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요

호오? 네가 그 구원자라는 녀석이더냐?
에덴의 구원자에 아케나인의 영주까지 맡고 있다고 들었는데,
지위에 비해 위엄이 너무 없어 보이는구나.
위엄이 없으면 아랫것들이 기어오를 텐데 괜찮은 것이냐?
초면이지만 바로 걱정이 드는구나.

아차, 짐의 소개를 깜빡할 뻔했군.
그래, 짐 또한 네 녀석처럼 영지 하나를 다스리고 있는 영주이니라.
누구처럼 임명받아 된 게 아닌, 스스로 쟁취해서 얻은 자리지.
그러니 같은 영주라고 생각하는 무례를 범하지 말도록.

뭐, 그렇다고 적대적으로 굴겠다는 뜻은 아니니라.
짐은 영지와 영지, 국가와 국가 간의 교류를 중요시 하니까 말이다.
네 녀석이 짐을 아케나인으로 초대한다면 기꺼이 응할 것이고,
반대로 짐도 네 녀석을 기꺼운 마음으로 가온에 있는 짐의 영지에 초대할 생각이 있느니라.

짐이 친히 이런 말을 먼저 해야 한다니, 원.
네 녀석은 짐의 이런 호의를 영광으로 알아야 한다, 알겠느냐?

앞으로 구원자, 네 녀석은 짐이 잘 지켜보도록 하겠다. 크흠.

짐에게 신뢰와 사랑은 사치일 뿐, 의심과 소유만이 구원이 되리라.

내 삶의 분기점이 돼준 너라는 존재.

오랜 기다림이 준, 당신이라는 선물.

트로이카의 왕궁 알현실.
그곳에 가온풍 의상을 입은 정령이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로 나타났다.
왕좌에 앉아 있던 도미니크는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독특한 손님을 맞이했다.

"오, 오, 오셨군요... 사쿠요."
"이 짐... 아니, 사쿠요가 도미니크 전화를 뵙겠습니다!"
"...히끅!"

사쿠요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도미니크에게 인사했고, 도미니크는 그 큰 목소리에 딸꾹질하고 말았다.

"이런, 이 사쿠요가 무례를 범한 것입니까?"
"그, 그게 아니라... 모, 목소리가... 커, 커서..."
"자고로 지도자는 목소리가 커야 하는 법입니다 전하."
"모, 목소리요...?"
"회답에서 어쭙잖은 것들이 어쭙잖은 논리로 이겨 먹으려 들면, 목소리 크기로 눌러버리는 것이지요."

사쿠요는 양손을 허리에 올리고 양발을 어깨너비로 벌렸다.

"오늘 이 사쿠요가 지도자가 가져야 할 자세를 알려드린다 했었지요? 지금부터 시작해 보지요."
"히, 히익?! 지, 지금부터요...? 이, 일단 차, 차라도 한잔하면서..."
"자! 이 사쿠요랑 똑같이 자세를 취하시지요! 그리고 단전에 힘을 주면서 내지르는 겁니다!"
"후으으..?"
"자세를 잡고 단전에 힘을 주시면서, '여봐라!'라고 외치세요!"

도미니크는 엉거주춤하게 사큐요의 자세를 따라 했다. 그리고...

"여, 여, 여, 여, 여...봐라...!"
"그게 아니지요, 다시!"
"여, 여봐라...!"
"다시!"
"여...봐라!"
"다시!!!"
"우으으... 모, 못 하겠어요... 흐아아앙...!"
"오, 바로 그 느낌입니다. 더 크게!"
"흐아아아아아앙...!"

그렇게 알현실에서는 한동안 도미니크의 울부짖음만 들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