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인류의 황제의 평가를 다루는 문서.2. 평가
2.1. 긍정적 평가
2.1.1. 전인류를 위한 헌신
'황제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길리먼은 속으로 독백했다.
그 분께서는 애정을 가질 여유가 없는 자였다. 인류의 절대 군주가 직면한 불가능한 임무 앞에서, 그것이 가장 실용적인 태도였으므로.
그 분은 당신의 자손들을 사랑하지 아니하셨고, 개인을 사랑한 적도 없었다.
단지 인류 전체를 사랑했을 뿐.
▶ 소설 《Dark Imperium》 중
그 분께서는 애정을 가질 여유가 없는 자였다. 인류의 절대 군주가 직면한 불가능한 임무 앞에서, 그것이 가장 실용적인 태도였으므로.
그 분은 당신의 자손들을 사랑하지 아니하셨고, 개인을 사랑한 적도 없었다.
단지 인류 전체를 사랑했을 뿐.
▶ 소설 《Dark Imperium》 중
질문: 황제가 나를 위해 해준 것이 뭐가 있는가?
Question: What has the Emperor ever done for me?[1]
답변: 너는 황제 폐하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이 있느냐?
Answer: What have you ever done for the Emperor?
- 제국 성가 및 신념 교육용 질문집, Book of Astronomican 67p[2]
예를 들어
호루스 헤러시 소설 시리즈의 일환으로 2011년 10월 25일에 발간된 소설 《
The outcast dead》에서 황제는 선천적으로 강력한 사이킥 예지 능력을 타고난 아스트로패스 카이 줄리엔을 통해
호루스 헤러시에서 카오스 세력이 최종 승리한다는 결과를 미리 예지하였다. 카이 줄리엔과의
레지사이드 게임을 통해 이를 확인한 황제는
어떤 방법으로도 카오스를 상대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단 한가지,
스테일메이트를 통해 적어도 무승부는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다. 다만 이 방법대로 진행한다면 자신이
황금 옥좌에서 무한한 시간 동안 고통받으리라는 사실을 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카오스의 승리라는 인류에게 예정된 최악의 운명을 막기 위해 스스로 죽음의 길로 향하기로 결심한다.
#Question: What has the Emperor ever done for me?[1]
답변: 너는 황제 폐하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이 있느냐?
Answer: What have you ever done for the Emperor?
- 제국 성가 및 신념 교육용 질문집, Book of Astronomican 67p[2]
+짐이
생귀니우스에게 말할 것이니.
짐이 첫번째로 발견한 아이를 물리치고 승전보를 가지고 돌아올 것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짐이 저
황금 옥좌에 앉아
일만 년을 버틸 것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일 만년이 열 번이 가는 날까지도 그 자리를 지키리라.+
▶ 소설 《The End and the Death》에서 최종결전 직전 말카도르에게 #
황제가 작중 인류 전체를 위해 한 일은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할 정도로 수도 없이 많다. 인류의 우주 진출 이전 시기부터 역사의 저편에 숨어 문명의 발전을 간접적으로 이끌어왔으며, 인류 문명이 찬란한
기술의 암흑기를 맞이하도록 도왔다. 인류가 너무나도 발달된 과학 기술로 인해 자멸하고
투쟁의 시대에 들어서 서로가 서로를 무참하게 살해하는 참혹한 시기가 도래하자 더 이상 역사 뒷편에서 인류를 도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황제는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 소설 《The End and the Death》에서 최종결전 직전 말카도르에게 #
황제는 갈갈이 찢겨나간 사회를 통합하여 인류제국을 건국하고 파괴된 문명을 재건하였으며 대성전을 선포하여 우주 각지에서 분열된 인류를 하나로 뭉치게 하고 외계세력의 위협을 타파하였다. 인류 문명의 근간인 워프 기술도 황제의 도움으로 발전된 것이고, 워프 기술이 카오스의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어 카오스에 면역인 웹웨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카오스 신의 수작으로 황제가 사실상 사망 직전에 몰리고 제국이 붕괴되려했을 때 황제는 자신의 신체를 황금 옥좌로 옮기도록 하여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무려 1만년 넘게 아스트로노미칸의 사이킥 등대를 밝히며 제국를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워프 항해의 이정표가 되어주고 있다. 심지어 제국의 기술력을 담당하는 기계교의 탄생도 황제가 화성에 가둔 크탄 때문에 지식욕이 자극받아서 그런 것이란 추정도 있다.
현 시점에서 황제가 진짜 사망할 경우 워프 항해가 불가능해지고 제국은 광활한 영토를 유지할 방법이 사라져버린다. 제국이 멸망하면 외계세력이나 카오스들에게 인류를 지킬 수단은 없어진다. 황제의 죽음은 곧 인류가 멸망하는 것인 셈이다. 그리고 지금 제국과 함께 인류가 멸망해가고 있는 이유도 황제가 친정을 하지 못해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2.1.2. 워프의 위협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 제시
“무례를 저지를 생각은 없었사옵니다, 나의 주군이시여.”
“짐 역시 알고 있다, 라야. 짐은 너의 말을 불쾌히 여기지 아니하였느니라. 허면, 이렇게 생각해 보거라. 짐이 이 모든 것을 준비하였다. 스스로가 짐의 후계자라 주장하는, 이 오만한 젊은 신들의 만신전을 내가 준비하였다. 짐은 저것들에게 워프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여 주었느니라. 더욱이, 저것들은 워프의 위험성에 대해 자신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제국은 그 첫 숨을 내쉴 때부터 별들 사이를 항해하기 위해 네비게이터에, 그리고 행성간 통신을 위해 아스트로패스에 의존하여 왔지. 제국의 성립이 가능하였던 것은, 오직 저들의 인내 덕분이니라. 공허의 항해자들이나 사이킥에 접촉한 이들이라면, 그 누구도 워프의 사악한 포식자들에 대해 알 수밖에는 없지. 함선들은 언제나 불안정한 항해를 하는 도중 실종되어 오곤 하였다. 아스트로패스들은 늘 스스로의 힘에 고통받아왔지. 네비게이터들은 늘 워프의 기이한 조류 속에서 헤엄치는 공포들을 보아왔고 말이다. 짐이 군단들에 리브라리우스 부서의 정지령을 내린 것은, 억제되지 않은 사이킥 권능의 사용에 대한 경고였느니라. 우리의 가장 귀중한 기술들 중 하나인 겔러 필드는, 워프의 부패의 손길로부터 함선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존재한다. 워프의 위험성은 비밀도, 오직 선택 받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신비스러운 지식도 아니다, 라. 워프에서 태어난 존재들에 의한 빙의 현상조차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 16호는 자신의 동족들에게 함께 반역의 길을 걷자고 그들을 설득하기 오래 전에, 이미 그 현상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우리가 워프를 우리 곁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우주이며, 그곳은 이질적이고 끝없는 악의로 들끓는 곳이라 부른다는 것. 프라이마크들은 늘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짐이 워프의 존재들을 “ 악마들”이나 “ 암흑의 신들”이라고 불렀다고 한들 그 무엇이 달라졌겠느냐?”
▶ Master of Mankind #
“짐 역시 알고 있다, 라야. 짐은 너의 말을 불쾌히 여기지 아니하였느니라. 허면, 이렇게 생각해 보거라. 짐이 이 모든 것을 준비하였다. 스스로가 짐의 후계자라 주장하는, 이 오만한 젊은 신들의 만신전을 내가 준비하였다. 짐은 저것들에게 워프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여 주었느니라. 더욱이, 저것들은 워프의 위험성에 대해 자신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제국은 그 첫 숨을 내쉴 때부터 별들 사이를 항해하기 위해 네비게이터에, 그리고 행성간 통신을 위해 아스트로패스에 의존하여 왔지. 제국의 성립이 가능하였던 것은, 오직 저들의 인내 덕분이니라. 공허의 항해자들이나 사이킥에 접촉한 이들이라면, 그 누구도 워프의 사악한 포식자들에 대해 알 수밖에는 없지. 함선들은 언제나 불안정한 항해를 하는 도중 실종되어 오곤 하였다. 아스트로패스들은 늘 스스로의 힘에 고통받아왔지. 네비게이터들은 늘 워프의 기이한 조류 속에서 헤엄치는 공포들을 보아왔고 말이다. 짐이 군단들에 리브라리우스 부서의 정지령을 내린 것은, 억제되지 않은 사이킥 권능의 사용에 대한 경고였느니라. 우리의 가장 귀중한 기술들 중 하나인 겔러 필드는, 워프의 부패의 손길로부터 함선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존재한다. 워프의 위험성은 비밀도, 오직 선택 받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신비스러운 지식도 아니다, 라. 워프에서 태어난 존재들에 의한 빙의 현상조차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 16호는 자신의 동족들에게 함께 반역의 길을 걷자고 그들을 설득하기 오래 전에, 이미 그 현상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우리가 워프를 우리 곁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우주이며, 그곳은 이질적이고 끝없는 악의로 들끓는 곳이라 부른다는 것. 프라이마크들은 늘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짐이 워프의 존재들을 “ 악마들”이나 “ 암흑의 신들”이라고 불렀다고 한들 그 무엇이 달라졌겠느냐?”
▶ Master of Mankind #
+
이미 일어났던 모든 일은
다시 한 번 일어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만물의 순리이지. 그러나 인류의 죽음은 엘다의 멸망이 일으킨 여파의 열 배에 달하는 여파를 일으킬 것이니. 이는 인류가 엘다 종족보다 훨씬 더 강력한 사이킥 능력을 지닌 종족으로 진화해가고 있기 때문이니라.
통제 받지 않은 사이킥 에너지가 현실을 갈가리 찢어 놓을 것이다. 그리고
워프의 존재들이
은하계의 시신을 뜯어먹게 되겠지. 사이킥 에너지는 통제 받아야만 한다. 그리고 그 통제는 유지되어야만 하느니라.+
“통제…” 라가 되뇌었다. 이만한 규모의 야망이라니 그것은…
+필요한 일이다. 인류가 엘다보다 훨씬 더 끔찍한 멸종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의 영혼은 워프 속에서 밝게 빛나고 있으며, 그 빛은 워프의 조류 속에 서식하는 짐승들의 포식을 불러올 것이다. 머지 않아, 모든 인간의 영혼들이 등불과 같이 타오르리라.+
대체 어찌. 라는 의문을 품었다. 대체 어찌 그것을 아실 수 있으십니까? 대체 그 어떤 믿지 못할 미래들을 예견하시었나이까? 어찌 진화 그 자체를 정복하고 통제할 수 있단 말씀이시옵니까?
+예지를 통해서이니라, 라. 우리는 워프를 현실을 대체하는 또 다른 현실이라 여기고 있으며, 이는 또한 진실이니라. 워프는 하나의 거울이다. 우리의 모든 사고와 행동을 비추는 거울. 모든 증오. 모든 죽음. 모든 악몽과 꿈들이, 영원 속에서 메아리 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그 모든 남녀노소들이 겪은 고통과 시련이 둥지를 튼 영역으로 침입하여, 그 영역을 성간 항행을 위해 사용한다. 그래야만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다른 선택지가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말이다.+
“그것이 웹웨이로군요.” 고요한 밤하늘 속에서 라가 중얼거렸다.
+바로 웹웨이지. 인류는 승천하고 있다, 라. 인류는 위대한 발전의 걸음을 내디뎌, 사이킥 종족으로 진화하고 있다. 통제 받지 않는 사이커들은 워프의 접촉을 끌어당기는 자석과도 같다. 그 자석들을 품고 있는 종족은, 엘다들이 과거 겪었던 것과 같은 시련을 겪게 되겠지. 그리고 엘다들에게 있어 이 진화 단계는 그들이 멸망하기 직전 내디뎠던 마지막 발걸음이 되었지. 짐은 인류가 그와 똑같은 운명을 맞이하여 멸망에 처하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엘다는 이미 그에 대한 해답을 그 손아귀에 쥐고 있었으나, 스스로를 구원하기에는 너무도 순진하고 너무도 오만하였지. 그들은 웹웨이를 지니고 있었다. 그들의 구원이 될 수도 있었던 해답을. 그러나 그들은 결코 워프로부터의 연결을 완전히 끊어 버리지 못했다. 그들의 영혼은 불꽃이 되어, 그들의 종족 전체에 멸망을 불러오고 말았지.+
라는 이 지식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이토록 명확하게 이해해본 적이 없었다. 예언에 가까운 약속을 통해, 그 지식에는 한층 더 진실성이 가미되었다. 웹웨이가 있으면, 인류는 더 이상 내비게이터들이 필요하지 않게 되리라. 신뢰할 수 없는 아스트로패스들의 워프-속삭임에 더 이상 의지하지 않아도 되게 되리라. 전함들은 더 이상 워프로 진입하였다가 실종되거나, 그 속에 거하는 존재들에 의해 갈가리 찢기지 않게 되리라. 그러나, 엘다들도 그와 똑같은 일을 행하지 아니하였던가?
+아니. 엘다들은 워프에 대한 의존성을 근절하였으나, 결코 워프와 그들 종족 전체의 연결은 끊지 않았다. 짐은 인류를 위해 그들이 하지 못했던 그 일을 행할 것이다. 완전무결하게.+
▶ Master of Mankind #
자가타이 칸은 황제가 워프의 존재를 숨기는 것을 매우 혐오하며, 황제를 폭군이라 평하고 사랑하지 않는 아버지를 위해
사랑하는 형제와 싸우게 되었다고 한탄까지 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 진실을 알고 난 후에는 황제를 지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통제…” 라가 되뇌었다. 이만한 규모의 야망이라니 그것은…
+필요한 일이다. 인류가 엘다보다 훨씬 더 끔찍한 멸종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의 영혼은 워프 속에서 밝게 빛나고 있으며, 그 빛은 워프의 조류 속에 서식하는 짐승들의 포식을 불러올 것이다. 머지 않아, 모든 인간의 영혼들이 등불과 같이 타오르리라.+
대체 어찌. 라는 의문을 품었다. 대체 어찌 그것을 아실 수 있으십니까? 대체 그 어떤 믿지 못할 미래들을 예견하시었나이까? 어찌 진화 그 자체를 정복하고 통제할 수 있단 말씀이시옵니까?
+예지를 통해서이니라, 라. 우리는 워프를 현실을 대체하는 또 다른 현실이라 여기고 있으며, 이는 또한 진실이니라. 워프는 하나의 거울이다. 우리의 모든 사고와 행동을 비추는 거울. 모든 증오. 모든 죽음. 모든 악몽과 꿈들이, 영원 속에서 메아리 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그 모든 남녀노소들이 겪은 고통과 시련이 둥지를 튼 영역으로 침입하여, 그 영역을 성간 항행을 위해 사용한다. 그래야만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다른 선택지가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말이다.+
“그것이 웹웨이로군요.” 고요한 밤하늘 속에서 라가 중얼거렸다.
+바로 웹웨이지. 인류는 승천하고 있다, 라. 인류는 위대한 발전의 걸음을 내디뎌, 사이킥 종족으로 진화하고 있다. 통제 받지 않는 사이커들은 워프의 접촉을 끌어당기는 자석과도 같다. 그 자석들을 품고 있는 종족은, 엘다들이 과거 겪었던 것과 같은 시련을 겪게 되겠지. 그리고 엘다들에게 있어 이 진화 단계는 그들이 멸망하기 직전 내디뎠던 마지막 발걸음이 되었지. 짐은 인류가 그와 똑같은 운명을 맞이하여 멸망에 처하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엘다는 이미 그에 대한 해답을 그 손아귀에 쥐고 있었으나, 스스로를 구원하기에는 너무도 순진하고 너무도 오만하였지. 그들은 웹웨이를 지니고 있었다. 그들의 구원이 될 수도 있었던 해답을. 그러나 그들은 결코 워프로부터의 연결을 완전히 끊어 버리지 못했다. 그들의 영혼은 불꽃이 되어, 그들의 종족 전체에 멸망을 불러오고 말았지.+
라는 이 지식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이토록 명확하게 이해해본 적이 없었다. 예언에 가까운 약속을 통해, 그 지식에는 한층 더 진실성이 가미되었다. 웹웨이가 있으면, 인류는 더 이상 내비게이터들이 필요하지 않게 되리라. 신뢰할 수 없는 아스트로패스들의 워프-속삭임에 더 이상 의지하지 않아도 되게 되리라. 전함들은 더 이상 워프로 진입하였다가 실종되거나, 그 속에 거하는 존재들에 의해 갈가리 찢기지 않게 되리라. 그러나, 엘다들도 그와 똑같은 일을 행하지 아니하였던가?
+아니. 엘다들은 워프에 대한 의존성을 근절하였으나, 결코 워프와 그들 종족 전체의 연결은 끊지 않았다. 짐은 인류를 위해 그들이 하지 못했던 그 일을 행할 것이다. 완전무결하게.+
▶ Master of Mankind #
에제카일 아바돈: “너와 네 마술사 형제들이 지금 워프를 숙달하겠답시고 붙잡고 있는 꼴을 봐라. 너는 더 이상 어둠 속에서 맹목적으로 탐구하는 사서가 아니야. 위험에 직면해 뜬 눈으로 그것들과 맞서지. 이 무한한 암흑 속에 헤엄치는 포식자들을 알고 있단 말이다. 너에게 무지하라고 명령한 황제가 옳았을까?”
이스칸다르 카욘: 나는 아바돈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위선적인 내 마음은 답하기를 두려워했다. 워프에 대해 알수록 황제의 명령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주변 사람들이 그런 자제력을 보이지 않는 지금 나는 힘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지만 왜 황제가 그렇게 명령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장막 뒤의 영역에 익숙해질수록 나는 알아야 할 것들을 전부 알고 있다고 믿은 무지하고 오만했던 사우전드 선 군단이 안타까웠다. 우리는 별들을 바라보며 별들을 전부 알고 있다고 믿었다.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며 그 아래 심해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다.
▶ Black Legion #
워해머 40,000의 설정이 워낙 모호하고 불확실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임을 감안하여도, 인류제국이 얼마나 오래 존속하든, 그것은 무의미한 발버둥에 불과하며 인류는 패망할 것이라는 것은 정해진 미래이다. 마스터 오브 맨카인드의 작가 아론 댐스키 보우덴은 이를 후기에서 직접 언급하였다.
# 또한 그는 이 후기에서, 황제의 방법이 얼마나 나빴던지간에 워프와 연결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모두 끊어내야만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하기도 하였다.이스칸다르 카욘: 나는 아바돈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위선적인 내 마음은 답하기를 두려워했다. 워프에 대해 알수록 황제의 명령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주변 사람들이 그런 자제력을 보이지 않는 지금 나는 힘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지만 왜 황제가 그렇게 명령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장막 뒤의 영역에 익숙해질수록 나는 알아야 할 것들을 전부 알고 있다고 믿은 무지하고 오만했던 사우전드 선 군단이 안타까웠다. 우리는 별들을 바라보며 별들을 전부 알고 있다고 믿었다.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며 그 아래 심해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다.
▶ Black Legion #
'이름 모를 수조명의 사람들이 끝없는 고통 속에서 노예가 되어 파멸을 맞이하겠지.' 말카도르가 대답하였으나, 그의 시선은 로켄을 꿰뚫고 영혼을 관통하였다. '영원한 어둠이 모든 별들을 삼킬 것이다. 이루말할 수 없는 흉물들이 풀려날것이며, 그 끔찍한 세계에서 나온 괴물들은
호루스가 한 가장 사악한 짓도 초라해보일 정도의 악행을 저지를 것이다.
그의 말의 이면에 담긴 무게는 방 전체를 울리게해 로켄 조차 즉시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비롭게도 인장관은 그의 시선을 거두었다. '내 그대들에게 보여주겠다.' 그가 모두에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으나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나를 보라, 그리고 나의 명을 거절하면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깨달으라.' 말카도르가 자신의 손을 들어올리자 세월의 전당의 모든 홀로리스들이 뒤틀리고 깨졌다. '이제 보게될 것들은 환상이 아니다. 행해야할 것들이 행해지지 않았을 때의 미래를 이루는 수 많은 실타래의 일부다. 조금도 놓치지 말고 보라. 그러면 그대들도 알게될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그들은 산마루에 서있었으며, 흩날리는 피와 사람의 재들 사이로 수킬로미터 멀리 황궁이 보였다. 로켄이 지켜보자, 거대하고 웅장한 수도성 테라의 황궁은 마치 거대한 알이 부화하는 것 마냥 내부에서 부터 쪼개졌다.
성의 내벽에 불규칙한 균열이 일어나더니, 내부의 끔찍한 거대괴물이 태어나면서 검은 기름이 그 사이로 흘러나왔다. 순양함만큼이나 거대한 촉수들이 오염된 하늘을 향해 튀어나왔으며, 황궁은 불타고 무너지며 탑과 정원들이 산산히 부서졌다.
거대한 황궁의 잔해속에서 징그러운 눈들과 땍땍거리는 부리들로 뒤덮인 문어 괴물이 나타났다. 녀석은 하늘을 향하며 피를 얼어붙게 만드는 울음소리를 내었다.
이제 그들은 칠흑같은 우주에 있었으며, 테라 그 자체가 보였다. 태양의 빛이 닿지 않는 테라의 어두운 면은 수 억구의 시체가 타면서 생기는 불길들로 밝혀져있었다. 시야의 바깥쪽에 희미하게, 로켄은 두꺼운 먼지와 조각들 사이에 부서진 회색 구체를 보았다. 그것이 믿겨지지 않는 엄청난 힘에 의해 찢겨진 루나의 잔해였으며, 잔해들은 위험한 살상지대를 만들었다.
수천의 전함들이 그곳에서 서로에게 거대 레이저들을 쏘아대고 사이클로닉 어뢰 셰레를 퍼부었다. 그러자 갑자기 노란 태양이 쇠약한 빛을 내더니, 찰나에 칠흑 같은 우주를 매우는 빛과 함께 폭발하였다. 초신성의 충격파에 루나의 잔해물들과 죽어가는 테라가 휩싸였다. 로켄의 시야가 바뀌기 직전에, 그는 불꽃 속에서 웃는 악마의 얼굴을 보았다.
로켄은 자신 앞에 웅장한 울트라마의 수도였던 것으로 보이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한 때 웅장한 마크라그의 도시의 대도로는 피로 물든 강이 되었으며, 그곳에 휘날리던 13군단의 거대한 깃발은 없고 사람의 가죽으로 만든 누더기 깃발이 휘날렸다.
이곳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은 이제 지옥의 그림자 속에서 서성이는 괴물들의 노예가 되었다. 소수의 생존자들은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 죽지 않는 악마들의 즐거움을 위해 계속해서 학대당하고 더럽혀지며 살아갔다.
심우주의 끝없는 어둠 속에서, 공포에 빠진 사람들이 조종하는 수 많은 우주선들이 절박하게 탈출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어둠 그 자체가 움직이고, 행성들만큼이나 거대한 입이 크게 벌려졌다. 어둠이 살아움직이더니 그 입에서 수백만의 웃음 소리와 함께 탈출선들을 두 동강내고 통째로 집어삼켰다.
로켄의 마음이 흔들렸다. 이제 장면들이 더 선명하고 빠르게 다가와 그의 정신을 시험했다. 장면들은 그에게 몰아쳐 더 끔찍한 가능성들을 보여주었고, 그가 어디를 바라보든, 전에 것 보다 더 참혹한 장면들이 보였다.
틀림없이 죽은 프라이마크들의 모습들, 포트리스-모나스트리의 벽의 십자가에 박힌 모습, 거대한 교수대에 목이 매달려 썩은채로 훼손된 모습.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데몬 엔진, 그 기계의 톱니들은 대륙들을 깎아서 만든 것이었으며, 기어들은 부서진 행성의 핵들로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은하계 자체가 무한하고 끓어오르는, 고통받는 영혼들의 바다가 되어 이마테리움의 마경이 현실 우주로 나와 광기의 황무지로 뒤바꾸는 모습을 보았다.
▶ 가비엘 로켄에게 그레이 나이트가 없는 미래를 보여주는 말카도르 #
황제가 인류 전체를 단 한 명도 빠짐 없이 통제 하에 두고 워프와 단절시키며, 웹웨이를 개척해
카오스 신들을 굶겨 소멸시키지 않는 이상 인류의 사이킥 진화 과정에서 은하계의 어마어마한 수의 인류 중 단 한 명이라도 타락하면 그 결과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이 황제가 그리도 급하고 때로는 잔인하게 전 은하의 인류를 규합시키려 했던 이유이다. 그의 말의 이면에 담긴 무게는 방 전체를 울리게해 로켄 조차 즉시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비롭게도 인장관은 그의 시선을 거두었다. '내 그대들에게 보여주겠다.' 그가 모두에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으나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나를 보라, 그리고 나의 명을 거절하면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깨달으라.' 말카도르가 자신의 손을 들어올리자 세월의 전당의 모든 홀로리스들이 뒤틀리고 깨졌다. '이제 보게될 것들은 환상이 아니다. 행해야할 것들이 행해지지 않았을 때의 미래를 이루는 수 많은 실타래의 일부다. 조금도 놓치지 말고 보라. 그러면 그대들도 알게될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그들은 산마루에 서있었으며, 흩날리는 피와 사람의 재들 사이로 수킬로미터 멀리 황궁이 보였다. 로켄이 지켜보자, 거대하고 웅장한 수도성 테라의 황궁은 마치 거대한 알이 부화하는 것 마냥 내부에서 부터 쪼개졌다.
성의 내벽에 불규칙한 균열이 일어나더니, 내부의 끔찍한 거대괴물이 태어나면서 검은 기름이 그 사이로 흘러나왔다. 순양함만큼이나 거대한 촉수들이 오염된 하늘을 향해 튀어나왔으며, 황궁은 불타고 무너지며 탑과 정원들이 산산히 부서졌다.
거대한 황궁의 잔해속에서 징그러운 눈들과 땍땍거리는 부리들로 뒤덮인 문어 괴물이 나타났다. 녀석은 하늘을 향하며 피를 얼어붙게 만드는 울음소리를 내었다.
이제 그들은 칠흑같은 우주에 있었으며, 테라 그 자체가 보였다. 태양의 빛이 닿지 않는 테라의 어두운 면은 수 억구의 시체가 타면서 생기는 불길들로 밝혀져있었다. 시야의 바깥쪽에 희미하게, 로켄은 두꺼운 먼지와 조각들 사이에 부서진 회색 구체를 보았다. 그것이 믿겨지지 않는 엄청난 힘에 의해 찢겨진 루나의 잔해였으며, 잔해들은 위험한 살상지대를 만들었다.
수천의 전함들이 그곳에서 서로에게 거대 레이저들을 쏘아대고 사이클로닉 어뢰 셰레를 퍼부었다. 그러자 갑자기 노란 태양이 쇠약한 빛을 내더니, 찰나에 칠흑 같은 우주를 매우는 빛과 함께 폭발하였다. 초신성의 충격파에 루나의 잔해물들과 죽어가는 테라가 휩싸였다. 로켄의 시야가 바뀌기 직전에, 그는 불꽃 속에서 웃는 악마의 얼굴을 보았다.
로켄은 자신 앞에 웅장한 울트라마의 수도였던 것으로 보이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한 때 웅장한 마크라그의 도시의 대도로는 피로 물든 강이 되었으며, 그곳에 휘날리던 13군단의 거대한 깃발은 없고 사람의 가죽으로 만든 누더기 깃발이 휘날렸다.
이곳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은 이제 지옥의 그림자 속에서 서성이는 괴물들의 노예가 되었다. 소수의 생존자들은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 죽지 않는 악마들의 즐거움을 위해 계속해서 학대당하고 더럽혀지며 살아갔다.
심우주의 끝없는 어둠 속에서, 공포에 빠진 사람들이 조종하는 수 많은 우주선들이 절박하게 탈출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어둠 그 자체가 움직이고, 행성들만큼이나 거대한 입이 크게 벌려졌다. 어둠이 살아움직이더니 그 입에서 수백만의 웃음 소리와 함께 탈출선들을 두 동강내고 통째로 집어삼켰다.
로켄의 마음이 흔들렸다. 이제 장면들이 더 선명하고 빠르게 다가와 그의 정신을 시험했다. 장면들은 그에게 몰아쳐 더 끔찍한 가능성들을 보여주었고, 그가 어디를 바라보든, 전에 것 보다 더 참혹한 장면들이 보였다.
틀림없이 죽은 프라이마크들의 모습들, 포트리스-모나스트리의 벽의 십자가에 박힌 모습, 거대한 교수대에 목이 매달려 썩은채로 훼손된 모습.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데몬 엔진, 그 기계의 톱니들은 대륙들을 깎아서 만든 것이었으며, 기어들은 부서진 행성의 핵들로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은하계 자체가 무한하고 끓어오르는, 고통받는 영혼들의 바다가 되어 이마테리움의 마경이 현실 우주로 나와 광기의 황무지로 뒤바꾸는 모습을 보았다.
▶ 가비엘 로켄에게 그레이 나이트가 없는 미래를 보여주는 말카도르 #
인류의 사이킥 진화가 완료되면 아엘다리보다도 강력한 사이킥 능력을 가진 초월종족이 될 것이나, 워프와의 단절이 완료되지 않는다면 종국에는 인류가 엘다보다 많은만큼, 강력해질만큼 더 처참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 # 헤러시 작가진이 밝힌 대로, 황제는 일절의 사심이나 사리사욕도 없이 오로지 인류라는 종족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인물이다. 프라이마크 창조와 인류 제국 건국, 아스트로노미칸을 통한 인류 제국 함선 인도 및 웹웨이 연구 등도 결국은 인류라는 종이 카오스 신들의 손에 놀아나 멸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걸 바치고 발버둥친 과정의 일부다. 말카도르와 같은 극소수의 가장 충직한 신하들은 아무런 사심 없는 그의 비전과 계획에 감명받아 스스로 도구가 되길 자처하여 인류제국을 위해 봉사하였다.
또한 모든 자를 도구로 보는 그 냉엄한 사고방식에서 황제 본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신 스스로조차도 도구로 사용하며 안식없이 죽지도 살지도 못한 상태에서 오랫동안 고통받을 거라는 것을 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황금 옥좌에 스스로 안치했다. 황금 옥좌에서 고통받으면서도 워프 항해 유지를 위해 계속 목숨줄을 붙잡고 있는 것을 보면 인류의 주인보다는 인류의 자발적 노예이자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평도 가능하다. 괜히 길리먼이 절대군주인 황제가 직면한 것이 불가능한 임무이며, 황제의 사랑이 거짓 연기였음에 한탄하면서도 황제가 취한 태도가 가장 실용적이었을 것이라고 독백한 게 아니다.
'그럼 우린 누구의 편인거죠?' 젊은 군인 베일 래인이 물었다.
'물론 황제 폐하의 편입니다' 그래프트가 웅웅거렸다.
'그래, 물론이지' 올라니우스가 답했다.
올라니우스는 황제라 불리는 남자를 좋아하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건 요점에서 벗어난 것이었고 철저히 개인적인 문제였다. 지금 황제의 편에 서길 원치 않겠다는 건 찬탈자의 편에 서겠단 뜻이었다. 그리고 그 찬탈자는 제정신이 박힌 생명체라면 운명을 함께할 존재가 절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기꺼이 황제의 편에 선 것이다.
▶ 올라니우스 페르손. 종말과 죽음(The End and the Death)
'물론 황제 폐하의 편입니다' 그래프트가 웅웅거렸다.
'그래, 물론이지' 올라니우스가 답했다.
올라니우스는 황제라 불리는 남자를 좋아하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건 요점에서 벗어난 것이었고 철저히 개인적인 문제였다. 지금 황제의 편에 서길 원치 않겠다는 건 찬탈자의 편에 서겠단 뜻이었다. 그리고 그 찬탈자는 제정신이 박힌 생명체라면 운명을 함께할 존재가 절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기꺼이 황제의 편에 선 것이다.
▶ 올라니우스 페르손. 종말과 죽음(The End and the Death)
알리비아는 황제의 암시를 밀어내려 했으나 계속 그녀를 찾아왔다.
격앙된 전쟁의 시대, 말 할 수 없는 학살의 조류, 거대하고 영혼 없으며 -피비린내 나는- 체제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또다른 암시는?
공포의 우주, 고문과 질병의 우주, 가난의 잔혹함과 유혈의 우주, 인류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종류의 고통.
그 제정자(enactors)들은 영원불멸한 존재였고, 그들을 위한 미쳐버린 제국. 아니, 그 안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고문된 정신이 만들어내는 불멸의 괴물들의 시대였다.
황제가 그녀에게 보여줬던 것은 그보다는 조금 더 나은 것이었으나, 여전히 끔찍한 악몽과 같은 어두운 미래였다.
인간의 삶이 무의미했고, 역사의 톱니바퀴 사이 사이에 뼛가루 같은 잿더미를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은 살아있었다.
이 암울한 현실속에서도 남자와 여자는 사랑하였고, 최선을 다해 자녀를 키웠고, 여전히 자신보다 더 큰 목표를 위해 헌신했다.
어둠이 엄습하여도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붙들어매며,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뎌냈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람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살았고, 살아남았으며, 그리고 버텨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그들은 희망했다.
아직 모든 대재앙이 닥쳐오기 전이었고, 아직은 빛의 불씨가 남아있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사라졌다고 생각한 영웅들이 돌아올 때, 그 불씨가 날아가 마지막 불길을 키워 이 반란의 움직임을,
작디작은 불씨처럼 보이게 하는 마지막 대 화재를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미래의 전쟁의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인류가 맞서싸운다는 단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The Fury of Magnus #
당장 리그베다위키 시절부터 황제 비판용 문장으로 잘 인용되던 알리비아 슈레카조차 카오스가 최종적으로 승리하게 되면 인류가 영원히 고통받을 것을 알았고, 그나마 황제의 계획이 비정하고 잔혹함에도 불구하고 작은 희망의 불씨나마 보존하는 것임을 부정하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마그누스가 영혼까지 태워 부활도 하지 못하던
말카도르에게 생명력을 양도해 말카도르를 부활시킨다.격앙된 전쟁의 시대, 말 할 수 없는 학살의 조류, 거대하고 영혼 없으며 -피비린내 나는- 체제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또다른 암시는?
공포의 우주, 고문과 질병의 우주, 가난의 잔혹함과 유혈의 우주, 인류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종류의 고통.
그 제정자(enactors)들은 영원불멸한 존재였고, 그들을 위한 미쳐버린 제국. 아니, 그 안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고문된 정신이 만들어내는 불멸의 괴물들의 시대였다.
황제가 그녀에게 보여줬던 것은 그보다는 조금 더 나은 것이었으나, 여전히 끔찍한 악몽과 같은 어두운 미래였다.
인간의 삶이 무의미했고, 역사의 톱니바퀴 사이 사이에 뼛가루 같은 잿더미를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은 살아있었다.
이 암울한 현실속에서도 남자와 여자는 사랑하였고, 최선을 다해 자녀를 키웠고, 여전히 자신보다 더 큰 목표를 위해 헌신했다.
어둠이 엄습하여도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붙들어매며,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뎌냈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람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살았고, 살아남았으며, 그리고 버텨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그들은 희망했다.
아직 모든 대재앙이 닥쳐오기 전이었고, 아직은 빛의 불씨가 남아있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사라졌다고 생각한 영웅들이 돌아올 때, 그 불씨가 날아가 마지막 불길을 키워 이 반란의 움직임을,
작디작은 불씨처럼 보이게 하는 마지막 대 화재를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미래의 전쟁의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인류가 맞서싸운다는 단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The Fury of Magnus #
“
네 예언을 의심하진 않으마.”
칸이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거냐? 우두커니 어둠에 잠긴 채 손안의 검을 놓아버릴 것이냐?”
“내 말 잘 들어라, 마그누스의 아들아. 천상으로 향하는 길엔 온갖 승리와 패배가 놓여있다. 언젠간 패배해 뒤로 물러날 수 있겠지, 허나 영원히는 아니다. 적에게 기만당하고 도망치며 숨어 다닐 수도 있겠지, 허나 영원히는 아니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잃어버렸다 자책하기엔 아직 때가 이르다. 우리에겐 닥친 싸움을 피할 지혜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겐 진실됨이 있다,” 칸이 말했다.
“저들이 가지지 못한 것이지. 설령 우리가 이제껏 이룩한 것들을 불태울지언정, 우리를 조롱하며 불꽃 속에서 춤을 출지언정 말이다. 내 말 듣고있느냐? 우리는 진실 속에 있다.”
▶ 자가타이 칸 출처
카오스가 최종 승리한 미래를 예견한 레부엘 아르비다에게 자가타이 칸이 일갈하는 것도 알리비아 슈레카가 얻은 깨달음과 일맥상통한다.“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거냐? 우두커니 어둠에 잠긴 채 손안의 검을 놓아버릴 것이냐?”
“내 말 잘 들어라, 마그누스의 아들아. 천상으로 향하는 길엔 온갖 승리와 패배가 놓여있다. 언젠간 패배해 뒤로 물러날 수 있겠지, 허나 영원히는 아니다. 적에게 기만당하고 도망치며 숨어 다닐 수도 있겠지, 허나 영원히는 아니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잃어버렸다 자책하기엔 아직 때가 이르다. 우리에겐 닥친 싸움을 피할 지혜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겐 진실됨이 있다,” 칸이 말했다.
“저들이 가지지 못한 것이지. 설령 우리가 이제껏 이룩한 것들을 불태울지언정, 우리를 조롱하며 불꽃 속에서 춤을 출지언정 말이다. 내 말 듣고있느냐? 우리는 진실 속에 있다.”
▶ 자가타이 칸 출처
전 인류의 영속자화라는 황제의 계획에 대한 안티테제라고 할 만한 것은 시원의 진실을 받아들이라는 것밖에 없다. 이러한 운명에 끊임없이 저항하고 극복하려고 시도한 황제에 대해 비판하긴 쉽다. 하지만 작품 내적으로 황제에게 극도로 부정적으로 평하던 인물들조차 카오스가 장악한 참혹한 미래에 경악해 최소한 황제의 행보에 완전한 공감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나마 나은 차선으로 평가하게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황제 외의 대안은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한 황제 충성파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고결한 인물들이 많고 반역파 내 충성파들도 대부분 올곧은 인물들이었다. 반면 반역파 및 카오스로 전향한 인물들은 거의 예외없이 카오스의 데카당스에 빠져들어 타락한 악독한 인물들이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나마 호루스 헤러시 시리즈가 완결난 지금 보면 황제의 목표 중 "아엘다리의 사념이 슬라네쉬를 만들어냈듯이 인류의 사념으로 만들어질 카오스 신의 탄생을 저지한다"는 목표는 거의 확실하게 달성되었다. 이 새로운 카오스 신인 어두운 왕(Dark King)의 숙주가 될 자는 다름아닌 황제였고, 결국 황제가 어두운 왕으로 거듭나는데 필요한 힘을 내던져버리고, 이렇게 버려진 힘은 오직 황제가 흡수해야만 효력이 있는 힘이기 다른 이가 그 힘을 찾아 흡수한들 어두운 왕이 될 수 없어, 어두운 왕은 영영 탄생하지 않게 될 운명이 되어버렸다.
2.2. 부정적 평가
2.2.1. 인간적 한계와 잘못된 수단
“이것이 바로 너이니라.
말카도르. 광대. 짐은 너를 수천 년 동안 내 목적에 맞게 써 왔으며, 짐의 책무가 끝나기 전 너를 다시 생각조차 않고 버릴 것이니라.”
“주군의 뜻하심을 알겠나이다. 제가 호루스와 같이 분노함을 원하시나이까?”
“너는 짐의 야심을 위해서만 존재하며, 냉엄한 역사 속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남을 것이다.”
계시는 말카도르의 말을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섭정은 끓어오르는 굴욕감을 삼키며 방금 계시의 말을 곱씹었다. 계시는 감정적인 반응을 내보였다. 하지만 그를 응시하는 계시의 눈빛은 굽힘 없는 진실을 말한 자의 것이었다. 말카도르는 단 한 번도 영광에 대한 꿈도, 권력에 대한 야망도 품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말카도르는 스스로가 가치 있다고 믿어 왔다. 인류가 빚어낸 가장 위대한 지성에게 상담가인자 조언가일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인류 역사상 최강의 사이커에게 도움이 되는 자, 수천의 삶을 살아갈 불멸자와 동행할 수 있는 동반자였지 않는가?
“이제 이해하는도다.”
계시의 표정에 조롱이 묻어났다. 계시는 손짓을 해 말카도르와 자신 사이의 조각들을 가리켜 보였다.
“ 프라이마크들은 짐으로부터 다른 곳으로 납치당했었고, 그 사이 그들의 마음에는 어둠이 파고 들어갈 시간이 있었다. 유혹, 거짓말, 선전. 하지만 말해보라, 말카도르 더 시길라이트여. 네가 우리 적들의 유혹을 이기기 위해 노력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더냐?”
말카도르는 침묵했다. 어둠의 신들은 단 한 번도 그를 흔들려 하지 않았다. 물론 간혹, 그리고 매우 최근 그들이 말카도르의 죽음을 노렸지만, 오직 그만이 목표였던 것도 아니었다. 짧고 잔인한 웃음이 말카도르를 움찔거리게 했다.
“스스로가 너무 충성스럽다 생각했더냐? 짐에 대한 네 믿음이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고? 네게는 그들이 얻어낼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유혹조차 없었던 것이리니.”
“저는 주군을 위해 주군의 이름으로 많은 것을 창조했나이다.”
말카도르가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평정을 유지하며 말을 이어갔다.
“제 노력 없이 제국은 세워질 수 없었나이다.”
“하지만 짐의 이름 아래였도다.”
내 이름 아래, 그 어느 때보다 경멸적인 세 마디였다.
“너는 세리와 사무원의 우두머리일지니. 너 없이 제국이 없다? 제국 없이는 말카도르가 없을뿐이다. 너를 지탱할 관료의 대군 없이 네가 무슨 의미가 있겠더냐? 시를 읊고 사진을 찍는 짐의 리멤브란서들이 너보다 대성전에 더 기여하였다.”
말카도르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치솟는 수치심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말카도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시선에 대한 답은 경멸하는 듯한 한숨이었다.
“어떤 자들은 너를 짐의 왼손이라 부르지.”
계시는 왼손의 다섯 손가락을 움직여 보였다.
“사실이도다. 하지만 그 뿐이도다. 너는 짐의 의지를 담아 움직일 따름일지니. 짐의 새끼손가락이 품는 희망과 두려움에 개의치 않듯, 너 역시 마찬가지로다.”
말카도르는 입을 열었지만 그 어느 말도 떠올릴 수 없었다.
“되새김하는 순한 동물마냥 짐을 바라보지 말지어다. 너는 짐이 실패하는 것이 두렵다 하였으나 이미 알고 있으리라. 너는 짐이 필요로 할 때 나를 증오하지조차 못하는구나.”
계시가 놀이말을 집어던졌다. 벽에 부딪힌 말은 산산조각이 났지만, 계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쏘아보는 시선에는 후회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말카도르는 산산이 부서진 ‘광대’를 보았다. 배신감이 칼날처럼 그의 가슴에 꽂혔다. 뜨거운 불길이 차올라 분노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한 생각이 더욱 뜨겁게 불타올랐다. 정말 계시는, 말카도르가 그런 것에 신경쓰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것인가?
“너는 짐의 불멸의 영광이 될 제국에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평범한 기반암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짐은 너를 만난 순간부터 거짓으로 임했으며, 네가 품은 짐에 대한 믿음은 모두 거짓이다. 우주와 인류의 생존에 대한 너의 모든 믿음이 허구이다. 짐은 너를 조종했고, 마음대로 남용할 것이며, 너는 짐의 관심을 끌지조차 못한 채 버림받을 것이다. 짐의 군단원 한 명이 자신의 볼터탄에 기울이는 정성이 짐이 너에게 기울이는 것보다 더 클 것이다.”
▶ The Board is Set에서 말카도르를 도발하는 황제. 호루스 헤러시의 대전략 모의전이나 다름없는 카드 게임에서 대항군 역할을 맡은 말카도르가 진심으로 적의를 담아서 싸우는 척도 제대로 못 한다고 일부러 도발하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말카도르 본인도 일부러 도발한다는 건 깨닫고 있었던듯 하지만, 자기가 그런 하찮은 욕심 탓에 충성하고 있었겠냐고 생각하며 울컥해서 진지하게 황제를 상대한다. 다만 이 장면에는 반전이 있는데…. #
그러나 상술한 업적과 능력으로 한없을거라 여길 만큼의 전능함을 보여준 황제도, 결국은 인간이였기에 그의 힘과 능력은 본인도 스스로 인정했다시피 결국 한계가 있었고 그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변수와 오판은 황제 자신과 인류를 다시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다. 황제 본인 또한 헤러시 도중 자신의 그러한 결말을 예측하고 최대한 저항하려 했으나 결국 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카오스 신들과의 파워 밸런스는 호루스 헤러시 시리즈가 나오기 이전에는 일방적인 황제의 강세였다. 구판에서 그의 힘은 4대신을 전부 합친 것에 맞먹을 정도로 매우 전지전능한 존재로 묘사되었다. 하지만 소설 호루스 헤러시 시리즈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은 카오스 신들의 권능이 황제를 능가하고, 황제가 가진 신적인 능력과 지식도(프라이마크 제조 기술 등 최소한 일부는) 상술했듯이 몰렉이라는 행성에 위치한 워프 게이트를 통해 카오스의 영역으로 들어가 신들과 거래를 하려는 척 사기를 쳐서 얻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워프의 존재들은 그를 배신자로 여기며 철저히 증오하고 있는 것이다.“주군의 뜻하심을 알겠나이다. 제가 호루스와 같이 분노함을 원하시나이까?”
“너는 짐의 야심을 위해서만 존재하며, 냉엄한 역사 속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남을 것이다.”
계시는 말카도르의 말을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섭정은 끓어오르는 굴욕감을 삼키며 방금 계시의 말을 곱씹었다. 계시는 감정적인 반응을 내보였다. 하지만 그를 응시하는 계시의 눈빛은 굽힘 없는 진실을 말한 자의 것이었다. 말카도르는 단 한 번도 영광에 대한 꿈도, 권력에 대한 야망도 품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말카도르는 스스로가 가치 있다고 믿어 왔다. 인류가 빚어낸 가장 위대한 지성에게 상담가인자 조언가일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인류 역사상 최강의 사이커에게 도움이 되는 자, 수천의 삶을 살아갈 불멸자와 동행할 수 있는 동반자였지 않는가?
“이제 이해하는도다.”
계시의 표정에 조롱이 묻어났다. 계시는 손짓을 해 말카도르와 자신 사이의 조각들을 가리켜 보였다.
“ 프라이마크들은 짐으로부터 다른 곳으로 납치당했었고, 그 사이 그들의 마음에는 어둠이 파고 들어갈 시간이 있었다. 유혹, 거짓말, 선전. 하지만 말해보라, 말카도르 더 시길라이트여. 네가 우리 적들의 유혹을 이기기 위해 노력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더냐?”
말카도르는 침묵했다. 어둠의 신들은 단 한 번도 그를 흔들려 하지 않았다. 물론 간혹, 그리고 매우 최근 그들이 말카도르의 죽음을 노렸지만, 오직 그만이 목표였던 것도 아니었다. 짧고 잔인한 웃음이 말카도르를 움찔거리게 했다.
“스스로가 너무 충성스럽다 생각했더냐? 짐에 대한 네 믿음이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고? 네게는 그들이 얻어낼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유혹조차 없었던 것이리니.”
“저는 주군을 위해 주군의 이름으로 많은 것을 창조했나이다.”
말카도르가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평정을 유지하며 말을 이어갔다.
“제 노력 없이 제국은 세워질 수 없었나이다.”
“하지만 짐의 이름 아래였도다.”
내 이름 아래, 그 어느 때보다 경멸적인 세 마디였다.
“너는 세리와 사무원의 우두머리일지니. 너 없이 제국이 없다? 제국 없이는 말카도르가 없을뿐이다. 너를 지탱할 관료의 대군 없이 네가 무슨 의미가 있겠더냐? 시를 읊고 사진을 찍는 짐의 리멤브란서들이 너보다 대성전에 더 기여하였다.”
말카도르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치솟는 수치심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말카도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시선에 대한 답은 경멸하는 듯한 한숨이었다.
“어떤 자들은 너를 짐의 왼손이라 부르지.”
계시는 왼손의 다섯 손가락을 움직여 보였다.
“사실이도다. 하지만 그 뿐이도다. 너는 짐의 의지를 담아 움직일 따름일지니. 짐의 새끼손가락이 품는 희망과 두려움에 개의치 않듯, 너 역시 마찬가지로다.”
말카도르는 입을 열었지만 그 어느 말도 떠올릴 수 없었다.
“되새김하는 순한 동물마냥 짐을 바라보지 말지어다. 너는 짐이 실패하는 것이 두렵다 하였으나 이미 알고 있으리라. 너는 짐이 필요로 할 때 나를 증오하지조차 못하는구나.”
계시가 놀이말을 집어던졌다. 벽에 부딪힌 말은 산산조각이 났지만, 계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쏘아보는 시선에는 후회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말카도르는 산산이 부서진 ‘광대’를 보았다. 배신감이 칼날처럼 그의 가슴에 꽂혔다. 뜨거운 불길이 차올라 분노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한 생각이 더욱 뜨겁게 불타올랐다. 정말 계시는, 말카도르가 그런 것에 신경쓰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것인가?
“너는 짐의 불멸의 영광이 될 제국에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평범한 기반암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짐은 너를 만난 순간부터 거짓으로 임했으며, 네가 품은 짐에 대한 믿음은 모두 거짓이다. 우주와 인류의 생존에 대한 너의 모든 믿음이 허구이다. 짐은 너를 조종했고, 마음대로 남용할 것이며, 너는 짐의 관심을 끌지조차 못한 채 버림받을 것이다. 짐의 군단원 한 명이 자신의 볼터탄에 기울이는 정성이 짐이 너에게 기울이는 것보다 더 클 것이다.”
▶ The Board is Set에서 말카도르를 도발하는 황제. 호루스 헤러시의 대전략 모의전이나 다름없는 카드 게임에서 대항군 역할을 맡은 말카도르가 진심으로 적의를 담아서 싸우는 척도 제대로 못 한다고 일부러 도발하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말카도르 본인도 일부러 도발한다는 건 깨닫고 있었던듯 하지만, 자기가 그런 하찮은 욕심 탓에 충성하고 있었겠냐고 생각하며 울컥해서 진지하게 황제를 상대한다. 다만 이 장면에는 반전이 있는데…. #
물론 작중에서는 이에 대해 약간의 변론적 설정이 있기는 하다. 인류의 사이킥 각성이 임박했으며, '각성'이라는 말과는 다르게 이는 절대 긍정적 의미의 승천이 아니라 카오스에 인류가 통째로 먹혀버리는 절멸 재앙이라고 말이다. 굳이 변론을 하자면 황제의 '비인간적 플라톤주의적 이성 숭배'는 바로 그 카오스 신 때문이기는 하다. 워프의 뒤틀린 카오스의 존재들이 먹고 사는 양분이 바로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카오스 4대 신의 과장되고 기괴한 모습의 이면에는 결국 인간들이 품고 사는 평범한 감정이 있다. 황제의 일견 잔혹한 면모들은 사이킥 각성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어떻게든 인류가 자기 계획에서 엇나가지 않도록 전 인류를 제국으로 통합한 뒤 그 뒤에 웹웨이 프로젝트와 임페리얼 트루스의 반포 등으로 카오스에 종속되는 것을 억제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설정을 긍정한다면 독자 관점에서는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그렇게나 시간이 촉박했다면, 왜 좀 더 빨리 손을 쓰려고 하지 않았는가? 황제가 30K 시점에 태어난 인간이었다면 이러한 평가는 무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황제는 작중 설정대로라면 신석기 시대에 태어나 지금 나무위키가 있는 2020년대에도 살아 있었을 만큼 긴 세월을 살아온 사람이며 인류가 바벨탑을 쌓던 시대에 우주시대가 어떻게 흘러갈지 세밀하게 짜두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인류가 테크노 바바리안 무리로 전락하고 카오스의 노예가 되는 게 임박한 시점에서야 '이제 인류를 통합하겠다'고 나서며 폭압적인 전쟁범죄와 학살을 벌인다는 말인가? 물론 이 점에 있어서도 전 은하적인 워프 폭풍, 인공지능의 반란 등의 대재앙이 있었다고는 서술하지만, 황제가 그동안 뭘 했는지, 왜 이제서야 나서는지 추가적인 설정 보완이 없는 한 모순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소위 '인간성'이라 부르는 타인에 대한 애정, 비합리적이고 맹목적일순 있어도 열정적인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과 사랑, 끈끈하고 진실된 유대관계 같은 걸 다 갖다 버리고 최종 목표인 인류의 구원이라도 이뤄냈으면 그나마 결과가 정당화라도 할 수 있는데, 워해머 4만 세계관은 그게 아니다. GW 제작팀이 공식적으로 여러 번 발언했듯이 4만의 세계관은 이미 황제가 실패하고 멸망이 기정사실화된 세계관이다. 그리고 저렇게 초인적이고 뛰어난 황제가 왜 실패했는지 방대한 설정집 사이 간단하면서도 근본적인 원인을 찾자면 결국 저런 인간의 본질적인 비합리성을 과도하게 배제하고 철저한 플라톤적 이성만 찾다가 그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삐뚤어진 프라이마크들의 반란 때문이다. 당장 마그누스가 가장 유명한 사례고, 호루스도 마찬가지다.
비록 호루스 헤러시 시리즈가 최종장으로 드러나며 "황제는 무감정한 폭군이 아니라 인간적인 선의를 가진 존재였다" 로 확정되었다 해도, 역사상의 수많은 폭군들이나 악독한 독재자들 또한 인간적인 면모가 전혀 없는 인물은 없었으며, 황제의 행적으로 보면 명백히 비인간적인 폭군이자 학살자, 또한 내부 관리에 실패한 인물이자 애초에 무모한 도박수를 던지고 실패한 초인이라는 결과론적 평가를 피하기 힘들다. 애초에 워해머 40K 스토리 작가진이 말하는 '황제가 옳았다' 또한 "황제가 지향한 목적이 옳았다"는 것이지, 그 목적을 이루는 과정이 옳았다는 것은 부인하였으며, 황제는 분명히 폭압적 전쟁군주이자 전쟁범죄자임을 못박았다.
철저하게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인간을 구원한다는 모순적인 방법은 결국 황제 대에서 그 한계를 보이며 폭삭 망했고, 그 실패자 황제가 남긴 유산인 인류제국은 오히려 비이성적인 인간 숭배만 남아 판치며 부활한 로부테 길리먼부터 뒷골 아파할만큼 오히려 황제가 하지 말라고 할법한 짓만 골라 하는 동네가 되어 버렸다. 어찌보면 오히려 로가 아우렐리안이 진정한 승자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돌만큼 세계관 내에서 제국의 처참하고 몰락해가는 모습 그 자체가 황제의 잘못된 방법론과 실패에 대한 뒤틀린 패러디로 봐도 될것이다.
2.2.2. 프라이마크 관리 실패와 편애
“노예는 바로 네놈이야!”
모타리온이 내뱉었다. “
우리의 무정한 아버지의 노예! 자기 뒤치닥거리를 시키려 우리를 만든 그 아버지! 그가 깔아놓은 길을 한 점 의심없이 달려온 네놈이라면 그의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맹종하겠지. 네놈은 그가 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 내가 그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 그는 나에게서 내 일생의 투쟁을 앗아갔어. 내가 목숨을 걸고 투쟁하던 것이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그저 신으로 승천하는 길에 튀어나온 돌 하나에 지나지 않았지. 그는 내가 고통스럽게 노력하던 것을 앗아가 놓고는 신경쓰지도 않았어! 그가 스스로를 뭐라고 불렀는지 기억하나? 황제! 대체 어떤 놈이 감히 자기 자신에게 그런 건방진 이름을 갖다붙이지? 자기 아들들의 애착을 받아먹고 또 받아먹으면서도 돌려줄 줄을 모르고? 그는 우리에게
자기 이름을 가르쳐주지조차 않았어! 나는 그의 방식을 받아들이려 노력했었지. 절대 내 스스로의 신조를 굽히면 안 되는 거였는데. 하지만 멍청하게도 그의 방식을 따랐어. 나는 한때 일반 민중의 용사였는데, 그들을 버리고 우주를 다스리는 폭군을 섬겼지. 이제 나는 다시 한 번 민중을 섬긴다.”
모타리온은 희번득거리는 눈으로 길리먼을 바라보았다. 마치 할 수 있으면 자신의 말에 반박해보기라도 하라는 것처럼.
“만약 네 말대로 내가 무정한 주인에게 조종당하는 인형에 지나지 않는다면, 너는 대체 무어냐?” 길리먼이 말했다. “ 그렇게 마법을 혐오한다고 그러면서도 워프의 힘에 빠져 뒹구는 녀석은? 타락과 질병의 장난감이 아닌가? 사이킥 능력을 금해야 한다 그리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주제에, 그 누구보다도 꺾일 줄 모르고 두려울 줄 모른다고 자랑하던 주제에, 최후의 시련인 죽음을 마주하게 되자 꼬리를 말고 긴 게 누구지?”
모타리온이 움찔하더니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의 파리 날개가 바쁘게 홰치고 있었다.
“네놈은 몰라! 네놈은 그게 어땠는지 몰라! 나는 너 따위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고통의 나락을 보았어. 그리고 죽음이 명멸하는 그 때 죽음을 초월할 힘을 얻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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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타리온은 희번득거리는 눈으로 길리먼을 바라보았다. 마치 할 수 있으면 자신의 말에 반박해보기라도 하라는 것처럼.
“만약 네 말대로 내가 무정한 주인에게 조종당하는 인형에 지나지 않는다면, 너는 대체 무어냐?” 길리먼이 말했다. “ 그렇게 마법을 혐오한다고 그러면서도 워프의 힘에 빠져 뒹구는 녀석은? 타락과 질병의 장난감이 아닌가? 사이킥 능력을 금해야 한다 그리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주제에, 그 누구보다도 꺾일 줄 모르고 두려울 줄 모른다고 자랑하던 주제에, 최후의 시련인 죽음을 마주하게 되자 꼬리를 말고 긴 게 누구지?”
모타리온이 움찔하더니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의 파리 날개가 바쁘게 홰치고 있었다.
“네놈은 몰라! 네놈은 그게 어땠는지 몰라! 나는 너 따위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고통의 나락을 보았어. 그리고 죽음이 명멸하는 그 때 죽음을 초월할 힘을 얻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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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면에서 너는 나와 너무나 닮았단다.”황제가 말했다. 마그누스는 자부심으로 얼굴이 붉어졌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황제의 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겨 있었다. “너는
나와 같은 장점이 아주 많지만,
지나칠 정도로 강한 힘은 결국 약점이란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신념은 오만으로 흐를 수 있지.” 황제가 말했다. “완벽에 대한 강박관념, 그것에 사로잡힌 추구는 무엇을 성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눈을 멀게 할 수 있다. 마그누스, 넌 나의 지성과 나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네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믿는 경향이 있단다. 네 지성에 의한 실수가 감정에 의한 실수보다 위험할 수 있단다.”
“제가 무슨 실수를 저질렀습니까?” 마그누스가 대답을 두려워하며 물었다.
“시간만이 무엇이 실수인지 알게 해주겠지. 그러나 네가 결코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것은 위험하단다. 확신은 우리의 가장 큰 적이다. 항상 의문을 제기하고 항상 다른 사고방식, 매듭을 푸는 다른 방법들에 대해 마음을 열거라. 이것이 우리의 대성전 전, 마지막 밤에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럴 테지, 내 아들아.” 황제가 말했다. “ 내가 방금 말한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너는 나와 충분히 다르기 때문에 내가 실패한 곳에서 너는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단다.”
“ 실패? 어찌 아버지께서 실패하셨단 말입니까?”
“나도 아직은 모르겠구나. 하지만 곧 알게 될거야. 그리고 나는 너와 네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 내 실수를 바로잡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걸 느낀단다.”
“제가 가장 아끼는 아들?” 마그누스가 물었다. “ 그들 모두가 제 아들들입니다.”
“그래, 그건 진실된 말이지만, 하지만 네가 꿈꿀 수 있는 것보다 더 멀리 여정을 떠나야 할 때 너의 꿈을 대신 짊어질 수 있을 사람이 있단다.”
“ 이 은하의 어디든 제가 향하지 못할 곳이 있겠습니까?” 마그누스가 말했다.
그는 아버지의 유희를 느꼈다.
“아들들은 언제나 아버지가 가지 말라고 하는 곳을 여행하고 싶어하는 법이지.” 황제가 대답했다.
“네가 더 이상 향할 곳이 없다고 생각될 때, 너의 아들 중 한 명이 지금까지 네가 얼마나 잘못 생각 했는지를 보여줄 것이란다.”
“이것은 우울한 충고처럼 들립니다, 아버지.” 마그누스가 말했다. “저는 우리가 미지의 세계로 과감히 나아가며 더 고무적인 무언가를 추구할 줄 알았습니다.”
“자신보다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도록 아들들에게 가르쳤다는 것보다 더 고무적인 것이 있을까?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너의 불멸성이란다, 마그누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둘 모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들은 작별을 고하기 위해 탑 꼭대기에 있는 그들의 몸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의 은하 정복 계획을 상세히 기록한 거대한 구상도와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지도 옆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비록 그들이 에테르를 비행하는 숭고한 순간을 함께 보냈지만, 마그누스는 여기서의 그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황제는 몸을 돌려 손을 내밀었고, 마그누스는 어떻게 지금까지 아버지의 서글픈 슬픔의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부끄러워하며 아버지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을 기억하거라.” 황제가 말했다.
“ 그러겠습니다.” 마그누스가 약속했다.
▶ 대성전 이전, 마그누스에게 충고하는 황제 #
흔히 '황제는 프라이마크를 단순히 도구로 여겼을 뿐, 절대 아들로 여기지 않았다'는 주장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1
#2“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신념은 오만으로 흐를 수 있지.” 황제가 말했다. “완벽에 대한 강박관념, 그것에 사로잡힌 추구는 무엇을 성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눈을 멀게 할 수 있다. 마그누스, 넌 나의 지성과 나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네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믿는 경향이 있단다. 네 지성에 의한 실수가 감정에 의한 실수보다 위험할 수 있단다.”
“제가 무슨 실수를 저질렀습니까?” 마그누스가 대답을 두려워하며 물었다.
“시간만이 무엇이 실수인지 알게 해주겠지. 그러나 네가 결코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것은 위험하단다. 확신은 우리의 가장 큰 적이다. 항상 의문을 제기하고 항상 다른 사고방식, 매듭을 푸는 다른 방법들에 대해 마음을 열거라. 이것이 우리의 대성전 전, 마지막 밤에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럴 테지, 내 아들아.” 황제가 말했다. “ 내가 방금 말한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너는 나와 충분히 다르기 때문에 내가 실패한 곳에서 너는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단다.”
“ 실패? 어찌 아버지께서 실패하셨단 말입니까?”
“나도 아직은 모르겠구나. 하지만 곧 알게 될거야. 그리고 나는 너와 네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 내 실수를 바로잡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걸 느낀단다.”
“제가 가장 아끼는 아들?” 마그누스가 물었다. “ 그들 모두가 제 아들들입니다.”
“그래, 그건 진실된 말이지만, 하지만 네가 꿈꿀 수 있는 것보다 더 멀리 여정을 떠나야 할 때 너의 꿈을 대신 짊어질 수 있을 사람이 있단다.”
“ 이 은하의 어디든 제가 향하지 못할 곳이 있겠습니까?” 마그누스가 말했다.
그는 아버지의 유희를 느꼈다.
“아들들은 언제나 아버지가 가지 말라고 하는 곳을 여행하고 싶어하는 법이지.” 황제가 대답했다.
“네가 더 이상 향할 곳이 없다고 생각될 때, 너의 아들 중 한 명이 지금까지 네가 얼마나 잘못 생각 했는지를 보여줄 것이란다.”
“이것은 우울한 충고처럼 들립니다, 아버지.” 마그누스가 말했다. “저는 우리가 미지의 세계로 과감히 나아가며 더 고무적인 무언가를 추구할 줄 알았습니다.”
“자신보다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도록 아들들에게 가르쳤다는 것보다 더 고무적인 것이 있을까?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너의 불멸성이란다, 마그누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둘 모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들은 작별을 고하기 위해 탑 꼭대기에 있는 그들의 몸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의 은하 정복 계획을 상세히 기록한 거대한 구상도와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지도 옆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비록 그들이 에테르를 비행하는 숭고한 순간을 함께 보냈지만, 마그누스는 여기서의 그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황제는 몸을 돌려 손을 내밀었고, 마그누스는 어떻게 지금까지 아버지의 서글픈 슬픔의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부끄러워하며 아버지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을 기억하거라.” 황제가 말했다.
“ 그러겠습니다.” 마그누스가 약속했다.
▶ 대성전 이전, 마그누스에게 충고하는 황제 #
프라이마크에 대한 황제의 입장은 그야말로 뒤죽박죽이었다. 어떨 때는 냉정하게 도구라고 여기면서도, 어떨 때는 자식으로 여기기도 하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 이것은 단순한 작가진의 실수가 아니라, 말카도르가 '그가 그들을 자신의 아들들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네. 상상이 되는가? 나도 그의 입술에서 그 말이 나오기 전까진 믿지 못했네. 오래 여운을 남기는 애정일지도 모르지만, 얼마나 갈지는 나도 말할 수 없네.'면서 혼란스러워 하는 장면을 통하여 의도된 것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믿을 수 있는 최측근들 앞에서는 프라이마크를 거론할 때 '7호'같은 식으로 제품번호를 말하듯이 냉담하게 말했던 평상시 모습과는 모순되는 셈. 실제로 황제가 이런 프라이마크의 도구적 면모를 강조할 때 등장하는 화자 중에선 프라이마크와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를 아랫것 취급하고 자기들이 진짜 황제의 아들들이라며 깔보는 아뎁투스 쿠스토데스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즉 황제가 이들 좋으라고 이들이 보고 싶은 면모만 보여준 것일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위와 같이 황제가 지닌 모순의 대부분이 호루스 헤러시 시리즈를 통해 해소되고 황제의 초지성과 인류를 위한 웅대한 비전이 부각될수록 계획의 가장 큰 키인 마그누스와 다른 프라이마크들에 대한 대우는 역으로 부각되는 황제의 최대 실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묘사가 되었다. 현 호루스 헤러시 시리즈로 극한으로 냉철하고 이성적인 황제의 인물상이 정립되면서 그렇게 초지성을 지닌 냉철한 지도자가 어째서 프라이마크 중 하나, 그것도 자신의 계획에 가장 핵심적인 프라이마크가 워프에 매우 밀접하게 닿아있고 거기에 심취하는데 별 감시도 관리도 안 한 채 방치하는 안일하기 짝이 없는 행보를 보였는지 헤러시 시리즈가 다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해설이 나오고 있지 않은 형국이다. 게다가 마그누스가 황제의 웹웨이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었다는 것 역시 현 호루스 헤러시 시리즈에서 추가됐다.
더구나 모나키아 사건 이후 로가에게는 감시역 쿠스토데스를 여럿 붙였으나 로가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황제 대신 황금 옥좌를 맡을 위치의 마그누스에게는 니케아 공의회 이후로도 감시나 경계 하나 없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개연성이 엉망이 된다. 황제 본인이 워프와 사이킥에 대한 과신과 남용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데다가, 불온한 움직임을 보인 프라이마크를 감시한 전적이 있음에도 정작 더 중요한 역할의, 그것도 워프에 가장 노출되어 있는데다가 워프와 사이킥에 대한 과신을 보여서 각별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한 프라이마크에게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본인괴 제국은 물론 전 인류의 파멸을 야기하고 말았다는 점은, 현 헤러시 시리즈가 풀기는 커녕 오히려 크게 키워버린 최대의 개연성 구멍 중 하나이다. 또한 그렇게 중요한 위치의 프라이마크가 군단을 인계받자마자 군단을 치유하기 위해 정체를 감춘 젠취와 거래해서 눈 하나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눈을 어떻게 잃게 된 건지에 대해 추궁 하나 없었다는 점 또한 미스터리. 본디 눈은 뇌와 연결되어있는 만큼 중요한 기관이고, 프라이마크가 눈 하나를 영구적으로 잃을 정도면 보통 일이 아니었을텐데도 자신의 계획에 핵심적인 부품이 손상되는 것에 별 관심조차 안 줬다는 셈이니 말이다. 여담으로 호루스 헤러시 소설 시리즈가 만들어낸 다른 개연성 및 설정 구멍으로는, 소설 Fulgrim에서 펄그림이 페러스를 회유하려 들 때 분명히 반역파에 선 프라이마크 중 로가를 언급했음에도, 후에 이스트반V 드랍사이트 학살 당시 충성파에서 지원군을 가장하고 접근해 온 로가의 워드 베어러가 배신할 거라고 의심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러나 만약 황제가 마그누스를 도구로써만이 아닌 아버지로서 아들을 신뢰해서 마그누스의 사이킥에 대한 심취를 철저하게 감시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 부분은 의외로 쉽게 납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황제는 마법사로서 지나친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과욕을 부리는 마그누스의 모습을 보고는 그러지 말라고 부드럽게 타이르기도 했었고 '너는 나를 너무도 닮았다'고 할 정도였다. 앙그론을 거둬들일 때 자신 혼자만 구조되고 자기의 동료들은 희생당하게 둔 황제에 대해 분노한 모습에 큰일을 맡아야 하는 입장에서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말라며 냉정한 반응을 보인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3]
로부테 길리먼과 재회했을 때도 길리먼을 도구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그 전에 아들이라고 불렀고, 여전히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황제가 프라이마크마다 차등을 둬서 대한 건 전원 숙청을 위한 연기만을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진짜로 편애를 해서 그랬던 요소도 작용한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앙커모페'라고 불리는 폐급 프라이마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는데, 끝까지 자신을 멀리하려고 했던 콘라드 커즈에게는 마지막까지 환영으로 나타나 어떻게든 보듬고 설득하려고 했던 모습을 보여줬던 반면 앙그론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냉담했다. 모타리온에게는 30k 당시에는 별 말이 없었으나 이후 갓블라이트에서는 '너에게도 구원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라는 말을 하는 등, 모타리온을 용서할 생각이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코르부스 코락스에게도 평상시 냉정한 황제답지 않게 따뜻하게 대했는데, 황제는 독수리를 좋아하고 코락스는 까마귀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조류'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찾고 긴 대화를 나눌 정도였다. 단순히 연기였다면 굳이 오랜 시간을 할애해서 조류에 대한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눌 필요가 없었다. 훗날 코락스가 큰 피해를 입은 레이븐 가드의 인원수를 복구하기 위해 여분의 진 시드를 달라고 부탁하자 이를 들어주고 여분의 진 시드를 나눠주기도 했다. 알파리우스에게 뺏기게 되는 비극으로 끝났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사실 황제가 코르부스 코락스에게 보였던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편애의 정수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코락스는 프라이마크답게 강하긴 했으나 마그누스 더 레드와는 달리 기획 단계부터 황제에게 꼭 필요한 존재까지는 아니었기에 황제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애지중지하게 여길 정도의 도구가 아니었음에도 코락스를 특별하게 대했으며, 심지어 자신의 인생을 건 프로젝트인 웹웨이 계획은 물론이거니와 워프의 실체에 대해서도 코락스에게는 마치 "아빠가 지금 뭐 만드는지 한번 봐볼래?" 같은 느낌으로 숨김없이 전부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거기에 코락스가 "이해가 잘 안된다" 라고 해도,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단다.(you do not have to,)" 라며 다독이기까지 한다. 한국 팬덤인 블랙라이브러리 마이너 갤러리 일각에서는 코락스가 막둥이라 황제가 너무 편애한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의외로 호루스는 황제가 프라이마크 중에서 생귀니우스를 가장 총애했다고 주장했지만, 이건 호루스가 일방적으로 그렇게 주장한 것이기 때문에 신빙성이 높지는 않다. 만일 말카도르가 그렇게 증언했다면 신빙성이 높았겠지만… 다만 코락스와 생귀니우스 사이에 공통점이 없는 것이 아닌데, 둘 모두 돌연변이와 잔혹한 본성이라는 태생적인 결점을 극복하고 나아간 인물이라는 점이 황제가 이상적으로 그리는 인류상에 맞았을 수는 있다.
거기다 황제는 아칸 랜드와의 대화에서 피노키오의 일화를 예로 들면서 '황제가 프라이마크들을 도구로 여기면서도 프라이마크들이 황제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을 허용하였는지'를 설명하였지만, 프라이마크가 자기가 만든 도구 외의 무엇도 아니라면서 굳이 창조주가 아들로 여기며 사랑했던 피조물인 피노키오 이야기를 예시로 거론한 것부터가 모순이었다. 만약 황제가 '피조물은 창조주를 아버지라고 부르지만 창조주는 피조물을 혐오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더라면 프랑켄슈타인 같은 다른 훌륭한 예시도 있는데[4], 그렇지 않고 '창조주도 피조물을 사랑했던' 피노키오 이야기를 사용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앙그론의 상태를 목도한 후에도 별다른 감흥없이 대하는 황제를 보고 "어떻든 당신의 아들이 아니냐?'고 묻자 "내가 같잖은 부모-자식놀이나 하려 이들을 창조한 줄 아느냐?"고 오히려 되물음을 받은 아칸 랜드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어이가 없는 건 사실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결말은 프랑켄슈타인과 마찬가지로 황제의 육신은 죽은 것이나 같았다는 것과 그 대상이 맏아들과 같던 호루스였다는 것.
사실 이것은 Warhammer 40,000의 배경설정을 알아야 하는 문제인데, 저 시대는 피노키오의 원작이 나온지 3만년이 지난 시대로 인류의 역사전승이 상당수 끊긴 시대라 아칸은 피노키오라는 소설 자체를 아예 모른다.[5] 아칸은 고대 지구에 살었던 원숭이라는 생물의 꼬리는 당연히 끝에 먹이감을 찔러죽일 독침이 있다고 생각한 인물이다.
잠시 얘기를 바꾸자면 지금도 우리는 지구가 형성된 과정, 그리고 인류 등장 이전의 생물들, 선사시대와 같은 인류의 미스테리도 완벽하게 밝혀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고고학, 그외 이와 연관된 관련 학문이 있고 로제타 석의 발견 같이 고대 유물을 통해 연구하고 공부하는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많은 덕택에 어느 정도 알게 된 것이다. 더구나 이와 관련된 기록들 역시 현장에서 발견되고 유네스코 같은 연구 단체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란 제도로 인해 인류사에 한 획을 세운 문화재는 지정되어 철저하게 보호 중이다.
반면 40K의 세계관은 지금 현대의 시대가 우리에게 해당하는 태고의 시대인데다 지구 통합전쟁과 같은 사건으로 인해 많은 유물들이 소멸되고 유실되었을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더욱이 이 시대는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전쟁을 해야 하는 말 그대로 전쟁만이 있을 뿐인 시대라 지금과 같은 연구 활동을 할 여유도 없거니와 더 이상 지구에서만 인류가 사는 상황도 아니어서 지구의 고대 문명을 전해줄 수 있는 환경과 토대가 없다. 설사 전해준다 해도 악명높은 워프를 통과해야 하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어서 쉬운 문제도 아니다.
심지어 아칸 랜드는 어중이떠중이나 멍청이긴 커녕 여러 곳의 유물을 발견한 기술고고학자로서 기계교단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박식한 사람이며, 애초에 이 장면에 나오는 이유부터가 황제가 앙그론의 머리에 박힌 도살자의 대못의 정체에 대한 조언을 받기 위해 일부러 랜드 본인을 지명해 불러서다. 즉 해당 장면에서 아칸은 기계교라는 집단 자체가 은근히 허당이라는 것을 내포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분석적으로 보고 옴니사이아의 이상향에 도달하겠다는 자들 중에서도 필두급의 인재조차 모르는 것이 가득한 것을 은연 중에 보여주는 것. 아칸은 황제의 연막에 감쪽같이 속아넘어가서 피노키오라는 비유에 숨겨진 황제의 진짜 속내를 못 읽은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종말과 죽음에서 황제의 진짜 성격 언급이 나오기보다도 훨씬 전인 황제가 프라이마크를 도구라 부르던 인류의 주인이 막 나오던 당시부터 '하필이면 왜 피노키오냐?' 라는 이야기가 팬덤에서 쭉 나왔고, 그걸 이유로 황제가 프라이마크 상대로 연기하고 있다고 대놓고 말할 때의 태세조차 연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설이 있었다. 황제가 굳이 피노키오 이야기를 들고온 것을 보면, 이 장면은 진실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기계교를 조롱하는 황제 특유의 블랙유머를 한 것과 동시에 황제가 자신의 속내를 속인 게 아닌가 싶기도 한 장면인 것이다. 또한 인간미 없이 순수하게 이성적으로만 판단하는 황제를 랜드가 감명깊게 생각한 것으로 볼 때, 철두철미한 감정 없는 이성의 화신같은 이미지야말로 기계교단이 섬기는 옴니사이아로서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일부러 랜드에 맞춰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6] 평상시에 자기가 만든 도구보고 아들이라고 말하는 걸 허용해 주고 아들처럼 아끼는 척을 태연히 할 수 있는 사람이 기껏해야 처음 만난 사람 한명 앞에서 그런 연기를 못 하겠는가. 거기에 만약 호루스 헤러시가 없었다면 기계교와의 전쟁이 일어났을지 모른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제국과 기계교의 마찰은 존재했고, 황제는 그런 기계교의 핵심 인물 앞에서 자기의 약한 감정을 드러낼 정도로 허술한 인물이 아니었다.
대성전이 끝나면 프라이마크간의 내전을 유도한 뒤 충성파도 숙청하는 것이 황제의 계획이었다는 게 정론이지만, 직접적으로 황제가 충성파들마저 모조리 잔인하게 죽이려 했다는 구절은 존재하지 않는다. 충성파와 반역파와의 싸움을 유도해서 약화시킨 뒤 숙청시킨다는 계획 자체는 존재했지만, 숙청 자체가 단순히 죽이는 선택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귀양이나 해직 같은 것도 포함되는 개념이라서 단순하게 죽인다는 선택지만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모든 것이 끝나면 사욕없이 자리에서 물러나서 조용히 지내고 싶어하는 프라이마크들도 있어 효율을 중시하는 황제의 성격상 사욕이 없는 프라이마크까지 죽이려 들어서 힘을 낭비하느니 '이제 물러나라'는 한마디만 해도 충분했을 것이다. 프라이마크에서 은퇴하면 남은 여생을 어떻게 보낼지 이미 나름의 노후 인생을 계획했던 불칸, 로부테 길리먼, 코르부스 코락스가 대표적이고 나머지 충성파들도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황제의 말에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바로 하야했을 것이다. 황제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는 라이온 엘 존슨과 로갈 돈은 황제가 자결을 명해도 받아들일 거란 평가를 받을 정도이니 하야하라는 지시를 내린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반납하고 하야했을 것이고, 리만 러스 역시 확고한 충성파였으므로 황제의 지시를 따랐을 것이다[7]. 사욕이 없고 인자하기로 명망높은 생귀니우스, 황제와의 거북한 관계 때문에 프라이마크가 되는 것을 떨떠름하게 여겼고[8] 내심 초고리스의 들판을 그리워하던 자가타이 칸, 대성전 이후 각각 귀농과 은퇴 후 정치학 논문을 저술할 소박한 생각을 하던 로부테 길리먼과 코르부스 코락스, 조용한 곳에서 대장장이 일을 하길 바랐던 불칸, 황제를 향한 변치않는 충성심을 유지하면서 끝없는 단련을 추구했으며, 대성전이 끝나면 리빙 메탈에 뒤덮인 자신의 팔을 원래대로 되돌릴 궁리를 하던 페러스 매너스도 군말없이 물러났을 것이다. 또한 어디까지나 카오스 신의 개입이 없는 '만약'의 영역이긴 하지만, 반역파 프라이마크들도 황제가 적절한 설득을 동원했다면 프라이마크 자리에서 내려오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를 위해 아들들을 만들었다. 우리는 필요한 전쟁이 끝나면 그 아들들과 그들의 아버지가 함께 긴 평화를 누리고 내일을 향해 그와 함께 걸을 것이라고 믿었다. 적어도 그 아들들이 전쟁의 잔인한 사고방식에서 회복될 수 있었겠지.[9]
▶ 호루스 헤러시를 다루는 마지막 소설, '종말과 죽음'에 나오는 말카도르의 회고. 여기서 '우리'는 황제와 말카도르 자신을 뜻한다.
이후 황제와 말카도르가 '만일 대성전이 정상적으로 종료되었다면 충성파 프라이마크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진짜 속내가 밝혀짐에 따라, 황제가 충성파와 반역파를 가리지 않고 프라이마크 전원을 모조리 죽였을거라는 가설은 힘을 잃게 되었다. ▶ 호루스 헤러시를 다루는 마지막 소설, '종말과 죽음'에 나오는 말카도르의 회고. 여기서 '우리'는 황제와 말카도르 자신을 뜻한다.
말카도르는 40k 세계 안에서 에르다 다음으로 오랫동안 황제와 함께했기 때문에 황제가 굳이 말카도르에게 숨길 것도 없었으며, 말카도르는 황제가 프라이마크에게 아버지로서 제 역할을 하길 바랐던 것도 아니었기에 황제가 말카도르 앞에서 프라이마크를 아끼는 척하는 연기를 할 이유가 없었기에 굳이 말카도르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보기에는 앞뒤가 안 맞는다. 오히려 말카도르는 황제가 프라이마크에게 부성애를 내비치자 '그분이 갑자기 그것들을 아들이라고 부르신다'며 당황했었다. 이후에는 황제가 프라이마크에 대해서 복잡한 심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지만 말이다. 사실 복선은 예전부터 깔려 있었다. 코르부스 코락스를 대할 때의 황제의 모습은 실리적인 부분만 중시하는 냉정한 인물만의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코락스는 마그누스와는 달리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코락스를 이상하리만큼 애지중지했다.
그러나 황제가 마음 한편으로 자신의 21명의 아들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한들, 자신에게 대척하는 프라이마크가 나올 수밖에 없고 이들은 제외하려고 했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케어해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스물한 명의 아들들에게 모두 사랑을 베풀지 않고 편애를 했으며, 몇몇 아들들의 결점을 고쳐주거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주지 않았으므로 좋은 아버지가 될 수는 없었다. 황제의 위치 상 안 그래도 바쁜 판에 일일이 모든걸 신경 쓸 시간도 없긴 했겠지만, 그렇다고 좋은 아버지라는 변명을 할 수는 없어서….
앙그론은 도살자의 대못 때문에 정상적인 삶을 이어갈 수 없었으니 차라리 안락사를 시켜주는 게 나을 지경이었지만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월드 이터의 군단장으로 부려먹기 위해 그대로 방치했고[10], 마음만 먹었으면 앙그론의 동료들도 쉽게 구해줄 수 있었는데 외면하여 동료를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은 앙그론이 자포자기하게 만들었다. 자만심이 지나친 나머지 젠취와 계약을 해버린 마그누스에 대해서는 니케아 공의회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개입과 통제를 하지 않았으며, 펄그림은 완벽에 대한 강박관념이 지나쳤기 때문에 언젠가는 엇나갈 수밖에 없는 위험 요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펄그림에게 과잉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충고 한마디조차 해주지 않았고, 아이 오브 테러와 가까이 있었으며 권모술수와 정치 암투가 난무하는 올림피아에서 자란 탓에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갖게 된 페투라보에 대해서는 보듬어주고 따뜻하게 관심을 가져주기는 커녕 페투라보가 먼저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했음에도 대성전 내내 방관하기만 했다.
자신의 아들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제대로 된 교육관을 갖추고 있지는 않았으며 편애를 일삼았는지라 결코 좋은 아버지라고 할 수는 없었다. 먼 훗날 모타리온은 로부테 길리먼에게 "그러면 말해보아라, 로부테.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좋으신 분이었다고 할 거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해봐. 황제가 다른 모든 아버지들처럼 우리들을 아들로 아끼고 사랑해주셨냐고."라고 한맺힌 분노를 터트렸고 길리먼도 이에 딱히 반박을 못했을 정도.[11]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인간'에 불과하단다. ‘그’에게도 성격과 개성이 있고, 장점과 단점이 있지."
▶ 황제에 대한 에르다의 회고
어쩌면
에르다가 평한대로 '황제는 얼핏 보면 신처럼 보이지만, 황제의 깊은 내면을 보면 그 또한 한 사람의 인간에 불과하다'는 말대로 황제 또한 인간적인 모순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일 수도 있다.▶ 황제에 대한 에르다의 회고
종말과 죽음에서는 카오스 신에 의하여 영혼을 빼앗긴 호루스와 그런 그의 손에 죽은 생귀니우스의 시체를 보고 충격에 빠진 듯이 “왜 내 아들을 죽였지?” 나 "왜냐?" 라면서 여러번이나 되묻기만 해 잠시나마 호루스조차 당황했다. 호루스는 처음에 이를 자신이 생귀니우스를 죽인 것을 탓한다 생각해서 대답했으나, 여전히 멍하게 왜 죽였냐는 말만 반복하는 것과 자신 뒤의 카오스 신의 존재를 되새기고는, 사실 황제는 자신이 아니라 카오스 신에게 '왜 호루스를 죽인거냐'라고 따지고 있음을 깨달아 자신을 무시한다 여기고 빡쳐서는 황제에게 달려들어 선빵을 친다.
놀라운 것은 이 시점에서 이미 황제는 호루스와의 대면시 혹시 일을 그르칠지 모르는 망설임을 막기 위해 자신의 인간성 대부분을 이미 절제해서 버린 뒤인데도 호루스와 대면하자 멍하게 서서는 그저 왜 아들을 죽였냐고 말하고만 있었다는 점. 그렇게 인간성 대부분을 절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카오스 신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호루스의 몰골이 황제의 눈에는 끔찍해 보였을지도 모르고, 인간성이 거의 사라졌다 해도 호루스를 보고 슬퍼할 만큼 호루스를 사랑했던 것일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간에 인간성을 대부분 절제했음에도 상당히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 역시 에르다의 말이 꽤 들어맞는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다.
거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굳이 인간성을 절제한다는 선택이 가능한 것이야말로 황제가 사실은 인간성이 풍부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인간성도 무엇도 없는 아칸 랜드가 본 옴니사이아가 황제의 본모습이라면, 애초에 굳이 인간성을 절제할 필요도 없는데다 하려고 한들 있지도 않은 인간성을 도대체 어떻게 버린다는 것인가. 거기다 복수의 영령에 돌입하기 직전에 왜 자신들(프라이마크)에게 인간성을 허용했고 합리적인 이성만 있으면 되었음에도 왜 인간성을 남겨뒀는지 의문을 품던 생귀니우스에게 인간성이야말로 인류의 강점이자 근원이라고 대답했던 것으로 볼 때, 입장 상 겉으로 그리 행동하지 않았을 뿐이지 인간성이 없진 않은 게 맞은듯하다. 또한 호루스가 자신의 어리석음을 겨우 깨닫고 죽여달라 청할 때도, 호루스에게 카오스 신의 힘이 밀려들어오며 황제 본인도 너덜너덜해 다급하니 인류를 위해 당장 호루스를 죽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정신이 돌아오길 기다렸고 용서한다 한마디를 남기는데다 마지막 일격 전에 잠시 망설이는 것을 보면, 오히려 잘라낸게 저 정도일 만큼 인간성이 지나치게 넘쳐흐르는 사람이라는 묘한 이야기가 된다. 최소한 전반적인 인간성 이전에 종족의 운명이 걸려 있고 한시가 급한 이 중요한 상황에서조차 호루스를 신경쓰는듯한 언급이나 행동이 나오는 것으로 볼 때 구판과 마찬가지로 호루스를 정말로 아들로서 사랑하고 아꼈던건 아마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거 같다.
일을 그르칠지 모른다면서 본인의 인간성 상당 부분을 도려내고 나서 호루스를 마주한 결과가 이런 판이니, 그러지 않고 갔다가는 구판마냥 호루스가 자기 형제인 생귀니우스를 죽여놓은 꼴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호루스가 일반 병사/스페이스 마린/커스토디안 가드를 그냥 지워버리는 광경을 눈 앞에서 보고 더는 호루스를 설득할 희망이 없음을 깨닫기 전까지 거의 호루스에게 일방적으로 구타당해 만신창이가 되는 와중에도 차마 사랑하는 아들을 해칠 수 없어 이렇다할 반격조차 하지 못한 것과 별반 차이 없는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인간성을 절제하는 걸 고려하고 실행했다는 점만 봐도 어느 정도 아들로 여겼다는 것을 나타내는 걸로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호루스 역시 가장 아끼고 사랑한 아들 가비엘 로켄에게 비슷하게 반응하는 묘사가 있다. 황제가 호루스와 처음 대면할 때 왜냐! 라고만 따지며 멍하게 서있던 그 대목에서, 한 아스타르테스가 황제 옆에서 따지고 나올 때 호루스가 아버지랑 면담 중에 감히 주제도 모르고 나오냐고 짜증을 내지만 아스타르테스가 여긴(루퍼칼의 궁정) 제 자리니까 전 자격 있다고 반박하고, 그 얼굴을 보고 그 아스타르테스가 로켄임을 알아본 호루스는 순간 이런 끔찍한 자리에서 아끼는 아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로켄을 멍하게 바라본다. 당시에는 호루스의 자아가 존재하고 어느 정도 독립적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카오스 신의 꼭두각시나 다름없는 판이었는데도 말이다! 황제가 정말 호루스를 아들로서 아끼고 사랑한 것이 맞다면, 이 묘사는 둘이 완전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점을 은유하는 셈이다.
2.2.3. 지나친 독선
황제는 자신이 하는 모든 생각과 행동은 한 점의 오류도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며, 이 때문에 절대로 타인의 말이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하였다. 영속자들이 점차 황제의 곁을 떠난 이유가 바로 황제의 이러한 독선적인 면모에 질렸기 때문인데, 그 결과는 황제에게 무조건 찬성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프라이마크 아들들과 말카도르를 위시한 소수의 영속자들, 그리고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커스토디안들만이 황제의 곁에 남았으며, 이로인해 황제가 어떠한 오류를 범하더라도 이것을 막기는 커녕 지적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황제의 계획이 명백하게 파멸을 향해 나아가더라도 어느 누구 하나 막을 수가 없었다.[12]또한 이렇게 자기확신이 너무 강한 나머지 타인을 불신하여 자신의 가장 충성스러운 신하들에게조차 좀처럼 자신의 속내나 진짜 계획을 밝히지 않는 매우 비밀주의적인 행동을 보렸다. 이 탓에 황제의 가까운 곳에서 보필하였던 충성스러웠던 신하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유전적 아들들인 프라이마크들 또한 황제의 속내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바대로 카오스를 이기려는 황제의 계획을 위해서는 워프와 카오스에 대해 최대한 아는 자가 적은 것이 최선이었기 때문이었지만, 정작 워마스터라는 중책을 맡겨뒀던 호루스 루퍼칼이나 계획에 있어서 중요했던 마그누스 더 레드도 아닌 자기와 가장 코드가 맞았던 코르부스 코락스에게만 계획에 대해 알려줬고, 호루스는 웹웨이 계획에 매달려 두문불춘하던 황제에 대해 신뢰를 잃고 말았다.
2.2.3.1. 임페리얼 트루스의 허점
“폐하께서 가시는 길은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군요. 인간이란
무엇이든 한가지를 부정하게끔 만들면 오히려 그것을 갈망하게 되는 그런 존재입니다. 진정 폐하께서 이 장대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만약 그것을 이루고 다음엔 어찌하시렵니까?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폐하의 백성들이
폐하를 신으로 모시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폐하께서 가는 길이 옳기를 바라며 기도하겠지만, 동시에 폐하께서 인류를 위한다며 만들어가는 미래는 너무 두려우며 저는 그런 미래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13]
▶ First Heretic, The Last Church #
임페리얼 트루스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황제가 내세웠던 임페리얼 트루스는 과학과 철저한 이성적 사고라는 이름 아래 오히려 이성과 합리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만 강요하고, 무엇보다
이마테리움과
카오스 신에 대한 은폐를 중시하는 등 모순 그 자체 사상이었으며, 이로 인해 결국
황제교에 밀려 잊혀지게 되었다. 여기에 더 결정적인 문제는 이를 내세웠던 황제 자신이 임페리얼 트루스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초월적인 능력의 소유자였다는 사실이다. 물론 현재의 상황을 만든 원흉이긴 하지만
로가 아우렐리안이 황제에게 외친 절규와도 같이 황제가 가진 능력은 인간의 궤를 한참 벗어난 것이었으며 이를 내보이면서도 여전히 자신은 인간이라고 말만 하는 황제를 보고 사람들이 어이없어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과학과 이성을 주장했던 인물이
정작 자신은 신이나 다름없는 능력을 휘두르며 그 거대한 인류제국을 통치하고 있었으니, 이를 본 로가가 아연실색한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다못해 부활한 길리먼을 타락시키려 한 펄그림 조차도 황제는 신이 아니란 길리먼의 말에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거냐며 조롱할 지경이니 두말하면 잔소리지 않은가? 프라이마크들 조차도 이럴진데 일개 제국의 신민들의 반응이야 안봐도 뻔한 것이고. 이에 대해 황제 자신은 모든것이 계획대로 흘러간다면 모든 인류가 자신처럼 될것이라고 봤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었다."폐하께서 가는 길이 옳기를 바라며 기도하겠지만, 동시에 폐하께서 인류를 위한다며 만들어가는 미래는 너무 두려우며 저는 그런 미래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13]
▶ First Heretic, The Last Church #
이 역시 문제였던 것은 모든 인류가 황제 자신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황제 자신이야 사이킥의 최강자로서, 또한 모든 인류의 주인으로서 엄청난 능력을 소유했고 심지어 카오스 신들에게 사기를 칠 정도로 가공할만한 위력을 가진 반면, 인류는 황제가 가진 능력은 고사하고 카오스의 놀잇감으로 전락할 정도로 연약함을 가진 존재라는 점이 다르다. 당장 황제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프라이마크들 역시 카오스에 의해 타락하거나 카오스 신들의 수하로 떨어져버렸는데 이런 프라이마크들을 경외롭게 바라보는 일개 인간들은 말을 안해도 뻔하다. 멀리도 말고 황제 다음으로 사이킥 2인자로 불리던 마그누스 더 레드마저 젠취의 손아귀에 놀아났고 결국에는 그에게 굴복했다.
2.3. 황제의 성격
“
당신 동족들 중에 가장 강력한 게 당신이잖습니까?”
존이 말했다. “그러니까, ‘그’를 제외하면요.”
“우리 중 그 누구도 ‘그’만큼 강력하지 않았어.” 에르다가 말했다. “그게 두고두고 문제가 되었지. ‘그’는 그냥 더 강력하기만 한 것이 아니야. 아예 격이 다르지. 괴물 그 자체야.”
“정말로요?”
“상궤를 벗어난 족속들인 영속자들에게 있어서조차 상궤를 벗어난 존재지. 왜 우리가 힘을 합쳐서 ‘그’를 막거나 제약하려 들지 않았냐고 물었지? 여러 가지 -대부분은 하찮거나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제일 주요한 이유는 영속자들이 떼로 덤벼들어도 ‘그’의 힘에 비견할 수조차 없다는 거였어. 우리는 다양한 재능을,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단다. 우리, 초월한 필멸자들은 자주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위대한 일들을 이룩하고는 했단다. 우리는 인도자이자 키잡이였고, 조종사이자 스승이었지. 때로는 국가와 민족 전체에 있어서 말이야. 하지만 ‘그’는 완전히 달랐어.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기관, 힘이 샘솟는 근원과도 같았지.”
“신 말입니까?” 그가 물었다.
“전혀 아니야. 그 또한, 마음 속 깊은 곳으로는, 사람이란다. ‘그’에게도 성격과 개성이 있고, 장점과 단점이 있지. 물론 그 모든 게 증폭되어 있지만. ‘그’는 정말로, 꽤나 훌륭해. 상냥하고. 재미있지.”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까?”
“그래. 재미있어. 재치있고, 또렷하고, 열정적이고, 예리해. 천재라는 말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똑똑하고, 카리스마 있고, 헌신적이고, 의욕이 넘치는 데다, 단호하지. 어렸을 때부터 ‘그’는 우리와 똑같이 스스로의 능력을 파악하고 사용하려 했어. ‘그’는 인류를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인도하려 했지. ‘그’는 인간 종족이 그 잠재력을 전부 발휘할 수 있게 만들려 했어.”
▶ 번역 출처
“우리 중 그 누구도 ‘그’만큼 강력하지 않았어.” 에르다가 말했다. “그게 두고두고 문제가 되었지. ‘그’는 그냥 더 강력하기만 한 것이 아니야. 아예 격이 다르지. 괴물 그 자체야.”
“정말로요?”
“상궤를 벗어난 족속들인 영속자들에게 있어서조차 상궤를 벗어난 존재지. 왜 우리가 힘을 합쳐서 ‘그’를 막거나 제약하려 들지 않았냐고 물었지? 여러 가지 -대부분은 하찮거나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제일 주요한 이유는 영속자들이 떼로 덤벼들어도 ‘그’의 힘에 비견할 수조차 없다는 거였어. 우리는 다양한 재능을,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단다. 우리, 초월한 필멸자들은 자주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위대한 일들을 이룩하고는 했단다. 우리는 인도자이자 키잡이였고, 조종사이자 스승이었지. 때로는 국가와 민족 전체에 있어서 말이야. 하지만 ‘그’는 완전히 달랐어.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기관, 힘이 샘솟는 근원과도 같았지.”
“신 말입니까?” 그가 물었다.
“전혀 아니야. 그 또한, 마음 속 깊은 곳으로는, 사람이란다. ‘그’에게도 성격과 개성이 있고, 장점과 단점이 있지. 물론 그 모든 게 증폭되어 있지만. ‘그’는 정말로, 꽤나 훌륭해. 상냥하고. 재미있지.”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까?”
“그래. 재미있어. 재치있고, 또렷하고, 열정적이고, 예리해. 천재라는 말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똑똑하고, 카리스마 있고, 헌신적이고, 의욕이 넘치는 데다, 단호하지. 어렸을 때부터 ‘그’는 우리와 똑같이 스스로의 능력을 파악하고 사용하려 했어. ‘그’는 인류를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인도하려 했지. ‘그’는 인간 종족이 그 잠재력을 전부 발휘할 수 있게 만들려 했어.”
▶ 번역 출처
“폐하!”
황제가 옥좌에 앉고, 그의 양손은 팔걸이를 느슨하게 붙잡았다.
“폐하! 문을 닫으시옵소서!”
황제는 입구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디오클레티안은 황제의 강렬한 시선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황제는 관문에 시선을 고정한 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것은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을 하기를 주저함인가? 자신의 가장 위대한 야망을 저버리기를 망설이고 있음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또 다른 누군가가 황금빛 안개 속에서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음인가?
하나의 형체가 나타나며 안개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무언가, 날개와 갈퀴 손톱을 지닌 것이. 또 다른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잔뜩 부풀어 오른 몸에 뿔이 나있었다. 그리고 더 많은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또 다른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인간이 아닌 것들의 무리였다. 옥좌의 엔진들은 여전히 꺼지고 있는 도중이었다.
“폐하!!” 디오클레티안이 간청하듯 외쳤다.
황제는 장갑 낀 오른손을 꽉 쥐어 주먹을 쥐었다. 조화롭게 울려 퍼진 천둥소리와 함께, 옥좌실 안의 모든 발전기들이 꺼졌다. 발전기 내부의 기계장치들은 파괴되었고, 황금 옥좌에 공급되던 에너지는 끊어졌다.
파국을 맞이한 인류의 구원으로 이어지던 통로는 이제 그저 화려하게 장식된 문에 불과하였고, 그 문은 이제 옥좌실 벽에 드러난 바위로 이어져 있었다.
▶ Master of Mankind 24장
현 워해머 40k의 설정상으로는 굉장히 냉혹하고 차가운 이성적인 인물인것처럼 묘사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묘사도 설정이 재정립되는 2020년대 시점에도 넘쳐난다. 당장 정확히는 제국이 성립되기 전 초기에는
인간성이 남아있긴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후 카오스 신과 거래하다가 속이고 먹튀하는 과정에서 대가로서 인간성을 서서히 상실해갔고, 황제 또한 그 위험성을 알고 거래에 임한 것. 다만 돌아온 길리먼에 대해 어쨌건 '기쁨'을 느끼긴 한 모습이나 여러 철저한 (상대 감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연기'를 보면 분명히 지금도 감정이 없는 건 아니다. 단지 철저히 인류를 위해 저버릴 뿐. 사실 마스터 오브 맨 카인드의 묘사에서 보면 분명 과거에는 평범한 수준으로 인간성이 있었다. 죽은 아버지의 무덤을 어떻게 만들지, 해골을 장식할지 같은 생각을 한다. 황제가 이후 냉혈한이 된 이유는 카오스 신들과의 거래 과정에서 대가로 감정의 일부를 잃었든지, 아니면 그냥 황제의 원대한 계획이 도저히 맨정신으로 못할 짓이라 감정이 무뎌졌다는 등의 여러가지 추정이 있으나 정확한 것은 불명이다.황제가 옥좌에 앉고, 그의 양손은 팔걸이를 느슨하게 붙잡았다.
“폐하! 문을 닫으시옵소서!”
황제는 입구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디오클레티안은 황제의 강렬한 시선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황제는 관문에 시선을 고정한 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것은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을 하기를 주저함인가? 자신의 가장 위대한 야망을 저버리기를 망설이고 있음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또 다른 누군가가 황금빛 안개 속에서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음인가?
하나의 형체가 나타나며 안개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무언가, 날개와 갈퀴 손톱을 지닌 것이. 또 다른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잔뜩 부풀어 오른 몸에 뿔이 나있었다. 그리고 더 많은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또 다른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인간이 아닌 것들의 무리였다. 옥좌의 엔진들은 여전히 꺼지고 있는 도중이었다.
“폐하!!” 디오클레티안이 간청하듯 외쳤다.
황제는 장갑 낀 오른손을 꽉 쥐어 주먹을 쥐었다. 조화롭게 울려 퍼진 천둥소리와 함께, 옥좌실 안의 모든 발전기들이 꺼졌다. 발전기 내부의 기계장치들은 파괴되었고, 황금 옥좌에 공급되던 에너지는 끊어졌다.
파국을 맞이한 인류의 구원으로 이어지던 통로는 이제 그저 화려하게 장식된 문에 불과하였고, 그 문은 이제 옥좌실 벽에 드러난 바위로 이어져 있었다.
▶ Master of Mankind 24장
또한, 의외로 황제 혼자 있을 때엔 암만 봐도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는 묘사도 종종 나온다. 아무래도 소설의 특성상 황제는 인류제국 전체, 즉, "공적인 부분"에 대한 묘사가 주로 나온 탓으로 보인다. 일례로 말카도르에게 독설을 퍼부으면서도 마지막엔 그래도 광대로서 네 몫을 해왔다고 인정해주며, 종국엔 자신이 희생할 것임을 암시하자 말카도르가 울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의심병 환자인 페투라보가 황제의 눈에서 슬픔을 보았다는 묘사와 마그누스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하면서 이 순간을 기억하라며 그에게 손을 내미는 묘사를 보면 이는 의미심장하다. 무엇보다 황제는 말카도르를 면전에서 도구 취급하며 비정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정작 말카도르가 마그누스에게 처음 죽음을 당했을 때는 눈물까지 흘리며 비탄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 ##
또한 황제는 가끔 스스로에게 블랙 유머를 즐겼었다. 마지막 교회에서 성직자 유라이어가 술을 따라주니까 마시면서 '이거야말로 내가 믿는 주님(spirit)[14]이시지' 라고 감탄과 함께 말장난을 하기도 하고 커스토디안 라에게 자신의 과거를 보여줄 때 전 우주에서 샤카야 강만큼 살기 좋았던 곳도 없었다고 고향 자랑도 했으며 코락스와 처음 만났을 때에는 사람들이 다들 넙죽 엎드리니까 코락스가 다들 왜 저러냐고 물어보는데 이에대해 자신의 직업병(Occupational Hazard)이라고 한 마디 던지기도 한다. 코락스가 황제의 허락을 받고 달에 있는 유전자 연구소에 들어갔을 때 구석에 낙서가 새겨져 있었는데 그 낙서에 새겨진 글귀는 ' 오지만디아스'였다. 오지만디아스는 이집트의 파라오였던 ' 람세스 2세'의 그리스 명칭인 동시에, 소네트의 제목이기도 하다. 시의 내용을 간략히 말하면 이 세상에 영원한 것(특히 권력)은 없다. 이걸 하필 스스로가 인류를 보존키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한 동시에 스스로가 황제인 이 양반이 썼다는 것은 자신을 향한 경고이자 일종의 우울한 블랙 유머인 셈이다. 또한 그의 연구소에 진입하기 위한 보안장치를 풀기 위한 암호로써 어떤 신호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일정 간격으로 두드리는 노크소리(정확히는 Shave and a Haircut.)였다. 똑또로똑똑똑똑
그리고 황제 역시 사람이었는지 웹웨이 전쟁 막바지에는 본인의 필생의 숙원인 웹웨이에 미련이 남은 듯 악마들이 웹웨이 게이트 밖으로 나오기 직전까지 잠시동안 폐쇄를 망설이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황제 다음으로 강력한 영속자였으며 황제와 가장 오랬동안 같이 있었던 사람인 ' 에르다'는 존 그라마티쿠스와의 대화에서 황제 또한 다른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개성과 장점, 단점을 모두 가진 또 하나의 인간에 불과하며 단지 그 면모들이 황제 개인의 넘사벽 능력으로 어마어마하게 증폭되어 있을 뿐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또한 말카도르는 황제는 자기 성격에 어울리지도 않는 지금의 황제의 모습을 연기하는 걸 속으로 몹시 싫어했고 내면으로는 절대자로써 외로움을 정말로 많이 느꼈다고 증언했다. 모든 일이 끝나고 자신의 마음과 맞는 아들들을 데리고 은둔하려는 생각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즉, 호루스 헤러시가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그의 진실한 모습에 가장 가까운 해석은 ' 피도 눈물도 없는 철인을 연기하는, 그러나 실제로는 풍부한 감정을 가진 하나의 고독한 인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들인 프라이마크 역시 공통적으로 고독하다는 묘사가 꾸준히 나온다. 예컨데 페투라보도 초인인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어서 외로워하고, 독선적이고 잔인한 성격에 맞지 않게 자신과 급이 맞는 형제들한테는 이상할 정도로 우호적으로 친밀하게 대했다. 심지어 타인과의 소통이 뛰어나고 유머감각이 있는 길리먼도 내면에는 제국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고독함을 느끼며 고뇌하는 묘사가 있다. 프라이토르 코르 파에론이 언급했듯이 황제와 내면이 가장 닮은것이 길리먼이라면 황제의 내면도 길리먼이나 다른 프라이마크들의 묘사와 그다지 다르지 않을수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라이온의 소통장애, 펄그림의 완벽주의, 페투라보의 의심병, 돈의 꼰대력, 길리먼의 유머 감각과 행정 능력, 모타리온의 음험함, 마그누스의 자만심, 알파리우스의 큰 그림 등 프라이마크들의 성격이 다 합쳐진 것처럼 묘사하는 게 바로 황제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리고 모든게 끝나면 은둔하고 싶어하는 면모도 불칸, 길리먼 같은 프라이마크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면모기도 했다.
(황제가 말카도르를 도발한 이후 다시 시작한 게임의 마지막 부분에서 황제가 다음 차례에 이긴다고 승리 선언을 한 직후에, 말카도르는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사용한다.)
"희생."
떨리는 손으로 ' 천사'를 집어든 말카도르는 '천사'를 제거했다. 계시의 방어선에 훤히 뚫린 균열이 생겼다. 말카도르의 손가락이 다른 말을 집어들고 그 균열을 향해 돌입하려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참았던 바로 그 말. 현실 속에서는 계시가 처음 손을 댔던 바로 그 말. 마지막 한 수를 둘 때였다.
' 심장의 군주'.
“잠깐.”
부드러운 한 마디, 그리고 무시무시한 호령이라도 들은 듯이 말카도르가 멈췄다. 여전히 ‘심장의 군주’를 쥔 채, 승리를 선언할 준비를 한 채로 말카도르가 고개를 들었다. 계시는 짙은 눈빛으로 말카도르를 응시했다. 말카도르는 그 시선에 사로잡혔다. 섭정은 그 눈빛 속에서 무언가를 본 것 같았지만,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섭정 스스로가 비친 잔상일까? 후드 그늘 속에 초췌하지만 눈물에 물든 뺨이었을까?
“제가 이겼나이다….”
인장관이 꺽꺽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심장의 군주’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다른 말이 ‘심장의 군주’가 내려앉아야 할 자리를 가로막고 있었다.
‘ 광대’.
“ 고대 테라에서 광대는 누구에게든,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존재였었다.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그렇지.”
계시가 말했다. 말카도르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에 따뜻한 온기로 가득한 미소가 맺혔지만, 다음 순간 그 모두가 희미해졌다.
“광대에게 주어진 임무는 왕과 여왕에게 그들이 필멸의 존재이며, 취약하며, 다른 누구보다 나을 게 없음을 깨우치는 일이다. 그들은 권력에 진실을 전하기 위해, 권위에 저항하기 위해, 무엇보다 폭정을 꿰뚫기 위해 존재했었지.”
말카도르는 목이 멘 채,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생각을 모으는 동안에도 거듭되는 생각의 파문이 그의 마음을 상기시켰다. 그 깨달음이 코를 찌르르 울리고, 대폭풍이 귓가를 거닐게 했으며, 전율하는 피부 위에 사이킥 감각이 춤을 추었다.
▶ The Board is Set에서 새 게임 전에 말카도르를 일부러 도발한 황제가 게임 마지막에 하는 말. #
당시 황제는 한시도 황금옥좌를 비울 수 없는 상황에서 말카도르에게 그가 희생하여야만(대신 황금옥좌에 앉아 시간을 벌어야만) 제국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 텔레파시로 말카도르 앞에 나타나 모의전격으로 카드 게임을 하자고 했고, 말카도르가 그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자신과의 게임에 임하게 만들어야 해서 일부러 도발했다. "희생."
떨리는 손으로 ' 천사'를 집어든 말카도르는 '천사'를 제거했다. 계시의 방어선에 훤히 뚫린 균열이 생겼다. 말카도르의 손가락이 다른 말을 집어들고 그 균열을 향해 돌입하려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참았던 바로 그 말. 현실 속에서는 계시가 처음 손을 댔던 바로 그 말. 마지막 한 수를 둘 때였다.
' 심장의 군주'.
“잠깐.”
부드러운 한 마디, 그리고 무시무시한 호령이라도 들은 듯이 말카도르가 멈췄다. 여전히 ‘심장의 군주’를 쥔 채, 승리를 선언할 준비를 한 채로 말카도르가 고개를 들었다. 계시는 짙은 눈빛으로 말카도르를 응시했다. 말카도르는 그 시선에 사로잡혔다. 섭정은 그 눈빛 속에서 무언가를 본 것 같았지만,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섭정 스스로가 비친 잔상일까? 후드 그늘 속에 초췌하지만 눈물에 물든 뺨이었을까?
“제가 이겼나이다….”
인장관이 꺽꺽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심장의 군주’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다른 말이 ‘심장의 군주’가 내려앉아야 할 자리를 가로막고 있었다.
‘ 광대’.
“ 고대 테라에서 광대는 누구에게든,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존재였었다.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그렇지.”
계시가 말했다. 말카도르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에 따뜻한 온기로 가득한 미소가 맺혔지만, 다음 순간 그 모두가 희미해졌다.
“광대에게 주어진 임무는 왕과 여왕에게 그들이 필멸의 존재이며, 취약하며, 다른 누구보다 나을 게 없음을 깨우치는 일이다. 그들은 권력에 진실을 전하기 위해, 권위에 저항하기 위해, 무엇보다 폭정을 꿰뚫기 위해 존재했었지.”
말카도르는 목이 멘 채,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생각을 모으는 동안에도 거듭되는 생각의 파문이 그의 마음을 상기시켰다. 그 깨달음이 코를 찌르르 울리고, 대폭풍이 귓가를 거닐게 했으며, 전율하는 피부 위에 사이킥 감각이 춤을 추었다.
▶ The Board is Set에서 새 게임 전에 말카도르를 일부러 도발한 황제가 게임 마지막에 하는 말. #
이 장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전에 말카도르를 하찮게 여기며 도발하는 황제의 말은 진심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앞에서 말카도르가 하찮다며 도발하면서 쥔 말도 말카도르를 조롱하며 칭하는 단어도 모두 광대였던것이 이 마지막 부분의 복선으로, 대항군 역인 말카도르가 역전승하기 직전에 그걸 막아선 말이 본인이 앞서 별거 아니라며 던져서 부숴버린 그 광대이며 광대가 ‘왕과 권력자들 앞에서 자유로이 말하면서 그들이 남들보다 나을 것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우치는 자’라고 말했으니, 앞에서 말카도르가 자신의 광대라고 한 것은 사실 모욕은 커녕 말카도르가 황제 본인에게 더없이 소중한 조언자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나타내며 또한 이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는 말카도르의 희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도 암시한다. 거기다 황제가 다른 사람들이 이해를 못 해줘서 외로워 했다는 걸 생각하면, 이 부분은 그나마 자신을 이해해 주면서 쭉 옆에 있었던 말카도르 덕에 자신이 절대자인 황제를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그저 한 명의 사람이라는 걸 실감하고 지낼 수 있어 고마웠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말카도르가 심장의 군주를 돌격시키기 바로 전에 '희생' 카드를 이용해 천사를 제거하고 길을 뚫기 직전에 자신이 쓸 카드가 현실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똑똑히 깨달았기에 표정이 썩 좋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말카도르가 심장의 군주를 놓기 직전에 황제의 눈빛이 슬퍼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서술 역시 황제가 말카도르와 마찬가지로 슬픔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방금 생귀니우스의 죽음을 뜻하는 수를 자기 손으로 두기 직전에 표정이 일그러진 말카도르처럼, 이제 곧 자기 손으로 말카도르의 희생을 뜻하는 수를, 그것도 본인 앞에서 두어야 했으니 말이다. 소설 앞에서는 황제의 냉소적인 인간성이나 말카도르에 대한 경멸을 보여줬지만, 사실 그건 말카도르에 대한 깊은 경의를 보여주기 위한 반전용 떡밥이었던것.
거기다 정작 말카도르가 황제가 활동할 수 있을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대신 옥좌를 맡는 희생을 할 때 황제는 말카도르가 예상한것보다도 훨씬 괴로워했다. 결국 황제 본인의 말마따나 모의전 때 황제의 도발은 그저 말카도르가 적의를 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값싼 도발일 뿐이었던 것이다.
2.4. 총평
“우린 모두 도구다.”
We are all instruments.
“그분만 제외하고 말이오.”
Except for Him.
“오, 천만에- 폐하야말로 그렇지”
Oh, no - very much Him.
▶ 말카도르와 자가타이 칸의 대화 Jaghatai Khan - Warhawk of Chogoris 말카도르의 평은 황제의 모든 행보를 정확히 관통하는 평가다. 결국 최후에 가서는 황제 본인의 원대한 계획이 그끝내 파멸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을 희생하여 황금 옥좌에 착좌했던 것은 자기 자신조차 ‘도구’로 충실했음을 보여주는 행보였다. 덤으로 자가타이가 말카도르에게 매우 삐딱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그가 말카도르가 시길라이트라는 조직에서 일하던 모종의 과거를 간파하고 그를 매우 경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류제국의 모든 비극은 황제의 비인간적인 오만과 그의 인간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오직 그만이 인류의 앞날에 대한 올바른 답을 가지고있었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GW 입장에서 볼 때, 워해머 40k의 배경설정은 어디까지나 미니어처 게임의 홍보, 몰입용에 지나지 않으므로 언제든지 임의적으로 변경될 수 있으나,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블랙 라이브러리(GW 산하 출판사)가 내린 결론은 황제가 옳았고 처음부터 인류에게 황제 이외의 대안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그 "올바른 답"의 큰 아이러니함은, 황제 본인조차 포함해서 전부 인간성을 포기하고 부품으로써 희생되어야 인류라는 종족이 유지되고 굴러간다는 점이었다.We are all instruments.
“그분만 제외하고 말이오.”
Except for Him.
“오, 천만에- 폐하야말로 그렇지”
Oh, no - very much Him.
▶ 말카도르와 자가타이 칸의 대화 Jaghatai Khan - Warhawk of Chogoris 말카도르의 평은 황제의 모든 행보를 정확히 관통하는 평가다. 결국 최후에 가서는 황제 본인의 원대한 계획이 그끝내 파멸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을 희생하여 황금 옥좌에 착좌했던 것은 자기 자신조차 ‘도구’로 충실했음을 보여주는 행보였다. 덤으로 자가타이가 말카도르에게 매우 삐딱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그가 말카도르가 시길라이트라는 조직에서 일하던 모종의 과거를 간파하고 그를 매우 경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황제는 유년 시절부터 "인류는 자유롭게 방치되어선 안되고 항상 관리 하에 있어야 하며 인류에게는 관리해 줄 주인이 필요하다"는 사상을 품어왔으며, 당연히 그 주인은 자기자신이라고 생각해왔다. 마지막 교회 단편의 유라이어 올래사이어는 황제의 비전이 독선과 오만이라고 비판하였고, 같은 영속자들도 황제의 오만과 독선을 점점 더 오래 마주하면서 이래 질려서 황제를 비난하고 등을 돌렸다. 소설 '마지막 교회'의 등장인물인 사제 유라이어는 황제 자신이 직접 밝힌 계획과 생각을 듣고 "오만하다"고 경악했다. 그러나 황제는 "오만한 것이 아니라 그게 사실이다."라고 당연하다는 듯이 주장했다. 황제가 정체를 드러낸 직후만 해도 유라이어는 황제와 뜻을 함께 할 감동에 부풀어있었으나, 그의 저 말을 듣자 그가 그리는 미래가 아무리 빛난다 해도, 그가 택한 길이 옳다고 해도 나는 이 자와 함께 할 수 없다고 단정짓고 자신의 교회와 함께 운명을 같이 했다. 하지만 황제의 독선과 오만을 비판한 이들 중에서는 정작 그러한 황제의 계획에 대해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한 인물도 없었다. 차라리 이때 황제의 계획에서 그냥 발만 빼고 말았다면 모를까, 황제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어서 황제의 계획이 조금씩 어긋나도록 만듦으로서 나아가 그 황제의 영도를 받던 인류의 미래까지 전부 어그러지게 만드는 트롤링만 거하게 저질렀다.
자가타이 칸이나 생귀니우스가 황제와 인류제국의 방식을 혐오해도 이를 따르는 이유도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황제의 인류 사이커 승천 계획의 안티테제 격을 찾자면 시원의 진실을 받아들이라는 것 뿐인데 이게 실현되면 우리 은하의 현실우주에는 문자 그대로의 지옥도가 펼쳐진다. 결국 황제가 얼마나 가혹한 계획을 수행하든, 얼마나 악랄한 폭군이라 한들,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황제의 편에 서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프라이마크들을 뚜렷한 이유 없이 무작정 우주 전역으로 흩어버린 에르다로 인하여 프라이마크들은 '결함'을 지니게 되었고 이로 인해 황제는 아스타르테스라는 대안을 만들어내야만 했는데 이 결과 초인의 숫자가 황제가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남으로서 본디 황제가 초인들을 적당히 써먹고 숙청하려던 계획 또한 지나치게 커졌으며, 그나마 되찾은 프라이마크들의 절반이 배신하여 카오스의 하수인이 되는 최악의 결과로 귀결되었다. 카발은 인류는 카오스와의 싸움에서 카오스를 이길 수 없으며, 카오스와의 싸움에서 인류가 이기지는 못해도 살아남게 되면 카오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해서 갖다 바치는 에너지 공급원이 되어버릴 수 있으니 차라리 인류를 패배시켜서 멸종시켜버림으로써 카오스를 굶겨죽이겠다는 의도로 호루스 헤러시에 더욱 부채질을 하는 뒷공작들을 여럿 벌였는데, 오히려 이로 인해 인류는 카오스를 이길 기회를 놓쳐버렸고 카발이 두려워했던 인류가 이기지는 못해도 살아남으면서 카오스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며 살아가는 결말을 자신들의 손으로 앞당겨버린 셈이 되었다. 차라리 황제에게 반발했을지언정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적해버린 올라니우스 페르손이 되려 인류에겐 더 보탬이 된 편.
그의 이러한 사고관을 반영하듯이 호루스 헤러시 캠페인북 등에 나오는 황제의 공식적인 직함도 "인류의 주인(Master of mankind)"이다. 황제 본인은 대성전과 초인 숙청, 웹웨이 프로젝트, 인류와 워프의 단절 등의 계획이 전부 완성된 후에는 황제 자리에서 물러나고 다시 은거할 생각이었으나, 황제의 계획을 보좌하던 재상 말카도르는 인류가 자립할 가능성을 부정하며 초월적 존재인 황제가 무지몽매한 인류를 영원히 영도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황제는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 황제는 알렉산드로스 시절에 정말로 '더 이상 정복할 게 없다'고 느끼던 순간이 있었는데, 황금옥좌를 발견하고 또 다른 계획을 시작했다. 황제의 진짜 목적은 단순히 인간이 워프에 영향받지 않는 문명을 일구는 정도가 아니라, 일종의 '전 인류의 신격화'였다. 모든 인류가 진화해서 황제처럼 더 높은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면, 더 이상 황제가 인류를 이끄는 짓 같은건 안해도 좋게 된다는 것이다. 또 황제가 황금 갑옷을 입은 엄격한 황제가 된 것은 그것이 아들들(프라이마크)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받아내며 정복 전쟁을 수행케 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었고 결코 자신이 원한 것이 아니었다. 황금 갑옷을 입으며 권위를 강조한 것도 그런 연유였다. 어쨌거나 황제는 전쟁군주 역할도 황제 역할도 필요해서 한 것이지 싫어했다. 프라이마크를 소모품이자 도구로 대한 듯하지만, 사실 진짜로 어떨 땐 아들들로 여겼다. 몇몇은 전쟁이나 카오스와의 싸움에서 죽을 수도 있다 여겼지만, 적어도 몇만 년은 버틸 거라 생각했고, 평화가 찾아온 후 전쟁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들들[15]과는 함께 은퇴하며 같이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허나 자신의 계획이 실패하자, 황제는 인류는 결국 파멸할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황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비물질계에 내재된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고, 인류를 이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자신이 원했던 것처럼 인류를 해방시키진 못했고 더 이상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전쟁은 끝났습니다. 인류는 패배했습니다. 워해머 40,000은 - 그 모든 고딕적이고, 웅장하고, 거대하고, 쇠락하고, 파멸하고, 썩어가는 장엄한 세계로 향하는 - 되돌릴 수 없는 첫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워프 속 악의로 가득 찬 존재들은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미 이루었습니다. 인류는 워프로부터 자유로워질 기회를 영구히 잃고 말았습니다. 이제부터 앞으로 그 어떤 일이 벌어진다 하여도, 제국이 얼마나 힘들여 그 자신과, 적들과 싸운다 하여도, 장막 뒤에서는 미친 신들의 웃음소리가 영원히 울려퍼질 것입니다.
▶ 아론 뎀스키 보우덴(Aaron Dembski-Bowden), 소설 마스터 오브 맨카인드 후기에서
소설 마스터 오브 맨카인드의 작가 아론 뎀스키 보든은 소설 후기에서 황제의 전망을 긍정하며 인류는 영원히 카오스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두 번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파멸해갈 것이라고 적었다. 또한 해당 작가는 이후 테라 공성전 작가진 인터뷰에서 "카오스는, 앞으로 도래하게 될 제국이라는 사실을 놓고 보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40k의 제국은 심지어 황제의 플랜 B나 C가 아니라, 그… 말하자면 플랜 Z 같은 겁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독재적이고 복잡미묘하며 미신적이고 광기로 가득한 제국은 정말로 모든 게 잘못된 결과입니다."라고 밝혔다. 즉 웹웨이 계획이 망한 시점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이 전부 실패한 것이고 더 이상 다른 묘책도 뭣도 남지 않은 채 막다른 벼랑에 내몰린 상황.워프 속 악의로 가득 찬 존재들은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미 이루었습니다. 인류는 워프로부터 자유로워질 기회를 영구히 잃고 말았습니다. 이제부터 앞으로 그 어떤 일이 벌어진다 하여도, 제국이 얼마나 힘들여 그 자신과, 적들과 싸운다 하여도, 장막 뒤에서는 미친 신들의 웃음소리가 영원히 울려퍼질 것입니다.
▶ 아론 뎀스키 보우덴(Aaron Dembski-Bowden), 소설 마스터 오브 맨카인드 후기에서
사실 인류가 투쟁의 시대에 돌입한 시점에서 이미 인류와 황제는 벼랑에 몰린 상태였고, 대성전과 호루스 헤러시도 결국 플랜 X나 Y에 해당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저 플랜들도 망하고 이제 현상유지에도 급급한 처지가 된 것. 하지만 동시에 황제가 스스로 황금 옥좌에 묶인 것 역시 카오스 신들과의 거대한 게임에서 무승부라도 내기 위한 최후의 수라는 묘사가 함께 존재하는 걸 생각하면 또 모를 일. 게다가 만년간 사이커를 갈아마심 + 인류의 사이킥 각성이 다가옴과 쌓이고 쌓인 신앙의 여파로 점점 신에 근접(혹은 그에 대응하는 무언가가 등장)하고 있다는 언급이 나오는 것을 보면 무언가 빌드업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슬라네쉬와 인니드의 탄생 과정을 생각하면 묘한 부분. 그런데 생각해보면 황제가 그토록 혐오했던 자신의 신격화를 통해서라도 무승부라도 내보려한다는 것 자체가 최악보단 차악을 선택한 상황이다. 참고로 레딧에서는 황제의 방법은 인류를 구원할 유일한 방법이나 그 과정이 잘못되었다고 했다. 황제의 비전 제시 자체는 옳았으나, 그 과정에서 수단으로 선택한 대성전으로 은하계 역대급 대학살극을 벌인 탓에 오히려 카오스 신도 좋아할 거리가 없지 않았으며 너무 조급하게 밀어붙인 계획 탓에 여기저기서 삐걱인 것도 계획이 무너지는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출처
이러한 캐릭터의 변화는 소설 호루스 헤러시 시리즈를 통해 황제와 프라이마크, 대성전과 헤러시 등에 대해 자세히 다루면서 일어난 것인데, 이전까지만 해도 황제나 프라이마크들에 대한 설정은 간략하게만 설명되었기에 기존 설정이라는 뼈대에 살을 붙일 필요가 있었다. 또한 구판 기준으로는 황제의 행적에 모순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 우선 고작 수천명의 샤먼들의 혼이 융합된 존재인 황제가 셀 수도 없이 많은 영혼과 사념을 집어삼키며 만들어진 카오스 신들 전원을 능가한다는 점, 나중에 초인이 아닌 보통 인간들이 직접 다스리는 세상을 만들겠다면서 정작 수명이 무의미한 프라이마크들이나 수천년을 사는 스페이스 마린들과 같이 인류를 좌지우지할 역량이 넘쳐나는 초인들을 놔두었다는 점, 프라이마크들을 자식으로서 사랑한다면서 앙그론과 같은 경우는 구출하는 과정에서부터 단단히 원한을 사고 이를 해명하지도 않았다는 점, 썬더 워리어들을 포함해서 오랫동안 무수히 많은 인명을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희생시켜 왔으면서 호루스 한 명에 대한 애착 때문에 계속 호루스를 봐주면서 싸우다가 본인과 인류를 파멸의 기로에 몰아넣는 점 등, 서사적인 개연성 및 핍진성이 결여되는 부분이 꽤 있었다.
호루스 헤러시라는 사건이 간략한 배경 설정이나 단편 소설 몇 편으로 나올 때는 이게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으나, 수십, 수백권에 달하는 대형 소설 시리즈로 풀어내게 되자, 헤러시는 물론 세계관의 배경에 핵심적인 황제라는 캐릭터의 본질과 행적을 개연성 있게 명확히 풀어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결국 팬덤에서는 다소 호불호가 갈리게 되었지만, 황제를 '분명 능력이 뛰어나고 극단적 공리주의자를 연기하면서 철저한 계획을 세우지만 본질적으로는 인간인만큼 결점이 있고 결국엔 고독한 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설정함으로써 기존에 있던 황제의 모순 대부분이 사라지고 황제의 행적에 상당한 개연성을 부여했다.
길리먼 또한 부활 후 다시 만난 황제의 모습을 보고 황제가 아들인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들을 황제 자신의 목표를 위한 한낱 도구로 보아왔음을 깨닫고는 크게 실망하게 된다. 심지어 황제교 성직자 마티유에게 "내 진짜 아버지는 그 자가 아니라 코너(양아버지) 왕이였다"라고 대놓고 폭탄 발언을 말하기까지 한다. 나중에는 다른 프라이마크 형제들이 황제를 만난 뒤로 자신의 양아버지와의 관계를 청산한 일을 기억하고는 양아버지 코너가 황제가 마크라그에 오기 전에 죽어서 자기 마음 속에 아버지로 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고 씁쓸하게 생각하기까지 한다.
그것과는 별개로 황제가 어떠한 사리사욕이나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인류의 지도자가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황제 본인은 인류의 자립을 믿으며 3만년간 인류의 역사 뒷편에서 암암리에 인류를 도와주는 편을 선호했다. 이미 황제는 투쟁의 시대 이전 수만년간 인류 문명을 뒤에서 도왔을지언정 스스로 통제하고 지배하려고 한 적은 없다. 당장 황제가 인류를 입맛대로 통제하며 지배하길 원했다면 처음부터 그 초월적인 능력으로 선사시대나 고대 시대에 지구를 정복해버리고 철저한 계획하에 지도하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당장 투쟁의 시대에 테크노 바바리안들을 상대로 한 통합 전쟁도 쉽지 않게 성공했는데, 뭐하러 전 은하에 인류가 퍼지게까지 놔둔단 말인가?
특히 엘다 제국의 몰락 이후 인류 멸망의 위기가 확실시되자 불가피하게 전면에 나선 것이고, 다시 스스로를 역사에서 지우고 잠적할 계획까지 전부 짜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동시에 황제의 궁극적인 계획의 진행 과정 속에서 많은 인명이 희생된 동시에, 자신을 진심으로 따랐고 사리사욕조차 없었던 인물들까지 싸잡아서 단순한 도구로 취급했던 것은 분명한 결점이다. 다만 이러한 문제는 황제의 계획이 심하게 꼬였던 것도 있다.
일단 투쟁의 시대는 황제의 계획에서 벗어난 첫단계였다. 이전까지 황제는 느긋하게 인류의 성장만 바라보면 그만인 여유로운 상황이었고 간혹 인류가 도움이 필요해보이면 잠깐 가짜 신분으로 나타나 도움을 주고 사라지면 그만이었다. 물론 알렉산드로스 3세의 이름으로 정복을 했다는 점에서 어쩌면 그에게 가장 좋은 플랜 A는 이 때에 인류의 지도자가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는 꽤나 합리적인데 기원천 8천년에 태어난 황제는 이 시대에는 대강 7700여세다. 이것도 많기는 하다만 그래도 일단 제반조건은 그가 모습을 드러냈던 시대보다는 좋았는데 기술력 수준은 한참 후졌지만 오히려 이러한 기술적 수준이 후지다는 이유로 카오스 신의 경계는 완전히 피할 수 있다. 당장에 황제가 카오스 신들을 상대로 먹튀를 한게 투쟁의 시대 이전으로 달리 말하면 이 시대까지는 카오스 신들도 그를 전혀 경계하지 않은 것이다.(지금의 수준으로 생각했다면 당해주지 않았을테니) 심지어 이 때 먹튀로 얻은 게 신적인 힘과 지식이니 이전까지의 황제도 충분히 탈인간 수준이었지만 이후로는 더더욱 탈인간, 거의 신 수준이 되어버렸으니 반대로 이전의 황제는 이후의 황제에 비해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때문에 확실히 이전의 황제는 탈인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수준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존재였다. 물론 그 시대의 인류와 이 시대의 인류도 다르긴 하다만 그렇다 쳐도 이 시대는 카오스 신의 주목을 받는 것도 아니고 황제도 그들에 비하면 변변찮은 존재였으니 인류를 장악하기엔 너무나 좋은 타이밍이다. 여기다 이 시대에는 황제가 종교에 대한 혐오는 덜 느꼈던 시대라서 황제가 아얘 스스로 자칭 신 선언해버릴 수도 있었다. 어차피 자기가 공식적으로 활동하면 언젠가는 자기가 평범한 인간이라고 주장해봤자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상황에서 아얘 자기자신이 신적 존재로 행세하는 것이 남들은 신이라고 여기는데 자기만 신이라고 하지 않는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이는 임페리얼 트루스가 패배하고 황제교가 승리한 것도 황제도 결국 황제교의 존재를 놔두는 것도 필요악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드러난다.
만일 이렇게 되었다면 황제는 수천년 동안 인류의 신으로 군림하게 되었을 것이고 그의 영도아래 인류는 투쟁의 시대 라는 비극을 겪지 않고 발전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순간에 이르러 인류가 더이상 황제를 신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순간이 오면 황제는 스스로 물러났을 것이다. 이는 어떤 점에서는 기존 계획보다 나은데 이는 인류의 자율성을 말살하는 것이므로 자신이 부재한 인류사회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반대로 인류의 빠른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투쟁의 시대라는 개막장 시대를 피할 수 있고 성공만 한다면 자신이 부재한 인류사회는 자신 수준으로 대단한 인간들이 이끌어나갈 것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간간이 도움만 주는 것은 인류 스스로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점과 그만큼 인류 스스로가 강해진다는 점에서 훌륭한 방안이고 사실 투쟁의 시대만 아니었다면 오히려 이것이 베스트였다. 황제 1인 체제는 황제가 쓰러지면 그걸로 끝이기에 아얘 처음부터 인간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그들 전체가 자신처럼 성장하기를 기다리고 도와주는 게 성공만 한다면 더 낫기 때문. 또한 자신은 그림자 속에서 움직이므로 불의의 변을 당할 일도 없다. 단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 단점인데 그래도 황제는 영속자이니 기다려줄 수 있었다.
문제는 투쟁의 시대가 그 모든걸 말아먹었다. 황제의 계획은 인류존속의 위기 속에서 휴짓조각이 되어버렸고 이제 황제는 자신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어 인류를 통합하고 이끌어나간다는 선택지를 택할 수밖에 없어졌다. 문제는 이전에 비해 제반조건이 너무 열악해졌다. 황제가 구한 인류는 어디 운이 나빠서 죽을뻔 했지만 잠시 쉬면 튼튼해질 수 있는 인류가 아니라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황제라는 연명치료를 받는 신세였던 것. 정말이지 타이밍이 너무나 나빴다. 황제에게 미래예지가 가능했다면 기술의 암흑기에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겠지만 미래를 내다보진 못해서 하필이면 이런 시궁창 시대를 이끌어나가야 했던 것.
그래도 아직은 희망은 있었다. 왜냐하면 웹웨이 시도를 해볼 수 있었고 아직 자신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만큼 제로에서 시작한 만큼 여기서 성공을 거뒀다면 일단 카오스 신들의 간섭을 줄이는데 성공했을 것이기 때문. 근데 이마저도 호루스 헤러시가 벌어져 말아먹었고 이후로는 황제 자신은 생명연장만 간신히 하는 수준이 되어버린 것, 심지어 그 시기동안 인류는 성장하기는 커녕 더욱더 황제에게 매달리고 있다.
또한 황제는 자신과 같은 동등한 조건의 인간이 한 명도 없던 것도 단점이었다. 인류에 자신만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보니 모든걸 자신이 떠맡아야 했다. 이러다 보니 심각한 문제점이 생겼는데 투쟁의 시대 이전까지는 자신이 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막상 투쟁의 시대 이후 자신이 전면에 나서면서 모든걸 자신이 떠맡다 보니 어느새 인류는 자기가 없으면 굴러가지 못할 상황에 놓여버렸다. 말 그대로 자기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인류의 운명까지도 걸려버린 것. 만일 황제 외에도 그와 동등한 존재가 있었다면 상황은 나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전부터 황제와 비슷한 존재들이 나타나 황제와 함께 했다면, 아니면 투쟁의 시대와 같은 사건이 인류가 황제가 기대한 수준에 근접했을 때 일어났다면 얘기가 다르다.
전자의 경우 황제의 부재를 대비할 수 있다. 인류제국은 황제가 식물인간이 된 여파로 섭정이 실질적으로 통치중인데 이들의 역량이 어쩔 수 없이 황제보다 못한고로 제국은 쇠퇴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러나 만일 황제를 대체할 존재가 있었다면 황제가 부재하면 대체하면 그만이다. 물론 후임 황제는 고생하겠지만 이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 제국민들이 황제를 광신적으로 숭배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임페리얼 트루스의 실패는 황제는 혐종교 성향인데 정작 신은 존재하는 모순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 때문에 인류제국은 국교를 황제교로 바꿀 수밖에 없었고 황제교의 성공에는 임페리얼 트루스의 실패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인류와 황제의 격차에서 오는 인식을 충분히 반영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 전체가 황제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면 인류는 황제를 적어도 절대적인 존재, 신으로 숭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유는 이미 그들의 수준이 황제와 비슷하므로. 그렇기에 임페리얼 트루스는 성공을 거두었을 것이고 또한 황제가 없더라도 그와 비슷한 인류의 누군가가 황제의 뜻을 이어나가면 그만이다.
그리고 공통적으로는 인류제국의 통치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인류제국은 광활한 영토와 수많은 인구를 떠맡다 보니 제국은 말단 공무원은 물론이고 기술의 영향으로 불로불사에 가깝게 살 수 있는 테라의 하이 로드조차 과로사하는 경우마저 튀어나올 정도로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나라다. 거기에 기계의 반란까지 겹치다 보니 모든 작업을 사람이 혹은 사람을 개조해 만든 서보스컬 같은 것들이 종이 장부로 일일이 적어서 처리한다. 이러다 보니 행정과 사법이 굉장히 비효율적이라서 행정의 경우 민원 하나 넣는데에 대를 이어서 줄을 설 정도에 한 공무원이 어떤 행성에서 외계인 침략에 대항하기 위한 지원을 요청한 서류를 가져왔는데 날짜가 50년 전이었다. 사법도 마찬가지라 죄를 저지르고도 자기가 죽기 전까지 판결이 안 나 후손이 대신 처벌받기도 할 정도. 이런 수준이니 제국령 전체를 효율적으로 통치하질 못해 연방제나 봉건제 수준으로 굴러가고 있다.
대성전을 전후하여 황제가 직접 활동할 때는 문제가 없진 않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이 때는 황제도 있고 프라이마크 같은 초인들도 18명이나 있다 보니 문제가 덜했는데 호루스 헤러시 덕에 프라이마크도 떼죽음당하고 초인에 뛰어난 일반인 인재풀이 아작나고 사태 수습 후 어쩔 수 없이 그보다 못한 일반인으로 구성된 아뎁투스 테라로 굴리다 보니 이렇게 된 것.
이런 문제점은 황제만한 사람이 다수 있었다면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런 사람이 많아짐으로서 내전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우려는 있지만 그래도 황제가 이들을 올바르게 이끌어나간다면 문제는 없다. 근데 없으니까 황제 혼자 맡아야 했고 황제가 식물인간 상태가 되니까 제국도 쇠락하게 된 것이다.
이 부분과 관련해 문제점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황제 자신만이 홀로 1인 통치를 하는 입장이다보니 자신의 공식 입장을 바꿀 수 없다. 가령 임페리얼 트루스와 황제교 문제도 그런데 황제는 처음부터 황제 숭배를 좋지 않게 보았다. 다만 현재의 경우 황제교가 아니면 제국을 유지하기 힘들어서 묵인하는 것 뿐인데 만에 하나 황제가 상태가 회복되어 다시 직접 통치하려고 하게 된다면 큰 혼란이 예상되는데 일단 황제는 당연히 황제교를 금지하고 다시 임페리얼 트루스를 도입할 것이다. 문제는 이미 그게 1만년이나 깊이 박혀있어서 뿌리뽑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려니와 무엇보다 신앙의 대상 자체인 황제가 자기를 섬기는 종교를 금지한다면 정신적 충격이 클 것이고 또한 임페리얼 트루스로는 카오스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어서 문제가 생긴다. 이 상황의 해결책은 황제가 사라지고 다른 누군가가 황제의 역할을 하면 해결되지만 인류에 그런 존재는 없다.
그리고 인간적인 결점도 이 문제에 한 몫을 했다. 가령 종교 문제도 황제는 자신이 취득한 종교의 면만 보고 임페리얼 트루스를 정립했지만 정작 종교적 존재인 신은 실존하였으므로 이는 큰 모순을 자아내고 말았고 결국 제국은 임페리얼 트루스가 아니라 황제교가 번성하고 말았다. 많은 경우 개인숭배를 좋아하고 또 거기에 취해서 실수를 저지르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개인숭배를 싫어한 것은 현명했지만 개인숭배를 추구하는 이들의 능력은 그만한 수준이 못 되는데 반해 황제는 숭배를 받을만큼 뛰어남에도 숭배를 금지시켜서 모순을 야기하고 말았다. 그래도 자기가 멀쩡할 때에는 자기가 직접 하지 말라니까 문제가 안 되는데 식물인간 신세가 되고 나서는 자기가 그토록 싫어하는 종교 덕에 자기 나라를 유지하고 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이거는 소통이나 이해의 부재도 있었다. 로가만 보더라도 로가의 황제가 인간이 아닌 신으로 여기는 것은 단순히 그 하나의 일탈이 아닌 일리가 있어서 벌어진 것이었다. 로가와 황제의 언쟁에서도 보듯 황제는 일반인, 심지어 일반인에게도 경외시되는 프라이마크에게조차도 도저히 같은 인간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황제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 황제의 입장에서 자신은 그저 인류가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지점이기 때분이다. 즉 황제는 인류가 현재를 극복하고 자신의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원하므로 자신도 인간 중 하나라고 여기며 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외에는 그의 수준을 현재를 극복한다고 도달할 수 있다고 여기지 않으므로 저렇게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황제는 그런 중요한 사실을 제대로 얘기해주지 않았다는 것. 자기는 몰라도 남들은 자신을 신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인간이라고 하니 도저히 맞을 수가 없었고 로가에게는 그 점을 제대로 짚어주지 않으면서 그저 예전 시대의 신화에 정신이 홀려버렸다고만 한다. 이걸로는 설명이 충분하다고 할 순 없다. 그는 인류가 자신을 신이 아닌 인간으로 알아주길 원했지만 애석하게도 이 시대의 인간들은 황제를 신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었고 황제 또한 자신을 인간으로 알아주기를 요구했을 뿐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해주지 않았다. 임페리얼 트루스에서도 황제가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논리적 설명이 없었다.
요약하자면, 황제도 인간이었던 만큼 당연히 기계의 반란과 투쟁의 시대같은 개막장 사건을 예지하지 못했고, 이는 황제의 잘못은 아니다. 황제는 이 돌이킬 수 없는 내리막을 어떻게든 메우기 위해 초인을 어떻게든 양산해 전면에 나섰지만, 땜빵용 국가 무신론으로 설명이 절대 불가능한 존재가 이미 만들어낸 기울어진 운동장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고, 황제가 가진 인간적인 한계, 즉 대화를 통 하지 않는 성격, 유라이어가 지적한 오만함 같은 한계와, 팽창주의 전쟁이라는 빠르지만 잘못된 방법은, 황제니까 유지할 수 있는 즉 황제 없이는 유지가 불가능한, 사상 최악의 체제를 만들었다. 그 체제가 바로 인류 제국이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대로, 세계관을 살아가는 등장인물 입장에서는 비극이지만, 세계관을 멀찌감치 바라보는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그저 코미디인 체제.
또한 황제의 계획이 옳냐 그르냐 여부와 별개로, 자신의 계획이 실패하자 자포자기하고 손을 놔버릴 수도 있었지만[16] 웹웨이 개통이 다 망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수습을 해보려고 영겁의 세월동안 막대한 고통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황금 옥좌에 스스로를 안치한 행보의 일관성은 대부분 인정하는 편이다.
2.5. 작품 외적인 관점에서의 보론
결국 황제에 대해 이와 같은 복잡하면서도 모순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 때문이다.- 워해머 시리즈는 처음부터 암울하며 희망 없는 세계로 확정되어 있다는 것
- 황제의 내면 및 사상은 이미 정해진 각본에 따라 짜맞춘 것이라는 것
황제에 대한 묘사는 대부분 그가 황금 옥좌에 반시체로 안치되기 전의 호루스 헤러시 시리즈에 기반한다. 그런데 이 호루스 헤러시 시리즈는 이미 결말이 정해져 있는 프리퀄에 불과하며, 구판 설정의 세세한 요소는 개정되었을지언정 결말 자체는 정해져 있다. 황제가 제 아무리 뛰어나고 위대하며 (수단은 현대인의 윤리적 기준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지라도) 의도는 선량했다 치더라도, 그는 결국 패배하고 그의 이상은 꺾이는 것으로 확정되어 있는 것이다.
워해머는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대다수의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 작품들과는 달리 철저하게 그림다크를 추구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희망은 없고 오직 전쟁만이 있을 뿐이다. 더욱이 '황제의 플랜이 실패하여 나락만이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니 개별 작품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위해 황제를 뛰어난 초인으로 묘사할지라도 어디까지나 이전의 스토리 즉 프리퀄이라 결국은 이미 짜여진 각본에 의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실패했다" 로 억지로라도 뒤틀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모순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17] '신에 가까운 위대한 초인'과 '그가 비참하게 몰락하고 생각해두었던 계획은 철저히 박살나는 것으로 확정된 결말' 사이에서 말이다. 또한 초인이 짜놓은 계획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초인조차 예상 못할 변수가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자세히 묘사하기엔 결국 스토리 작가들은 평범한 인간들일 뿐이라는 것이다.[18] 그러니 역사가 다시 흐르기 시작한 개더링 스톰 시리즈 이후에나 인류제국이 어떻게든 부활할 것이라는 희망고문밖에...[19]
[1]
사람의 목숨을 경시하는
인류제국의 부조리함에 고통받다 봉기한 반란군들이 황제 숭배 사상에 대한 반감으로 자주 던지는 물음.
[2]
존 F. 케네디의 연설 중 "국가가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세요."(Ask not what your country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의 오마주다. 저 질문과는 반대로 황제는 실시간으로 인류를 위해 고통을 감내하며 자기 희생을 하고 있다.
[3]
애초에 황제는 마그누스가 사이킥에 대한 심취가 심한 이유에 대해서 딱히 추궁하지도 않고 그저 사이킥이 위험하다는 원론적인 말만 했다. 마그누스에 대한 감시가 철저했다면 그런 말로 경고를 할 게 아니라 처음부터 소울 바인딩을 시켰을 것이다.
[4]
대신 프랑켄슈타인은 그 반대로 피조물이 자신의 창조주를 저주하며 창조주의 소중한 인물들을 해쳤다.
[5]
피노키오는 1883년에 출간되었다. 2023년인 현재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140년, 자그마치 1세기 전에 나왔던 작품이다! 그러니 아칸이 활동하던 시기라면 거의 태고적 시절이나 마찬가지였던 셈.
[6]
지금까지 황제가 온갖 등장인물들을 아군으로 섭렵하려고 했을 때, '그들이 원하는 인간상에 맞춰서 행동하고 위장하였던 걸 생각해보자. 아칸 랜드에게 보여주었던 말과 행동 자체가, 아칸 랜드라는 인물이 원하는 모습에 맞추어 행동한 결과물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7]
스페이스 울프 군단은 독립적으로 활동하기를 선호했고 그들이 지닌 문화나 풍습 역시 인류제국의 것과는 상당히 이질적이고 자유분방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들 역시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했을 것이니 만약 황제에게서 프라이마크 자리를 그만두고 네 뜻대로 살라는 지시를 받았다면, 러스는 당장 펜리스로 달려고 그곳을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8]
마찬가지로 자가타이 칸 역시 자신이 거느린 부족의 족장인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여기던 인물이었을 정도로 소박했다.
[9]
#
[10]
아칸 랜드 앞에서 '이것은 내 아들이 아니다' 라고 한 것이 아칸 랜드가 원하는 모습대로 행동한 것이라고 쳐도, 현재까지는 앙그론에 대해 동정하거나 연민을 표하는 모습은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11]
다만 모타리온의 경우 내심 제위찬탈을 마음에 두는 등 워낙 본인의 심성이 음흉했던데다 황제가 시미터를 선물로 주려고 하면서 좋은 관계를 맺어보려고 시도한 묘사가 있으나 모타리온 본인이 면전에서 직구로 대놓고 거절하는 등 본인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팬들에게 별다른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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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가타이 칸,
로부테 길리먼, 알리비아 슈레카 등 카오스의 진실을 알고 경악하여 황제가 왜 숨겼는지 이해했다는 반응이 나오는 걸 보면 의논을 해도 카오스에 의해 다른 방향으로 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후술할 것처럼 Warhammer 40,000 세계 자체가 황제의 계획은 옳았으나 그걸 현실로 만드는 데에 실패했기 때문에 성립이 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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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황제는
자신의 비전을 보여주면서까지 유라이어를 설득하려 했으나, 이성과 이해의 진리를 내세운 황제 본인이 정작 지식의 보고를 간직한 마지막 교회를 파괴하는 독선적이고 오만한 황제의 비전의 이면을 간파한 유라이어는 절규하며 불타오르는 교회 속으로 발길을 옮겨 스스로를 불사르며 죽었다. 황제도 결국 자신의 소신을 지키려한 유라이어의 최후를
전사들과 함께 끝까지 씁쓸하게 지켜본 후에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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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영어에서 Spirit/Spirytus는 정제 알코올을 의미한다. 화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에 도수가 높은 알코올이라면 결국 질 좋은 술밖에 없었으므로 spirit이 고급 주류의 별명처럼 굳어진 것. 황제는 이걸 가지고 언어유희 드립을 친 것이다. 재미있게도 한국어에서도 일반적인 용례는 아니지만 주(酒)님이라는 말장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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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락스, 생귀니우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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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도 일반인들은 큰 실패를 겪으면 의지가 꺾이는 사람이 많으며, 당장 작중에서도 여러 이유로 정신줄을 놓고 카오스에 타락한 초인들만 한바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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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빡빡한 억지 설정의 게임 역시
메탈기어 시리즈란 훌륭한 예시가 존재하는데, 코나미에서 코지마가 쫓겨나기 전까지 시리즈 자체는 계속 나왔으나, 대서사시 자체는 2008년에 발매한
메탈기어 솔리드 4에서 끝낸 지 오래다. 이로 인해 메기솔4 이후 후속작들의 스토리는 항상 기존 주인공들을 어떻게든 과거의 서사에 집어넣으면서도, 설정충돌을 막기 위한 피눈물나는 노력이 계속 들어간다. 과거로 가든가 더 과거로 가든가, 어떻게든 중간중간에 끼워넣고 다른 곳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쓰고.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의 개발 비화가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 개발 권한이
코지마 프로덕션에서
플래티넘 게임즈의 손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진행한 일이 바로 스토리 리셋. PTG는 '깔끔하게 메기솔4 몇년 후 스토리를 쓰자!'고 요청했고, 시나리오 라이터는 기존 시나리오가 인과관계 조율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부담도 엄청났는데, PTG의 리셋 결정이 떨어지자 단숨에 써내려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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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간이 자신보다 더 우월한 존재들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당장 현실 세계에서의 종교적, 신적인 존재들에 대한 묘사는 세상에 넘쳐나며, 황제가 세계관 내에서 절대적으로 숭배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 자체는 납득 못하는 사람들이 없다. 게다가 황제만큼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초인들인 프라이마크 관련 소설들은 작가 한명이 도맡아 쓰고 심지어는 여러 프라이마크들에 대해서 쓴 작가도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일단 초인적인 행보와 더불어 초인적인 성격까지 갖춘 인물들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런 프라이마크들을 압도하는 초인인 황제를 묘사하는 것은 결국 관점의 차이에 큰 영향을 받고, 그렇기에 통일된 묘사가 나오지 않아 모순된 행보가 나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만장일치하기가 어려운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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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로부테 길리먼이 부활하여 제국의 로드 커맨더로서 섭정을 하는 중이며
징조의 방주를 통해
다크 엔젤의 프라이마크
라이온 엘 존슨이 귀환한 상태다. 여기에
화이트 스카의 프라이마크인
자가타이 칸까지 생존한 상황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음은 자가타이가 귀환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호루스 헤러시 당시 반역파에 가세한 프라이마크들은 마그누스를 제외하면 상당수가 성격파탄자였고(단 앙그론은 애초엔 동료들은 버려두고 자신만 구조된 것에 대해 황제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으며 황제 역시 그를 방치한 채 내버려뒀다. 훗날 카오스에 의해 데몬 프라이마크로 변질되면서 성격도 개차반이 되었지만서도) 현재도 끼리끼리 지내는 것은 여전하다. 반면 충성파 프라이마크들은 황제의 권위와 능력에 승복하고 들어간 이들이 많은데다 로갈 돈과 라이온 같이 황제에게 충성을 맹약한 이들도 있으며 황제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했던 자가타이도 워프의 실상을 알고 난 후에는 황제를 인정할 정도였다. 라이온은 현세로 귀환 후 자신만이 유일하게 생존한 충성파 프라이마크로 알고 한때 자신과 라이벌이던
리만 러스를 그리워 할 정도였다가
블러드 엔젤의
단테를 통해 길리먼이 부활하여 제국의 섭정을 맡고있다는 사실에 자신만이 유일한 존재가 아님을 깨닫고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