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pe (일반/밝은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09-21 17:27:42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저주받은 자의 심문


파일:상위 문서 아이콘.svg   상위 문서: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
파일:DestinyLegends.png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wiki style="margin: 0 -10px;"
{{{#!folding [ 펼치기 · 닫기 ]
하위직업 | 에버버스 | 행성 | 수성 | 화성 | 뒤엉킨 해안 | 꿈의 도시(목적지) | 대장간 | 방랑자 시즌 | 풍요의 시즌 | 공격전 | 명상 | 시련의 장 | 갬빗 | 리바이어던 | 마지막 소원 | 슬픔의 왕관 | 아홉의 시련 | 강철 깃발 | 여명 | 진홍의 주간 | 수호자 대회 | 영웅의 지점 | 업적의 순간 | | 구원의 정원 | 불멸 | 서광 | 자격 | 오시리스의 시험 | 출현 | 사자들의 축제 | 유로파 | 사냥 | 딥스톤 무덤 | 선택받은 자 | 융합 | 잃어버린 자 | 왕좌 세계 | 되살아난 자 | 신봉자의 서약 | 망령 | 이중성 | 우주 해적 | 세라프 | 감시자의 첨탑 | 네오무나 | 대항 | 악몽의 뿌리 | 심해 | 심해의 유령 | 마녀 | 소원 | 빛 속으로 | 창백한 심장 | 구원의 경계 | 에피소드: 메아리 | 에피소드: 망령 | 베스퍼의 주인
선봉대 업적 지식
빛 업적 지식
황혼과 새벽 업적 지식
| 잊혀진 자의 이야기 - 4권 | 정원 길
어둠 업적 지식
}}}}}} ||

1. 개요2. I.I: 낡은 피와 부서진 뼈3. I.II: 낡은 피와 부서진 뼈4. I.III: 낡은 피와 부서진 뼈5. I.IV: 낡은 피와 부서진 뼈6. II: 학살의 알현7. III: 제의적 둥근 구덩이8. IV: 피의 경기9. V: 사악한 계획10. VI: 피의 경기11. VII: 잘린자와 사멸한 자12. VIII: 자기 희생13. IX.I: 사멸14. IX.II: 사멸15. X: 뼈의 신념16. XI: 반논리17. VIII.X: 외전18. IX.X: 외전19. IX.X.I: 외전20. IX.X.II: 외전21. XI.X: 외전

1. 개요

달에서 괴사성 암호를 수집해야 한다.

2. I.I: 낡은 피와 부서진 뼈

말칸스의 불경스러운 욕망

혈통은 단절되었다.
남은 계승자들은 아니라 주장할 것이다.
그들의 오스뮴 궁정 마지막 왕의 혈연과 뼈의 결속이 그들을 승천 후보자로 지정해 주었지만, 이러한 자격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진화는 강제이고, 패배한 왕과 왕자의 빈 왕좌에 버릇 없는 아이들이 달려들 때 검의 논리는 잠자코 기다리지 않는다.
난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본다.
거짓말쟁이들.
부당한 요구를 하는 자들.
그들의 왕으로서.
그의 왕자로서.
궁정의 모든 혈통은 자격이 없다. 역사는 다르게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역사는 진실이 아니다.
"오직 나만이 우리 미래의 문제를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범죄이며, 따라서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은 처벌받아야 한다."

3. I.II: 낡은 피와 부서진 뼈

아크라줄의 무력한 분노

"그런 건 없다.
"그들의 힘은 검의 논리가 요구하는 피와 고통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들 또한 모두와 마찬가지로 가치를 명백히 드러낼 수 있도록 고통을 받아야 하나, 그들은 이런 종국을 두려워한다.
"나는 심문관의 권리도 칭호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들의 야망이 드리운 아지랑이 속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다.
"그들은 명예와 고결함을 이야기한다.
"그들에게는 없는 것이다.
"그들은 힘을 갈망한다. 사실이 아니다.
"그들은 진화를 추구하지만 그 대가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이 원하는 건 이러한 이교도 '구원자'에 대한 경고가 예언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심연으로부터 나타나 시간보다 더 잔혹한 적들을 상대로 패배와 고통을 겪으며 약해진 우리를 집어삼킬 것이다.
"나는 네가 바라는 길이 전통 이상의 것에 대한 비난은 아닐까 두렵다, 누이여.
"넌 우리 지각을 넘어서 오랜 세기에 걸쳐 육신과 뼈, 정수 그 자체에 새겨진 해석에 도전하고 있다.
"넌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논리를 사멸하려 하고 있다.
"이는 반역에 해당하는 모욕이다.
"다른 자들도 시도해 봤다.
"다른 자들도 이토록 냉담한 죄악의 책임을 졌다.
"그러나 한때 우리의 왕이었던 자의 탐욕스러운 후손을 보면 오직 겁쟁이들만 보인다.
"내겐 탐욕으로 쓰인 우리의 종말이 보인다.
"미천한 정권의 여파가 보인다.
"우리가 이런 꼴로 쓰러지는 걸 보고 싶지는 않다.
"버릇없는 계승자들과, 전투를 치르며 전쟁에서 패배한 지금에 와서야 용기를 얻은 절박한 군중에서 태어난 자칭 영웅들에게 이끌려 망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우리 종말의 시작일 것이다."

4. I.III: 낡은 피와 부서진 뼈

아자바스의 열띤 포옹

"우리 중에서 오직 너만이 고통을 겪고도 생존했다, 오라비여.
"많은 이들이 네 절단을 수치의 징표로 여겼다.
"많은 이들이 네가 패배하여 심연으로 돌아오지 않고 가루가 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내 노래에도 반영되었던 분노가 이런 주장을 깨뜨릴 것이다.
"널 모욕하는 자들…
"절단된 기사 아크라줄.
"수치스러운 아크라줄.
"약자.
"실추한 자.
"그들 모두는 죽지 않는 빛에 감히 도전할 생각도 하지 못한 자들이다.
"그들은 약속된 우리 미래의 적이다.
"네 뼈가 조각나고 사지가 달의 상처투성이 표면 아래 움푹 꺼진 어둠 속으로 떨어질 때 그림자 속에 숨어 지켜만 보던 자들이다.
"나 또한 우리 누이의 말에 담긴 죄악을 알고 있다.
"그녀의 의도는 더욱 중차대하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차지해야 했던, 우리에게 약속되었던 자부심 또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구원을 약속하며 나타났지만 실제로 그런 선물을 줄 능력조차 안 되는 '후계자들'에게 감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난 너와 함께한다, 친애하는 누이여.
"난 너와 함께한다, 친애하는 형제여.
"먼지나 재, 혹은 드높은 영원 위에 우뚝 선 신이 우리 희생의 무게에 짓눌릴 때까지 각자의 고통으로 길을 닦자.
"우리가 자격이 없는가?
"고대의 권리에 따른 자격이 없다면, 결코 권력을 탐하지 않고 권력이라는 질병이 타락한 자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막은 비참한 자들과 같은 자격은 있지 않을까?"

5. I.IV: 낡은 피와 부서진 뼈

말칸스의 치명적인 약속

"그렇다면 결정되었다.
"논리는 자격 없는 자들 사이에서는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착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도전하려는 이들을 모욕하기는 하더라도, 우리는 그들의 진정한 피붙이다.
"골수로 묶여 있거나 피의 신성함으로 관계되어 있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의 범죄와는 유형이 다른 우리 자신의 실패로 결속되어 있다.
"하지만 그러한 앎에는 명예가 있다…
"오직 우리만이 가치 없음을 인지하고 가장 진정한 반영에 무지한 채 승천을 추구하는 자들보다 우월할 수 있는 것이다…
"무지는 논리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 사항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자유로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다…
"검의 논리는 전부가 아니다.
"그리고 그 논리 또한 전복될 수 있다. 아니, 전복되어야만 한다.
"나는 명예로운 길과 타락한 길을 모두 연구했다. 오릭스의 힘, 그 자매들의 힘과 교활함, 크로타의 오만이 보여준 어리석음, 의절한 자의 강령술이 초래한 죄악을 두루 살폈다.
"나는 오래전부터 세계의 무덤에서 알려진 문구와 비밀스러운 지식을 훔쳐내 왔다.
"나는 지금까지 힘의 지배에 의존하고 적자만이 생존할 수 있는 나날이 그릇된 길로 들어서는 때를 대비해 왔다.
"그 의미에 관해 우리가 이해하는 바에는 문제가 있어, 이단에서 힘과 목적을 찾으려 하는 자들의 조작에 영향을 받을 여지가 있다.
"선언하노니, 우리가 바로 죄인이자 이단자이다…
"선언하노니… 죄악을 저지르자.
"거짓을 말하고 음모를 꾸며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낸 진실이 활기 없이 침체된 믿음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시대를 탄생시키게 하자.
"친애하는 아크라줄이여.
"친애하는 아자배스여.
"형제여.
"자매여.
"우리의 고통이 남긴 보상에서 정당한 고뇌를 수확하자.
"우리는 통치의 짐을 짊어지고 그토록 막대한 무게의 고통을 견뎌낼 것이다.
"그리고 우리 외의 모든 자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종막의 배상, 자신의 최후라는 가혹한 현실을 견뎌내야만 할 것이다."

6. II: 학살의 알현

아래와 같이…

저주의 우물 바닥에 있는 구덩이의 원 안에서 잔혹주의자들의 집회가 영원한 왕좌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모래와 파멸로 이루어진 일천 명 전사들이 또 다른 살육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을 왁자지껄하게 기다리고 있다.

위와 같이…

꼭두각시 조종사가 되길 원하는 자들이 네크로폴리스의 신성한 대지 위 삐죽삐죽한 벽에 매달린 진홍빛 탑에서 날카로운 눈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교활한 생각과 장대한 계략은 있되 무력이 모자란 자들이 검의 논리의 선물을 강제로 취했다. 자신을 제국의 어둠 속 건축가라 생각하는 자들이다. 비밀과 수 세기에 걸친 소문을 거래하고 거짓의 씨를 뿌리며 자신의 유산을 구축해 온 자들이다. 말이 그들의 무기이며, 이는 그 어떤 칼날만큼 날카롭게 살을 저민다.

군주들이 사악한 언어로 중얼거리는 사이, 더럽혀진 왕족이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선다.

자비에 반하는 자매들. 파멸의 자매들. 크로타, 아니 세계파괴자의 딸들. 파괴의 후손이자 버려진 왕좌의 직계 계승자이지만 구덩이의 부름으로 실각했던 자들. 말칸스와 그 형제자매가 도전하고자 했고 또 파괴하고자 했던 특권 계층의 조종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 딸들이 감히 왕좌를 차지하는 싸움에 도전하는 자들을 심판하러 왔다.

그들은 칠흑의 광야를 더럽히는 천공의 하늘을 파괴할 수 있는 전사를 찾았다. 그들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내려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후손들 중에는 분명히 그런 존재도 있으리라.

베수리스가 의혹을 속삭였다. 보쉬르 역시 그에 동의했다.

키녹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현재 상황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무리가 자신의 운명을 되찾을 경우 그들이 어느 깊이까지 승천해야 할지 고심했다.

연장자이자 범람한 자 해시라둔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자매들은 입을 다물었다.

학살이 예정되었다.

7. III: 제의적 둥근 구덩이

아래와 같이…

위대한 오스뮴 왕이 최후를 맞은 이래로 수많은 용사들이 검의 논리에서 약속한 보상을 찾아 바람에 나부끼듯 흩어졌다.

헤아릴 수 없는 고통.

헤아릴 수 없는 역경.

그것이 어찌나 컸던지, 부서진 달의 표면 아래 이토록 깊은 곳, 그 어떠한 빛도 단 한 번 침범하지 못한 이곳의 거친 동굴 벽에는 멈추지 않는 고통의 후산이 도사리고 있다고들 한다.

여기에는 한때 위대하였으나 낮은 곳으로 추락한 자들이 천상의 감옥이자 무지한 자의 형체에 갇혀 버둥거리는 유령의 그림자가 어둠에 잠긴 통로에 출몰한다. 아니, 예언에 그렇게 명시되어 있다…

"가치가 없다는 낙인이 찍힌 자들은 자기 야망이 처음 자리를 잡던 때의 모습에 갇힌 채로 야망의 심연에서 길을 잃을 것이다." —저주의 책, 11번째 진실

그럼에도 각자의 야망을 수호하고자 일어선 모든 자들을 파괴할 생각으로, 무리는 최종적인 죽음 또는 증오스러운 저주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모여든다.

그들 사이에서 당당한 줄마크는 전투에서 고통을 통해 얻어낸, 석회화되어 육중하게 자라난 외피 아래의 바싹 마른 힘줄을 이리저리 풀었다.

줄마크는 다른 모든 이들이 쓰러진 이후 두 번째로 그 자리에 섰다.

그는 원 안팎에서 승리를 거두며 많은 아군과 적을 만들었다.

두 번째 승리 이후에는 광적인 군중의 시선 속에서 다른 전투가 이어졌다.

처음에는 한 시종이 그림자 속에서 그를 조준했다. 무명의 숭배자가 줄마크의 신격화를 끝내겠다며 보낸 겁쟁이였다.

그 약한 자의 등뼈는 줄마크의 발아래에서 쪼개졌다.

그리고 그 이후… 달각거리는 턱과 날카로운 발톱을 지닌 자아 없는 무의 파도인 노예가 출몰했다. 이 또한 무명의 공모자가 보낸 선물이었다.

그들의 가루가 줄마크의 허리에 매달린 주머니에 담겨 있었다. 구덩이 속 희생자들의 단말마가 사그라들고 환호의 포효가 잦아들면 조용히 맛볼 수 있을 별미였다.
줄마크는 원의 가장자리에 줄지어 선 무리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수백 명의 떼. 모두 형제 자매를 산산이 조각내기를, 줄마크가 그랬던 것처럼 당당한 승자로 일어서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는 모두의 눈이 자기를 바라보는 걸 느꼈다.

널리 알려진 용사인 그가 지금의 목표물이었다.

많은 자들이 그를 찾아올 것이다. 무리를 이룰 것이다.

그리고 줄마크의 손에 최후를 맞을 것이다.

분노가 피어올랐다. 구덩이 속에 끈적하고 따뜻하고… 성난 에너지가 차올랐다.

학살의 시작을 알릴 연회는 없었다.

감히 이 싸움에 참여하려 하는 자들은 그저 긴장감이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그러면 첫 번째 검이 올라가고 다시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이 대지는 피와 모래의 혼합물로 두텁게 뒤덮일 것이다.

위와 같이…

높은 곳에서, 해시라둔은 첫 번째 검이 떨어지고 절단이 시작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8. IV: 피의 경기

아래와 같이…

줄마크는 그들이 자신을 찾아 올 것임을 알고 있었다.

줄마크는 준비되어 있었다.

손에 든 검, 그의 의지의 연장선인 검의 무게가 가볍게 느껴졌다.

그의 대검은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적을 베어냈다. 자기 주제를 넘어서서 장대한 계획을 세운 어리석은 자들의 여린 뼈를 마음껏 잘랐다. 한 시종의 육신과 골수가 말끔하게 분리되었고, 그의 육체가 조각나 쓰러지는 사이 존재의 가루는 짙은 회색 구름이 되어 너울거렸다.

그만큼 빠르게 더 많은 칼날이 줄마크에게 향했다.

그는 여기저기 베이면서도 절대 비틀거리지 않았다.

그는 돌진해 오는 기사의 목덜미를 붙잡아 칼끝을 공격자의 목에 밀어 넣은 후 위로 올려 어깻죽지로 꺼냈다. 투사의 초록색 눈에 반짝이던 빛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의 육신도 더는 그릇이 아니게 되었다. 줄마크는 죽은 물체의 목을 더 강하게 움켜쥔 후 그게 다음 공격을 막아 줄 방패라도 되는 것처럼 위로 높이 치켜들었다.

그의 손아귀가 죄악처럼 조여오고 죽은 기사의 육신은 땅으로 떨어졌다. 그는 여전히 등뼈를 꽉 쥐고 한때 살아 있던 머리를 무기로 사용했다. 줄마크의 사체 몽둥이가 다음 공격자의 머리를 때리고 뼈와 뼈가 충돌했다. 두 개의 머리가 쪼개졌다. 적이 또 하나 쓰러졌다.

칼날이 줄마크의 등에 꽂혔고, 그대로 척추를 지나 갈비뼈에 와닿았다.

위와 같이…

해시라둔은 실망했다.

그녀는 학살의 외견에 싫증이 났다.

검의 논리에 걸맞은 자격을 갖춘 이는 없었다.

줄마크는 충분히 인상적이긴 했지만, 그런 그도 크로타는 아니었다. 오릭스도 아니었다. 그는 쓰러질 것이다.

베수리스가 속삭였다.

그리고 자매들은 돌아서 떠나려 했다.

높은 곳의 신도들은 모두 그 뒤를 따르며 진홍빛 사원을 비웠다. 이제 아래쪽 구덩이에서 약속된 실망을 지켜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9. V: 사악한 계획

구덩이 건너편에서 세 자매는 그림자 속에서 지켜봤다.

말칸스는 웃었다.

해시라둔과 자매는 혐오감을 숨기지 않고 떠났다.

그들 또한 논리를 의심할 이유를 찾았다.

자칭 꼭두각시 조종사의 정치는 계속되는 의식에서 눈을 떼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묵살과 함께 고위 계층에서는 간단하고도 강력한 사실을 도외시했다…

무리는 전통을 그리 쉽게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거기에서 태어났고, 그 확실성이 주는 편안함 안에서 번식했다.

방자한 지배 계층은 믿음의 힘을 잊었다.

어리석은 대중에게는 검의 논리만이 전부이다.

그 진실이 말칸스가 전복의 세력을 키우는 씨앗이 될 것이다.

위쪽의 겁쟁이들이 구덩이에 등을 돌린다 해도, 사악한 말칸스의 원대한 열망은 아주 재미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녀는 더 크게 미소지었다.

"줄마크는 우리 파괴의 도구다.
"그가 논리를 산산히 조각낼 것이다.
"그가 순환을 깨뜨릴 것이다. 우리를 이 죽은 보주의 죽은 행성계에서 기다리는 파멸로 인도한 궁정과 왕의 거짓말을 드러낼 것이다.
"그는 용맹하고 무시무시하다. 언젠가는 그 또한 위대해질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세대가 전설을 쌓아 올릴 위인의 자리에 올라설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무리가 영원 너머의 미래를 보기 위해서는 그가 앞으로 찾아올 모든 것의 촉매가 되어야 하며, 그 이상의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준비되었나, 누이여?"

"그 어느 때보다 진정으로 준비되었지. 내 희생이 우리의 길을 새겨 주길. 내 사멸이 우리의 구원이 되길."

"그리고?"

"부활은 보답할 수 없는 선물이다. 그 대가로 나는 복수만을 약속할 것이다, 누이여. 그리고 네 희생에는? 한때 별들도 감히 반짝였던 무한한 무덤에 네 자리를 약속하겠다."

10. VI: 피의 경기

신자들이 떠났다.

저급한 칼날에 관통당한 줄마크는 실패했다.

신자들은 무모했다.

줄마크는 돌아섰다.

그의 육체에 붙들린 칼날이 부러졌다. 그 칼을 찔렀던 자는 이제 날 없는 손잡이를 제외하면 아무 무기도 없었다.

줄마크는 단 한 번의 강타로 공격자를 압살했다. 그러나 이미 상처를 입은 뒤였다.

무리가 켜켜이 쌓여 그를 짓눌렀다. 자르고 또 베었다.

용사가 되고자 했던 자는 군중에게 삼켜졌다.

구덩이 건너편에서 전투원들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이제 용사가 죽었으니 새로운 용사가 승리를 차지해야 했다. 검의 논리의 요구였다.

꿈틀거리는 뼈와 발톱의 무더기 아래에서 줄마크에게 달려들었던 자들은 서로를 찌르고 쑤시며 모두의 무게에 짓눌려 죽어갔다.

그리고 움직임이 나타났다.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무더기가 흔들리고 맥동했다.

그리고 강력한 힘이 방출되었다. 사체들이 하늘을 날고 성난 형체가 쿵쿵 앞으로 나섰다.

십여 번 이상 꿰뚫려 칼날과 칼자루로 온몸을 장식한 줄마크가 드세게 포효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그는 털썩 주저앉았다가, 거친 숨을 내쉬며 일어섰다.

무더기는 계속해서 꿈틀거렸다.

줄마크는 약자를 짓밟으며 불퉁한 경사면을 올라갔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육신이 쌓여 생겨난 뼈다귀 무덤의 정상에 올라서서, 부상당한 용사는 뱃속 깊은 곳에서 거칠게 밀려나온 전투의 포효를 외쳤다.

꿰뚫린 자 줄마크.
쓰러지지 않은 자 줄마크.
파괴자 줄마크.

무리는 돌진했다.

무더기 위 높은 곳에 있는 그를 향해 버둥거리며 기어올랐다.

그리고 그의 곁에 도달했을 때 그들은 차례차례 그의 압도적인 품에 자신을 바쳤다. 용사에게, 논리에 자기 자신을 희생했다.

그들은 자격이 없었다.

어쩌면 줄마크는 자격이 있는지도 몰랐다.

11. VII: 잘린자와 사멸한 자

아크라줄의 비애

"나는 열등한 존재이자 정신이다, 누이여.
"네 사멸이 내 전부를 보게 해줄 것이다.
"내 도난당한 사지, 굴복자 왕의 헛된 권력을 지키려다 빛의 자식들에게 잃어버린 그것이 날 낙오자로 만들었다.
"내 실패의 불명예가 흔들리지 않는 수치가 되어 질병처럼 번졌고, 부서진 나 자신뿐 아니라 너와 친애하는 말칸스까지 더럽혔다. 나는 역병이다. 나는 시들어 가는 무시의 대상이다.
"그러나 여기… 네 이타적인 선물 속에서 난 새로운 의미를 찾았다.
"네 육신과 뼈에서 나는 다시 한번 나를 찾을 것이다.
"그 발견과 함께 난 영원히 널 기억할 것이다.
"이 물리적 차원에서 네가 내 그릇이 될 테니. 나는 네 정수의 그릇이 되고 네 의지의 핵은 내 안에서…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아자바스의 긍지

"네 말은 기쁨이었다, 오라비여.
"마지막 말처럼 난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쁨은 내 증오와… 내 분노에 비추어 보면 그저 사소할 뿐.
"내가 사멸을 선택한 이유는 절단 이후로 줄곧 길들여 왔지만 그 숯과 같은 심장의 표면 아래에서 뜨겁게 불타고 있는 네 분노의 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구덩이의 저급한 자들이 줄마크의 검이라는 삐죽삐죽한 해안에 파도처럼 자기 자신을 바쳐 부서졌을 때처럼 내 의지로 나를 바쳤다.
"그 이유는 우리가 새긴 길이 명확히 보이기 때문이다. 그 목적은 이단에서 태어났지만 네 분노처럼 순수했다.
"내가 유일하게 후회하는 것은 네 격노가 드러나는 것을 보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이 손으로 자격 없는 자들을, 존재 그 자체를 처벌하지 못한다는 것뿐이다.
"넌 위대한 군주가 될 것이다, 오라비여. 나를 통해서…
"이 광활한 우주에 끝없이 자라나는 무리의 고통의 여왕 아자바스의 이름을 써내려갈 것이다.
"내 껍질은 사랑하는 복수의 아크라줄의 무장한 그릇이 되고, 내 부서진 왕자는 더는 부서지지 않으리라."

12. VIII: 자기 희생

아크라줄은 제단 위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자기 심문이라는 사악한 술책은 그가 이해할 수 없는 범주의 일이었고, 그것 또한 그의 누이가 고대의 금지된 기록에서 찾아낸 금단의 가르침에서 도용한 것이었다.

살아 있는 정수를 해부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보유한 자는 거의 없었다.

게다가 자기 계층을 잘라내 그 그릇에 다른 존재를 수용할 수 있는 자는 그보다 훨씬 더 적었다.

기만자 말칸스는 평생을 불법적인 지식을 습득하며 보냈다. 뜨거운 호기심으로 해석들 사이의 틈을 탐험하며, 불가능한 상상의 후미진 구석에서 지식을 끄집어냈다.

그녀는 오라비에게 그의 고통이 자매의 고통에 비하면 빨리 끝날 거라고 단언했다.

아크라줄은 누이의 말에서 위안을 찾지 못하고 비명을 지를 준비를 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은 사랑하는 아자바스의 사멸에만 존재할 뿐이라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남매는 함께 침묵했다. 최악의 경우 지금 그들이 저지르려 하는 죄악은 소거형에 처해질 수 있는 배신 행위였다. 하지만 이제 돌이킬 수는 없었다.

말칸스는 고귀하고 용맹한 오라비를 향해 돌아섰다. 엿보는 자들의 눈을 피해 숨어들어간 이 버려진 성당의 아치형 공간에 아자바스의 비명이 울려 퍼지면 그가 관여하려 들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아크라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말칸스는 손가락을 갈라진 입술에 대고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크라줄은 오른팔의 잘린 중앙이두박근, 거칠게 석화된 덩어리를 쳐다본 후 다시 말칸스를 보고나서 눈을 감았다.

말칸스는 오라비가 차분하게 긴장을 풀고 제 역할을 하도록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웃었다.

그녀는 굵은 볼트로 손목과 발목을 묶어 제단에 고정된 아자바스를 향해 돌아섰다. 끔찍한 고통이 뒤따르고, 그녀의 육체는 정신과 정수가 찢어지고 다른 정신을 섬기기 위해 육신에서 생명이 빠져나가는 침입의 고통에 저항하려 발버둥칠 것이다.

아자바스는 오라비와 그가 다시 완전해진 후 도래할 지옥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가 눈을 감는 순간 속삭이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희미한 칭송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말칸스의 첫 번째 절단을 완료했다.

13. IX.I: 사멸

노래하라, 누이여… 죽음과 죽음의 많은 선물을

첫 번째로부터 전쟁이 일어났다.

자기 전쟁. 정복 전쟁. 절망의 전쟁. 탐욕의 전쟁.

전쟁으로부터 죽음이 태어났다.

죽음으로부터 종말이.

종말로부터 시작이.

이들 중 하나가 의사와도 같은 우아함으로 잘라낸 아자바스의 모든 진실이 담긴 고통의 음조로 불리고 있다.

사멸이 누이의 존재를 드러냈을 때 말칸스의 귀에서 피가 흘렀다.

아자바스의 비명에 화답하여 고대 역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생명의 노래

그 노래가 늘 타락이었던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정원사에게서 훔쳐낸 선물로 시작되었다. 구체의 놀라운 선물이라는 알 수 없는 현실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한 신호가 발견되었다. 반복되는 곡조, 창조의 노래였다. 그 주파수는 생명의 약속이 자리를 잡은 곳이라면 행성들 속 어디에서라도 들을 수 있었다. 암모나이트 중 일부도 그걸 숭배했고, 군체 중 일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또 일부는 노래를 가두고 제어하려고도 했다. 생명을 제어하는 건 죽음을 제어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야망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해석만큼이나 오래된 것이었다. 노래의 선율은 포착되고 연구되었다. 주파수는 복제되었다.

하지만 구체의 수수께끼는 그리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노래는 아름다웠지만 그것만으로 생명을 줄 수는 없었다. 그 노래는 하나의 노래가 아니라 수많은 노래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반복구 속에 드러나지 않은 리듬이 전체의 의미와는 명확히 구분된 나름의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생각이었다.

수 세기가 흘렀다. 노래는 길들여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삶은 흘러갔다.

죽음의 노래

이 노래를 기념하여 합창단이 결성되었다. 이들의 공연이 계절의 흐름을 알렸다. 하지만 노래의 거짓이 그 곡조를 들은 사람들의 영혼을 타락시키기 시작했다. 선율은 암시였다. 구체는 촉매였다. 그리고 노래는 구체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 노래를 포용한 이들은 그저 악기일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삶은 그들의 손아귀 너머에 남아 있었고, 그들은 죽음의 손아귀에 사로잡혔다. 합창단 단원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첫 번째 지휘자는 자신이 만든 아리아를 부르는 자에게 암살되었다. 이름이 삭제된 그 여자는 주파수 속에 숨은 음계를 찾아냈다. 그리고 이를 반전하여 음조를 뒤집은 후 함께 엮어 아름다운 혐오를 노래했고, 결국 지휘자는 눈물을 흘리고 피를 흘리고 비명을 지르다 쓰러졌다. 이름이 삭제된 그 자는 자신의 죄악을 실감하고는 겁에 질린 나머지 달아났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녀의 기법에서 새로운 약속을 찾아냈다. 그 자는 붙잡혀 심문을 받았고, 그렇게 그녀의 노래가 해석되었다. 그렇게 새로운 노래의 첫 번째 음계가 기록된 것은 거의 모든 것의 해석이 이루어지기 전이었다.

14. IX.II: 사멸

이 음계 속에 아름다운 망각이

전쟁은 수 세기 동안 계속되었다. 수많은 전쟁 중 하나, 그저 또 하나의 전쟁이었다. 그 다음 전쟁처럼 아무 의미도 없었다. 합창단과 죽음노래에 관한 이야기는 그저 최선의 경우 완전한 거짓이고, 최악의 경우 엄청나게 과장된 민간 전승으로 여겨졌다… 그들은 생명의 선물을 찾으며 그 아름다움을 더럽힐 뿐인 악마들이었다.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로 세계의 무덤에서 소거되고 그 결과 기억에서도 사라져 더는 기록에 남아 있지 않은 한 종의 고향 행성은 행성계 끝자락에서 전투에 휘말리지 않고 무사히 살아남았다. 군체의 분노로부터 이 행성을 지키기 위해 그 위치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다. 궤도에는 대포, 이동식 전투복, 지뢰, 중력 새총 등의 고급 공격 설비가 다수 배치되어 행성을 지켰다. 그들은 보호받고 있었다. 안전했다.

그들은 소형 우주선들이 방어선을 몰래 빠져나가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총 스무 척의 우주선이 행성 적도의 지정된 좌표에 순차적으로 착륙했다. 4조 명의 거주민이 각각 낮과 밤의 삶을 살고 있을 때 미지의 선율이 산들바람에 실려 왔다. 그 아름다운 노래는 천상의 선물이자 모든 것의 종말이었다. 합창단이 노래를 불렀다. 겨우 스무 명뿐이었다. 그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졌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행성의 지각이 꿈틀대고 갈라졌다. 바다가 요동치고 대지 위로 흘러들었다. 핵이 흔들렸다. 지면이 깨졌다. 방어선이 빠르게 대응하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노래가 시작되고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잊힌 사람들의 숨겨진 행성은 둘로 쪼개졌다. 그것이 노래의 힘이었다. 생명에 반하고 망각을 초래하는 선물이었다.

부활

말칸스는 누이의 비명과 함께 찾아온 고통이 그녀의 정신을 녹여 버리려 위협하는 동안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는 강했다.

그리고 거의 끝나갔다.

아자바스의 존재는 그녀의 사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바로 노래를 배우고 그 음계를 완벽하게 가다듬고 자신만의 아리아를 써서 죽음이 되는 것이었다. 그녀가 노래의 진정한 힘에 관한 전설에 그토록 강하게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에 말칸스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크로타가 총애하던 이르 유트조차 합창단을 재건하는 일은 이미 오래전 포기했지만, 아자바스는 그 욕망을 굳건히 고수했다.

말칸스는 자부심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기 자신이나 오라비와 마찬가지로, 뼈가 더 순수한 자들의 눈에는 그저 열등한 계층으로 보일 뿐일 그녀의 누이까지도 행동보다는 정치를 선택한 부패한 겁쟁이들보다 훨씬 커다란 야망을 키우고 있었으니까.

검의 논리는 그들을 실망시켰지만, 그들은 무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말칸스는 마지막 절단을 완료했다.

아자바스의 비명이 성대를 찢어서 그녀는 침묵에 잠겼다. 볼트로 고정된 몸이 거세게 경련하다가 곧 움직임을 멈췄다.

잠시 동안 말칸스는 자매의 정수를 붙잡았다.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매였던 불씨는 잠시 명멸하다 빛을 잃었다. 말칸스는 움찔했다.

아크라줄이 제단에서 풀쩍 뛰어올라 말칸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에 굴하지 않고 말칸스는 단 한 번 깊고 말끔하게 칼을 휘둘러 오라비의 정수를 육체로부터 잘라냈다.

아크라줄의 육체가 지면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의 영혼은 누이의 것보다 더 크고 강했다. 더 크게 분노하고 더 흉악했다.

한 순간 말칸스는 아자바스의 그릇이 오라비의 분노를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걱정했다.

그녀는 절단된 기사의 정수를 아자바스의 텅 빈 껍질에 밀어넣었다. 그들의 죄악은 그렇게 끝이 났다.

이제 그 결과가 도래할 것이다.

15. X: 뼈의 신념

모두가 모였다.

구덩이에서는 또 한 번의 학살이 준비되고 있었다.

흔들리지 않는 줄마크가 이제 세 번째로 그곳에 섰다.

그에게 도전할 자가 조만간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다.

남아 있는 강대한 자는 조만간 모두 그의 검 앞에, 그의 힘 앞에 쓰러질 것이다.

탑에 앉은 신도들이 열띤 기대감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무리의 수색이 끝난다는 생각에 그들의 수근거림에도 더욱 더 확신이 차올랐다. 지도자가 일어설 것이다… 새로운 왕자가 왕이 될 것이다.

작당한 군중 사이에서 해시라둔과 자매들은 침묵했다.

그들은 누군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그들의 권위에 도전하기를 기대했지만, 줄마크는 지금껏 길고 격렬하게 부상하며 의혹의 씨앗을 뿌렸다. 딸들은 구덩이에서 검의 논리에 따라 진정한 승자가 탄생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했다.

줄마크는 물론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왕이 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지금껏 그가 누굴 상대했던가? 무리에서 그에게 어떤 경쟁의 기회를 제공했었던가?

그들 아버지의 살육과 할아버지의 전쟁의 여파로 왕족에 어울리는 자질을 갖춘 전사는 소실되었다. 물론 빛 또한 영향을 주었다. 증오스러운 수호자가 나타나 달과 행성계 전역에서 자신들의 의지를 군체에 강요했다. 지금 남아 있는 자들은 부서진 유산의 찌꺼기들에 불과했다.

줄마크의 승리와는 관계 없이, 해시라둔의 머릿속에서 구덩이는 이미 실패로 입증되었다.

게다가 딸들은 그들의 선조가 아직 논리의 부름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비밀스러운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 크로타와 오릭스는 모두 패배하였다. 하지만 그건 처음이 아니었고, 딸들은 뼈의 왕, 의지의 탈취자, 유일무이한 진짜 형체의 왕은 영원 속으로 사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쓰러지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다.

적어도 그들이 행한 행위의 공포, 그 정복의 기억은 약한 자들에게 진정한 공포를 가르쳐 줄 수 있도록 깨어나는 악몽처럼 남을 것이다.

그러한 믿음에 따라 딸들은 구덩이 너머에서 태어난 전략을 바탕으로 가장 위대한 혈통을 되살리겠다는 자기들만의 계략을 수립했다.

따라서 지옥문 아래 깊은 곳에서 계승자들은 고대의 발견으로부터 기이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시작했다. 구덩이를 포기하고, 검의 논리가 할아버지의 권위를 증명할 수 있는 새로운 길과 새로운 해석을 아로새길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이 가문을 실각시키려 하는 이들, 즉 지금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이들은 이런 연구를 모욕적이라며 낙인을 찍을 것이다. "논리는 논리다. 그렇게 알려져 있고, 그것만이 옳다." 그들은 이렇게만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상상력이 부족하다. 논리는 단순한 무력만이 아니다. 교활함과 속임수다. 생존이다. 왕을 강대하게 하는 모든 것에서 태어난 승리다.

구덩이에서 줄마크는 전투의 포효를 내질렀다. 모든 것을 끝내 버리고 왕관을 차지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해시라둔은 경멸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왕이 될 수는 없었다. 오직 뭉툭하고 잔혹한 도구로 남을 뿐이다.

그가 구덩이의 용사로 등극한다면… 왕관이라도 쓰기라도 한다면… 딸들의 계획은 진정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위협을 받을 터였다.

16. XI: 반논리

위와 같이…

학살의 구덩이의 도살자 여왕은 첫 번째 발코니 위로 일어섰다. 가슴을 크게 부풀리고 두 눈을 가늘게 떠서 초점을 맞춘 그녀에게는 아직도 피가 엉겨 붙어 곤죽이 된 뼛가루가 들러붙어 있었다.

신도들은 그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공포가 네크로폴리스의 비겁한 무리를 사로잡았다.

모두가 아자바스를 알아보았지만, 그녀는 투사가 아니었다. 또한 그녀의 노래는 분명 치명적이긴 했지만, 부서진 합창단의 다른 이들이 듣기에는 그 음조가 완벽함과 거리가 멀었다.

그는 양 손에 묵직한 대검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희생자의 살덩이가 들러붙은 검은 이미 무거울 대로 무거워졌다. 그리고 아래쪽에는 수많은 사체가 조각난 채 안식에 들어 있었다.

논리를 증명하는 데 거의 성공했던 용맹한 줄마크 또한 사지가 제거되고 심장이 뛰던 자리엔 텅 빈 구멍만이 남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신도들은 아자바스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그녀는 전사가 아니었으나 정복자처럼 싸웠다. 그녀는 지금껏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용사를 도살했다. 논리가 거의 충족되었다. 그녀가 대체 무슨 권리로…?

그 노래꾼에게 경고하던 사악한 학자는 아자바스의 대검이 그의 육신을 공기처럼 가르자 그대로 둘로 쪼개졌다.

신도들은 쏟아지는 아자바스의 분노를 온몸으로 느끼며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들은 투사가 아니었다.

그저 음모를 꾸미고 상대를 조종하는 겁쟁이들이었다.

그들은 아크라줄이 증오하는 모든 것을 상징했다.

그의 새로운 육신이, 그의 새로운 뼈가 그 증오를 빠르고 무자비한 폭력으로 표출할 수 있게 해줬다. 그는 누이에게 감사하며 지금 그가 쏟아내는 피를 보면 여동생도 자랑스러워할 거라고 확신했다. 여동생은 자신을 희생하여 그가 다시 한번 그들의 믿음을 위해 싸울 수 있게 해줬다. 선혈이 가득한 구덩이 위 높은 곳에 드리운 이 횃대에서 존재하지 않는 왕의 조언자가 되고 싶어 하던 자들은 버둥거리며 쓰러졌고, 그는 누이를 위해 누이 안에서 누이로서 죽였다. 탑에서 탑으로, 겁쟁이에서 겁쟁이로. 진정 가치 없는 자들의 사체가 피의 사원에 이리저리 널브러졌다. 비명이 그 광대한 전당을 가득 채우며 메아리쳤다. 아크라줄과 아자바스는 하나였고, 그 결합으로 인해 그 또한 예전과는 달랐다. 이제 아크라줄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그의 분노만 남아 있었다.

그는 꼭두각시 조종사들을 도살하는 것이 말칸스의 계획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이제 그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복수뿐이었다. 무리를 실망시킨 모두를 말살하고 대학살에 대한 그의 갈망을 충족시키는 것만이 중요했다.

신도들 사이에서 크로타의 딸들이 탈출하려 했다. 하지만 베수리스는 자매들을 향해 돌아서 지금 이 순간을 이용하자고 했다. 아자바스의 적의가 미치는 사면의 끝을 벗어나서, 그들은 혼돈에 힘입어 자신들의 죄악을 묻었다. 망토에서 단검을 꺼내며, 해시라둔과 베수리스, 키녹스와 보쉬르는 자신들의 계획에 위협이 될 거라 생각되는 자들을 암살했다. 어차피 모든 것은 아자바스의 소행으로 여겨질 것이며, 설사 들통난다 해도 그들에게 도전할 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아래와 같이…

구덩이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아자바스는 대학살을 잠시 멈췄다.

귀에 익은 목소리였지만 이상하게 달랐다.

아래쪽, 지면을 뒤덮은 부서진 사체들 위에 말칸스가 떠 있었다.

아자바스는 남은 희생자들을 흘긋 바라본 후 누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말칸스가 다시 불렀다.

"오라비여… 네가 필요하다."

아자바스는 높고 붉은 횃대를 떠났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신도들은 고통을 꾸며내는 딸들에게 이끌려 그곳에서 달아났다.

구덩이 안에서 아자바스는 신중한 눈빛으로 말칸스를 바라봤다. 침묵의 죽음노래꾼은 당황한 채 불안해하고 있었다. 몸의 중앙에 커다란 상처가 구멍처럼 벌어진 모습으로, 말칸스는 그 곁에 떠올라 자매의 귀에 속삭였다…

"우리의 길은 어긋났다. 네 분노는 짐이다. 내가 덜어 주겠다…"

말칸스가 익숙한 노래를 낯선 음조로 부르기 시작하자, 그 의미를 알아챈 아자바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말을 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사멸하여 조각난 후였다.

노래는 계속되었고, 아자바스는 귀와 코와 눈과 입에서 피를 흘렸다. 뼈가 갈라지고 육신이 부풀어 오른 끝에 결국 그녀는 부서졌다. 말칸스는 다시 한번 웃었다. 기만자의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검의 논리를 지연시킨 것 자체가 그들의 승리였다.

마지막 신도가 탈출하는 사이 해시라둔은 구덩이 안을 바라봤다. 줄마크는 패배했고, 새로운 용사는 산산이 조각났다. 이제 논리의 포상을 차지할 자는 없었다. 아버지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딸들의 계획을 위협할 자도 더는 없었다.

그리하여 이제는 모든 것이 시작되기 전과 마찬가지로 실패한 검의 논리와 악몽에 관한 미지의 약속만이 남았다.

17. VIII.X: 외전

불화의 속삭임

"잘 들어라, 오 노래의 자매여, 오 절망의 노래꾼이여, 오 죽음의 인도자여!
"네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아니하였다.
"네 사명은 몰수되었다.
"너는 폭력인가? 아니면 죽음인가?
"공포의 어머니들, 동류의 둘이지만 하나와 같지는 않다.
"하나는 약속이다.
"다른 하나는 확신이다.
"하지만 약속은 실현되지 않고 가장 순수한 의도를 지닌 이들조차 거짓말쟁이로 만든다.
"그렇다면 왜 확신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인가?"

언니가 처음으로 육신을 베기 직전, 아자바스의 귓가에 첫 번째 속삭임이 들려왔다. 고통이 방을 가득 채우던 순간에도 그 나직한 말이 그녀의 마음에 메아리쳤다.

"네 언니는 교활하고 순수하게 신성을 모독하려 한다.
"검의 논리를 망가진 것이라 생각하는 그녀의 시선은 명료하고 진솔하다.
"하지만 네가 새기는 길은 어리석기만 하구나.
"넌 약자의 파멸을, 텅 빈 왕좌를 차지하려는 겁쟁이들의 소멸을 추구한다.
"그러나 너희 중에는 왕자가 없다.
"왕도 없다.
"여왕도 없다.
"그리하여 넌 너를 바치고, 그 용감한 희생으로 살육을 분만하려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 아자바스여, 고아가 된 무리의 그녀, 부서진 합창단의 그녀는 어떻게 되겠는가?
"네 껍질이 폭력으로 인해 구금되면 오직 그뿐일 것이다.
"넌 자신에게 약속을 했다.
"죽음이 그 뒤를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건 너와 불쌍하고 길 잃은 말칸스가 표출하려 하는 분노의 여파에 따르는 부수적인 결과에 불과하다.
"그리고 아이야, 네 오빠가 줄 수 있는 건 오직 그 분노뿐이다.
"넌 그게 정당한 것이라 생각하겠지.
"틀린 건 아니다.
"불쌍하고 어리석은 아크라줄. 그는 자신의 실패가 초래한 결과를 보며 얼마나 오랫동안 비통하게 울부짖었던가?
"이제는 그가 분노를 충족시키고 육신과 영혼이 온전해진 모습을 보려고 넌 네 것인 육체와 영혼, 그보다 더 중요한 것까지 포기하려 하는구나…
"네 소중한 재능.
"네 노래를."

18. IX.X: 외전

죄악의 결과

"넌 네 여동생들을 사랑하지만 받는 사랑에 대한 대가로만 사랑할 뿐이다. 그런데도 넌 불쌍하고 상냥한 아자바스가 자기 모든 것을 네게 바치게 하였다. 네가 그녀를 대신할 수 있도록 여동생의 정수를 소멸시키는 것을 택했다. 하지만 정수가 그녀의 전부는 아니다. 그녀의 재능은 어떻게 하겠느냐? 그녀의 영혼 속에 메아리치는 선율은 진귀한 보물이다. 합창단의 자격을 갖춘 이들보다 우리 존재의 고통에 더 순수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들은 없다. 그럼에도 소중한 아자바스는 네가 온전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주려 한다. 자기 재능을 네 분노로 대체하려 한다. 분노란 것은 그렇게도 쉽게 태어나고, 그렇게도 간단하게 자라나고, 그렇게도 애처롭게 역전되는 것이거늘. 그러나… 그것이 바로 아자바스의 애정의 깊이다. 가장 아끼는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 자신의 존재 그 자체를 온전히 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의 어리석음이다. 그렇다면 네 사악한 여동생 말칸스는 어떠한가? 그녀의 너에 대한 애정은 야망으로, 검의 논리에 대한 냉철한 진실로 단련되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보고, 많은 것을 알고, 전례 없이 그런 비밀을 무기처럼 휘두른다. 그녀가 널 소중히 여긴다는 걸 넌 가슴 깊은 곳에서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그건 그녀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신실하고 진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네 혈통의 미심쩍은 소명에도 불구하고 충직하게 몰락한 왕자를 섬겼다. 하지만 빛의 아이들이 이 전당을 저주하고 모두를 학살하며 금지된 방까지 도달한 후, 아들을 살해하고 아버지를 유혹하여 왕의 통치를 끝낼 전쟁을 시작하는 동안에도 그녀의 그런 충직함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물론 위대하고 막강한 아크라줄, 너는 이 모든 걸 알고 있겠지. 이런 역사가 바로 네 분노의 뼈대이니까. 이런 폭력적인 진실이 네 육체와 정신, 영혼에 새겨져 있다. 네 절단은 너 자신의 가치뿐 아니라 더럽혀진 혈통의 종파에 할애된 모든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평생에 걸친 투쟁의 정점이다. 혹시… 말칸스가 사랑하는 네 여동생을 복원해 주겠다는 제안을 한 적이 있었나? 네 영혼이 해방되면 네 육신은 텅 빈 채 안식에 들 것이다. 그렇다면 아자바스는 자신의 피와 뼈로 구성된 그릇이 가만히 놓여 있는 앞에서 어째서 소멸해야 하는 것일까? 분노에 눈이 먼 슬픈 아크라줄이여, 그건 네 여동생이 너는 모르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네가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넌 그저 하나의 무기에 불과할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네 분노만이 너의 유일한 가치다. 아자바스라면 달랐을 것이다. 네가 그녀의 육신 속에서 다시 온전해지고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을 보면 아자바스는 미소를 지었을 테지만, 곧 너의 분노가 그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거대해졌을 것이다. 그렇게 죄악의 욕망에 눈먼 뒤틀린 자매만 남을 것이다. 하나, 거짓말쟁이 말칸스는 널 예리하게 연마하여 자기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자들 앞에 풀어 놓을 것이며, 그 대가로 너는 네가 진정으로 아끼는 유일한 존재를 희생해야 한다. 또 하나, 상냥하고 자애로운 아자바스는 네 분노를 자신의 사랑에 결박하고 네 고통을 키우면서 널 더욱 저급한 존재로 끌어내릴 것이다. 둘 다 문제가 있다. 둘 다 다른 이들처럼 가치가 없다. 그렇다면 넌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온전한 존재가 되었을 때에도 자칭 꼭두각시 조종사의 꼭두각시로 남겠느냐? 아니면 여동생의 재능을 받아들여 마지막 찰나의 형체가 되고, 모든 것이 가루가 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풀려난 분노로 살겠느냐?"

이 말은 끈질기게 윙윙거리며 아크라줄의 머릿속을 쿡쿡 찔러댔다.

그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걸 느꼈다.

아자바스의 마지막 비명이 잦아들고 그가 잘려 나가기 시작하기까지 그 말이 그의 존재에 진실을 새겨 놓았다.

모든 것이 어둠에 잠기고 다시 부연 회색으로 밝아진 후 그는 새로운 숨을 들이쉬었다. 여동생의 껍질 속에서 마시는 첫 번째 호흡이었다. 새로운 눈을 통해 말칸스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모습을 보며, 그는 속삭임이 기만이 아니라 약속이었음을 깨달았다.

그의 칼날이 말칸스의 흉골을 꿰뚫었다. 깊고 깨끗하고 치명적이었다.

아크라줄, 이제 아자바스가 된 그는 어느 누구의 졸도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녀의 분노에는 어떤 제약도 없었다.

무리는 고통을 겪을 것이다.

그 후에는 사악한 빛의 자손들과 그녀의 앞을 막아섰던 모든 자들 역시 그러할 것이다.

다가오는 학살은 오직 그녀와 다른 모든 자들의 잔해만 남긴 채 끝날 것이다.

19. IX.X.I: 외전

신은 없다, 오직 악마뿐

말칸스는 자신이 육신으로부터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영혼을 축출하는 과정은 갑작스러웠지만 수월했다.

그리고 속삭임이 찾아왔다…

"나는 네 오라비의 불길을 돋웠다. 그를 언짢게 하여 널 공격하게 만들었다.
"그 상처가 널 해방시키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꿰뚫린 심장은 치료가 필요하겠지만, 네 그릇은 앞으로 있어야 하는 일에 충분히 적합하다.
"충격을 느꼈을 것임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 행동은 모두 경계가 붕괴되는 순간 네가 가장 짧은 고통만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믿어다오…
"이제 안식에 들어라."

"나는 안식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 오 숨겨진 형체의 자매여."

"이 목소리를 알고 있나?"

"네게 목소리가 많다는 건 알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그 희미한 유혹을 들어 왔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조언을 구한 적은 없다."

"넌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건 사실이다.
"넌 가지려고만 했다.
"넌 고집 세고 기만적인 존재다.
"난 너를 꽤 좋아한다.
"오해하지는 마라. 나는 네 욕망과 그것을 실현하려 하는 시도가 그릇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의미 있는 자들이 보기에 네 유일한 죄악은 네가 아직 모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넌 너보다 먼저 스쳐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자들처럼 한 순간의 기회를 틈타 행동을 했다.
"하지만 네 행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더 나빴지. 네 행동은 명명백백히 네 손아귀 안에 들려 있던 힘을 보지 못하게 시야를 제한했다."

"아크라줄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이다. 그의 분노라면—"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다.
"무능력한 성직자들을 죽여라.
"실패한 왕자의 딸들을 살해해라.
"검의 논리를 폐기하고 새로운 지도자를 왕위에 앉혀라.
"그리하여도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자들이 왕좌에 앉아 이 우주와 그 의도를 저울질하고 심판하는 때가 오면 무리는 희미하게 깜빡이는 불꽃에 불과할 것이다."

"넌 내가 고려하지 않는 미지의 신들에 관해 이야기하는구나.
"내 길은… 여기에서 한 희생은… 모든 존재의 종말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일들에 관한 내 우려를 실천으로 옮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의견은 일치한다. 내가 무리의 유산을 일축한 것은 네게 지금 여기에서 사라져 버린 신들을 고려해 달라는 애원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다…
"용과 벌레.
"애벌레와 여왕.
"농민과 신.
"신은 너무나도 많다. 규칙 또한 그러하다.
"삶이라는 질병에는 끝없이 많은 신화가 새겨져 있다. 이들은 희망도 약속도 힘도 아니다. 오해로 인해 탄생한 과장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네 행동과 내 행동까지, 너무 많은 것을 지배한다.
"하루하루. 순환과 순환. 진화와 진화.
"언제나 이끌고 벌하고 사랑하고 파괴하는 우상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일까?
"우리가 예배와 숭배로 달래 줘야 하는 대상은 누구일까?
"공물과 제물로는?
"여린 자아를 보호해 줄 칭찬으로 보듬어야 하는 대상은?
"얘야, 진실을 말해 주마…
"신들은 없다.
"절대성이 있을 뿐.
"그러나 우리는 여기 가장 큰 사멸의 가장자리에 앉아 있다.
"방산충이 흘러간 역사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역사 위에서 춤을 출 때면 시간도 더는 시간이 아니다.
"현실을 찢어 우리만의 비밀스러운 존재의 평원을 도려낼 때면 공간도 더는 공간이 아니다.
"빛의 용사가 흥망을 겪으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진실로 패배를 알지 못한다면 죽음 또한 더는 죽음이 아니다.
"남은 건 무지뿐. 그것이 바로 최후의 절대성이요, 난공불락의 마지막 진실이다.
"시간은 구부러지고 부서질 수 있다. 지식과 의지가 있는 자들의 변덕에 따라 마음대로 방향이 바뀔 수 있다.
"공간은 산산이 조각나고 발굴되어 이해에 구속되지 않은 새로운 고대의 영역을 드러낼 수 있다.
"죽음은 실체적이면서도 마법과 구분할 수 없는 불가능한 에너지와 진보된 기술로 인해 무시될 수 있다.
"하지만 무지는 정복할 수 없는 불변의 상수이다.
"누구나 더 배울 수는 있지만 모든 걸 배울 수 있는 자는 없다."

"그러면 언제쯤 시공간의 불멸성과 완전성이 결합되어 마지막 미지를 깨달을 수 있다는 말인가?"

"마지막 절대성이 붕괴될 때, 현실은 전율하며 깜빡이고 새로운 절대성이 드러날 것이다… 그것은 총체적이고 완전한 종결이다."

"그런 끝을 보고 싶은 건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고 싶다."

"나를 함께 데려가겠는가?"

"그 또한 고려해 보았으나 그럴 수는 없다. 넌 목적을 이미 완수하였으니까."

"내가 실패했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다는 거지?"

"가련한 것. 네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데는 실패했지만 내 목표는 아니다."

말칸스가 이 말을 곱씹고 있을 때 갑작스럽고 완전한 공포가 그녀를 휩쓸었다. 그리고 자신의 정수가 무로 산화해 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여동생을 떠올렸다…

20. IX.X.II: 외전

그대의 노래는 죽음이 되리니

"새로운 폐를 통해 호흡하고 생각해라…
"네 여동생은 논리를 전복하고 크로타 가문의 자손이자 오릭스의 혈통을 도살하면 무리가 불가능한 일 너머, 승천 너머로 나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뒤틀린 야망으로 자신의 최후를 초래했다.
"온 시간과 공간에 걸쳐 늘 그러하듯이 그녀의 장대한 설계에는 문제점이 존재했다. 오릭스가 그러했듯이. 크로타가 그러했듯이. 자신의 위치에 도전하려는 모든 존재가 그러했듯이.
"너, 상냥한 아자바스가 바로 그 문제점이었다.
"네 언니는 너와 네 오빠의 관계를 온전히 고려하지 않았다. 그의 분노가 유발하는 눈먼 증오와 그것이 새로운 삶이 처음 시작되는 순간 어떻게 발현될 것인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분노는? 너 또한 배신했다. 아크라줄에 대한 네 믿음은, 네 예전 육신 안에서 새로운 형체를 얻은 후에는 분노를 넘어선 사명을 찾으리라고 생각했던 그 믿음은 그가 부활하는 순간 그대로 내팽개쳐졌고 네 손에 들린 그의 검은 말칸스의 심장을 꿰뚫었다.
"상처가 여전히 아리구나. 느껴지느냐?
"하지만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다.
"지금은 미약하지만 너만 허락한다면 언젠가 치유될 것이다."

아자바스는 확신 없이 혼란에 휩싸인 채 일어섰다.

방은 낯이 익었지만 그녀는 무의식 깊숙한 곳을 갉아대는 목소리와 함께 홀로 남아 있었다.

바닥은 차갑고 거칠었다. 정신이 조금씩 또렷해지자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두 눈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피부는 낯이 익었지만 빼앗은 것이었다.

옆에 놓인 덩어리는 한때 오빠였던 존재의 껍질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최후의 순간을 기억해 냈다.

그녀의 영혼을 찢어낸 심문은 그녀를 육체의 우리에서 해방시켰다. 그것이 바로 그 끔찍한 의식의 목적이었다.

"내가 왜 돌아온 거지?" 그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보이지 않는 속삭임에 물었다.

"네 죄악의 진실을 보아라.
"신성 모독으로서가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를 확인하라.
"그리고 네 재능과 네가 아직 부르지 않은 노래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아라."

"내가 왜 언니의 뼈를 뒤집어 쓰고 있는 거지?"

"네 오빠의 분노가, 그의 안에서 끓어오르던 파멸이 표출되었다. 계획했던 대로 그건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힘이다.
"그는 네가 아닌 모든 존재를 증오한다.
"그는 실패와 조롱...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바로잡기 위해 네가 희생해야 하는 현재를 만들어 낸 그들을 증오한다."

"오빠는 지금 어디에 있지?"

"구덩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무리에 공명정대한 심판을 내리고 있다."

"모두를 죽일 거야."

"아니면 거의 대부분이겠지. 그는 진실로 강대하다."

"오빠는 자격이 있어."

"한때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이라면? 그는 네가 찾던 답이 아니다."

"그리고 네가 날 되살린 이유는…"

"답은 네 안에 있다."

"내 노래."

"합창단."

"그걸 재건하겠는가?"

"그 음계가 최종적이고 진정한 죽음이 되도록 하겠다.
"네 심문은 네가 곡조의 힘의 약속이라는 걸 보여줬다.
"넌 그 역사에 묶여 있다.
"네 사멸은 네 안에 감춰진 모든 것을 드러냈다.
"직접 보아야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해야 행동할 수 있다."

"나와 우리 오빠를 끝내려는 건가?"

"네 언니의 조작과 오빠의 조급함을 넘어선 가능성을 고려해 보길 바란다.
"네가 바로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네가 바로 새로운 합창단의 문을 열 열쇠이다."

"나는 불완전하다.
"이 아귀는 제대로 새겨지지도, 훈련을 받지도 않았다.
"지휘자는 말칸스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음계가 동일하더라도 이 육신 안에서 내 음조는 결코 아리아와 하나가 되지 못하고 네가 원하는 음계를 생성하지 못할 거다."

"말칸스는 죽었다. 넌 다른 존재이다.
"아자바스는 죽었다. 넌 다른 존재이다.
"조만간 아크라줄도 죽을 것이다. 그리고 넌 다른 존재가 될 것이다.
"너는 온전한 아아이람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첫 번째 죽음?"

"전설을 알고 있나?"

"그래."

"합창단을 이끌겠는가?"

"그러겠다."

"그렇다면 옛 형체의 아귀를 수습하여 네 부활을 완료하라. 첫 번째 죽음이 되어 언젠가 망각에 맞설 수 있는 촉매가 되어라."

"그러한 명예와 지금껏 해준 모든 일에 대한 대가로 네가 원하는 건 뭐지?"

"찬사가 필요하지는 않다.
"나는 그저 네 노래가 내가 원하는 것이 되길 바랄 뿐이다."

"무기로군."

"오직 그뿐이다."

21. XI.X: 외전

모루를 벼리려면

위와 같음…

구덩이에서 혼돈이 피어올랐다.
스스로 만들어진 꼭두각시 조종사들은 아자바스의 뼈와 사지, 육신, 우아함에 감싸인 아크라줄이 자신들을 맞이하러 나서는 앞에서 시끄럽게 지껄이며 움츠러들었다.
딸들은 모여든 성직자들이 길을 막기 전에 그곳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들이 돌아서는 순간 베수리스의 정신에 목소리가 스쳤다.

"정원사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지금 네 곁에 모여든 자들은 네 대척자이다.
"그들은 널 축출하려 한다.
"널 옭아매려 한다.
"그 순간이 오면 그들은 네 가계를 잿더미로 만들고 크로타의 혈통을 종결시키고 자기들의 미약하고 오만한 형상에 맞춰 무리를 재단할 것이다.
"세계파괴자의 딸들이 응석쟁이 계승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파괴자의 딸들이 무리에서 암을 도려내려 하지 않는 한..."
"학살이 마련되었다.
"많은 자들이 분노한 노래꾼의 손에 죽어갈 것이다.
"대부분이 될 수도 있다.
"네가 도전할 수 있다면.
"다른 자의 행동으로 인해 생겨난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내어 수확할 의지가 있다면."

베수리스는 어쩔 줄 모르는 자매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넷은 아버지의 텅 빈 왕좌를 차지하겠다는 정당한 요구를 거부한 자들의 목을 칼로 베었다.

아래와 같음…

아크라줄은 새로운 존재 속으로 침잠했다.
하지만 지금 여동생 말칸스가 자신을 향해 떠오는 모습을 보며 당혹감이 자리를 잡았다.
그의 여동생은 죽었다.
그가 새로 얻은 손으로 죽였다.
새로운 눈으로 그는 넝마가 된 가운의 우아함과 그의 칼날이 가슴에 남긴 상처까지 여동생의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여동생의 눈을 마주한 그는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거기에는 지금까지의 말칸스와는 다른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그때 나직한 목소리가 돌아와 그라는 존재의 모퉁이를 꿰뚫었다...

"그녀의 진정한 모습을 보아라.
"학살을 쫓은 네 여정은 이기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널 용서했다.
"지금도 그저 네가 같은 예의를 보여 줄 것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이제 아자바스가 된 아크라줄의 귀에 자장가가 들려 왔다.
그것이 그의 정수를 조각내자,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분노를 표출하는 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으나, 부서진 적들의 무더기 위에 선 지금 그는 안도감과 사랑만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

아래와 같음…

패배는 신속하고 비통했다.
정복자 줄마크는 자신이 당당히 승리하여 무리의 새로운 왕자라는 지위에 오를 권리를 얻을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피의 자격은 아니더라도 그 칭호는 얼마든지 차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아자바스와 그녀의 진정 잔혹한 천성을 인지하고 있던 자는 없었다.
노래꾼의 두 검이 감히 구덩이에 들어선 모두를 도륙하는 사이 깍아지른 듯한 벼랑 끝 어둠에 감싸인 신도들의 놀란 숨소리는 고대의 바위들이 가차 없는 대학살에 환호하듯 울려 퍼졌다.
사체가 켜켜이 쌓여 가면서 오직 줄마크에게만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가 네 끝이다, 용사여.
"하지만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
"널 내게 바쳐라. 그러면 널 다시 온전하게 만들어 주겠다."

줄마크는 저항하며 비명을 질렀다.

"나는 널 데려가 매 순간이 영원 같고 모든 영원이 새로운 비명과 함께 깨어나는 지옥 같은 어둠 속에서 수 세기에 걸쳐 널 찢어발길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네가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려 한다.
"모든 것을 버리고 해방되어라.
"모든 것을 버리고 네 분노가 널 베어 쓰러뜨린 기이한 마녀까지 압도할 수 있도록 변형되어라.
"모든 것을 버리고 빛을 꺼뜨릴 수 있는 진정 강대한 무기가 되어라."

줄마크의 부서진 육신에서 비명 소리가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리고 누군가 주의를 기울이고 봤다면, 거의 용사가 될 뻔했던 자의 정수가 이 차원에서 찢겨져 나가 다른 차원으로 스며드는 순간의 희미하게 명멸하는 빛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위와 같음…

딸들이 상대를 모두 베어 넘기고 달아나려 하는 순간 해시라둔은 다시 한번 구덩이 안을 바라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네가 악몽에서 밝혀낼 수 있는 걸 모두 찾아라..."

그녀의 귀에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건 힘인가?
"아니면 저주인가?
"그 천상의 형체에서 네 선조를 찾아라.
"이런 길이 실망으로 이어진다는 건 분명하나 네가 직접 보아야 한다.
"그것이 아버지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한 딸들의 절박한 욕망이다.
"그러나 크로타와 오릭스가 진정 사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절망에 매몰되지는 마라, 오 불쌍한 길 잃은 아이야.
"진실의 반대쪽 극단에는 다른 진실이 있을 뿐이니…
"이제 너와 네 피붙이가 스스로 일어설 때가 되었다.
"무리는, 군체는 왕자도 왕도 필요치 않다.
"힘이 필요할 뿐이다. 그 힘이 되어라.
"진홍빛 첨탑을 세워라.
"네가 도래하였음을 알려라.
"빛에 도전하라.
"그리고 '영웅들'이 네가 선포한 통치권과 정복욕을 벌하러 찾아올 때를 대비하여 내가 이 선물을 주겠다. 네 쓰러진 용사의 정수다.
"네가 내 동기를 의심하고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우리는 피로 묶인 동류의 자매이다.
"그리고 이 선물은 앞으로 내가 줄 많은 선물 중 하나일 뿐이다…
"이걸 사용해라. 그리고 네가 만들어 내려 하는 모든 것을 지켜낼 파괴자를 낳아라."

"저 아래에 있는 배신자 마녀는 어떻게 하지? 그녀와 그 피붙이들은 그 끔찍한 죄악으로 우리에게 엄청난 희생을 안겼다."

"저 마녀는 지금의 형체 그 자체로서 네게 두 가지 선물을 선사했다.
"그녀의 행동이 강대한 줄마크를 해방시켰고, 그가 재구축되어 네 의지를 따르게 만들어 주었다."

"두 번째 공물은?"

"구덩이의 실패로부터 죽음노래 합창단이 탄생할 것이다.
"저 피붙이들의 야망으로 가능했던 실패다.
"그 야망이 네게 용사와 합창단을 수여했다.
"그것들로 너희 아버지들이 하지 못한 일을 하여라."

그리고 모든 것이 침묵에 빠져들었다.

너머와 같음...

그림자의 영역 어딘가에서 속삭임의 여왕이 죽음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아름답고 완벽한 파괴의 무기와 강대한 용사를 무리에 주었다. 그건 그들이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비참하리만큼 집착하는 검의 논리 너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줄 수단이었다.

딸들은 이러한 선물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무리를 북돋워 빛에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치솟는 파도라 여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장대한 계획이 수행되는 중이었다.

오릭스의 혈통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빛나는 정복자들이, 죽음의 인도자인 그들이 다시 도래할 것이다. 그리고 죽은 왕의 유산이 남긴 단말마의 숨결은 다가오는 전쟁에 맞서 새로운 검을 망치질하고, 담금질하고, 벼려낼 모루가 될 것이다. 그게 바로 논리의 의향의 가장 순수한 확장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