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념
循環出資 / Circular Shareholding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을 가지고 여러 주식회사를 거느리는 수법. 지주회사가 대세가 되기 전, 한국 재벌의 필수요소 중 하나였다.
다음과 같은 방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일단 먼저 것은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다.
- 내가 회사 A의 대주주가 되었다.
- 회사 A가 회사 B의 대주주이다.
- 회사 B가 회사 C의 대주주이다.
- 고로 A, B, C 다 내 거.
- A사: 대주주 김씨 20%, 소액 주주들 80%
- B사: 대주주 A사 30%, 소액 주주들 70%
- C사: 대주주 B사 20%, 소액 주주들 80%
- D사: 대주주 C사 25%, 소액 주주들 75%
- A사가 대량 증자를 통해 D사를 A사의 대주주로 만듬.(예로, D사가 가지게 된 A사 지분율이 50%가 되면 김씨 10%, 소액주주들 40%)
이걸 반복하다 보면 삼성그룹이나 롯데그룹과 같은 구도가 나올 수 있다.
2. 개별 기업집단 관점에서의 장단점
회사 소유주로선 적은 자본으로 많은 회사를 소유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지만 자본이 작기 때문에 당연히 투기꾼들의 공격에 약해진다.[1]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자본으로 회사를 많이 소유할 수 있게 된다는건 투기꾼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다.[2][3][4]그리고 계열사가 무너질 경우, 다른 회사까지 연쇄적으로 부도 나서 대규모 그룹이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지배구조다.[5] 물론 기업이 돈을 조달할 수단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위험 요소에 개입할 수도 있다. 정부에서도 이를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하기도 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야할 이유가 있는지는 의문이 남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일단 막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게 작용할 때가 있다. 이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대규모 사업을 추진 중이거나 미리 계획을 짜놓은 것들이 어긋나게 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한데, 목적이야 어쨌건 그럴 때가 있다고 해서 이게 일반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망하면 그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와 그 기업에 하청받은 업체도 같이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개입을 결정하기도 한다. 정부에 대한 위험 요소 개입을 제외하면 부실 기업에 부실 기업이 투자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지주회사 자체가 불법이라 국내 대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순환출자로 규모를 형성했으나 1997년 외환 위기[6] 이후 순환출자의 문제가 드러나고 이 사태를 기점으로 지주회사도 합법화되면서 대부분 순환출자를 버리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였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유보금을 쌓고 자사주를 매입하는데 돈을 많이 써 투자를 하지 않게 됐다. 지주회사로는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돈의 액수가 순환출자보다 더 높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의 성장 과정에선 각종 자금조달이 필요한데, BW(신주인수권부사채)나 ELW(주식워런트증권)같은 걸로 조달이 이루어지곤 한다. 아직 대기업이 못 되어 신용이 모자란 기업들이 채권 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할 경우 지불해야 하는 금리는 엄청나게 높다. 그런데 경영권을 그나마 쉽게 보장해주던 순환출자가 금지되게 되면, BW등을 통한 자금조달에도 부담을 더 느끼게 된다.
또한, 만약 A에 1억을 출자하였는데 그것이 B회사→C회사를 거쳐 다시 A회사로 출자되는 환상형 순환출자가 되면 가공의 자본 3억이 형성되지만 이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1%도 안 되는 매우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모 대기업 그룹의 총수는 지분이 0.5%가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지주회사는 무조건 실재하는 자본으로만 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한 소액투자자의 보호를 위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여 공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환출자는 기본적으로 1주 1표라는 원칙을 비껴가는 것이므로 부의 지나친 집중 및 주식회사 제도 취지의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 pdf파일 부의 집중은 노동자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지 않을 때 일어나는데, 주주의 힘이 강하면 기업이 노동자에 대한 투자를 적게해(단기적인 이익을 위해서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데, 지출을 줄이는 것은 인건비가 가장 쉽다.) 부의 집중이 더 심화된다.
물론 1주 1표는 대주주의 힘을 지나치게 키우게 되어 대주주들이 비밀스럽게 결정을 내릴 위험이나 오너가 지나치게 대주주의 눈치를 보며 단기 이익에만 급급하게 만들 위험도 안고 있지만, 그런 만큼 대주주가 되려고 하는 개인들에게 책임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이 경우 단기적인 이익만을 보고 투자를 시행한 대주주의 영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그런 이유로 많은 선진국에서는 차등의결권[7]을 허가하는데, 보통 회사 설립주체가 이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이를 허가하지 않는 상황. 이를 순환출자로 운영하려고 한다면 기업들을 연결하는 고리에 문제가 생겨나는데,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될 때도 이 순환출자로 인한 기업부실 악화가 원인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이때 대우그룹에서 갈라져 나온 대우조선해양이 2008년 기록한 매출액은 11조가 넘는다. 즉, 이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가진 기업까지도 한순간에 훅가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체제라는 것.
C&그룹 역시 이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그룹 전체 매출액의 10% 정도인 C&중공업이 무너지는데 전체에 피해를 끼칠 정도였다.
단 유명한 예외로 삼성그룹이 있다. 이는 순환출자 고리 안에 삼성생명과 삼성카드가 들어있는 탓에 금산분리와 관련되어 순환출자를 깨려면 머리를 많이 굴려야 하기 때문. 다만 2011년 관련 법령이 개정되어 결국 지주회사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한다. SK증권의 예에서 보듯 지배구조 안에 금융계열사를 집어넣는 꼼수를 부릴 수 있지만, 계열분리를 통해 상속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이 비금융 삼성그룹이 가진 삼성카드의 지분을 전량 매입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따라 발생한 잔여지분들을 블록딜로 처분하면서 지분구조에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삼성생명 3개의 그룹으로 쪼개졌다. 삼성생명쪽은 삼성금융그룹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계열분리된 것. 2017년 초에 삼성그룹은 순환출자 고리가 0개가 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8]
2015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아들들 간 분쟁에서 롯데그룹이 숨겨진 순환출자의 본좌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무려 400여개의 환상형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해당 문서의 짤방에 일부가 나와있다. 게다가 2015년이 되도록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결국 국적 논란에 불매운동까지 일어나자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시작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단계적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출자구조는 순환출자가 맞지만 '지배력 구조'로 따지면[9] 일본 광윤사 - 일본롯데 - 호텔롯데(한국) - 롯데쇼핑(실질중간지주회사) - 자회사 구조로 지배력이 짜여있다. 하지만 이 지배력 구조를 위해 출자구조를 뒤섞어놨으니 문제가 발생한 것. 신동빈 회장이 2018년까지는 완전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면서 한국롯데와 일본롯데를 끊어버리겠다고 한다. 호텔롯데 IPO가 이를 위한 준비작업. 롯데지주가 출범하고 비상장기업들도 전부 기업분할해서 롯데지주에 투자부분 분할합병 작업을 하고 있다. 이에 롯데지주가 한국 롯데부문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호텔롯데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3. 시장경제적 관점에서 본 문제점
그룹의 소유 구조와 경영권에 차이가 생기므로 시장경제의 대원칙인 투명경영과 자기책임성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게다가 주식시장의 기본 원리인 주식회사의 의결권은 주식의 지분만큼만 행사할 수 있다는 시장원리를 위배하고 있다. #4. 해외 사례
한국 내에서의 재벌 및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이러한 순환출자 경영 방식이 한국에서만 일어나며 타국에서는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한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해외의 유명한 기업들도 순환출자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독일 보쉬, 도이체방크, 일본 토요타 그룹[10], 대만 포모사 그룹, 프랑스 LVMH 그룹, 독일의 폭스바겐 그룹( 포르쉐 SE - 폭스바겐 - 포르쉐 AG), 이탈리아 아그넬리 그룹, 인도 타타 그룹, 캐나다의 Hees-Edper 그룹 등이 있다.미국에서는 금융위기 이전까지 제너럴 모터스가 대표적인 순환출자 그룹이었다. 제너럴 모터스가 순환출자를 한 고리는 제너럴 모터스 본사와 GM 파이낸셜(한국의 현대캐피탈쯤 된다.)이 상호출자를 하고, GM 파이낸셜이 계열사 지분을 소유한 후에, 각 계열사들이 거꾸로 GM 본사의 주식을 사서 가지고 있는 방법이었다. 이 구조는 대침체때 녹다운됐고 미국 정부에 의해서 굿컴퍼니/배드컴퍼니 분리 과정에서 계열사들을 정리하며 순환출자 고리가 끊겼다. 현재는 GM 파이낸셜이 지주회사격의 위치에 있다.
다만 이들을 제외한 기업들은 지주회사와 차등의결권 등의 방법을 쓰지 순환출자는 그리 보편적인 방법은 아니다. 유럽의 경우 순환출자를 쓰는 회사가 나라별로 다르지만 대개 전체의 10%가 안 될 정도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일본의 경우에는 순환출자보다 강력한 네트워킹출자를 선호하고 있다.
한국의 순환출자를 설명함과 동시에 토요타 그룹의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설명한 글도 있다. 해당 블로그(일본어)
토요타 그룹의 순환출자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토요타 본사와 덴소가 주력 모체이다. 토요타와 덴소가 상호출자를 하고, 각 계열사들에 토요타와 덴소가 각각 지분을 출자하며, 계열사들끼리 서로 주식을 상호출자하는 식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구성되어 있다.[11] 한국 롯데그룹의 순환출자와 비슷하다. 대한민국에서는 신규로 상호출자 하는 것은 2004년에 이미 금지되어 있고, 기존 상호출자 역시 2024년까지는 전부 정리해야하는데, 일본에는 이렇게 구조개편을 강제하는 법이 없어서 토요타 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쓰고 있다.
이런 방식은 일본의 독특한 기업 경영문화와도 관련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아무리 오너일가라고 하더라도 기업의 창업주이거나, 창업주에 못지않게 기업을 중흥시킨 인물이 아닌 이상 오너 일가가 아무리 주식을 많이 갖고있더라도 한국의 재벌들처럼 오너일가의 황제경영 체제를 구축하기 어렵다. 오너 일가가 절대적인 주식 지분을 갖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한[12] 오너 일가는 쇼군에게 권력을 위임했던 덴노라든지, 막부에서 실권을 행사했던 노중을 비롯한 가신들에게 권력의 상당 부분을 위임했던 쇼군, 다이묘들처럼 창업주 이후로는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데 그 전문경영인들은 그 회사 또는 그 회사의 계열회사 공채출신 인물들인 경우가 많다. 그러한 전문경영인 경영자들이 서로 연합하여[13] 상호출자를 하고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체제인 경우가 매우 많다. 전후 해체된 일본의 재벌들은 그런 식으로 서로 영향력과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금융기관들까지 대주주로 참여하여 이미 실질적인 지배주주가 누구인지 지분 소유비율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고 조직 내부 출신 경영진들이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대기업들이 대부분이고 임원들끼리 조직력을 중요하는 조직문화가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14] 다만 토요타그룹은 토요타 아키오 회장이 토요타와 덴소의 회장, 이외 토요타그룹 모든 자회사의 명예회장직을 싹쓸이하는 방법으로 모든 전권을 틀어쥔 상태라서 일본의 경영문화때문에 순환출자를 한다는 것과도 맞지 않다.
[1]
소유주가 순환출자 구조에 자본을 적게 투입할 수록 투기꾼의 공격에 더욱 취약해진다.
[2]
위의 예시를 바탕으로 설명하자면, 네 회사의 주식 값이 같다고 가정할 때, 투기꾼이 A~D의 회사를 공략하기 위해 C사 소액주주들의 지분 20%를 사들여 C사의 대주주에 앉는 순간 C→D→A→B의 지배 구조에 따라 회사 넷을 한 방에 털어버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김씨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A사 소액주주들 주식을 다 사야하며(이렇게 해도 D사와 지분을 딱 반분하기 때문에 A사의 경영권을 확신할 수 없으므로), D사의 지분도 25% 이상 사야 하므로 큰 손해를 입게된다.(20%의 지분을 내준 댓가로 65%의 지분을 사모아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해도 C사의 지배력은 포기해야 한다.) B사 주식도 20% 매입해야하는 건 덤. 물론 그걸 미리 짐작하고 비상장기업을 끼워넣어 방어태세를 취하게 된다.
[3]
소버린이
SK그룹을 공격하여 SK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한 금액은 고작 1500억 원 정도. SK그룹은 이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몇 배의 대가를 치렀다. 지주회사 구조로 바꾸는 중이라 순환출자 구조의 지분 방어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변신 중에는 공격하지 않는 게 악당의 매너지만 현실은 창작물이 아니었다. 당시 SK그룹은 불법정치자금 등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는 등의 사건이 터져 주가가 하락해 있기도 했다.
[4]
이 사건이 시작되던 2003년 기준 SK그룹의 시가총액은
약 25조 5천5백억원이었다. 소버린이 투입한 1500억원은 SK그룹 시총의 1%조차 아니고 약 0.6%밖에 되지 않는 푼돈이었다. 그러나 이 후 SK측에선 소버린에게 경영권을 뺏기지 않고 방어 하기 위해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여 주식을 매입했고(그래봐야 1조원 역시 시총의 약 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소버린은 SK측에 주식을 비싸게 팔아치우면서 이 사건에서
약 1조원에 달하는 이익을 챙겼다.(이 기사에서 SK가 약 1조원을 사용했다는 부분이 등장한다.)
[5]
다시 위의 예시를 바탕으로 설명하자면, C사가 어음을 갚지 못하면 지분을 가진 B사도 손해를 입고…
이하생략 이것이 실제로 일어난 사례는 IMF 시기 여러 그룹들의 해체와 2000년대 이후에 STX그룹과 웅진그룹 그리고 동양그룹의 위기와 해체이다. 둘다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연쇄적인 부도가 일어나 강제적인 해체를 당했다.
[6]
당시 국내 30대 대기업 중 8개가 무너졌다.
[7]
1주 1표가 아니라 1주 100표, 1주 200표가 된다.
[8]
하지만 아직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
[9]
2011년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연결재무제표 등을 쓸 때 '지배력' 기준으로 하게끔 규정이 바뀌었고 이에
2012년
대한민국
상법과 외감법도 개정되어 지배력 기준으로 바뀌었다. 물론 출자구조를 전혀 안 보는게 아니다.
[10]
토요타자동차, 토요타자동직기, 토요타부동산, 덴소, 아이신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11]
일본 국내 기업들끼리 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과도 상호출자 관계를 맺고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르노-닛산얼라이언스.
[12]
세계적으로 높은 상속세율로 세대가 지날수록 급격히 지분율이 감소.
[13]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초호화 접대문화가 더욱 성행했다.
[14]
물론 그로 인해 고베제강 사태처럼 조직적인 은폐, 부정 등의 부작용도 많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