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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 카와이 업라이트 피아노로 사진의 모델은 높이가 약 121cm이다.)
피아노의 종류를 두 가지로 나눈다면 업라이트 피아노와 그랜드 피아노가 있다. 콘솔형 피아노도 있지만 업라이트 피아노를 높이가 조금 낮게 개량한 피아노이기에 업라이트의 범주에 포함된다.
업라이트 피아노는 1800년대에 개발되었으며 당시 가정용 보급형 피아노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좁은 실내 공간에 비해 너무나 큰 기존 피아노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개발되었다. 공간 절약을 위해 악기의 성능을 다소 희생한 대신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점에서 현대의 전자 피아노와 일맥상통한다.
업라이트는 세운 꼴의 피아노라는 의미이다. 그랜드 피아노는 현을 눕힌 꼴의 피아노이지만, 업라이트는 실제로 현이 세워져 있다. 또한 공간을 적게 차지하기 위해 118cm나 121cm 높이 피아노 기준 현을 1옥타브 레를 기준으로 두 파트로 분리시켜 교차시켜 놓았다. 131cm 높이 피아노의 경우 0옥타브 시 플랫을 기준으로 저음부분이 분리된다. # 또한 피아노 건반을 누를 때 해머가 위로 올라가서 위쪽에 있는 현을 때리는 그랜드 피아노와는 달리 해머액션 부분이 90도로 꺾여 있어서 건반을 누르면 해머가 앞으로 나가서 앞쪽에 있는 현을 때리게 된다.
2. 장단점
2.1. 장점
우선, 장점으로는 그랜드 피아노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크기가 작으며 보급화가 잘 되어 있다.업라이트 피아노가 소비자들에게 선택되는 거의 모든 이유이다. 삼익악기나 HDC영창 그랜드 피아노는 중고가만 해도 기본 400 ~ 500만 원 선이지만, 이 돈을 업라이트 피아노에 들인다면 사실상 신상 피아노를 한 대 구입하는 가격과 거의 맞먹는다. 중고 업라이트 피아노는 심지어 100만 원대 이내까지 내려간다.[1]
그래서 가정용, 학원용, 교회용의 피아노 보급 목적으로 생산된다. 규모가 큰 피아노학원의 경우에도 레슨용 메인 피아노는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진 그랜드로 구비하되 연습실 피아노는 연습만을 위한 싸구려 업라이트인 학원들이 상당히 많고, 교회의 경우 스테이지 피아노나 신디사이저를 주로 활용하거나 혹은 찬양 반주기, 노래방기기 같은 것을 대체품으로 활용하는 미자립교회도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 사람이 모이는 교회는 기본 두세 개씩은 업라이트 피아노를 갖고 있다.
이외의 장점은 소리가 연주자에게 들리는 것이다. 모니터링에 업라이트 피아노가 더 적합하다. 그랜드 피아노 특성상 소리가 주위로 퍼지게 되어 있다. 즉, 그랜드 피아노는 연주자보다는 주변 사람들에 더 잘 들리게 되어 있는 것이다. 공연이나 연주할 때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확실히 강점을 나타내지만, 연주자의 표현같은 것을 느끼기에는 업라이트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연습할 때 그리고 본인의 표현방식을 스스로 느낄 때는 업라이트가 더 강점을 나타낸다. 그랜드 피아노의 경우 녹음해서 들어야 더 잘 들릴 수 있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조금 부실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의 장점을 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전공자들이나 학원 강사들도 쉽게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업라이트 피아노가 그랜드 피아노에 비해 저가의 양산형이라는 점만 빼면 모든 면에서 그랜드 피아노의 하위호환임을 의미한다. 그나마 간신히 꼽을 만한 '조용한 연주가 가능함' 같은 세부적인 장점들도 사실 양산형으로서의 목적성에 부합하도록 하는 조치들이다. 예컨대 이웃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뮤트 페달과 소프트 페달을 달아놨다든지, 안에 신문지를 뭉쳐서 말아넣어서 소리를 죽인다든지 하는 것뿐이다. 하여튼 그랜드 피아노와 대조하기 시작하면 여러 모로 밀리는 처지이다.
그러나 간혹 20세기 초반의 미국 살롱이나 바 같은 올드스쿨 분위기를 낼 일이 있다면 업라이트 피아노만 한 것이 없다. 흔히 홍키통크 피아노(honky-tonk piano)라고 부르는 경우인데, 예시 래그타임 또는 부기우기 같은 초창기 재즈 느낌 혹은 미국 남부 컨트리 음악 색채를 내는 데에는 아주 제격이다. The Entertainer 곡을 추천한다. 이를 위해 살짝 튜닝을 어긋나게 해 놓거나, 택 피아노(tack piano)의 경우처럼 해머가 현을 바로 때리지 않고 작은 쇠 버튼을 먼저 때리게 만들거나 해서[2] 음색을 투박하고 걸걸하게 만드는 등의 개조를 하기에 아주 잘 어울린다. #연주영상1(2:00부터) #연주영상2 만약 그랜드 피아노로 이런 곡들을 연주한다면 싸구려 술집에 연미복 정장을 입고 가는 것 같은 기묘한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피아노는 앞뚜껑을 열어서 현이 훤히 드러나 보이게 하는 게 불문율인 듯.
2.2. 단점
업라이트 피아노의 단점은 기타 피아노로서의 모든 자질인 음색이나 셈여림, 타건감, 페달링, 표현력 등이 모두 그랜드 피아노보다 몇 수 아래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피아니스트가 꿈이거나 음악대학 진학, 피아노 전공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그랜드 피아노가 반 필수적이다.그랜드 피아노를 들여놓으려면 넓은 연습실 공간과 함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므로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업라이트 피아노를 쓰고 필요할 때에만 학원이나 연습실을 일정 기간 대여할 뿐이다. 자신이 개신교 신자라 교회에 다니고 있다면 양해를 구하고 그랜드 피아노 사용을 허락받아서 연습할 수도 있겠지만.
쇼팽 콩쿨을 주로 업라이트로 연습했다는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인터뷰도 있으니 장비 탓을 하는 것은 학습자로서 좋은 자세는 아니긴 하지만, 악기가 갖고 있는 이질감 내지는 괴리감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다. 업라이트 이외에는 평생 만져볼 일이 없는 아마추어 연주자들은 어쩌다 특히 제대로 관리된 그랜드 피아노를 만지는 영광을 누리더라도 그 웅장하면서도 예민한 소리에 정작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정도이다.
소리의 차이는 구조적인 차이에서 나온다. 풀 그랜드 피아노는 어떻게 보면 하프를 눕혀놓은 것과 같은 구조이다. 현이 오버랩되는 경우가 없다. 하지만 업라이트는 크기와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 저음현이 고음현과 교차되게 설계되어 있고 여기서 미세한 공진이 발생한다. 즉, 소리가 깔끔하지 못하고 겹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특히 트레몰로에 있어서 업라이트 피아노의 역량은 그랜드 피아노의 반에 반도 못 미친다. 그랜드 피아노로는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소나타 K.141을 어마어마한 속도(1초당 15회)로 연속타건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업라이트 피아노로는 아르헤리치가 와도 제대로 된 연주를 절대 할 수 없다. 이는 그랜드 피아노와 업라이트 피아노의 내부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비단 이 곡 뿐만 아니라 슈베르트의 마왕의 경우 반부 부분에서 오른손이 옥타브 음을 마구 연타하듯이 연주해야 하는 트레몰로와 트릴가 들어가는데 업라이트의 경우 트레몰로를 연주하기 매우 힘들며 1초에 최대 7번까지밖에 연속 타건을 못 한다.
또한 업라이트 피아노는 그랜드 피아노에는 있는 이중 이탈 장치(Double escapement)가 없다는 점이다. 이로인해 그랜드 피아노는 건반을 누른 후 건반이 다시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건반을 다시 누르면 소리가 나는 반면 업라이트 피아노는 건반을 누른 후 건반이 다시 원위치까지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는 눌러도 소리를 내지 못한다. 원리적으로 보면 두 피아노 모두 건반을 누르면 잭(Jack)이 해머를 밀어서 소리를 내는 방식인데 소리를 낸 후엔 잭이 옆으로 밀리면서 분리된다. 그랜드 피아노에서는 레피티션 레버(Repetition lever)로 인해 건반 터치 후 건반이 아주 살짝만 올라가도 잭을 작동가능 상태로 돌려 놓지만 업라이트에는 그런 장치가 없어서 한번 분리된 잭은 건반이 원위치로 다시 올라오기 전에는 해머를 미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관련 영상
이로 인해 업라이트 피아노는 일반적인 연타, 트레몰로, 트릴은 가능하지만 아주 간드러지고 여린 매우 작은 소리의 연타, 트레몰로, 트릴은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그랜드 피아노는 건반이 살짝 눌린 상태에서 연타를 하면 아주 작은 소리를 빠르게 연속적으로 낼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이 매우 수월해진다.
3. 기타
- 19세기에는 기린 피아노(giraffe piano)라는 이름의, 그랜드 피아노를 말 그대로 세운 형태의 물건도 있었다. 그래서 높이도 높았고, 케이스의 모양도 그랜드 피아노 모양이었다.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골동품 시장에 있을지도 모른다. 종종 이베이 등지에 올라오기도 하는데, 갖고 싶다면 해외 직구로 구매하면 되겠지만 크기와 무게가 커서 배송비도 매우 비싸며 높이가 높아서 천장도 높아야 한다. 대신 이것들은 100년도 한참 넘은 거라서 관세는 면제다. 현대에도 이런 피아노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 업라이트 피아노 뒷면에 전기 플러그가 있는데 이걸 콘센트에 꽂으면 내부의 제습 장치가 작동한다. 한국의 여름은 굉장히 습해서 이 제습 장치를 제대로 안 쓰면 음향판이 다 썩는다.
4. 제조업체
[1]
관리가 잘 안 된 피아노는 50만 원 안팎의 가격까지 내려가기도 하지만 아무리 값이 싸더라도 웬만하면 구매하지 않는 편이 낫다. 이런 물품들은 피아노 가격 50만 원에 유지비가 50만 원이라고 봐야 한다.
[2]
들어보면
밴조나
하프시코드에 가까운 짤랑거리는 소리가 난다.
택피아노#1
택피아노#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