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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6:06:40

갈까마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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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까마귀
The Raven
<colbgcolor=#000000,#000000><colcolor=#ffffff,#ffffff> 장르
저자 에드거 앨런 포
출판사 뉴욕 이브닝 미러(New York Evening Mirror)
최초 발행 1845. 01. 29.

1. 개요2. 출판·수록3. 특징4. 전문5. 해석6. 매체

[clearfix]

1. 개요

에드거 앨런 포 1845년에 발표한 . 레이븐은 엄밀히 말하면 큰까마귀지만 한국에서는 갈까마귀라는 번역명이 유명하다. 정확히는 최초 한국 출판 당시에는 갈가마귀로 번역되었다. 갈까마귀는 까마귀 종류 중에서 크기가 가장 작으며 흰털이 섞여 있기 때문에 오역이다. 고유명사로 굳어진 탓에 수정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시공사의 포 전집에서는 "까마귀"로 번역되었다.

2. 출판·수록

1845년 1월 29일 뉴욕 이브닝 미러(New York Evening Mirror)에 처음으로 수록되었다.

오늘날은 미국 시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며 높이 평가받는 작품이지만, 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포는 맨 처음 이 시를 간행물 출판자이자 친구 조지 그레이엄에게 가져갔지만 거절당한다. 이후 1845년 2월 이 시는 처음으로 'The American Review' 지에 가명으로 실리게 되었는데, 포가 이 시를 팔고 받은 단돈 9달러였다.[1] 당시에도 좋은 평가를 받던 시였으나, 저작권 개념이 희미했던 탓에 많은 돈을 벌지 못했던 것. 이 시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비로소 포의 작품들을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게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포는 5년도 채 지나지 않아 많은 의문점을 남긴 채로 세상을 뜨고 만다.

3. 특징

미국인들에게 매우 친숙하며, 미국 역사에서 무척 유명한 이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이 시에 등장하는 "Quoth the raven",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주인공 대사를 끝낼 때마다 까마귀가 대답으로 던지는 "Nevermore" 등 어구는 미국의 유치원생들도 안다. 이 시가 미국 내에서 받는 평가의 정도는 대한민국 내에서 김소월 진달래꽃 윤동주 별 헤는 밤에 비견될 수 있을 정도, 아니, 어찌 보면 그 이상이라고도 할 수도 있겠다. 영어 위키백과에서는 아예 ' 대중문화에서의 갈가마귀' 항목을 따로 만들어 놓았다. 항목을 보면 문학, 영화, 텔레비전 프로그램, 게임, 웹코믹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부문에서 갈가마귀가 패러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Nevermore"[2]는 까마귀, 혹은 갈까마귀를 원형으로 하거나 관련된 캐릭터가 등장한다 싶으면 열에 아홉이면 같이 딸려오는 단어. 실사판 등장

내용 외에 그 구조로도 주목받는 시이기도 하다. 시 전체는 강약 8보격(Trochaic octameter)의 운율을 띠고 있는데, 한 행에 8번의 운율이 등장하고 그 안에서 강약 구조가 반복되는 운율이다. 즉 [3]과 같은 구조.

찰스 디킨스가 키웠던 까마귀 그립(Grip)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그립이 죽고 난 후 아이들의 요청으로 디킨스는 쓰고 있던 소설에 말하는 까마귀를 등장시킨다. 그리고 포는 이 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이 시를 썼고, 그립은 영미문학의 거장들에게 영감을 준 새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2연 마지막 4구절은 애너벨 리( Annabel Lee)의 원형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포의 작품을 여럿 번역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가 번역한 유일한 가 바로 이 시다.

포가 볼티모어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보니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이름이 여기서 유래됐다.

4. 전문

크리스토퍼 워컨의 낭독 제임스 얼 존스의 낭독 크리스토퍼 리의 낭독

갈까마귀
에드거 앨런 포, 1845년 발표
Once upon a midnight dreary, while I pondered, weak and weary,
Over many a quaint and curious volume of forgotten lore—
While I nodded, nearly napping, suddenly there came a tapping,
As of some one gently rapping, rapping at my chamber door.
“’Tis some visitor,” I muttered, “tapping at my chamber door—
Only this and nothing more.”
Ah, distinctly I remember it was in the bleak December;
And each separate dying ember wrought its ghost upon the floor.
Eagerly I wished the morrow;—vainly I had sought to borrow
From my books surcease of sorrow—sorrow for the lost Lenore—
For the rare and radiant maiden whom the angels name Lenore—
Nameless here for evermore.
And the silken, sad, uncertain rustling of each purple curtain
Thrilled me—filled me with fantastic terrors never felt before;
So that now, to still the beating of my heart, I stood repeating
“’Tis some visitor entreating entrance at my chamber door—
Some late visitor entreating entrance at my chamber door;—
This it is and nothing more.”
Presently my soul grew stronger; hesitating then no longer,
“Sir,” said I, “or Madam, truly your forgiveness I implore;
But the fact is I was napping, and so gently you came rapping,
And so faintly you came tapping, tapping at my chamber door,
That I scarce was sure I heard you”—here I opened wide the door;—
Darkness there and nothing more.
Deep into that darkness peering, long I stood there wondering, fearing,
Doubting, dreaming dreams no mortal ever dared to dream before;
But the silence was unbroken, and the stillness gave no token,
And the only word there spoken was the whispered word, “Lenore?”
This I whispered, and an echo murmured back the word, “Lenore!”—
Merely this and nothing more.
Back into the chamber turning, all my soul within me burning,
Soon again I heard a tapping somewhat louder than before.
“Surely,” said I, “surely that is something at my window lattice;
Let me see, then, what thereat is, and this mystery explore—
Let my heart be still a moment and this mystery explore;—
’Tis the wind and nothing more!”
Open here I flung the shutter, when, with many a flirt and flutter,
In there stepped a stately Raven of the saintly days of yore;
Not the least obeisance made he; not a minute stopped or stayed he;
But, with mien of lord or lady, perched above my chamber door—
Perched upon a bust of Pallas just above my chamber door—
Perched, and sat, and nothing more.

Then this ebony bird beguiling my sad fancy into smiling,
By the grave and stern decorum of the countenance it wore,
“Though thy crest be shorn and shaven, thou,” I said, “art sure no craven,
Ghastly grim and ancient Raven wandering from the Nightly shore—
Tell me what thy lordly name is on the Night’s Plutonian shore!”
Quoth the Raven “Nevermore.”
Much I marvelled this ungainly fowl to hear discourse so plainly,
Though its answer little meaning—little relevancy bore;
For we cannot help agreeing that no living human being
Ever yet was blessed with seeing bird above his chamber door—
Bird or beast upon the sculptured bust above his chamber door,
With such name as “Nevermore.”
But the Raven, sitting lonely on the placid bust, spoke only
That one word, as if his soul in that one word he did outpour.
Nothing farther then he uttered—not a feather then he fluttered—
Till I scarcely more than muttered “Other friends have flown before—
On the morrow he will leave me, as my Hopes have flown before.”
Then the bird said “Nevermore.”
Startled at the stillness broken by reply so aptly spoken,
“Doubtless,” said I, “what it utters is its only stock and store
Caught from some unhappy master whom unmerciful Disaster
Followed fast and followed faster till his songs one burden bore—
Till the dirges of his Hope that melancholy burden bore
Of ‘Never—nevermore’.”
But the Raven still beguiling all my fancy into smiling,
Straight I wheeled a cushioned seat in front of bird, and bust and door;
Then, upon the velvet sinking, I betook myself to linking
Fancy unto fancy, thinking what this ominous bird of yore—
What this grim, ungainly, ghastly, gaunt, and ominous bird of yore
Meant in croaking “Nevermore.”
This I sat engaged in guessing, but no syllable expressing
To the fowl whose fiery eyes now burned into my bosom’s core;
This and more I sat divining, with my head at ease reclining
On the cushion’s velvet lining that the lamp-light gloated o’er,
But whose velvet-violet lining with the lamp-light gloating o’er,
She shall press, ah, nevermore!
Then, methought, the air grew denser, perfumed from an unseen censer
Swung by Seraphim whose foot-falls tinkled on the tufted floor.
“Wretch,” I cried, “thy God hath lent thee—by these angels he hath sent thee
Respite—respite and nepenthe from thy memories of Lenore;
Quaff, oh quaff this kind nepenthe and forget this lost Lenore!”
Quoth the Raven “Nevermore.”
“Prophet!” said I, “thing of evil!—prophet still, if bird or devil!—
Whether Tempter sent, or whether tempest tossed thee here ashore,
Desolate yet all undaunted, on this desert land enchanted—
On this home by Horror haunted—tell me truly, I implore—
Is there—is there balm in Gilead?—tell me—tell me, I implore!”
Quoth the Raven “Nevermore.”
“Prophet!” said I, “thing of evil!—prophet still, if bird or devil!
By that Heaven that bends above us—by that God we both adore—
Tell this soul with sorrow laden if, within the distant Aidenn,
It shall clasp a sainted maiden whom the angels name Lenore—
Clasp a rare and radiant maiden whom the angels name Lenore.”
Quoth the Raven “Nevermore.”
“Be that word our sign of parting, bird or fiend!” I shrieked, upstarting—
“Get thee back into the tempest and the Night’s Plutonian shore!
Leave no black plume as a token of that lie thy soul hath spoken!
Leave my loneliness unbroken!—quit the bust above my door!
Take thy beak from out my heart, and take thy form from off my door!”
Quoth the Raven “Nevermore.”
And the Raven, never flitting, still is sitting, still is sitting
On the pallid bust of Pallas just above my chamber door;
And his eyes have all the seeming of a demon’s that is dreaming,
And the lamp-light o’er him streaming throws his shadow on the floor;
And my soul from out that shadow that lies floating on the floor
Shall be lifted—nevermore!
출처

5. 해석

시를 번역하면서 원본 그대로의 운율을 살리기 힘들기에 내용만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

===# 해석본 1 #===
어느 음울한 한밤중, 쇠약하고 지친 내가 생각에 잠겼을 때,
잊힌 설화를 담은 수많은 진기하고 신비로운 을 읽으며
내가 졸다가, 거의 깜박 잠들었을 때, 갑자기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누군가 부드럽게 두드리는 듯한, 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방문객이로군," 나는 중얼거렸다. "내 방문을 두드리는 것은—

그저 방문객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아, 똑똑히 생각나는데 그건 고달팠던 12월이었고
죽어가는 불씨가 마루 위에 그림자를 던지고 있었다.
나는 간절히 내일이 오기를 바랐고—덧없게도 책을 통해
슬픔을—죽은 레노어에 대한 슬픔을—잊으려 노력했다.
천사들이 레노어라 이름 지은 그 귀하고 빛나는 아가씨를—

이곳에서는 영원히 그 이름 없을 아가씨를


그리고 자줏빛 비단 커튼의 슬프고도 불분명한 바스락거림은
나를 오싹하게 했다—전에 느껴본 적 없는 환상적인 공포가 나를 채웠고
그리하여 이제, 두근거리는 내 가슴을 잠재우려, 나는 일어나 다시금 말했다.
"들어오기를 청하는 방문객이 내 방문에 있을 뿐이다—
어느 늦은 방문객이 내 방문에서 들어오기를 청할 뿐—

단지 그것뿐, 아무것도 아니다.


곧 내 영혼은 힘을 얻었고, 더이상의 망설임 없이
나는 말했다. " 신사, 혹은 부인, 참으로 당신의 용서를 구합니다.
사실 나는 깜박 잠들었는데, 당신이 너무나 부드럽게 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당신이 너무나 희미하게 문을, 내 방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그래서 그 소리를 들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답니다."—여기서 나는 문을 활짝 열었다—

그곳에는 어둠뿐, 아무것도 없었다.


그 어둠 속을 깊이 응시하며, 나는 오래도록 서 있었다. 의아해하며, 두려워하며,
의심하며, 어떤 이도 감히 꿈꿔보지 못한 꿈을 꾸며.
그러나 침묵은 깨지지 않았고, 어둠은 아무런 징표도 보이지 않았으며,
유일하게 들리는 말이라고는 내가 속삭인 이 말뿐, "레노어?"
내가 이렇게 속삭이자, 메아리가 되돌려준 이 말뿐, "레노어!"

단지 이 말뿐,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고 나서 방으로 되돌아오자, 내 안의 모든 영혼이 불타올랐고,
곧 나는 다시금, 이전보다 더 크게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분명히," 나는 말했다. "분명히 내 방 창문 창살에 무언가가 있구나.
그럼 어디 보자. 거기 무엇이 있는지, 이 수수께끼를 풀어 보자—
마음 잠시 진정시키고, 이 수수께끼를 풀어 보자—

단지 바람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겉창을 홱 열어젖히자 요란스럽게 퍼덕이며
성스러운 옛적의 위엄 있는 까마귀 한 마리가 들어섰다.
녀석은 아무런 인사도 없이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지체 있는 자의 의연한 태도로 내 방의 문설주에 올라앉았다.
방문 바로 위에 있는 팔라스 여신[4] 흉상에 올라앉았던 것이다.

올라가, 앉은 채, 그뿐이었다.


이 새까만 새가 준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바람에
나는 슬픈 가운데에도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말했다. "그 머리는 깎여 헐벗었으나 겁쟁이는 아니로다"
밤의 해안을 떠나 방황하는 무서운 노(老) 까마귀여--
한밤 명부(冥府)의 해변에서 그대의 고매한 이름이 무엇인지 말해다오.”


까마귀가 가로되, “영영 없으리.”


이 볼품 없는 새가 그토록 분명히 말한 것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그 대답이 별 의미가 없기는 했으나—별 연관성이 없기는 했으나
지금껏 지구상의 어떤 이도 방문 위에 자리잡은 새를 볼
기회를 누리지 못했다는 데에 다들 동의할 것이기에—
새인지 짐승인지, 방문 위 흉상에 자리잡은,

“영영 없으리“ 같은 이름을 지닌 것을.


그러나 까마귀는 창백한 흉상 위에 고고히 앉아서, 단지
그 한 마디를 했을 뿐, 마치 그 한 마디에 온 영혼을 쏟아낸 듯,
더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깃 하나 퍼덕이지 않았다—
내가 간신히 이렇게 중얼거렸을 때까지. "다른 친구들은 예전에 떠나가 버렸으니—
내일이면 저 새도 나를 떠나겠지. 내 희망이 예전에 떠나가 버렸듯.

까마귀가 가로되, "영영 없으리."


그토록 적절한 대답으로 정적이 깨진 것에 놀라며
"틀림없이," 나는 말했다. "이 새가 말하는 것은 이놈이 유일하게 주워 익힌 것일 뿐이다,
어느 불행한 주인에게 배운 것일 뿐이다.
그는 무자비한 재앙에 쫓기고 또 쫓겨—그래서 그가 희망을 바랐을 때조차,
그가 감히 바란 달콤한 희망 대신 엄한 절망이 되돌아와—

이 슬픈 대답을 했으리라, "영영 없으리!"


그러나 그 까마귀는 여전히 내 슬픈 영혼을 웃음으로 바꾸어 놓아,
나는 곧장 새와, 흉상과, 문 앞에다 쿠션 있는 의자를 굴려다 놓고,
그 벨벳에 기대어 앉아, 공상에 공상을 연이으며
생각해 보았다. 이 불길한 옛적의 새가—
이 암울하고, 볼품없고, 섬뜩하고, 초췌하며, 불길한 옛적의 새가

"영영 없으리"—라고 까옥거린 의미를.


이런 생각에 빠져 나는 앉아 있었다. 이제 그 불같은 눈이 내 가슴 깊숙히 타들어 오는
그 새에게는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고,
이렇게 계속 나는 짚어보고 있었다. 램프 흘러내리는
쿠션의 벨벳 테두리에 내 머리를 편히 기대고서.
그러나 램프 빛 흘러내리는 쿠션의 자줏빛 벨벳 테두리에,

그녀가 기댈 일은, 아, 영영 없으리!


그러자, 내 생각에, 천사들이 양탄자 바닥에 희미한 발소리를 딸랑이며
흔들고 다닌, 보이지 않는 향로에서 향이 뿜어져 나온 듯, 공기가 더욱 짙어졌다.
"가엾은 것," 내가 외쳤다. "너의 께서 너를 보내셨구나—이 천사들로 하여금 네게
진통제를—레노어의 기억을 잊을 진통제와 망각을 보내주셨구나!
내가 이 고마운 망각의 약으로 죽은 레노어를 잊게 해 다오!

까마귀가 가로되, "영영 없으리.“


"예언자여!" 내가 말했다. "악한 자여—그러나 예언자인, 새든 악마든 간에—
유혹의 악마가 그대를 보냈든, 폭풍이 그대를 이곳 기슭까지 날려 보냈든,
마법에 걸린 이곳 황량한 땅—공포에 사로잡힌 이 집에서도
외로이, 그러나 의연한 그대여—이렇게 간청하건대, 진실을 말해 다오—
그곳에는—길르앗의 향유가 그곳에는 있는가? 말해 다오, 이렇게 간청하건대, 말해 다오!

까마귀가 가로되, "영영 없으리."


"예언자여!" 내가 말했다. "악한 자여!—그러나 예언자인, 새든 악마든 간에—
우리를 굽어 살피는 저 하늘의 이름으로—우리 둘 모두가 섬기는 신의 이름으로—
슬픔에 가득 찬 이 영혼에게 말해 다오. 혹, 저 머나먼 에덴 동산에서나마
천사들이 레노어라 이름 지은, 그 성스러운 여인을 안을 수 있을지—
천사들이 레노어라 이름 지은, 그 고귀하고 빛나는 여인을 안을 수 있는지."

까마귀가 가로되, "영영 없으리."


"그 말을 작별 인사로 하자. 새든 악귀든!" 나는 벌떡 일어나 절규했다—
"폭풍 속으로, 밤의 저승세계로 돌아가라!
네 영혼이 말한 거짓의 징표, 검은 깃털은 하나도 남기지 말라!
내 고독을 깨뜨리지 말라! 문 위의 반신상에서 썩 꺼져라!
심장에 박힌 네 부리를, 내 방문에 앉은 네 모습을 거두어라!“

까마귀가 가로되, "영영 없으리."


그리하여 그 까마귀는, 결코 날아가지 않고 여전히, 여전히 앉아 있다.
내 방문 바로 위에, 아테나 여신의 창백한 흉상 위에.
그 눈은 꿈꾸고 있는 악마의 모습과도 같고,
그 위의 등잔빛은 까마귀를 비추어 바닥에 그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마루 위에 드리워 떠도는 그 그림자로부터 내 영혼이

벗어날 일은—, 영영 없으리라!
[5]

===# 해석본 2 #===
어느 쓸쓸한 밤 피로와 슬픔에 젖어
잊혀진 전설의, 기묘하고 신비로운 책을 읽다가
선잠이 들어 머릴 꾸벅일 때 갑자기
누군가 살며시 나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지.
"어떤 손님이 방문을 두드리는 거야. 그뿐이야."
나는 혼자 중얼거렸지.

아, 분명히 기억나는군. 음산한 겨울이었지.
타다 남은 검불 하나하나가 마루 위에 유령처럼 그림자를 새겨놓았지.
아침이 빨리 와 주기를 간절히 바랐지.
책으로 슬픔을 -죽은 레노어에 대한 슬픔을- 잊으려 했으나 헛된 일이었지.
천사들이 레노어라 이름 지은 둘도 없이, 찬란하던 그 소녀
지금은 여기 영원히 이름 없이 누워 있네.

자줏빛 커튼의 비단이 쓸쓸하고, 희미하게 스치는 소리는
나를 떨게 했고,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환상의 공포가 마음을 채웠지.
그리하여 이제,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나는 일어서서 되풀이 말했지.
"어떤 손님이 문 밖에서 들어오기를 청하고 있는 거야.
어떤 늦은 손님이 문 밖에서 들어오기를 청하고 있는 거야.
그뿐이야"

이제 좀 더 강해진 내 영혼은 더 이상 주저치 않았지.
"누구신지 죄송합니다.
실은 깜박 잠이 들었는데 아주 조용히
희미하게 제 침실 문을 두드리셨군요.
그래서 소리가 들렸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리고는 문을 활짝 열었지
그러나 거기에는 어둠 뿐

어둠 속을 응시하며 나는 오랫동안 의문과 두려움에 싸여
서 있었지.
전에 어떤 이도 감히 꿈꾸어 본 적 없는 을 꾸며 의심하면서.
그러나 침묵은 깨어지지 않고, 정적은 아무 계시도 보여주지 않고
들리는 단 한 마디는 속삭이는 말 - "레노어?"
내가 이렇게 속삭이자, 메아리가 대답했네.
"레노어!" 단지 그뿐이었네.

영혼이 불타며 침실로 돌아왔지만,
곧 전보다 더 크게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지.
"분명 창살에 무엇이 있는 거야." 나는 말했지.
"거기 뭐가 있는지 보자. 신비를 파헤쳐 보자.
마음을 진정시키고, 신비를 파헤쳐 보자.
바람일 뿐이겠지"

내가 덧창문을 활짝 열자 야단스럽게 펄럭이며
들어서는 것은 성스러운 태고의 당당한 갈까마귀였네.
새는 아무런 인사도 없이, 잠시도 주저치 않고,
오연한 태도로 침실 문 위에 올라 앉았지.
문 위에 놓인 팔라스의 흉상 위에 날아올라 걸터앉았지.
그뿐이었네.

이 흑단의 새가 엄숙하고도 준엄한 표정을 지었기에
슬픈 마음에도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네.
그래서 나는 말했지. "너의 깃털이 심히 깎였는데도, 두려워 않는구나.
밤의 기슭에서 날아온 음울하고 해묵은 갈까마귀로다.
밤의 명부의 기슭에서 어떤 당당한 이름을 지녔는지 내게 말해다오!"
그러자 갈까마귀는 말했네. "다시는 안 돼요."

나는 이 볼품없는 새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아주 놀랐지.
그 대답은 의미 없고, 엉뚱했지만,
살아 있는 어떤 이가 운 좋게도 자기 침실 문 위에서
자기 침실 문 위의 흉상 위에서
"다시는 안 돼요"라는 이름을 지닌 새를 보았겠는가.

그러나 고요한 흉상 위에 외로이 앉은 갈까마귀는
오직 그 한 마디만 했네.
그 한 마디 속에 영혼을 쏟아놓은 듯.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깃털 하나 펄럭이지 않았네.
내가 혼잣말 하는 순간까지도 "다른 새들은 모두 날아갔지.
아침이 되면 저 새도 떠나가리. 내 희망들이 날아갔듯이"
그러자 그 새는 말했네. "다시는 안 돼요."

이렇게 때맞춘 대답으로 정적이 깨어지자 나는 깜짝 놀라 말했지.
"분명히 저 새가 말하는 것은
어떤 불행한 주인에게서 익힌 말을 되풀이하는 것이리라.
무자비한 재앙에 쫓기고 쫓겨 마침내 한 가지 노래만 부르게 되고,
죽어버린 이에 대한 애도에서 '다시는 안 돼요'라고 우울한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리라."

그러나 아직도 갈까마귀는 슬픈 마음에도 나를 미소짓게 했기에
나는 방석을 새와 흉상이 있는 방문 앞으로 끌고 가
푹신한 벨벳 속에 파묻혀 끝없는 공상에 빠졌지.
구시대의 음울하고, 흉하고, 무시무시하고, 음산하고, 불길한 새가
"다시는 안 돼요"라고 울어대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런 생각에 빠져 앉아 있었으나, 그 이글거리는 두 눈으로
내 심장까지 파고드는 새에게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
이것저것 상상하며 앉아 있었지.

등잔 불빛이 흘러내리는 방석의 벨벳 장식 위로 편안하게 머리를 기댄 채
그러나 등잔불이 흘러내리는 보랏빛 벨벳 장식 위에
그녀는 이제 기대지 못하네. 다시는 안 되네!

그 때 공기가 더욱 짙어지는 듯 여겨지며, 향기가 흘러나왔지.
술 장식 달린 방바닥에 희미한 발자국들을 반짝이며 천사들이 흔들고 다닌 향로로부터
"비참한 자여" 나는 외쳤네.
" 하느님께서 네게 빌려주셨어. 천사 편에 네게 보내주셨지. 레노어에 대한 추억으로부터 진통제와 근심을 잊게 하는 약을.
들이켜라. 오. 이 고마운 약을 들이켜고 죽은 레노어를 잊어버려라!"
그러자 갈까마귀는 말했네. "다시는 안 돼요."

"예언자여!" - 나는 말했지. "악마여, 새든 악마든 예언자여! 신의 뜻으로 보내졌든 폭풍에 날려왔든 황량한 마술에 걸린 이 황무지
공포의 귀신이 붙은 이 집에 두려움 없이 날아든 새여!
청하노니 내게 진심으로 말해주렴
길르앗에도 슬픔을 고치는 향이 있느냐?
제발 말해주렴."
그러자 갈까마귀는 말했네. "다시는 안 돼요."

"예언자여!" - 나는 말했지.
"예언자! 사악한 것! 새든 악마든 예언자여!
우리 위에 드리워진 천상으로 하여금, 우리 둘 다 찬미하는 신으로 하여금,
비애로 쌓인 이 영혼에게 멀리 에이덴에서
천사들이 레노어라고 이름 붙인 성스러운 처녀를 붙잡을 수 있는지
천사들이 레노어라고 이름 붙인 찬란한 처녀를 붙잡을 수 있는지
말해주렴."
그러자 갈까마귀는 말했네. "다시는 안 돼요."

"그 말을 우리의 작별 인사로 삼자. 새든 악마든!"
나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지.
"폭풍 속으로, 밤의 피안으로 돌아가 버려라!
너의 혼이 말하는 그 거짓의 상징인 검은 깃털 하나도 남기지 말고!
내 고독을 깨뜨리지도 말고 내 문설주 위의 흉상에서 떠나라!
내 가슴에서 너의 부리를 치워라.
내 문에서 너의 모습을 없애라."
그러자 갈까마귀는 말했네. "다시는 안 돼요."

그리하여 까마귀는 날지 않고
내 침실 문 바로 위 창백한 팔라스 흉상 위에 여전히 앉아 있네.
그의 눈은 꿈꾸는 악마의 눈과 같고
등불이 그의 몸을 흘러내려 그림자를 마루에 비추네
그리고 내 영혼은 마루에 떠도는 그 그림자로부터
떨어질 수가 없네! - 다시는 안 되네.

===# 해석본 3 #===
언젠가 쓸쓸한 한밤중
내가 피로와 슬픔에 젖어
잊혀진 전설의, 기묘하고 신비로운
얘기책을 떠올리다가
선잠이 들어 머릴 꾸벅일 때
갑자기 들려왔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누군가 살며시
나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
"누가 왔나 봐" 난 혼자 중얼거렸지.
"방문을 두드리기만 하며
딴 짓은 않고"

아, 똑똑히 기억나네.
그건 음산한 겨울이었어.
타다 남은 검불 하나하나가
마루 위에 유령처럼
그림자를 새겨놓았던-.
난 간절히 원했지.
아침이 빨리 와주기를-
나의 책에서 슬픔의 마지막 장을-그 슬픔은 잃어버린 레노어를 위한 것-
찾아내 빌리려 했으나
그것은 헛일이었어.
천사들이 레노어라 이름지은
세상에 둘도 없는
찬란히 빛나던 그 소녀는
지금은 여기
영원히 이름 없이 누워 있네.

자줏빛 휘장마다
비단결 흐릿한 슬픔이
스치는 소리는
나를 떨게 하네.
한번도 느껴본 적 없던
환상의 공포가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우네.
그래서 이제, 두근거리며
뛰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나는 일어서서 되풀이 말하네
"어떤 방문객이 문 밖에서
들어오기를 청하고 있군"
"어떤 늦은 방문객이
문 밖에서 들어오기를 청하고 있어"
"그것뿐 아무것도 아니야"


이제 좀더 단단해진 나의 영혼은
더 이상 주저치 않네.
"여보세요. 남자분이든 귀부인이든"
-나는 말했지-
"저의 실례를 용서하소서"
"사실 저는 선잠이 들었었고
그렇게도 부드럽게 당신은
문을 두드리며 오셨습니다.
그처럼 약한 소리로
문을 두드리며 오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소리를 잘 듣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나는
방문을 활짝 열어젖혔지.
그곳에는 한밤의 어둠-
그것밖엔 아무것도 없었네.

어둠 속 깊숙이 뚫어보면서
오랫동안 나는 거기 서 있었지.
이상히 여기며, 두려워하며, 의심하며,
전엔 감히 꿈꾸지 못한
이 세상 것이 아닌 것을 꿈꾸면서.
그러나 침묵은 깨어지지 않고
정적은
아무런 계시도 보여주지 않고
거기 들리는 단 한마디는
속삭이는 음성-"레노어!"
나도 속삭였지,
메아리처럼 웅얼거리는 그 소리 "레노어!"
단지 이것뿐 그밖엔 아무것도 없었네.


몸을 돌려 방안으로 돌아와,
내 몸 안 모든 혼이 불타오르자,
곧 나는 다시 들었지,
전보다 더 크게
문 두드리는 소리.
"분명해"
-나는 말했지-
"분명히 저것은
창살에 무엇이 있기 때문이야
그럼 좀 볼까,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그래서 이 신비를 밝혀 봐야지
마음을 잠시 진정시킨 후
이 신비를 밝혀 보리라"
"그것은 바람,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덧창문을
갑자기 열어젖혔을 때,
펄럭이며 파닥이며
그곳에서 걸어나온 건
성스러운 태고로부터 온
위엄 넘치는 갈가마귀.
조금도 경의를 표하지 않고
잠시도 멈추거나 주저치 않고
그는 공작이나 귀부인의 몸가짐으로
내 방 문설주에 걸터앉았다-
문 위에 놓인 팔라스의 흉상 위에
날아올라 걸터앉았지.
다만 그것뿐이었어.

그러고 나서 흑단처럼 새까만
이 새는
그 얼굴 생김생김
신중하고 엄격한 표정으로
내 슬픈 환상을 속여
미소로 변하게 하네.
"볏을 잘라내고 밀어 버렸으나
그대는 분명 겁쟁이는 아니로군"
나는 말했지-
"밤의 피안을 떠나 방랑하는
소름 끼치게 냉혹한
태고의 갈가마귀여-
한밤중 지옥의 해변에서는
그대의 고매한 성명이 무엇인지
내게 말해 주구려"
갈가마귀는 말했지.
"이젠 끝이야"

나는 크게 경탄했지.
이 희귀한 새가 그처럼
쉽사리 대답하는 것에
허나 그 대답은 별 의미도 없고
믿을 만한 것도 아니었던 것-.
이제껏 살았던 사람 중에선
침실 문 위에서 새가 앉아
축복하는 걸 본 사람이 없다는 것에
우리 모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침실의 문설주 위
조각된 흉상 위에
새든 짐승이든 간에
"이젠 끝이야" 따위의 이름을 가지고-.

그러나 그 갈가마귀는
평화로운 흉상 위에 외롭게 앉아
그 한마디밖엔 말하지 않았지.
그 한마디 속에 그의 영혼을
한꺼번에 쏟아냈다는 듯이.
그 이상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깃털 하나 펄럭이지 않고 있었네.
내가 혼잣말하는 순간까지도
"다른 친구들이 모두 날아갔었지-.
아침이 되면
저 새도 나를 버리고 떠나가리,
나의 희망들이 그렇게 날아갔듯이"
그러자 그 새는 말했네.
"이젠 끝이야"

그렇게 때맞게 나온 대답으로
정적이 깨어진 데 깜짝 놀라
나는 말했지.
"분명해
저것이 말하는 것은
어떤 불행한 주인에게서 배운-
유일하게 간직한 한마디.
무자비한 재앙의 신에게 쫓겨
더욱더 빨리 쫓겨
그 노래는 마침내
하나의 무거운 짐으로만 남았지.
그의 희망이 여신의 슬픈 노래도
음울하고 무거운 짐으로만 남았지
"끝이야- 이젠 끝이야"라는-

그러나 아직도 갈가마귀는
나의 슬픈 마음을 속여
미소로 변하게 하네.
나는 곧장 쿠션 있는 의자를
새와 흉상이 있는 방문 앞으로
굴려다 놓고
푹신한 벨벳 천 위에서
공상과 공상의 사슬을 이어본다.
이 태고적 불길한 새의 뜻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이 냉혹하고 희귀하고 소름 끼치고 수척한,
그리고 불길한 태고적 새가
"이젠 끝이야"라고 울어대는
의미는 무얼까 하고.


이런 추측에 난 몰두해 있었지만
그 불꽃 같은 두 눈으로
내 심장까지 타들어 오는
새에게는
한마디 비치지도 않고-
계속 이처럼 마음속으로
점을 치며 앉아 있었지.
등잔불빛이 방긋 웃음짓는
쿠션의 벨벳 장식 위로
편안하게 머리를 기댄 채
그러나 등잔불이 방긋 웃음 짓는
보랏빛 벨벳 장식 그 위에
그녀는 이제 다시는
기대지 못하네. 아, 이젠 끝이야!

그때 공기가 더욱 짙어지면서
-그렇게 여겨졌다-
향기가 가득 흘러나왔지.
술 장식 달린 방바닥에
희미한 발자국들을 반짝이며
천사들이 흔들고 다닌
향로로부터-.
"비참한 자여"나는 스스로에게 외쳤네.
"너의 하느님께서 너에게
빌려주셨어.
이 천사들 편에 너에게 보내주셨지.
진통제를-
너의 레노어에 대한 추억으로부터
진통제와 시름 잊게 하는 약을-.
들이켜라, 오, 이 고마운 약을
들이켜고
잃어버린 레노어를 잊어 버려라!"
갈가마귀는 말했네.
"이젠 끝이야"

"예언자여!"-나는 말했지.
"마물이여, 새든 악마든 그러나 예언자여!
신의 뜻으로 보내졌든
폭풍에 날려왔든
황량한, 마술에 걸린 이곳 황무지
공포의 신이 붙은 이 집에
두려움 없이 날아든 새여!
청하노니 내게
진심으로 말해 주오
있소이까?-길르앗에도
슬픔을 고치는 향이 있는지?
제발 내게 말해 주오"
갈가마귀는 말했네.
"이젠 끝이야"

"예언자여!"-나는 말했지.
"마물이여, 새든 악마든 그러나 예언자여!
우리를 굽어보는 저 천국과
우리 둘 다 섬기는 신에 걸고
슬픔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이 가련한 영혼에게 말해 주오.
저 멀리 에덴에서도
천사들이 레노어라 이름지은
성스러운 소녀를 껴안을런지-
천사들이 레노어라 이름지은
세상에 둘도 없이 빛나는 소녀를"
갈가마귀는 말했지.
"이젠 끝이야"

"그 한마디를 우리의
작별 인사로 삼자. 그대가
새든 악마든!"
나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지.
"폭풍 속으로, 밤의 피안으로
돌아가 버리라!
그대의 혼이 말하는 그 거짓을
상징하는 검은 깃털 하나도
남기지 말고!
나의 고독을 깨뜨리지도 말고-
내 문설주 위의 반신상을 떠나라!
나의 심장을 쪼던 부리도
가지고서!
그대의 모습을 나의 문으로부터
거두어라!"
갈가마귀는 말했지.
"이젠 끝이야"

그러고도 갈가마귀는 날아가지 않고
아직도 앉아 있었네.
나의 침실문 바로 위
팔라스의 창백한 흉상 위에
아직도 앉아 있었네.
그의 두 눈을 꿈꾸고 있는
악마의 온갖 표정을 담고-
새를 흝어내리고 있는 등잔불빛이
마루 위에 그의 그림자를
던져주는데
마루 위에 누운 채 떠돌아다니는
나의 영혼은
그 그림자를 떠나서는
두 번 다시 들리우지 못하리라-
"이젠 끝이야"
[6]

===# 해석본 4 #===
어느 스산하던 자정, 수심에 지쳐있던 나는,
수많은 잊혔던 지식의 서를 뒤적이고 있었다.
졸듯이 끄덕이던 차에, 조용히 두드리는 자가,
차분히 거들겠단 듯이 내 문을 건드리는구나.
"손님이군," 중얼거린 말. "내 문을 두드리는구나."
"오로지 그것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아아, 황량한 12월임을 청명히 기억한다.
죽어가는 화염의 영만이 출렁이던 바닥을.
떠오를 해를 기다렸다. 위안을 얻길 기대했다.
책자는 애도할 줄 모른다. 잃은 그 이름 레노어를,
천사가 내린 빛나는 보석인 여인의 이름 레노어를.
이곳엔 다시 없을 그런 이름이다.

그 때 자신없게 흔들린 애달픈 자주 비단 커튼에,
나는 긴장했다, 느껴본 적 없는 환상적인 공포에.
이에 울리는 가슴 달래고자, 나는 끝없이 되풀이하길,
"내 문을 들기를 청하는 평범한 방문자로다,"
"내 문을 들기를 청하는 야심한 방문자로다."
"오로지 그것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내 정신은 자신감을 찾았다. 그 뒤로는 주저함이 없었다.
"손님," 내가 이르던 말은, "용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실은 잠들었던 참에, 워낙 조용히 다가오신 탓에,"
"유독 정중히 두드리신 덕에, 제 방의 문을 두드리셨으나,"
"정말 들렸는지 몰랐었나이다." 그리 말하며 열어젖혔으나,
어둠만 맞이할 뿐, 아무것도 없었다.

어둠 속을 응시하며, 한동안 기다렸다. 의아해하며, 두려워하며,
계속해서 의심하며, 인간의 신분으론 감히 못 꿀 꿈을 꿈꾸며.
그러나 침묵을 깨는 이 없었고, 정적은 하는 말 없었으며,
다만 울리는 것은 오로지 속삭임 하나였으니, "레노어?"
그리 속삭인 내게 메아리만 조용히 답하였으니, "레노어!"
그저 이러할 뿐, 아무것도 없었다.

고독한 방으로 돌아왔던 내게, 타들어 가며 고통받던 혼에,
방금보다 요란한 두드림이 다시 한번 더 흘러들어 왔다.
"이는 분명," 확신에 차 말했다. "창가에 뭔가 있는 것이구나."
"그러니 무슨 문젠지 보고, 이 의문을 해결하자,"
"가쁜 가슴을 진정케 하고 이 의문을 해결하자."
"그저 바람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겉창을 올려서 젖힌 내게, 요란한 날갯짓 소리 내며,
성자의 연륜을 뽐내는 까마귀 하나 당당히 들어섰다.
조금의 고개조차 숙이지 않고, 잠시의 양해조차 구하지 않고,
그럼에도 고귀한 기품을 내보이며 내 문 위에 내려앉았다.
내 문 바로 위의 팔라스 여신상으로 날아가 내려앉았다.
날아가 앉을 뿐, 아무것도 않았다.

흑요의 새는 곧 우울한 나도 미소짓게 했었노라.
한없이 신중하고 엄숙한 태를 내는 모습인지라.
"비록 깃털 왕관은 없으나," 내 청하길, "분명 위대함을 품었구나."
"밤의 경계를 오랜 세월 홀로 음울히 항해한 까마귀야,"
"저곳 명계의 밤을 떠도는 그 고귀한 이름을 알려다오!"
까마귀가 말하길, "영영 않으리."

이 별 것 없는 조류가 평이하게 고한 데 놀랄 따름이었다,
비록 아무런 의미도 없는, 나와 관계가 없는 답일지언정.
그렇다 하여도, 지금껏 그 어떤 인간도
문 위에 이렇게 찾아온 새를 본 적이 없었으니,
문 위에 조각된 흉상에 앉은 그 어떤 짐승도
'영영 않으리'라는 이름은 없었으니.

하지만 그 외로운 까마귀는, 그 평온한 흉상에 앉아, 오로지
하나 그 단어만 말하고는, 그 외마디로 내면을 소진한 것인지,
이후로 더는 말하지 않았다. 이후로 더는 행동치 않았다.
허나 내 중얼거림을 들었던 것일까, "다른 친구들도 떠나갔으니까,"
"한때의 내 희망이 날아갔던 것처럼, 내일 저 새도 떠나갈 것 아닌가."
그제야 새가 답하길, "영영 않으리."

고요를 깨는 그 말에 놀라, 갑자기 들은 그 답에 그만,
"보아하니," 내가 말하길, "저 부리는 한 단어만 아는구나."
"재앙이 찾아온 불운했던 주인에게 주워들은 그 말."
"하나씩 차례로 방문하던 고난을 한탄하던 그 날,"
"한때는 과거를 추억하며 희망을 노래하던 그가,"
"'영영 않으리'라고 한 것을."

하지만 여전히 까마귀를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지,
나는 쿠션 달린 의자를 새와, 문과 흉상을 향해 굴렸다.
그리고 벨벳으로 가라앉으며, 연이은 공상에 빠지며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떠한 뜻으로 이 불길한 고대의 새가,
이런 음산한, 섬뜩한, 창백한 귀신같이 불길한 고대의 새가
'영영 않으리'라고 울었던 건지.

그리 나는 앉아 짐작했으나, 말로 표하지는 아니했으니
이글거리는 눈을 한 새는 내 심장이 타들어도 모를 터다.
그리 나는 점치며 기다렸고, 긴장 풀린 고개가 기울었다.
등잔불에 빛나는 의자의 벨벳 장식에 드러누우며, 허나
등잔불에 빛나는 의자의 보라 벨벳에 드리우던, 그런
그녀의 품은, 아아, 영영 없구나!

그러다가 어째선지, 몰래 향을 피운 듯, 공기가 탁해진 듯하여,
바닥의 술 장식을 흩뜨리며 치천사의 발자취가 다가온 듯하여,
"추한 것아," 울부짖으며, "네 신께서 하사한, 이 천사들이 건네준,"
"해방이다, 레노어의 기억에서 너를 해방해줄 망각의 약이니라."
"들이켜라, 이 망각의 선물을 들이켜 잃어버린 레노어를 잊어라!"
까마귀가 말하길, "영영 않으리."

"예언자여!" 부르짖으며, "사악한 존재여! 새든 악마든, 계시를 받은 자여!"
"원죄의 뱀, 혹은 폭풍이 보내 이 외딴 섬으로 표류하게 된 자여,"
"버려져도 꺾이지는 않은 채로, 이 마법이 서린 황무지에 온 자여,"
"저주받은 공포가 도사리는 바로 이 고장에 왔으니, 이제 부디 말해주오,"
"정말로, 진실로 길르앗엔 향유란 게 있는가? 간청하니 내게 알려주오!"
까마귀가 말하길, "영영 않으리."

"예언자여!" 부르짖으며, "사악한 존재여! 새든 악마든, 계시를 받은 자여!"
"우리 위를 아우르는 천국을 걸고, 우리 모두 우러르는 신의 이름을 걸고,"
"이 슬픔에 젖은 영혼에게, 저 머나먼 에덴에는 진정,"
"천사가 레노어라 이름지은 성스러운 여인이 있노라고,"
"천사가 레노어라 이름지은 빛나는 여인이 있다 해주시오."
까마귀가 말하길, "영영 않으리."

"그 말은 작별인사렷다, 새, 악마인지 모를 것아!" 기립하며 절규했다,
"폭풍우로 되돌아가 명계의 밤을 떠돌아라!"
"네 그 거짓말, 검은 깃털 하나 남기지 말라!"
"내 고독을 방해하려 들지 마라! 내 문 위의 흉상을 건들지 말아라!"
"내 심장을 쪼는 부리를 치워라, 내 문에서 형상을 감추란 말이다!"
까마귀가 말하길, "영영 않으리."

하여 그 까마귀는, 움직임 하나를 아니하며, 여전히 한곳에 머무르며,
내 문 위로 팔라스 여신의 파리한 조각상에 자리한다.
그 눈에선 꿈꾸는 악마와도 같은 그 모습이 드러나며,
그 위에서 빛나는 등잔불은 방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 대지를 잠식한 그 그림자 곁에 표류하는 내 영혼이,
벗어날 길은, 영영 없으리!
출처

6. 매체

"Nevermore"라는 구절이 유명해 패러디한 작품이 많다. 선술했듯이 영어 위키백과에는 ' 대중문화에서의 갈가마귀' 항목이 따로 있다.


[1] 물론 인플레이션을 반영한다면 오늘날의 가치로 200달러를 조금 넘지만 그래도 시의 가치에 비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2] 어떤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끝났어", "더 이상은 없어", "이젠 끝이야"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된다. 시공사에서는 '결코 더는' 이라고 번역되었다. [3] 시의 첫 줄을 여기에 맞추면 Once up- on a mid- night drear- y, while I pon- dered weak and wear- y 가 된다. [4] 아테나 여신의 별명 [5] 정확한 출처는 나와 있지 않으나, 다음의 링크에서 같은 내용이 발견됨. 다만 완전 복붙은 아니고 일부 수정을 거친 듯 함. [6] 네이버 지식인 [7] 처음에는 "Eat my shorts!" 라고 외쳤다가 리사가 정정한다. [8] 기존에는 시즌 4에 포함됐다고 잘못 기재되어 있었기에 수정. 시즌 4가 레이븐이 주역이 되는 시즌인 것은 사실이나 에피소드 Nevermore는 원판 기준 시즌 1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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