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은 풀이하면 ' 서구(the Occident; the West)에 대한 이념'이라는 뜻으로, 주로 동양 세계에서 바라보는 서양 세계에 대한 왜곡과 편견, 특히 적대적인 편견을 지칭한다. 이 경우 반서방주의(Anti-Westernism)의 유의어로도 풀이할 수 있으나, 이보다는 더 사회, 문화적인 개념에 해당한다.이외에 오리엔탈리즘의 일부 용례와 마찬가지로 반대 의미인 '맹목적인 서양 옹호', '서양의 문물과 사상에 대한 추종'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동아출판 프라임 영한사전에서는 이를 '서양 숭배'라는 옹호적 의미로만 해석했다. 이렇게 하나의 어휘에 정반대의 두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이유는, 하술하듯 옥시덴탈리즘이 마찬가지로 경우에 따라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가리키던 오리엔탈리즘의 반의어로서 등장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오리엔탈리즘 역시 본래는 '동양취미(東洋趣味)', '동양학' 등을 두루 가리켰으나 발전하여 '서양의 관점에서 동양에 대해 갖는 왜곡과 편견', 또는 '동양의 문화에 대한 환상이나 맹목적 추종'이라는 뜻이 되었다.
2. 역사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ïd, 1935~2003)의 저서 《Orientalism(오리엔탈리즘)》이 불러온 논쟁에 대한 반향으로 1990년대부터 논의되기 시작했으며[1], 아비샤이 마갈릿(Avishai Margalit)과 이안 브루마(Ian Buruma)의 공저 《Occidentalism: The West in the Eyes of its Enemies(옥시덴탈리즘: 적의 눈으로 본 서양)》에서는 '아시아를 비롯한 비서방권 국가가 서양에 갖고 있는 적대적 이미지나, 서양을 지양해야 할 사회의 전형으로 바라보는 관점 등의 다양한, 상호 모순되는 견해'를 옥시덴탈리즘이라고 칭했다.옥시덴탈리즘은 2001년 천샤오메이(Xiaomei Chen)의 《Occidentalism: A Theory of Counter-discourse in Post-Mao China(옥시덴탈리즘-마오쩌둥 이후 중국의 대항담론)[2]》에도 등장하였다. 천샤오메이는 저서에서 마오쩌둥 이후 중국의 문화, 정치 담론을 분석하며 타자로서의 서구가 지배담론과 대항담론 속에서 각기 어떻게 등장하고 다뤄지는지를 고찰했다. 이를 통해, 사이드 오리엔탈리즘 개념이 지적하는 세계적 범위에서의 서구적인 것과 비서구적인 것 사이의 지배-종속 관계와는 반대로, 비서구 사회 내부에서는 종종 토착 지배세력이 뒤집어진 오리엔탈리즘을 통해 정치적 억압이나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반대로 '서구적인 것'이 그러한 민주주의나 사회적 평등에 관한 대항담론의 자원이 되는 역설을 지적하며, 사이드 오리엔탈리즘 개념이 세계적 차원에서의 서구와 비서구 사이의 관계만을 일면적으로 강조함으로서, 자칫 비서구 사회 자체 내에서 진행되는 실제 사회적 과정을 왜곡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3. 특징
일본 제국이 아시아주의, 대동아공영권 등의 아시아적 가치를 강조한 것이나, 동유럽의 유대인들이 서유럽의 "기계적인" 독일인들과 자신의 고유한 문화를 대비시킨 것 등이 포함된다.재미있는 건 처음부터 동양 국가에서 주장된 건 아니고 오히려 같은 서양 국가이면서도 프랑스, 영국 등의 문화나 민주주의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독일 제국, 러시아 제국 등에서 옥시덴탈리즘의 기원이 나왔다는 것. 이를 반서방주의라고 하며, 옥시덴탈리즘 중 근대식 정치와 사상에 대한 반대는 여기서 유래했다고 보면 된다.
옥시덴탈리즘은 비서구 국가의 지배세력이 자국 내의 민주화 요구 등을 제압할 때 자주 보이는 현상이기도 하다. 가령 21세기에도 전제군주제 체제를 고수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경우, 근대 헌법을 제정하라는 비판에 대응할 때마다 " 헌법은 서구의 산물이며 따라서 서구에만 알맞는 것이다"는 논리를 펴곤 했다. 형식적으로 서구식 민주주의를 받아들인 것처럼 보이는 싱가포르 역시 리콴유의 주장에서 전형적인 옥시덴탈리즘적 사고관을 읽을 수 있다. 수없이 많은 규제들과 언론 통제, 감시 등을 '아시아적 특수성'이란 이름으로 정당화했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의 보편성을 설파한 김대중과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10월 유신을 정당화하던 한국적 민주주의론 등도 이에 포함된다. IMF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개인주의를 서구의 퇴폐적 풍습으로 취급했던 사회적 분위기나, 근대 이전까지 동아시아가 서구에 비해 압도적 우위에 있었다는 세간의 잘못된 인식 또한 일종의 옥시덴탈리즘이라 할 수 있다.[3] 심지어 근대 이전까지는 문명의 흐름이 동아시아에서 서구로 흘러 들어갔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스-로마, 토하라인 등을 보면 이게 개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사에서는 일제강점기 초기의 독립운동가들 중 상당 비율이 태평양 전쟁 직후 변절한 원인 중 하나로 옥시덴탈리즘이 지목되기도 한다. 1930년대까지는 한국이 일본과 다시 분리되는 것을 목표로 하였으나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고 초기에 일본이 승승장구하자 서양 국가의 제국주의가 패망하고 대동아공영권이 구현되는 건 시간 문제이니 차라리 일본에 협력해서 차등 대우라도 보장받자는 논리였던 것이다. 반면 대한민국 임시정부(산하 구미위원회의 이승만 포함), 건국동맹의 여운형, 조선독립동맹, 이외 항일 유격대원 등은 미국과 소련 연합군에 의해 일본은 반드시 패망할 것이며 일본이 패망하면 한국은 독립할 수 있다고 확신하여 연합군과 공조했고, 그들의 판단이 맞았다.
4. 유형
4.1. 부정적 옥시덴탈리즘
- 반미, 반서방[4]
- 나치빠 - 나치 독일은 서양 국가이지만 민주주의, 공산주의, 자유주의가 서양적이라고 해서 나치를 옹호하는 경우가 있다.
- 소뽕, 친러, 러뽕 - 소련과 러시아는 서양 국가이지만 당시 소련이 반서방주의를 선동했기 때문에 부정적 옥시덴탈리스트들이 옹호하고 있다.
- 친중, 중뽕 - 중국은 신냉전 체제에서 반미, 반서방의 현존 거대 대표주자로서 민주주의, 자유주의, 개인주의, 인권을 서구의 가치라고 주장하며 배척하고 있기에 부정적 옥시덴탈리스트들이 옹호하고 있다.
- 이슬람주의
- 아랍 내셔널리즘 - 아랍인이 백인이 아니라는 편견을 세계화했다.
- 흑인 우월주의
- 아시아적 가치
- 환빠 - 대동아 공영권의 한국판 버전.
- 서구가 배경인 비서구국가의 작품 상당수
- 한국의 대체역사물
- 일본의 가공전기
- 중국의 마오주의 - 문화대혁명
- 한국식 민주주의
- 의화단, 의화단 운동
- 일본 극우사관의 옥시덴탈리즘: 일본 우익사관을 옹호하며 혐한성향도 갖춘 서구권의 정치역사적 와패니즈 역시 옥시덴탈리즘에 입각한 경우가 많다.
- 북한/이념
- 반기독교, 반개신교, 반가톨릭 (단 서구식 강경 세속주의, 무신론에 의한 경우는 제외)
-
반유대주의[5] - (극단적) 문화상대주의
- 안티페미니즘 - 안티페미니스트들 중에는 페미니즘을 미국과 유럽 등의 서구 사회가 뿌린 독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 엄벌주의 - 일부 엄벌주의자들은 서구권 법, 특히 대륙법은 범죄자에 대한 교화를 중시한다며 피해자를 챙기지 않는 악법이며 한국 사회에 맞지 않다고 비난한다.
4.2. 옹호적 옥시덴탈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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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편견 및 고정관념
-
서양은 물질주의적이고 전통관념이 없다.
중국의 꽌시나 한국의 재벌들을 보자. 대표적인 오리엔탈리즘의 하나로써 얘기되는게 바로 '서양은 물질', '동양은 정신'이라는 문구다. 오히려 현대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정치, 사회, 도덕철학에서 서양철학은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기독교로 대표되는 서양의 종교도 힌두교나 불교 못지않게 심오하고 철학적이다.
-
서양인들은
가족 가치를 중요히 여기지 않고 성적으로 개방적이다. 처녀성 관념이 없다. 서방에는
성적 대상화가 만연하고
강간이 자주 발생한다.
성적 억압을 지지하는 반서방주의자들의 주장이다. 물론 동아시아나 미국을 보면 서방이라고 성적 억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으나, 비서방 국가들은 서양 문화권인 남미를 제외하면 제도적, 사회적 성적 억압(가령 남녀 이분법과 그에 따른 전통적인 성역할 강요, 그에 기반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및 성소수자 차별, 포르노 등의 성문화에 대한 지나친 규제 및 악마화)이 서방보다 심한 나라들이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많다. 또한 성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신고되지 않는 비율이 많기 때문에, 성범죄가 통계상 많다는 건 대부분의 경우 그만큼 성범죄 피해자가 지원 등을 받기 쉬운 사회적 시스템을 갖췄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
기독교 광신이 활개치며 타종파, 타종교에 대한 관용이 없다.
역사적으로만 보면 타 지역에 기독교를 강요하거나 제국주의적으로 전파한 역사는 존재하긴 한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아무 의미가 없어진 얘기다. 애당초 서구권에서는 기독교적인 분위기 자체가 약해지는 추세인데... 더군다나 반서방 인식이 강한 지역에서의 기독교는 오히려 탄압받는 위치에 있다. - 오히려 서방 세력의 탈기독교, 반기독교적으로 변해가는 추세를 전통관념이 없다며 부정적으로 여겨 반대의 고정관념을 갖는 경우도 많다.
-
자연을 정복대상으로만 삼는 서양 때문에
환경파괴가 심각해졌고 지구를 위기에 처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산업혁명을 먼저 일으킨 것도 서방이고 또 환경오염과 파괴가 지금처럼 전지구적으로 심각해진 것의 시초는 서방 국가들의 산업화이긴 해도 정작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로 위시되는 신흥국들의 탄소배출과 환경오염이 서방 선진국들보다 더 심해졌고 무엇보다 이들은 신흥국이란 타이틀 보호 아래 환경보호를 위한 의무나 감축에 소극적인 상태이다.
-
서양인은
개인주의적이고 정(情)이 없고 계산적이다.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해야 한다는,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지 못한(집단주의는 전근대가 아닌 근대의 산물이다) 반서방주의자들의 주장. 사실 이들이 말하는 개인주의란 이기주의 + 배금주의를 혼합한 무언가를 지칭할 때도 있다. 다만 정이 없고 계산적인 것은 서방중에서도 영국, 독일 등 게르만 계통에 한정한 스테레오타입이다.
-
서양은
육식이 주류이다.
애초에 인류는 초식동물이 아니며 육식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전세계 대다수의 인류가 즐긴다. 실제로 서구권 국가들 중에서 육식이 주류인 곳은 서방 전반이 아닌 영미권 국가들(미국,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이며 육식이 주류인 국가는 유럽(영국 제외)과 영미권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에도 육식이 보편화 된 국가들도 많다.
-
메르카토르 도법은 서양 제국주의적 의도가 있다.
다른 지도 도법들을 사용하는 대안도 고려되었으나 전부 현실적인 어려움과 측도의 왜곡으로 인해 그나마 왜곡이 가장 덜 나타나는 메르카토르를 주력으로 쓸 수밖에 없다.
-
인종차별,
노예무역은 서양에서 유래되었다.
실제로는 중동이나 아랍 등 이슬람권도 아프리카 흑인들이나 유럽권 백인들을 자주 납치해서 노예로 부려먹었다. 얼마나 심했는지 아프리카 국가들은 아랍 국가들의 노예무역에 학을 뗐고 이를 서양 못지않은 아랍의 악행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노예무역을 처음으로 시작한 지역이 이슬람 문화권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이다.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만연했던 노예무역을 제일 먼저 금지하기로 결정한 쪽은 서방이고 다른 나라들은 이에 편승한 것에 불과하다.
6. 기타
- 교양서적 《스토리 세계사 5 중세편 3 (21세기북스, 임영태 저)》 에서 엔하위키 시절 문서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하여 출처만 표기하고 전재한 바 있다.
[1]
"it was largely due to the seminal influence of Edward Said's Orientalism that the discussion and use of the term Occidentalism gradually, from the 1990s on, gained currency in academic circles.", OCCIDENTALISM. encyclopedia.com.(
#).
[2]
국내 출간명은 《옥시덴탈리즘》 이다.
[3]
굳이 첨언하자면 17세기 이전까지 중국과 인도의 국내 총생산이 유럽보다 늘 압도적이었는데 이는 그저 인구를 많이 부양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4]
엄밀히 말해
미영프가 일구어 놓은 근대식 민주주의나 자본주의 같은 사상을 반대하는 것이기에 백인 중심의 서양 국가여도 나치, 소련 등을 옹호하는 경우가 많고, 옥시덴탈리스트들 중 민주주의나 자본주의 따위를 반대한다면 해당 국가들을 옹호할 여지가 있다.
[5]
물론 유대인들의 발원지는 중동이지만, 근현대 아슈케나지 유대인의 영향력이 컸던게 구미권 경제블록이다 보지만,실상은 2차대전때도 일본이 유대인을 훗날 나치와 전쟁하는 목적으로,보호하는 사례가 있었다.자세한건,
복어계획과
이시와라 간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