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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27 07:49:28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공산주의 루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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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의식주의 열악함
2.1. 달리기 훈련2.2. 부정부패 없는2.3. 부패가 심한2.4. 불확실한 스팅스2.5. 각 문명의 지옥2.6. 배급 문제2.7. 레드시프트를 생포하면2.8. 수고가 많은2.9. 캠핑의 매력2.10. 할로나의 뒷모습2.11. 스팅스의 식단, 프롤로그2.12. 스팅스의 식단, 전편2.13. 스팅스의 식단, 후편2.14. 삶이란 무엇인가2.15. 급양병의 노고
3. 신분과 위계질서
3.1. 건강에 해로운 것3.2. 프록시안을 강하게 하는 것3.3. 그레이의 일기3.4. 우주 진출3.5. 체스를 잘 두면3.6. 훈련을 하는 이유3.7. 소대장의 위신, 해피 엔딩 편3.8. 소대장의 위신, 새드 엔딩 편3.9. 육해군 대립보다 무서운 것3.10. 절반은 맞는 말3.11. 그 RPG 게임이 인기 있는 이유3.12. 목욕3.13. 명문가의 영애를 예우하는 법3.14. 5단계가 뭐예요
4. 국가 체제와 정책
4.1. 우리의 주적은4.2. 숨겨야 하는 것4.3. 놀라게 한 횟수4.4. 신뢰도 높은 조리 로봇4.5. 스팅스에 필요한 것4.6. 새로운 아르세즈4.7. 4명을 합친 것보다

1. 개요

모바일 게임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의 작중에 등장한 공산주의 유머들을 모아 놓은 문서.

2. 의식주의 열악함

2.1. 달리기 훈련

스팅스 문명의 프록시안들은 군사훈련을 좋아하지 않지만, 달리기 훈련만큼은 열성적으로 임하는 이유는?

휴가를 받으면 다른 문명의 식당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기 위해서.

2.2. 부정부패 없는

스팅스 문명에 부정부패가 없는 이유는?

스팅스에서 해먹으려는 프록시안이 아무도 없어서.

2.3. 부패가 심한

스팅스 문명이 청렴한 동시에 부패가 심한 이유는?

식자재를 아무도 해먹지 않고 놔두니까.

2.4. 불확실한 스팅스

리메리트 문명의 ITS 과학부는 스팅스의 이러한 모순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해서 결론을 냈다.

* 관찰할 때마다 내부의 상태가 다르게 보인다.
* 높은 위력으로 관찰할수록 원래 상태에서 크게 달라진다.
* 결국 스팅스의 진정한 모습은 일정 범위 내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의문이 생긴 이노가 물었다.

이노: 선배,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 아니야?
카나타: 스팅스에 대한 말은 어느 문명을 가도 흔하게 들을 수 있어.

2.5. 각 문명의 지옥

마나: 리메리트에 지옥이 있다면 매일 시험 보고 전술대항전을 치르는 곳일 거예요.
아이렌: 아스니아의 지옥은 누군가가 애정을 나누는 모습을 멀리서 구경만 해야 하는 곳일 겁니다.
다리아: 스팅스의 지옥은...

마나, 아이렌: 이런! 스팅스에 지옥이 추가로 존재한다니, 그 자체가 끔찍한 지옥이군요!

2.6. 배급 문제

리메리트 문명의 어느 식당에서 스팅스 프록시안이 허겁지겁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리메리트 프록시안이 궁금해져서 물었다.

리메리트인: 스팅스에서는 모든 프록시안들에게 음식을 제공한다는데 맞나요?
스팅스인: 맞습니다. 식사가 매일 배급되는데 거기에 문제가 있어요.
리메리트인: 스팅스에서 배급이 끊긴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들었는데요.
스팅스인: 바로 그게 문제란 말입니다!

스팅스의 음식은 매우 맛이 없는데 병영식 개념이라 의무적으로 먹어야 한다. 차라리 배급이 안 나와서 싸제 음식을 먹는 게 더 행복한 상황.

2.7. 레드시프트를 생포하면

레드시프트의 무력도발이 심해지자 스팅스에 영내대기 명령이 떨어져서 모든 프록시안들의 휴가 외출, 외박이 금지되었다.
가장 먼저 불만을 터뜨린 건 크림슨이었다.

크림슨: 잘못은 레드시프트가 했는데 왜 내가 벌을 받아야 해?

울상이 된 크림슨을 쉐리가 달랬다.

쉐리: 맞아, 레드시프트가 너무 잘못했어. 그래서 레드시프트 병사를 붙잡으면 여기에 가둬 놓고 평생 배급식량만 먹이기로 했대.

쉐리의 위로는 역시 효과가 있어서 크림슨은 곧 전투의지를 불태웠다.

2.8. 수고가 많은

지나가던 아키텍트는 마침 크림슨을 달랜 쉐리를 발견하고 인사했다.

아키텍트: 수고가 많아, 쉐리.

쉐리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쉐리: 아니에요. 수고는 병사들 모두가 하는데요 뭐.

쉐리의 대답에는, 크림슨의 투정으로 모든 병사가 고생한다는 뜻, 하루 3끼 배급식량이라는 고통을 이제 모든 병사가 겪는다는 뜻, 그것을 병사만 겪고 장교는 간부식당으로 빠져나간다는 비판이 혼재되어 있다.

2.9. 캠핑의 매력

페렐의 캠핑에 함께하게 된 다리아는 페렐이 준비한 수많은 물품들에 감탄했다.

다리아: 이렇게 많은 걸 준비하다니 보통 일이 아니었을 텐데 대단하군.
페렐: 캠핑은 평소에 못 하던 걸 해본다는 점에서 오히려 즐거움을 줘요. 식재료 구입하기, 다듬기, 잘게 썰기, 요리를 위해 불을 피우기,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조미료 배합, 적절하게 익히기, 완성된 음식 확인하기, 그릇에 덜기, 이 모든 게 즐거워요.

2.10. 할로나의 뒷모습

레드시프트의 상급 개체가 스팅스 기지에 침투하는 바람에 인명피해를 크게 입고 겨우 제압했다. 그 과정에서 의무관 할로나의 공이 컸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할로나: 지금부터 방문 잠그고, 커튼까지 닫고, 무제한 수면 챌린지를 할 거야.
아키텍트: 할로나, 우리가 잡은 그 레드시프트 개체 말이야. 무장을 분리하고 기체실험을 하기로 했대. 아주 오랫동안 실험할 건가 봐.
할로나: 그런 건 다리아한테 말해, 난 이제 잘 거니까.

방으로 돌아가려는 할로나에게 아키텍트가 급하게 본론을 말했다.

아키텍트: 실험하는 내내 그것한테 배급식량을 먹인다고 했어! 굶으면 실험이 안 되니까 붙들어서라도 매 끼니를 먹일 거라고. 개체 수명이 다 될 때까지 계속 할 것 같아.

머리를 긁적인 뒤 돌아서는 할로나의 모습에서 아키텍트는 분명히 보았다. 진정 바라는 것을 이뤘을 때 볼 수 있는, 모든 걱정과 근심이 사라진 듯한 행복한 웃음이 할로나의 살짝 찡그린 듯한 표정 위에 순간적으로 겹쳐 나타났음을.
할로나는 이제 스팅스의, 아니 세상 누구보다도 편안한 마음으로 편안한 수면을 취할 것이다.

2.11. 스팅스의 식단, 프롤로그

스팅스의 맛없는 식사를 개선하고 프록시안들을 구제하기 위한 아키텍트의 여정이 시작된다.
아키텍트는 상담실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아스니아에 방문한 스팅스 프록시안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본국의 밥이 너무 맛이 없다는 것이었다. 고위 계급의 프록시안들도 겉으로만 표현하지 않을 뿐, 비싼 식사를 대접한다고 하면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들이다.
스팅스 내부의 일을 타 문명에서 지적하면 내정간섭이 될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프록시안의 행복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걸렸고, 민심이 뒷받침해 주면서, 세븐 테마즈의 정신적 지주인 아키텍트라는 신분이 있다. 아키텍트는 뒤로 기대어 가만히 눈을 감았다. 스팅스 프록시안들에게 그동안 들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크림슨: 브로콜리라니, 여기에서도 스팅스처럼 밥을 먹으란 말이야?)

(쉐리: 집 떠나면 그립다는 말처럼, 스팅스를 떠나 지내다 보면 그리워지기도 해요. 식사만 빼고요.)

(할로나: 오랫동안 잠을 자면 배고프지 않냐고? 스팅스는 그걸 느끼지 않게 배려해 주지. 비의학적인 방법으로.)

(페이: 스팅스 안에서는 틀리지만 밖에서는 맞는 말이 무엇인지 아세요? ' 마작도 식후경'이에요.)

스팅스의 높은 프록시안과 대화를 해 봐야 한다. 앰브로시아 소장의 얼굴이 머릿속에 먼저 떠올랐다. 전화를 해서 면담 일정을 잡았다. 상담실 밖에서 마주친 아이렌에게 이 일에 대해 말했다.

아키텍트: 식사 문제를 해결하러 스팅스에 가기로 했어. 쉽지 않겠지만.
아이렌: 예? 왜 하필 그곳에서.... 아스니아에서도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로봇이 조리하는 대중식당도 있고, 마릴라이트 님께 특별식을 만들어 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입맛이 없으시다고 스팅스 같은 데서 끼니를 때우셨다간 육체와 정신, 두 가지 건강이 동시에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아이렌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안심시켰다. 스팅스로 향하는 아키텍트의 짧은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2.12. 스팅스의 식단, 전편

스팅스의 레이리얼 아스날 부대장실. 아키텍트와 앰브로시아가 소파에 앉아 마주 보고 있다. 아키텍트가 먼저 스팅스 병영식에 대한 프록시안들의 고충을 전했다.

앰브로시아: 역시 아키텍트는 충직한 부관이다. 병사들의 어려움에 공감해서 일부러 찾아왔군. 스팅스의 배급식량은 벌칙 메뉴니, 웃음벨이니 하는 도시전설이 떠돈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말에는 어폐가 있다.

아키텍트는 긴장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앰브로시아: 실체 없는 전설 따위가 아니라 정보라고 부르는 게 타당할 거다. '피해'는 지금도 계속 누적되고 있으니 말이다.
아키텍트: (알고 있으면 뭔가 손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앰브로시아: 그래서 스팅스는 프록시안들의 식생활 개선을 위한 정책을 이미 시행 중이다.
아키텍트: (그런 게 있었어?)
앰브로시아: 바로 위수지역 해제다. 제 시간에 복귀만 한다면 휴가 때 어느 문명으로 가든 상관없다. 얼마든지 본인이 원하는 식당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아키텍트: .......

왠지 모를 자부심이 담긴 듯한 앰브로시아의 설명을 듣고 아키텍트는 소파에 등을 기댔다. 이대로는 안 될 듯하다는 생각에 아키텍트는 다시 몸을 일으키고 말을 꺼냈다.

2.13. 스팅스의 식단, 후편

아키텍트는 병영식의 식단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앰브로시아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또 다른 설명을 시작했다.

앰브로시아: 부관의 용기 있는 지적에 감사한다. 그러나 그 문제도 이미 개선책으로 일정 부분 해결되었다.
아키텍트: (믿을 수 없어....)
앰브로시아: 병사들이 에너지 소모가 많다고 열량만 많이 섭취시켜선 안 된다. 신선한 식재료를 통한 영양 보충도 중요하지.
아키텍트: (알고 있으면서 왜...)
앰브로시아: 그래서 브로콜리 보급을 시작했다. 이전 문명의 기록들에서 ' 식생활 문제' 키워드와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한 식재료이니, 식생활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점은 충분히 검증된 셈이다.

아키텍트는 작게 한숨을 쉬고 대답했다.

아키텍트: 그걸로 식생활이 개선될 수 있을까?
앰브로시아: 물론이다. 스팅스 영토에서 직접 기른 브로콜리를 병사식당에서 매 끼니 배식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율배식으로 모두가 원하는 만큼 먹고도 항상 남는다. 브로콜리가 부족해서 불만이라는 소원수리는 배급 실시 이후로 한 건도 없었다.
아키텍트: (당연히 그렇겠지.)
앰브로시아: 뭣하면 보급 창고에서 직접 브로콜리를 수령해 봐라. 스팅스에 방문한 기념 선물이라 생각해도 좋다.

방에서 나온 아키텍트는 생각이 복잡해졌다. 앰브로시아의 목소리와 얼굴 표정에서, 병사들을 진심으로 위하는 듯한 순수한 정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복도를 걷다가 크림슨과 마주첬다.

크림슨: 아키텍트 오빠! 오늘은 어떻게 왔어? 크림슨이랑 놀아 주려고?
아키텍트: 그게 있지, 브로콜리를...
크림슨: 꺄아아, 싫어!
아키텍트: .......

말을 끝내기도 전에 크림슨은 뒤로 돌아 도망쳤다. 브로콜리를 가지러 가는 아키텍트와, 브로콜리에서 멀어지려는 크림슨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아키텍트는 깨달았다. 스팅스의 병사들과 고위층도 방법은 다르지만 같은 길로 가고 있다. 건물 복도처럼 길게 펼쳐진 미래를 크림슨처럼 먼저 지나갈 수도, 아키텍트처럼 늦게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결국 같은 뜻으로 종착점에서 모일 것이다. 무겁게 느껴지지만은 않는 발걸음을 아키텍트는 옮기기 시작했다.

2.14. 삶이란 무엇인가

크림슨에게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바로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천진난만한 크림슨이 처음으로 해 보는 프록시안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마침 지나가던 쉐리가 크림슨의 고민을 듣고 자신 있게 말했다.

쉐리: 살다 보면, 괴롭고 싫지만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닌 일이 생겨. 그런 어려운 일을 해결하는 게 삶이고, 많이 해결해 나가면서 점점 어른이 되는 거지.

크림슨은 호기심이 담긴 눈망울로 쉐리를 쳐다보며 물었다.

크림슨: 어른이 된다고? 크림슨도 어른이 될 수 있어?
쉐리: 그럼. 마침 어려운 일이 생길 시간인데 크림슨도 같이 갈래?
크림슨: 갈래. 크림슨도 어른이 되고 싶어.

쉐리는 크림슨의 손을 잡고,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배식 중인 병사식당으로 걸어 들어갔다.

2.15. 급양병의 노고

프레이야와 에리카가 스팅스 간부식당에서 배식을 받아서 자리에 앉았다.

에리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길 것 같아서 이만. 메뉴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다, 하하.
프레이야: 에리카, 어딜 도망가는 거냐. 이 식사를 준비하기까지 급양병들이 얼마나 고생했겠나. 그들의 노고를 헛되게 할 셈이냐?
에리카: 공장제 식품인데 급양병이 무슨 고생을...

에리카는 잠깐 생각한 뒤 크게 수긍했다.

에리카: 맞다. 그들은 하루 3번 큰 고생을 하고 있어. 이 몸이 그들의 고통을 외면할 뻔했구나.

음식 조리를 하지 않는 조리병이 근무로 힘들지는 않겠지만, 간부 식사를 준비하기까지 병영식을 먹으며 생활하는 고생을 한다. 프레이야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현실의 해군은 수병이나 장교나 똑같은 밥을 먹는 전통이 있고 식사의 질도 훌륭하다.

3. 신분과 위계질서

3.1. 건강에 해로운 것

앰브로시아가 부대원을 모아놓고 훈시했다.

앰브로시아: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강 관리가 필수적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듯이 육체와 정신 건강은 함께 가는 것이다. 어느 한쪽에라도 해로운 것은 당장 치워 버리는 것이 좋다.
그레이: 정신 건강에만 해로운 것도 치워 버려야 하나요?
앰브로시아: 물론이다.
발렌시아: 지금 당장 치워도 됩니까?
앰브로시아: 당장 치우도록.

발렌시아와 그레이는 즉시 앰브로시아를 들쳐업기 시작했다.

3.2. 프록시안을 강하게 하는 것

무인도 표류 사건 이후 스팅스로 무사히 돌아온 레이리얼 아스날. 앰브로시아를 찾아간 그레이는 그 당시를 소회하며 말했다.

그레이: 소장님께서 그때 하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어려움을 겪고 저도 한층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앰브로시아: 좌절감이 프록시안을 강하게 한다는 것 말이군. 좌절하는 그 순간에는 힘들고 괴롭더라도 이겨낸다면 담금질한 쇠처럼 이전보다 강해지는 보람을 얻게 되지.

그레이는 얼굴에서 긴장한 기색을 덜며 이어 말했다.

그레이: 다름이 아니라... 지금 보람 있는 소식을 전해 드리러 찾아뵈었거든요.
앰브로시아: 하사가 좋은 소식을 가져왔다니 오늘은 참 운수가 좋은 것 같아. 그 소식이 뭔가?

그레이: 방금 전화를 받았는데요. 병사 몇 명이 사라져서 안 보인대요. 생활관 한쪽 벽에 구멍이 나 있었고요. 오랫동안 준비했던 것 같다고... 지휘관이 이걸 몰랐을 수 있냐며 소장님을 처,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헌병대가... 이쪽으로 오고 있대요. 소장님, 앞으로 많이 강해지실... 수 있겠죠?

3.3. 그레이의 일기

XXXX년 8월 X일 날씨 아주 맑음

지난번의 여름 휴가는 잊지 못할 추억이다.
요즘 들어 잊히지 않을 일들이 연달아 생기긴 했지만, 무인도에서의 일은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앰브로시아 소장님은 손에 든 대포를 자주 울리며 화력을 보여 주신다.
프록시안은 태어나서 세 번만 운다고 하니 횟수를 아끼려고 대포가 대신해서 매번 우는 것 같다.
그러다가 아스니아 소유의 을 다 태우긴 했지만, 그것도 타 문명에게 강하게 나가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프록시안은 좌절할수록 강해진다는 말씀대로, 섬에 갇혀서 좌절했지만 생존하기 위해 다함께 힘을 합치면서 모두가 한층 강해진 것 같다.

오늘은 헌병대가 와서 소장님을 데리고 갔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일그러진 소장님의 표정으로 보아, 돌아오셨을 땐 많이 강해지셨을 것이다.
정말 정말 많이 강해지신 소장님을 다시 뵈는 그날을 기다린다.

-끝-

그레이는 상관 앰브로시아가 헌병대에서 많은 고초를 겪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3.4. 우주 진출

스팅스 우주군의 프레이야 제독이 장병들을 모아 놓고 연설을 했다.

프레이야: 제군들의 용맹함이 모든 문명에 앞서서 레드시프트의 멸망을 앞당길 것이다. 레이리얼 아스트라는 이 땅을 넘어 드넓은 우주로 진출할 것이다!

그 자리에 모인 장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그 말이 정말로 실현되기를, 특히 마지막 구절이 더도 말고 딱 그만큼만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진출까지만 하고 우주에서 돌아오지 않기를 모두가 바란다는 뜻.

3.5. 체스를 잘 두면

아키텍트와 브륀힐데는 소대장실에서 한창 체스에 열중하고 있었다.

브륀힐데: 후하하하! 제가 또 이겼습니다. 이걸로 100연승째! 최근 100경기는 모두 제 승리입니다. 이제 더 이상 체스 실력으로 흠 잡힐 일은 없을 겁니다.

크게 기뻐하는 브륀힐데에게 아키텍트가 물었다.

아키텍트: 축하해 브륀힐데. 그런데 체스를 그렇게 잘 두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어?
브륀힐데: 그동안 저는 전투도 지휘도 실수를 해 왔고 체스마저 제대로 못 두면서 소대원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제가 그렇게 강조하던 발키리의 명예를 저 스스로 구겨 버린 셈입니다.

브륀힐데는 더 자신 있는 어조로 계속 말했다.

브륀힐데: 그러나 이제부터는 무슨 실수를 하더라도 '체스도 둘 줄 모르는 허접'이라는 수치스러운 말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발할라의 발키리로서의 명예는 이렇게 지켜지게 되었습니다.

그 명예가 하루라도 더 오래 유지되기를 아키텍트는 진심으로 바랐다.

FM 군인을 다짐한 브륀힐데가 전쟁 전투보다 체스를 중시하며, 진짜 명예가 있어야 할 곳을 헷갈리는 망가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초보자인 아키텍트를 이겼다고 체스를 잘 둔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누군가와 대국을 하는 날이 곧 명예가 무너지는 날이 될 것이다.

3.6. 훈련을 하는 이유

레이리얼 소드 573소대가 훈련을 하고 있었다. 모두가 힘들어했지만 소대장 브륀힐데는 강도 높은 훈련을 계속 진행했다. 잠시 찾아온 휴식 시간에 크림슨이 불평했다.

크림슨: 소대장님, 꼭 이렇게 힘들게 뛰어야 돼? 많이 뛴다고 대포가 더 세게 나가는 건 아니라고.
브륀힐데: 이게 다 강한 전투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크림슨: 전투력을 갖추면 뭐 하는데?
브륀힐데: 그 힘으로 레드시프트를 모두 없애 버린다.
크림슨: 레드시프트를 다 없애면?
브륀힐데: 편히 쉬면서 프록시안의 생을 즐기겠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크림슨이 물었다.

크림슨: 그럼 지금 편히 쉬고 나중에 레드시프트를 없애면 안 돼? 어차피 결과는 똑같잖아?
브륀힐데: 순서가 다르지 않은가! 쉐리 너는 어떻게 생각하나?
쉐리: 한 가지만 믿어야 한다면 크림슨의 연산 결과를 믿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요?
브륀힐데: 쉐리 너까지! 그럼 레이첼은?
레이첼: 모를 때는 다수의 의견을 따른다.
브륀힐데: 크윽, 이래서는 발키리의 긍지가....
크림슨: 소대장, 이번에도 진 거야? 훈련을 더 받아서 전투력을 갖추라고.

브륀힐데는 한동안 또 소대의 놀림거리가 되었다. 발키리의 긍지를 찾기 위한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3.7. 소대장의 위신, 해피 엔딩 편

브륀힐데가 아키텍트에게 고민을 말했다.

브륀힐데: 소대장으로서의 권위가 서지 않아서 고민입니다. 사적인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에서는 지휘체계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예측불허인 크림슨이 평소에는 몰라도 전장에서까지 제멋대로 굴면 스팅스의 부대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브륀힐데의 소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고민을 들은 아키텍트는 혼자 남아서 생각에 잠겼다. 말괄량이 크림슨은 아키텍트가 옆에 있으면 확실히 얌전해지지만 전쟁터에 항상 따라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문제는 573 소대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마침 같은 소대원 쉐리가 크림슨을 잘 달랜다는 것을 떠올렸다. 브륀힐데가 아키텍트에게 털어놓은 고민을, 아키텍트가 쉐리에게 전했고, 쉐리는 크림슨을 소대원이 모인 자리에서 설득했다.

쉐리: 크림슨, 소대장님은 우리를 위해서 대단한 일을 많이 하시는 분이야. 그러니까 감사해하고 잘 따라야 해.
크림슨: 허접 소대장이? 맨날 뭐가 잘못됐다고 어디에 불려 가고 밥도 혼자 먹던데, 엄청 능력 없는 거 아냐?
쉐리: 부대를 이끄는 장교한테는 어려운 숙제가 주어지거든. 매일 혼자서 배급식량이랑 브로콜리로 밥을 먹어야 되고 남기면 안 돼. 그래도 소대장님은 불평 한 마디 없고 울지도 않아.

크림슨은 조금 놀란 듯이 브륀힐데에게 말했다.

크림슨: 소대장, 맨날 그렇게 힘들었어? 크림슨은 소대장이 그렇게 고생하는지 몰랐어. 앞으로 소대장 말 잘 듣고 아이스크림 먹을 때 한 입 주고 체스 두고 같이 놀아 줄게.

소대장의 권위가 섰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크림슨의 일탈은 줄어들 듯하다.

3.8. 소대장의 위신, 새드 엔딩 편

쉐리는 브륀힐데가 발키리로서의 자부심과 명예감이 강한 것을 떠올리고, 비장하게 크림슨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쉐리: 크림슨, 소대장님은 뒤에서 우리를 많이 챙겨 주시는 고마우신 분이야. 항상 감사해해야 해.
크림슨: 많이 챙겨준다고? 훈련을? 급식에 브로콜리를? 소대 대항전 벌칙을?
브륀힐데: .......
쉐리: 지난번에 체스를 두면서 아이스크림을 많이 사 주셨지. 소대장의 체면 때문에 아키텍트님을 거쳐서 체스를 핑계로 일부러 져 준 거야.
크림슨: 일부러 져 줬어? 지니까 슬퍼서 울던데?
쉐리: 발할라의 발키리는 강자 앞에서는 강해지고, 약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져서 울기도 해.
크림슨: 체스는 크림슨이 더 강한데 그럼 발키리가 강자 앞에서 울었네. 강자 앞에서 강해지면 눈물이 나와?

무언가 꼬여 가는 상황에서 브륀힐데가 간신히 한 마디를 이었다.

브륀힐데: 이제 그만....
크림슨: 어, 소대장 또 강해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뛰쳐나가는 브륀힐데의 뒤로, 알 수 없는 몇 마디 말이 더 오갔다. 발키리의 명예라는 것은 쉐리조차 어쩌지 못할 만큼 거룩하고 위대한 무엇일지도 모른다. 험난한 시련의 길이 발할라에서 선택받은 발키리, 소대장 브륀힐데의 앞에 길게 펼쳐져 있었다.

3.9. 육해군 대립보다 무서운 것

앰브로시아와 프레이야가 언쟁을 벌이고 있다. 장성급 장교끼리 티격대는 흔치 않은 상황이다.

앰브로시아: 방공이 거기서 제일 힘든 특기라니, 지금까지 군 생활을 얼마나 쉽게 해 왔다는 겁니까?
프레이야: 육군에 비해 방위 범위가 무한대로 넓으니 무한대로 힘든 것이 당연하지 않나?
앰브로시아: 무한대라니, 심한 올려치기입니다.
프레이야: 육군은 땅에서만 움직이니 높이가 0이니까, 육지 면적에 높이를 곱한 활동 영역의 부피는 항상 0이다.

엘리트 조종사답게 수학으로 공격하는 프레이야였지만, 앰브로시아도 수학에는 이골이 난 포병 장교로서 만만치 않았다.

앰브로시아: 무슨 그런...! 그렇다면 잠수함은 음의 높이에서 운용하니 해군의 영역은 음수가 곱해지므로 항상 육군보다 작습니다.
프레이야: 높이를 표현할 때는 절댓값을 씌워야 하는 거 모르나?
앰브로시아: 육군은 누구에 의해 이미 절대적인 불명예가 씌워졌습니다.

다툼이 점점 유치하게 흘러가는 중에 레이호우가 아키텍트와 함께 나타났다.

레이호우: 안녕, 둘이서 재밌어 보이네. (허리춤을 내려다보며) 참, 레이아 원수님이랑 무전 중이었는데 둘의 소리가 들렸으려나?
앰브로시아: ! 프록시안으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프레이야: ! 동이 트는 아침바다 갈매기 떼 춤추고~

앰브로시아와 프레이야는 기겁해서 노래를 부르며 서로 반대쪽으로 도망치듯 뛰어갔다.

레이호우: 아군끼리 싸워서 내부부터 무너지는 것만큼 무서운 것이 어디 있을까, 아키텍트군.
아키텍트: (바로 내 옆에.)
레이호우: 지금 대답한 거야? 잘 안 들려서.
아키텍트: !

아키텍트 또한 방금 전의 2명처럼 겁을 먹었으나 도망칠 곳이 없었다.

방공 특기는 육군에서는 비교적 몸이 편한 것으로, 해공군에서는 힘든 것으로 여겨진다.

육군은 땅을 파므로 작전 영역이 완전한 평면은 아니다. 게다가 스팅스는 산속에 구덩이를 파고 방수포를 깔고 잠을 자는 특수부대 급의 훈련을 기본적으로 시킨다.

3.10. 절반은 맞는 말

아키텍트와 유리지아는 이전 문명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리지아: 이전 문명의 모습에 대해 상상해 봤엉? 아니, 직접 겪어 봤겠구낭. 레드시프트라든지, 스팅스라든지, 순수예술과 4인방처럼, 없을 게 없던 이전 문명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평화로웠겠징.
???: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들 있는 건가?

샤레가 베르베타와 함께 나타났다.

샤레: 자유예술과 족속과 어울려서 이상한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들고 있었구먼.
아키텍트: (아니, 웃지는 않았는데.)
샤레: 에라디카 님까지 계신 순수예술과가 없으면 평화롭다고? 그런 불경한 말을 입에 담는단 말인가?

베르베타가 별 일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베르베타: 유리지아 님의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닙니다.
샤레: 베르베타 자네...
베르베타: 4분의 1은 확실하게 맞다고 자신합니다. 제가 가까이에서 항상 봤으니까요. 거기다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면 4분의 3까지도 타당할 수 있습니다. 그 의견에 과격한 표현이 다수 포함되었지만 그만큼 정확성을 보장한다는 뜻이 될 겁니다.
샤레: .......

4분의 1과 4분의 3을 평균 내면 2분의 1, 즉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니까 합쳐서 없는 일로 하자고 중재하는 아키텍트였다.

순수예술과 4명 중 에라디카는 베르베타가 모시는 상사로서 베르베타가 직접 답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

샤레는 치안 업무를 수행하며 시민들과 자주 충돌하여 이미지가 나쁘고, 벨리타는 내란죄를 저질러 도시 전역에 인명과 재산 피해를 냈다.

3.11. 그 RPG 게임이 인기 있는 이유

유리지아는 아키텍트에게 새로 만든 RPG 게임을 소개했다.

유리지아: 초보자 마을에서 시작해서 점차 강한 몬스터를 잡으며 힘을 기르고 마지막에는 악의 제국 아르세즈에 잠입해 대마왕 에라디카를 쓰러트리는 거양!
아키텍트: 에라디카를 그렇게 아무렇게나 쓰러트려도 괜찮아?

아무리 작품이라지만 초지능체를 함부로 다루는 게 걱정된 아키텍트가 물었지만, 유리지아는 엉뚱한 대답을 했다.

유리지아: 아키텍트 말이 맞앙. 대마왕은 깊은 곳에 있어서 아무렇게나 마주칠 순 없고 그 부하를 먼저 상대해야겠징. 본인이 시엘관 관장인지 시엘(하늘)인지 구별 못 하는 꼬마 사서라든징.
아키텍트: 아니, 내 말은 그렇게 때려눕히는 내용으로 만들어도 심의에 문제 없냐는 뜻이었어. (에라디카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프록시안이잖아.
유리지아: 좋은 지적이양. 어린이를 함부로 대하면 안 되니까 꼬마 사서는 적당히 혼내 준 뒤 벌을 세우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엉. 평소 성격이 반영돼서 손 들고 서 있으면서도 끝없이 불평을 하징. 그러면 또 혼내거나 간식을 줘서 다른 대사가 나오게 할 수도 있엉.
아키텍트: .......

유리지아의 게임 제작에 대한 열정은 아키텍트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예상대로 그 RPG 게임은 샤레에게 제출되어 샤레의 호통과 함께 심의 탈락되었다.
그러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샤레가 인증한 샤레 혼내기 게임으로 유명세를 타서 아르세즈 뒷골목에서 활발히 거래되었다. 샤레 혼내기 게임의 선풍적인 인기는 샤레를 포함해서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3.12. 목욕

카나타는 여느 때와 같이 아키텍트에게 여동생 마나에 대해 이야기했다.

카나타: 어렸을 때는 함께 목욕도 같이 하고 곧잘 옆에서 같이 자기도 했는데...
아키텍트: (목욕?)

카나타는 양 허리에 두 손을 짚고 말했다.

카나타: 아키텍트님, 지금 이상한 생각 하셨죠?

아키텍트는 빠르게 변명했다.

아키텍트: 카나타는 여동생을 참 아끼는 것 같고, 마나도 언니 덕분에 행복할 거라는 생각을 했어. 자매가 사이가 좋다는 건 이상하다기보다는 아름다운 것이니까. 자매가 아니어서 부러움을 느낄 이들도 많을 거야.

카나타는 허리에서 손을 내리고 약간 옆을 보며 말했다.

카나타: 하긴 자매가 없는 경우도 있으니, 저와 마나 중 한쪽이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네요. 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거나 목욕할 수도 없으니 말이에요.

말을 마친 카나타의 눈빛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아키텍트는 속으로 혼란을 느꼈으나, 지금 상황이 앞으로 카나타 또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영영 알 수 없었다.

서술 트릭 때문에 카나타의 속마음은 본인을 제외하고 정말 알 수 없는 채로 남았으나, 아키텍트를 바라보는 현실의 플레이어들은 ' 망했어요'라고 편향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일단 아키텍트는 수상하게 해명이 길다.

3.13. 명문가의 영애를 예우하는 법

리메리트의 모의 경기장은 오늘도 시끌벅적했다.

타이나: 일리아나, 넌 오늘부터 판게아에서 추방이야. 나가!

갑작스러운 통보에 일리아나는 당황했다.

일리아나: 이게 갑자기 무슨 말이죠? 팀원 모두가 합의한 사항인가요?
패트리샤: 그럴 리가요. 명문가의 영애에게 그런 야만적인 선언을 할 리 없잖아요.
타이나: 야만적이라니, 나한테 한 말이야?
패트리샤: 가만 있어 봐요, 타이나. 고귀하신 분과는 고귀한 언어로 대화해야 하는 법이랍니다.
일리아나: 오호호! 이제야 말이 통하겠군요.
패트리샤: 하이렌펠츠 가문의







3.14. 5단계가 뭐예요

아키텍트와 아이렌과 오로라가 이전 문명의 동쪽 나라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로라: 오빠 있잖아, 동쪽 나라에서는 앞 글자가 같으면 가족이래. 오빠랑 아이렌 언니도 그 나라에서는 가족이겠네.
아이렌: 아키텍트님과 가족이라니... (황홀해하다가 정색하며) 가만, 가족이면 오히려 사랑으로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 아닙니까?
아키텍트: 사랑이 깊어져서 새롭게 가족이 되는 경우도 있어.
아이렌: 다행이군요. 아키텍트님과 5단계를 영영 못 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때 궁금증이 생긴 오로라가 물었다.

오로라: 아이렌 언니, 5단계가 뭐예요?
아키텍트, 아이렌: !

둘은 5단계라는 말을 다른 프록시안에게 퍼뜨리지 말라고 한동안 진땀 나게 오로라를 설득해야 했다.

아이렌은 아이가 생기더라도 절대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5단계를 하자고 아키텍트에게 말한 적이 있다.

4. 국가 체제와 정책

아키텍트는 신중한 성격이라 문명의 체제를 대놓고 비판한 적이 없다. '이거 혹시' 같은 열린 결말 식의 비중 없는 인게임 장면을, 그 상황에서 유력하게 했을 법한 구체적인 생각으로 각색한 서술이 존재한다.

4.1. 우리의 주적은

앰브로시아 소장이 프록시안들을 모아 놓고 정훈교육을 하고 있었다. 발렌시아는 참기 힘든 지루함을 느꼈다. 이때 교육 내용은 화기와 화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이었다.

발렌시아: (그 강력한 화기로 병사식당이나 부숴 버리면 좋겠네.)

발렌시아가 집중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챈 앰브로시아는 기습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앰브로시아: 발렌시아 상사, 우리 스팅스가 부숴 버려야 할 주적이 누군가?

발렌시아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발렌시아: 병사... 아니, 레드시프트입니다!
앰브로시아: 핵심을 찌르는 대답이다. 전선에서 직접 교전하게 될 적 병사뿐 아니라 장교를 포함한 레드시프트 전체를 섬멸해야 한다. 장교는 병력을 지휘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계급이 높을수록 위협적이다. 가만히 두면 스팅스의 전력을 점점 갉아먹을 것이다. 그 사실을 잊지 말도록.

4.2. 숨겨야 하는 것

앰브로시아: 레이호우 중장을 알고 있을 거다. 레드시프트를 잠재우는 것보다 본인 낮잠이 우선인, 농땡이 잘 부리는 순서로 진급한다면 에리카와 더불어 가장 먼저 4성 장군이 되었을 그 양반 말이다.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요리 실력은 달인일 가능성이 높다.

아키텍트는 앰브로시아가 하는 레이호우의 험담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을 듣고 방을 나왔다. 복도를 걷다가 마침 당사자인 레이호우와 마주쳤다.

레이호우: 아키텍트군, 여기서 만나다니 반갑네. 앰브로시아의 방에서 나오는 것 같던데 재밌는 얘기 나눴어?

아키텍트는 앞의 말은 빼고 레이호우가 요리에 시간을 많이 들인 덕에 잘할 것 같다더라는 말만 전했다.

레이호우: 아키텍트군, 누나에게 하다 만 것 같은 그 말은 앰브로시아를 감싸느라 그런 거지? 앰브로시아는 누나한테 해야 할 말은 안 하고 슬픈 소리만 늘어놓은 그런 아이가 아니거든.

타인이 했던 사상과 정치 발언을 윗선에 숨기고 자유주의적 문화(요리) 발언을 무검열로 드러내는 것이 반동 행위라는 뜻. 레이호우 중장은 앰브로시아 소장보다 계급이 높은 만큼, 허술해 보이는 평소 모습과 달리 국가의 사상과 이념에 더 철저히 충성한다는 배경이 있다.

4.3. 놀라게 한 횟수

앰브로시아: 물 1컵이 100도에서 끓는단 말이지, 그럼 3컵에는 300도가 필요하겠군.

앰브로시아의 무지함에 황당함을 느낀 아키텍트가 말했다.

아키텍트: 카나타가 들으면 2번이나 놀라겠어.
앰브로시아: 2번이라니, 그럴 리가 없다. 그리고 그 강해 보이는 이름은 누구지?
아키텍트: ITS 과학부 소속의 프록시안이야. 리메리트의....

아키텍트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앰브로시아가 말을 이었다.

앰브로시아: 리메리트란 말이지. 직접 가봐야겠어, 진짜 2번 놀라는지.
아키텍트: 자, 잠깐.

아키텍트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나간 앰브로시아는 얼마 뒤에 돌아와서 아키텍트를 찾아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앰브로시아: 아키텍트, 네가 틀렸다. 리메리트의 그 양반은 2번이 아니라 3번 놀랐다. 첫 번째로 무슨 '증'인가가 필요하다며 나를 보고 놀라더군. 뇌명포로 물컵을 데우니까 내 이름을 애타게 부르면서 두 번째로 놀랐다. 출력 조절을 하지 않아서 유리가 깨지고 이것저것 부서지긴 했다만. 그리고 사무실도 고치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는 뜻으로 금일봉을 전달했더니 세 번째로 놀랐다. 어떤가, 역시 2번 놀랄 리가 없다고 내가 말하지 않았나.

카나타의 놀람은 첫 번째는 ITS는 출입에 허가증이 필요한데 '허가'라는 단어조차 모를 정도로 막무가내의 외교를, 두 번째는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한 일조차 군사력으로 밀어붙이는 군국주의 체제를, 세 번째는 엉망인 국가 체제에 어울리지 않게 경제 규모가 거대함을 상징한다.

또한 아키텍트(내국인)는 과학에 무지한 것과 그런 무지한 자가 고위 간부라는 2가지를 문제 삼았지만, 정작 카나타(외국인)에게는 그런 내부 문제는 안 보인다는 뜻이 있다.

실제로 300°C의 열원으로 물을 가열하는 것은 아무 문제 없다. 지속적으로 가열한다면 물은 100°C까지만 올라간 뒤 그 온도를 유지하며 계속 끓을 것이다.

4.4. 신뢰도 높은 조리 로봇

아스니아의 대중식당에서 브륀힐데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음식 맛에 감탄한 브륀힐데에게 아이렌이 말했다.

아이렌: 이 대중식당은 신뢰도 높은 조리 로봇이 음식을 만듭니다. 일정한 맛이 보장되는 식사를 언제든 와서 할 수 있지요.
브륀힐데: 스팅스에도 이런 식당이 있으면 좋겠지만... 불가능할 겁니다.
아이렌: 스팅스도 로봇 기술이 발달했지 않습니까? 다른 문제가 있는 겁니까?

브륀힐데: 말씀하신 비결의 첫 조건부터 난관입니다. 로봇 한두 기 수준이 아닌 스팅스 전체... 아, 최고지휘부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겉뜻은 스팅스에 최고지휘부라는 행정조직이 포함된다는 단순 사실이고, 속뜻은 스팅스 전체가 못 믿을 존재이고 최고지휘부라도 더 나을 것 없이 똑같다는 것이다.

4.5. 스팅스에 필요한 것

아스니아의 아카데미에서 시설이 고장 났다. 마릴라이트가 와서, 고장 난 장비를 순식간에 해체하고 재생산하는 걸 본 페이가 말했다.

페이: 이렇게 금방 해결하시다니, 정말 대단해요.
아이렌: 마릴라이트 님은 무엇이든 고칠 수 있으십니다. 해체하고 새것으로 다시 만드는 건 그 어떤 보수작업보다도 효율이 높을 겁니다.

스팅스에 복귀한 페이를 이사벨라가 맞이했다.

이사벨라: 아스니아에서의 생활은 유익했나?
페이: 네, 많은 걸 깨달았어요. 스팅스에 진정 필요한 건 마작 따위가 아니라는 것도요.
이사벨라: 하사가 마작을 하찮게 여기다니 많은 배움을 얻은 모양이군. 그래, 스팅스에 꼭 필요하다는 게 뭐지?

페이: 마릴라이트 님이요. 스팅스 곳곳에, 특히 최고지휘부에는 꼭 방문하셔야 할 것 같아요.

4.6. 새로운 아르세즈

아키텍트는 샤레의 안내로 아르세즈의 도시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샤레: 이 마지노 방벽으로 말하자면, 레드시프트의 대규모 1차 침입 이후 아르세즈의 방어를 위해 세운 것이라네. 천문학적인 예산이 든 만큼, 완공 이후에는 그동안 소홀했던 문화 사업에 예산을 많이 투자하고 있지.

일행은 새로 생긴 쇼핑몰인 아르세즈몰로 자리를 옮겼다.

샤레: 리메리트와의 합작으로 개업한 쇼핑몰, 아르세즈몰에서는 리메리트산 저가 상품들과 아르세즈산 고급 예술품들을 판매하고 있지.



4.7. 4명을 합친 것보다

베르베타가 아키텍트에게 자국의 초지능체 에라디카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베르베타: 에라디카 님은 아르세즈를 다스리는 최고의 권위이자 권능, 예술적 진리에 가장 근접한 분이자 아르세즈를 그 진리로 인도하실 분, 다른 모든 프록시안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나신 분입니다.
아키톅트: 뛰어나다는 건... 순수예술과 4명을 합친 것보다도 말이지?
베르베타: 물론입니... 앗,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군요. 아무려면 에라디카 님 혼자가 4명의 합보다 못할... 아니, 에라디카 님 혼자가 더 낫다는 처음 드린 대답이 맞을 겁니다.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면 말입니다.

아키텍트는 무언가가 생각 난 듯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아키텍트: 4명보다 뛰어나다... 확실히 통치자로서 4명을 능가하는 것 같아. 아르세즈의 모습을 보니 알겠어.

순수예술과의 일부 인원은 시민들에게 마이너스 평가를 받고 있어서, 포함시키면 합계가 더 작아지는 셈이다.

에라디카는 국가 경제가 기울어져 가는데도 정책에 신경 쓰지 않고 예술만 파고드는 귀한 혈통의 종신 국가원수라는 점이 천계제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