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서(晉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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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朱伺(? ~ 317)
삼국시대 오나라, 서진 및 동진의 인물. 자는 중문(仲文). 형주 강하군(江夏郡) 안륙현(安陸縣) 출신.
2. 생애
젊었을 적에는 오나라에서 아문장 도단(陶丹)의 급사(給使)를 지냈고, 오나라 멸망 후에는 서진에 항복하고 강하(江夏)로 근무지를 옮겼다. 주사는 용맹하기는 했지만, 말주변이 어눌하고 무식하여 군의 장독(將督)으로서 향리의 사대부를 만날 때는 읍하며 자신의 이름만 말했다. 사람들은 이런 그를 보고 공손하다 여겼다.태안 2년(303년) 5월, 의양국의 만족 장창이 안륙의 석암산(石巖山)에서 징집령을 기피한 이들을 모아 반란을 일으켰다. 강하태수 궁흠(弓欽)는 이들을 공격해 보았으나, 이기지 못하고 섭구(灄口)로 도주했다. 당시 궁흠 휘하에 있던 주사는 병사를 모아 같은 동료인 침보(郴寶), 포흥(布興)과 힘을 합쳐 장창을 공격했다. 그러나 그 역시 이기지 못하고 궁흠을 따라 무창(武昌)으로 도주했다. 이후 다시 세력을 모으면서 상황을 주시하다가, 대도호 도간을 도와 경릉(竟陵)에서 장창의 무리를 격파했다. 이 공으로 기부곡독(騎部曲督)에 임명되고 이도위(夷都尉)를 겸했다. 주사는 여러 현들이 장창의 난에 호응했을 때, 오직 자신의 부(部)만이 역적에 대항해 싸웠으니, 별개의 현으로 독립시켜달라 청했다. 이에 안륙현 동쪽 지역을 떼어내 섭양현(灄陽縣)으로 분리하고, 주사가 그 지역을 관장했다.
영흥 2년(305년) 12월, 우장군 진민이 역양(歷陽)을 점거하고 반란을 일으켰다. 도간은 당시 강하를 지키고 있었는데, 주사가 수전에 능한 것을 알고 새벽에 대형 함선을 건조하게 했다. 그리고 주사를 좌익으로 삼아 강구(江口)를 지키게 함으로써 진민의 선봉을 막았다. 이후 주사는 무창으로 진군해, 형주자사를 자칭하며 할거하고 있는 진민의 동생 진회(陳恢)를 토벌했다. 진민과 진회가 모두 평정되자, 주사는 공을 인정받아 정후(亭侯)에 봉해지고 영기독(領騎督)에 임명되었다.
영가 원년(307년) 3월, 서양(西陽)의 이민족이 강하군을 자주 침략하니, 강하태수 양민(楊珉)은 매번 장수들과 회의를 열어 대책을 의논했지만 주사만이 홀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양민이 물었다.
"주 장군은 어찌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이오?"
주사가 답했다."여러분은 말로만 도적을 토벌해야 한다 주장하나, 이 사(伺)는 오직 힘으로 무찌를 따름입니다."
그러자 양민이 다시 물었다."장군은 과거 수 차례 적을 격파했는데, 어떻게 매번 그 사악한 것들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이오?"
주사가 말했다."양쪽에서 적을 두고 대치할 때는 마땅히 참아야만 합니다. 그리하여 적이 참을 수 없는 상태인데, 내가 침착하게 참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적을 맞이해 쉽게 승리할 수 있습니다."
주사의 답변을 들은 양민은 흡족해하며 크게 웃었다.영가 5년(311년) 정월, 전조의 장수 석륵이 강하를 공격해 함락시켰다. 주사는 양민과 함께 하구(夏口)로 도망쳐, 마침 그곳을 지키고 있던 도간에게 의탁해 명위장군에 임명되었다.
건흥 원년(313년) 9월, 도간이 두도의 반란을 진압하러 갈 때 종군하여, 심수(潯水)에서 반란군에게 포위당한 형주자사 주의를 성공적으로 구원했다. 뒤이어 두도가 도간의 예상대로 무창군을 침략해오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주사는 하구에서 적들과 교전에 들어갔다. 주사가 철제 가면으로 자신의 얼굴을 보호하면서 쇠뇌로 여러 적장들을 사살하니, 두도군은 그 위세에 눌려 언덕으로 올라가, 강변에 배를 띄운 뒤에 방어 진형을 펼쳤다. 이에 주사가 강을 따라 위아래로 이동하기를 반복하면서 유격전으로 두도군을 괴롭히던 중, 종아리에 화살이 박히는 부상을 입었음에도 안색이 변하지 않았다.
이윽고 도간의 지원군이 제때 도착한 덕에 주사는 마침내 두도군의 견고한 진을 깨뜨릴 수 있었다. 적들은 강변에 세워둔 배에 올라 도망치려 했는데, 주사가 이를 맹렬히 추격하오자 배를 버리고 강물에 몸을 던졌다. 이로 인해 두도의 군사 중 절반 이상이 익사하였고, 대패한 두도는 밤을 틈타 장사(長沙)로 도망쳤다. 주사는 추격대를 이끌고 포기(蒲圻)까지 두도를 쫓았으나, 끝내 따라잡지 못하고 돌아왔다. 비록 두도는 놓쳤지만 주사는 승전의 공을 인정받아 위원장군으로 승진하고, 붉은 의장용 깃발인 적당(赤幢)과 수레 덮개를 하사받았다.
건흥 연간(313년 ~ 316년), 진성(陳聲)이라는 자가 무뢰한 2,000여 호를 거느리고 장강의 수로를 가로막고, 지나가는 배들을 약탈했다. 이에 형주자사 도간은 주사를 독호로 삼고, 진성을 토벌하게 했다. 진성의 무리는 비록 그 수가 적었으나, 주사는 섣불리 공격하지 않고 진성과 대치하기만 했다. 진성이 주사를 찾아와 자신의 동생을 인질로 보낼 테니 도간에게 항복을 청할 수 있게 해달라 부탁했고, 주사는 이를 겉으로 승낙했다. 그리고 진성이 떠나자, 주사는 곧바로 용맹한 병사를 보내 도중에 진성의 동생을 참수하게 하는 한편, 은밀히 군대를 움직여 진성의 군영도 습격했다. 당시 진성의 무리는 정월 초하루를 기리기 위해 제사 음식을 준비하던 중이었는데, 주사가 군대를 이끌고 들이닥치자 그제서야 일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진성의 장수 염진(閻晉)과 정진(鄭進)이 무리를 통솔해 필사적으로 항전했으나, 주사는 이들과 싸워 승리하고 대부분을 사살했다. 하지만 아군도 만만치 않은 피해를 입어 일단 진성이 오기 전에 복귀했다. 뒤늦게 돌아온 진성은 참사 현장을 목격하고는 동쪽으로 달아나 동성(董城)을 지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사가 전군을 거느리고 진성이 있는 동성을 포위했다. 주사는 인근 숲에서 나무를 베어 높은 망루를 건설하고는, 그곳에 쇠뇌병을 배치시켜 성 안으로 화살을 퍼붓게 했다. 여기에 더해서 수로까지 끊어버리니, 성 안은 물이 부족해 소를 죽여 그 피를 마실 정도로 궁핍해졌다. 결국 버티다 못한 장수 염진과 진성의 처형이 진성을 배반하고, 그의 목을 베어 주사에게 투항했다. 진성 평정 후, 다시 군대를 이끌고 촉(蜀) 땅의 도적들까지 소탕하여, 광위장군, 영경릉내사(領竟陵內史)에 임명되었다.
건무 원년(317년) 9월, 대장군 왕돈은 도간 대신 자신의 혈족인 왕이를 형주자사로 삼고 싶어했다. 형주 소속 장수 정반(鄭攀)과 마준(馬俊) 등은 도간의 유임을 청했지만, 왕돈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간의 좌천에 불만을 품은 정반 등은 자신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자들을 모아, 두증의 반란군과 합류하고자 운구(溳口)에 결집했다. 그리고 사자를 파견해 주사도 자신들과 함께할 것을 권하자, 주사는 겉으로만 승낙하고 병을 핑계삼아 운구로 가지 않았다. 정반 등의 무리는 주사를 기다려주지 않고 횡상구(橫桑口)로 들어갔다가, 양양태수 주궤(朱軌), 무창태수 조유, 이환(李桓) 등에게 토벌당할 것을 우려해, 사마 손경(孫景)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워 참수하고 왕이에게 투항했다.
당시 두증 역시 왕돈에게 양양(襄陽)의 제오의(第五猗)[1]를 토벌하는 것으로 동진에 속죄할 테니 투항을 받아줄 것을 청한 상황이었다. 두증과 정반의 무리가 더 이상 적이 아닐 것이라 믿은 왕이는 안심하여 장사 유준(劉浚)에게 양구루(揚口壘)를 지키게 하고, 형주 치소가 있는 강릉(江陵)으로 향하려 했다. 주사는 왕이에게 두증은 교활한 인물로 믿어서는 안되며, 그가 양구루를 습격해오는 사태에 대비해 대부분의 군대를 이곳에 남겨두어야 한다 간했지만, 왕이는 주사가 늙어서 겁이 많은 것이라 깔보고 듣지 않았다. 왕이가 서쪽으로 떠나자, 과연 두증은 양양으로 향하던 군대를 돌려 양구루를 습격했다.
주사는 왕이의 명령에 따라 다시 양구루로 돌아왔으나, 그가 들어가자마자 두증의 군대가 도착해 양구루를 포위하였다. 유준은 주사에게 남문을 지키게 하고, 자신은 북문을 지키니, 두증 또한 이를 알고 북문만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당시 정반 무리의 일원인 마준 등도 두증에게 합류해 양구루를 공격하고 있었는데, 어떤 이가 주사에게 보루 내에 마준의 처자식이 있으니 그들을 죽이고 그 얼굴 가죽을 벗겨 마준에게 보일 것을 청했다. 이에 주사가 불허하며 말했다.
"처자식을 죽여도 능히 포위를 풀 수 없다면, 적들의 분노만 키울 뿐이다."
주사는 평소 자신의 쇠뇌를 이용해 적들을 사살했는데, 유독 이번 전투에서는 쇠뇌가 굳게 걸려 쓸 수가 없으니, 이를 매우 불길하게 여겼다. 주사의 안 좋은 예감은 이내 들어맞아, 두증이 격전 끝에 북문을 깨뜨리고 양구루를 함락시켰다. 주사는 양구루를 탈출하기 위해 얼른 배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때 적병 하나가 따라 들어와 창으로 주사를 찔렀다. 주사는 부상을 입었으나, 침착하게 반격하여 적병의 창을 빼앗았다. 창을 빼앗긴 적병은 선실로 도망쳐서 동료들을 부르자, 주사는 선저(船底)를 열고 강물로 뛰어들어, 50보를 헤엄치고 나서야 겨우 적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2]양구루를 탈출한 주사는 운이 좋게도 의사를 만나 치료를 받으면서 상처가 조금이나마 나았다. 주사의 행방을 알게된 두증은 사람을 보내 그를 설득했다.
"마준 등이 처자식을 살려준 경의 은혜에 감복하였소. 그래서 경의 집안 내외의 식솔들 100여 명을 모두 마준에게 맡겼는데, 마준이 그들을 극진히 보살펴주고 있으니 경은 와서 가족과 상봉하도록 하시오."
주사가 답했다."역적은 머리가 하얗게 샐 때까지 살 수 없다고 하였는데, 지금 나는 올해로 나이가 벌써 60여 세에 이르렀으니, 경과 더불어 역적이 될 수 없는 몸이오. 나는 죽으면 남쪽에 묻힐 것이니, 그대가 처자식을 맡아주시오."
이후 주사는 왕이가 머무르고 있는 증산(甑山)으로 갔다. 이때 왕이는 이환과 함께 증산 아래에서 두증의 군대와 전투를 벌이던 중이었는데, 아군이 주사를 적으로 오인하고 큰 소리로 적이 왔다며 고함을 쳤다. 깜짝 놀란 주사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덧나, 병을 얻고 사망했다. 주사의 시신은 증산에 안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