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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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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따운 멜뤼진》 Julius Hübner 作, 1844년 |
Melusine[1]
유럽 전설에 등장하는 물의 요정, 혹은 정령. 유럽 각지에 걸친 전설이 있는 상당히 유명한 존재.
2. 상세
보통 신성한 샘물이나 강에서 산다고 전해진다.상반신은 아름다운 미녀, 하반신은 뱀이나 물고기 등 비늘 달린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때로는 두 개의 꼬리와 드래곤의 날개를 지닌 반인반룡으로도 묘사된다.
프랑스 북부와 서부 지역의 민담에서 많이 등장한다고 하며, 프랑스 전설에 등장하는 비브르의 원전으로 추측되기도 한다.[2] 이외에도 영국, 독일, 룩셈부르크, 스위스, 플랑드르, 폴란드, 우크라이나에서도 멜뤼진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멜뤼진의 이야기는 여러 갈래로 나뉘나, 대부분 북유럽의 발키리 흘라드구트 스반히트나 로엔그린을 비롯한 백조의 기사 이야기, 동양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 흡사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특유의 금기에 관해서는 프시케 설화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2.1. 과거사
14세기 말 장 다라스(Jean d'Arras)의 손에 쓰여진 《산문 멜뤼진 로망(Le Roman de Mélusine en prose)》기준으로,[3] 결혼하기 전의 멜뤼진의 삶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러한 배경을 두고 있다. 멜뤼진은 요정 프레시네(Pressyne)와 알바[4]의 왕 엘리나스(Elynas)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었으며, 자매로는 멜리오르(Melior)와 팔라티네(Palatyne)를 두었다고 한다.출산하는 모습을 보지 말아달라는 맹세를 어긴 엘리나스에 실망한 프레시네는 딸들을 데리고 자신의 누이이기도 한 모건 르 페이가 지배하고 있던 아발론 섬에 틀어박혔다. 남편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않고, 마법을 가르치며 세 딸을 길러내었다.
어느덧 딸들이 자라 아버지에 대한 질문을 하자, 프레시네는 그제서야 남편과의 사이에 있었던 불쾌한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러자 복수심이 들끓은 세 딸은 갑작스레 아버지를 찾아가 산에 가둔다. 이를 알고 격노한[5] 프레시네는 딸들에게 각각 저주를 내리는데, 납치극의 주모자였던 멜뤼진은 제일 끔찍한 벌을 받아 토요일마다 하반신이 괴물로 변하게 되었다고 한다.
감금에 가담했던 다른 자매들도 벌을 받게 되는데, 멜리오르는 아르메니아의 성에 새장 속의 새처럼 갇히게 되는 저주를, 팔라티네는 피레네 산맥에서 아버지의 보물을 지키는 벌을 받게 된다.
기독교의 영향이 강한 전승에서는 사탄이 멜뤼진에게 저주를 걸었다고 전한다. 인간과 결혼하지 않으면 최후의 심판이 오거든 지옥으로 떨어지게 될 거라는 조건도 덧붙인다. 그래서 멜뤼진은 저주를 풀어줄 배우자를 물색하기 위해 사막, 숲, 황무지, 묘지 등을 떠돌게 되었다고 한다.
3. 지역별 전설
3.1. 프랑스 및 영국
3.1.1. 원전 겸 성직자들의 기록
현대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원전 중에서도 제일 오래된 판본은 12세기 말(1181~1193년), 잉글랜드 궁정 사제를 역임한 월터 맵(Walter Map)이 쓴 《궁정 야담(De Nugis Curialium)》에서 등장한다. 이 서적에서는 두 명의 멜뤼진이 등장하는데, 하나는 노르망디 해안 인근 숲에서 만나 결혼한 공주에게 성수를 뿌리니 드래곤이 되어 도망쳤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의 멜뤼진은 프랑스 왕과 결혼하기 위해 배에 탔다가 난파당해 숲에 머물러 있었다며 마침 그 해안을 지나가던 젊은 영주 큰 이빨의 에노(Henno-with-the-Teeth)[6]의 동정심을 사 결혼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종교 행사에 자주 빠지는 걸 수상하게 여긴 시어머니가 침실 벽에 구멍을 뚫어 엿봤는데, 드래곤이 목욕을 하며 새 망토를 이빨로 물어뜯고 나서야 사람 모습으로 돌아오는 광경을 봄으로서 며느리의 정체가 드래곤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를 전해들은 에노는 사제의 도움을 받아 멜뤼진에게 성수를 뿌려 몸종과 함께 달아나게 한다. 그럼에도 에노와 멜뤼진의 자손들은 월터 맵이 살던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있다는 말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다른 하나는 납치혼을 당한 숲속 저택의 귀부인이 남편에게 자매들에 대한 추궁을 당하자 그대로 사라져버렸다는 이야기. 레드베리의 영주 야생인 에드릭이 한밤중에 숲속에서 길을 잃어 큰 저택에 당도했는데, 거기서 아름다운 귀부인들이 춤을 추며 노는 것을 보고는 정욕이 치솟아 그 중 자신에게 반해버린 멜뤼진을 빼와 3일 밤낮 동안 사랑을 나누다 그녀가 4일째 되는 날 자매들과 저택과 숲에 대해 묻지 않는다면 행복과 건강과 재산을 주겠다며 약속하자 곧장 결혼한다. 아들도 낳고 몇년 째 잘 살던 중에 멜뤼진이 밤 늦게 귀가하자 화가 나 무심코 금기를 어긴 에드릭은 아내의 실종과 함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고, 아들[7]은 중풍에 걸려 고생하게 된다. 성지 순례를 마치고 나서야 병이 나은 아들은 성인에게 토지와 재산을 바쳤다는 말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한편 잉글랜드의 교회법 학자이자 작가인 틸베리의 저베이스(Gervase of Tilbury)는 1214년에 신성 로마 제국의 오토 4세에게 멜뤼진 이야기를 포함한 온갖 기담을 담은 《황제를 위한 오락(Otia Imperialia)》을 헌정한다.[8] 한편 저베이스는 또다른 멜뤼진 이야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엑상프로방스 인근의 '루세 성의 레몽' 이라는 영주가 아르크 강 근처에서 자신의 알몸만 보지 말아달라는 조건을 내건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결혼한다. 온갖 부귀영화와 건강, 많은 아이들까지 얻은 레몽은 어느 날 멜뤼진이 목욕하던 중 커튼을 걷어버려 그녀가 뱀으로 변해 목욕물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야 만다. 떠난 후에도 멜뤼진은 남몰래 아이들을 돌보러 오긴 했다지만, 레몽은 약속을 어긴 대가로 멜뤼진이 가져다 준 모든 것을 잃게 되었다.
도미니코회 수도사 뱅상 드 보베(Vincent de Beauvais) 또한 《자연의 거울(Speculum naturale)》에 요약본이나마 멜뤼진 이야기를 저술했다. 랑그르 지방의 한 귀족이 숲속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아름다운 여인과 만나 결혼했는데, 목욕하길 즐기던 그녀의 모습을 엿봤을 때 아내는 온데간데 없고 뱀만 물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가 사라지는 광경만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3.1.2. 뤼지냥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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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지냥의 레몽에게 정체가 탄로난 멜뤼진》 작자 미상, 1870년 |
쿨롱비에(Coulombiers) 숲에서 삼촌과 함께 멧돼지 사냥에 나섰던 청년, 푸아티에의 레몽(Raymond)[9]은 사냥의 희열에 빠져 멧돼지를 창으로 찌르려다 그만 삼촌을 죽이고 만다. 이에 충격을 받아 숲속을 헤매던 레몽은 요정의 샘(혹은 갈증의 샘)에서 인간으로 변신한 멜뤼진과 만나 위로를 받고 결혼하게 된다.[10] 멜뤼진은 평범한 아녀자처럼 살고 싶어 조건을 걸었는데, 토요일에는 절대 자신의 벗은 몸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아름다우면서도[11] 마법도 부릴 줄 알던 멜뤼진은 성심성의껏 레몽을 도와 영지를 발전시키고, 부와 권력을 쥐어주기도 하는 한편[12] 자신을 욕하는 정적들을 쳐부수기도 했다.[13] 물론 대놓고 과격한 마법은 남편이 없는 자리에서만 행했기에, 이때까지만 해도 레몽은 멜뤼진을 그저 좋은 아내로만 여기고, 진정한 정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멜뤼진은 레몽과의 사이에서 열 명의 아들을 두게 되었다.[14] 판본마다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나,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펴낸 <세계 민담 전집> 8권 프랑스편에 나온 바에 따르면 아들들의 이름과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하나하나 읽어보면 알겠지만, 멜뤼진의 범상치 않은 핏줄을 암시하듯 기상천외한 외모의 소유자가 많다.
- 장남 위리엥. 얼굴이 매우 길고 넓었다. 눈의 색이 양쪽 다 달랐고[15] 귀가 매우 길었다.
- 차남 외드. 붉은 얼굴에 짝짝이 귀를 지녔다. 한쪽 귀가 다른 쪽 귀보다 길었다.
- 삼남 기욤. 아들들 중 잘생긴 편이었으나 눈의 위치가 짝짝이였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보다 아래에 위치해 있었다.
- 사남 앙투안. 뺨에 혹이 나 있었고, 사람의 발 대신 사자의 발이 달려 있었다.
- 오남 르노. 외눈박이로, 하나밖에 없는 눈이 머리 위에 달려 있어서 매우 멀리 떨어진 곳의 물체도 볼 수 있었다.
- 육남 조프루아. 멧돼지처럼 송곳니가 튀어나와 있었으며,[16] 전투광이라 전쟁에서 세운 업적이 많았다.
- 칠남 프로몽. 콧잔등에 점이 있었는데, 이 점은 짐승에게서나 볼 법한 털로 덮여있었다고 한다. 선량한 수도자였다고 한다.
- 팔남 오리블. 이마에 박힌 세번째 눈으로 유명했다. 덩치가 크고 난폭했으며, 3살 때 자신을 돌보던 유모 둘을 잡아먹었다고 한다.
티에리와 래모네라는 제일 어린 두 아들들만큼은 멀쩡하게 생겼고 귀여운 편이었다고 전해진다.
한편 가면 갈수록 멜뤼진에 대한 비방과 악소문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상식을 초월할 만큼 유능하고 부유한데도 신분을 알려주지 않았고, 토요일마다 행적이 묘연해지기 때문에 괴물이나 마녀 취급을 받은 것이었다. 결국 이 소문은 레몽을 걱정하던 남동생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고, 동생이 전해준 소문에 넘어간 레몽은 토요일을 노려 곧장 멜뤼진이 목욕을 하고 있는 방으로 쳐들어가 뱀의 비늘이 달린 하반신을 보고야 만다. 대부분 이 시점에서 멜뤼진이 남편을 떠나간다고 기술하지만, 소문만 안 낸다면 맹세는 깨진 게 아니라며 결혼 생활을 좀 더 이어나가는 판본도 있다. 물론, 이 판본에서도 멜뤼진 부부는 기어코 파경을 맞게 된다.
조프루아가 수도원을 습격하고 프로몽을 죽이는 사태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17] 아들들 사이에 끔찍한 살인이 벌어지자 이성을 잃은 레몽은, 조프루아같은 패륜아를 낳은 멜뤼진을 두고 이전에 봤던 께름칙한 하반신을 들먹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비난을 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멜뤼진의 맹세는 깨지게 되며, 끝까지 화목하게 현모양처로 살 수 있었던 기회를 걷어차버린 남편을 원망하며 그 자리를 뜬다. 레몽이 후회해봤자 때는 이미 늦었으며, 괴물의 본모습으로 돌아간 멜뤼진은 뤼지냥 성의 창문을 깨고 비명을 지르며 하늘 높이 날아 사라진다. 그러나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저버리기 힘들었기에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은 두 막내 아들, 티에리와 래모네를 걱정해 밤마다 몰래 와서 돌보았다고 한다.[18] 결코 그러고 싶지 않았어도 어머니 프레시네와 똑같은 삶을 살게 된 셈.
한편 멜뤼진이 떠난 후, 레몽은 절망에 빠져 카탈루냐의 몬세라트 산에 틀어박혀 수도자가 되며 조프루아는 교황에게 자신이 저질렀던 죄를 고백하고 파괴했던 수도원을 재건했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나오는 멜뤼진의 짝이 레몽이라는 설이 제일 메이저하지만, 기 드 뤼지냥이 멜뤼진의 남편이었다는 설도 있다.
3.1.3. 앙주 가문
앙주 가문 또한 멜뤼진의 후손이라는 전설이 있으며, 특히나 리처드 1세가 이를 즐기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녔다고 한다. 일종의 행운의 상징으로 여겼으나, 후술하겠지만 가문 사람들의 기질을 설명할 때 뒷받침해주는 근거로 써먹었다고. 이는 조프루아 2세 또한 마찬가지였다.앙주 백작가의 머나먼 조상[19]이 이국에서 온 아름다운 여인인 멜뤼진을 부인으로 맞아 네 아들을 두었는데, 교회를 자주 빠졌고 미사 도중 뛰쳐나가기 일쑤라 문제를 일으켰다. 이에 백작은 아내가 교회를 빼먹지 않도록 네 명의 부하들을 시켜 그녀를 제지하려 했는데, 멜뤼진은 이를 뿌리치고 모두가 보는 가운데 교회에서 제일 높은 창문을 통해 날아서 빠져나갔다고 한다. 인간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이때 멜뤼진은 제일 어린 아들 둘을 데리고 도망쳤으며, 백작에게 남겨진 두 아들 중 한 명은 앙주 가문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비인간적인 혈통 때문에 훗날의 후손들은 친족끼리 자주 다투고, 다혈질에 호전적 인 데다 영토와 권력에 대한 탐욕이 매우 크다는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나쁜 점만 물려받은 건 아니었고, 앙주 가문에는 체격이 좋은 미남이 많았던 데다[20] 지식과 교양을 갖춘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 전승과 천일야화를 기반으로 그려진 국내 만화도 있다. 《악마의 마지막 기도 이야기》
한편 14세기 저자 미상의 기사문학 《사자심왕 리처드》에서는 아키텐의 엘레오노르가 바로 멜뤼진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21] 물론 실존인물을 고스란히 써먹으면 곤란해질 수도 있으니 안티오크 왕의 딸 카소도리엔(Cassodorien)이라는 적당한 가명과 배경설정을 내세웠고, 리처드와 존 말고도 사실은 토피아스(Topyas)라는 이름의 어린 딸도 있었는데 하늘로 날아가면서 데려가는 바람에 역사에 이름이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어디까지나 호사가들끼리 재미로 쓴 판타지 문학이니만큼 진지하게 생각하면 함정이다.
3.2. 독일
멜뤼진 전설에 대해 그닥 자세하게 파고 들어간 지역은 아니나,[22][23] 슈톨렌발트(Stollenwald)의 숲과 엮인 전설이 그나마 멜뤼진의 전설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지역들의 전승에 비하면 목욕을 통해 본래의 몸을 보는 것에 대한 금기, 자식을 두기까지 했으나 도망침, 토요일 등의 요소가 거의 등장하지 않아 꽤 이질적이다.한 청년이 숲에서 뱀의 하체를 지닌 아름다운 여자, 멜뤼진을 만나게 되었다. 멜뤼진은 청년에게 3일 연속으로 하루에 한 번씩 총 세 번 키스해준다면 자신에게 걸린 저주가 풀릴 것이라 장담했고, 둘은 그렇게 다음날 다시 만나 사랑을 나누기로 한다.
첫번째와 두번째 키스까지는 할만 했지만 마지막 키스는 결코 할 수 없었다. 키스를 해줄 때마다 멜뤼진이 점점 추한 몰골로 변해갔기 때문으로, 청년은 끔찍한 괴물 그 자체가 되어버린 멜뤼진에게 도저히 입을 맞출 수 없다 생각해 마지막 한 번의 키스를 해주지 않은 채 부리나케 도망치고 말았다. 결국 청년은 멜뤼진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멀쩡한 인간 여자와 만나 새로운 사랑을 틔워나가게 된다.
어느덧 결혼까지 하게 된 두 사람은 하객들과 함께 잔치에 나온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결혼식을 만끽하고 있었으나, 얼마 먹지 않았는데도 독사에게 물린 것 마냥 중독 증세를 보이다 죽고 말았다. 멜뤼진이 몰래 음식에 뱀독을 타서 앙갚음을 한 것이었다.
3.3. 룩셈부르크
아르덴의 백작 지크프리트가 963년 경 룩셈부르크 영토를 사들이며 수도[24]를 세우면서 멜뤼진 전설과 엮이게 되었다는 전승이다. 다른 전승들과 유사하게 여기서도 멜뤼진은 성[25]을 눈깜짝할 새에 지어줄 만큼 강력한 마법사였으며, 매주 한 번 목욕하는 모습을 보지 말아달라고 맹세케 한다.하지만 금기와 관련된 여느 전설이 그렇듯이, 지크프리트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어느 토요일에 아내가 목욕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사랑하던 아내가 사람이 아닌 인어라는 걸 알게된 지크프리트는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질렀고, 멜뤼진과 그녀가 목욕하던 곳은 단숨에 땅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고 만다. 이렇게 멜뤼진은 바위 속에 갇히게 되었지만, 7년에 한 번씩 입에 황금 열쇠를 문 여자나 뱀의 모습으로 지상에 나온다고 전해진다. 입에 물고 있는 열쇠를 가져갈 만큼 용감한 사람만이 멜뤼진을 봉인에서 풀어주고 그녀와 결혼할 수 있다고도 한다.
또 다른 전승으로는 멜뤼진이 7년에 한 번 한땀씩 리넨으로 슈미즈[26]를 만든다고 하는데, 봉인에서 풀려나기 전에 이 슈미즈가 완성이 되면 룩셈부르크 전체가 바위에 삼켜질 것이라고도 한다.
3.4. 그리스?
14세기에 쓰여져 이슬람 제국과 인도, 중국까지 가봤다는 영국인 기사의 회고록 형식으로 쓰여진 프랑스어 소설 《맨더빌 여행기》[27]에서는 히포크라테스의 딸을 소개하고 있다.[28] 그녀는 외딴 섬에 있는 오래된 성과 장원의 주인이었으나 디아나 여신에게 저주를 받아 몸길이만 족히 100피트는 되는 드래곤으로 변신하게 되었는데, 기사의 키스를 받아야만 다시 여자의 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1년에 세 번만 모습을 드러낸다는 그녀는 용의 모습으로만 나타나며, 너무나도 두렵게 생긴 나머지 대부분의 기사들은 키스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도망갔다고 한다. 키스만 해준다면 그녀의 배우자이자 섬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있었는데도 말이다.이 히포크라테스의 딸 또한 멜뤼진 전설에 영향을 받아 생겨난 이야기가 아니냐는 설이 있다.
4.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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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등 기독교의 영향이 한창이었던 데다[29] 해당 종교에서 배척받는 뱀이나 드래곤의 이미지를 지녔음에도 온갖 귀족, 왕족 가문의 선조로 여겨진 설이 많다는 것이 특기할 만한 점이다. 그래서 학자들 사이에서도 연구가 지속되고 있지만, '비인간과 인간의 결혼은 아무리 행복해보여도 파탄나게 되어있다' 는 결론이 그나마 기독교적 색채가 묻어있는 부분일 거라 추측되고 있다. 한편 남편을 적극적으로
내조하고 가문을 번성시키는 이상적인 아내의 모습을 그렸다고도 한다.[30][31]
전설이 형성될 당시의 유럽 귀족층이 따분한 교리를 내세운 성자와 성녀의 이야기보다 욕망[32]에 솔직한 요정 전설과 토착 전승을 더 선호하여 기독교적 가치관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멜뤼진을 자신들의 선조로 편입시켰다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 스타벅스 로고의 제 꼬리를 양손에 쥔 인어는 세이렌이지만, 그 형태를 보면 사실 멜뤼진에 가깝다. 실제로 스타벅스의 세이렌처럼 왕관을 쓰고 두 개의 꼬리를 양손에 쥔 멜뤼진 그림도 있다.[33]
5. 대중문화 속의 멜뤼진
- 공유몽 - 멜리진(공유몽)
- 파이널 판타지 5 - 메류지느
- 신격의 바하무트 - 멜루신
- Fate 시리즈 - 멜뤼진[34]
- 유희왕 - 레프티레스 멜르지누
- 도쿄 방과후 서모너즈 - 메이드 멜루진
- 원신 - 멜뤼진
[1]
멜루지나(Melusina)라고도 불린다.
[2]
공교롭게도 둘 모두 반인반룡의 모습을 했다는 점과 여성의 모습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3]
후술할 뤼지냥 가문의 멜뤼진 전설을 담고 있는
산문으로, 현대의 멜뤼진 전설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준 자료이다. 푸아티에 지역 노인들의 구전 전승을 받아적은 기록이기 때문.
[4]
알비온이나 알바니라고도 불린 땅으로, 현대의
스코틀랜드 지역이다.
[5]
사이가 좋지 않았을 텐데도 굳이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렇게까지 남편이 미웠던 건 아닌 모양이다. 푸념 좀 했더니만
급발진한 딸들에게 경악한 것이었거나, 아무리 그래도 패륜은 아니지 않냐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6]
실존인물인
노르만 귀족
하몬 덴타투스 남작이 모티브로 추정된다고 한다.
[7]
두 가지 판본이 있는데, 이중 하나에서는 알노스(Alnoth)라는 이름으로 언급된다.
[8]
여기서 언급되는 멜뤼진은 '에스페르비에 성의 귀부인' 으로 불리고 있다. 그녀는 미사에 지각하는 등 종교에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다 남편과 하인들의 손에 의해
성체배령을 강제로 당하게 될 뻔하는데, 이에 교회를 부수고 날아가 버렸다고 한다.
[9]
레몽댕(Raymondin)이라고도 불린다.
[10]
레몽에게 근심과 불행을 잊게 해주려고 샘물을 마시게 했다고 한다. 그와 더불어 이대로라면 불명예스러운 삶을 살게 될 레몽을 위해 온갖 지원을 해주겠다고 약속하기까지 했다. 이 약속은 잘 이행되기는 했지만...
[11]
그 당시 환상적인 미녀에 대한 묘사들과 마찬가지로,
금발에 하얗고 뽀얀 피부의 소유자로 묘사되었다.
[12]
마법을 부려 숲을 도시로 개간하거나 성을 비롯한 온갖 건축물을 짓고, 손님들에게 무한한 양의 술과 음식을 제공했다고 한다. 이때 최초로 지은 성이 뤼지냥 성이었다고.
[13]
기분을 언짢게 한 귀족이 살던 성의 망루를 부순 것도 모자라 하늘을 날고 바다를 조종해 성을 무너뜨리고, 부순 성벽에서 얻은 돌로 섬을 만들기도 했다. 한 술 더 떠 멜뤼진의 뱃속에서 산과 언덕, 고인돌이 생겨났다는 얘기도 있었다.
[14]
전부 다
연년생의 아들들이었다고 한다.
[15]
한쪽은 붉은색, 한쪽은 녹색이었다고 한다. 참피
[16]
이 때문에 별명이 큰 이빨의 조프루아(Geoffroy à la Grand Dent)였다. 실존인물이자 뤼지냥 가문에 속해 있던 동명의 부자(父子)인 조프루아 1,2세에게 영감을 받아 탄생한 가상의 인물이다.
[17]
프로몽은 자비로운 신의 뜻을 설파하면서 난폭한 형을 말리려 했으나, 조프루아는 동생이 경건한 수도자가 된 것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그래서 동생을 죽인 것도 모자라
수도원을 불태우고 다른
수도자들까지 몰살했다고 한다.
[18]
멜뤼진이 오는 걸 알아챌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두 아이의
유모였다고.
[19]
조프루아 2세 또는 풀크 3세가 모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20]
실제로 리처드 1세는 196cm라는, 현대 기준으로 봐도 상당히 큰 키의 소유자였으며, 그의 오촌 당숙인
보두앵 4세는
아버지의 외모를 많이 닮아 나병에 걸리지만 않았으면 상당한 미남이었을 거라는 안타까움 섞인 평이 자자했다.
[21]
마침 그녀의 고향은 멜뤼진이 나타났다고 전해지는
푸아티에기도 했다.
[22]
마르틴 루터가 멜뤼진을 두고 남자를 유혹하는
서큐버스나 악마에 빗댄 일은 있다.
[23]
파라켈수스가 4원소설에 기반해
4대 정령을 정의할 때, 멜뤼진의 요소를 따와
운디네라는 요정을 정립했다고 한다.
[24]
오늘날의 룩셈부르크 시.
[25]
보크라 불리는
곶에 룩셈부르크 성을 세워주었다고 한다.
[26]
chemise. 중세의 속치마 내지는 속옷으로, 후에 와이셔츠/블라우스로 발전하게 된다. 현대 프랑스어로도 와이셔츠를 의미한다.
[27]
형천 마냥 머리가 없지만 몸통에 얼굴이 있는 인간과
바로메츠 등의 다양한 이종족과 괴물들을 소개한 책이다. 하도 흥미진진하게 쓰여져서인지
콜럼버스 또한 이 책의 애독자였다고 한다.
[28]
책 자체가 일부 전설을 제외하면 허구성이 짙으므로 실제 히포크라테스의 딸은 아니고 가상의 인물로 봐야 한다.
[29]
그래서 초기 멜뤼진 전설은 멜뤼진의 자식들이
사라센에 맞서 공을 세웠다고 추켜세우는 등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 많았다.
[30]
두 의견을 절충해서, 얼핏 봤을 때 완벽해 보이는 아내(=멜뤼진)는 뒤가 구린 구석(=불신자, 정체가 괴물)이 있을지도 모르니 성직자나 가족들을 불러서 확인케 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고도 전한다. 어찌보면
이상적인 아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일지도.
[31]
반면 불륜을 위해 남편을 배반한다는 불쾌한 아내의 모습은 의외로 12~13세기의
늑대인간 전설에서 많이 드러나고 있다.
[32]
아리땁고 순종적인 아내, 영토의 확장, 부와 명예, 귀엽고 총명한 아이들 등등 멜뤼진이 남편에게 가져다 준 것들은 해당 전설의 모델이자 동시에 관객인 젊고 야망 넘치는 영주들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심지어 떠나가도 아이들에게 해코지하기는커녕, 오히려 몰래 찾아와 제한적이나마 제대로 육아를 하는데다 자손들의 번영까지 보장해주는 부분을
고려하면...
[33]
반대로 새와 물고기 요소를 전부 넣어서 날개 달린 인어로 그려진 멜뤼진에 가까운 세이렌 그림도 있다.
[34]
이름이 멜뤼진일 뿐, 진짜 정체는
순수 드래곤이다. 그래도 원전의 요소는 두 자루의 칼 이름에 약간 반영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