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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03 22:55:54

루공-마카르 총서

Les Rougon-Macquart

1. 개요2. 특징3. 등장인물
3.1. 1세대3.2. 2세대3.3. 3세대3.4. 4세대3.5. 5세대
4. 시리즈 목록

1. 개요

프랑스 에밀 졸라 1871년부터 1893년까지 발간한 총 20권짜리의 이야기.[1] 당대에 상식 이상의 상업적 성공을 거뒀으며, 졸라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 주었다.[2]

총서이긴 하지만, 한 작품을 따로 봐도 내용 이해에 별 지장이 없다. 각 권의 내용은 그 자체로 끝나고 스토리가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진작 20권 완역이 이뤄졌으나 한국에서는 2021년 기준 20권 중 13권만 정발(★)되었고 번역 주체가 제각각이며, 90년대 정발되었다가 절판되고 재간이 안 된 작품(*)도 있다. 열악한 한국 출판시장에서 이걸 전집으로 낼 수 있는 출판사는 없어보이고, 각개전투하듯 어찌어찌 하나씩 채워나가는 길밖에 없어보인다. 그래도 너무 많아서 전부 번역될 가망이 없는 오노레 드 발자크 인간극[3]과 달리 이쪽은 절반 넘게 번역이 이뤄진 만큼 언젠가는 모든 작품을 한국어로 읽을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20개 작품 중에서도 7권 < 목로주점>, 9권 <나나>, 13권 <제르미날>이 보편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작품성도 높게 평가받지만, 사실 작가 생전에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은 2020년까지 국내 번역도 없었고 덜 알려진 19권 <패주>.[4] <제르미날>은 <패주>는 물론 15권 <대지>보다 적게 팔렸다.[5]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여기서 덜 팔렸다는 건 어디까지나 총서 기준이다. 당대 프랑스 소설의 90%는 500부쯤 팔아서 인쇄비용이나 건지는 정도였고, 1,500부 팔면 제법 성공한 작품으로 인정받았는데, 루공-마카르 총서는 가장 덜 흥한 4권 <플라상의 정복(La Conquête de Plassans)>을 비롯한 <목로주점> 이전 작들도 졸라 생전 최소 3만부 이상은 찍었다.

유명한 작품들인 <목로주점>, <나나>, <제르미날>은 그 자체로 유명하지만 정작 이들이 소속되어 있는 시리즈의 존재는 그렇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총서의 일부가 아닌 단일 작품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어, <제르미날>의 주인공과 <나나>의 주인공은 남매지간이지만, 두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봐도 두 사람이 남매라는 언급이 한 번도 없고 서로 상대의 책에 등장하지도 않기 때문에, 사전지식이 없거나 두 사람의 어머니가 주인공으로서 이들의 유년기가 다뤄지는 전작 <목로주점>을 읽지 않았으면 전혀 관계없는 남들의 이야기로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지금까지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은 현대에도 생명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남아 있지만, 그 당시의 생활양식이나 시대상, 유명한 사건들[6]을 모르면 별로 의미가 없는 작품들도 있기 때문에[7] 완역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국내 출판사 중에선 문학동네가 특히 졸라 번역에 관심이 많다. 세계문학전집으로 <목로주점>, <제르미날>, <돈>, <나나>, <인간 짐승>, <패주>, <대지>까지 7작품을 번역했고, <돈>, <인간 짐승>, <패주>, <대지> 4작품이 국내 초역이다. 세계문학전집과 별도로 졸라의 또 다른 대표작 <테레즈 라캥>도 번역했다.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하지 않은 작품 위주로 졸라 작품 번역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기에,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2. 특징

배경은 프랑스 제2제국 시기에서 프로이센-프랑스 전쟁까지( 1852년- 1870년)을 그리고 있다. 아델라이드 푸크라는 여성과 그 후손들의 무려 5대에 걸친 이야기를 다루며, 이야기를 통해 프랑스 사회와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기록한 기념비적 시리즈. ‘제2 제정하의 한 가족의 자연적 ·사회적 역사’란 부제가 붙어 있다.

루공과 마카르 두 가문 사람들의 일대기를 교차해서 보여주며, 각 소설의 주인공이나 주요 인물들이 다른 작품에 다시 출연하기도 한다. 이들은 남남이 아닌 혈연관계로, 경미한 정신병력이 있는 아델라이드가 정원사인 남편 루공과의 사이에서 낳은 피에르 루공과 그 자손들이 상류층 루공 가문, 남편과 사별한 뒤 게으르고 알코올중독자 밀렵꾼 정부(情夫) 마카르와 동거하며 낳은 위르쉴 마카르와 앙투안 마카르 및 그 자손들이 하류층 마카르 가문이다. 조상만 같고 후대로 갈수록 먼 친척이 되어 남남이 되어가냐면 그것도 아닌 게, 자손들이 자기들끼리 결혼도 한다(...)

에밀 졸라 유전학적인 관점에서 가문의 기질이 대물림된다는 전제하에 작중 인물들의 역정을 그려낸다. 아델라이드가 앓고 있는 광기, 마카르의 게으름과 알코올중독은 후손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진다. 예로 들자면 <목로주점>의 주인공인 세탁부 제르베즈 마카르는 주정뱅이 마카르를 아버지로 두어 결국 자신도 술에 빠져 비참하게 죽고[8], 제르베즈의 아들이자 <인간 짐승>의 주인공인 화부 자크는 외할아버지의 폭력성을 물려받아 사이코패스 기질을 보인다. 연작의 마지막 소설 <파스칼 박사>에서는 아예 주인공 파스칼 루공이 자신의 가문 족보, 그러니까 루공-마카르 가문의 유전학적 폭력성 내력을 연구하려고 한다.[9]

안타깝게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작품이 11권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딱 하나밖에 없다.

3. 등장인물

등장인물이 많아 복잡하다보니, 보다보면 저절로 가계도를 그려보게 된다(...) 실제로 각 권 해설에 가계도 그림이 있는 경우가 많다.

3.1. 1세대

3.2. 2세대

3.3. 3세대

3.4. 4세대

3.5. 5세대

4. 시리즈 목록

1. 루공 가의 운명[12] (La Fortune des Rougon)(1871)
루공 가와 마카르 가의 기원이 밝혀진다. 1851년 루이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쿠데타를 일으키자 루공 가는 이를 이용하여 프랑스 남부 도시 플라상(Plassans)에서 권력을 장악한다.

2. 쟁탈전 (La Curée)(1872) ★
파일:쟁탈전.jpg
지만지 판(조성애 역)
피에르 루공의 3남 아리스티드의 이야기. 아리스티드는 파리 재개발 사업에 참가하여 투기로 막대한 재산을 모은다. 파리를 세계의 중심지로, 현대적 도시로 바꾸려는 오스만의 야심 찬 파리 개발 시기(1853∼1870)를 배경으로, 이 시기의 투기 열풍에 대해 객관적으로 진술하는 동시에, 제2제정하의 파리 상류층의 도덕적 타락, 배금주의와 육체적 욕망에 관해 이야기한다. <목로주점> 이전 작들 중에서 유일하게 정발된 작품.

3. 파리 (Le Ventre de Paris)(1873)
앙투안 마카르의 , 돼지고기 장수 리자가 등장하는 이야기. 파리의 한복판에 있는 레알(Les Halles) 시장에서 벌어지는 부자와 빈자의 대립을 다룬다.

4. 플라상의 정복 (La Conquête de Plassans)(1874)
위르쉴 마카르의 아들 프랑수아 무레와 피에르 루공의 막내 마르트 부부가 등장하는 이야기. 쿠데타 이후 플라상스에서 벌어지는 사회정치적인 암투를 그린다.

5. 무레 신부의 과오 (La Faute de l'abbé Mouret)(1875)
프랑수아 무레와 마르트 루공의 아들인 세르주 무레가 주인공. 세르주는 사제로서 종교적 소명과 여인을 향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6. 외젠 루공 각하 (Son Excellence Eugène Rougon)(1876)
피에르 루공의 또 다른 아들 외젠이 주인공. 거물 정치가가 되어서 정계에서 겪는 부침을 그리고 있다.

7. 목로주점[13] (L'Assommoir)(1877) ★
파일:목로주점.jpg [14]
세탁부 제르베즈의 이야기. 당시의 문학적 금기에 속하는 ‘민중’을 주제로 파리 하층민의 삶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최초의 민중소설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이후 졸라는 일약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 가장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선 유명 인사가 되었다. 졸라가 애초에 제목으로 생각했던 것은 ‘제르베즈 마카르의 소박한 삶’이었는데, 원래 제목처럼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제르베즈가 점차 알코올중독에 빠져들면서 비참한 삶을 마감하는 이야기.

8. 사랑의 한 페이지 (Une Page d'amour)(1878) ★*
파일:사랑의한페이지.jpg
위르쉴 마카르의 딸 엘렌 그랑장이 주인공. 엘렌은 사별 후 병약한 어린 딸과 함께 사는 중, 젊은 의사와의 사랑에 빠진다.

9. 나나 (Nana)(1880) ★
파일:나나에밀졸라.jpg
제르베즈의 딸 안나, 애칭 나나가 주인공.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난 나나는 한 노신사의 덕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게 되고, 바리에터 좌(座)에 발탁되어 연극 <금발의 비너스>의 주역을 맡게 된다. 연기는 서투나 타고난 미모와 강열한 성적 매력으로 성공을 거두어 인기 여배우가 되고, 그녀의 주위에는 귀족, 실업가, 청년 등 여러 층의 남성들이 모이게 된다. 팜 파탈 나나는 이들 호색가들을 차례로 편력, 결국 그들을 투옥, 파산, 자살 등 파국으로 몰아넣고 결국 본인도 파국을 맞이하고 만다. 화류계의 생활상과 그곳에 몸담은 사람들의 방탕하고 무분별한 행동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진 작품.
'
10. 집구석들[15] (Pot-Bouille)(1882) ★
파일:집구석들.jpg
프랑수아와 마르트의 장남 옥타브 무레가 주인공. 야심만만한 청년 옥타브가 파리로 상경해 사업과 여인을 수단으로 성공을 꿈꾸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소설. 졸라가 과학 실험을 하듯 소설을 써야 한다는 ‘실험소설론’을 주장하며 치밀한 관찰과 수많은 자료에 의거해 쓴 대표적 작품 중 하나다. 막장 가족사가 많이 나오는 총서 중에서도 최악 수준의 개막장 가정이 나오는 작품으로, 그때까지 문학작품의 소재로 금기시돼오던 빈민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침으로써 당시 문단에 큰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거센 비판의 표적이 됐다. 부르주아의 위선적 삶을 제2제정 시대의 가정들을 통해 신랄하게 드러낸다.

11.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Au Bonheur des Dames)(1883) ★
파일:여인들의행복백화점.jpg
시공사 세계문학의 숲 버전
파일:행복백화점리커버.jpg
리커버 합본판
20살 처녀 드니즈 보뒤는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자 남동생들을 데리고 큰아버지를 찾아 파리로 상경한다. 직물 전문점을 하고 있는 큰아버지는 가게 맞은편에 백화점이 생긴 이후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조카들을 맡아줄 수가 없고, 마침 드니즈는 백화점의 여성 기성복 매장에서 직원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화려한 천들 속에 탐욕을 감춘 우아한 여인들과 자본주의의 메커니즘 안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직원들이 공존하는 백화점에서 드니즈는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간다. 한편 정력과 야망이 넘치는 백화점 사장이 된 옥타브 무레는 순수하고 야성적인 드니즈의 매력에 끌리기 시작한다.
세계 최초의 백화점 ‘봉 마르셰’를 모델로, 백화점이 단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기능하는 소설. 19세기 유럽 사회사나 풍속사 등을 다룬 각종 책에서 언급된다. 졸라가 처음으로 ‘사회의 진보’라는 문제에 관해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내며,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을 소설의 가장 강력한 장치로 활용한 작품이다. 드라마화도 되었는데 드라마판 제목은 ' 더 파라다이스'.

12. 삶의 기쁨 (La Joie de vivre)(1884)
리자의 딸, 즉 앙투안의 손녀 폴린 크뉘가 고아가 되어 5촌 당숙(아버지의 사촌형제) 집에 맡겨진다. 처음엔 사랑을 받았지만 그녀의 유산을 당숙모와 육촌오빠가 갈취한다. 총서의 전체 흐름에서 가장 벗어났고 다른 시리즈와의 연관성이 가장 희박한 작품. <목로주점> 이후 작들 중에서는 드물게도 미정발 상태.

13. 제르미날 (Germinal)(1885) ★
파일:제르미날.jpg
제르베즈의 아들 에티엔 랑티에가 주인공. 프랑스 북부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노동자들의 비루한 삶과 그들의 저항이 생생하게 묘사된 자연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제목 ‘제르미날’은 프랑스 혁명 당시 국민공회가 만든 ‘혁명력(공화력)’의 7번째 달( 3월 21일~ 4월 19일)로 봄이 시작하는 ‘싹트는 달’을 의미한다. 에밀 졸라는 어둠 속에서 발버둥치는 노동자들의 삶과 그 속에서도 싹트는 인간성의 노력을 표현하기 위해 이를 떠올렸다고 한다.
1993년 마농의 샘의 감독 끌로드 베리가 자국 최대 제작비를 투입해서 쥬라기 공원의 대항마로 마케팅하면서 영화화한 적이 있다.

14. 작품 (L'Œuvre)(1886) ★
파일:작품소설.jpg
제르베즈의 또 다른 아들 화가 클로드 랑티에가 주인공. 클로드의 피하지 못한 숙명과 비참한 말로를 통해 예술가들이 겪는 창작의 고뇌와 불안한 삶을 생생하게 담아낸 소설. 폴 세잔은 팔리지 않는 화가의 비참한 몰락을 그리는 이 소설이 자신을 모델로 했다고 생각해 30년 넘게 이어온 졸라와의 우정을 끊어버렸다.

15. 대지 (La Terre)(1887) ★
파일:에밀졸라대지.jpg
앙투안 마카르의 아들 장 마카르가 주인공. 장은 전쟁에서 돌아온 후 농업 노동자가 되지만, 유산을 둘러싼 한 가족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에 휘말린다.

16. (Le Rêve)(1888) ★
파일:졸라의꿈.jpg
피에르 루공의 외손녀, 앙젤리크 루공이 주인공인 슬픈 사랑 이야기. 1860년 어느 겨울 아침, 사제복[16] 제조 장인인 위베르 부부는 보몽의 성당 문 아래에서 버려진 고아를 발견한다. 자식이 없었던 위베르 부부는 '앙젤리크'라는 이름의 그 아이를 거두어 기르기로 하고, 아이에게 사제복에 수놓는 일을 가르친다. 앙젤리크는 행실이 나쁜 여인에게서 태어났지만, 위베르 부부의 애정 어린 보살핌을 받으며 유전적인 거친 기질은 순화된다. 그러던 중, 앙젤리크는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수선공인 펠리시앵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원시 가톨릭 교회의 신비주의적 색채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시리즈 중에서도 예외적인 작품이다.

17. 인간 짐승[17] (La Bête humaine)(1890) ★
파일:인간짐승.jpg
제르베즈의 다른 아들 자크 랑티에가 주인공. 르아브르 역의 부역장 루보는 15살 어린 아내 세브린이 그녀의 후견인인 전직 법원장 그랑모랭의 성 노리개였음을 알고, 세브린과 함께 그랑모랭을 살해한다. 열차 창밖으로 그랑모랭의 시신이 내던져지는 장면을 목격한 기관사 자크는 성욕에 어김없이 따라붙는 살해의 욕구, 피의 충동을 다시 느끼게 된다. 그랑모랭 사건의 피의자로 예심판사에게 불려갔던 일을 계기로 세브린과 자크는 연인 사이가 되고, 어릴 적부터 자크를 먼발치에서 흠모해온 야성녀 플로르는 연적 세브린을 죽이기 위해 대학살의 계획을 세운다. 세브린은 자기 인생의 걸림돌로 전락한 노름꾼 남편 루보를 죽일 계획에 집착하며, 자크는 연인 세브린을 욕망하면 할수록 자신에게 내재된 짐승의 살해 본능에 끊임없이 압도당하며 처절하게 몸부림친다.
주인공 자크의 살인충동의 묘사로 사이코패스의 심리를 묘사한 몇 안되는 소설중 하나로 꼽히며 치정관계과 이에 얽힌 인간간의 욕망과 분노가 주제이다. 프랑스 영화 거장 장 르누아르가 야수 인간이란 제목으로 영화로 만들었다.

18. (L'Argent)(1891) ★
파일:졸라의돈.jpg
50세의 정력적인 은행가 사카르(쟁탈전의 주인공 아리스타드와 동일인물)의 성공과 몰락(수상쩍은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지만 사기 혐의로 체포된다.)을 통해 인간성 파괴와 부패의 원인이지만 희망과 선행의 밑거름이기도 한 돈의 양면적 속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증권 투기를 소재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다양한 각도에서 탐구한 역작. 프랑스 은행가와 증권시장을 배경으로 금융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돈에 대한 욕망에 휩싸인 각계각층의 인간군상을 다채롭게 묘사하고 있다.

19. 패주 (La Débâcle)(1892) ★
파일:패주.jpg
1870년 8월 6일 프뢰슈빌러 전투에서 1871년 5월 28일 파리코뮌이 진압된 ‘피의 일주일’까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전쟁소설. 15권 <대지>의 주인공인 무학의 농민이자 하사관 장 마카르, 파리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으나 방탕했던 자기 삶에 대한 회의와 함께 전쟁에 대한 동경과 이상을 품고 자원입대한 20대 지식인 청년 모리스 르바쇠르가 주인공이다.

20. 파스칼 박사[18] (Le Docteur Pascal)(1893)
피에르 루공의 차남 파스칼이 주인공. 이 작품 시점에서는 늙은 박사로 등장하며, 그는 루공-마카르 가계의 유전병적 기질을 조사한다. 연작 시리즈의 마무리짓는 작품으로서 소설이라기 보다는 다시보기같은 떡밥 회수용 설명서에 가깝다는 평을 듣는다. 실질적인 작품 서사의 마지막은 패주. 이 때문에 한국 독자들에겐 정발되기 가장 어려운 작품, 루공-마카르 총서 완역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특이점이라면 주인공 파스칼은 루공과 마카르 두 집안의 공통적인 유전병력 특성인 정신질환이나 폭력성, 술독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지 않는 점이고 그래서 객관적인 추리를 해나갈 수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1] 권수가 20권인데 집필기간이 22년인 걸 보면 알겠지만, 거의 매년 1권씩 꼬박꼬박 냈다. [2] 목로주점의 공전절후 성공을 기점으로 프랑스 파리 근교 메당에 큰 집을 마련했고, 자연주의 문학의 본거지가 되었다. 기 드 모파상이 이곳 모임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작가 인생을 시작했다. [3] 137편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대작. 대하소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엄청난 분량이다. 등장 인물은 무려 2,000명, 등장 지역은 프랑스 전국을 제패(?)했다. [4]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일명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배하는 과정을 다룬 소설로, 당시 프랑스에선 시사성이 있어 잘 팔렸지만, 한국에서는 인지도 낮은 먼 나라 과거사에 불과해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021년 8월 문학동네에서 국내 초역으로 출간했다. 역자는 열린책들 목로주점 번역을 맡았던 유기환. [5] 에밀 졸라 생전에 가장 많이 인쇄된 작품은 20권중 유일하게 20만부 넘게 찍어낸 <패주>이고 근소한 차이로 <나나>가 2위. <패주>가 <나나>보다 12년이나 늦게 나왔으니,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란 큰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이 얼마나 화제였는지 알 수 있다. 그 뒤로 <목로주점>, <대지>, <제르미날>, <꿈>(16권)이 잇는다. <제르미날>과 <꿈>은 졸라 생전에 거의 비슷한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이 6개 작품은 졸라 생전에 인쇄부수 10만을 넘겼다. [6] 지금부터 150년 전에 먼 외국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기억하고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기껏해야, 아주아주 유명한 사건이나 수박 겉핥기로 아는 정도다. 이때 조선에서는 아직도 프랑스에서 온 천주교 신부들을 참수하고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병인박해이다. [7] 이 경우 배경지식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매우 상세한 역주가 필요하다. [8] 이건 남편인 쿠퍼의 영향도 컸는데 처음에는 돈도 아끼고 술도 절제하는 등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하며 세탁소도 차리게 되지만 남편이 건설현장에서 굴러 떨어진 후 이에 비관하면서 동시에 기둥서방인 랑티에르의 영향을 받아 쿠퍼가 알콜중독자가 되면서 제르베즈 자신도 술에 빠지게 된다. [9] 다만 이 마지막 권은 지금까지 19권에 나왔던 사람들과 이야기들을 종합정리하는 책으로, 회수되지 않은 떡밥들을 회수하기도 바빠서 내용이랄 게 거의 없다. 실질적 완결편은 <패주>. [10] 이하 '등장'이란 언급만 된 경우도 포함한다. [11] 프랑스 역사로 따지면 루이 15세 말년에 태어나 프랑스 제3공화국 수립 초반에 사망한 셈이다. 한국으로 치면 영조 44년에 태어나 강화도 조약 2년 전에 사망한 것이며, 미국으로 치면 독립선언 8년 전에 태어나서 율리시스 그랜트 두번째 임기 때 사망한 셈이다. [12] '루공가의 재산', '루공가의 탄생'이라고도 번역한다. [1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서는 '아소무아르'로 번역되었다. [14] 이 외에도 펭귄, 열린책들, 신원문화사, 동서문화사 판본이 있지만 가장 판매량이 높은 문학동네 판만 업로드했다. [15] 초역 당시 제목은 <살림>이었으나 2021년 10월 제목을 바꾸어 재출간되었다. 출판사와 번역자는 모두 <살림> 시절과 동일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진 맞춤법 교정 외에는 바뀐 게 없다고. 사실 프랑스어 원제 Pot-Bouille는 '가정에서 끓여먹는 찌개'정도의 뜻으로, 현대 프랑스어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사어가 된 단어이다. 한국어에서 딱 떨어지는 뉘앙스의 단어가 없어 제목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역자는 밝히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집구석들'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16] 제의, 영대, 수단, 장백의 등등 [17] 수인(獸人)이라고도 번역된다. [18] '의사 파스칼'이라고도 번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