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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타이거 (2021) The White Ti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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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범죄, 드라마 |
원작 | 아라빈드 아디가 - 화이트 타이거(The White Tiger) |
감독 | 라민 바흐러니 |
각본 | 라민 바흐러니 |
제작 |
무쿨 데오라 라민 바흐러니 |
출연 | 아다르시 고우라브, 라자쿠마르 라오, 프리양카 초프라 조나스 외 |
촬영 | 파올로 카르네라 |
음악 |
대니 밴시 선더 줄리아스 |
편집 |
팀 스트리트 오 라만 바흐러니 |
배급사 | 넷플릭스 |
개봉일 |
2021년 1월 13일 2021년 1월 22일(전 세계) |
국내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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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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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예고편 |
인도의 사회 하층민 청년인 발람이 사회 상류층으로 올라가는 과정을 그렸다.
기존의 발리우드 영화와는 결이 많이 다른 작품이다. 춤추고 흥겨운 장면은 한 번도 나오지 않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한다.[4] 빈부격차와 계급사회가 만연한 인도의 현실을 투영한 작품이다.
2.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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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람 (아르다시 구라브)
그게 바로 너다. 넌 '화이트 타이거'야.
왜 아버지는 저를 한 마리 짐승처럼 키웠을까요?
영화의 주인공. 어린 시절부터 영특한 모습을 보였으며 이에 장학사로부터 한 세대에 하나씩만 태어나는 화이트 타이거라는 칭찬을 들었다. 하지만 신분의 한계 때문에 학교를 더 다니지 못하고[5] 집안에서 석탄을 깨는 일을 맡다가 신분 상승을 위해 마을의 지주인 황새의 운전기사가 된다. 황새와 몽구스가 거슬리긴 해도 아쇽과 핑키가 자신에게 살갑게 대해줬고, 그들을 가족이라 생각해 충직한 운전기사의 삶으로 만족하려 했으나, 고위층의 위선과 형처럼 여겼던 아쇽과 관계가 점점 틀어지면서 아무리 충직하게 이들을 섬겨도 결국 이들에게는 소모품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쇽을 살해한 뒤, 그가 운반하던 막대한 뇌물을 훔쳐 택시 사업을 시작하고 몇 년 뒤, 황새 가족 뺨치는 부자가 된다. 여러 고난을 거치고 마음의 문을 닫아 택시 회사 직원들에게 상냥하게 대하되 직원은 직원이고 나는 나라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준다.
범죄로 돈을 훔쳐 성공하긴 했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능력이 출중한 인물로, 학교를 조기에 중퇴했음에도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해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고, 운전 또한 매우 빠르게 익히며, 이를 토대로 쌓은 경험을 고스란히 사업에 잘 녹여내어 큰 성공을 거둔다. 황새 가족의 운전기사로 일할 때도 선배 운전기사의 약점을 캐치해내어 해고시켜 버리고, 아쇽과 몽구스가 자신을 해고하려 하는 낌새를 귀신같이 눈치채는 등 대단히 머리회전이 빠르다. 말 그대로 화이트 타이거라는 별명이 잘 들어맞는 인물.
다만 출중한 능력과는 별개로 범죄자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우선 살인이라는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으며, 그 피해자인 아쇽이 상류층으로서 위선적인 면모가 없지는 않아도 처음에는 나름 발람을 동등하게 대하려 노력했고, 현실의 벽에 부딫혀 타락해가며 발람에게도 점점 날카로워지기는 했어도, 죽어야 할 정도의 죄를 지은 것은 아니었다. 또한 가족을 내팽개치고 도주하여 목숨을 위험하게 한 것도 문제인데, 할머니 입장에서 보면 발람은 분명 운전기사로 취직하여 부자로 만들어주겠다고 해놓고 자신을 착취한다느니 하며 돈을 보내주지 않은, 약속도 지키지 않고 가족도 버린 불효막심한 인간에 불과하다. 나름의 사정은 있었다고 한들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제3자, 그리고 피해자들 입장에서 보면 범죄자이자 악인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총명했던 발람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한 인도 내의 양극화와 극심한 차별에 대한 비판이다. 즉 아무리 총명하고 재능이 있어도 카스트(신분)-자티(직업)-가난에 따른 차별이 발람을 괴물로 만들고 범죄를 저질러야 성공할 수밖에 없는 시궁창스러운 현실의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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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쇽 (라지쿠마르 야다브)
락스만가르의 지주 황새의 막내 아들로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 때문에 미국식 문화에 익숙하며, 후진적인 인도 문화에 깊은 문제 의식을 갖고 있으며 가족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발람을 안쓰럽게 여겨 따뜻하게 대해준다. 하지만 문화적 차이 때문에 가족과 갈등을 빚고, 가업인 석탄 사업 대신 미국 IT 기업으로부터 아웃소싱을 받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지만, 가족의 반대로 현실의 벽에 부딪히다가 자신과 비슷한 이유로 황새 가족에게 정이 떨어진 아내 핑키가 발람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떠나버리자 발람에게 분노하게 되고, 이를 기점으로 발람에게도 매우 차갑게 대하며, 점점 뒤틀린 성격으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이후 황새 가족과 대립하던 정치인 '위대한 사회주의자'가 서민층의 적극적인 투표로 당선되자 발람을 위시로 한 서민층에 적대감을 느끼게 되고, 이를 계기로 완전한 인도 상류층으로 살기로 마음을 굳혔고,[6] 갈등이 계속되던 발람도 해고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낌새를 챈 발람이 그가 운반하던 막대한 뇌물을 노리고 비가 세차게 쏟아지던 날, 그를 살해하여 허망한 최후를 맞는다.
교육받은 상류층의 위선을 상징하는 인물이지만 원래부터 위선자라기보다는 선인이자 이상주의자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가치관이 변해가는 캐릭터에 더 가깝다. 때문에 발람에게 살해당한 것 또한 저지른 것에 비해 지나치게 큰 대가를 치렀다는 평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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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키 (
프리양카 초프라)
아쇽의 여자친구. 12살 때 미국으로 이민간 인도계 미국인이다. 낮은 카스트 출신으로[7] 미국에서 개고생한 끝에[8] 대학을 졸업하고 성공했기 때문에 아쇽보다도 진보적인 사고를 가졌다. 이 때문에 구시대적인 가치관을 가진 황새 가족과도 사이가 나쁘며, 발람에게는 살갑게 굴면서도 황새 가족에게 적극적으로 항변하는 모습을 보고 발람이 그걸 보고 자유민으로서의 삶에 눈을 뜨도록 만든다.[9]
하지만 진보적인 사고와는 별개로 카스트의 폐해를 자세히 몰라 계속 가족을 더 중시하라면서 발람의 속을 마구 긁어대고 자신이 음주운전을 하다 천민 소녀를 치어 죽인 사건에 발람이 대신 덤터기를 쓰는 것을 방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10] 다만 본인도 이 사건에 대해서는 발람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 목격자가 없어 사건이 종결 되었다는 소식을 발람에게 바로 전해주었고 발람이 긴장이 풀려 울음을 터뜨리자 황새가 드라마 찍냐고 비아냥대며 발람을 발로 걷어차는 모습을 보이자 황새 가족에게 완전히 정이 떨어지고, 자신이 미국에서 성공했어도 인도에서는 한낱 천민 여자로만 본다는 한계를 깨닫고 밤중에 발람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떠나버린다. 그래도 아쇽에게는 정이 남아서 미국으로 오라는 전화를 하지만, 아쇽이 거부하면서 영영 헤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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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11]
락스만가르의 지주. 자신의 땅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수입 3분의 1을 뜯고, 하인들도 비인간적으로 부려먹는 전형적인 악덕 지주이다.[12][13] 물론 주민들의 수입만 뜯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석탄 사업을 해 큰 돈을 벌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해당 지역에서 그의 석탄 사업을 묵인해주는 대가로 거물 정치인인 위대한 사회주의자에게 막대한 뇌물을 뜯기는 등, 착취당하는 입장에도 있는 인물.
발람에게는 그의 아버지가 죽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원수이면서도 동시에 신분 상승의 기회를 제공하는 고용주라는 이중적인 입장의 인물이고, 아쇽에게도 구시대적 사고에만 갇혀 그가 꿈을 위해 나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와 같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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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구스
황새의 맏아들. 몽구스는 별명이고 본명은 무케시다.[14] 발람이 어릴 때 이미 성인이었으며 발람이 성장한 시점에는 장년 정도이다. 성격이 매우 더러워 지역 주민들은 황새보다도 몽구스를 더 두려워했으며 주민들에게 돈을 뜯을 때 행동 대장과 같은 역할을 맡는다. 발람이 성장한 시점엔 황새는 직접 지역에 나오지 않고 몽구스가 대신 돈을 뜯었기에 더더욱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당연히 발람이 황새의 기사가 되었을 때도 계속 발람을 괴롭힌다. 하지만 돈 계산을 할 때만큼은 칼 같은 성격이라서 봉급을 떼먹는 일은 없으며, 딴소리 안 나오도록 봉급을 주면서 미리 세고 가도록 하는 의외의 면모도 보인다. 하지만 역시나 그 성격 때문에 발람은 정든 아쇽을 죽이는 대신 몽구스를 죽일 걸 그랬다며 후회하는 등, 천성은 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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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숨
발람의 할머니로 발람 가족의 최연장자이자 최고 권력자. 발람을 비롯해 온 가족의 진로를 본인의 뜻에 따라 통제하며 그들이 일해서 벌어 들이는 수입으로 먹고 산다.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어린 나이에 중노동을 시키다 선을 보지도 않고 신부, 신랑을 갑자기 데려와 강제로 아이를 만들게 해 가족들이 영원히 마을 밖을 떠나지 못 하도록 발목을 잡는다. 발람 입장에서는 본인과 가족들을 닭장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황새와 함께 착취자의 입장에 있는 인물. 근시안적이기도 해서 발람이 부잣집 운전기사로 취직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 테니 면허를 따게 300루피만 투자해달라 하자 지금 버는 돈벌이만 생각하며 분노했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기존의 체제에 순응하여 자식들을 착취하고, 악습이 되풀이되는 인도 사회의 병폐, 기성세대의 무능함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즉 관객들이 '어째서 저런 부조리한 착취 구조가 아직까지 유지될 수 있는지' 이해하게 돕는 가해자가 된 피해자. 감독은 이 인물의 갱생이나 화해를 다루는 게 아니라 단절과 사망을 선택함으로서[15] 이들의 계몽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후술할 '다람'으로 대표되는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걸어야 함을 주장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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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샨
발람의 형. 발람이 학교 장학관의 추천을 받아 델리로 갈 꿈에 부풀어 있을 때 할머니의 명령을 전해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하도록 한 장본인이다. 다만 할머니의 명령이어서 어쩔 수 없었고[16] 장성한 후에도 할머니의 요구로 발람에게 돈을 받으러 오기는 하지만 발람의 말을 곧잘 들어주고 사이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발람과는 달리 할머니의 명령에 순종하며 이미 아내와 아이까지 얻어 닭장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몸이 되었고 발람 역시 그런 형을 안타까워 한다. 결국 발람이 아쇽을 죽이고 돈을 훔쳐 튀었기에 가족과 함께 황새의 보복으로 살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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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
발람의 조카. 발람의 할머니에게는 증손자가 되며 발람의 누나 중 한 명으로 보이는 라투의 넷째 아들이라고 한다. 발람이 돈을 보내지 않아 할머니가 특단의 조치로 편지와 함께 다람을 보내 발람과 똑같이 운전을 배워 운전기사로 취직시키라고 한다. 하지만 본심은 발람과 비슷하게 가족의 착취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17] 발람이 아쇽을 죽이고 돈을 훔쳐 튄 후 가족에게 애착을 갖지 않고 삼촌 밑에서 적극적으로 교육을 받게 된다.
작중 행적을 보면 알 수 있듯 구세대의 굴레를 상징하는 할머니와 반대로 시스템의 붕괴와 극복을 소원하는 젊은 세대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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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사회주의자
라자스탄 지역의 거물 여성 정치인으로, 발람이 어렸을 때부터 그녀의 이름이 적힌 포스터를 보면서 존경을 품으며 자라왔을 정도다. 사회주의 성향 때문에 서민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나 반대로 지주인 황새 가족을 착취하는 착취자의 입장에 서있는 이중적인 인물. 황새 가족에게 돈을 많이 뜯으려 하며 황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선거에서 당선되자 400만 루피의 거금을 뜯는 이중적인 면모도 있다. 다만 사회주의자 특성상 황새 가족과 같은 부자, 특히 지주들에겐 매우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는 있다.[18] 직접적으로 황새 가족에 큰 타격을 주고 타협할 수 없어서 다른 정치인들을 매수하려고 했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처음 달라는 돈을 주는 편이 싸게 먹히고 가족의 목숨을 잃을 일도 없었다. 발람에게는 간접적으로 신분상승의 기회를 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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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람의 아버지
작중 초반에 등장하는 인물로 발람에게 매우 인자하고 자상한 아버지였다. 그러나 황새의 착취에 시달려 중노동 끝에 결핵에 걸려 사망했으며, 발람에겐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다.[19] 성격은 발람과 비슷했는지 할머니는 발람에게 "아버지를 닮아 버릇이 없다."는 평을 했으며, 후반부에 발람의 환상에 나타나 아쇽에게서 돈을 빼앗아 튈 동기를 제공하였다.
3. 줄거리
이야기는 주인공 발람 할와이가 2007년 인도를 방문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에게 보낼 이메일을 쓰면서 시작된다. 발람은 인도 벵갈루루에서 가장 잘나가는 택시 회사 '화이트 타이거 드라이버스'의 사장이다. 수많은 택시 밴과 직원들이 그의 밑에서 일하고 있다. 발람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이메일로 써내려가며 내레이션도 모두 그가 원자바오에게 전하는 말로 이루어진다.
발람은 어린 시절 인도의 작고 가난한 시골 마을 락스만가르[20]에서 살았다. 발람의 가족은 10명이 넘는 대가족으로 마을에서 찻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릭샤 운전사인 아버지나 형 키샨 등 가족들이 번 돈은 전부 할머니 쿠숨에게 들어간다.[21]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발람은 다른 아이들보다 총명했다. 학교를 시찰하러 온 장학사는 발람의 영특함에 감탄하며 그를 한 세대에 한 마리만 태어난다는 화이트 타이거라며 칭찬하고, 델리에서 공부할 수 있게 장학금을 받을 기회를 마련해 준다.
그러나 아버지가 마을의 대지주인 '황새'[22]에게 진 빚을 갚지 못하고 죽게 된다. 사인은 과로로 인한 폐렴의 악화. 그러자 할머니는 발람에게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먼저 일을 하던 형을 따라 찻집에서 일을 시킨다.[23] 발람과 그의 가족의 자티인 차이왈라( 짜이를 파는 직업군) 자체도 낮은 축에 속하는데 그 안에서도 계급이 나뉘어 있다. 발람은 결국 차이왈라 중에서도 가장 낮은 자리인 석탄 깨는 일을 맡는다. 그렇게 발람은 소년 시절부터 청년이 될 때까지도 찻집에서 석탄을 깨야 했다.
하지만 발람은 찻집에서 손님들의 대화를 엿들으면서 신분 상승의 기회를 엿봤고, 어느날 손님들의 대화에서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황새의 둘째 아들인 '아쇽'의 소식을 듣는다. 아쇽은 아버지인 황새를 설득해 도시로 나가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했었고, 그를 보좌할 운전기사가 필요했다. 이에 발람은 할머니에게 돈을 빌려 운전 강습을 들으려 한다. 할머니는 기사 일 하면서 버는 돈을 전부 보낼 것을 조건으로 300루피[24]를 빌려준다. 발람은 옆동네 단바드로 가서 시크교 운전강사의 푸념[25]을 들으며 운전 실력을 기른다.
어느 정도 실력을 기른 발람은 곧장 황새의 저택으로 찾아가 기사로 받아줄 것을 간청한다. 발람이 락스만가르 출신임을 밝히자 황새는 호기심에 그를 불러들이는데, 여기서 발람은 무릎을 꿇고 온갖 아부해서 비위를 맞춘 사탕발림을 해서 그의 눈에 드는데 성공한다.[26] 덕분에 발람은 내친 김에 운전 테스트까지 보게 되는데, 황새와 아쇽, 그리고 아쇽의 형이자 지독한 성격의 소유자인 몽구스[27]가 같이 탑승한다. 몽구스는 매우 더러운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발람은 이미 찻집에서 엿들었던 정보를 통해 그의 성향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적당히 비위를 맞춰준다. 그 덕분에 발람은 매달 2,000루피[28]를 받는 조건으로 고용된다.[29]
면접 당일에는 돌려 보내졌지만 발람은 몽구스가 락스만가르의 수하에게 전화를 거는 걸 보고 채용되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인도의 주인들은 하인과 그 가족이 어디 사는지, 인질로 잡을 가족이 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하고, 가족이 많아 쉽게 도망치지 못하는 사람만 고용하기 때문이다.[30]
그렇게 황새의 저택으로 운전기사로 들어왔지만 막상 발람은 첫 번째 운전기사에 밀려 두 번째 운전기사로 운전대도 잡지 못한 채 잡일만 계속한다.[31] 발람은 어쩔 수 없이 잡일이나 하며 지낸다. 하루는 가족회의 도중 황새의 다리 마사지를 해주다가 아쇽이 말해준 인터넷이라는 걸 주워 듣고선 그날 밤 읍내의 인터넷 카페를 찾아가 구경하며 직접 그 개념을 이해하기도 한다.[32]
이러던 중, 황새의 가족은 정부 소유 탄광을 거저 운영하며 얻는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인을 매수해야 했는데, 당선 가능성이 낮던 여자 정치인과 뇌물의 액수를 두고 갈등을 빚게 된다. 이 여자 정치인은 낮은 카스트 출신으로, 인도 서민의 꿈을 상징하며 별명이 '위대한 사회주의자'일 정도로 사회주의자에 진보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돈을 밝히며 거액을 요구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인다.[33][34] 요구 금액은 무려 200만 루피.[35] 심지어 황새 가족이 너무 당황해서 즉각 대답하지 못하자, 먼지를 털고 있던 발람을 직접 부르더니 '당신 주인들이 나한테 돈 조금 주겠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라며 망신을 주기도 한다. 발람이 눈치를 보며 대답을 못하는 사이 몽구스가 끼어들어 빨리 꺼지라고 한 마디 했다가 여자 정치인은 오히려 몽구스에게 화를 내고는, 마시던 차를 테이블에 뱉어버리며 금액을 250만 루피로 올리고 떠나버린다.[36]
자신들보다 하위 카스트인 정치인에게 엄청난 모욕을 당하고 뇌물 액수까지 오히려 늘어버리자, 황새 가족은 차라리 인도 정치의 수도인 델리에 직접 가서 반대 정파의 거물 정치인을 매수하기로 결정한다. 이는 발람에게도 간절히 꿈 꾸던 대도시로 나가는 순간이었는데, 문제는 아쇽의 첫 번째 운전기사였다.[37] 발람은 그래서 첫 번째 운전기사를 유심히 지켜본다. 하루는 그가 꼭두새벽에 일어나 요리를 하고 낮에는 식사를 거르는 것[38], 항상 힌두교 신상에 기도하지만 기도 방식이 좀 다른 것[39]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미행하여 그가 모스크를 가고, 라마단을 지키는 무슬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발람은 이 사실을 황새에게 알려 첫 번째 운전기사를 해고시키고 자기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 기사가 가족을 이야기하며 애원하지만 발람과 황새 가족은 냉정하게 무시해 버린다.[40][41][42]
이렇게 아쇽의 1번 운전기사가 된 발람은 아쇽 부부의 델리행에 함께 해 델리에 머무르게 되고,[43] 뇌물을 전해주느라 바쁜 아쇽을 보필한다. 아쇽은 미국 유학을 받은 엘리트이고 부인 핑키는 12살에 미국 뉴욕으로 이민 간 인도계 미국인인 미국 시민권자이다. 진보적인 교육을 받은 엘리트인 만큼 개방적이고 현대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었고 황새의 집안 사람들이 발람을 노예처럼 부리고 신체적 폭력도 거리낌없이 행사하는 것을 매우 혐오하며 발람에게 우호적으로 대하고 인격적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새로 도착한 델리에서 황새와 몽구스 등과 떨어져서 지낸 기간은 발람에게는 상당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발람은 이들의 아파트에서 같이 지내지는 못했지만[44] 또래인 이 셋은 매우 가까워진다. 특히 아쇽과 발람은 같이 운동도 하고 게임도 하고 술도 마시며 돈독해 진다. 하지만 이 부부는 점차 인도 사회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아쇽은 미국 유학생활을 하며 자유주의적인 서구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듯했지만 그러면서도 인도 지배계급으로서의 선민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점차 인도의 고질적 문제인 카스트와 차별에 동화된다.[45]
원래 천한 카스트 계급이었으나 12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후 대학에 진학하며 신분 상승을 한 핑키는 발람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계속 말해 준다.[46] 그래서 이들과 같이 지내며 발람은 처음으로 상위 카스트로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발람은 이때부터 주기적으로 몸을 깨끗이 씻고 양치도 하고 옷도 사고 하며 조금씩 말끔해져 간다.[47] 하지만 대도시인 델리의 물가 때문에 소득을 대부분 써버리게 되며 고향에 돈을 부치지 못하게 된다.
이러던 중 핑키가 아쇽과 함께 락스만가르 근처의 친척을 만나러 가게 되어 발람도 고향에 가게 된다. 여전히 가난하고 구질구질한, 정도 가지 않는 고향과 가족들을 만난 발람은 할머니에게 왜 돈을 보내지 않냐고 타박을 받으며 옛날에는 좋아했던 닭고기도 거부한다.[48] 할머니는 올해 안에 결혼을 하라고 하고 아내도 정해놨다고 한다. 발람은 본 적도 없는 상대와 결혼하기 싫다고 하지만,[49] 할머니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형은 이미 결혼해서 아이도 있었고 할머니에게 동화된 모습을 보인다. 발람의 표현대로라면 닭장에 갇혀 버린 셈. 발람은 형에게 그러다 아버지처럼 죽을 거라고 소리친다. 한편 몽구스도 미국 문화에 익숙해진 아쇽을 타박하거나 핑키를 무시해서 둘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그리고 돌아오며 발람은 아쇽에게 벵갈루루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듣는다. 발람은 지금이라도 떠나서 사업을 시작하자고 하지만 아쇽은 사업계획서를 더 잘 준비하고 시작하겠다며 거절한다.[50][51]
그러던 중 핑키의 생일이 되자, 술을 마시고 취한 핑키는 자신이 발람을 위해 운전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웠고 아쇽 역시 취해서 그녀를 말리지 않는다. 그러다 핑키가 한 소녀를 길에서 치어죽인다. 그리고 이들은 뒷수습 없이 바로 뺑소니를 친다.
죽은 여자에 대해 정보가 없어 신고라도 들어오면 어떻게 하나 자수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던 핑키와 아쇽에게 발람은 죽은 소녀의 옷차림 등을 볼 때 하위 카스트, 그것도 불가촉천민이며, 이들은 경찰서 근처에도 가지 못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52] 미국식으로 경찰이 조사할 거라 생각하고 절망한 '주인'들에게 인도 사회에서 낮은 카스트의 약자들의 현실을 알려주며 안심시킨 발람은 자신은 최고의 하인이라며 자부하며 잠든다.
하지만 다음날, 황새와 몽구스가 가문의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타나서 발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 자백서를 꾸며내고 이에 서명을 하도록 강요한다. 거기에 가족들에게 돈을 주고 허락을 받았다는 말을 하기까지 한다. 언제나 하인으로서 본분을 다하며 충성했던, 가족들을 위해 계속 돈을 벌어다 주던 발람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모습이 압권. 발람을 도와주는 척 했던 아쇽과 핑키는 양심의 가책을 보이지만 결국 발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을 말리지 않는다. 항상 착한 하인으로, 착한 가족으로 순종하고자 했던 발람은 배신감을 느끼고 처음으로 불만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목격자도 없고, 천민인 피해자들은 발람의 말대로 신고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이 사고는 없던 일이 되었다. 안도하며 흐느끼는 발람을 황새가 짐승 대하듯이 걷어차 버리고, 몽구스는 나중에 네가 무슨 수틀리는 짓을 하기만 하면 감옥에 처넣어 버릴 거라면서 그 자백서를 따로 챙긴다. 핑키는 이런 가족의 모습에 완전히 질리게 된다. 발람을 비롯한 하층민을 인격으로 대우하지도 않고, 미국에서 학위까지 땄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하는 자신 또한 무시하는 황새네 집안에 정이 떨어진 핑키는 자기 혼자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리고 그날 밤 핑키는 발람을 찾아가 공항까지 태워달라고 부탁한다. 의아하지만 거절할 이유도 없기에 공항까지 태워준 발람은 핑키에게 자신이 떠난다는 사실을 묵인할 것을 요구하는 목적이 담긴 돈 봉투를 받는다. 다음 날 오전 핑키가 떠난 것을 알게 된 아쇽은 발람을 몰아세우며 폭언하며 결국 신체적 폭력까지 행사하기에 이른다. 아쇽도 그동안 발람을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결국에는 지배계층의 위선과 선민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멱살을 잡혀 당황한 발람이 아쇽을 밀쳐서 떼어내는데, 그러자 가족들이 너를 감옥에 처넣었어야 한다는 폭언을 한다.
이후 아쇽은 핑키를 잃은 충격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폐인처럼 지내고 발람은 그를 보필하기 위해 식사도 챙기고 하며 최선을 다한다. 아쇽도 발람의 노력에 다시 마음을 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이때 발람은 잠깐이지만 아쇽과 자신이 마치 형제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아쇽의 친형제 몽구스가 돌아오고, 그동안 발람의 노력은 온데간데 없어진 듯 몽구스와는 화기애애하면서도 자신이 가져다주는 음식은 내던져버리는 아쇽의 모습을 보며 이 생각은 산산히 깨진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발람은 핑키가 주었던 돈 봉투를 꺼내서 확인해본다. 금액은 애매하게 9,300루피로 발람의 4.5달치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1만 루피를 줘야겠다고 생각했으면 맞춰서 줬어야지 왜 모자라게 줬냐며 화를 낸다.[53] 이전에 자신에게 자백서에 서명을 강요한 일까지 떠올리며 왜 최소 10배, 100배를 요구를 하지 않았는지, 자백서에 서명하면서 어떤 조건도 요구하지 않았는지 하인으로 길들여져서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이날 이후 발람은 아쇽과 지배층의 위선을 깨닫고, 착취 대상에 지나지 않는 자신의 처지를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되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현실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이미 때가 묻은 운전기사 동료들[54]의 조언을 받아 자동차 수리 청구서 등을 거짓으로 꾸며내 이를 빌미로 돈을 빼돌리거나, 자동차 연료를 몰래 빼돌려 팔고, 아쇽의 차로 불법 택시 영업을 하는 등 돈을 횡령하면서 조금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게 된다. 여기에 발람의 고향 가족들은 계속 돈을 보낼 것을 독촉하는 동시에[55] 결혼을 강요한다.
이 와중에 아쇽은 결국 발람의 횡령을 알게 되고, 발람이 몰래 택시 영업을 하고 돌아온 날 지하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쇽은 발람이 사는 비참한 방을 보고 약간은 동정심을 느낀 듯 발람의 횡령을 눈감아주고 같이 술을 마시지만, 점차 발람을 해고할 결심을 한다. 발람도 이런 아쇽의 마음을 느끼고, 그가 정치인들에게 줄 돈가방을 슬쩍 훔쳐보고 자기가 수십 년을 일해도 벌지 못할 금액을 보며 고뇌를 한다.[56] 발람이 힘들어 하자 아쇽은 발람에게 휴가를 주고 고향에 다녀오라고 하고 선심 쓰듯 돈을 쥐어 준다. 하지만 정치인들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쥐어주면서도 정작 발람에게 준 돈은 고향으로 가는 편도 차비에 불과했다. 가서 돌아오지 말라는 것. 발람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대신 빈민들이 모여있는 더러운 길거리를 걷다가 쭈그려앉아 똥을 싸는 남자 앞에서 같이 쭈그려앉은 채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는다.
한편 황새 가족의 사업은 점차 위기에 처한다. 아쇽은 수상에게 직접 뇌물을 준 뒤 후진국인 인도의 실상에 개탄하지만, 점차 그가 혐오하던 인도인 상류층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예전엔 친구처럼 격의 없이 대하던 발람을 하대하고 욕설까지 하기 시작한다.[57] 특히 하루는 몽구스와 아쇽이 같이 차를 타고 가던 중 운전하던 발람이 장애를 가진 거지를 보고 측은히 여겨 잔돈을 적선하자 몽구스는 물론 아쇽까지 격분하여 발람의 행동을 탓한다. 피고용인, 하인인 발람 따위가 자신들이 주는 급여에서 감히 자비를 베푸는 게 아니꼬왔던 것. 숙소에서 이들은 발람의 해고를 논의하는데, 발람은 이들의 입술을 읽는다.
아쇽에게도 큰 위기가 찾아온다. 락스만가르에서 만났던 '위대한 사회주의자'가 예상을 깨고 선거에서 대승하면서 그녀를 피해 델리까지 와서 반대 정파에게 뇌물을 준 노력이 전부 허사가 된 것. 그녀는 아쇽의 차에 타서 과거 처음 요구했던 금액의 2배인 400만 루피를 요구하고, 언제까지 가져오라고 시간과 장소까지 지정해 준다.
쇠파이프를 바닥에 내려치며 분풀이를 하고 숙소로 내려온 발람은 자기 방에 웬 아이가 있는 것을 본다. 아이는 당신이 발람이냐고 묻고 할머니가 보냈다며 편지를 준다. 편지에는 발람에게 다시 돈을 보내라고 강요하며, 돈을 보내지 않으면 황새 가족에게 그동안의 일을 말해 버린다고 협박하고, 운전을 가르쳐 돈벌이를 시키라고 조카(이름은 다람. 스스로 소개하기로는 라투(발람의 여자 가족)의 넷째 아들이라고 한다. 발람이 집안 찻집에서 일할 때 잠깐 등장했었다.)도 보냈다는 내용이었다.[58] 또 발람이 결혼을 계속 거절하고 고향에 오지 않으니, 다음에는 신부를 버스에 태워 보내겠다고 한다. 편지를 다 읽은 발람은 화가 나서 조카의 따귀를 때리고 숙소에서 나온다.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누그러진 발람은 조카와 같이 식사도 하며 조카를 아쇽에게 보여주자, 아쇽은 휴가를 하루 준다. 하지만 이 휴가는 아쇽이 새로운 기사를 면접 보려는 것이었다. 자신의 대체재가 면접 보는 것을 지켜 본 발람은 배신감을 느낀다.[59] 그리고 발람은 조카를 데리고 동물원에 갔다가 철창 안에 갇힌 백호를 보고 혼절하며, 이 모습은 화장터에서 아버지의 시체가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기절했던 어린 시절의 발람과 오버랩된다. 발람은 사람은 아름다운 것을 볼 때 노예를 그만둔다는 시의 구절을 떠올리며 이를 계기로 각성하고, 자유민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아쇽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재활용 쓰레기장에 가서 술병을 깨트려 흉기를 만들고 도주를 위해 역에 가서 기차 시간표를 본다. D-DAY는 아쇽이 쉐라톤 호텔에서 '위대한 사회주의자' 쪽 사람을 만나 뇌물 400만 루피를 전달하는 날이었다.[60] 마침 이 날은 비가 세차게 와서 어둡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사건 당일까지도 발람은 아쇽에게 아직 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망설였다. 하지만 아쇽은 덤덤하게 발람에게 자신이 이제 인도 상류층이 된 것을 보여준다. 아직 아쇽에게만큼은 마음이 남은 핑키에게 미국으로 올 것이냐는 전화를 받았는데, 자기는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인도인으로 살 것이라고, 여기가 나의 나라고 이게 내 삶이라고 한 것.[61] 발람은 이를 듣고 완전히 결심을 굳힌다.
발람은 자동차 바퀴에 문제가 생겼다는 핑계를 대며 외딴 곳에 차를 세운 후 아쇽을 차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한 뒤, "새 걸로 갈아 끼우려면 진작에 그랬어야지!"라고 일갈하며(=날 자를 거면 진작 잘랐어야지) 미리 준비한 깨진 병으로 아쇽의 목을 수차례 찔러 살해하고 뇌물 400만 루피가 든 가방을 들고 도망친다. 기차역으로 온 발람은 극도의 긴장감으로 승강장에서 초조하게 열차를 기다리며, 혹시 자신을 잡으러 경찰이 오지 않을지 주위를 둘러보다 조카 또래의 아이를 보고 고민하다가 결국 숙소에서 자고 있던 조카를 깨워서 같이 데리고 간다.
여러 번 기차를 갈아타고 도착한 어느 숙소에서 발람은 4주 동안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른 발람은 아쇽이 죽기 전 항상 말하던 스타트업들이 모이는 혁신 도시인 벵갈루루를 떠올리고 사업을 하기 위해 벵갈루루로 간다. 삐까번쩍한 회사 건물들 앞에 줄지어선 택시들을 본 발람은 바로 사업 아이템을 떠올리고, 우선 아쇽이 그랬던 것처럼 경찰서장에게 뇌물을 쥐어줘 면허가 만료되고도 운전 일을 하는 택시 기사들을 모조리 잡아넣게 함으로써 경쟁자들을 치워버린 후 아쇽의 이름을 빌려[62] 아쇽 샤르마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택시 사업에 뛰어든다.[63]
발람은 택시의 서비스를 높이고,[64] 자신이 고용한 택시 기사들을 가족이 아닌 직원이라 부르며 종교 같은 기사들의 사생활엔 일절 관여하지 않을 뿐더러[65] 정식으로 계약서를 써서 제대로 된 대우를 해준다.[66] 이들이 낸 교통사고도 전부 자신이 책임지며, 사망한 사람의 유족에게는 큰 돈을 위로금으로 주는 한편[67] 사망한 사람의 형을 택시 기사로 고용해 유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등 책임 있는 기업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초중반에 나온 천민 출신의 위선적인 여자 정치인과는 다르게 자신의 아픈 과거를 잊지 않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주는 발람의 성장과 각성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현실에도 개구리 올챙이 어릴적 생각 안 하고 출세했다고 행패 부리던 사람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뜻깊은 명장면.[68]
그렇게 발람은 아쇽이 못했던 성공한 CEO가 되고, 회사의 온갖 자산을 제외하고 계좌에 있는 현금으로만 그때 챙긴 400만 루피의 15배가 넘는 돈을 쌓아 거부가 되었다.[69] 그 와중에 신문을 보던 발람은 북인도 지역에서 일가족 17명이 살해되었다는 기사를 본다. 아마도 도망친 발람을 찾지 못한 황새 가족이 발람의 가족들을 보복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발람은 자신의 꿈을 짓밟고 착취만 하고, 심지어 자신을 팔아넘기려던 것도 모자라 그런 일이 있음에도 뻔뻔하게 어린 조카까지 동원해 돈을 뜯으려던 가족들에게 오만 정이 떨어져 슬퍼하는 기색은 없었다.[70][71][72] 한편 그와 같이 간 조카는 사업을 하는 삼촌을 따라다니며 삼촌의 지원을 받아 학업에 매진한다. 발람은 가족 생각이 나지 않느냐고 조카를 떠보지만 조카 역시 가족들과 함께 지내던 이전 생활에 딱히 정 붙이진 않았는지 대답 대신 우유와 아이스크림 더 먹어도 되냐고 말을 돌린다.[73] 이런 조카에 대해 똑똑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는 발람.[74]
그는 '단 하루라도 자유민으로 사는 것은 노예로 100년을 사는 것보다 행복하다'고 하고, 원자바오 총리와 회동하며 새로운 아시아인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외친다.[75] 그리고 발람이 운영하는 택시 회사 화이트 타이거 드라이버스에서 수십 명의 직원들과 함께 자신은 드디어 성공해 닭장을 탈출했다고 자랑스레 말한 후 유유히 화면 밖을 벗어나고 그 뒤를 직원들이 따라가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4. 기타
인도의 빈곤층 문제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영화로 극심한 가족주의와 카스트 제도, 그리고 교육의 양극화 등 발리우드로 대표했던 밝게 느껴지던 인도의 이미지의 정반대를 표현했고, 부패한 인도 사회에서 빈곤층에 있는 사람이 상류층으로 올라가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범죄와 정치라는 어두운 현실을 보여준다.일각에서는 부정부패를 선택한 주인공마저도 대기업이나 총리 같은 높은 자리보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잘나가는 중소 사업체 하나 차리는 것으로 끝났으니, 100년에 한 번 태어나는 인물이라 해도 잘해봐야 보통 사람처럼 사는 정도라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작중 발람의 회사는 지역 택시업계 1위에 등극할 정도로 잘나가고 있으며 발람 본인 스스로 지금 현금으로만 아쇽에게서 강탈한 돈의 15배를 모았다고 언급할 정도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76] 이는 아무리 낮게 봐줘도 평범한 사람 수준은 아득히 넘은, 선진국에서조차 상류층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현실에서도 꼭 대기업 총수가 될 것 없이 수십 명 정도 되는 강소기업 사장만 되어도[77] 굉장한 갑부에 속하는데 발람은 그 기준을 명백히 충족한 사람이다.[78] 게다가 벵갈루루는 인구만 1200만이 넘고 인도 내에서도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꼽힌 곳이니, 오히려 단시간에 이 정도 성공을 이룬 발람이 주인공 보정을 제대로 받은 것이다. 또한 감독은 발람의 조카인 다람을 등장시키면서 이러한 변혁이 1세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언젠가 부조리한 현 체제를 뒤바꿀 것이라는 암시도 남겨두었다.[79]
영화의 핵심인 화이트 타이거는 돌연변이에 해당한다. 화이트 타이거라는 상징적인 동물에 대해서 감독은 관람객이 자신의 주관에 따라서 판단하게끔 해석의 방향을 한정하지 않았고, 이런 성향은 화이트 타이거라는 상징적인 존재만이 아니라 영화의 대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작중에서 델리에 온 아쇽 부부와 발람이 머무르는 곳으로 등장한 곳은 구르가온에 위치한 M3M Golfestate다. 실제로도 인도 기준으로는 꽤나 호화로운 고급 아파트긴 하나, 위치가 구르가온 중심가에서 살짝 벗어난 Sector 65라서 한국으로 치면 분당이나 수지구에 해당하는 곳이다.[80] 실제 한국인 주재원들이 많이 사는 크레스트보다는 인기가 낮은 편.
[1]
본 영화의 주인공인 어린 시절의 발람이 부친의 장례를 치르면서 한 대사이다.
[2]
맨부커상 수상작이다.
[3]
라민 바흐러니 감독의
라스트 홈도 미국 내의 빈부격차를 나타낸 실화 기반 영화이다.
[4]
감독 자체가 발리우드 출신이 아닌 이란계 미국인으로 미국 인디 영화 감독이다. 발리우드보다 기존 라민 바흐러니 색채가 강하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사실 화이트 타이거는 바흐러니 영화 중에서는 소원성취적인 요소가 많아 상당히 대중적인 편이다. 비교적 대중화된 편인 라스트 홈도 아귀 다툼하는 내용이고, 초기작은 특히나 미국에 이민 온 사람들이 별 희망 없이 하루하루 밑바닥을 전전하는 내용이라 화이트 타이거보다 어둡다.
[5]
아버지가 황새한테 줄 수입을 마련하지 못해 발람까지 노동에 나서야만 했다.
[6]
발람이 핑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달라는 연락을 했다고 전하자 "내 고향을 두고 어딜 가라는 거냐."며 냉정하게 쳐냈다.
[7]
아이러니하게도 핑키 역의
프리양카 초프라는 상위 카스트인 크샤트리아 출신이다.
[8]
부모님이 잡화점을 운영했는데 야동까지 팔았으며, 밤중에 강도한테 총기로 위협을 당했음에도 먹고 살 길이 없어 계속 그 자리에서 일을 했고, 자신은 지하실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9]
황새 가족에게 당당히 따지는 핑키를 보고 발람은 '왜 핑키 마님은 저렇게 공격적이실까?' 하면서도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10]
어떻게 보면 이중적인 면모라고 보이기도 한다. 미국인이지만 정작 자기가 불리할 때는 인도인의 방법으로 벗어났고, 애시당초 대놓고 술을 마시며 운전하는 짓거리는 타인의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한 행동이고 미국에서 했으면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처벌을 받았을 일인데 황새 가족의 며느리라는 빽을 무의식적으로 믿고 저지른 일로 봐야 맞다.
[11]
황새는 이름이 아니고 별명으로, 본명은 작중 나오지 않는다.
[12]
핑키가 음주운전을 해 아이를 차로 치어 죽인 것을 발람이 한 것이라는 허위 계약서를 만들어 강제로 사인하게 하고, 목격자가 없어 발람의 누명이 벗겨져 발람이 안심하고 울음을 터뜨리자 드라마 찍냐며 발로 찼다.
[13]
사실 이는 단순히 인성이 나빠서만은 아니고, 이것이 하인을 다루는 일종의 스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발람을 처음에는 인간적으로 대했던 아쇽은 결국 발람에게 살해당했음을 생각하면 결과적으로는 황새의 말이 맞았던 것이 된 셈.
[14]
발람에 의하면 아쇽 역시 별명이 있는데, 자기 고향이었으면 아쇽을 양이라 불렀을 것이라고.
[15]
할머니가 발람의 인생에 개입하는 지점은 크게 두 군데다. 처음에 할머니의 강압에 발람은 학업을 포기하고 착취 구조에 강제 편입된다. 허나 발람은 자신을 부양하라는 두 번째 요구를 거절하며 단절을 선언하고, 이후 경제적 성공을 이룬다.
[16]
석탄을 보며 멍하니 있는 발람에게 내 머리통이라고 생각하고 깨라고 말한다. 본인도 어거지로 일을 시키게 된 것이 미안했던 모양.
[17]
최후반부에 가족들이 몰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발람이 가족이 보고 싶냐 묻자 슬픈 표정을 짓는 듯 했더니 우유랑 아이스크림을 더 시켜달라는 당돌한 모습을 보여줬다. 발람은 그 모습을 보고 영특하다며 기특해했다.
[18]
사회주의자들에겐
자본가보다도 멸시받는 게 지주들이다. 특히 현대 경제학에서 우파든 좌파든 이런 지주 세력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깔고 들어간다. 물론 구조적 개선을 하기보다 이들에게 뇌물을 받고 눈을 감아준다는 데서 이 인물도 부패한 정치인인건 마찬가지다.
[19]
시체가 타면서 발이 오그라드는데 발람은 그걸 보고 아버지가 죽음에 저항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인도에서 사람은 자유를 얻기 힘들다는 좌절감을 심어주었다.
[20]
북서부
라자스탄에 있다.
[21]
인도의 전통적인 가정에서 가장 힘 있는 존재는 할머니이다. 어른들은 일하러 나가 있는 동안 집에 남은 여자들은 집안의 가장 높은 웃어른인 할머니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집안의 모든 권리를 할머니가 가진다.
[22]
락스만가르의 유지로, 사실상 마을을 지배하는 사람이다. 마을의 모든 수입 중 1/3을 징수하며 마을 사람 대부분이 그에게 빚을 졌다.
[23]
발람의 형은 장남이었지만 자신의 삶을 벗어나려고 노력하거나 희망을 품지 않고 그냥 현실에 순응했다.
[24]
약 4,800원
[25]
말(=자동차)을 길들이는 것은 무슬림, 라지푸트, 시크교도 같은 용맹한 전사들의 일인데 과자나 만드는 천민이 배우려 드는 게 아니꼽다는 것. 무굴 제국 시절에야 맞는 말이지만 정작 시크교에서는
카스트 차별을 엄하게 금지하고 있다. 인도 사회에서 계급 인식이 종교적인 것을 넘어 상당히 깊게 사회규범화되어있음을 보여주는 부분. 그래도 발람이 운전을 곧잘 하자 용맹하게 싸우는
기사가 되어야 한다며 다른 차량과 기싸움을 벌이는 노하우를 알려주고 발람이 잘 따라하자 흡족한 표정을 짓는 등, 입이 험할 뿐 진심으로 차별을 하는 캐릭터는 아니며 좋은 사람축에 속하며 옆에서 욕을 듣는 발람도 행복에 겨워 실실 웃고만 있다. 오히려 발람이 그 험한 인도의 도로에서 금세 운전기사를 해도 될 만큼 실력이 늘었으니 겨우 300루피라는 푼돈만 받고도 상당히 잘 가르쳐준 듯.
[26]
이때 아쇽은 사람 좋게 먼저 악수를 청하는데, 황새는 '그럴 필요 없다'며 손을 막는다. 발람을 단순히 일하는
노예 정도로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다.
[27]
본명은 무케시.
[28]
약 32,000원.
[29]
완전한 선인이나 완전한 악인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 영화의 묘미다. 몽구스는 인성은 개차반이나, 돈계산을 할 땐 매우 칼 같은 성격이라서 함부로 대하면서도 월급을 떼먹지는 않는다. 나중에 월급날 돈을 줄 때도 '나중에 말 나오는 거 싫으니까 여기서 세어봐라'라고 말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으면 돈을 더 주기도 한다.
[30]
만약 하인이 주인의 물건을 훔치거나 도망치면 그 집에 사람들을 보내 하인과 그 가족들을 죽여버린다. 발람은 자신과 가족들이 살해당하는 상상으로 이를 묘사한다.
[31]
이 양반은 20년 넘게 일하며 아쇽을 어릴 때부터 보좌해온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발람이 어렸을 당시 황새와 몽구스가 락스만가르에 빚을 수금하러 왔을 때도 등장했다.
[32]
아쇽은 인도가 IT 강국이라는 점을 들어
벵갈루루로 진출하여
실리콘밸리의 CS 업무를 인터넷으로 아웃소싱 받아오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새와 몽구스는 인터넷이 뭔지조차 몰랐고, 석탄 같이
유형의 자산으로 돈을 버는 일만 신뢰한다.
[33]
다만 상대가 서민이 아닌 상류층이자 사회주의자들에게 멸시받는
지주 계층임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상대가 상류층이라고 해서 거액의 뇌물을 요구하는 게 올바른 행동은 아니지만, "사회주의자임에도 위선적이다"라는 말을 듣기에는 부적절한 예시인 것. 이 정치인이 만약 서민을 삥뜯는 부패 정치인이었다면 위선자의 정의에 완벽히 부합한다.
[34]
다만 이 해석도 무리가 있는게, 발람의 아버지 환영이 이야기 했듯 이들 지주가 뇌물을 바치기 위해 마련하는 돈은 결국 그들에게 종속된 아랫사람들에게서 착취한 돈이며, 뇌물을 요구할수록 지주들은 아랫사람을 더 착취하는 식의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며 소위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정치인이 할 짓은 더더욱 아니다.
[35]
발람의 급여의 1천 배로, 약 3,200만 원이다.
[36]
이 장면을 잘 보면 여자 정치인은 발람에게
힌디어를 써서 대화하지만 황새 가족하고는 영어로만 대화한다. 왜냐하면 힌디어로 대화하게 되면 낮은 카스트인 여자 정치인이 황새 가족에게 극존칭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인도의 하위 카스트들 중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 혹은 공부 좀 했다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높은 카스트를 대할 때 극존칭을 쓰지 않기 위해 무조건 영어로만 대화한다.
[37]
발람은 아쇽의 두 번째 운전기사였던 만큼 아쇽이 델리로 가버리면 필요 없어진 발람의 자리는 없어질 확률이 높았다.
[38]
라마단을 따르는 것이었다.
[39]
이슬람교는 기본적으로는 우상숭배를 금지하지만 무슬림에게 적대적인 환경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는 십자가나 다른 우상에 기도하는 것, 기도의 방식이 다른 것도 폭 넓게 용인한다. 상대적으로 최근의 종교여서 예상보다는 상당히 세부 교리 해석은 유연한 편이다.
[40]
황새는 무슬림을 극도로 싫어하고, 발람에게 처음 물은 말이 '힌두교 신도인 거 맞지?'일 정도였다.
[41]
평소에는 고압적으로 나오던 첫 번째 운전기사가 약점을 잡혀 먹여살릴 가족을 운운하며 애원하자 발람은 "가족 없는 사람도 있냐?"면서 대번에 무시해버린다. 다만 속내를 보면 발람도 내심 후회하고 있었다.
[42]
아이러니하게도 20년 넘게 일하며 아쇽을 어릴 때부터 보좌해온 가족이나 다름없던 첫 번째 운전기사가 고작 무슬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단칼에 잘리는 장면은 결국 아무리 오랫동안 헌신한 사람이라도 황새 가족에게는 언제든지 내칠 수 있는 노예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발람도 언젠가 첫 번째 운전기사처럼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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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구르가온이라는 동네지만 이곳 역시 델리 생활권에 속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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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들은 지하 주차장에서 지내야 했다. 공용으로 쓰는 호출용 전화가 있어서 주인이 전화로 부르면 차를 몰고 지상으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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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는 해외로 유학 갔다 온 아시아권 국가 출신들에게 한 번씩은 일어나는 과정이다. 아무리 고등교육과 새로운 문물을 배우고 왔다 하더라도, 자신이 태어난 문화권의 관습을 버리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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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핑키 역의
프리양카 초프라는 상위 카스트인 크샤트리아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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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지급받은 유니폼만 입으며 제대로 세탁도, 목욕도, 양치도 하지 않아서 때가 꼬질꼬질하고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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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람은 평생을 닭장에 갇혀 자란 닭은 운 좋게 닭장에서 벗어나도 도망칠 줄 모르고, 바로 앞에서 동료 닭들이 죽어 나가도 그냥 조용히 산다고 한다. 발람은 자신의 처지를 이 닭으로 보아서 닭고기를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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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람은 벌레가 나오고 습한 지하 주차장에서 모기장을 치고, 다른 천민 기사들 수십 명과 함께 살고 있었다. 자기 방이 따로 있다고는 해도 여기서 결혼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니 결혼을 하면 처자식은 고향집에 둘 수밖에 없는데, 이는 발람에게 인질이 더 붙을 뿐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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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쇽이 이때 바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찾아 떠났으면 발람에게 죽지 않았을 것이다. 발람은 부잣집 도련님들은 기회를 보지만 잡지는 못한다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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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쇽은 당장 가족 밑에서 사는 입장이라 아버지의 허락이 없이는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려웠고, 사업이란 것이 워낙 복잡한 것이라 제대로 된 계획 없이는 돈만 날려먹기 십상이다. 발람도 워낙 타고난 머리가 좋아서 사업이 성공했지 평범한 재능의 소유자였다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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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경찰은 크샤트리아와 브라만의 사이쯤으로 취급되고, 권력이 있기 때문에 가난한 브라만조차도 마음대로 두들겨 팰 수 있다. 불가촉천민은 인간으로도 취급되지도 않아 경찰서에 출입도 못하고 신고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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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키의 입장에서 보자면, 인도를 떠나기로 한 상황에서 액수를 맞추고 어쩌고 할 것도 없이 자기 주머니에 남은 루피화 현금을 그냥 싹 털어서 넣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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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발람은 갓 델리에 올라왔을 때는 동료 기사들과 어울리기를 거부하고 주인에게 충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건 다른 기사들이 발람을 시골쥐라며 무시했던 이유도 있다. 게다가 수위는 낮지만 패드립까지 했다. 그래도 발람한테 인생에 관한 제대로 된 조언을 해주거나 건강을 걱정하는 걸 보면 다들 입은 거칠지만 본성이 나쁜 건 아닌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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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람은 델리로 온 뒤에는 비싼 물가와 착취에 지쳐서 고향에 돈을 보내는 것을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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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운전하다가 어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환영까지 보게 되는데, 아버지는 오히려 아쇽이 정치인들에게 주려는 뇌물은 전부 자신들 같은 평범한 이들한테서 뜯어낸 돈들이니 그걸 도둑질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며 돈가방을 훔칠 것을 종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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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몽구스와 달리 경어를 써주긴 하지만 핑키가 떠난 뒤부터 말투가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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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얼마나 많은지 발람은 자기 조카가 누군지도 알아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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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아쇽 입장에서는 일 때문에 정신도 복잡하고, 이미 발람의 횡령을 눈감아 주었는데 조카까지 데려온 발람이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발람은 핑키를 자기 허락을 받지 않고 공항에 데려다 준 것, 핑키를 잃고 폐인이 된 자기에게 주제 넘게 간섭하는 등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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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기 전 조카에게 돈을 주면서 아침까지 돌아오지 못하면 도망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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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마지막 기대가 남은 핑키와 달리 이젠 완전히 자기 집안에 물들어서 그녀와 갈라서고 아버지와 형 따라서 그냥 기득권층으로 살자고 마음을 굳힌 듯하다. 핑키가 떠난 직후에만 해도 아쇽은 이제 핑키랑 이혼하라는 몽구스의 요구를 거절했었다. 하지만 이제 몽구스처럼 바뀌어버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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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름은 지명수배 중이라 신분을 감추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인도에서 이름은 곧 카스트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해서 신분을 숨기려면 다른 이름을 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이것도 초반에 복선이 있는데 델리에 도착하고 아쇽과 둘만 있게 되면서 서로 잡담을 나누다 발람이 아쇽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고 아부를 떠니 아쇽이 발람한테 맘에 들면 자기 이름 가져가서 쓰라고 했다. 거기다 후진국일수록 신분 세탁이 수월하다. 외국 총리와 만날 정도면 완전히 문제 없을 정도로 새로운 신분을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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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발람은 인도인 반 이상이 자신처럼 생겼기 때문에 아무도 자신을 잡지 못한다고 말하며 인도 경찰의 부패와 무능을 비꼰다. 현대 인도에서는
카스트와 자티로 인한 차별이 있지만 아무리 카스트가 발람처럼 낮고 자티가 천하더라도 돈이 많으면 상급 카스트인 브라만도 함부로 할 수 없으며 오히려 공권력을 매수한 하위 카스트 부자에게 참교육당하는 경우도 있다. 거기다 여러 경찰서장들과 공무원들이 성공한 발람에게 쩔쩔 매는 것을 보면 이미 발람은 공권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물이 되었기에 황새 가족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시골뜨기 지주와 인도 대도시를 장악한 재벌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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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에어컨을 항상 틀고, 기사들을 깔끔하게 입히고 바가지를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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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중에 무슬림과 시크교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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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 가족은 고용인의 종교 같은 것까지 신경 쓰고, 고용인들을 가족이라 부르면서 착취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발람은 그런 짓 따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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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루피. 한화로 약 60만 원 상당의 돈이다. 인도인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일당이 4~5,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돈. 여기서 발람이 영어와 함께
칸나다어를 같이 구사한다. 벵갈루루에서 사업을 하면서 영어뿐만 아니라 남인도계 언어에도 적응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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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발람의 이러한 모습은 아쇽이 그토록 바랐던 모습인 카스트와 신분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는 성공한 기업가와 닮아있다. 하지만 아쇽은 발람과 다르게 상위 카스트로 태어나 차별을 당해본 적이 없었기에 그저 막연하게 발람에게 친절만 베풀었을 뿐 자신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추한 모습만 보이다가 아내도 잃고, 돈도 잃고, 최종적으로 목숨까지 잃었지만 발람은 하위 카스트로서 날 때부터 수많은 차별을 당해봤기에 차별받는 이들의 고충을 알고 있었고 이러한 점을 적극적으로 사업에 녹여내 마침내 아쇽이 바라던 깨어있는 기업가로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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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 가족의 차는
미쓰비시,
혼다 같은 일본차지만 발람은
BMW를 모는 모습이 나온다. 루피/원 환율을 1/15로 보면, 6000만 루피/9억 원이다. 어째 갑부라기엔 영 부족해 보이지만, 인도의 1인당 GDP가 한국의 12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대한민국 기준으로는 계좌에만 약 100억 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가진 셈이다. 여기에 더해 개인 BMW 차량과 벵갈루루 시내와 공항을 오가는 회사 택시 차량 26대, 직원 30명을 거느리고 회사 사무실에 CEO로서 의결권도 가지고 있으니 이를 다 합하면 발람이 지니고 있는 경제적 가치는 십수억을 우습게 넘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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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상황과 이후의 발람의 상상을 보면 황새 가족의 최후의 발악인 듯하다. 당장 사이가 무척이나 안 좋은 부패한 여성 정치인에게 뇌물을 전달 못했으니 찍힐 건 당연하고 그 돈도 영끌해서 끌어모은 거나 다름없던 엄청난 액수였는데 그걸 발람이 먹튀해버렸으니, 집안이 바로 쫄딱 망하지는 않더라도 기둥뿌리가 빠지는 타격 정도는 입었을 것이다. 게다가 뇌물을 못 받은 '위대한 사회주의자'가 본격적으로 칼을 겨눌 텐데 그간의 부패가 있어 앞길이 좋지 못할 것이다. 발람에게는 잘 된 일인 셈. 설사 황새 가족이 발람을 찾아도 발람이 아쇽을 죽이고 돈을 강탈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나 증인도 없으며 설사 있다고 해도 발람은 공권력을 매수한 거물이 되었다. 영화에서는 안 나왔지만 발람 정도의 사업가로 성공하려면 정치계와 인맥을 쌓는 것도 필수다. 당연히 그가 벵갈루루에서 쌓은 부와 명예로 락스만가르에서 칼을 벼르고 있는 정치인의 비호 아래 황새 가족들을 치워버리는 것은 일도 아닌 셈. 그 와중에 황새 가족이 자기 가족들을 보복살해했다는 아주 훌륭한 명분이 생겼으니 황새 가족이 어쭙잖게 발람을 찾아내 보복하려 해봐야 그 뒤의 일은 안 봐도 비디오일 것이다. 애초에 인도에서는 상급 카스트라도 돈 없으면 부자인 하급 카스트에게 쩔쩔 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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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쇽에게는
정이 많이 들었는지 그가 많이 그립고 차라리 몽구스를 죽일 걸 그랬다면서 약간 후회한다. 자기가 살기 위해 아쇽을 살해했을 뿐 아쇽을 매우 좋아했단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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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발람은 야속을 죽이고 가족이 죽도록 내버려둔 것은 사실이기에 굳이 망해가는 황새 가족을 건드릴 필요도 없이 그냥 냅두는 편이 가장 좋을 것이다. 어차피 들춰봤자 좋을 일은 없고 또, 딱히 복수할 꺼리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가족을 죽인 것도 그냥 발람의 족쇄를 푼 것일 뿐 딱히 아쉽지도 않다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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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은 일요일에만 먹으라는 발람에게 오늘 먹을 거라고 말하는 건 덤. 인도 서민들도 아이스크림이나 우유를 못 먹는 건 아니지만 극중 먹는다고 하는 건 고급 아이스크림일 가능성이 크다. 서민들이 먹는 아이스크림은 그야말로 노점에서 대충 만든 혼합 주스를 그냥 얼린 수준이거나 더러운 얼음을 갈고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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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카 역시도 발람과 함께 지내며 자연스럽게 깨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다. 정황상 자신의 부모를 포함한 일가족 전부가 황새의 보복으로 인해 몰살되었고, 혈육이라고는 삼촌인 발람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가족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애당초 어린아이에게 돈벌이를 시키려고 혼자 삼촌에게 보낸 시점에서 조카 역시 발람처럼 가족에게 착취당하는 신세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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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발람이 벵갈루루의 부동산을 언급하는 대사도 나온다. 미국 기업인에게 부동산을 공급하기 위해 중국 자본을 유치해 공항 택시를 넘어 부동산까지 사업을 확장할 것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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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 가족이 일본차를 몰 때 발람은
BMW를 모는 장면을 보여준다. 즉, 수 대에 걸쳐 부를 대물림한 황새 가족을 발람이 단 한 세대만에 뛰어넘어버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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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워낙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가 커서 중소기업은 죄다 무시받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지, 중소기업 내에서도 직원 수십 명 정도 되는 기업은 극소수이다. 절대 다수의 중소기업은
영세기업이고 직원 10명 채우기도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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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기업이라 불릴 만한 기업은 창업주들이 최소 수십 년은 온갖 시행착오를 견뎌내 겨우 일궈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도,
현대도 대기업이라 불릴 만한 규모를 갖추는데는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사업을 시작한지 몇 년도 안 된 발람이 대기업 수준의 회사를 차렸다면 그거야말로 매우 비현실적이다. 인도 최고 대기업인
타타 그룹역시 1868년에 설립된 역사를 갖고 있다. 시대를 잘 만나 단기간에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 역시 전 세계를 통틀어 몇 손가락에 꼽히는 희귀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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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런 묘사 없어도 발람 정도의 신분이면 좋은 신부감 정도는 손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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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말하자면 단지는 큰데 외곽이라 조용하니 영화 촬영지로 쓰기에는 좋은 조건이다. 영화 개봉 후 실제 M3M에 거주하던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리 집이 부의 상징이라고?'라며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