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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11-09 01:42:30

바우돌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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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스토리3. 작품의 해설과 의미4. 등장인물5. 명대사

1. 개요

Baudolino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의 제목이자 해당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 처녀작 장미의 이름처럼 중세시대를 다룬 소설인데, "젊은 소설가의 초상"에서 에코는 이 작품을 " 장미의 이름의 피카레스크"스러운 작품이라고 얘기했다.

주인공의 긴 모험담 속에 수많은 에피소드가 녹아들어 있으며, 마치 르네상스 초기의 풍자소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제4차 십자군 원정을 비롯하여 중세 말기의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거짓말쟁이 주인공 바우돌리노의 입을 통해 전달하고 있으며, 당시 전해져 내려오는 각종 민담과 전설의 총집이라고도 볼 수 있는 작품.

본국인 이탈리아에서는 2000년 출간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출간되었다.

2.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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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제4차 십자군 원정 때 위기에 처한 동로마 제국의 귀족 역사가 니케타스 코니아테스를 구한 바우돌리노란 인물이, 니케타스에게 자신의 인생 얘기를 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중요한 건 작품 초반부터 바우돌리노는 현실과 환상을 스스로도 구분하지 못하는 거짓말쟁이라고 까발려지고 있기 때문에,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읽고 있는 독자마저도 잘 분간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바우돌리노가 중간에 찾아가게 되는 요한 신부의 왕국 같은 명백한 가상의 존재도 나오지만, 프리드리히 1세 바르바로사의 이탈리아 원정 등 그외 사실에 기반한 얘기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소설상에서 바우돌리노가 직접 경험한 것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다.

주인공 바우돌리노는 본디 북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프라스케타의 농민 갈리아우도의 아들이었다. 갈리아우도는 바우돌리노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짐짝 취급하였는데, 마침 이탈리아를 정벌하려 출진한 바르바로사를 만나면서 그의 양자로 들어가게 된다. 갈리아우도는 금화 몇 닢에 아들을 팔아넘겨 버린다(…)[1]. 바우돌리노는 그의 휘하에서 수많은 일을 겪으며, 프리드리히 1세가 패배한[2] 레냐노 전투에도 참전하게 되는 등 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고향 프라스케타를 도시로 발전시키고 이름도 알레산드리아[3]로 바꾸는 등의 업적(?)을 남기기도 한다. 한때는 빠리로 유학을 떠나 후반부에 함께 모험하게 될 친구들도 사귀게 된다.

한편 바르바로사는 바우돌리노와 그 친구들을 데리고 성배를 찾고 예루살렘을 수복하기 위한 십자군 원정에 나서지만, 아르메니아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바우돌리노의 동료 중 1명은 성배를 들고 도망친다. 바우돌리노는 남은 친구들과 함께 황제의 원수를 갚고 성배를 되찾기 위해 프레스터 존의 왕국으로 긴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들은 어둠으로 가득 찬 숲 아브카시아, 돌과 자갈이 흐르는 급류 삼바티온 등을 건너 결국 프레스터 존의 왕국으로 일컬어지는 도시 '픈다페침'에 도착하게 되지만, 프레스터 존은 그곳에 없고 그의 부제(副際)만을 만나게 된다.

프레스터 존을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던 그와 친구들이었지만, 어느 새 그들은 픈다페침이 간교한 환관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고 그들은 사제를 만날 수 없으며 단지 선전용으로 이용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4]

그리고 떠나려 하지만, 갑자기 훈족[5]이 대규모로 픈다페침을 내습해 오면서 또 한 번의 위기가 닥쳐오게 된다. 바우돌리노와 친구들은 신화 속에 나오는 여러 이종족으로 구성된 픈다페침 사람들을 훈련시켜 훈족을 막을 방법을 강구해 내지만, 막상 전쟁 중에 종교 분쟁이 터져 우스꽝스럽게 무너지며 픈다페침은 멸망하게 된다.

실의에 빠진 주인공 일행은 픈다페침을 떠나 유랑하던 도중 어쌔신 집단의 포로가 되어 노예 생활을 하게 되나, 극적인 탈출 후 로크새를 타고 콘스탄티노플로 돌아올 수 있게 되고, 성배의 향방과 황제를 죽인 진범을 찾아 죽인 뒤 막 떠나려 하던 바우돌리노가 니케타스를 만나게 되는 첫 시점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이야기를 마친 바우돌리노는 이야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프리드리히 황제의 죽음에 대한 진짜 진상[스포일러]을 알게 되고, 실의에 빠져 큰 기둥 위로 올라가 은자처럼 생활하다가 급기야 마을 사람들에게 성인으로 추앙받기에 이른다. 그를 미워하던 마을 신부와 추종자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후, 기둥에서 내려온 바우돌리노는 니케타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프레스터 존의 왕국을 찾아 떠나며, 니케타스는 바우돌리노의 이야기를 역사로서 남길 것인지에 대해 친구인 파프누티오스와 이야기를 하며 거짓과 진실에 대한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7]

3. 작품의 해설과 의미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에는 인간의 행위와 사상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녹아 있기로 유명한데,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장미의 이름이 맹신에 대한 경계, 푸코의 진자가 사유의 실체화에 대한 고찰이었다면, 바우돌리노에서는 허구가 가져다주는 풍요와 유토피아에 대한 고찰로 이루어져 있다.[8]

사실 이 소설 속에서 바우돌리노는 프레스터 존의 편지, 동방박사 3인의 성유물, 심지어는 성배까지 만들어 내는 등 거의 중세 기독교사를 혼자 조종하고 있다.(...) 문제는 이 모두가 다 바우돌리노의 망상과 허구의 창조물이라는 것. 소설 속의 이 모든 장치는 결국 프레스터 존의 왕국을 향하고 있으며, 에코는 이를 '각자의 유토피아' 로 칭하고 있다. 사실 바우돌리노와 그의 동료들은 프레스터 존의 왕국을 찾으려 하는 이유가 모두 다르며, 이는 결국 종장의 파국과도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결국 어차피 허구인 소설에서, 소설 속의 세계에서조차 거짓말로 받아들여지는 스토리를 늘어놓고 있으니 소설이 가지는 허구를 극단적으로 증폭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바우돌리노의 모험기를 무협지와 비교하여, 주인공 바우돌리노가 녹정기 위소보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는데[9] 성격은 천지차이다. 강간, NTR 등도 해대는 위소보와 달리 바우돌리노는 양아버지인 황제 몰래 황비에게 연심을 품은 것 때문에 괴로워하고 프레스터 존 왕국에서 정을 나눈 반인반수 여인을 평생 잊지 못하는 등 인격적으론 더 낫다. 다만 끝은 위소보가 더 낫다

참고로 십자군 이야기의 작가 김태권은 바우돌리노의 내용과 허본좌와의 자서전과는 놀랄 만큼의 유사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내가 바르바로사 황제의 양아들이 됐어요, 그 정책을 내가 조언드린 겁니다.

4.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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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바우돌리노는 김태권 작가의 십자군 이야기 5권에 카메오 출연했다.

5. 명대사

"너 멍텅구리 아니냐? 우리 주님은 목수의 아드님이셨다. 평생을 똑같은 옷을 입으셨지. 그런데 너는 내게 와서 예수님께서 청금석이 박힌 황금 술잔을 가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다고 말하고 있어. 만약 내가 만든 이 그릇같이, 주님의 아버지께서 나무뿌리를 파서 만든 그릇을 가지고 계셨다면 은혜로운 일이지."

젠장, 이 노인의 말이 맞다. 성배는 이 그릇 같아야만 할 것이다. 주님처럼 소박하고 가난한 그릇, 모두들 평생 동안 빛나는 것만을 찾았기 때문에 아무도 그게 성배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16]
네가 어떤 일을 꾸며 댈 때는 넌 진짜 없는 일들을 꾸며냈지. 하지만 그것은 진짜가 되었어.(중략)단 한 번 그 누구보다도 진실한 여자와 단 한 번 진실한 일을 하고 싶었는데 넌 실패를 했어. 너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원할 수도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 냈어. 그러니까 넌 네 경이의 세계로 숨는 게 나아. 그 세계에서는 적어도 네가 얼마나 경이로울 수 있는지를 결정할 수 있으니까.


[1] 다만 작중 바르바로사는 척 보기에도 신분 높은 기사-귀족으로 보였고, 바우돌리노를 데려가려던 이유 역시 똑똑해 보여서 교육을 시켜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사실 대부분의 중세~근대 사회, 그리고 현대 사회중에서도 빈부격차나 계층격차가 큰 사회들에서 부자, 또는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이 가난한 집 자식을 양자 삼아 데려가는 것은 가난한 집 아이의 입장에서 교육과 출세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큰 기회였던 것. 작중 갈리아우도가 바우돌리노를 짐짝 취급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말 지극히 자기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라도 자식에게 이런 큰 기회가 생기면 눈물을 머금고라도 자식을 떠나보는 쪽이 더 일반적인 태도였던 것.(집안이 가난해도 자기 노력만으로 어느 정도 신분상승이 가능한 평등한 사회와는 달리, 이런 사회들에서는 농사꾼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특별한 기회를 손에 넣지 못하는 한 농사꾼에서 벗어날 가능성 자체가 없었다.) 그리고 갈리아우도의 경우 매몰찬 모습을 종종 보여주기는 하나 수년만에 고향으로 돌아간 바우돌리노와 만났을 때의 태도등을 보면 바우돌리노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오히려 바우돌리노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는 긍정적인 면모등을 보이는 점 등에서 정말 자기 자식을 팔아먹는 막장부모로 조형된 인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 부상당하였지만 한때 사망했다고 여겨진 [3] 움베르토 에코가 태어난 고향마을이다. [4] 심지어 부제조차 사제를 만나지 못하였으며, 사제는 오직 환관들만이 알현할 수 있고 픈다페침에서 사제의 왕국까지는 왕복 1년이 걸린다는 등등의 복선이 깔린다. [5] 묘사를 보면 몽골 기병대와 유사하며, 동방견문록에서 몽골 기병대를 설명했던 부분이 차용되기도 한다. [스포일러] 시인은 콘스탄티노플에서 우연히 조시모스를 찾아낸 후 남은 이들 중 누군가 성배를 가지고 있는 프리드리히의 암살범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황제를 살해할 이유가 없는 바우돌리노를 제외한 원정대의 생존자들을 불러내어 협박한다. 그리고 이들이 이용했을 살해 방법을 말하면서 추궁하지만 누구도 성배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시인은 미친 듯이 분노한다. 이 때 이들을 미행했던 바우돌리노가 성배는 (자신도 몰랐던 실수로 인해)자신에게 있으며 황제를 죽게 한 데에는 네 책임이 크다고 말하자 시인은 바우돌리노에게 덤벼들고 바우돌리노는 그를 살해한다. 여기까지는 시인이 프리드리히의 암살범처럼 보이지만 니케타스의 친구인 파프누티오스로 인해 진상이 밝혀지는데, 사실 처음에 죽은 듯했던 프리드리히는 가스중독 상태였고 직접적 사인은 그가 죽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한 바우돌리노와 친구들에 의한 익사였는데 하필 프리드리히를 물에 던진 사람이 바우돌리노였다. 본의 아니게 양아버지를 살해한 게 되어버린 셈. [7] 이 때 파프누티오스는 바우돌리노의 이야기를 남기지 말 것을 권유하며 다음과 같은 명대사를 남긴다. "이 세상에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하나뿐이라고 생각하지 말게나. 곧 누군가가, 바우돌리노보다 더한 거짓말쟁이가 그 이야기를 들려줄 걸세." 여기서 '바우돌리노보다 더한 거짓말쟁이'가 과연 누구겠는가? 바로 움베르토 에코 자신인 것이다. [8] 그러나 다른 저작과는 달리 바우돌리노는 에코 본연의 문체에서 벗어나 매우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이에 대해 에코는 '이는 대중들을 위한 소설' 이라고 정리했다. 으아니 그럼 나머지 작품은 어찌 그리 인기가 많은 겁니까 교수님 [9] 평민이면서 황제와 친해진다거나 거짓말쟁이라거나 [10] 사실은 직접적으로 팔아넘겼다기보다는 처음에 바르바로사가 양자로 데려가려 하자 거세게 반발했지만 바르바로사가 돈을 주자 바로 반색하며 데려가라고 한다. [11]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 주인공이 어쌔신들이 복용했다는 하시시와 아편을 섞어 만든 초록색 죽 같은 마약을 손님들에게 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묘사가 유사하다. [12] 삼바티온은 안식일에만 잠잠해져서 사람이 건널 수 있다. [13] 소설상에서 묘사되는 외모나 행동이 영락없이 라스푸틴이다. [14] 바우돌리노와 술을 마시면서 프레스터 존 이야기를 뽑아낸 후 본인이 섬기던 군주에게 그대로 써먹었다. 이 사실을 알아낸 바우돌리노와 친구들은 비잔틴에 찾아가 조시모스를 신나게 두들겨팬다. [15] 성배가 아니라 아르즈루니에 의하여 위조된 성자의 두개골을 가지고 있었으나 조시모스 본인은 그것을 몰랐고 사실을 알아챈 후에는 천사가 성배를 가져갔다고 말하려 설교대에 올랐으나 전날 신나게 퍼마신 탓에 넘어지면서 상자를 떨어트렸다(...) [16] 1989년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3 최후의 성전>의 대표적인 명장면으로, 존스가 "성배를 황금으로 만들었을 리 없어. 목수가 사용하던 잔인걸."이라고 말하며 황금으로 만든 수많은 가짜 성배 사이에서 소박한 나무 그릇을 집어들어 진짜 성배를 찾은 것과 동일한 생각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