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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01 21:39:56

콜라 시추공

콜라 초심층 시추공에서 넘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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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역사
2.1. 개시와 초반기2.2. 세계기록 돌파, 더 아래로2.3. 수난과 최후
3. 알아낸 사실들4. 현재5. 기타

1. 개요


러시아 콜라반도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구멍이다. 콜라 초심층 시추공(Кольская сверхглубокая скважина)이라고도 하는 프로젝트로 1970년에서 1994년까지 24년간 소련에서 12,262m를 파내려갔다. # 깊이에 비해 직경은 고작 23cm로 성인 머리통이 채 안들어가는 크기로 아담하다. 당연히 최소 15km 깊이를 목표로 시작한 것이기에 직경이 넓어질때마다 나오는 버력[1]의 양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므로 최소한인 드릴의 직경으로 정한 것이다.

"원래는 갈 데까지 가 볼 요량이었으나 온도가 너무 높아져서 저 정도에서 중단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소련 붕괴로 인한 예산 부족으로 프로젝트가 종료되었다.

하나의 엄청나게 깊은 수직굴일 것이라는 인식과는 달리 중간에 가지를 뻗은, 5개로 갈라진 굴로 이루어져 있다. 이유는 하술.

2. 역사

2.1. 개시와 초반기

콜라 시추공은 1970년 5월 24일에 굴착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는 레오니트 브레즈네프의 집권기 한가운데로, 비교적 강성인 흐루쇼프의 시대를 지나 온건한 시기였기에 무기 개발이나 국력 신장에 별 관련 없는[2] 이런 순수한 궁금증과 과학적 호기심에 기반한 순수과학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었다. [3]

시작은 석유 시추를 위한 기존 드릴장비로 첫 삽을 떴다. 물론 7,000m의 깊이까지 파내려갈 수 있도록 약간의 개조가 된 물건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기성 제품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4년간 7,000m를 파낸 후에는 아예 전용 제작된 드릴로 장비를 전환하여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이 당시 목표 깊이는 15,000m였기에 장비에 붙은 이름은 우랄마쉬-15000.

2.2. 세계기록 돌파, 더 아래로

이후 5년을 더 파낸 우랄마쉬-15000은 미국 오클라호마에 위치한 9,583m 깊이의 베르타 로저스 구멍의 깊이를 돌파하고 콜라 시추공을 세계에서 가장 깊은 구멍으로 만들었다. 이때가 1979년 6월 6일. 이 날 이후로 2020년대인 현재까지도 콜라 시추공보다 깊은 구멍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3년 후인 1982년에 11,662m까지 파내려간 후 "첫번째 구멍"의 시추가 중단되었다. 사유는 불명이나 모종의 사고나 뚫기 어려운 암반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몇 달 후, 첫번째 구멍의 9,300m지점에서부터 비스듬히 가지를 쳐서 두번째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결국 1983년에 무려 지하 12,000m까지 파내려가는데 성공했으며 그 이후로 약 1년간 여러 과학자들의 방문과 높으신 분들의 축하방문으로 굴착은 중지된다.

2.3. 수난과 최후

약 1년 후, 굴착을 재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12,066m까지 파내려간 시점에서 드릴 스트링, 즉 드릴 머리에 회전력과 윤활액을 공급하는 여러 도막의 드릴 허리부분 중 한부분이 빠져버리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위의 프로젝트 중지 기간에 생긴 보수 문제임이 유력할 것으로 추측된다.

드릴헤드와 약 5m나 되는 드릴 스트링 도막이 두번째 구멍의 속에 남아버렸고, 12,066m 깊이에 23cm 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메인 구멍도 아닌 비스듬히 곁가지를 친 구멍 속에 끼인 구멍과 직경이 거의 비슷한 5m짜리 막대를 꺼내거나 구멍을 포기하는 선택지 밖에 남지 않았다. 감이 잘 안오는 사람들을 위해 같은 비율로 크기를 줄이면 재봉용 바늘이 겨우 들어갈 1mm구멍의 52.5m 깊이 지점에서 2cm길이의 쇠막대를 끄집어내야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결국 2년씩이나 굴착은 진행되지 못했고 사실상 이 시점에서 15,000m이상으로 갈 희망은 사라져버렸다. 골치아픈 사건이기도 하거니와, 벌써 굴착 개시로부터 16년이 지나 세상이 바뀌며 소련이 휘청거리다 1986년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가 일어나며 안그래도 가난하고 삐걱대던 소련이 모든 자원을 체르노빌에 쏟아부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2년의 중단 끝에 눈물을 머금고 두번째 구멍은 폐기, 첫번째 구멍의 7,000m 지점의 옆구리로 세번째 구멍을 파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세번째 구멍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구멍으로, 1986년에 12,262m의 지하에 도달했다.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어서, 그 당시 작성된 보고서의 전망으로는 1990년에 13,500m, 1993년에 목표로 하던 15,000m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1990년 6월, 3번째 구멍이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또 눈물을 머금고 약 8개월 후에 이번에는 3번째 구멍의 지하 9,600m 지점에서 가지를 쳐 4번째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4번째 구멍은 11,882m지점에서 1992년에 원인불명으로 중단, 포기하지 않고 94년 4월부터 세번째 구멍의 8,278m지점에서 곁가지를 쳐서 마저 파내려가기 시작했지만 동년 8월에 8,578m지점에서 재정 부족으로 5번째 구멍도 굴착이 중지되었다. 이후 콜라 시추공에서 다시는 드릴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며, 건물은 버려지고 굴착장비는 민간에 넘겨져 해체되는 등 최후를 맞았다.

3. 알아낸 사실들

콜라 시추공은 발트해 대륙지각을 약 3분의 1정도 파고 들어갔는데, 이는 시생누대의 깊이까지 파내려간 것이다. 시생누대는 무려 38~25억년 전이다! 24년이나 파내려갔다니 너무 오래걸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24년동안 최소 25억년의 세월의 깊이를 파내려간 것이니 어찌보면 매우 빠르게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구멍을 뚫으면서 알게 되었거나 버력들이 알려준 지질학적 조사자료들이 매우 많아 지질학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 알아낸 사실들은 다음과 같다.

1. 과학자들은 이 굴착 이전에는 지진파의 속도가 변하며 지진파가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지질의 불연속면에 대한 원인으로 약 7km 지하부터는 현무암 층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밀도가 낮은 현무암이 지진파의 전달을 방해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예상 외로, 7km 혹은 그보다 깊은 곳에 현무암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전혀 없을 것으로 예상한 화강암이 계속 나왔다. 지구가 오랜 시간에 걸쳐 아주아주 천천히 식었다는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그제서야 과학자들은 지진파의 불연속면이 화강암의 변성작용에 의한 것임을 알아낼 수 있었다.

2. 그리고 매우 특이한 사항으로, 지하 3~6km에서 이 발견되었다. 그것도 꽤나 대량으로. 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로, 이렇게 압력이 높은 지하에서는 물이 있을 공간이 없기 때문에 암석에 비해 밀도가 매우 낮은 물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지상으로 용천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으로 예측되었다. 하지만 이 또한 무른 현무암층이 아닌 단단한 화강암층이 발견됨으로써, 화강암은 고압의 지하에서 균열이 생겨 지상에서 물이 흘러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너무 고압의 환경이라 저정도 깊이에서는 물이 전혀 증발하지 않는다. 이때 콜라 시추공을 통해 지상으로 나온 물 분자는 이전에 대체 언제 마지막으로 햇볕을 보았을지 상상해보면 소름이 돋는 부분이었다.

3. 그리하여 암석과 토양에 의해 정화되는 암반수가 기존의 이론보다 훨씬 깊은 곳까지 도달했다가 가늠하기 어려운 오랜 시간을 거쳐 솟아오른 것일 수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4. 또, 콜라시추공에서 올라온 더 깊은 지하의 화강암 암반층은 고압으로 인해 아주 곱게 부서져 있었고 그 틈새로 물이 스며 푹 적셔진 자갈 내지는 모래와 같았다. 더 경외스러운 것은, 이 물은 지상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는 것. 이보다 더 깊은 심부 지각의 무기물층에서 올라와 그보다 위의 비투과성 암석에 가로막혀 지상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던 물인 것이 밝혀졌다. 이때 올라온 물은 최소 50억년에서 지구가 형성된 직후부터 이때까지 태양을 한번도 보지 못했던 물이었다. 진짜 5억 년 버튼을 10번도 더 누른 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5. 7km지하에서 플랑크톤 화석이 발견되었다.

6. 이제는 상식이지만 수소가스가 지하에 대량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굴착현장을 본 관계자는 윤활을 위해 드릴과 구멍의 틈새에 채워넣은 진흙이 올라오는 수소기포때문에 마치 끓는 것 같았다고 한다. 모든 원자 중 가장 가벼운 기체원자인 수소와 헬륨은 지구의 중력으로도 붙잡아두기 너무 가볍기 때문에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버려서 의외로 대기에서 찾아보기 어려운데, 지구가 형성되던 시절에 뜨거운 마그마에 붙잡혀 식은 후에도 깊은 지하에 붙잡혀있던 수소가 튀어나온 것이다. 이때 나온 수소들은 정말 지구의 탄생을 보았을 것이다.

4. 현재

이곳을 직접 가본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굴착시설 건물은 완전히 부서지고 버려졌고, 콜라 시추공은 단단히 봉쇄되어있다고 한다. 관광지로도 써볼만 할텐데 워낙 외진곳이라 그런지 아예 관리가 안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구멍이라는 칭호와 세계에서 가장 긴 구멍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지점이라는 칭호는 인공, 자연을 막론하고 독보적 1위를 유지중이다. 심지어 챌린저 해연도 해발 -10,920m밖에 안되니 말이다. 이후 2008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긴 구멍의 칭호를 유지하다가 카타르의 알 샤힌 석유 시추공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었고, 그 후로 더 긴 인공 구멍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깊은 구멍의 지위는 유지 중이다.

5. 기타


[1] 폐석. [2] 미국은 하늘로 향해 달에 갔으니 우리는 땅으로 향해 맨틀에 닿아보자는 생각이었다. 물론 지금도 근대의 인류적 대사건 탑3 이내에 드는 달 착륙과는 달리 땅은 아무리 파도 그저 돌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선전과 체제경쟁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3] 물론 1969년에 미국 달에 간데다가 브레즈네프는 미소간 핵전력의 비대칭을 우려하여 핵전력을 강화하는 등 70년대도 흐루쇼프 집권기보다 좀 나았던 것이지 완전한 평화기였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