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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북유럽 신화에서 나오는 인물 또는 신. 신 에다의 귈피의 홀림(Gylfaginning)과 스칼드 시 창작법(Skáldskaparmál), 헤임스크링글라(Heimskringla)에 등장한다.2. 에다
2.1. 귈피의 홀림
보통 북유럽 신화 속 사건들의 순서를 나열할 때 크바시르의 살해를 초반에 두고 로키의 악행을 라그나로크 직전의 후반으로 잡는 일이 많아서 시간대가 좀 안 맞는 듯 하지만, 아무튼 발드르를 죽인 것도 모자라 부활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 로키가 신들의 분노를 피해 연어로 변해서 폭포에 숨었을 때, 신들을 도와 그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다. 동명이인일 수도 있지만 “그들 중에서 가장 현명한 자 크바시르” 라고 부른걸 보면 본인이 맞는 듯.2.2. 스칼드 시 창작법
스칼드 시 창작법 파트의 초반은 시의 신 브라기가 아스가르드의 연회에 초대받은 에기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진행된다.[1] 이 이야기는 트야치의 이둔 납치로 인한 스카디와 뇨르드의 혼인 이야기를 이은 두 번째 에피소드이다.애시르 신족과 바니르 신족간의 전쟁이 끝나자 최고신 오딘은 양쪽 진영의 신들을 모아 종전의 의미로 한 항아리 안에 모든 신들이 침을 뱉게 한다. 항아리는 애시르 신들이 가져갔고, 그들은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항아리에 모은 침으로 남자를 빚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크바시르이다. 신들의 침이 모여 만들어진 그는 세상 모든 존재의 지혜를 가졌다는 이명처럼 매우 지혜로웠으며, 그가 답하지 못하는 질문이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크바시르는 어느날 난쟁이 형제 퍌라르(Fjalar)와 갈라르(Galar)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현대 판타지물에서 그려지는 스테레오 타입의 드워프와는 달리, 원전의 난쟁이들은 어둠의 요정와 동일시 될 정도로 사악하고 음흉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형제는 크바시르를 못마땅하게 여겼는지 혹은 처음부터 잡아먹고 능력을 빼앗으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비밀스런 이야기를 해주겠답시고 크바시르를 초대해서는 칼로 찔러 죽인다. 그리고 크바시르의 피를 미리 준비해둔 손과 보든이라고 부르는 통 두 개와 오드레리르[2]라는 주전자에 한 방울도 남김 없이 받아 담고 꿀과 섞어 술을 빚었다. 이 술에는 마신 사람에게 시인이나 학자가 되는 힘을 부여했다고 한다.[3] 크바시르의 소식을 들은 천계에서는 서둘러 여러 전령을 보내 "크바시르의 마지막 행선지가 여기인데... 혹시 마지막 증인으로서 아는 거 있소?" 하고 물어봤지만 그때마다 난쟁이 형제는 얼굴 색을 바꾸지도 않고 슬퍼하는 척하면서 "오! 불쌍한 크바시르! 그는 너무 많은 지식을 가진 나머지 그만 그 지식에 목이 막혀 숨지고 말았소!"라고 얘기했다.
살해당한 크바시르 - 프란츠 스탠슨 그림 (1920) |
이후 이 난쟁이 형제는 크바시르를 속여서 해치운 것처럼 길링이라는 요툰 부부를 초대해서 다시 한 명씩 차례로 살해하였는데[4] 길링의 경우 형제와 항해하다가 형제가 몰래 암초를 향해 배를 돌려 길링을 물에 빠트려 익사시키고, 길링의 아내의 경우엔 남편의 부고를 듣자 오열하는 것이 거슬려 “남편이 빠져 죽은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겠냐.” 라고 꼬드겨 한 눈을 팔게 한 뒤, 맷돌을 떨어뜨려 뇌진탕으로 죽게 만들었다. 이를 알게 된 길링의 큰아들 수퉁은 부모의 복수를 실행에 옮겼고, 분노한 수퉁에 의해 마침내 퍌라르와 갈라르는 바다 한가운데의 암초에 꽁꽁 묶여 밀물이 들어오면 죽게 되었다.
형제는 수퉁의 부모님을 살해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마법의 꿀술을 바치겠으니 살려달라고 목숨을 구걸했고, 수퉁은 이를 받아들이고 형제를 용서한다. 집으로 돌아온 수퉁은 꿀술이 든 술통과 주전자를 흐니트뵤르그(Hnitbjǫrg)라는 산에 보관하고 자신의 딸 군로드(Gunnlǫð)로 하여금 이를 지키게 했다.
물론 크바시르의 운명과 꿀술의 행방은 당연하다시피 오딘의 귀에 들어갔고, 이를 알게 된 오딘은 변신의 룬을 이용해 요툰의 몸으로 변신한 뒤 수퉁의 동생 바우기의 하인 9명에게 찾아간다. 오딘은 낫이 무뎌져 불평하던 하인들에게 숫돌을 가져가서 낫을 갈아주었고, 성능 좋은 숫돌에 감탄한 하인들이 숫돌을 자신들에게 팔라고 하자, 오딘은 이것은 파는 물건이 아니라고 말한 뒤 이 숫돌은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라고 말한 뒤 하인들 틈으로 던졌다. 하인들은 이 숫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낫을 들고 싸우기 시작했고 결국 모두가 죽게 된다.
이에 바우기가 자신의 하인들이 갑자기 모두 죽어 일을 할 사람이 없어 난처해하자, 오딘은 자신을 '볼베르크'[5]라는 가명로 소개한 뒤, 하인 아홉 명의 일을 전부 해줄테니 그 대가로 당신의 형이 가지고 있는 꿀술을 세 모금만 먹게 해달라 요구했다. 이에 바우기는 자신에겐 꿀술이 없지만, 형한테 부탁 정도는 해볼 수 있으나 "이게 형님이 거절한 경우라면... 저도 어떡할 도리가 없어요."라고 난처해했고, 오딘은 그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겼는지 그해 여름에서 겨울까지 바우기의 하인으로 일한다. 겨울이 오자 오딘은 약속했던 보상을 요구했고, 바우기와 함께 수퉁에게 찾아가서 꿀술을 요구했으나 수퉁은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이에 오딘은 바우기에게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꼬드기며, 모든 것을 뚫을 수 있는 송곳 '라티'를 줄테니 이것으로 흐니트뵤르그의 바위벽에 구멍을 뚫어달라고 했다. 바우기는 오딘을 도울 마음이 없었던건지 조금만 뚫어놓고 다 했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오딘이 구멍에 입김을 후- 하고 불자 돌가루가 안쪽으로 밀려들어가지 않고 반대로 다시 불어나오는 바람에 거짓말이 들통나버렸다. 오딘은 화를 내며 제대로 뚫으라고 바우기를 닥달했고, 이번엔 제대로 구멍을 뚫은 것을 확인한 오딘은 뱀으로 변신하여 구멍 속으로 들어간다. 바우기는 그제서야 자기 하인의 정체를 깨달은 건지, 뱀으로 변해서 도망치는 오딘을 송곳으로 찔러죽이려고 했지만 실패한다.[6]
산 속으로 들어온 오딘은 다시 요툰으로 변신해서 꿀술을 지키고 있던 군로드에게 접근해서 그녀와 사흘 밤을 같이 보낸다.[7] 동침한 뒤 오딘은 꿀술을 딱 세 모금만 마시겠다고 부탁했고 군로드는 이를 승낙한다. 오딘은 주전자 하나와 술통 두 개에 든 꿀술을 정말 세 모금 만에 모두 비워버리고는 독수리로 변해 도망가버렸다. 이를 알아챈 수퉁은 마찬가지로 독수리로 변신해서 오딘을 쫓아가지만 아스가르드를 코 앞에 두고 놓쳐버린다. 아스가르드에 있던 다른 신들은 오딘이 도망쳐오는 모습을 보고 재빨리 항아리를 가져와서 성 밖에 놔뒀고, 오딘은 집에 도착하는 즉시 입에 머금고 있던 꿀술을 다시 항아리에 뱉어냈다.
이후 오딘은 애시르 신들은 물론이고 시인이 될만한 재능이 있는 인간들에게도 꿀술을 마시게 해줬다고 하며, 이로 인해 시를 오딘의 전리품, 오딘의 발견물, 오딘의 술(또는 음료), 오딘의 선물, 그리고 애시르 신들의 음료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편 오딘은 수퉁에게 쫓기면서 입에 머금고 있던 꿀술을 조금씩 흘렸는데, 이렇게 땅에 떨어진 꿀술들은 그 가치를 잃었지만 정품과는 달리 누구나 마실 수 있었으며 “재능 없는 시인의 몫”이라 불렸다고 한다.
3. 헤임스크링글라
신 에다와는 달리 스노리의 에우헤메로스주의적(Euhemerism)인 시각이 그대로 반영돼서 크바시르도 인간으로 나온다. 바니르 부족의 일원이며 아스 부족과의 평화협정 후 교환된 인질로서 뇨르드, 프레이, 프레이야를 따라 아사랜드로 온다. 여기서는 아스 부족에서 가장 현명한 자였던 미미르에 대응하여 바니르 부족에서 가장 현명한 자라고 설명된다.4. 그 외
북유럽 신화의 중심 지역인 노르웨이에는 이 크바시르의 이름을 딴 검색엔진이 있다.동유럽에는 크바시르와 유사한 크바스란 이름의 술이 있다.[8] 크바시르의 어원은 압착하다, 짜내다는 뜻의 게르만 조어 *kvass- 에서 온걸로 추정되고, 크바스는 발효되다는 의미의 인도-유럽 조어 *kwh₂et- 에서 왔는데 이를 어원이 다르니 관련 없다는 주장도 있는 반면, 꿀술도 마찬가지로 발효시켜서 만드니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덴마크 만화 발할라에서는 설정이 좀 특이하다. 신들의 침을 빚어 만들어낸 신이라는 것은 똑같지만, 바니르 신들 측에서 이걸 속이고 애시르와 바니르 사이에 인질 교환이 이뤄질 때 애시르 측에 인질로 보냈다가 살해당한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크바시르의 살해, 바니르 측에 인질로 갔다가 참수당한 미미르, 수퉁의 크바스 보관의 배후가 전부 회니르[9]였던 것으로 나온다.
북유럽 신화를 무대로 하는 게임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에서도 그에 대한 언급과 수집품으로서 그의 창작시들이 등장한다. 그의 최후 역시 원전과 동일한데, 미미르는 크바시르가 항상 술에 쩔어있었으니 그의 피로 만든 술을 마신 사람들이 환각을 보는 건 이상할 게 없다고 간접적으로 디스한다(...)
수집품인 그의 시 같은 경우 배경지식 없이는 상당히 뜬금없는 제목과 내용, 표지를 가지고 있는데, 잘 보면 플레이스테이션의 유명 게임들을 패러디한 것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다.
[1]
여기서 등장하는 군로드가 바로 이 브라기의 어머니라는 설도 있지만 고 에다건 신 에다건 브라기의 가족관계는 아버지가 오딘이고 아내가
이둔이라는 것 외엔 따로 더 나온 게 없다. “예술과 지식을 상징하는 아이템의 에피소드에 나오는 캐릭터니깐 브라기의 어머니일 가능성이 있다.” 정도의 문학적 상상력이 들어간 가설일 뿐이지만 “듣고 보니 그럴싸하다?” 는 이유만으로 실제로 그런 판본이 있는 마냥 퍼져버렸다.
[2]
황홀경에 빠트리는 주전자라는 뜻
[3]
현실의
크바스 때문인지 이 술의 이름이 크바스였다는 주장도 있으나 원문에서는 그냥 mjǫðr(꿀술), 크바시르의 피, 수퉁의 꿀술 정도로 표기한다.
[4]
난쟁이들에게 정당성을 주고 싶었는지 길링 부부가 먼저 난쟁이 형제의 집을 털어서 복수한거라고 각색한 이야기도 있으나, 원전에서는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죽였다고 나온다. <술맛 나는 세계사>에서는 거인부부가 음식을 많이 먹어서 죽였다고 나온다.
[5]
Bǫlverkr. '끔찍한 일을 하는 일꾼' 혹은 아예 악행 그 자체를 의미한다.
[6]
반면 고 에다의 높으신 분의 시(Hávamál)에서는 바우기가 등장하지 않고 오딘이 직접 라티(라티의 입)를 써서 산에 구멍을 뚫은 걸로 돼있다. 학자들은 이런 차이점을 바탕으로 스노리가 높으신 분의 시를 잘못 해석했거나 이야기 진행을 위해 바우기를 창조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7]
신 에다에서는 매우 건조하게 그냥 같이 잤다고만 서술한다. 반면 고 에다의 높으신 분의 시에서는 오딘이 “내가 군로드의 마음과 영혼을 배신했다. 그 마음씨 고운 여인이 아니었다면 난 요툰의 땅에서 죽었겠지.”하며 군로드에게 미련이 남은 듯한 말을 한다.
[8]
꿀술도 아니고, 도수도 매우 낮아 에그노그처럼 가볍게 즐기는 술이라고 한다. 당연하겠지만 인간의 혈액 또한 무첨가.
[9]
이 만화에서의 회니르도 설정이 특이한데, 애시르 측에서 바니르에게 인질을 주기 위해 만들어낸 가짜 신이다. 정체는 다름아닌 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