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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 Ninth Battle of Iserlohn · 第9次イゼルローン攻防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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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
우주력 798년, 제국력 489년 표준력 11월 20일 ~ 우주력 799년, 제국력 490년 표준력 1월 9일 | ||
장소 | ||
자유행성동맹령 이제르론 회랑 알테나 성역 이제르론 요새 | ||
교전 당사자 | 은하제국 골덴바움 왕조 | 자유행성동맹 |
지휘관 |
오스카 폰 로이엔탈 헬무트 렌넨캄프 한스 에두아르트 베르겐그륀 코르넬리우스 루츠 |
양 웬리 알렉스 카젤느 더스티 아텐보로 에드윈 피셔 발터 폰 쇤코프 |
병력 |
은하제국군 이제르론 회랑 방면군 함정 불명, 장병 400만 명 이상(원작) 함정 3만 6천 척(OVA) |
자유행성동맹군 함정 불명, 장병 200만 명 |
피해 규모 | 함정 4천 척 이상, 장병 20만 명 이상 손실 |
이제르론 요새 함락 및 일부 파손 함대 피해 불명 |
결과 | ||
은하제국군의 승리 양 함대, 동맹령으로 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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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의 에피소드 | ||||
(시작) | → | 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 | → | 페잔 점령 작전 |
역대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 | ||||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 | → | 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 | → | 제10차 이제르론 공방전 |
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4권 <책모편> 8장, 5권 <풍운편> 2장
- 은하영웅전설 OVA 41~43, 46화
- 후지사키 류 코믹스 은하영웅전설 167~168화, 170화~173화
-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 47화
- 시기 : 우주력 798년, 제국력 489년 표준력 11월 20일 ~ 우주력 799년, 제국력 490년 표준력 1월 9일
은하영웅전설의 전투. 우주력 798년, 제국력 489년에 이제르론 요새에서 벌어진 은하제국과 자유행성동맹 간의 전투이다. 동시에 은영전에서 가장 오랫동안 전개된 단일 전투이기도 하다.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에 따라 오스카 폰 로이엔탈이 지휘하는 제국 원정군이 이제르론 요새를 공격하여 이제르론 요새 사령관 양 웬리와 교전을 벌였다. 하지만 제국군의 목표는 따로 있었다. 이로 인해 정세가 급변한 상황에서 자유재량권을 부여받은 양 웬리가 요새를 포기하고 이탈하면서, 결국 이제르론 요새는 2년 7개월 만에 제국군의 손에 넘어갔다.
2. 배경
페잔 자치령은 제국과 동맹의 분쟁을 촉발시키기 위한 공작을 펼쳤고, 이에 따라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원수와 야합하여 황제 납치 사건을 일으켰다. 그리고 납치된 에르빈 요제프 2세는 문벌귀족 잔존세력의 손에 이끌려 자유행성동맹으로 망명, 은하제국 정통정부가 수립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바로 동맹을 규탄하는 성명과 함께 구 체제의 귀족을 보호하는 동맹은 제국의 적이라는 논리로 선전포고를 날렸다.당시 모든 사람들은 당연히 이제르론 요새에서 제국과 동맹 사이의 전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고, 그 결과도 대강 이제르론 회랑에서만 북새통이겠구나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이미 교섭단계에서 페잔 판무관 니콜라스 볼텍을 협박했고, 역시 자치령주 자리에 욕심이 있던 볼텍이 그 대가로 페잔 회랑 자유항행권을 넘겨주기로 하면서 서로 결탁을 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수립된 것이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이었는데 대놓고 페잔으로 진군을 해버리면 이를 눈치챈 페잔과 동맹이 잔꾀를 부릴 우려가 있었으므로 따로 연막작전을 기획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진행된 것이 모두들 예상한 이제르론 방면의 대규모 군사작전이었다. 연막작전이라고 너무 성의없게 편성하면 또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제국군 쌍벽 중 한 명인 오스카 폰 로이엔탈 상급대장을 사령관으로 지명하고, 헬무트 렌넨캄프 대장과 코르넬리우스 루츠 대장을 부사령관으로 임명하여 이제르론 방면 원정군을 편성했다. 이러한 진용 구성은 당당하게 공표되었기 때문에 쉽게 페잔과 동맹군 정보망으로 넘어갔고 이에 따라 이제르론 방면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반면 양 웬리는 에르빈 요제프 2세의 망명 이후 라인하르트의 의도와 그 작전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 당시 주 페잔 동맹판무관부의 주재무관 보좌관으로 부임한 율리안 민츠가 수도성 하이네센에 방문하게 되어 있었으므로 잠시 짬을 내서 알렉산드르 뷰코크 대장과 만나도록 했다. 그리고 율리안의 손을 통해 당시 양이 예측한 상황과 이에 대한 최선의 방책을 요약한 문서를 전달하였다. 이 문서는 훗날까지 보존이 되어 양 웬리의 전략가적 식견을 증명하는 중요 사료로 남는다.
양의 경고를 들은 뷰코크는 이후 벌어진 국방조정회의에서 페잔 침공 가능성을 역설하며 대응책 강구를 주장했지만 이미 욥 트뤼니히트 일파에 장악당한 동맹군 수뇌부는 그 경고를 무시했다. OVA판에서는 아직 각성 전인 국방위원장 월터 아일랜즈가 노망난 노친네가 잠꼬대한다는 식으로 무시해버렸다. 그 결과 동맹은 이제르론 방면에 대한 경계강화 및 필요 시 군수물자의 지원체계를 갖춘다는 수준의 대응책만 수립하고 말았다.
3. 전반전
3.1. 1차 공세
제국군이 침공할 무렵 동맹군이 이제르론 회랑에 설치한 군사위성들은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 상당수 파괴당한 상태였다. 거기에다 국방위원회는 경리부 감사가 끝나지 않아서 법규상 예산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추가예산 지출을 거부했다. 결국 양 함대는 추가예산이 나올 때까지 함대를 동원해서 초계활동을 벌이고 있었다.우주력 798년 11월 20일, 전함 율리시스가 이틀째 초계활동을 벌이던 무렵 갑자기 제국군 대병력이 율리시스 눈앞에 나타났다. 율리시스 함장 닐슨 중령은 우리 주둔 함대가 지금껏 무패행진을 달려왔던 이유는 이길 수 없는 상대와는 싸우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당장 도망치라고 명령했고, 로이엔탈은 본 전투를 앞두고 굳이 조그만 적을 쫓아갈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그냥 내버려두었다.
제국군이 나타나자 양은 최고 간부들을 회의실에 소집해서 대응책을 논의했고, 방어지휘관 발터 폰 쇤코프 소장과 요새 사무감 알렉스 카젤느 소장에게 규약에 따라 준비할 것을 명령했다. 양은 적이 접근하기 전에 함대를 회랑 어딘가에 잠복시킨 뒤 요새와 협공하여 적 함대를 박살내려고 했지만 제국군의 행동이 신속하면서도 질서정연하여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양은 수도에 적습을 알리고 이 전투는 페잔 회랑을 통한 공격과 연동되는 라인하르트의 장대한 계획의 일환이니 페잔 쪽 방비를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요새 전면에 나타난 로이엔탈은 요새주포 ' 토르 하머' 사거리 바깥쪽에 함대를 전개했다. 포진이 갖추어지자 로이엔탈은 즉시 포격명령을 내렸고 30만 문이 넘는 함포들이 일제히 광선을 내뿜었다. 그러나 이제르론의 방어력은 우주 최강이었으므로 제국군의 포격은 포대와 총좌만 파괴했을 뿐 장갑을 뚫지는 못했다. 참모장 한스 에두아르트 베르겐그륀 중장이 포격에도 끄떡없는 요새를 보며 감탄하고 로이엔탈은 부사령관 코르넬리우스 루츠 대장에게 계획한 대로 반포위태세를 취하라고 명령했다.[1]
전투가 벌어지던 중 주둔함대 지휘관 더스티 아텐보로 소장은 함대는 언제든지 출격할 수 있다며 넌지시 출격지시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양은 기선을 제압당한 이상 상대의 전술을 따라갈 수밖에 없고 조금 더 관찰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함대 대기를 명령했지만 제국군 일부 부대가 요새 주포 사거리를 벗어난 채로 반포위태세를 취하자 양은 방치해두었다가는 사각에서 공격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함대 출격을 명령했다. 다만 자신은 출격하지 않고 에드윈 피셔 소장과 더스티 아텐보로 소장에게 함대 지휘를 맡겼다. 명령은 받은 피셔는 묵묵히, 아텐보로는 용감한 태도로 출항하여 제국군과 전투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 전투 자체가 로이엔탈의 함정이었다. 로이엔탈은 양 웬리가 함대를 출격시키기를 기다리면서 주둔함대가 출격하자 느닷없이 제국 함대를 주둔함대 사이로 돌진시켜 단번에 전황을 난전으로 몰고 가 토르 하머를 봉쇄해버렸다. 그리고 적이 원군을 보낸다면 로이엔탈도 병력 수를 늘려 전투를 소모전으로 끌고 갈 심산이었다. 양은 "제대로 한 방 먹었군."이라고 감탄하면서도 이 상황을 역이용해 로이엔탈에게 한방 먹일 작전을 구상했다.
요새 외부에서 전개된 난전 속에서 동맹군은 붕괴위기에 몰렸지만 피셔와 아텐보로가 필사적으로 지휘한 덕에 완전붕괴는 면했다. 난전이 벌어진 공역 외각에서는 동맹군과 제국군의 포격이 벌어졌고, 제국군 전함 쇠네부르크와 동맹군 전함 옥시아나, 류블랴나 등 무수한 함정들이 격침당했다. 그때 요새에서 새 병력이 출격했는데 오퍼레이터가 검색한 결과 양 웬리의 기함 히페리온이 출격했다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로이엔탈은 의외의 사태에 양은 지장인 줄 알았는데 이런 맹장같은 일면도 있었냐고 감탄하면서 단번에 양을 생포 또는 살해하여 승패를 단번에 가를 생각으로 전 함대에 최대속도로 전진을 명령했다. 로이엔탈의 기함 트리스탄이 전 함대 선두에 서서 히페리온을 주포 사거리 내에 포착하기 직전, 갑자기 강습양륙함이 튀어나와 트리스탄 함저를 들이박았다. 강습양륙함은 열선 드릴과 산화제로 트리스탄의 외벽을 뚫고 통로를 만들었고 그 안에서 발터 폰 쇤코프 소장이 지휘하는 동맹군 육전대원들이 쏟아져나왔다.
이 모든 것은 양의 트릭이었다. 자신이 타지 않은 히페리온을 출격시켜 로이엔탈을 끌어들인 뒤 강습양륙함을 동원하여 기함 트리스탄에 육전대원을 침입시켜 로이엔탈을 생포하거나 사살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구체적인 제안은 발터 폰 쇤코프의 머리에서 나왔으며, 쇤코프는 이 작전의 지휘관까지 맡았다.
트리스탄 내부에서는 로젠리터 연대와 제국군 간의 전투가 벌어졌다. 쇤코프는 적 사령관과 함교를 찾으라고 명령했고 백병전 지휘를 맡은 베르겐그륀은 단 한 놈도 살려보내지 말라고 부하들에게 명령했으며, 통로 양측에서 로젠리터를 협공하려고 했지만 신속한 쇤코프의 돌진에 제국군 3명이 전사했다. 그러나 쇤코프 역시 너무 빠른 탓에 그를 따라온 병사는 단 2명이었으며 나머지는 후방에서 제국군과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종횡무진 내달리던 쇤코프는 눈앞에 제국군이 몰려오자 옆에 있던 방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막 장갑복으로 갈아입으려는 한 제국군 장교가 있었다. 짧은 총격전 끝에 쇤코프를 따라온 병사들과 장교를 호위하던 제국군 병사들이 모두 죽고, 방 안에는 쇤코프와 제국군 장교만 남았다.
쇤코프는 호위를 받는 위치에 있고, 장성 계급장과 군복, 삽시간의 호위 병사들을 학살한 자신을 보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 상대방의 모습을 보고 눈 앞의 제국 군인이 목표로 하던 로이엔탈 제독임을 간파하였다. 쇤코프가 제국 표준어로 로이엔탈 제독이 맞냐고 묻자 로이엔탈은 담담하게 이를 인정하고 동맹의 사냥개가 왔냐고 되받아친다. 이에 쇤코프는 죽기 전에 자신의 이름을 알아두라며 소리치고 즉각 토마호크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로이엔탈은 공격을 회피하고 호신용 블래스터를 꺼내들어 바로 쇤코프의 머리를 노렸다. 허나 쇤코프가 토마호크를 들어 방어자세를 취하였고, 블래스터의 광선은 토마호크의 자루에 맞아 무기를 부러뜨리게 된다. 쇤코프는 바로 손에 남은 부러진 토마호크 자루를 투척하여 로이엔탈의 손을 맞춰 블래스터를 떨어뜨리는데 성공한다.
쇤코프는 전투 단검을 꺼내들어 로이엔탈에게 달려들었고, 로이엔탈은 쓰러진 병사의 단검을 뽑아들어 나이프 파이팅을 벌였다. 몇 합을 주고 받는 사이 함선에 침입한 로젠리터 연대의 지원병력과 로이엔탈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아차리고 급박하게 몰려든 제국군 장갑척탄병 대원들이 연달아 내부로 들어닥치게 된다. 카스퍼 린츠 대령이 측면에서 기습사격하여 제국군 몇 명을 사살하였으나, 숫적 우위에 있던 제국군 병사들이 맞서 싸우면서 난전이 벌어지게 된다. 쇤코프와 로이엔탈의 전투는 중단되었고 더 이상 시간을 끌 여유가 없던 로젠리터 연대는 약 3분 뒤 모두 철수하게 된다. 로이엔탈은 함대 총사령관이 백병전을 벌이다니 어처구니없는 삼류 희극이라고 자조하면서 베르겐그륀에게 전투를 중단하고 후퇴할 것을 명령했다. 로이엔탈의 지휘 하에 제국군은 양 함대와 호각으로 싸우면서 전열을 갖추어 난전에서 벗어나 후퇴했다. 양 웬리는 제국군을 추격하려고 했지만 파고들 틈을 찾지 못해서 주둔함대를 요새로 수용했다. 한편 요새로 복귀한 쇤코프는 양 웬리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거의 다 잡은 월척을 놓쳤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2]
3.2. 2차 공세, 그리고 페잔 점령
첫 번째 공세에서 승부를 내지 못한 제국군은 요새에서 거리를 두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양은 함대를 조금씩 출격시켜 싸움을 유도하여 토르 하머 사거리 내로 끌어들이고자 했지만 로이엔탈은 이에 말려들지 않고 전진과 후퇴를 반복했다. 쇤코프는 이걸 보고 그때 로이엔탈을 죽이지 못한 것을 진심으로 후회했다.12월 9일, 제국군이 갑자기 공세에 나섰다. 토르 하머와 요새 포탑에 노출될 위험을 감수하고 500척 단위로 편성된 소함대가 일격이탈 방식으로 요새를 두들겼다. 한 부대가 접근해서 공격하면 요새 포탑이 반격하고, 그러면 그 부대가 이탈한 뒤 다른 부대가 공격하는 식이었다. OVA판에서는 이 공세를 좀 더 자세히 묘사하는데, 소병력들이 요새의 유체 금속층 바로 위에 근접해서 빔포와 폭탄을 발사하여 유체 금속층에 구멍을 뚫고, 유체 금속층의 표면을 거칠게 해서 부유 포대의 사용을 막았다. 이에 양 웬리는 부유 포대를 유체 금속층 아래에 위치시킨 다음 사격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부유 포대를 자폭시켰는데 이 때 발생하는 초대형 액체금속 쓰나미로 로이엔탈 함대의 소병력 집단에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이 방법은 부유포대 1기가 완파되는 방식이고, 보수비용이 팍팍 늘어나는 것이므로 사무감 알렉스 카젤느가 싫어했다.
30분이 지나자 제국군은 함정 2,000여척을 잃었지만 이제르론 요새도 200군데 피해를 입었다. 그저 상호 포격전만 전개되니 공전대장 올리비에 포플랭 소령처럼 나설 일이 없는 사람은 불평을 늘어놓았다. 양은 이번 전투의 진짜 목적이 페잔 점령을 위한 성동격서 전략임을 알았지만 알아도 대응할 권한이 없으니 의욕을 잃고 그저 로이엔탈의 공세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만 했다.
12월 9일에 벌어진 두 번째 공세 역시 실패로 끝났다. 로이엔탈을 함대를 요새 전면에서 물리면서 제국군 최고사령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제국원수에게 요새의 방어력이 막강하니 증원군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라인하르트는 로이엔탈이 고전하는 데 유감을 표하며 단숨에 요새를 공략하겠다고 선언했다. 제국수도 오딘 주변 성역에 대기하고 있던 볼프강 미터마이어 상급대장과 나이트하르트 뮐러 대장을 비롯한 세 명의 대장에게 출격명령이 떨어졌으며, 라인하르트는 필요하다면 자신 역시 수도 오딘을 떠나 공세에 가세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터마이어는 부하들에게는 이제르론 회랑으로 간다고 전파하면서 침로를 페잔 회랑으로 잡았다. 12월 13일이 되자 미터마이어는 공식적으로 이번 작전의 목표는 페잔 자치령을 병탄하는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사기충천한 미터마이어 함대는 페잔으로 달려갔다. 이미 라인하르트의 공작으로 대 제국 정보망이 무력화된 페잔 자치정부는 제국군이 페잔 본성 상공에 나타나는 순간까지 공격을 눈치채지 못했으며, 미터마이어 함대는 별다른 저항 없이 페잔 본성을 장악했다.
미터마이어가 페잔을 점령하고 얼마 뒤 나이트하르트 뮐러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아달베르트 폰 파렌하이트,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 등 제국군 최고 장성들이 페잔에 연이어 입성하면서 페잔 자치령은 멸망하고, 고등판무관이었지만 페잔 자치정부를 배신하고 제국에 붙은 니콜라스 볼텍이 '페잔 대리총독'이라는 직함을 받아 페잔을 통치했다. 제국군은 페잔 회랑을 점거하여 동맹령으로 향하는 항로를 확보했으며 페잔 항로국에 있는 동맹령 성도까지 확보하여 본격적으로 동맹을 침공할 준비를 마쳤다. 한편 이제르론 회랑 쪽만 신경쓰던 자유행성동맹 정부와 은하제국 정통정부는 느닷없이 물벼락을 맞은 꼴이 되었다.
4. 소강기
페잔 점령, 라인하르트와 주력부대의 페잔 도착, 제국군의 동맹령 침공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도 양은 별다른 지시가 없었던 까닭에 이제르론에서 로이엔탈과 전술적인 레벨의 전투만 계속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양이 적절한 행동을 취하지 못하도록 로이엔탈이 견제를 하고 있었으므로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이 시기 양은 율리안이 정부의 명령으로 페잔에 부임하면서 이제르론을 떠났기에 전략 구상시의 말벗 및 가사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데다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도 대처하기는 커녕 강제로 별 의미도 없는 양동작전에 기계적인 대응만 해야 한다는 자괴감이 합해져서 의욕마저 바닥을 박박 기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양 본인도 작전이나 대응책을 수립하기는 커녕 그저 수동적인 대응만 할 수밖에 없었던 셈. 그 영향인지 이 시기에 있었던 교전 상황은 서술되지 않는다.
한편 페잔 회랑을 제국군이 장악하자 동맹군 수뇌부는 정신차린 월터 아일랜즈 국방위원장과 알렉산드르 뷰코크 대장의 주도 하에 결전을 준비했다. 그런데 총참모장으로 승진한 춘우 지엔 대장이 양 웬리를 불러 그의 지략과 병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1함대 사령관 파에타 중장은 양 웬리는 제국군 별동대와 대치하고 있어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고 지적했지만 춘우 지엔은 양 웬리면 어떻게든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뷰코크는 그 제안을 채용하여 양 웬리에게 하나의 통신문을 보냈다.
5. 후반전
5.1. 자유재량권을 부여받다
우주력 799년 1월, 이제르론 요새는 여전히 제국군 대함대에 포위당해 포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요새에 거주하는 군인과 시민들은 전시상황이니 만큼 딱히 새해를 축하할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기적의 양'을 믿고 절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양은 "세상에는 노력해도 허사인 일뿐. 어차피 허사라면 술이나 마시고 잠이나 잘까."라는 불건전한 콧노래나 부르고 있었다. 그때 통신방해를 뚫고 수도 하이네센에서 훈령이 날아들었다.『모든 책임은 우주함대 사령부가 지겠다. 귀관의 판단에 따라 최선이라고 믿는 행동을 취하라. 우주함대 사령장관
알렉산드르 뷰코크.』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47~48
뷰코크가 내린 훈령은 양 웬리에게 완전한 자유재량권을 부여한 것이었다. 양 웬리는 이 훈령 하나로 다시 활력을 얻고 "역시 사람은 말이 통하는 상사를 둬야 한다니까", "그 할아버지 참 까탈스럽네, 월급을 받았으니 일을 하라 이거지?"라고 투덜거렸다. 그리고 무언가 웅얼거렸는데,
프레데리카 그린힐은 "적 함정 한 척당 연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되는 셈일까..."라고 들었다. 이 말은 너무나도 수준낮은 발언이라서 프레데리카는 나중에
율리안 민츠에게만 알려주었으므로 이 에피소드는 후세에 전해지지 못하고 묻혀버렸다. 아무튼 활력을 되찾은 양은 간부들을 소집해서 편안한 말투로 이제르론 요새 포기를 선언했다.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47~48
양 웬리와 부대끼면서 온갖 기책을 목격한 양 함대 간부들은 더 이상 놀랄 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양 웬리의 뜬금없는 한 마디에 또 다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참모장 무라이가 선봉에 서서 발언을 재확인하자 양은 편안한 어조로 다시 말했다. 무라이는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고, 양 웬리는 회랑 양쪽을 같은 세력이 차지하며 이제르론 요새의 전략적 의의는 사라지므로 굳이 이제르론에 집착해서 주둔함대를 묵혀두는 어리석은 선택을 범하는 대신 요새를 포기하여 주둔함대 전력이라도 활용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무라이는 이제르론에 남아 항전을 거듭하여 그 전과로 제국과 강화 교섭에 나설 수 있다고 반론했지만 양은 그래봤자 제국은 강화조건으로 이제르론을 요구할 테니 그 전에 버려도 별 차이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무라이는 지지 않고 양 웬리가 요새를 포기하는 것 자체가 동맹 국민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미쳐 전의를 꺾어버릴 수 있다고 반박했고 양도 속으로는 공감했지만 거기까지는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발터 폰 쇤코프 역시 무라이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기왕 내줄거면 정부의 높으신 분들이 애걸복걸할 때 내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양은 그러면 승기를 놓칠 수 있다고 기각했다. 그러자 깜짝 놀란 쇤코프가 "지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신단 말입니까?"라고 외치자 양은 전략적 열세를 일거에 뒤엎을 수 있는 비장의 수를 공개했다. 작중에서는 바로 언급이 되지 않지만 훗날 양 웬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밝힌 바로 독신인 라인하르트를 전장에서 쓰러뜨리는 것이었다.
한편 오스카 폰 로이엔탈은 이제르론에서 80만 km 떨어진 기함 트리스탄의 함교에서 새해를 맞았다. 그는 이전처럼 총공세를 취하지 않고 요새를 포위한 채 견제용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부사령관 헬무트 렌넨캄프 상급대장은 로이엔탈이 총공세를 취하지 않자 불만을 품어 끊임없이 총공세를 주장했다. 이대로 그냥 대치만 하고 있으면 페잔 회랑에 있는 아군이 공적을 독점할 테니 전 함대를 동원하여 파상공세를 취해 적의 심신을 지치게 하여 요새를 함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로이엔탈은 그냥 힘으로 탈취할 수 있었으면 이제르론은 이미 대여섯번은 주인이 바뀌었을 거라고 설득했고, 그렇게 총공세를 펼쳤다간 우리가 먼저 지칠 수 있다고 기각했다.
로이엔탈의 말이 맞다고 여겨 아무말도 못하는 렌넨캄프에게 로이엔탈은 양 웬리가 요새를 포기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렌넨캄프는 요새를 포기하면 이적행위로 간주될 수 있을 뿐더러, 무인이라면 자신이 있는 곳을 사수하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로이엔탈은 이미 아군이 페잔 회랑을 타고 동맹을 침공한 상황에서 이제르론에 매달리는 건 전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재반박했다. 그러자 렌넨캄프는 동맹이 멸망해도 이제르론이 건재하면 양 웬리도 무인으로 면목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반박했는데, 그러자 로이엔탈은 눈앞에 싸움에만 매달려 전략적 사고를 못하는 '싸움꾼'에 진저리가 나 "양 웬리가 경이라면 그렇게 생각하겠지"라고 대꾸했다. 분위기가 악화되자 코르넬리우스 루츠 대장이 나서 렌넨캄프를 말리고, 로이엔탈이 발언을 사과하며 두 사람의 말다툼은 일단락되었다.
5.2. 제국군의 추가 공세
로이엔탈은 양 웬리의 요새 이탈을 방해하고 주둔함대의 전력을 깎아내기 위해 요새를 포위하면서 또 다시 공세를 펼쳤다. 양 웬리의 입이 딱 벌어질 만한 대공세가 펼쳐졌고 몇 번이나 출격한 제1공전대장 올리비에 포플랭 소령은 하이네센에 돌아가면 파일럿 노동조합을 결성하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다음 날에는 더 치열한 공세가 펼쳐졌는데 얼마나 치열했는지 지시, 보고, 연락을 담당하던 오퍼레이터 한 명은 과로로 졸도하고, 한 명은 성대가 마비되어서 교체되었다. 거기에다 졸지에 생활터전을 빼앗기게 생긴 거류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었고, 민간인 탈출을 준비하느라 지쳐버린 알렉스 카젤느 소장은 양 웬리에게 찾아온 민간인 대표단을 떠넘겼다. 그러자 양은 내심 불안해 하면서도 느긋해하는 척 하면서 민간인 대표단에게 무사히 안전한 성역으로 보내겠다고 약속했다.이때 발생한 또 다른 문제는 부하들의 욕구불만이었다. 양 웬리는 좀처럼 함대를 출격시키지 않고 설령 출격한다 해도 요새 주포 토르 하머의 사거리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았기 때문에 양 함대 부하들은 폭발 직전이었다. 출격한 더스티 아텐보로 소장은 포화와 근접전, 요새의 포격까지 이용하여 제국군을 주포 사정거리 밖으로 몰아냈지만, 제국군은 도리어 후퇴하여 양 함대를 유인하려고 했다. 동맹군이 유인에 끌려나가자 아텐보로는 아군을 간신히 제지하여 요새로 귀환했지만 중간급 지휘관은 재출격을 청원했고 아텐보로는 그들에 의해 등 떠밀려 재출격을 요청했다.
하지만 양 웬리는 "안 돼!" 한 마디로 출격 요청을 기각했다. 최대한 함대의 손실을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한 번 물러난 아텐보로는 다시 나타나 "모든 책임을 지겠으니 출격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이러한 식의 논법은 양이 끔찍하게 싫어하는 것이었으므로 얼굴에 당장 불편한 기색이 드러났다. 프레데리카 그린힐의 신호를 받고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아텐보로는 말을 고쳐서 "
5.3. 렌넨캄프를 물리치다
잠시 양측의 교전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무렵 이제르론에서 500척의 수송선과 2,000척 가량의 군함이 출항했다. 이는 누가 봐도 요인 및 민간인 탈출로 볼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로이엔탈은 양 웬리의 꼼수를 경계하여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이전부터 로이엔탈이 압박만 가할 뿐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리던 렌넨캄프가 통보만 하고 바로 추격에 나서는 바람에 로이엔탈도 어쩔 수 없이 추격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추격은 렌넨캄프에게 맡기고 자신은 그 뒤를 지원하는 형태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렌넨캄프는 병력을 나눠 한 병력이 탈출선단의 퇴로를 차단하며 나머지 병력이 등짝을 덮쳐서 이들을 소탕하려 했으나 이는 양 함대의 낚시였다. 이는 과거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 나이트하르트 뮐러가 당했던 것을 응용한 패턴으로 렌넨캄프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제르론 요새 대공포대 전면에 함대를 배치하고 말았던 것. 렌넨캄프가 아차하는 순간 요새의 대공포화가 작렬하면서 제국군 함대를 탈탈 털어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뒤따라오던 로이엔탈이 요새에 포격을 가한 덕분에 렌넨캄프는 겨우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3]
간신히 질서를 회복한 렌넨캄프는 아직 피해를 입지 않은 나머지 부대를 이끌고 이제르론에서 출발한 선단을 추격했다. 이에 호위함대는 서둘러 이제르론 요새를 철수했고 수송선단만이 뒤쳐지게 됐다. 렌넨캄프는 이 수송선들을 나포해서 체면을 회복하려 했으나 그 순간 500척의 수송선들이 일제히 폭발을 일으키며 렌넨캄프의 병력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춰 대기중이던 이제르론 함대는 렌넨캄프의 잔여부대에 그동안 쌓였던 불만과 전의를 불태우며 실컷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 결과 루츠의 구원병력이 도착할 때까지 제국군은 군함 2,000척을 상실하고 전사자가 20만에 달할 정도의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동맹군은 신나게 스트레스를 해소한 다음 요새로 철수했기 때문에 타격은 크지 않았다. 이는 개전 이래 몇 안되는 제국군의 일방적인 패배였다.
제국군의 기세를 꺾고 훗날 탈출시 전력을 약화시키는 소기의 성과는 달성했으나 대신 수송선 500척을 날려먹었다. 이에 대해서 알렉스 카젤느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소설판에서는 나중에 탈출인원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디스하는 것으로 이어졌지만 OVA판에서는 아래에 언급할 '방주 작전'의 명칭을 두고 양 웬리와 투닥거리다가 '수송선 500척이나 날려먹은 주제에 입 다물어라'란 식으로 깠다. 때마침 귀환한 아텐보르는 이 이야기가 들리자 바로 도망간다(…).
로이엔탈은 사죄하는 렌넨캄프에게 가벼운 질책만 했을 뿐 책임을 묻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덕에 동맹군의 목적이 분명해졌다며 칭찬하기까지 했다. 더불어 제국군이 피해를 입긴 했어도 동맹군이 철수할 것이란 확신을 가졌고, 동맹군이 이탈하면 이제르론 요새로 진주할 수 있도록 휘하병력에 준비를 지시했다.
5.4. 이제르론 탈출
탈출준비가 마무리 되자 이제르론에 거주한 동맹군 및 민간인들은 일제히 이제르론을 빠져나갔다. 이제르론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군민 합쳐 506만 8224명에 달했는데, 이들을 모두 수송선과 병원선에만 수용할 수는 없었으므로 전투함에도 민간인들을 수용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여기서 민간인들은 항의했지만(이유야 당연히 민간인을 버릴까봐) 양이 나타나자마자 '엘 파실의 재현이다!' 라며 좋아라 했다. 강하게 항의하던 사람들이 양 웬리가 "여러분을 반드시 하이네센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라고 하자 순식간에 "우왕ㅋ" 하며 좋아했을 정도. 그만큼 사람들의 양 웬리에 대한 신뢰가 깊다는 의미겠지만. 사실 처음에 항의하러 온 민간인들을 맞이한 사람은 알렉스 카젤느였는데, 카젤느는 '남을 이렇게 부려먹고는 이런 상황에서 자기는 태평하게 홍차나 홀짝이는 놈이 있으니 그놈에게 맡겨라.'라고
하지만 앞선 작전에서 양 웬리와 아텐보로가 합작으로 귀중한 수송선 500척을 동원하여 제국군 상대로 신나는 불꽃놀이를 했기 때문에 수송선이 모자랐고, 결국 전투함에도 빼곡하게 수용해야 했다. 특히 전함 율리시스는 불침함으로 명성이 높았던 까닭인지 유아와 그 어머니들, 의료진 600명이 탑승하게 됐다. 그 결과 여기저기 기저귀가 널려 있고 아이들의 울음소리로 인해 율리시스의 승무원들이 멘붕 상태였는데
여담이지만 이 탈출작전의 명칭은 카젤느가
한편 동맹군이 대규모로 요새를 이탈하자 제국군은 로이엔탈에게 이를 보고하면서 은근히 로이엔탈이 추격명령을 내리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로이엔탈은 요새 점거가 먼저라며 추격 금지령을 내렸고, 공명심에 멋대로 공격을 개시한 한 소장의 계급을 박탈하여 일벌백계했다. 렌넨캄프도 추격 여부를 물었지만 로이엔탈은 여전히 거부했고, 한 번 패배하여 기세가 꺾인 렌넨캄프는 군말없이 물러났다.
이 무렵 루츠가 동맹군이 함정을 설치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로이엔탈도 그 가능성을 인정하여 잠시 병력을 대기하도록 한 다음 공병대를 파견하여 주요 거점 수색을 지시했다. 그 결과 동맹군이 동력로 부근에 교묘하게 설치해놓은 폭발물들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 너무 교묘하게 숨겨놔서 하마터면 발견 못할 뻔 했을 정도였는데 만약 제국군이 무질서하게 추격에 나섰거나 혹은 안심하고 요새에 진주했다가는 요새가 통째로 날아가는 대참사가 터질뻔한 상황이었다. 공병대장 슈무데 대령의 보고를 받은 로이엔탈을 비롯한 제국군 수뇌부들 모두 간담이 서늘해지는 기분과 함께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6. 이후 이야기
1월 9일 양 웬리가 요새를 포기함에 따라 따라 이제르론 요새는 다시 제국군의 손으로 넘어갔다. 로이엔탈은 수도 오딘에 간략하게 상황을 보고하고는 요새 정비작업에 들어갔다. 어차피 동맹군이 철수하면서 컴퓨터의 모든 정보를 파기한 상태였으므로 소득은 없었고, 제국군이 운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재정비했다.제국군이 요새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한 고참 경리 장교가 동맹군이 유기한 물자 일부를 횡령하려 했다가 발각되었다. 헌병대는 조사를 통해 이 장교가 과거에도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로이엔탈은 군기를 바로잡기 위해 즉결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하고 직접 블래스터를 쏴서 처형했다. 이 때 장교가 누구는 더 큰 것을 훔쳐도 욕을 안먹는데 고작 물자 횡령 따위로 자신을 처벌한다고 불평을 늘어놓자 로이엔탈은 "그럼 너도 한 번 훔쳐보지 그래?"란 반응을 보이고 직접 빵야(...).
한편 이제르론을 탈환한 이후 폭발물이 있었다고 해도 너무 쉽게 이제르론을 포기하고 물러간 것 때문에 또다른 꼼수를 부린 것이 아닐까란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로이엔탈도 그렇고 주변의 참모들 모두 그냥 지나가는 농담으로 치부했는데[5] 그로 인해 벌어진 것이...
이제르론 정비를 마친 로이엔탈은 코르넬리우스 루츠 대장에게 요새를 맡기고, 자신은 이제르론 회랑 방면군을 이끌고 라인하르트가 있는 본대로 합류하기 위해 출격했으며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이 끝나고 조금 뒤에 제국군이 점령한 간다르바 성계에 도착했다.
양 웬리가 이제르론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제국군 총사령부에 전달되자, 아르투르 폰 슈트라이트와 테오도르 폰 뤼케가 라인하르트에게 축사를 건넸다. 그러나 라인하르트는 단순히 "앞으로 계속 축하할 수 있다면 좋겠군."이라고 답했으며, 더불어 양 웬리는 멀쩡한 모양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슈트라이트는 요새를 스스로 포기한 양 웬리가 동맹정부에 처벌받을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라인하르트는 그를 없애면 누가 양 함대를 지휘하겠냐고 일축했다.[6]
요새를 포기한 양 웬리는 중간에 알렉스 카젤느에게 민간인 수송선단을 맡기고 동맹군 본대를 구원하기 위해 바라트 성계에 들르지 않고 바로 란테마리오로 향했다. 하지만 한나절이나 늦어 양 웬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전선은 무너졌고 동맹군은 섬멸당하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양은 제국군의 후방을 타격하여 제국군을 패닉에 빠트려 아군을 구하고 하이네센으로 귀환했다.
양 웬리는 이제르론을 포기한 것 때문에 안좋은 소리를 잔뜩 듣게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방위원장 월터 아일랜즈는 양과 부하들을 각각 1계급씩 특진시켰고, 양의 작전안을 청취한 다음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사실상 전권을 부여하여 제국군의 공세를 막고 라인하르트를 타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후 역사는 수송선단 습격전으로 이어진다.
7. 후지사키 류 코믹스
은하제국 황제 에르빈 요제프 2세와 문벌귀족 잔당들이 페잔 자치령과 자유행성동맹의 도움을 받아 은하제국 정통정부를 창건하자, 라인하르트는 즉시 동맹을 상대로 선전포고한다. 그리고 비밀리에 동맹을 정복하는 장대한 계획을 준비한다. 제국민도 간신히 손에 넣은 권리가 귀족들에게 빼앗길까 두려워 라인하르트를 전면적으로 지지했고, 그에 반비례하여 골덴바움 가문을 향한 충성심은 사라졌다. 라인하르트는 에르빈 요제프 2세를 폐위하고 루트비히 3세의 손녀 카타린을 새 황제로 옹립한다.우주력 798년 11월, 은하제국군은 제1차 라그나로크 작전의 실행에 앞서 대규모 훈련에 돌입한다. 오스카 폰 로이엔탈 상급대장은 3만 척에 달하는 대규모 함대를 이끌고 이제르론 요새 공략작전 훈련에 나섰다. 렌텐베르크 요새를 VR 기술을 동원하여 이제르론 요새처럼 꾸미고, 마치 실전처럼 훈련을 했다. 반면 볼프강 미터마이어 상급대장은 항행불능영역과 가까운 곳에서 함대 운용 훈련을 했다. 또한 제국은 민중에게 원정군의 진용을 공개했는데, 1진은 로이엔탈 상급대장, 2진은 미터마이어 상급대장, 3진은 나이트하르트 뮐러 대장, 4진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제국원수였다. 이 소식은 동맹에도 전해졌지만 정부와 시민들은 어차피 양 웬리 대장이 다 막아주리라 기대했기 때문에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않았다.
한편 이제르론 요새는 라인하르트의 선전포고가 떨어지자 식량, 무기 등을 비축하는 등 전쟁준비에 열을 올린다. 그런데 은하제국 정통정부의 요청에 따라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제독과 베른하르트 폰 슈나이더 중령은 이제르론을 떠나 하이네센으로 가고, 통합작전본부장 도슨 대장은 율리안 민츠를 포레비트 성역으로 배치한다. 율리안은 이럴 거면 군속으로 돌아가겠다고 성을 내지만 양은 군인은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훈계하더니 이것을 기회 삼아 율리안에게 극비 임무를 맡긴다.
양 웬리가 문제삼은 것은 황제 일행의 망명 경로였다. 동맹 시민과 정부는 그들이 양 함대의 경계망을 피해 이제르론 회랑을 몰래 통과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르론 요새의 레이더망은 회랑 폭의 1.5에 달하는 거리까지 뻗어 있었다. 무엇보다 단순 망명이라면 굳이 몰래 회랑을 통과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하여 양 웬리는 황제 일행이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회랑을 통해 동맹으로 넘어왔다고 판단, 그 중에서도 이미 도시전설로 소문이 파다한 페잔 회랑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이 회랑을 통해 동맹을 침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율리안을 통해 알렉산드르 뷰코크 제독에게 경고를 하고자 한 것. 루이 마솅고 준위와 함께 포레비트 성역으로 가게 된 율리안은 하이네센에서 뷰코크 제독과 만나 제국군이 넘어오기 전에 페잔 회랑의 동맹측 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주력 798년 11월 20일, 오스카 폰 로이엔탈 상급대장, 헬무트 렌넨캄프 대장, 코르넬리우스 루츠 대장이 이끄는 제국군 함대 3만 6천 척이 이제르론 회랑에 나타나 중후한 포진으로 이제르론 요새를 압박했다. 이번 작전은 페잔 자치령으로 향하는 아군 본대로 시선이 집중되지 못하도록 하는 양동작전이었으므로 굳이 요새를 함락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로이엔탈은 동맹군 최고 지장이라고 평가받는 양 웬리를 쓰러뜨리고 요새를 함락하면 자신의 이름값이 올라가리라고 생각하여 공격을 개시한다. 그걸 본 한스 에두아르트 베르겐그륀 중장은 라인하르트의 충신이었던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와 달리 로이엔탈은 야심가지만,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공격이 끝나고 로이엔탈은 루츠에게 반포위태새를 펼치라고 명령한다. 루츠 함대가 움직이자 양 웬리는 생각할 시간을 주라고 투덜거린 뒤 더스티 아텐보로 소장과 에드윈 피셔 소장에게 출격을 명령한다. 하지만 두 함대가 출격하자 루츠 함대는 급속 전진하여 토르 하머 사거리 내에서 난전을 벌였다. 루츠는 양 웬리를 상대로 1점을 땄다고 자축하고 양 웬리도 제법이라고 평가하며 추가 병력을 내보낸다. 제국군도 이를 포착하는 데, 놀라운 것은 양 웬리의 기함 히페리온이 직접 출격했다는 것이다. 베르겐그륀은 함정일 수도 있다고 진언하지만 로이엔탈은 여기서 죽는다 해도 양 웬리를 제거하면 동맹을 정복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논리로 추격을 명령한다.
모두가 히페리온에 관심이 쏠린 사이 발터 폰 쇤코프 소장이 탑승한 강습함이 제국군 함대에 접근, 기함 트리스탄을 찾던 도중 제국군의 포격에 휘말려 빙글빙글 돌다가 트리스탄 좌측면에 꽂혀버린다. 하지만 로이엔탈은 강습함에는 신경쓰지 않고 적병이 트리스탄을 먼저 함락하는가, 아니면 우리가 히페리온을 먼저 격침하는 가에 대한 승부라며 돌진을 멈추지 않는다. 양 함대는 황급히 요새로 철수하지만 로이엔탈은 맹렬히 추격하여 히페리온을 잡기 직전까지 따라잡았는데, 그 순간 내부에 침입한 로젠리터 연대가 트리스탄의 제1엔진을 폭파하여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에 양 함대는 무사히 요새로 철수한다.
트리스탄에 진입한 쇤코프는 제국군 장갑척탄병을 썰어버리며 로이엔탈과 맞서고, 로이엔탈도 칼을 뽑지만 쇤코프의 실력에 밀려 패배한다. 그러나 로이엔탈은 제플 입자가 살포된 것을 알면서도 블래스터를 뽑아 동귀어진할 각오로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지만, 한스 에두아르트 베르겐그륀이 말려서 그만두었다. 제국군이 물밑듯이 몰려오자 쇤코프는 부하들과 함께 철수했다. 이후 로이엔탈은 접근과 후퇴를 병행하여 이제르론의 신경을 긁어댔다.
그러다가 페잔 자치령이 몰락하고 제국군이 미지의 페잔 회랑을 통해 동맹령에 침입하자 동맹군 사령부는 양 웬리에게 자유재량권을 준다. 양 웬리는 그러자 곧바로 요새 포기를 선언하고 철수작전 '방주 계획'을 시작한다. 철수에 앞서 더스티 아텐보로가 입안한 군사작전으로 제국군의 눈을 가리고, 그 사이 군과 민간인들이 철수하는 계획이었다.
이제르론에서 수송함 4백 척과 군함 2천 척이 출항하자 평소 요새에 강공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 헬무트 렌넨캄프는 즉시 추격을 시작한다. 렌넨캄프는 이번 사태가 함대를 이제르론의 부유 포대 앞으로 유인하여 섬멸하는 적의 유인책이라고 추측했고 이를 역으로 이용하고자 했다. 함대를 둘로 나누어 추격하는 렌넨캄프는 부유 포대가 나타나자 즉시 방향을 틀어 부유 포대를 집중 공격, 모조리 파괴했고 곧바로 수송함대를 추격한다. 속도가 느린 수송함대는 추격을 뿌리칠 수 없었고 전투함들은 수송함을 포기하고 도주한다. 수송함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양 웬리의 가족을 포로로 잡을 생각에 들뜬 렌넨캄프는 수송함대에 정선을 요구하지만, 그 순간 수송함이 모조리 폭발했다. 렌넨캄프의 기함도 폭발에 휘말렸고 렌넨캄프는 바닥에서 올라온 폭발에 휘말려 중상을 입는다.
렌넨캄프 함대가 폭발에 휘말린 사이 본대는 진짜 철수를 시작했다. 로이엔탈은 방금 일어난 폭발이 길을 막아 추격이 어렵고, 박살난 렌넨캄프 함대를 먼저 구조해야 하며 적이 순순히 철수한다면 우리도 손해 없이 요새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추격하지 않았다. 간신히 살아남은 렌넨캄프는 도주하는 양 함대를 보며 복수를 다짐한다.
며칠에 걸쳐 동맹령 내로 후퇴한 양 함대는 엘 파실에 도착해서 민간인을 내리게 하고, 자신은 다시 전장으로 떠난다. 엘 파실에 있을 때 프레데리카 그린힐의 친구를 만나는 일이 있었는데, 프레데리카가 양을 칭찬하자 모두들 양에게 달려든다. 그리고 알렉스 카젤느는 이렇게 되면 쑥맥인 양은 기세에 휘말려 결혼하게 된다며 남자의 무덤인 이쪽으로 오라고 빌었다(...). 그 말대로 양은 심적 외상을 크게 받아 잠꼬대도 "결혼... 결혼..."이라고 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8. 둘러보기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의 에피소드 | ||
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 | 페잔 점령 작전 | 율리안 민츠의 페잔 탈출 |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 | 수송선단 습격전 | 라이가르 성역 회전 |
타실리 성역 회전 | 버밀리온 성역 회전 | 바라트 화약 |
[1]
DNT에서는 로이엔탈의 의도가 약간 바뀌어 로이엔탈의 함대가 토르 하머의 포문이 열리는 시점에 맞추어 장거리 공격 미사일을 집중 사격해 토르 하머를 무력화시키려 했다.
[2]
DNT에서는 묘사가 바뀌어 트리스탄에 침입한 로젠리터 연대는 동력로로 향하는 구획이 모두 봉쇄되어 더 침입하지 못하고 자칫하면 구획 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이것은 사실 양동이었고, 한쪽으로는 쇤코프를 비롯한 대원들이 장갑복을 벗고 함교로 직접 침투하는 초강수를 선보인다.
[3]
이 때 한방 먹은 기억 덕택에
라이가르 성역 회전에서 또 한 번 패배의 쓴 맛을 보게 된 렌넨캄프는 양 웬리에게 열폭하여 훗날
양 웬리 원수 모살미수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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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서적판에서는 이 명칭을 상자선박 F5 작전이라고 이상한 번역을 해놨다. 방주를 억지로 맞추면 나오는 상자선박은 그렇다치고 F5는 대체 무엇인지 참으로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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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로이엔탈은 속으로는 농담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폭탄을 제거한 후 양 웬리가 결코 이것만을 남겨두었을 리 없다고 판단했다. 단지 그것이 무엇인가가 알 수 없던 것이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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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정말 그런다면 동맹 정치가들은 제국 문벌귀족도 감당 못할 저능아라고 냉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