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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새

파일:Chinese_dragon_asset_heraldry.svg.png 동아시아 상상의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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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특징
2.1. 짐독
3. 문헌 기록4. 생물학적 사실성5. 픽션상에서의 등장

1. 개요

파일:external/square.umin.ac.jp/fig03.gif 파일:external/square.umin.ac.jp/fig02.gif
[1]

파일:鴆鳥圖.png
고금도서집성의 짐새 삽화.[2]

(), 짐조(鴆鳥) 또는 짐새 중국의 여러 고문헌에서 중국 남부의 산악 지대, 화남 지방( 광둥성)에 주로 살았다고 전해지는 전설적인 조류로, 온몸에 맹독을 지닌 새이다. 전설에 따르면 ‘새매[鷣]'라는 새가 천년을 묵으면 짐새가 되는데, 이는 늙을수록 더욱 악독하게 된다고 전해진다.

분명히 사서에서 그 기록과 형태를 찾아볼 수 있고, 짐새를 일컫는 전용 글자 짐새 짐() 자까지 있지만, 짐새 자체는 오늘날 전혀 발견되지 않아[3][4] 어떤 새인지 알 도리가 없다. 이 때문에 단순한 전설 속 동물로 간주되기도 한다. 허나 단순히 지어낸 상상의 새라기에는 제보당의 괴수처럼 상세하고 구체적인 그림과 기록이 많거니와 여러 기록의 묘사도 일관적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현재는 상상의 동물이 아니라 고대 중국에 실존했지만 강남개발이 진행되며 장강 이남의 삼림들이 사라지던 위진남북조시대 근처에 멸종한 동물이라는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2. 특징

파일:Shanhaijing-Zhen.jpg
산해경의 삽화.[a]
파일:924954aec00b4cb2874e764abeddd7bb.jpg
청나라 판본 산해경의 삽화.[a]

파일:Bencaogangmu-Zhen.jpg
본초강목의 삽화.

기록에 따르면 짐새는 모습이 독수리/ 해오라기/ 백로/ 왜가리와 유사하고 몸집은 독수리만큼(또는 약간 더) 크고, 목과 부리, 다리가 길었으며 발톱은 세개, 부리는 밝은 구릿빛,[7] 깃털은 보라색 혹은 녹색이나 자녹색, 깃털 끝은 검은색, 몸은 검은색, 복부는 짙은 자주색,[8] 눈알은 붉은색이었고 머리에는 관수리처럼 깃털 볏이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묘사로는 송나라의 백과사전인 비아(埤雅)의 따르면 외모는 오리/ 거위와 같고 몸은 어두운 자주색이며 구리색의 부리는 7-8촌[9]이었다.

게다가 이 새는 동력조(同力鳥)라고도 불리는데 선인이든 악인이든 짐새의 이름만 들어도 안색이 변하고, 수컷은 운일(雲日, 運日), 암컷은 음해(陰諧)라고 한다. 또한 암수가 같이 잠자고 날면서 생활하며 새끼들을 돌보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암살자 한 쌍 같았다는 묘사가 있다.

산해경에도 짐새 이야기가 나온다. 중산경 중 중차십일경에 따르면 요벽지산(瑤碧之山)이란 곳에도 짐(鴆)이라는 새가 사는데, 모습은 참새 혹은 올빼미/부엉이나 오리/기러기 또는 꿩을 닮았고 비()라는 벌레[10]를 먹고 산다고 나온다. 이 새를 짐(酖)이라고도 한다고 기록했으므로 독성이 있다는 그 짐새를 가리킨 설명이 분명하다.

중국의 조류 전문가들과 사학자들은 짐새가 뱀잡이수리 또는 관수리와 유사하며 독화살개구리, 무당개구리, 두꺼비가 독을 생성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독 있는 생물들을 섭취함으로써 독성을 얻었다고 이론화했다.

2.1. 짐독

짐새의 독은 사람을 일순에 죽일 만큼 강력하기로 당대에 유명하여, '짐새 짐()' 자가 들어가는 어휘는 예외 없이 ' 죽음', '치명적인', ' 살해'라는 뜻이다.

온몸에 독기가 있어 짐새가 위를 날면 그 아래의 논밭, 꽃밭, 과수원은 모두 말라 죽었고 대소변 역시 독이 있어서 만약 짐새가 오줌을 싸면 집 천장과 금속, 암석을 비롯한 모든 것이 순식간에 부식되어 부서지고 구멍이 나는 건 물론이며 식물은 다 말라죽고 땅이나 은 빠른 속도로 오염되어 그곳의 모든 생물들은 다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심지어는 그 대소변에 맞거나 날아다니는 짐새 근처에 있기만 해도 즉사였기 때문에 모든 곤충 동물들이 짐새를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피했다고도 한다.

주로 독이 있는 동식물들이 많이 있는 특정한 깊은 밀림이나 산속에 서식했기 때문에 보기가 희귀했으며 전갈, 지네, 거미, , 개미, 가뢰 같은 독충들, 살모사(殺母蛇), 두꺼비와 야생에서 자라는 독버섯이나 을 먹고 사는데 특히 독사의 머리를 먹는 걸 즐겼고 독충과 독식물, 독이 있는 동물을 먹기 때문에 눈, 가죽, 피부, 살을 비롯한 몸, 깃털, 내장, 피, 뼈에는 맹독 성분이 가득하다고 하며, 사람이나 동물, 곤충이든 이 새를 먹거나 만지거나 스치면 100% 즉사했다고 하며 근처에만 있어도 죽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짐새의 둥지 근처엔 풀도 안 났고 짐새가 들어간 돌과 나무는 부식되었다 하며 심지어 짐새에서 나온 피와 고기, 깃털마저도 독의 제조와 암살에 사용되었다고 할 정도였다. 또 오죽하면 짐육재조 아도불식(鴆肉在俎 餓徒不食)[11]이란 말까지 있었으니 말 다 했다.

짐새를 이용하여 제조한 독을 짐독(鴆毒)이라고 한다. 입에 닿으면 입이 퍼래지고, 피부에 닿으면 두드러기가 생기고 눈에 닿으면 즉시 실명할 정도였다고 한다. 짐독의 정확한 성상 및 제조법은 알 수 없으나, 짐새의 나 독을 구강으로 섭취하면 이 탄다는 내용으로 보아 유기용매[12]와 비슷한 독으로 추정한다.[13] 게다가 이 독은 향도 맛도 색깔도 없어서 짐새를 잡아 그 깃털로 술을 담가 암살용으로 마시게 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렇게 짐독으로 만든 술을 짐주(鴆酒), 짐독을 이용한 독살을 짐살(鴆殺)이라 했다. 이렇게 물에 잘 녹는 짐새의 깃털을 물이나 술에 담그거나 타도 색, 맛, 향이 변하지 않아 독살에는 최적이었다.

비소화합물의 증기를 새의 깃털에 쐬어 깃털 표면에 비소 가루가 묻게 만든 것이 짐새의 정체가 아닌가 하는 설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실제 짐새가 모두 사라진 뒤 후대에 가짜 짐새를 만들어보고자 비소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짐새의 깃으로 만들었다는 짐주가 역사에 자주 등장하는데, 짐주를 만들기 위해 이런 뻘짓을 할 바에야 그냥 술에 비소를 타면 그만이니 주객이 전도된 격이다.

3. 문헌 기록

중국의 고대문헌과 공문서에서도 자주 언급되고 강력한 맹독을 '짐독'(鴆毒)이라고 하는 등 이야기가 많지만, 한편으로는 '논이나 밭 위를 날면 작물을 말려죽인다'라는 등의 폭격기를 방불케하는 지나치게 터무니없는 묘사 때문에 실존한 조류가 아닌 상상의 동물이라는 의심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야사나 민간의 이야기 수준이 아니라 관청의 공식 기록물 등 공문서 사서에 짐새 관련 기록과 그림이 매우 많이, 상세하게 등장한다.

남북조시대를 마지막으로 문헌상의 짐새에 대한 기록은 문헌마다 흩어져 일관성이 없어졌다. 따라서 짐새는 실존하였지만 이 시기 쯤 멸종되어 이후 상상의 동물처럼 다루어졌다고 추측할 수 있다. 위에 설명한 '논 밭 위를 날면 작물을 말려죽인다'라는 것도 멸종 이후 짐새의 이야기가 구전되면서 독성이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 보면 별 문제 없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인간의 활동으로 많은 동물이 멸종되고 그 뒤 기록만 남아 상상의 동물로 취급된 종이 많다. 만약에 실존했다면 대체로 오호십육국 시대 남북조시대를 거치며 강남지역에 한족들이 대거 남하하는 과정에서 농사를 지으려고 습지 정글을 없애고 해수구제사업처럼 숲과 초원, 산을 불태워서라도 박멸하는 과정에서 서식지가 파괴되어 점차 사라지다가 송나라 시기에 완전히 멸종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14]

조선 시대에도 짐새 관련기록이 나온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숙종 15년(1689)에 인조의 손자인 동평군(東平君)이 북경에서 짐새를 사 가지고 왔다는 소문이 퍼졌다. 물론 송나라가 멸망한 지도 몇 세기가 흘렀으므로 사실일 가능성은 낮다. 조선에는 중기까지만 해도 맹독이 없어서 사약이 잘 듣지 않는 일이 흔했고, 옥에 갇힌 죄수가 독약을 먹고 자살했다거나 효장세자가 독살당했다는 등 효과적인 독극물이 수입되기 시작한 때는 청나라를 통해 서양의 맹독을 구할 수 있게 되는 조선 후기로 추정한다.

이러한 짐새의 무서움 탓에 짐독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코뿔소의 뿔이고, 코뿔소의 뿔로 잔을 만들어 그 안에 짐독이나 짐주를 넣으면 거품이 일어나 독을 중화한다는 근거 없는 헛소문이 퍼져 코뿔소들이 대량으로 사냥당했고, 나중에 이 이야기가 유럽으로 전해져 유니콘의 모티브가 되었다.

4. 생물학적 사실성

오랫동안 조류에는 유독종이 보고되지 않았기에 짐새 또한 허구의 동물이리라 의심받았지만, 현대에 유독종 조류가 실존함이 학계에 보고되자 짐새의 존재에 대한 신빙성을 높혀주었다.( 영어 위키백과 List of poisonous animals의 birds 항목 참조)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Pitohui_dichrous.jpg
사진은 두건피토휘(Hooded pitohui, Pitohui dichrous)

뉴기니에서 발견된 피토휘(Pitohui, Pitohui spp.)와 '파란모자이프리트(Blue-capped Ifrita. Ifrita kowaldi)라는 새는 피부와 깃털에 호모바트라코톡신이라는 맹독이 있는데, 독이 있는 딱정벌레를 잡아먹어서 축적한다고 한다. 피토휘 새의 깃털에 있는 독이 사람 피부에 닿으면 잠깐 마비가 될 정도이고, 혈관에 직접 주입하면 사망한다. 파푸아뉴기니의 원주민들은 피토휘를 "쓰레기 새"라는 멸칭으로 부르며 보통은 먹지 않지만 절박한 경우에는 이 새의 깃털과 껍질을 제거하고 고기에 숯을 입힌 다음, 구워 먹는다고 한다. #

또 다른 유독종 조류인 때까치지빠귀속(Shrikethrush) 역시 먹이를 통해 독을 얻는 조류들이며 박차날개기러기는 고기를 먹으면 독에 중독되어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피토휘를 비롯한 이들 역시도 독화살개구리, 무당개구리, 두꺼비, 복어처럼 독있는 먹이를 주면 독이 생긴다.

한편으로는 야생 메추라기를 먹고 Coturnism이라는 중독증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서양에서 은근히 악명높으며, 후투티도 천적으로부터 방어무기로 냄새가 역하고 유독한 분비물을 내뿜는다.

그렇다고 이런 조류들이 곧 고대 중국의 짐새라는 말은 아니다. 서식지가 중국이 아닌 데다 이 새들의 독은 사서 속 짐독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다만 이런 새들의 존재가 입증된 것으로 보아 짐새라는 멸종된 유독종 조류도 충분히 존재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발견된 유독종 조류의 공통점은 모두 체내에서 스스로 독을 생성하지 않고 먹이를 통해 얻었다는 것인데, 이는 전설 속 짐새와 생태가 매우 유사하다.


5. 픽션상에서의 등장



[1] 왼쪽 그림은 삼재도회의 삽화로, 명나라 때의 그림이라 신뢰도가 떨어진다. 실제로 밑의 외형 묘사와 비교하면 괴리가 심하다. 신뢰도가 떨어진 이유는 짐새가 멸종한지 명나라 기준으로 이미 1000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2] 위 삼재도회 삽화를 더 세밀하게 옮겨 그린 것으로 보이나, 청나라 때의 그림이므로 위 이미지보다도 신뢰도가 더 떨어진다. [3] 살아있는 짐새는커녕 짐새 화석조차 발견되지 않고 있다. [4] 사실 화석이 발견되지 않는건 당연한데, 짐새는 다른 크립티드와 다르게 외형적인 특징으로 어필하는 크립티드가 아니다보니 그 수많은 조류화석 중에 뭐가 짐새라고 특정짓기도 애매하다. 이미 화석이 발견된, 멸종된 새가 알고보면 짐새일수도 있는지라... [a] 이 문서의 삽화 중 유이하게 위진남북조 시대 이전에 그려진 그림(을 옮겨 그린 그림)이라 가장 신뢰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후 판본에 옮겨 그리며 와전된 걸 감안해야 하나 그래도 대충의 실루엣은 유추 가능하다는 의의가 있다. [a] [7] 이야기에 따라 붉은색이나 분홍색 또는 주홍색이었다 한다. [8] 어떤 기록에선 깃털은 대부분 보라색, 복부는 녹색 또는 보라색, 날개 끝은 녹색이었다고 전해진다. [9] 대략 21~24cm란 얘긴데 비슷한 체급의 흰머리수리의 부리가 4~7cm이니 짐새의 부리는 엄청나게 긴 것이다. 부리가 엄청 긴 편인 왜가리두개골 전체 길이가 18~20cm 정도이다. [10] 산해경의 문맥에서 비(蜚)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불명확하다. 메뚜기류나 진딧물일 수도 있고, 바퀴일 수도 있고, 또는 날벌레를 폭넓게 가리키는 단어일 수도 있다. [11] 짐새의 고기가 도마 위에 있어도, 굶주린 사람조차 먹지 않는다. [12] 쉽게 말해 벤젠이나 아세톤 류의 공업용 유독성 물질에 함유된 성분. 땅이 황폐화됐다거나 건축자재가 부식됐다는 등 기록을 토대로 추정해보면 강산성 물질을 분비했을 가능성도 있다. [13] 하지만 그런 유기용매들이 치사량으로 포함되면 향이 없기는 힘들다. DMSO나 포름아마이드 정도를 생각해볼 수는 있으나, 동물이 직접 합성할 가능성이 낮고 독성도 낮은 편이다. 게다가 무향무취에 관해서는 특히 강산 계열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설령 황산 같은 놈을 합성했다하더라도 그걸 만든 짐조가 저장 및 운반을 어떻게 할 것이며... [14] ()도 하나라 때의 물왕도마뱀, 코브라, 버마비단뱀, 양쯔강악어에 가까운 형태로 사실적으로 묘사되기에 실존했으나 멸종된 동물이라는 설이 있다. 최근에는 명나라 초에 멸종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악어인 한유수쿠스 바다악어(중국 남부 개체)가 용의 모델이 된 후보 동물로 떠오르고 있다. 코끼리, 코뿔소, 물소같은 대형 포유류는 물론이고 군자긴팔원숭이 오랑우탄같은 유인원도 서식하는 등 중국 내에서 멸종 전까지는 고대의 상준을 보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었지만, 황하 장강 유역 일대를 비롯한 중국 남부의 밀림이 개간되면서 서식지 파괴와 가죽 및 고기 사냥으로 멸종된 뒤에는 이런 동물을 묘사한 물품이나 그림들이 점점 추상적으로 변한다. 이후 외국과 교류를 시작하면서 실제 코끼리와 코뿔소가 수입되자, 다시 현실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15] 여기서의 짐새는 '몸에 맹독을 지닌 반면, 그 피는 모든 독을 해독한다'는 설정. [16] 춘추전국시대의 진나라가 아닌 고대 한반도 중남부 지역에 위치했던 부족 연맹체로 뒷날 마한· 진한· 변한으로 대표되는 삼한의 시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