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문서: 맹꽁이 서당/에피소드
맹꽁이 서당 | |
에피소드 | |
조선편 | 1권 · 2권 · 3권 · 4권 · 5권 · 6권 · 7권 · 8권 · 9권 · 10권 |
고려편/기타 | 11권 · 12권 · 13권 · 14권 · 15권 · 기타 |
등장인물 |
1. 후세 칭송받는 임금
훈장님이 100번씩 읽어오라는 숙제를 내줬는데 죄다 1번도 안 읽고 와서 더듬대 훈장님이 커서 대체 뭐가 되려나 한탄하니, 학동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무인(武人)이 되지요" 하니까 무인이라고 한들 글이 소용없을 것 같냐며 전종영 이야기를 했다.전종영은 까막눈이었으나 무예가 출중해 무과에 합격해 첨사(僉使)까지 올랐지만 늘 자신이 까막눈임을 후회해, 사략(史略) 1권을 구해서 글재주가 있는 부하를 스승 삼아 밤낮으로 글을 읽어 3달 만에 다 떼고 1년 뒤엔 자치통감을 읽고 쓸 정도로 문리가 터, 암행어사의 눈에 띄어 임금에게까지 소식이 전해져 승진했다.
그런데 이를 시기한 자들이 암행어사에게 뇌물을 바치고 승진했다고 모함해 기군망상죄로 몰리지만, 글을 아는 것을 증명해 모함임을 밝히고 복직하고 군수도 겸직해 잘 살았다는 이야기.
그러면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들을 돕는다'는데 너희 같은 녀석들을 하늘이 돕겠냐고 때렸다. 그 뒤 무인시대에 관련된 얘기가 끝나자 학동들이 '그것 봐요, 글 몰라도 언제든지 출세하잖아요, 훈장님은 뭘 모르셔'라고 얘기했다.
2. 탐라국 조공 바치다
어느 학동이 울면서 "아침에 아버님이 편찮으신 걸 보고 왔는데 지금쯤 돌아가셨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해서 훈장님이 조퇴시켜 줬는데, 저잣거리서 놀고 있었다. 사실 ' 아침에 발목을 접지르셨는데 용케 근무지인 대구 감영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결국 훈장님에게 회초리 맞고 벌까지 섰다.그 다음 훈장님께서 1866년에 과거 시험을 보러 갔다 실종된 아버지를 찾기 위해 전국을 떠돌아다녔던 한용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한용의 아버지는 과거 보러 가기 전 아내에게 자신이 급제한다면 바로 돌아오겠지만, 낙방한다면 내친 김에 몇 달 정도 여행하다 겨울쯤에나 올 것이라 당부하고 과거길을 떠났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도, 또 한 해가 지나도 아버지는 오지 않았고, 그렇게 2년 동안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가족들이 걱정하던 중 차남 한용이 걱정이 되어 아버지를 찾아 나섰지만 처음 1년 간은 실패로 돌아갔고 나중에 다시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나섰는데 이때 하늘이 도왔을까? 우연히 묘향산 근처를 지났던 한 선비를 만나 아버지의 마지막 근황을 듣게 되었다. 선비의 말에 따르면 "묘향산 내 어떤 사찰에 한씨 성을 쓰는 선비 한 분을 뵌 것 같아. 그런데 그 분에게 지병이 있었는지, 갑자기 병을 얻었는지 모르지만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더군."이라 하였고 편지와 함께 사찰로 가는 길을 받게 된 한용.
선비의 도움을 받아 편지를 받아들고 선비가 머물렀다던 사찰로 달려가서 선비가 준 편지를 그 사찰의 주지스님에게 보여주자 주지스님은 편지를 읽은 뒤 그의 아버지의 유품을 보여주며 착잡한 얼굴로 그날의 진실을 알려줬다. 스님이 밝혀준 바에 따르면 용의 아버지는 과거 시험을 보러 나선 그 해에 이 사찰에 잠시 머무르다 급작스럽게 병을 얻고 숨을 거두어 사찰 내 스님들이 절 아래에 있는 작은 언덕에 장지를 마련해주었다고 한다.
용이는 주지스님의 안내를 받아서 그 언덕에 잠든 아버지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스님은 이 딱한 사연을 듣고 용이의 아버지의 유해를 거두어주고 수의와 유품, 약간의 여비를 들려주며 용이의 귀향길을 배웅했다.
그 뒤 집으로 돌아와서 아버지의 소식을 알려주자 가족들이 오열하면서 가장의 장례를 정성껏 치렀다. 이후 이 일을 듣게 된 사람들은 그의 효성이 하늘을 감동시켰다고 감탄했다.
훈장님은 이야기 후 벌서는 학동은 아버지가 없어지면 찾으라는 아버지는 안 찾고 길에서 놀고 있을 거라고 쏘았는데, 그 학동이 나졸들이 단속한다고 산에서 숨어서 놀 거라고 드립을 쳐서 다들 웃었다. 그러자 훈장님은 그 학동은 냅두고 웃은 학동들만 때렸다.
그 뒤엔 탐라국 이야기를 하면서 왕족이던 제주 고씨가 평민으로 변했다며 "나라라곤 하지만 오죽했겠냐"고 다들 웃었는데, 그 학동도 고씨라 울면서 왕족을 벌세우다니 무엄하다고 해서 다들 뒤집어졌다.
3. 태평성대를 이룬 문종
팔삭둥이 바보인 박봉달이라는 아이가 할머니 손에 이끌려 서당에 온다. 그렇지만 봉달이는 똑똑한 사람들 중엔 나쁜 사람이 많은데 바보는 그렇지 않다며, 자기는 바보가 좋다고 하여 훈장님이 바보인 줄만 알았더니 제법 천도를 안다며 웃으면서 '도둑은 소인이지만 지혜는 군자를 넘친다'는 옛말과 함께 옛날 중국의 꾀 많은 도둑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다.한 사당에 커다란 종이 있었는데 도둑이 그것을 눈독 들여, 종을 훔쳐서 녹여 농기구를 만들어 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너무 커서 깨트려서 가져가야 하는데 때리면 300리 밖까지 울리니 어쩌나 고민하다가, 꾀를 내어 종을 떼어낸 뒤 그 속에 흙을 가득 채우고 두드려부수니 감쪽같았다.
또 어느날은 도둑이 대낮에 남의 집에 들어가 타악기인 경쇠를 훔쳐 나오는데, 그만 외출하고 돌아온 주인과 마주치자 태연히 경쇠 장수인 척 경쇠를 사라고 한다. 주인은 내 집에 이미 있으니 필요 없다고 했고 이에 도둑은 유유히 떠나갔고, 그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이 경쇠가 없어진 것을 알고 그놈이 도둑임을 알았지만 이미 지나간 버스...
또다른 날은 마침 큰 솥을 지고 가는 사람을 보고는 솥을 훔치려고 미행하다, 그 사람이 인적이 드문 곳에서 솥을 내려놓고 소변을 보자 재빨리 다가가 솥을 머리에 쓰고는 옆에서 같이 소변을 보았다. 그 사람이 솥이 없어진 걸 알아채고 기겁하자 이를 본 도둑은 쯧쯧 혀를 차며 태연히 자기처럼 머리에 썼어야지 함부로 땅에 내려놓으면 어쩌냐고 했고, 그 사람도 설마 도둑이 가져가 머리에 쓴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채 펑펑 울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봉달이는 난 괜찮지만 저놈들은 쥐알 까먹게 똑똑해서 도적놈이 될지 모르니 잘 감시하라고 해서 학동들이 열받아 집단으로 다굴치려 했는데, (사실 이것은 학동들이 먼저 봉달이를 멸시하고 비웃어서...) 막상 봉달이는 슬쩍 빠져서 숨어있었고 학동들은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해버렸다. 학동들은 아주 지능적으로 우릴 골탕먹인 무서운 놈이라며 기겁하고, 학동 중 한 명은 너 각오하라고 으름장을 놓는데, 봉달이는 선대왕 이야기가 끝나자 훈장님한테 아까 얘들이 두고 보자고 그랬으니 좀 붙잡아뒀다가 집에 보내라며 먼저 줄행랑쳤다.
4. 왕자 의천의 출가
설날에 학동들이 서당 가는 길에 스님을 만나 길에서 절을 한 다음 세뱃돈을 달라고 하자 스님은 줄 돈이 없어 36계 줄행랑 쳤는데, 중간에 천 냥이나 되는 돈주머니를 떨어트린 걸 학동들이 주워가서 나눠가진 다음 훈장님이 세뱃돈을 주려고 하니까 학동들은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거절했다.물론 스님의 돈주머니는 부처에게 공양하는데 쓸 아주 중요한 돈이었기에 나중에 스님이 와서 돈주머니를 회수해갔으며 학동들은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할 때는 언제고 세뱃돈 달라고 아우성치자 훈장님은 학동들에게 한 푼씩 줬다. 학동들은 엿 1가락도 안 되는 금액이라 제기나 만들자고 툴툴댔다. 나중에 선대왕 얘기를 하던 도중 한 학동이 눈치없이 '절값 벌러 가야 하는데 언제 끝나냐'고 얘기했다.
5. 대각국사 의천 스님
대뜸 우는 소리가 들리자 다들 뭔가 했는데 마당쇠가 서당 위에서 울고 있었다. 자기가 오늘 아주 큰 욕을 들어서 죽으려고 작정했다는데, 박 첨지가 마당쇠를 혼내면서 "저놈은 사람도 아니다"라고 해서 죽으려고 한다니까, 훈장님은 그런 소리 듣는다고 죽으면 세상에 살 놈 하나도 없겠다고 했더니 마당쇠는 그건 훈장님이 몰라서 그러는 거라며 옛날 이야기를 했다.옛날에 어떤 고을에서 포졸이 힘들게 한 흉악범을 잡았는데, 사또가 그놈의 죄상을 듣다가 그야말로 안 지은 죄[1]가 없어 기겁한 다음 서둘러 그놈을 자세히 보더니만 웃으면서 "이놈은 사람도 아니다"라면서 풀어주라고 해서 포졸이 황당해했다. 그런데 그 흉악범은 아주 경악을 하는데...
다음날, 사또가 포졸을 시켜 그놈이 그 말을 듣고 필경 자살했을 것이니 시체를 찾아오라고 하니[2], 포졸은 설마해서 여러 곳을 뒤졌다가[3] 연못에 빠져있는 흉악범의 시체를 찾고 놀랐다. 사또는 이를 두고 사람이 아니면 짐승밖에 더 되겠냐며 아주 큰 욕이라고 했고 포졸도 과연 그렇다며 웃었다.
그렇기에 마당쇠도 죽을 작정이니 송장 치우기 싫으면 증서나 써달라고 해서 훈장님은 마당쇠 말대로 "마당쇠는 분명 인간으로 태어났노라. 비록 게으르고 빤질빤질해서 상전 속은 잘 썩이지만 인간임은 맹꽁이 서당 훈장이 보증한다"는 내용을 써줬다. 학동들은 자기가 게으르고 빤질빤질한 걸 잘 안다며 웃었다. 선대왕 이야기 후에는 마당쇠가 다시 와서 마님이 뺏어서 찢어버렸으니 다시 써달라고 울었다. [4]
6. 병약한 왕 순종
글공부 중 학동 둘이 갑자기 싸워대는 걸 말리고 대체 왜 그러냐니까 자기 동생 돌날인데 돌떡을 안 줬다는 거였다. 훈장님은 고작 떡 때문에 싸우냐면서 친구 간에 우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이때 갑자기 작가인 윤승운이 등장해, 백번 지당하다며 우정 이야기를 해준다. 검열과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예술인들이 어렵게 살던 1970년대 무렵의 일로, 자신의 동료 만화가의 집에 그와 지인 관계인 아는 시인이 어두운 얼굴로 "급작스럽겠지만... 도움을 청하러 왔어."라고 하며 만화가를 찾아왔는데, 만화가는 "쌀이 떨어졌다면 언제든지 줄게."라고 안심시키려 했지만 시인은 "고마워. 그런데 그게... 일이 좀..."이라 말을 흐리다 자기 어머니가 방금 길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놀란 만화가가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시인의 어머니는 지병이 있었는데 앓던 병이 심해지자 월셋집 주인이 초상 치를까봐 재수 없다고 쫓아내버려서 길에서 이불에 싸인 채로 숨진 것이다. 이에 그 만화가는 자기 집의 방을 하나 비워서 빈소를 차리고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줬다. 만화가가 "건넛방을 치웠으니 이 곳을 쓰면 되네."라고 하자 시인은 고마워하며 용달차에 실려 온 돌아가신 어머니의 시신을 염습한다.
그런데 당시 이 만화가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그러니까 신혼집 방을 친구 어머니의 빈소로 쓰라고 비워준 것. 당시 사정을 모르던 새댁 시절 아내는 남편에게서 자초지종을 알자 "네? 소, 송장이라고요?"라며 기절초풍했고 만화가는 "정말 미안하오. 친구 어머니께서 길에서 돌아가시는 바람에 급한대로 여기에 빈소를 차리게 되었소."라 하며 미안해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냐며 학동들을 감동시킨 윤승운 작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갔다.
이어서 훈장님은 노수신과 어떤 군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노수신이 연산군에게 밉보여 귀양을 오게 되자 그 곳의 군수는 평소 속좁고 악랄한 인물이라 걸핏하면 노수신을 박해하고 굉장히 괴롭히는 등 여러 악행을 일삼았고 금부도사의 소식을 듣자 노수신을 거의 죽기 직전까지 괴롭히다가 금부도사는 이 곳을 거쳐 다른 곳으로 가던 길이라 쓴 입맛을 다시며 그냥 돌아갔다.
중종반정이 되어서 복권한 노수신은 그때 그 군수가 자신이 감찰사로 가게 된 지역 내에 있다는 소식을 듣는데, 그 군수는 자신이 한 짓이 한 짓들이다보니 노수신에게 걸려 죽을까 걱정되어 사직을 청하나 노수신은 오히려 그 군수를 따로 불러 "걱정 말게. 지난 일은 지난 일일 뿐, 지금의 일에 충실히 하면 되는 법이네."라고 달래주었고 노수신의 다정함에 감복한 군수는 큰 소리로 울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선치 수령이 되었다고 한다.
7. 임금을 아무나 하나?
우주에 관해서 공부할 때 개똥이를 시켜 읽게 했는데 왜 자기만 시키냐니까 훈장님이 담뱃대로 머릴 때리며 네가 제일 못하니까 시키는 거라고 했다.어쨌거나 읽기 시작하는데 처음엔 "해는 서쪽에서 뜨고 동쪽으로 지니-"라고 해서 훈장님이 또 때리며 해가 언제부터 서쪽에서 뜨고 동쪽으로 졌냐고 하니, 옛날 사람이 그렇게 써논 걸 제가 어찌 아냐고 한다.
훈장님은 네가 잘못 읽은 거라고 하고 혼내며 계속 읽게 하는데, "밤이면 달과 별이 나타나고 위성이 있으니 金星, 木星, 水星, 火星, 土星인데 풀이하면 개밥바라기별, 나무별, 물별, 불별, 흙별"이라고 한다. 훈장님이 세상에 개밥바라기별이 어디 있냐니까 그 별이 뜰 때면 개가 배가 고파서 밥 달라고 해서 개밥바라기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5]
훈장님이 또또 때리며 그럼 나무별, 물별, 불별, 흙별은 뭐냐니까 "나무별은 나무로 된 별, 물별은 물로 된 별, 불별은 불로 된 별, 흙별은 흙으로 된 별이잖아요"라고 한다. 훈장님은 또또또 때리며 "이그 천재다 천재. 그럼 별똥별은 별이 똥 싼 거냣?"이라 했고 [6], 결국 개똥이는 서당을 관두겠다며 나가서는 옛날 이야기 한 개 해주기 전엔 죽어도 안 들어가겠다고 해 결국 훈장님은 탄식하며 응했다. "크게 될 아이는 그런 거다"라는 자화자찬은 덤.
그리고 옛날 이야기를 해주니까 개똥이가 또 서당을 관두겠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그런 좋은 이야기를 왜 감춰뒀다 지금 하냐며 옛날 이야기에 인색한 훈장님에겐 배울 맛이 안 난다고... 결국 완전 열받은 훈장님은 "그래 가- 가- 제발 다신 나타나지 말고! 나도 너라면 신물난다."며 마구 때려서 쫓아내 결국 개똥이는 공부하겠다고 싹싹 빌고 손 들고 벌 섰다.
8. 어리고 병든 왕 헌종
훈장님이 오성과 한음의 장난 이야기를 한다. 오성과 한음은 세상에 둘도 없는 장난도사들이지만 스승에게 호까지 받은 영재들이기도 하다. 그들도 한 방 먹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들이 여름날 절에서 글을 읇던 중, 오성이 해우소로 가서 일을 보던 중, 누군가가 오성의 X알을 만졌다.놀라서 누구냐고 하니, "이런! 오성 대감이로구나!"란 말이 나온다. 이에 일을 보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한음에게 귀신이 있다고 얘기를 하니 한음은 믿지 않았다. 오성이 말한 대로 귀신이 있는지 확인하고자 해우소로 들어가니, 역시나 했더니만 누군가가 오성이 당했던 것처럼 그 행동을 했다. 기겁해서 들어온 한음은 귀신이 자신더러 영상(영의정) 대감이라고 한다고 얘기했다. 다음날 아침, 사찰 주지스님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어른이 된 뒤에도 두 친구의 장난은 물이 올랐다. 한번은 오성이 일찍 퇴근하고 한음을 만나러 간 일이 있었는데, 마침 한음의 아버지가 별채를 막 짓고 이름을 짓고자 머리를 쓰고 있었다. 오성은 친구의 아버지를 돕기로 하고 별채의 이름을 '淸淸堂(청청당)'이라고 지었다. 한음의 아버지는 이를 보고 '물처럼 맑고 맑은 곳'이란 뜻이니 마음에 든다고 감탄했는데...
그날 저녁, 한음이 퇴근했을 때 아버지가 오성이 지어준 별채의 이름을 자랑하니 한음은 씁쓸한 얼굴로 아버지에게 그 친구가 장난을 쳤다고 말했다. 놀란 아버지가 무슨 말이냐고 묻자, 한음은 보통 '淸'자가 맑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꿀이란 뜻도 가지고 있다면서 딱 보니까 ' 꿀꿀이집'이란 당호를 만든 것이라고 밝혀줬고 전후사정을 깨달은 한음의 아버지는 그대로 뒤집어졌다.
훈장은 오성과 한음 얘기를 하며 한참을 웃다가 자신들의 제자들은 모두 석두들이라 한탄하자 학동들은 훈장을 달래고자 오성과 한음처럼 나서겠다고 했는데, 이게 그들의 장난을 본받겠단 것이니 놀란 훈장은 서둘러서 그들을 말리기 위해 비상용 엿을 꺼내 무마시켰다.
그러던 중 한 학동이 "그러고보니 아직 왕이 병에 골골대도 살아있는데 역심을 품은 이들은 어떻게 되었나요?"라 물어보자 훈장도 "아, 맞다! 고려 헌종 때 있던 삼촌과 외삼촌의 권력 다툼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라고 답하며 이후를 알려준다.
헌종의 누이인 수안택주는 맹인임에도 점술에 조예가 깊은 인물이라 외삼촌 이자의가 아닌 삼촌 계림공 왕희를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알리지만 어머니인 태후는 "아무리 그래도 이자의가 노골적이니 이자의를 의심해야 하는 거 아니니?"라고 하고 수안택주는 "그렇지 않아요. 삼촌은 주도면밀한 면이 있어서 아무도 모르게 진행하는 능력이 있으니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은 삼촌이에요."라고 한다.
하지만 끝내 태후는 이자의만 의심하던 끝에 계림공의 은밀한 쿠데타에 휘말려 모든 권력을 잃고 아들 헌종까지 병의 악화로 떠나보낸 뒤 '수안택주의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라고 한탄한다.
9. 강성해진 여진족
글공부 중 학동 한 명이 글은 안 읽고 뭔가 보다가 화들짝 숨기는 것을 추궁하는데, 훈장님 주역 책이었다. 네가 주역을 읽어서 어디 쓰냐니까 장래를 점쳐보고 싶다는 것. 천자문이나 읽지 주역은 왜 읽냐고 혼내니, 자기보다 못한 천민도 주역을 배웠다며 기막히게 들어맞은 점 이야기를 했다.영조 시절에 이이장이라는 참판이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본인의 발뒤꿈치에 종기가 생긴 걸 보고 경악 후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친구인 조엄을 부르라고 했다. 그 뒤 조엄이 와서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내가 예전에 어느 일꾼에게 점을 쳤는데 그 날이 죽을 운명이라고 말하면서 본인이 경험한 얘기를 했다.
이이장이 암행어사로 활동할 때 한 절에 묵었는데, 한 일꾼이 죽을 얼굴로 방바닥에 누워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다들 이러다 사람이 죽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이 때 이 사찰에서 일하는 한 불목하니가 그 사람은 잠시 속이 안 좋은 것뿐이니 화장실만 다녀오면 괜찮다고 했다. 물론 다들 '우리가 보기엔 곧 죽을 듯 한데...'라고 믿지 않았지만 나중에 그 일꾼이 화장실로 간 뒤 멀쩡한 얼굴로 오자 다들 불목하니의 예지에 감탄했다.
이이장은 그 불목하니가 신통하다고 생각해서 나중에 불목하니가 있는 부뚜막으로 갔더니 불목하니가 그를 보고 수의사또(암행어사)라는 걸 알아봤다. 그는 어릴 때 어떤 도사에게 점술을 배워 약간이나마 사주를 통한 신수점을 볼 수 있다고 했으며 이이장의 부탁에 사주점을 쳐줬는데, 참판에 올라 62살까지 살다가 발뒤꿈치에 종기가 나는 날 죽을 것이며 이조판서를 추종받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 날 아침에 불목하니를 찾으려고 했더니 정체가 밝혀졌는지 종적을 감춘 뒤였고 그 뒤 그 불목하니의 말대로 이루어졌다.
그 이야기를 한 다음 이이장은 친구인 조엄에게 같이 이별주나 한 잔 하자고 얘기했고, 그의 제삿날이 된 다음날에 임금은 그에게 이조판서를 추종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다음 훈장님이 그래도 학동이면 공부를 해야지 주역을 파냐니까 주역으로 점봐서 장래가 어두우면 일치감치 글 때려칠 거라고 하고, 다른 학동들도 몽땅 동조해서 멀찍이 떨어져서 주역이나 가르쳐달라고 했다. 훈장님은 그럼 거기서 고려사나 들으라고 하니 다들 앞다투어 가까이 앉으려고 하자 훈장님이 "글쎄 이렇다니까"라고 웃었다.
고려사에서 윤관이 활약하는 이야기가 나오자 주역을 봤던 학동이 같은 파평 윤씨라고 방방 뛰다가 훈장님한테 조상의 이름을 먹칠하냐며 볼을 신나게 꼬집힌다.
10. 북진개척과 윤관 장군
훈장님이 뱀뿔과 환생석[7]이라는 기이한 물건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다.뱀뿔 이야기는 인조 시절 한 정승의 마부 노릇을 하던 머슴이 중국 사신으로 가게 된 주인을 따라 중국으로 가면서 시작된다. 어찌저찌해서 일행이 하룻동안 묵을 객사에서 쉬고 있던 중 그 마부는 급작스레 배탈이 나 밖에서 일을 보던 중 우연히 빛나는 물건을 본다. 서둘러 가서 주워보니 뿔 달린 뱀 해골이었다.
사람들은 이상한 거 갖고 있으면 동티난다고 버리라 하지만 마부는 그냥 무시했고 며칠 뒤 수도에 도착해서 묵을 여관에 짐을 풀고 쉬던 중 여관 주인이 머슴이 가져온 뱀 해골을 보고 놀라 출처를 물은 뒤 상인을 불러 팔도록 주선하고, 상인은 10만냥을 부르자 마부는 웬 떡이냐 싶어 즉시 팔아버렸다.
그런데 그 뱀 해골이 뭔지 몰라 여관 주인에게 물어보니 여관 주인은 "그땐 경황이 없어 갑자기 상인을 부르고 설명을 안 해서 미안하오."라 사과 후 그 해골은 사실 수백년을 살아온 뱀의 뿔로 달여먹으면 아들을 낳는다 해서 현재 황후가 아들을 낳기 위해 뱀뿔을 구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그 상인은 아마 100만냥을 벌었을지도 모른다 얘기했다. 마부는 10곱을 남겨먹다니 도적놈이라며 배짱 좀 튕길걸 했지만 그래도 이게 어느 횡재인가. 마부는 그 돈으로 몸값을 치르고 면천된 뒤 남은 돈으로 여생을 행복하게 보냈다고 한다.
환생석 이야기는 어느 작은 마을에 한 마리 암컷 학이 마을에 있는 느티나무에 알을 까는 걸로 시작되었다. 암컷 학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동네 악동들이 알을 훔쳐서 한 녀석이 알을 까보니 갓 솜털이 난 새끼학이 들어있었다. 헌데 친구놈은 그놈 말리기는커녕 그 새끼를 보고 입맛을 다시며 길러서 잡아먹으라고 하고... 다행히 동네 어른이 이들의 못된 짓을 보고 엄히 꾸짖어서 큰 사달은 나지 않았지만 새끼학은 하도 시달린 나머지 죽어버렸다.
노인은 새끼학과 알을 다시 학의 둥지에 넣어주고 새끼학의 죽음을 한탄했다. 나중에 어미가 죽은 새끼를 보고 슬피 울다 하얀 돌 하나를 주워오는데 그 돌을 새끼의 곁에 놓자 새끼가 다시 살아나 지저귀기 시작했다. 눈 앞에 일어난 일을 보고 놀란 노인은 학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몰래 그 돌을 가지고 가보로 삼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이 중국 상인과 일이 있어 집에 초대했는데 상인이 그 돌을 보고 놀라 그 돌을 천금 주고 살 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서둘러 천금을 마련하러 갔다. 상인이 나가고 노인의 아들은 돌을 보고 검은 점 두 개가 있는 게 흠이라 하며 그 점들을 문질러 지웠는데... 상인이 그 돌의 점이 없어진 걸 보고 이 돌은 검은 점 두 개에 생명을 돌려놓는 힘이 있는 환생석이란 희귀한 돌인데 점이 사라졌으니 평범한 돌이 되어버려 살 수 없다고 한탄했고 노인의 아들은 천금을 날린 사실에 놀라 기절해버렸다.
학동들은 두 이야기를 듣고 저마다 나가서 뱀뿔과 환생석(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주워온다. 물론 전부 가짜로 뱀뿔이라고 들고 온 건 쇠뿔에 염소뿔, 녹각을 들고 온 학동도 있었고, 환생석은 죄다 평범한 차돌멩이. 그나마 주워서 바로 돌아왔기에 훈장님은 다행이라 했고 선대왕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팔러 나갔다.
11. 없어지는 나라들
훈장님과 학동들이 계곡으로 피서 겸 임간수업(林間受業)을 갔다. 도중에 마당쇠랑 마주치는데 마당쇠가 서당이 이사 가냐니까 한 학동이 너 같은 놈 때문에 옮긴다며 맹모삼천지교를 언급하는데, 맹꽁이(맹자) 엄마가 자식 교육을 위해 3천번이나 이사를 다녔다는 드립을 쳐서 훈장님이 3번이라고 혼냈고, 학동은 3천번이 맞다고 우기는 장면이 나왔다.[8]마당쇠는 먹을 일 있으니까 자기도 따라가는데, 중간에 몇 녀석이 없어지자 한 학동이 특공대는 조금 늦게 온다고 한다. 그 특공대가 맡은 임무라는 게 천렵하려고 서당에 있는 솥, 쌀과 고추장, 된장 등 각종 양념 등등을 가져오는 것... 마당쇠는 훈장님은 내일부터 맨밥 자시게 되었다고 했다.
계곡에 도착해서 특공대는 물고기 잡고 매운탕 끓일 준비를 하는데 불 피우는 놈은 훈장님 담뱃불 붙이는 부싯돌까지 슬쩍해서 불 피운다. 한 녀석은 잠수했다가 계곡에 이무기가 있는 걸 보고 기겁해 도망쳤다.
특공대가 매운탕감을 잡아왔을 때 물뱀을 보고 한 녀석이 뭐라고 하는데, 잡아온 녀석이 세상에 못 먹는 건 없다고 광주리로 때렸다. 그래선지 매운탕을 다 끓이고 학동들과 훈장님, 마당쇠까지 먹고 있을 때 한 학동이 훈장님에게 "이 고기(물뱀) 드릴까요?"라고 했다.
다들 잘 먹고 나서 훈장님이 잠시 쉬고 글공부한다니까 학동들이 줄행랑쳤다. 훈장님은 시원한 데서 공부를 해야 잘 된대서 왔는데 왜 도망치냐고 방방 뛰었고 이녀석들을 어디 가서 찾나 했더니 전부 서당에서 자고 있었다.
훈장은 "서당에서 도망치면 산에 숨고 산에서 도망치면 서당에 숨어-" 하면서 한심하게 바라보다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나도 졸린데 한숨 자자고 꿈나라로 갔으며 그 와중에도 선대왕 이야기를 잠꼬대로 했는데, 마당쇠가 이 이야기를 듣고는 나도 종살이 때려치고 만주로 도망가서 나라를 세워볼까 하는데, 나라 이름은 복(福)이 어떠냐고 하니 훈장님이 꿈 깨라고 했다.
12. 이자겸, 척준경의 난
학동 한 명이 '仙'이 무슨 한자냐고 하니까 훈장님이 모른다 했고, 그럼 '神'는 무슨 한자냐고 하니 그것도 모른다며 때렸다. 물론 훈장님은 다 알면서 학동 속을 보고 그런 것.다른 학동은 정말 신선(神仙)이 있냐고 하니, 훈장님은 미소를 지으며 "글쎄... 나도 옛날 이야기에서나 들어봤다시피 해서 잘 모르겠다."고 하며 철종 시절의 신선 이야기를 해줬다.
경상도 상주 땅에 이원조라는 선비가 있었는데, 과거 보러 가다 청주에 있는 까치내 주막에서 묵은 날 밤 꿈에서 신선이 사는 선계에 가게 된다. 우연히 거기서 신선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이번 과거에 살기만 하면 이원조가 급제하지만 오늘밤 호환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원조는 깜짝 놀라 신선들에게 살려달라고 사정하고, 신선은 동자를 시켜 포수를 불러와 당장 까치내 주막으로 가서 범이 오거든 쏘아 이원조를 구하라고 했다. 이원조는 순간 총 소리에 깜짝 놀라 깨어나는데, 꿈에서 본 그 포수가 범을 잡은 게 아닌가. 포수가 이원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포수도 자기와 똑같은 꿈을 꿨던 것. 꿈대로 그는 살아남아 급제했다.
이 일이 있기 전날, 백구용이라는 유학자가 경상도 고성에서 훈장 노릇을 하며 학동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용모가 흉측한 중이 찾아와 청주로 간다며 문안을 드리자, 백구용은 가면 안 된다며 갔다간 목숨이 끝장이라고 했지만 괴승은 그 말을 듣지 않고 기어이 가겠다고 우긴 뒤 청주로 갔다. 백구용은 '가지 않으면 살 수 있을 것을...'이라 걱정하다가 학동들이 누구냐고 하니 호랑이가 변신한 것이라고 하여 학동들이 기겁했다. 과연 그 호랑이는 그날 총에 맞아 죽게 되었다.
학동들은 그런 좋은 이야기를 왜 이제 해주냐고 떼를 써 다른 신선 이야기를 더 들으려고 했고, 훈장님은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냐고 하니 "몰라요 몰라"라며 극성이자 먹으면 신선이 된다는 단약(丹藥) 이야기도 해주는데, "그 약을 구해먹은 왕들은 모두 즉사했다.[9] 끝."으로 마무리했다.
마지막에 고려사 얘기를 끝내고 훈장님이 집으로 가라고 하자 학동들이 전부 뒤집어지면서 오늘은 왜 이리 이야기가 싱겁냐고 간 좀 맞추라고 했다.
[1]
포졸의 말에 따르면 살인, 강도는 기본이고 무전취식에 공갈... 게다가 불효죄까지 저질렀다고 하며 능지처참도 부족할 정도라 한다.
[2]
포졸이 어안이 벙벙하니 사또는 "그 놈도 인간의 모습이거늘, 내게 그 욕을 제대로 들었으니 살 마음이 들겠는가? 필경 자살했을 거야."라고 하였다.
[3]
포졸 왈, "원... 그렇다고 자살하나. 아무튼 명이니 찾아보자. 일단 숲은 아닌 거 같고.. 연못에 있으려나...?"
[4]
훈장님이 아까 증서 써줄때 왕짜증을 내며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고 했지만 기어코 다시 나타났다..
[5]
정확히는 초저녁 서쪽 하늘에 뜨면 개밥바라기, 새벽 동쪽 하늘에 뜨면 우리에게 귀에 익은 샛별이 된다.
[6]
이때 개똥이는 "그럼요 똥쌌죠 " (..) 라고 대답했다..
[7]
시체 곁에만 둬도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온다는 전설 속의 돌.
죽음의 성물에 나오는 부활의 돌과 비슷한 개념이다.
[8]
이 학동이 사실
윤서인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9]
단약은
수은 같은 재료들로 만드는 순 엉터리 약이었기에 죽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