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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27 00:17:23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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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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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bgcolor=#000000> 저자 오찬호
ISBN 9788957692233
쪽수 240쪽
출판사 개마고원
국내 출간일 2013.12.03.
장르 사회학 서적

1. 개요2. 내용3. 주요 주장
3.1. 20대들의 학벌주의3.2. 자기계발서3.3. < 아프니까 청춘이다>
3.3.1. 반론3.3.2. 옹호
3.4.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3.4.1. 반론
3.5. 20대들은 왜 이렇게 되었나?
4. 궁극적인 주장5.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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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암울한 시대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이십대의 진짜 얼굴을 보자 - 뒤표지 문구
오찬호가 2013년에 처음 선보인 사회학 저서이자 대표작이다. 정확한 제목은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이다. 뒤표지의 문구를 그대로 빌려 쓰자면, '이 암울한 시대에 암울하게 변해버린 20대들의 슬픈 몽타주\'를 설명하는 책이다. 극심한 입시경쟁, 취업난 따위로 인하여 살아가기 힘든 헬조선에서, 괴물처럼 변모하고만 8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에코세대(당시 20대)의 심리, 사고 방식을 탐구한다.

이 책의 제목은 극심한 경쟁 속에서 타인을 매몰차게 밀어내야만 하는 20대의 자화상을 드러내고 있다. 상당히 불편한 진실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바람에 사회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1] 언더도그마를 비판한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뒤표지 문구에서 20대들을 피해자이자 가해자라고 칭한 것은, 현 한국 사회의 폐단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는 피해자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들 스스로가 안고 있는 문제 또한 탐구하자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사실 이게 이 책의 핵심이며, 오찬호가 사람들에게 일깨우고자 하는 내용이다.

2. 내용

이 책은 자신의 박사학위논문 '불안의 시대, 자기계발 하는 20대 대학생들의 생존전략'(2012)을 대중교양서로서 풀어 쓴 것이다.

이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대학 강사로서 2008년경 경기도 한 대학의 수업시간 중 KTX 비정규직 여승무원 전환 문제에 대해 토론하다가 학생들의 반응을 보게 된 것이라고 한다. 한 경영학과 4학년 학생이 '비정규직이 노력없이 지위가 전환되는 건 불공평하다'[2]고 했을 때, 저자는 내심 이 학생이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을지 걱정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약 2/3의 학생들이 이 학생에게 찬성한다는 쪽에 손을 들자 저자는 이 현상에 대해 사회학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이는 약 4년간의 연구를 통해 박사학위논문 및 책으로 완성되었다.

' 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건 너의 노력 부족'이라는 논리가 팽배한 현실에 대한 비판이 이 책의 주요한 뼈대다.

이 책에 나온 비유는 아니지만 비유를 하나 해보자. 단국대 철학과 박사는 1년에 약 2명을 모집한다. 하지만 단국대 철학과 교수는 5년에 1명 꼴로 채용한다. 박사를 마치는 모든 졸업생이 교수직을 거절하지 않는다고 할 때, 교수가 될 수 있는 사람은 10%뿐인 것이다. 그렇다면 박사를 하고도 교수가 되지 못한 90%에게는 더 연구를 잘 하지 못한 잘못이 있는 것일까? 그것보다는 교수직이 부족한 상황이 문제라고 말하는 게 합당하지 않을까? 따라서 개인의 노력 부족을 무조건 탓할 것이 아니라 사회 환경을 문제 삼고 바꿀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또한, 그런 말이 통하기 위해서는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고, 과정이 전부 공정하고, 돌아오는 결과 또한 정의로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가 그렇지 못하므로 이런 논리는 부당한 현실에 순응해버리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저자 인터뷰에 따르면, 때로 영화 보고 치맥하고, 1년에 한두 번 여행 가는 건 굉장한 사치가 아니지만 한국의 자본주의는 악질적이기 때문에 이런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담으로 저자의 말에 따르면, 제자에게 한 기업의 합숙 면접에서 이 책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라는 조별 토론 주제가 주어졌다고 한다.

3. 주요 주장

이 책에 나오는 오찬호의 주요 주장을 정리.

3.1. 20대들의 학벌주의

연세대는 서강대를, 서강대는 성균관대를, 성균관대는 ...(중략)... 성결대를 무시한다. - 86쪽

옛날에도 물론 학벌주의가 있었다. 하지만 단지 'SKY냐 아니냐', '인서울이냐 아니냐' 정도였을 뿐, 지금처럼 군대의 계급이나 LoL 솔로랭크처럼 점수 1점, 등급 한 컷단위로 극도로 체계적이지는 않았다. 2000년대 초반 경희대 법과대학 재학생에 의해 만들어진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이라는 용어가 바로 그것이다. 태정태세문단세와 비슷하게 체계적으로 암기되며 서열이 낮은 대학이 자신의 대학을 더 높은 대학과 비슷한 대학으로 퉁쳐버릴라치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면서 호들갑을 떠는 바로 그것 말이다.

오찬호는 20대들은 수능 카스트제도처럼 신봉한다고 주장한다. 그 20대에게는 카스트 제도보다는 LOL 랭킹전 등급 다이아,골드,실버,브론즈 같은 수능 등급과, 다니는 대학 이름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해버리고, 수능 점수가 자신보다 높은 상대나 그와의 비교를 당할때 열등감에 자신이 왜 수능 점수가 낮은지에 대한 자기 합리화를 시도하며, 반대로 자신보다 낮은 점수를 받거나 서열이 낮은 대학에 간 사람은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정도로 하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20대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수능은 초중고 12년간의 노력이 집대성된 결과라는 것이다.
물론 수능이 12년간의 노력이 집대성된 결과라는 말 자체는 사실이지만 집안 환경과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불운 그리고 태생적 한계 등 주관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을 무시하고 지난 12년간의 노력이 어땠는지 점수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생각이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전까지만 해도 수능시험장에 당뇨병 환자인 수험생들이 혈당체크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음을 생각해보자. 문서에도 나와있지만 수능시험 이전에 시험보다가 쇼크사할 수도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고등학교 때 공부 안 하고 논 애들은 지방대랑 전문대에 들어갔다', '실제로도 지방대 애들은 수준이 떨어진다', '지방대 애들이 지하철에서 술 취해서 떠들고 쓰레기 버리는 것도 봤다' 하는 것 따위를 근거라며 내세우는데, 이는 당연히 명백한 논리적 오류다. SKY 학생들이라고 해서 지하철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3] 이렇게 직접적으로 확인한 바도 없으면서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는 데에 불리한 사실은 죄다 무시한 채 색안경을 끼고 자신보다 서열이 낮은 대학의 학생들을 바라본다는 것이다.[4]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직군 중 하나인 법조계는 과거 사법고시 시절부터 지금까지 철저하게 출신 학과로 파벌과 출세구도가 결정되고,시험점수로 카스트를 정하는 서열위주 사회다. 딱 사시 패스 이후 사법연수원에서 시험성적으로 판사-검사-변호사[5]로 서열을 갈라놓고 연수원 성적과 고등학교 최종 성적으로 법관,검사,변호사들끼리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위아래를 갈랐다. 이는 로스쿨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져서, 지금의 젊은 법조인들조차 이 논리에 물들어 있다. 의학계는 2020년 매년 전교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라는 문구 하나로 완전하게 설명할 수 있다. 언론계도 마찬가지다. 언론계는 아예 언론고시 성적과 입사 언론사 서열을 가지고 아예 순위를 정해놓고, 방송은 지상파 3사의 보도를 내리 복붙하고 신문은 조중동 3사의 보도를 내리 복붙한다.

저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 모두 대한민국에서 성공가도를 탔으며, 그 권력으로 한국의 평범한 서민들 위에 군림할 수 있었던 계층이 되었던 것이 비극의 연속이다.[6] 현시대 20대는 사회에 나가 저런 것을 하기 위해 죽어라 공부하고 죽어라 경쟁하며, 이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독창적인 생각을 하는 같은 또래들을 관종이니 관심병자니 같은 식으로 비하하고 왕따하는 게 당연하도록 만든 교실 풍토에 푹 절여진 시대를 살았고, 이를 가고 있는 지금 학생들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20대들 사이에서 만연한 학벌주의의 최대 해악은 피해자가 동시에 가해자도 된다는 점이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대학에게 무시를 받는 피해자들은 동시에 자신보다 서열이 낮은 대학을 무시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이럼으로써, 학벌주의로 인해 피해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마저도 학벌주의가 더욱 공고하게 유지되는 데에 기여하는 셈이라고 오찬호는 주장한다.

이들의 학벌주의는 단순히 기득권이 아니라 두려움의 상징이다. 예전 가난한 시절에는 소수만이 공부하고 독점하는 관계였지만, 시간이 지나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여유가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러나 파이는 그대로이니 어쩔 수 없는 학벌로 나누는데 만약 학벌주의가 곧 능력주의도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치열한 공부를 했는지 아무런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를 뚫은 사람은 더욱 소수 엘리트가 되면서 더욱 자신의 학벌의 매달리게 된다. 어차피 다홍치마라고 회사 입장에는 이왕 좋은 학벌이 더 끌리기 때문이다.

3.2. 자기계발서

몇십 년 전까지는 한국의 산업사회가 전 세계에 그 유례가 없을 정도의 전설적인 고도 성장을 이루었기에 무언가 노력을 하면 꼭 완벽하지는 않아도 어떤 보상이 분명히 돌아왔다.[7] [8] 하지만 언제부턴가 죽을 만큼 노력해도 안 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되었다. 인간이라면 누려야 마땅할 행복을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한국 사회에서, 어쩌다 성공을 한, 즉 노력을 죽어라 해서 그 보상을 받아낸 희귀하고 특수한 사례를 내세우면서 '그러니까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너도 할 수 있으며, 실패란 없다' 같은 공허한 결론을 내리는 게 요즘 자기계발서라는 것이 오찬호의 주장이다.

책에 나온 건 아니지만 비유를 하나 해보자. 박사 졸업 직후 조교수로 임용된 사람을 가리키며 박사 졸업 후 시간강사를 하며 5년 넘게 임용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 말하기를, '봐, 하니까 되잖아, 너도 최근 3년간 SSCI 주저자 2편 있고 영어 강의, 데이터 분석 강의 가능하면 교수 임용 된다고'하는 것이랑 다를 바 없다. 보통 시간강사들은 아무리 학문을 갈고 닦고 해도 교수 되기 힘들다.

자기계발서의 세계에서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것은 노력 부족 때문이라면서 개인의 잘못으로 간단히 이야기가 정리되고 만다. 오찬호는 이런 논리를 비판한다. 성공이 그렇듯이, 실패 또한 100% 개인적 역량으로 인한 결과는 아니므로 그런 논리는 부당하다고 말한다. 또한, '위기가 찾아와도 노력' 운운하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세상이 떠들어대는 이 말로 20대들을 위로하는 것은 가당찮은 일이라고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노력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돌려주는 사회라야, 또 위기의 정도가 어지간해야, '지금 힘들어도 조금만 버텨라. 결국 달콤한 열매가 찾아온다.'라는 말이 통하는 것인데 지금 한국 사회가 그렇지 못하다는 말이다.

또한, 현재의 자기계발 동향은, '이렇게 해라'라는 말만 있을 뿐 그렇게 했을 때 달라지는 것이 없다. 20대들은 아무것도 얻어가는 것이 없는 채로 자기계발만을 되뇌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안 하는 것보단 이런 게 나은 거니까라는 생각이 20대들을 이 악순환 속에 단단히 붙잡아둔다. 사실 이 생각이 딱히 틀렸다고도 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해서 얻는 성과가 들인 노력에 비하면 미미하다는 것. 이것이 한국 사회의 핵심적인 해독이다.

3.3. <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 책에서는 서울대학교 교수 김난도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비판한다. 노력을 했을 때 정당하고 확실한 보상이 돌아오는 사회에서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성립하는 것인데, 지금의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해도 겨우 중간 갈까 말까 한 세상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따진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는 '인생을 24시간으로 환산하면 20대는 잠에서 일어나는 오전 7시'라고 하는데, 이는 20대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달리기를 하고 있는지 간과한, 공허한 비유일 뿐이라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다치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다.

김난도는 서울대 교수이고, 서울대 학생들을 만난다. 책에서, 김난도는 서울대 교수를 할까 말까, 그의 제자들은 유엔의 기구에서 일할까 말까를 고민한다.[9] 이들은 소수의 특수한 모습일 뿐 일반적인 20대들의 모습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김난도의 조언들은 서울대 학생들한테나 어울리는 '서울대스러운' 얘기들이라고 말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사실 '노력하면 당장은 힘들어도 나중에 보상이 돌아오니 힘내라'와 다를 바 없는데, 앞서 언급한 대로 지금 한국에서 노력이 정당한 보상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출판 사상 최단 기간 밀리언셀러를 달성하고 현재는 300만 부 이상이 팔려 나간 베스트셀러가 되어 김난도는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자세한 것은 아프니까 청춘이다 문서로. 문서에 비판에 관한 분량이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3.3.1. 반론

김난도가 유엔 국제기구에서 일할까 말까 고민하는 '일반적인 20대의 모습'이라 할 수 없는 독자를 대상으로 책을 썼다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다. 저자가 목표 독자를 누구로 설정할지는 저자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울대 교수인 저자가 서울대 제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책이다.
"이 책이 그렇게 대중을 상대로 쓴 책이 아니었고요. 제 아이하고 우리 제자들 상대로 그냥 개인적인 소회, 수업시간에 했던 얘기들을 묶은 책인데요. 갑자기 너무 화제가 돼서 물론 기쁜 측면이 없는 건 아닌데요. 요즘 청년들 참 힘들잖아요? 생각보다도 훨씬 더 많이 힘들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심경이 복잡한 면이 있네요." - 2011년 언론 기사

그리고 옹호론에서 이 '책을 통해 유명세를 얻은 뒤' 다른 대상에게 강연하는 것은 '은근슬쩍 얘기를 바꾸는 것'이라는 비판은 두 가지 측면에서 온당한 주장으로 바라볼 수 없다.

3.3.2. 옹호

저자 본인도 결국 저 책의 타깃을 대한민국 모든 젊은 청춘들로 은근슬쩍 바꿨다는 것이 주 비판 쟁점이다. 김난도 교수는 저 책을 통해 유명세를 얻은 뒤 청춘시네마 등에 출연하며 대외활동까지 했으며 서울대 바깥으로 나가 책 내용에 대해 강연하며 서울대생들의 청춘을 현재 모든 젊은이들의 청춘으로 일반화했다.

3.4.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의 저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도 비판한다. 이 책 역시 200만 부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이지만 오찬호는 이 책에도 맹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세상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쉬면 세상도 쉽니다'라는 문구를 인용하는데, 이에 대해 '내가 먼저 놓으면 세상살이도 편해진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현재 20대들은 놓고 싶어도 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결국, 뭐든 세상 탓만 할 일이 아닙니다', '상대가 나를 칠 때 지혜로운 이는 굽힐 줄 압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다', '누가 나를 욕하면 나를 낮추십시오' 등의 말에 대해서는 사회의 구조에 대한 불만을 멈추고 자신을 낮추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냐는 물음을 던진다. 오찬호는 이 책이 세상 탓을 멈추고 순응하여 살기를 부추김으로써 사회를 개선하지 못하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3.4.1. 반론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법에 관한 책이다. 마음의 혼란을 가다듬고 자신을 성찰하는 법을 일러준다. '세상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쉬면 세상도 쉽니다'라는 문구를 꼭 그런 식으로 해석하여 비판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는가? 그저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를 시도하라는 의미일 뿐이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의 심리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이유를 찾아가라는 조언인데, 그것을 굳이 헬조선이나 20대들의 사고방식 따위와 무리하게 접목하여 지나치게 각박하게 해석한 것은 아닐까? 이는 사회 현상을 갈등론적관점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해석한 것이다.

또한, 혜민 스님의 말은 자신의 성장을 방해하는 비생산적인 남 탓을 하지 말고 자신을 성찰하란 뜻이지, 결코 부당한 것에 따지지도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 아니다! 이것 역시 혜민 스님의 의도를 왜곡하는 것이다. 오히려, 혜민 스님이 말하는 휴식은 문제 제기를 위해서 진정으로 불합리한 것이 무엇인지 차분히 돌아볼 시간을 가지게 한다는 점에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불합리한 사회의 본질적 허점이며 이를 논파할 근거를 정리할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휴식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눈물겨운 옹호를 본인이 말아먹고 말았으니

3.5. 20대들은 왜 이렇게 되었나?

책이 나온 2013년 기준 20대들은 80년대 중반 ~ 90년대 중반생이다.[10] 어린 나이에 IMF 외환위기가 닥쳤다. 부모님들이 하루아침에 실직하고 살기 힘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돈 벌어서 안정적으로 사는 것이 최고'라는 가치를 은연중에 주입당했다. 오찬호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 때문에 20대들의 몽타주가 이렇게 '괴물'이 되어버렸다고 말한다. 즉, 이 세대들은 저자가 표현한 것처럼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된 것이다.

2020년 6월의 코로나 시국에서도 이러한 문제제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요원 정규직 전환 절차 논란'의 격전장이 되어버린 포탈 뉴스 댓글등에서 "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정의다", "공부한 우리가 되레 역차별 받는다"라고 적는 수많은 분노의 댓글을 보노라면 현재 20~30대 청년들의 감정과 태도는 2013년 이 책에서 예로 들었던 KTX 여승무원 비정규직 사태 때 청년들의 반응과 판박이며, 저자가 표현한 '피해자이자 가해자'의 굴레에서 청년들이 계속 맴돌고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11]

아이러니한 건, 이러한 청년들의 차별의 명목 공정, 평등이란 점이다. 즉, 기회의 평등, 공정한 결과를 매우 강조하는 동시에 경쟁에 따른 결과의 차별을 합리화, 정당화한다는 것.[12][13] 다만 그들이 주장하는 공정과 평등의 기준이 상당히 편향적이라는 것이 문제점이다. 앞서 언급한 인국공이나 여승무원 비정규직에서도 이야기하듯이 오로지 수능성적과 입사성적만이 타당하며, 능력이 없는 비정규직은 차별받아도 당연하다고 본다.[14]

한 블라인드 앱에서 삼성 SDI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BTS 지민이 고가에 집을 사자 이에 대해 비난하는 글을 썼다. 수능도 안 보고 운이 좋아 된 것 아니냐는 것. 위 사례에서 나는 죽어라 공부해 대기업에 들어갔는데, 자기 좋아하는 음악 하다 운이 좋아서 부자가 된 것이 싫다는 것이다. 즉 나의 노력의 산물인 수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성공하는, 그것도 차원이 다른 성공을 해내는 모습에 자신의 노력이 부정당했다고 생각하여 분노한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참 서글픈 모습이다.[15] 세상은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과 객관식이 뒤섞여 있는 혼돈 그 자체다. 자기에 방식이 맞지 않다고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를 뿐이다.

'수능', '시험', '공채'에 집착하는 이들은 비정규직이 되는 사람들의 집안 환경, 질병, 사고유무, 재능과 노력, 장애유무를 일체 고려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열악한 집안 환경(가난, 아동학대, 가정폭력, 외도 등)을 가진 사람이 남들과 똑같은 수능 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해 보자. 이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아무도 그런 환경을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경계성지능장애로 태어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사람은 죽도록 노력한다고 해도 겨우 일반인 수준의 지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에게 단순히 교육과 시험 기회만 주어지면 되는 것인가?

교육의 질, 시험의 질 모두 어떤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는 많지만, 성공하기 어렵다. 북유럽의 예를 보자. 막대한 세금과 부자를 이탈 방지를 위해 세습의 합법화를 해주고 있다. 그리고 가난자를 최소화 시켰지만, 동시에 부자가 되는 길도 막혀버린 사회. 그로 인해 빈부격차가 매우 심각한 나라. 그럼에도 이를 위해서 기꺼이 세금을 내고 있지만, 이를 주도한 것이 바로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세상 변화의 앞장 선 금수저(스웨덴 총리 팔메는 금수저 오브 금수저다.)이다.

노르웨이는 석유가, 핀란드는 넓은 국토와 더불어 적은 인구(500만) 덕분이기도 하다. 프랑스 역시 높은 세금과 복지를 하지만 높은 물가와 집세로 직업이 있던 사람이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주워 다 먹는 등 막장이고, 노란 우산 시위까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능력주의를 주장한 이준석 역시 이의 문제를 알고 공교육을 강화해 제대로 공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어떻게 이들을 돌아오게 할 건지 이의 대한 재정 그리고 결과는 어차피 상위층이 차지하는 현실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딱히 대답은 없다. 무조건 여러 사람 쓰자고 끝이 아닌 것 이다.

단적으로 이런 환경에서 정규직이 되고 제대로 된 공부가 가능할까?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몇몇 소수의 성공만을 미화시키고 사회적 문제를 우리 눈에서 가린다. 회사는 절대로 손해보는 짓을 하지 않는다. 정규직을 미끼로 비정규직들을 데려와서 쓰다가 버리는 것이다. 아니면 무기계약직이라는 다른 방법으로 살아간다.

수능성적과 입사성적만이 평등하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면은 냉혹하게 다르다. 현실과 드라마는 다르다. 드라마에서는 가난한 천재 학생이 모든 것을 뒤집고 1등이 되고 수석이 되지만 실제로 그런 학생을 본 적이 있는가? 있다고 해도 전체 학생대비 몇 명이나 되겠는가? 현실은 가난한 학생들은 제대로 된 교육과 정신적 안정을 찾지 못하고 성적이 바닥을 기게 된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는 부잣집 가족의 인성이 개판으로 나오지만 가난한 집안은 더욱 개판이다. 평균 범죄율이 누가 더 높을까? 가난한 집과 그 동네 일대다. 대리만족을 위해 부자를 불행하고 힘들어 보이게 할 뿐이다.

여기에서 더 잔인하고 구역질 하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명문대 나와도 어차피 내년이면 더 저렴하게 부릴 수 있는 새로운 명문대 졸업생이 나온다. 길어야 7년 혹은 10년 이면 더 이상 능력이 한계 혹은 같은 일만 반복할 때니 이들을 해고하고 싸게 부릴 수 있는 명문대 졸업생을 새로 들이면 된다. 학습 능력이 좋을 테니 단기간에 배울 것 이고, 특별한 연줄이야 부모라는 배경이 필요하거나 정말로 운일 테니 어차피 많지 않다. 즉 능력은 이렇게 잔혹한 일면을 보여주고 사람을 사람이 아닌 부품으로 본다. 어차피 대처가 가능하면 버리고 새로 쓰면 된다. 왜 권력자가 권력을 자본가가 자본을 유명인이 인기를 명예자가 명예를 버릴 수 없는지 왜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다. 그게 없으면 쉽게 버려지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4. 궁극적인 주장

책의 후반부에서 오찬호는 한국 사회의 행태를 자신의 군대 경험담에 비유해서, 궁극적으로 자신이 외치고 싶은 주장을 내비치면서 내용을 클라이맥스로 몰고 간다. 휴가에서 돌아오면 맛있는 음식을 사오는 악습이 생겼는데, 갈수록 음식을 사오는 스케일이 커진 것. 그래서 결국 분대장이 전 분대원 앞에서 경고하기를, '오늘부터 휴가자가 먹을 것 사오는 것 그만하자'는 것이었다. 누군가에는 굉장히 금전적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처음에는 사소한 것에도 고마워하던 마음이 갈수록 커지는 음식의 스케일에 무뎌지므로 이 악습을 끊어버리자는 것이었다. 개인이 사회를 바꾼다는 것이 마냥 가능한 일은 물론 아니겠지만, 최초 한 사람의 문제의식이 있어야 사회도 바뀐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던 것. 20대들은 이 헬조선에서 사회적 약자이므로 아무것도 못 한다고 쳐도, 기성세대들은 왜 가만히 있느냐고 오찬호는 외친다. 휴가에서 돌아오면서 음식을 사와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하는 이등병에게 '고민하니까 이등병이다'라고 말하고, '맛있는 거 사오면 일등병 된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한국 사회를 일갈한다. '고민하니까 이등병이다'라는 말은 '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과 너무나도 닮지 않았는가.[16]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말이 진정한 위로가 되기 위해선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슬로건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오찬호는 주장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기회도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지 못하게 나온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증명해 보임으로써 '아프니까 청춘이다' 따위의 힐링 담론이 잘못이라고 결론을 내리며 책을 마치고 에필로그에 들어간다.

결국, 해도 안 되는 이 사회에서 자꾸 '노력해라' 운운하는 것에서부터, 맹목적으로 ' 고진감래(苦盡甘來)'만을 강조하는 따위의 논리는 이제 그만두자는 것이다.

책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고 있지만, 이 책의 내용은 한편으론 능력주의 맹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자세한 내용은 능력주의 문서로.

5. 비판

5.1. 연구방법론

이 책은 박사 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나온 교양서이다. 따라서 해당 박사 학위 논문에 대한 비판이 이 책에 대한 비판이 된다.

저자의 출신 대학에서 여러 학자들이 해당 박사 학위 논문의 연구방법론을 평가하였다. 연구 과정에서 녹음을 하지 않은 점이 신빙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되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신뢰를 얻기 위해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반론하였다.

또한 양적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이 면담자 수가 4명으로 제한된 조사 등에 대해 신뢰도와 타당도에 대한 비판을 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4명이라도 질적 연구의 특성상 충분히 가치가 있으며, 양적 연구에서 간과되기 쉬운 부분들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질적 연구도 충분하다고 반론하였다. 그러나 양적 연구방법론을 통해 현재의 연구의 신빙성을 더 높일 수 있다. 가령 박사 학위 논문 중 대학생들의 생각을 알기 위해 설문조사를 한 부분이 여러 차례 있는데, 단순히 각 응답의 %를 내놓는 것에 그치지 말고 컨조인트 분석을 활용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17]


[1] 저자 오찬호는 이 책이 사회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부를 가져다주진 못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무래도 직시하기에 불편한 내용을 담은 책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한다. [2] 실제 수업에서는 저렇게 정제된 표현을 한 것이 아니라 '날로 먹으려고 하면 안 되죠!' 라고 했다고 한다. [3] 범죄율과는 다르다. SKY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숙련 직업군의 종사자(전문가그룹)는 저숙련 일자리 직업군의 종사자(블루칼라)보다 범죄율이 낮다. [4] 대한민국의 입시주의 현실을 비판하는 영화인 명왕성에서도 이런 논리적 오류를 저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5] 이를 양지열 변호사는 막변이라고 불렀다. 연수원 나와서 막 변호사 됐다고. [6] 모두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직종일 뿐더러, 그 사람의 권한으로 상대를 법적,사회적 피해를 입힐 수도 있고 그렇게 해도 피해자가 항의하는 것 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막강한 권위를 행사했다. [7] 하지만 이러한 관점 역시 상대적으로 일종의 환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고도 경제 성장기에 마치 누구에게나 열린 것으로 보이지만 열악한 노동환경과 제한 된 교육 기회 등 많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8] 당장 전태일시절, 그리고 그 이후로 한참동안 노동자들은 죽도록 노력해도 2020년대의 편의점 알바생보다 적은 보상이 돌아왔다 [9] 김난도 교수는 서울대 학생들에게조차 상당히 비판받았다. 어지간한 서울대 출신들이 봐도 상당히 배가 부른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10] 즉 2020년 기준으로 이 연령대의 포지션이 책이 나온 당시와 크게 다르다. [11] 이런 청년의 분노는 자신의 기회 박탈로 이어지게 때문이다. 자신은 죽도록 노력했는데 그런 노력 없이 그냥 비정규직으로 입사했고 정규직까지 된다. 그런 나의 노력은 무엇인가? 가 되어버린다. [12] 이게 정당회 되어 논란이 있는것이 바로 갑질이다. [13] 차별에 대항하는 것이 공정과 평등이다. [14] 이 주장이 굉장히 맞는 것 같은데 굉장히 모순이다. 비정규직이라도 능력을 보이면 정규직이 되고 정규직이 능력을 안보이면 해고 내지 강등 당하는 것이 정당하다. 그런데 이것을 잘 안하는 건 비정규직이 더 싸니까 불합리화게 비정규직을 써먹는 거고 해고 하기 어렵게 해놓으니까 정규직은 계속 쓰는 것이다. [15] 단, 이와는 별도로 해당 직원은 백신 4종 다 맞고 백신휴가 4번 다 쓸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것 등 때문에 어그로꾼으로 추정된다. 또한 블라인드 앱은 다른 사람의 계정을 사서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재직 중인 직원이라고 확신하긴 어렵다. [16] 이러한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 68혁명의 경우 청년들이 들고 일어났지만 본격적인 개혁을 한 것은 기성세대였다. [17] 1980년대부터 마케팅과 의사결정 중심으로 활용되던 방법으로 오늘날에는 인사조직관리나 사회학에서도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