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문서: 기생충(영화)/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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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bgcolor=#fff,#000> 김기택 일가 김기택 박충숙 김기우 김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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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떡밥, 복선과 해석을 모은 문서다. 각 해석은 개개인의 주관이 들어가 있고 한 상징에 대해서도 저마다 의견이 갈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 문서에 작성된 특정한 해석이 곧 정답이라고 할 수 없음을 유의할 것.2. 포스터
- 기택의 가족들 눈에는 검은 줄이, 박 사장 가족들의 눈에는 흰 줄이 그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눈은 인간의 영혼 또는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상징으로 자주 쓰이는데, 이는 인간을 오로지 물질적인 가치로만 구분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즉 똑같이 눈을 가리더라도 그 색상조차 달라서 두 가족에 대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검은 줄로 눈을 가리는 행위는 보통 범죄자를 표현할 때 사용되므로 기택의 가족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암시가 될 수도 있다.[1][2]
- 또한 과거 미국이 백인은 우대받고 흑인은 차별받았다는 것으로 빈부 차이를 표현하기 위해 박 사장네 가족들의 눈에 그려진 흰 줄은 백인처럼 우대받는 상류층, 기택네 가족들의 눈에 그려진 검은 줄은 흑인처럼 차별받는 서민층을 표현했다고 할 수도 있다. 포스터의 검은색과 흰색 줄은 각각 긍정적 의미[3]와 부정적 의미[4]를 동시에 내포한다. 이 자체를 '선악의 구분이 없다'로 해석한다면, 본편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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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분법적 표현은 영화 본편의 연출과는 상이한데[5], 그 이유는 포스터는 봉준호 감독이 직접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6]
- 또한 눈을 가리는 것은 익명성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를 배경으로 생각해보면 극중 등장인물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 또는 보통사람의 이야기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 실제로 영화 속에 마치 포스터처럼 기택이 팔로 눈을 가리는 장면이 두번 등장한다. 식탁아래 숨은 장면과, 체육관에서 아들에게 계획에 대해 이야기 할때이다.
- 좌측 아래 흰 다리가 보이는데 이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잔디에 편하게 누워있는 걸로 볼 수도 있지만 얼핏 보면 시체처럼 보이기도 해서 한편으론 섬뜩함을 주기도 한다. 이는 기생충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단순 코미디 영화가 아닌 스릴러도 포함된 블랙코미디라는 것을 의미하는 중의적 장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다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불명이란 점에서 등장인물들 말고도 제 3의 인물이 숨어있다는 복선을 암시하기도 한다.[7]
- 흰 다리와 더불어 거실 창문이 공포 영화등에서 보이는 섬뜩한 색상이고 박 사장 아들 다송이가 마치 심령 사진처럼 연출되었다는 점에서 역시 스릴러가 포함된 블랙 코미디 장르라는 것을 암시한다.
- "행복은 나눌 수록 커지잖아요"란 문구는 박 사장 집에 기택의 가족들이 하나둘씩 점점 들어차면서 영화 이름 기생충에 걸맞게 박사장 가족들의 행복을 야금야금 빼앗아 먹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기택의 가족 뿐만 아니라 문광 부부 또한 박사장 가족의 행복을 파먹는 집단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보통 이런 문구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전혀 웃고 있지 않는 기택의 머리 위에 쓰여서 오히려 섬뜩한 블랙코미디 느낌을 자아내는 반어법으로 볼 수 있다.
- 기우는 집 안에 있었던 것 같은 수석을 들고나와 마치 금은보화를 훔친 것 마냥 두 손으로 꼭 쥐고 있는 것으로 연출되었는데, 이는 수석 자체가 박 사장네 집을 바라보는 기택 가족들의 헛된 꿈과 믿음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8] 이와 더불어 포스터의 정 중앙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기생충 전체 스토리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라고도 볼 수 있다. 작중 수석은 재물과 운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묘사되며, 기택의 가족들은 수석을 가져다 온 이후 일이 잘풀리는 것까지 느끼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그릇된 행동과 계획에 대해 더더욱 신뢰하게 되는 매개체가 된다. 하지만 그렇게 행운을 불러온다고 믿었던 돌이 나중에 진실이 드러난 후에는 사람을 죽이는 살인 도구로까지 변모하게 된다. 이는 사람이 그릇된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방향을 나아가면 중간에 설령 잠시나마 잘 되는 일이 있더라도 결국 끝에 가서는 굉장히 헛되고 파멸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 중앙에 바닷가에서 사람들이 놀 때 쓰는 비치볼이 놓여있는데 포스터가 전체적으로 칙칙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와중에 유독 혼자서 화려한 색상을 가지고 있다. 이는 포스터의 다른 요소들은 스릴러라는 부분을 강조했다면 비치볼은 반대로 기생충이 단순 스릴러 장르가 아닌 코미디도 포함된 블랙코미디 장르라는 것을 암시한다.
3.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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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에 카메라의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향하면서 집 창문, 널려있는 빨래, 그 아래의 김기택네 가족으로 이어진다.
반지하 집이라는 특이한 구조를 간략히 보여줌과 동시에, 영화 전체적으로 반복될 수직적 이미지의 대비를 첫 장면부터 보여주고 있다. 한편 촬영 감독은 "인위적인 조명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자연광이 들어오는 시점에 맞추었다"고 촬영 비화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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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숙은 과거에
해머던지기 선수로 전국육상경기대회에서
은메달을 받은 적이 있다. 벽에 걸린 액자 중 하나에 그때 받은 메달이 들어 있다. 이러한 부분은, 남편 기택이 체력적으로도 쩔쩔맬 법한 상대의 이미지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설정이다.[9] 참고로, 설정상 충숙이
만사태평한 기택과
결혼한 이유는 그 평화로움이 마음에 들어서였다고 한다.
- 기택네 가족이 원래부터 작중 모습처럼 궁핍하진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어느 정도 생활 수준이 있다가 기택의 실직 또는 사업 실패로 급격하게 가세가 기운 게 아닌가 추측된다. 그 근거로는
- 가두 소독을 신기해한다. 문제는 이게 어디 여행와서 지켜보는 장면이 아니라 가족이 사는 집에서 바라본 풍경이라는 것. 이로 미루어보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당 사항이 없는 아파트 단지 등에서 살다가 최근에야 반지하로 이사오게 되었거나, 혹은 낮시간대에는 사업이나 직장일을 하여 가두 소독을 하는 모습을 잘 보지 못하여 왔음을 추측할 수 있다.[10]
- 김기우의 대학 입시 4수나 김기정의 미대 지망은 집에 돈이 정말로 없으면 절대 못 한다. 민혁이 기우에게 "요즘엔 기정이 학원 안 가냐"고 안부를 묻는 것으로 미루어, 작중 최근까지는 기정도 입시미술 학원에 다녔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미대 입시는 학원 비용뿐만 아니라 재료비까지 자비로 충당해야 하기에 돈이 많이 지출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택이 여러 사업에 도전하다가 망하기 전까지는 최소한 두 자녀의 입시를 지원해줄 정도의 경제력은 있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 아들 기우의 친구인 민혁이 가져온 수석을 보자마자 '산수경석' 이라고 곧바로 알아보는 것을 봐도, 기택은 기본 이상의 교양과 식견이 있는 인물이다. 역으로, 기택은 교양과 식견은 있으나 가장 중요한 가족을 부양할 만한 능력이 없는 무능력한 가장의 허례허식적인 면모를 보여준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 의외로 모르고 지나치는거지만 기우가 컵스카우트 출신이었던것 역시 기택네 가족이 원래는 넉넉한 형편이었음을 입증하는데 가입시 납부하는 등록비외에도 연회비같은 고정지출이 발생하고 그외에도 제복 구매, 야영용품 구매, 야외활동같이 적잖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컵스카우트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대개 집안사정이 넉넉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민혁은 명문대를 다니며 2층 집에 살고, 육사 대령 출신에 수석 모으기가 취미인 부자 할아버지를 둔 집안이다. 기우가 그런 친구를 둔 것부터가 예전엔 괜찮게 살았을 거라는 걸 알 수 있는 요소이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일반적으로 친구 부류란 부와 가정 환경에 따라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 정도의 격차가 나는 집안 출신들이 학교라는 연이 사라진 후에도 집에 거리낌 없이 드나들 정도로 친하기는 무척 어렵다. 기우는 고졸이므로 초중고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을 것이다. 물론 원래도 민혁이 기우보다 생활 수준이 한 단계 위였을 수는 있으나[11] 아예 계층이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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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많이 열악한 사정임에도 고작 피자 박스 접기 아르바이트 정도만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견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한다. 4인 모두 신체 건강하고 정신적인 문제도 없으며 오히려 윗문단에서 설명하듯 저마다 평범함 이상의 능력을 갖춘 분야가 있다. 그런데도
막노동이나 대학생들이 자주 고용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시도하는 모습조차 나오지 않는 건 일반적으로는 납득하기가 힘들다. 다만 충숙이 극의 중반부분
사채를 언급한 것도 그렇고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로 보건대 기택의 가족은
파산 상태로 보이니, 사지 멀쩡한 상태라도 정식적으로 계약을 맺는 알바는 정말 구하기가 어려웠을 수도 있다. 거기에 '경비원 한자리에 대졸자 500명이 몰리는' 극심한 구직난 시대도 한 몫 하는 듯. 어쨌든 이 설정을 두고 "본래 지금처럼 극도로 비참한 하류 계급 까지는 아니었으나, 거듭된 실패로 계급이 하락한 이후 경제적 활동에 도전할 의지를 잃어버렸다" 라고 해석하기도 한다.[14] 또는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어쩌다 동시에 공백기가 생겨서 아는 가게에서 푼돈 받는 일거리라도 받아온 모습일 수도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기택 가족이 거듭된 실패와 파산으로 인해 무기력함과 허무주의에 빠져서 노동에 대한 열의를 완전히 상실하고 최소 굶어죽지만 않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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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은 가두 소독 연기를 맡으며 유일하게 기침을 하지 않는 인물이다. 단순히 자신이 창문을 열어두자고 했던 말이 있어 애써 참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말을 보면 기생충으로서 살려던 가족들 중 기침을 한 이들은 결국 모두 박 사장네 집에서 쫓겨나거나 죽지만, 기침을 하지 않고 소독을 버티던 기택만 유일하게 계속 기생하며 살아간다는 복선이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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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의 방 벽에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이라는 가훈이 쓰여있다.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모습'이라는 뜻으로 기택의 가족들이 만들어낼 비극을 말리기라도 하는 듯하다. 아니면 그와 상반된 행동을 했다는 걸 암시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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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박스 접기 영상[15]을 제일 열심히 따라하던 기택의 피자 박스가 정작 불량이다. 소독 연기가 들어오는 장면을 유심히 보면, 기택이 피자 박스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대충 접은 뒤 쌓아놓는 모습이 보인다. "계획을 세워봤자 의미 없다"던 그의 인생관이자 영화 주제와 겹친다.[16][17]
- 피자 박스 접기 영상을 따라 빠르게 접은 피자 박스를 피자집 주인에게 납품하자 주인이 "(피자 박스가) 넷 중 하나는 불량인거지"라는 대사로 불만을 표시하는데, 이때 카메라가 기택의 가족 네 명에게 한꺼번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는 가족 네 명 중 한 명이 죽거나, 혹은 그 중 한 명이 사고를 칠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한편으론 기택이 만든 박스가 불량이었기 때문에 기택의 현재 정신 상태가 불량, 즉 불안정하거나 온전치 못한 상황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면모를 보아, 기택의 상황은 '가난한 자는 능력이 없거나 노력을 안 해서 가난한 것'이라는 편견을 반박하는 설정이라 해석할 수 있다. 기택은 치킨과 대왕카스테라 같은 자영업도 했고 대리운전이나 발레파킹 기사도 할 만큼 나름대로 노력을 다 하면서 살아 왔지만 끝내 하류층으로 떨어졌는데, 실패한 이유는 실력이 없거나 노력을 안 해서가 아니라, 단지 운이 없어서였다.[12] 그의 식구들도 박 사장의 집에 들어가자 각자가 가진 재능을 살려 꽤나 성실하게 맡은 역할을 잘 해냈다.[13] 오히려 공부나 집안일 등에서는 박 사장을 제외한 그쪽 가족들보다 더 유능한 인간들일지도.
4. 전개
- 민혁이 건네준 수석의 이름은 '산수경석'으로, 지니고 있으면 재물과 운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18] 진짜로 산수경석이 기택의 집에 들어간 이후 재물과 운이 오긴 하는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계획이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기우는 수석에 대해 '상징적이다'라고 말하는 데 비해 충숙은 '먹을 걸 사 오지'라며 못마땅해하는데, 다음 장면에서 기우가 과외를 위해 집을 나설 때는 충숙도 수석을 정성스럽게 닦고 있다. 이는 당장은 무용하지만, 결국 살아갈 근거가 되는 미래에 대한 계획과 희망이 생겼음을 암시한다.
- 수석에 대한 다른 해석도 존재한다. 기택이 꼽등이를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쳐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만약 기택의 가족을 꼽등이에 비유한 것이라면 수석은 꼽등이에 기생하는 연가시에 비유할 수 있다. 특히나 수석을 본 뒤 마치 홀린 것처럼 신분 상승에 집착하는 기우를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고작 피자집 알바라도 할 수 있다면 만족하는 4수생이었던 기우는 수석을 받은 뒤로 명문대 재학 증명서를 위조하며 '지금 재학생 행세를 하고 있지만 내년엔 그 학교에 입학할 것이다.'라고 하는 사기꾼이 되었다가,[19] 급기야 부잣집 딸을 유혹해 그 집 사위가 되어 부잣집의 일원이 되고 싶어하는 인간으로 변모하기까지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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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은 영화 스토리를 떠나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그릇되고 헛된 믿음을 상징하는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다. 냉정하게 보면 수석은 결국 아무런 가치가 없는 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 돌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 자체가 결국 그릇된 신념과 믿음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영화에서 수석을 차용한 것은 그릇된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면 결국 부정적인 결과만 낫게 된다는 기생충 스토리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매개체라고도 볼 수 있다. 기택 가족에게 수석은 처음엔 믿음과 신념의 상징처럼 나오지만, 나중에 진실이 드러나자 일개 살인 도구로 전락하게 되며 결국 행운이나 재물과는 애시당초 아무 관련도 없는 의미없는 돌에 불과하단 것이 드러난다. -
상자가 열리고 기우가 산수경석을 바라보는 장면이 마치 돌에 눈이 달려 기우와 서로 바라보는 듯한 산수경석의 '시점숏'으로 처리되었다. 영화 끝까지 서로 관계가 되는 기우와 수석 간의 인연의 첫 만남을 영화문법적으로 강조한 장면이다.
-
민혁은
기우에게 굳이 거짓말[20]까지 권하면서
과외를 소개시킨다.이는 "우리 과
공대생 그 늑대 새끼들" 과 달리 기우는 부잣집 딸
다혜를 노릴 수 있을 정도의 깜냥이 안 되는, 즉 자기보다 확실히 낮은 레벨의 친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21] 혹은 정말 친구로서 옆에서 기우를 보았을 때 '친구의 여자에게 눈독 들일 인성은 아니다'라고 믿었을 수도 있고, '설마 이렇게까지 말을 흘려 놓았는데 친구인 기우가 다혜에게 접근을 하겠느냐'는 생각도 있었을 테다. 만에 하나 기우가 다혜를 노릴 경우라도 기우의 약점을 잡고 다혜를 충분히 포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아무튼 민혁이 기우를 선택한 궁극적인 이유가 정말로
친구 기우를 믿었고 살림살이가 좋지 않은 친구 집안에 도움이 되고자 한 선의였는지, 아니면 기우를 얕잡아 보니까 맡기는 것 뿐 괜히 잘 보이려고 집에 남아도는 수석이라도 구실용 선물로 갖고온 것이었는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
민혁이 기우에게 과외를 제안하는 장면에서 과외할 집의 사모님
연교를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그 집 사모님이 뭐랄까… 심플해. 영 앤 심플."
"암튼 좋아… 난 좋았어."
그리고 이후 연교도 기우와의 첫 만남에서 전(前) 과외 선생 민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간 자체가 워낙 브릴리언트 하잖아요. 저나 다혜나 만족도가 높았거든. 다혜 성적하고는 별개로."
"아, 진짜 너무 좋았어."
민혁과 연교가 서로를 애매하게 설명하면서 서로 좋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저 성격과 인성이 마음에 들었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관객에 따라 둘 사이의 어떠한 관계에 대한 의문이 들 수도 있는 대목. 이에 봉준호 감독도 관객이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느끼도록 일부러 그렸다고 밝혔다. 재미있는 것은, HBO에서 제작할 예정인 기생충 드라마판에서는 민혁과 연교의 관계를 새롭게 다룬다고 한다. ##
- 박동익 사장의 집에 걸려 있는 액자를 보면 그의 미국 이름인 Nathan Park[22]이 뉴욕 센트럴 파크에 진출했다는 내용이 걸려 있다.[23] 이를 근거로 볼 때 그가 과거 뉴욕이나 동부 아이비 리그에서 공부하거나 사업을 벌이면서 미국 생활을 다년간 했을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영화 내내 반복되는 박 사장 특유의 “선을 넘지 말라”는 금기 요구는 아시안/한국인들의 집단주의와 상반되는 서구/미국인들의 철저한 개인주의와 유사하다.
- 참고로, 전 국민의 해외 여행을 허가제로 금지시켰던 군부 독재정권 시절, 해외 유학은 극소수의 특혜성 국책사업에 가까웠는데, 전두환 퇴임 이후 1989년 여행자유화 시행을 통해 해외 유학이 처음으로 시작된 그 1세대로 보이는 박 사장은 당시 미국 유학을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애초부터 집안이 금수저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같은 나이대의 미국 유학파인 이서진을 비교해볼 수 있는데 현재 국내 IT 기업 총수들의 나이대가 대부분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생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박 사장의 나이를 유추해볼 수 있다.
- 문광이 잠이 든 연교를 깨우는 장면에서, 유리창의 '선'을 넘어 연교의 머리 위에서 손뼉을 친다. 문광이 이미 박 사장 일가의 '선'을 넘고 있었다는 복선이다. # 그러면서도 발 끝은 선을 넘고 있지 않고 있기에, 박 사장이 이야기했던 '결국에는 선을 안 넘는 사람'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 위 장면에서 연교가 잠들어 있던 마당의 테라스 가구는 이케아의 저렴한 제품이다. 제작진이 "쓰레기통 하나조차 200만 원짜리 소품을 구했다"고 하는데, 이런 면에선 애견과 함께 살짝 미스가 아닌가 싶은 부분이다. 다만 이는 "연교가 부자로서 집에 온갖 치장을 했지만, 무의식적으로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서민과 다르지 않다"는 암시일 수도 있다.
-
연교의 집은 언덕을 '올라'가고 계단까지 한번 더 올라서 들어가야 맞을 수 있는데, 이렇게 사회적, 금전적으로 높은 계층이라는 걸 시각적으로 쉽게 보여준다. 심지어 집 안에서도 박 사장 가족들의 침실은
가정부 침실보다 한 번 더 위인 2층에 있다. 그리고 더 아래에는…. 또한 거길 올라가서 일을 하게 되는 자체가 기우도(이후 가족들도) 전보다는 지위가 상승함을 의미한다.
-
기우는
다혜가 문제를 푸는 태도를 지적하며 “시험은 기세다. 나는 네가 그 문제를 푸느냐 마느냐에는 관심없다. 시험 전체를 잘 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앞서
민혁이 집에 방문할 때 취객에게 소리를 질러 내쫓는 모습을 본 엄마와 동생이 "대학생은 기세가 다르다 (누구와 달리)" 라고 했던 말을 의식했다고 볼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기우가 자기 혼자 좋은 일자리를 얻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기세'를 타고 그대로 가족 전체의 출세를 노릴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
인디언 분장을 하고 있는 다송은 기우를 보자마자 버릇없이 화살을 쏘는데, 자신의 땅에 침입해 오는
미국인들에게 활을 쏘던 아메리카 토착민들을 연상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화살은 단지 장난감일 뿐이며, 그마저도 미국에서
직구했다고 한다. 인디언 설정을 채용한 이유는 모스 부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서였다. 다송이 컵스카우트 출신이고, 컵스카우트에서 모스부호를 배운다. 그리고 컵스카우트의 설립 취지가 인디언 정신을 이어받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인디언을 등장시킨 것이다. 작중에서 기우가 이와 관련된 언급을 하고, 봉 감독도 직접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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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진 옆에 배치된
다송이 그린
그림은, 알고 보니
냉장고 앞에서 마주친
근세를 그린 것이었다. 다송이가 밤에 혼자 케이크를 꺼내먹다가 뒤쪽의 지하에서 올라온 근세를 보고 기절을 했던 적이 있는데, 이게 그림에도 반영이 되어 있어, 자신의 '
자화상' 뒤쪽 하단이 어두컴컴하게 칠해져 있고, 심지어 위로 올라가는 화살표(↑)까지 그려져 있다.
기정이 그림을 해석하자
연교는 "매일 보면서도 몰랐다"며 크게 놀라는데, 실제로는 근세를 그린 것이었고 그가 바로 아래 숨어 살고 있다는 진실과도 겹치고 있다. 또한 기정이가 다송이의 상처를 '검은 상자'로 칭하고 연교에게 같이 열어보자면서 권유를 하는데, 이후 다송은 환한 대낮의 자기 집 정원, 본인 생일 파티에서 근세라는 검은 상자를 다시 한번 열게 된다.
-
기우는 갑작스럽게 거짓말로 기정이 미술 전공을 했다고 지어냈음에도 바로
일리노이 주립대학교(ISU)[24]
응용미술과[25]라는 구체적인 대학과 전공 이름이 바로 나온다. 이를 두고 기우가 자기 목표인
연세대학교 재학 증명서를 위조했던것 처럼, 기정 역시 목표가 그 대학 진학이었지만 여러 이유로 꿈이 좌절된 상황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평소 기정이가 여러번 언급하는 걸 기우가 들은 적이 있으니 저 멀리 미국에 있는 생소한 학교가
애드립으로도 튀어나오지 않았겠냐는 것. 한편 이를 두고 영화에 나오는
인디언 모티프와 엮어서 '해당 학교의 과거
마스코트가 인디언이었기 때문'이라는 해설들이 나오기도 했는데, 사실 인디언이 마스코트였다가 교체된 곳은 일리노이 주립대학교(ISU)가 아닌
일리노이 대학교/어배너-섐페인 캠퍼스( UIUC,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이다. 주립대의 마스코트는 레드버즈(Redbirds).
2007년까지 UIUC의 마스코트였던 일리니웩 ( Illiniwek )
- 기정의 노래에서는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라고 하지만, 사실 일리노이 주립대(ISU)는 시카고에 있는 학교가 아니다. 따라서 설정 오류인지, 어디까지나 영화니까 명칭이 필요할 때 '한국대학교'식으로 교명을 만드는 사례처럼, ISU와 UIUC를 적당히 섞어서 일부러 명칭이나 위치를 살짝 꼰 건지는 모를 일이다. 일리노이 대학교/시카고 캠퍼스(UIC, 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를 지칭하는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명칭에만 주립이 안들어갈 뿐, ISU와 마찬가지로 주립대학이다. 혹은 해당 가사는 단순한 나열이기 때문에, 대학의 위치가 아닌 제시카가 특정 시기에 살았던 곳을 설정해 둔 것일 수도 있다.
- 자신의 차에서 기정이 기택을 들이기 위해 일부러 흘려놓은 팬티를 발견한 박사장은 윤기사에 대해 혐오스럽게 얘기하면서도 싸구려 팬티 “냄새”에 대한 상상을 연교와의 정사중에 이야기한다. 박사장이 기정의 팬티 냄새가 선을 넘는 것은 호기심이 가고 섹스할 때 상상도 가지는 반면, 기택의 반지하 냄새는 불쾌해하는 모습을 보면 모순된 점이 있다. 점잖고 깨끗한 척 하지만 남성의 본능적인 부분에서는 상층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선을 넘지 말라고 하면서도 하층민 여성의 팬티 냄새는 원하는 경우 잡식적으로 선별해서 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박 사장이 연교와 함께 "윤 기사를 적당한 이유를 둘러대 해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인터뷰에 따르면 소품으로 '250만 원' 상당의 '페달을 밟아도 소리가 나지 않는' 최고급 쓰레기통이라고 하는데, 더러운 것이나 문젯거리를 조용하고 깔끔한 방식으로 처리하는 성격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소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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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강유정은 평론집 '시네마토피아'에서 기사식당에서 나누는 대화 장면을 이렇게 해석했다.
'상징'은 기우의 단어다. “넌 다 계획이 있구나."라고 아버지의 탄복을 받던 기우는, 막상 계획의 실현 단계에 이르자 계획보다는 상징에 기댄다. 아버지를 박 사장의 운전 기사로 취업시키는 계획을 세우는 장면에서 기우는 그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 하필 "기사식당"이라며 그 우연에 상징성을 부여한다. 우연에 기대 상징을 찾는 것, 사실 그건 힘이 없는 자들, 을의 습관이다. 계획대로 사는 것은 개인의 노력보다는 환경적 요소에 크게 좌우되는 시대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스스로의 계획에 따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갑'이다. 갑의 결정에 따라 운명이 뒤바뀌는 을의 입장에서는 계획보다는 상징이나 징조가 더 간절할 수밖에 없다. - 기사식당에서 기정이 부모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욕을 하면서 말하고 있는데 부모는 그걸 문제 삼지 않는다. 이것은 기정의 아비투스가 드러난 것으로, 기정의 부모도 자식들 앞에서 욕을 쓰고 다녔기 때문에 이걸 문제 삼지 않은 것이다.
- 이때 기우는 밥을 젓가락으로 먹고 있고[26] 젓가락질을 하는 기우의 손을 잘 보면 X자 젓가락질을 하고 있다. 이것은 기우의 아비투스가 드러난 것으로, 부모가 자식에게 올바른 젓가락질을 하도록 교육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모습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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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이 박 사장의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기전 회의실 앞에서 기다릴 때, 카메라가 회의실 안에서 박 사장과 기택을 비춘다. 이때 마치 문광이 연교를 깨울 때 처럼 회의실 유리벽의 선을 사이에 두고 박 사장의 얼굴과 기택의 모습이 찍힌다. 기택은 선을 넘을 듯 말 듯 선 가까이에 앉아있지만 절묘하게 선을 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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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이 박 사장을 태우고 처음 운전을 하며, '한 집안의 가장', '한 회사의 총수'라고 칭할 때는 박 사장이 아무 반응이 없지만, '고독한 한 남자'라고 칭할 땐 눈썹을 꿈틀거리며 눈빛이 심상치 않아진다. 의도된 연출이라면, 박 사장은 철저히 선을 중요시하며, 운전기사는 자신과 객관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것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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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교가 문광에게 해고 사실을 통보할 때를 보면, 둘은 모두 유리창에 그어진 선의 오른쪽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문광이 연교를 깨울 때 박수를 치고 돌아올 뿐이지 발은 선을 넘지 않았다는 해석에 기반하여 추가 해석하면, 연교의 입장에서 문광은 이미 선을 넘어온 존재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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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이 해고당한 후, 박 사장네 집 안에는
복숭아가 들어온다. 동양 전설에서
무릉도원에 나는 과일이 복숭아이며 신선들이
천도복숭아를 먹는다는 전승에서도 보이듯이, 전통적으로 복숭아는
욕망(주로 색욕에 비유하지만)을 상징하는 과일. 잠시나마 기택네 가족의 욕망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었고 자신들의 욕망을 지키기 위해서도 사용하였다. 다혜가 기우에게 복숭아를 이야기한 것도, 기우에 대한 욕망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 다혜가 기우에게 복숭아 이야기를 하면서 '금지 과일' 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공식 번역으로 Forbidden fruit이고 성경 속
선악과를 암시한다.[27] 기택 가족이 문광의 건강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신들의 이익을 찾고자 하는 선을 넘어버렸으며 그에 따른 응징을 받게 될 것이란 표현의 도구로 작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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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송이 기택 가족의 몸에서 똑같은 냄새가 난다고 하였다. 박 사장 가족은 이를 크게 신경쓰진 않았지만, 기택 가족은 "세제를 따로 써야 하나"라고 걱정까지 했다. 상류층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문제를 하류층들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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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과 연교는 윤 기사와 문광을 해고하며 명확한 해고 사유를 말해주지 않는다. 후에 박 사장이 던진 "아줌마야 쌔고 쌨으니 얼마든지 구하면 되지만"이라는 대사에서, 박 사장 부부는 자기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부품 정도로 생각해왔음을 보여준다. 그들에게 해명 기회도 주지 않는 걸 보면, 당사자의 생계가 끊긴다는 것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상류층이 주는 그 하찮은 일자리를 놓고도 하류층은 목숨을 걸고 경쟁한다는 것이다.
- 박 사장의 IT 회사 어나더 브릭 회의실을 보면 탁자 위에 VR HMD 기기가 놓여 있는데, 단순히 요즘 유행하는 첨단기술이 가상현실 기술이어서 IT 회사 사장인 걸 강조하기 위한 소품으로 썼을 수도 있지만, 영화 속에서 부유한 삶을 누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등장인물들의 욕망을 은유하는 장치로 볼 수도 있다. 가상현실은 현실과 닮아있지만 현실이 아닌 것, 그러면서도 현실보다 더 매력적이고 행복한 것이다. 그리고 그 가상에 빠지기 위해서는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써서 자기 눈을 가리고 실제 현실을 보지 않아야 한다. 이에 비춰보면 박 사장 또는 상류층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기술을 통해 성공한 것이며, HMD는 이런 욕망을 빗대는 소품일 수도 있다. 기택 가족의 경우는 박 사장 저택에 들어가서 잠시 행복하게 목욕도 하고 호사스러운 술 파티를 벌이는데, 이는 결국 찰나의 환상에 불과하다. 결국 저택 공간에서 도망쳐 나오면서 기택 가족이 접하는 건, 말 그대로 시궁창스러운 현실뿐이었다. 이는 박 사장 가족이 없을 때 저택 뜰에 나와 블루스를 추던 문광 가족도 마찬가지며, 두 가족에겐 박 사장의 저택이야말로 눈 가리고 욕망에 빠져든 가상현실인 셈이다.
- 반대로 박 사장도 가상현실에 빠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박 사장이 문광과 기택 가족을 대하는 태도 역시 기본 사회 규범 내에서 통용될 수준으로 대해준다는 점을 제외하면, 진정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VR 게임 속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NPC를 대하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이 가상현실은 기택이 박 사장을 찌르면서 끝난다.) 다만 박사장은 기택가족이나 가상의 게임과는 달리, 합법적인 노력을 통해 사업을 예전보다 성장시킨 현실적인 고용주라는 점에서, 상류층 생활을 넘보는 기택 가족들의 훨씬 큰 범죄행위들을 굳이 외면하고 박 사장네를 빗대어 VR의 허구세상에 빠져있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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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이동진은 평론집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에서 박 사장의 회사 '어나더 브릭'을 이렇게 해석했다.
동익은 문광의 음식 솜씨를 칭찬하면서도 "아줌마는 쌔고 쌨으니 또 구하면 된다"라고 말한다. 회사에서 회의를 하면서 동익은 "신제품이 휴대폰과 호환이 되느냐"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이는데, 그 회사 이름이 '어나더 브릭(Another Brick)'인 데서 알 수 있듯이, 결국 그는 피고용인을 대체하기 쉬운 '벽돌'처럼 여기는 사람이다. 동익에게 중요한 것은 일하게 될 사람의 고유성이 아니라 표준화된 노동력이 구사되는 자리 자체이며, 그 자신은 그 일자리를 만들어낸 주인이다. - 박 사장의 회사명은 핑크 플로이드의 곡 Another Brick in the Wall 에서 따왔다는 해석도 가능하고, 영어권에서 스마트폰이 흔히 벽돌로 비유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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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의 가족은 다들 적어도 그렇게
백수로 살진 않을 만한 소질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기우는 4수로 단련된 영어교육 실력,[29] 기정은
포토샵 능력과 하객 대행
알바로 쌓은 연기 실력, 기택은
발렛파킹과
대리운전기사 경험으로 쌓은
운전 실력, 충숙은
가사노동 실력과
남자에게도 지지 않는 완력. 그런데 이와 대조되게 추레하게 사는 기택 가족의 모습은, 계급이 능력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30] 작중 계속 언급되지만 이들은 그럴 만한 능력을 쌓을만한 중산층 정도의 계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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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 가족이 식사를 하다가 집 밖에
노상방뇨하는 사람이 또 오자, 이번엔 전과 다르게 달려나간다. 그런데 쫓아낸답시고 수석을 들고 나가는데, 이를 '
스스로 재물운을 던져버리려 한다'고 해석한다면[31] "그들의 운이 다 하고 몰락이 시작된다"는 복선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수석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대신 물을 뿌리고, 기정이 이를 찍으면서 "아주 물 난리 났다"고 농담을 던지는데, 후반에는
폭우로 진짜 물 난리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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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운전사 기택과 뒷자리 박 사장이 대화를 나눌 때, 처음엔 두 사람을 앵글을 나눠서 찍다가(연출적으로 선을 나누다가) "그래도 사모님을 사랑하시죠?"라고 묻는 순간, 앞자리 기택을 비추던 카메라가 패닝으로 뒷자리 박 사장에게로 바로 넘어간다. '선을 넘는다'는 개념을 시각적으로도 보여주는 간단명료한 연출이다. 박 사장 입장에서는 그저 운전사에 불과한 기택이 자신의 사생활에 대한 질문을 묻는 것 자체가 선을 넘는 행동이었다.
- 기정이 VIP 가정부 알선업체 직원인척 전화받으면서 제출하라고 한 소득증빙서류중에 토지대장이 있다. 토지대장은 소득증빙과 관련이 없는데, 연교가 반문만 한번 하고 넘어가는 모습에서 그녀의 어수룩한 모습을 보여준다.
5. 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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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네 가족이 박 사장네 집에서 양주 파티를 열 때, 모든 양주를 잔 하나에 조금씩 섞어서 마신다. 사실 이는 각자의 섬세한 향이 중요한 고급 주류를 마실 때 금기시되는 행동. 운 좋게 상류층의 삶에 들어가게 되어도 그들만의 문화를 따르지 못해 위화감이 생기는
아비투스의 차이를 보여준다.[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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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자기 집에서의 술상에는 고등어 캔이 올라와 있었는데, 양주 술상에는
푸아그라 캔이 올라와 있다. 한 눈에 볼 수 있는 대비. 단, 따지는 않았고 세워져 있기만 한다. 촬영 현장에서도 술상위에 다양한 종류의 비싼 안주들을 준비했는데 기택네 가족들은 따로 연기지도를 하지 않았는데도 다들 감자칩과 땅콩만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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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다 잠시 쫓겨난 윤 기사를 걱정하는데, "젊고 능력이 있으니 좋은 곳에서 더 잘 살고 있을 것"이라 한다. 그러나 이전 가정부
문광의 경우를 보듯이 해고당한다고 새 직장이나 더 좋은 직장으로 갔다고 장담은 할 수 없으니, 이는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밟고 올라서서
자기합리화를 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박 사장네가 해고 당사자에게 해명 기회조차 주지 않고 이유도 얼버무린 채 내보낸 건 생계가 끊긴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예 모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인 반면, 기택은 그게 어떤 건지 절절히 이해하기에 죄책감 때문에 걱정과 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비록 자기합리화의 일환이지만, 4명의 가족 중 유일하게 기택만이 윤기사를 걱정하고 취중에 조금이나마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기우와 충숙은 아예 관심조차 없는 듯 보이고, 기정은 기택에게 남 걱정할 시간에 가족들부터 신경쓰라고 한소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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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파티할 때 기우, 기택, 충숙은 바닥에 앉아 있고 기정은 소파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기정이 누워있는 소파는 다른 가족들보다 높기 때문에 신분 상승의 기회가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이후에 등장하는 박 사장과 연교가 소파에 누워있는 씬과의 유사성을 통해서도 기정이 그나마 나머지 셋보다는 그나마 상류층에 닿을 수 있는 기회에 가깝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33] 다만 중간에 개껌을 식용
육포로 착각해서 먹는 등 모습과 결말을 볼 때 넷 중에선 기정이 상류층에 그나마 가깝다고 쳐줘도 결과적으론 나머지 세 명의 가족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처지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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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숙이
기택에게 "박 사장 가족이 갑자기 집에 돌아오면
바퀴벌레처럼 재빨리 숨을 처지가 아니냐" 고 말했는데, 정말로 박 사장이 돌아오니 충숙을 제외한 전 가족이 바퀴벌레처럼 어두운 곳으로 숨어버렸다가 슬금슬금 기어서 도망친다. 충숙의 대사는 박 사장이 진짜 돌아올 것이라는 걸 암시하는 복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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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는 "아까
기정이가 욕조에 있는 모습을 보니 진짜 부잣집 딸 같더라." 라고 말을 하는데, 정작 그 직후 기정은
애완견용 간식을 육포인 줄 알고 씹다가 뒤늦게 알아챈다. 앞서 양주를 섞어 마시는 씬과 마찬가지로 상류층에 기생하고 그들을 따라해보려 하지만 신분상승 행세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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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이동진은 그의 평론집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에서 지하 방공호에서 충숙과 문광의 대화를 듣던 기택, 기정, 기우가 굴러 떨어지는 것을 "이쯤 되면
봉준호의 영화 속 하층 계급의 '삑사리'는 실수가 아니라 흡사 필연처럼 보인다. 계획은 상층에나 가능한 삶의 방식인지도 모른다."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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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자본주의는 자본의 유무로 신분이 나눠지는 현대의 또다른 계급사회이다. 봉준호는 '삑사리'를 통해 하층 계급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씁쓸한 생리를 간접적으로 묘사한다.[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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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 가족이 박 사장 가족이 없는 틈을 타서 박 사장의 저택에서 술잔치를 벌일 때
문광이 집에 두고 온 것이 있어서 찾으러 왔다며 재등장한다. 이때 그녀의 몰골은 나름 정갈한 부잣님 마나님 같던 전과는 전혀 다르게, 비에 젖어 초췌하기 짝이 없는 데다가 얼굴에 군데군데
멍이 있다. 이것은
빚쟁이들에게
구타를 당했기 때문이다.
- 문광은 늦은 밤에 박 사장의 저택을 찾아왔는데 이것은 문광이 다송과 아직 연락을 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박 사장네 가족이 캠핑을 떠나 집을 비우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이 날 찾아온 것이다.
6.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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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가 살던 지하실에 꽂혀 있던 책들이 대부분 '
법학 서적'임을 볼 때
사법시험이나 경찰관/공무원 시험 등 신분 상승을 위해 노력한 사람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모두 1990년대 정도까지나 쓰던 철 지난, 누렇게 바래있는 상당히 오래된 책들이다. 특유의 표지 디자인으로 유명한
곽윤직 민법 시리즈가 꽂혀 있는데, 이 법서는 과거에는 법학계의 바이블로 통하던 책이었었으나 현재는 사설강의와 수험서가 등장하면서 수험용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으며, 구판의 법서는 현재의 법을 공부하기에는 매우 무리인 구닥다리 책일 뿐이다. 법은 (법학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와는 달리) 끊임없이 개정되며, 무엇보다도
판례가 매년 끊임없이 쏟아져나오기 때문에, 법학 교과서는 매년, 적어도 2~3년에는 한 번씩 판갈음을 해야 한다.
노동법처럼 판례 중심의 실무적인 법학의 경우, 매년 판갈음을 하지 않으면 책이 쓸모가 없어져 버린다. 결국 문자 그대로 지금은 있지도 않은 법들이고 이미
대법원이 폐기한 판례들도 있을 것이다. 문광 역을 연기한 이정은 역시 "그 책들은 '지금은 있지도 않은 법을 공부하는 세상물정 모르는 남편'을 표현하기 위해 마련한 소품"이라고
설명한 바 있으며, 봉준호 감독 또한 "사법시험이 이미 없어진 시대라는 것도 모를 정도로 판단력을 잃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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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 가족이 문광 부부에게 약점이 잡혀서 손들게 되었을 때, 문광이 기택 가족을 한 명씩 부른다. 기택과 기정의 경우,
똑같이 남편, 딸이라고 따라 답하지만 충숙, 기우의 경우에는 "네"라고 대답한다. 여기서 가족의 성격차이를 볼 수 있는데 기택과 기정은 약점이 잡힌 상황이라도 자존심을 챙기고 있지만, 충숙과 기우의 경우는 예의있는, 어쩌면 굴복하는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때 "네"라고 대답한 충숙과 기우는 다시 한 집에서 살아가는 결말을 맺지만 그러지 않은 기정과 기택은 집에 돌아오지 못한 채 서로 흩어지게 되었다. 다만 비굴해 보였던 기우와 달리 기가 센 충숙은 대답할때 말투가 퉁명스럽고 표정은 심드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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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에
콘돔이 꽂혀 있는 나무판 옆에
가톨릭의 성가정[35]상이 위치한다는 것 또한 아이러니. 가톨릭교회는 교리상
낙태는 물론이고
콘돔이나
피임약 등을 이용한 인공적
피임 또한
하느님의 섭리에 반하는 것으로 여겨 금지하고 있기 때문. 당연히 지하실에 기거하는 근세 부부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인데, 이 장면은 이상과 괴리된 채 살아가는 하류층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가톨릭 신앙을 가진 하류층 사람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부부관계를 맺는 것이 당연하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식을 가지면 안 되는 상황에서 교리상 금지된 것을 알면서도 콘돔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 나아가 종교적으로 죄악임을 알면서도 생존을 위해 이를 범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리고 이런 자기들의 행동을 현실을 이유로 자기합리화 내지 정당화하는 하류층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담으로, 기정이 제시카로 위장해 기우와 입을 맞추는 장면에서 사용된 제시카송 악보 공개분에서는 제시카의
세례명이 레베카라고 소개된다. 다만 이 부분을 노래하는 장면은 영화상에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았다. 참고로, 봉준호 감독은 미카엘이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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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는 "리스펙! (박 사장님, 존경합니다!)" 라 외치면서 계단 전등 스위치를 누르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굳이
패닉 룸 안에 저런 스위치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으며, 굳이
모스 부호를 칠 필요 없이
방공호에는 통신 시설이 갖춰져 있는 게 보통이다.[36] 결국 이는 '물에 떠오르는 산수경석'과 함께 영화의 주제를 나타내기 위하여 일부러 비현실적인 연출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37] 아마도 모스 부호라는 영화 내 요소에 맞추기 위해 이런 무대 장치를 만든 것 같다.[38] 다송과 근세가 같은
컵스카우트 출신이라는 설정도 마찬가지. 영화 말미에 기우가 산에 올라 아버지가 지하실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모스 부호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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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서, 성공한 사람에 대한
신격화가 최하층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묘사했다는 해석이 있다. 지하실에 붙어있는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스크랩[39]과 성공한 사람이 계단을 오를 때(상승할 때)마다 이를 조명해주고 "리스펙"을 외치는 행동을 통해, 최하층민인 근세는 그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자신이 봉사해야 마땅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여기서 태어나고 계속 산 것 같아." 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박 사장 일가에게는 당연히 켜져야 할 불처럼 무가치한 일이며 심지어 조명으로서의 본분 이상의 행동(모스 부호로 감사를 표하는 행동)은 고장 나서 제멋대로인 센서로만 인식을 하고 있다. 또는 재벌들에 대한 찬양이 이어지는 언론과 방송에 대한 조소라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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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근세가 동익이 계단을 올라가는 것에 맞춰 전등을 누르는데, 이 때 이마를 통해서 누른다. 전등스위치가 벽인데, 벽을 바닥이라고 생각한다면 마치 범접불가능한 존재가 행차하는 것에 맞춰 머리를 조아리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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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가 지하실에 들어와 살기 시작한 시기는 작중 시점으로부터 4년 전이라고 말하는데, 작중 배경은 2018년 6월이고
대만 카스테라 붐은 2016년 말~2017년 초의 일이라 시간대가 맞질 않는다. 문광이 근세와 재회한 뒤 나오는 대화에서 살기 시작한 시점을 4년 3개월 17일로 분명하게 확인해 주는 것으로 보아, 시간관념을 제대로 못 잡은 것은 아닐 듯하다. 이 부분은 문광이 충숙에게 동정심을 사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고, 혹은 영화적 허용으로, 현실 소재를 가져왔지만 영화 세계관에선 꼭 현실과 같은 시기의 사건이었다고 상정하지 않고 넣은 것일 수도 있다.[40] 사실 영화 상에서 대만 카스테라가 현실과 같이 이러이러했다는 설명은 나온 적 없고, 단지 관객의 머릿속에서 그에 대한 스토리가 연상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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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관객들은 대만 카스테라가 엄청난 창업 붐을 일으켰다가
먹거리 X파일의 과장 보도와 계란값 폭등 등의 시기적 요소가 겹쳐서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금세 망하고 쪽박을 찼으며, 그 와중에 "프랜차이즈 거품을 일으켰던 몇몇 관계자와 건물주들만 이득을 봤다"는 사회적 경험을 해서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소재는 시기적 고증 문제를 떠나서 '시의적절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창업 붐이 일었다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요소들 때문에 갑자기 망하게 되는 상황은, 이후 장면에서 생각지도 못한 폭우로 집을 잃고 체육관에서 잠을 청해야 했던 많은 수재민들의 모습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41][42] 참고로 '대만 카스테라집'에 대해 그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과연 외국인 관객에게 어떻게 그 결을 살려서 이해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는데, 영어
자막 번역자 달시 파켓은 마땅히 이를 영어로 전달할 방법이 없어서 글자 그대로 '대만식 케이크집'이라고 번역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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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이 박 사장에게 "그래도 사모님을 사랑하시잖아요?" 라고 이야기 했을 때 박 사장이 언짢은 표정을 짓는 부분과 배우 조여정이 '연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재혼했을 것'이라는 발언을 보면서 박 사장 부부의 관계가 사실 나쁜 것 아니냐고 의문을 품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쁘다고 해석할 여지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없다. 극중 박 사장 내외가 바람을 피우거나 다른 이성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서로 불화를 일으키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택의 발언에 언짢아 하는 것은 '자신보다 밑에 있는 사람이
사생활에 간섭해 선을 넘는 것' 때문에 불쾌해 했다는 것이 더 설득력이 높다. 연교가 재혼을 금방 했을 거라는 발언 역시, 자식 사랑이 지극했던 연교가 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빠르게 다른 가장을 찾았을 것이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45] 부부관계를 애무만으로 끝냈다는 것 역시 금슬이 나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어린 아들이 볼 수도 있는 앞에서 삽입 정사를 할까.[46] 오히려 금슬이 좋다는 것을 드러내는 장면이라는 해석도 있다. 당시 박 사장 가족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아침부터 캠핑 준비하느라 부산했고 박 사장은 평소에 잘 하지도 않는 운전을 해가며 일가족들을 실어다 날랐고, 폭우가 쏟아져 캠핑장은 난리가 났으며 생일 기념 행사가 엉망이 된 아들과 오기도 싫었던 딸의 투정을 달래가며 파김치가 되어 밤늦게가 되어서야 겨우 집에 왔다. 그 긴 시간을 시달리며 빗길을 뚫고 운전까지 하고 왔는데, 바로 골아떨어져 자는게 아니라 아내를 애무했다는 시점에서 부부관계가 좋은게 아니냐는 것. 참고로 기택도 극중 아내와 살가운 모습은 자주 안 보였지만[47] 물이 들어찬 집안에서 유일하게 가져온 물건이 아내의 메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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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영화전문잡지 FILO의 인터뷰 중, 박 사장 부부의 부부관계 씬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저는 그 장면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가장 필수적인 장면이라고 봤어요. 이 영화는 인물들이 의도를 했건 안 했건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게 되고, 거기에 개입함으로써 일어나는 비극이에요. 아버지와 자녀가 미성년자관람불가 영화를 같이 봐도 민망한데 심지어 실제 섹스 행위가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의 불편함도 그렇지만, 이 장면이 기택에게는 전환점이 되는 거죠. "위대하신 박 사장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고 말했던 사람이 이제 박 사장 가족으로부터 심정적으로 격리되는 출발점이라, 꼭 필요한 시퀀스라고 봤어요. (중략) 이 섹스 씬에서는 최대한의 긴장감과 압박감이 느껴져야 했어요. 야한 영화를 보는 쾌감 같은 게 느껴져서는 절대 안 되고, 그저 "이 씬이 빨리 끝나면 좋겠다"는 압박감을 관객에게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그 압력을 기택과 관객이 고스란히 나누길 바랐어요. 정말 질식할 것 같은 느낌. 그 장면을 흐르는 음악의 분위기도 " 압력밥솥의 압력이 증가하는 것 같은 느낌이면 좋겠다"고 정재일 음악감독에게 요청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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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 일가가 갑자기 캠핑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와 주인공 일가가 다급하게 뒷정리를 하는 시퀀스 중, 유일하게
기정만이 아버지가 깼던 병 조각을 치우다 상처를 입는다. 이 또한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이다. 기정 외에도 다른 인물들의 당시 행동이 결말과 연관이 있다.[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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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
근세 부부가 기택네 가족의 사기 행각을 알고 나서도 연대를 했더라면 서로서로 좋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가족이 연대하여 사기를 쳤다는 것을 사장 부부에게 일러바친다 하더라도, 기택네 가족에게 크게 혐의가 걸릴만한 것은 없었다. 수사가 들어온다면야 사문서 위조나 주택침입죄가 걸릴순 있겠지만, 작중 박 사장 가족의 은근한 뉘앙스를 보면 '이런 소란이 일어나는거 자체가 위신이 깎이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적당히 해고하고 다른 사람을 구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을수도 있었다. 실제로 박사장 부부는 경우에 따라선 비슷하게 경찰에도 고발할만한 일[49]도 조용히 해고하는 선에서 끝냈다. 반면 문광은 오랜 기간 동안 지하실에서 남편을 몰래 먹여왔고 무엇보다 조사가 시작되면 아들 다송의 트라우마의 원인이 근세임을 알게 될 테니 그냥 넘어가지 않을 확률이 매우 컸다. 당장 기택네 가족이 모든 정황이 마무리된 후 크게 처벌받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다만 이미 문광이 기택네 가족에 의해 해고되었단 것을 깨달은 후 치솟은 분노감 때문에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었단 것이 아이러니. 충숙은 가정부로 일하며 근세에게 최소한의 식량을 주고, 문광은 기택 가족 일가의 취업 사기를 눈감아 주는 식의 거래가 충분히 성립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기정도 당시엔 서로 흥분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후 다음날이 되자 충숙에게 서로 윈윈하는 방향이 되도록 얘기를 다시 해보자고 제안하였다. 하지만 서로의 약점이 드러났을때 그 상처를 물어뜯어 자신들의 얄팍한 우위를 확인하려는 다툼이 벌어지며 서로에게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이 망쳐졌고 양 쪽은 끝내 대립만 거듭하다가 양가 모두 몰락하고 만다. 이는 서로 자신이 사다리를 오르려하여 연대가 되지 않는 하층민들의 씁쓸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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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후 기정과 충숙이 "대화로 좀 풀어보자"는 의견에 동의를 하지만, 연교가 일을 시키는 바람에 대화를 불가능하게 한다. 이를 보면, 직접적인 훼방은 아니지만 상류층들이 하층민들을 노동을 통해 바쁘게 하여 약자들의 연대를 무산시킨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우가 내려가자마자 공격당해서 죽을뻔 했고 기정이든 충숙이든 둘 다 내려갔어도 기우와 비슷하게 당했을 것이니, 상류층/하층민으로 구분지어서 '상류층 때문에 하층민들끼리 피흘린다'라고 단순하게 해석하는것은 다소 무리. 현실적으로도 아무런 권력이나 재산이 없던 사람이 어느정도 지위에 올라선 후 한 줌밖에 안되는 그 지위를 가지고 이전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거들먹거리거나 갑질하는 사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생각보다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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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숙이
짜파구리를 만들기 전, 식탁 위에 쓰레기를 치우는 데, 잘 보면 휴대폰[50]이 섞여있다(...). 충숙의 폰이면 그만큼 정신이 없었다는 뜻. 그러나, 문광의 폰일 가능성이 있다. 문광의 폰에는
그들의 만행이 찍혀있기 때문에[51], 가능한 한 숨겨야 했기 때문.
혹은 제작진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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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숙이
짜파구리를 막 완성하여 식탁에 차리려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뛰어올라오는
문광을 인식하고 발로 밀어 버리는 장면은 일반적으로는 슬랩스틱 코미디에서 자주 쓰이는 연출이지만, 그 직후 문광이 계단을 굴러 머리를 심하게 찧는 장면은 사태의 파국을 의미하는 매우 심각한 장면이 된다.[52][53] 또한 계단 위의 주방에서 보면 재밌지만 계단 아래에서 보면 끔찍한 사고라는 점에서, 위 아래 위치에 따른 시각 차이, 사회 상류층의 입장에서는 하류층끼리 심각하게 분열하든 말든 그것이 그저 재미에 지나지 않음을 상징하는 장치로도 감상할 수 있다.
- 연교가 집으로 돌아올 때 충숙에게 "8분 뒤 도착이니 한우 채끝살을 넣어 짜파구리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정작 서민인 충숙은 짜파구리가 뭔지도 모르고 있었고, 그걸 또 맛있게 먹는 연교도 아이러니하다.[54] 미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피터슨은 "문화적 잡식" (Cultural omnivorousness)[55] 이라는 개념을 주장한 바 있다. "상류층이 상류층만의 문화를 즐기고, 하류층은 하류층만의 문화를 즐긴다"는 종래의 관점과 달리, "상류층은 상류층과 하류층의 문화 모두를 자기 취향대로 섞어서 마음껏 향유한다"는 의미의 사회학 이론이다. 실제로 워렌 버핏이 아침을 맥모닝으로 간단히 때우는 모습이 보이고 # 신세계그룹의 부회장 정용진이 라면을 즐겨 먹는 것처럼, 자기 식대로 짜파구리를 먹는 연교에게서도 옴니보어, 문화적 잡식동물로서의 면모가 엿보이고 충숙에게서는 반대로 경제적 빈곤이 문화적 빈곤으로도 이어지는 대비를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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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채끝살을 넣은
짜파구리는 한 집에 뒤섞인 세 가족을 상징하기도 한다. 두 인스턴트 라면은 충숙과 문광의 가족을, 한우 채끌살은 연교의 가족을 연상케 한다.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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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파구리 씬에서 연교와 충숙이 앉아있는 장면에서 식탁을 비춰주는데, 의자의 개수가 10개다. 이 집에 박 사장 일가를 제외하고 사람들이 더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다.[57] 재미있는건, 영화에 근세의 존재가 등장하기 이전에 식탁을 비추던 장면을 보면, 의자가 8개였다. 봉준호의 연출 스타일을 감안한다면 다분히 의도적인 소품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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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는 박 사장네 가족에겐 그저 캠핑이 취소되는 소소한 일, 살짝 짜증나는 일 정도에 불과하지만, 기택네에겐 하수도가 역류하고 누전이 되며 집이 전부 잠기는 생계의 위협이 되어버린다. 심지어 다음 날, 마당에 설치해놓은 미제 인디언 텐트는 아이의 장난감에 불과한데도 물 한 방울 안 들어오고 뽀송뽀송하며, 연교는 "비가 와서
미세먼지도 없고 날씨 좋다" 며 맑은 환경을 즐기고 고급 의류를 고르고 음식을 가득 깔아두며 파티를 준비하는 장면에서 다시 강조된다. 상류층에게는 단지 잠깐 지나가는 해프닝이었고 날씨를 맑게 해줘서 오히려 좋은 요소였던 것이, 하류층에게는 삶의 터전이 파탄나버리는
재앙이 된 것이다.[58] 그리고 물은 (클라이맥스의 비이성적 복수에 비하면) 정당한 응징의 상징이기도 하다. 동네가 물에 잠긴 것을 보고 급하게 달려가던 기택 가족은, 이웃 주민이 퍼내는 오수 섞인 물을 여러 번 맞는다. 중반부 노상방뇨하던 취객을 물로 응징한 것과 생각하면, 기택 가족은 그동안의 기만 행위를 응징당하는 것이다. 또한 지위가 올라갔다던 그들의 뿌리는, 여전히 취객과 같은 반지하에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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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는
경제위기를 상징하기도 한다. 실제로 경제 위기가 오면 자산이 많은 상류층과
재벌들은 자산 평가액 감소(캠핑 취소 등)등 피해를 보기는 한다. 그러나 현재의 삶을 유지하는데는 지장이 없다. 그러나 하층민은 당장 이 시기에 생존의 문제(실업 등)를 맞이한다. 이후 경제 위기가 지나고 나면 상류층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현상 유지도 힘든 하류층과 경제격차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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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는 가족들에게 불만이 많다. 만난 지 하루밖에 안 된 기우에게 다짜고짜 남동생에 대한 험담을 하고, '엄마가 짜파구리를 남동생과 아빠에게만 권하고 나에게는 권하지 않았다'고 따지고, 집에서 열리는 파티를 두고 '재미없는 곳'이라고 칭하며 나가보지도 않는 등 가족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계속 드러낸다. 만난 지 하루밖에 안 된 기우에게 먼저 키스하며 접근하는 것 역시 가족들에게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랑과
애정결핍을 기우에게 갈구하는 태도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봉준호 감독은 라이브톡에서 "연교도 박 사장도 아들 다송이를 편애하고 있으며, 박 사장은 은근히
가부장적인 인물이다"라고 밝히면서, "비 오는 와중에 텐트에서 자겠다고 고집부리는 다송을 박 사장이 나무라는 듯 하면서도 입가에 은근한 웃음을 띄고 있는 것은, 속으로는 '사내아이라면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박 사장의 집안이 은밀하게 가부장적이며 다혜가 상대적 소외를 당하는 것을 나타낸다. 다만 작중에서는 이런 성향이 대놓고 드러나지는 않고, 단순히 다송이 구성원 중 제일 어리고 정신적으로 트라우마도 있는 상태이기에 더 신경쓰는 것처럼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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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어둔 문광과 근세를 어떻게 할 지 묻는 아들 기우의 물음에, 기택은 "계획이 있으니 집에 가서 우선 씻자"고 말한다. 그러나 기택은 사실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이는 근세를 "아무런 계획도 없이 산다"며 경멸하고 선 긋기를 했던 모습과 전혀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혹은 위와 반대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게,
기택에게도 막연하게나마 계획이 있었으니, 미리 손잡이를 뽑아두어 묶인 문광 부부가 자력으로 나올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이러면 기택 가족이 그들을 방공호 안에 가둬 죽일 수도 있는 선택권을 쥘 수가 있다. 물론 다른 가족들은 그걸 몰랐다는 점이 문제. 기택이 가족들에게 그 생각을 빨리 말했다면 그 후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박 사장 내외가 갑자기 아들 다송의 생일파티를 여는 바람에 그럴 기회를 갖지 못했고, 결국 끔찍한 비극을 막지 못하고 말았다.[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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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송은 인디언 텐트에서 전등이 불규칙적으로 깜빡이는 걸 보고, 이것이
모스 부호임을 알고 해석을 시도한다. 하지만 다음 날 다송의 노트를 보면, 단어 완성이 안 된 채 잠들었다. 모스 부호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는 하지만, 봉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근세가 흥분 상태에서 제대로 신호를 보내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문장이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이를 상류층과 하류층간의 의사소통의 단절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다. 그나마 순수한 아이는 하류층의 인생에 동정을 느끼지만,[60] 진정으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한계에 부닥친다. 그러다가 나이를 먹어 세파에 찌들고 나면, 이해할 의지조차 없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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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의 모스 부호와 문광의 외침[61]에도 불구하고 박 사장 가족은 이를 크게 신경쓰진 않는다.
하류층의 급한 도움도 상류층에게는 하찮은 것임을 보여주는 요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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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탁자 밑에 우겨넣어 눈은 피했다지만,
냄새에 민감한 박 사장이 바로 코앞 탁자 아래의 과자, 술, 음식, 사람이 뒤섞인 상황을 간파 못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62] 박 사장은 상류층이고 원래 지니고 있던 것들에는 익숙하지만 하류층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하류층의 냄새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해석도 있는데, 단순하게 보자면 단지 충숙이 급히 만든 짜파구리의 강한 냄새로 인해 술냄새 등이 덮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보다도, 계층에 관련한 본작의 설정상 높은 곳(소파)에 있는 상류층인 박 사장 부부가 낮은 곳(식탁 밑 바닥)에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는 기택 가족을 내려다볼리는 만무하다. 풀어 말하자면 박 사장 부부는 자신들의 집에 누가 기생하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으므로 저 장면에서 박 사장이 기택을 눈치채고 내려다 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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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 또한
지하철 냄새,
무말랭이 말리는 냄새 등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본래 상류층은 아니었으나 사업 성공을 통해
자수성가한 타입"이라는 추측도 있다. 특히나 무말랭이 냄새는 요즘 세상에 중산층 이하에 사는 사람도 알기 힘든 냄새다. 보통 사람들은 양념까지 다 된 상태에서 무말랭이를 접하지, 무말랭이의 냄새 그 자체를 제대로 인지할 단계인 말리는 냄새는 접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63] 하지만 이 역시 짜파구리에서와 같이 상류층의 문화적 잡식주의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상류층일수록 의지만 있다면 취미의 범위를 넓게 가져갈 수 있는데 서양 최상류층들의 역사 깊은 취미가 오지 체험
사서 고생인 것을 볼 때 박 사장이 그런 냄새를 안다고 해서 집에서 무나 말리는 평범한 집안 출신일 것이라는 추측은 단편적인 이야기다. 요리를 예로 들어도 취미로 하는 사람이 매일 먹고 살기 위해 해야 하는 사람보다 훨씬 다양한 식재료와 요리 방식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충숙이 무말랭이를 사면 샀지 직접 말려봤을 가능성이 더 적다는 이야기. 지하철 냄새 또한 상류층 인맥 말고는 딱히 접할 일이 없는 연교와 달리 박 사장은 사업하면서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고 다닐테고 무엇보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다 상류층은 아닐테니 접하는게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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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네 가족이 부자 동네에서부터 하나하나 (신분의)계단을 타고 내려 가고 내려 가다가 정면에서 동네 전체를 비춘 장면이 인상적이다. 전봇대 전선들이 얽히고 설켜 복잡하게 얽힌 이 달동네 장면은 가난을 헤어나올 기회가 거의 없는 이들의 비루한 삶을 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서러운 장면이다. 물이 중력을 따라 오직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는 듯이 상류층은 하류층의 삶을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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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겨버린 기택네 반지하집은 전기가 누전되어 형광등이 깜빡거리는데, 기우는 형광등 옆 거실에서 수석을 바라본 채로 서 있고, 기택은 복도에서 기정과 기우를 부르고 있다. 이 때 형광등이 깜빡거리면서 불이 잠시 꺼졌을 때는 절묘하게 거실 전체를 암전시켜 화면에는 복도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는다. 조명을 이용해 공간을 분리하여 수석을 들고 살인을 결심한 기우의 마음을 암시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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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이미
감전의 위험성을 인식했지만 그럼에도 가족들은 가장 중요한 물건이라도 재빠르게 챙겨나와야 하는 슬픈 선택이 강제로 요구된다. 이때 기택은 충숙의 메달을, 기정은 화장실에 몰래 숨겨두었던 비상금과 담배를, 기우는 수석을 가져온다. 기택은 사랑하는 사람의 명예로웠던 흔적을, 기정은 금전적 여유와 위로를(사실 특별한 의미보단 자포자기의 성격이 짙다), 기우는 이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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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정은 변기에서 오물이 역류하고 누전으로 형광등이 깜빡거리는 급박한 상황인데도 피하기는커녕 변기 뚜껑을 닫아 오물이 튀는 걸 막기만 한 채 씁쓸하게
담배에 불을 붙인다.[64] 변기에서 똥물이 역류하는 장면은, 하류층 가족이 상류 사회로 거슬러 올라가는 영화의 전반적인 과정이 함축된 장면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밑에 감추어 숨겨두었던 기택 일가의 악행이 그대로 되돌아온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또한 문광이 뇌진탕에 걸려 변기에 토하는 장면과 오물이 나오는 장면이 겹쳐서, "그들이 저지른 악행의 대가가 그들 자신에게 닥칠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와 동시에 문광의 죽음이 기정에게로 옮겨갈 것임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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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성격의 기정과 나름 사려 깊고 섬세한 기우, 해머 던지기 선수 출신인 충숙과 우유부단하고 소심하며 감정적인 기택. 이렇듯 영화는 전형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관념을 뒤집고 있다. 영화 전체가 빈부의 선, 계급의 선, 젠더의 선을 넘나들며 자기가 가지지 못한 반대편에 대한 호기심과 훔쳐보고자 하는 욕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좁은 반지하 공간에 모여사는 기택의 가족과 달리 부유하고 넓은 개인 공간들을 보유한 박 사장의 집 가족들은 이러한 통념적인 선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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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는 물난리 속에서
수석을 챙겨 나온다. 이 산수경석은 그저 돌일 뿐이지만 실내에 진열하는 조형물로, '
신분이 상승'한 돌이다.[65][66] 처음 집에 들어올 때부터 시점숏으로 자신과 눈이 마주쳤었고, 여전히 신분 상승의 꿈을 잃지 않고 있는 자신을 대변해주는 물건이다. 즉, 기우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수석으로 상징되는 재물과 신분 상승에 대한 계획이다. "자꾸 나에게 달라붙는다"는 말과 함께 잘 때도 끌어안고 자고, 이후엔
이 사태를 해결할 도구로 사용하려고도 한다.
- 수석이 물에 떠오르는 장면은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67] 그렇다면 왜 물에 떠올랐을까? 이는 방공호에 있는 계단 전등 스위치처럼, 영화의 주제를 나타내기 위하여 일부러 비현실적인 연출을 감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당시의 기우는 동네 계단에 서서 발 밑으로 빗물이 콸콸 쏟아져 내려가는 것을 알면서도 아래로 가야만 하는 참담한 현실을 직시한 상태였고, 감전 위험 와중에 급하게 중요한 것만 들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자신을 대변하는 이 수석이 물에 떠오른 것 같은 판타지로 눈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수석은 '기우의 부에 대한 선망과 집착'을 대변하는 상징물인데, 당시 모든 계획이 망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여전히 상류층으로 가길 원하는 바람과 계획은 실낱같이 쥐고 있는 기우의 눈에 그런 환상이 보였고 "수석이 자꾸 몸에 자꾸 들러붙는다"는 말도 했다는 것. 이후 봉준호 감독피셜로 잠수부를 동원해 물에 뜨도록 연출한 것이 맞으며, 실제 발생한 일이 아니라 기우가 느낀 환상을 연출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7.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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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의 질문에
기택은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무계획이 가장 좋은 계획이다."라고 답하는데, 실제로 작중 많은 캐릭터들의 계획은 실패한다. 기택 가족의 박 사장집 취업이 최종적으로 비극으로 돌아간 것하며, 박 사장네는 다송의 생일에 캠핑을 계획했으나 우천으로 취소되었고, 그로 인해 박 사장집에서 잠시 사치스러운 하루를 보내려던 기택 집안의 계획도 틀어지고, 이후 나쁜 인디언 연기를 펼치려던 박 사장의 서프라이즈 계획과 문광 부부를 죽이려던 기우의 계획, 심지어는 다혜를 남자들로부터 지키고 싶어 기우를 소개해준 민혁의 계획[68]까지, 정말 많은 계획들이 실패한다.
- 앞서 언급된, 다송의 인디언 관련 행동이 유럽 이주민들의 이동으로 터전을 잃은 원주민들의 입지를 상징할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는 점이 후반부에 또 한번 반복이 된다. 연교는 충숙에게 텐트를 일본 군함으로 가정하고, 한산도 대첩에서의 이순신 장군처럼 학익진 형태로 테이블을 배치해 생일 상을 차리라고 지시한다. 이는 300개 이상의 조약을 체결해놓고도 깡그리 무시한 채 아메리칸 원주민들을 유럽인들이 몰고온 질병이나 전쟁 중 몰살한 후 제한된 보호구역에 강제로 몰아넣고 자신들의 국가를 세운 미국의 여러 주가 떠오르기도 한다. 다송이 밤에 케이크를 먹다 우연히 목격한 근세의 시커먼 모습과 그걸 그림 속에 표현한 검은 색은 심리학적으로 미국인들에게 잠재한 집단 죄의식을 건드리는 부분이라고 해석이 가능하다. 더불어 만인 평등과 자유에 기초한 미국의 건국 헌법을 세워 놓고 겉으로는 "인종의 용광로 (the melting pot)"라고 자칭하면서도, 백인 우월주의에 바탕한 흑인 노예제가 남긴 멍에와 원주민과 소수인종차별 등의 오점을 오늘날에도 깔끔히 청산하지 못한 미국이 가진 두 얼굴의 역사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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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가
수석을 챙겨서 '더 밑'인 지하
방공호로 내려가려 했던 의도는, 결국 문광과 근세를 살해하여 장애 요소를 없애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석을 재물과 신분상승의 상징으로 믿는 기우[69]는 수석이 물에 떠오르는 불가사의한 경험(착각)에 의하여 주술적 의미까지 부여하며, 수석으로 사태를 해결하면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믿었다. 수석으로 살인하려는 의도는 가지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선을 넘지는 못한 인물이라 직접 문광의 시체를 목도하고는 충격을 받아서 괜찮냐고 물어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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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우는 계단에서 수석을 떨어트려 버린다. 노상방뇨하는 사람과 싸우러 갈 때는 수석을 던지진 않았어도 그 시점부터 불운이 시작되었었는데, 이번에는 수석이 정말 지하에 내동댕이쳐졌고 훨씬 큰 불행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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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 가족은 모두
개와 연관된 일들이 있다. 기우는 근세가 만든 올가미에 걸려 목이 졸렸다가 겨우 계단 위로 도망치는 모습이 마치 목줄을 한 개를 연상시키고
다혜의 침대 아래에 숨어있을 때는 박 사장네 강아지 중 1마리가 와서 바라봤다.
기정은 술 파티에서 개 간식을 먹었다.
기택은 사고 후 빈 집이 된 저택에서 먹을 것이 떨어지자 연어를 비롯한 개 사료로 연명한 것으로 추정된다.
충숙은 박 사장 가족이 캠핑으로 자리를 비운날 밤, 개를 손으로 밀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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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의 머리에서 흐른
피와 박 사장네의
매실청이 서로 바닥에서 만나는데, 서로 섞이지 않는다. 과외교사, 운전기사, 가정부는 상류층과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있는 직업이었지만, 결국 그들과 같은 위치가 되지는 못하고 넘을 수 없는 선이 존재한다. 똑같은 이야기를 신분 상승을 꿈꿨던 '이 피의 주인' 기우 개인에게도 적용이 가능하다.
- 인디언 분장을 하고 기택과 박 사장이 숨어 있을 때, 기택의 말 "뭐, 사모님을 사랑하시니깐"에 박 사장이 불쾌해하며 "이것도 일의 연장"이라고 말한다.[70] 앞서도 기택의 말 "사모님을 사랑하시잖아요?"에 박 사장이 언짢아한 적이 있는데, 기택 입장에서는 분명히 둘이 다르다. 차에서 한 말은 박 사장과 잘 지내보자는 의미에서 '나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이다'라며 가족을 매개로 친해지려 한 거라 볼 수 있지만, 이번 "뭐, 사모님을 사랑하시니깐" 은 심신이 피로하고 냄새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인 이후 심드렁하고 호의적이지 않은 어조, 표정, 말투로 분명 비아냥거릴 의도로 한 말이다. 그래서 이 말을 들은 박 사장이 차 안에서보다 더 불쾌한 심정을 내보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혹은 기택의 입장에서 상류층과 하류층의 신세 차이를 한탄하는 씁쓸한 대사로 해석이 가능하다. # 기택과 박 사장은 모두 가족을 사랑해서 행동하지만, 그 결과나 행동 과정이 극단적일 정도로 대비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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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연교가 태생부터 상류층이었던 것이 아니라
신데렐라 콤플렉스로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을 이룬 여성이라는 가설을 세우면, 박 사장이 이 질문에 이토록 불쾌해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연교가 태생부터 상류층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이게 하는 암시라고 끼워 맞춰 볼 수 있는 장면이 존재한다. 가령 영화 초반부에 기우에게 주려던 과외비에서 10만원을 빼는 모습이라거나 후반부에 나온
짜파구리는 혼자 먹기엔 다소 많은 양이었는데도 바로 옆의 충숙과 나누려하지 않는 모습은 부족함 없는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보이기엔 꽤나 인색한 행동이다.[71] 기택 가족들의 냄새를 처음에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가, 남편과 누워서 대화할 때 "지하철을 타 본 지 너무 오래돼서 그 냄새를 잘 모르겠다"고 한 점 또한 결혼 전 부유층이 아니었던 그녀에게 있어 그 냄새는 그저 평범한 사람냄새에 불과했기에 불쾌하게 인식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에 더해 비록 한우가 들어 있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서민들의 음식이나 다름없는
짜파구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영화에 딱히 필요하지 않은데도 끼워넣은 점에서 '한우가 든 + 짜파구리'가 연교의 본래는 서민적이었지만 부유함으로 포장된 현재 신분을 상징하는 영화적 연출로 볼 수 있다. 그렇게 해석이 충분하 가능한 또 다른 이유는, 영화에서 짜파구리를 박사장과 다송은 전혀 입에도 대지 않는 설정에서 볼 수 있다.[72] 또한 다혜는 연교가 혼자 먹어버린 짜파구리를 자기도 먹고싶었다고 투정을 부리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기우와도 신분의 선을 넘는 모습과도 겹쳐져서 결국 한우 짜파구리는 선을 넘었거나 넘은 이들의 공통 코드가 된다. 박 사장의 기준대로라면 결혼으로 신분상승을 이룬 연교 또한 분명히 부유층이 경계하는 '선을 넘어버리는 것'이 되고, 연교는 중대한 예외가 되는 것이다. 남편이 굳이 무리해서 아내가 원하는 것을 애써서 들어주는 것을 두고 "사랑해서 그런 것"이라고 해석하는 기택의 물음은, 박 사장을 '감정에 따라 기준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거나, "애착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계속적으로 빈틈을 주는 사람"이라고 얕잡아 보는 것으로 들릴 소지가 있게 된다. 그게 아니면 연교가 자신에게 애착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콤플렉스를 건드렸다고 볼 수도 있다. 기택을 철저한 아랫사람으로 보는 박 사장의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말을 참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의 제목인 ' 기생충'은 단순히 기택 같은 하류층들한테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라, 연교 같은 상류층들한테도 해당되는 제목이라는 비평가들의 의견도 있다. 사실 봉준호도 미국에서 있었던 관객과의 대화에서 '노동의 측면에서 박 사장네가 직접 할 수 있는 일들도 기택네에 모두 맡기는 면에서, 반대방향 즉 상류층이 하류층에 기생하는 모습도 보여준다'고 확실히 이야기한다. 반대 방향의 기생에서 조금 더 확대시켜 상류층 안에서 연교도 남편의 부에 기생하면서 빌붙어 사는 기생충이라는 해석도 있는데, 하류층들만 아니라 상류층들 안에서도 기생충이 있다는 뜻이다. 다만 봉준호는 "인간은 모두 악인"이라는 냉소적 관점 자체를 싫어한다고[73] 과거부터 누차 말한 데다, 굳이 '아내가 남편의 부에 기생'하는 구조라고 해도 이런 봉준호 스타일상 이를 나쁜 것으로 보고 꼬집는 시선은 전혀 없다. - 박 사장이 기택을 파티에 부른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 엄연히 "정당한 수당을 준다"는 것을 미리 말하고 불렀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선을 지키는 것은 기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동차를 운전하고 장을 보고 짐을 나르는 것처럼 기택에게 있어서 업무이다. 박 사장 입장에서는 기택이 지난 밤 무슨 개고생을 했는지 전혀 모르는데[74] 주말에 수당도 인정해주며 불렀다는 이유로 더욱이 아들의 생일파티인데 고용주 앞에서 싫은 티 팍팍 내는 모습으로 보인다면 충분히 욱할 수 있다는 것.
- 기택은 운전기사일 뿐 이벤트 행사 직원도 아니므로, 아무리 주말특근수당을 준다고 했다지만 인디언 분장을 하는 것은 엄연히 노동 계약 이외의 업무를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기택은 '주말수당을 줄 테니 나오라'는 연교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야하며, 거부권이 없다. 즉, 갑질이다. 선을 넘는 행동을 결벽증스럽게 중요시하는 박 사장이지만, 정작 본인 그리고 연교도 추가 수당 지불이라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설정한 선을 지우고 자유롭게 선을 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갑질을 하면서 본인이 인지하지도 못한다. 어떻게 보면 '내가 돈 줬고, 본인이 승낙했으니 문제 없는 거 아니야?'라는 철저한 고용주 마인드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고용주의 입장에서 간과하기 힘든 부분이, 피고용인의 입장에서는 추가 수당 문제를 제외하고도, 원래 고용관계에서 동의했던 선을 넘는 일이 추가적으로 부여되는 상황에서 이를 거부할 경우 기존의 고용관계까지 악화되어 해고되어 버릴 수 있다는 공포감이 존재한다. 그래서 고용주의 갑질에 제대로 따지기 힘들다. 연교가 기택에게 일요일에 나오라고 지시하는 것, 쇼핑하면서 짐을 들게 하는 것도 엄연한 갑질이다. 그는 운전기사로 취직한거지, 짐꾼이나 수행비서로 취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앞좌석에 발을 올리는 무례까지 범한다.
- 다만 물난리[75]와 가족 활극[76]이라는 재앙이 없었더라면, 오히려 추가근무는 하층민에게는 조금이라도 편하게 돈을 더 벌수 있으니[77][78] 되려 상층과 하층이 서로 윈윈하게 되므로 아이러니하다. 박사장도 김기택에게 우리가 이 나이 먹고 무슨 짓이냐 이런거 시켜서 죄송하다면서 애들엄마 핑계를 대는 등 최소한 미안한척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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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가 피를 철철 흘리며 식칼을 들고 마당으로 나와 햇살에 눈을 찌푸릴 때, 그곳에 있던 모든 파티 참가자들중 단 한명도 근세를 인식하지도 쳐다보지도 않는다.[79] 심지어 뉴스에서도 근세는 밖에서 집 안으로 난입한 노숙자로 소개된다. 이는 하류층으로 인한 위험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하류층을 여전히 의식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상류층의 모습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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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가 박 사장을 떠받들고 존경하면서 드디어 최초로 대면한 뒤 "안녕하세요, 박 사장님…"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박 사장은 "날 알아요?"라고 의아해한다. 이 부분은, 하류층은
상류층이 자신들을 구원 해줄 것이라고 여기며 동경하고 추종하고 신격화하지만, 정작 상류층은 그런 하류층이 존재하긴 했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무관심하다는 사실을 풍자하는 대목으로 보인다. 근세가 아무리 이마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도와 달라"고 모스 부호를 보내봐도, 박 사장이나 그의 아들 다송은 전혀 알아듣지 못하거나 그저 재미있는 놀이 정도로 여겼듯이 말이다. 나아가 근세는 박 사장을 그리 존경하고 경배면서도 정작 그가 어떤 인간인지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 알아보지도 않았는데, 이는 그 존경과 경배가 ‘현실의 당사자’가 아니라 당사자에게서 자신이 받아들이기 좋은 부분만 따와서 ‘자신의 마음속의 구원자’를 섬기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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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의 박 사장 살해에 대한 해석은 아래 항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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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은 박 사장을 살해한 뒤 정원을 가로질러서 주택의 출입구를 통해 빠져나간다. 이때 기택은 저택의 그림자가 드리워 어두워진 곳에서 출발하여 밝은 곳으로 달려나가지만, 출입구를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나선형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감과 동시에 어두웠던 처음 지점의 방향으로 돌아 들어가며 사라진다. 이는 나중에 밝혀지는 기택의 행보를 암시하는 연출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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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의 출입구를 비추는
CCTV의 선이 끊어져 있어서 기택의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 CCTV는 전날에
문광이 끊은 것이다. 전술했듯이 문광은 박 사장네 가족이 캠핑을 가서 집을 비운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여기서 문광이 CCTV의 선을 끊은 이유는 만약 저택에 아무도 없었으면 몰래 들어갈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문광은 저택에 박 사장네 가족은 없다는 걸 알았고 그 외에 저택에 아무도 없을 경우에 대비해서 CCTV의 선을 미리 잘랐고
초인종을 눌려서 확인해봤더니 본인은 처음 보는 새로 고용된 가정부인
충숙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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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송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악당 인디언을 제압하는 퍼포먼스를 계획했으나, 다송은 해당 트라우마를 발생시켰던 당사자인 귀신(근세)이 선생님(기정)을 찌르는 모습까지 목격하게 되었기 때문에 트라우마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80] 게다가 아버지도 운전기사에게 살해당했고, 어머니 연교도 트라우마가 생겼을 테니, 아이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보인다.
다만, 조여정의 인터뷰에 따르면 " 봉준호 감독이 연교는 금방 재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단순히 조여정을 위로하려고 했을 말이나 농담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판단이 가능하다. 연교가 박 사장에 대한 애정이 깊지 않았다는 해석, 혹은 자식 부양을 위해 빠르게 재혼을 할 것이라는 해석. 다만 부양 문제 때문은 아닐 것으로 보이는 게, 집 값만 해도 최소 수십억 선은 넘어갈 것으로 보이는 박 사장의 재산은 수백억대일 텐데 우리나라 민법상 시부모님이 모두 살아계시다 해도 연교와 아이들에게 전부 상속이 이루어진다.[81] 거기에 박 사장의 사망 보험금 역시 엄청난 금액이 예상된다. 여전히 놀고 먹으면서 사람들 고용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텐데, 굳이 아이들의 뻔한 반발까지 감수해가며 빠르게 재혼한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특히 연교의 최우선 목표는 다송의 정서적 안정인데, 관계가 좋았던 아버지가 죽자마자 얼마 안 되어 바로 새 아빠를 들이는 것은 영 연교스럽지 않다.
하지만 연교가 남편과 사이가 좋았다 하더라도 이른 재혼이 꼭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현재의 사랑에 온전히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다. 박 사장이 살아있을 때는 박 사장을 사랑했지만, 그 빈공간을 새로운 사람이 메워주면 그와도 금방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82] 차라리 이런 상황을 종합해볼 때 현실적으로 박 사장 사망 이후 아이들은 박 사장의 부모 즉 조부모가 거둬서 키우고 연교는 양육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남자를 만났을 가능성도 높다. 소위 '있는 집'의 경우 양육권을 웬만해서는 다른 집으로 넘기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애초에 아이들의 상태를 볼 때 부모가 교육에 신경쓰는 부분과는 별개로 부모의 사랑을 별로 받지 못한 모습이 보인다는 점[83], 그리고 위에 서술된 재산 상속도 결혼 계약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등을 놓고 볼 때, 봉준호 감독이 말한 '연교는 금방 재혼했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이들 없이 혼자 재혼했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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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정의 사망 원인은
과다출혈로 보인다. 기정의 몸에 찔렸던 칼이 뽑힌 점,[84] 압박지혈을 시도하는 기택에게 "아프니까 그만 누르라"고 한 것,[85] 다혜에게 업혀서 바로 실려나간 기우와 달리 더 오래 방치되어 있던 점들이 전부 복합적으로 작용해버린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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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정이는 생크림케이크로 괴상한 반격도 하고 찔리자마자 욕도 하고 부모님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등 죽을 정도로 위중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게끔 연출하고, 오히려 기우가 무거운 돌로 머리를 가격 당하는 장면[86]을 여과없이 카메라에 담으면서 매우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보이게끔 연출하였는데, 결과는 오히려 기정이 죽었고 기우는 살았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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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는 기정을 칼로 찌른 다음 의자를 들고 자신을 공격하는 파티 손님에게 경상을 입힌다. 이 때 예고편에 나왔던 식탁에 놓여있던 새하얀 빵 위로 핏방울이 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은 극초반부 기택이 뜯어먹던 식빵을 연상시킨다. 이는 기택 가족이 가지고 있던 일상이 완벽히 파괴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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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는 냄새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앞에서 코를 틀어막는 행위를 취하면 매우 불쾌하게 여긴다. 아마 서양 평론에서도 높은 평가와 공감을 받는 이유 중 하나로, 이 영화가 냄새를 메타포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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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박 사장은 기택 가족과 문광 부부의 사기 행각을 끝끝내 알아차리지 못하고 칼을 맞아 사망한다. 그에게 있어 당시 상황은 아들의 생일에 신원불명의 거수자가 난입하여 난동을 피운 끝에 아들은 졸도하고 파티장은 피투성이로 변해버리고 그 와중에 거수자 아래 깔린 차키를 주우려고 몸을 숙이니 그에게서 끔찍한 냄새가 나서 코를 틀어쥐었더니 갑자기 운전기사가 자신을 찔러죽인 것으로, 그야말로 자신이 공격당한 이유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얻지 못한 채 억울하게 끔살당한 것. 적어도 박 사장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사망했다면 관객 입장에서는 안타깝기는 해도 조금은 덜 허무했을 것이다. 또한 죽은 박 사장은 물론이요, 연교와 다혜, 다송 또한 기택 일가가 한 가족이었고 자신들에게 사기쳤다는 것을 알 턱은 없다. 그들은 그저 노숙자인 근세가 우연히 난입하여 기우와 기정을 공격했다는 정도로만 생각할 것이다. 설사 경찰 조사를 통해 사실을 알았을지라도, 당장 가장을 잃은 그들의 상황때문에 별 신경도 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점들을 상층과 하층의 완전한 단절로 해석할 수 있다.
- 기택과 문광은 나름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지하실에 갇힌 채 죽거나, 기생충처럼 살아간다. 살인에 대한 속죄로 스스로 지하실에 은닉한 기택은 그렇다 쳐도 표면적으로 실종된 문광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그나마 기택이 나무 아래 묻어주었다고는 하나 이마저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지켰다는 투로 말할 뿐 특별히 문광을 동정한 것도 아니니 이는 그 누구도 문광의 실종과 죽음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광 부부는 죽어서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하류층 중에서도 가장 소외받는 하류층으로 볼 수 있다. 현실의 무연고 사망자와 비슷한 느낌이다. 조폭 느와르 영화에서 죽음을 위해 일회성으로 소모되는 배역들과 흡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죽음 이후에 극중에서 포커스나 언급이 일절 없다. 남편을 숨기기 위해 고용주를 속였다곤 하지만 그 업보라 치기엔 지나치게 가혹한 대가를 치른 셈이다.
7.1. 기택은 왜 그랬을까?
김기택의 박동익 사장 살해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부분이다. 근세의 난입으로 딸이 해를 입은 상황에서 기택이 상식적으로 이해 가능한 선에서 할 수 있는 여러 행동들이 있는데(그동안 숨겨왔던 신분을 노출시키고 딸을 우선 구하거나 / 일단 박 사장에게 자동차 키를 건네준 다음에 딸을 구하거나 / 위협요소인 근세의 숨을 확실히 끊거나 / 당황하여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도주하거나 / 순간적 상황변화에 너무 놀라서 그대로 얼어버리거나 등등) 기택은 딱히 면전에서 직접적으로 해를 끼친 적은 없었던 박 사장을 돌연 공격한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뜻 밖의 전개여서 많은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심리적인 해석
무계획적이고 욱 하는 성향을 보여 왔던 기택의 충동적인 살인으로 볼 수가 있다. "전날과 당일의 여러 과정과 요인들을 통해 감정이 극한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박 사장이 근세의 냄새에 코를 잡고 얼굴을 찌푸리는 모습을 본 것을 계기로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당시 기택의 정신을 극단으로 몰아붙인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박 사장 집 테이블 밑에 숨어서 엿듣던 대화 내용 중 "행주 말린 냄새, 지하철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가 난다"는 등의 언급이 자신과 가족들을 모욕하는 것처럼 들려서 인간적인 모멸과 상처를 받았다.[87] 작중 중반부
충숙이 농담삼아 기택을
바퀴벌레라고 비유했을 때 욱 하던 모습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그에겐 더욱 그렇게 들렸을 것이다. 감독이 "냄새가 이 영화의 중요한 요소"라 밝혔듯이, 관객 입장에서는 특히 이 냄새와 관련된 경험에서 자기 경험이나 입장을 대입해 얼마나 공감했느냐에 따라 특히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 지하실에서 나와 부엌에서 칼을 들고 나온 근세에게 칼을 찔린 기정과 이를 보고 놀라서 기절한 다송이 동시에 쓰러져있는 장면의 연출 이후 기택은 기정을 챙기고, 충숙은 몸을 던져 근세와 싸우고, 연교는 다송이의 신변을 챙긴다. 이는 부모에게 자식은 상류층이든 하류층이든 불문하고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인데. 박 사장은 기택에게 칼에 맞은 기정을 돕거나 걱정하는 기색은 없이 도망칠 수단인 차키만을 던지라고 외친다. 이를 본 기택은 허무하고 맥없는 표정으로 박 사장에게 벤츠의 차키를 던지는데, 물론 자신의 가족과 자식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으나 그래봤자 물건에 지나지 않는 차키에 관심이 있을 뿐 자신의 딸이자 존엄해야 할 사람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을 보고, 앞서 서술한 다른 해석들과 맞물려 박 사장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였을 것이고 작중에 묘사된 기택의 심리적 불안감과 열등감이 폭발하여 살인까지 이르렀을 수 있다.
* 폭우로 인해 반지하 집이 침수된 것은 외부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여 발생한 위기 상황이었고, 이는 노력보다 외부 요인으로 인해 실패한 대왕카스테라 사업의 트라우마를 발동시켰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튿날 연교는 지난밤의 물 난리를 '미세먼지가 걷혀 좋다'라고 표현했고 이에 분노하게 된다.
* 임시 대피소 바닥에 누워서 기우가 "무슨 계획이 있냐"고 물었을 때 "무계획이 계획이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비참한 처지에다, 아들의 대답 "제가 다 책임질게요"를 듣고서는 개인 및 가장으로서의 극심한 무력감을 느껴야만 했다.
* ' 문광과 근세가 지하실에 있고, 그들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혼란스럽고 심란한 상황인데, 여기에 기택은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문광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음을 목격했었다.
* 졸지에 하루 아침에 수재민이 된 바로 다음 날 아침에 연교에게 불려가서 고급 식자재 쇼핑을 따라다녀야 했는데, 이는 당장 저녁 시간에 먹을 것도 하나 없는 자신들의 비참한 처지와 대비가 되었고, 호화스럽게 아들의 생일 파티를 벌이고 있는 모습에서는 더더욱 비참함을 가중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앞좌석 머리쪽에 발을 올려놓은 연교가 기택의 냄새 때문에 자동차 창문을 열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인내심의 임계점까지 몰린다. 이때의 표정이 압권이다.[표정]
* 그나마 기우와 기정은 파티에서 손님이었지만, 기택은 당장 생계를 위해서 박 사장 아들 생일파티의 손님들에게 유희거리가 될 인디언 분장까지 해야만 했고, 어제의 일로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해서 결국 선을 넘어버린 기택에게 박 사장이 냉정하게 선을 그어 감정적으로 더 혼란스러워졌다.
* 결국 기택의 입장에서는 박 사장보다는 근세의 처지에 더 공감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둘 다 한때 유행했던 카스테라 사업을 하다가 망해버렸던 것도 그렇고, 박 사장이 의식해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냄새 난다"고 배척받는 입장인 것도 자신과 동일했다. 그런 상황에서 죽은 근세의 몸을 들어 자동차 열쇠를 챙기면서 코를 막는 모습을 본 기택은 자신과 근세의 처지를 동일시했을 수 있다.[89] 그런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자동차 키를 얻으려고 시신을 밀어내고 냄새 때문에 코를 막는 박 사장의 행동은, (본인에게 그럴 의도가 없었음에도) 기택 입장에서는 사자(死者)에 대한 끔찍한 모욕으로 비쳤을 것이다.
* 반대로, 기택은 오근세를 내심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90] 근세가 말했듯 사실상 차이는 "반지하와 지하" 말고는 없다시피 하지만, 기택은 비록 사기이긴 하지만 적어도 박 사장 집안에서 일을 하면서 사는 자신이 근세보단 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 사장이 "냄새"를 맡고 코를 막자 기택은 박 사장에게는 그렇게 한심하게 여기던 근세와 본인이 사실상 다를바 없는 하층민 이라는걸 깨닫게 되었고, 기택을 지탱하던 마지막 끈이 끊어져버리며 열등감이 폭발해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지하실에서 나와 부엌에서 칼을 들고 나온 근세에게 칼을 찔린 기정과 이를 보고 놀라서 기절한 다송이 동시에 쓰러져있는 장면의 연출 이후 기택은 기정을 챙기고, 충숙은 몸을 던져 근세와 싸우고, 연교는 다송이의 신변을 챙긴다. 이는 부모에게 자식은 상류층이든 하류층이든 불문하고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인데. 박 사장은 기택에게 칼에 맞은 기정을 돕거나 걱정하는 기색은 없이 도망칠 수단인 차키만을 던지라고 외친다. 이를 본 기택은 허무하고 맥없는 표정으로 박 사장에게 벤츠의 차키를 던지는데, 물론 자신의 가족과 자식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으나 그래봤자 물건에 지나지 않는 차키에 관심이 있을 뿐 자신의 딸이자 존엄해야 할 사람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을 보고, 앞서 서술한 다른 해석들과 맞물려 박 사장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였을 것이고 작중에 묘사된 기택의 심리적 불안감과 열등감이 폭발하여 살인까지 이르렀을 수 있다.
* 폭우로 인해 반지하 집이 침수된 것은 외부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여 발생한 위기 상황이었고, 이는 노력보다 외부 요인으로 인해 실패한 대왕카스테라 사업의 트라우마를 발동시켰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튿날 연교는 지난밤의 물 난리를 '미세먼지가 걷혀 좋다'라고 표현했고 이에 분노하게 된다.
* 임시 대피소 바닥에 누워서 기우가 "무슨 계획이 있냐"고 물었을 때 "무계획이 계획이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비참한 처지에다, 아들의 대답 "제가 다 책임질게요"를 듣고서는 개인 및 가장으로서의 극심한 무력감을 느껴야만 했다.
* ' 문광과 근세가 지하실에 있고, 그들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혼란스럽고 심란한 상황인데, 여기에 기택은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문광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음을 목격했었다.
* 졸지에 하루 아침에 수재민이 된 바로 다음 날 아침에 연교에게 불려가서 고급 식자재 쇼핑을 따라다녀야 했는데, 이는 당장 저녁 시간에 먹을 것도 하나 없는 자신들의 비참한 처지와 대비가 되었고, 호화스럽게 아들의 생일 파티를 벌이고 있는 모습에서는 더더욱 비참함을 가중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앞좌석 머리쪽에 발을 올려놓은 연교가 기택의 냄새 때문에 자동차 창문을 열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인내심의 임계점까지 몰린다. 이때의 표정이 압권이다.[표정]
* 그나마 기우와 기정은 파티에서 손님이었지만, 기택은 당장 생계를 위해서 박 사장 아들 생일파티의 손님들에게 유희거리가 될 인디언 분장까지 해야만 했고, 어제의 일로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해서 결국 선을 넘어버린 기택에게 박 사장이 냉정하게 선을 그어 감정적으로 더 혼란스러워졌다.
* 결국 기택의 입장에서는 박 사장보다는 근세의 처지에 더 공감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둘 다 한때 유행했던 카스테라 사업을 하다가 망해버렸던 것도 그렇고, 박 사장이 의식해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냄새 난다"고 배척받는 입장인 것도 자신과 동일했다. 그런 상황에서 죽은 근세의 몸을 들어 자동차 열쇠를 챙기면서 코를 막는 모습을 본 기택은 자신과 근세의 처지를 동일시했을 수 있다.[89] 그런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자동차 키를 얻으려고 시신을 밀어내고 냄새 때문에 코를 막는 박 사장의 행동은, (본인에게 그럴 의도가 없었음에도) 기택 입장에서는 사자(死者)에 대한 끔찍한 모욕으로 비쳤을 것이다.
* 반대로, 기택은 오근세를 내심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90] 근세가 말했듯 사실상 차이는 "반지하와 지하" 말고는 없다시피 하지만, 기택은 비록 사기이긴 하지만 적어도 박 사장 집안에서 일을 하면서 사는 자신이 근세보단 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 사장이 "냄새"를 맡고 코를 막자 기택은 박 사장에게는 그렇게 한심하게 여기던 근세와 본인이 사실상 다를바 없는 하층민 이라는걸 깨닫게 되었고, 기택을 지탱하던 마지막 끈이 끊어져버리며 열등감이 폭발해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처럼 기택은 과거 상처 + 개인적 자존심 + 가장으로서의 지위 등 모든 것이 쉴 새 없이 무너져버리고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쉴 새 없이 두들겨맞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간신히 버티던 와중에 아들 기우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업혀 나가고, 딸 기정은 칼에 맞아 죽어가고, 아내 충숙은 근세와 뒤엉켜 싸우고 있는 것을 목격하는데, 감정적으로 끝까지 몰린 그에게 코를 막은 박 사장의 모습은 결정적인
트리거로 작동해, 스스로 "착하다"고 말해왔고 면전에서는 크게 실례하지도 않았던 박 사장을 그만 칼로 찔러서 살해해 버린다.
* 갑질 및 언어적 문제
다송의 생일 잔치를 위해 기택과 박 사장은 인디언 분장을 한다. 박사장은 웃으면서 이런거 시켜서 미안하다는 식으로 넘기려고 하지만 기택이 대놓고 싫은 티를 내며 그래도 사모님을 사랑하니까 이런 거 하는 거 아니냐고 비아냥 대듯이 말한다. 이에 박 사장은 '선을 넘었다'고 판단했는지, 인디언 모자를 살짝 올리고 이마를 긁으며[91]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김 기사님. 어차피 이게 근무인 거죠? 그냥 뭐, 일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시고… 예?" 라며, 따끔하게 자신은 고용주의 위치, 당신은 피고용인의 위치임을 각인시키며 주의를 준다. 운전기사에게 운전 외에 사적일 일을 시키는 자체가 갑질인데 박 사장 스스로는 갑질인지 전혀 인지를 못하는 상황이거나 약간 미안하긴 한데 수당을 안 주는 것도 아니고 고용주인 내가 그렇게 못할 짓 시켰냐, 내가 이런 거 시켜서 죄송하다고까지 말 했는데도 싫은티를 내냐? 하는 식이다. 생일 파티 준비를 위해 연교와 쇼핑하며 짐을 들게 하는 행위, 그 후 연교가 차 안에서 앞좌석에 발을 올리는 행위, 그리고 박 사장이 인디언 분장을 하도록 시키는 것, 과외 선생님(기우와 기정)에게도 갑자기 일요일에 생일 파티에 오라고 요구하는 거, 이게 다 기택 입장에서는 갑질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후 근세가 난입해 기정에게 칼부림을 일으키고 이를 보고 충격먹은 다송이 쓰러지자, 박 사장은 가장 먼저 다송을 챙기며 기택에게 "차 빼야지, 차!! 김 기사!! 뭐해!! 씨."라고 말한다. 바로 직전의 대화에서 '김 기사님'으로 호칭해 선을 지킨 반면, 이번에는 존칭 '님'을 빼고 그냥 '김 기사'로 지칭하며, 반말로 차 키를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92] 한국어의 존비어 문화 체계에서는 갑을 관계를 언어에 명확하게 나타내게 함으로써 그로 인해 화자 또는 청자가 느끼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자기 자식이 죽어가고 아내가 옆에 있는 상황에서 반말을 들으며 하대 당하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는 엄청난 모멸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기택 입장에서는 딸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박 사장이 존칭도 빼고 반말을 하며 그의 감정을 '선'을 넘어서 자극한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하필 차 키가 근세 쪽으로 떨어지게 되고 그의 밑에 깔린 차 키를 줍기 위해 다가가자 근세는 박 사장을 아는 체하며 "리스펙!"을 외쳤지만 박 사장은 "저 아세요?"라고 의아한 반응을 보인다. 그리곤 그에게서 나는 악취에 코를 막는데 이런 행동을 보고, 기택은 근세와 동일시된다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기택의 쌓이고 쌓인 분노가 폭발해서, 기택은 충동적인 칼 공격으로 박 사장을 죽여버리는 것이다.
* 하층 고용인이 상류층 고용주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심리가 모호하게 묘사되는 점에서, 루스 랜들의 활자 잔혹극과 이 소설을 영화화한 클로드 샤브롤의 의식의 오마주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봉준호 역시 '의식'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 알레고리적 해석
"현실적인 판단으로 해석하는 것이 잘 맞아떨어지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알레고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영화 내 상황이나 기택의 심리에 집중하지 않고 영화 전체를 계급투쟁의 알레고리로 분석한다면, 박 사장은 개인의 인성과 무관하게 '살해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회 체제의 문제는 계급 자체, 혹은 구성원 개개인 대한 선악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이다.[93]
냄새라는 요소는 기택의 열등감, 그리고 어떤 짓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계급을 의미한다. 어디서 일하든 누구와 있던 은은하게 풍기는 참을 수 없는 반지하 냄새는 영화 내내 박 사장에 의해 언급된다. 처음 식탁 아래에서 자신의 기생충으로서의 스스로 바꿀 수 없는 운명을 직감하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박 사장을 살해함으로써 냄새를 없애자고자 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계급의 차이를 감지할 수 있는 유일한 상징적인 존재가 없어지면 자신이 풍기는 냄새는 더 이상 냄새가 아니게 되니. 그러나 이는 이후 박 사장을 죽인 것을 후회하는 것으로 볼 때 부정된다.
이 해석에 의하면 박 사장이 말하는 '냄새가 선을 넘는다' 는 것은 하류 계급이 상류 계급 사이로 침투함을 의미하며, 상류층은 이에 대해 거부감을 표출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냄새' 란 어디까지나 생리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또한 '냄새'를 맡는 행위와 이에 대한 거부감 또한 역시 본능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박 사장이 냄새를 맡고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딱히 박 사장 일가가 마음이 사악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당장 박 사장이 근세의 시체를 뒤집다가 냄새 때문에 불쾌해하는 연출이 '아이 냄새...'라는 기분 나쁜 정도가 아니라 무슨 화생방 들어온 사람마냥 못 맡을 걸 맡아버려 목 쪽이 꿈틀꿈틀거리는, 몸이 거부하는 정도의 연기를 보여준다. 박 사장이 코를 막은 것이 적어도 박 사장 입장에선 정말 안 막을 수 없는, 단순히 본능적인 차원의 행위인 것인데 기택의 입장에서는 그 행위가 절대 단순히 냄새가 지독해 코를 막은 것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작품 안에서의 설정으로는 본질적으로 생활 환경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며, 외적으로는 계급 이동을 거부하는 체제 자체의 문제점이라고 보는 해석이 가능하다. 흥미로운 점은, 영국 산업혁명과 그 그림자를 본 조지 오웰도 비슷한 늬앙스의 말을 저서에 썼다는 것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 따르면, 냄새로 인한 차별을 제일 경계해야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냄새로 인한 거부감은 사회주의/공산주의적 공부나 이해로도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계급주의에 관련된 토의가 '냄새난다'는 말 한 마디로 가로막혀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하류층은 좋아서 스스로 냄새가 나는 것이라 해석하게 된다.[94]
그런데 재밌는 것은 처음 기택의 가족들은 정상적으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박 사장의 가족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것을 스스로 선택했고, 꾸준히 근세와 문광 부부를 멸시하는 시선을 내비치면서 중산층과 하류층 사이의 계급을 서로 분리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상기했듯 기택 가족과 문광 부부가 서로 싸운 것 또한 어느 의미로는 계급 분쟁이었다. 이 계급 분쟁은 장기적으로 상류층인 박사장 가족까지 휘말려들게 했다. 그리고 박사장이 "냄새"를 맡고 근세에 대한 거부감을 내비친 순간, 기택은 지금까지 거부하던 근세와의 "공감"에 성공했고, 그 순간 박사장을 찌름으로서 "계급의 연대"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기생충>은 단순히 부와 사회적 지위를 두고 선악을 구분짓지 않는다. 영화와 문학작품에서는 종종 부유한 강자가 가난한 약자를 착취하는 모습을 극대화시키고 부자와 강자를 악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굉장히 잦지만, <기생충>은 이러한 언더도그마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작중에서 '이 사람들 참 착해', '우리가 저만큼 돈 있어봐. 우리도 착해지지!'라는 대사로 도덕성이라는 것이 여유에서 나온다는 점을 말하며, "돈이 있어야 착해질 수 있다"는 식으로 자신의 악행을 합리화하는 기택의 가족들의 모습에서, 선악이라는 것을 단순히 있는 자와 없는 자로 나누어서 판단할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에는 마냥 선한 사람도 없고, 마냥 악한 사람도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상류 계층과 하류 계층의 관계를 도덕주의적으로 보는 것이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에 잘 어울리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주제로 알레고리적 해석이 가능한 영화가 5달 후 할리우드에서 개봉했다. 다름아닌 조커. 조커 역시 "마냥 도덕적이지만은 않은 소시민"과 "죽어야 할 정도로 악인은 아닌 기득권층"의 갈등과 이로 인한 비극적 사건을 다룬다. 박 사장과 마찬가지로 머레이 프랭클린도, 토머스 웨인도 딱히 완전히 악인도 아니고 살해당해야 할 정도로 큰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택은 한국의 중산층~하류층 관객들에게, 아서 플렉은 고담 소시민들에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감을 얻었다. 이것은 단순한 언더도그마가 아니라, 기존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보다 상류층에 대한 중산층, 하류층의 부정적인 감정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이는 양극화에 따른 상류층과 중산층, 하류층의 시야 차이 자체가 워낙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박 사장 가족과 기택 가족(+ 국문광, 오근세)이 서로에 대해 아는 점을 비교해볼 때, 기택 가족(+ 국문광, 오근세)은 박 사장 가족에 대한 신상명세와 일거수일투족을 본인들 이상으로 꿰고 있었다. 그러나 박 사장 가족이(심지어 기우와 사귀고 있는 다혜까지도) 기택 가족에 대해서 아는 것은 이름뿐이고 그 외는 알지도, 알 생각도 하지 못했으며, 또한 오근세가 보내는 신호(고장난 등불, 유령 사태)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는 머레이 프랭클린이 작품 전체에서 보여준 하층민에 대한 무관심[95]과 일맥상통한다. 지식은 상호이해의 시발점이며, 그래서 박 사장 가족은 바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96] 즉 "상류층이 알아야 했던 하류층의 어려움에 대한 무지"가 하류층에게는 폭력으로 다가왔고, 이것이 결국 그들 스스로를 죽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봉준호 감독 영화에서 "무관심한+악인이 아닌 상류층"이 스스로의 무지로 인해 하류층에게 죽어간(또는 패배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도 했다. 설국열차의 윌포드와 옥자의 루시 미란도 또한 원죄의 유무와 별개로 파멸을 맞은 인물들이다.[97] 그러나 이들은 기득권층으로서 체제에 순응할 뿐, 체제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거나 아예 알지도 못해 피해자들이 계속 위협과 모욕을 받는 것을 방치했으며, 결국 체제 자체가 전복되거나 그 개인이 파국을 맞게 된다.
결국 이러한 맥락은 기득권층에게 "지금의 체제는 정말 기득권층에게 (그 모순점을 무시해도 될 정도로) 안전한가?"라는 물음을, 중산층에게는 "계급 사회에 대하여 중산층은 무고한가?"의 의미를 던진다고 볼수 있다. 실제로 양극화의 역사를 보면, 산업혁명기를 비롯한 극단적인 양극화는 프롤레타리아들의 '밑에서부터의 개혁' 요구에 따른 공산주의의 대두, 즉 자본주의 사회의 붕괴를 불러왔으며, 이것을 막기 위해 사회적 복리후생을 주장하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비롯한 케인스학파가 경제학의 주류로 떠올랐다.
또한 이러한 맥락으로 기택이 박 사장의 가슴팍에 칼을 꽂아넣는 장면이 프롤레타리아 폭력혁명을 의미한다고 보는 해석도 있다. 그런데 기택이 박 사장을 살해한 장면은 작중 가장 비현실적인 장면에 속하고, 프롤레타리아 폭력혁명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하류층, 혹은 노동계층의 환상에 가깝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하다.
* 마지막으로 어떤 이유에서였건 간에, 이 살인은 충동적이었다. 기택은 사건 후 지하에 숨어들고 난 뒤에, 박 사장의 포스터를 보며 울면서 속죄를 하기 때문이다.
박사장은 숙주, 기택은 기생충이다. 박사장은 기택에게 착하게 대하지만 그의 집에 몰래 들러붙어 사는 기택은 숙주인 박사장을 죽이지 않으면 기생충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 갑질 및 언어적 문제
다송의 생일 잔치를 위해 기택과 박 사장은 인디언 분장을 한다. 박사장은 웃으면서 이런거 시켜서 미안하다는 식으로 넘기려고 하지만 기택이 대놓고 싫은 티를 내며 그래도 사모님을 사랑하니까 이런 거 하는 거 아니냐고 비아냥 대듯이 말한다. 이에 박 사장은 '선을 넘었다'고 판단했는지, 인디언 모자를 살짝 올리고 이마를 긁으며[91]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김 기사님. 어차피 이게 근무인 거죠? 그냥 뭐, 일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시고… 예?" 라며, 따끔하게 자신은 고용주의 위치, 당신은 피고용인의 위치임을 각인시키며 주의를 준다. 운전기사에게 운전 외에 사적일 일을 시키는 자체가 갑질인데 박 사장 스스로는 갑질인지 전혀 인지를 못하는 상황이거나 약간 미안하긴 한데 수당을 안 주는 것도 아니고 고용주인 내가 그렇게 못할 짓 시켰냐, 내가 이런 거 시켜서 죄송하다고까지 말 했는데도 싫은티를 내냐? 하는 식이다. 생일 파티 준비를 위해 연교와 쇼핑하며 짐을 들게 하는 행위, 그 후 연교가 차 안에서 앞좌석에 발을 올리는 행위, 그리고 박 사장이 인디언 분장을 하도록 시키는 것, 과외 선생님(기우와 기정)에게도 갑자기 일요일에 생일 파티에 오라고 요구하는 거, 이게 다 기택 입장에서는 갑질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후 근세가 난입해 기정에게 칼부림을 일으키고 이를 보고 충격먹은 다송이 쓰러지자, 박 사장은 가장 먼저 다송을 챙기며 기택에게 "차 빼야지, 차!! 김 기사!! 뭐해!! 씨."라고 말한다. 바로 직전의 대화에서 '김 기사님'으로 호칭해 선을 지킨 반면, 이번에는 존칭 '님'을 빼고 그냥 '김 기사'로 지칭하며, 반말로 차 키를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92] 한국어의 존비어 문화 체계에서는 갑을 관계를 언어에 명확하게 나타내게 함으로써 그로 인해 화자 또는 청자가 느끼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자기 자식이 죽어가고 아내가 옆에 있는 상황에서 반말을 들으며 하대 당하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는 엄청난 모멸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기택 입장에서는 딸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박 사장이 존칭도 빼고 반말을 하며 그의 감정을 '선'을 넘어서 자극한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하필 차 키가 근세 쪽으로 떨어지게 되고 그의 밑에 깔린 차 키를 줍기 위해 다가가자 근세는 박 사장을 아는 체하며 "리스펙!"을 외쳤지만 박 사장은 "저 아세요?"라고 의아한 반응을 보인다. 그리곤 그에게서 나는 악취에 코를 막는데 이런 행동을 보고, 기택은 근세와 동일시된다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기택의 쌓이고 쌓인 분노가 폭발해서, 기택은 충동적인 칼 공격으로 박 사장을 죽여버리는 것이다.
* 하층 고용인이 상류층 고용주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심리가 모호하게 묘사되는 점에서, 루스 랜들의 활자 잔혹극과 이 소설을 영화화한 클로드 샤브롤의 의식의 오마주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봉준호 역시 '의식'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 알레고리적 해석
"현실적인 판단으로 해석하는 것이 잘 맞아떨어지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알레고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영화 내 상황이나 기택의 심리에 집중하지 않고 영화 전체를 계급투쟁의 알레고리로 분석한다면, 박 사장은 개인의 인성과 무관하게 '살해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회 체제의 문제는 계급 자체, 혹은 구성원 개개인 대한 선악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이다.[93]
냄새라는 요소는 기택의 열등감, 그리고 어떤 짓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계급을 의미한다. 어디서 일하든 누구와 있던 은은하게 풍기는 참을 수 없는 반지하 냄새는 영화 내내 박 사장에 의해 언급된다. 처음 식탁 아래에서 자신의 기생충으로서의 스스로 바꿀 수 없는 운명을 직감하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박 사장을 살해함으로써 냄새를 없애자고자 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계급의 차이를 감지할 수 있는 유일한 상징적인 존재가 없어지면 자신이 풍기는 냄새는 더 이상 냄새가 아니게 되니. 그러나 이는 이후 박 사장을 죽인 것을 후회하는 것으로 볼 때 부정된다.
이 해석에 의하면 박 사장이 말하는 '냄새가 선을 넘는다' 는 것은 하류 계급이 상류 계급 사이로 침투함을 의미하며, 상류층은 이에 대해 거부감을 표출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냄새' 란 어디까지나 생리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또한 '냄새'를 맡는 행위와 이에 대한 거부감 또한 역시 본능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박 사장이 냄새를 맡고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딱히 박 사장 일가가 마음이 사악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당장 박 사장이 근세의 시체를 뒤집다가 냄새 때문에 불쾌해하는 연출이 '아이 냄새...'라는 기분 나쁜 정도가 아니라 무슨 화생방 들어온 사람마냥 못 맡을 걸 맡아버려 목 쪽이 꿈틀꿈틀거리는, 몸이 거부하는 정도의 연기를 보여준다. 박 사장이 코를 막은 것이 적어도 박 사장 입장에선 정말 안 막을 수 없는, 단순히 본능적인 차원의 행위인 것인데 기택의 입장에서는 그 행위가 절대 단순히 냄새가 지독해 코를 막은 것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작품 안에서의 설정으로는 본질적으로 생활 환경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며, 외적으로는 계급 이동을 거부하는 체제 자체의 문제점이라고 보는 해석이 가능하다. 흥미로운 점은, 영국 산업혁명과 그 그림자를 본 조지 오웰도 비슷한 늬앙스의 말을 저서에 썼다는 것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 따르면, 냄새로 인한 차별을 제일 경계해야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냄새로 인한 거부감은 사회주의/공산주의적 공부나 이해로도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계급주의에 관련된 토의가 '냄새난다'는 말 한 마디로 가로막혀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하류층은 좋아서 스스로 냄새가 나는 것이라 해석하게 된다.[94]
그런데 재밌는 것은 처음 기택의 가족들은 정상적으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박 사장의 가족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것을 스스로 선택했고, 꾸준히 근세와 문광 부부를 멸시하는 시선을 내비치면서 중산층과 하류층 사이의 계급을 서로 분리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상기했듯 기택 가족과 문광 부부가 서로 싸운 것 또한 어느 의미로는 계급 분쟁이었다. 이 계급 분쟁은 장기적으로 상류층인 박사장 가족까지 휘말려들게 했다. 그리고 박사장이 "냄새"를 맡고 근세에 대한 거부감을 내비친 순간, 기택은 지금까지 거부하던 근세와의 "공감"에 성공했고, 그 순간 박사장을 찌름으로서 "계급의 연대"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기생충>은 단순히 부와 사회적 지위를 두고 선악을 구분짓지 않는다. 영화와 문학작품에서는 종종 부유한 강자가 가난한 약자를 착취하는 모습을 극대화시키고 부자와 강자를 악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굉장히 잦지만, <기생충>은 이러한 언더도그마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작중에서 '이 사람들 참 착해', '우리가 저만큼 돈 있어봐. 우리도 착해지지!'라는 대사로 도덕성이라는 것이 여유에서 나온다는 점을 말하며, "돈이 있어야 착해질 수 있다"는 식으로 자신의 악행을 합리화하는 기택의 가족들의 모습에서, 선악이라는 것을 단순히 있는 자와 없는 자로 나누어서 판단할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에는 마냥 선한 사람도 없고, 마냥 악한 사람도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상류 계층과 하류 계층의 관계를 도덕주의적으로 보는 것이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에 잘 어울리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주제로 알레고리적 해석이 가능한 영화가 5달 후 할리우드에서 개봉했다. 다름아닌 조커. 조커 역시 "마냥 도덕적이지만은 않은 소시민"과 "죽어야 할 정도로 악인은 아닌 기득권층"의 갈등과 이로 인한 비극적 사건을 다룬다. 박 사장과 마찬가지로 머레이 프랭클린도, 토머스 웨인도 딱히 완전히 악인도 아니고 살해당해야 할 정도로 큰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택은 한국의 중산층~하류층 관객들에게, 아서 플렉은 고담 소시민들에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감을 얻었다. 이것은 단순한 언더도그마가 아니라, 기존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보다 상류층에 대한 중산층, 하류층의 부정적인 감정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이는 양극화에 따른 상류층과 중산층, 하류층의 시야 차이 자체가 워낙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박 사장 가족과 기택 가족(+ 국문광, 오근세)이 서로에 대해 아는 점을 비교해볼 때, 기택 가족(+ 국문광, 오근세)은 박 사장 가족에 대한 신상명세와 일거수일투족을 본인들 이상으로 꿰고 있었다. 그러나 박 사장 가족이(심지어 기우와 사귀고 있는 다혜까지도) 기택 가족에 대해서 아는 것은 이름뿐이고 그 외는 알지도, 알 생각도 하지 못했으며, 또한 오근세가 보내는 신호(고장난 등불, 유령 사태)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는 머레이 프랭클린이 작품 전체에서 보여준 하층민에 대한 무관심[95]과 일맥상통한다. 지식은 상호이해의 시발점이며, 그래서 박 사장 가족은 바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96] 즉 "상류층이 알아야 했던 하류층의 어려움에 대한 무지"가 하류층에게는 폭력으로 다가왔고, 이것이 결국 그들 스스로를 죽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봉준호 감독 영화에서 "무관심한+악인이 아닌 상류층"이 스스로의 무지로 인해 하류층에게 죽어간(또는 패배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도 했다. 설국열차의 윌포드와 옥자의 루시 미란도 또한 원죄의 유무와 별개로 파멸을 맞은 인물들이다.[97] 그러나 이들은 기득권층으로서 체제에 순응할 뿐, 체제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거나 아예 알지도 못해 피해자들이 계속 위협과 모욕을 받는 것을 방치했으며, 결국 체제 자체가 전복되거나 그 개인이 파국을 맞게 된다.
결국 이러한 맥락은 기득권층에게 "지금의 체제는 정말 기득권층에게 (그 모순점을 무시해도 될 정도로) 안전한가?"라는 물음을, 중산층에게는 "계급 사회에 대하여 중산층은 무고한가?"의 의미를 던진다고 볼수 있다. 실제로 양극화의 역사를 보면, 산업혁명기를 비롯한 극단적인 양극화는 프롤레타리아들의 '밑에서부터의 개혁' 요구에 따른 공산주의의 대두, 즉 자본주의 사회의 붕괴를 불러왔으며, 이것을 막기 위해 사회적 복리후생을 주장하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비롯한 케인스학파가 경제학의 주류로 떠올랐다.
* 마지막으로 어떤 이유에서였건 간에, 이 살인은 충동적이었다. 기택은 사건 후 지하에 숨어들고 난 뒤에, 박 사장의 포스터를 보며 울면서 속죄를 하기 때문이다.
박사장은 숙주, 기택은 기생충이다. 박사장은 기택에게 착하게 대하지만 그의 집에 몰래 들러붙어 사는 기택은 숙주인 박사장을 죽이지 않으면 기생충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8.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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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가 수술을 받고 다시 깨어난 후 앞에 있는 두 남자를 바라보면서 "
형사 같지 않은 형사,
의사 같지 않은 의사" 라고 혼자 읊조린다.[98] 형사 같지 않은 형사는 진짜 형사이고, 의사 같지 않은 의사는 진짜 의사인데 그런 말을 하는 기우 본인은 명문대생 행세를 했던 가짜였다. 이 대사는 기우의
사기행각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로서, 모든 가족이 그럴 듯한 겉모습으로 박 사장 가족을 속였는데 진짜는 이미 진짜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진짜처럼 보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리고 만약에 타인이 자신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건 싫어하면서 정작 본인도 타인(진짜 직업인)을 겉모습만 보고 멋대로 평가하고 가짜인 자신이 진짜 직업인을 진짜 같지 않다고 판단하는 상황 자체가 웃긴 것이다. 그리고 기우네 가족이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신분의 틀에 관계없이, 인간은 결국 거기서 거기이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어떻게 보면
스탠리 큐브릭의 <
시계태엽 오렌지>의 마지막 장면을 오마주한 것으로도 보인다. 그 영화에서 교화 프로그램을 만든 이들이 알렉스의 도덕성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믿었지만 실상은 전보다 더한 문제아를 만들어냈듯, 기우의 가족은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전혀 의도치 않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버린 것이다. 결국 사회는 기우네 가족이 애초에 처했던 상황에 관심을 가져다 주기보다는 그저 한심한 범죄자들로 보지 않았음을 주지시킨다.
봉준호의 전작 마더의 마지막 장면에 석양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김혜자의 춤사위처럼, 인생이 너무나 고통스러우면 하도 기가 막힌 나머지 그만 실소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역설에서 나오는 기우의 실소는 죽은 누이 기정의 납골당에 놓인 사진을 보면서도 계속 이어진다. 마치 근세가 지하생활의 고통 속에 자신이 행복 속에 산다고 스스로를 세뇌하며 정신이 나가버린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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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의 네 가족 중 유일하게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거나 대체하지 않았던 게
기정이다. 기우는 민혁의 자리를 대신했고 기택은 윤 기사의 자리를 빼앗았고 충숙은 문광의 자리를 빼앗았는데, 유일하게 기정이만은 전에 없던 자리를 만들어내서 박 사장네 집에 들어왔다.[99] 그런데 그러한 기정이 가족 중 유일하게 죽는다. 이 영화를 사회적 계급적 알레고리가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주목해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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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가
수석을 강에 놓는 장면은, 돌인데 신분 상승이 되었던 수석을 원래 돌의 자리로 되돌리면서 그동안 부잣집 딸과의 연애를 통해 꾸었던 신분상승의 꿈이 허망한 꿈이었음을 인정하고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기우가 '재물의 운을 불러온다' 라는 주술적 도구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로 하였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이 수석을 살인 흉기로 이용하려고 했던 점을 생각하면, 자기 가족의 안전을 위해 살인까지 불사할 정도로 타락했던 마음에서 벗어나 정직한 삶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으로도 볼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과거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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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이 보낸
모스 부호 씬 자체가 기우의
망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니까 봉준호 감독이 물 속에서 떠오른 수석이 기우가 본 환상이라고 설명한 것처럼, 그냥 이것 또한 뇌진탕에서 깨어나 별별 우여곡절을 겪은 기우의 자기 위로와 "아버지가 무사할 것"이라고 막연히 희망하는 정신적인 도피가 결합된 허상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기택은 경찰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동안 돈도 조력자도 없이 도주해야 했는데, 이 지하실에 숨어들어가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드물게는 기택이 지하실로 도주한 건 맞지만 저 모스 부호만은 기우의 환상이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다만 영화에 모스 부호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장면이 3번 등장하는데, 이것이 상징하는 바를 생각하면 진짜인 편이 아귀가 맞다. 첫 번째로 근세가 박 사장에게 존경의 뜻을 전했는데, 하위 계층의 메세지를 상류 계층의 성인은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두 번째로 근세가 문광의 죽음을 보고 도움을 요청한 건 하위 계층의 메세지를 상류 계층의 아이가 받은 건데, 이때는 그 메세지를 알아채려고 시도해봤지만 실패했다. 그런데 기택이 기우에게 보냈을 때는, 즉 같은 하류 계층끼리 전달했을 때는 단번에 듣고 소통을 했다는 점에서 영화 내내 관통하던 사회 계급이라는 소재를 표현하는 장치로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기택의 가족 모두는 박 사장네 집에 위장 취업하기 전보다 더욱 낮은, 근세가 위치하던 계층까지 더욱 추락해버린 것을 암시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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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이 들어오기 전까지
기택이 남아 있는 음식을 먹으며 버티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때 먹는 것이
연어 통조림이다.[100] 연어는 회귀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연어를 먹는 기택의 모습은 그동안 부유층에 기생하며 살아왔다가 다시 가난한 하류층으로 되돌아왔음을 암시하기도 하고, 충동적인 살인을 저질렀던 기택이 인간성을 회복하고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는 모습을 상징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후 기택은 지하의 벽에 붙어있는 박 사장의 사진을 보며 울면서 뉘우치기도 하고, 지하실에 시체로 방치되어 있던
문광을 예의를 다하여 바깥에다 정성스럽게 매장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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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은 결국
근세의 위치를 대신하게 되었다. 같은 사업을 하다 망한 전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모스 부호를 배워서 신호를 보내는 행위도 근세의 행보를 닮아가고 있어, 아무도 없는 고립된 곳에서 근세처럼 또 다른 집주인에게 리스펙을 외치면서 정신병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 꼭 정신병이 아니더라도 기택의 방공호 생활은 육체적으로도 멀쩡하기 힘들다.
단, 현실적으로 보면 가까운 시일 내에 새 집주인인 독일인 가족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더 높다. 근세가 그렇게 오랫동안 숨어 지낼 수 있었던 건 박 사장 가족을 보좌하는 문광의 협력 덕분인데, 기택은 그런 내부인의 협력을 전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은밀하게 움직인다 해도 일정 기간마다 식량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언젠가 필리핀인 가정부가 눈치챌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식량이 저장된 곳 부근에 새로 CCTV를 설치하는 등의 감시 조치를 취하기만 해도 그런 낌새를 전혀 읽을 수 없는 기택은 즉시 발각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렇게 들켜서 구속되는 게 이런 은신 생활을 지속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 - 더 큰 문제는, 예전에 이 곳에 살던 근세는 그나마 가정부인 아내가 챙겨줘서 밥도 그럭저럭 잘 먹고 아내와 대화도 하면서 대인관계를 유지하며, 주인이 없을 때는 가끔 지상으로 올라와 햇빛도 좀 쬐고 필요한 게 있으면 생필품, 책, 잡지 등도 얻어다 썼을 거라는 것이다. 그에 비해 그 누구도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기택은 근세보다 훨씬 더 열악하고 위험한 생활 환경이다. 이 정도면 진짜로 그냥 교도소에 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교도소는 최소한 햇빛 정도는 쐴 수 있고 건강도 챙길 수 있으며, 가족들의 면회도 가능하다. 거기다 모범수로 잘 지내면 십수년 안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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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작중 시점인 2018년은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없어진
태완이법이 실행된 이후이므로,[102] 기택이 아무리 오래 숨어 지내더라도 태완이법이 폐지되지 않고는 살인죄의 혐의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영화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이 나온 시절(2003년)에는 우리나라의
형사소송법상 살인의 경우에도 15년 이상을 숨어지내면 처벌이 더 이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위 영화들에서 주된 소재로 언급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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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근황을 알게 된 이후 기우가 세우는 계획은 일단 돈을 많이 벌어 박 사장의
저택을 산다는 것인데, 가난한 서민이 어떤 방법으로 그 비싼 고급 저택을 살 것인지, 그 구체적인 실현 방법은 전혀 나오지 않고, 그것이 그저 꿈일 뿐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또한 앞서 체육관에서 기택이 기우에게 "계획을 하면 절대로 계획대로 안 되거든" 이라고 말한 장면으로 기우의 계획이 실패할 것이라는 암시 또한 부여한다.[103] 그리고 마치 기우가 실제로 돈을 벌어 아버지를 구출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여주다가, 사실은 반지하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며 심지어는 아버지에게 답장을 보낼 방법조차 없다는 것을
확인사살한다. 즉, 기우도 사실상 이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 '계획적인 삶'도 그걸 구체적으로 실현할 방법이 없는 하층민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희망고문일 뿐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고 어처구니가 없을지언정, 기우가 생각했던 그 계획이란 것이 세간의 법과 상식에서는 가장 정상적이고 합당하며 또 유일한 것이기에, 더 블랙코미디적인 씁쓸함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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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와 기택의 재회 장면은 여러 정황들을 종합했을 때 먼 미래라기보다는
상상이자 희망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기우, 기택, 충숙이 나이 들지 않고 현재와 별 다를 바 없는 모습이라는 점, 현실적으로 별 능력도 없는 고졸 백수 전과자 기우가 대저택을 샀다는 점 등을 보면 그저 헛된 꿈에 불과할 것이다. '계획하면 계획대로 안 된다'는 기택의 말과 실제로 클라이맥스에서 최악으로 틀어진 기우의 계획을 보면, 영화는 그 꿈에 대해 굉장히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비치고 있고, 그럼에도 그 헛된 꿈이 바로 밑바닥에 있는 사람을 다시 살게 하는 희망이 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씁쓸하게 그리고 있다. 현실에서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만이 남았지만 그 희망을 통해 살아갈 의지를 얻게되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다. <이동진의 라이브톡>에서 밝힌 봉준호의 설명에 의하면, "계산해봤더니 기우의 평균임금으로 그 집을 사려면 500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물론 집값이 계속 같다는 가정.
로또가 당첨되는 등의 요행이 터진다고 해도 그런 대저택을 사려면 1등이 2~3번 연달아 당첨이 되어도 될까말까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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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이 첫 장면과 같이 기우의 집을 보여주며 구도가 거의 비슷한
수미상관이다. 첫 장면에는 창으로부터 따뜻한 빛이 들어오지만, 마지막 장면은 춥고 어둡다. 사람이 죽는 활극에도 변하지 않는 일상적인 현실과 더불어, 기택 가족의 몰락을 상징한다. 또한 첫 장면의
와이파이와 마지막 장면의
모스 부호 또한 인류의 통신 수단으로서,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의 뚜렷한 후퇴와 겹쳐 정확한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수미상관적 묘사는 봉준호 감독의 전작인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옥자 등에서도 등장한다.
- 에필로그의 내용은, 결국 "기우의 부에 대한 막연한 선망과 집착이 현재진행형 혹은 반복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불행과 사건사고는 가난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기에, 내가 성공만 한다면 상류층은 모든 게 이상적이니 현재의 문제들도 알아서 다 잘 풀릴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 부에 대한 선망과 집착으로 모든 사건들이 일어났고, 그 상징물인 수석으로 살인을 저지르려다 본인 머리가 깨지고 동생이 죽었으며 아버지와 사실상 영원히 이별하게 된 큰 비극을 겪었음에도 그걸 버리지 못하는 기우의 한심한 모습이, 물질만능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것일 수도 있다.
- 마지막에 결말이 결국 독일인 상류층의 기생충이 되어 더 비참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대책없이 상류층에 대한 반발심으로 그들을 무너트려 봐야, 결국 외국계 자본에 경제가 잠식되어 서민들은 더 비참하게 될 수도 있다"는 꿈도 희망도 없는 내용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즉 단순한 재벌에 대한 반감보다는 서민이 능력과 상관없이 성공할 수 없는 시스템 그 자체에 초점을 두었음을 한층 강조했다고 보는 시각이다.
9. 기타
- 이야기의 구조적으로 기생충은 전형적인 3막 구조를 취하고 있는 영화이다. 각 막의 시작과 끝이 시각적으로든 맥락적으로든 수미상관의 형태로 되어 있고, 이야기적 가치(긍정적 상황, 부정적 상황)가 변화하는 변곡점이 뚜렷해서 막과 막의 구분이 용이한 편이다.
- 1막은 가족끼리 반지하 방에 모여서 맥주를 마시는 장면으로 시작해 똑같이 맥주를 마시는 장면으로 끝난다. 첫 맥주 장면에서는 가족 모두가 무직이지만, 마지막 맥주 장면에서는 가족들 모두 박 사장 집에 취직한 상태이다. 1막의 시작에서는 부정적이던 상황이 1막의 끝에서는 긍정적으로 변한다.[104] (부정→긍정)
-
2막은 1막의 끝인 맥주 마시는 장면에서 바로 이어져, 박 사장 가족이 캠핑을 가는 장면에서 시작해 기택네 집의 홍수 장면으로 끝난다. 2막의 시작(1막의 끝)에서 노상방뇨를 하던 주정뱅이에게 기택과 기우가 물을 뿌려 쫓아낸다. 이 모습을 본 기정은 웃으며 "완전 물바다야"라는 대사를 한다. 2막의 끝에서 홍수로 인해 정말로 집안이 물바다가 된다.
이왜진?완벽할 것만 같던 기택 가족의 계획은 문광 가족과의 갈등으로 틀어지고 미래가 불확실해진다. 2막의 시작에서는 긍정적이던 상황이 2막의 끝에서는 부정적으로 변한다.(긍정→부정) - 3막은 체육관 장면으로 시작해 생일 파티 장면에서 끝난다. 3막의 시작에서 기택은 다음과 같은 대사를 한다. "그러니까 계획이 없어야 돼 사람은. 계획이 없으니까 뭐가 잘못될 일도 없고, 또 애초부터 아무 계획이 없으니까 뭐가 터져도 다 상관 없는 거야. 사람을 죽이건 나라를 팔아먹건, 시발 다 상관 없다 이말이지." 3막의 끝에서 기택은 계획에 없던 살인을 저지른다. 문광은 방공호에서 죽어있고, 기정은 근세에게 살해당한다. 3막의 시작에서 부정적이던 상황이 3막의 끝에서는 더더욱 부정적인 상황으로 변한다.(부정→더 강한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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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봉준호 감독의 이전 작품들인
괴물이나
설국열차보다 더 절망적이다. <괴물>에서 박강두는 비록 딸 현서를 잃었지만, 현서 덕분에 살아남은 세주를 양아들로 받아들이고 한강공원 매점을 운영하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설국열차>에서는 비록 거의 모든 인물들이 죽었지만, 감독은 해피 엔딩이자 열린 결말이라고 말했고 어쨌든 요나는 티미와 함께 열차를 벗어나는 데 성공한다.[105] 하지만 <기생충>은 그야말로
꿈도 희망도 없다. <괴물>과 <설국열차>의 주인공들은 억압당하는 피해자였지만, 반대로 <기생충>의 주인공들은 가해자라는 점에서 박강두, 요나와 티미보다 더한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던 것. 게다가 아무 잘못도 없고 잘 살고 있었던 박 사장 가족은, 믿었던 그들에 의해 집안이 풍비박산 나버렸다.
-
봉준호 감독의 직접적인 언급과 기자 간담회에서 간접적으로 인정한 내용에 따르면, 기택 가족의
이름은 '기생충'에서 '기'와 '충'을 각각 넣은 것이다. 아버지와 자녀들 간에 돌림자가 겹치는 문제는, 자기가
항렬을 잘 몰라서 미처 신경을 못 썼다고. 또한 기택은 정치인
이기택에서 따왔다고 하고, 연교는 자녀 사교육으로 상징되는
대교에서 이름 한 글자를 따왔다고 한다. 이기택은 독재정권 시절 독재와 맞서 싸운 민주계 인사였으나 민주화 이후 이명박계 계파에 들어가며 새누리당으로 넘어가 정치성향이 변해버린 인물이기도 하다.
한편 메가박스 관객과의 만남 행사 중, 진행자인 백은하가 봉준호 감독에게 "등장인물의 이름인 '기우'의 뜻이, 기존에 있는 단어인 ' 기우'의 의미로 느껴졌다"고 하자, 봉준호 감독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좋은 해석이다. 내일부터 그렇게 쓰겠다."고 말했다. 즉 원 의도는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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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냥 보고 나서 온갖 생각이 드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보고 나면 웃기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갈래 없이 드는 생각들 속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영화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라고 이야기하였다.
# 결국, 관객들이 숨어있는 복선의 해석을 찾아내는 일련의 과정도 그 진위여부를 떠나, 자신들만의 해석으로 분주하게 복선을 찾는 과정과 그 반응을 보는 현상 그 자체도 봉준호 감독이 원하는 바였던 것으로 보인다.[106]
-
또한, 봉준호 감독은 국내 언론시사회에서 "굳이
양극화, 경제 사회적인 이야기를 결부시키지 않아도 가난한 자와 부자들의 이야기를 넓게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는 건 영화 그 자체”라며, “영화를 통해서 부자와 가난한 자들을 학술적으로 분석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모습을 투영해서 보여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서로간의 예의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간 존엄'에 대한 문제들을 건드린다고 생각한다. '기생, 공생과 상생이 거기서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전했다. 또한 "출발 자체가
가족이다. 기묘한 인연으로 얽히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면 어떨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가족은 기본적인 삶을 이루는 단위이고, 삶의 형편에 따라 가족의 형태가 다 다르다.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으로부터 밀접한 우리 삶의 이야기를 다루자 싶었다. 둘 다 부자와 가난한 자 이야기지만 좀 더 현실적이고 우리 삶에 밀접한 이야기를 다뤄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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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수석,
모스 부호 등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가 아닌데, 이러한 것들을 젊은 세대가 다룰 때의 이상한 느낌을 나타내고 싶어서 넣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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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기택 가족이 상류층과 그들의 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은
계단을 올라가는 것으로, 하류층과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으로 비유된다. 반대로 이미 상류층인 박 사장 가족의 경우에는,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은 자주 나오지만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아 대조를 이룬다. 그 얼마 나오지 않는 장면도, 연교가 기택 가족과 함께 내려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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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과 하류층이 대비되는 모습은 자연광의 차이에서도 나타난다. 박 사장네 저택은 현실의
건축 자문에서 "창문이 너무 커서 열효율이 떨어진다.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집이다."라고 할 정도로 통유리창이 커서 햇볕이 정말 많이 들어온다. 기택-충숙네 가족과 문광-근세 부부가 박 사장네 집에서 상류층의 생활을 몰래 누릴 때도 햇빛이 환하게 쏟아졌고, 다송의 생일파티에서도 사람들이 정원의 밝은 햇볕 아래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다. 반면, 기택네 반지하집은 하루 중 햇볕이 들어오는 시간이 매우 적고, 근세가 사는
방공호에는 아예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햇빛이 들지 않게 되는 시점부터 기택 가족의 몰락이 시작되며, 영화 마지막에 기택은 햇빛을 볼 수 없는 방공호에서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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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인 박 사장은 최첨단 IT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기택 가족은 이웃의 와이파이를 훔쳐 써야 하는 처지이며, 근세는 모스 부호를 사용한다는 점 또한 계층 간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노골적인 은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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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는 3마리의 강아지가 등장하는데, 모두 이름이 있다(쭈니, 베리, 푸푸).[107] 견종은 각각
포메라니안,
비글,
푸들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비중도 비슷한데, 포메라니안은 기우가 처음 면접을 보러 갈 때 연교가 안고 다니고, 비글은 기택 가족이 박 사장 저택 한가운데에서 술파티를 벌일 때 뭐 주워먹을 것 없나 하고 슬금슬금 다가오다가 충숙에게 차이며, 푸들은 다혜 방의 침대 밑에 숨은 기우를 알아보는 장면에 등장한다.
봉준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 애완견을 중심 소재로 다룬
플란다스의 개이기도 하다. 애견에 대해 좀 관심이 있다면, 이 개들이 생각보다 순혈 품종은 아니라는 걸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박 사장네 가족의 출신 자체가 특별하지 않다는 암시일 수도 있고, 어쩌면 강아지도 혈통과 상관없이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는 존재로 보는 것일 수도 있다.[108][109]
-
설정상 연교는 대학교 2~3학년 때
임신하고 바로 결혼해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18살 딸을 둔 부부치고는 매우 젊은 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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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영화를 보는 대다수의 관객은 영화를 여가 수단으로 삼을 정도의 생활은 되는 사람일테고, 아주 잘 사는 박 사장네와 아주 못 사는 기택네 양쪽 모두에 속하지 않는, 그 둘의 중간쯤 되는 계층일 것이다. 그래서 "
지하철 냄새가 난다"는 박 사장의 말에는 반발심이 생기면서도, 동시에 비가 와서 침수될 정도의 집에 살지는 않기 때문에 비 온 후
미세먼지가 걷힌 것을 좋아하는 연교의 모습에는 공감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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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상에서 기택네 가족이 하위 계층인듯 보이지만, 굳이 따지자면 중간 계층이다. 영화 상 하위 계층은 지하실에서 기생하며 숨어 살고 있는,
답도 없이 한심한 문광네 가족이다. 기택은 지하실에서 사는 문광네 가족(정확하게는 근세)을 보고 한심해 하는데, 박 사장에게는 둘 다 똑같이 한심한 하위 계층이다. 관객 역시 그렇게 생각하도록 유도한 후, 박 사장이 거실에서 지하철 냄새를 거론하는 게 영화상 계층이동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기우와 기정(방문
과외 교사), 충숙(
가정부), 기택(
수행기사)은 모두 노동자이지만,
근로자는 아니다. 이들은 외관상으로 사용자(박 사장, 연교)와 근로계약을 맺고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이고, 실질적으로 그러하지만, 대한민국의
노동법은 이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방문
과외교사는 도급 계약의 수급인[110]에 불과하며 가정부와 운전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가사사용인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 제외 대상[111]이다. 즉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112]가 아니며, 박 사장이나 연교를 상대로 하는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도 금지[113]된다. 박 사장이 기존의 운전기사와 가정부(문광)을 당장 잘라버릴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박 사장은 사장이라 역시 근로자가 아니고, 그의 처자식들은 각각
가정주부와
학생이라 역시 직장인이나 근로자가 아니다. 즉 이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 중에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114] 시야를 넓혀 보더라도, 민혁은 유학을 떠나는 부자 대학생이며, 피자가게 사장은 사업주이고, 대낮에 정원에서 파티에 참석하는 이들과 그들의 아이들은 근로자일 리가 없는데, 그 파티에서 노래하는 성악가 역시 프리랜서일 뿐 근로자가 아니다. 이 영화에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인물은 스쳐지나가는 박 사장의 직원들이나 피씨방 알바생 정도에 불과하다. 계층 관계에 대해 다룬 영화이면서, 노동법의 보호와 규제를 받는 인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특이하면서도 정말 의미심장한 요소이다.
-
전 세계적으로
노동법은 많은 투쟁 끝에 만들어진 법률이며, 동시에, 단순히 노동자의 자본가에 대한 투쟁 담론의 결과물이 아니라, 반대로 피고용인의 노동력을 고용인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결과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주휴 수당은 공돈이 아니다. 성실하게 행한 노동을 고용인이 존중하라는 의미뿐 아니라, "피고용인이 성실하게 일하게 하는 인센티브"로써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보여주듯, 의외로 노동법은 상당히 많은 "예외"를 가지고 있다.[115] 이 "예외" 덕분에 작중에서 윤 기사와 문광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해고당하였으며, 박 사장은 자신을 파멸시킬 "사기꾼"을 대신 고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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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정의
미술치료는 현실의 미술치료와 다르다. 미술치료사는 내담자의 미술작품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며, 현실의 미술검사는 특정 도구를 이용하여 특정한 그림을 그린 뒤 표준화된 질문을 한 후 이에 대한 답을 표준화된 기준에 따라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그냥 아무 그림만 보고서 "이게 이런 뜻이니 이런 문제가 있네요"라고 하는 것은 따지고 보면 사기에 가깝다. 하지만 기정의 그림해석 장면은 진짜로 인터넷 검색으로 적당히 알게 된 정보를 가지고 사기를 치는 장면인지라 묘하게 고증이 맞는다.
임상심리학 전공자들이 보았을 때 기정의 그림 해석은 틀린 점을 말해주었다고 하는데, 이는 임상심리학 윤리규정에 따라 특정 반응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이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영화 서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일부러 원래 검사 해석과는 다르게 바꿔놓은 것.
- 기생충에 대한 해외의 반응 중 적잖은 것이 '우리 나라 이야기 같다'는 것이다.[116] 실제로 전세계를 막론하고, 심지어 선진국조차도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일 지도. 이에 대해 봉준호 감독 본인도 '외국인들이 다들 자기 나라 이야기래요. 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이야기니까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은 했지만,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마냥 기쁘지만은 않네요.' 라고 소감을 말했다. @@ (중앙일보)‘기생충’ 봉준호 감독 “외국서도 자기네 얘기 같다더라" 또한 봉 감독은 "전 세계는 이미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나라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1]
영화상에서도 나오지만 이들은 공식적으로 사문서 위조, 무단 주거침입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온다.
[2]
또한 검은 줄이 범죄자(가해자)를 뜻한다면 반대로 흰 줄이 그어진 박 사장 가족들은 피해자라고 볼 수 있고 작중에 기택 가족의 범죄에 당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3]
검은색은 억압받는 하층, 흰색은 무고하거나 결백함
[4]
검은색은 범죄, 흰색은 하층에 무관심하거나 무지한 상층
[5]
영화상에서는 흑백처럼 절대적인 악인도 선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6]
기사 보기 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포스터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눈의 모자이크 처리는 봉준호 감독조차 포스터 시안이 나오고 나서야 알았다. 즉 포스터 제작에 대한 전권은 포스트 디자이너에게 맡긴 셈이고, 그래서 본편과 포스터의 표현 방식에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7]
프랑스 포스터에선 박 사장 가족과 기택 가족 전원을 보여주고 똑같이 좌측 아래 다리를 보여줘서 더더욱 제3의 인물이 있다는 복선을 암시한다. 또한 이 인물이 작중에 살해당한다는 추측까지 가능하다.
[8]
수석은 냉정히 따지면 실생활에 아무 쓸모없는 단순히 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9]
나중에 이 집에 물난리가 났을 때 기택이 애착이라도 있는 듯 이 메달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인다. 이 메달은 은메달이기는 하지만 이미 모든 걸 잃은 그의 가족에게 (2등, 혹은 2등시민이었다는 기억이나마) 마지막 남은 존엄성을 상징한다.
[10]
가두소독은 거주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장인들이 한창 일을 하고 있는 낮~저녁 시간대에 주로 실시한다.
[11]
기택이 대만 카스테라나 치킨집 등을 했다는 언급이 있는 걸로 보아, 원래도 아주 부유한 집안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개인 사업을 할 정도면 중산층 언저리는 되었을 수 있다.
[12]
실제로 박 사장을 차에 태우고 코너를 돌아도 박 사장이 손에 든 머그잔 안의 커피가 흔들리지 않을 만큼 운전 실력이 좋았으며, 우스갯소리 좀 섞어서 "삼팔선 아래로는 골목길까지 훤하다"라며 내비게이션을 끄고도 능숙하게 루트를 찾아갈 정도로 길에 훤한 등, 잔뼈가 굵은 경력자임을 보여주는 연출이 나온다.
[13]
박 사장 내외가 이들에 대해 뒷담화를 할 때도 실력적인 부분에서 까지는 않았다. 특히 충숙은 박 사장 가족과 가장 밀착해서 생활하며 살림을 했는데도 아무런 불만이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가사 실력이 뛰어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기우와 기정의 경우엔 과외의 특성상 박 사장 부부가 일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기 힘들었지만, 어찌됐건 성과가 그럭저럭 잘 나왔기에 들키지 않았다. 기우는 연교가 참관수업을 했음에도 명문대생을 사칭한 것에 대한 의심을 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영어 실력이 충분히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 기정의 경우엔 가족들에 비해 사기의 느낌이 다소 진한 편이긴 하지만, 말빨로 본인의 실력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대체 어떻게 한 건지는 몰라도 그렇게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던 다송이를 휘어잡는 등 충분히 능력이 있었다.
[14]
사실 중산층 수준의 삶을 살던 사람이 갑자기 하류층으로 떨어졌을 때, 그러한 삶에 온전히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막노동을 한번도 안 해본 사람이 막노동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게 과연 쉬운 일이겠는가? 실제로 무기력해지는 현상은 중독성이 강해서 노숙자들의 경우 혈혈단신이라 자신의 의지만 있으면 사회에 복귀할 수 있음에도 그런 삶을 유지하는 것을 상상해보면 어느 정도 느낌인지 알 수 있다.
[15]
영화를 위해서 섭외하거나 따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유튜브를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이다.
#
[16]
하지만 박 사장네의 일자리를 차지하려는 그들의 시도는 또 몹시 계획적이고 치밀하다.
[17]
사실 기우와 기정 남매는 '재능은 있지만 운이 없어서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는' 아쉬운 케이스다. 처음에는
학력위조 등 위장을 했지만 남들의 그릇까지 빼앗은 것은 아니라서, 바람직스럽지는 않으나 어느정도 공감은 간다. 하지만, 무고한 윤 기사를 모함하고, 충실하게 보였던한 문광을 건강 약점을 노려서 제거하는 등, 계획이 치밀해질수록 점점 타락에 빠지게 되었다. 역설적으로 기택의 "계획을 세워봤자 의미 없다"는 인생관은, 치밀한 계획으로 시작한 여러 사업에서 망해서 일종의 허무주의로 변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비록 그렇게 변한 듯해도 약간의 성공의 맛을 보니 갈수록 계획을 더 치밀하게 짜는 행보를 보이고, 그것이 바로 그의 본질이라는것을 암시한다.
[18]
이 수석은 소품이 아니라 수석협회가 제공한 진짜 수석이라고 한다.
[19]
근데 이건 본인 입장에선 나름 진심이었을 수도 있다. 장수생이 되는 사람들은 대체로 어느 정도 상위권 실력을 가졌는데 그 이상의 최상위권(
SKY,
의치한 등)을 노리다가 바로 문턱에서 번번히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중하위권 실력인데 장수까지 가는 사람은 잘 없다. 그런 사람도 꽤 있던데? 상위권에서 최상위권 올라가기가 몇 년 해도 안 될 만큼 그리 어려운가 싶을 수 있는데,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
서울대 가려고 3수 했으나 매번 수능에서
고려대 갈 성적만 나왔다"는
성시경의 경우처럼, 상위권에서 성적을 올리기는 결코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20]
민혁은 구라 좀 치고 과외를 시작하면 된다고 한다. 사문서 위조는 기우가 선택한 것.
[21]
차라리 아는 '여자' 대학생을 소개해주면 되지 않나 생각할 수 있는데, 영어 과외임에도 굳이 민혁을 공대생으로 설정한 걸 보면, 여자 동기가 별로 없다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서 그랬을 것이다. 근데 왜 공대생이 수학과외가 아니라 영어과외를...
[22]
Nathan이라고 볼 수도 있고 Nathaniel/Nathanael(
나타니엘/나타나엘)의 축약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나단은
히브리어로 "주다" 라는 뜻이 있으며, 구약성경에서
다윗 왕이 유부녀인 밧세바를 얻기 위해 그녀의 남편 우리야를 죽였을 때 다윗 왕 앞에서 그의 집안의 파멸을 예언한 예언자의 이름이기도 하다. 나타니엘에는
그리스어로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요한복음에서 등장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사도 바르톨로메오의 본명이기도 하다. 나타나엘은 처음에 예수를 "예언자들이 기록한 메시아" 라고 믿는
필립보에게 "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1장 43절) 라며 의심하는 역할로 등장한다.
[23]
한국의 성 '박'과 공원을 뜻하는 'Park'의 스펠링이 같다는걸 착안한 언어유희로, 우리가
박지성 소식에서 익히 봐 왔던 것이다.
[24]
한국인들에게서 유명한
일리노이 이름이 들어가는 대학교라면
일리노이 대학교/어배너-섐페인 캠퍼스( UIUC,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일 확률이 높지만, 영화에는
일리노이 주립대( ISU, Illinois State University )로 분명하게 언급된다.
[25]
아마도 Graphic Arts 전공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포토샵을 능숙하게 다루던 기정의 모습과도 일맥상통한다.
[26]
다만 현대에 들어선 공식 석상에서 이렇게 먹지 않을 뿐 일상생활에선 젓가락으로 밥을 집어먹는다고 지적받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다.
[27]
다만 해당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복숭아는 선악과의 후보에도 안 들어가는 서양에서 선악과와 완전히 매칭되는 과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복숭아는 그냥 욕망을 상징하는 매개체 정도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28]
이는 일종의 복선일 수 있다. 박 사장 가족은 폭우가 와도 크게 문제 될건 없었지만, 기택 가족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29]
영화에서 묘사된 것은 시험에 대한 배짱을 부리는 법을 가르치는 장면밖에 없긴 하지만, 수업에 참관했던 연교나 계속 수업을 받는 다혜가 기우의
영어 실력에 대해 특별히 의심하는 내용이 없는 것을 볼 때, 적어도 기우가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실력은 갖추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30]
반면 연교는 부잣집 가정 주부임에도 집안 일은 둘째치고 사람 관리조차 못하는 모습과 대조하면 이러한 점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31]
이는 클라이맥스에서 수석으로 지하실의 사람들을 죽이러 가는 데서 한 번 더 반복된다.
[32]
물론 한국의 상류층 사람들도
폭탄주를 많이 마셔오긴 했지만, 그건 40도가 넘는 술을 쉽게 마시기 위해
위스키를
맥주에 섞어 마시는 거지, 기택은 얼음이 담긴 잔에 집 안에 있는 모든 양주를 조금씩 따라 섞어 마시는지라 폭탄주로 볼 여지는 없다. 단순히 비싼 술이 많으니까 그냥 다 섞어서 먹어보는 모습이거나, 아니면 어느 한 병에서 술이 너무 많이 줄어든 티를 내지 않으려고 여러 병에서 조금씩 따랐을 수도 있다. 박 사장이 계속 기사 기택의 '냄새'를 언급하는 것도, 이러한 위화감에서 은연중에 이상한 낌새는 느끼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라고도 볼 수 있다.
[33]
기정은 넷 중 남의 자리를 뺏지 않고 자기 능력으로 그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다. 산만한 막내 다송을 처음보자마자 예의바른 어린이로 만드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34]
이 '삑사리'를 거대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미약한 한 존재의 근원적인 불완전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35]
예수,
성모 마리아,
나자렛의 성 요셉
[36]
다만 통신 시설이 있었다 해도 기택이든 근세든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설령
아마추어 무선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다 해도(…) 애초에 둘 다 외부에 "내가 여기 있다"고 통신해선 안 되는 상황이었다.
[37]
애초에 패닉룸에서 박 사장의 발걸음 소리가 들릴 정도로 방음이 안되는 상황에서 노래를 크게 부르고 리스펙을 외쳐대는데 지상에서 그 소리를 듣지 못할 리가 없다는걸 생각하면 영화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비현실적인 연출이 맞다.
[38]
극중에서 계속 줄기차게 언급되는 '냄새'와 마찬가지로, 모스 부호도 문자나 음성으로 바로 알아볼 수는 없는 요소다.
[39]
에이브러햄 링컨,
넬슨 만델라,
김대중,
이봉주,
박찬숙 그리고
박 사장이 있다.
[40]
봉준호 감독은 "이런 세세한
고증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스스로 말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살인의 추억에서 나온 채석장 추격 장면의 경우, "실제로는 영화 속 장면처럼 밤중에 불 켜고 작업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넣었다"고 하며(다만
그 시절 화성 채석장에서 일했을 때가 떠올랐다면서 감탄했다는 회상이 있다), 중학교 장면에서도 당시 하얀색 체육복은 초등학생들만 입는 건데 신경 쓰지 않고 중학생들이 입게 했다.
출처
[41]
이 때문에 몇몇 관객들은 반 농담으로 '이 영화 최고의 빌런은
이영돈'이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먹거리 X파일 과장 보도가 아니었다면 갑자기 근세나 기택이 망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의 오해와는 달리 해당 회차는 이영돈 PD가 하차한 뒤에 방송된 회차였다. 당사자인 이영돈이 억울할 법한 대목. 다만 이영돈은 이후 비난 여론에 대하여 "내가 하지도 않은 보도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오해 또한 그동안 식품 관련 보도로 시청자들에게 인지도를 크게 높여 왔기 때문이었던 만큼, 크게 억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던 바 있다.
[42]
여담으로,
먹거리 X파일의 보도 중 사실인 부분도 있었다. 원가가 얼마 안 되는 레시피를 쓰고, 촉촉함을 살리기 위해 대량의 기름을 쓸 수밖에 없는 레시피임을 드러내지 않고 건강식인 양 고급화 전략을 짠 대만 카스테라 업체의 광고가 과장되었다는 지적은 사실이었고, 이 지적은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자체가 체인점 사기를 위한 소재였을 뿐이라, 결국
사상누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먹거리 X파일> 보도 또한 정당했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 해당 레시피는 엄연히 제빵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레시피임에도 해당 방송은 마치 못 먹을 물건을 만들어서 파는 것처럼 시청자들이 오인하게끔 보도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식품안전에 관한 부분은 모든 소비자들이 식품을 살 때 절대적 우선 고려사항이라는 점과 당시 보도 후 실제 발생했던 파장을 생각해 보면, 이 부분 과장보도가 카스테라 업체들을 망하게 한 결정타였음은 절대 부인할 수 없다.
[43]
아주 최근에 창업 붐이 일었다가, 언론 보도와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대부분의 업체가 휩쓸리듯이 망해버리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들 것이다. 또한 영세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고 유행에 휩쓸려 벼락창업하는 사회적 현상이 있는 국가는
대한민국 외에 딱히 찾기 어렵기도 하다. 설령 특정 국가의 유사한 사례를 발굴해냈다 하더라도, 여러 각국의 관객들이 다 이해하고 공감할 정도의 글로벌한 소재는 정말로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44]
만약 이 영화가 조금만 더 늦게 촬영되었더라면 대만 카스테라 대신 아마 코로나-19가 소재로 채택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만큼 확실하게 자영업자가 '급작스런 외부 요인'으로 망해버린 개연성을 부여하고, 또 전세계 사람들이 전부 다 공감할만한 요소로는 이만한게 없기 때문.
[45]
아니면 그저 연교 성격 자체가 현재의 사랑에 집중하는 성격이라, 박 사장과 살 때는 박 사장을 사랑하고, 또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금방 그 사람으로 빈자리를 채우는 성격일 수도 있다. 박 사장의 유산을 연교가 고스란히 물려받았을 것을 생각해보면, 전자보다 후자가 더 가능성이 높다.
[46]
실제로 그렇게 어린 나이에 부모의
부부관계 장면을 의도치 않게 봤다가 트라우마에 시달린 사례도 있다. 그러니 오히려 아이가 언제 튀어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박 사장 부부의 애무 정도면 최대한의 애정 표현을 한 것으로 보는게 맞다.
[47]
기택이 남들 몰래 충숙의 엉덩이를 휘어잡는 장면은 한 번 나온다.
[48]
충숙: 짜파구리를 만들기 위해 칼로 고기를 썰음 → 꼬챙이로 근세를 찔러 죽임, 기택: 근세와 문광을 지하실에 가두기 위해 지하실에 있음 → 살인 후 지하실에 스스로를 가둠, 기우: 다혜 침대 밑에 들어가 있어서 강아지에게 걸릴 뻔 하였으나 다혜가 침대 밑을 확인하지 않아 들키지 않음 → 근세에게 일격을 맞은 후 방치돼서 그대로 죽을 뻔했으나 다혜가 들쳐업고 구해줘 살음
[49]
기택네 가족이 사기를 친 것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박 사장 부부는 윤 기사는 업무용 차량으로 몰래 여자를 데려와서 카섹스를, 문광은 결핵 감염 사실을 숨기고 가정부 일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50]
짜파구리 레시피를 검색한 휴대폰
[51]
기우가 지웠을 확률이 있다. 그래도
갑작스레 울린 전화에 못 지웠을 수도.
[52]
연교에게 진실을 고하려 '사모님! 사모님'! 하며 기어오르던 문광은 충숙에 의해 우스꽝스럽게 굴러 떨어지지만 그 끝은 골이 터지는 듯한 '콰직' 소리와 함께 심각한 뇌손상을 입는 것이었다. 연출도 문광이 머리를 찧는 동시에 모든 소리가 뚝 끊기게 만들면서, 코믹한 연기에 웃던 관객들도
갑분싸하게 된다.
[53]
이처럼 웃음을 자아내는 상황에서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극의 클라이맥스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변주된다. 근세가 기정을 칼로 찌르는 충격적인 범죄에서 곧바로 기정이 생일 축하하듯 케이크를 얼굴에 찍어 반격한 뒤, 욕을 하며 쓰러진다.
[54]
물론 단순하게 생각해도 된다. 짜파구리는 2010년대에
미디어를 통해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주로 군대나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별식이었으니 충숙은 세대 차이 때문에 모를 수도 있으며, 연교도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는 아니고 결혼을 통해 부유층이 된 사람이라서 결혼 전 좋아했던 음식일 수도 있다.
[55]
출처가 된 칼럼에서 쓴 "옴니보어"(omnivore)는 영어로 잡식동물을 의미한다.
#
[56]
영화평론가 이동진 역시 라이브톡으로 언급한 내용인데, 봉준호 감독은 이에 대해 "내일 있을 인터뷰에 써먹어도 되겠습니까?"라며 의도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답했다. 이후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과대해석이라고 말하며 어떻게 그런 부분까지 찾을 수 있었는지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57]
박 사장 가족 4명 + 기택 가족 4명 + 문광 부부 2명. = 10
[58]
또한 연교는 폭우 때문에 충숙이나 기택의 집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지 걱정하지 않는데, 이는 박 사장네 가족을 비롯한 상류층이
서민들의 삶에 관심이 없거나 아예 알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폭우가 와도 걱정 없이 안전한 곳에서만 살다 보니, 비가 많이 오면 집이 침수될 수도 있다는 상황 자체를 아예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것.
[59]
다만 아무리 자식이 성인이라지만, 부모 입장에서 선뜻
살인을 저지르자고 말하기 꺼렸을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박 사장 내외가 생일 파티를 안 열었어도 근세가 굶어 죽기 전에 기택이 가족에게 이 계획을 말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60]
문광 아줌마와도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왔던 것으로 극중에 설명된다.
[61]
계단을 올라가며 "사모님! 사모님!" 외치는 장면
[62]
정확히는 잠시 킁킁대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누가 근처에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게 기택이 남기고 간 냄새라고 생각했는지 그쪽 이야기(지하철 드립)를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63]
물론 본래 부유층이라 해도, 박 사장의 부모가 집에서 무말랭이를 만들었을 수도 있긴 하다.
[64]
불과 몇 시간 전 박 사장 집에서 호화롭게 거품 목욕을 했던 모습과는 너무나도 대조가 된다. 담배 땡길 만하다
[65]
감독 또한 '수석은 죽어있는 것인데 그걸 건져서 전시해 놓는 물건' 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66]
수석의 소유권이 육사 출신의 명망있는 상류층인 민혁의 할아버지에게서 한낮 백수인 기우에게 넘어갔다는 점에서, 오히려 신분이 하락한 돌이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렇게 해석하더라도 수석의 한계와 기우의 몰락이 설명이 된다.
[67]
일각에서는 "수석이
가짜였다", "수석으로 상징된 '신분 상승의 희망'이 가짜였다"고 해석하며, 그럼에도 챙겨가려는 기우의 행동을 현실을 부정하는 허망한 집착으로 해석함으로써 이 장면 전체를 일종의 블랙코미디로 보기도 하지만… 이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영화 내내 돌이 무게감 있게 연출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혁이 낑낑대며 들고 오고 기우도 무거운 물건을 드는 동작을 하며, 가짜였다면 충숙이 돌을 닦을 때 충분히 눈치를 챘을 것이고, 이후 근세를 죽일 무기로도 쓸 수 없다. 계단 떨어질 때도 소리가 안 나야 한다. 어느 모로 보나 그 돌은 물에는 확실히 가라앉아야 하는 것이 맞다.
[68]
민혁의 목적은 다혜와의 로맨스였기 때문에 기우가 선점한 시점부터 우선 실패했으며, 그 사달이 벌어진 이상 상세한 과정은 둘째치고 민혁과 다혜 모두 서로에게 관심이 갈 리가 없다.
[69]
실제로 수석이 집 안에 들어온 뒤로 일이 잘 풀리기는 했다. 특히나 부잣집 사위라는 원대한 꿈을 잠시나마 손 안에 쥐어봤던 입장에서는 다시 떨치기 힘들었을 것이다.
[70]
쉬운 이해를 위해 추가로 설명하자면, 박 사장은 기택한테 "당신은 내가 돈을 주고 부리는 고용인에 불과하니, 주제넘게 내
사생활에는 끼어들지 마라"는 메시지를 불쾌한 얼굴 표정으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하기 직전, 쓰고 있던 인디언 모자를 살짝만 벗는데, 마치 '이거 쓰고 있다고 나랑 당신이랑 같은 부류가 아냐'라는 듯하다.
[71]
같은 상황에서
박 사장이었다면 격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에라도 이런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72]
물론 서민들이 먹는 음식을 좋아하거나, 잘 먹는 상류층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코카 콜라를 입에 달고 산다는
워렌 버핏은 물론이고,
이재용도 학창시절 친구의 자취방에서 라면을 끓여먹었다거나 서울구치소에서 배식되는 밥을 싹 비웠다는 일화가 있다. 이 경우는 해석이 다소 달라지게 된다. 사실 문화사회학적으로 종래에 정설처럼 취급받았던 “상류문화” “하류문화”라는 개념은 현대사회에는 적용되기 힘들다는 주장이 있다. 앞선 워렌 버핏이나 이재용 예 혹은 트로트를 즐기는 상류층, 라면을 먹는 대기업 회장 등등 수많은 사례들이 수두룩하며, 현실적으로 부자들이라고 파스타만 먹는 것이 아니라 되려 파스타에 라면까지 추가해서 먹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73]
괴물,
설국열차,
옥자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74]
고용주의 입장에서 고용인이 근무시간 외에 어떤 생활을 하는지 묻는게 오히려 고용 관계의 선을 넘는 것이다.
[75]
하층에게는 재앙이고 상층에게는 전화위복이 되었다는 점에서 경제 위기로 해석할 수 있다.
[76]
하층끼리 서로 연대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77]
작중 박 사장 부부는 상식적인 편에 속하고 기본적으로 피고용인에게 예의와 선을 지키는 젠틀한 상류층으로 묘사되며 주말 수당도 주겠다고 했다.
[78]
극단적으로 하류층 입장에서는 하루하루의 일당이 생계를 좌지우지할 만큼 간절하지만 상류층 입장에서 그것은 껌 값도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79]
물론 파티의 하이라이트인 다송이의 케이트 커팅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였지만, 수년간 제대로 씻지도 못한 사람이 바로 뒤로 있는데 아무도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다.
[80]
다송은 자신의 생일이
아버지의
기일이 되었다.
[81]
상속 기준은 1순위는 직계비속(자녀), 2순위는 직계존속(부모), 3순위는 형제자매, 4순위는 그 외 혈족이며, 배우자는 이 중 1순위 상속자(자녀)가 있으면 1순위 상속자와 공동상속자로, 1순위 상속자가 없으면 2순위 상속자(부모)와 공동 상속자로 상속받으며 2순위 상속자(부모)도 없으면 단독 상속자가 될 수 있는데(여기서 배우자가 없다면 3순위나 4순위로 넘어간다), 이 경우는 자녀(1순위 상속자)가 존재하므로 자녀들과 공동상속자로 상속을 받을 수 있다. 이 중 배우자는 상속액의 1.5를, 자녀는 1인당 1을 상속받는다.
[82]
덧붙여 사별이나 이혼, 연인과의 결별 등을 겪은 사람 중 옛 연인이나 배우자와 사이가 좋았던 사람이 오히려 새 사랑을 빨리 찾고 잘 찾는 심리적 경향도 존재한다. 사랑한 만큼 예전 사랑의 상실감이 너무 커서 혼자 극복하기 힘들어하는데다, 과거의 좋았던 기억 때문에 연애나 결혼생활 자체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사별한 부인을 그리워하는 시로 유명한 도종환 시인이 시집 발간 5년 만에 다른 사람과 재혼한 사례가 존재한다.
[83]
다송의 경우 아빠와는 무전기 등으로도 대화하지만 엄마와 대화하는 장면이 없고 오히려 문광과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문광이 엄마의 역할을 하는 듯 보이고, 다혜의 경우 노골적으로 다송을 질투하고 부모의 무관심을 과외 선생에 대한 애정으로 보상받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교육을 많이 시키는 것과 애정을 쏟는 것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다.
[84]
칼에 찔린 사람한테 이러면 절대 안 된다. 칼이 그나마 출혈을 막아주고 있기에, 칼이 뽑히면 출혈이 가속화되면서 환자의 상태가 더 위중해진다.
[85]
본래 압박 지혈은 상처 부분을 완전히 덮어서 혈관 자체를 막아버리는 게 맞다. 여기서 환자가 아프니까 살살 누르면서 압박하지 못하게 되면 당연히 피가 흘러나오므로, 고통 따위는 무시하고 강행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맨손으로 눌러봤자 택도 없어서 더 아프기만 할 뿐, 생존율은 비슷하다.
[86]
오히려 돌이 너무 무거워서 근세가 제대로 힘을 주지 못하고 목표를 제대로 겨냥하지 못해서 충격이 덜해 살아났을 수도 있다. 더구나 이 수석은 평평하게 생겨서, 아무리 세게 내리쳐도 힘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그리 효율적인 둔기가 아닌 것이다.
[87]
기택이 테이블 아래에서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괴로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표정]
이때 연교는 정작 조수석에 자신의 맨발을 올리고 있다.
[89]
근세가 꼬치에 찔리는 장면에서 기택이 얼굴을 찡그리는데, 이 장면 또한 그가 근세에게 깊이 공감했음을 나타낸다. 자신과 아내가 문광을 죽게 만들었음을 짐작하고있는 기택은 근세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며 그에 대한 죄책감도 심하게 느끼고 있었음이 작중에서 표현된다. 따라서 기택 입장에서 볼 때
오근세는, 자신들에게 정당한 복수를 하려다가 실패하고 도리어 살해당한 희생자인 셈이다.
[90]
자신도 별 계획이 없는 인간이면서 근세에게 일갈하는 장면이 나온 것을 보면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다.
[91]
신체의 자유도에 따른 갑을 관계를 나타낸다고 볼 수도 있다. 갑을관계에서 보통 모자를 비딱하게 쓰면, '싸가지' 없다면서 상급자에게 지적당하고, 제대로 고쳐써야 한다. 군대에서 근무 시 일이등병이 모자를 정확히 쓰고 모자 챙도 구부리지 못하지만, 병장은 모자 챙을 구부릴 수 있고 모자를 약간 대충 삐딱하게 써도 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92]
다만 이건 박 사장에게도 조금의 반론의 여지는 있는데, 자기 아들이 기절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래도 중상의 제시카는 전혀 상관 안 한 것은 맞지만, 아버지로서 자기 자식을 제일 먼저 신경쓰는 것이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 상태에서 존대말이고 뭐고 신경 쓸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
[93]
마리 앙투아네트는 왕비치고 그렇게 악한 편은 아니었지만, 계급투쟁의 폭풍우 속에서는 단두대에 목이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각자의 계급은 자기의 이해관계를 옹호하고 자신들만의 가치관과 취향을 고집하기 마련이며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체제 자체를 바꾸려는 역사의 파도가 몰려오면, 결국 한 계급(혹은 모든 계급)은 쓸려 내려갈 수밖에 없다.
[94]
비록 당시 조지 오웰이 본 하류층은 말 그대로 씻을 시간조차 없어서 더러움으로 냄새났던 것이고, 기택 가족은 반지하 방에 살아 냄새가 스며들었을뿐 목욕은 가능하여 더럽지는 않다는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하류층에 대한 생리적 혐오감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95]
심각한 문제인 쓰레기 범람 문제와 그에 따라온 거대 쥐의 출현을 '거대 고양이가 해결책이다' 라는 농담으로 바꿔버리거나, 고담 시민들이 광대살인자를 자신의 상징으로 만들어 시위하는 것을 무시하거나, 자신이 "조커"라고 칭했던 것조차 잊어버리는 등.
[96]
부기영화에서 표현한 것을 빌리자면, 박 사장 가족이 지금까지 겪은 것은 아이들이 종종 겪는 유령 목격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입구 센서등(추가적으로 폭우)뿐이었는데 갑자기 운전기사가 가슴에 칼을 꽂은 셈. 하지만 그 유령 목격과 센서등은 사실 오근세가 보내는 필사적인 신호였다.
[97]
루시 미란도는 언니 낸시에 비하면 훨씬 양심적이고 친환경적이며 인성도 나쁘지 않다. 윌포드 역시 수단은 악랄했지만 그것이 열차라는 한계가 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방법인 것을 생각해보면 마냥 악인이라고 보기 힘들다.
[98]
의사는 머리도 제대로 빗지 않고 수염도 제대로 깎지 않은 후즐근한 중년이었고, 형사는 빈틈없이 깔끔하고 잘생겼다. 대중적인 의사와 형사의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관객의 눈에도 그렇게 느껴진다.
[99]
다만, 이는 기정을 위장취업시키기 위한 기우의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한다.
[100]
영화에서 구체적으로는 알려주지 않지만, 연교가 "꼭 개들에게 먹이라"고 했던, 서랍에 있던 개 간식으로 보인다.
[101]
살인죄는 최대
사형까지 가지만, [age(1997-12-30)]년째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사실상 사형 폐지국가다. 그리고 우발적인 데다가 단 1회에 그친 살인을 가지고는 사형은 커녕 무기징역도 선고받기 어렵다. 기택네 가족이 동익네 가족에게 친 사기행각들로 인해 형량이 무거워질 수도 있으나, 반대로 "기택은 어젯밤 물난리로 집이 물에 잠겨 수습하다 박사장의 요구로 주말 출근을 하여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였고, 당시 딸이 칼에 맞아 죽기 직전이었는데 박사장이 자기 아들의 안위만 걱정하는 것에 분노를 느꼈다"같은 식으로 변호한다면 정상참작도 충분히 받을만 하다. 물론 그렇게 주장해줄 변호사를 구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이기는 하겠지만..
[102]
태완이법은 2015년 3월 시행되었다.
[103]
그리고 결말의 기우가 4수생에다 사기와 무단침입을 저지른 전과범인걸 생각한다면 더욱 허무맹랑한 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04]
이 상황 변화는 안주의 변화(과자에서 고기로)를 통해서도 표현된다.
[105]
설국열차(영화)가 개봉한 후에 나온 원작의 후속작 <
설국열차:종착역>에서는 요나와 티미가 자신들 앞에 나타난 곰을 물리치고 살아남아 주인공 퓌그 발레스와 만난 것으로 묘사하였기에 최악을 피한 결말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106]
실제로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나올 때마다 넷상에 수많은 해석과 숨겨진 상징, 복선 찾기가 돌아다니곤 한다.
[107]
엔드 롤에 실제 이름들도 나온다. 순서대로 감자, 망치, 뭉치.
[108]
제작진들이 다른 소재나 소품을 세세하게 신경 쓴 것을 보아, 아무래도 순혈에 대한 편견을 주지 않기 위해 굳이 순혈 품종으로 맞추지 않았을 수도 있다.
[109]
기택에게서 나는 냄새 관련 대화에서 박 사장은
지하철 타면 나는 냄새를 알고 있고, 거기에 연교는 "지하철을 탄 지 오래 되어서"(즉 예전에는 지하철 타고 다녔단 소리)라고 답한다. 박 사장은 자수성가 사업가인 동시에 미국 유학파 금수저로 지하철을 타봐서 냄새를 아는 것으로 보이지만, 임신하고 결혼하며 대학교를 중퇴한 연교는 서민 출신으로 보인다.
[110]
민법 제664조
[111]
근로기준법 제11조제1항
[112]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1호
[113]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제4호가목 및 라목
[114]
역설적이게도 봉 감독이 촬영 스태프 전원과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촬영에 들어갔다는 것이 기삿거리가 될 정도로 영화 제작 과정은 모범적이었다.
[115]
대한민국의
근로기준법만 저런 것은 당연히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노동법이라는 것은 "일 5일간 하루 8시간씩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쉬기를 무한히 반복하자!"란 식의 상당히 주먹구구식의 발상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당연하지만 탄력근로제니 뭐니 하는 것들과 이 영화에서 보이듯 아예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도 아닌 노동 형태(대중에게 익숙한 것으로는
택배나
택시 같은 각종 운수업이 있다.)들이 존재하는 것은 결국 노동법이 "주 5일 일 8시간 노동 무한 반복" 같은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는 있지만) 주먹구구식 발상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현실 탓이다. 물론
유럽의 몇몇 국가처럼 노동시간 기준을 계속 줄여나가는 나라도 있지만, 이런 나라들에서 노동 시간을 줄이고 있는 것은 단순 노동 복지 때문만은 아니다.
[116]
계급은 기원전부터 있었으며, 현대의 자본주의 체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임을 감안한다면 이는 결코 놀랍지 않다. 본작은 계층과 계급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소재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