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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파일:991.jpg
장미의 이름
(Il nome della rosa)
장르 추리 소설
저자 움베르토 에코
한국어판 역자 이윤기, 이동진
한국어판 출판사 열린책들, 우신사
초판 발행 1980년
한국어판 출간일 1986년 3월 1일[1]
1. 소개2. 줄거리
2.1. 서문2.2. 노트2.3. 프롤로그2.4. 제1일2.5. 제2일2.6. 제3일2.7. 제4일2.8. 제5일2.9. 제6일2.10. 제7일2.11. 뒷말
3. 등장인물
3.1. 주인공
3.1.1. 멜크의 아드소3.1.2. 배스커빌의 윌리엄
3.2. 수도원
3.2.1. 수도원장3.2.2. 바라지네의 레미지오3.2.3. 오트란토의 아델모3.2.4. 카잘레의 우베르티노3.2.5. 장크트벤델의 세베리노3.2.6. 웁살라의 베노3.2.7. 알레산드리아의 아이마로3.2.8. 아룬델의 베렝가리오3.2.9. 살베메크의 베난티오3.2.10. 부르고스의 호르헤3.2.11. 모리몬도의 니콜라3.2.12. 힐데스하임의 말라키아3.2.13. 그로타페라타의 알리나르도3.2.14. 몽페라트의 살바토레3.2.15. 그 외
3.3. 황제파3.4. 교황파
3.4.1. 베르나르 기3.4.2. 그 외
3.5. 기타3.6. 배경
4. 평가5. 집필 계기와 과정
5.1. 작가 노트5.2. 오마주
6. 번역7. 문학에서의 영향력
7.1. 영원한 제국7.2. 다빈치 코드
8. 기타9. 관련 문서10. 영화판11. 드라마

1. 소개

Stat Rosa pristina nomine, nomina nuda tenemus.
예전의 장미는 그 이름일 뿐, 우리에겐 그 이름들만 남아있을 뿐.
베르나르 드 클뤼니 『De contemptu mundi (속세의 능멸에 대하여)』 中[2]
The\mathcal{The} Name\mathcal{Name} of\mathcal{of} the\mathcal{the} Rose\mathcal{Rose}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데뷔작이자 대표작. 1980년에 이탈리아에서 첫 출판되었다.

기호학 역사학 방면에서 이름을 날린 에코의 성향이 잘 나타난 작품이다.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영화 제작 당시인 80년대 후반의 국내 신문 보도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8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고,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판본의 뒷표지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30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한다. 아래 항목에 나오듯이 프랑스에서 영화화되었다.

프랑스에서 메디치 외국문학상, 이탈리아에서 스트레가상을 수상했다.

2.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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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2.1. 서문

당연히, 이것은 수기(手記)이다.
1968년 8월 16일, 에코는 뱅자맹 발레 수사가 펴낸 『마비용 수사의 편집본을 바탕으로 불역한 멜크 수도원[3] 출신의 아드송의 수기』를 손에 넣는데, 멜크 수도원에서 발견된 14세기의 수기를 복원한 것이었다. 하지만 불과 엿새 뒤에 소련군이 에코가 머무르고 있던 프라하를 침공했고, 이 때문에 에코는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 린츠을 거쳐 도나우 강을 오르는 배를 탄다. 배를 탄 동안 에코는 이 책을 번역했다. 배는 멜크에 이르렀으나, 에코는 멜크 수도원의 도서관에서 아드소(송)가 쓴 수기의 사본을 찾지 못한다. 그러다 잘츠부르크에 이르기 전 한 호텔에서, 동행하던 친구와 짐이 엇갈려 발레의 원본을 잃어버리고, 에코에겐 번역 노트만 남고 만다.

몇 달 뒤, 파리에서 에코는 책의 족보를 파악하기로 마음을 먹고, 번역하면서 같이 써놓은 참고 도서 목록을 바탕으로 조사를 해 나가나, 그리 썩 만족스러운 결과는 얻지 못했고, 오히려 그 책이 위서가 아닌가 하는 의심만 얻고 말았다. 그러다 1970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작은 고서점에서, 그 수기의 대목들을 인용한 이탈리아어로 된 책을 발견한다. 에코는 여기서 아드소가 실존 인물임을 확신한다.

에코는 수기를 읽으면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수도원의 위치는 북부 이탈리아 프랑스 접경지대, 시간대는 1327년 11월 말 경, 수기가 쓰인 시기는 1380~90년대 정도로 추측한다. 그러고나서 이 번역본의 문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고민한 끝에 심한 일부분을 제외하고 라틴어 어구를 그대로 남기기로 결심한다.

서문의 내용은 모두 에코가 짠 설정이다. 특히 아드소를 인용했다는 밀로 테메스바르라는 작가는 움베르토 에코가 만들어낸 가상 인물로, 현실에서 에코가 봄피아니 출판사 사장을 낚거나 다른 사람들을 골려주는 데도 사용된 바가 있다. 세르반테스 돈키호테는 자기가 번역한 작품이라고 컨셉질 하는 것과 똑같다.

2.2. 노트

아드소 수사는 7일 동안 수도원에서 있었던 일을 다루었고, 이를 수도원의 전례 시간과 일치하는 시간대로 나누어 기록했다. 에코는 3인칭으로 되어 있는 부제는 발레 수사가 붙인 것으로 추측한다.[4] 아래는 수도원의 전례 시간에 대한 설명이다.

2.3. 프롤로그

노년의 아드소는 멜크 수도원의 독방에서 수기를 쓰며 사건이 일어난 당대의 시대상을 설명한다.[5]

14세기 초에 교황 클레멘스 5세가 교황청을 로마에서 아비뇽으로 옮긴 이후, 지역 군주들은 로마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게 되었고, 로마는 혼란의 도가니가 된다. 그러던 1314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독일 선제후 5명이 바이에른 공작 루트비히 4세 독일왕으로 선출하나, 그와 비슷한 시기에 선제후 2명은 합스부르크 가문의 미남왕 프리드리히[6]를 대립 독일왕으로 선출한다. 1316년, 아비뇽에선 교황 요한 22세가 선출된다.

1322년, 루트비히는 정적인 프리드리히를 사로잡아 거세시켜버린다.[7] 그가 확고한 황권을 잡자, 그를 경계한 요한 22세는 그를 파문시켜버린다. 황제도 이에 맞서 교황을 배교자라 비난한다. 그 해에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체세나의 미켈레는 그리스도의 청빈 논쟁에 대해 수도회 내 엄격주의자들의 의견을 수용해 그리스도와 사도들은 물건을 소유하지 않았고, 그저 사용권만 가지고 있었노라고 선언한다. 이는 세속권을 강화하던 교황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이었던지라, 1323년, 교황은 회칙 『몇몇 사람들 때문에Cum inter nonnullos[8]를 선언해 프란치스코회의 몇몇 신학자들을 이단으로 몰아버린다. 루트비히 황제는 교황과 대립하는 프란치스코회를 자신의 동맹으로 보고, 그들을 지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1327년에 루트비히는 밀라노로 내려와 대관식을 진행한다.

당시 아드소는 베네딕토 수도회 소속으로 멜크 수도원에 기거하던 젊은 수사였다. 그의 아버지는 루트비히 황제의 직신이었던지라, 아들에게 황제의 대관식도 보게 할 요량으로 아드소를 데리고 이탈리아를 돌아다녔다. 그러나 피사가 포위되고, 아버지는 피사의 전투에 집중하느라 아드소를 관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동안 아드소는 토스카나의 여러 도시를 방랑하는데, 그게 마땅찮았던 아버지는 아드소를 프란치스코회의 박식한 수사, 바스커빌 출신의 윌리엄의 필사 서기 겸 시자로 보내버린다.

아드소는 윌리엄의 풍모와 지혜에 감명을 받고, 그와 함께 사건이 터진 수도원을 향해 길을 떠나게 된다.

2.4. 제1일

2.5. 제2일

2.6. 제3일

2.7. 제4일

2.8. 제5일

이 소설의 첫번째 클라이막스. 황제파 사절들과 교황파 사절들 사이의 혼란스러운 종교 논쟁과 그야말로 처절한 이단 심문 과정이 묘사된다.

2.9. 제6일

2.10. 제7일

이 소설의 2번째 클라이막스. 살인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며 범인의 발악으로 수도원 전체가 불타오르는, 그야말로 세기말의 풍경이 펼쳐진다.

2.11. 뒷말

수도원은 사흘 밤낮으로 불타올랐고, 사람들도 진화를 포기한다. 몇몇 사람들은 타다 남은 폐허에 들어가 보물 등을 얻어내려 했고, 시체는 그동안 방치되었다. 화재 사흘째서야 남은 사람들은 시체를 매장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했다고 전해진다. 윌리엄 수사와 아드소 수사는 수도원에서 탈출해 숲 속을 방황하던, 이른바 '무연고 재산'인 말들을 잡아타고 수도원을 벗어난다.

그동안 정세는 루트비히 황제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황제는 요한 22세와의 화해를 포기하고 대립교황 니콜라오 5세를 옹립한다. 마르실리오와 장 됭의 장은 요한 22세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황제는 교황에게 사형 판결을 내린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계속된 황제의 실정으로 로마는 황제에게 반기를 든다. 루트비히는 결국 피사로 돌아가야 했고, 교황파 사절단이 로마에 개선하고만다. 아비뇽에 갔던 미켈레가 피사로, 또는 황제에게로 피신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황제는 뮌헨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신변에 위협을 느낀 윌리엄과 아드소는 뮌헨으로 가기로 한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아 이탈리아의 황제 지지 세력(기벨리니)이 무너지고 니콜라오는 목을 매달아 버린다.

아드소의 집안에선 아드소가 멜크로 돌아오길 바랐기 때문에, 뮌헨에 이른 둘은 눈물을 흘리며 이별한다. 아드소를 떠나보내며, 윌리엄은 그에게 니콜라가 만들어준 안경을 준다. 그 뒤 아드소는 14세기 중엽, 역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윌리엄이 죽었다는 사실 외엔 그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 아드소는 멜크의 수도원장의 심부름으로 이탈리아에 다시 가게 되는데, 유혹을 참지 못하고 사건이 일어났던 수도원을 다시 방문한다. 수도원 아래 마을과 경작지는 황폐해져 있었고, 웅장했던 수도원은 덩굴과 잡초가 우거진 폐허가 되어있었다. 아드소는 자갈을 헤집어 수십 년간 묻혔을 양피지 조각을 모으고, 남아있는 탑 하나를 타고 거의 무너진 장서관에 올라간다. 그는 거기서 불길 속에서 살아남은 궤짝 하나를 건지고 하루 종일 흙을 뒤져 유물 몇 점을 더 건진다. 그렇게 배낭 2개를 꽉 채워 멜크로 돌아간다.

아드소는 그 양피지 조각들을 어찌어찌 복원시키고 해석해 나갔다. 양피지엔 몇몇 인용문과 자투리 문장들 밖에 남지 않았고, 모아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으리라고 아드소는 확신하지만, 어쩐지 계속해서 그 문장들을 읽고 다닌다.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 도저히 진리를 알아낼 수 없는 세상에 회의와 혼란을 느낀 아드소는 베르나르 드 몰레의 시 『속세의 능멸에 대하여』에 나오는 구절[18]을 읊으며 수기를 마무리한다.
Stat Rosa pristina nomine, nomina nuda tenemus.
예전의 장미는 그 이름일 뿐, 우리에겐 그 이름들만 남아있을 뿐.

3. 등장인물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처음 소개될 때 '(출신지)의 (이름)' 하는 식으로 나온다. 개정판이 나오기 전의 이윤기 번역본에서는 '(출신지) 사람 (이름)'으로 나왔다.(ex: '멜크 사람 아드소', '바스커빌 사람 윌리엄')

3.1. 주인공

3.1.1. 멜크의 아드소

이 소설의 화자로, 설정상 서문과 노트를 제외한 이 소설 전체가 늙은 아드소의 수기이다.

베네딕토회의 오스트리아인 수련수사로,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트비히 4세의 직신(直臣)인 아버지를 따라 이탈리아 등지를 여행하다가 수도자가 되기 위해 멜크 수도원에 입회했다. 이후 아버지 손에 이끌려 윌리엄 수사의 서기 및 비서가 되어 그를 따라다니게 된다.[19] 글을 쓰던 무렵에는 80세에 가까운 노인이나, 그가 회상하는 사건이 벌어진 1327년 11월 당시에는 18세 소년이었다. 나중에 마을 처녀나 살바토레에게 '젊은 미남'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이전에 다른 수도자로부터 러브레터를 받은 적도 있다는 걸 보면 꽤 미소년이었던 모양.

처음 성경을 펼쳐 본 그때부터 종종 환상을 보았다는데,[20] 이런 연유인지 하느님의 진리란 주제에 관심이 깊다. 그래서 윌리엄이 그 문제엔 관심을 두지 않음에 실망하기도 하나, 기본적으론 그의 인품과 지혜를 존경한다. 그를 따라다니게 된 일을 평생 후회한 적이 없다고 서술할 정도.

수도자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혈기왕성한 젊은이라 연애소설의 구절을 읊다가 윌리엄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하고, 엉겹결에 마을 처녀와 불장난을 치르기도 하고, 그 결과 상사병으로 고통받기도 하면서[21] 독자에게 소소한 재미를 준다.

말년에는 윌리엄 수사가 준 안경을 착용하고 다닌 모양이다. 본작의 사건이 끝난 후 에필로그에서 작별하면서, 니콜라가 만든 안경을 아드소에게 주며 "네가 지금은 어리지만 나중에는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라고 했다고. 아닌 게 아니라 아드소는 "(본편 내용을 담은) 이 수기를 작성하며 이 물건의 도움을 받고 있으니 사부님의 말씀대로 참 요긴하게 쓰고 있다." 하고 술회하기도 한다.

《장미의 이름을 여는 열쇠》에서는 아드소가 사도 요한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인물이라고 평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2사도 중 최연소자였던 요한처럼 아드소도 사건 당시 기준 수도자들에게 어린애 취급을 받을 정도의 젊은이였으며, 요한의 묵시록에서의 요한처럼 아드소도 환상을 종종 경험하는 인물이다. 아드소가 수기를 쓰는 시간대는 그가 늙어서 그의 주변 인물들이 모두 세상을 떠날 즈음의 시점인데, 이는 요한이 요한의 묵시록을 작성할 때의 시간적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이 우연하게도 묵시록의 일곱 두루마리와 나란하게 벌어졌으므로 다분히 의도한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

3.1.2. 배스커빌의 윌리엄

아드소의 스승이자 프란치스코회 소속의 잉글랜드인 수도자. 아드소가 회상하던 1327년 당시에는 50세 남짓한 나이였다.[22]

아드소의 묘사에 따르면,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클 정도의 장신이었다. 또한 형형한 눈빛, 호리호리한 체형, 길쭉한 얼굴, 매부리코 등을 비롯하여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인상을 지녔다.

강한 학구열과 호기심을 지닌 박학다식한 인물로, 이성과 지식을 중시하며 그에 걸맞게 뛰어난 통찰력과 판단력을 지녔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에 이단심문관으로 활동했던 이력이 있어서 눈썰미와 추리력도 매우 뛰어나기에 작중의 여러 사건을 파헤치는 등 실질적인 주인공 노릇을 한다. 다만 중세시대의 성직자인 만큼 이성을 중요시하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성을 신앙 위에 두지는 않는다. 달리 말하자면, 이성을 올바른 신앙을 위한 한 가지 조건으로 취급한다고 할 수 있다.[23]

매우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로, 기억력도 대단해서 한 번이라도 읽거나 들은 것은 거의 잊어버리는 법이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뛰어난 두뇌와 통찰력을 과신한 나머지 남들에게 오만하다거나 괴팍하다고 까이기도 한다. 생각에 집중할 때는 어떤 약초를 씹는 버릇이 있는데, 아드소가 그 약초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저도 맛보게 해달라고 청하자 "참된 기독교인이라면 이교도들의 지혜 중에서도 이로운 것은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늙은 프란치스코회 수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해서 젊은 베네딕트회 수사에게 꼭 이롭다는 법은 없다"라고 답하며 주지 않았다고 한다.[24]

여러모로 중세인과 근대인의 경계에 걸쳐 있던 13-14세기 유럽인들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25]. 비록 수도자이기는 하지만 신학뿐 아니라 수학과 천문학, 약초학 등 자연과학을 사랑하고 관련지식도 풍부한 교양인으로, 자신의 신학적, 문학적, 과학적 식견을 총동원하여 작중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을 해결한다. 그에 걸맞게 품속에는 컴퍼스와 천구의를 비롯한 천문학 도구와 자석, 그리고 안경 등을 소지하고 다닌다.

이름이나 성격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셜록 홈즈에게서 모티브를 따온 인물이다. 당장 출신지부터가 배스커빌인 데다, 큰 키와 길쭉한 얼굴, 매부리코와 강렬한 눈빛, 집중할 때 약초(홈즈는 담배)를 즐기는 모습 등은 셜록 홈즈와 판박이이다. 또한 남들은 그냥 흘려버릴 수도 있는 단서조차도 놓치지 않는 칼같은 통찰력과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놀라운 추리력의 소유자라는 점에서도 닮은 점이 많다. 한편 14세기에 활동했던 영국 출신 프란치스코회 수도자 오컴의 윌리엄 또한 모티브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현실인물 오컴의 윌리엄과는 이름이 같을 뿐만 아니라 '프란치스코회'라는 소속도 동일하다.[26]

다만 자신이 흥미를 가지는 분야가 아니라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셜록 홈즈와는 달리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27] 호기심이 왕성하며 학구열이 상당하고, 엄청난 책덕후라는 점은[28] 차이가 있다.

여담으로 나중에 회담을 위해 황제파와 교황파가 수도원에 모였을 때, 프란치스코회 노수사인 뉴캐슬의 휴에 대해서 아드소가 '같은 잉글랜드 사람이라 그런지 억양이 사부님과 비슷했다'고 쓴다. 작중 배경은 이탈리아이니 등장인물들도 기본적으로 이탈리아어를 쓸 텐데, 역시 잉글랜드 사람인 베렝가리오에 대해선 그런 말이 없는 걸 보면 윌리엄은 여러 외국어를 능숙하게 알아듣고 말하는 것과는 별개로 영어 억양이 강한 모양.

3.2. 수도원

3.2.1. 수도원장

작품의 무대인 베네딕토회 수도원의 원장. 외교적 수완이 대단해 교황과 황제 세력의 딱 중간에서 능숙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수도원을 방문한 윌리엄에게 아델모의 의문사 사건을 수사해줄 것을 부탁한다. 그러나 연이어 베난시오, 베렝가리오, 세베리노, 말라키아가 죽고 레미지오와 살바토레는 이단 혐의로 체포되어 베르나르 기에게 수도원의 사법권이 눈앞에서 넘어간데다, 심지어 자신이 주선한 황제파와 교황파 간의 협상은 폭망해 버리자 윌리엄에게 심한 불신감을 드러낸다.

본래 이 지역 영주의 서자로, 가문을 계승하는 장남을 제외한 아들들은 군인이나 성직자가 되는 당시 관례대로 수사가 되었는데 토마스 아퀴나스의 시봉 수사가 되었다가 아퀴나스가 사망했을 때 그 시신을 짊어지고 내려온 공로로 승승장구했다. 닳고 닳은 정치가인데다 오로지 자신의 지위와 수도원의 위신만을 앞세우는 위선자이다.

윌리엄이 장서관의 진실에 접근하자 수도원의 위신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아드소를 함구케 하고 윌리엄을 쫓아내려 하지만[29], 이후 사건의 진범에 의해 벽 속에 갇혀 질식사한다.[30] 6번째 희생자.

3.2.2. 바라지네의 레미지오

식료계 담당 수사로 윌리엄과 아드소가 수도원에 도착하기 직전 수도원장의 말도 찾을 겸 그들을 마중하기 위해 첫 등장한다. 이 때 윌리엄이 말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면서 덤으로 말의 이름까지 알아맞히는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주자 감탄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활동적이고 성실한 베네딕토회 수도자처럼 보이나, 살바토레와 함께 급진적 이단집단인 돌치노파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과거를 숨기고 있다. 더욱이 식료계 담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마을의 가난한 여자들에게 가축의 부속물을 비롯한 찌꺼기 음식을 주고 성착취를 하는 등 여러모로 뒤가 구린 인물. 다만 베르나르 기나 본작의 최종 흑막처럼 잘못된 맹신으로 인해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차라리 속물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할 인물상이고,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며 윌리엄에게 '제가 돼지 같은 놈인 것은 사실이나 이단자나 살인자는 아닙니다'라고 호소하기도 한다.[31]

결국 여자를 데려오다가 베르나르 기의 궁병대에게 체포당한 살바토레의 자백에 엮이고 설상가상 세베리노의 살해 현장에서 책을 뒤지다가 걸리면서 재판에 회부된다.[32] 재판 초반에는 옛날에 들은 이단 심문의 요령을 활용하여 그럭저럭 넘어가는 듯했으나 결국 고문당한 살바토레의 자백, 자기 사정이 있었던 말라키아의 배신, 그리고 노련한 베르나르 기의 유도심문이라는 3단 콤보에 걸려들어 과거의 이단 경력을 자백하고 만다.

베르나르 기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도원에서의 살인죄까지 추궁하자 결사적으로 혐의를 부인하지만 고문을 협박당하자 끝내 반쯤 실성하여[33] 자기가 악마를 소환해 다른 수도자들을 죽였다고 술술 불어버린다. 수도원에서 제명당하고 궁병대에게 끌려간 이후 행적은 불명이나 이단 혐의 때문에 화형을 면치 못할 듯.

고문 협박에 패닉이 되자 자포자기하여 베르나르 기에게 사탄 앞잡이인 당신이 마귀 부르는 주문을 왜 모르냐고 발악하는 등, 교회의 부패와 심문의 부당한 과정 등을 비난한다.

3.2.3. 오트란토의 아델모

수도원 사건의 첫 번째 희생자. 아드소와 윌리엄이 수도원에 도착하기 불과 며칠 전에 사망한 미청년 이탈리아인 수사. 탑위의 창문에서 떨어져 피투성이가 된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문제의 창문은 잘 닫혀 있었던데다 바닥에서 너무 높이 달려 있어 사람이 올라갈 수 없는 위치였기 때문에 자살 아닌 의문사로 장례가 치러졌다.

뛰어난 솜씨를 지닌 채색 장인으로, 수도원에서 만들어진 양피지책에 삽화를 그려넣는 일을 맡았다. 호기심과 학구열이 매우 왕성했는데, 우베르티노는 그런 그를 보고 마치 "정욕에 굶주린 여인네"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조 사서 베렝가리오는 아델모의 아름다운 용모에 흑심을 품고 있었는데, 결국 아델모는 대출이 금지된 특정한 책을 읽고 싶은 욕심에 베렝가리오의 요구대로 남색을 했다가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고 만다. 윌리엄은 베렝가리오와 베노 등의 증언을 토대로, 아델모가 괴로워하다가 호르헤를 찾아가 자신의 죄를 고해했으나 완고한 호르헤가 죄를 사해주지 않자 자살했다고 추리한다.

수도원의 수사들은 그 내막을 잘 알지 못했으나, 윌리엄은 추리를 통해 그가 자살한 원인과 방법을 모두 파악해낸다. 작중의 첫번째 희생자이기는 했으나 직접적인 사인은 '자살'이지 '피살'이 아니다. 어찌 보면 그 자살이 흑막과 전혀 연관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다만.

3.2.4. 카잘레의 우베르티노

실존 인물. 68세의 이탈리아인 노 수사로, 프란치스코회의 엄격주의자들 중 가장 존경 받는 이다. 교황청의 탄압을 피해 베네딕토회에 몸을 의탁했고, 그 결과 사건이 일어난 수도원에 기거하게 된다.[34]

이성과 맹신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걸친 인물로, 윌리엄은 그를 '여러모로 대단한 분, 아니라면 전에 대단했던 분'이라 평가한다. 실제로 회담 중에 대단한 말빨을 보여주기도 한다. 프란치스코회의 이단 취급인 소형제파를 적그리스도급으로 위험하게 보는지라, 이단 몇몇을 심문하고 화형주에 매달기도 했다는 듯하다. 문제는 이것이 고문에 의한 것이었기에 윌리엄에게 쓴소리를 좀 듣는다.

회담 이후 교황의 사절단에게 목숨을 위협받자 그들 몰래 수도원을 빠져나가게 되나, 실제 역사대로 2년 뒤인 1329년에 어느 괴한에게 살해당한다.

본작의 철학/신학/역사적인 면에서는 나름 중요한 인물이나 살인사건에 관한 전개에서는 큰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인지 드라마판에서는 등장하지 않으며, 아드소에게 설교하는 등 일부 포지션은 호르헤가 대신 맡는다. 그 반면에 영화판에서는 제법 비중있는 조연으로 등장하여 원작 소설의 묘사 이상으로 광기에 차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알리나르도의 역할을 다수 챙겨갔다.

3.2.5. 장크트벤델의 세베리노

수도원의 수사이자 약초를 다루는 독일 출신 본초학자. 자신이 전공하는 약초학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매우 풍부한 편이다.

윌리엄과 나잇대도 비슷했던 데다[35] 성격도 이성적인 편이라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고, 지식을 공유하는 부분도 많아서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듯하다.[36] 한편으로는 전공도 아닌데도 약초에 대해서 박학다식한 윌리엄에게 감탄하기도 한다.

베난시오와 베렝가리오의 손가락이 모두 검었기에 독을 건드린 것으로 유추하고 조사해 보다가 문제의 책을 찾아내지만, 결국 천구의에 머리를 얻어맞아 살해되고 책은 사라진다. 작중 4번째 희생자.

여담으로 독살당한 수도자들을 죽인 독과 약간의 연관이 있는 인물이긴 한데, 이 독이 세베리노의 연구실에서 도둑맞은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 떠돌아다니는 한 수도자가 세베리노에게 독약[37]이 든 단지를 맡겼고, 세베리노는 언젠가 시간이 나면 어떤 물건인지 연구해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독약 단지를 사람 손이 잘 안 닿는 곳에 숨겨두었던 것.[38] 그런데 어느 날 폭풍우가 연구실에 들이쳐 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고, 세베리노는 난장판이 된 연구실을 다 치우고 나서야 문제의 독약 단지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 물론 세베리노도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이후 별다른 일이 없자 그때 폭풍우 때문에 다른 단지들과 함께 깨진 모양이다... 라고 생각하고 세월이 흘렀다. 그러다 작중 현재에 와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의 단서를 찾으려는 윌리엄의 질문에 그 폭풍우 치던 날의 일[39]을 떠올리고 무엇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지만 결국...

3.2.6. 웁살라의 베노

수사학을 공부하는 스웨덴 출신의 젊은 수사.[40] 지식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며 폐쇄적인 장서관에 대하여 비판하는 윌리엄에게 동조한다. 한동안 윌리엄의 조사를 돕지만, 장서관 보조 사서 자리를 제시하는 말라키아에게 넘어가 기껏 찾아낸 책을 다시 장서관에 가져다 놓는 사고를 저질렀다. 최후에 장서관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진화를 포기한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붓지만 결국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불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장서들과 함께 산화한다.

드라마판에서는 북유럽 출신이기 때문인지 주요 수도자들 중 유일하게 밝은 금발로 나온다.

3.2.7. 알레산드리아의 아이마로

비꼬기를 일삼는 이탈리아인 수사. 장서관의 책들을 필사해서 팔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등 수도원을 돈 버는 공장으로 만들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말 그대로 빈정거리기만 하고 도움이 안 되기에, 윌리엄은 그를 대놓고 경멸한다. 참고로 알레산드리아는 작가의 고향이다.

3.2.8. 아룬델의 베렝가리오

장서관의 사서 보조. 창백한 얼굴의 잉글랜드 서섹스 출신 젊은 수사로, 수사답게 나름대로 지식은 있지만 눈치가 없고 아둔하며 소심한 편이다. 아드소는 그의 모습을 보고는 "음녀의 눈"을 지녔다고 묘사하며 우베르티노가 말한 아델모의 인상을 떠올리기도 했다.

남색을 좋아해서 말라키아와 그렇고 그런 사이였고, 그 때문에 보조 사서가 되었다는 소문이 있다. 실제로 외모가 준수한 아델모에게 흑심을 품었고, 아델모도 그와의 관계를 대가로 장서관의 비밀을 캐내고 문제의 책을 보려고 시도한 듯하다.

작중에서는 윌리엄이 이단심문 드립을 치면서 살짝 위협하자 바로 죽기 직전의 아델모를 보았다며 불어버렸고, 이후 베난시오의 책상을 조사하던 윌리엄의 안경과 문제의 책을 가지고 튀지만 책은 어딘가로 사라진 채 욕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이후 시신을 살핀 윌리엄과 세베리노는 베렝가리오가 욕장 물에 들어갔다가[41] 독이 몸에 퍼지는 바람에 물에서 나오지 못하고 중독사이자 익사[42]를 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작중 3번째 희생자.

3.2.9. 살베메크의 베난티오

프랑스 출신 수도자로, 수도원에서는 그리스어를 공부하고 있었던 듯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에 대하여 호르헤와 논쟁을 벌인다. 윌리엄 일행이 수도원에 도착한 둘째 날 아침 돼지 피 항아리 속에 거꾸로 처박힌 상태로 발견된다. 다만 사인은 중독이었다. 작중 2번째 희생자.

3.2.10. 부르고스의 호르헤

수도원에서는 알리나르도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스페인 수사로, 대략 80세 정도이다.[43] 젊었을 적에 눈이 멀어서 장님이 되었으나,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로 장서관에 어떤 책들이 있는지를 모두 꿰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3개 국어를 구사하는 천재였다고 한다. 작중에서는 웃음을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윌리엄과 계속 충돌한다.

[스포일러 접기/펼치기]
사건의 진범이자 마지막 희생자. 웃음을 정당화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이 읽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책장에 세베리노에게서 훔쳐낸 독을 발랐고 베난시오, 베렝가리오, 말라키아는 이 독 때문에 죽은 것이다.[44] 아델모는 베렝가리오와 동성애를 한 것에 대해 호르헤에게 고해성사를 하러 갔다가 절망하여 자살한 것이며, 세베리노의 경우는 베렝가리오와 세베리노가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호르헤의 구라에 넘어간 말라키아가 저지른 짓이었다. 6일째 밤에 장서관 비밀의 방에서 대기하다가 비밀통로로 오던 수도원장을 가둬 질식사시키고 거울 문으로 들어온 윌리엄, 아드소와 조우한다. 다른 수도사들을 독살했던 것과 같은 수단으로 윌리엄과 아드소 또한 죽이려 들지만 윌리엄은 이 방법을 눈치채고 장갑을 끼고 왔기에 죽지 않았다. 자신의 철학을 펴면서 윌리엄을 설득하려 들지만 윌리엄은 "악마는 바로 당신이다"라면서 호르헤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호르헤는 끝내 자신을 정당화하면서 독이 발린 책장을 뜯어먹기 시작하고, 윌리엄과 아드소는 이런 호르헤를 잡으려다가 등불을 뒤집어엎으면서 장서관이 불바다가 되어 버린다. 독을 먹고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문제의 책을 불 속에 던져넣는 집념을 보여준다. 윌리엄이 책을 던진 그를 난폭하게 밀쳐버린 이후로 언급되지 않지만, 주변 상황이나 맹독이 발린 책장을 먹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불타서 죽었든 밀쳐져서 머리를 부딪혀 죽었든 독으로 죽었든 사망은 확정. 윌리엄은 이때 호르헤의 광기 어린 모습에서 " 적그리스도를 보았다."라고 말하며 맹신의 위험성을 독백하듯이 경고한다.

3.2.11. 모리몬도의 니콜라

유리 세공을 맡은 이탈리아 수사. 윌리엄의 안경에 큰 흥미를 가지며, 이후 안경이 도둑맞았을 때 다소 시행착오를 거치지만 새로 만들어주기도 한다.[45] 레미지오가 체포된 이후에는 새로 식료계 담당 수사가 된다.

3.2.12. 힐데스하임의 말라키아

작센 출신 수도원의 사서 수사. 검은 두건을 쓰고 수척한 풍채에 퀭하게 불타는 눈빛 등 작중 묘사된 용모를 보면 서양판 저승사자다. 원래 사서 수사는 수도원 장서의 제목과 내용을 전부 기억으로 파악해야 하는 만큼 학식이 깊어야 할 뿐 아니라 관례적으로 차기 원장이 되는 중요 직책인데, 수사들의 뒷담에 의하면 말라키아에게는 학문적 소양도 원장직에 맞는 정통성도 없다는 모양. 작중 5번째 희생자.

3.2.13. 그로타페라타의 알리나르도

수도원의 수사이자 최연장자. 교황령의 로마 출신으로 80년 동안이나 이 수도원에 지내왔으며, 나이는 100세에 가깝다. 너무 나이가 많아서 노망이 들기는 했으나, 수도원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고 기억력 또한 뛰어나서 수도원의 과거사에 대한 단서를 지니고 있다. 윌리엄과 아드소에게 장서관으로 들어가는 비밀 문을 알려준 것도 이 사람.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 사건을 요한묵시록의 심판과 연관짓는다. 과거 장서관 사서가 될 수 있었으나 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원한을 품고 있다.[스포일러] 소설 최후반부 수도원이 화재로 불바다가 되자 난리통에 날뛰던 수도원장의 말(브루넬로)에 밟혀 사망한다. 그러나 아드소의 서술에 따르면 '도처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판이라 그를 구해낼 도리도, 그의 최후를 애도할 여유도 없었다'고.

영화판에서는 등장하지 않고 그 역할의 대부분을 우베르티노가 가져갔다. 반면에 드라마판에서는 원작 소설처럼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조연으로 등장한다.

3.2.14. 몽페라트의 살바토레

외모든 언행이든 참으로 특이한 수사.[47] 그 외모 만큼이나 기괴한 문장을 구사하는데, 이른즉 유럽 각지의 언어와 사투리를 제 마음에 드는 대로 뽑아와서는 이리저리 꿰어 맞추어 지껄이는 것이다.[48] 가히 바벨 탑 이전에 있었다는 원시 언어에 비유된다. 자신을 3인칭화함은 덤.[49]

그가 아드소에게 털어놓은 과거사에 따르면, 본래 몽페라트 출신의 시골 농부였으나 수십 년 간 이어진 홍수 등의 기상이변으로 농토가 황폐화되자 고향을 떠내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리구리아와 북부 프로랑스 및 프랑스 왕의 속지를 비롯한 여러 지역을 전전하면서 구걸과 좀도둑질로 연명하기도 하고, 영주의 하인 노릇을 하기도 했던 모양이다.[50] 이후 부랑자 패거리 생활을 하다가 나중에는 돌치노파에 가담하였고, 당시 함께 돌치노파 생활을 했던 레미지오와 함께 이단 토벌을 피해 수도원까지 흘러들어오게 된 것이다.

수도도 하고 수도원 살림 혹은 장서관 일에 관련된 직분도 하나씩 맡아 하는 여타 다른 수도자들과는 달리 평소에 뭘 하고 지내는지 통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다만 작중에서 레미지오와 함께 식료계에서 일한다는 언급이 있고, 먹다 남은 닭고기 부스러기를 양치기들에게 몰래 나누어 주는 장면이 있는 것으로 보면 식료계 관련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51]

수도자인데도 강령술 따위의 주술에 집착하고 여자를 탐하는 등 욕정과 욕심이 많으나, 딱히 과한 짓거리를 하지는 않는다.[52] 우베르티노도 그에 대하여 "짐승같은 친구이긴 하지만 바른 길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으며, 살바토레가 먹다 남은 음식을 몰래 빈민들에게 쥐어주는 등 나름대로의 자선을 하는 모습도 묘사된다.

그러나 나중에 여자를 얻으려고 몰래 치른 주술의 흔적이 베르나르 기에게 적발되는 바람에 대장간 지하에 감금되었다가, 레미지오의 이단심문에 증인으로 불려가게 된다.[53]

이후에는 생사불명. 윌리엄은 그가 화형을 당할 수도 있겠지만, 베르나르 기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대가로 목숨만은 부지해서 도적질이나 하다가 생을 마칠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영화판에서는 재판이 끝난 후 압송당하지 않고 수도원에서 그대로 화형당했다.

영화판에서는 론 펄먼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드라마판에서는 그의 과거 행적에 대한 묘사가 추가되었는데, 본래 귀족 집안에서 개처럼 사슬에 묶인 채 광대 노릇을 하는 등 짐승같은 대접을 받고 살았지만, 돌치노에게 구원받은 후 그의 추종자가 되었다는 설정이 붙었다.

3.2.15. 그 외

이상 4명은 그냥 같이 있는 수사라고 이름만 언급만 될 뿐, 대사 한 마디 없는 엑스트라다.

3.3. 황제파

실존 인물. 프란치스코회 소속의 신학자. 역사적으로도 교회의 청빈이라는 문제 때문에 교황 요한 22세와 대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수도원에서 열린 교황파와의 회담에 참석하여 토론을 나눈다. 교황 요한 22세가 그를 아비뇽으로 소환하자 처음에는 이에 불응할 생각이었으나,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살펴보며 프란치스코회가 고작 황제를 위하여 교황과 대리전을 벌이느라 진정한 핵심인 교리 문제에는 소홀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여 결국 윌리엄과 우베르티노 등의 만류를 뿌리치고 아비뇽으로 가기로 마음 먹는다.[55] 아드소는 이 광경을 회상하며 당시 미켈레가 내린 결정은 썩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고 보았다. 미켈레가 아비뇽으로 가서 교황과 격렬한 토론을 펼친 것은 좋았으나 교황의 교활한 모략에 휘말려 프란치스코회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 결과를 불러왔기 때문이었다.
프란치스코회 소속 카파의 주교. 회담에 참석한 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 중에서는 특히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인물인데, 이는 그가 박식하다거나 총명해서가 아니라 어딘가 얼빠지고 과격한 언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등장할 때부터 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이 토론을 어찌 이끌어야할지 의논하던 와중에도 혼자 말없이 쩝쩝거리며 음식을 먹더니, 우베르티노와 윌리엄의 대화에 뜬금없이 끼어들어 실없는 소리나 늘어놓는 바람에[56] 우베르티노로부터 극딜을 당하고, 토론 중 갑자기 이상한 삼단논법을 들이대면서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는 건 덤. 알보레아와 육탄전 직전까지 가면서 점잖은 토론 분위기를 다 망쳤다.

아드소의 회고에 따르면 교황파와의 토론 당시에 이미 고령이었는데, 토론 중에 지나치게 분노를 발산했던 것이 화근이 되었는지 회담을 마친 지 오래지 않아서 급사했다고 한다.
우베르티노에게 요한 22세가 지복직관의 교리를 폐지할 음모를 꾸민다고 알려준 사람이다. 난데없이 죽은 베렝가리오의 이름이 나와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수도원의 베렝가리오와는 동명이인이다.

3.4. 교황파

3.4.1. 베르나르 기

당시에 실제로 활동한 도미니코 수도회의 프랑스인 이단심문관. 궁병 200명을 이끌고 수도원에 도착해 연쇄 살인 사건을 조사하고 이단심문을 진행한다.

70세 가까운 노령임에도 교황의 충실한 사냥개 노릇을 한다. 그에 걸맞게 작중에서 내내 집요하고도 냉철한 성격의 섬뜩한 인물로 묘사된다. 레미지오 체포 후 재판에서 보여주는 포스는 가히 압권.

마찬가지로 이단심문관 경력이 있었던 윌리엄과는 거의 앙숙에 가까운 사이이다. 두 사람 모두 나이 많고 점잖은 성직자인 만큼 겉으로는 서로 절도 있는 대화를 나누지만, 내용을 파고 들면 한결같이 빙빙 돌려서 상대를 디스하는 말들뿐이다. 윌리엄은 아드소에게 베르나르 기를 가르켜 "정의에 대한 탐욕이 지나친 나머지 그것이 권력에 대한 탐욕으로 변질된 사람"이라 평하기도 했고, 진실을 알아내는 것 그 자체에 관심을 지닌 자신과는 달리 베르나르 기는 피의자를 화형대로 보내는 일에만 관심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귀신 같은 눈썰미와 정보수집력으로 수도원에 숨어 있던 옛 돌치노파의 잔당인 레미지오와 살바토레를 색출, 덤으로 아드소가 사랑했던 마을 처녀까지 마녀로 몰아 체포하더니, 이를 빌미로 프란치스코회 성직자들 및 수도원장까지 이단으로 몰아가며 위협을 가한다. 이 때문에 우베르티노는 밤중에 몰래 수도원을 떠나 피신해야 했고, 아드소는 윌리엄으로부터 마을 처녀가 마녀 혐의로 붙잡힌 이상 살아남긴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듣고 눈물로 밤을 지세운다.

재판 끝에 레미지오가 수도원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의 범인이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수도원을 떠나던 당일에 말라키아가 이전의 피해자들과 같은 증세를 보이며 의문사를 당한다. 분노한 윌리엄이 이에 대해 항의하였으나[57], 베르나르 기는 자신이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를 해결할순 없는 노릇이니 남은 일은 수도원장에게 맡기겠다며 능구렁이처럼 발뺌하곤 자신의 목적만을 이룬 채 떠나 버린다.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이단심문관의 모습이 강조되었으나, 베르나르 기는 사실 연대기를 여러 편 저술한 저명한 저술가이자 역사학자이기도 하였다. 그가 남긴 각종 기록과 문헌을 보면, 기상 이변으로 인하여 발발한 끔찍한 홍수 때문에 역병과 기아로 고통받던 당대 민중들의 비참한 삶을 생생히 살펴볼 수 있다.

영화판에서는 원작과는 달리 군중들에게 살해당하는 최후를 맞이한다. 베르나르 기가 이단들을 적발해서 화형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원에 불이 나자 당황하는 민중들을 힘으로 억누른다.[58] 결국 나중에는 문제 해결은 하지도 않은채 도망을 치다가 타고 있던 마차가 비탈길에 넘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베르나르 기는 마차에 깔린채 다가오는 민중들에게 구해달라고 하였으나, 분노한 민중들은 오히려 마차를 밀어버렸고, 기는 마차와 함께 굴러 떨어져서 사망한다.

드라마판에서는 포지션 자체는 소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으나 초반부터 등장하면서 비중이 대폭 올라갔다. 윌리엄과 이단심문관 시절부터 많이 대립했다는 암시가 있고, 드라마 오리지널 캐릭터인 돌치노의 딸 안나가 부모의 복수를 위해 그를 추격한다.

3.4.2. 그 외

당시 실제 이탈리아 오스티아 지역의 주교이자 추기경으로 프랑스인이다. 작중에서 아드소는 그를 '마치 차기 교황인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그래도 처음부터 교황의 사냥개로서 황제파를 궁지로 몰아 넣을 궁리만 했던 베르나르 기와는 달리 나름대로 좋은 뜻을 품고 왔던 모양인지 교황파와 황제파의 대담이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하는 난장판이 되자 수도원장과 함께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사람들을 말리려 했다. 그럼에도 별 소용은 없었던 모양.[60]
토론 중 제롤라모 주교와 언쟁을 벌이다가 몸싸움 직전까지 간다.

3.5. 기타

한밤중 뜬금없이 식당에 등장한 성명미상의 인물. 아드소의 순결을 접수했다. 이벤트 발생 그 과정이 호쾌한데 아드소를 보자마자 "너 참 잘생겼다"며 다짜고짜 덮쳤다(...)[61] 중간에 살바토레와 잘못 엮이는 바람에[62] 마녀로 몰려 화형당할 위기에 처한다.

원작에서는 변명 한 번 해 볼 기회도 얻지 못하고 잡혀나온 와중에 아드소와 눈이 마주치자 필사적으로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낸다. 아드소는 마음이 격하여 뛰쳐나가려고 하지만 윌리엄이 붙잡는다. 아드소가 '마을 처녀를 위해 뭐라고 말이라도 해 달라.'고 윌리엄에게 애원하지만, 윌리엄은 "이미 상황의 주도권이 완전히 베르나르 기에게 넘어가 버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하고 답한다. 직접적 등장은 이것으로 끝. 이후 아드소가 자는 동안 베르나르 기 일행이 떠나면서 함께 끌려갔다고 언급된다. 윌리엄이 예측하기로는, 종교재판소까지 가기는커녕 그들이 가다가 들르는 어느 마을에서 본보기로 화형될 것이라고.

영화판에서는 수도원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 덕분에 화형이 집행되지 않았고 결국 목숨을 구한다. 엔딩에서는 떠나는 아드소와 작별 인사를 나눈다. 윌리엄은 아드소에게 사랑을 택할 것인지 믿음을 선택할 것인지 기회를 주었는데, 아드소는 윌리엄을 따라가기를 선택한다. 아드소는 마지막에 '내가 사랑했던 소녀' 라는 식으로 자신이 이 처녀를 사랑했음을 밝히면서도 "스승님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하였다.

3.6. 배경

배경상으로만 언급되는 실존 인물들을 적는다.
당시 교황. 아비뇽 유수 기간 동안 세속권을 늘리려는 교황의 움직임이 신자들에게 곱게 보일 리가 없고, 주교 시절 공정왕 필립과 함께 성당기사단을 박해한 건도 있었기 때문에,[63] 교황파 사절들을 제외한 작중 수사들은 요한 22세 이야기만 나오면 교황을 비난하기에 바쁘다. 노년의 아드소는 요한 22세를 교황명으로 안 부르고 원래 이름인 '카오르의 자크'라든가, 아예 '사교의 우두머리'나 '늙은 여우' 등으로 지칭했다. 윌리엄도 "이만큼 탐욕스러운 교황이 없었다." 하고 비판할 정도다. 그리고 "다시는 의로운 사람들에게 거역스러울 이 요한이란 이름을 사용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64] 비텔스바흐 가문 출신 바이에른 공작이자 독일왕. 나중에 신성 로마 제국 황제 대관식을 치른다. 극단적인 청빈을 주장하는 이른바 돌치노파를 일으켜 고위 성직자와 부자들을 척살하였다가 교황청에서 이단으로 정죄당한 수도자. 작중 시점에선 이미 종교재판으로 처형된 뒤이다. 그를 추종했던 옛 돌치노파의 잔당들이 수도원에 있었다. 영국 태생 프란치스코회 수사. 윌리엄의 스승으로 언급된다. 프란치스코회 신학자. 로저 베이컨과 함께 언급된다. 본래 에코는 이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려 했으나, 지나치게 소설이 딱딱해질 것 같아 가공인물인 베스커빌의 윌리엄을 주인공으로 했다고 한다. 작중 수도원장이 그의 시신을 들고 내려오면서 명성을 쌓았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신학의 범주에 끌고 온 사람인지라 호르헤 수사와 윌리엄 수사의 시학 2권을 둔 언쟁에서 언급된다. 하필이면 그를 시성한 이가 작중에서 틈만 나면 까이는 요한 22세인지라 토론 도중에 '꿀돼지'로 비하되기까지 한다. 교황파 수사들이 프란치스코회 수사들을 욕할 때 '거위를 타고 다닌 네놈들의 프란치스코' 정도로 욕하면서 언급된다. 전 교황. 회칙 『Exiit qui seminat (그는 나가서 씨를 뿌렸다)』를 통해 프란치스코회를 옹호하며 이에 이의를 제기할 시 파문을 각오해야 한다고 한 적이 있었다. 우베르티노는 이를 자신의 주장에 인용해 교황파 사절들을 위협한다.

4. 평가

소설 내 신학 철학적인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소설의 주된 메시지의 하나인 지금 웃음이 나오냐"웃음은 우리에게 해악인가?"라는 주제로 윌리엄과 호르헤가 두어 번 신학적 논쟁을 벌이는 게 나오고, 윌리엄과 수도원장, 그리고 또 우베르티노 사이에서 이단의 보편성과 개별성에 대한 철학적 접근과 토론도 자주 나온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논쟁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모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조사하여 나온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등장인물 일부는 아예 실제 인물이다. 예를 들어 이단심문관 베르나르 기[66] 프랑스 파리 주교였으며, 교황청의 허락 하에 움직였던 이단심문관으로서, 이단심문 관련 저서를 많이 저술했다. 이 저서를 읽어보면, 이단심문이란 오늘날 재판 이상으로 고도의 심리전임을 알 수 있다.

작중에서 베르나르 기가 레미지오를 심문하는 과정은 이 소설에서도 극적인 부분인데, 하나의 사건이 서로의 유-불리가 얽혀 왜곡된 시선에 의해 어떻게 일그러지고 서로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지가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바로 이 대목에서, 기호학자로서의 현상을 받아들이는 데 주도적인 입장에선 서로의 견해가 실은 시대의 산물이며, 시대의 물결에 휩쓸려가는 개인의 절규를 방관자 입장으로 들을 수밖에 없는 에코의 고뇌를 고스란히 드러내준다.

그리고 이 모든 논쟁과 사건들을 결국 권력에 의지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윌리엄 - 호르헤의 웃음에 관한 논쟁, 호르헤 - 젊은 수사 간의 책에 대한 논쟁, 교황청 신학자 - 프란치스코회의 논쟁, 베르나르 기의 이단심문 등이 그 당시 절대라 믿던 신학과 그 신학의 표상이자 기호로서 미상불 신앙의 대상으로까지 높여진 책, 그리고 기호로서의 책이 대표하는 지식이라는 절대적 권력에 대한 집착을 보여줌으로서 결국에 중요한 것은 싸움이었지 무엇을 위해 싸웠나가 중요한 게 아니란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에코의 소설이 그렇듯이, 『장미의 이름』 역시 인간의 추호의 의심 없는 믿음에 대한 풍자이다.[67] 그러나 한편으론, 진실한 믿음에 대한 갈구를 그린다. 꽤 유머스러운 부분도 있으며, 수도자의 일탈에 대한 묘사도 많다스승이 제자한테 빵셔틀도 시킨다. 또한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요구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뛰어난 점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패러다임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조감하고 "시학 2권[68]"이라는 결정적인 도구를 사용해 마무리함으로써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 새로운 고전으로 거듭났다는 점일 것이다.

비단 수도원 내부의 대립뿐 아니라, 작은형제회( 프란치스코회)와 베네딕토회 간의 '소유'에 관한 신학적 대립[69] 수도원을 둘러싼 지역세력 간의 알력 다툼도 굉장히 자세히 묘사했다.[70][71]

에코는 『장미의 이름』을 두고 "이것은 창작물이 아니다."라고 한다. 에코는 스스로 '짜깁기 패러디물'이라고 말한다.[72] 장미의 이름 본문에서 나오는 대사, 설명 등이 이런저런 중세 유럽 텍스트, 혹은 근대 서적에서 보고 바꾼 것이 잔뜩 들어갔기 때문.[73] 능력이 충만하다면 '짜깁기 패러디'로도 완전창작물을 싸대기를 때릴 수 있다는 증거이니 본좌가 아니고선 할 수 없다.[74]

워낙에 정교하게 쓰여진 책이라 명작 만드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썼다고 얘기한 평론가도 있었다. 당연히 당시는 물론이고 현재까지 그런 프로그램은 없으므로 반쯤은 경외의 의미가 담긴 평론으로 보여진다. 이에 대해 에코는 "내가 컴퓨터를 살 수 있게 된 게 1980년이고 이 책이 1978-79년에 나왔는데, 그게 말이 되냐." 하고 반박했다.

중세 수도원 생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료로 읽어도 좋을 만큼, 수도원의 일상과 수도원의 내부 구조와 수도자들의 생각 등을 치밀하게 묘사했다. 게다가 중세 수도원의 도서관 얘기도 나오기 때문에 도서관 역사 관련으로도 연관이 깊다. 유사한 대립구도 덕분에 이인화의 『 영원한 제국』과 비교되기도 한다.[75]

코챈 도서판에서는 "주석을 무시하고 읽으면 완독할 수 있다." 하는 팁도 나왔다. 하지만 주석을 무시하고 읽으면 소설 도입부의 주된 내용의 축인 역사적 사건과 신학적 논쟁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항목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해당 사이트 자체가 지적 허영심이 팽배한 곳이었다. 주석이 맥락을 끊어버리기 때문에 차라리 무시하는 게 낫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지만, 그럴 거면 그냥 주석이 없는 초판을 보면 된다. 본 작품은 푸코의 진자처럼 번역자 이윤기 선생이 난이도에 괴로워하며 초판을 번역한 후 주석을 추가해 개정판을 냈고, 현재 시중에 나오는 판들은 모두 후자다. 물론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아무 해설 없이 끝까지 읽으려면 지적 능력보다는 근성이 더 강해야 할 것이다.

이 소설을 처음부터 제대로 이해하며 읽고 싶으면, 서양 중세사, 서양 철학사, 그리스도교 중세 신학사, 덤으로 과학사의 흐름을 기본적으로 알아야만 한다. 해당 분야에 배경이 부족한 현대인 독자에게는 쉽지 않겠지만,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역사 지식이 조금이나마 있다면 매우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너무 어려운 소설이라고 생각하면서 기피하지 말자. 기회가 있으면 꼭 구입하거나 빌려서 읽어볼 것. 약간 어려워서 고생하더라도, 그 값은 톡톡히 한다. 어차피 읽으면서 배우는 거다.

5. 집필 계기와 과정

출판사에서 일하는 그의 친구가 철학자나 사회학자 등 소설가가 아닌 사람들에게 짧은 추리소설을 써달라고 했었다. 당시 에코는 창작이나 대화체 문장을 쓰는 데 관심이 없다고 대답하면서, "내가 추리 소설을 쓰면 한 500 페이지는 되고 무대는 중세 수도원일 걸?"이라고 덧붙이며 거절했다. 그 뒤 에코는 집에 오자마자 책상 서랍을 뒤져 지금까지 자기가 수사들의 이름을 썼던 노트들을 찾았고,[76] 문득 '어떤 책을 읽던 수도자가 독살을 당하는 이야기'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출간한 뒤로 '왜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나?'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기분이 내키는대로 대답했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그냥 '소설을 쓰고 싶은 충동이 느껴져서'가 가장 정확한 답일 것이라고 한다.[77]

5.1. 작가 노트

장미의 이름 작가 노트
(Postscript to the Name of the Rose)
장르 수필
저자 움베르토 에코
옮긴이 이윤기
출판사 열린책들
최초 발행 1984년
국내 출간일 2009년 10월 30일
에코가 『장미의 이름』을 쓰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 대해 그가 직접 설명한 책이다. 그의 예술과 창작에 대한 지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일종의 작법서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하다.

5.2. 오마주

순전한 창작인물인 '바스커빌의 윌리엄'은 고전적인 추리소설에 대한 에코의 오마주이다.[81] 영국의 바스커빌 출신이라는 설정은 『 셜록 홈즈 시리즈』의 『 바스커빌 가의 개』에서 따온 것이고, 큰 키에 마른 몸, 번뜩이는 눈에 매부리코라는 외모 묘사나 초반에 꽤 폼 잡으면서 안경[82]를 착용하는 묘사라든가, 수도원장의 말을 앉은 자리에서 찾아주며 자신의 추리과정을 설명해주는 모습이라든가. 생각을 정리할 때 어떤 약초를 씹으면서 생각에 잠긴다든가 하는 모습에서 홈즈형 탐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중세 식자들의 연역적 사고에 반하는 즉물적이고 직관적인 인간형을 그려낸 것이다. 또한 조수 노릇을 하는 아드소의 관점에서 서술하는 것도 역시 홈즈의 조수 노릇을 했던 왓슨의 관점에서 서술하는 셜록 홈즈 시리즈의 서술 방식에서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작중에 등장하는 미로로 이루어진 장서관 역시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에 대한 오마주다.

6. 번역

1986년에 2곳에서 처음 발매되었다. 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이윤기 번역의 열린책들 출간본이고, 또 하나는 외교관 출신 번역가인 이동진 번역의 우신사 출간본인데, 우신사 출간본은 제목이 <장미의 이름으로>였다. 나온 시점은 우신사 출간본이 좀 더 앞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은 번역 스타일에도 큰 차이가 있는데 무엇보다도 이윤기 번역은 평서문을 쓰는 반면 이동진 번역은 존댓말을 쓰고 있다. 우신사 출간본은 절판되었고, 열린책들 출간본이 꾸준히 팔려 왔다.

세 차례에 걸쳐 개정판이 나왔는데, 발매 6년 뒤인 1992년에 미국과 일본에서 발매된 <장미의 이름> 관련 서적을 구입하여 500개에 달하는 각주를 포함시킨 1차 개정판이 나왔다. 2000년에 철학박사 강유원이 대학에서 철학강의를 하며 <장미의 이름>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을 했고 그 결과를 "<장미의 이름> 고쳐 읽기"라는 제목으로 출판사에 보내 약 300여 개의 부적절한 번역과 첨가 또는 삭제해야 할 부분을 알려주자 강유원의 동의를 얻어 2차 개정판을 내었다. 다시 2009년에 2000년판에 있던 일부 오역을 바로 잡은 3차 개정판을 내었다.[83] 원본은 이탈리아어 라틴어 등 여러 언어들이 아무런 번역도 없이 섞였는데, 한국어 번역은 독자의 편의성을 고려해 이탈리아어 의 언어는 원문을 남기되 괄호를 쳐 번역해놓았다.

이윤기가 번역가로서 명성을 높인 계기이기도 했다. 이윤기가 체계적으로 영문학, 신학, 미학을 배운 사람이 아니라서 초역에는 오역이 많았다. 워낙에 번역하기도 어려워 웬만한 사람은 엄두도 못 낼 작업이었는데 이윤기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지 않아 3차 개정판 기준으로는 굉장히 잘 된 번역본이다. 3차 개정판이 나온 다음해(2010년)에 번역자 이윤기가 숨을 거두어 당분간 새로운 판본이 나오지는 않을 듯하다. 2018년 9월 리커버특별판 양장본이 알라딘 독점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이윤기가 작업한 한국어 번역판엔 예스러운 표현이 많다. 족히를 좋이[84]라 쓴다든가, 지금을 시방이라 쓴다든가. 건락[85]이라는 말을 이 책에서 처음 본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가톨릭 용어를 불교 용어로 치환한 것도 많다. 수도원 아래의 마을을 '사하촌', 시종을 '불목하니'라 번역한 것이 그 예시. [86] 수도원의 유사성[87]을 살린 번안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예스러운 단어를 사용함에 그치지 않고 한국어의 말맛을 유려하게 잘 살린 문장이 돋보인다. 소설가로서 갈고 닦은 내공이 번역문에도 드러나는 덕분에 수도원 특유의 폐쇄적이고 예스러운 분위기를 굉장히 잘 살린 번역이란 평도 있지만, 14세기 이탈리아 수도원을 시대에 맞게 묘사하기 보다는 마치 동양 선불교 수행자의 느낌이 나도록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7. 문학에서의 영향력

7.1. 영원한 제국

류철균(필명 이인화)이 쓴 소설 『영원한 제국』과도 연관성이 있다. 다름이 아니라 이야기의 구성이 장미의 이름과 똑같다는 것. 『영원한 제국』의 프롤로그가 『장미의 이름』의 서막과 똑같고, 소설의 구성 자체도 『장미의 이름』의 얼개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그 때문에 출판 직후 대다수의 평론가들이 '에코의 외양에 음모론을 버무린 통속 소설'로 평가했다.

『장미의 이름』이 한국에 출간된 당시엔 그 서문에 낚인 독자들도 많았는데, 『영원한 제국』의 서문이 『장미의 이름』 서문을 그대로 베낀 것을 보고서야 해당 서문이 낚시인 것을 깨달은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소셜 미디어는 고사하고, 컴퓨터를 귀중품 취급하던 시절의 웃지 못할 모습.

7.2. 다빈치 코드

그리스도교를 중심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과 추리소설이라는 점. 특히 다소 음모론적 성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다빈치 코드』는 『장미의 이름』에 비견하는 걸작' 운운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미의 이름』이 정통 추리영화라면 『다빈치 코드』는 서스펜스 액션무비이기에, 비교하는 것부터가 부당하다. 거의 인디아나 존스 라라 크로프트가 진정한 고고학자라고 우기는 셈이다.

소설에 대한 호오는 개인적인 문제겠지만,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특성에 비춰 보면 철저한 고증에 따라 역사적 소재를 적절히 배치한 『장미의 이름』에 비해 『다빈치 코드』는 약간의 소재를 과장되게 이용함으로써 역사적 흐름을 무시하거나 훼손하고 있다. 『장미의 이름』이 다른 배경에서는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최적화된 것에 비교하면, 『다빈치 코드』는 일부분에 역사적 소재를 이용한 정도다. 읽다 보면 주제를 바꾸기 위해 무대를 옮기는 것이 역력하게 보일 정도.

물론, 이것만으로 소설의 모든 부분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시시한 주제를 위해 소설성까지 희생시킨 것이 『다빈치 코드』라면, 본작은 소설적 완성도는 물론이며 그 속에 녹아 있는 학문적 이해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시온 수도회 수장이었다는 것 따위의 시시한 농담과는 비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와 관련, 『다빈치 코드』가 한참 떴을 때 에코가 저자 댄 브라운을 대놓고 디스하기도 했다. 에코 발언을 압축하면 다음과 마찬가지다. "댄 브라운? 푸코의 진자 캐릭터 말하는 거임?"[88] 이렇듯 에코에게 브라운은 소소한 농담의 대상일지언정 라이벌 관계 따위는 결코 아니다. 이렇게 말한 더 큰 이유는 댄 브라운이 실제로 자신의 소설 내용을 믿는 음모론자였기 때문. 애초에 『장미의 이름』(1980)은 『 다빈치 코드』(2003)보다 무려 23년 전에 나온 책이다. 따라서 이 일화는 둘 사이의 격차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

8. 기타

9. 관련 문서

10. 영화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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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드라마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 1에서 "장미의 이름"을 드라마화 해서 방송한다. 1시즌 8화. 한국에서는 엠플렉스에서 자막방송한다.

2022년 7월 3일 밤 11시 20분~에 KBS1에서 첫방송되며 매주 일요일마다 동일한 시간에 방송할 예정이다. KBS 해외걸작드라마 타이틀을 사용하였지만 2020년의 더 캡처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더빙은 이루어지지 않았다.[91] 그나마 방송 후 KBS 홈페이지와 my K에서 7일간 다시보기가 가능한 점은 유지되었다.[92] #
화수 이탈리아 방영일
01- 02화 2019.05.04
03- 04화 2019.05.11
05- 06화 2019.05.18
07- 08화 2019.05.25


[1] 이동진 역본의 출간일로, 이땐 『장미의 이름으로』라고 약간 의역된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다. 딱 2개월 뒤인 5월 1일에 출간된 이윤기의 역본부터 『장미의 이름』이 되었다. 현재 한국에 널리 퍼지고 알려진 건 열린책들이 출판한 이윤기 역본. [2] 베르나르 드 몰레의 초고에는 Rosa가 Roma로 적혀 있었다고 한다. 움베르토 에코는 자신의 저서 『젊은 소설가의 고백』에서 자신이 초고를 읽었다면 Rosa가 아니라 Roma가 될 수도 있었겠다고 한 바가 있다. [3] 오스트리아 니더외스터라이히주에 위치한 수도원. [4] 여기서는 표로 이 부제를 표현한다. [5] 아드소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실제 역사 그대로인지라 아비뇽 유수 루트비히 4세 등의 관련 항목을 참조하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6] 독일왕 알브레히트 1세의 차남으로, 루트비히 4세와는 사촌지간이었다. 여담으로 둘의 대립 선출은 훗날 카를 4세 금인칙서를 발표하여 7인의 선제후를 명문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7] 실제 역사에서 거세당하지는 않았다. [8] 교황의 회칙 제목은 회칙 본문의 처음 두세 단어로 정하기 때문에 이름이 이렇게 된 것이다. [9] 식재료와 기숙사를 담당한다고 스스로 설명한다. [10] 한국어 번역판에선 불교계의 표현을 빌려 불목하니라 표현한다. [11] 나중에 이를 신기하게 여긴 아드소가 물어보면서 윌리엄이 어떻게 이런 추리를 할 수 있었는지가 드러나는데, 논리적 추리와 함께 약간의 콜드 리딩 기법이 섞여 있었다. 말의 키나 털 색깔, 성격 같은 신상은 발굽 자국이나 나뭇가지에 걸린 터럭 등의 증거로 유추했고, 말을 찾던 사람들을 보고는 '수도원 살림을 책임지는 고위직인 식료계 담당자가 겨우 말 한 마리 찾으려고 나왔다는 건 그놈이 수도원장이 아끼는 말, 즉 마구간에서 제일 잘난 말이라는 뜻→그렇다면 그 말은 십중팔구 명마→명마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네 말 잘났다고 끼워맞춰 주면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을 추측해서 유명한 책에 나오는 명마의 조건과 명마에 흔히 붙이는 이름을 대충 읊으며 레미지오와 수도원 하인들의 반응을 살폈고, 이게 명중한 것이었다. [12] 윌리엄은 다른 이단심문관과는 달리 철저히 증거에 의한 조사를 하여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았다. [13] 윌리엄은 이에 반발하나, 수도원장 왈, "보시지도 않고도 저의 말 브루넬로의 모습을 그려내시고, 아무 이야기도 들으신 바 없이 사건의 정황을 상상할 수 있는 분이라면, 들어가보지 않으셔도 그곳을 손바닥 보듯 하시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윌리엄 일행이 장서관에 무단으로 들어갔음을 눈치채고 수도원장이 추궁하자, 월리엄은 과거 수도원장이 했던 이 말로 입을 다물게 한다. [14] 이때 수도원장이 "그저 돼지를 잡는 것이니 손님께서 신경쓸 만한 일이 아닙니다"라고 말하지만, 결국 이틀째에 벌어지는 사건 때문에 윌리엄이 신경 쓰는 일이 되고 만다. [15] 페니텐치아지테(Penitenziagite)라고 외친다. 원래는 라틴어로 페니텐찌암 아지테(penitentiam agite)라는 문장인데, 직역하면 '너희들은 회개를 하라!' 하는 복수 명령형이다. 살바토레는 자기가 자주 들었던 라틴어 문장을 부정확하게 기억하여 뭉개진 발음으로 따라한 것이다. 그래서 아드소가 처음에는 살바토레가 하는 저 쉬운 라틴어 문장을 못 알아들었을 정도였다. [16] 말이 설교이지 여러 나라 말을 섞은 잡탕 말로 횡설수설하는 것에 불과하다. 뜻도 모르면서 자기가 들었던 여러 단어들을 한 데 뒤섞어 지껄일 수 있다니, 기억럭은 실로 비상하다. [17] 번역본은 여기서 알렉산드리아라 오타가 나있다. [18] 번역은 이윤기의 2000년대 번역판을 기준으로 했다. 베르나르 드 몰레는 다리우스, 카이사르 등 영광을 가졌으나 이제는 사라진 사람들을 나열하다가 이 단락으로 시를 마무리한다. [19] 드라마판에서는 황제 휘하의 장군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군인으로 복무했으나 군인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힘들어하다 결국 수도자의 길을 택했고, 그런 아들을 못마땅해하던 부친은 황제파-교황파 회담의 사자로 가는 윌리엄 수사 밑으로 아드소를 보낸다. [20] 이것이 우연히 윌리엄의 추리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21] 영화에서는 아예 엔딩에 사랑했노라고 밝히기도 하고, 중간중간에 마을 처녀에게 위해가 가해지는 꼴을 눈 뜨고 못봐서 윌리엄에게 구명을 요청하기도 한다. [22] 당시 브리튼 섬은 웨일스 소왕국들과 스코틀랜드 왕국, 잉글랜드 왕국으로 삼분되어 있었다. [23] 그래서 그는 이성이라는 토대를 갖추지 않은 신앙, 즉 '맹신'을 극히 혐오한다. 그 스스로도 이단심문관으로 활동할 당시에 논리와 증거에 근거한 판결을 내렸다고 자부한다. 명확한 증거가 없는 이상 화형 등의 엄벌은 최대한 피하고, 그저 못 배운 사람의 실수로 판단되면 훈방 조치만 하는 편이었다고. 이것에는 윌리엄 본인도 어느 정도 자긍심 같은 것이 있는지 '많은 사람들을 화형대로 보내 보셨으니 아실 것이다'라는 말을 듣자 '나는 사람을 화형대로 보낸 적이 없네'라며 조금 발끈하기도 한다. [24] 정확히 무엇인지는 끝까지 나오지 않으나 이 시기는 담배가 아직 유럽 대륙에 전파되기 전이니 담배는 아닐 것이고, 이성이 명징한 상태를 좋아하는 윌리엄의 성격상 마약 성분이 있는 풀도 아닐 듯하니 무엇인가 각성 효과를 지닌 약초인 듯. [25] 책 소개나 리뷰를 보면 (예를 들어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이 소설의 주제를 암흑기의 중세 수도사들과 '근대성'을 상징하는 윌리엄의 대립으로 오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른 모든 인물들의 대사와 마찬가지로 윌리엄의 사상과 대사 역시 마찬가지로 당대 서적들에서 인용된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 본인도 중세 암흑기설을 부정하며 중세를 빛의 시대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비록 지식을 추구하는 행위가 더 많은 질문으로 이어지거나 우리 자신의 무지에 직면하더라도, 인간은 불완전하더라도 세상과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려는 욕구를 지닌다'는 소설의 주제를 생각하면 이러한 오독 역시 의도된 것일 수 있다. 즉 이 책의 독자들 역시 등장인물들과 마찬가지로 도서관의 미로에서 헤매고 있는 것. [26] 물론 오컴의 윌리엄도 본작에서 배스커빌의 윌리엄의 지인으로 언급된다. [27] 21세기에도 중년 축에 드는 연배이며, 중세가 배경인 작중에서는 아드소가 '이미 노년에 접어드셨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28] 불타는 수도원 안에서 기어이 책 몇 권을 구해왔다. [29] 이 때 물러나온 후 분노한 윌리엄에 의해 베네딕토회와 함께 봉건영주 후레자식에 땡중이라고 신나게 까인다. 옆에서 자기 수도회를 쉴드치려다가 함께 엮여서 욕먹는 아드소는 덤이다. [30] 질식하지 않았어도 이후 수도원이 전소했기에 살아남았을 가능성은 없다. 그리고 그 진범은 아예 수도원장을 맹추 같은 양반이라고 깠다. [31] 사실 이 장면에서 윌리엄은 레미지오를 범인으로 생각하고 추궁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직책상 여기저기 들여다볼 일이 많은 레미지오가 뭔가 구린 면이 있다는 것을 짐작했기에 슬쩍 협박을 시전하면서 사건에 대해 단서가 될 만한 걸 털어놓으라 요구한 것. 그리고 이에 걸려든 레미지오가 싹싹 빌며 한 대사의 요지가 바로 앞에 서술한 말이다. [32] 아래에도 나오지만 세베리노를 살해한 것은 말라키아였으며, 레미지오가 사건 현장을 뒤진 이유는 그날 아침 윌리엄이 한 말 때문에 자신이 말라키아에게 맡겨 둔 이단 문서가 세베리노에게 넘어갔다고 생각해서였다. 정작 윌리엄은 그런 문서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지만. [33] 자기가 몸담았던 이단 파벌의 우두머리 돌치노가 끔찍하게 고문당해 죽는 것을 목도해 트라우마가 남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도 악마를 부르는 주술을 살바토레가 가르쳐 주었다고 거짓 자백을 해 자신을 배신한 살바토레를 끌고 들어가는데, 그 모습을 본 아드소가 '그 상황의 레미지오는 그 거짓 자백으로 살바토레의 배신을 앙갚음할 만큼 영리했건만 그의 표정은 전혀 영리한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나레이션이 은근히 섬뜩한 부분. [34] 우베르티노가 1325년 아비뇽에서 도망친 이후 4년간 그의 행적은 역사에 알려진 바가 없는데, 에코는 우베르티노가 그동안 이 수도원에 기거했다고 설정한 것이다. [35] 세베리노의 첫 등장에 아드소가 '사부님 연배'라고 서술한다. [36] 윌리엄이 수도원에 와서 그나마 살갑게 지내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 몇 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와는 별개로 수도자들이 독살당했다는 사실 때문에 윌리엄이 세베리노를 약간 의심하기는 했지만. 이후 세베리노가 살해당하자, 윌리엄은 그의 시신과 현장에서 그가 자기 나름대로 살인사건의 단서를 찾아보려 하다가 변을 당했음을 짐작하고 "당신은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도와주려 했는데, 이 못난 놈이 당신을 헛되이 의심했구려."라고 후회하며 안타까워한다. 나중에 윌리엄과 아드소가 흑막과 최후의 대치를 할 때, 윌리엄은 세베리노의 장갑을 끼고 독 묻은 책장을 만지지 않을 수 있었으니 죽은 후에도 윌리엄을 도와준 셈. [37] 원작 기준으로는 무슨 독인지 결국 끝까지 알 수 없으나, 드라마판에서는 황화비소로 만든 독이라고 나온다. [38] 세베리노가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위험한 물건이니 잘 모르는 사람이 멋모르고 만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런 것이다. 실제로도 강산이나 맹독 등 위험한 약품은 보관에 몹시 주의를 기울이며 아무나 쉽게 만지지 못하도록 보관함을 잠가놓기도 한다. [39] 연구실을 치우면서 세베리노 자신도 '연구실 관리를 맡긴 제자도 분명 문을 잘 잠가놨었다고 했고, 폭풍우가 거셌다고는 하지만 문 좀 열어놨다고 이렇게 될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라고 의아해했다고 한다. 실상은 독약을 훔친 장본인이 독약 단지가 없어졌음을 감추려고 일부러 연구실을 어지럽힌 뒤 문을 열어놓아 폭풍우 때문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던 것. [40] 일단 작중 최연소자로 보이는 아드소보다는 조금 더 나이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나중에 보조 사서 자리를 받게 되었을 때 이탈리아 수도자들이 수군대는 이유 중 '너무 어리다'가 있는 것을 보면, 아예 아이 취급을 받을 때도 있는 아드소보다 겨우 몇 살 더 많은 정도인 듯. [41] 평소 병적으로 흥분하는 기질이 있어 세베리노가 '그럴 때면 온수욕을 하라'는 처방을 했다고 한다. 윌리엄은 '안경과 책을 훔친 후에 그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목욕을 하려 했거나, 자신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욕장에 숨으려(누군가가 자신을 찾으러 욕장에 오면 목욕중이었다는 핑계를 댈 수 있으므로) 물에 들어갔을 것이다'라고 추리한다. [42] 시신을 검시한 세베리노가 '익사한 것이다'라고 진단을 내린 만큼 직접적 사인은 익사로 보이지만, 만약 천운으로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더라도 문제의 독에 중독된 이상 결국 죽음을 피해가지 못했을 것이다. [43] 40년 전에 눈이 멀었는데, 그 당시의 나이가 40세 정도였다고 한다. [44] 정확히는 책을 넘기기 위해 손에 침을 묻혔고, 이 과정에서 호르헤가 책장에 묻혀놓은 독이 입에 들어간 것. [45] 윌리엄이 자기 안경을 되찾으면서 이 안경은 나중에 아드소가 쓰게 된다. [스포일러] 이때 알리나르도 대신 사서가 된 사람이 바로 호르헤였다. 고향인 부르고스에서 요한묵시록의 사본들을 가져온 공으로 사서가 된 것. 호르헤가 장서관의 모든 책들을 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알리나르도는 선대 장서관 사서가 '암흑의 세계에 들었다'라고 말하여 윌리엄과 독자들은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호르헤가 실명했음을 애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47] 아드소는 "악마가 사람의 탈을 쓰고 내게 나타난다면 그와 같은 모습일 것이다." 하고 묘사할 정도다. 그의 우스꽝스러운 외모를 묘사한 장면은 윌리엄 수사의 경우처럼 에코가 상세하게 묘사하였다. [48] 한국어 주석에 따르면 라틴 속어, 프로방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중에서 카탈루냐어가 뒤섞였다고 한다. [49] 원작에서도 약간은 지적으로 모자란 구석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나, 드라마판에서는 그런 묘사가 좀더 확실하다. [50] 이때 살바토레가 증언한 농촌의 비참한 생활상을 들은 아드소는 그에게 내심 동정심을 느끼기도 했다. [51] 드라마판에서는 수도원에서 쓸 종이 만드는 일을 하는 듯하다. [52] 수도자로서 지켜야 할 회칙과 서약을 어겨대는 건 사실이고, 아드소 또한 살바토레를 '야료배' 정도로 평가하며 살짝 멀리하지만, 그러면서도 순수한 면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한다. 그래서인지 이후 아드소가 꾸는 꿈에서는 착한 악마로 나타난다. [53] 증인으로 나타났을 때는 겉으로 드러난 상처는 없었지만 아무리 봐도 멀쩡한 꼴이 아니라, 아드소가 '베르나르 기에게 고문을 당했나 보다'라고 짐작하기도 했다. 이에 윌리엄은 '베르나르 기 같은 인물이 직접 고문을 지시했겠느냐, 고문은 그가 데려온 궁병대가 했을 것이고 베르나르는 짐짓 자기랑은 상관없다는 듯 쏙 빠져 있었겠지...'라며 고문이 있었으리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았다. [54] 본래 아일랜드의 지명인데, 개정 전에는 번역자가 이를 잘 모르고 프랑스어라 생각했는지 '클롱마크누아'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이름 파트리치오가 아일랜드에서 흔히 쓰이는 이름 패트릭을 이탈리아어식으로 읽은 것임을 생각해보면 아일랜드 출신이 맞는 듯. [55] 미켈레가 교황의 소환에 응하여 아비뇽에 갔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나, 수도원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이 그의 이런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물론 소설의 창작이다. [56] 교황이 이단들로부터 돈을 받고 간음, 수간, 남색 등에 대해 면죄부를 준다는 헛소문을 사실이라고 우겨댔다. [57] "베르나르 형제께선 살인범을 잘도 잡아가두시더니, 그럼 이 사람을 죽인 자는 누구란 말입니까?"라고 말했다. 즉 '별 억지를 부려서 살인범을 붙잡았다더니 살인이 또 났잖소? 그러면 레미지오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 아니오?'라고 항의한 것. [58] 아무래도 진범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사람을 화형시키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까 우려했던 모양. [59] 프랑스어로는 베르트랑 뒤 푸제(Bertrand du Pouget)이다. [60] 그 와중에 회담을 결렬시키고 프란치스코회를 회칠 기회만 노리던 베르나르 기는 싸늘한 미소까지 지어 보이며 이를 관망하기만 했다. [61] 원래 이 처녀는 자신의 몸을 팔아 수도원에서 나오는 버리는 고기들을 받아갔다. 윌리엄은 '아마 먹여살려야 할 식구들이 많은데, 노동 품을 팔 만한 여력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추측한다. 아드소를 만났던 날도 레미지오가 소의 염통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홀로 장서관에 다녀왔던 아드소가 주방으로 내려오면서 레미지오는 도망치고 여자만 남아 있었는데, 레미지오나 살바토레 따위 역겨운 중년 남자들을 억지로 상대하던 그녀가 뜻밖에도 동정의 미소년(...)인 아드소와 마주친 것이다. [62] 살바토레는 이 여자에게 반했는지 고양이 등으로 사랑에 빠지게 한다는 주술을 시행하고 대가로는 수탉을 주려 했으나, 하필 베르나르 기 소속의 궁병대에게 걸려 버렸던 것. [63] 작중에서도 사람마다 의견이 갈린다. 노년의 아드소는 '박해'라고 여기지만, 우베르티노는 '당시 성당기사단의 작폐가 적지 않았다.'며 요한의 일처리가 적절했다고 주장한다. [64] 요한 22세가 1334년 사망한 후 다시 요한이란 이름을 사용한 교황은 1958년 요한 23세가 등장할 때까지 600년 이상 걸렸는데, 이 부분을 표현한 것. 1410-15년에 재위한 대립교황 요한 23세가 있긴 했었으나 폐위되며 무효화되었다. [65] 움베르토 에코의 실수로 소설에선 니콜라오 2세라 나온다. 아냐 사실 우베르티노가 말실수한 거야. [66] 라틴어식으로는 베르나르두스 귀도니스라고도 불리며, 이 시대 종교와 학술 활동이 라틴어로 이루어진 만큼 공식적 기록에서는 대부분 이 이름으로 언급된다. [67] "의심 없는 믿음은 악마"라고 언급된다. [68]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을 주로 다루었고, 희극에 대해서도 다루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와 관련된 저서는 전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학자들은 희극에 대해 다룬 시학 2권이 있었으나 세월이 흐르며 모종의 이유로 소실되었으리라고 추정하고, 에코는 이를 소설에 반영한 것이다. [69] 작은 형제회는 " 예수는 지구상에 있을 때 스스로 소유한 것이 없고, 모두 빌린 것"이라고 말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지구상의 모든 수도회는 예수의 뜻을 본받아 검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0] 주인공 아드소 수사는 베네딕토회 소속이면서도 프란치스코회 사부를 모시기 때문에 불쌍하게도 중간중간에 참 많이 깨진다. [71] 프란치스코회의 정식명칭은 Ordo Fratrum Minorum, 약칭 OFM. 우리말로 풀이하면 '더 작은 형제회'이고,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본인이 사용한 이름이다. 프란치스코 사후 수도회가 프란치스코의 이상인 '가난'을 실천하는 문제로 점차 분열하였다가 3분파로 다른 자잘한 분파를 통합시켰다. 더 작은 형제회 꼰벤뚜알 카푸친이 그 3분파다. '더 작은 형제회'는 우리나라에서는 '작은 형제회'란 이름을 쓴다. 『장미의 이름』이 묘사하는 '더 작은 형제회'는 일단 프란치스코회의 이단들을 통칭하여 경멸하는 뜻으로 쓰이는데, 아직 분파가 제대로 갈리기 이전인지 혹은 분파가 갈린 뒤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분파인지는 고증이 필요하다. [72] 에코는 이후 이것이 포스트 모더니스트 소설가 토머스 핀천의 '49호 품목의 경매'를 보고 힌트를 얻었다고 한 적이 있다. [73] 심지어는 자기 자신까지 패러디를 해버린 바 있다. 에코는 볼로냐에서 교수직을 했는데, 윌리엄 수사가 서적들을 뒤지는 도중 아드소 수사에게 "보거라. '볼로냐의 움베르토'가 지은 책도 여기 있구나."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돈키호테가 절로 연상되는 대목. [74] 에코와 비슷한 방식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미국 중국사 관련 학자 중 유명한 인물인 조너선 스펜스(Jonathan D. Spence)가 있다. 이 사람도 소설식으로 글을 쓰는데, 그 구절의 거의 모든 내용이 실존하는 문서나 자료에 기반하고 있다. 다만, 에코는 실존하는 자료나 문서를 가지고 '창작 소설'을 쓰고, 스펜스는 '소설 형식으로' 역사 책을 쓴다는 게 차이점. [75] 모작(模作)이라 생각하면 빠르다. 다만 에코가 스스로 『장미의 이름』은 패러디라고 밝혔는데, 『 영원한 제국』은 패러디의 패러디인 셈. 포스트 모던 돋네. [76] 에코는 "그 글은 내 마음 속 내밀한 곳에서 소설에 쓸 아이디어들이 이미 자라고 있다는 뜻이었지만 당시에는 스스로도 전혀 깨닫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77] 『젊은 소설가의 고백』 p.19~20 [78] 보르헤스는 아르헨티나 사람이지만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어권이다. [79] 마침 요한묵시록이 중세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 계기가 스페인에서 붙은 주석과 삽화 때문이라. [80] 보르헤스가 독재자 피노체트를 옹호하고 원주민 학살을 "문명화"라고 주장하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호르헤 수사를 편협한 광신도로 묘사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에코 본인은 이 쪽에 대해서 따로 설명한 적은 없다. [81] 기호학자, 특히 비언어적 기호에 관해 주로 연구한 에코는 자신의 연구에 추리소설을 종종 원용했다. [82] 소설에서는 "금속테 안에 든 유리눈"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83] 대표적인 예로, 아일랜드의 지명인 클론맥노이스를 프랑스어식으로 읽어 끌롱마끄누아라고 표기했던 것이다. [84] 완전히 똑같은 뜻이라 하긴 힘들지만 쓰이는 용도가 매우 유사하다. [85] 치즈의 한자어. 여기저기 수사를 하고 장서관에 잠입하다 보면 식사 시간을 못 맞출 때가 있어 윌리엄이 살바토레를 통해 요기할 것을 좀 구해보라고 아드소에게 지시했는데, 아드소가 지시대로 살바토레에게 묻자 살바토레가 '그럼 건락 떡을 좀 만들어주겠다'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건락 떡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보고 대체 무슨 떡일까 궁금해했던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살바토레가 읊는 레시피를 보면 밀가루를 반죽해 부쳐서 치즈를 얹어 먹는 음식인 듯. [86] 1980년대 이전에는 가톨릭 용어를 불교용어로 치환하여 번역하는 것이 상당히 일반적이었다. 번역자 이윤기는 그 시절부터 활동한 번역가이니 이런 '불교화' 번역은 2000년대 초반이라는 시대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87] 종교적인 시설이며, 세속에서 멀리 떨어져 수행하고 싶은 이들이 머리를 깎고 모인다. 자급자족적인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며, 과거엔 인근 지역에 은근히 알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수도자 차원까지 가면 둘 다 탁발을 하며 떠도는 무리가 있었고. [88] 푸코의 진자』는 황당무계한 오컬트를 진짜로 믿어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므로, 댄 브라운도 바로 그런 부류라는 이야기이다. # 이런 '댄 브라운 바보화'의 핵심은 결정적으로 『푸코의 진자』(1988)에서 찾을 수 있다. 『다빈치 코드』의 주된 스토리 라인의 숨겨진 진실인 ' 예수 프랑스 왕가의 시조가 된다'는 『푸코의 진자』의 티페렛 65절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후 바로 『푸코의 진자』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창조해낸 이 이론을 버린다. [89] 홈페이지에서 찾기 기능으로 찾으면 빠르다. 바로 다운로드도 가능. [90] 토마소 1세, 프란체스코 자친토 등의 사보이아 가문 군주들이 매장된 곳이기도 하다. 통일 이탈리아의 전신인 사보이아 공국이 토리노로 천도한 이래 발루아의 마르그리트, 사부아느무르의 마리 잔 바티스트 등 공작부인들과 사보이아 가문의 방계 일원들이 매장되었다. [91] 다만 본작은 원작부터 여러 언어와 그를 이용한 언어유희, 암호 등이 사용되는 편이고 드라마판에서도 이 나라 말이 나왔다 저 나라 말이 나왔다 하는 장면이 있어 더빙이 쉽지는 않았을 듯하다. [92] 이게 국내에서 제작한 드라마가 아닌 해외 드라마인데 해외에서 제작한 영상물은 저작권이 있어서 보통은 저작권 사유로 다시보기가 불가능한데 해외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다시보기가 가능하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