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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 만찬의 칠면조 로스트(좌), 조리한 칠면조의 속살(우) |
1. 개요
로스트 디너 식으로 요리한 칠면조 통구이. 북미 최대의 명절 가운데 하나인 추수감사절의 대표적인 명절 음식이다. 그리고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성탄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성찬으로 칠면조 구이를 먹는다.2. 조리법
고든 램지와 제이미 올리버, 육식맨의 칠면조 로스트 조리법 |
주로 잘 손질된 통 칠면조 고기를 반나절에서 한나절까지 그레이비 소스, 녹인 버터와 같은 다양한 양념을 바르고 끼얹어가며 오븐 따위의 조리기구로 천천히 익혀 그것을 부위별로 잘라 가족들과 나누어 먹는다. 미국의 몇몇 지방에서는 칠면조 튀김기(Turkey fryer)라는 깊은 냄비 같은 조리 기구에 기름을 가득 채워 펄펄 끓인 뒤 칠면조 고기를 고리에 매달아 담가 튀겨내는 방식으로 먹기도 한다.
칠면조 안에 소를 채워넣기도 하는데, 이를 스터핑(Stuffing)이리고 부른다. 각종 채소와 향신료를 버무려 만드는데, 이는 가정마다 조리법이 다르다. 오래 익혀 양념이 스며들어 부드러워진 칠면조 가슴살을 잘게 찢어 고기, 뱃속에 채운 채소(스터핑)에서 흘러나온 국물을 섞어서 샌드위치 속재료로 넣어 먹으면 아주 훌륭하기도 하다. 스터핑에 관한 내용은 후술.
칠면조(Turkey) 샌드위치는 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류에서는 햄버거와 타코를 제외하면 햄 샌드위치와 함께 양대 산맥이라 할 정도이다. 마찬가지로 칠면조 햄도 샌드위치 재료로 많이 쓴다.[1]
서양에서는 가금류 고기 중에서 가슴살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고, 칠면조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가슴살 때문에 칠면조 고기 하면 가슴살부터 생각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가슴살을 먹고, 칠면조의 다리와 허벅지 부위는 비린내를 신경쓰지 않거나, 그 부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차지가 된다. 특히 보디빌더들이 주로 많이 먹는 고기로 알려져 있다.[2]
북미권에선 고단백 저지방의 가슴살과 날갯살을 가공육으로 팔고 남은 다리의 잉여공급이 비교적 저렴하게 풀리는데, 위에 명시되었듯 칠면조 다리만 염지(Brining)해서 그릴에 구운 Turkey Drumstick 을 유원지나 페스티벌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불맛이 적당히 배서 조금 질기지만 고소하고 진한 맛을 느낄수 있고, 베이컨으로 둘둘 말아 감칠맛과 2% 부족한 기름을 더해줘서 유원지에서 적당히 뜯어먹으면서 끼니를 때울 수 있다.
한국에서는 온라인 몰이나 식자재마트에서 훈연한 칠면조 다리를 하나씩 진공포장해서 판매하고 있다. 훈제칠면조의 경우 비린내도 별로 없고 훈제고기 특유의 맛이 나는데다 육질이 닭다리 비슷한 느낌이기 때문에 훈제닭고기나 훈제오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꽤 맛있게 먹을 수 있다.[3]
아무래도 닭이나 오리보단 사이즈[4]가 큰 만큼 고기 양도 제법 나온다. 문제는 훈제닭이나 훈제오리와 달리 칠면조 특유의 질긴 힘줄들이 다리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데다 그냥 잘라내면 단면상 잘 안 보인다는 것. 먹다가 힘줄이 씹히니 중도에 발라내는 귀찮은 상황이 반복된다.
다만 최근에는 오프라인 식자재마트에서도 칠면조 훈제 다리를 취급하는 곳이 줄고, 무엇보다 단가가 어지간한 수입삼겹살보다 비싸[5] 온라인 쇼핑몰에서 배송비까지 얹어주고 사야 하는 경우가 많다.
칠면조 통구이를 먹다 보면 손질 공정의 한계로 가슴의 쇄골뼈의 일부가 발리지 못하는데, 주로 ㅅ자 모양이다. 미국에서는 이 뼈를 위시본(Wishbone)이라 부르며, 칠면조를 먹다 이 뼈를 발견하면 꺼내서 두 명이 각각 양쪽 끝을 잡고 잡아당겨 부러뜨린다. 그래서 부러진 쪽이 긴 쪽인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3. 특징
3.1. 흰 부위와 검은 부위
압도적인 가슴살의 양 때문에 "칠면조는 뻑뻑/푸석푸석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런 푸석푸석한 부위는 '흰 부위(White meat)'라고 하는데, 주로 가슴 부분과 날개살이다. 푸석푸석한 식감을 없애는 조리법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칠면조의 크기 때문에 오래 익힐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가 질기고 푸석푸석해지는 것이다.반면 상대적으로 빛깔이 어두운 '검은 부위 (Dark meat)'가 있는데, 허벅지와 다리살이 이런 부위로 식감이 쫄깃하다. 칠면조 고기에 선입견이 있는 사람들도 검은 부위의 쫄깃함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6]
추수감사절마다 칠면조 고기를 먹는 미국, 캐나다나 크리스마스마다 칠면조 고기를 먹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부위 별 육질에 따라 호불호가 극과 극으로 갈린다.
그래서 조리된 칠면조를 나눠주는 사람이 먼저 물어보고 원하는 부위를 덜어준다. 먹는 사람이 별로 없으면 알아서 가져가면 되지만, 사람이 많을 때에는 누군가가 배식 담당이 된다. 칠면조의 양이 양이다보니 소수가 먹는 경우는 드물고, 그래서 칠면조 고기를 먹을 때면 으레 한 명이 배식 담당을 맡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3.2. 인기 없는 고기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의 메인 디쉬라고 하면 칠면조를 떠올리지만, 그 크기 때문에 조리하기가 쉽지 않다. 닭고기 요리할 때처럼 아무 양념도 안 하고 바로 삶거나 쪄버리면 육질이 푸석해지고 질겨진다. 게다가 다리나 허벅지 쪽은 특유의 비린내가 나서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한다.과거 북미의 조상들이 유럽에서 이주해 온 후 거친 환경 속에서 칠면조 고기를 먹으며 개척시대를 보낸 것에 대한 기념[7]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정신적인 면을 제외하고 보면 칠면조 고기를 맛으로 먹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사실 따지고 보면, 푸석푸석하다거나 질기다거나 말이 많아도 그렇게 못 먹을 맛의 고기는 아니다.
하지만 구하기도 쉽고 가격도 훨씬 저렴한 닭고기가 존재하는 이상 인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기 맛만 따진다면 칠면조<오리≤닭 순서. 덩치가 크기 때문에 한 손으로는 들기도 힘든데, 그런 걸 조리를 위해 손질하기는 만만치 않다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8]
'칠면조에도 쫄깃한 고기 부위가 있다면 다들 그것만 선호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칠면조의 허벅지와 다리살은 쫄깃한 맛이 있는 대신 비린내가 강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비린내는 닭고기보다 강한데, 싱싱한 칠면조 고기라면 그래도 비린내가 덜 나는 편이다.
하지만 싱싱한 칠면조 고기는 구하기 어렵고 가격이 비싼 탓에 대부분 값싼 냉동 칠면조 고기를 사용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비린내를 풍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칠면조 요리 할 때는 무조건 염지 및 향신료로 비린내를 잡아야 한다.
비린내를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향이 좋은 나무를 태운 연기를 쏘여 비린내를 제거하고 맛과 향을 입는 가공(훈연)을 하는 것이라, 칠면조 가공육 중에는 훈제한 것이 많다. 훈연을 하면 지나치게 오래 익히지 않아도 되므로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촉촉한 칠면조를 먹을수 있다. 하지만 덩치가 커서 집에서 훈연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야외 조리할 큰 그릴이나 스모커가 없다면 훈연한 반제품을 사다 더 조리해 먹는 쪽이 편하다.
반면에 가슴살 부위는 조리하면서 나온 육즙과 양념 소스가 어느 정도 배어들어 담백하면서도 풍미가 좋은 편이다. 안쪽 깊은 부위는 여전히 푸석푸석하게 느껴지지만 껍질 쪽은 육질도 괜찮고 먹을 만하다. 오븐의 불 조절을 잘 하면 바삭하게 익은 껍질을 먹을 수 있다.[9]
물론 음식이라는 것이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칠면조를 좋아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렇게 '칠면조를 좋아한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잘 보면 추수감사절 요리에 따라 나오는 각종 스터핑[10]과 사이드 디쉬 때문인 경우가 있다.
스터핑의 재료는 기본적으로 다양하고, 요리하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육즙을 머금은 스터핑을 일종의 부식으로 맛있게 먹으려고 스터핑을 넣기도 하나 이는 부수적인 효과고, 본래 스터핑으로 채워넣는 이유는 칠면조 전체의 밀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골고루 익히기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터핑은 수분함량을 고기와 비슷하게 맞춰 골고루 열전도가 되게끔 하는게 제일 중요하고, 맛은 그 다음 문제다. 아니, 제대로 만들면 무슨 짓을 해도 대부분 맛이 없다. 그래서 칠면조에 넣는 속은 그냥 편하게 물이나 우유에 적신 식빵만 넣었다가 조리가 끝난 뒤 버리고, 같이 먹을 진짜 스터핑은 아예 따로 구워내서 그레이비와 섞어 먹는게 일상이다. 게다가 칠면조가 공간이 아무리 많다지만 사실 막상 채워넣은 스터핑을 건지면 대가족 하나가 먹을 만큼의 양은 안나온다. 가정마다 케바케지만 일부러 반찬으로 먹을 스터핑에는 빵을 넣지 않고, 고기와 야채만 간을 세게 잡아 만든 뒤 칠면조에 들어갔던 빵을 꺼내서 섞기도 한다.
칠면조는 그 요리법도 매우 손이 많이 가는데, 구우면서 중간 중간 계속 표면에 버터나 소스를 발라줘야 한다. 고기 자체에서 나오는 육즙과 기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먹을 때는 그레이비 소스 같이 풍미를 돋우는 소스가 없으면 먹기 힘들다. 평범하게 요리하면 먹을 만한 맛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복잡한 요리법의 보조가 필요하다.
즉, 맛있는 칠면조 구이를 먹은 적이 있다면 그건 그 만큼 요리사의 실력이 뛰어난 것이다. 한국 요리로 따지면 살 자체는 별 맛이 없어서 양념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대구나 명태로 끓인 탕을 생각하면 된다. 물론 조리 난이도는 칠면조가 명태를 압도하고도 남는 수준이지만.
이렇게 칠면조 요리법이 복잡하다는 사실은 북미 현지에서도 인식하고 있는지, 요리 과정을 간단하게 만든 인스턴트 제품도 존재한다. 버터볼 터키라는 것인데, 염지, 버터 바르기, 스터핑 등이 모두 완료되어 있는 인스턴트 제품으로 오븐용 비닐봉투에 넣고 오븐에 구우면 끝난다.
칠면조를 맛없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서 추수감사절에는 치킨, 햄, 로스트 비프, 스테이크 등이 대체 식품으로 급부상한다. 특히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한인타운 밀집 지역에서는 추수감사절이 있는 11월에 치킨집 매상이 크게 오른다고 한다. 한인 마켓에서도 치킨을 비롯한 각종 육류 기획전을 할 정도.
최근에는 칠면조를 통으로 구운 구이보다 특색있게 칠면조 + 오리 + 닭을 한 번에 넣어 구운 터덕킨을 많이 먹는다.
칠면조를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한 번 고기 맛에 익숙해지고 나면 그 독특한 식감과 풍미도 별 상관없게 느껴진다고 한다. 또한 기름기가 없고 고단백이라 다이어트나 영양식으로 괜찮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웰빙 샌드위치를 표방하는 써브웨이에서도 칠면조를 취급한다.
3.3. 양이 너무 많다
칠면조 고기는 처음 먹을 때는 맛있게 느껴질지 몰라도 계속 먹다보면 그 푸석함 때문에 금방 질려서 안 먹게 되는 일이 흔하다. 조금만 먹고 끝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칠면조 크기[11]가 워낙 크기에 그럴 수도 없다.보통 한 식구 4명이 달려들어도 칠면조 한 마리를 하루에 다 먹기 어렵다. 미국 초창기는 10명 이상의 대가족이 많아서 감당이 되었으나 지금은 쉽지 않다. 그래서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에만 소비하는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추수감사절 시즌이 끝나고 나서 일주일 간 도시락 메뉴는 항상 칠면조 샌드위치다. 추수감사절이 지난 이후의 미국, 캐나다의 식단은 전부 이 남긴 칠면조 고기 처리 전용으로 이뤄진 음식들이라 먹는 사람들은 곤욕을 치른다. 맛있게 먹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추수감사절 지나고도 며칠씩 먹는 지겨운 음식으로 인식한다.
한국에서 명절이 끝나면 남아도는 전 때문에 골치인 것과 유사한 셈이다. 제이미 올리버는 고기를 결대로 찢고 야채를 곁들어 샐러드를 만드는 방법을 추천했다. 또한 남는 고기나 뼈 등을 슬로우 쿠커 등에서 고아서 수프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재미한인 교포들은 닭개장에 닭 대신 칠면조를 넣은 '칠면조개장'이나 닭죽을 응용한 '칠면조죽', 닭곰탕의 칠면조 버전인 '칠면조곰탕'으로 만들어 먹는 레시피를 사용하기도 한다.
거기다가 가격도 비싼 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기가 너무나 커서 비싼 편으로, 무게당 가격은 사실 싼 편에 속한다. 냉동 칠면조는 세일할 때 파운드당 50센트 ~ 1달러면 구한다. 생칠면조 고기는 주로 파운드당 2달러 정도 한다. 뼈 무게가 상당 부분 차지하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싼 고기가 아니다. 코스트코에서 간혹 팔 때가 있는데, 2012년에 한 마리에 8만원 정도에 파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외에 대형마트에서 가끔 다리 등 부분육(훈연 제품이 많다.)을 팔기도 한다.
다만, 저장식으로 본다면 꽤 쓸만하다. 닭에 비해 압도적으로 고기 양이 많기 때문.
3.4. 먹지 못하는 부위가 너무 많다
닭과는 사이즈가 다른 동물답게 그 사이즈를 받쳐주기 위한 먹지 못하는 뼈와 같은 부위가 많다.특히 다리 부위의 경우 살 사이사이에 뼈와 구분이 안 가는 수준의 강도를 가진 힘줄이 들어가있는지라 닭다리와 같이 끝부분만 잡고 살을 뜯어먹는 건 불가능하며 상술되듯 고기의 무게 상당수가 먹을 수 없는 뼈와 살 사이 사이에 들어가 있는 질기고 단단한 힘줄들이 있다.[12]
4. 조리의 어려움
추수감사절에는 칠면조를 한 마리 통째로 요리해서 먹는데, 이걸 속까지 완전히 익히려면 오븐[13]에 돌려서 구울 경우 작은 것(5kg전후)도 4시간을 구워야 하는 중노동 중의 중노동이다.이것도 제대로 돌리지 않으면 아무리 4시간 이상 굽더라도 한쪽은 바짝 타버리고 다른 한 쪽은 전혀 안 익어서 붉은 핏물이 줄줄 떨어지는 비극이 일어나기도 한다. 뒤집어 가며 구우면 될 것 같지만 너무 크고 무거우며 윗면이 둥글어서 뒤집기도 불가능하다.
굽는 시간은 대략 500 그램당 한 시간 정도 늘어나므로, 7kg이상 되는 큰 거라면 적어도 4시간, 종일, 저온에서 천천히 굽는 간접 구이식 바비큐라면 밤새도록 구워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 사회에서 명절증후군(holiday blues)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14]
그래서 그레이비 소스[15]를 발라가면서 굽기도 하며, 칠면조만 굽는 것이 아니라 stuffed turkey라고 해서 칠면조 안에 다른 재료를 채워넣어 같이 익히기도 한다.[16]
준비성이 좋은 가정의 경우 꼬박 하루 염지를 해서 맛을 내고 고기에 촉촉함을 더해 굽는 동안 말라붙지 않게 한다. 이렇게 하면 확실히 그냥 칠면조만 구운 것에 비해 맛이 좋아지지만, 그 만큼 할 일은 더 많아진다.
굽는 것은 둘째 치고, 마트에서 사온 꽁꽁 언 칠면조를 해동하는 것부터가 보통 일이 아니다. 상하는 것을 막고 고기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온이 아니라 냉장실에서 하루 종일 해동해야 하기 때문. 큰 건 해동에만 이틀 이상 걸린다.
게다가 웬만한 가정의 냉장고라면 수박보다 훨씬 큰 칠면조를 넣을 자리 찾기도, 만들기도 어렵다. 음식을 많이 만드는 추수감사절이라면 특히나. 큰 통에 냉동 칠면조를 넣고 세면대에서 차가운 물을 계속 틀어서 샤워시키면 비교적 빠르게 해동시킬 수 있지만, 당연히 물이 낭비되니 사실상 최종수단이다.
요즘 미국 가정에서는 한 번에 튀겨서 요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것 때문에 추수감사절에 미국 소방대원들이 휴식을 취하지 못할 정도다. 이걸로 인한 화재사고가 빈발하기 때문이다. 20kg가 넘는 통칠면조를 튀기기 위해 큰 기름통이 필요한데 냉동된 걸 제대로 해동도 안 시키고 성급히 튀기다가 화재로 번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관련 동영상도 많이 돌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건 사고 안 내고 "멀쩡"하게 튀긴 동영상은 오히려 비추천을 엄청 많이 먹는단 거다. 이유가 걸작인데 사고나는 걸 보려고 온 사람들이 시시하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 집에선 터졌기 때문에 배 아프다는 이유로 치졸한 비추를 날리는 경우도 있다.
미국과 캐나다 내 소방당국에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교육영상에선 "이런 식으로 하면 위험합니다"를 강조하기 위해 소방관들이 직접 칠면조를 기름통에 넣어 일부러 불을 내는 경우도 있다. 해당 영상
요약하자면 어느 정도 노하우가 없으면 수고가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맛도 푸석하고 처리하는 데 곤란한 압도적인 양에 고생을 한다. 반대로 하나 잘 만들어 두면 추수감사절의 다른 사이드디쉬들과 함께 두고두고 먹을 만한 저장식이 완성되는 셈. 설날이나 추석에 남은 전이나 부침개, 나물, 탕국과 비슷한 취급이다.
최근의 미국의 가정들에서는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대신 값이 저렴한 닭고기를 요리하는 집안도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명절에 차례를 간소하게 하거나 혹은 아예 지내지 않는 집이 늘듯이, 미국에서도 점차 이렇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추수감사절에 구운 칠면조로 만드는 샌드위치는 별미로 여겨진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식빵 두 장을 준비해서 한쪽에는 버터를, 한쪽에는 잼을 바르고 그 사이에 적절한 크기로 자른 칠면조살을 끼워서 먹으면 끝. 사실은 서구권에서 흔히 해먹는 땅콩버터 젤리 샌드위치에 고기만 추가한 것이다.
한국인의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잼과 고기라는 조합에 대해서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상당히 잘 어울리는 맛이다. 불고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고기+단맛나는 소스는 굉장히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17] 미국인들에게는 거의 삶의 애환이 담긴 음식 수준.
시간을 작정하고 투자할 수 있다면 수비드로 익힌 뒤 겉면만 빠르게 시어링하여 모양새만 뽑아내면 부드러운 고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서 배터지게 먹을 수 있는 천국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괴물같은 덩치의 고기를 수비드로 익히려면 그야말로 억겁의 시간이 들어가니 정말 시간을 작정하고 투자할 때나 가능하다. 게다가 먹고 남아서 나중에 다시 데워먹으려고 하면 다시 예의 뻑뻑한 고기로 돌아가니, 그야말로 처음 만들었을 때 반드시 먹어치운다는 각오를 하고 만드는 게 좋다. 즉 좀 규모가 있는 잔치나 행사가 있을 때 작정하고 시도하는 게 아니라면 일상에선 쓰기 어려운 방법.
5. 관련 문서
[1]
물론 햄을 같이 넣는 경우도 흔하다.
써브웨이 같은 샌드위치전문점 메뉴 중에서 찾을 수 있다.
[2]
서양에서 닭고기 부위 선호를 물어보면 닭다리보다 닭가슴살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닭가슴살을 수출하고 날개와 다리를 수입한다. 같은 이유로 돼지고기는 삼겹살을 수입하고 다리를 수출한다.
[3]
닭고기보단 조금 질기지만 결대로 잘 찢어지긴 한다.
[4]
크기와 무게가 작은 몽둥이같은 느낌이 들 정도.
[5]
100g당 단가, 그마저도 칠면조 다리의 뼈까지 포함된 단가라, 순살로 치면 그만큼 격차는 늘어난다
[6]
물론 이 부위도 많이 익히면 별 수 없이 단단해진다. 대신 갓 조리했을 때 검은 부위가 육질이 단단한 경우는 드물고, 먹다 남은 칠면조 고기를 보관한 후 조금씩 꺼내서 데워 먹다보면 이렇게 된다.
[7]
다만 최초의 추수감사절 요리로 나왔던 것은 칠면조가 아닌
뉴잉글랜드초원뇌조였을 거라는 추측도 있다. 애초에 영국에서 크리스마스용
로스트 디너로 칠면조를 먹게 된 것은 신대륙에서 칠면조가 수입된 이후라서, 칠면조 구이는 역수입의 역수입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뉴잉글랜드초원뇌조라는 새가 멸종해버려 이제는 재현이 불가능하다는 것.
[8]
다만 오리는 잘만 요리하면 닭보다 맛있다고 평하는 사람이 꽤 있지만, 누린내를 없애면서 맛있게 요리하기 힘들고 값이 비싼 게 흠. 누린내만 잘 없애면 오리는 닭이나 칠면조와는 달리 가슴살을 포함한 모든 부위가 균일하게 퍽퍽하지 않고 쫄깃한 식감을 가지기 때문에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요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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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오리 구이처럼은 안 된다. 덩치가 커서 몸통 껍질이 그렇게 익으려면 날개나 다리는 말라 질기고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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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ffing. 서양 요리에서 생선이나 닭, 칠면조 등을 조리할 때 뱃속에 집어넣는 각종 재료들을 말한다. 한국에서 삼계탕 만들 때 넣는 쌀, 대추, 마늘 등을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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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에서 유통되는 닭은 평균적으로 2kg을 좀 넘는 수준인데 (참고로 한국에서 유통되는 닭은 평균 1kg 정도.) 칠면조는 기본이 5kg 이상이고 10kg까지 가는 것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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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나 온라인 몰에서 파는 칠면조다리 훈제를 사서 고기를 썰어내다보면 알 수 있다. 얇게 썰어내고 나면 못해도 몇 개 집어먹다가 뼈같은 힘줄이 씹히는 게 반복된다. 문제는 썰 때 그 단면상 잘 보이지 않고 먹을 때 꼭 느껴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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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티서리라고 한다. 칠면조가 들어가는 건 어마어마하게 크다.
[14]
한국에서 명절마다 집 안에서
전이나
산적 등을 요리하는 것 때문에 고생하는 것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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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딱딱하게 마르지 않고 좋은 맛을 내도록 굽는 중에 소스를 바르는 것을 베이스팅(basting)이라고 한다. 구우며 나오는 기름과 육즙, 사과 주스,
사과주 같은 산성 과실즙, 간장, 발사믹 식초, 기름 등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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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베이스팅을 하면 수시로 오븐 문을 열고 닫을 수밖에 없는데, 이러면 오븐 속의 뜨거운 공기가 계속 빠져나가기 때문에 안 그래도 긴 조리시간이 더 길어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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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를 해 봤다면 많이 체험해보았을 것이다. 사실 돈까스의 원조격인
슈니첼도 잼에 고기튀김을 찍어먹는 요리이고, 일본으로 건너와서 발달한 돈까스 소스도
우스터 소스에 단맛과 고소함을 추가한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