, 「마르도」 라고 불러야 하나.」
이젠 이 세상에서 사라진--나의 고향.
6.5. 5장. 터덕킨
닭 한 마리를 깨끗이 씻은 오리의 배에 넣고, 다시 그 오리를 깨끗이 씻은 칠면조 속에 넣는다. 사이 사이에 채소와 향신료를 넣고, 한 층씩 꿰맨 후 오븐에 넣어 굽는다.
이렇게 조리한 음식이 바로 「터덕킨」, 마르도라는 국가의 감사절 메인 요리다.
「터덕킨」이라는 이름의 식신도 온기와 축하가 가득한 날에 탄생해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를 맞이한 건 환호가 아닌, 텅 빈 왕궁이었다.
화려하고 긴 식탁, 가득 차려진 맛있는 요리, 흔들리는 촛불. 외롭고 쇠약한 백발 여인 1명이 식탁의 끝에 앉아 있었지만, 그 외에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터덕킨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신경 쓰는 건 누군가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녀를 이 낯선 곳에 데리고 왔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새로워진 자신과 주변을 살펴보던 중, 여인이 단호한 명령조로 말했다.
「이리 오너라, 이 몸이 할 말이 있다.」
터덕킨이 고개를 들었다. 여인의 손에는 왕권을 상징하는 지팡이가 쥐어져 있었고, 반지는 아름답고 옷은 화려했다. 머리 위의 왕관 역시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여인의 노쇠한 모습과 대비되어 그녀의 생기를 앗아갔다.
세월의 냄새를 풍기는 육체, 그리고 그 육체에 묶인 고통으로 절규하는 영혼.
터덕킨은 명령이 아닌 호기심에 의해 그 여인에게 다가갔다.
여인의 앞에 서서 몸을 구부리자 여인의 눈에 유일하던 빛마저 가려졌다.
「가엽어라, 당신이 나를 소환했나요? 이 감옥을 벗어나기 위해?」
말이 끝나자마자 여인이 눈을 번쩍 뜨곤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눈물 없는 흐느낌이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넌 이 몸의 소망으로 생겨난 식신이다!」
터덕킨이 의아해하며 한 발짝 물러났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나치게 흥분한 여인을 지켜봤다.
여인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터덕킨의 팔을 잡았다. 놀랍게도 노쇠한 여인은 거역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터덕킨은 그녀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몸속에서 억제 마법이 발동되었다.
여인이 쉰 목소리로 웃었다.
「반항하지 마라 터덕킨. 너는 내 소환으로 생겨난 식신이다. 내가 시키는 것은 절대 거역할 수 없지.」
터덕킨은 그제야 몸의 통제권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눈치했다.
더 무서웠던 것은, 그녀의 원래 이름과 원래 있던 곳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터덕킨이었던 것처럼...
「터덕킨!」
여인이 또다시 그녀를 터덕킨이라 불렀다.
부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이름에 대한 반응을 거스를 수가 없었다.
「말씀하세요.」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이 호칭을 인정했다.
여인은 순간 냉정을 되찾고는 왕좌에 앉았다. 그리고 터덕킨에게 첫 번째 명령을 내렸다.
「나를 죽여라.」
...
아주 먼 옛날, 국경 전쟁이 시작하기 전, 식신과 낙신이 세상에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티르레 대륙의 지도에 「마르도」라는 국가가 있었다.
마르도인은 용감하고 전투에 능했으며, 그들의 마지막 여왕은 매우 뛰어난 인재였다.
마지막 마르도 여왕은 동안 군대를 이끌고 재위 기간 부족 장로들의 노예제를 뒤엎고, 주변 소국들을 합병했으며, 마르도의 문명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국가의 정세가 안정되자, 여왕의 야망은 점차 한때의 영광에 멈추지 않고 영원한 마르도의 여왕이 되고자 하였다.
여왕이 어떤 일을 겪은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군대를 끌고 장생하는 법을 찾으러 떠난 여왕이 돌아온 뒤, 대외적으로 자신이 영생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발표했을 뿐.
그 후로 누구도 그녀를 보지 못했다. 오직 끊이지 않고 발표되는 정책만이 그녀가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해주었다.
300여년이 흘렀고, 여왕은 마르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이 되었다.
백성들 사이에서는 여왕이 신의 보물을 얻어 영생을 얻었고, 평생 마르도를 지켜야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모든 진실은 여왕만이 알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제쳐두고 사신의 술래잡기에 푹 빠져 있었다. 하지만 거듭된 경고에도, 죽지 않는 것을 택했다.
그러나 그녀가 영생을 얻었다고 여기자 육체가 급속도로 늙었고,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끊어졌다. 이로써 그녀는 세상의 모든 것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영생의 대가는 절대적인 외로움이었다.
영생은 영혼을 부패한 껍데기에 영원히 가두는 것이다. 육체가 영혼의 감옥이 되도록.
한때 미친 듯 죽던 것이 이제는 도망칠 곳 없는 악몽이 되었다. 여왕은 자신을 영원한 감옥에 가두었다.
올해 감사절이 되어서야 그녀는 죽음이라는 소원을 빌고, 자신을 죽이라 명하기 위해 터덕킨을 소환한 것이다.
이게 바로 터덕킨과 다른 식신의 차이점일 것이다. 그녀는 죽음을 위해 왔기에, 육체가 아닌 영혼과 대화하는 것이다.
그녀는 인도의 능력이 무엇으로부터 온 것인지 몰랐지만, 천성적으로 영혼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세상에는 늘 영혼과 육체가 맞지 않을 때가 있다. 그것을 터덕킨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영혼이 잘못된 육체를 만난다면, 그 개체는 자기모순과 고통을 겪는다. 육체를 잘못 찾아간 영혼들은 언제나 때 이른 소멸에 이르게 된다.
터덕킨은 그런 자들을 품어준다. 그녀에게는 그 또한 영혼의 선택이며, 영혼은 새로운 삶에서 더 자유로운 육체로 더 큰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르도의 여왕이 그렇다. 커다란 무덤을 짓고 죽음을 위해 복잡하고 정교한 장례 절차를 계획했지만, 영원히 그곳에 잠들지 못한다.
터덕킨은 여왕의 육체에 갇혀 지칠 대로 지친 영혼을 보았고, 명령에 응했다.
열반의 불로 여왕의 영혼이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에르토 마스터의 선조를 만나게 되었다.
여왕이 세상을 떠나고, 크레론의 군대가 이 신비한 나라를 공격했다. 항해사와 그의 군대가 왕궁까지 쳐들어왔으나, 그들이 고독한 왕좌에서 발견한 것은 무덤이었다.
터덕킨은 이미 왕궁을 떠나 발길이 닿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전쟁 때문인지 이 땅에는 수많은 영혼이 떠돌고 있었다. 터덕킨은 그들을 하나하나 위로해 준 뒤 성불시켜주었다.
걷고 걷던 그녀는 어느 백사장에 도착하였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발밑에 많은 영혼이 속박되어 울부짖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엄청난 공명에 분노와 슬픔의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열반의 불로 영혼들을 구해주려던 찰나, 후드를 뒤집어쓴 복면 사내가 나타나 그녀를 저지했다.
「뭘 하려는 거냐!」
그녀에게 인간의 힘은 하룻강아지에 불과했다.
터덕킨은 그를 막은 뒤 의식을 이어가려 했으나, 원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 백사장 아래의 영혼들은 그녀가 최근에 봐 온 인간의 영혼이 아니다.
그들은 뭐지?
그녀는 곧장 복면 사내를 붙잡았고, 이내 진실을 알게 되었다.
마르도가 겪은 식민 전쟁에서, 침입자들이 세운 건 인간 병사가 아닌 식신 군대였다는 것을.
이 식신들은 항해사 장교의 명령을 따르는 최적의 살인 무기였다.
침략이 끝난 뒤, 항해사의 고국은 그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참전한 모든 식신 병사를 죽였다. 그리고 다시 인간 군대를 보내 식민지에 주둔하게 했다.
싸우고 죽임당하는 것. 그 은밀한 계약은 당시 모든 식신 군대의 숙명이었다.
그러나 복면 사내가 터덕킨에게 또 다른 사실을 알려주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소환한 식신을 없앨 수 없으므로, 이 식신 군대는 영체의 상태로 세상의 밑에 봉인되어 있다고. 그들은 그저 힘이 봉인된 상태에서 완전히 소멸할 그날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그리고 터덕킨이 들은 비명이 바로 이 백사장 아래에서 영원히 죽지 못하고 붙잡혀 있어야 하는 식신들의 울부짖음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죠?」
터덕킨은 인간의 잔혹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영혼들을 이렇게 대해선 안 돼요.」
「애초에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자들을 강제로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서 또 이렇게 그들을 괴롭혀요?」
터덕킨의 말을 들은 복면 사내가 돌연 무릎을 끓으며 주저앉고 울음을 터뜨렸다.
「데리고 가, 당신이 그들을 데리고 가줘!」
터덕킨은 그를 무시한 채 열반의 불을 소환했고, 많은 영력과 시간을 소모해 백사장 아래의 식신을 모두 왕생으로 인도했다.
그녀가 마지막 영혼을 보내고 뒤를 돌아보자, 그 젊은 복면인이 백발노인으로 변해있었다.
인간의 시간은 결국 식신과는 다르다.
그들은 하루살이처럼 짧은 삶을 살지만, 그에 비해 수많은 일을 벌이곤 한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그들이 후회할 줄 안다는 것이다.
노인이 그녀에게 깊이 허리를 숙였고, 터덕킨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곳을 떠났다.
「그날 이후로 난 여길 떠났죠. 돌아온 건 처음이에요.」
터덕킨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런 거였군요... 제 마스터의 선조가 그런 일을 겪었을 줄은... 그 탑은 그의 죄책감 때문에 몰래 지은 것 같네요. 그 백사장의 모래로 식신 병사들에게 묘를 지어주고 싶었나 봐요...」
무에르토가 말했다.
터덕킨이 아무 말 않자 무에르토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여길 떠난 후에는 어디로 가셨나요?」
「난 그저 영혼의 인도를 따랐어요. 그들이 내가 가야 할 곳을 알려주거든요.」
「이번에도 그런 건가요? 저 녀석의 아픔을 알게 되어서요?」
무에르토가 방을 가리켰다.
탑에서 돌아온 뒤로 방 안은 줄곧 조용했다.
「네.」
「하지만 이번엔 왜 그를 인도하지 않고 육체에 머무르게 하나요?」
터덕킨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모든 영혼을 인도하는 건 아니에요. 그의 영혼이 원해야 하죠.」
무에르토가 아리송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듯 말 듯 하네요.」
말을 하며 방을 쳐다본 무에르토가 이번에는 깜짝 놀랐다.
방문이 쥐도 새도 모르게 열려 있었다.
한쪽 눈을 잃은 붉은 머리의 식신은 머리를 풀어 헤친 채 겨우 문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터덕킨이 마치 그의 시선을 느낀 듯 고개를 돌렸다.
「내 영혼이 뭘 하고 싶은지는 나 외엔 아무도 몰라.」 붉은 머리 식신이 말했다.
무에르토가 펄쩍 뛰었다.
「뭘 하려는 거야!」
그러자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터덕킨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결론은 마음에 드는군. 난 리볼리타야. 잘 부탁해.」
영혼은 늘 겉보기와 다르다.
자기 자신도 거울에 비친 모습이 진짜인지 확신할 수 없다.
시간이 새로운 윤회를 시작했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해방일까 멸망일까. 모든 것은 계속된다.
이렇게 조리한 음식이 바로 「터덕킨」, 마르도라는 국가의 감사절 메인 요리다.
「터덕킨」이라는 이름의 식신도 온기와 축하가 가득한 날에 탄생해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를 맞이한 건 환호가 아닌, 텅 빈 왕궁이었다.
화려하고 긴 식탁, 가득 차려진 맛있는 요리, 흔들리는 촛불. 외롭고 쇠약한 백발 여인 1명이 식탁의 끝에 앉아 있었지만, 그 외에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터덕킨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신경 쓰는 건 누군가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녀를 이 낯선 곳에 데리고 왔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새로워진 자신과 주변을 살펴보던 중, 여인이 단호한 명령조로 말했다.
「이리 오너라, 이 몸이 할 말이 있다.」
터덕킨이 고개를 들었다. 여인의 손에는 왕권을 상징하는 지팡이가 쥐어져 있었고, 반지는 아름답고 옷은 화려했다. 머리 위의 왕관 역시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여인의 노쇠한 모습과 대비되어 그녀의 생기를 앗아갔다.
세월의 냄새를 풍기는 육체, 그리고 그 육체에 묶인 고통으로 절규하는 영혼.
터덕킨은 명령이 아닌 호기심에 의해 그 여인에게 다가갔다.
여인의 앞에 서서 몸을 구부리자 여인의 눈에 유일하던 빛마저 가려졌다.
「가엽어라, 당신이 나를 소환했나요? 이 감옥을 벗어나기 위해?」
말이 끝나자마자 여인이 눈을 번쩍 뜨곤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눈물 없는 흐느낌이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넌 이 몸의 소망으로 생겨난 식신이다!」
터덕킨이 의아해하며 한 발짝 물러났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나치게 흥분한 여인을 지켜봤다.
여인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터덕킨의 팔을 잡았다. 놀랍게도 노쇠한 여인은 거역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터덕킨은 그녀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몸속에서 억제 마법이 발동되었다.
여인이 쉰 목소리로 웃었다.
「반항하지 마라 터덕킨. 너는 내 소환으로 생겨난 식신이다. 내가 시키는 것은 절대 거역할 수 없지.」
터덕킨은 그제야 몸의 통제권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눈치했다.
더 무서웠던 것은, 그녀의 원래 이름과 원래 있던 곳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터덕킨이었던 것처럼...
「터덕킨!」
여인이 또다시 그녀를 터덕킨이라 불렀다.
부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이름에 대한 반응을 거스를 수가 없었다.
「말씀하세요.」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이 호칭을 인정했다.
여인은 순간 냉정을 되찾고는 왕좌에 앉았다. 그리고 터덕킨에게 첫 번째 명령을 내렸다.
「나를 죽여라.」
...
아주 먼 옛날, 국경 전쟁이 시작하기 전, 식신과 낙신이 세상에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티르레 대륙의 지도에 「마르도」라는 국가가 있었다.
마르도인은 용감하고 전투에 능했으며, 그들의 마지막 여왕은 매우 뛰어난 인재였다.
마지막 마르도 여왕은 동안 군대를 이끌고 재위 기간 부족 장로들의 노예제를 뒤엎고, 주변 소국들을 합병했으며, 마르도의 문명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국가의 정세가 안정되자, 여왕의 야망은 점차 한때의 영광에 멈추지 않고 영원한 마르도의 여왕이 되고자 하였다.
여왕이 어떤 일을 겪은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군대를 끌고 장생하는 법을 찾으러 떠난 여왕이 돌아온 뒤, 대외적으로 자신이 영생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발표했을 뿐.
그 후로 누구도 그녀를 보지 못했다. 오직 끊이지 않고 발표되는 정책만이 그녀가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해주었다.
300여년이 흘렀고, 여왕은 마르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이 되었다.
백성들 사이에서는 여왕이 신의 보물을 얻어 영생을 얻었고, 평생 마르도를 지켜야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모든 진실은 여왕만이 알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제쳐두고 사신의 술래잡기에 푹 빠져 있었다. 하지만 거듭된 경고에도, 죽지 않는 것을 택했다.
그러나 그녀가 영생을 얻었다고 여기자 육체가 급속도로 늙었고,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끊어졌다. 이로써 그녀는 세상의 모든 것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영생의 대가는 절대적인 외로움이었다.
영생은 영혼을 부패한 껍데기에 영원히 가두는 것이다. 육체가 영혼의 감옥이 되도록.
한때 미친 듯 죽던 것이 이제는 도망칠 곳 없는 악몽이 되었다. 여왕은 자신을 영원한 감옥에 가두었다.
올해 감사절이 되어서야 그녀는 죽음이라는 소원을 빌고, 자신을 죽이라 명하기 위해 터덕킨을 소환한 것이다.
이게 바로 터덕킨과 다른 식신의 차이점일 것이다. 그녀는 죽음을 위해 왔기에, 육체가 아닌 영혼과 대화하는 것이다.
그녀는 인도의 능력이 무엇으로부터 온 것인지 몰랐지만, 천성적으로 영혼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세상에는 늘 영혼과 육체가 맞지 않을 때가 있다. 그것을 터덕킨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영혼이 잘못된 육체를 만난다면, 그 개체는 자기모순과 고통을 겪는다. 육체를 잘못 찾아간 영혼들은 언제나 때 이른 소멸에 이르게 된다.
터덕킨은 그런 자들을 품어준다. 그녀에게는 그 또한 영혼의 선택이며, 영혼은 새로운 삶에서 더 자유로운 육체로 더 큰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르도의 여왕이 그렇다. 커다란 무덤을 짓고 죽음을 위해 복잡하고 정교한 장례 절차를 계획했지만, 영원히 그곳에 잠들지 못한다.
터덕킨은 여왕의 육체에 갇혀 지칠 대로 지친 영혼을 보았고, 명령에 응했다.
열반의 불로 여왕의 영혼이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에르토 마스터의 선조를 만나게 되었다.
여왕이 세상을 떠나고, 크레론의 군대가 이 신비한 나라를 공격했다. 항해사와 그의 군대가 왕궁까지 쳐들어왔으나, 그들이 고독한 왕좌에서 발견한 것은 무덤이었다.
터덕킨은 이미 왕궁을 떠나 발길이 닿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전쟁 때문인지 이 땅에는 수많은 영혼이 떠돌고 있었다. 터덕킨은 그들을 하나하나 위로해 준 뒤 성불시켜주었다.
걷고 걷던 그녀는 어느 백사장에 도착하였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발밑에 많은 영혼이 속박되어 울부짖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엄청난 공명에 분노와 슬픔의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열반의 불로 영혼들을 구해주려던 찰나, 후드를 뒤집어쓴 복면 사내가 나타나 그녀를 저지했다.
「뭘 하려는 거냐!」
그녀에게 인간의 힘은 하룻강아지에 불과했다.
터덕킨은 그를 막은 뒤 의식을 이어가려 했으나, 원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 백사장 아래의 영혼들은 그녀가 최근에 봐 온 인간의 영혼이 아니다.
그들은 뭐지?
그녀는 곧장 복면 사내를 붙잡았고, 이내 진실을 알게 되었다.
마르도가 겪은 식민 전쟁에서, 침입자들이 세운 건 인간 병사가 아닌 식신 군대였다는 것을.
이 식신들은 항해사 장교의 명령을 따르는 최적의 살인 무기였다.
침략이 끝난 뒤, 항해사의 고국은 그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참전한 모든 식신 병사를 죽였다. 그리고 다시 인간 군대를 보내 식민지에 주둔하게 했다.
싸우고 죽임당하는 것. 그 은밀한 계약은 당시 모든 식신 군대의 숙명이었다.
그러나 복면 사내가 터덕킨에게 또 다른 사실을 알려주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소환한 식신을 없앨 수 없으므로, 이 식신 군대는 영체의 상태로 세상의 밑에 봉인되어 있다고. 그들은 그저 힘이 봉인된 상태에서 완전히 소멸할 그날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그리고 터덕킨이 들은 비명이 바로 이 백사장 아래에서 영원히 죽지 못하고 붙잡혀 있어야 하는 식신들의 울부짖음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죠?」
터덕킨은 인간의 잔혹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영혼들을 이렇게 대해선 안 돼요.」
「애초에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자들을 강제로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서 또 이렇게 그들을 괴롭혀요?」
터덕킨의 말을 들은 복면 사내가 돌연 무릎을 끓으며 주저앉고 울음을 터뜨렸다.
「데리고 가, 당신이 그들을 데리고 가줘!」
터덕킨은 그를 무시한 채 열반의 불을 소환했고, 많은 영력과 시간을 소모해 백사장 아래의 식신을 모두 왕생으로 인도했다.
그녀가 마지막 영혼을 보내고 뒤를 돌아보자, 그 젊은 복면인이 백발노인으로 변해있었다.
인간의 시간은 결국 식신과는 다르다.
그들은 하루살이처럼 짧은 삶을 살지만, 그에 비해 수많은 일을 벌이곤 한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그들이 후회할 줄 안다는 것이다.
노인이 그녀에게 깊이 허리를 숙였고, 터덕킨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곳을 떠났다.
「그날 이후로 난 여길 떠났죠. 돌아온 건 처음이에요.」
터덕킨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런 거였군요... 제 마스터의 선조가 그런 일을 겪었을 줄은... 그 탑은 그의 죄책감 때문에 몰래 지은 것 같네요. 그 백사장의 모래로 식신 병사들에게 묘를 지어주고 싶었나 봐요...」
무에르토가 말했다.
터덕킨이 아무 말 않자 무에르토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여길 떠난 후에는 어디로 가셨나요?」
「난 그저 영혼의 인도를 따랐어요. 그들이 내가 가야 할 곳을 알려주거든요.」
「이번에도 그런 건가요? 저 녀석의 아픔을 알게 되어서요?」
무에르토가 방을 가리켰다.
탑에서 돌아온 뒤로 방 안은 줄곧 조용했다.
「네.」
「하지만 이번엔 왜 그를 인도하지 않고 육체에 머무르게 하나요?」
터덕킨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모든 영혼을 인도하는 건 아니에요. 그의 영혼이 원해야 하죠.」
무에르토가 아리송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듯 말 듯 하네요.」
말을 하며 방을 쳐다본 무에르토가 이번에는 깜짝 놀랐다.
방문이 쥐도 새도 모르게 열려 있었다.
한쪽 눈을 잃은 붉은 머리의 식신은 머리를 풀어 헤친 채 겨우 문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터덕킨이 마치 그의 시선을 느낀 듯 고개를 돌렸다.
「내 영혼이 뭘 하고 싶은지는 나 외엔 아무도 몰라.」 붉은 머리 식신이 말했다.
무에르토가 펄쩍 뛰었다.
「뭘 하려는 거야!」
그러자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터덕킨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결론은 마음에 드는군. 난 리볼리타야. 잘 부탁해.」
영혼은 늘 겉보기와 다르다.
자기 자신도 거울에 비친 모습이 진짜인지 확신할 수 없다.
시간이 새로운 윤회를 시작했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해방일까 멸망일까. 모든 것은 계속된다.
7. 코스튬
한계돌파: 밤 | |
획득 방법 | 식신 5성 달성 |
꺼지지 않는 불꽃 | |
획득 방법 | 이벤트 |
8. 기타
- 과거에 실험실에서 탈출한 리볼리타의 불안정한 영혼을 보고 그를 도와주었다. 그러나 이벤트를 보면 결국 그 이후 리볼리타의 몸이 개조당해 타락했다는 걸 눈치채고 그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 죽이려 한 듯하다. 그 사실을 안 리볼리타는 도망을 쳤고 터덕킨은 그를 쫓고 있다.
- 애플파이와 더불어 특정 이벤트 기간에 여산운무를 대신해 일정 확률로 공수를 통해 조각이 드랍되기도 한다.
9.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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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 공격형 | 생선회 · 쫑즈 · 크레페 · 붕어빵 · 라티아오 · 오므라이스 · 황주 · 량샤 · 우유 푸딩 · 완두떡 · 카가미모찌 · 자완무시 · 라무네 · 부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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