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徵發, requisition전시 ·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하에서 군작전을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토지, 물자, 시설 또는 권리를 국민으로부터 강제로 모으거나 거두는 것을 말한다.
2. 절차
군도 평시에는 통상적인 조달 등 계약을 통해 군수품을 구매하고, 특히 전시에 군수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단지 채무불이행이 되는 것뿐 아니라 전시군수계약불이행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지만, 위와 같은 방법으로도 군의 수요를 충족할 수 없을 때 국민에게 강제로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그냥 가져가면 약탈과 다를 바 없고, 적법한 징발은 징발관( 국방부장관)이 영장을 발행하여 절차에 따라 집행해야 하고, 징발대상자에게는 정당한 대가를 보상하여야 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징발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진 제도는 실질적으로 약탈에 가까운 경우가 매우 많았다. 당연하게도 전쟁이란 초국가적 비상사태이기에 애초에 다 보상을 할래도 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사회적 대혼란으로 유야무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에도 인권 의식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약탈이나 다름없는 행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1] 징발이 필요할 정도의 비상사태 하에서 절차의 준수는 기대하기 어렵고 우선 그냥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은 감정평가 가액에 따라, 동산은 징발 또는 멸실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보상을 한다고 정하여져 있기는 하지만(징발법 시행령 제12조), 징발을 시행하는 상황적 특수성을 고려해 보면 100% 제대로 된 값을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봐도 된다. 애초에 군이 전면적인 징발을 할 지경이면 이미 전쟁결과에 따라 국가가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완전 총력전 상황이다. 나중에 보상을 해 줄지도 모르지만 큰 기대는 안 하는 게 좋다.[2] 전쟁 중에 피살당하거나 전사하거나 장애인이 된 사람들에 대한 보훈 혜택조차 대부분 국가에서 충분하지 않았던 판국에 재산 피해 입은 사람들은 억울하지만 그걸로 끝인 경우가 많았다.
3. 역사
군주제 및 봉건제 시절에는 평시에도 ' 부역 징발'이 성행했는데, 국가사업을 위하여 백성들을 무보수로 노역에 의무동원시키는 것을 징발의 일종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한민족의 경우 조선 시대에 부역제 관련 문제들이 많이 생겨나기도 했는데, 방군수포 같은 게 대표적.나폴레옹 통치 시기 프랑스군의 주요 보급 방책이었다. 당시엔 취사병도 없었고 야전의 프랑스군에게 식량을 배달할 방법도 없었으며 보낼 식량 자체도 얼마 없었다. 돈 주고 사는 것도 방법이었고 부대는 항상 돈을 가지고 다니기는 했지만 그 돈은 병사들 월급 주기도 모자란 돈이라서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다. 때문에 현지인들에게 같잖은 증명서 하나 떼어다 주고 빼앗다시피한 것. 현지인들이 좋아할 리가 없었지만 총칼 든 군인들 앞에서 감히 덤빌 수는 없었다. 일단 나중에 값을 치러주기는 했으나 헐값으로 땜질하기 일쑤였다. 더군다나 징발한 지역을 적에게 뺏길 경우 징발비용을 낼 필요도 없었다.
그런 한계가 있었지만 약탈보다는 훨씬 반응이 나았다. 약탈은 일단 현지인들에게 엄청난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문제가 있었고 빼앗은 물자도 강탈한 군인들이 그 자리에서 흥청망청 낭비하기 일쑤라서 효율적인 분배가 불가능했다. 약탈 과정에서 현지인을 살해하는 일도 빈번하여 해당 지역의 생산력이 장기적으로 떨어졌다. 반면 징발은 사령부에서 직접 수행했기 때문에 물자를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었고, 군인 개개인이라면 모를까 군인 조직은 강간/살해 명령을 내려서 얻을 이득이 상대적으로 적으므로[3] 현지인의 반감도 비교적 덜했다. 위에서 보듯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진 않는다고 하지만 보상을 받을 확률이 조금이나마 존재한다는 것이 빼앗긴 입장에서는 약탈보다는 훨씬 나았다.
반대로 영국군은 이런 징발이라는 수단을 쓰지 않고 따박따박 현찰로 구입했기에 현지인들이 반겼다. 때문에 스페인에서는 프랑스군이 나타나면 모든 재산을 숨기기 바빴고 영국군이 나타나면 그 재산을 꺼내느라 바빴다. 프랑스군이 징발할 때는 부스러기만 좀 나오던 가난한 촌락에서 영국군이 금화를 내밀자 수북한 곡물이 나올 정도니... 그러나 이는 제해권과 해외무역을 꽉 쥐고 있던 영국이었기에 감당할 수 있는 지출이었다. 대신 돈과 보급품이 올 때까진 진군을 못하므로 진군속도도 느려졌다. 그래도 현지인의 저항 같은 건 전혀 없이 지원군을 얻을 수도 있었다. 전설을 쓴 건 프랑스군이지만 그 전설을 박살낸 건 돈의 힘으로 밀어붙인 영국군이었다.[4]
4. 대한민국의 징발법
4.1. 조문
징발법 제1장 1조 (목적) 이 법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하에서 군작전을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토지, 물자, 시설 또는 권리의 징발(徵發)과 그 보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8조(원격지 징발 등) ① 징발관은 사태가 급박하여 징발영장을 발행할 여유가 없거나 원격지(遠隔地)여서 징발영장이 필요한 기일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인정될 때에는 제7조에도 불구하고 전신으로 징발을 집행하게 할 수 있다. ② 징발집행관이 제1항에 따른 전신을 받았을 때에는 즉시 징발을 집행하여야 한다. ③ 제1항의 경우 징발관은 그 징발을 집행하게 한 후 지체 없이 징발영장을 발행하여 징발집행관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 제2조(징발재산의 매수) ① 국가는 징발재산중 군사상 긴요하여 군이 계속 사용할 필요가 있는 사유재산은 이를 매수한다. ②국가가 매수할 징발재산은 국방부장관이 이를 정한다. 제5조(매매) 제4조의 규정에 의한 통지서를 받고 이에 동의하는 피징발자는 그 통지서가 송달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당해 재산을 국가에 매도하여야 한다. <개정 1989.12.21.> 제6조(징발재산의 매수결정) ①제4조의 규정에 의한 통지를 받고도 피징발자가 징발재산을 국가에 매도하지 아니할 때에는 제3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결정한 가격으로 국방부장관이 이를 매수한다. ② 국방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매수를 결정한 때에는 당해 재산의 피징발자에게 매수결정통지서를 송부하여야 한다. <개정 1989.12.21.> ③제1항의 매수결정은 결정일로부터 6월 이내에 제12조의 규정에 의한 증권의 교부나 현금의 지급 또는 제13조의 규정에 의한 공탁을 하여야 한다. <개정 1989.12.21.> ④제3항의 규정에 의한 현금의 지급, 증권의 교부 또는 제13조의 규정에 의한 공탁이 없는 때에는 그 재산에 대한 징발이 해제된다. <개정 1989.12.21.> 제7조(이의신청) ①제6조의 규정에 의한 매수결정에 이의가 있는 피징발자는 그 매수결정통지서가 송달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국방부장관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개정 1989.12.21.> ② 국방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이의신청이 있는 때에는 그 신청이 있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징발재산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그에 대하여 다시 결정하여 재결통지서를 당해 피징발자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개정 1989.12.21.> ③재결통지서를 받은 징발재산에 대하여는 제5조 및 제6조의 규정을 적용한다. <개정 1989.12.21.>''' |
4.2. 징발 내용
제5조(징발목적물) 징발목적물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동산·부동산 및 권리로 구분하며, 동산은 소모품인 동산과 비소모품인 동산으로 구분한다. 1. 소모품인 동산 가. 식량, 식료품, 음료수 나. 의약품 다. 건축용 및 축성용(築城用) 재료 라. 화학용품 마. 연료 바. 통신용품 사. 그 밖에 군 작전상 긴요한 소모성 물품 2. 비소모품인 동산 가. 선박, 항공기, 차량, 그 밖의 수송기기및 그 부속품 나. 의료기기 및 그 부속품 다. 인쇄기기 및 그 부속품 라. 통신기기 및 그 부속품 마. 의복제조가공기기 및 그 부속품 바. 건축기기 및 그 부속품 사. 동물 아. 그 밖에 군 작전상 긴요한 시설, 설비 등 비소모성 물품 3. 부동산 가. 토지 나. 건물 다. 인공구조물 4. 권리 가. 군 작전상 긴요한 특허권 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산에 관한 권리 |
쉽게 말해 국가가 전시 총동원령을 내리면 그냥 필요하면 다 가져간다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는 동산만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필요하면 일단 다 징발할 수 있다. 위에 4.권리 조항을 보면 이 법 조항에 없어도 그냥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징발은 통상적인 방법으로도 군의 수요를 충족할 수 없을 때 국민에게 강제로 부담을 지우는 것이며, 평시에 군의 수요를 위하여 체결되는 군납계약과는 구별해야 한다. 계약체결은 자유이지만 징발은 강제이다.
국가적인 재난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도 민간으로부터 식량, 의료용품, 차량 등을 징발하기도 한다. 일례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정병국은 마스크와 손소독제의 생산과 유통에 징발법을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실행되지는 않았다 #. 당시 대구 시내에 있는 모 호텔이 이 지역에 파견된 간호장교들의 막사로 사용된 적이 있었으나, 이는 통상적인 숙박계약의 체결로 이루어진 것이지 징발관의 영장을 받아 강제로 집행한 것이 아니며 이는 징발법상의 징발은 아니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의료시설 동원이므로 징발은 아니다. 절차상으로도 징발과는 달리 대금을 먼저 지불하였다. 물론 해당 병원의 입장에서는 의무적으로 병상을 내줘야 하니 징발처럼 느껴질 수 있고, 그런 식으로 표현한 기사도 몇 개 있었다.
차량 징발의 경우, 대규모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긴급 특수차량 외에도 민간 승용차나 영업용 차량을 소방당국의 요청에 따라 일시적이나마 징발이 가능하며, 이런 경우에는 경상자를 이송하는 목적으로 징발되어진다.
4.3. 보상
제3장 징발물에 대한 보상 제19조(보상) ① 소모품인 동산을 징발하였을 때에는 정당한 대가를 징발대상자에게 보상한다. ② 비소모품인 동산이나 부동산을 징발하였을 때에는 정당한 사용료를 지급한다. ③ 제14조 단서의 경우, 징발대상자에게 손실이 있을 때에는 그 손실을 보상한다. 다만, 그 손실이 천재지변, 전쟁, 그 밖의 불가항력으로 인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④ 권리를 징발하였을 때에도 정당한 사용료를 지급한다. ⑤ 제2항과 제4항에 따른 사용료는 매 사용연도분을 그 다음 해에 지급하고, 제3항에 따른 보상은 징발이 해제되는 날부터 2년 이내에 지급한다. 다만, 보상금 지급이 지연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정이자율 이상의 이율에 따른 이자를 더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전문개정 2010.3.17.] 제20조(보상 제외) 징발물이 국유재산 또는 공유재산인 경우에는 제19조에도 불구하고 보상을 하지 아니한다. [전문개정 2010.3.17.] 제21조(보상기준) ① 징발물에 대한 사용료 등은 해당 사용연도나 징발 해제 당시의 표준지의 공시지가 또는 실제 거래가격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 적정 가격으로 정한다. ② 제1항에서 정하는 보상기준에 관한 세부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5. 미디어에서
-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단골 소재. 아무래도 주요 무대가 국가 간의 전쟁인 데다가 허구한날 총력전이 벌어지다 보니 자주 등장한다.
- 기동전사 건담: 카이 시덴이 자신의 지구연방군 신분증을 보여주며 "군 관계자다! 나중에 기지로 찾으러 오라고!"라고 소리치며 오토바이를 징발해 화이트 베이스로 복귀한다. 다만 여기서 기지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오토바이를 망가뜨린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화이트 베이스로 복귀하긴 했다.
- 기동전사 건담 MS IGLOO 시리즈 - 요툰헤임을 위시한 시험지원함: 원래는 민간 연락 화객선이었으나, 1년전쟁 발발 이후 지온 공국군에 의해 대량 징발되어 여러 임무에 투입된다. 요툰헤임을 예로 들자면 마르틴 프로흐노우 함장은 중좌 상당관으로 투입되고, 제603기술시험대와 카스펜 전투대대의 모함으로써의 임무까지 완수해 아 바오아 쿠 공방전에서 배 1척과 40명의 학도병만으로 E필드를 지켜낸다.
-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는 약탈이 일어나자 "약탈이 아니라 징발이다"라고 두둔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해적에게는 징발 권한이 없으므로 해당 장면은 문자 그대로의 약탈이 맞다(...).
- Warhammer 40,000: Dawn of War의 기초 자원은 징발 자원이다. 거점을 점령하면 좀 더 많은 징발을 할 수 있고 병력을 더 뽑을 수 있다는 식의 설명이다. 또 다른 자원은 전기이다.
6. 여담
- 가짜 뉴스의 단골 소재이기도 한데,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이 징발 관련한 카더라 통신이 잊을 만하면 떠돌아서 민심을 소란하게 한다. 오죽하면 2017년에 이걸 소재로 특집기사가 났을 정도.
[1]
예를 들어
북한의
토지개혁 정책은 명목상으로는 징발을 자칭했으나 실상은
지주들을 향한 무분별한 학살과 폭력, 그리고 강탈을 통해 이뤄졌다.
[2]
대표적인 예로 2차대전이 끝나고 한참 지난 뒤
독일과
일본이 있는데, 징발자산에 대해 보상을 했지만 사실상 안하느니만 못한 푼돈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물론 승전국인
소련과
프랑스 등도 마찬가지였다.
[3]
약탈은 군인과 민간인의 개인 대 개인의 행동이므로 당장의 강압이 나타나기 쉽다. 한편 징발은 군대라는 집단이 권위로 압박할 수 있으므로 직접적 폭력 없이도 상당수 고분고분한 민간인을 제압할 수 있다.
[4]
프랑스-인디언 전쟁과
미국 독립 전쟁 시절에도 영국군은 현물 금화를 지급했기 때문에 민간인들이 군대 보급품 거래를 오히려 독립군보다 선호했다. 반면 독립군은 패배할 경우 휴지조각이 되는
군표를 사용했기 때문에 보급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기적 같은 우연이 따라주지 않았거나 적극적 외교를 통해 프랑스 등 유럽 열강들의 지원을 끌어내지 못했다면 최종적으로 영국에 패배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5]
현대 에어로타운이 주로 출연하나, 도색과 노선 번호는 2014년의 실제 성남 시내버스와 관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