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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스토리 북
2.1.
[미러]
청색의 수호자2.2.
날개 없는 천사2.3.
프리스트의 길2.4.
대모험가 카라카스2.5.
품위있는 아라드인을 위한 넓고 얕은 지식2.6.
[미러]
연금술사의
친구2.7.
하급기사 교육일지2.8. 천계에 부는 바람2.9. 숨어있는 폭탄,
사이퍼2.10. 체인피스의 아이들2.11. 즐거운 마법교실2.12. 울루의 마지막 후계자2.13. 옛 친구2.14.
카르텔, 그들을 말하다2.15.
제국의 어린 기사 2.16. 돌아오지 않는 숲 2.17.
검은 성전 보고서2.18. 테이베르스의 빛2.19. 애이불비2.20.
창신세기2.21. 붉은 죄2.22.
장난꾸러기 호문쿨루스2.23. 막간의 이야기 - 노블스카이2.24. 무법지대에 부는 바람2.25. 싸우는 소녀2.26. 쇄국2.27. 사도성전2.28. 천행(天行)
1. 개요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에픽 스토리와는 별개로 NPC들의 과거이야기 혹은 에픽 스토리와 연관은 있으나 시간대가 중첩되어 에픽스토리로 나오지 못한 이야기들이 스토리 북 이라는 컨텐츠로 나오며 스토리당 챕터는 최대 5까지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외전이기 때문에 모험가의 존재만이 언급될 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보다보면 전혀 뜻밖의 스토리들이 나오기도 한다. 애이불비 문단을 보면 알겠지만, 전혀 나올 것 같지 않았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다.
2016년 1월 28일 패치로 몇 몇 등장 인물들의 일러스트가 추가 되었다.
2017년 9월 21일 오리진 패치에서 대전이와 관련된 내용이 오리진 세계관에 맞게 일신되었다. 일부 내용은 [미러]로 표기되어 대전이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인물과 관련한 이야기는 편입되지 않았다.
2. 스토리 북
현재 네오플 측에서 공개한 외전 스토리는 총 23개이다.2.1. [미러] 청색의 수호자
THE GUARDIAN OF BLUE비탈라의 과거 이야기로 비탈라가 수호자를 선택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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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날개 없는 천사
An wingless angel카곤이 세리아에게 고백하다 차이는 이야기(...).
대전이 전처럼 전용 에피소드로 나올 정도였던 카곤의 고백작전은 없어졌지만 대전이로 음유시인 아벨로가 추가되어 감초 역할을 수행한다.
대전이 시점에서는 세리아가 모험가와 함께 모험하기 때문에 모험가와 만나기 위해 언더풋을 다니지만 오리진 시점에서는 세리아가 엘븐 가드에 머물며 웨스트 코스트에 있는 마법 길드장 샤란과 함께 대마법진 관리를 하는 중이기 때문에 후반부 대사가 많이 바뀌었다. 더군다나 오리진 시점에서 보면 카곤은 세리아를 엘븐 가드까지 스토킹했다는 묘사가 드러난다.
대전이(오리진) 시점 에피소드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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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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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 시점 (구)에피소드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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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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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프리스트의 길
The road of PRIEST
{{{#!folding [ 펼치기 · 접기 ] 프리스트 교단의 총본산은 헨돈마이어의 레미디아 바실리카다. 전쟁 위협이 끊이지 않는 벨마이어 공국이지만 교단의 중심이 자국의 수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공국 사람들은 힘든 하루 하루를 버틸 수 있다.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신도들의 기대와 구원을 향한 열망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건만, 레미디아 바실리카의 젊은 프리스트 그란디스 그라시아는 언제나 곧고 변함 없는 신앙으로 찾아오는 이들을 맞이한다. 그러나 오늘따라 그녀의 얼굴에는 한 가닥 근심이 서려있었다. 단 하나 남은 혈육인 닐바스 그라시아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인 닐바스는 모범적인 팔라딘으로, 어린 그란디스의 영웅이었다. 부모님이 그리워 우는 동생을 달래주고, 공부도 도와주곤 했다. 프리스트들을 어떻게 잘 이끌 수 있는지, 어떻게 위장자를 구분할 수 있는지 가르쳐 준 것도 그였다. 닐바스는 그야말로 훌륭한 스승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전 이야기다. 위장자를 처치하기 위해 그란디스를 교단에 남기고 떠난 후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사람들은 이미 죽었을 거라며, 포기하라고 했지만 그란디스는 오빠가 살아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건 행방불명된 오빠를 둔 여동생이 막연히 품는 기대와는 달랐다. 같은 신을 모시는 성직자 특유의 어떤 예감과 비슷했다. 직접 계시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기도를 올릴 때마다 포기하지 말라는 음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수행을 이유로 한적한 시골 마을로 소속을 옮기는 다른 프리스트들과는 달리, 각지의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번화한 헨돈마이어에 남은 것은 닐바스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
그롯 : 그란디스 님, 오랜만입니다. |
그런 그란디스 앞에 거구의 프리스트가 다가왔다. 무거운 갑옷으로 몸을 감싼 그는 닐바스와 동기지간인 그롯이라는 남자였다. 닐바스와는 다른 시기에 수행을 떠난 그는 가끔 교단에 돌아와 도움을 준 후 떠나곤 했다.
그란디스 : 그롯 님, 오랜만입니다. 언제 오셨습니까? |
그롯은 그란디스와 잠시 한담을 나누었다. 헨돈마이어 바깥의 이야기는 다른 프리스트들에게서도 듣고 있지만, 대부분은 여행 중에 겪은 아라드의 슬픈 이야기뿐이었다. 하지만 그롯은 주로 밝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했다. 아름다운 그란 플로리스, 서로 힘을 합쳐 전이의 상처를 이겨내는 사는 사람들, 바다 멀리
들려오는 상선의 힘찬 뱃고동 소리, 폐허에서 피어오르는 파릇한 새싹같은 이야기였다.
그롯 : 제 이야기는 이 정도고… 그란디스 님은 요즘 어떠십니까? 낯선 곳에서 힘드시지요? 닐바스 녀석은 도대체 어디서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란디스 : 괜찮습니다. 오빠는 어딘가에서 신의 뜻을 행하고 계시겠지요. 프리스트의 길을 걷고 계시는 오빠의 수고에 비하면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
그란디스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밝은 모습 너머에 긴장과 초조가 있음을 모를 그롯이 아니었다.
그롯 : 신의 뜻이라, 불경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에 그만큼 알아듣기 힘든 건 없을 겁니다. 그란디스 : 네…? 그롯 : 물론 우리로서는 상상하지 못할 지혜를 갖고 계시니 짐작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겠습니다만.
하긴, 그분도 우리가 답답할 겁니다. '떠먹여줘도 못먹는다'고 하던가요. 그런 점에서 대주교님의 가르침도 비슷하지요.
하루 종일 힘든 심부름을 시키시는 바람에 지쳐서 방에 돌아가면, 잠에 빠지기 전에 '아아, 이런 뜻이었구나.'하고 뒤늦게 깨닫는 것 말입니다. 가끔은 직접 말씀해주시지 왜 그러시나 원망도 했습니다만… 많은 경험을 통해 그런 식으로 가르쳐야 효과가 더 좋다고 생각하셨기에 그리하시는 거겠지요. 하지만 그분도 아침에 눈을 뜨면 배운 걸 모두 잊어버리는 저 때문에 '아아, 이것이 내 시험인가'라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이 역시 신의 뜻이겠지요. |
그롯이 근엄한 표정 그대로 말하는 바람에 그란디스는 괜히 더 웃음이 나왔다. 마주 웃을 법도 하건만, 그롯은 눈 한번 깜빡이지도 않았다.
그롯 : 예시가 조금 이상했습니다만, 하여튼 신의 뜻은 우리가 헤아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란디스 님, 모든 것을 '신의 뜻'이라 규정하지는 마십시오. 그건 먹으면 안 되는 사탕 같은 것입니다. 힘들거나 즐겁거나, 혹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신의 뜻'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신만이 가능합니다. 그롯 : 신에게 모든 것을 맡긴 프리스트는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을 항상 의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신이 보여주시는 길을 끝까지 따르는 것은 사람이고, 거꾸로 달리는 것도 사람입니다. 신이 되려고 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외로움과 걱정을 인정하십시오. 닐바스 녀석이 밉다면, 밉다고 말해도 됩니다. 그 녀석이 프리스트의 길을 걷기 위해 정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의 의지로 돌아오지 않는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롯 : 원망하고 슬퍼하는 것 역시 프리스트가 걸어야 하는 길입니다. 그래야 원망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잘 이끌 수 있습니다. 감정을 모두 표현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하지는 마십시오. 신은 우리를 감정이 있는 생물로 만들었습니다. 그 점을 잊지 마십시오. |
처음엔 당황하던 그란디스였지만 그롯의 말뜻을 알아듣고는 살며시 웃었다. 요컨대 이 요령 없는 프리스트는 친구의 동생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꾹꾹 누르기만 했다간 언젠가 터져버릴 테니, 그 전에 조금씩 풀어줘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헨돈마이어로 오고서 계속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낯선 환경에서 힘든 것은 프리스트라고 해서 예외인 것이 아니다. 타인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하는 프리스트이기에, 더욱 외롭고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란디스 : 고맙습니다. 저도 때로는 쉬면서 프리스트의 길이 어떠한 것인지 찬찬히 생각해 보겠습니다. 오빠와는 다른 저만의 길을 찾아서 타인을 구원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그롯 : 훌륭하십니다. 뭐, 닐바스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스스로 안 나타나면 제가 머리끄덩이를 잡고서라도 끌고 오도록 할 테니까요. 그란디스 : 그럼 저는 오빠에게 그동안 걱정 끼친 것에 대한 원망의 뜻으로 한 방 때려줘야겠군요. 그 정도로 풀릴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지요. |
배시시 웃는 그란디스를 보고 그롯은 이 당차고 인내심 많은 소녀가 자신의 뜻을 알아들었음을 알고 마주 웃었다. 하지만 제 몸만한 무거운 십자가를 휙휙 돌리는 이 소녀의 주먹맛을 보게 될 친구의 걱정에 마냥 밝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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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대모험가 카라카스
CARACAS The great adventurer모험가 길드의 창시자인 카라카스의 이야기. 그의 과거를 동화책 같이 만든 이야기인 듯 하다.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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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품위있는 아라드인을 위한 넓고 얕은 지식
AN ADVENTURES' GUIDE TO THE ARAD[1][2]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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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미러] 연금술사의 친구
A FRIEND OF ALCHE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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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 오랜만이로군 클론터. 잘 있었나? 클론터: 모건! 오랜만이로군. 언더풋엔 언제 온 건가? 모건 : 막 도착한 참일세. 여왕님께 보고를 드리러 가기 전에 자네 얼굴이나 볼까 싶어서 말이야. 라미[14]도 건강해 보이는군. 클론터 : 그런데 그 꾸러미는 뭔가? 모건 : 자네가 난쟁이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갖고 온 걸세. 클론터 : 그거 고마운 말이로군. 선물은 뭔가? 피로회복제인가? 모건 : 아니. 강력한 끈끈이 풀일세. 이걸 황금에 발라 이곳저곳에 놔두면 난쟁이들이 손이 철썩 달라붙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네. 그럼 그들을 모아서 자네의 특기인 설득을 시도해볼 수 있을 거야. 클론터 : 음...난쟁이들이 화만 나지 않을까? 설득하러 갔다가 도끼를 던져오면 큰일인데. 모건 : 처음에 놀라서 손을 떼려고 양손을 붙일 테니 도끼를 던질 손도 없을 걸세. 클론터 : 마치 여름날에 벌레를 잡는 것 같군. 모건 : 바로 그걸세. 그리고 이건 아마도 성장촉진제인데... 클론터 : '아마도'? 모건 : 동물 실험을 해봤더니 성장 속도가 빨라지더군. 통상 두 배 정도? 문제는 성향도 좀 난폭해져서 제어가 힘들더라고. 아... 그리고 특이하게 머리에서 뿔이 나던데... 난쟁이들은 좋아하지 않을까? 클론터 : 절대로 자네가 난쟁이들에게 다가가게 내버려 둬선 안되겠군. 클론터 : 손의 상처는 뭔가? 실험하다가 다친 건가? 모건 : 오는 길에 새끼 쥐를 한 마리 잡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물어뜯는 바람에 잠도 제대로 못잤네. 지나가던 모험가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난 아마 해골이 되어 여기 도착했을 거야. 모건 : 아무튼 너무 그렇게 매몰차게 거절하지 말게. 난쟁이들에게 키 크는 약으로 꾀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나? 전에 보니 키와 덩치가 클 수록 난쟁이들 사이에서 떠받들어지는 것 같던데 말이야. 클론터 : 모건... 나는 그들과 대화를 하려는 것이지 먹이로 낚으려는 것이 아닐세. 모건 : 하지만 자네가 대화를 하려고 해도 자네 앞에 나타나질 않지 않나? 그래서 이런 게 있으면 그들도 돌 뒤에서 바깥으로 나오는 게 더 쉬워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모건 : 그럼 이건 어떻나? 여기까지 오다가 발견한 특이한 열매의 씨를 빻아서 술에 섞어봤는데 잠이 확 깨더군. 그리고 이건... 클론터 : 아니 잠깐만. 도대체 이 꾸러미 안에 뭐가 있는 건가? 말을 들어보니 제대로 만든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모건 : 아. 눈치 챘나? 사실은 논문의 주제가 영 생각나질 않아서 말이야. 여왕님께 실버크라운의 생태에 대해 보고를 드린 후에 학술원에 들러야 하는데 요새 실버크라운 쪽에 꽤나 일이 많았거든. 모건 : 나도 좀 바빠져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제출일을 깜빡 넘겼지 뭔가... 답답해서 오는 길에 보이는 재료로 무작정 만들어 봤지. 클론터 : 하아... 그럼 이 많은 짐이 실버크라운에서 여기까지 오면서 심심풀이로 만든 약이란 말인가? 세상에, 언더풋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있겠군! 모건 : ...음? 오호... 클론터 : ...안 되네. 언더풋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만은... 모건 : 심심풀이라. 그거 괜찮은데? '심심풀이 삼아서 생활의 재료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재미있는 약'을 대충 정리해서 내면 어떨까? 학술적이진 않지만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입문서 정도로 썼다고 하면 할아범들도 까다롭게 굴지 않을 텐데 말이야. 모건 : 좋아. 클론터. 펜하고 종이를 좀 빌려주지 않겠나? 그리고 라미도 잠깐 빌려주게. 클론터 : 라미나비엔토는 왜? 모건 : 조용한 곳에 가서 쓰려고.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이 언더풋의 소음에 지워지기 전에 빨리 종이에 담아야겠네! 클론터 : 빌려주는 것은 좋지만 그 이상한 약 중 하나라도 라미나비엔토에게 닿게 하지 말게. 모건 : ...오? 클론터 : 절대로 안 돼. 모건 : 알겠네... 그럼 다녀오겠네! 여왕님께는 일이 생겼다면서 대신 보고해주게나. 자, 여기 보고서. 그럼 부탁하네! 클론터 : 뭐? 아차, 모건! 클론터 : 모건! 샤란 : 안녕하세요. 모건 님이 언더풋에 오신 것 같아서 함께 입궐할까 싶어서 찾아왔습니다만...... 제 예상에서 한 치의 벗어남 없는 일이 벌어진 모양이로군요. 이번엔 또 어떤 기발한 방법으로 당하신 건가요? 클론터 : 하아...하하하... 워낙 자유로운 성향이기도 하고, 왕궁 안의 사람들을 대하기 어려워 해서 저렇습니다. 왜 모험가가 되지 않았나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샤란 : 그렇군요. 하지만 여왕님께 보고는 하셔야 할 텐데요. 클론터 : 보고서는 여기 있습니다. 대리 보고자로서 제가 가는 수밖에요. 모건 때문에 연금술 지식이 늘어나는게... 나쁘지는 않지만 이게 과연 정상인가 싶습니다. 샤란 : ...특이한 분이시지요. 저분은. 클론터 : ...휴우우... |
시간배경은 작중 시점 어느곳에 두어도 상관 없을 것 같아보이지만, 모건이 '최근에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라는 언급을 하는 것으로 보아 모험가가 실버크라운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떠난지 얼마 안된 시점으로 추정된다. 모건의 경우 극 초반 지역인 실버 크라운에 거주하는 NPC라 자신의 성격을 드러낼 만한 스토리나 텍스트가 많이 부족한 편인데, 이 에피소드를 통해서 모건의 성격을 어느정도 엿볼수 있다는 점이 특징.
2.7. 하급기사 교육일지
LENNYS EDUCATIONAL JOURNAL레니의 일기장으로 훈련을 받아 서품을 받고 베히모스에서 로터스에게 조종당한 플레이어에게 살해당하기까지의 일을 담고 있다. 일기장이라 그런지 레니 본인의 심정을 묘사하고 있으며, 하츠의 코멘트가 끝에 달려있는 것을 보아 교환일기 식으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하늘성 에피소드에서 베히모스 에피소드까지의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험가 입장에서는 알 수 없었던 이야기를 풀어놓음으로써 스토리 2차 개편과 함께 하츠의 성품이 재조명되는 역할을 했다. 맨 마지막의 '미안하다. 잘 쉬어라.'라는 짤막한 한 마디는 그야말로 백미. 이 스토리를 읽고 레니나 하츠에게 모에(...)를 느낄 사람이 생길지도 모른다.
상반된 의견으로는 하츠와 레니의 또다른 일면을 볼 수도 있는 외전 스토리지만 시체팔이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수준이라거나, 하츠 너프를 하랬더니 이미 죽은 캐릭터까지 이용하며 처절할 정도로 미화를 하는 스토리작가의 하츠편애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기존 캐릭터를 누를 정도의 시나리오 상 비중을 줄이랬더니, 비중은 그대로 두고 언어만 순화하였다 보는 것. 그나마 겐트에서부터는 하츠 대신 반이 더 자주 보이긴 하지만...
더군다나 제목부터가 에러다. 저것은 교육일지가 아니라 교환일기에 가까운 수준이다. 중간에 하츠 쪽이 더는 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하급기사 교육일지"보다는 "하급기사의 이야기"라는 식으로 제목을 정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그래도 하츠는 하향 이전에도 레니가 없어졌을 때 바로 알아차리거나 그의 시신을 고향으로 보내주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주 하츠를 띄워주려 작정했다기보다는 좀 더 하츠의 부하를 아끼는 성격을 보여 유저들 측의 반감을 깎으려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의도가 성공한 건지는 몰라도 레니에 대한 던파 캐스터의 글이 올라왔었는데, 유저들의 반응은 지금 로터스 죽이러 갑니다, 어벤저 악마화로 로터스 패러 간다
내용에서 이름으로만 언급되던 레니의 동료인 피오나와 덴은 이후 오리진 패치로 퀘스트를 통해 등장한다.
오리진 이후 하츠의 비중이 공기가 되어 버려서 이젠 그의 진짜 성격을 알 수 있는 몇 안되는 증거물이 되었다.
이 사건[15]을 계기로 미러 아라드로 넘어가 로터스 퇴치 작전때 떨고 있는 레니를 출구로 데려가 하츠와 있게 한다. 미라드에서 만큼은 어쩌면 살았을지도...?
오리진 시점 에피소드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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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오늘은 훈련소가 끝나고 드디어 합격 발표를 하는 날이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합격 발표장으로 들어가는데 엄마가 입구까지 따라오며 시시콜콜 잔소리를 했다. 내가 잘해야 집안이 산다는 둥, 기사님들 말씀 잘 들으라는 둥... 엄마는 너무 걱정이 많아서 탈이다. 발표장에 가니 이미 많은 하급기사들이 모여있었다.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발표가 나올 때마다 시끄러워지는 바람에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마리 그 계집애가 합격 소리 듣자마자 난리칠 때는 정말 때려주고 싶었다. 어쨌든 그런 일이 있어 소란스러웠지만 내 결과는? 당연하지, 합격이다! 그것도 공동 2위! 1위를 못하다니 아쉽긴 하지만 반 발슈테트 님이 계시는 아이언울프에 배속되었다! 만세!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런데 나랑 공동 2위를 받은 그 남자애는 어디로 갔을까?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고 싶은데. 형식은 까다롭게 굴지 않겠다곤 했지만 너무 어린애처럼 쓰지 마라. 헤몬 데리케는 시론스 백작 휘하의 수호 기사단에 배정된 걸로 알고 있다. |
9월 5일. 제2 연병장 집합에서 장시간 훈련, 저녁 7시 환영회, 맛은 별로. 단장님은 불참. 제일 많이 먹은 놈이 맛없다고 하는 건가. 단장은 왔었다. 네가 고기완자를 던져댔던 그 남자인데... 기억이 없는 거냐? 술 좀 줄여. 그리고 이것보다는 자세하게 적어라. 너무 간략하다. 이래서는 도움이 안 돼. |
9월 6일. 오전 5시 32분 23초에 제2 연병장에서 검술 훈련을 시작, 약 3시간 42분 동안 계속. 14분을 걸어 식당에 도착하여 12분 동안 기다려서 배식을 받음. 메뉴는 절인 고기와 삶은 콩과 감자, 피클, 치즈와 브로콜리 수프, 절인 고기의 질김 정도는 적당했지만 너무 구웠음. 삶은 콩은 약간 비릿한 맛이 났고 이에 불만을 가진 인원은 23명 정도. 삶은 감자는 식어가고 있었기에 평이 좋지 않았으나 크기는 적당하고 익기는 다 익었기에 먹을 만은 했음. 수프는 고소해서 좋았지만 브로콜리라는 재료 선정에서 다소 호오가 있었던 것 같음. 피클은... 죄송합니다. 지면이 부족합니다. 그렇게 적고 싶으면 오전 5시 30분부터 약 4시간 검술 훈련 후 오전 식사. 이런 식으로 적어라. 근데 왜 훈련보다 식사가 더 자세한 거냐? |
9월 7일. 검술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펜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팔이 떨려서 잉크가 자꾸 튑니다. 검술 훈련은 열심히 하자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살다살다 너 같은 놈은 처음 본다. 이거 보자마자 당장 나한테 튀어와. |
9월 8일. 휴일, 집밥도 먹고, 단검도 사고, 머리끈도 사고, 구두도 사고, 과자도 사고, 행복행복! 추신) 부단장님, 아까 맘대로 적어도 된다고 하셨죠? 이렇게 써도 되죠? 그래 맘대로 적어. 무슨 말을 해도 이해를 못하니 설명할 자신이 없다. 그래도 좀 영양가 있는 내용으로 쓰도록 노력해봐라. |
9월 9일. 오늘은 정말 충격적인 날로 기억될 것 같다. 단장님이... 반 발슈테트 님이 유부남이었다니...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내용은 좀 생각하라고 하지 않았나? 뭐가 힘들고 어려운지를 써야 내가 조언을 하든, 개선을 하든 할 거 아니냐? 혼자 보는 것도 아니고 나한테 보여주기까지 하면서 지나치게 개인적인 내용만 자꾸 써대지 마. |
9월 10일. 그저께 주워온 개가 밤에 자꾸 짖습니다. 피오나가 계속 짜증을 내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놈이었냐. 당장 끌고 와. |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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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 기사단에 들어온 지 딱 1개월이 되는 날이다. 훈련이 끝나고 부단장님이 하급기사들만 따로 모아놓고 고생했다고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나올 뻔했다. 그동안 힘들었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시험 결과를 발표하셨다. 지나, 베시, 돈, 게일은 떨어지고 나와 피오나, 덴이 남게 되었다. 예상은 했는데 결과 발표를 들은 후에야 안심이 되었다. 떨어진 애들은 다시 훈련소에 들어갈 것 같은데 지나는 기사를 그만두겠단다. 재능이 없는 걸 이제야 인정했나보다. 집에 돈이 많다고 잘난 척만 하더니 꼬시다. 그리고 돌로레스 선배는 오늘 정식으로 기사가 되셨다! 귀족이었으면 벌써 기사로 활약하고 계셨을 텐데… 하지만 정말 대단하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가? 되고 말테다! 아참 그리고 오늘부터 일지 검사는 안한다고 하셨다. 솔직히 어린애도 아니고 일기 검사 받는 거 같아서 좀 그랬는데 다행이다. 그래도 부단장님하고 글로나마 대화 할 기회가 있어서 좋았다. 대부분 혼나기만 했지만… 아직은 괜찮겠지? 아, 이제 여기에 아무 거나 써도 되는거지? 내일 훈련 단장님이 봐주러 오시면 좋을 텐데… 바쁘셔서 어쩔 수 없나. 아쉬워라. 뒹굴뒹굴하고 싶다. 검 새로 사고 싶다. 오늘 술집에서 만난 모험가 짜증나. 사과 먹고 싶다. 빨리 정식 기사되고 싶다… 아아 졸려! 아침 훈련 빼먹고 싶다아! 바보인 줄은 알았는데 정말 바보군. 오늘 아침에는 왜 내 책상에 놓고 갔냐? 내가 어제 말 안 했나 했다. 내일부터 1시간 일찍 일어나서 잠 깰 때까지 연병장 돌아. |
10월 5일… 죽을 뻔한 날. 아침에 연병장 돌면서 졸다가 담장에 부딫히고 부단장님께 크게 혼났다… 하급기사 전원이 연병장을 오전 내내 돌고, 오후에는 땡볕 아래서 기사단 전체가 프록실 산 정상까지 뛰었다… 그리고 기초 훈련이 밤까지… 피오나가 날 죽이려고 했다. 내가 실수해도 웃으며 봐주시던 그레이 선배 마저도… 정말… 우리 단 전체가 날 죽이겠다고 했다… 내일 모두에게 한턱을 쏴야겠다. 내 월급… 난 왜 이렇게 잠이 많을까… |
10월 8일. 단장님이 오랜만에 오셔서는 모두에게 저녁을 사주셨다. 그리고 식당에서 공국으로 가게 되었다는 뜬금없는 발표를 하셨다. 특무라고 하시는데 뭘 하게 될지는 자세히 말씀하지 않으셨다. 도대체 무얼 하게 되는 걸까? 덴은 그래도 북부로 가지 않게 된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는데…나는 하루 빨리 전장에 가서 공을 세우고 싶은데, 왜 공국에 가는 걸까? |
10월 11일. 이동 날짜가 구체적으로 정해졌다. 황녀님도 함께 가신다고 한다! 으아아, 황녀님이라니, 황녀님이라니! 우리가 그 분의 호위를 하게 되는 걸까? 황녀님이라니! 분명 곱고 기품 있는 분이겠지... 빨리 뵙고 싶다! 기사가 된 보람이 있어! 근데 어째선지 단장님은 복잡한 표정을 하고 계셨다. 아무래도 책임감 때문이겠지. 황녀님의 호위를 책임지셔야 할 테니. 이런 때야말로 내가 힘내서 단장님께 도움이 되어드려야지! |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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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 하늘성 탐사는 지지부진하다. 부단장님은 이런 때에도 훈련을 쉬는 걸 봐주지 않으시니까 배로 힘들다. 단장님은 전보다 더 바쁘시고... 황녀님은 쳐다보는 것조차 숨막히고... 내가 만약 황녀님 앞에서 실수를 하면 어떡하지? 그걸 단장님이 보시면 어떡하지? 하루종일 입안이 자꾸 마른다. 이런 때는 좀 조용히 있고 싶은데 덴이랑 피오나가 자꾸 약올린다. 자기들은 하늘성 내부에 먼저 들어간다고 아주 기고만장하다. 아. 덴이 저러는 건 다 피오나 탓이다. 피오나랑 같이 지내다가 나쁜 성질이 옮은 거다. 하여간 피오나는 문제덩어리라니까. 단장님도 좀 아셨으면 좋겠는데. |
2월 26일. 이상한 모험가가 끼어들었다. 제국 기사단이 먼저 조사를 하고 있는데 왜 공국은 저런 모험가를 막지 않는 걸까? 우리가 누구 때문에 고생하는데! 하여간 공국인들은 은혜를 모른다니까. 괜히 다가와서 얼른 가버리라고 하는 작자들도 있고. 속 편한 소리하지 마. 나도 집에 가고 싶다구. |
3월 1일. 하늘성 탐사를 하다가 웨펀마스터 아간조님을 만났다. 누군지도 모르고 함부로 말했다가... 엄청 후회 중이다. 으아아. 설마 그렇게 만날 줄 내가 어떻게 알겠어. 단장님은 별 말씀 안 하셨지만 나 괜히 안 좋은 쪽으로 눈도장 찍힌 건 아니겠지? |
3월 6일. 하늘성 탐사가 완료되었다.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멀리서나마 지그하르트라는 괴물도 보고... 사도라는 건 대체 어떤 존재기에 그런 괴물을 부하로 두는 걸까? 아차. 사도에 대해서는 일단 함구하라고 하셨는데... 나 혼자 보는 거니까 괜찮겠지? 아무튼 오늘은 엄청 많은 일이 있었다. 피곤하니까 얼른 자야지. |
3월 8일. 제대로 쉴 시간도 없이 단장님이 마가타를 타고 베히모스라는 나는 고래 위로 올라가버리셨다. 또 이번엔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
3월 11일. 이번엔 우리도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대기하는 중인데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사도가 있다고 하니 무섭지만... 단장님이랑 부단장님도 계시고, 아간조 님도 계시고, 공국의 기사까지 있으니까 별일 없겠지? 사실은 가기 싫은데. 좀 무섭다. 엄마 얼굴도 생각나고... 이번 일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가기 싫지만... 힘내야지. 엄마 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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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잘 쉬어라. |
대전이 시점 (구)에피소드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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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오늘은 훈련소가 끝나고 드디어 합격 발표를 하는 날이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합격 발표장으로 들어가는데 엄마가 입구까지 따라오며 시시콜콜 잔소리를 했다. 내가 잘해야 집안이 산다는 둥, 기사님들 말씀 잘 들으라는 둥... 엄마는 너무 걱정이 많아서 탈이다. 발표장에 가니 이미 많은 하급기사들이 모여있었다.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발표가 나올 때마다 시끄러워지는 바람에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마리 그 계집애가 합격 소리 듣자마자 난리칠 때는 정말 때려주고 싶었다. 어쨌든 그런 일이 있어 소란스러웠지만 내 결과는? 당연하지, 합격이다! 그것도 공동 2위! 1위를 못하다니 아쉽긴 하지만 반 발슈테트 님이 계시는 아이언울프에 배속되었다! 만세!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런데 나랑 공동 2위를 받은 그 남자애는 어디로 갔을까?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고 싶은데. 형식은 까다롭게 굴지 않겠다곤 했지만 너무 어린애처럼 쓰지 마라. 헤몬 데리케는 시론스 백작 휘하의 수호 기사단에 배정된 걸로 알고 있다. |
9월 5일. 제2 연병장 집합에서 장시간 훈련, 저녁 7시 환영회, 맛은 별로. 단장님은 불참. 제일 많이 먹은 놈이 맛없다고 하는 건가. 단장은 왔었다. 네가 고기완자를 던져댔던 그 남자인데... 기억이 없는 거냐? 술 좀 줄여. 그리고 이것보다는 자세하게 적어라. 너무 간략하다. 이래서는 도움이 안 돼. |
9월 6일. 오전 5시 32분 23초에 제2 연병장에서 검술 훈련을 시작, 약 3시간 42분 동안 계속. 14분을 걸어 식당에 도착하여 12분 동안 기다려서 배식을 받음. 메뉴는 절인 고기와 삶은 콩과 감자, 피클, 치즈와 브로콜리 수프, 절인 고기의 질김 정도는 적당했지만 너무 구웠음. 삶은 콩은 약간 비릿한 맛이 났고 이에 불만을 가진 인원은 23명 정도. 삶은 감자는 식어가고 있었기에 평이 좋지 않았으나 크기는 적당하고 익기는 다 익었기에 먹을 만은 했음. 수프는 고소해서 좋았지만 브로콜리라는 재료 선정에서 다소 호오가 있었던 것 같음. 피클은... 죄송합니다. 지면이 부족합니다. 그렇게 적고 싶으면 오전 5시 30분부터 약 4시간 검술 훈련 후 오전 식사. 이런 식으로 적어라. 근데 왜 훈련보다 식사가 더 자세한 거냐? |
9월 7일. 검술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펜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팔이 떨려서 잉크가 자꾸 튑니다. 검술 훈련은 열심히 하자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살다살다 너 같은 놈은 처음 본다. 이거 보자마자 당장 나한테 튀어와. |
9월 8일. 휴일, 집밥도 먹고, 단검도 사고, 머리끈도 사고, 구두도 사고, 과자도 사고, 행복행복! 추신) 부단장님, 아까 맘대로 적어도 된다고 하셨죠? 이렇게 써도 되죠? 그래 맘대로 적어. 무슨 말을 해도 이해를 못하니 설명할 자신이 없다. 그래도 좀 영양가 있는 내용으로 쓰도록 노력해봐라. |
9월 9일. 오늘은 정말 충격적인 날로 기억될 것 같다. 단장님이... 반 발슈테트 님이 유부남이었다니...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내용은 좀 생각하라고 하지 않았나? 뭐가 힘들고 어려운지를 써야 내가 조언을 하든, 개선을 하든 할 거 아니냐? 혼자 보는 것도 아니고 나한테 보여주기까지 하면서 지나치게 개인적인 내용만 자꾸 써대지 마. |
9월 10일. 그저께 주워온 개가 밤에 자꾸 짖습니다. 피오나가 계속 짜증을 내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놈이었냐. 당장 끌고 와. |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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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 기사단에 들어온 지 딱 1개월이 되는 날이다. 훈련이 끝나고 부단장님이 하급기사들만 따로 모아놓고 고생했다고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나올 뻔했다. 그동안 힘들었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시험 결과를 발표하셨다. 지나, 베시, 돈, 게일은 떨어지고 나와 피오나, 덴이 남게 되었다. 예상은 했는데 결과 발표를 들은 후에야 안심이 되었다. 떨어진 애들은 다시 훈련소에 들어갈 것 같은데 지나는 기사를 그만두겠단다. 재능이 없는 걸 이제야 인정했나보다. 집에 돈이 많다고 잘난 척만 하더니 꼬시다. 그리고 돌로레스 선배는 오늘 정식으로 기사가 되셨다! 귀족이었으면 벌써 기사로 활약하고 계셨을 텐데… 하지만 정말 대단하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가? 되고 말테다! 아참 그리고 오늘부터 일지 검사는 안한다고 하셨다. 솔직히 어린애도 아니고 일기 검사 받는 거 같아서 좀 그랬는데 다행이다. 그래도 부단장님하고 글로나마 대화 할 기회가 있어서 좋았다. 대부분 혼나기만 했지만… 아직은 괜찮겠지? 아, 이제 여기에 아무 거나 써도 되는거지? 내일 훈련 단장님이 봐주러 오시면 좋을 텐데… 바쁘셔서 어쩔 수 없나. 아쉬워라. 뒹굴뒹굴하고 싶다. 검 새로 사고 싶다. 오늘 술집에서 만난 모험가 짜증나. 사과 먹고 싶다. 빨리 정식 기사되고 싶다… 아아 졸려! 아침 훈련 빼먹고 싶다아! 바보인 줄은 알았는데 정말 바보군. 오늘 아침에는 왜 내 책상에 놓고 갔냐? 내가 어제 말 안 했나 했다. 내일부터 1시간 일찍 일어나서 잠 깰 때까지 연병장 돌아. |
10월 5일… 죽을 뻔한 날. 아침에 연병장 돌면서 졸다가 담장에 부딫히고 부단장님께 크게 혼났다… 하급기사 전원이 연병장을 오전 내내 돌고, 오후에는 땡볕 아래서 기사단 전체가 프록실 산 정상까지 뛰었다… 그리고 기초 훈련이 밤까지… 피오나가 날 죽이려고 했다. 내가 실수해도 웃으며 봐주시던 그레이 선배 마저도… 정말… 우리 단 전체가 날 죽이겠다고 했다… 내일 모두에게 한턱을 쏴야겠다. 내 월급… 난 왜 이렇게 잠이 많을까… |
10월 8일. 단장님이 오랜만에 오셔서는 모두에게 저녁을 사주셨다. 그리고 식당에서 옛 공국으로 가게 되었다는 뜬금없는 발표를 하셨다. 특무라고 하시는데 뭘 하게 될지는 자세히 말씀하지 않으셨다. 다들 먹다 말고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도대체 무얼 하게 되는 걸까? 덴은 그래도 북부로 가지 않게 된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는데… 솔직히 옛 공국이면 폐허뿐일 텐데 그런 곳으로 보내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
10월 11일. 이동 날짜가 구체적으로 정해졌다. 정말 갑작스럽게 먼 곳으로 가게 되어서 다들 당황하는 눈치다. 혹시 전쟁이 벌어지는 건가? 가증스러운 흑요정들과 전쟁을 벌인다면 기쁜 마음으로 싸우러 가겠지만 도통 목적을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 단장님과 부단장님은 하루 종일 회의하러 궁에 가시고서는 훈련장에 나와보지도 않으신다. 큰일이 벌어지는 걸까? |
10월 15일. 다들 수군수군한다. 기왕이면 진짜 엄청난 일이 벌어지면 좋을 텐데. 단장님은 내 또래일 때 검술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셨는데… 나도 기회만 오면 제국의 기사로서 이름을 드높이고 싶다. 단장님이랑 대등한 위치에 서서 나도 기사단을 이끌고 싶다. 그치만 힘들겠지 이름난 가문도 아니고… 어쩔 수 없지. 우리 가문을 다시 일으키려면 이번 장기 임무에서 공을 많이 세울 수 밖에. 힘내자! |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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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와아 벌써 다섯 권째네. 흑요정의 마가타를 타고 베히모스 위로 올라왔다.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지만 피오나가 비웃을까 꾹 참았다. 기집애. 단장님 앞에서 날 까지 못해 안달이라니까. 전에 부단장님한테 혼날 때도 어찌나 깔깔거리며 웃던지… 요즘은 모험가보다 얘가 더 짜증 난다. 내일부터는 굉장히 바빠질 거 같으니까 이만 자야지. |
7월 15일.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적자면 끝도 없겠지만 제일 인상 깊었던 건 웨펀 마스터들을 만난 일이다. 달인답게 한 걸음 걷는 동작에서도 군더더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경지에 달하는게 저런 거로구나. 부단장님이 평소에 말씀하시던 게 무슨 뜻인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단장님도 달인의 면모가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리 앞에서는 굉장히 유쾌하게 행동하시니까 잘 알지 못했는데… 아무튼 그 두분을 보고 새삼 보이는 것도 있다. 이래서 많은 사람을 만나보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미들오션! 숨을 쉴 수 있는 바다에 내가 정말 들어가게 될 줄이야. 정말 엄청나다. 듣기만 한 거랑 실제로 가보는 거랑 정말 차이가 크구나. 이런 경험 때문에 모험가들이 모험을 계속 하는 걸까? 아무 데나 몰려가서 분탕 치는 녀석들이 좋다는 건 아니지만, 이해가 되기도 한다. |
7월 28일.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단장님은 상당히 짜증이 나신 것 같고, 부단장님도 우리 앞에서는 아무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조사는 계속하고 있는데 무엇을 찾는 것인지 자세하게 전달받지 못했다. 명령이니까 따르고는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GBL교의 사람들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
7월 30일. 얼마 전부터 몸이 좀 무거운 게 상태가 영 좋지 않다. 긴장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사도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사도라면 단장님이 비명굴에서 쓰러뜨렸던 그 괴물일 텐데… 설마 그런 녀석하고 싸워야 하는 건 아니겠지? |
8월 3일. 피오나가 겁 먹은 거냐고 비웃길래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솔직히 여기에 있는 사람중에서 겁이 안 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저렇게 말하는 피오나도 지가 겁나니까 괜히 저러는 거다. 단장님이 사도와 싸우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다. 모두 긴장했지만, 영웅이 될 기회라며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부단장님은 별거 아니라고 말씀하시면서도 평소보다 까다롭게 장비를 점검하셨다. 어차피 단장님과 다른 웨펀마스터가 있으니까 우리는 괜찮을 거라고 하셨는데 그래도 긴장된다. |
8월 9일. 떨린다. 내 첫 무대는 전쟁터일 거라 생각했는데 사도라니… 잠이 안 온다. 지금이라도 본국에 지원 요청하면 안될까? |
8월 11일. 덴이랑 부단장님을 찾아갔다. 피곤하신 것 같았다. 하급기사는 이번 작전에서 빼고 싶은데 인원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하셨다. 그래도 우리는 단장님이 데리고 가실 거라고 하셨다. 기사가 이러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무섭다. 하지만 제국의 기사니까 모험가나 GBL교 앞에서 약해 보이면 안되겠지. 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제국 전체의 위신이 걸린 문제니까… |
8월 12일. 내일 출발할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보고싶다. |
8월 13일. 집합 명령이 떨어졌다. 조금 후에 출발할 것 같다. 사도고 뭐고 싫다. 가기 싫은데… 나중에 돌아와서 이거 보고 괜히 야단 떨었다며 부끄러울지도 모르니까 여기까지만 적어야지… 진짜 가기 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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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잘 쉬어라. |
2.8. 천계에 부는 바람
NEW GENERATION OF THE HIGHLAND황녀 에르제가 즉위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 어째서 그녀가 황녀가 되었는지와 유르겐과 잭터의 심리를 심층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나이에 맞지 않는 황녀의 근엄한 말투와 달리 실제론 아이같은 면이 있음도 알 수 있다.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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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숨어있는 폭탄, 사이퍼
CYPHER The hidden bomb사이퍼즈를 경계하라는 선전문으로 인종차별적인 면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이야기. 미셸 모나헌의 입에서 단편적으로 드러난 사이퍼즈에 대한 편견이 실제로 어떠한지 보여주고 있다. 쓰여진 시기는 대략 아라드력 997년 경으로, 모험가들이 천계로 막 진입할 시점으로 추정된다.
오리진 패치로 대전이와 관련된 초반부가 약간 변경되었다.
재전이(오리진) 시점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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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체인피스의 아이들
Chlidren of Chainpeace체인피스 소속의 인물들의 이야기. 운의 정신상태가 거의 한계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1장
{{{#!folding [ 펼치기 · 접기 ] 침대에 앉아 책을 읽던 메이윈은 병실 바깥에서 노크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반사적으로 침대에서 내려가 문을 열려고 했지만,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을 새삼 깨달았을 뿐이다. 그래서 목소리를 높여 들어오라고 대답했다. 가족이 없는 메이윈에게 있어 찾아올 사람은 부대원밖에 없었지만 이미 다녀간 후였다. 바깥의 사람은 좀 머뭇거린 후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메이윈은 재빨리 경례했다. 딱딱한 표정으로 경례를 받은 사람은 운 라이오닐 대령이었다. 위문품을 침대 옆에 내려놓은 운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메이윈의 안부를 물었다. |
운 라이오닐 : …좀 어떠십니까? 메이윈 :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치료를 계속 받으면 걸을 수는 있을 거라고 합니다. 운 : 그렇습니까. 메이윈 : 바쁘실 텐데 일부러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운 : 아니… 그런 건… |
유능한 젊은 대령이라는 평과는 달리 운의 말은 계속 헛돌았다. 메이윈은 그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메이윈 : 정말이지. 대령씩이나 돼서 그렇게 버벅대면 어떡해? 계급장 빼고 얘기하자는 말을 어째서 이쪽이 먼저 꺼내야 하냐고? 운 : 죄송합니다. 메이윈 : 거기 의자 꺼내서 앉아. 설마 다른 사람들 병문안 갔을 때도 그렇게 얼어있었던 건 아니지? 숨쉬기도 불편해했을 텐데. 운 : 딱히 병문안 때만 겪는 일은 아닙니다. 메이윈 : 이글아이 사령관님하고는 다른 의미로 숨을 못 쉬게 하는구나. 그분은 잘 계셔? |
둘은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주로 메이윈이 묻고 운이 대답했다. 이 조용한 청년에게는 더이상 어린 소년의 까불거리던 모습이 남아있지 않았다. 메이윈이 씁쓸하게 웃었다.
메이윈 : 이제 완전 군인이네. 웃지도 않니? 누가 보면 얼굴 근육 없는 줄 알겠어. 운 : 죄송합니다. 메이윈 : 하아… 군에는 언제까지 있을 거야? 아직도 레베카를 찾고 있어? 운 : ……. 메이윈 : 포기해. 10년도 지났어. 그 사고에서 빠져나갔더라도 혼자 사막에서 어떻게 살아남았겠어? 카르텔에 잡혔거나 벌써… 운 : 살아있을 겁니다. 그때 무너지는 동굴에서 저를 끌고 나온 게 레베카였습니다. 메이윈 : 근데 지금은? 널 구하고 어디로 갔는데? 살아있다면 왜 우리 앞에 나오지 않는 건데? 메이윈 : 그래, 살아있다 쳐. 나도 걔가 살아있으면 좋겠어. 레베카는 체인피스의 리더였고 내 친구였는걸. 메이윈 : 하지만 운, 넌 군복만 봐도 무서워했잖아. 군인이 싫다고 뻗댄 것도 실은 무서워서였지? 지금도 좋아서 군에 남아있는 건 아니지? 그렇게 널 희생하며 찾을 필요는 없어. 운 : 무의미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레베카를 아버지와 만나게 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
메이윈은 말문이 막혔다. 상처 자국이 아파졌다. 얼마 전에 다친 상처가 아니라 10년도 전에 다친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 것 같았다.
메이윈 : 그래. 부녀상봉을 이루게 해주는 게 네 꿈이라면 마음대로 해. 메이윈 : 하지만 이제 우리도 그만 보자. 레베카가 돌아오기 전에는… 아니, 돌아와도 우리가 만나는 게 썩 좋을 거 같지 않아. 넌 어떨지 몰라도, 내가. 운 : ……. |
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메이윈은 그의 가면 같은 얼굴에 짜증이 났다. 다리만 멀쩡했다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의 뺨을 때렸을 것이다. 마구 소리라도 지르면 편해질까? 그래봤자 악몽 같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10여년 전. 카르텔이 싫다는 철없는 마음에 무모하게 도전했고, 실패했다. 실패는 모두 아픈 법이라지만 유난히도 뼈아픈 상처였다.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고 싶었으나 나라는 이미 전쟁 중이었다.
황녀가 납치된 나라는 상처 입은 아이들을 다시 전쟁터로 내몰았다. 군인이 부족한 상황에서 소년병으로 싸운 아이들은 중요한 전력으로 취급받았다. 하루 아침에 지도에서 마을이 사라지는 현실 속에서 징징거릴 수는 없었다.
긴 싸움 끝에 마침내 전쟁은 끝났다. 하지만 여전히 가족이나 친구는 죽은 채다.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바꾸고 싶어도, 바뀌고 싶어도,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눈을 돌리고 있던 과거의 상처는 이제와서 맹렬히 고통을 호소해 온다.
운에게 화가 난 것은, 그러니까 엉뚱한 화풀이나 죄책감이 마구 뒤섞인 범벅 같은 것이다. 그날의 일 따위 모두 극복했다며 웃고 싶은데, 완전히 변해버린 막내의 모습이 '넌 실패했다.'고 외치고 있다.
메이윈 : …돌아가. 메이윈 : 가. 경례를 붙여줘야 갈 거야? 운 : 가겠습니다. 치료 잘 받으시고… 운 : ...죄송합니다. |
운이 병실에서 나갔다. 메이윈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이불을 팡팡 치고는 책을 다시 들었다. 곧 있으면 주인공의 비극이 절정에 달하는 부분이었다. 내일부터는 퇴역 준비를 해야해서 바쁠 테니 운이 왔던 일은 싹 잊고 쉬어둘 생각이었다.
메이윈 : ……. |
메이윈은 책을 내려놓았다. 다친 후에야 짬이 나서 읽기 시작한 비극 소설은 시시하기 짝이 없었다.
현실보다 슬픈 것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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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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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즐거운 마법교실
A happy magic lesson
{{{#!folding [ 펼치기 · 접기 ] 키리가 샤란에게 마법을 배우다가 일어나는 키리 : 야호~ 좋은 아침! 오랜만이네요, 샤란 씨! 샤란 : 아, 네… 좋은 아침이로군요… 키리 : 많이 바빴나봐요. 요새 통 안보이던데. 샤란 : 학교가 좀 바빠서 말이죠. 음… 인사는 이 정도면 됐죠? 저는 그럼 보고서 준비 때문에… 키리 : 보고서? 요즘도 많이 바쁜가보죠? 뭐 간단한 일 없어요? 도와드릴게요! 일이 빨리 끝나면 오늘은 마법 기초에 대해서 가르쳐 주시면 좋겠어요. 전에 알려주신다고 했죠? 샤란 : 그건 하도 밀어붙이셔서 어쩔 수 없이… 흠… 알겠습니다. [(구)즐거운마법교실1] 그렇게나 열성을 보이시니 마법학교 원장으로서 무시하고 있을 수는 없군요. 키리 : 정말요? 와아! 이제 저도 불기둥을 슈욱하고 불러낼 수 있나요? 샤란 : 목표가 높으시군요. 의욕이 있는 건 좋지요. 그럼 거기에 앉으세요. 네. 이 약을 마시세요. 그리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키리 : …… 샤란 : …… 키리 : 음… 좀더 알기 쉬우면 좋을 텐데… 샤란 : 집중하세요. 누구나 마나를 다룰 수 있어요. 재능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 내부의 힘을 다루어 본 사람이라면 쉬울 거예요. 키리 : 저는 총을 써서 내부의 힘 같은 건 하나도 모르는데요… 넨을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도 그런 말을 들었지만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샤란 : 천계에서 유명한 전사였다면서요? 검에 의존하는 검사도 몸 속에 흐르는 기를 운용하는 것은 기본일 텐데요. 키리 : 아하하하… 천계는 몸 속의 힘보다는 몸 밖의 힘에 치중하거든요. [(구)즐거운마법교실2] 하지만 저는 몸 속에 내재된 힘 같은 건 잘 모르니까 어떻게 하면 그걸 잡아낼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샤란 : 흑요정은 태어날 때부터 마법과 친숙해서 타종족에게 말로 설명하기는 좀 어렵군요. 그럼 눈을 감고 뭔가 강렬한 기억을 떠올려보겠어요? 그 기억에서 당신은 무엇을 느끼죠? 키리 : 강렬한 기억이라… 역시 분노이려나… 카르텔 녀석들… 난장판을 부리고 닥치는 대로 파괴하는 무법자들… 그 녀석들보다 더 용서 못하는 건 배신자들이야! 샤란 : 진정해요! 부의 감정에 너무 빠지면 마나가 폭주해서 제어하기 어려워져요! 키리 : 하지만 그 녀석들 생각만 해도 화가 나는 걸요. 천계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해줄 텐데! 샤란 : 흐음.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건 처음이로군요. 천계에서 왔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뭔가 복잡한 일이 있었을 줄이야… 지금 당장 천계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 건 어렵겠지만 좋은 소식이 있어요. 키리 씨, 당신에게는 마법의 재능이 있어요. 키리 : 와… 정말요? 샤란 : 네. 몸 속의 힘이란 개념에 낯선 당신이 순간적으로 보여준 마나의 흐름은 나쁘지 않았어요. 너무 격앙되어서 마법으로 맺히기 전에 꺼지고 말았지만. 키리 : 와아, 그럼 저도 이제 마법사가 돼서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을까요? 샤란 :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재능이 필요해요. 그리고 노력도. 이론은 알려드릴 테니 천천히 해보도록 해요. 다행이네요. 솔직히 당신에게 가르칠까 말까 고민이 많았는데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발견해서 기뻐요. 술이라도 마시며 축하를 할까요? 키리 : 그거 좋네요! 천계에서도 기쁜 일이 생기면 술을 마시면서 축포를 쏘거든요. 어딜 가나 똑같네요. 샤란 : 하긴 예전엔 소통이 있었으니까 닮은 풀습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겠군요. 그런데 축포라는 건 뭐죠? 키리 : 궁금해요? 한 손에는 술, 한 손에는 총을 들고… 이렇게 하늘을 향해 쏘는 거죠! (신이 난 키리가 천계의 술집에서 하던 버릇대로 총을 쏘아댔다. 시약이 들어있던 병은 깨지고, 자고 있던 고양이가 화들짝 놀라 도망가다가 끓고 있는 솥단지를 엎어버렸다.) (샤란의 연구실은 금세 난장판이 되었고, 위험한 약품이 흘러 불까지 나기 시작했다.) 키리 : ……꺄아아… 샤란 : ……아주 머엇진 축포, 고맙군요. 그럼 키리 씨, 이제 제 제자가 되셨으니 자기가 벌인 일의 뒷정리는 시키지 않아도 잘 하시겠죠? 그 정도로 체력이 넘친다면 이곳을 원래대로 치우는 것도 10분이면 가능하시겠군요. 키리 : 10분이요오? 샤란 : 그래요. 아주 충분할 것 같군요. 그럼 저는 여왕님께 다녀올 테니 청소 후에 이 책을 읽고 있도록 하세요. 아참, 당신이 깨뜨려서 뒤섞인 시약 중에선 닿기만 해도 모습이 바뀌어 버리는 약도 있으니 알아서 조심하도록 하세요. 키리 : 우와, 변신약도 있어요? 샤란 : 네에. 피부에 닿기만 해도 까맣고 반들반들하고 아주 날쌘 벌레가 되어버리는 약도 있죠. 잘못하면 제가 원래 모습으로 돌려주기도 전에 고양이에게 잡아먹힐지도 모르니 조심하셔야 해요? 키리 : 꺄아아아… |
2.12. 울루의 마지막 후계자
The last Successor of Wullu불을 먹는 안톤의 과거 이야기.
{{{#!folding [ 펼치기 · 접기 ] 그들이 살던 세계는
마계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며 그 넓이를 이루 짐작할 수 없다.
그곳은 울루라고 불리던 어떤 종족이 지배하고 있었으며, 개체의 외양은 제각각이었으나 한결같이 강인하였다. 인간의 여린 살이라면 닿자마자 문드러질 독기와 쇠도 녹일 열 속에서 그들은 단단하고 둔하게 변모하며 살아남았다. 먹을 것이 풍족하지 못했으니 보이는 것은 닥치는 대로 삼켰고, 그 속에서 취할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취했다. 생존이 최고의 승리인 세계였다. 한편 그들과 함께 그 시대를 살아가던 종족이 있었다. 그들은 작았지만 연약하지는 않았으며, 지혜가 뛰어나 여러 생존법을 익혔다. 그들은 울루에 맞서 싸우는 기술을 익혔지만 결국 패배하였고, 자신들의 운명을 받아들여 울루들을 신으로 모시며 살았다. 그들은 스스로를 타르탄이라고 일컬었다. 울루와 타르탄. 두 종족의 기묘한 공존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울루는 타르탄을 묵인하였으며 타르탄은 울루의 식사를 도왔다. 울루의 신체는 작은 먹이를 찾아 움직이기에는 비효율적이었다. 하지만 큰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 소모되는 에너지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울루는 점점 타르탄에 의지하게 되었다. 울루의 특징이 커다란 몸과 무엇에서든 에너지를 섭취하는 능력이라면 타르탄의 능력은 환경에 적응하기 쉬운 신체와 정신감응능력이었다. 타르탄의 연약한 육체는 울루를 닮아 강인하게 연마되었고, 독특한 정신적 연결망을 이용하여 사냥을 효율적으로 해내었다. 마침내는 울루와의 종족을 뛰어넘은 정신적인 접촉까지 해내었다. 그러나 예견된 일의 하나로서, 세계는 작동을 정지하였다. 아니, 더 이상 기능이 돌아가지 못할 정도로 황폐화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울루의 지나친 에너지 섭취로 인해 세계 자체가 먹힌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타르탄은 오래 전부터 이 사태를 막고자 하였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타르탄은 울루의 일부였으며 울루의 식욕 역시 타르탄의 본능이었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세계가 먹혀가는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멸망해 가는 세계에서 안톤은 가장 어린 울루였다. 그의 몸은 아직 작고 가벼워서 네 다리를 움직여 이동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몸이 더욱 단단하고 무거워져, 마침내 산이 되는 고령의 울루에 비하면 굉장히 날렵하고 유연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타르탄 역시 알고 있었다. 멸망의 문턱에서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던 타르탄은 어떤 계시와 마주하였고, 움직여야 할 때임을 알았다. 그들은 모두 안톤의 몸에 올라탔다. 오랫동안 섬긴 다른 신들을 버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생존이 최고의 승리인 곳이었다. 그리고 안톤은 타르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울루조차 살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용암지대를 피하며 안톤은 계속 움직이고, 살아남았다. 마침내 이동할 대지 한 조각이 버석한 흙이 되어 무너져 갈 때 어떤 빛이 내리쬐며 부드러운 음성이 그들에게 닿았다. |
"여러분을 위해 왔습니다." |
세계가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에 안톤은 타르탄과 함께 그곳으로 올라섰다.
그들의 다리가 새로운 땅에 닿는 순간, 울루와 타르탄이 공존하던 세계는 흔적도 없이 무너졌다.
마치 안톤이 옮겨가기를 기다리며 버텨왔다는 듯이.
타르탄이 받은 계시대로 안톤은 선택된 자였다.
}}} ||그들의 다리가 새로운 땅에 닿는 순간, 울루와 타르탄이 공존하던 세계는 흔적도 없이 무너졌다.
마치 안톤이 옮겨가기를 기다리며 버텨왔다는 듯이.
타르탄이 받은 계시대로 안톤은 선택된 자였다.
2.13. 옛 친구
OLD FRIENDS과거 이 문단의 스토리북은 로터스 퇴치를 위해 4인의 웨펀 마스터가 베히모스로 모였을 때로 라이너스와 아간조의 해후를 다루었다. 오리진 이후 변경된 스토리는 대전이가 발생하지 않은 엘븐가드로 아간조가 찾아와 대화를 하는 이야기이다.
재전이(오리진) 시점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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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 시점(구) 에피소드
{{{#!folding [ 펼치기 · 접기 ] 라이너스 : 아니 이게 누군가. 자네를 여기서 보게 되다니. 아간조 : 라이너스... 설마 베히모스에 있었을 줄은. 라이너스: 나도 자네가 여기 올 줄은 몰랐네. 얼마 전에는 모험가가 오는가 싶더니 기사단까지오고, 자네까지 이런 곳에 오다니.. 굉장히 심각한 일인가보지? 아간조 :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네. 어쩌면 반의 호들갑 일수도 있지... 자네는 무얼 하는 건가? 여전히 그 때의 상처를 못 잊어 대장장이 노릇인가? 하긴. 자네나 나나 별반 차이가 없겠지.. 하지만 왜 이런 곳에 있나? 라이너스 : 물론 가슴에 묻은 이야기야 술 한두 병으로 끝나겠느냐만 여기에 오게 된 것은 신다 어르신의 권유 덕분일세. 나는 지금 그분께 일을 배우고 있다네. 라이너스 : 대전이가 일어난 후 생각이 많아지셨던 모양이야. 당신께서 가신 뒤에 후계자가 끊기는 게 걱정이 되었는지 내게 고마운 제안을 해주시더군. 기왕 대장장이로 살기로 결심했는데, 스승이 생겼으니 얼마나 잘된 일인지 몰라. 스승이라고 부르지 말라고는 하시지만... 하여간 어르신이 이곳에 오겠다고 하셔서 나도 함께 여기에 오게 됐네. 이곳에서만 나온다는 특이한 광물도 궁금했고 말이야. 아간조 : 그런가. 라이너스 : 나는 그렇고 자네는 어떻게 지내나? 가끔 마가타를 통해 왕래가 이어지기는 하지만 아라드의 소식을 제대로 듣기가 어렵다네. 아간조 : 그다지 좋지는 않네. 라이너스 : 그런가.. 아간조 : 라이너스. 그 특이한 광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는 몰라도 슬슬 아라드로 내려오는게 낫지 않겠나? 라이너스 : 이곳도 살기에 썩 나쁘지는 않네. 신기한 광물도 많고, 풍경도 매일 바뀌고... 어깨 너머로 듣는 GBL교리 내용도 제법 재미있다네. 때로는 나도 모르는 지식을 알게 되기도 하고 말이야. 아간조 : 라이너스. 자네 많이 변했군. 라이너스 : 그렇겠지. 대전이는 너무나 엄청난 일이었으니까. 아간조 : ...... 라이너스 : 하지만 나에게는 자네가 너무 옛일에 매달리는 것처럼 보여서 걱정스럽다네. 아간조 : 자네의 염려는 자네만 하는 것이 아니네. 이미 여러 번 들은 말이지. 라이너스 : 하지만 바뀌지는 않는다... 는 말이로군. 아간조 : 긴말 할 필요는 없겠지. 라이너스 : 그렇군. 아간조 : 그럼 난 가보겠네.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라이너스 : 그러게나. 여기엔 얼마나 머물 건가? 바쁜일이 끝나거든 나를 찾아오게나. 맛있는 술을 얻어놨으니 자네와 자네 친 구들에게 나누어주겠네. 아간조 : 한가해지면 들르도록 하지. 시란 : 이바구 다 끝났나? 뉘고? 니 친구가? 걱정하덜 마라. 내 귀가 안 좋아갖꼬 니 말 하나도 안 들렸다. 여그까지 와서 뭐한다 하드나? 아간조 : 대장장이가 검을 만들지 그럼 무얼 하겠소? 시란 : 하이고~ 입에 독사가 들었나, 내뱉는 뽄새 봐라. 여까지 와서 친구도 오랜만에 만났는데 와 기분이 더 나빠진기고? 내 이해를 몬하겠다. 아간조 : ...때로는 아는 이의 바뀐모습에 화가나고,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없음에 더욱 화가 나기도 하는 법이오. 시란 : 아따, 니가 그런 생각을 할 정도면 어지간히 친한 사람이었나보다. 아간조 : 예전에 일이 많았소.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반이 기다릴테니 가도록 합시다. 시란 : 그래. 그러자. 니 이바구는 이따 술이나 하믄서 마저 듣도록 하자. 저짝도 꽤나 술을 잘 알 것 같은데? 여까지 왔는데 좋은 술 없다더나? 아간조 : 정말 아무 것도 안 들은 것 맞소? |
2.14. 카르텔, 그들을 말하다
BEWARE OF THE CARTEL카르텔의 창립 배경과 역사 등 이모저모 이야기. 에르제 즉위 전, 즉 최고 사제 벨드런과 귀족원이 통치하던 시기면서 아직 카르텔이 본격적으로 황도 침공을 시작한 992년 이전(아라드력 980년대 말~990년 초)에 쓴 것으로 보이며, 인게임 내 카르텔이 비추던 각종 설정구멍들을 스토리북을 통해 보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장
{{{#!folding [ 펼치기 · 접기 ] 현재 ' 카르텔'이라 일컫는 무법자 집단은 초기와 현재의 모습이 매우 이질적이다. 초기의 그들은 지금처럼 조직적인 체계를 갖추지 못했으며, 그저 힘깨나 쓰는 한량들의 모임에 가까웠다. 혈기를 주체할 수 없어 행패를 부리고 술에 취해 총을 마구 쏘아대는 그런 구제불능의 폭력배가 바로 그들이었다. 카르텔이라는 일반명사가 그들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 안팎의 일이다. 그러나 조짐은 훨씬 전부터 있었다. 약 20년 전 '에돈의 형제단'을 이끌던 엔조 시포와 모래바람의 베릭트라는 두 젊은 남자가 있었다. 이들은 당시 무법지대에서 끗발을 날리던 총잡이였으며, 비교적 평화를 존중하였기에 주민의 지지를 받았다.[19] 물론 적에게 자비를 베풀지는 않았다. 신사적이면서도 냉혹한 모습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개인의 매력만으로 지금의 카르텔이 성립되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무법자는 자신의 개성과 자유를 억압받는 것을 싫어하는 부류다. 소규모 집단이라면 몰라도 온갖 규율로 통제하는 군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토록 철저한 개인주의자들이 어떻게 세력을 규합하여 덩치를 불려갔을까? 왜 군대처럼 치밀한 조직을 이루었을까? 이들을 이해하려면 웨스피스, 통칭 무법지대 사람들의 뼛속 깊은 열등감과 분노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무법지대는 척박한 땅으로, 예로부터 죄인들이 강제 이주된 곳이다. 엄한 정책 탓에, 그들의 후손들도 나오지 못 하고 대를 이어 살게 되었으며, 100년 전까지도 이 제도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차별제도가 폐지되어 거주 이전의 자유가 부여됐음에도 무법지대 출신이 정상적인 사회 구조속에 들어가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 그들에게는 낙오자의 낙인이 찍혀 있으며, 사회는 그들을 거부한다. 그렇기에 무법지대에서 태어나 입대하여 황도로 이동한 잭터 에를록스 준장이 그렇게나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최고 사제 벨드런 님의 무법지대 출신 기용 정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된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
(중략)...바다를 건너 간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억양이나 말투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금방 들통이 나며, 차별을 견디지 못해 돌아오거나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기에 밖으로 나오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무법지대의 주민들은 '정상적인 사회'에 속하고 싶은 마음과 자신들을 거절하는 사회를 거부하는 마음을 함께 갖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정치적인 이유로 그들을 포용하는 정책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무법지대의 사람들은 좌절했고, 분노를 술과 폭력으로 풀었다. 그렇게 무의미한 파괴와 자포자기한 삶을 살아가던 그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의문이 떠올랐다.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당연한 불만이지만, 지금의 우리에게는 달갑지 않은 물음이.
}}} ||
2장
{{{#!folding [ 펼치기 · 접기 ] 자, 우리의 시선을 에돈의 형제단으로 다시 옮겨보자. 20년 전까지만 해도 무법지대에는 카르텔이라 부를 만한 통합적인 조직, 즉 무법자 카르텔은 아직 생겨나지 않았다. 그저 크고 작은 수많은 세력이 서로의 깃발을 걸고 싸우고 다투고, 죽이고 있었을 뿐이다. 누구도 이들을 하나로 뭉칠 생각을 하지 못했을 때였다. 그러나 누군가 시작한 작은 의문은 점점 덩치를 불려 마침내 무법자들까지 움직이게 만들었다. 폭력에 얼룩진 일상을 바꾸려는 자, 혼란한 세상에서 세력을 키우려는 자, 그저 싸움이 좋아서 끼어든 자... 각자 목적은 달랐지만 모두가 들고 일어섰다. 그야말로 폭풍의 시대였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전투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싸울 힘이 없는 주민들은 차별을 감수하고 바다를 건넜다. 하지만 그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들의 유전자 속에서 박힌 분노는 엄청났고, 그 폭발적인 에너지를 서로에게 쏟아냈다. 에돈의 형제단은 치열한 생존 경쟁을 이기지 못한 약소 조직을 흡수하며 덩치를 불려가고 있었다. 에를록스 준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
온갖 심각한 대의를 내세운 다른 군소집단과는 달리 에돈의 형제단은 '로망'이라는 독특한 가치를 내걸었다. 영리한 작전이었다. 웨스피스군은 반역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다른 조직에 신경을 쏟았다. '유치한 놀이'를 하는 그들을 감시할 여력이 없었다. 성미에 맞지 않는 거창한 대의에 질린 무법자들은 자신들의 본래 삶과 가장 가까운 에돈의 형제단을 도피처로 삼았다. 또한 맹렬한 투쟁 속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는 조직은 그들과 동맹을 맺기를 원했다. 세력은 계속 커져갔고, 다른 조직들이 이들을 위협이라 느꼈을 때에는 너무 늦었다. |
리더인 시포는 용병술에 뛰어났다. 스스로 2인자를 자처했던 베릭트는 다소 독단적인 면이 있었지만 강렬한 카리스마로 지지를 받았다. 이들의 투톱 체계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졌다. 초기에 시포가 원했던 것은 베릭트와 마찬가지로 낭만적인 삶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세력이 커져가면서 목표는 점점 바뀌었고, 당시 유명한 용병단이었던 ' 란제루스의 개'를 흡수하면서 그의 야심은 온 나라를 대상으로 삼게 되었다.
란제루스의 개의 리더인 란제루스는 시포의 오른팔이 되었고 뼛속까지 낭만주의자였던 베릭트는 세력의 재편에서 제외되었다. 시포가 10여 년만에 친구를 내친 것이다. 그러나 베릭트는 시포를 계속 지지하며 에돈의 형제단을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변화를 막지는 못했고, 홀로 탈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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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folding [ 펼치기 · 접기 ] 읽는 이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금까지 카르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알다시피 카르텔의 본뜻은 여러 조직들의 담합을 말한다. 여러 조직과 손을 잡은 에돈의 형제단은 시포가 대표자인 무법자 카르텔이며, 다른 무법자 카르텔 또한 존재했다. 하지만 베릭트의 탈퇴를 기점으로 하여 에돈의 형제단은 마침내 무법지대의 유일무이한 카르텔이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시포와 함께 에돈의 형제단을 만든 베릭트의 탈퇴가 카르텔의 탄생과 맞물린다고 볼 수 있을것이다. 이 때를 카르텔 탄생으로 삼아 10년이 지나 현재에 이른다. 단순한 무법자 집단이었던 카르텔은 군대처럼 체계를 갖추었으며, 뛰어난 군사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물론 세븐 샤즈를 중심으로 하는 황도의 기술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군의 체계를 따라오지는 못하지만 실전을 거듭하며 발전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섬뜩할 지경이다.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그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소수의 의견으로, 부족한 자원으로 인해 자멸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무법지대의 열악한 상황을 생각하면 그들의 말이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더구나 거대화 된 카르텔의 횡포는 이미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받고있다. 그럼 우리는 무법지대의 '자정능력'을 믿고 기대해도 좋은 것일까? 세븐 샤즈의 일원이며 천계 최고의 과학자이자 갈라하 사막을 연구하기 위해 무법지대를 자주 방문한 지젤 로건 박사는 필자의 질문에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
웨스피스 섬에서 카르텔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지 주민의 말을 들어보면 내부 갈등이 심하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사실 물자가 부족한 그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조직 생활의 기본은 자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칙을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법을 무시하는 무법자들이 그 억압을 오래 버틸거라고 생각할 수 없다. 천성적으로 버틸 수 없을 것이다. |
그러나 이 글을 쓰기 전 부터 필자와 여러 차례 인터뷰를 가진 에를록스 준장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혹독한 환경에서 승리한 카르텔에게는 강한 원동력이 내재되어 있다. 하나는 천계 사회에 대한 불만이고, 하나는 카르텔에 속함으로써 자유를 빼앗긴 것이 대한 불만이다. 그리고 시포는 조직원의 불만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잘 알고 있다. 웨스피스의 평정이 끝나면 머지않아 외부로 총구를 향할 것이다. 크든 작든 피해는 나올것이다. 어떻게 대비를 하여 때에 맞게 대응을 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
무법지대에서 일으킨 반란이 그 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고질적인 문제인 자원 부족을 해결하지 못하여 크게 성장하지 못했고, 군에 의해 와해 되었다.
카르텔 낙관론자가 아무 근거도 없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를 비롯한 비관론자가 보기에 카르텔의 성장은 심상치 않다. 걱정도 팔자라는 말이 있지만 유비무환이라는 말도 있다. 슬슬 대처를 강구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기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움직여야 할 때다.
}}} ||
2.15. 제국의 어린 기사
A YOUNG KNIGHT OF EMPIRE반 발슈테트의 과거 이야기.
1장
{{{#!folding [ 펼치기 · 접기 ] 아라드를 공포에 몰아넣은 사악한 괴물 시로코를 쓰러뜨리고 제국으로 돌아온 반 발슈테트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제국인들은 연륜 많은 기사들도 해내지 못한 위업을 이룬 어린 웨펀마스터에게 찬사와 축복을 보내었다. 여자들은 소년 영웅을 향해 꽃을 뿌렸고 남자들은 힘차게 박수를 쳤다. 아이들은 반의 행렬을 따라가며 꺅꺅 소리를 지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팔 소리와 함성이 뒤섞인 축제의 주인공이 된 반은 얼떨떨해하면서 황궁에 입궐하여 황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 |
반 발슈테트 : 반 발슈테트, 지금 막 돌아왔습니다. 레온 하인리히 3세 : 수고많았다. 무사히 돌아왔군. 궁정마법사조차 당했다고 들었는데 나이 어린 그대가 사악한 시로코를 쓰러트리고 올 줄이야. 반 : 저 혼자만의 힘이 아닙니다. 그곳에 함께 있던 다른 웨펀마스터들이 아니었다면 저 또한 쓰러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
반의 목소리는 크고 또렷했다. 자신을 위한 날이니 황제가 건네는 창찬을 혼자의 것으로 해도 상관없었을 테지만 그는 다른 웨펀마스터들도 언급하며 혼자만의 공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황제는 부드럽게 웃었다.
황제 : 겸손하군.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대의 공적을 깎아내리고 숨길 필요 없다. 그대는 우리 제국의 자랑스러운 기사다. 반 : 네? 저는 기사가 아닙니다만... |
황제의 실수를 지적하는 것을 주저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반의 모습에 황제가 더 큰 미소를 지었다.
황제 : 지금까지는 그랬지. 그러나 지금부터는 그대는 기사로서 나와 제국에 봉사하고 그대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게 될 것이다. 가까이 다가와 무릎을 꿇어라. |
기사라는 말에 반이 얼굴을 들었다. 반은 기사가 되기 위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 실력은 인정받았지만 복잡한 이해 관계가 얽혀있는 기사후보생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검술을 갈고 닦는데 바빴거니와, 딱히 기사라는 명예에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웨펀마스터의 이름을 받은 것으로도 충분히 뛰어난 업적이었다.
아니, 검술을 인정받았다는 점만 보면 웨펀마스터의 칭호가 더 명예로웠다. 하지만 황제가 직접 기사 작위를 수여한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황제 : 반 발슈테트. 그대는 기사도 앞에 부끄러움이 없는 기사로서 정의를 숭배하고 봉사를 즐기며 만인의 앞에 몸가짐을 바로 하겠노라고 맹세하는가? 반 : 맹세합니다. 황제 : 반 발슈테트. 그대는 데 로스 제국의 영예로운 기사로서 나라에 헌신하고 그대의 피와 삶을 바쳐 국가를 지키겠노라고 맹세하는가? 반 : 맹세합니다. 황제 : 반 발슈테트. 그대는 데 로스 제국의 제 1기사이자 가장 정당한 지배자인 나 레온 하인리히 3세의 충실한 종복으로서 모든 위험에서 나를 구하고, 나의 명령을 성실히 따를 것을 맹세하는가? 반 : 맹세합니다. 황제 : 그대의 충성에는 사랑과 신뢰가, 그대의 배신에는 분노와 처벌이 돌아올 것이다. 이 서약은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며, 죽음만이 그대를 쉬게 할 것이다. 고개를 들고 일어서라. 그대는 데 로스 제국의 기사가 되었다. 또한 앞으로 반 발슈테트 백작으로서 대대로 이름을 역사에 남길 것이다. 반 : ......네? |
반이 부지불식간에 입 밖으로 흘린 의문은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좌중이 술렁였다. 제국의 귀족들은 황제의 선언에 너나할 것 없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자신이 잘못 들었길 바랐다.
하지만 황제는 잘못 말하지 않았다. 내세울 것이라곤 검술 실력밖에 없는 반 발슈테트는 오늘부로 귀족이, 그것도 백작이 되는 것이다.
황제는 당황해하는 반 너머로, 빠르게 시선을 주고받는 귀족들의 면면을 주의깊게 둘러보았다. 반대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슈만 : (폐하는 제정신이신 건가? 아니 어떻게, 백작위를 이렇게 단번에?!)[20] |
반 본인이 대답을 찾지 못하고 황망해하는 지금, 무인 집안으로 유명한 크루거 가의 콘라드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콘라드 폰 크루거 :(백작이라니. 시로코 토벌의 공이 아무리 커도 너무 심한데…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 건가. 장난이라 해도 정도가 지나치군…) (어쩌면 폐하는…) |
황제의 깜짝 선언에 호의적인 시선은 없었다. 그나마 황제의 의중을 넘겨짚느라 반을 머릿속에서 깡그리 지워버린 콘라드가 그나마 적대적이 아닌 측이었다.
이 분위기를 모를 반이 아니었다. 과분하다며 사양하였으나 황제는 결정을 물리지 않았다. 주군의 성격을 아는 반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깊이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반 : 황공하옵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 }}} |
{{{#!folding [ 펼치기 · 접기 ] 황제 알현이 끝나자마자 반이 향한 곳은 한 소녀가 기다리고 있는 조용한 정원이었다. 사람들이 반의 그림자라도 보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몰래 빠져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반은 긴 원정 중에 한시도 잊은 적 없는 에밀리를 위해 기척을 숨기고 움직였다. |
반 : 에밀리. |
늘 둘이서 만나던 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소녀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 갑자기 나타난 반의 모습에 놀랐다가 바로 얼굴 가득 장미빛 기쁨을 띠는 모습은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소녀였다.
반은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달려오는 에밀리를 가볍게 들어올려 꼭 끌어안았다. 에밀리는 반의 품에 얼굴을 깊이 묻었다.
에밀리 폰 크루거 : 반! 돌아왔구나! 반! 반 : 응!. 궁에 들렀다가 바로 만나러 왔어. 많이 기다렸지? |
사랑하는 소녀를 만난 반의 목소리가 밝지만은 않았다. 에밀리가 커다란 눈을 깜빡였다.
에밀리 : 반? 무슨 일이야? 반 : ...아무것도 아냐. 에밀리 : 그럴 리 있어? 반!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 우리 사이에 비밀 만들지 않기로 했잖아! |
반가움보다 짙은 서운함에 에밀리의 눈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처럼 촉촉해졌다. 유명한 검사, 마법사들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 비명굴에 연인을 보낸 후 무서움에 떨지 않은 적이 있던가.
승전보보다도 더 반가웠던 것은 그가 살아있다는 소식이었다. 다시 보게 될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무사한 반의 모습만 보고도 이렇게 기쁜데, 반은 왜 이렇게 시무룩할까.
반은 그런 에밀리를 보며 아차, 혀를 찼다. 황제의 의중, 귀족들의 반감, 앞으로의 고민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에밀리의 웃는 얼굴이 아니었던가.
반 : 정말 별일 아냐. 그냥 좀 놀라서 그래. 기사가 됐거든. 그래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에밀리 : 정말? 정말 그래서 그런 거야? 나 보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고? 반 : 그럴 리 있어? 내가 널 얼마나 보고 싶어했는데. |
반은 열심히 사정을 설명했다. 황제가 갑자기 작위를 내렸는데 그게 백작이라 놀랐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솔직히 이야기했다. 에밀리가 눈물을 닦았다.
에밀리 : 반이 너무 훌륭해서 그런 거 아닐까? 반 : 그래도 좀... 갑작스럽잖아. 에밀리 : 얼마 전에 콘라드 당숙님이 그러셨어. 반에게 작위가 내려질 거라고. 반이 전쟁에 나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라드를 괴롭히던 무서운 괴물과 싸워 이긴 거잖아? 반 : 그럴까? 그런 걸까? 에밀리 : 그러엄. 반이 이렇게 계속 유명해진다고 생각해 봐. 폐하는 역사에 남는 멋진 기사를 둔 황제가 되시는 거잖아! |
에밀리의 말에 반이 피식 웃었다.
반 : 그러게. 네 말대로 되면 정말 좋겠다. |
반은 에밀리를 다시 강하게 끌어안았다. 앞으로 갖은 방해가 그를 괴롭히겠지만 에밀리가 곁에 있는 한 무섭지 않다.
반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에밀리 역시 반을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그리고 그의 귀에 겨우 닿을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에밀리 : 그리고 있지… 반이 백작님이 되면 어머니도 허락해 주실지 몰라. 우리 결혼… 꺅?! |
반이 갑자기 하늘 높이 들어올려 빙글빙글 돌리자 소녀는 놀란 비명을 질렀다. 수줍음으로 얼굴이 빨개진 에밀리의 눈 앞에 기쁨으로 얼굴을 붉힌 반이 보였다.
반 : 당연하지! 이제 아무도 우릴 막을 수 없어! 에밀리는 이제 내 아내야! 내 아내라구! 에밀리 : 꺄악!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지 마! 바보! 바보야!! |
그렇게 한참을 떠들던 소년은 마침내 터진 소녀의 분노 앞에 조용해졌다. 반이 내려주는 대로 나무 그늘 아래에 앉은 에밀리가 치마 주름을 펴며 새침하게 말했다.
에밀리 : 이제부터 몸가짐을 조심히 해야지. 백작님이 이렇게 어린애처럼 떠드는 걸 들키면 폐하께서 후회하실지도 몰라. 반 : 상관없어. 너랑 결혼할 수 있으면 어찌 되든 상관없어! |
흥이 오른 반의 목소리는 꽤나 컸고, 에밀리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이 없다. 만약 이런 모습을 남에게 들켰다간 에밀리는 부끄러워서 기절할지도 모른다.
에밀리 : 그런데
그 괴물은 어땠어?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데 그렇게나 강했어? 반 : 엄청났어. 내가 거기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정말 죽을 뻔했다니까? |
억지로 화제를 돌리자, 반은 또 신이 나서 재잘재잘 떠들었다. 에밀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의 말을 귀기울여 들었다. 정말이지 무섭고도 가슴 떨리는 이야기였다.
반 : 고생은 했지만 얻은 것도 많았어. 상상도 못하던 걸 봤거든.
사도의 힘이라는 거 굉장해. 제대로 연구하면 제국에 큰 도움이 될 텐데! 에밀리 : 무서운 괴물이라며? 반 : 하지만 엄청났어. 사람의 정신을 파고드는 그 힘은 궁정마법사조차 못 막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봐. 그런 힘을 자유자재로 운용할 수만 있다면 제국은 더욱 강대해질 거야. 아무도 제국을 위협하지 못할 거고, 용이나 괴물이 다시 난동을 피우면 최소한의 희생으로 막을 수 있겠지. 에밀리 : 하지만 괴물의 힘은 사악한 힘이잖아. 반 : 그래. 하지만 힘 자체에는 죄가 없잖아.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지. 검을 생각해 봐도, 검 자체에는 죄가 없어. 도구일 뿐이지. 에밀리 : 그래도 위험할 거 같은데... 안 그래도 반은 귀수 때문에 고생했으니까 그런 위험한 건 다른사람한테 부탁해. 반이 다치면... 난 또 울어버릴거야. |
말뿐만이 아니라 정말로 울먹거리는 소녀의 젖은 눈망울을 보며 반은 두 손을 휘저으며 당황했다.
반 : 울지 마. 네가 울면 난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다구. |
마음을 졸이던 나날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에밀리는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바삐 훔치며 반을 올려보았다.
에밀리 : 그러니까 그런 위험한 생각은 하지 마. 알았지? 반 : 그래. 알았어. |
반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
3장
{{{#!folding [ 펼치기 · 접기 ] 화창한 봄날에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과 코를 간지럽히는 꽃내음이 향기롭다. 이런 날은 누구에게나 기쁘고 즐거운 하루가 되어야할 터였다. 피어나는 초록 이파리가 연보라빛 하늘에 물들어갈 무렵. 평화로운 작은 도시에서 짙고 매캐한 연기가 걷잡을 수 없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
반 : 에밀리! 에밀리!! 경비병 : 안 됩니다! 지금 들어가시면 같이 죽을 뿐입니다! 반 : 젠장, 이거 놔! 내 약혼자가 저 안에 있단 말이다! 경비병 : 소방 마법사들이 올 겁니다. 잠시만… 어이쿠! |
반은 자신을 말리는 경비대를 뿌리치고 무작정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콜록거리며 도망치는 사람들을 헤치며 찾아보아도 익숙한 밤색머리의 약혼자는 없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동안 반의 옷은 검댕이 묻고 타들어갔지만 뜨거움을 느낄 새가 없었다.
에밀리는 결혼식을 앞두고 친구의 별장에 놀러간 참이었다.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는 에밀리의 부탁에 훈련이 끝나자마자 말을 타고 달려왔다. 어떻게 하면 에밀리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을지 무척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고민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발견한 것은 지독스런 화마였다.
나이 많은 웨펀마스터들에게 침착하다는 평을 듣던 반이었지만 에밀리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이야기에 앞뒤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무턱대고 헤매다 머리가 빙글거리며 어지러워질 쯤에야 퍼뜩 정신을 차린 반은 허리에 찬 검을 뽑아 짧은 기합과 함께 검기를 날렸다. 몰려오던 연기가 물러나고 창문이 부서졌다. 반은 창 밖으로 몸을 빼내 심호흡을 하면서 쿵쾅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반 : (에밀리는 점심을 먹고 따로 쉬고 있었다고 했지… 어디서 쉬고 있었을까? 하녀가 방에는 없다고 했었어… 그럼…) |
밖에서 본 저택의 구조, 에밀리의 성격, 구조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본 반은 다시 복도로 들어가 빠르게 달렸다.
숨을 멈추고 달리는 것쯤 별것 아니었다. 몸을 태우는 불 따위 비명굴을 가득 채운 진득한 저주에 비하면 간지럽지도 않았다.
반은 저택의 반대편으로 달려가 굳게 닫힌 서재의 무거운 문을 부수었다.
반 : …이건… |
코가 마비될 지경이었지만 반은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피 냄새였다. 발끝부터 솟구쳐올라오는 불안을 무시한 채 넓은 서재를 샅샅이 찾았다. 이곳은 서재라기보다는 도서관에 가까웠다. 반은 에밀리가 친구와 어울리게 된 계기가 책이었다는, 그런 아무래도 좋을 기억을 떠올리며 소녀의 모습을 찾았다.
반 : ……! |
원목의 커다란 책장 너머에 에밀리가 있었다. 혼자는 아니었다. 큰 다툼이 있었는지 책은 쏟아져 있었고 그 뒤의 책장은 모두 무너져 있었다.
그리고 얼굴을 검은 천으로 감싼 남자 둘이 쓰러져 있었다. 에밀리는 복부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경비병의 뒤에 기절해 있었다.
반은 에밀리를 얼른 안아들었다. 하얀 팔이 목각인형처럼 툭 떨어졌다. 힘을 잃은 몸은 흔드는 대로 흔들릴 뿐이었다. 손에서 떨어진 작은 은장도가 반짝거렸다. 반은 경비병의 상태를 살폈다. 가냘프게 숨을 쉬고 있는 에밀리와 달리 그는 정말로 죽어있었다. 아무래도 에밀리를 찾으러 왔다가 자객들과 싸우다 죽은 것 같았다.
반은 죽은 경비병의 눈을 감겨주고 짧게 묵념을 했다. 그리고 에밀리를 단단히 안은 후 탐욕스럽게 서재 안으로 쳐들어오고 있는 화염을 피해 창문을 깨고 바깥으로 뛰어내렸다.
}}} ||
4장
{{{#!folding [ 펼치기 · 접기 ] 몇 년 후. 명을 받들어 북방 출정에 다녀온 반은 황제 앞에 무릎을 꿇고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
반 발슈테트 : 명하신 대로 우리 제국의 영토를 넘보는 북방의 이민족을 토벌하고 왔습니다. 놈들은 다시는 허튼 꿈을 꾸지 못 할 것입니다. 그들의 리더인.. 레온 하인리히 3세 : 이번에 죽은 병사는 몇이나 되나? 반 : 126명입니다. 하지만 적의 사상자는... 황제 : 많이 죽었지. 안 그런가? |
황제의 매몰찬 질문에 반은 당황스러웠다. 분명 사상자가 나오긴 했지만 물리친 적의 수와 비교하자면 큰 손실이라고 할 수도 없을 터였다.
그러나 황제의 말대로 사상자가 나온 사실은 변함이 없기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반 : ..네 그렇습니다. 황제 : 그래선 곤란하지 않나? 병사가 싸움이 날 때마다 그렇게 죽어서야, 어떻게 제국이 존속될 수 있겠나? 황후는 미개인의 도끼에 맞아 죽을까봐 두려워 덜덜 떨고있어. 반 :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반 발슈테트가 무슨 일이 있어도... 황제 : 그래. 일단은 믿어보지. 달리 믿을 사람도 없으니 말이야. 반 : ...... |
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레온 황제가 말을 잘라버렸다. 반은 당혹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황제 : 아아, 그러고보니 자네 부인은 어떤가? 아차, 아직 결혼은 안했던가? 미안하군. 반 : 아닙니다. 폐하께서 신경을 써주신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제는 제 얼굴도 잘 알아보고 스스로 식사도 할 수 있습니다. |
불행한 화재 사고에서 다친 에밀리는 간신히 살아남았다. 출혈이 컸지만 경비원이 지켜준 덕분이었다. 방화범은 제국에 불만을 가진 모험가들로 밝혀졌다.
하지만 긴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에밀리는 반을 알아보기는 커녕 남자만 보이면 괴성을 지르며 물건을 집어던졌다. 에밀리의 부모는 조심스럽게 파혼을 권하였으나 반은 에밀리 외의 여자를 처로 맞이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결혼을 할 수도 없었다. 귀족의 딸인 에밀리는 가문의 명예 때문에 저택 깊숙한 곳에서 나오지 못 했다.
더구나 제국의 법은 신랑과 신부가 본인의 의지로 혼약의 맹세를 나눌 때만이 부부로 인정한다. 자기 이름을 겨우 말할 줄 아는 에밀리가 결혼이라는 개념을 이해할리 만무했다.
황제 : 자네를 아픈 약혼자에게서 떼어놓고 여기 저기로 나가서 싸우라고 해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네. 반 : 아닙니다. 외적과 싸우는 것은 기사의 의무. 나이가 어린 저를 신뢰해 주시니 힘껏 보답할 따름입니다. 황제 :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군. 하지만 자네도 슬슬 아이를 키우며 살고 싶을 때가 아닌가? 자네는 약혼도 일찍한 편이니 아이가 한둘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반 : ..아직 그런 생각은 없습니다. 황제 : 그런가. 그거 잘됐군. 반 : 네? |
반은 얼굴 가득 의문을 담은 채 고개를 들었다. 설마 베필감을 직접 마련해주겠다는 뜻인가?
반과 에밀리의 사정을 아는 몇 사람 중 한 명인 황제에게는 충분히 그럴 권리가 있고, 그의 기사인 반은 황명으로 내려진 결혼을 거부할 입장이 아니었다.
반의 오해를 알아차렸는지 보고를 받는 내내 딱딱한 얼굴로 일관하고 있던 황제가 피식 웃었다.
황제 : 오해하지 마라. 아이가 없으니 어린 죄수를 보며 괜한 동정심에 휩싸이지 않을 테니 잘 됐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니까.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자들은 질색이야. 반 : 아... 그 걱정이라면 문제없습니다. 어리다고 해도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는 다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선택으로 죄를 지은 자는 남녀노소 동정할 필요가 없지요. 황제 : 자네는 매사가 분명해서 좋다니까. 다른 귀족들이 자네만큼 유능했다면 병사 한둘 죽은 것 갖고 골머리를 썩히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지. 칭찬하는 거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게. 그래, 자네의 소중한 에밀리 이야기나 해볼까? 정신적으로 아프다곤 해도 결혼은 해야할 것 아닌가? 결혼을 얼마 안 남지고 사고가 났다면서. 반 :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에멜리가 맹세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폐하께서는 본인의 의지로 나눈 맹세를 통해 맺어진 부부만을 인정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결혼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황제 : 흠... 그녀의 상태를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되지? 반 : 사용인을 제외하면 몇 안됩니다. 황제 : 실은 말이지, 자네가 약혼을 한 지도 꽤 됐지 않나? 사람들은 점점 이상하게 생각 하고 있다네. '그 잘난 반 발슈테트가 왜 결혼을 하지 않는가. 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라면서. 반 : ...하지만 저는 에밀리 외에는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에밀리도... 아무리 크루거 경께서 막아주신다고 해도, 파혼되면 가문의 보호를 받지 못할 겁니다... |
그나마 에밀리가 본가 저택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발슈테트 남작의 약혼녀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종질녀를 아끼는 콘라드의 배려도 있어 에밀리의 부모는 아직 딸을 버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반이라는 방파제가 없어진다면 쓸모가 없어진 귀족의 딸이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
황제 : 그게 말인데. 그냥 내가 인정해주면 될 것 같아서 말이지. 그렇잖은가? 그 소녀도 불행한 사고를 겪기 전에는 결혼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을 테고, 자네를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을걸세. |
황제의 제안에 반의 눈이 번쩍 뜨였다. 황제의 말대로 결혼을 하여 에밀리를 자신의 집에 데리고 올 수만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지금껏 그러지 못 했던 것은 지엄한 황제의 법 때문인데 바로 그 황제가 편의를 봐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황제 : 남의 눈은 피해야 할 테니 성대한 결혼식은 못하겠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 작게나마 열어주겠네. 그곳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조용히 돌아오게. 황제 : 다만 에밀리는 그곳에서 쉬다가 온다고 하고, 자네마 먼저 돌아오는 게 좋겠어. 아무래도 새신부를 보고 싶어서 시끄러울 테니까. 오붓하게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못돼먹은 황제가 새신랑을 억지로 오라고 했다고 하면 다들 납득하고 불쌍하게 여겨주지 않을까? 하하하! 반 : 그런 배려를... |
말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감동한 반을 황제는 뿌듯하게 내려보았다.
황제 : 사실은 사실이니까 미안할 것 없네. 자네는 좀 먼 곳에 가주면 좋겠어. 자네밖에 할 수 없는 일일세. 반 : 무슨 일입니까? 어떤 임무든 해내보이겠습니다. 황제 : 믿음직스럽군. 아까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리 제국이 안전해지려면 강한 병사가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황제 : 그래서 그들을 어떻게 튼튼하게 만들지 연구하는 연구소를 만들었다네. 허나 귀족들이 시끄러울지 몰라서 외딴 곳에 있거든. 무슨 말인지 알겠나? |
'귀족이 시끄러워질지도 모른다.' 무슨 뜻인지는 명백했다.
반 : 경비 임무입니까. 알겠습니다. 언제 출발하면 되겠습니까? 황제 : 따로 연락 주겠네. 자네는 결혼 준비를 해야지. 하지만 너무 기대말게. 나도 결혼을 했지만, 하기 전엔 좋은데 하고 나면... 무슨 말인지 알지? 황제 : 하하, 그럼 피곤할 텐데 돌아가 쉬게. 준비는 내가 맡아서 진행해 줄 테니 마음 놓고. 반 : 감사합니다.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
반이 알현실에서 물러났다. 황제는 손을 들어 다른 사람들을 모두 물렸다. 텅 빈 알현실에서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황제가 입을 열었다.
황제 : 믿겨지나? 제정신도 아닌 여자를 꽃처럼 아끼고 기다리고 있는 남자야. 저런 멍청한 외골수는 그냥 방패 역할이나 시키면 될 것을, 왜 집착하는 건가? ??? : 저분은 이 제국에서 사도의 힘을 가장 잘 알고, 또 경외하고 있는 자. 분명 폐하의 뜻에 따르게 될 것입니다. |
황제의 뒤에 쳐진 휘장 너머에서 검은 로브를 쓴 여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얼굴을 포함하여 전신을 가리고 있었으나 그 실루엣 속에 숨긴 심상치 않은 마력은 궁정마법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황제는 여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황제 : 그것도 예언에 있는 내용인가? ??? : 그렇습니다. 모든 것은 제국의 안녕과, 아라드를 위한 것. 이 높은 뜻을 알게 된다면 반 님은 누구보다도 큰힘이 되어주실겁니다. 황제 : 바뀌리라고 보나? 세상에 발전하는데 무엇이 필요할지 모르는 저 남자가? ??? : 이제는 알게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은 위대한 예언대로... |
의심을 떨치지 못하는 레온 황제를 안심시키듯 검은 로브의 여자가 미소를 지었다. }}} ||
2.16. 돌아오지 않는 숲
THE LOST FOREST
{{{#!folding [ 펼치기 · 접기 ] 아름다운 숲 그란플로리스에는 여러 종족이 어울려 살고 있다. 아라드가 생겨날 때부터 살아온 지혜의 종족 요정과 거대한 몸집에 걸맞은 힘을 가졌으며, 순수하지만 현명한 타우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힘을 합쳐 마이어가 만든 대마법진을 지키며 평화로이 살고 있었다. 가끔 찾아오는 불청객도 있었지만 숲이 이들을 아끼고 보호했기에 작은 소동 수준에만 그칠 뿐이었다. 그렇게 조용한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모든 짐승의 왕이라는 칭호를 가진 위대한 타우의 왕, 움타라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
수왕 움타라 : 여기 있었군. 찾았다네. |
그가 찾던 사람은 다름아닌 요정의 장로였다.
요정끼리는 서로 마법의 기척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마법에 무지한 움타라로서는 직접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요정 소녀 : 안녕하세요. 움타라 님. 장로 카위렐 : 오랜만이군요. 수왕이여. 나에게 볼일이 있습니까? 수왕 움타라 : 음, 조금 걱정되는 게 있어서 의논을 하러 왔네. |
숨기는 것 없이 직설적으로 말하는 타우가 어울리지 않게 말을 돌리는 것을 보고 요정 소녀가 눈치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요정 소녀 : 아참, 책을 돌려주러 가야하는데 깜박했네요. 장로님, 움타라 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왕 움타라 : 미안하군. 요정 소녀 : 아니에요. 저는 괜찮으니 말씀 나누세요. |
요정의 밝은 귀로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녀가 멀리 가고 난 후에야 장로가 조용히 물었다.
장로 카위렐 : 그래, 무슨 일입니까? 수왕 움타라 : 요즘 바깥에서 인간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네. 모험가나 여행객까진 상관없지만 쇠로 온몸을 감싼 놈들이 서성이는 게 신경이 쓰여. 장로 카위렐 : 그 문제라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궁수들을 더 배치해 놓을 참입니다. 수왕 움타라 : 음. 요정들도 경계에 나서준다면 우리도 한결 편해지겠지. 그런데 그 인간들은 도대체 뭐하는 자들이지? |
움타라의 목소리에는 경계의 기색이 깃들어 있었다. 이치를 따져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수왕답게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탓이리라.
장로 카위렐 : 군인인 것 같더군요. 정확히 무엇이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조사를 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수왕 움타라 : 대마법진에 손을 대려는 것은 아니겠지... |
그란플로리스 숲을 둘러싼 대마법진은 인간이지만 요정조차 존경하는 대마법사, 마이어가 그의 모든 마력을 쏟아서 만든 것이다.
삶의 터전을 자꾸 늘리려는 인간의 횡포에 쫓겨난 요정들이 지금처럼 숲의 종족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것은
그가 만든 마법진이 이 그란플로리스를 수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란플로리스는 요정들에게만 중요한 곳이 아니었다. 오래되고 광대한 숲은 많은 짐승들과 나무들이 자라는 곳이다.
아라드 전체의 생태를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장로 카위렐 : 그럴 리가요, 마이어 님의 마법진이 무너지면 그들 역시 큰 피해를 입게 될 텐데, 아무리 생각이 짧다고 해도 자멸하는 짓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수왕 움타라 :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인간들은 전부터 이 숲을 파괴하고 약탈해 왔네. 아라드를 가득 채운 많은 인간들 중에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녀석이 없으리라고 볼 순 없어. 장로 카위렐 : 그러니 경계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요정뿐 아니라 강인한 타우도 이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힘을 합쳐 주의를 계속 기울인다면 우려하는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수왕 움타라 : 나도 그러길 바라네. 하지만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아. 아니, 관두지. 요정 앞에서 예감이 어쩌고 하는 말을 꺼냈다간 부끄러워질 뿐이니. |
움타라는 그렇게 말을 끝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애용하는 거대한 망치를 들어올렸다.
인간이나 요정이라면 몇 사람이 덤벼들어도 까딱하지 못할 테지만 그의 힘이라면 가볍게 들어올릴 수 있었다.
요정의 장로는 그 엄청난 힘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수왕 움타라 : 그럼 이만 순찰을 돌러 가봐야겠어. 그 군인들 말고도 엉뚱한 짓을 벌이는 놈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번에는 숲 외곽을 중점적으로 돌아볼 생각이네. 장로 카위렐 : 긴 여정이 되겠군요. 모쪼록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수왕 움타라 : 고맙군. 그럼 나중에 보도록 하지. |
요정 장로는 움타라의 거대한 몸이 나무들 사이로 사라져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조용한 숲은 타우의 왕마저 작아보일 정도로 크고 오래된 나무가 가득하다.
인간들이 아무리 수를 써도 타우와 요정이 지키는 한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것 역시 인간들이다.
요정의 지혜로도 예측할 수 없는 그들의 돌발적인 행동은 언제나 당혹스럽다.
젊은 요정들은 인간을 대상으로 전쟁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하지만, 혈기 탓에 무모한 소리를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라드를 지배하는 종족을 상대로 수가 적은 요정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모든 종족의 평화와 공존을 바랐던 마이어처럼 인간들이 조금만 더 먼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요정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니다. 이 그란플로리스 숲은 아라드를 위해서 꼭 필요한 곳이다.
이곳마저 습격받아 대마법진까지 파괴되었을 때 일어날 일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한번 파괴된 숲은 다시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요정 장로는 숲과 아라드를 위해 움타라의 불안이 현실로 일어나지 않기만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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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검은 성전 보고서
BLACK CRUSADES REPORT성안의 미카엘라가 사도였음을 알게 된 프리스트 교단의 반응과 그 대처를 기록한 보고서. 그 대처의 결과는 프리스트의 2차 각성 퀘스트와 그란디스 그라시아 문서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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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테이베르스의 빛
The light of Tayberrs창공의 이시스-프레이의 과거 이야기로 설정으로 짧게 언급된 그의 과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가 살던 세계에선 이름을 두 단어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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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애이불비
哀而不悲[22]
Some are lonely[23]
우와 아간조의 이야기로 놀랍게도 우가 아간조를 사모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뭣 모르고 보면 왜 아간조가 우의 스승으로 서술되지, 라고 볼 수도 있는데 우의 잔 실수를 스승님은 못 본 척하고 있다고 하고, 아간조가 떠날 때 잘 가라는 말만 하고 있다고 한다. 시란은 옆에서 보고만 있을 뿐, 우가 아간조를 보고 스승이라고 한 게 아니다.
이게 의외로 좀 위험(?)한 부분도 있는데, 저 당시의 아간조는 30대 후반 ~ 40대 중반쯤이었고, 우는 잘 쳐줘도 10대 중후반(...)이라 잘 생각해보면 어린 소녀가 아버지뻘 되는 떠돌이에게 반했다는 상황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24]
아예 이 스토리를 바탕으로 던파 카툰에 패러디된 내용이 올라왔는데 반응은 호평일색. #
재전이(오리진) 시점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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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 시점 (구)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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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창신세기
GENE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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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붉은 죄
BLOODY SIN나이트 로바토의 과거 이야기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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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장난꾸러기 호문쿨루스
Beky . The LITTLE HOMUNCULUS죽은자의 성의 말괄량이 베키가 말썽부리는 이야기(...).
{{{#!folding [ 펼치기 · 접기 ] 아주 먼 옛날부터 마계의 한쪽 끝에는 하늘을 뚫을 듯 높고 커다란 성이 있었다. 그 성을 이름은 아무도 몰랐는데, 왜냐하면 들어간 사람은 다 죽었기 때문이다. 성이 엄청나게 높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저 성을 통해 하늘로 가면 신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힘이 센 사람들은 신을 만나기 위해 도전했다. 그런데 성 안에는 엄청 강한 괴물이 있었다. 들어온 사람들은 강했지만 괴물들이 더 셌다. 사람들은 모두 죽어버렸다. 그래서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고, 밖에 남은 사람들은 안에 들어간 사람들이 하늘에 있는 신에게 가서 돌아오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전을 계속했다. 그런데 어떤 미친 용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가로막았다. "내가 이 성의 주인이다! 신에게 가는 길은 나만의 것이다!" 용은 굉장히 컸고, 또 엄청 강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함부로 덤비지 못했다. 용은 의기양양해서 성으로 들어갔다. 괴물이 나와서 싸웠지만 용이 다 이겼다. 거인도 이기고 낡은 피에로도 이겼다. 용은 무적이었다. 그러다가 용은 성의 가장 높은 층에 다다랐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그곳에는 아주 아름답고 귀여운 금발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는 무지 셌다. 용은 다짜고짜 소녀에게 덤볐지만 소녀가 이겼다. 소녀가 주먹을 휘드르자 용이 납작해졌다. 왜냐면 용은 소녀에 비하면 너무 약했기 때문이다. 소녀는 지금도 성의 꼭대기에 있다.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하기 때문에 계속계속 그 자리에 있을 거다. 하지만 언젠가는 성을 무너뜨리고 밖으로 나가서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그 소녀의 이름은 베키다. |
베키 : 끝! 와아, 다 썼다! 이제 이걸 잔뜩 베껴서 바깥 세상에다가 뿌려아지. 그럼 언젠가는... 헤헤헤! 골드크라운 : 뭐~하는 거지요? 베키 : 으아, 꺄아아아아아아악!! 골드크라운 : 허덜덜! 갑자기 왜 소리를 질러요오오?! 아이언에임이 놀라서 경보 발동하면 어쩌려고! 베키 : 들었어? 들은 거지? 어디서부터 들었어? 왜 들었어? 골드크라운 : 웬 용이 성에 쳐들어가는 부분? 도대체 무슨 소설을 쓰는 거죠? 베키 : 바깥에 나가면 아무도 날 아는 사람이 없을 거 아냐. 내 이야기가 유명해지면 다들 날 신으로 섬기겠지? 그럼 맛있는 것도 먹고~ 예쁜 옷도 입고~~ 히히히. 골드크라운 : 호문쿨루스가 이상한 욕심만 가득 차서는... 이것도 루크님이 너무 완벽하게 개조를 해버리셔서 그런 걸까. 여기서 못 나간다는 얘기를 몇번이나 해야 알아먹나요? 그렇게나 심심하면 나한테서 마술이나 배워보시죠. 뭐어, 멍청한 호문쿨루스는 배우지도 못할테지만... 핫핫하! 베키 : 무궁한 꽃이 피었습니다!! 골드크라운: 에엥? 베키 : 무궁한 꽃이 피었습니다! 라고 했는데 움직였어! 골크가 수울래! 나 잡아봐라! 골드크라운 : 뭐? 뭐뭐? 골크? 골크라니... 왠지 어감이 멋있.. 아, 거기 서라구요! |
골드 크라운을 피해 망루에서 도망친 베키는 쿵쾅거리며 죽은 자의 성을 들쑤시고 다녔다.
느닷없이 들려오는 소음에 놀란 펀쳐가 주먹을 날려, 버블버퍼의 뒷통수를 때렸다.버블버퍼는 이내 투명한 방울을 쏘며 응수했고, 이 싸움에 램퍼 셋이 희생되어 바닥에 굴렀다.
웹 스파이더는 베키가 오자마자 붙잡기 위해 위협적으로 높이 뛰어올랐다. 하지만 베키는 몸을 작게 움츠려 재빨리 굴렀고, 애꿏은 블루램퍼의 전구만 깨졌다. 베키는 발랄하게 웹 스파이더를 놀리며 도망쳤다.
하지만 멀리 가지는 못했다. 샐러맨더의 화로에 다가가자마자 경보가 울려며 아이언에임의 기동을 알렸다. 아무리 장난꾸러기라고 하더라도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언에임이 전투 태세로 변경했다는 말에 더이상 나아갈 수는 없었다.
비상 계단을 통해 몰래 돌아가려던 베키는 거인 아르고스의 커대란 손에 붙잡히고 말았다.
베키 : 놔줘~! 놔아줘어!! 아르고스 : 베키, 시끄럽다. 베키, 또 난장판을 만든다. 베키, 던져버린다!! 베키 : 아안돼애!! 골드크라운 : 아고고고, 아르고스! 아르고스 : 내 이름은 '아고고고, 아르고스'가 아니다! 골드크라운 : 아르고스! 그 꼬마를 놔요! 그 꼬마가 없으면 루크 님이 만드신 차원향법시스템이 멈춰버린다고요! 아르고스 : 크르... 애송이. 또 시끄럽게 하면.. 베키 : 알았다구우! 놔줘! 피가 머리로 올라가서 토할 거 같단 말이야! |
아르고스는 마음에 들지 않다는 듯 코를 벌렁거리더니 베키를 툭 내려놓았다. 머리부터 떨어진 베키가 앓는 소리를 했지만 아르고스는 쿵쿵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갈 뿐이었다.
베키 : 우씨이... 아프잖아, 저 돌대가리! 골드크라운 : 용도 한방에 쓰러뜨린다면서 어째 아르고스한테 붙잡혀서 꼼짝도 못한데요? 베키 : ...씨이, 내 새총에 맞았으면 꼼짝도 못했을 거야! 내가 봐준 거라구! 골드크라운 : 그렇다고 쳐주죠. 크할할할할! 베키 : ...웃지 말란 말이야! 내가 호문쿨루스라도 엄청 강해질 수도 있는 거잖아! 흥이다! 내가 강해지면 제일 먼저 너를 잡아서 빙빙 돌려버릴 거야. 골드크라운 : 뭐 조금만 기다리라구요. 조금만 더 있으면 헤블론의 왕께서 힘을 되찾으실 테니... 그때가 되면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요. 이 세상을 전부 다 가지실 테니까. 베키 : 내가 더 강해지는 게 좋은데... 뭐어, 루크할아범한테 신세 진 것도 있으니까 그때까지만.. 아야! 왜 때려?! 골드크라운 : 다른 건 다 봐줘도.. 루크 님을 할아범이라고 부르는 건 용서 못합니다요오! 베키 : 알았어, 루크 님.. 루크 님이라고! 제대로 부르면 되잖아! 치이... 하아.숨바꼭질도 이제 지겨워. 진짜진짜 심심하다아. 바깥에 못 나가는 거면 누구라도 좀 놀러오면 좋겠다아~. |
2.23. 막간의 이야기 - 노블스카이
INTERLUDE - NOBLE SKY천계전기로 반란군이 황도를 점령한 이후 조각난 세력의 뒷이야기.
스토리북 최초로 드롭 형식이 아닌 에픽퀘스트 최종 보상으로 각 챕터 중 한권을 받을 수 있다. 만렙 캐릭터 3개만 돌리면 전부 완료할 수 있으며 이후에 얻는 스토리북은 개당 3만 골드에 팔면 된다.
챕터1
{{{#!folding [ 펼치기 · 접기 ] | 황녀 에르제 : 짐은 어찌해야 했겠는가. |
천계의 전함 노블스카이의 함교. 안톤을 물리치기 위해 군인들이 바삐 움직이던, 하지만 지금은 텅 빈 함교에 선 황녀 에르제가 두 눈 가득 푸른 바다를 담고 있었다.
에르제 : 짐은 어찌해야 했겠는가. 에르제 : 그들의 말대로 무법지대에 복수의 불을 질러야 했나. 대장군에게 어처구니없는 죄를 뒤집어 씌우고 있는 것을 보고 있어야 했나. 제국 황녀처럼 나라를 비우고 마계에 갔어야 했나. 에르제 : 할 수 없는 것을 시키는데 어찌했어야 했단 말인가. 운 라이오닐 : ...... |
대장군의 곁을 지키던 대령은 말이 없다. 그는 이곳에 도착한 후에도 몇 번이나 정신을 잃어 걱정을 샀다. 아직도 얼굴이 창백한 그를 보며 에르제는 염려도 되었으나 고맙기도 했다. 든든한 대장군이 곁에 선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잭터는 저 멀리 겐트에 갇혀 있을 것이다. 얼른 은퇴할 수 있게 도와 달라던 욕심 없는 노장군에게 그런 불명예를 안기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믿어지지 않았다.
에르제 : 왜 그러는가? 운 : 죄송합니다. 혼잣말을 하시는 건지 하문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에르제 : 답이 있으면 말하게. |
허락이 떨어지자 운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바닥에 대었다. 순전히 고집만으로 병상을 박차고 일어난 몸으로 차가운 바닥이 부담스러울 법하건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운 : 의무를 저버리고 전쟁에서 도망친 귀족들은 큰소리를 칠 입장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기세 등등한 것은 황녀님께서 죄를 묻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운 : 체포되지 않은 범죄자가 그러하듯 그들은 자신들에게 정말로 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백성들은 귀족들을 용서한 황녀님께 화를 내니, 이번 일은 거기에서 비롯되었다 볼 수 있습니다. |
사실은 위로를 받고 싶었던 에르제가 입술을 깨물었다. 비판을 언제나 달게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한계에 몰려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나온 분노였다.
예전에 잭터에게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도망친 귀족들을 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르텔에 붙잡힌 자신도 죄인이라며, 그들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끝내 반대했다.
그렇지 않아도 회한이 물밀듯이 몰려오고 있는데 같은 이야기를 들으니 눈물이 고였다. 자연스레 말투가 딱딱하게 바뀌었다.
에르제 : 이 나라의 부는 그들이 가지고 있으며 병사들 역시 상당히 다쳐 그들을 제압하기 어려웠다. 포로가 되어 나라에 우환을 안긴 짐으로서는 덕을 보여 그들에게 반성할 기회를 줄 수밖에 없었다. 운 : 하지만 네빌로 유르겐이 있었습니다. 그는 야심이 있지만 남자라서 받는 차별 때문에 황녀님이 보이신 틈을 더 집요하게 파고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운 : 그가 왜 안전을 버리고 겐트에 남았으며 스스로 젤바에 가 탐사를 주도했겠습니까. 정말로 권력의 중심에 있는 자는 자리를 함부로 비우지 않습니다. 그는 황녀님과 다른 귀족들에 대비되어 보이려 했습니다. 운 : 그의 행보에 불만을 느낀 귀족들이 먼저 들고 일어났습니다만, 작금의 위기만 넘기면 백성들의 민심은 네빌로 유르겐에게 향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황녀님의 입지는 더욱 좁아집니다. 에르제 : 이번 일은 귀족들이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벌인 짓이다. 그들이 네빌로 유르겐을 압박하지 못하리라 보는가? 운 : 백성들이 기억합니다. 황녀님이 부재하실 때 누가 겐트에 남아 싸웠는지. 도망쳤던 귀족들은 이번 일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백성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입니다. 에르제 : 그렇다면 이글아이 대장군이 천계를 위해 싸우신 것도 기억할 터. 백성들은 왜 그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인가. 운 : 그 점은 저 역시 무법지대 출신이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
에르제는 입을 다물었다. 사실, 답을 알고 있는 물음이었다. 황도 백성들과 귀족들이 잭터에게 갖는 경계심은 에르제가 부추긴 것이나 다름없다.
무법지대 출신인 잭터가 황녀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는 모습은 오래된 편견으로 가득 찬 사람들에게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던 운이 대답을 피한 것이다.
에르제 : 그럼 대장군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은 어떻게 해야 했겠는가. 짐은 그들이 헛된 소문을 떠드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운 : 차라리 사령관님의 죄를 따지셨음이 나았겠습니다. 그들이 꼬투리를 잡은 것은 겐트를 비워 황녀님의 봉변을 초래했다는 것과 안톤을 불필요하게 추격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운 : 하지만 안톤을 막는 것은 필요한 과정이었고 승리를 거두었으니 작전상의 흠이 될지언정 죽을죄까지는 되지 못합니다. 운 : 국문장에서 황녀님이 직접 용서하시고, 안톤을 토벌함으로써 루크 역시 막을 수 있었음을 강조하시어 공으로써 흠을 덮었다면 일사부재리에 따라 더 이상 수면 위로 뜨지 않았을 것입니다. 운 : 하지만 사령관님의 공만 강조하시고 흠을 덮지 못하셨습니다. 적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으며, 그들의 뜻대로 재판이 진행될 것입니다. |
운은 자주 기침을 했지만 막힘 없이 대답했다. 문답이 시작될 때만 해도 서운함이 앞섰던 에르제는 완전히 다른 기분으로 젊은 대령을 보았다. 20대에 준장 임명 제안이 나온 게 오직 군공 덕분만은 아닌 듯했다.
하지만 에르제는 거부감 역시 느꼈다. 운이 내놓은 해결책은 영웅의 이름에 한순간이나마 먹칠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에르제 : 우리는 카르텔이 아닐세. 명예는 명예로써 답해야 하네. 군인은 나라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싸우지 않나. 에르제 :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풀기 위해 대장군을 국문한다니... 자네의 생각에 새로운 점이 있는 것은 알겠으나 그분을 모욕하는 건 아니될 일이야. |
아까보다는 말투가 부드러워졌으나 황녀의 목소리에는 채 숨기지 못한 거부감이 남아 있었다. 만일 유르겐이 여기 있다면 에르제를 가리켜 '도덕적 결벽증'이라 했을 것이다.
에르제 : 그러나 대장군이 왜 자네를 중히 쓰셨는지 알겠네. 남의 말만 듣고 사절로 보내려 했는데 진작에 자네와 깊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쉽군. 에르제 : 대령, 유르겐은 천계를 좌지우지하고자 하네. 하지만 제국을 끌어들인 그가 천계를 이끌면, 제국에 빚을 진 꼴이 되고 마네. 그럼 제국과의 협상에 대등하게 나설 수 없게 되지. 에르제 : 유르겐을 막아야 해. 그러려면 겐트로 돌아가야 하네. 자네에게 계획이 있는가? 운 : 원군을 부르시고 작전은 다른 분들께 맡기십시오. 이번 일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에르제 : 웨스피스와 이튼 말인가. 그들은 아직도 움직이지 않았어. 짐이 부른다고 해서 오겠는가. |
에르제는 치맛자락을 꼭 쥐었다. 끝끝내 참지 못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배신감과 슬픔이 다시 떠올랐다.
만약 위로의 한마디라도 들었다면 울음이 터졌을 것이다. 하지만 운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덕분에 나약함을 꾹꾹 누를 수 있었다.
에르제 : ...그들을 기다리며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네. 유르겐만이 문제가 아니야. 귀족들은 대장군을 죽일 것일세. 에르제 : 짐을 믿고 도와준 모험가와 겐트에서 기다리고 있을 다른 이들을 실망시킬 수 없네. 어떻게든 빨리 움직여야 해. 운 : 저에겐 그럴 힘이 없습니다. 차라리 네빌로 유르겐의 암살을 명하십시오. 그것만이라면 제 목숨을 버려서라도 성공시키겠습니다. 에르제 : 자네마저 잃을 수는 없네. 그리고 암살 역시 허락할 수 없네. 우리는 그들과 달라야 해. 힘겨운 길이 되더라도 전쟁에 지친 백성들 앞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단 말일세. 에르제 :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일세. 지금은 찾을 수 없더라도 필사적으로 찾으면 보일 것이야. |
에르제는 단호했다. 운은 엎드린 채 황녀를 올려보다가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에르제 : 무리한 요구를 하여 미안하네. 하지만 우리마저 피의 정치에 흽쓸린다면 백성들이 믿고 의지할 대상이 사라지고 마네. 에르제 : 짐에게는 그간 생각해 온 계획이 있네. 여태 귀족의 방해 때문에 이루지 못했으나 이번 일을 넘기기만 하면 성사될 가능성이 커지네. 에르제 : 그러면 짐과 대장군이 그리던 천계에 한 발짝 가까워지지. 지금처럼 멋대로 날뛰는 귀족들도 힘을 못 쓸 터. 자네를 아들처럼 여긴 대장군을 위해서라도 힘내 주게. 운 : ...알겠습니다. |
운이 가까스로 대답하자 에르제는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함교를 떠났다. 갑작스레 날아든 바닷바람에 잠시 움츠러들었으나 이내 어깨를 펴고 눈을 크게 떴다.
떨며 눈물짓던 황녀는 온데간데 없었다. 타고난 명민함과 카르텔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의지가 에르제를 새로이 채웠다.
에르제 : (...비록 이곳까지 몰렸지만 아직 살아있다. 살아있는 한 나라와 백성을 위해 할 일이 많다. 나를 믿어준 대장군과 모험가를 위해서라도 절대 포기해서는 안된다...) |
에르제의 눈은 이제 더 이상 차가운 바다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운은 상황이 달랐다. 자책, 또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 자신이 아니라 잭터가 이곳에 있었다면 상황이 훨씬 나았을 것이라는 확신이 그를 심하게 괴롭혔다.
함교에 홀로 남은 운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몸이 굳어가는 것도 모른 채 부하들이 올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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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2
{{{#!folding [ 펼치기 · 접기 ] 황녀가 없는 겐트의 궁궐. 곳곳이 부숴지고 심지어 불에 탄 흔적도 남아 있는 오래된 궁궐이 들어선 네빌로 유르겐은 치솟는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고 자신의 딸, 마리안 유르겐을 불렀다. 하지만 화를 참은 보람이 없었다. 주변 사람을 물리친 채 황녀의 서재에서 딸을 기다리던 그는 부른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딸이 해안수비대의 대장 하이람과 함께 얼굴을 들이미는 것을 보고 분통이 터지고야 말았다. |
네빌로 유르겐 : 멍청하구나! 네가 어찌 아비에게 이런 불효를 저지를 수가 있단 말이냐? 마리안 : ...생각보다 빨리 오셨군요, 아버님. 네빌로 : 할 말이 그것뿐이냐? 마리안 : 저야말로 아버님이 왜 그렇게 화를 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버님 대신에 잭터 이글아이를 사로잡고 황녀를 쫓아내었는데 왜 역정이십니까? |
너무 화가 나서 말이 막혀버릴 때가 있다. 너스레를 떠는 딸을 앞에 둔 네빌로 유르겐의 상황이 딱 그러했다. 유창한 언변을 자랑하는 그였지만 목에 뭐가 막힌 듯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리안의 뒤에서 참으로 화목한 부녀의 대화를 지켜보던 하이람이 싱긋 웃었다.
하이람 클라프 : 너무 화내지 마십시오. 따님은 지휘관 노릇을 제법 훌륭히 해내셨습니다. 염려하시던 것처럼 품 안의 자식이 아님을 확인하셨으니 오히려 마음을 놓으셔야 할 때가 아닙니까? 네빌로 : 하이람 대장. 자네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내 딸을 부추겨 사달을 내다니! 이렇게 되면 우리가 카르텔과 다를게 무엇인가? 하이람 : 무슨 말씀이십니까? 당연히 다르죠. 하늘은 기다려주지 않으니 때가 가까워지면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법이라고 하신 건 공이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해안수비대도 대기하고 있었던 거고요. |
하이람은 가볍게 대꾸했으나 인상을 찌뿌리는 것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유르겐은 그의 표정 변화를 알아챌 여유가 없었다.
네빌로 : 아직은 아니었네! 자네들은 황녀가 무력하게 쫓기는 모습을 백성들에게 보여주고 말았어! 카르텔도 아니고 제국과 귀족에 의해 쫓기는 꼴을! 네빌로 : 동정심은 무서운 방패일세. 무능한 황녀가 왜 아직도 지지를 받는 줄 아나? 케케묵은 충성심 때문만은 아니야. 백성들은 정에 약하네. 그놈의 정 때문에 황녀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단 말일세. 네빌로 : 황녀는 아무 일도 안한 대신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어. 백성들도 그걸 알아. 어린 나이에 고생하는 황녀를, 자식처럼 여기고 있는 이들이 우리를 또 다른 카르텔로 여길 거란 말일세! |
유르겐의 언성이 커졌다. 하지만 마리안은 당황하기는커녕 차가운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마리안 :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이번 일에 아버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는데 '우리'라니요? 네빌로 : 무슨 말이냐? 마리안 : 황녀가 도망치고 이글아이가 사로잡혔을 때 아버님은 어디에 계셨습니까? 젤바에 계셨지요. 일을 주도한 것은 저와 베르테 공, 그리고 해안수비대인데 아버님이 왜 제게 역정을 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던 네빌로는 낯선 것을 보는 눈으로 마리안을 쳐다보았다. 시키는 말에 순순히 따르던 딸이 너무도 달라진 까닭이다.
마리안은 그런 아버지에게 켕기는 구석이 있었으나 턱을 들어 당당한 태도를 취했다. 아버지를 존경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가 언제까지 아버지 등 뒤에 숨을 거냐는 비웃음을 지겹게 들어온 터였다.
마리안 : 아버님께서 준비해주신 덕분에 저의 일이 수월해진 점에 대해서는 따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도 언제까지고 아버지 도포자락이나 잡고 다닐 수는 없습니다. 네빌로 : ...내가 하는 일이 네가 하게 될 일이었다. 그 잠깐을 참지 못하여 일을 그르친단 말이냐? 마리안 : 남자의 눈으로는 성급해 보이시겠지요. 하지만 여자의 시각으로는 충분히 때가 무르익었습니다. 이글아이는 나라를 어지럽힌 죗값을 치를 것이며, 황녀가 그 옆에 꿇어앉게 될 것입니다. |
허탈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던 네빌로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네빌로 : 내가 이래서 너의 귀족원 출입을 최대한 늦추었던 것이다. 황녀를 심판하겠다고? 내가 아까 무어라 말했느냐? 황녀는 죄가 없다. 우리가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도, 백성들은 무능할지언정 죄가 없다고 생각한단 말이다. 네빌로 : 무능한 왕은 물론 그 자체로 죄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옥좌에 오른 황녀에게 시간이 부족했음은 너도 알고 그들도 안다. 내가 왜 위험을 무릅쓰고 이글아이를 공격했겠느냐? 왜 군인무용론을 퍼뜨렸겠느냐? 그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네빌로 : 황녀의 날개이자 보호막은 이글아이였다. 새를 잡을 때 먼저 날개를 꺾듯, 필요한 순서였기에 이글아이를 공박한 것이다. 그를 떨어트리고 홀로 남은 황녀를 압박하여 제 손으로 옥좌를 넘기게 해야 했다! 네빌로 : 그 후에 시골에 있는 작은 신전에나 처박아 두고 평생을 비웃음 속에 살아가도록 해야 했거늘! 네 덕분에 황녀는 또다시 가여운 어린 황녀가 되었단 말이다! 마리안 : 그럼 황녀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서야 후환거리가 생기지 않습니까! |
마리안이 반발하자 네빌로는 차라리 적을 보는 눈으로 제 딸을 쳐다보았다.
네빌로 : 후환은 안톤에게서나 찾아라. 군대를 무너뜨리고 파워스테이션을 짓밟은 안톤과 가진 것이라고는 백성의 동정뿐인 황녀가 같은 줄 아느냐? 만일 이글아이가 그 때 추격을 반대했다면... |
홧김에 말을 계속하려던 네빌로 유르겐은 옆에 하이람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가까스로 말을 삼켰다.
하이람 클라프. 해안수비대의 대장이며 헤르만의 제자였던 남자. 서글서글해 보이지만 그의 본모습이 외견과 같지 않다는 것을 네빌로는 알고 있다.
이 남자를 곁에 두어야 한다. 현재 네빌로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뢰해서는 안 된다. 폭탄의 위력을 믿는 것과 폭발 속에서 자신만은 안전할 것이라 믿는 것은 다르니까.
네빌로는 심호흡을 했다. 머릿속은 온갖 감정과 생각으로 끓어 넘치기 직전이었지만 자연스레 체득한 포커페이스가 훌륭한 방패가 되어주었다.
자신이 갈고 닦은 방패 뒤에서 재빨리 머리를 굴린 그는 가장 효과적으로 딸을 움직일 목소리, 즉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네빌로 : 가라. 곳간을 열고 백성들을 진정시켜라. 젤딘 슈나이더와 마를렌 키츠카에게 가서 황녀를 해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라. 절대로 둘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너를 도와줄 방법이 영영 없어지게 된다. |
네빌로의 예상대로였다. 아버지의 꾸중보다 지친 목소리가 마리안을 초조하게 했다.
모험가의 참견 때문에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못해 내심 불안해하던 마리안은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총총히 자리를 떠났다.
하이람 : 당당하더군요. 경험한 좀 더 쌓으면 훌륭한 군인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
네빌로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군대는 필요하지만 군인은 필요 없다. 폭력을 훈련받은 군인은 카르텔과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이다. 유사시에는 민간인이 무기를 들면 된다.'라며 군인을 감축시킨 네빌로에게 하이람의 말이 결코 칭찬일 수 없었다.
네빌로 : 자네는 내 딸과 성급한 귀족들을 충동질하여 이 사태를 벌여 놓았네.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하이람 :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저는 이글아이가 싫습니다. 안톤 때야 달리 방법이 없어 저를 믿는 시늉을 했지만 언젠가는 저를 내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이람 : 당하기 전에 먼저 움직이는 것은 군인이나 정치가나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굳이 해명하지 않아도 충분한 이유라고 생각하는데요. 네빌로 :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자네에게 기회를 주었을 것일세. 하이람 : 그만두시죠. 당신의 계획대로면 저와 해안수비대는 단순히 당신의 무기로 쓰이고 버려졌겠죠. 그런 손해 보는 짓을 왜 해야 합니까? 네빌로 : ...... 하이람 : 아무튼 당분간 황녀를 쫓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군요. 천계의 영웅인 모험가가 황녀를 도왔으니 이번 일에 동조한 귀족은 물론 백성들도 당황스러워할 겁니다. 하이람 : 그러니 더더욱, 이글아이를 죽여야 할 겁니다. 당신은 그를 죽이는 대신 유배를 보낼 생각을 했던 것 같지만. |
네빌로 : ...이글아이가 어쩌면 필요해 질 수도 있네. 하이람 : 하나만 하시죠. 버리든가, 살리든가. 게다가 이젠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늙은 독수리를 살려 놓으면 다음에 죽는 건 당신이 되겠지요. 하이람 : 아무튼, 저도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당신의 준비 덕분에 편한 점도 있었지만 귀찮게 된 것도 많아서요. 정산은 나중에 하시죠. |
하이람까지 돌아가자 황녀의 서재에 남은 것은 네빌로뿐이었다. 의자에서 일어난 그는 한참을 서성였다.
네빌로 : (하이람을 죽여야겠군. 쓸 만한가 싶어서 주웠지만 오발만 일으키는 총 따위 애초에 쓰는게 아니었어...) 네빌로 : (없애야겠군. 없애야겠어. 지금은 황녀가 문제가 아니야. 낡은 생각에 빠져 날뛰는 다른 귀족들도 문제가 아니야. 제 목숨줄을 누가 쥐고 있는지도 모르는 미친개가 문제다.) |
이를 빠득빠득 갈면서도 네빌로는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혹시 있을지 모를 염탐을 우려한 그는 결코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네빌로의 머릿속은 피로 가득 차 있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갖은 수단을 떠올리던 그는 문득 어떤 생각을 떠올랐다. 그리고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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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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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베르 미하일 : 어쩔까. 비연 : 뭘요? 니베르 : 황녀님에게 달려갈까, 아니면 가만히 있을까 |
이튼 사령부의 연병장 구석에서 콜라를 마시던 니베르가 한가롭게 물었다. 하지만 말 상대가 된 비연은 결코 한가로운 기분에 빠질 수 없었다.
그녀는 목을 무리하게 꺾어 상관이 혹시 취하지는 않았는지, 혹은 다른 사람이 가발을 쓰고 앉아 있지는 않은지 확인했다.
켜켜이 쌓인 구름을 먼눈으로 보던 니베르는 비연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피식 웃었다.
비연 : 콜라 냄새가 지독한 걸 보니 중장님이 맞군요. 오늘 몇 캔째죠? 니베르 : 콜라에 취하진 않아. 그나저나 콜라가 냄새가 나던가? 비연 : 중장님처럼 마시면 안 날 것도 나요. 그렇게 마셔대면 마흔 넘기자마자 틀니를 하게 될 걸요. 니베르 : ...늙은이 취급하지 마. 아직 내 이빨은 튼튼하다고. 비연 : 이상하니까 그러죠. 황녀님을 위해 싸우던 분이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니까. |
비연은 읽던 책을 덮었다.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조용한 오후다. 군인이라는 틀 속에서 상관과 부하라는 경계를 지켰던 두 사람은 용병이었을 때의 말투로 대화를 계속했다.
니베르 : 그때는 황녀님이 카르텔에 대항하는 하나의 상징이었지만... 이젠 나도 좀 지겹군. 니베르 : 싸우는 거야 상관없지만, 끝이 있어야 보람 있는 거잖아. 전쟁이 겨우 끝이 보인다 싶더니 이번에는 겐트에서 반란... 이 난리가 언제 그칠까. 비연 : 카르텔은 황녀님의 잘못이 아니었죠. 니베르 :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 선대 사제가 죽은 후에 카르텔이 다시 일어났으니까. 안톤이야 자연재해급이지만 그 외의 문제는 책임자의 잘못이지. |
생각에 잠긴 니베르를 보던 비연은 그가 만지작거리던 콜라를 빼앗아 쭉 들이켰다.
달달하고 시원한 콜라를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더 미지근한데다 김도 다 빠져 있어서 입맛만 버리는 꼴이 되었다. 잔뜩 인상을 구기는 고운 얼굴을 보며 니베르가 거들먹거렸다.
니베르 : 이래서 내가 보급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는 거라고. 싸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병참이지. 하지만 아직도 해결이 안 됐어. 비연 : 중장님의 콜라 타령은 좀 심하지만요. 그래서? 사령관님이 뭐라고 하셨길래 어울리지도 않게 고민이시죠? |
비연이 말하는 사령관은 이튼 사령부의 총책임자를 가리키는 것이다. 짜증의 원인을 지적받은 니베르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니베르 : 이참에 독립하는 게 어떨까 하더군. 비연 : 네? 니베르 : 천계의 전기는 이곳에서 생산하지. 기반 시설이 다 복구되지 않았지만 기술자들이 돌아왔으니 세븐 샤즈의 지원을 받지 않아도 이튼 하나쯤 돌릴 정도로 회복됐어. 니베르 : 해안수비대는 겐트로 갔고, 귀족들도 당분간 그쪽 문제에 정신이 없을거고, 황도군은 말할 것도 없으니 전기 공급을 약점 삼아 권리를 주장한다는 게 그 아줌마 생각이야. 니베르 : 요컨대, 우리 사령관 아줌마는 이튼의 총독이 될 생각이란 거지. |
가벼운 말투였기에 충격이 천천히 찾아왔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총독'이라는 두글자를 중얼거리던 비연이 돌연 니베르의 어깨를 세게 때리기 시작했다.
비연 : 미쳤어! 그걸 가만히 듣고만 있었어요? 그러니까 낙하산 소리나 듣지! |
이번엔 니베르가 잠시 말을 잃었다. 갑작스레 날아든 진실이 너무나 아팠기 때문이다.
니베르 : 아직은 망상 수준이야. 괜히 자극하기 뭐해서 그냥 '재밌네요, 허허.'했지 뭐... 아야! 그만 좀 때려! 니베르 : 이튼에 있어 중요한 시점이라고! '우리끼리라도 잘 살 거냐, 아니면 오래된 대의를 이어갈 것이냐'라는 선택의 기로라니까? 비연 : 엉뚱한 생각하지 말아요! 이 좁은 나라에서 그딴 짓 했다가 잘못되면 꼼짝없이 죽을 텐데 무슨...아. 니베르 : 그래. 옛날과는 달라. 아랫세계가 있지. 게다가 꼭 겐트를 통하지 않아도 갈 수 있고. 거긴 여기보다 훨씬 넓다고 하니 도망자를 찾기도 힘들걸. 비연 : 나라의 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야심가들에겐 딱 좋은 기회로군요. 니베르 : 그러니까 처음에 물어본 거잖아. 황녀님에게 달려갈지, 아니면 가만히 있을지를. 니베르 : 황녀님에게 달려가면 감성은 충족시킬 수 있겠지만 다른 일이 벌여졌을 때 움직일 수 없어. 탈주자도 나올 거고, 여차하면 이튼을 벗어나기도 전에 아줌마에게 잡혀. 니베르 : 여기 남으면 총독 지망생께서 허튼짓하기 전에 적절히 조치할 수 있어. 하지만 이 경우 황녀님은 부평초 신세를 혼자 힘으로 이겨내야 해. 니베르 : 여기 남아서 지지표명을 하면? 바로 영창에 처박히겠지. 대탈주극 끝에 바다에 빠지는 소설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고 있어야 해. 니베르 : 머리 좋은 아줌마야. 반란죄에 죄다 걸릴 짓을 꾸미고 있으면서 증거 하나 안 남겨. 총독 건도 자기가 직접 말한 게 아냐. 고자질하면 상관 모독죄로 내가 잡혀 들어갈걸? |
니베르는 투덜거렸지만 비연은 안심이 되었다. 이러쿵저러쿵해도 용병 시절부터 모신 상관이 바뀌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니베르 한 명이 옛 모습 그대로라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비연 : 황도에는 제국군이 많이 있어요. 숫자만 보면 그쪽이 더 많죠. 카르텔 때문에 낡은 무기도 다 망가진 상황에서 전기까지 끊기면 상황은 더 어려워지겠죠. 그땐 황녀님의 복권이 문제가 아닐지도요. 비연 : 무법지대, 아니 웨스피스 사령부는요? 거기도 아직 안 움직이고 있잖아요. 어떻게 하겠어요? 니베르 : 거긴 논외로 치지. 집안 정리하는 것만으로 힘들걸. 카르텔 잔당에, 민병대에, 반정부 시위에... 어휴. 닐스한테도 매달리나 보던데? 내가 거기로 안 간 게 다행이야. 비연 : 이럴 때야말로 이글아이 사령관님이 계셔야 하는 건데... 귀족들이 그분 이미지를 다 망쳐놨어요. 그분만큼 훌륭한 분도 찾기 어려운데. 니베르 : 글쎄. 휘둘린 사람도 잘못이 있지 않을까. 욕할 땐 같이 욕해 놓고 추궁받을 땐 남이 하는 말만 듣고 그랬다고 하는 게 더 싫은데. 비연 :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
부하가 툭 떨어트린 슬픔 앞에 니베르가 입을 다물었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혹자는 안톤의 등장이 천계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혹자는 아랫세계와의 교류가 천계의 비극을 초래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니베르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고개를 숙인 비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두꺼운 구름 뒤로 숨은 태양이 이제 완전히 지평선 너머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니베르 : 모험가님이 아랫세계와의 길을 열었지. 그분이 제국군과 함께 온 후에 카르텔과 안톤의 사태가 정리되었어. 루크도... 어쩌면 이 모든 게 모험가님이 불러온 변화의 일부일지도 몰라. 니베르 : 새로운 바람일지, 단순한 부작용일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갈등의 원인은 그분이 가져온 게 아냐. 우리 내부에 있던 거지. 니베르 :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나마 다행인 건 나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군. 비연 : 선택했어요? 니베르 : 응. 난 이 곳에 남겠어. 너는? 비연 : 뭘 물어보세요. 중장님 혼자 둘 수 없죠. |
흘러내린 검은 머리카락 아래로 비연이 부드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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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무법지대에 부는 바람
총검사 히든 스토리 이벤트를 통해 1장은 챕터 1(1~5장), 2장은 챕터 2(6~9장), 3장은 챕터 3(10~13장) 클리어 시 스토리북을 얻을 수 있다. 스토리북의 내용은 기억이 담긴 시계를 통해 모험가들이 개입한 이야기들이 소설 형식으로 정리되어 나온다. 단, 모험가의 행적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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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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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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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싸우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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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쇄국
2장
{{{#!folding [ 펼치기 · 접기 ] 헨돈마이어, 벨마이어 공국의 수도이자 자유의 도시. 그 명성답게 각국의 모험가, 상인, 학자들이 제약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다. 하지만 과한 자유가 부여되면 그것에서 이탈하는 부류가 생기게 마련, 헨돈마이어 곳곳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시비가 일어나 공국 병사들의 골머리를 썩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헨돈마이어의 뒷골목과 인접한 광장에서 큰 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소동과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본래 소동이 일어나면 주변 사람들이 자리를 피하고 곧바로 공국 병사들이 와서 중재하는 것이 보통인 데 반해서 계속해서 구경꾼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심지어는 소동을 막기 위해서 나타난 공국의 병사들마저 넋을 놓고 그 장면을 구경하고 있었다. 쾅! 쾅쾅! |
머리를 뒤로 묶은 여성 : 쳇, 빌어먹을...! |
상자의 주인으로 보이는 한 상인이 '아이고 그건 안돼!' 라고 외쳐보지만, 그냥 외침일 뿐. 여성은 들어 올린 상자를 거침없이 자신이 날아온 쪽으로 집어 던진다.
한 개, 두 개, 세 개, 네 개... 모든 상자를 집어 던진 여성은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상인에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벽돌을 들고 그대로 상대에게 돌진한다.
쾅! 팡! 파직! 파스스-
벽돌은 상대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하얗게 폭발하는 꽃잎에 막혀 산산이 조각나버린다. 기세 좋게 달려들었던 여성은 벽돌을 들고 있었던 손을 어루만지며 뒤로 물러나며 상대를 노려본다.
머리를 뒤로 묶은 여성 : 어쭈, 부쉈어? 평범한 공주님은 아니신가봐? |
흑발의 여성 : 흥,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머리를 뒤로 묶은 여성 : 하여간 귀족 나부랭이들은 입만 살았다니까. 그럼 이것도 막아보시지. |
다그닥 다그닥
히이잉-
한창 싸움이 벌어지는 광장 뒤로 화려한 마차가 다가와 멈춘다. 이국적인 형태의 마차에서는 얼굴의 반을 베일로 가린 수려한 외모의 여인이 내린다.
평소였으면 모두의 주목을 받았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바로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커다란 소동으로 인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여인이 수행원과 함께 군중을 헤치고 지나갈 때,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만 눈치채고 시선을 빼앗겼을 뿐이다.
여인 : 잠시 기다리도록 하지요. |
막바지에 다다른 듯했다. 소동을 일으킨 두 사람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잠깐의 소강상태 그리고 대치. 먼저 움직인 것은 짧은 머리를 뒤로 묶은 여성이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부서진 파편들을 쓸어모아 손에 쥐고는 상대의 품으로 부딪쳐갔다.
하지만 상대는 이를 예상했다는 듯이 가볍게 뒤로 물러나 피하고는 손에 하얀 기를 모아 앞으로 뻗는다. 그러자 거대한 빛의 구체가 나타나면서 지면을 태웠다.
흑발의 여성 : 기공장! |
강렬한 마찰음이 바닥을 비볐고, 하얀 기의 파편이 하늘에 나풀거렸다. 강력한 공격에 모두가 긴 흑발의 여성이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구경하던 여인의 생각은 달랐다.
여인: (이런, 한 방 먹으셨군요.) |
머리를 뒤로 묶은 여성 : 이걸로 끝. 독은 없지만, 꽤 아플 거야. |
물러날 줄 알았지만 도리어 반격당한 긴 흑발의 여성은 당황하며 반사적으로 몸을 틀었다. 하지만 상대는 이를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 붙었다.
쾅! 핑- 파직
두 사람이 엇갈리며, 커다락 타격음이 광장을 덮었다.
여인 : (결착) |
머리를 뒤로 묶은 여성 : 큭... 빌어먹을... |
머리를 뒤로 묶은 여성 : 젠장! 한 판 더 붙어! 동료 : 잠깐, 패리스. 눈이...! |
찰나의 순간 긴 흑발의 여성이 자신의 품으로 찔러오는 가시를 부러트린 것. 그리고 그 파편이 공교롭게도 짧은 머리 여성의 왼쪽 눈을 스쳤던 것이다.
다행히도 깊숙하게 찌른 것이 아니라 실명하지는 않은 듯했다.
흑발의 여성 : 미, 미안하긴 하지만 당신이 자초한 결과입니다. 먼저 싸움을 건 것도 그쪽이잖아요? |
이 말을 들은 짧은 머리의 여성은 더욱 화가 나는지 입에도 담을 수 없는 욕설을 내뱉으며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한다.
머리를 뒤로 묶은 여성 : 하여간 귀족 나부랭이들은 다 목뼈를 부러뜨려야 해! 목이 뻣뻣해서 고개 숙일 줄도 모르잖아!? 흑발의 여성 : 흥, 어쨋든 승부는 난 것 같군요. 당신도 나도 더 싸울 수 없어요. 여기서 비긴 걸로 하고 끝내죠. 머리를 뒤로 묶은 여성 : 젠자아아앙! 누구 마음대로! 야! 너 거기 안 서! |
하지만 지쳐있는 데다가 눈의 상처까지 겹쳐 쉽지 않은 듯했다. 무엇보다 멍하니 구경하던 공국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수습하려고 나섰기 때문에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긴 흑발의 여성은 그 모습을 슬쩍 뒤를 돌아 바라보고는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긴장이 풀렸는지 벽에 손을 대고 크게 숨을 들이쉰다.
여인 : 재미있는 구경이었습니다. 여전하시군요. |
흑발의 여성: 스승이 아닙니까!? 어찌 찾아오셨습니까? |
여인 : 오랜만에 뵙습니다. 쇼난 아스카 제1 왕녀 전하. |
잠시 후.
흑발의 여성 : 안 그래도 조만간 스승을 찾아뵈려고 했습니다. 흑발의 여성 : 그런데 이 먼 곳까지 오시다니요! 언제 도착하셨습니까? |
수쥬의 안이었다면 제1 왕녀의 체면 때문에 쉽게 하지 못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지금은 수쥬가 아닌 아라드. 게다가 주변의 수행원도 물리친 상황이라 평소의 버릇이 나온 것이다.
우는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화답한다.
여인 : 아마도 왕녀 전하께서 '기공장!'을 외치던 순간이었을 겁니다. |
흑발의 여성 : 아니, 그, 그것은 그러니까, 분위기를 타다보니 저도 모르게... 흑발의 여성 : 스, 스승께서는 놀리지 마십시오! |
아스카는 잠시 숨을 고르며 진정을 하다가 다시 그때가 떠올렸는지 볼을 부풀리며 애꿎은 탁자 다리를 툭툭 쳤다.
그리고는 이내 '푸우-'하는 소리와 함게 부푼 볼을 누그러트리며 말을 이어갔다.
흑발의 여성 : 그런데 어인 일이십니까. 수쥬에 있을 스승께서 이 먼 헨돈마이어까지 오시다니요. 흑발의 여성 : 그것도 왕실의 마차와 수행원까지 대동해서 말입니다. |
이는 국가의 중대사가 있을 경우에만 국왕의 명에 의해서 왕실의 마차가 내어지며, 특별히 선별한 준마와 수행원을 대동시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이 사실을 제1 왕녀인 아스카가 모를 리 없었다. 오히려 우가 왕실의 마차와 수행원을 대동하고 왔을 때부터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국가의 중대사를 위해 왕실의 마차를 타고 자신을 만나러 온 스승. 생각할 수 있는 답은 하나. 하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일이다. 언젠간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줄곧 멀리 있다고 생각했었다.
흑발의 여성 : 설마... 여인 : 네. 국왕 폐하께서 위독하십니다. |
국왕 폐하. 아아... 폐하. 나의 아버지. 우는 충격 받은 표정으로 얼굴을 감싸 쥔 아스카를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누군들 부모가 위독하다는데 충격받지 않을까? 이는 왕족이라도 예외가 아니니...
우는 아스카가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 있도록 잠시 기다리기로 한다.
그렇게 한참. 얼굴을 감쌌던 손을 푼 아스카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우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왼쪽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흑발의 여성 : 돌아갈 것입니다. 스승께서는 준비해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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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folding [ 펼치기 · 접기 ] 아라드력 999년. 수쥬의 38대 국왕 쇼난 케이가가 붕어(崩御)한다. 시호는 현안왕(賢安王)으로 살아생전 어진 정치로 나라를 평안케 했다. 하여 백성들이 칭송해 하며 붙인 호를 그대로 따랐다. 백셩들은 몇날 며칠을 슬퍼했다. 활기찼던 거리는 왕을 기리기 위해 내걸은 하얀 천으로 물들었고, 화려한 옷을 즐겨 있던[25] 백성들도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다. 신하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평생 따르던 위대한 왕을 기리며 하얀 관복으로 갈아입고 궁궐에 엎드려 통곡을 이어갔다. 이에 탈진을 일으켜 의원이 달려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나라를 지킨 영웅, 백성을 사랑한 어진 어버이, 누구보다 앞장섰으며, 모든 것을 짊어졌고, 모두를 포용한 위대한 왕, 수쥬는 그렇게 그를 떠나 보냈다. 편전에는 아직은 선황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평소 즐겨 읽던 책이나 즐겨 사용하던 붓, 벼루, 종이 하나하나가 손이 닿지 않는 것이 없었고, 아끼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하얀 상복을 입은 소녀는 멍하니 그것들을 어루만졌다. 이제 곧 이것들은 치워지겠지.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서 자신의 물건들로 채워질 것이다. 선왕도 그랬고 선왕의 선왕도 그랬을 터였다. 자신의 뒤를 이을 먼 미래의 왕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흐르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렇더라도, 아루리 그리하더라도 비어버린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음이라. 소녀는 주저 앉아 흐느끼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마음을 다스렸다. 이제는 내가 이어나가야 한다. 내가 곧 이 나라의 중심이고, 백성의 어버이다. 아버지, 아니 선왕께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아이야. 왕은 지배하지 않는다. 그저 모두를 짊어지고 앞서서 이끌어 갈 뿐이다.' 선왕이 남긴 말을 떠올렸다. 무거웠다. 17세의 어린 소녀의 작은 어깨로는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책임의 무게.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어찌 이끌어 가야 한다 말인가. 마음이 심란하고 답답하여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
여인 : 어찌 그리 심란해하십니까. |
소녀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하얀 베일로 얼굴을 반을 가린 여인이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 : 오셧습니까? |
여인 : 왕녀 전하... 아니, 이제는 국왕 폐하라고 해야겠지요. |
소녀 : 스승께서 그리 격을 차리시면 불편합니다. 둘이 있을 때는 이전 같이 편하게 대해주십시오. |
처연한 표정으로 여인을 바라본 소녀는 그녀에게 앉을 것을 권하며 자리에 앉는다. 이에 여인은 화답하듯이 옅은 미소를 짓고는 마주 앉는다.
여인 :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제서야 소녀는 안심하며 표정을 풀었다. 하지만 근심은 숨기지 못한듯 했다. 마주 앉은 여인은 소녀의 안색을 살피더니 넌지시 말을 던졌다.
여인 : 그리 수심이 가득찬 얼굴을 하고 있으면 못생겨지십니다. |
소녀 : 스승님! |
소녀의 반응에 여인은 빙긋 웃어 보인다. 의도를 알아차란 소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결 풀어진 표정을 지어 보인다.
여인 : 본디 왕에 오른 자는 얼굴 하나까지 신경 써야 하는 법입니다. 민심의 안정은 왕에게서 나오는 것이니,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 백성들 또한 불안해 할 것이며, 슬픈 표정을 지으면 백성들 또한 슬퍼할 것입니다. |
소녀 : 명심하겠습니다. 허나... |
스승이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왕위에 오르기로 마음 먹은 이상 더는 어리광을 피울 수도 없었다.
'불안합니다. 불안합니다. 이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불안합니다.' 소녀는 마음으로 말을 삼켰다.
하지만 여인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애초에 소녀가 불안해 한다는 것은 눈치 채고 있었다.
이는 수쥬로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도, 그리고 선왕의 유지를 받는 자리에서도 느꼇기 때문이다.
여인 : 무겁습니까? |
소녀는 머뭇거리더니 털어놓듯 대답했다.
소녀 : 네, 무겁습니다. 두렵습니다. 왕으로써 잘 해나갈 수 있을지, 이 나라를 짊어질 수 있을지 두렵습니다. 허나... |
여인 : 폐하 아니, 아스카 님. |
여인은 소녀가 하려는 말을 부드럽게 자르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느닷없이 자신의 본명을 들은 소녀는 흠칫 놀라면서 여인을 바라보았다.
여인 : 왕이란 무엇입니까? |
소녀는 뜬금없는 스승의 물음에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스승이 허투로 질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인지라 의문을 감추고 순순히 답한다.
소녀 : 나라를 지탱하는 기둥입니다. |
여인 : 그렇다면 나라는 무엇입니까? |
소녀 : 백성입니다. 영토가 없어도 백성만 있다면 나라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백성입니다. |
여인은 소녀의 답이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여인: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
여인은 잠시 뜸을 들였다. 잠시의 침묵에 소녀는 살짝 긴장하며 여인의 입을 바라보았다.
여인: 백성은 무엇입니까? |
소녀: 백성은... |
예상했던 질문이었다. 하지만 말문이 막혀 대답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머릿속을 꽉 채우던 근심과 걱정이 모두 함축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자신이 이끌어가야 할... 두 어깨에 짊어저야 할 자들.
그렇기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고,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그렇기에 천근보다 더 무거운 존재였다.
소녀: ...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
왕족으로서, 제1 왕녀로서 수많은 가르침을 받았지만, 갑자기 마주한 현실 앞에서 모든 배움이 바스라져 날아갔다.
한 명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왕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 한다.
여인: 백성은... |
여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녀는 떨구었던 고개를 들어 여인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받은 여인은 소녀와 시선을 맞추어 말을 이어나갔다.
여인: 그들은 항상 지켜보고 있습니다.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인: 왕을 역사 위에 올리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평할 것입니다. ||
소녀: 그게 무거운 것입니다. 그렇기에 두려운 것입니다. |
여인: 이는 선왕께서도 그러셨고, 선왕의 선왕께서도 그러셨지요. ||
여인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나갔다.
여인: 문제 될 것이라면 그들을 두려워하여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여인: 이는 왕으로서 백성과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니, 이야 말로 비겁한 도망자가 되는 길입니다.||
소녀: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 |
여인: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들을 이해시키고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직접 부딪혔을 때 알게 되는 것이 있으며 그 모든 것을 깨우쳤을 때 짊어지고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여인: 그제야 진정한 왕이 되어 역사 위에 올려지게 될 것입니다.||
여인의 말에 소녀는 깊은 생각에 빠져 든다. 그리고는 속에 있는 무언가를 끌어 내듯 이 여인의 앞에 꺼내놓기 시작한다.
소녀: 저는 일찍이 나가 수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익혔습니다. 그 중에는 수쥬보다 못한 것도 있었으나대부분은 뛰어난 것들이었습니다.
소녀: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면 틀림없이 한 발, 아니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녀: 하지만 두려웠습니다. 오랜 세월을 선왕께서 두른 사슬에 묶인 이 나라와 백성들이 저를 거부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소녀: 저를 꾸짖고 앞으로 나아감을 거부하면서 변함없이 틀어박힐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소녀는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내 큰 결심을 한 듯이 입을 열었다.
소녀: 저는 이 나라의 왕입니다. 백성들의 어버이이며, 기둥입니다. 저를 싫어하고 거부할지라도 모두를 짊어질 것입니다. 그들이 올린 역사 위에서 당당히 걸어 나갈 것입니다. 이것이 저의 대답입니다.||
소녀. 아니 수쥬국의 39대 왕 쇼난 아스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열망이 서려있는 눈으로 자신을 일깨워준 스승을 향해 예를 갖춘다.
여인은 왕의 스승으로서 그녀의 예를 받고는 미소를 지으며 화답한다.
여인: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
아라드력 1000년. 쇄국 정책으로 닫혀 있던 수쥬의 문이 열린다. 새롭게 왕으로 등극한 쇼난 아스카는 대대적으로 문호 개방 정책을 펼친다.
이를 위해서 철인의 문을 활짝 열고 무투대회 개최를 선언하고, 곧 왕의 스승인 우를 칙사의 자격으로 벨 마이어 공국으로 보낸다. 그리고 이 소식은 아라드 대륙의 모든 국가로 순식간에 퍼진다.
혹자는 갑작스러운 개방 정책에 당황하며 이를 거부하고, 혹자는 이를 반기며 기회로 삼는다.
노인들은 아직은 부족하고 보완할 것이 많다며 우려를 표하고, 젊은이들은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바람에 열광했다. 이로 인해 새로운 갈등이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수쥬의 국왕 쇼난 아스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거리로 나아갔고, 때로는 왕궁으로 불러들여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파격적인 행동에 백성들은 서서히 마음을 열어갔다.
어느 화창한 날, 두 사람은 다시 편전에서 마주했다.
그곳에는 지난 날 대담을 주고 받던 소녀와 여인은 없었다. 대신 왕과 왕의 스승이 있었다.
왕의 스승: 답은 찾으셨습니까? |
왕의 스승이 물었다.
왕: 아니요. 아직입니다. |
왕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불안하거나 짓눌린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기분이 좋은 듯 상쾌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웃어 보인다.
왕: 물론 중간에 길을 잃고 헤멜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계속 걷다 보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아니, 찾아낼 것입니다. ||
왕은 왕의 스승과 눈을 마주했다.
왕: 저들은 제 이야기를 들어줬습니다. 그리고 실패할지도 모르는 길을 걸어가라고 밀어줬습니다.
왕: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저들이 올려준 길 위에서 모두를 이끌며 걸어 갈 것입니다.||
왕의 스승은 왕에게서 위대한 왕으로 칭해지며 백성의 사랑을 받던 선대 왕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조용히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현안왕이시여. 당신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왕의 스승: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
창으로 기분 좋은 햇빛이 넘실거리고 있다. 가끔 바람이 흘러 들어와 두 사람의 볼을 비비고는 흩날려 사라졌다.
왕은. 그리고 왕의 스승은 이 작은 찰나의 순간에서 평화를 느끼며 서로를 마주보고 웃었다.}}} ||
2.27. 사도성전
프리스트 교단의 시점에서 서술된 기록으로 기록되지 않은 내용은 각주로 서술했다.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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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전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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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팔로만 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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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더 오큘러스 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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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사도 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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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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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천행(天行)
천계 전기 리뉴얼 보상으로 얻을 수 있으며, 천계 전기 이전과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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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라드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2]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패러디이다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3]
유일하게
한 여자 요정만은 예외였는데 사실 요정이 아닌 존재인 그녀는 몸 속에 숨어있는
어떠한 힘때문에 그동안의 기억을 잃고 인간의 모습이 되었다.
[4]
때문에
샤일록 고블린드는 고블린 세계를 떠나 헨돈마이어로 오게 된 것이었다.
[5]
칼로소가
조각 하나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났던 것이다.
[6]
이중엔 훗날 그림시커 지부장이 되는
청면수라 로즈베리론과 미스트의 검사
케인도 있었다.
[7]
사실
한 명이 더 있었는데 시로코가 다 죽어가던 그 한 명을 흡수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차원에너지로 인해 모두가 그 기억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녀를 기억하는 자들은 시로코와 시로코의 사념을 받은
그림시커 지부장들 뿐이었다.
[8]
흑요정은 겉으로 퍼플 머쉬룸이란 증세가 나타났기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9]
바로 앞에서 '야심차게 대륙 통일을 추진하고 있다.' 라고 하면서 그 뒤엔 바로 평화와 질서를 사랑한다는게...이 책은 데 로스의 후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10]
정식명칭은 레미디오스 교단.
[11]
다만 실상은 정의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12]
다만 실상은
제자가 한 명 더 있었다.
[13]
그들 중에는
시궁창 공주 패리스가 있었는데 아스카는 패리스와 싸우다가 한쪽 눈에 상처를 입히고 만다.
[14]
클론터의 애완 동물인 날아다니는 호랑이 라미나비엔토 애칭
[15]
서둘러 로터스를 해치우기 위해 향하던 모험가 앞에 최면 상태의 걸린 레니가 등장하며, 레니를 죽이게 된다. 그러나 실은 모험가가 정신 지배를 당한 상태였다.
[16]
원문에서는 '이상한 아저씨를 주웠다.'라고 비문이 적혀있다.
[(구)즐거운마법교실1]
흑요정이 아닌 자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것은 제한되어 있지만
[(구)즐거운마법교실2]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어쨌든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어요.
[19]
베릭트는 엔조 시포가 정의의 사도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도리에 어긋나는 짓은 하지 않았었다고 했다. 뒷날 카르텔은 베릭트의 탈퇴 이후 막장화가 심해져 마을을 약탈하는 등의 일을 저질렀는데(제 1,2,3차 아르덴 회전 역시도 발단은 약탈이었다.) 역으로 설명하자면 이전엔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이니 무법자 치고는 이정도면 평화를 존중한다고 봐도 맞을듯
[20]
대전이 당시 대사는 "폐하는 제정신이신 건가? 저런 얼뜨기에게 남작위를 내리다니! 논의된 건 기껏해야 자작위가 아니었나? 저런 망할 귀수 꼬맹이에게…!" 였다. 유럽 귀족 계급인 공후백자남을 떠올리고 '자작이 남작보다 높은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도 왕이나 황제가 직접 임명한 남작은 높은 귀족들도 무시할 수 없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로인해 반은 제국 귀족 사회와 정계에서도 이른바 '실세'로 격상된 것이니 당연히 기존 귀족들이 탐탁찮게 여길만 하다. 게다가 본래 자작은 자기 영지가 없고 백작가의 최고행정관으로 백작의 부하인 신세다. 다만 양판소에서 이를 무시하고 자기 영지를 가진 귀족으로 표현해와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는 탓에 이해를 못하거나 헷갈려했는지 오리진 업데이트 이후 반의 작위가 백작으로 변경되었다.
[21]
그 편린을 성자 전쟁에서 볼 수 있게 되는데
이단심판관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대심판관이
미카엘라를 죽이려다가
라미에르 레드메인의 영혼에 의해 저지당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그녀는 루실의 조상일 뿐더러 이단심판관의 시조이다. 조상님에 이단심판관의 시조씩이나 되는 분이 직접 강림하셔서 미카엘라를 죽이려는 것을 막으니 루실은 크게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그 모습을 본 미카엘라는 잘못은 당신이 아닌 내게 있고 단지 시기상조였을 뿐이라고 위로하며 자신의 신념을 고찰해보라는 조언까지 한다. 멘탈이 터져나가기 충분한 상황. 루실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단에 대한 증오가 재능을 빠르게 꽃피웠다는 평을 받으며
제2차 검은 성전으로 인해 이단에 대한 생각을 조금 달리하다가 고해소의 비극을 겪으며 다시 처음 마인드로 회귀하며 이 때에도 2번이나 미카엘라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반응이면 교단의 반응도 비슷할 것이다.
[22]
속으로는 매우 슬프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모습.
[23]
스토리북 표지의 철자가 틀렸다.
[24]
비명굴 직후라고 착각할 수도 있는데, 아간조는 록시를 떠나보낸 후 수 년에 걸쳐 대륙 곳곳을 떠돌아다녔었다.
[25]
오타인듯
[A]
유저들이 설정한 캐릭터 닉네임을 그대로 사용한다. 잊혀진 마법사의 유산 세트의 5세트 옵션과 같다.
[27]
소륜이 도망치는 과정에서 공국 병사 수십명을 죽이고 가는 바람에 모험가가 그림시커 최초의 7인 중 하나인 로즈베리론과 동행하다 로바토, 아간조, 반에게 포위당했다.
[28]
아스카는 최초의 7인 중 하나인 대사제 만다린과 추구자의 리더인 소륜이 수쥬 출신이라 그림시커를 조사하려 했으나 아젤리아의 만류로 미룬 것으로 보인다.
[29]
노이어페라에 그림시커 사제가 출몰했다는 것을 알고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0]
이들은 다른 꿍꿍이가 있어 연합에 합류했다.
[A]
[A]
[33]
정작 패리스는 슬퍼하면서 루이제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게 되었다.
[34]
그 과정에서 신장은 로즈베리론의 사도를 물리친다는 거짓말을 간파했다.
[A]
[36]
실상은 모험가가 소륜을 제압하고 로즈베리론이 척살해 심판한 뒤, 사죄의 의미로 모험가와 싸우다 전사한 것이다. 그림시커 루트에서는 로즈베리론이 소륜에게 살해당하고 모험가가 직접 심판한다.
[37]
당장에 이교도라도 그들의 신실한 헌신과 믿음에 프리스트 교단 역시 경의를 표한 것이다.
[A]
[39]
힐더가 에스라의 몸을 강제로 조종해서 죽였다. 그림시커 온건파가 그녀에게 놀아났다는 것을 비극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40]
상당수의 사람들이 시로코가 내뿜은 힘에 의해 즉사했다.
[41]
종전후
루실 레드메인이 이걸 문제삼아 해당 프리스트들을 정화한다는 명분으로 이단심문소로 데려가기를 요청한다.
[A]
[43]
기록되지 않았지만
풍월주 비화랑도 있었다.
[A]
[45]
본체를 끝장낸 것이다.
[46]
이 과정에서 대마법진의 기초 부분이 손상되는 바람에 곳곳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47]
히리아와 반은 하늘성 근처에 배를 정박하고 시로코의 기운을 수집한 뒤 무언가를 건져 올렸다.
[오타일수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