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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4 18:33:11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에버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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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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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즌 1
1.1. 배
1.1.1. 징어문트 프로이트1.1.2. 에리아나의 복수1.1.3. 장미와 뼈1.1.4. 대칭 비행1.1.5. 타카노메의 날개1.1.6. 떼배
1.2. 참새
1.2.1. 디나스 엠리스1.2.2. 중세 무투1.2.3. 소실점
2. 시즌 2
2.1. 고스트 의체
2.1.1. 우주 의체2.1.2. 일렉트로니카 의체2.1.3. 추월선 의체2.1.4. 승리의 불 의체2.1.5. 항성 지도 의체
2.2. 배
2.2.1. 애셔 미르의 편도 탑승권2.2.2. 아이코라의 결심2.2.3. 케이버의 유리 방패2.2.4. 오시리스의 항해2.2.5. 세인트-14의 회색 비둘기2.2.6. 순다레시 실험 13-R
2.3. 참새
2.3.1. 동심의 여명2.3.2. 예지력의 저주2.3.3. SV-112 포식자
3. 시즌 3
3.1. 배
3.1.1. 혼본의 분열기3.1.2. 잃어버린 전설3.1.3. 그림자 침입
3.2. 참새
3.2.1. 아주르 아자젤3.2.2. 에온 추진기3.2.3. 베스풀라서
3.3. 방어구
3.3.1. 타이탄
3.3.1.1. 하디의 발걸음3.3.1.2. 하디의 여정3.3.1.3. 하디의 평정심3.3.1.4. 하디의 명령3.3.1.5. 하디의 제어
3.3.2. 헌터
3.3.2.1. 차오의 소멸3.3.2.2. 차오의 발걸음3.3.2.3. 차오의 보살핌3.3.2.4. 차오의 미소3.3.2.5. 차오의 마음
3.3.3. 워록
3.3.3.1. 미하일로바의 방식3.3.3.2. 미하일로바의 선택3.3.3.3. 미하일로바의 업적3.3.3.4. 미하일로바의 이야기3.3.3.5. 미하일로바의 행로
4. 시즌 4
4.1. 배
4.1.1. 영세 XXII4.1.2. 켈에게 죽음을4.1.3. 믿을 수 없는 이야기4.1.4. 미최후의 형체
4.2. 참새
4.2.1. 헤카베-S4.2.2. 약탈자의 말4.2.3. 전사의 군마
5. 시즌 5
5.1. 배
5.1.1. 에이다-1의 고독한 늑대5.1.2. 오드레리르5.1.3. 비보안/항의
5.2. 참새
5.2.1. 무한으로의 접근5.2.2. 소진5.2.3. 검은 말5.2.4. 야생마
5.3. 직업 방어구
5.3.1. 불운의 표식5.3.2. 선봉대 모험 망토5.3.3. 호혜의 완장
6. 시즌 6
6.1. 직업 방어구
6.1.1. 태양파괴 표식6.1.2. 신식 키요트 망토6.1.3. 가마우지 칼날의 완장
7. 시즌 9
7.1. 배
7.1.1. 크리소펠리아-S7.1.2. 세인트의 기원7.1.3. 타키온-47.1.4. 꼬챙이
8. 시즌 10
8.1. 배
8.1.1. 시간의 화살8.1.2. NS81 복수 질주8.1.3. 흑요석 날개8.1.4. 세인트의 소명8.1.5. 태양의 돛8.1.6. 깨어나는 악몽
9. 시즌 11
9.1. 공감 의체
10. 시즌 18
10.1. 조난자의 의체10.2. 부카의 작은 배
11. 시즌 19
11.1. 침투 의체11.2. 도청된 교신
12. 시즌 21
12.1. 심해탐색자 의체12.2. 창백한 반영

1. 시즌 1

1.1.

1.1.1. 징어문트 프로이트

파하닌은 헌터, 풍자가, 여행 작가이자 유명한 두족류 애호가였다.
왜 "징어문트 프로이트"냐고? 일단 케이버는 언어유희를 싫어하고, 나는 케이버를 괴롭히기를 좋아하니까.
그리고 언어유희를 우습게 보면 안 돼. 엄연한 예술이라고. 역사적으로…
아, 왜 오징어냐고? 대체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두족류 생물은 태양계에서 가장 완벽한 진화 형태니까!
두족류 생물이 재치 있는 언어유희를 비웃는 거 봤어?
못 봤지?
그러니까 최고라는 거야.

1.1.2. 에리아나의 복수

"웨이… 또 보러 갈게.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 —에리아나-3이 지옥문에 들어가기 전에 남긴 말
웨이 닝에게.
무엇보다 우리의 삶이 비극으로 기억될 거라는 게 제일 싫어. 사실이 아니니까. 비극이라는 말은 아껴 두었다가 내게서 널 빼앗아 간 그 괴물에게 쓸 거야. 네가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그 괴물이겠지만. 넌 항상 웃음이 넘쳤지.

복수심을 담아 이름을 붙인 우주선을 타고 다섯 명의 동료와 함께 달로 날아가는 지금 이 순간, 난 행복하던 시절을 떠올릴 거야.

탑의 술집에서 우리가 처음 만나던 날 너는 유리잔이 흔들릴 정도로 웃었지. 넌 방 전체에 세 번이나 술을 돌렸어. 파하닌이 우릴 소개시켜 주었고. 넌 날 옆에 앉히고 폭풍몰입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던졌어. 다른 날이라면 전부 다 귀찮았을 거야. 하지만 그날은 달랐어. 네가 있었으니까. 그때 알았어. 너와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걸.

1.1.3. 장미와 뼈

그의 손아귀가 장미를 그러쥐자 그의 오라가 밝게 타올랐다.
드레젠 요르. 신 말푸르. 드윈들러 계곡의 결투. 총잡이라면 모를 수 없는 전설이지. 만약 모른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고. 두 남자가 결판을 내기 위해 계곡으로 올라갔지. 둘은 너무 달랐어. 낮과 밤처럼, 옮음과 그름처럼. 드레젠 요르의 검은 총, 손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군. 그 총이 신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는 것만 알아 둬. 신이 요르를 향해 총을 뽑았어. 신의 손이 빨랐고, 요르는 대답할 수 없는 몸이 되었지.

알겠어? 신 말푸르의 첫 발이었어.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가 아니라 첫 번째 총탄이었다고. 이제 나도 총잡이가 되었고, 마음에는 대포를 품고 있지. 내 목표는 첫 발을 명중시키는 것. 딱 한 발. 한 번 쏘면 그것으로 끝이야.

1.1.4. 대칭 비행

"빛이 있으려면 암흑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우주의 대칭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워록 울란 탄
간단한 실험으로 알려 드리죠. 주위를 둘러 보세요. 빛이 있고 어둠도 있죠. 서로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이런 뉴턴 식의 진리를 인정한다면, 인과관계를 초월하는 순수 진리도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따라서 내 결론은 이겁니다. 여러분이 나를 핍박하는 이유는 내가 대칭성을 얘기해서가 아니라, 모든 진리를 뛰어넘는 진실, 여러분이 가장 두려워하는 진실을 얘기하기 때문이죠. 바로 암흑을 파괴한다면 빛도 잃게 될 것이라는 진실 말입니다. 과연 누가 그걸 감수할 수 있을까요?

1.1.5. 타카노메의 날개

"파란 꽃을 따라 도시로 가세요. 기억하세요. 꽃을 심은 자가 죽어서도 여러분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아야네 타카노메
도시 최초의 수비병은 아야네 타카노메가 이끄는 경비대였지.

가장 어두웠던 시기에는 수호자가 부족했네. 그나마도 고스트가 부활시킨 수호자들은 태양계 전체에 멀리 흩어져 있어, 여행자의 그늘에 있는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없었지.

그때 타카노메 경비대가 산속 높은 곳에 있는 터전에서 평지로 내려와 도시로 향하는 난민을 경호한 거야. 그들의 소총은 인간인 강도와 살인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몰락자들을 쓰러뜨렸지.

하지만 경비대의 생명은 하나뿐이라서, 한 번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었지. 그래서 타카노메 경비대는 자기들이 감시하는 길을 따라 파란색 꽃을 심었다네. 자신들은 사라지더라도 그들이 남긴 꽃이 지친 여행자들의 귀향길을 안내하도록.
—치요코 메이, 다이토 회장

1.1.6. 떼배

"코요테 무리는 일심동체니까!" —테린 바이 "난 그런 표현을 쓰고 싶진 않아." —나디야
미카-10과 코나르가 기꺼이 코요테로 오겠다는 세 명의 수호자를 더 찾았다. 모두 여기 있는 게 썩 즐거운 눈치는 아니다. 미카가 뭘 약속한 건지 궁금하다. 수호자 다섯 명만으로 왕에게서 사람들을 지켜낼 수 있을지 미카에게 물어보자, 미카는 수호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들을 지키는 존재라고 늘어놓기 시작했다.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5명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모두 죽는다."

난 도망칠 수 있을지 모른다. 동쪽 문으로 내려가 해안으로 가는 것은 수년간 품어 온 꿈이다. 코나르는 문에서 보이는 터널에 타락자가 가득하다고, 도로처럼 열린 공간이 더 안전하다고 했다. 이걸 참고하면 마을에서 나와 죽기 전까지 10킬로미터는 갈 수 있을 것이다.

가만있는 것보다 4배는 더 갈 수 있다는 얘기이다. 해 볼 가치가 있다.

—히무라 시노부의 일기

1.2. 참새

1.2.1. 디나스 엠리스

"붉은 용을 잘 봐. 그 말인즉슨, 너는 내 뒤꽁무니만 따라올 거라는 얘기지." — 아리아드네 그리스
회의 모임 3234.43
자발라: 수호자 아리아드네 그리스. 아함카라와 접촉한 적이 있나?"
아리아드네 그리스: "아뇨!"
신 군주국: "그럼 왜 참새에 용 문장이 있지?"
아리아드네: "용이 멋져 보여서요."
신 군주국: "그리스 양이 이 일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겠다면…"
케이드-6: 성의껏 대답해, 아리아드네. 오늘 히데오는 진지하다고."
아리아드네: "참새에 용 문장을 달면 멋져 보일 것 같았어요. 용이라고 다 아함카라인 건 아니잖아요!"
자발라: "아이코라? 어떻게 생각하지?"
아이코라 레이: "미안하네. 안 듣고 있었어. 정말 계속 이 이야기를 할 생각인가?"
죽은 궤도: (숨죽인 웃음)
아이코라: "그리스는 아함카라와 접촉하지 않은 게 뻔하잖아."
미래 전쟁 교단: "어떻게 알지?"
아이코라: "그랬다면 참새 경주 성적이 더 좋았을 테니까."
케이드: (휘파람)
아리아드네: "레이, 심하잖아요."
자발라: "그럼 이렇게 기록하지. 디나스 엠리스의 용 상징에 대한 회의의 공식 입장은, 멋지다는 것."

1.2.2. 중세 무투

"다섯 자로 답해 주지. 참새 창 시합." —마커스 렌 "네 자로 답해 주지. 재밌겠군." —아만다 홀리데이
아이코라 레이에게.
내 해독가 과정 학생 하나가 최근에 해독한 엔그램에 14세기 유럽의 운동 경기, 특히 '중세 무투'라는 모의 전투 활동에 대한 22세기 연구가 들어 있었어. 이 엔그램은 물론 상당히 부식되긴 했지만 일반적인 황금기 표본보다는 배열 상태가 온전했지. 그래서 마상 창 시합, 베우르, 튀피네르 같은 다양한 유형의 중세 무투와 관련된 장대한 규칙과 기록을 추출할 수 있었어.

내가 수호자들과 지나치게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게 아닌가 싶어. 이 엄청난 걸 보자마자 참새 경주 관중들의 손에 들어가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부터 들었거든. 수호자가 참새를 타고 마상 경기를 한다고 생각해 봐!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해독가 라훌로부터

1.2.3. 소실점

"정의: 네가 너무 뒤처진 나머지 내가 보이지도 않는 지점."—크론-8
크론,
새로운 참새 엔진 아이디어 잘 읽었어. 시공간을 조작해 평행선이 만나도록 만드는 엔진을 본 적 있는데, NLS 장치 작동 방식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 하지만 NLS 장치가 연결된 도약선은 보통 행성의 중력 우물 밖에서 장치를 작동시키지. 참새는 그런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어. 아직은 없다고.

네 아이디어가 가치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야. 좀 더 창의력을 발휘하자는 얘기지. 시간 날 때 격납고에 들러. 네가 좋아할 만한 아이디어가 좀 있어.
—아만다

2. 시즌 2

2.1. 고스트 의체

2.1.1. 우주 의체

장엄한 우주에 호기심을 가진 고스트에게 적합합니다.
빛이 사라지자 의심이 다시 피어올랐다.
그러나 그녀의 강철 같은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낡고 녹슬긴 했어도.
빛은 사라졌지만 저격총을 잡은 손은 굳건했다.
피난민의 두건을 눌러쓴 그녀는 도시로 진격했다. 흰토끼로 건물 횃대를 장악했고 탄환 199발로 기갑단 216명을 사살했다.
여행자가 눈앞에서 깨어나자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허리춤에 찬 라디오가 깜박이며 켜졌다. 붉은 군단의 침공 이래 켜진 적 없던 라디오였는데.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응답했다.
"그래." "잘 보여. 느낄 수 있어."
"이젠 별빛도 더 환해졌군."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목소리가 답했다. 온 우주가 불타고 있어."
그녀는 눈을 감았다. "참을 수 없군. 드디어 돌아가게 됐어. 에프리디트는 이제 자유다."

2.1.2. 일렉트로니카 의체

흥겨움을 사랑하는 고스트에게 적합합니다.
태양계를 구하지 않을 때 수호자가 하는 일
글쓴이: 엠버 하다드, 시티 헤럴드 수석 편집자

이 주제로 연구를 시작한 당시만 해도 수호자들이 그 신비한 역인 능력으로 외계인 침입자들을 물리치지 않을 때에는 최후의 도시에 사는 다른 시민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수호자들은 일반 시민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춤에 할애한다.

"사실 제가 볼 때마다 그거밖에 하는 게 없더라고요." 수호자 본부의 유지보수 기술자 박수인의 말이다. "그냥 추는 거예요. 여럿이서 출 때도 있고 혼자서 출 때도 있고."

"서로를 '향해' 춤을 추는 것도 봤어요. 무슨 뜻인지 알겠죠?" 선봉대 기술자인 크웨쿠 아글라의 답변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뭐 자연 다큐멘터리 채널을 보는 것 같다니까요."

2.1.3. 추월선 의체

빠르게 이동하면서도 멋져 보이고 싶은 고스트에게 적합합니다.
"새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해."

"아니라고 생각해." 작업대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던 마커스의 머리 위로 고스트가 날아들더니 부드럽게 그의 머리 옆을 스쳤다. "이 방에서만 미완성 참새가 3개 보이는데, 아직도 아이코라가 시킨 일을 다 못한 거야? 엄청 바쁜가 보네."

마커스가 고개를 돌려 고스트를 바라봤다. "디디. 분위기 파악 좀."

"하고 있는 건데."

마커스가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말을 말자." 디디는 마커스의 밝은 빨간색 참새 레이스 재킷이 걸려 있는 벽 쪽으로 날아갔다. "있잖아, 나도 늘 이런 게 갖고 싶었어. 내 것도 하나 있었으면."

"정말?"

"웃기지?"

"아냐!" 마커스가 벌떡 일어섰다. "최고의 경주잖아. 그래, 경주용 의체도 당연히 필요한데 말이야. 여지껏 본 적 없는 최고로 화려한 의체를 만들어 줄게. 마커스는 고스트를 붙잡고 의체에 입을 맞췄다. "고마워, 디디!"

"넌 정말- 아냐 됐어." 디디는 자신의 수호자 마커스의 이마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천만에, 마커스."

2.1.4. 승리의 불 의체

내면에 불꽃을 지닌 고스트에게 적합합니다.
회의 3267.56
자발라: "칼리스토 인. 오늘 참석해 줘서 고맙네."
칼: "아닙니다."
자: "도시가 무너질 때 단독으로 승리의 불을 구해 내 준 덕분에, 오래 전 웨이 닝이 붙인 그 불이 여전히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으니 감사를 전하네."
칼: "방화대라면 마땅히 했을 일입니다."
NM: "방화대 광장의 수리가 거의 끝나간다. 빠르면 다음주에 재점화 의식이 가능하겠지."
칼: "죄송합니다만 저희 결정은 승리의 불을 도시에 반환하되, 종전의 방식으로는 반환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미래 전쟁 교단: "무슨 뜻인가?"
칼: "한 도시에 횃불 하나로는 모자랍니다."
아이코라 레이: "그러면 자네 생각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나?"
칼: "이제 모든 고스트가 승리의 불의 불씨를 지니게 해서 새로운 전장으로 나설 때마다 웨이 닝의 불꽃이 함께하게 하는 겁니다.

2.1.5. 항성 지도 의체

새로 개척한 우주의 지도를 만들고 싶은 고스트에게 적합합니다.
푸안 연수원 도서관에서 엿들은 이야기:

"이리 와 봐. 이게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을지 한 번 봐 줘."

"황금기 배송 기록인 것 같은데."

"양이 어마어마하군! 식민지 우주선 기록으로 보이는데!"

"'보인'다고? 지금 그게 학자가 할 소리야?"

"황금기에 식민지 우주선을 내보냈던 건 다 아는 사실이잖아."

"엑소더스 블랙을 보냈고 네소스에서 관련 기록을 찾아내기 전까지 수 세기 동안 실종 상태였지. 그리고 붕괴 때 엑소더스 블루를 서둘러 발사했지만 발사 기지에 추락해 버렸다는 거고."

"검정과 파랑 말고도 색 이름은 많잖아!"

"잠깐. 인류가 다른 태양계로 진출하는 걸 내가 싫어할 것 같아? 증거가 없으니까 그렇지."

"내가 찾아낼 거야. 다른 별의 황금기 지도 말이야."

"계속 찾아봐. 출처는 표시하고 말이지."

2.2.

2.2.1. 애셔 미르의 편도 탑승권

"전투원 구성에 관계없이 모든 전투에서 죽음과 부활의 규칙을 수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거든." —애셔 미르
애셔 미르는 순찰 임무라면 질색을 한다.

자발라는 그 이유가 존중 때문이며, 붉은 전쟁으로 메아리 메사에 신참들이 잔뜩 투입되었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신참들이 라디오로 애셔를 비웃으며 애셔가 화를 내면 무례하게도 맞받아치기 때문이다. 직접 와서 얘기하시라며. 하지만 자발라는 틀렸다.

케이드는 그 이유가 자유 시간 때문이며, 애셔가 다른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싶어 해서라고 여긴다. 벡스 독감으로 사람이 죽어가는 마당이라면 공급망 지원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래, 물론 독감 같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요점은 애셔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케이드는 틀렸다.

이전에는 아이코라도 틀렸었다. 하지만 이제 아이코라는 그 이유가 죽음과 관련 있다고 여기고 있다. 애셔의 몸이 변모한 이래 죽은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라디오 옆에 멍하니 앉아 질투와 두려움으로 참전할 수 없는 전투에 관한 소식을 듣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고 있다.

태양계에 있는 모든 도약선을 가져다 주더라도 애셔는 파열 지점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2.2.2. 아이코라의 결심

"젊은 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겠어요. '정착할 시간은 충분해. 지금은 즐겨'라고." —아이코라 레이
수호자가 숨을 헐떡이며 깨어난다. 호흡을 고른다기보다 토해내는 것에 가까웠다.

가까이 다가온 고스트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도 않고 말한다. "일부러 그랬군요. 죽었어요. 일부러 죽었다고요. 다 봤어요."

수호자가 손을 저으며 말을 끊는다. "뭐 어때. 어차피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생사를 넘나드는데. 내가 죽음을 붙들어 와서 죽든, 어둠 속에서 재수없게 죽음을 맞이하든 네가 날 살려낸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잖아."

"의도야말로 다른 점이라는 거 알잖아요. 수호자는 죽음을 갈구하지 않아요. 희생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인 것뿐이죠. 수호자는 죽…"

아, 그 노래 말이지. "'죽음으로 깨달음을 얻고 강해진다네' 헛소리지. 진정한 '수호자'가 어떤 건지는 여기서 훨씬 많이 배웠어. 여행자님 아래에서 대변자들 설교를 들을 때가 아니라. 내가 죽기 전에 기사가 내 목을 따든 어쨌든."

이 말에 고스트는 상처받은 듯했다. "아이코라는 절대…"

"지금은 듣고 싶지 않아. 트로스트랜드로 돌아간다. 여기서 솔잎이나 떼고 있어 봤자 강해질 수 없어."

걸어가기 시작하는 그녀의 눈이, 어둠 속에서 고스트보다 더 밝게 빛난다. 고스트는 제자리에 조용히 떠 있다가 그녀를 따른다.

2.2.3. 케이버의 유리 방패

케이버가 유리 금고에서 적들을 막느라 발동시켜 버린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합류(유리, 하늘)

과거의 경우:

귀환(불 가 능)

// 스침, 동요, 중대함, 증류.

현재의 경우:

귀환(흔 적)

// 금고, 방패, 깨어난 것, 무한.

미래의 경우:

// 귀환(필 연 적)

// 빛, 진실, 어둠.

가정(감 시 자 가 광휘 를 죽 음 으 로 여 김) &&

(사유자 가 검은색을 종 말 과 동 일 시 함) 그렇다면

^K^K

저들의/우리의/저들의 욕망은 악의적인 것이 아니다 이것은 생존이다 그녀는 잘못 생각하고 있다/있었다/있다 악은 없다 경멸은 없다 분리는 없다 내면의 조화는 당신이/당신들이/당신이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끝나지 않았다/끝났다/않았다 나는/나는 다시 말한다 그리고 틀렸다 나는 여전히 그이고 이제는 그들이고 그것이 미래이다^V^V

2.2.4. 오시리스의 항해

"눈이 또렷하다면 정의는 맹목적일 필요가 없다." —프랙탈 두루마리
격납고로 들어간 아이코라는 배의 엔진을 살펴보던 오시리스를 발견했다. 그녀는 터빈에 손을 얹고 숨을 골랐다.

"수성으로 떠나기 전에 조선공 히포니아에게 진단 점검을 해 달라고 하세요." 그녀가 옛 스승에게 말했다. "세사르는 완벽하지."

오시리스가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넌 늘 누구보다 한 발 앞섰지. 덕분에 모든 워록의 지도자 자리에 오른 거고."

"그럼 제가 왜 남아야 하는지 아시겠네요. 스승님이 그러셨듯이 계속 이끌어야 하니까요."

"수 천의 벡스 시뮬레이션만 있으면 어둠을 이해할 수 있다고, 아이코라!" 오시리스가 말했다. "이게 그 열쇠가…"

"오시리스." 아이코라가 말을 끊었다. "임무를 무사히 끝내시길 바라지만, 그런 집착으로 모든 게 허사가 될까봐 두렵군요."

"집착이라고?!""

"우린 각자 선택을 했어요. 전 여기 남아 실체가 있는 적과 싸울 겁니다."

2.2.5. 세인트-14의 회색 비둘기

"이름? 비둘기는 도시의 하늘에 남은 유일한 새지. 우리가 싸워서 지켜야 하는 '마지막 남은 것들' 중 하나야. 비둘기가 불만이라면 시련의 장에서 결투로 해결하자." —세인트-14
배의 마지막 기록:

오시리스에게.

이곳에서 무얼 찾든 가치 있는 것이길 빈다. 널 선봉대 사령관으로 추천한 건 네 자존심을 세워 주려는 게 아니었어. 도시를 지키면서 번성에 이바지하라는 명령이었지. 넌 내 명령을 거슬렀지만.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미 늦었겠지. 네가 어떻게 할지 벌써 짐작이 가. 죄책감을 느끼겠지만 잠깐에 불과하겠지.난 네가 여섯 전선의 전투 이후로 변했을거라 믿었어. 종말과 죽음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는 일 자체를 보상으로 여기면서 계속 남아 싸워주리라고 말이야. 다시한번, 마지막으로 널 위해 싸워주겠어.

아버지께.

제 임무도 이제 마지막입니다. 도시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지켜봤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본 결말로 사람들을 이끄실 수 있겠죠.

내게 영감을 준 수호자에게.

자네가 준 마지막 선물, 돌려주겠네. 다시 한번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세인트-14

2.2.6. 순다레시 실험 13-R

이슈타르 탐사단의 연구의 결과는 예상치 못한 미지의 것이었고, 일부는 절대로 승인받지 못할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에시: 이거 설마… 방산충 체액이야?!
순다레시: 격벽 닫아, 키오마.
에시: 대체 이걸 어디서…
순다레시: 심의 사이펀에서 얻은 초과분을 폐기할 예정이었거든. 그러느니 이게 낫지 않겠어?
에시: 그래서 이걸 어디다 쓰려고? 뭐, 추진 연료로 쓰나?
순다레시: 냉각수로 쓸 건데? 벡스가 우리가 사물을 자연스럽게 느끼는 그 물리 공간 안에 사물을 시뮬레이션하기로 한 거라면, 벡스의 생리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자기야, 우리는 추상적이고 이론적이고, 시뮬레이션적인 것에만 너무 매달려 있었어. 그래, 우린 과학자야. 하지만 인간은 도구를 만들기도 하지.
에시: 명상 시뮬레이션 효과가 좋았나 보네.
순다레시: 쉿.
에시: 용도 변경된 이슈타르 건설 자재로 건조한 우주선이야. 나중에 생각이 나서 벡스 기술도 담았어.
순다레시: 못마땅하구나?
에시: 지난 번에도 내가 문제점을 지적한 덕에 시뮬레이션 지옥에 기어들어갈 뻔한 걸 막았잖아. 기꺼이 못마땅해하는 바보가 되겠어.
순다레시: 이리 와, 기념해야지.

2.3. 참새

2.3.1. 동심의 여명

"빛과 생명의 신성한 기하학을 연구해야 해." —아이코라 레이
아이코라 레이의 '순환궤도( 개정판)'에 대한 찬사:

"매번 책을 낼 때마다 아이코라 레이는 워록이 적을 파괴할 놀라운 방법을 새로이 찾아낸다." —선봉대 사령관 자발라

"도서관다운 도서관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뛰어난 학문적 기념비." —타이라 칸

"원이라는 언뜻 보기에 단순한 모양의 프리즘을 통해 형이상학과 존재론의 관습에 도전하는 놀라운 성과." 대단하다고 할 밖에!" —샤크스 경

"철저한 데이터 분석이 부족하고 신비주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점이 있지만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치 있는 책." —애셔 미르

"몇 페이지를 훑어 보고 아이코라의 저작 중 가장 포괄적인 책에 속한다. 약간 원처럼 맴도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한편 종이의 재질이 아주 뛰어나다. 아주 부드럽고 매끄럽다." —케이드-6

2.3.2. 예지력의 저주

"그렇다면 나의 행동은 내가 본 미래를 저지할 것인가, 그 미래를 초래할 것인가?" —오시리스
회의 2891.98

신 군주국: "워록 선봉대원 겸 선봉대 사령관이 없음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안달 브라스크: "새 둘에 인간 하나라."
자발라: "아이코라 레이가 이번 회의에서 잠정 워록 선봉대원입니다."
대변자: "그럼 이제 우리의 최우선 과제를 살펴볼 때로군. 아이코라 레이, 본회에서는 그대가 워록 선봉대를 맡아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
아이코라 레이: "그 일은 이미 하고 있었으니 수락하지요."
미래 전쟁 교단: "어째서 이렇게 오랫동안 대리로 직무를 수행한 거지?"
아: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요."
대: "어흠. 이제 의견이 모인 것 같군. 전임 워록 선봉대원 오시리스를 최후의 도시에서 추방하기로 결정했음을 알린다."
[중얼거림]
대: "반대 의견 있나?"
DO: "우리 쪽은 없습니다. 그가 더 좋은 행성을 찾을지도 모르죠."
[정적]
대: "좋다. 다음 안건. 타이탄 선봉대원 자발라를 새로운 선봉대 사령관으로 임명한다. 축하하네."

2.3.3. SV-112 포식자

조심하세요. 굶주려 있거든요.
통신 내용

1: 맨스-5, 지금 상태는?
2: 협곡에서 파이크 셋이 따라붙었다. 별 거 아니야.
1: 알겠다. 신형 참새 조작감은 어때? 아만다가 직접 손봤다고 하던데.
2: 그게 말이지. [치직거리는 소리] [추진기 진동음] [부러지는 소리]
1: 맨스, 응답해!
2: 엔진이 죽이는데! 급커브한 다음... [굉음] 가속!
1: 지금 하데스 화력기지 근처인데 돌아갈 수 있어.
2: 이야, 이거... [폭발음]
1: 맨스!
2: 잠깐 돌아야겠는데! 파이크 둘을... 이런. 기갑단이네.
1: 돌아가는 건 문제도 아닌데.
2: 커다란 우주선이야. 엄청 큰 게.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1: 어... 우회해라.
2: [기계음만 들리는 상태]
1: 맨스.
2: [기계음] [폭발음]
1: 맨스!
2: 나쁜 놈들은 다 해치웠어! 요 앞에서 돌면 도착한다.
1: 다시는 그러지 말아 줄래?
2: 아만다에게 술 한 잔 사야겠어!

3. 시즌 3

3.1.

3.1.1. 혼본의 분열기

이 함선은 포보스에서 수상한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예정됐던 것과… 예정되지 않았던 것 모두 말이죠.
아니! 잠깐, 잠깐. 너희는 지금 제대로 돌아가는 우주선에서 할 수 있는 것들만 얘기하고 있잖아. 내 얘길 한번 들어 보라고. 전에 포보스에서 했던 임무 기억나지? 그래, 상상해 봐. 자, 그 병 좀 줘 봐. 이 병이 우주선이야. 우린 피해를 입었어. 그래, 해바라기씨가 우리가 입은 피해야. 그래서 우린 대기권으로 들어갔어. 착륙해서 수리를 할 셈이었지.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 무기 시스템이 박살났거든. 그래. 그런 일도 생겨. 아무튼 그래서 착륙하려는데 기갑단 모함이 우리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걸 알아챈 거야. 이 병이 그 모함이야. 물론 그렇게 강력한 무기가 있는 건 아니지만 대기권에서 우릴 박살낼 정도의 힘은 있었지. 이제 착륙도 못하게 생긴 거지! 그때 우리랑 같이 있던 혼본이 계획을 하나 세우고는 우리한테 명령을 내렸어. 기술자들한테 원거리 조기 경보기를 떼어내 그 감지 마이크들을 통신기로 쓸 수 있게 지시하고 거기에 있던 에너지 제한 장치도 꺼버렸지. 그래서 우린 그걸로 대체 뭘 하려는 거냐고 물었어. 혼본은 거기에 조리실에서 가져온 타이머를 붙이더니 밖으로 던지라고 했어. 그게 모함 아래로 떨어지자 쾅 하고 터졌지. 모함을 격추시킨 거야.

혼본은 EMP 장치를 만든 거였어. 단 5분 만에 말이야.

- 조나스 맥콘나, 항해사

3.1.2. 잃어버린 전설

브레이 테크 모델 X-JY5438(재생품)입니다.
[시각 검열삭제]
맹세하건데, 난 이 우주선 때문에 죽을 거다. 우주선이 안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황금기에 만든 유물 우주선을 복구해 타고 다니면 범죄 집단의 주의를 끌기 마련이거든.
난 지금 [검열삭제]에서 교체용 이온 회전자를 구하는 중이다. 모래언덕 사이에 우주선을 숨기고 우주선 제작자를 만나러 갔다 오는데 한 무리의 엑소 도둑놈들이 우주선을 분해하고 있었다!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검열삭제] 놈 중 하나가 대뜸 총을 뽑았다. 그 녀석은 한동안 고철 수집을 못 할 거다.[검열삭제]시간 만에 놈들이 뜯어낸 우주선 부품을 다시 조립했다.
어쨌든 난 이 우주선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까 말이지. 내가 미친 건지도 모르지만 우주선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면 왠지 친숙한 느낌이 든다. 왠지 안전한 느낌이랄까.
이 고철 우주선을 유지하기는 힘들지만 그럴 가치가 있다.

3.1.3. 그림자 침입

선체가 눅눅해서 감지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조종사 베아트릭스 다나이의 일지 발췌 내용

엘시 브레이가 이 우주선을 설계했다. 엘시는 명판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 당시에 나는 이 우주선 조종사가 아니었다. 사실 그땐 전쟁 걱정도 없을 때였다. 그때는 황금기였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개발을 하거나 지식을 탐구하거나 멋진 기계를 만들거나 쾌락을 탐하며 이 영원한 천국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걸 누렸다.

하지만 이 어두운 패널의 기능이 뭔지 아나? 다른 우주선의 센서에 감지되는 걸 막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엘시는 그런 평화의 시대에 왜 전쟁에서나 매우 유용할 법한 설계를 했을까? 누군가에게 황금기의 완벽함이란 인류가 이뤄낼 수 있는 최상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게 꼭 평화를 추구할 필요는 없지 않나.

3.2. 참새

3.2.1. 아주르 아자젤

황금기에 주로 화성의 만년설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우린 우주선을 그 이름에 걸맞게 대했지. 고대 수호자 대하듯이 말이야. 맹세컨데 참새도 인격은 물론이고 영혼까지 있더라고. 헛소리 같지만, 난 그렇게 믿어. 그 이름과 마찬가지로 이 참새는 차가웠어. 열기를 불어 넣을 수 없었지. 하지만 하늘을 날 수 있더군.

3.2.2. 에온 추진기

황금기에 만들어지고 잊혀진 유물입니다.
이제는 여기가 어땠는지 기억나지도 않아. 배지와 책상을 받은 게 어제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지. 남은 게 많지는 않지만 이 낡은 물건은 기특하게 아직 작동해. 당신이 여기까지 왔다면 우리는 공통점이 많다는 거야. 뭔가를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지, 그렇지?

난 감상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인제 와서는 나도 날 모르겠어. 내가 돌아왔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어. 적어도 당장은 말이지. 당신이 이걸 읽는다면 우린 서로 엇갈렸다는 소리겠지. 난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해서 여기 머물 수 없거든. 아직은 말이야.

날 위해 그녀를 잘 돌봐줘.

3.2.3. 베스풀라서

전쟁위성 접근 중.
중앙 도서관 A/V

학생: 캔턴 님?

(전직) 부관 맥스 캔턴: 젠장.

학: 이오에서 재료를 찾고 있어요. 뭔가 다른 걸로요.

맥: 아! 이오에 대해 말해줄 게 있는데. 아니, 진짜로 말이야. 이런 건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을 거야. 파트너랑 같이 이오의 협곡에서 일주일 동안 길을 잃은 적이 있었지. 물론 서로를 잡아먹으려고 하진 않았지만 거의 그럴 뻔했어. 식량이 다 떨어져 갔거든. 그때 베스풀라서가 날아왔다가 협곡 벽 너머로 사라지는 걸 봤지. 그 줄무늬를 보고 딱 알았지. 그거 때문에 무슨 위험한 벌레처럼 보이거든. 협곡을 오르려면 몇 시간이 걸릴 터였지만, 어쨌든 우린 서둘러 그게 사라진 쪽으로 갔어. 찾아 보려고 말이지.

학: 베스풀라서라고요?

맥: 그래, 베스풀라서.

3.3. 방어구

3.3.1. 타이탄

3.3.1.1. 하디의 발걸음
"너희가 할 일을 내가 알려줄 순 없어. 난 그렇게 현명하지 않거든. 자기 길은 알아서 가라고. 그게 뭔지 알게 될 거야."
파일: 제이콥 하디, 아레스 1호 조종사
중부사령부 이사회실 223B
A/V 모니터
아레스로 가는 길: 발사 517일 전
1843시간

캔터베리 이사: 누가 먼저 시작해 보실까요?

하디: 캔터베리 이사님, 부인께선 아직도 밖에서 축배를 들고 계신 것 같던데요.

캔: 그러게 말입니다. 파티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 줘서 고맙군요.

에비에: 자, 여기 화면을 봐주시죠.

피들러 장군: 자기 소개부터 해줄 수 있나?

하: 하디라고 합니다. 특수 비행 부대 소속입니다. 사실 전 여긴 처음이고요, 아는 분도 없습니다.

피: 자네는?

에: 에비에입니다, 장군님. 에비에 캘러멧이라고 합니다.

캔: 에비에는 우리 최고의 이론 물리학자 중 하나죠. 보안당국에 보고할 중요 사항이 있다고 합니다.

하: 그런가요.

에: 여기 이 모양을 봐주세요.

하: 위성 하나 보여주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거라고요?

에: 위성이 아닙니다. 질량이 다르거든요. 아무튼, 이건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겁니다.

하: 저 옆에 있는 행성이 설마-

에: 목성. 이제 다들 아시겠죠? 이 물체는 갑자기 우리 태양계에 나타났고, 그 이유는 아무도 모릅니다.

피: 저 물체의 능력은 뭐지?

캔: 아직까지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돌아다니는 위성일 수도 있고 훨씬 더 위험한 걸 수도 있죠.
3.3.1.2. 하디의 여정
"내면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경고를 잘 들어 봐."
파일: 제이콥 하디, 아레스 1호 조종사
—추보—
중부사령부 주점
A/V 모니터
아레스로 가는 길: 발사 480일 전
1149시간

에비에: 제이콥. 잠깐 시간 있어?

하디: 잠깐만 있지. 그다음엔 바로 갈 거야. 벨라루스에 문제가 생겨서 월요일엔 가야 되거든.

에: 그렇게 시간이 없으면 내가 당신 브라우니 좀 먹어도 돼?

하: 반만 먹어. 나한테 뭘 보여주려던 건데?

에: X 위성이 돌아왔어.

하: 맙소사. 그게 목성에 한 짓을 봤잖아.

에: 목성과 "함께" 했거나. "목성과 함께"했다고 볼 수도 있잖아.

하: 뭐가 맞든 그게 목성 위성 2개를 엄청나게 바꿔놨지.

에: 그래, 그다음엔 갑자기 사라졌고. 열 네 달이나 사라졌다가 수성에 나타나더니 또 순식간에 사라지고 일곱 달이 지났어.

하: 추적할 수도 없고.

에: 아, 할 수는 있을 것 같아. 근데 지금 당장은 필요 없지. 금성 바로 옆에 나타났거든.

하: 농담이지?

에: 그랬음 좋겠네.

하: 어디 봐봐. 거기서 뭘 할 생각일까?

에: 뭐가 뭔지 모르겠다. 마법일지도. 뭐가 진짜 걱정되는지 알아? 다음에 또 사라지면?

하: 어디로 갈지?

에: 그래, 어디로 갈지.

하: 브라우니 마저 다 먹어도 돼.
3.3.1.3. 하디의 평정심
"동료를 잘 살펴서 그 능력을 잘 알아 두도록. 언제라도 지원을 요청할 수 있게 말이지."
파일: 제이콥 하디, 아레스 1호 조종사
—추보—
제이콥 하디의 일지
쌍동선 프로젝트
아레스로 가는 길: 발사 90일 전

여기 온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제 클럽회관이 집같이 편하다. 모두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다.

나도 저런 인류애가 있으면 좋을 텐데. 뉴올리언스에서 X 위성 교단 사이에서 폭동이 일어난 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

지금 언론에 알려진 건 우리뿐이니까. 차오라는 항해사는 여태껏 본 사람 중에 탐구심이 가장 넘치는 사람이다. 뭔가 궁금한 게 생기면 얼굴이 반짝일 정도다. 우주선의 인공지능을 맡고 있는 미하일로바는 아주 진지한 사람이다. 팀원들을 정중히 대할 만큼 교육은 잘 받았지만, 태도를 보면 자기보다 모자란 자들의 질문에 답하길 꺼린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녀 분야로 치면 우리 거의 다 모자라겠지.

에비에는 이 임무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다 할 사람이다. 에비에의 X 위성 추적 이론 때문에 그 위성의 예상 경로를 알 수 있었다. 방금 에비에가 날 쳐다봤다. 내가 자기 얘길 쓰고 있다는 걸 눈치챈 건가.
3.3.1.4. 하디의 명령
"결국 우린 뭔가 전설적인 인물로 남게 될 거야."
파일: 제이콥 하디, 아레스 1호 조종사
—추보—
센트로 아귀레 퍼시피카 리조트
아레스로 가는 길: 발사 63일 전
0746

하디: 좋아, 지금 이게 누구든 딱 30초 준다. 해저에서 휴가를 보내겠다는 건 전화를 안 받겠다는 뜻이었지.

피들러 장군: 하디, 나다 피들러.

하: 아! 장군님이셨습니까.

피: X 위성 일이다.

하: 네?

피: 자네 동료 에비에가 옳았어. 추적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지만, 에비에가 방법을 찾았지. 그리고 지금 에비에가 예측한 대로 화성으로 가는 길목에 정확히 나타났다. 듣고 있나? 화성으로 갈 거라고. X 위성이 목성, 수성, 금성에서 벌인 짓을 알고 있겠지. 그래서 이번엔 다국적 부대를 보내 사전에 막으려고 한다.

하: 다국적이라면…

피: 자넨 그 함선 조종사를 맡을 것이다.

하: 어… 저기, 그 생각에 반대하는 건 아닌데 말입니다. 화성은 지금 여기서 5천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데요.

F: 그래, 그 정도 떨어져 있지. 화성까지 두 달 안에 도착해야 하는 임무다. 60일 만에 말이지.

하: 60일이라고요.

피: 자, 그러니 휴가 잘 보내고 돌아오도록. 지금 클럽회관과 우주선을 건조 중이다. 이번엔 저 망할 놈을 반드시 잡는다.
3.3.1.5. 하디의 제어
"내가 믿는 게 뭔지 알아? 뭐든 내 손에 실제로 잡히는 것이지."
제이콥 하디의 일지
아레스 1호 프로젝트(FKA 쌍동선)
아레스로 가는 길: 발사일 +1일

24시간 지연됐다.
이렇게 엉망진창인 분위기의 팀은 처음 본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클럽회관 계단통에 전기 화재가 일어났다. 에비에가 계산 마무리 작업을 하다가 연안파의 섬광 침식에 관한 TV 방송을 한다고 나갔는데…

사실 에비에가 자리를 비웠다는 걸 아무도 몰랐다.

우린 차곡차곡 쌓인 사건의 결과로 일어나는 재앙이라는 순차적 결과에 대한 교훈을 얻었다.

전기 시스템 과열에 약한 스프링클러의 조합으로 인한 연기.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계단통에 쏟아진 물 때문에 계단은 더 미끄러워졌다.

보호 장치가 죽음의 덫으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우린 계속 임무 수행 중이다.

하지만 에비에가 우릴 여기에 가둬버린 상황이다. 이제 에비에 없이 여행자를 만나게 생겼다.

난 놀라움에 정신이 나가버릴 게 뻔하다. 확실히 말이다. 장담할 수 있다. 기분이 그렇다는 거다.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우리한테 총을 주고 이름을 바꿨던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라면서.

3.3.2. 헌터

3.3.2.1. 차오의 소멸
"연민과 깨달음을 얻도록 매진하십시오."
차오 추보
베이징 대학 차오 학장의 아들이자 아레스 1호의 항해사 율리시스 차오의 일지
아레스로 가는 길: 발사 476일 전

우린 라츠켈러에 있었다. 그게 뭔지 모른다면- 사실 나도 당시엔 몰랐지만, 그건 일종의 지하 식당이자 술집이다. 서점과 크게 다를 바 없지. 수백 년은 되었지만. 그때 당시엔 베이징이 아니라 호주에 살고 있었다. 시드니에 살았지. 난 아버지가 가르치는 대학에서 아버지와 함께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대학 진학 관련 자료를 다 가져갔었지. 피자를 먹는 동안 우리 식탁 주변엔 온통 둥둥 떠다니는 홀로그램으로 가득했지. 정말 끝내줬다고.

아무튼 그때 TV에서 방송이 나오고 있었는데 그때 그걸 처음 본 거다. 태양계 가장자리에서 보내온 드론 영상 말이지. 누구도 예상 못했던 영상이 담겨 있었다. 영상을 보던 아버지는 그대로 얼어 버렸지. 두뇌가 풀가동되면서 다른 기능은 멈춰버린 것처럼 말이야. 아버지는 종종 그러시긴 했다.

나중에 여행자라고 부르게 된 그 존재를 처음으로 본 순간이었다.
3.3.2.2. 차오의 발걸음
"지혜 속엔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 않으니 평화롭게 나아가십시오."
파일: 차오, 아레스 1호 항해사
—추보—
아레스로 가는 길: 발사 58일 전
베이징 대학
A/V 기록

학생: 차오 학장님, 아레스 1호에 대한 모든 질문에 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차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즐거운 대화였어요.

학생: 그 임무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어디 계셨는지 기억나세요?

차오: 그럴 수가. 제가 전화를 받았을 때 어디 있었는진 기억나지요. 물론 그때 당시엔 아레스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발사일 까지는 쌍동선 프로젝트라고 불렀죠.

아무튼 제 첫째 딸아이가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이었고 우린 잠깐 시드니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교수 몇 명과 함께 점심을 먹고 기숙사 한 곳을 방문했죠. 바로 저 앞에 있던 건물이 순식간에 사라지더군요. 세상에. 낡은 기숙사긴 했어요.

그날 엄청난 시위가 벌어졌죠. X 위성 교단이 다 들고 일어나서 모든 정부가 힘을 모을 것을 촉구했죠.

그날 하루 빌렸던 드론 안에서 그 전화를 받았어요. 방문 일정을 줄이고 돌아오라고 했지만 전 거절했습니다. 1년 반이나 출장 보낼 계획이면서 고작 반나절을 더 못 기다려 주는 건 말도 안 되니까요.
3.3.2.3. 차오의 보살핌
"언제나 이해와 연민을 갈구하십시오."
차오 추보
쌍동선 프로젝트
클럽회관 체육관
A/V 기록 중
아레스로 가는 길: 발사 30일 전

하디: 뭐? 농구를 안 한다고?

차오: 아니, 농구야 당연히 하지.

하디: 좋아 그럼 나랑 미하일로바가 한 팀이고 너랑 에비에가 한 팀이다.

에비에: 그렇다면 납작하게 눌러 주지.

미하일로바: 너무 자신만만한데.

하디: 길안내는 어떻게 되고 있어?

차오: 다 말했잖아, 완벽해. 미하일로바의 인공지능과 에비에의 이론으로—

에비에: 잘못해서 거기에 부딪히면 안 되지.

하디: 거기라니?

에비에: X 위성 말야.

미하일로바: 아악!

에비에: 너무 느려.

하디: 저기요! 여행 나오셨나.

에비에: 미안—

차오: 알았어.

하디: 느려 터졌네—

차오: 2점. 속도 얘기 하자며.

에비에: 잠깐. 잠깐만.

하디: 그럴 수가. 알았어. 왜?

에비에: 여행 말이야. X 위성을 위성이나 가짜 달이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틀린 거 같아. 크기는 하지만 스스로 움직이잖아. 목적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고. 그건 방문자야. 그러니까… 여행자라고.
3.3.2.4. 차오의 미소
"내면의 빛이 외면을 비추게 하십시오."
차오 추보
차오의 일지
아레스로 가는 길: 발사 18일 전

미하일로바와 에비에는 쓸데없는 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덕분에 클럽회관 분위기가 좋지 않다. 제이콥이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건 알지만

얼마 전엔 인공지능 코드의 서브루틴에 대한 말도 안 되는 다툼이 벌어졌다. 에비에는 미하일로바의 코드를 다 살펴보고 싶어했다. 여행자의 잠재 경로 예측을 위한 에비에의 중력 측정이 코드에 다 반영된 건지 확인하겠다는 거였다.

여행자라니. 아주 완벽한 이름 아닌가! 잘했어 에비에!

아무튼, 미하일로바는 자신의 코드를 모두 잠금 해제하는 걸 거부했다. 물론 노골적으로 거절한 건 아니지만, 에비에가 전체를 살펴볼 수 없도록 확답을 피하고 정보를 일부만 공개했다.

난 이 싸움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나도 내부 시스템의 모든 코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나름의 수단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에비에한테 코드 정보를 넘겼다.

나중에 미하일로바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고 그녀가 당연히 화를 낼 거라 예상했지만, 세상 일이란 게 언제 예상대로 돌아가던가. 미하일로바는 아주 침착한 목소리로 "알았어, 차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지."라고 말했다.
3.3.2.5. 차오의 마음
"이웃의 삶을 이끌어가는 게 무엇인지 늘 살피십시오."
차오 추보
A/V 기록 중
아레스로 가는 길: 발사일 +1일(변경된 발사일)

중부사령부: 아레스, 중부사령부다. 통화 감도 점검. 통화 감도 점검이다, 오버.

하디: 중부사령부, 아레스 1호다. 크게 잘 들린다, 오버.

중: 알았다. 이봐, 영원의 여행 가문에서 당신들 성공을 기도하고 있다고 전해 달라던데. 뉴스에서 난리가 났거든.

하: 여행자 교단 중 하나던가?

중: 그렇다, 몇 주 전 여행자 교단 난투극에서 살아남은 집단이지.

하: 아. 그렇군, 알았다. 고맙다고 전해줘.

중: 알았다. 다음 통화 감도 점검은 8분 후다.

하: 잠깐은 조용하겠군. 길안내는?

차오: 안정적이야. 지구 중력장을 벗어났어. 진로에 제대로 진입했지.

하: 엔지니어링은?

미하일로바: 모든 시스템이 정상이야.

하: 좋아. 그럼 이제… 엄청 오래 기다릴 일만 남았군.

차: 안녕하십니까. 괜찮은 거야, 제이콥?

하: 그래. 그럭저럭.

차: 별들 좀 봐.

미: 뭐 문제라도 있어?

차: 아니 전혀. 그냥 뭐랄까…

하: 아름답네.

차: 그래. 저들과 함께할 영광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가 그럴 자격은 없는 느낌이랄까.

하: 여행자는 어떤 기분일까.

3.3.3. 워록

3.3.3.1. 미하일로바의 방식
"스스로에게 물어봐. 뭘 향해 가고 있는지. 그걸 어떻게 달성할 건지 말이야."
미하일로바 추보
아레스로 가는 길: 발사 75일 전
발신: M. 미하일로바 박사
수신: 인공지능 탐구 저널
회신: 친애하는
동료 여러분:

최근 일본을 덮친 쓰나미 재해 현장에서 응급 의료진을 돕는 인공지능 사용해 대해 옵살라 센터에서 수행한 연구에 관한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우리 태양계에 나타난 그 거대하고 신비한 위성(위성 아니면 우주선?) 관련 소식을 접하고 나니 저는 "인공지능은 병참업 외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도 있죠."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더군요.

이 X 위성이 지능을 갖추고 있다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 위성 때문에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겁니다. 우리가 만든 인공지능이 우릴 제대로 돕게 하려면 비밀도 있어야 하죠.

인공지능이 인류를 돕게 하려면 우리가 편안하게 느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편안하려면 진실을 알아선 안 되죠. 그들이 원한다면 우릴 능가할 수 있는 하인이라는 진실 말입니다. 물론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가 제어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속임수는 필요하다는 걸 부인해서는 안 됩니다.

진심을 담아,

M. 미하일로바 박사

니콜라스 및 알렉산드라 대학
3.3.3.2. 미하일로바의 선택
"선과 악… 우린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고 있어."
미하일로바 추보
니콜라스 & 알렉산드라 대학
학장실
아레스로 가는 길: 발사 65일 전
[요란하게 부서지는 소리-사무실 문을 거칠게 여는 소리]

미하일로바: 제 실험실 꼴 보셨나요? 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학장: 그들이 거길 벌써 다녀간 건가?

미: '그들'이라니요? 컴퓨터들이 없어졌어요. 캐비닛에 들어 있던 것도 다 사라졌고요.

학: 사실 이렇게까지 하려던 건 아니었네. 미하일로바 박사. 앉아서 얘기하지.

미: 사양하죠!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절 해고하신 건가요? 대체 무슨-

학: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그런 건 아닐세. 자네 물건은 모두 안전해. 자리를 옮긴 것뿐일세. 쌍동선 임무를 위한 인공지능 개발자로 자네가 뽑혔네.

미: 전 여기서 한창 연구 중이었는데요.

학: 그럼 이젠 거기 가서 계속하면 되겠군. 이보게, 이번 임무로 아주 유명해질 거라고.

미: 그런 건 관심 없습니다.

학: 아! 하지만 그들은 자네에게 관심이 있지. 잠시만 있어 보게.

미: 뭐죠?

학: 방금 자네한테 일정표를 보냈네. 비행기가 준비되어 있거든, 미하일로바 박사. 오늘 오후 출발일세. 플로리다의 중부사령부에 가면 자네 컴퓨터가 있을 걸세. 햇빛 좀 쐴 기회라고 생각하는 건 어떤가?
3.3.3.3. 미하일로바의 업적
"생각해 봐. 계속 생각하는 거야. 언제나 일곱 수는 앞서 생각해 둬."
미하일로바 추보
항해사 일지—암호화 추보—
아레스로 가는 길: 발사 20일 전

에비에와의 관계가 갈수록 미묘해지고 있다. 에비에는 자신의 중력 우물 측정을 위해 모든 인공지능 코드에 액세스해야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그럴 필요가 없을뿐더러 에비에에게 필요하리라 예상되는 서브루틴 코드는 모두 알려줬다.

그런데도 나머지 코드를 다 알고 싶어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에비에가 R 하위 시스템을 본다 한들 그걸로 대체 뭘 하겠다는 건가?

R이란 새 우주선 중앙에 있는 연구용 인공지능의 핵심 부분에 붙인 코드명이다. R은 꽤 잘 해내고 있다. 이젠 코드도 직접 쓰고. 보통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

에비에가 그런 걸 이해나 할까? 에비에라면 하디에게 달려가 R이 직접 쓴 코드에서 이상한 부분을 보여주겠지. 그건 마치- 뭐라고 해야 하려나? -우리에 대한 평점을 매기는 것과 같다. 비밀 평론가처럼 말이다. R을 공개할 순 없다. 우리가 필요한 제한적인 방법으로 인공지능이 작동하게 하려면 저대로 둬야 한다.

에비에를 어떻게 떨어뜨려 놓아야 할진 모르겠지만 에비에가 액세스하게 되면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다.
3.3.3.4. 미하일로바의 이야기
"자기가 싸우는 이유가 바로 네게 가치 있는 거야. 그 외에 다른 건 다 공허한 단어일 뿐이지."
미하일로바 추보
항해사 일지—암호화 추보—
A/V 기록
클럽회관 매점
아레스로 가는 길: 발사 3일 전

에비에: 이봐, 당신과 단둘이 얘기 좀 하고 싶었어.

미하일로바: 좋아.

에: 이 출력들 확인해 본 거야? 여기 심각한 문제가 좀 있는 거 같던데.

미: 그건 불가능한데.

에: 당신이… 아니 여기 이 코드 캐시들 말이야 이건… 미하일, 이게 우릴 평가하고 있어. 우리 프로젝트와 우리 팀원들에 대해서 말야. 차오가 잘 때 코를 곤다는 것까지 적어 놨잖아. 여길 보면…

미: 그걸 다 출력한 거야?

에: 당연하지.

미: 좋아. 좋아요. 그래서 뭘 하자는 건데?

에: 하디한테 가져가자.

미: 윽. 그래야겠지.

에: 지금 그 반응은 뭐야?

미: 그러니까… 이봐. 음. 당신이 맞아. 확실히 오류야. 아주 창피한 오류지. 내가 고칠 수 있는지 한번 볼게. 하루만 시간을 줘.

에: 하루나 기다릴 순 없어!

미: 그럼 12시간만 줘. 문제가 어디서 발생한 건지라도 찾게 해줘. 그래도 내가 못 찾아내면 그땐 당연히 다른 팀원들에게도 알려야지.

에: 확실히 찾을 수 있겠어?

미: 아, 찾아내야지. 12시간만 주면 다 해결될 거라 장담하지.
3.3.3.5. 미하일로바의 행로
"네 목표가 바로 네게 가치 있는 거야. 다른 모든 건 쓰레기지."
파일: 미하일로바, 아레스 1호 기술자
아레스로 가는 길: 날짜 미상
—추보—
옛 러시아 기술 & 과학 기관
다큐멘터리 인터뷰
—부분 복구—

미하일로바: —그런 일을 꽤 많이 다시 해야 했죠.

대책 관리 요원: 이제 박사님 배경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아레스 1호 영웅 중 한 분이셨죠?

미: 영웅이라고요?! 하! 그런 게 아니에요. 우린 과학자가 할 일을 한 거죠.

대: 그렇군요. 그럼 과학자로서 박사님이 개발한—

미: 인공지능을 개발했죠.

대: 그 인공지능이 임무를 수행한 건가요?

미: 아, 그건 아니에요. 그 당시엔 그럴 수 없었죠. 우리가 뭘 발견하게 될지 전혀 몰랐으니까요. X 위성은 테라포머였어요. 우린 바다를 만날 수도 폭풍을 만날 수도 있었죠… 사실 착륙은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극한의 반응 속도를 지닌 뛰어난 인공지능이 필요했죠. 하디가 직접 우주선을 조종하는 게 훨씬 나았기 때문에

쌍동선 프로젝트는 기밀이었고 사실 시작되자마자 끝난 것과 같았죠. 무작정 나가 그런 존재를 마주하는 건 무모한 짓이었어요.

인공지능의 결과는 좋았습니다. 거기서 시작한 인공지능 코드 대부분은 임무에 실제로 쓰이진 않았지만 유용했어요. 그러니까 어떤 부분에서였냐면—

4. 시즌 4

4.1.

4.1.1. 영세 XXII

헬라스 분지의 발굴 지점에서 복구한 매우 잘 보존된 황금기 패턴입니다.
"튼튼하게 설계됐습니다. 후류를 타고 목성까지 가고 나면 훨씬 수월해지죠. 소행성대까지 힘 안 들이고 날아간다니까요. 절벽을 넘을 때 순풍만 조심하세요."

"맞습니다. 7번 도시로 접근하는 중이에요. 코피한테 전해 줄래요, 탈라? 메이크메이크에서 신선한 외행성계 톨린을 잔뜩 가져왔거든요."

"아니야, 아빠는 네 생일날까지 못 갈 거야. 음… 아주 아주 먼 곳에 있단다. 바로 그거예요. 아빠가 이름이 뭐라고 가르쳐 줬지? 아니, 아니. 포크가 아니라 오르쿠스라고 해."

"저기… 우주에서 신호가 회신되고 있는데요. 다들 보고 있어요? 황위 +12˚로 50천문단위 떨어진 곳에서 송신하는 중이라고요. 배경복사일 리 없잖아요!"

"…이대로 항해할 생각이다.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시스템이 정지하기 전에 구명정을 타고 로스 128 b에 도달할 것 같다. 우주선을 몇 대 구해 귀환하려 한다. 이 통신이 들린다면 용기를 잃지 말기를 바란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내가…"

—올튼 다이너모 인근의 붕괴된 통신탑에 남아 있는 손상된 데이터 파일

4.1.2. 켈에게 죽음을

거미에게 켈은 어떤 의미인가?
아브로크는 켈을 잘 알았다.

대화를 나눠 본 적도, 같은 전장에서 싸워 본 적조차 없지만, 남들보다 두 배로 뛰어다닌 국왕의 가문 드렉인만큼 켈에 대해서는 잘 알고도 남았다.

켈은 더 강하고, 빠르고, 똑똑했다. 즉 더 좋은 자원을 공급받은 것이다. 양질의 음식을 섭취했고, 안전한 잠자리에서 잠을 잤고, 수명 또한 길었다.

그런 점에서는 수호자와 비슷했다.

수호자도 켈도 넌더리가 난 아브로크는

인양한 물품을 대장에게 가져가지 않고 빼돌렸다. 알아챈 자는 없었다. 알아챘다고 해도 그를 죽이지 않고선 에테르 식량을 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잃을 게 없었던 셈이다.

아브로크는 감시의 눈을 피해 멀리 떨어진 도랑에서 서서히 자신만의 우주선을 만들었다.

각성자 대공이 도착했을 때, 그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켈이 새로 데려온 자기 죄수를 조롱하는 틈을 타서 몸을 빼낸

아브로크는 우주선을 몰고 뒤엉킨 해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허기진 채로 거미라고 불리는 자를 찾아가 성의 표시로 우주선을 바쳤다.

거미는 외계식 인사법으로 아브로크의 턱을 쓰다듬었다. "네 우주선은 뭐라고 부르지?"

아브로크는 턱을 들고 거미를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켈에게 죽음을."

거미는 아브로크를 그 자리에서 부하로 삼았다.

4.1.3.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어떤 이야기든 제대로만 얘기하면 진실이 되지." - 안달 브라스크
도시에 도착하니 탈룰라 페어윈드가 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여, 안달 브라스크." 탈룰라가 특유의 큼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 "미카가 자네에 대해 경고해 주더군."

"경고라뇨? 전 죽었다가 여기로 흘러온 것뿐이에요. 제가 살면서 한 일이라곤 태평양에 구토한 것밖에 없다고요."

탈룰라가 내 어깨를 철썩 때렸어. 얼마나 세게 쳤던지 그 자리에서 죽어 버려서 고스트가 부활시켜 줬다니까. 말도 못하게 창피했지.

다시 돌아오니 탈룰라가 내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어. "그럼 그것도 자네 이야기에 추가하자고." 탈룰라는 내가 살해당한 적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말을 이었어. "날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말이야. 이 근처에 악마가 돌아다녀서 천사처럼 노래하는 우주선을 훔쳤다고 하던데. 아마 손은 좀 봐야겠지만, 그건 이슈타르에서 하면 돼. 내가 도서관을 사탕발림하는 법을 알거든. '일어날 리 없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아하지."

"지금 하신 말씀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데요."

탈룰라는 내 어깨에 팔을 걸치고 말했어. "기운 내, 젊은 친구. 뭐, 우리가 당장 벡스 관문을 두드릴 것도 아니잖아? 적어도 아직은 아냐."

그랬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냐면 말이지, 믿기 어렵겠지만…

4.1.4. 미최후의 형체

"난 아직 최후의 형체에 다다르지 않았어. 그분 덕택에 알게 되었지." –에리스 몬
애셔에게

나 군체 껍질을 벗겨서 맨손으로 구부려 우주선 형태를 만들었어. 너라면 내 마음을 이해할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머릿속에 남은 녹색 불길을 잊지 못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야.

애셔. 나 빛을 위해 건설된 왕국을 보았어. 물론 어둠과 잔혹한 검의 논리로 세우긴 했지. 하지만 빛을 위해 세워진 거야.

그걸 보니 궁금해졌어.

이 편지를 끝으로 한동안은 소식을 못 보낼 것 같아. 도시에서보다 여왕 폐하께 내가 더 필요하거든. 내게도 그분이 필요하고. 폐하께선 나를 병자나 미치광이나 짐 덩어리로 보지 않으셔.

그분께만은 나는 헌터야.

폐하는 내게 진정한 적을 가리켜 보여 주셨지. 그분의 도움을 받아 나는 사냥감을 잡고 말겠어.

행동하는 명료함,
에리스 몬

4.2. 참새

4.2.1. 헤카베-S

"장식보다 기능이 중요하긴 하지… 하지만 장식도 좀 있는 게 좋잖아." - 헥터 99-40
밴시-44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머리카락이 있었던 아주 먼 옛날에 생긴 버릇이었다. 열다섯 번째 개량 당시 그 버릇을 버렸지만, 수조에 달하는 코드 사이사이에 그림자처럼 남아 숨 쉬고 있었다.

밴시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최소한 의식적으로 한 행동은 아니었다.

밴시는 눈앞에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고심하고 있었다.

"이게 총이면, 내 생각 회로 상태가 생각보다 더 안 좋다는 얘기인데."

해케 제조사의 정식 프레임, 헥터 99-40이 살갑게 웃으며 밴시-44의 등을 쳤다.

"자네 생각 회로는 정상일세, 밴시. 이건 참새라는 놈이야!"

밴시가 끙하는 소리를 내었다. "어째설까." 그건 질문이면서도 여러 의미가 담긴 말이었었다.

"왜, 어째서?"

"해케가 뭐하러 참새를 만들까."

"우리 디자인 양식이 단순히 총을 넘어 여러 분야에서 쓰일 수 있다는 걸 알았거든. 친화적인 디자인, 흥미로운 기능. 그리고 참새 말고 더 끝내주는 게 없잖아?"

밴시가 다시 끙하는 소리를 냈다.

"마음에 들어?" 헥터가 물었다.

"이게 대체 나랑 뭔 상관인데? 난 총을 취급하는 사람이야. 탈것이 아니라."

"그래도 말이야. 한번 자네 생각을 말해 봐. 궁금해서 그래."

밴시는 양손을 자신의 허리춤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참새 몸체의 매끈한 곡선과 날렵한 가장자리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의 푸른 눈에서 무언가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끝내주게 잘 빠지긴 했군."

그는 더 야단을 피우지 않고 고개만 까딱 흔들고는 가판대로 터덜터덜 돌아갔다.

헥터는 돌아가는 그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프레임은 두개골 장치의 뒷면을 손가락으로 긁적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챙겨가지."

4.2.2. 약탈자의 말

감옥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모든 걸 그대로 둬야 하는 건 아닙니다.
"오랜 속담이 하나 있다. '한참을 걷다 보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말인즉슨, 이렇게 멀리 나왔으면 남한테 무슨 짓을 당하기 전에 나 자신이 누군지를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해안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은 악인밖에 없기 때문이다.

"길목과 바위 틈새마다 범죄자와 적들이 매복해있다. 거기에, 피로 맺어진 아군도 예외는 없다. 이곳의 유일한 법칙은 생존뿐이다. 충심은 산들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날아갈 뿐. 유대는 깨지기 마련이다.

"신뢰 역시 상황이 틀어지고 곤경에 빠지면 쉽게 뒤집히긴 마찬가지고 말이다.

"따라서 항상 경계하며 피곤하게 걸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혹시라도 해안으로 나아가게 된다면… 마음 단단히 먹고 약실에 한 발 장전해두길 바란다. 보기 싫은 광경이 펼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C.C. 라그랜지의 "뒤엉킨 해안에서 입수한 기록 및 연구 자료: 몰락자 문서"

4.2.3. 전사의 군마

영광스러운 모험을 향해 달려가… 멋지게 승리해 보세요.
왜 나를 이 일에 끌어들였는지 모르겠군. 이런 건 내 전문이 아닌데. 난 헌터가 아니란 말이야. 내 발 크기가 얼마만 한 지 보기는 했어? 우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은밀하지도 않아. 문은 차서 부수고, 벽을 박살 내버리고 물건을 짓이기는 게 내가 하는 일이야. 공성 망치처럼 말이지. 넌 재빠른 걸 원하잖아. 난 그렇지 못하거든. 그나마 순발력 정도라면 있다마는. 언덕에서 날 밀어보면 아마… 아마 여기 있는 친구들보다 절반 정도는 빠르게 갈 수 있을 거야, 운만 좋다면. 물론 마음만큼은 정말로 기뻐. 예전부터 이런 걸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 그러니까, 누군들 싫겠어? 안 그래? 밤을 주름잡는 대도가 되는 환상을 체현할 기회인데. 변장도 할 수 있고. 멋진 파티에 숨어 들어간 다음. 웬 노인네의 귀금속을 훔치는 거지. 뭔 말인지는 확실히 알아들었어. 그래도 단언컨대 내가 없는 편이 나을 거야. 하여튼 정말로-

아. 아, 알겠다. 알겠어. 너희 팀이 물건을 훔치면서 작업하는 동안, 나는 뒤로 빠져서… 뭐, 여기서? 저 바위 뒤에 있으란 얘기지? 그렇구먼. 그래, 그래, 그런 거였어. 너희 팀이 물건을 챙겨서 꽁무니 빠지게 내빼겠다 이거지. 그럼 녀석들이 추적대를 내보낼 것이고. 그리고 그때 내가 나타나서- 콰쾅! 타이탄 티-본 납시오! 그래, 이러면 딱 되겠네. 너희는 전리품 갖고 떠나면 되는 거고. 그럼 내가-

잠깐.

내 몫을 30% 정도로 올려주기만 하면 딱 맞겠어. 됐지?

좋아, 좋아, 아주 좋아, 끝내줘.

5. 시즌 5

5.1.

5.1.1. 에이다-1의 고독한 늑대

"낡은 모순어법입니다. 그런 건 없어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낡은 것들에는 뭔가 매력적인 요소가 있죠..." —에이다-1
에이다-1은 사람보다는 장소를 선호했다.

그래서 우주선 선체에 앉아 뉴 밴쿠버의 버려진 놀이 공원 잔해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길이 잔뜩 녹이 슨 롤러코스터의 철로를 더듬었다. 공중에서 뚝 끊겨버린 그 철로는 마치 백여 미터 상공에 매달린 다이빙 도약대처럼 보였다.

이렇게 텅 빈 장소가 좋았다. 한때 사람이 가득 찼던 장소. 수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그 잔해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곳.

그녀는 이런 곳들을 인류를 기리는 제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일이 이렇게 복잡해지기 전의 인류에 경의를 표할 때면 이런 곳을 찾았다.

빛바랜 굵은 글씨로 'ㄹ켓 ㅅ계'라고 적힌 간판이 드리운 그림자에 앉아 그녀는 발끝으로 흙을 가르며 주위에 내려앉은 수 세기의 무게를 느꼈다. 그 무게와 그 공허함을 느꼈다...

그러자 숨을 쉬는 게 조금 편해졌다.

사람들이 가득 찼던 이곳의 전성기를 그려 보는 건 아니었다. 그냥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 좋았지만, 한때 사람이 가득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을 좋아했을 뿐이었다. 좋은 사람들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여기 홀로 앉아 그 많은 사람들의 메아리를 친구 삼아 그냥 이렇게... 존재할 수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웃었다.

5.1.2. 오드레리르

"친지가 친지에게 하는 말은 진실해야 한다." —올라프 해럴드슨의 이야기
우리는 게시한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조만간 잊힐
우리의 어휘로.
비록 우리의 육신은
썩어가더라도
검은 무기고의 작품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일하는 손이
게을러지지 않도록
우리는 시선을
하늘에 고정한 채
발을 디뎌
단단한 대지에 섰고
다시 대지를 향해
눈을 돌렸다.

끝없는 우주는
수많은 보물을 품고,
그런 선물은
값싸게 얻을 수 있겠지만
이 황금기에도
우리는 잠자코 기다린다
비록 그것이
애처로운 경계 임무일지라도.

우리는 우리의 작품을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미지의 위협으로부터
모두를 지킨다.
우리가 비록
하늘을 바라보더라도
가장 먼저 할 일은
우리 자신을 지키는 것일 테니까.

5.1.3. 비보안/항의

최신 [θ] 정보 컴파일 중... 현재 행동을 추구할 합당한 사유가 부족합니다...
클라리온 레티나 번>>
V330CRF104MES492
AI-COM/RSPN: 자산//전쟁감시//긴급
파견대 행동 명령

본 건은 전쟁감시 자산 긴급 항목임(인간 검수 미적용) (보안/자립).

다음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대기:

카르하이 화이트 조건하에서
[θ]가 비활성화 및 복구 불가능한 상태인 경우
이벤트 등급이 하늘충격: 맥락 외부이며 해당 맥락이 크로누스인 경우
볼루스파가 활성화 및 격발된 경우 접점에서 드발린에게::혐오
한 시대가 활성화되고 개기식 상황인 경우
문명 말살 조치가 예상되는 경우 E<0.005
전술 도덕성이 자정에 구축되는 경우

결정 지점 실행:

로키 크라운 활성화

저항 목표 취소

나글파르 단계 활성화

칼키 골렘 활성화

SM 칼라드볼그에서 모든 자산 긴급 어체이아 녹스 실행(비보안/항의)

전송 시작. 효과 평가 보고 발송 예정.

정지 정지 정지 V330CRF104MES493

5.2. 참새

5.2.1. 무한으로의 접근

한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참새를 무시무시한 속도로 몰고 있을 때면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이건 헌터가 할 법한 이야기다. 헌터를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솔직히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해 봤다.)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 따로 실감이 나야 할 필요는 없다. 죽을 때마다 실감이 나니까.

내가 참새를 무시무시한 속도로 모는 건 그게 이 우주에서 내 자리를 실감하게 하기 때문이다. 내게 가해지는 모든 힘을 실감하게 한다. 내가 깨뜨릴 수 있고 또 깨뜨릴 수 없는 모든 운동의 "법칙" 말이다. 솔직히 난 깨뜨리지 못하는 것들에 가장 관심이 많다. 나 역시 물리학 법칙의 일탈로 생겨난 존재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는 모든 일의 극단을 찾아내는 걸 좋아한다. 그러한 극단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못한다는 건 아니다. 그걸 그냥… 찾아내는 데서 희열을 느낀다.

그걸 위해 벡스의 우유로 이루어진 폭포 너머로 참새를 몰고 도약해야 한다고 해도, 젠장, 얼마든지 하겠다.

5.2.2. 소진

불은 불로 싸워야 합니다. 물론 다른 것도 모두 불로 싸우면 됩니다.
"...원래 불이 붙어야 하는 거야?"

마커스가 손을 문질러 닦자 검댕이 바지에 긴 줄을 두 개 남겼다. "아니." 그가 인정했다. "하지만 도무지 불을 끌 수가 없어."

아리아드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불길을 바라봤다. "대체 왜?"

"아나가 병합을 도와준 태양 에너지가..." 그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게 완전히... 억제되지 않았어. 그래도 몰 수는 있을 거야. 내가 시험해 봤으니까."

"저 불이 밖으로 빠져나오기도 해?"

"내가 아는 한 그런 일은 없어."

"허." 아리아드네는 팔짱을 끼었다. "위험해 보이는데."

"그래. 아까 얘기했지만 지금은 안정됐어. 탈 수도 있고. 하지만 얼마나 버틸지는 아무도 몰라.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고."

둘은 아무 말도 없이 서서 검게 그은 참새가 불타는 모습을 지켜봤다.

"멋지네." 아리아드네가 속삭였다.

마커스는 싱긋 웃었다. "맞아. 그렇지?"

5.2.3. 검은 말

제작자의 표시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측면에 "1"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을 뿐입니다.
관문을 나서자마자 마커스가 선두로 나섰다.

벌써 오늘 밤의 승리 파티를 계획하면서, 그는 감속하여 이노크와 보조를 맞췄다.

"경치 죽이네." 그는 소리쳤다. "고마워해도 돼!"

그는 껄껄 웃으며 빠르게 앞으로 내달렸다. 그는 다음 구간을 기다렸다가 다시 속도를 늦춰 이노크 옆으로 다가왔다. 디디는 해설자의 중계 음량을 키우려 했지만, 마커스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소리를 꺼버렸다.

"계속 달려, 렌." 이노크가 으르렁거렸다. "미광체 쓸 데가 있어."

헬멧 아래에서 마커스는 히죽 웃었다. "이건 '토끼와 거북이' 얘기 같은 게 아니야, 바스트." 그가 말했다. "나는—"

참새 한 대가 어찌나 빠른 속도로 곁을 스쳐 갔는지, 마커스는 하마터면 균형을 잃을 뻔했다.잠시 동안 그는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이내 핸들에 납작 엎드리더니 추진기를 맹렬히 가동시켰다. 상대 참새도 그 조종사도 알아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 없이 조금씩 차이를 좁혔다...

결승선을 반 바퀴 남겨 두고도 그는 따라잡을 수 없었다. 상대 조종사는 점점 더 격차를 벌리기만 했다.

이번엔 마커스도 중계 음량을 키우는 디디를 제지하지 않았다. "오늘은 렌도 모래를 들이마실 것 같군요, 여러분!"

승리는 "무명씨"에게 돌아갔다. 그는 상금을 기다리지도 않고 떠났다.

5.2.4. 야생마

"모는 차를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죠." —텍스 99-40
"요즘은 영 예전 같은 맛이 나지 않는단 말이야."

여기 텍스 메카니카에서 우린 아주 오래전부터 근래의 총을 그렇게 평가해 왔습니다. 기술적으로 많은 진보를 이룩한 요즘 시대, 모든 사람이 새로운 것과 앞으로 나올 것을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지금, 매끈한 디자인의 멋진 장난감이 순수한 화력보다 인기를 끄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늘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텍스의 총은 지금도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총의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았습니다. 총은 빠르고, 강력하고, 튼튼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변경을 개척하려 합니다. 네, 다들 안장을 얹고 달려갈 준비를 하세요. 텍스 메카니카가 참새 사업에 진출합니다.

진정한 수호자의 경험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이 아름다운 기체는 거친 황무지에서도 맹렬하게 질주하며 감히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모두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그저 낡은 금속 덩어리에 기업의 브랜드 정체성을 가미하여 개성 있게 만든 기체일 뿐이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죠... 전 진짜 좋은 제품이 뭔지 압니다, 수호자 여러분. 텍스 메카니카를 선택하는 건, 진짜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겁니다.

우린 늘 이런 얘기를 하죠. 꼭 싸워야 한다면 진지하게 임할 거라고요.

5.3. 직업 방어구

5.3.1. 불운의 표식

물어볼 필요도 없어. 널 따라서라면 은하계 끝까지라도 갈 거야. —웨이 닝
어서 여기서 나가자. 저 몰락자들이 제풀에 쓰러질 리는 없잖아.

"잠깐만. 나, 어… 보여줄 게 있어."

"어, 가방 안에 뭐가 있어?"

"확인할 방법은 하나뿐이겠지? 열어 봐."

"… 새로운 표식?"

"…"

"새로운 표식이긴 한데… 허. 이거 낯이 익은데. 에리아나, 받은 선물을 다시 주는 거야?"

"예전 로브에서 잘라냈어."

"…"

"그러니까… 음. 네 예전 게 조금 낡아 보여서 말이야."

"아주 부드럽네."

"그렇게 부드럽진 않아. 네 예전 게 조금 낡아 보이길래, 이렇게 하면 조금, 어…"

"내가 더 예뻐질 것 같았어?"

"…"

"농담이야. 얘기해."

"…"

"뭔데 그래?"

"웨이. 내 화력팀에 들어올래?"

5.3.2. 선봉대 모험 망토

당연히 그 녀석들 물건을 훔쳐야지. 사랑은 그렇게 보여주는 거야, 안달. 이제 내가 여기 상황을 좀 알려주지. —탈룰라 "탈루" 페어윈드
난 항상 기억 속에 남은 것들에 깜짝깜짝 놀라곤 해.

그날은 몰락자에게서 남는 물품을 빼앗으면서 발사 기지에서 안달과 긴 하루를 보냈지. 그러니까 거기에 아마 여덟 시간에서 열 시간 정도 있으면서 고등급 회전금속을 적어도 두어 킬로그램 정도는 모았을 거야. 하지만 난 그런 게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그날 밤 안달의 건너편에 있었던 게 생각나네. 우리 사이에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죽을 듯이 피곤했어.

그때의 여정에서 밤이 우릴 감싸면, 그는 늘 쥐죽은 듯 조용히 있었지. 원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난 그가 잠들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마 생각에 잠겼던 거겠지. 자기 머릿속에서 길을 잃고 말이야.

타닥거리는 불 소리만 듣고 있는 게 어찌나 진절머리가 나던지, 한 번은 내가 말을 걸었어. 그 사람 망토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언젠가 내가 훔쳐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지.

얼굴에 푸근한 웃음을 떠올리면서 이렇게 말하더군. "내 시체에서 벗겨내야 할 거야."

"좋아." 내가 말했지. "이미 얘기했었는지도 모르지만, 난 친구 사체에서 물건을 챙기는 것도 개의치 않아. '낭비하지 않으면 아쉬운 일이 없다'고 늘 얘기하고 다니거든. 게다가 당신도 그런 망토라면 차라리 내가 가져 주길 바랄 거 아냐."

그리고 우린 함께 웃었어.

이런 일이 기억에 남아 있다니, 정말 우스운 일이지.

5.3.3. 호혜의 완장

"어둠 속에서 빛은 더 환하게 타오른다. 그리고 빛이 비추는 곳에는 그림자가 드리운다." —울란 탄
좀 들어 봐!

그게 문제야, 안 그래?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거. 일단 죽어야 신경을 쓰지.

울란 탄은 당시 최고의 석학이었고, 그래서 당연히 완전하게 무시당했어. 이교도라는 왕관을 씌워 주지도 않았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너희에겐 그가 있었어! 그런데 그렇게 사라져 가는 걸 빤히 보고 있었지. 그리고 이제 그가 사라지고 나니, 너흰 그의 생각을 자기네 생각인 양 앵무새처럼 흉내 내고 있을 뿐이야. 그의 말을 하고! 그의 역할을 하고! 너희 중 일부는 의상까지 차려입었더군.

그의 생전 모습을 묘사하는 걸 들었어. 환하게 웃던 얼굴. 빛나던 유대감. 그가 밟는 곳은 모두 황금으로 변했고, 거리의 사람들은 그를 칭송하는 노래를 불렀다고.

자칼! 그는 진부하고 초췌했어! 무의미한 헛소리를 한다며 조롱을 당했다고! 너흰 그의 무덤을 파헤쳐 유골을 물어뜯으며, 그가 남긴 말을 뒤틀어 뭔가 거짓된 것으로 바꾸고 있어. 너희 거짓. 너희에겐 실체가 없어. 설교는 하지만 그런 가르침을 실천하려 하진 않아. 아니, 그러지 못해! 나처럼은 말이야.

그의 천재성이 이런 취급을 받으면 안 되는 거야.

6. 시즌 6

6.1. 직업 방어구

6.1.1. 태양파괴 표식

"얘기하려고 했어요. 미안해요. 미안하다고요." —골, 오린의 고스트
우 밍은 마치 폭탄의 전선을 자르듯이 조심스럽고 느릿느릿하게 말을 건다. "당신, 왠지 아는 사람처럼 느껴지는군."

오린은 그의 의중을 알아보려고 우 밍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지만, 들뜬 듯한 걱정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

"그래."라고 그가 답한다. "한때 동료였던 사람과 많이 닮았어. 암흑기 때 말이야. 그때 부활한 것 맞지?"

오린을 입술을 깨물고, 그 감각과 함께 머릿속에서 오직 하나의 숫자가 윙윙거리며 끝없이 맴돌기 시작한다. 아홉, 아홉, 아홉, 아홉, 아홉, 아홉, 아홉, 아홉, 아홉… "맞아." 그녀는 가까스로 중심을 잡으며 말했다. "그랬지. 나는, 음…" 그녀는 확인해 달라는 듯이 골을 바라본다. 경계하듯 양 날개를 의체 쪽으로 바짝 붙인 골은 작아 보였다. "골이 나를 뉴 월지 동쪽 어딘가에서 부활시켰어. 그 이후로 남쪽으로 쭉 이동했지."

"그렇단 말이지? 흠." 그는 짐짓 생각에 잠긴 척한다. "순례자 경호원과 함께 다닌 적 있나?"

그 말에 기억의 불꽃이 살아난다. 오린은 미간을 찌푸린다. "그랬지."

"그래? 나도 그랬어. 그중 한 명과 친했지. 뱀 문신을 한 여자였어. 바로 여기 말이야." 우 밍이 자신의 팔을 살짝 두드린다. 그의 손은 떨고 있다. "그런 문신을 본 적 있어?"

오린은 방어하듯 손을 팔뚝에 올려 문신을 가린다.

갑자기 머릿속의 윙윙거리던 소리가 멈춘다.

6.1.2. 신식 키요트 망토

"내 고스트가 날 찾아내던 순간, 내 이름이 떠올랐지." —테린 바이
테린 바이는 자신의 억센 운에 스스로 놀란다.

자신의 이름, 고스트, 방어구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 상태로 황량한 사막을 며칠씩 비척거리며 헤맨 끝에, 친절한 승천자들 무리를 만난 것이다. 승천자 무리는 그를 작은 야영지로 데려간다. 그리고 테린 바이에게 깨끗한 식수, 간을 하지 않은 토끼 고기와 약간의 꿀을 준다. 그들은 또한 온갖 소문, 유머와 서사시를 한 시간 반 이상 얘기해주며 그를 심심하지 않게 해 준다. 테린 바이가 승천자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 그는 금세 자기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승천자 무리에서는 한 여자가 눈에 띈다. 여자의 피부는 그의 피부와 비슷하다. 모닥불의 불이 잦아들고 사람들이 잠을 청하러 가거나 불침번을 서러 가자, 테린 바이는 그녀 옆에 슬쩍 앉는다. 낯을 가리는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 여자는 자기 키만큼이나 긴 망치의 머리에서 말라붙은 내장을 긁어 내다가 잠시 고개를 들고 말한다. "부활한 지 얼마나 됐죠?"

"네?"

"죄송해요. 친구가 당신을 깨워 준 지 얼마나 됐냐고요." 그녀는 턱으로 테린 바이의 고스트를 가리키고는, 다시 망치를 손질하기 시작한다.

"아, 음…" 그는 고스트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6일 됐습니다."라고 고스트가 답한다.

"얼마 동안이나 죽어 있었지?"라고 그녀가 고스트에게 묻는다. 테린은 다시 고개를 돌리고 고스트의 답을 기다린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고스트는 의체를 빙빙 돌리며 생각에 잠긴다. "정확히 따지긴 힘드네요. 오랫동안은 아니었어요. 한 달 정도?" 여자는 그의 볼을 정감 있게 쿡 찌른다. "몸 상태가 아주 역겨웠겠네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뻗어 그의 망토 끝자락을 엄지와 검지로 문질러 본다.

"왜요?" 테린이 잠시 후에 질문한다.

"이런 옷은 처음 봐요."라고 여자가 대답한다. 그녀는 망토를 놓고, 다시 고스트를 쳐다본다. "혹시 이 사람을 난파선에서 찾았어?"

고스트가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요."

테린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린다. 그녀는 그 모습을 보고 망치를 들어 하늘을 가리킨다. "당신과 나는 같은 종족 출신이에요. 그 사람들은 아직 저 위에 있죠."

"그래요? 그들에 대해서 아는 게 있어요?"

여자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별로 없어요. 우리가 그곳을 떠난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아요. 그들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그녀는 테린의 무릎을 토닥인다. "그것보다 스스로를 아는 게 더 중요하겠죠. 자신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나요?"

"테린 바이." 그는 자신 있게 대답한다.

그녀는 미소를 짓는다. "테린 바이." 여자가 되풀이한다. 그 목소리에 어린 자신감 때문에 왠지 고스트와만 이야기할 때보다 더욱 그럴싸하고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들은 다시 조용해진다. 모닥불의 통나무 하나가 쩍 갈라진다.

"당신들과 함께 지내도 될까요?"라고 그가 조심스러우면서도 희망이 어린 목소리로 묻는다.

여자는 그의 낡아 빠진 망토, 칼과 호리호리한 체격를 살핀다. 아무리 봐도 그는 승천자 무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테린은 아직 몰라도 여자는 알고 있지만, 테린은 여자의 목소리에 실린 판단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는 그 목소리에서 오직 친절만을 느낀다. "물론이죠. 원하는 만큼 지내다 가세요."

6.1.3. 가마우지 칼날의 완장

"서류 작업." —워록 오노르 마할, 실천의 경력을 통틀어 가장 끔찍했던 숙적에 관해 이야기하며.
각성자 왕자가 죽고 며칠 후…

***

워록 오노르 마할은 사무실 문을 닫고 코트를 의자 위에 던진 뒤,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머리 위에서는 선풍기가 열심히 돌고 있었다. 두 번째 탑 저층에 있는 실천의 전당은 언제나 좀 더운 편이었다.

"임무가 뭐죠?"라고 그녀의 고스트인 바하가리가 물었다.

"임무? 무슨 임무가 있다고 그래?" 오노르가 바닥을 바라보며 장갑을 낀 손을 모으고 말했다. 그녀는 턱을 악물었다. 공기에서 오존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선봉대는 늘 당신한테 이것저것 맡기잖아요."

머리 위에서 돌아가던 선풍기가 버벅거리면서 불꽃을 튀겼다.

"그렇다고 맡기는 임무를 다 하는 것도 아니잖아."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는 오노르의 눈이 전기 불빛으로 번뜩였다.

바하가리는 그녀 주위를 빙빙 돌며 기다렸다.

"방랑자." 선풍기가 다시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자 그녀는 입을 열었다.

"그자는 범죄자야."

"선봉대는 내가 아직도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방랑자에게 도시의 열쇠를 넘겨 놓고선, 이제는 실천의 세력에게 그자를 처리해 달라고 하지. 실천의 세력 소속이면서 아이코라의 은신자기도 하니까, 그 일이 나한테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지."

"붉은 전쟁의 영웅은…"

"…갬빗에 푹 빠져 있고 말이지요. 그에게 이 일을 맡길 수는 없겠지요. 때가 되면 제가 우리의 용사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죠."

"만약 당신이 이 임무를 맡는다면 말이죠."

"그래, 만약 내가 맡는다면. 팀이 필요할 거야. 내가 혼자 일하는 걸 좋아한다는 잘 알고 있겠지."

바하가리는 킥킥 웃기 시작했다. "이제 알겠네요. 임무를 따져 보고 받으려는 줄 알았어요. 남들에게 의지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야 해요. 우리에게 화력팀이 없었다면 이 도시는 벌써 잿더미일걸요."

"아이코라는 우리를 전혀 지원해 주지 않았어. 만약 우리가 임무를 수락한다면, 우리가 알아서 팀원을 모집해야 할 거야. 가능하다면 비밀리에. 방랑자는 우주 곳곳에 연락책을 가지고 있거든."

"그들을 도와주실 건가요?"

"실천의 세력의 일원이라면 누구도 이렇게 오랫동안 태양에서 멀어지면 안 돼. 내 피부도 원래 구릿빛이었거든. 이제 때가 됐나 봐."

7. 시즌 9

7.1.

7.1.1. 크리소펠리아-S

풀밭에서, 하늘로.
물론 저희는 한동안 독보적인 무기 제품군으로 여러분의 지상 전투를 책임졌습니다. 하지만 바이스트는 한 단계 성장해야 할 때가 언제인지 잘 압니다.

이제 저희는 여러분이 최후의 도시 최고의 제조사에 기대하시는 특징을 빠짐없이 갖춘 크리소펠리아-S로, 싸움을 새 지평으로 가져가고자 합니다. 무기급 내장 AI, 측방으로 파형을 그리는 방어형 비행 패턴, 비단뱀의 포옹보다도 아늑한 조종석을 갖춘 이 경이로운 제품과 함께라면, 하늘을 다시 편안하게 누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공격하는 독사보다도 빠르게 이륙하는 모습을 보면, 여러분의 적은 (아마 친구도) 시기심이 부글부글할 것입니다. 옛 탈것은 버리고 크리소펠리아-S에 탑승하십시오. 허물을 벗고 새로워진 느낌이 들 것입니다.

7.1.2. 세인트의 기원

"일시적인 유예에서 고요를 찾아라." —세인트-14
"우주선은 첨단 기계이자 운송 수단, 그 이상일 수 있어.

"우주선은 그 자체로 목적지일 수 있지. 평온의 공간이야. 전시에는 그런 공간이 흔치 않아. 전투 사이의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돼. 스스로에게 긴장을 풀고 머리를 쉬며 재충전할 시간을 줘야 하지. 비록 길지 않은 순간이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고 준비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야.

"너는 흘러넘치는 소지품을 정리할 때 카타르시스를 느낄지도 모르지. 잠깐 명상을 하거나 그저 눈을 감고 쉬는 것만으로도, 머리를 맑게 하여 예리한 정신을 유지하고 전장에 집중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네게 효과적인 것이 무엇이든, 스스로에게 꼭 휴식을 주도록 해. 잠깐의 휴식 시간도 감사하게 여겨야 돼. 그것을 통해 우리가 최후의 도시에 가져오고자 하는 평화를 되새길 수 있으니까."

—세인트-14

7.1.3. 타키온-4

가장 빠른 우주선보다 더 빠릅니다.
요즘은 아무나 우주선 업계에 뛰어드는 것만 같죠. 그들이 품질을 고민하는 동안, 저희는 품질을 실현해 냅니다.

저희는 세대를 초월하는 기술을 생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믿을 만한 황금기 기술을 활용하는 데서 나아가, 미래의 로드 맵을 개척할 만큼 용감해야 하죠.

오몰론은 당사 자체 기술인 수랭 듀얼 엔진을 탑재한 최초의 성간 우주선인 타키온-4를 자랑스레 선보입니다. 일은 우주선에 맡기고, 초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하며 놀랍도록 매끄러운 탑승감을 즐기세요.

이제 저희 엔진이 돌아가는 동안, 멋진 모습으로 세계를 구하시기 바랍니다.

미래의 우주선, 타키온-4.

*면책 조항: 오몰론은 그 원인과 법적 책임 이론과 무관하게 여하의 경우에도 타키온-4의 사용 또는 사용 불가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 손실, 간접 손해, 또는 결과적 손해를 책임지지 않습니다. 실제 우주선 속도는 상이할 수 있습니다.

7.1.4. 꼬챙이

"이게 있으면 움직이게 될 거예요." —텍스 99-40
답답하십니까, 파트너?

텍스 메카니카에서 선보이는 최신 공구, 꼬챙이를 소개합니다. 텍스 메카니카 임직원은 이곳에서 설정한 기준에 사생을 겁니다. 저희는 여타 제조사처럼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계속 과거를 연구하며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영감을 얻습니다. 텍스 메카니카 브랜드는 품질, 안정성, 쓰레기들이 달아나게 만드는 위력을 의미합니다.

춥고 고독한 우주를 배회하고 계시든, 성가신 드렉을 지옥으로 돌려보내고 계시든, 텍스 상표의 진품 기계를 사용하시면 더욱 안전하고 강해진 기분이 들 거라 장담합니다.

지친 눈을 쉬십시오, 수호자여. 지금 당신은 텍스와 함께하고 계십니다.

8. 시즌 10

8.1.

8.1.1. 시간의 화살

뒤를 조준해야 한다고 해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는 시간을 꿰뚫어 보았다. 내가 시간의 교묘한 술책을 이해한다고 말한다면 어리석은 짓이리라. 그것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불가해하여, 하나의 전체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것의 무한함과 방대함에 나의 정신은 산산히 무너질 뻔했다.

"그러나 우리가 이루어 낸 변화를 내 눈으로 보았던 순간들, 고정된 위치들이 있다. 그 결과는 우리 생각만큼 확률적이지는 않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원인과 결과, 그리고 우리의 계속되는 희생의 승리가 점차 분명해진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고 있다.

"어둠의 위협은 실질적이다. 나는 그 반박할 수 없는 진실을 외면하기엔, 너무 많은 것을 보았다. 부인하는 자들은 언젠가 부인할 것이 없게 될 것이다. 충돌은 불가피하다.

"지금은 계속 나아가라. 꺾이지 마라. 네가 그럴 것임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오시리스

8.1.2. NS81 복수 질주

"어이, 어이! 포기하지 마! 네가 바랐던 건 죄다 내일 너머에 있단 말이야." —케이드-6

"전쟁지능 쪽은 어떻게 돼 갑니까?" 아만다가 팔꿈치까지 도약선에 넣은 상태로 묻는다. 자발라가 보이지는 않지만, 그라는 것을 안다. 그는 상황이 잠잠할 때면 가끔 이곳을 찾아온다. 아만다에게 공구를 건넨다. 도시의 초창기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녀가 "요만"했던 시절에 대한 농담을 던진다.

"충분히 잘돼 가네." 그가 말한다. 피곤한 목소리지만, 요즘은 늘 그렇다. 붉은 전쟁 후로는 늘. "우린 이겨 낼 걸세. 언제나 이겨 내지."

"꼭 케이드 같네요." 그녀가 미소를 띠고 말한다. 낙천적이다 못해 무심한 말투.

자발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도약선 아래에서 기어나와 두 손을 바지에 문질러 닦는다. "그 후로 여기 많은 일이 있었지요?" 아만다가 자발라의 얼굴을 살피며 묻는다. "탑에 변화가 많았으니까요. 새로운 얼굴도 있고요."

"낯익은 얼굴들도 있지." 자발라가 보통 세인트-14이 서 있는 위치를 넘겨다보며 말한다.

아만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죠." 그녀가 부드럽게 말한다. "어떤 이들은 돌아오고…"

"어떤 이들은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 자발라의 목소리는 어찌나 나직한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둘은 아무 말도 없다. 아만다가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고, 볼에 기름때가 묻는다.

"이제 좀 쉬어야 하지 않겠나." 자발라가 불쑥 말한다. "뭐라도 먹는다든가…"

"라면이요." 아만다가 바로 대답한다. 생각도 하지 않고.

자발라가 슬프지만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 "내가 생각하던 거로군."

8.1.3. 흑요석 날개

"우리가 자유로워지는 날을 위해." —펠윈터 경

펠윈터 경이 조종반에 손을 집어넣자 우주선 선실의 조명이 살아났다.

"어떻게 찾았지?" 그는 고스트에게 물었다.

"라스푸틴 벙커를 해킹했지." 펠스프링이 의체를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이번에는 바루나 해안을 따라갔어."

"드라이브는 정상 작동하고 있군." 펠윈터가 말했다. "이거면 궤도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거면 행성계 반대편으로도 갈 수 있다고." 펠스프링이 답했다.

엑소의 눈동자가 매끈한 검은색 두개골 안에서 번뜩였다. 그는 우주선 설비에서 들려 오는 윙윙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넌 정말 오랫동안 이 싸움을 계속해 왔어." 펠스프링이 말을 이었다. "전쟁위성 네트워크를 피해 가는 항로를 설정할 수도 있어. 그러면 전쟁지능이 비치된 행성은 하나도 거치지 않아도 돼. 전부 다 말이야."

"숨는 일에는 이제 이골이 났지." 펠윈터가 말했다.

"그래."

"강철 군주는 그냥 내버려 두고 떠나겠다는 거야?"

"너라면 그러겠어?"

펠윈터는 그에 응답하듯 조종반을 놓았고, 우주선은 비틀거리며 작동을 중단했다. 엑소는 의자를 돌리고 착륙용 경사로를 내린 후 아래로 내려갔다. 등 뒤로 길게 늘어뜨린 외투가 그의 뒤를 따랐다.

"변했군." 펠스프링이 말했다.

"너도 그렇지." 펠윈터가 대꾸했다.

8.1.4. 세인트의 소명

새로운 기회, 새로운 부름.

세인트,

네가 돌아오자마자 또 헤어져야 한다니 아쉽구나. 네가 시험을 잘 감독해 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그 덕에 마음 편히 이 긴한 임무를 띠고 떠날 수 있다. 하지만 한마디 경고는 해야 하겠다. 등대의 이전 관리인이 위험한 영역에 빠져들고 있다. 등대는 보기와는 달라. 우리가 도저히 손쓸 수 없는 파멸을 부를지도 모른다. 전혀 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너도 그것을 만든 건축가들을 나만큼 잘 알고 있지. 경계하는 편이 좋을 거야. 눈과 귀를 바짝 긴장시키기 바란다. 그들의 최종 목적을 나는 모르니.

나는 돌아올 것이다.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지. 경계를 게을리하지 마라.

시간 속에서,
오시리스

8.1.5. 태양의 돛

길고 냉혹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거기서 뭘 찾았대?"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있어. 뭔지는 몰라도 우릴 여기까지 끌고 올 만큼 중요한 모양이지. 게다가 우리뿐만이 아니야."

"대신 타이탄에 가면 좋을 텐데 말이지. 하긴, 유로파만 아니면 어딘들 안 괜찮겠어? 얼어붙은 툰드라에서 여름을 보내고 싶진 않았다고."

"아, 알겠다. 웅덩이를 새로 찾은 모양이지. 데이브가 그걸 치우느라 고생하겠어."

"돌아가면 애들을 데려와야겠어. 빨리 끝나면 좋겠군."

"글쎄. 이건 좀 큰일 같아. 그 노인네도 거기 있다고 들었거든."

"제길. 진짜야? 그 인간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인 거야?"

"이쯤 되면 다 그렇지 않아?"

"그 인간도 좀 쉬면 좋겠네."

"무슨 자연 법칙이라도 깨고 우리까지 연루시키지 않고는 만족 못 할걸."

"다른 일자리를 찾을까 보다."

"그러게…"

8.1.6. 깨어나는 악몽

"어둠이 다가오면, 내 시야는 더욱 맑아진다." —에리스 몬

아이코라,

악몽들은 아직도 우리 모두를 괴롭히고 있어요. 하지만 우린 맞서 싸우며, 그들에게서 힘을 빼앗고 있죠. 그 힘으로써 어둠에 대항하는 우리의 성전을 계속하고 있고요.

대가가 무엇일지, 이제 이해가 되기 시작해요. 이 위협을 극복하려면, 많은 이들이 치르려 하는 것, 그 이상의 대가를 치러야 할 거예요. 우리 앞의 길은 뜻밖의 난관으로 가득하죠. 단단히 각오하세요.

전 아직도 우리의 고통과 역경이 헛되지 않을 미래가 오리라 믿어요.

우리는 이 트라우마를 적에게 돌려줄 거예요. 놈들에게 고통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줄 거예요.

행동하는 명료함,
에리스 몬

9. 시즌 11

9.1. 공감 의체

타인의 빛을 느끼는 고스트에게 적합합니다.

도시 사람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피라미드가 당장이라도 나타날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소음이 발생할 것이고(오히려 아무 소리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림자가 드리울 것이다.(그런 어둠의 개체도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을까?) 그다음 그것이 거기, 모두의 머리 위 하늘에 나타날 것이고(착륙할 수도 있다고 누군가 말했다), 거기에서 무언가 발사되고(혹은 그것이 탐욕스럽게 행성을 집어삼키거나, 무언가 거기에서 걸어 나올 수도 있다), 그와 함께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그렇게 간단하게.

그리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탑을 바라보며 위대한 계획이 수립되는 것을 상상했다. 그 위쪽에서 사람들의 형체가 이리저리 오가며, 여행자를 올려다보고 그들을 내려다보는 모습을 보았다. 무언가 진행되고 있다는 믿음에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지만, 그 우주선이 지금 나타날까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은 달래 주지 못했다. 최후의 순간이 지금일까, 아니면 지금일까, 아니면 지금일까…

그래서 도시의 사람들은 안으로 들어갔다. 겹겹이 싸인 금속과 회반죽이라도 그 우주선으로부터 그들을 지켜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지 않을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바삐 움직였다. 손재주가 있는 사람들은 지붕을 수리하거나, 나노 케이블을 설치하거나, 옷을 바느질했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나면 같은 일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다시 반복했다.

일부는 합금 재구성기를 조정하여 금속 장식을 만들어 냈다. 조금 더 전통적인 재료를 선호하는 이들은 목재로 작업을 하며 톱밥을 구름처럼 피워 올렸다. 에테르 톱이 스산하게 윙윙거리는 소리가 물레의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중주를 연주했다.

각 가정의 정원은 새롭게 주목받으며 화려하게 번성했다. 식탁 위 그릇에는 차갑고 매콤한 샐러드가 가득 쌓이고, 오렌지 줄기와 암녹색 잎 위에 식초가 뿌려졌다. 파와 흰콩을 썰어 넣은 감자 수프도 있었다. 허브를 넣어 구워낸 바삭한 빵이 곁들여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둥글게 둘러앉아 따뜻한 수프를 전달했다. 그들은 나무 찬장의 부드러운 표면을 손으로 더듬고, 그림을 감상하고, 무릎에 부드러운 담요를 덮었다.

하늘을 쳐다보는 대신, 그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10. 시즌 18

10.1. 조난자의 의체

과거를 뒤로 한 고스트에게 적합합니다.

"미스라악스와 나의 공통점을 굳이 찾자면," 거미가 으르렁거렸다. "우리 둘 다 미래를 주시한다는 거지."

그는 엘릭스니 스타일의 섬세한 고스트 의체에 감탄하며 거대한 발톱으로 의체를 뒤집었다.

"우리가 우주선을 약탈하고 다니며, 눈앞에 보이는 놈들을 전부 털어먹고 살았을 때도, 우리는 언제나 더 많은 것을 꿈꿨지." 잠시 공상에 빠진 거미가 허공을 응시했다. "그 더러운 범선에서 벗어나, 우리가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을 포함해서."

"공교롭게도, 미스라악스가 결국 미행성 하나를 통째로 내게 '허가'해 준 셈이 되었지." 그가 빈정대며 혼자 씩 웃었다. "내가 바라던 방식은 아니었지만."

"내가 발각되었을 때, 나는 더 이상 행성계 전체에 수배된 약탈자가 아니었다." 그가 두 팔을 넓게 벌리고 손바닥을 위로 올렸다. "나는 거미가 되었다. 현상금이나 모으며 사는 상인 말이야."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버려진 바위에 발이 묶인 일이 나에게 일어난 최고의 일이었더군." 그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최후의 도시에 발이 묶이게 된 것도 좋은 기회가 될지 모르지."

10.2. 부카의 작은 배

선실에는 선혈이 낭자하고, 선장은 보이지 않습니다.

리프의 여왕, 마라 소프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페트라를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여왕의 사절은 그녀의 눈을 피했다. "여왕 폐하, 수년에 걸쳐 도난당해온 막대한 양의 매장물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줄 알았던 보물의 위치도 알아냈습니다. 또한—"

"내 질문을 피해 갈 생각은 마라." 그녀의 목소리는 강철처럼 날카로웠다.

"거미는 찾지 못했습니다." 페트라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포드에 숨어들어 에라미스의 병력이 가로채 간 화물에 몸을 실은 것 같습니다."

마라는 긴 손가락을 맞대 삼각형을 만들고, 손바닥 사이에서 장밋빛 석영처럼 생긴 작은 30면체 다각형 물질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이 작은 물질을 손안에서 회전시켰다. 30면의 각 꼭짓점에서 뻗어 나온 작은 프랙탈 줄기들이 소용돌이치며 끝없는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어냈다.

다각형에 정신을 집중하면서 마라 소프는 꿈의 도시를 둘로 쪼개버리고 싶은 — 페트라가 당황할 것이 분명한 — 충동을 가라앉혔다.

마라의 격분한 눈총을 받을 것임을 알면서도, 페트라는 조심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분노로 끓는 마라의 눈빛이 보였다. 극적인 해결책을 던져야 할 타이밍이었다.

"거미가 최후의 도시에 머무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페트라가 대담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작은 수정 결정체가 마라의 손 사이에서 툭 떨어져 모래에 처박혔다. 마라는 회의적인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막지 못한 채 고개를 한쪽으로 세웠다. 그녀는 페트라에게 손가락을 흔들었다. "내가 그자를 원할 땐 —"

페트라는 가슴에 손을 얹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만 하시면 움직이겠습니다, 여왕이시여."

예상치 못한 거미의 행방이 놀라워 마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혹시 까마귀는…" 마라가 입을 뗐지만, 자신이 생각한 정의를 전부 포함하는 적합한 말을 찾지 못했다.

페트라가 씩 웃었다. "곧 아시게 될 겁니다."

11. 시즌 19

11.1. 침투 의체

맘껏 드나드는 고스트에게 적합합니다.

아이도와 에리스 몬은 아무렇게나 쌓인 책더미 사이에 함께 앉아 있었다. 아이도는 책을 똑바로 놓고 알파벳순으로 정렬하며 열심히 더미를 정리했다. 에리스는 다른 책으로 눈길을 던지며 책을 펼쳐 탁자 위에 엎어 두었다. 군체 룬이 펼쳐진 페이지 위로 날아다녔다.

"시부 아라스에게, 전쟁과 숭배는 동의어다. 전투를 통해 그녀의 욕망은 우리의 욕망이 되지. 그녀의 갈등은 우리의 갈등이 되고." 에리스가 혼잣말을 했다.

아이도는 이제 연구 동료의 습관을 알고 있었다. 에리스가 남들에게 말하듯이 혼잣말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같은 행동 모델로 이끌리는 거예요." 아이도도 혼잣말을 했다. 그녀는 에리스가 책갈피를 꽂아 옆에 놓아둔 첫 책의 접힌 쪽을 폈다. "이걸로 시부 아라스의 위치가 공고해지는 거죠."

"폭력은 언제나 끝을 맞이하기까지 피를 흘리지." 에리스가 말하며 두 번째 책을 덮기 전 페이지의 끝부분을 접었다. "시부 아라스는 이를 알아. 그가 하는 의례는 액막이 같은 게 아냐. 초대장이다."

아이도는 세심하게 채워놓은 메모로 가득한 데이터 패드를 발톱 끝으로 넘겼다.

"하지만 전쟁 그 자체가 의례잖아요." 아이도가 말했다.

초록색 눈이 엘릭스니의 푸른 눈을 만났다.

"어떻게?"

"전략과 계획이 있죠." 서기가 신중하게 말했다. "교전, 패배, 희생들. 모두 큰 설계로 기획된 거죠. 전쟁을 벌인다는 건, 하게 만든다는 건, 누군가의 적이 되고자 하는 거잖아요."

아이도는 에리스의 꿰뚫는 듯한 시선을 받아내었다.

"사바툰은 본인의 욕망을 우리의 것이 되도록 만들었어요. 그 자매도 마찬가지죠. 그들의 방법은 다를지 모르지만 목표는 같아요."

에리스가 몸을 일으켰다. 근처의 책더미가 바닥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종이의 눈사태가 일어났다.

"테키언들에게 보낼 메시지를 작성해야겠군."

11.2. 도청된 교신

"나는 주머니를 터는 게 아냐, 사람을 털지." —거미

// 선봉대 네트워크 // 봇차 광대역 // 청취채널-443E // 암호화 활성
// 서기 기록소 알파-9-2C //
신원: 거미 [SPI], 아이도 [EID]

이하 주석이 붙은 교신 기록

EID: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도 되었을 텐데요.
SPI: 꼭 그런 형식을 따져야 하나, 아이도 서기?
EID: [한숨] 빛 속에서 당신을 반깁니다. 원하시는 게 뭐죠?
SPI: 발끈하기는! 아이들을 재우기 전 동화책 읽어주는 바쁜 시간을 내가 방해하기라도 했나? 아니면 함선강탈자에게 새 메시지라도 쓰고 있었나 보지?
EID: 당신이 제 통신에 관심이 있는 줄 몰랐네요. 그것보다 훨씬 흥미로운 정보가 많을 텐데요. 따로 할 일이 없거나 오늘은 확률 게임을 안 하나 보죠?
SPI: 이렇게 계속 옥신각신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 시간은 소중하니 관두자고. 너는 그 시간을 에라미스에게 낭비하는 것 같지만.
EID: 누구에게 연락한다고 해서 시간이 낭비된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요.
SPI: 하! 순진하기도 하군. 인간들에겐 '얼굴에 써 놓고 다닌다'라는 표현이 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 "용서받을 수 있다."**넌 이미 죽은 통신에 지껄이고 있는 거다.
EID: 에라미스는 제 말을 듣고 있어요.
SPI: 그렇지 않아. 공짜 조언 한마디 해 줄까, 꼬마 서기관 아가씨. 자신이나 챙기도록 해. 다른 이들은 널 챙겨주지 않는다.
EID: 그 말은 좀 너무한데요.
SPI: 그럴지도.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따랐기에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했지.
EID: 그래요… 어쨌든, 걱정은 고마워요, 거미.
SPI: 그래.
EID: 아까 제가 했던 말이 맞죠? 누구에게 연락한다고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니라는 거요.
SPI: 뭐라고?***

교신 기록 끝

서기 메모
* 현명하지 못하게도 약한 감정을 지나치게 보여줌.
** 인용문은 냉소적인 어조로 전달되었음.
*** 기록에는 무례한 느낌표가 생략되어 있음.

12. 시즌 21

12.1. 심해탐색자 의체

꽉 잡고 있는 고스트에게 적합합니다.

"온전해 보이네요."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재잘거렸다.

해왕성 궤도 위를 한가하게 돌고 있는 한 도약선에 고스트와 수호자가 타고 있었다. 조종석의 좌편에는 소용돌이치는 짙은 청색의 반구가 시야를 지배했고, 나머지 부분은 다른 도약선들의 잔해가 점점이 박힌 만 형태의 우주로 채워져 있었다.

"이걸… 이걸 켜 봐야 하나?"

수호자는 데이터 패드를 들었다. 패드의 낡은 케이스는 선봉대 디자인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고스트는 어깨 너머로, 잔해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상태로 남아 있는 패드를 훑어보았다. 그것과, 다른 수호자의 고스트 파편이 우주선 계기반 위에 단정하게 놓여 있었다.

"그 장치 안에 중요한 것이 들어있을지도 몰라요." 고스트가 호기심에 재촉했다.

수호자는 설득당해 데이터 패드를 켰다. 대충 휙휙 훑어봤지만 현장 보고서도, 임무 브리핑도 없었다. 그저 수없이 많은…

소설, 에세이… 시와 같은 글들이 있었을 뿐이었다. 수십 년에 걸쳐 사라진 수호자가 쓴 방대한 작품 모음집이었다.

"이 수호자는… 자신만의 우주를 만들어냈군요. 그녀에게 데이터 패드는 아주 의미가 깊었던 것 같아요. 어디든 지니고 다닐 만큼요. 비판 받을 걱정 없이 생각을 풀어놓을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이니까요." 고스트의 평가는 분석적이었지만 동시에 감정적인 핵심을 건드렸다. 고스트는 부드러우면서도 슬픈 삐 소리를 내며 수호자를 쳐다보고 데이터 패드로 날아갔다.

"이건 그녀의 존재의 조각들이에요. 자신의 진실들이죠." 고스트는 더 큰 깨달음을 얻은 듯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글을 통해 계속 살아갈지도 몰라요. 어쩌면… 우리 모두 마찬가지일지도 모르죠."

수호자는 아무 말 없이 데이터 패드를 읽기 시작했다.

12.2. 창백한 반영

달과 거울은 공통점이 많죠.

에리스 몬은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었다. 거울의 은빛 표면은 묘한 모습만이 비칠 뿐, 그녀의 기억 속에 담겨있는 모습보다 나을 게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거울을 가린 천을 걷어내고 붕대를 벗었다.

에리스는 자신의 눈 속 깊은 곳 유령의 집에 사는 유령 같은 거주자들을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악몽은 녹색 빛을 통해 그녀가 마주하지 못했을 세상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얼굴을 만져 보았다. 어둠이 그녀의 손끝을 감싸고 맨살에 스며들었다. 자신의 머리카락, 이마, 흉터, 뺨을 타고 기름 같은 눈물이 영원히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건 눈물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기 모습 때문에 우는 일이 없었다. 이 모습이 그녀의 생명을 구했다. 그녀에게 힘과 기회, 시간을 주었다. 그녀는 군체에게서 빼앗아 온 그 모든 것으로 그들에게 저항했다.

에리스는 고통을 보지 않았다. 그녀는 승리와 생존을 봤다. 그녀는 미래를 봤다.

그녀는 힘을 봤다.

에리스는 거울에서 물러나, 다시 안대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