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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09 17:17:37

폐하

왕족 또는 귀족에 대한 경칭 (서열순)
폐하(陛下) / 성하(聖下) 전하(殿下) / 예하(猊下) 저하(邸下) / 은하(恩下) 합하(閤下) / 각하(閣下)
대하(臺下) / 절하(節下) 궤하(机下) / 안하(案下) 좌하(座下) / 귀하(貴下) 족하(足下)
조선의 용어 (서열순)
마마(媽媽) 마노라(抹樓下) 자가(自家) 대감(大監)
영감(令監) 원님(員님) 나리(進賜) 선생(先生)

1. 개요2. 설명3. 중원 밖
3.1. Majesty의 번역

1. 개요

영어: Your Majesty[1]
프랑스어: Votre Majesté
스페인어: Usted Majestad
중국어: 陛下, 皇上[2]
일본어: [ruby(陛, ruby=へい)][ruby(下, ruby=か)][3]
러시아어: Государь(가수다르)[4], Величество(빌리체스뜨바)[5]
튀르키예어: Hünkârım(휜캬름)[6]

'폐하()'는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황제 황후에 대해 사용되는 경칭(敬稱)이다.

2. 설명

중국에서는 황제 태상황, 상황에게만 폐하라는 호칭을 쓰고, 황태자, 황후 황태후, 태황태후에게는 전하라는 호칭을 썼다. 황후 폐하라고 부르는 건 근대에 들어 서양의 용법을 따른 것이다. 다만 역사적으로 보면 황태후와 태황태후에게는 폐하라는 호칭을 쓰기도 하였다.[7] 황태후 폐하는 송사에 2건, 한서에 1건, 진서에 1회, 후한서에 1회, 명사에 3회 나온다. 황태후 전하는 금사에 2회에 나온다. # 폐하보다 격이 높은 표현은 없고, 동격의 표현으로 성하(聖下), 폐하보다 격이 낮은 표현으로 전하(殿下), 저하(邸下), 합하(閤下) 등이 있다. 한편 조송 대에는 황제를 호칭할 때 폐하라는 말도 감히 쓰기를 어려워하여 관가(官家)라는 호칭으로 돌려말하곤 했다.

일본 천황미카도/황제라는 존칭등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면서 정신적 지주이자 종교적인 교주와 같이 불러왔는데, 이후 독자적인 예법을 만들어 폐하라는 호칭을 처음에 오직 천황에게만 사용했으나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의 영향을 받아 황후에게도 확대했고[8], 황태자 전하라고 부른다.

한국 원 간섭기를 제외한 고려 때까지 종(宗)이나 폐하(陛下)·태후(太后)·태자(太子)·절목(節目)·제조(制詔)를 칭하였다.[9] 조선/ 대한제국 아관파천 이후에 대군주/ 황제 등 표현을 사용하였다.

태상황이나 태황태후는 황실의 웃어른이므로 황제를 부를 때 "폐하"라고 하지 않는다. 폐하라는 말은 단순히 황제를 높이는 표현인 동시에 화자 자신을 낮추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국의 지존인 황제에 대해 마음대로 휘를 부를 수도 없었기 때문에, 황상(皇上), 성상(聖上), 주상(主上), 금상(今上), 상감(上監)으로 불렀고 말도 함부로 놓지 못해 경어를 사용했다. 물론 태상황쯤 되면 금상에게 말을 놓아도 문제가 없었으나 어디까지나 사석에서 한정이었고 공석에서는 존대를 해주었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섬돌 아래'라는 뜻으로,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궁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전으로 오르는 층계 아래를 가리킨다. 즉 이 말은 어원을 따지자면 군주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신하가 층계 아래에 서서 '제가 여기에 있으니 제 말씀을 들어 주십시오'하는 의미에서 부르는 말이다.[10][11] 그러나 계속 쓰이다 보니 이것이 황제를 가리키는 일종의 존칭으로 명사화한 것이다.[12]

덧붙여 일각에서는 중국 사극에서 태후나 황후에게 ‘전하’를 안 쓰고 ‘낭랑(娘娘)’이라는 호칭을 썼으니 실제로는 안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사극에서 왕을 주상, 왕비를 중전마마라고 부르는 것처럼 사극의 법칙으로 고착된 것이나 다름없다.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직접 쓴 황명조훈에는 황후의 공식 칭호는 ‘전하’이다.

3. 중원 밖

중국 왕조의 예법에 따르면 '폐하'는 오직 천하를 지배하는 천자에게만 쓸 수 있던 경칭이기 때문에 중국 왕조의 제후를 자처하는 국가들은 그 군주에게 ' 전하'라는 경칭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외교상으로만 제후인 척 받들며 국내에선 우리 군주가 중국 왕조 황제와 동급이라는 인식을 가진 국가들은 대부분 '폐하'란 경칭을 잘 사용했다. 외왕내제 문서 참조.

한국은 '폐하'란 경칭이 언제부터 사용 됐는지는 사료의 부족으로 알기 어렵다. '폐하' 경칭 사용과 관련해 가장 오래된 사료는 백제 무왕을 '대왕 폐하'로 지칭하는 미륵사 사리함기이다. 그 다음으론 삼국유사에서 통일신라 시대의 신라 임금인 문무왕, 신문왕, 효소왕, 원성왕을 '폐하'로 칭한다.

발해에서는 군주를 '기하(基下)'로 호칭했다고 한다. 이를 경칭으로 사용한 사례는 보이지 않고 있으며, 발해 내부에서 '폐하'를 대체해 사용한 표현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 왕조 중 '폐하' 경칭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왕조는 고려이다. 공식적으로는 《 고려사》에 의하면 태조 대부터 고려의 임금은 ' 성상' 또는 ' 주상'으로 불렸고, 이중 분명히 '폐하'로 불린 임금은 문종, 예종, 인종, 의종, 명종, 그리고 고종이다. 따라서 정사 기준 11세기 후반부터 13세기 초반까지 고려의 임금이 '폐하'로 불렸다는 것은 분명하다. 기타 사료상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려 태조를 ' 천자' 및 '폐하'로 칭하는 ' 파한집', 고려 광종을 '우리 황제 폐하(我皇帝陛下)'라고 칭하는 '고달사 원종대사 비'가 있다.

고려에서는 자국의 임금을 ' 해동천자', '성상 폐하' 등으로 존칭하였고 왕위 계승자의 경칭을 '태자 전하'라고 불렀는데, 중세 한반도에서 이러한 호칭들이 황제국으로서의 목적 의식을 지녔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여몽전쟁으로 인한 원 간섭기를 기점으로 고려는 몽골의 제후국이 되어 여러 예법들이 강제로 격하된다. 고려는 이후 '주상 전하', '세자 저하'와 같은 제후국의 경칭을 사용하게 된다.

고려 왕조의 뒤를 이은 조선 왕조는 성리학에 입각한 제후국을 자처, 제후국 예법을 이전 시대에 비해서는 좀 더 철저하게 따른다. 하지만 임금에게 태조 세종 등의 묘호를 올리고 왕비에게 '왕후' 존호를 올리는 등 부분적으로는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500여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1894년 갑오개혁에 이르러서 조선 왕조가 동아시아식 외교관계 청산을 선포하면서 "주상 전하"는 " 대군주 폐하"로, "왕세자 저하"는 "왕태자 전하"라는 형태로 복귀되었고, 고종 황제가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황제 폐하", "황태자 전하"라는 존칭을 쓰게 되었다. 그러나 13년 후 일제강점기부터 대한제국 황실이 이왕가로 격하되면서 다시 "전하"라는 제후국의 호칭을 따르게 되었다.

유럽에서 동양의 "폐하"에 해당되는 "Majesty"가 사용된 때는, 1519년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인 카를 5세때부터이다. 이후 프랑스의 프랑수아 1세와 영국의 헨리 8세가 "Majesty" 호칭을 도입했다.

3.1. Majesty의 번역

영어로는 본인(즉, 황제나 국왕)앞에서 직접 2인칭으로 지칭할 때는 'Your (Imperial) Majesty'가 되고, 다른 사람들끼리 황제나 국왕을 지칭할 때는 'His (Imperial) Majesty(군주가 남성인 경우)' 또는 'Her (Imperial) Majesty(군주가 여성인 경우)'가 된다.[13] 직역하면 '그대의 강대함' 정도의 뜻이 된다. 이보다는 조금 낮은 표현으로 One's Highness라는 것도 있다. 군주를 부를 때 직접 '너'라고 하지 못하고 에둘러서 표현하는 것은 서구권이라고 다를 게 없다.

이를 번역할 때는 대체로 황제는 무조건 폐하, 왕은 전하와 폐하를 혼용하거나, 작품마다 다르다. 다만 태자와 세자는 황제와 왕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영국 국왕은 여왕 폐하[14]( 엘리자베스 2세), 국왕 폐하( 찰스 3세)라 부르면서 영국의 왕위 계승자는 왕세자로 번역하는 오류 아닌 오류가 나오기도 한다. 단 주한영국대사관이 공식적으로 호칭하는 영국 왕위계승자( 프린스 오브 웨일스)에 대한 호칭은 " 웨일스 공 윌리엄"다.

이는 국왕/여왕-황태자는 일본발 간행물을 중역하다 생긴 오류라는 설이 있다. 세력균형과 귀족가문들, 기독교적 종교관이 뒤섞인 유럽과 중화질서 체제인 동아시아 세계는 '국제체제' 개념부터 다르며, 1:1로 억지로 등치시킬 필요가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동아시아 사회에서는 소위 자주국과 제후국을 나누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대신 외왕내제의 개념이 있었다. 동아시아 세계에서는 천자 제후가 기본이 되고, 기타는 오랑캐였다. 그 오랑캐들은 황제를 참칭하지, 왕을 참칭하지 않았다. 따라서 동아시아 세계에서는 외왕내제를 하는 왕국은 존재할 수 있어도 소위 말하는 자주국인 왕국은 존재할 수가 없다. 동아시아식 외교관계가 붕괴되자 대한제국을 괜히 선포한 게 아니다. 참고로 중국에서 서양의 속국과 비슷한 곳은 번(藩), 즉 번국이며, 이 번은 '울타리'를 뜻하며 번왕 혹은 영주가 다스린다. 한반도의 역대 왕조들 중에 이 번에 속했던 나라는 없으며 당연히 중국과는 다른 외국 취급. 따라서 왕작호도 친왕이나 군왕이 아니라 국왕이 되었던 것이고, 이는 동아시아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형식적인 책봉관계가 되는 것이다. 이 체계의 바깥은 외국이 아니라 그냥 오랑캐다. 이는 오삼계로 대표되는 청나라의 번왕과 삼번의 난에서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사실 유럽에서도 Majesty는 황제 전용의 호칭이었다. 동로마 제국 멸망 이후, 근세에 들어서 신성 로마 황제는 중원의 천자마냥 자신을 보편군주로 자처했고, 오스만 제국이나 러시아 제국의 황제 칭호를 인정했을때도 상대에게 신성 로마 황제의 수위(首位)적 위상을 확고히 주장했다.[15] 이는 독일 지역에서만 통용된 개념이 아니라 유럽의 여러 군주들도 받아들인 위상으로, 덴마크 스웨덴은 제국의 영역 밖임에도 그 국왕들은 자신을 황제의 신하 지위로 인식했다. 사실 프랑스와 영국 국왕이 황제의 우위를 인정하면서도 이례적으로 자신을 황제와 대등한 군주임을 내세웠고, Majesty 호칭도 따라했던 것이다. 때문에 신성 로마 제국이 해체될때까지 프랑스와 영국 국왕을 Majesty로 호칭하는 문제는 두 나라와 오스트리아 사이의 주요 외교적 논쟁거리였다. 신성 로마 제국의 해체 결정은 오스트리아 황제가 보편군주 위상을 포기한 것으로 이해되었기에, 이후 19세기부터는 프랑스와 영국처럼 주권국가의 국왕이 Majesty를 사용하는게 보편화 된다. 서양에서는 국왕의 경칭인 'Royal Majesty'와 황제의 경칭인 'Imperial Majesty'가 구별되지만,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감안하면 그냥 '폐하'로 번역해도 무방하다. 굳이 구별이 필요하다면 각각 '주상폐하'와 '황상폐하'로 옮기는 것이 적절할 듯.

한국 사극에서 왕을 부르는 경칭인 '전하'는 'Your Majesty'로 번역하고, 왕세자 '저하'는 'Your Highness'로 번역한다. 이는 중화권에서 조선왕을 '조선황제'로 번역하는 사례와 유사하게 역사적인 호칭의 격식을 엄격하게 따진 번역이 아니라, 현대에 통용되는 격식대로 어휘를 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 참고로 고려 거란 전쟁의 영어 자막판에서는 '폐하'를 'Your Majesty'로 번역하였고, '태후 폐하'와 '태자 전하'를 'Your Highness'로 번역하였다.


[1] 황제 폐하는 Your Imperial Majesty, 국왕 폐하는 Your (Royal) Majesty로 번역한다. 찰스 3세를 비롯한 대부분의 군주제 국가의 국왕들은 Your Majesty(국왕 폐하)를 사용하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Emperor로 불리는 천황의 경우 Your Imperial Majesty(황제 폐하)를 사용해왔다. 다만 일본 또한 최근 천황의 경칭을 타국 국왕의 경칭처럼 Your(His) Majesty로 통일하였으며 일본 외무성과 궁내청 또한 그렇게 표기하고 있다. 간혹 프랑스 황제 러시아 황제(러시아어론 Государь(가수다르)를 사용한다.) 같은 이미 사라진 제국의 왕위요구자들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구황실 및 그 지지자들 역시 H.I.M.를 사용하기도 한다. 프랑스 국왕들은 Most Christian Majesty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는 직역하면 '지극히 장엄한 기독교인'이라는 뜻으로 의역하면 지극히 위대한 기독교인이신 폐하 혹은 지극히 위대하시고 친절하며 훌륭하신(Christian에는 친절한, 훌륭한이라는 의미도 있다.) 폐하라는 의미이다. [2] 중드에서 황상이라고 나와 황상이 일반적이라고 하지만 이는 틀린 이야기이다. 역사와 드라마는 다르다. 당장 명나라 주원장이 직접 쓴 황명조훈에도 황제의 공식 호칭은 폐하라고 나오고 명, 청조 이전을 다루는 중드에서도 폐하에 해당하는 ‘비샤’로 나온다. 황상은 본래 신하가 황제가 없는 곳에서 황제를 지칭할 때 사용해야 하며 황제의 면전에서 황제를 황상이라 부를 수 있는 자들은 황실에서 황제보다 높은 어른인 황태후나 태황태후, 태상황 말고는 사실상 없다. 한편 몽골 제국 대칸의 경우 중국 사극에서는 대칸(大汗, 중국어 발음은 '다한')으로 불린다. [3] 일본은 독자적인 체제였기에 중국과 용법이 다르다. [4] 여제에게는 Государыня(가수다릐냐). [5] 불가리아등에서도 사용. [6] 오스만 제국의 폐하 호칭. [7] 상황이나 태상황이 존재하지 않는 한, 황제보다 항렬이 위인 자리는 황태후와 태황태후 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폐하 경칭을 쓰는 것이 유교 예법상 맞다는 주장이 당대에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8] 천황과 황후를 한꺼번에 일컬을 때에는 양폐하(両陛下)라고 한다. [9]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고려사(高麗史)) [10] "폐하, 존안 여쭙겠습니다." 등의 용법을 잘 생각해 보면 된다. 중국어 조사가 없는 고립어다. [11] 사실 陛는 건물이 없는 '섬돌 아래'를 지칭하는데, 베이징을 갔다 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는 하늘 제사를 지내는 ' 천단'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陛下라는 표현은 '하늘의 대리자'라는 말이자, '하늘에 제약을 받는 존재'라는 이중적인 의미가 동시에 부여된다. [12] 마찬가지로 전하는 왕이 기거하던 건물인 전(殿)의 아래(下), 합하는 왕족이나 정승이 쓰던 건물인 합(閤)의 아래, 각하 판서급 이상 대신이 쓰던 건물인 각(閣)의 아래라는 표현이 굳어진 것이다. [13] 용례: Your Imperial Majesty Emperor Charles, His Imperial Majesty Emperor Ivan, Her Imperial Majesty Empress Victoria, Hail His Imperial Majesty Emperor Puyi, Hail Your Imperial Majesty Emperor, Hail Her Imperial Majesty Empress, Hail to the Emperor, Long Live the Emperor. [14] 여왕님이라고도 번역하기도 하고, 왕자와 공주는 각각 왕자님 공주님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경칭이 애매하면 그냥 '님'으로 통일해버리는 것. [15] 오스만과 러시아의 황제(임페라토르) 칭호는 그저 표면적으로만 인정했던 것이지, 내부적으로는 굳이 과거에 사용한 '술탄'이나 '차르' 표현을 써가면서 어떻게든 '임페라토르'로 부르려 하지 않았다. 이처럼 두 나라의 군주를 칭하는 서양의 언어적 습관은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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