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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29 23:27:05

Can't Fear Your Own World

파일:BLEACH Logo.png
줄거리 · 연표 | 등장인물 · 설정 | 권두시 | 인기투표 | 비판
소설 ( SAFWY · WDkALY · CFYOW) | 게임 | 뮤지컬 | 영화
애니메이션
블리치(2004~2012) | 천년혈전 편 ( Part 1 · Part 2 · Part 3 · Part 4)
극장판 ( · · · )
블리치: Can't Fear Your Own World
Bleach: Can't Fear Your Own World
<nopad> 파일:Bleach_Cant_Fear_Your_Own_World_Volume_1.png
<colbgcolor=#ffffff,#010101><colcolor=#212529,#e0e0e0> 장르 퇴마, 액션
작가 나리타 료고, 쿠보 타이토
출판사 Viz Media
단행본 권수 파일:일본 국기.svg 3권 (2018. 12. 04. 完)

1. 개요2. 줄거리3. 발매 현황4. 특징
4.1. 후기4.2. 끝내 미회수된 떡밥
5.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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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만화 《 블리치》의 소설. 작가는 나리타 료우고이다.

천년혈전 편 직후 시점의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본편에서 밝혀지지 않은 복선들을 다수 해소하였다. 주인공은 히사기 슈헤이. 3권으로 완결되었지만 국내 정발은 이뤄지지 않았다.[1] 공식 사이트 점프 플러스에서 2권까지의 내용을 볼 수 있다.

2. 줄거리

===# 1권 #===
『창과 방패를 맞댐에 미학을 추구해서는 아니되고, 돌아오지 못함에 미덕을 추구해서는 아니되며, 이 몸 한 사람의 목숨이라 여기지 말지어다.』
『일왕오공(壹王伍公)[2]을 지키고자 하노라면, 단 하나의 적도 남김없이 도륙할지니. 』
ー진앙영술원 교본 「사신심득[3]대감」 구판 발췌
『싸움에 미학을 추구하지 마라, 죽음에 미덕을 추구하지 마라, 자기 한 사람의 목숨이라 여기지 마라, 지켜야 할 것을 지키고 싶다면, 쓰러뜨려야 할 적은 등 뒤에서 베어라.』
ー진앙영술원 교본 「사신심득대감」 최신판 발췌

한 전쟁이 있었다.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라 칭하는 자들과 악한 영을 소멸시켜온 자들의 대전(大戦). 천년에 걸친 그 아집의 결과로 서로는 을 잃은 채, 분란이 종식되게 되었다. 사신 퀸시의 관계성은 이런 막대한 상실을 계기로 새로운 시대를 향하게 되었다. 서로의 왕을 베어버린 건 동일인물이었고, 사신도, 퀸시도 아닌 존재였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은 극히 일부밖에 없었다. 소울 소사이어티를 침공한 적, 반덴라이히의 수괴를 호정 13대 사신대행 소년이 베었다ーー일부에 불과한 정보만이 『호정 13대, 영왕궁을 지켜내다』라는 소식과 함께 소울 소사이어티에 퍼져 나갔다.

결국, 혼란을 막는다는 이유로 소울 소사이어티의 근간인 영왕의 죽음은 영원히 감춰지게 되었다.
일반 대원을 포함한 소울 소사이어티의 주민들의 대부분은 지금도 영왕궁 영왕께서 계시다고 믿고 있다.

진실을 알고 있는 건 대장급들과 상위 석관들 같은 일부 사신들 혹은 정령정의 요직에 앉은 사람들 밖에 없으며, 이들도 굳이 진실을 폭로하여 사람들의 평화를 깨려고 하지 않았다. 앞으로 파괴된 정령정의 복구가 시작된다. 사람들의 마음 속 버팀목을 빼앗는 걸 거부한 상부의 판단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ーー이것은 10년, 100년 뒤의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후에 영왕호신대전이라 불리게 된 일련의 난은 이런 결말을 맞이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이 전쟁이 끝난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왕궁 본전 영왕대궐
한 때 영왕이 머물던 장소에 영왕궁의 신병(神兵)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한 가운데에 있는 물체 영번대 소속 눈망울 스님 효스베 이치베가 본인의 시커먼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 없이 보고있었다. 그러자 등 뒤에서 가벼운 느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이게 새로운 영왕님인가 스님?
스님이 뒤를 돌아보자 오른쪽에 안대를 쓴 쿄라쿠 슌스이가 서있었다.
오, 벌써 돌아다닐 수 있는 건가? 음음, 호정 13대 총대장이나 되는 사람이 당연히 그래야지
쾌활한 웃음과 함께 스님이 대답했다. 효스베는 쿄라쿠의 시선이 자기가 아니라 신병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공간을 보고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답했다.
그대라면 이미 알고 있을 터. 영왕께는 새롭거나 낡거나 하는게 없으시네. 우리가 영왕으로 부르고 모시는 것이 여기 계속 존재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지.
이름에는 모든 힘이 깃들어있다...는 뜻인가?
복잡한 표정을 지은 채, 쿄라쿠는 존댓말로 말을 이어나갔다.
최악의 경우, 이치고군이 그 이름 속에 봉인되었을 수도 있었단 말이군요.
그렇게 안돼서 다행이지?
경우에 따라서는 이치고 영왕으로 불리는 존재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고 태연하게 말하는 스님. 그러나 그 말 속에는 감정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보이며 히죽 웃으며 쿠로사키 이치고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나도 그 애송이가 마음에 든다네. 대화도 못하게 되는 건 좀 섭섭해서 말이지.
다행이군요. 이제 나도 이치고군 친구들한테 원망받을 일도 없겠구만.
아아, 소울 티켓(通魂符)을 줬었지. 46실이랑 귀족들에게는 조용히 하는 게 좋겠군.
...소름돋네, 어디까지 내다보는 겁니까 스님.
영왕의 자리, 그것은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쿠로사키 이치고에게는 최악의 결말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쿄라쿠는 시선 끝에 있는 물체를 보고 새삼 느꼈다. 그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서 쿄라쿠는 현세에 있는 이치고의 주변인물들에게 소울 티켓이라 불리는 특수한 도구를 주었다. 현세와 소울 소사이어티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티켓이자 예전에 소울 소사이어티에 카라쿠라 마을의 사람들은 죽지 않고 전송시키는 기술을 개량해서 실용화시킨 물건이었다. 쿄라쿠는 조용히 눈을 감고, 이치고의 친구들에게 '힘의 종류에 따라서는 현세에 돌려보낼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주려 갔을 때의 광경을 떠올렸다. 엄청나게 겁을 주면서 장난 삼아 하는 말이 아니라고 말하는 자신에게, 깊은 분노를 억누르는 듯한 눈으로 『...장난이 아닌데 그렇게 쉽게 이별 어쩌고 하는 말을 하는 거냐』라고 말하던 소년. 정말로 이치고를 위해 화를 냈던 그 소년과는 대조적으로 냉정한 눈으로 이치고를 굳게 믿는다고 말하던 검은 머리의 소년, 그리고 자기보다도 이치고의 가족들을 걱정하면서 이치고의 신변을 깊이 걱정하던 소녀. 챠드나 오리히메 같은 녀석들. 이치고는 인복이 있구만.

아니, 이치고니까 그 아이들을 끌어당기는 것이려나...현세의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쿄라쿠는 이 전쟁을 끝내는데 공을 세운 이치고가 무사했던 것에 다시금 안도하면서 슬며시 눈을 뜨고 스님에게 말했다.
다른 건 둘째치고, 이치고가 스님한테 베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대뜸 기묘한 말을 하는 쿄라쿠. 스님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자기 민머리를 착착 치면서 쾌활하게 말했다.
나는 유하바하가 아니니까. 미래를 내다보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이지...아니, 원래 이치고는 그 녀석을 이길 수가 없어, 오히려 졌어야 했는데 말이지.
스님...
근데, 애송이에게는 다행이었던게, 유하바하는 완전히 영왕의 힘을 손에 넣었단 거야. 그래서 이치고가 이겼는데도 소울 소사이어티가 붕괴되지 않은거지.
스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대궐 중앙에 놓인 '물체'를 향해 '짝' 손을 마주쳤다. 맑게 퍼져나가는 합장 소리와 함께 눈을 감는 스님 뒤로 쿄라쿠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스님, 그건 영왕의 뜻이었을까요?
흠...
아니면...5대 귀족의 시조들의 '유지'였으려나?
말꼬리에서 존댓말을 뺀 쿄라쿠에게 스님은 가볍게 대답했다.
이거 이거, 시조들의 역사에 대해 경의도 없구만. 적의가 다 보인다. 쿠치키 뱌쿠야 시호인 요루이치도 그런 눈으로 보고있나?
그네들은 생각하지도 않는 걸. 호정 13대의 동지이자 내 절친한 친우들이니까.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젓고 쿄라쿠는 말투를 누그러뜨린채 말을 이어갔다.
선조들의 행동은 이네들과는 상관없지만, 반대로 이들이 선조들의 죄를 못본 척 하는 것도 아니야. 그렇지 스님?
그렇긴 하다만은, 애시당초 5대 귀족의 시조들은 이미 남아 있지를...
스님이 거기까지 말하자 둔탁한 폭발음이 대궐 내에 울렸다.
!
쿄라쿠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자 그 쪽에서 사신과는 다른 짙은 영압이 느껴졌다. 시선 끝에는 아직도 반덴라이히의 건출물과 융합된 구획이 있었고, 그 벽 일부가 파괴되어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벽 안쪽에서 하얀 연기보다 더 하얀 사람의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대궐의 경계근무를 하고 있던 신병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들었으나 스님이 말렸다.
아, 괜찮네 괜찮아. 너희들이 이길 상대가 아니니라
그러나 이미 이쪽으로 뛰어오르던 하얀 그림자 중 하나가 독기를 빼고 혀를 찼다.
칫......뭐야, 싸우자는 거 아니었어?
야생의 짐승을 떠올리게 하는 그 하얀 그림자, 그림죠 재거잭은 착지와 동시에 날카로운 눈매로 스님과 쿄라쿠를 노려봤다.
근데, 니들이 검을 집어넣었다고 해서 내가 물러날 이유는 없거든....
그대로 자기 참백도에 손을 갖다 대는 그림죠의 뒷통수에 작은 발라[4]가 직격했다.
아읏...!?
머리를 한 대 맞은 거 같은 충격을 받고 그림죠가 뒤를 돌아보자 같이 소울 소사이어티로 넘어온 아란칼, 네리엘 투 오델슈방크가 서서 발라를 쏜 듯한 왼손을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네리엘 너 이자식.
지금이 시비 걸 상황이야? 퀸시의 왕을 쓰러뜨린 지금, 소울 소사이어티의 가장 큰 불청객은 우리라구.
그래서 뭐? 쫄았으면 바로 저 짐짝을 들고 가르간타로 도망치면 되잖아.
그림죠가 짐짝이라고 말한 건 네리엘의 왼쪽 어깨에 기대 서있는 한 여자 아란칼이었다. 네리엘과 같은 No. 3의 칭호를 가진 에스파다, 티아 하리벨이었다.

할리벨은 반덴라이히 웨코문드를 습격했을 때, 제일 가장 앞에서 진두지휘를 했으나 유하바하의 압도적인 힘에 무력화되고, 그대로 웨코문도 제압의 상징으로서 포박되었었다. 영왕궁을 개조할 때, 유하바하가 자신의 성의 감옥에 넣어두고 포로로 삼았었던 탓에 할리벨도 같이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아란칼들에게 보여주는 본보기인지 아니면 할리벨마저 개조해서 퀸시의 첨병으로 쓸 생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유하바하가 죽은 지금, 그녀를 계속 가둬두었던 이유는 알 길이 없게 되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할리벨이 아직 살아있으며, 현재 쿠로사키 이치고와 함께 날아온 네리엘에 의해 풀려났다는 것이었다.

네리엘은 사실상 웨코문드의 새로운 왕인 할리벨을 구출했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노라니 복잡한 생각에 휩쌓였다. 그토록 영왕궁에 오는 것을 바랐던 아이젠보다 자기들이 먼저 이 자리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혼란을 느끼면서도 네리엘은 사신들에게 적대감을 보이고 있는 그림죠에게 말했다.
퀸시들과의 싸움으로 지친 상대방에게 시비까지 거는 거야? 그게 네가 만족할 만한 전투야?
......칫, 하여간 물러 터져가지고. 애초에 사신 놈들이 진짜 우리를 보내줄꺼라고 생각하는 거냐? 우리가 돌아갈 때 뒤에서 베이는 건 딱 질색이거든.
그 말에 대답을 한 건 사람 좋아보이는 시커먼 수염의 대머리 할아버지였다.
오, 너희들이라면 얼마든지 보내주고 말고. 아예 웨코문도까지 배웅해 줄 수도 있지.
....하아? 넌 뭐야 임마. 아주 그냥 깔보고 있네.
부상을 당한 자기들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 마치 그런 말을 들은 양 그림죠는 온 몸으로 살기를 뿜으며 대머리 노인을 노려봤다. 하지만, 눈 앞의 상대는 그런 살기를 그대로 흘려보내며 담담하게 말했다.
반대니라 반대. 암튼, 너희들은 어디 굴러다니는 호로들 보다 수만 수억배 강한 재앙 덩어리인지라 정화를 하던 소멸을 시키던 지금 상황에서 잘못 손을 댔다간 삼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거다.
......
그림죠는 잠시 침묵했지만, 자기 안에서 정리가 된 것인지 살기를 죽이고 혀를 찼다. 그림죠는 이런 곳에서 노는 것보다 한시라도 빨리 쿠로사키 이치고와 결착을 내고 싶을 것이다. 네리엘은 이렇게 추측하고 일이 벌어지기 전에 불시에 기습을 해서 조용히 시키고 웨코문도까지 끌고 갈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불시에 자기 어깨에 기대고 있던 할리벨이 입을 열었다.
......그게 너희들이 영왕이라고 부르는 것인가.
독백으로도 들리는 속삭이는 듯한 말이었다. 할리벨의 시선은 영왕궁 한 가운데 사신들의 등 뒤로 놓여있는 물체를 향해있었다.
......그런 게 소울 소사이어티의 근간이라고....?
흠...아란칼 아가씨, 역시 이런 건 받아들이기 어려운겐가?
본인의 턱수염을 쓸면서 질문을 던지는 대머리 남자의 말에 할리벨은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지금 나는 그저 패잔병이다. 뭘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없지. 그저, 과거 우리의 왕이었던 남자가 그걸 계속 증오해왔던 이유는 이해가 간다.
할리벨은 네리엘의 어깨에서 일어나 자기 발로 서서 사신들로부터 등을 돌렸다.
민폐를 끼쳤군......이 빚은 언젠가 갚도록 하지.
아 그래 그래. 이쪽은 너희들이 웨코문드에서 얌전히 지내주면 그걸로 충분하거든. 그리고 감사의 표시는 우리가 아니고 쿠로사키 이치고에게 해야하고.
쿄라쿠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란칼들을 보내자 아란칼들은 그대로 영왕궁을 떠났다. 남자 아란칼은 그래 맞아......쿠로사키 이 자식한테는 빚을 갚아줘야 하지.....하며 할리벨과는 다른 의미로 '빚'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그걸 들은 양의 뿔이 달린 여자 아란칼이 '''만신창이 이치고랑 결판을 짓는게 네가 바라던 거야?"'하며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어조로 나무라는 것이 들렸다.
어이구...이치고는 참 발도 넓지...어라?
조용히 중얼거리던 쿄라쿠 옆으로 스님도 대궐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가요 스님?
뭐, 영번대 놈들 좀 깨우러.
영번대. 스님까지 해서 5명이 호정 13대 전체와 비견될 정도라고 평가받고 있는 왕속특무 친위대이다. 각각 참백도 사패장같이 현재 사신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창조해 낸 개척자이면서 동시에 사신의 역사를 올바르게 쌓아온 위인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쿄라쿠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스님을 뺀 영번대가 유하바하와 그 부하들의 손에 쓰러졌다고 들었었다. 쿄라쿠는 그걸 '깨우러'라고 말하는 걸 듣고 속으로 갸우뚱했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바로 스님의 입에서 나왔다.
우리의 피와 살이 왕건으로 변한 건 그냥 장식이 아니니라. 영번대가 각각 소유하고 있는 영번리전을 둘러싼 영맥과 영번대의 영력은 거의 융합되어 있지. 영번리전이 모두 파괴되지 않는 한, 내가 이름을 부르면 걸음을 걸을 정도로는 회복할꺼야.
그 말은 이치고가 이기지 못했으면 진짜 큰일날 뻔했다는 거 아냐 스님?
영왕궁은 유하바하의 손에 의해 바르벨트로 변했었다. 유하바하가 건재했다면 영왕궁은 흔적도 없이 소멸하고 영번대는 말 그대로 스님을 제외하고 전멸됐을 수도 있다.
뭐, 영번대는 그렇게 쉽게 죽지도 않고, 죽일 수도 없어. 그런 운명인게야. 뭐 어찌됐건, 오에츠랑 나머지한테는 확실하게 일을 시켜먹어야겠지.
스님은 평소의 쿄라쿠 같이 태평한 말투로 말하면서 잠시 말을 끊고 턱수염을 몇번 쓰다듬고 영왕궁의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이번 전투를 틈다 쬐끔 장난을 친 꼬맹이도 있는 모양이라서 말이네.

서장 끝.

===# 2권 #===
그러니까 너는 꼭 석관에 있어야 하는거야.
전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힘이 아니다.
싸움을 두려워하는 마음이야.
싸움을 두려워해야 비로소 똑같이 싸움을 두려워하는 자들을 위해 검을 쥐고 싸울 수 있는거다.
자신이 쥐고 있는 검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자라면 검을 잡을 자격이 없다.
ー전 9번대 대장 토센 카나메의 발언 中

영왕이란 무엇인가.

위대한 존재의 손에 의해 소울 소사이어티가 창조되기 전, 세계는 어떤 모양이었을까.
그건 소울 소사이어티에 사는 주민들 대부분이 한 번 쯤은 머릿속에 떠올려 보는 의문이다. 영왕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는 루콘가 주민들조차 이 소울 소사이어티라는 세계를 다스리는 건 어떤 존재일까 의식하는 사람은 많다. 겨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을 지 모르겠지만 그런 예외를 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세와 소울 소사이어티를 다스리는 위대한 존재』에 대해 떠올린 적은 있을 것이다. 현세에서 루콘가로 건너온 사람들은 『저승은 정말 존재하는구나』하고 놀라면서 『신』이라고 칭하는 사신들을 통치하는 존재에 흥미를 갖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물론이고 사신이라 불리는 자들 조차 영왕의 모습을 알고 있는 자는 거의 없었으니. 실제로 막연하게나마 『세계의 상징』, 『절대적인 존재』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그건 귀족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과거 어느 귀족 소년이 아버지에게 영왕이란 어떠한 존재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소년을 내려다 보면서 대답했다. 그는 바로 세계의 쐐기이자 모든 혼백의 흐름을 주관하는 기초 그 자체이다. 그 존재가 사라진다면, 소울 소사이어티, 현세, 웨코문드 이 삼계가 즉시 붕괴할 것이다. 『그렇다면, 쐐기가 박히기 전에는 어떤 세계가 있었는가?』라고 물어본 소년은 아버지에게 영왕이 태어나기 이전의 역사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고 크게 질책받았다. 생각하는 것마저 허락되지 않는다며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년의 아버지는 되뇌었다.

영왕을 절대적인 정점으로 여기며 그 존재가 세상에 계속해서 존재하는 것에 감사하고 존경하면서 받들어 모시는 것이 지혜와 언어와 힘을 가진 존재, 즉 『 사신』의 의무다

소년은 대답을 납득한 척 했다. 어릴 때부터 생긴 본능이 어른들이 하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5대 귀족 중에서도 가장 강한 권력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츠나야시로 가문의 일족. 그 구성원인 소년은 본인의 일족을 깔보고 있었다. 허식에 범벅된 영화에 젖은 채, 안주 속에서 쌓아올린 역사를 헛되이 소비하는 그 일족을. 그들은 악이요, 경멸해야할 존재에 불과하다. 불타오르는 불꽃을 마음 속에서 억지로 식혀가면서 소년은 냉정하게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몇 개의 계절이 흘렀다.

과거 소년이었던 남자의 입에서 천박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크핫
츠나야시로 가문의 비밀창고, 서고 가장 안 쪽에 감춰진 비석의 암호문을 해독한 남자는 확신한다.
이런...이런 일이 일어나도 되는 건가! 딱 내가 머릿속에 그렸던...아니, 그 이상이잖아!
역시, 우리 일족은 구제불능의 악당이고, 경멸하는 것도 아까운 존재였다.
『우리의 선조께서 범한 죄를 여기에 적노라』
이런 타이틀로 적힌 암호문을 모두 해석한 다음, 그는 그 석판을 자기 참백도로 힘껏 갈라버였다.
크하하하....크하하하하하! 그래......이게 소울 소사이어티의 츠나야시로 가문의 근본이군!
한바탕 웃은 남자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설마 이따위 비석을 남겼을 줄이야. 본인들의 죄를 잊지 않기 위해서? 아니지, 다른 4가문을 협박하기 위한 무기로 남겨둔 거겠지. 아아, 아아! 예상대로야! 설마 여기까지 내 생각대로 세상이 돌아갈 줄이야!
본인의 상상대로 이 세상은 썩어있었고, 자신들은 상상 이상으로 구제불능이었다. 그 사실을 앞에 두고 소년 시절부터 한 감정을 품고있던 남자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세상에 감사했다. 소울 소사이어티 백만년의 역사에 감사했다. 왜소한 악을 그 피에 새겨온 츠나야시로 가문에게도 감사했다. 잘도 이 만큼이나 기만에 가득 찬 세계를 만들어냈구나, 서고 천장을 크게 올려다 보면서 모든 것들에게 감사와 자비가 넘치는 미소를 띄운 그는 입을 뗐다.
실로 엄청나구나! 아아 정말 감사해! 까마득한 선조의 죄에 감사한다! 숨겨왔기 때문에 백만년동안 씻기지 않은 위대한 악의에 기쁨을 바치리라!
그렇게 한바탕 웃은 다음, 남자는 마음 먹었다. 세상이 악랄하다면, 이 몸도 악랄해야 하지 않은가. 그저 경멸당할 존재였던 츠나야시로 가문은 이제 끝이다. 깔보고 경멸하는 정도의 악의는 아무 의미도 없지 않은가. 모조리 거짓이었다. 내가 이 거짓에 끼지 않을까 보냐 . 아아, 마음 속으로 바라던 대로 정욕을 노래하리라. 퀸시에게 멸망할 것인가, 호로에게 유린 당할 것인가, 아니면 야심가들의 손에 의해 자멸할 것인가. 소울 소사이어티 최후의 날이 온다면 나는 그 날이 올 때까지 악을 이룰 것을 맹세하리라. 필요악이 아니라 전혀 필요없는 악으로서 이 세상을 비웃어 주리라! 이 얼마나 경사스런 날인가! 나의 악의가 정당하단 걸 소울 소사이어티의 역사가 증명해주지 않느냐!

그렇게 마음 먹은 남자는 웃음을 사악한 표정으로 바꾸더니 숨겨진 서고를 나왔다. 이 날 일어난 사건은 남자에게 소소한 목적을 주었다. 딱 그 정도의 일이었다. 그는 그걸 다시 재확인했을 뿐이었다. 그것이 본성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안에 있는 욕망, 악의, 기학심[5] 이 모든 게 본인 안에서 허용되었다. 그는 어떤 계기나 비극으로 인해 악으로 물든 것이 아니었다. 순수한 본인의 의지로 타인을 학대하고 교만방자하게 행하게 되었다. 봉인된 소울 소사이어티의 과거를 보았다고 해서 그가 바뀐 것이 아니었다. 츠나야시로 토키나다라는 남자의 본질은 무엇 하나 감춰지지 않았다. 본질은 바뀌지 않은 채, 그저 『선택지』를 바꿨을 뿐이었다. 그가 만약 돌판을 보지 못했더라면, 그는 악랄하고 방만한 비행을 끝을 달리는 고위 귀족으로 인생을 마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목적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의 욕망을 최대한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을. 자신의 악의를 해방시키기 위한 놀이터를. 때문에 이 날을 기점으로 세상에는 하나의 변화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은 방대하면서도 천박한 악의가 지향성을 갖게 된 변화. 그리고 다시 시간은 흘렀다.

현세, 카라쿠라 마을

모든 것이 혼란의 늪에 묶여 버리기에는 짧고, 모든 것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버렸을 쯤. 한 사신이 그 악의의 중심에 그 몸을 던졌다.

귀족과는 거리가 먼 루콘가 출신의 사신. 하자민 우직하게 수련을 하여 수 많은 아수라장을 지나 호정 13대 중에서도 요직인 9번대 부대장이 된 남자가 소울 소사이어티 백만년의 질긴 인과에 발을 대딛으려 하고 있었다. 삼계 모두가 휘말릴 정도의 장대한 음모에 휘말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사신은 눈 앞에 나타난 역사의 유물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진짭니까 우라하라씨? 이게 그 전설의 『가름나의 황홀』사건 때의...?
네네, 괜찮죠? 그쪽이 흥미를 갖고 있다고 사도씨가 말씀하신게 기억나서요, 저도 최대한 손을 써봤습니다
근데 정말 손에 넣으실 줄이야......진품일까요?
얼굴에 큰 흉터가 있는 남자가 하얀색과 벽돌색이 섞인 일렉기타를 들고 말했다. 그와 대화를 하고 있는 모자 쓴 남자는 손에 든 지팡이 끝으로 기타를 가리키면서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레플리카의 레플리카를 레플리카로 만든 건데, 이게 오히려 한바퀴 돌아서 독특한 느낌을 살리는 거죠. 즉, 완벽한 정품의 복제품임다
결론은 레플리카라는거 아닙니까 그거?
그건 아마추어 같은 생각이죠!
예?
혼란스러워하는 남자에게 모자를 쓴 남자는 진지한 눈빛으로 무게를 잡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만큼 많은 장인이 원형을 바탕으로 튠업시켜왔단 겁니다. 몇 사람의 혼을 담아낸 거울 같이. 모방을 넘어선 모방, 때로는 오리지널을 초월하는 진짜를 탄생시키기도 한다는 거죠. 전설이 사람의 손을 거쳐 도착한 약속의 땅...같은 분위기가 스며나오죠?
그, 그렇군요......
보세요, 그 때 그 전설로부터 30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새 것처럼 반짝이는 이 광택! 뒷판에 새겨진 전설을 증명하는 이 흔적들을! 마치 어제 생긴 것 같이 생생함이 느껴지죠! 오리지널은 이렇게는 안되거든요! 지금 막 만들어냈기에 경험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적이 지금 여기에 있는 겁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그런 거 같은......
다시 기타를 뜯어보는 남자에게 모자를 쓴 남자는 이때다 싶어서 영업멘트를 마구 쏟아냈다.
어떤가요? 지금이라면 제가 딱 원가만 받는 셈치고 월급 3개월치로 해드릴 수 있어요
비싼데요!?
그럼요 제 핸드메이드인데. 그 정도 값은 하는 기능들이 있지요. 사실 이 기타 참백도의 칼집으로도 쓸 수 있어요
엄청 실용적이네요 이거? 아......그래도.......
이 남자의 이름은 히사기 슈헤이.
9번대 부대장이며 『정령정통신』의 편집장이다. 사신이기도 하며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히사기는 하나의 확실한 결말, 그리고 불길한 기운 한 가운데로 다가가고 있었지만, 본인은 아직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히사기는 잠시 고민한 끝에, 결의에 찬 눈으로 말했다.
할부......가능한가요?
그런 히사기를 멀리서 보고있던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남녀가 질렸다기 보단 불쌍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야, 쟤 또 사기당한다
VIP네...

카라쿠라 마을, 미츠미야

요 몇 년 간 소울 소사이어티에게 굉장히 중요한 곳이 된 카라쿠라 마을. 예전부터 중영지라는 건 알려져 있었지만, 아이젠 소스케도 예전부터 눈독들이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동네에서 일어난 바탕으로 시바 잇신이 한 인간 여자를 만나서 결국 소울 소사이어티의 역사를 바꾸는 아이를 낳게 되지만, 카라쿠라 마을은 그 이전부터 호로(블리치)가 자주 출몰해서 주요 경계지역이었다. 그것과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동네에는 다른 동네에는 없는 특이한 가게가 하나 있다. 의문의 구멍가게, 우라하라 상점이었다.

대체 언제부터 이 가게가 있었는지 정확히 알고있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으며 그저 마을의 풍경처럼 위화감 없이 녹아들어 있었다. 주로 가게를 보는 건 덩치가 산만한 한 남자 가족으로 보이는 아이들이고, 가끔 모자를 푹 눌러쓴 미스테리한 남자가 얼굴을 비추곤 한다. 인기있는 과자부터 아는 사람만 아는 마이너한 장난감 부록 과자, 아니면 정말 있는 브랜드인지 의심스러운 물건들까지 이것저것 진열해놓은 이 구멍가게는 구멍가게 매니아 중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숨은 명소같은 곳이었지만, 일반적으로는 카라쿠라 마을 사람들에게는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낡은 가게』로 인식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주 일부, 호로 사신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가게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곳은 위험한 영적 트러블이 생겼을 때 달려오는 도피성 같은 곳이자 평온한 일상에 적응한 정신을 다시 각성시켜주는 출발지 같은 곳이었다. 가게를 통해서 중영지에서 발생하는 영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카라쿠라 마을의 숨은 공신. 과거 소울 소사이어티 12번대 대장이자 근처 주민들에겐 그저 모자가 잘 어울리는 기묘한 구멍가게 점장. 그러나 그 실력을 아는 사람은 누구나 그를 이렇게 기억한다.
정령정 기술개발국 창설자이자 초대 국장 우라하라 키스케
뭐, 우라하라씨에 대한 소개는 이런 느낌으로 하려고 합니다
이야~히사기씨......그런 진지한 얼굴로 끝까지 읽어내는군요......
준비한 원고를 일부러 끝까지 낭독한 히사기 슈헤이에게 모자를 푹 눌러쓴 우라하라 키스케가 부채를 입에 갖다대면서 말했다.
네? 뭔가 잘못됐나요?
아뇨, 안된다고 하긴 뭐한데, 이거 굳이 말하자면 현세 사람들한테 소개하는 느낌 같지 않아요? 저 쪽 사람들은 카라쿠라 마을에 그렇게까지 관심있진 않은 거 같은데
아......언래 카라쿠라 마을에 대해서 다시 설명을 하려고 했었는데요, 우라하라씨가 소울 소사이어티에 있었던 과거 이야기를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를 몰라서......
히사기 슈헤이는 죄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히사기에게 우라하라는 몇 번이나 소울 소사이어티를 위기에서 구해낸 존재이자 호정 13대 대선배였기 때문에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였다. 백년 전의 사건도 부대장 입장에서 조사해봤으나 억울하게 소울 소사이어티에서 추방당한 몸이었기에.
아니아니, 왠지 엄청 신경쓰이게 만든 거 같아서 미안하네요
조금 문장이 길어서 잡지에 실을 때는 조금 컷하려고 생각 중 입니다
뭐, 그건 그거대로 좋아요. 아, 근데 『의문의 구멍가게』라는 부분은 재밌으니까 놔둬주세요. 『미스테리 마켓』이라고 같이 달아주시고. 그리고 제 이야기는 『미스테리한』이 아니라 『수상쩍은 남자』가 좋을 거 같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우라하라는 다시 원고를 보면서 히사기에게 말했다.
......『시바 잇신이 한 인간 여자를 만나서』라는 부분 말인데요, 여기도 좀 신경을 쓴 모양이군요
......네, 아무래도 그것도 어디까지 건드려도 되는지 몰라서. 뭐, 우라하라씨랑 직접 관계되는 부분은 아니니까 잘라도 상관없긴 합니다
쿠로사키 이치고의 아버지인 시바 잇신. 취재 도중 아내 쿠로사키 마사키 퀸시였다는 것을 알게 된 히사기는 그걸 함부로 올려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이런 표현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이치고 본인은 신경쓰지 않을 지 모르겠지만, 쿠로사키 이치고를 제삼자로 생각하고 있는 일부 귀족들이 알게 되면 이걸 핑계삼아 시비를 걸어올 가능성도 있었다. 전쟁은 끝났지만 『 퀸시』라는 존재는 사신들 사이에선 적으로 통하는 상태였다. 유하바하와의 결전에서 이치고에게 협력한 이시다 부자처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직 쿠로사키 이치고 모친 퀸시였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건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뭐, 그건 그렇고, 오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녹영충을 이용한 취재용 카메라를 꺼낸 히사기는 다시 우라하라에게 고개를 숙였다.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히사기에게 우라하라는 부채를 탁하고 접더니 품 속에서 종이뭉치를 꺼내 히사기에게 건냈다.
에이 알고 있다니까요, 히사기씨가 듣고 싶은 대답은 여기에 딱 정리해놨거든요
예!? 굳이 그렇게까지......
머뭇거리면서도 종이뭉치를 받아든 히사기는 첫 번째 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우라하라 상점 시그니쳐 스낵 '또롱또롱또롱군' 제작 비법! 우선 대량의 설탕과 소금을 똑같이 준비하고, 적정량을 벌꿀에 섞는다. 중요 포인트! 대량의 식물성 기름과 버터를 넣으면 풍미가 바뀐다! 눈에서 눈물이 또롱또롱또롱!』......
우와, 설마 그걸 소리내면서 읽을 줄이야......
우라하라 부채 끝을 입 가에 갖다대면서 쓱 몸을 비켰다. 히사기는 간신히 종이에 적힌 내용을 넘기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거 그냥 과자 레시피잖아요! 그것도 엄청나게 몸에 안 좋을 거 같고!
네, 건강이랑 맛 문제가 있어서 저희 가게에서는 좀처럼 선보일 수 없는 비장의 카드죠!
끝까지 그냥 선보이지 마세요!
히사기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했지만, 레시피는 그대로 자기 도구 주머니 속에 넣었다.
뭐, 취재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일단 받아두겠습니다
아, 정말요? 드리는 건 드리는 건데 맛은 본인이 안보는 편이 좋을껄요? 히라코씨라면 맛이 어떻든 간에 투덜대면서 말해줄테니까 그 편을 추천합니다
제발요 쫌, 히라코 대장님한테 깨지는 건 결국 저 잖아요......
히사기는 그렇게 말하면서 여기 오기 전에도 히라코 신지랑 비슷한 대화를 한 걸 떠올렸다.
아따, 키스케헌티 가는 거믄 히요리도 만나는 거 아녀? 거 만나면 내 몫까지 놀려주더라고
그러고보니, 사루가키씨는 이 주변에 살고 있나요?
히요리씨요? 요즘에는 근처 만물상점에서 알바를 하는 모양이던데요. 동네를 돌아다니면 영락은 보일꺼에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라고 말은 했으나 히라코에게 『내 몫까지 놀려주더라고』라는 말을 들었던게 전부인지라 특별히 시간을 내서 만나러 갈 이유는 없었다. 아니 잠깐, 우리가 모르는 시점에 대해 취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생각을 한 히사기에게 우라하라는 다시 부채를 펴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진지하게 말인데요, 이제와서 다시 전쟁에 대해서 해줄 말은 없어요
무슨 말씀이세요. 우라하라씨가 만든 호로 영자가 함유된 환약 덕분에 만해를 빼앗기지도 않았고, 저희가 영왕궁에 간 것도 우라하라씨 덕분이잖아요
네네, 그러니까 그 이상 드릴 말씀은 없어요. 저는 그냥 할 수 있을 때에 우연히 맞아 떨어지는 방책을 내놨을 뿐이다. 이게 다에요. 오히려 그 방책을 쓸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준 여러분에게 고마워해야죠
우라하라는 부채를 팔랑팔랑 부치면서 말했지만, 히사기는 알고 있었다. 『우연히 맞아 떨어지는 방책』을 우라하라라는 남자는 수천 수만개나 가지고 있다. 혹은 그 상황에 맞춰서 무수히 많은 묘수를 생각해낼 수 있거나. 그렇게 하려면 대체 얼만큼의 지혜와 지식, 그리고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걸까. 히사기가 아니더라도 우라하라 키스케라는 수수께끼 남자의 진수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마음 속에 품고 변화무쌍한 수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같은 비밀을 알고싶어 하는 사람은 많았다. 그렇지만 본인에게 물어봐도 대부분은 뺀질거리면서 빠져나가고, 그의 과거를 알고 있는 시호인 요루이치 쿠로츠치 마유리에게 이야기를 듣는 건 더 어려운 방법이지만.

역시 왠지 얼버무릴것 같은 느낌도 드는군. 우라하라 키스케에게 인터뷰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히라코 신지도 『그 자슥, 절대로 똑바루 취재에 대답한 타입 아니잖어』라고 말했지만, 실제 그의 행동이나 태도를 보자니 『얼버무릴 생각 100%』같은 아우라가 느껴졌다. 그건 언뜻 봐선 부드러운 태도처럼 보이지만, 『멍청하게 이 영역에 발을 들이지 마』같은 경고와도 같은 분위기도 느껴졌다. 그러나 여기서 그냥 물러나 버리면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힘의 일부를 봉인해 가면서까지 현세로 온 의미가 없다. 히사기는 작게 호흡을 가다듬고, 진지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우라하라씨. 아니......우라하라 전 기술개발국장님. 오늘 당신의 과거를 파헤치러 왔습니다
.........
그 말을 듣자 우라하라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지만 표정이 바뀌었다던지 하는 변화는 보이지 않았고, 잠깐 있다가 히죽 웃으면서 어깨를 움츠렸다.
그렇게 갑자기 무서운 얼굴 하지마세요 히사기끼. 창문 밖에서 훔쳐보는 진타가 울면 어쩌려고 그래요? 또 밤에 오줌싼다구요
그러자 곧바로 장문이 무서운 기세로 열리면서 중학생 정도 되보이는 눈매가 매서운 소년이 화를 내며 소리질렀다.
울지도 않고 오줌도 안싼다고 멍청한 점장아! 때려눕혀줄까
빨간 머리를 뒤로 넘긴 날카로운 얼굴의 소년, 하나카리 진타는 그대로 방으로 뛰어들어오려고 했지만, 목덜미에 꽉하고 두꺼운 팔이 들어가더니 공중에서 발버둥치도록 목을 끌어당겼다.
으아아아아 텟사이 너!
흠, 난폭한 말버릇은 안됩니다, 진타 도련님. 그것도 손님들 앞에서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버둥거리는 진타를 누르고 있던 건 덩치가 산만하고 안경을 쓴 남자였다. 뒤이어, 텟사이라고 불린 남자 등 뒤로 중학생 정도 되는 소녀가 빼꼼 얼굴을 내밀고는 붙잡혀 있던 진타의 발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우햐햐햐햐....우루루 너 이 자식 발을....쳐죽일꺼햐햐햐!?
여러모로 고통을 당하는 진타의 발을 자기 머리카락을 무기삼아 간지럽히는 우루루라는 소녀. 우루루는 계속 간지럽히면서 히사기쪽을 보고 꾸벅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진타가 키는 컸는데 머리가 나빠서요.....
아....아니, 신경쓰지마
우루루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고는 우라하라를 쳐다보았다.
키스케씨, 시장 다녀올께
네네, 부탁할게요. 오늘 들어오는건 슈퍼볼 500킬로니까 짐꾼으로 진타도 같이 데려가세요
상쾌하게 웃는 얼굴로 말하는 우라하라에게 진타는 항의하면서 말했다.
으으......뭐냐고 그건! 500킬로라니 말도 안되잖하하하하하!?
그러나 텟사이에게 목을 졸리면서 우루루에게 발을 간지럽혀진 채 실려가는 진타는 제대로 말도 못한 채 가게 밖으로 끌려갔다.
말도 안되는 거 같으면 그만큼 열심히 일해주세요! 화이팅입니다-
이런 소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사람들을 내보내는 우라하라를 보면서 히사기는 크게 한 숨을 쉬었다.
뭐랄까, 저 녀석들도 변했달까, 변하지 않았달까......제가 처음 봤을 때는 진타는 여자애를 괴롭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뭐 성장기였기도 하고, 원래 우루루가 세 살이나 많기도 하구요. 옛날에 『바퀴벌레 같은 머리카락』이라고 놀림받았던 탓인지 머리카락으로 간지럽히는게 복수 같은 걸까요?
저한테 물어보셔도...
히사기는 이야기를 피하려는 우라하라의 말을 들으면서 그 장단에 맞추기로 했다.
사신이건 인간이건 아이들의 마음은 잘 모르겠어서 말이죠
그리고 그 흐름대로 우라하라의 대답을 이끌어내려고 했다.
두 사람의 영락은......그 어느 쪽도 아닌 것 같습니다만
......유도심문치고는 좀 노골적이네요. 토센씨의 취재방침에 익숙해지면 그런 허를 찌르는 질문을 할 때 괴롭지 않나요?
결과적으로 히사기는 재빠른 공격으로 아픈 곳을 찔렸다. 확실히, 전 편집장이었던 토센이었다면 돌려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묻거나 아니면 전혀 파헤치지 않았을 것이다. 히사기도 신경은 쓰이지만 정말로 아이들의 정체를 알고 싶은 것도 아니고 별로 말하고 싶어하지 않아 하는 분위기를 느꼈다. 그렇지만 히사기 히사기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었다. 처음 말하기 꺼리는 듯한 이야기는 놔두고, 대신 이야기하기 쉬운 주제를 꺼낼 생각이었다. 상대방에 따라서 첫 단계에서부터 화를 내버리고 취재를 거부할 수 있는 배수진을 치는 작전이었으나 몇 번의 대화를 통해 히사기는 일반적인 대화로는 우라하라에게 정보를 빼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진심은 아니었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고 기자로서 각오를 다진 히사기에게 우라하라는 전부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이,
그래서? 히사기씨는 그 두 사람을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렇게 나왔다 이거로군...오히려 이 쪽을 떠보는 듯한 말투에 히사기는 곤혹스러운 듯 대답했다.
의혼환......아닌가요?
뭐, 의혼환 속에 있는 가짜 혼백은 기본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니까요. 사용자의 상황이나 명령에 대해서 조금 「학습」은 합니다만, 일단 한계는 있구요
......기본적이라면, 예외도 있다는 거네요
히사기]는 그 순간, 소울 소사이어티에 출몰한 사자 인형을 떠올리며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예를 들면, 개조혼백이라던가
어이쿠야, 의외로 날카롭네요 히사기씨......뭐 정답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아니 그러면......쿠로츠치 대장님의 네무씨 같은 존재라고 밖에는......
그러자 우라하라는 부채를 히사기의 입 앞에서 펼치며 말을 막았다.
어허, 그런 걸 말하면 쿠로츠치씨가 실험체로 잡아갈 수도 있어요? ......내용물은 네무하고 많이 다릅니다. 그걸 저 쪽도 알고 있으니까 쿠로츠치씨는 네무의 성장을 보고 '나는 우라하라 키스케를 뛰어 넘었다'라고 춤까지 추면서 제가 열받은 얼굴을 상상하지 않았을까요?
우라하라는 소리를 내면서 부채를 접고 고개를 저었다.
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요
왜요?
히사기의 질문에 우라하라는 장난끼 가득한 어린아이 같은 웃음을 지으며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말을 했다.
쿠로츠치씨 앞에서는 진심으로 열받은 적이 없으니까요♪

제6장 끝

===# 3권 #===
그래서 인간은 그 발걸음에 특별한 이름을 붙인 거야.
아이젠 소스케

우부기누 히코네는 자기에게 자아라는 것이 생긴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보통의 사신이나 인간 같이 갓난아기 시절의 기억이 없는 것과는 다른 의미였다. 히코네라는 혼백은 여러 존재의 파편이 몇 겹으로 이어져서 만들어진 일그러진 존재였다. 혼백 안에는 수 천 년 전의 호로부터 죽은 지 얼마 안된 퀸시, 현세에서 회수된 태아의 혼백까지 거의 모든 영혼들이 영왕의 파편』을 중심으로 뭉쳐있었다. 본래라면 바로 조각조각나서 형태를 잃어버려야 했지만 지금까지 츠나야시로 가문이 수집해온 영왕의 파편』에 의해 기적적으로 하나의 인격을 가진 혼백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그런 히코네 히코네라는 이름이 붙여지고 의식이 깨어난 순간은 기억하고 있지만, 본인의 자아는 그보다 훨씬 예전부터 있지 않았을까 하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니면 그건 정말 착각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히코네는 영자로 분해되기 전의 혼백을 그대로 재료로 사용하여 만들어진 존재였다. 원래 존재의 찌꺼기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다소 영향을 주고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수십, 수백개의 서로 다른 자신이 뒤얶인 감각. 그것은 집합체이기 때문에 허무함에 가깝다는 혼돈과 같은 것이었다. 자신 안에 떠오르고 사라지는 여러 감정. 한 영혼의 조각은 살육을 즐겨하고, 어떤 조각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며 부정한다. 어떤 영혼은 사악함이야 말로 인간의 본질이라고 호도하며 어떤 영혼은 선함이야 말로 인간의 형태라고 주장한다. 각각의이성과 기억 등이 멀리 사라져가고 있으나, 혼백에 새겨진 『정체성』의 차이가 뒤엉키면서 때로는 거부반응을 일으키면서 히코네의 영혼을 찢어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히코네라는 개체는 토키나다라는 존재가 내리는 명령에 안도감을 느낀다. 계속 방황하는 히코네에게 명확한 『올바름』을 제시하며 머릿속에서 뒤엉키는 혼백의 찌꺼기를 같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히코네가 자신의 의지로 생각하는 것은, 『좋은 왕이 되자』라는 것 뿐이었다.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준다던 토키나다를 위해, 백성에게 사랑받는 왕이 되자. 왕이 되기 위해서는 때로는 살육이나 폭력도 필요하다고 토키나다에게 배웠고 그것도 납득했지만 그 이외의 부분은 서서히 『히코네다움』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자기 자신의 운명을 갈라놓는 일이 되었지만. 토키나다에게 복종하는 지금의 히코네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였다.

지금은, 아직.

제19장
당신은 아직 별을 본 적이 없을 뿐이에요
토키나다의 본성을 알게 되었을 때, 그의 아내는 충격을 받지도, 실망하지도 않고 그저 작은 아이를 타이르는 듯이 말했다. 계산적이거나 상급귀족에게 아첨하는 거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순박하고 자애로운 목소리였다. 토키나다는 도저히 그걸 받아드릴 수 없었다. 마치 자기보다도 훨씬 높은 곳에 있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받는 입장으로 굴러 떨어진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분가의 말단이었던 츠나야시로 토키나다가 카쿄라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한 것은 본가로부터의 지시였다. 츠나야시로 가문이 우연히 발견한 어떤 소양을 혼백 깊숙이 숨긴 여자. 사신이 되기 위해 진앙영술원 입시를 보러왔을 때 츠나야시로 가문의 『감시자』들의 눈에 포착되었던 것이었다. 당시 츠나야시로 가문은 그 『소양』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여러 실험을 통해 착취한 끝에 『소양』이라 불리는 『파편』을 꺼냈다. 그리고 그들은 생각했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소양』을 가진 사람이 아이를 낳을 경우, 그 『소양』은 완전히 유전되면서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옅어질 것인가, 유전되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아이를 낳듯이 증가할 것인가. 『소양』을 츠나야시로 가문에 가져오는 것은 그들에겐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었지만 문제는 그 소양을 가진 여자가 그들이 빈민이라 멸시하고 루콘가 출신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츠나야시로 가문의 중진들은 분가 말단 서열에게 이 일을 맡겨 시험해보고자 했다. 같은 츠나야시로 가문 안에서도, 아니, 4대 귀족을 이끄는 존재이자 세상 모든 것을 신분으로 판단하는 츠나야시로 가문이기에 가문 안에서의 서열히 명확히 존재하고 있었다. 토키나다는 본가로부터의 지시대로 우연을 가장하여 그 여자에게 접근했다. 본가의 지시가 결혼까지 좌우하는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그것보다 토키나다는 무력한 이 여자가 행복의 절정에서 나락 저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순간의 표정을 보고싶었다. 그 어떤 것도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이 되었을 때, 너 따위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저 너는 츠나야시로 가문의 실험체로서 선정되었을 뿐이다라고 진실을 밝혀버린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토키나다는 그 순간을 상상하며 가련한 어린 양 같은 이 여자에게 기학적인 호기심을 느꼈다. 그리고 위선과 자신의 신분을 무기로 삼아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로잡았다, 라고 생각했다.

혼례를 올린 그 날 밤, 토키나다는 모든 것을 밝혔다.
지금 결혼을 파기하면 너 뿐만 아니라 너의 출신지인 루콘가의 주민들도 적당한 핑계로 처벌 당할 것이다. 네가 그토록 이야기하던 카나메라는 친구도 그냥 넘어가진 않을꺼다.
라고 말했다. 대체 얼마나 재미난 절망의 표정을 지을까 하고 토키나다는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쳐다봤지만, 그 소망은 곧장 배신당했다. 카쿄라는 이름의 여자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알고 난 뒤에 토키나다와 결혼을 했노라고 말했다. 아니면, 거절을 하는 즉시 고향에 남겨진 친구까지 화가 미치리라고 추측했을 수도 있다. 이제 와서 그녀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이유던 토키나다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는 사고방식이었다.

토키나다가 망설임과 초조함을 느끼고 있을 때, 그녀는 사신으로서의 힘도 기르기 시작했다. 장래 석관 진입은 문제없다고 회자될 정도였고 토키나다 진앙영술원 동기였던 우키타케 쿄라쿠도 그녀의 실력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모든 걸 빼앗긴다. 나라는 존재가 침식당한다. 토키나다는 이런 초조함마저 느꼈지만, 본가는 카쿄를 죽이는 것도, 연을 끊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본가에게 있어서 카쿄는 귀중한 실험체이자 토키나다는 그 해석을 위해 준비된 실험도구에 지나지 않았기에.

하지만 토키나다에게 있어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츠나야시로 가문의 계획을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있었다. 겉으로는 친하게 지내고 있던 평민 출신 사신이었다. 카쿄와도 친구로 지내고 있었는데, 어쩌면 그녀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츠나야시로 가문에서 카쿄를 구해내려고 했던 그는 토키나다를 야심한 밤에 불러내어 진실을 캐물었다.
토키나다는 망설임 없이 진실을 말했다. 자신이 카쿄를 털 끝만큼도 사랑하지 않는 것을 포함해서. 가문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고, 아내를 사랑하는 척하는 건 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토키나다의 본성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친구라고 생각한 사람이 그저 인간 말종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남자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보고싶었다. 그리고 토키나다의 바람대로 그는 절망한 듯한 얼굴을 하고, 『벗으로서, 네놈을 베겠다.』 고 말했다.

토키나다는 미소를 띄우며 참백도를 빼들었다. 둘의 실력은 백중지세인지라 누가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맞부딪히는 칼날이, 수 차례 오갔을까. 둘 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토키나다가 밤 중에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는 것을 걱정이라도 한걸까. 남편을 찾아 밖으로 나온 카쿄가 칼부림을 하는 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 나타난 것이었다. 카쿄는 서로를 죽이려는 두 사람을 갈라선 채 서로의 검을 막으려고 하였다. 그 순간, 토키나다는 자기에게 등을 보인 순간을 노려 카쿄의 몸을 그대로 상대에게 밀쳐냈다. 부상당한 상태였던 사신은 피할 겨를도 없이 카쿄와 함께 뒤엉키며 비틀거렸다.
그리고, 토키나다는 망설임 없이 카쿄의 몸과 함께 그대로 사신을 베어버렸다.

토키나다는 흥분해있었다.
엷게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살아남은 것에 대한 기쁨이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고는 하나 위선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아내에게 절망을 선사했다.
자, 울어나, 분노하라, 절망하라.
마지막으로 그 목숨을 불태우려거든 네녀석이 가지고 있는 『청충』을 나에게 겨눠봐라. 스스로의 무름을 저주하면서 나에게 살의를 드러내라! 죽어가는 벌레를 다시 짓밟는 아이 같은 눈으로 죽어가는 카쿄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죽어가면서도 엷게 웃으며 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눈으로 마지막 말을 짜냈다.
죄송합니다......
저는......당신의 구름을 지워드리지 못했네요......
그대로 카쿄는 눈을 감았다.

두 구의 시체를 앞에 선 토키나다는 잠시 멍하게 서있다가 후들후들 몸을 떨었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구하려고 한 아내를 죽인 후회가 아니라 순수한 분노를 느꼈다.
네년은......마지막까지, 마지막까지 나를 내려다보고 동정하는 것이냐!
......내가 별을 본 적이 없다고?
내 구름을 지워주지 못했다고?
바보같은 소리, 바보같은 소리하지 마라 카쿄!
나는 처음부터 구름 위에 서 있었다! 아니, 내가 바로 구름이다!
틀린 건 너다!
별이, 이 세상이 아름답다니......착각도 아주 유분수지!
어둠 속에서 앞다투어 빛나려고 하는 별들의 가혹함에 대해 어째서 깨닫지 못하는가?
올바르다면 그걸로 됐다소 생각한 결과가 고작 이 꼴이더냐!
아내가 아니라 이미 숨이 끊어진 친구의 몸을 발로 차며 소리치던 토키나다는 어깨를 크게 흔들며 호흡을 가다듬고 얼굴에서 분노의 표정을 지웠다.
유감이구나, 카쿄
네게에는 이 세상의 부조리함을 더 확실하게 알려주고 싶었다
평화를 사랑하는 너의 마음은 아주 올바르지만, 소용없는 소원임을 알려주고 싶었다
너를 사악함으로 물들이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 때는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 주었을 것을
......아아, 그런 뜻에선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구나
다시 엷은 웃음을 띄우는 토키나다의 말이 카쿄의 귀에 들렸을지......카쿄가 숨을 거둔 지금, 그 대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곧이어 츠나야시로 가문에서 사람이 찾아와 토키나다를 본가로 데려갔다.
루콘가 출신 빈민의 남편이라는 사실이 참을 수 없었을 뿐입니다
토키나다는 가문의 힐문에 대해 깨끗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본가의 사람들은 토키나다에게 『무능』하다고 낙인을 찍으면서도 떨떠름하게 그것을 납득했다. 그들도 귀족으로서 빈민을 아내로 들이는 것은 굴욕이라고 판단하는 부류였던 것이었다. 토키나다는 가문의 사람들에게 한 가지 거짓말을 했다. 아주 큰 거짓말을.

그에게 있어서 루콘가 출신 사람들을 상대하는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4대귀족이든 평민이든, 심지어는 자기 부모이든 모두 하나같이 인생을 즐기기 위한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다. 하급귀족도 중급귀족도 모두 빈민이라 취급하는 급의 집안에,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에서 자랐지만, 그런 일족 중에서도 손에 꼽는 악랄함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내가 벗이었던 남자와 부정을 저지르고, 그 현장을 목격했다
분노한 남자가 카쿄를 베어 죽였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반격했다
집안에서 죄인이 나오는 걸 원치 않았던 츠나야시로 가문이 뒤를 봐주고, 토키나다는 아주 태연작약하게 대답했다. 4대귀족인 츠나야시로 가문의 사람이 그렇게 대답하자 재판조차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약간 상황이 달랐다. 그의 기만행각을 파헤지고 작은 증거를 들이대는 남자가 나타났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증거나 증언은 간단히 묵살될 터였으나, 그 남자가 발언력이 있는 상급귀족의 차남이라는 사실이 토키나다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쿄라쿠 슌스이

슌스이가 없었더라면 츠나야시로 토키나다는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궁전 앞
『공중누각』 아래에 도착한 쿄라쿠는 우선 그 거대함에 다시 한 번 가늘게 떴다.
곤란하구만. 아무리 장소가 규곡이라고는 해도 이런 걸 아무도 모르게 건설하다니, 4대귀족님은 막나가시는구만
사람을 고용해서 건설했다고는 보기 어렵군. 하늘에 떠있는 건 영왕궁과 같은 원리인거 같고
저건 은닉기술 아니었나.....?
요루이치의 분석에 쿄라쿠는 질린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거대한 공중누각의 바로 아래에 있는 궁전을 바라봤다. 공중누각에 비하면 상식적인 크기의 건물이었지만 그래도 정령정 1번대 대사보다도 큰 사이즈인 건물을 보며 쿄라쿠는 조용히 영압을 가다듬었다. 그 궁전 안에서 익숙한 영압이 느껴졌다.
숨을 생각도 없다, 이건가. 맞이할 준비는 충분히 되었다는 뜻이겠구만
쿄라쿠는 그대로 자기가 선두에 서며 문 안으로 진입했다. 그러던 중, 슬쩍 켄파치 쪽을 보며 말했다.
미안하구만 자라키 대장. 결국 활극처럼 될 거 같긴 하지만, 처음에는 나한테 이야기를 하게 해주지 않겠나?
아아? 어쨌던 베어버리는 거면 대화 따위 시간낭비잖아
그렇기는 한데, 순서라는게 필요하단 말이지. 갑가지 이쪽에서 베어버리겠다고 달려들면 그거야 말로 반역이야. 경우에 따라서는 소울 소사이어티 전체를 적으로 돌리게 될 수 있어
그러자 켄파치가 흉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뻔한 소리 하지 말라고. 내가 그런 쓰잘데기 없는 걸 신경쓰지 않는 걸 아니까 여기에 부른거잖아. 소울 소사이어티가 적이라고? 아주 훌륭하구만. 아무 문제없어
그래도 말이야, 당신에게 대장 하오리를 입힌 것도 4대귀족님을 상대할 생각으로 한거야. 같은 4대귀족이라도 요루이치를 상대하는 거라면 이렇게까지 신경쓰지는 않지만 말이야.
신경쓰여지는 건 좀 그렇지만, 그 정도로 똑부러지게 말하는 것도 좀 그렇네
놀리는 듯한 말투로 요루이치는 계속해서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뱌쿠야 소년이 없는게 아쉽군. 토키나다 놈을 당당하게 벨 기회가 있으면 녀석에게도 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
뭐, 면전에다 대고 녀석의 아내......히사나를 모욕했었어. 뱌쿠야 소년은 겉으로는 냉정하지만 속으로는 끓어오르고 있었을 지도 모르지
......그 담력은 감사하네. 거기서 칼을 뽑았으면 그거야 말로 내전으로 이어졌을거야
그 때를 상상하며 쿄라쿠는 작게 한 숨을 쉬었다. 쿠치키 뱌쿠야는 지금 정령정에 없다. 쿠로사키 이치고가 현세에서 휘말린 문제에 대해 조사 명목으로 10번대 히츠가야와 함께 현세로 나가있었다. 어쨋던 이 자리에 부를 생각은 없었지만, 쿠로사키 이치고에게 일어난 문제도 토키나다의 책략이라면 호정대의 전력이 분산된 꼴이 된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그들은 중앙 정원의 중심에 도착했다. 궁전의 상층부, 노대에 서있는 듯한 모습으로 나타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늦었구나, 쿄라쿠
......토키나다
이런, 반말인가? 그럼 호정 13대의 총대장이 아니라 과거 영술원에서 함께 지낸 옛 친구로서 나를 보러 온 거라고 봐야 하는가?
......그렇네
도발하는 듯한 토키나다의 질문에 쿄라쿠는 마음 속을 보이지 않는 쓴 웃음을 지었다.
오랜 벗으로서 자네를 말리러 왔네만
슌스이는 이미 참백도를 뽑아들고 있었다. 이세 가문의 팔경검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두번째 검이 있었던 탓에 『화천광골』은 보기 드문 이도일대의 참백도로 알려져 있었다. 기습에 대비하면서 쿄라쿠는 하늘에 떠있는 『공중누각』을 슬쩍 보고 물어보았다.
일단은 좀 물어볼까? 저런 걸 현세에 전송시켜서 대체 뭘 하려던 겐가?
아아, 그 정도는 눈치를 채는가. 뻔한 거지. 나의 거짓말을 폭로해서 재판을 열어준 것만큼의 가치는 있어
결국 제대로 죄를 묻지도 못한 시점에서 내 패배야......후회하고 있다네
그 분풀이로 어중이 떠중이들을 데리고 혁명 흉내라도 내려고 온건가? 이런이런, 변한 게 없구만. 사려깊은 것처럼 꾸미면서 감정에 휘둘리는 부분은 예전 그대로야. 쿠치키 루키아를 구하기 위해 46실을 거역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4대귀족......아니, 소울 소사이어티의 역사 그 자체를 거역하려고 하니 말이야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는 토키나다에게, 쿄라쿠는 고개를 저었다.
역사를 거역한다? 곤란하구만, 뭘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해석이 되나?
츠나야시로 가문은 역사를 담당하는 상징이다. 츠나야시로 가문의 일거수 일투족이 세상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즉, 그 당주인 나에게 거역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대역죄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건 자네가 이어가려는 역사에 따라서지. 요루이치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네는 정령정 뿐만 아니라 현세와 웨코문도도 지배하려고 한다지 뭔가? 이제와서 그런 걸 해서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겐가?
그러자 토키나다는 쓱, 웃음기를 거두고 대답했다.
지금의 삼계에는......경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경의?
그래. 현세의 인간들이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밤을 지내고 새벽의 빛을 받을 수 있던건 대체 누구 덕분인가? 웨코문드에 끊임없이 영자의 모래가 떨어지고 있는 건 누구의 덕분인가?
토키나다는 주먹에 힘을 넣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얼마 전 전쟁도 마찬가지다. 쿠로사키 이치고의 공적을 알고 있는 건 소울 소사이어티의 사신들 뿐이다. 숫자만 따지면 훨씬 많은 현세의 인간 놈들은 자기들의 세계가 붕괴할 뻔한 사실조차 모르지. 이런게 용납되어도 좋단 말인가?
그러자 네리엘이 입을 뗐다.
이치고의 일은 알지도 못하면 말하지도 마. 이치고는 그런 걸 신경 쓸 사람이 아니야
이런, 아란칼 아가씨. 본인이 신경을 쓰지 않으면 그걸로 괜찮다는 말인가? 앞으로도 현세의 인간들이 자기들이 『살려지고 있다』라는 은혜를 모른 채로 태평하게 하루하루에 쫓기며 사소한 역경에 푸념을 쏟아내고 타락한 채로 매일을 살아가는게 올바르다고 말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는건 당신 자유야. 하지만 이기적인 논리로 말하는데 이치고를 이용하지마
이런 대화를 보고 있던 릴토토가 옆에 있던 그림죠에게 물었다.
야, 저 아란칼 쿠로사키 이치고 여자친구 같은 거야?
뭐? 그럴 리가 없잖아. 쿠로사키의 짝은 더 얼뜨기 같은 인간 여자다
그림죠의 머릿 속에 떠오른 것은 과거 이치고가 목숨걸고 웨코문드까지 구하러 온 여자였다. 자기 팔을 고쳐준 소녀를 떠올리는 그림죠를 내버려두고 릴토토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군, 그 자식, 꽤나 바람둥이잖아

19장 끝.

3. 발매 현황

||<-2><table align=center><table width=720><table bordercolor=#010101><table bgcolor=#ffffff,#2d2f34><table color=#010101,#010101><width=33.33%> 01권 ||<-2><width=33.33%> 02권 ||<-2><width=33.33%> 03권 ||
파일:Bleach_Cant_Fear_Your_Own_World_Volume_1.png 파일:Bleach_Cant_Fear_Your_Own_World_Volume_2.png 파일:Bleach_Cant_Fear_Your_Own_World_Volume_3.png
파일:일본 국기.svg 2017년 08월 04일 파일:일본 국기.svg 2018년 11월 02일 파일:일본 국기.svg 2018년 12월 04일

4. 특징

4.1. 후기

"그러고 보니 히사기는 주인공이란 느낌이 있네..."
나리타 선생님이 "히사기를 주인공으로 글을 쓰고 싶다" 라고 말씀하셨을 때 발견한 사실입니다.

의연하게 있는데 주변에서 자꾸 건드리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동경하는 사람에겐 자신을 바라봐 주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호의를 받기도 하고,
울보였는데 히어로한테 도움받아서 같은 길을 꿈꾸고,
스승을 만나 스스로의 약함에 맞서서 강해져 가며,
이윽고 길이 엇갈린 스승을 막기 위해 대치한다.

히사기가 그런 캐릭터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나리타 선생의 제안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그걸 '주인공 답다'라고 인식했습니다.

본작은 'BLEACH 최후의 노벨라이즈'라는 위치의 작품이고, 나리타 선생님의 평소와 같은 높은 독해력과 평소 이상의 열의로 지지받은 장대한 작품입니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이만큼 많은 캐릭터를 언급하고 나눠 써가는 수완은, 자신의 작품 안에서도 수많은 캐릭터의 매력을 나누어 써온 나리타 선생님의 재능과, 아무튼 독자를 즐겁게 하고 싶다라는 극한의 서비스 정신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입니다.

본편에서 결국 출현이 없었던 히사기와 히라코의 만해도 나리타 선생님 덕분에 활약할 수 있어서 기뻐하고 있을 겁니다.

히사기!!! 잘됐구나!!! 너 활약했다고―!!!


쿠보 타이토

"앞으로 1년 혹은 2년으로 BLEACH의 연재를 끝낼 예정입니다."

쿠보 타이토 씨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온 것은 언제적 일이었을까요.
그 얘기를 들은 저의 반응은 무척이나 짧았습니다.
"하하하, 농담도 잘하셔라."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______
BLEACH가 정말로 종막의 때를 맞이했습니다.

편집부에 물어보자, 쿠보 씨로부터 "앞으로 1년 안에 연재를 끝내겠다." 라는 정식 통보를 받아, 하나의 시대가 끝난다는 숙연한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15년의 이야기의 피날레를 장식하고 싶다는 뜨거운 마음으로부터 '라스트 노벨라이즈'의 기획이 세워지게 되어, 그러한 중요한 기획에 마츠바라 씨와 제가 요청받은 것은 정말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와 마츠바라 씨는 소설 협의를 위해 쿠보 씨를 직접 만났을 때, "그건! 그 부분은 어떻게 되어있는 겁니까!", "그 캐릭터의 과거는!" 이라고 BLEACH의 세계에 남겨진 수수께끼에 대해 잇따라 질문했습니다만______ 쿠보 씨의 입에서 나온 답을 듣고, 저는 그 매력적인 여러가지 설정에 매우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 어째서, 영왕과 귀족들의 과거를, 세계의 뒷편을 본편에서 그리지 않으셨던 겁니까?"
그렇게 물어보자 "이것은 이치고와 사신들이 만들어내는 싸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어긋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라는 납득할 수 밖에 없는 명확한 답변을 받았습니다.
과거가 어떻든, 이치고와 사신들은 자신들의 영혼을 관철하기 위해서 싸워나간 겁니다. 거기에서 초점이 어긋난 이야기로 이행해버리면, 이미 그건 BLEACH 본편으로써 그릴 이야기가 아닐테죠.
하지만, 굳이 본편에서 그려지지 않은 부분이라고 할지라도, 너무나도 매력적인 여러가지 설정을 듣고, 저는 무의식 중에 물어보고 있었습니다.
"그럼, 그 여러가지 설정의 일부를 제 소설에서 파헤치는 형태여도 괜찮겠습니까?" 라고, 그리고 "넌 뭘 듣고 있었던 거냐" 라며 혼나도 어쩔 수가 없는 질문을 말이죠.
하지만, 쿠보 씨는 화내기는 커녕, 더욱 깊은 설정까지 이야기 해주시고,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많은 어드바이스를 남겨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치고 이외에, 가능하면 사신들 중에서 4대 귀족 필두의 악의와 싸우는 것은 누가 어울릴까에 대한 이야기를 해나간 결과, 히사기 슈헤이가 주인공으로 선정된 것입니다.


쿠보 씨는 저의 플롯을 처음 보셨을 때, "그런데 여기까지 그려버리면, 독자분들로부터 이야기의 뒷편을 상상할 즐거움을 빼앗아 버리는 게 아닐까?" 라며 BLEACH 팬 여러분을 깊이 생각하셨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네,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독자분들로부터 상상할 여지를 빼앗아서라도, [사신들이 어떠한 과거 위에 서서 걸어나가고 있는 것인가]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쓰게 해주십시오." 라고 무리한 부탁을 드려서 집필을 하게 되었습니다.
즉, 모든 것은 저의 억지입니다.
이 억지를 허용해주신 쿠보 씨에겐 감사의 말밖에 없습니다.
독자분들 중에서 "잘도 쓸데없는 짓을! 히라코나 히사기의 만해를, 영왕의 비밀을 상상하는 즐거움을 빼앗았구나!" 라고 화내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변명할 여지조차 없습니다.
거기에 대해선 그저 사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의 필력으로는 세 권의 소설로 BLEACH의 광대한 세계를 다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혹시, 스님이나 토키나다로부터 '전해 듣는' 형태로 그려낸 과거에 대해, 거기에 더 뒷편이 있을지 없을지를 포함해서 상상의 날개를 넓혀, BLEACH의 세계의 바람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으시다면_____ 스핀오프 작가로써, 원작의 팬으로써, 이만한 행복은 없습니다.

1권부터 총 1200 페이지를 넘는 이야기에 마지막까지 함께해주셔서 점말로 감사합니다!


참고로, 마츠바라 씨와 저는 ' 우라하라 키스케 시호인 요루이치의 만남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쿠보 씨로부터 직접 답변을 들었습니다만______ 이건 다 듣고나서 동시에 저희 두 명 모두 즉시 말했습니다.

"그건 쿠보 씨가 언젠가 스스로 만화로 그리셔야 합니다. 라기보다 그건 만화로 읽고 싶어!"

매력적인 캐릭터와 세계에 숨겨진 이야기.
그것이 다시 무언가의 형태로 그려질 날이 올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만_____저도 한 명의 팬으로써 BEACH의 이야기가 앞으로도 넓어져 가는 것을 바랍니다.

여기까지 함께해주신 독자 여러분, 제가 수개월 간 입원을 해버려서 여러가지로 폐를 끼쳐버린 로쿠고 씨를 포함한 편집부의 여러분, 또 하나의 라스트 노벨라이즈로써 저로는 그려내지 못하는 측면을 훌륭하게 그려내주신 마츠바라 마코토 씨.
그리고, 이 멋진 세계를 저희 앞에 그려 넓혀주신 쿠보 씨와 BLEACH 라는 작품 그 자체에____
감사했습니다!


2018년 10월 BLEACH Brave Souls를 플레이하며
나리타 료고

4.2. 끝내 미회수된 떡밥

5. 평가

파일:상세 내용 아이콘.svg   자세한 내용은 Can't Fear Your Own World/평가 문서
번 문단을
부분을
참고하십시오.


[1] WE DO knot ALWAYS LOVE YOU가 정발되어 이 소설도 기대하는 팬들이 있었지만 출판사에서 앞서 발매된 블리치 소설들의 판매량이 저조하여 출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 [2] 한 명의 왕과 다섯 공작, 즉 영왕과 5대 귀족을 말함 [3] 마음 가짐이라는 뜻의 일본식 한자어 [4] 세로보다 위력은 낮으나 속도는 훨씬 빠른 공격. 영압을 뭉쳐서 공격하는 기술이다. [5] 남을 학대하는 것을 즐김 [6] 쌍어리가 이도일대인 이유에 대해 영왕의 오른팔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단서가 제공되긴 했지만 만해는 끝까지 불명이다. 다만 옥이명명편에서 지옥측 주요 인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기에 일단은 여기 미회수 떡밥 중 키스케의 과거와 함께 어떻게든 반드시 언급될 이야기이다. [7] 이쪽은 시해조차 공개 안됐다. 다만 소설에서 단서는 주어졌는데 참백도보다 백타로 싸우는 게 더 강해서 안 쓴다고 한다. 참백도을 아예 갖고 다니지도 않을 정도면 시해, 만해 둘 다 전투에 정말 안 맞는 모양이다. [8] 작가의 팬클럽 질문에도 올라왔는데 대답이 "여기선 대답하지 않겠습니다"였다. 의도적으로 남겨둔 떡밥으로 보인다. [9] 유하바하가 죽은 탓에 결국 이유를 알 수 없게 됐다고 언급된다. 아란칼들에 대한 본보기 겸 반덴라이히의 첨병으로 개조하려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서술되긴 했으나 결국 불명이라고 못박았다. [10] 다만, 그녀는 지배자가 아닐지라도 유하바하한테는 방해될 존재일 수도 있다. 어쩌면 유하바하는 아이젠이 투옥된 이후 웨코문드의 다음 지배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고 그녀가 지배자가 아닐지라도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다. [11] 시호인 가의 가주였던 요루이치와 붕옥을 만들 정도의 천재인 우라하라가 어린 시절부터 아는 사이였다는 점에 대해 많은 팬들이 주목했는데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 부분은 소설 후기에서도 언급되듯이, 쿠보로부터 두 사람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마츠바라와 나리타가 동시에 "이건 반드시 만화로 그리셔야 합니다, 꼭 만화로 보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하며 소설에 싣는 걸 거절했다고 한다. "감춰진 설정과 이야기"라고 언급된만큼 작가가 의도적으로 숨겼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는 그리겠다는 확답이 없기 때문에 천년혈전 편 애니 옥이명명 편에서 풀릴 가능성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12] 끝까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맥거핀으로 남았다. 인간에게 힘을 양도하는 것은 중죄이기 때문에 긴죠에게 힘을 양도한 사신도 사형당했거나 유폐되었을 확률이 높다는 추측이 있다. [13] 쿠보는 팬클럽 Q&A에서 긴죠가 사신대행이 된 경위는 비밀이라고 답했다. # [14] 이 가문의 시조가 태초의 세계에 난 '구멍'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구멍이 현재의 지옥이라고 한다. 자세한 사항은 영왕 문서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