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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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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bgcolor=#173F3F><colcolor=#fff> 론 풀러
Lon Fuller
본명 론 루보이스 풀러
Lon Luvois Fuller
출생 1902년 6월 15일
미국 텍사스 헤리퍼드
사망 1978년 4월 8일 (향년 75세)
미국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국적
[[미국|]][[틀:국기|]][[틀:국기|]]
학력 스탠퍼드 대학교 (B.A.)
스탠퍼드 대학교 로스쿨 (J.D.)
경력 오리건 대학교 로스쿨 교수 (1926-1928)
일리노이 대학교 로스쿨 교수 (1928-1931)
듀크 대학교 로스쿨 교수 (1931-1939)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 교수 (1940-1972)
직업 철학자, 법학자, 교수
사상 자연법론

1. 개요2. 생애3. 사상
3.1. 하트 비판과 목적론적 해석
3.1.1. 오해
3.2. 법의 내적 도덕성
3.2.1. 비판
4. 저술

[clearfix]

1. 개요

론 풀러(Lon L. Fuller)는 미국의 법학자, 법철학자다. 그는 법실증주의를 비판하고 자연법론의 발전된 형태로서 내적 도덕성(inner morality)을 옹호했다. 특히 당대 법실증주의를 대표하던 하트(H.L.A. Hart)와 논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2. 생애

풀러는 1902년 6월 15일 미국 텍사스주 헤리퍼드에서 태어났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로스쿨에서 박사 학위(J.D.)를 취득했다. 이후 여러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다 1940년부터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에서 교편을 잡았다.[1] 1957년 4월 하트 하버드 대학교 홈스 강좌에서 『실증주의 그리고 법과 도덕의 분리』를 발표하자 『실증주의와 법에의 충실』이라는 논문으로 이에 대응하면서 영미권에서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이 충돌한 현대 법철학 논쟁의 이정표라 할 수 있는 하트-풀러 논쟁이 발발했다.[2]

3. 사상

3.1. 하트 비판과 목적론적 해석

풀러는 하트의 법실증주의를 비판했는데, 그 내용 가운데 후술할 법의 내적 도덕성에 관한 부분과 중복되지 않는 선에서 주목할 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풀러는 법실증주의가 법에 대한 충실, 곧 법을 준수하는 실천적 측면에서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3] 하트는 “법은 법일지라도 너무나 사악해서 복종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더 단순명료하다고 주장한다.[4] 그러나 풀러가 보기에 법을 준수할 것인지에 대한 법실증주의의 답이 “법을 어떻게 정의하든 법은 항상 도덕과 다른 무엇이다”라는 것이라면 딜레마적인 위기의 상황에서 법실증주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령 풀러는 하트가 “법령이 충분히 사악할 때 그것은 더는 법이 아니다”라는 라드브루흐(G. Radbruch)의 주장을 혹평한 것을 두고서, 만일 독일 법원이 나치 악법에 대해 “이것은 법이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이것은 법이지만, 우리는 이것이 너무나 사악하기 때문에 적용하기를 거부한다”고 말했더라면 도덕적 혼동이 극에 달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5] 그러므로 그는 법에 대한 충실의 의무를 유의미하게 만들 수 있는 법의 정의에 천착할 것을 주문한다.[6]

다음으로, 풀러는 언어 의미의 주변부와 핵심부를 구별하는 하트의 해석이론이 가진 문제점을 논한다. 하트는 언어가 개방적 구조(open texture)를 가지며 핵심부 내지는 명백한 사례에 해당하는 사건에서는 법관이 규칙을 적용하지만, 주변부 내지는 경계적 사례에서는 재량을 행사한다고 본다.[7] 예컨대, 공원 내부로 “탈것(vehicle)”을 들이지 못하도록 정한 규칙을 “자동차”에 적용하는 것은 명백한 사례이나, 어린이가 가지고 놀 “세발자전거”나 “롤러스케이트”에 적용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며 이때 법관은 법 외의 규준에 근거해 재량을 행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풀러는 법언어가 규칙의 목적을 떠나서 단지 고정적인 일상언어적 의미를 기준으로 분석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8]

이를테면, 그는 어떤 애국자가 제2차 세계 대전에 사용된 트럭을 공원 전시대 위에 올려두고자 하는 반면에, 그러한 기념물을 눈에 거슬려 하는 다른 시민들이 “탈것 금지”라는 규정에 근거해 자기 입장을 지지한다면 이 사례가 핵심부에 속하는지 혹은 반영부에 속하는지 질문한다.[9] 또한, 다른 예시로 “어느 기차역에서든 잠을 자는 것은 5달러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경범죄다”라는 것을 든다. 누군가 새벽에 연착된 열차를 기다리다가 깜빡 졸았다는 혐의로, 다른 누군가는 담요와 베개를 들고 와서 누워있었다는 혐의로 각각 체포되었다. 풀러는 이 경우 전자와 후자 가운데 어느 쪽이 “수면”이라는 단어의 명백한 사례인지, 그리고 전자를 방면하고 후자를 처벌하는 것은 법에 대한 충실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인지를 묻는다.[10]

마지막으로 풀러는 법의 목적을 알지 못하고 법언어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가능한지 검토한다. 그는 “모든 개선사항은 ○○○에게 즉시 보고되어야 한다”라는 어떤 불완전한 문장이 있다고 가정하고, 하트의 이론에 따르면 이 문장 가운데 “개선사항”이라는 단어를 핵심부의 사례에 적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11] 빈칸에 “수간호사”와 “도시계획청” 중에서 무엇이 들어가는지에 따라 “개선사항”의 핵심부는 달라지며, 또한 교육과 관련된 경우라면 “대학원장,” “학교장,” “초등교육 부문 학부모 위원회 위원장” 가운데 무엇을 넣는지에 따라 “개선사항”의 범위가 좁혀진다. 풀러는 규칙이 무엇이어야 할지에 비추어 그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12] 이로써 “있는 법(law as it is)”과 “있어야 할 법(law as it ought to be)” 사이의 예리한 기준선은 사라진다.

3.1.1. 오해

전술한 바와 같이 풀러는 하트의 이론이 다음 전제, 곧 해석의 문제가 단어의 의미에 달려있다는 가정에 의존한다고 보고, 법언어의 의미를 법의 목적으로부터 유리된 채로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 비판은 하트의 이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한 것이다. 왜냐하면, 하트가 말하는 “핵심부”란 명백한 사례(plain case) 혹은 표준적 사례(standard case) 내지는 모범례(paradigm), 다시 말해 적용례를 뜻하는 것이지, 단어의 어떤 고정된 의미를 뜻하는 바는 아니기 때문이다.[13] 이는 규칙의 단어가 유사한 맥락에서 거듭 반복된 사례의 경우에는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하트의 언급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하트는 만약 이런 명백한 사례가 없다면 일반적 용어는 의사소통의 매체로서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14] 요컨대, 그는 규칙의 언어가 적용되는 맥락(context)을 무시하지 않는다.

더불어 하트는 규칙의 적용에서 목적을 배제하지 않는다. 가령 나치의 악법을 적용한 판결은 기계적 판결과 대조적으로 “이지적이고 합목적적이며 하나의 관점에서는 이 결정도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바(as it ought to be)일 것”이라고 지적한다.[15] 즉, 어떤 목적에 따라 “무엇이어야 할지”에 비추어 “무엇인지”를 결정하더라도 그 “어떠해야 한다(ought)”가 도덕과 관계될 필요는 없다.[16] 따라서 풀러 식의 목적론적 해석에 의하더라도 법과 도덕이 관계된다는 전제가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하트는 주변적 사례의 경우 판사가 합목적적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그 기준(목적)이란 법이 무엇이어햐 하는지에 관한 도덕적 판단임에 틀림없다”는 이야기로 미끄러지기 쉽다고 경고하는데,[17] 풀러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3.2. 법의 내적 도덕성

풀러는 법과 도덕을 분리하는 법실증주의의 전제에 반대한다. 또한, 법의 정당성을 외부적 요소에서 구하는 고전적 자연법론과는 달리 자신의 이론은 그러한 신법 내지는 상위법과 관계가 없다고 말하며, 고전적 자연법론에서 법의 정당성을 결정짓는 이러한 요소들을 외적 도덕성(external morality)이라고 명명한다.[18] 그는 외적 도덕성과 대조하여 법이 정당성을 갖추기 위한 조건으로 내적 도덕성(inner morality)[19]을 주장한다.

법체계 내에서 법이 법으로서의 자격을 얻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다시 말해, 법의 탈을 쓴 불법이 아니라 법을 법답게 만드는 조건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풀러는 법정립에 필요한 다음 8가지 합법성의 원칙(principles of ligality)을 제시하고 그것을 도덕원칙으로 본다.[20] 이 도덕원칙들은 법의 내적 도덕성이라 할 수 있으며, 이 원칙이 대체로 충족된 법체계 안에서 법은 합법성을 얻는다.

전술한 원칙들은 말하자면 법이 법으로 불리기 위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도덕이다. 풀러는 내적 도덕성을 추구함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그것이 필수적이며 도덕성을 지닌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한다.[21] 더불어 그가 표현하고자 한 바는 법이 “인간의 행위를 규칙의 지배 아래에 두려는 기획”이라는 목표를 가짐으로써 도덕과 관계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풀러의 법 관념은 “목적지향적 기획으로서의 법(law as purposeful enterprise)”이다.[22]

3.2.1. 비판

하트는 합법성의 원칙을 도덕원칙으로 보는 풀러의 견해를 비판한다. 하트가 보기에 그것은 법을 가능하게 하는 도덕이 아니라 법을 잘 기능하게 하는 효율성이다. 하트는 목공 기술이 뛰어난 장인을 예시로 들며 그 장인이 가진 목공의 원칙을 합법성의 원칙에 은유한다. 목수가 병원침대를 만들 수 있지만, 반대로 고문도구를 만들 수도 있듯이 목공의 원칙은 가치로부터 독립적이라는 것이다.[23] 요컨대, 합법성의 원칙은 풀러가 그것을 내적 도덕성이라고 말한 것과는 달리 도덕적으로 가치중립적이고, 그 원칙의 준수가 필연적으로 선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24]

4. 저술


[1] Charles L. Palms, “The Natural Law Philosophy of Lon L. Fuller,”The Catholic Lawyer (vol.11, no.2, 1965), p.94 [2] 각각 논문은 하버드 대학교 로 리뷰에 수록되었다. H.L.A. Hart, “Positivism and the Separation of Law and Morals,” Harvard L Rev (vol.71, no.4, 1958), pp.593-629 그리고 L. Fuller, “Positivism and Fidelity to Law: A Reply to Professor Hart,” Harvard L Rev (vol.71, no.4, 1958), pp.630-672. 또한, 이 논문은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H.L.A. 하트/장역민(역), “실증주의와 법ㆍ도덕 구별론,” 법철학연구 (vol.8, no.1, 2005), 285-302면 그리고 L. Fuller/송성국ㆍ김혁기(공역), “실증주의 그리고 법에 대한 충실성,” 공익과 인권 (vol.4, no.1, 2007), 267-316면 [3] L. Fuller, “Positivism and Fidelity to Law: A Reply to Professor Hart,” Harvard L Rev (vol.71, no.4, 1958), pp.633-634 [4] H.L.A. Hart, “Positivism and the Separation of Law and Morals,” Harvard L Rev (vol.71, no.4, 1958), p.620 [5] L. Fuller, “Positivism and Fidelity to Law: A Reply to Professor Hart,” Harvard L Rev (vol.71, no.4, 1958), p.655 [6] L. Fuller, “Positivism and Fidelity to Law: A Reply to Professor Hart,” Harvard L Rev (vol.71, no.4, 1958), pp.634-635 [7] H.L.A. Hart, “Positivism and the Separation of Law and Morals,” Harvard L Rev (vol.71, no.4, 1958), p.607; H.L.A. Hart. The Concept of Law (Oxford Univ Press, 2ed, 1994), p.123-126; H.L.A. Hart. Essays in Jurisprudence and Philosophy (Oxford Univ Press, 1983), p.6 [8] L. Fuller, “Positivism and Fidelity to Law: A Reply to Professor Hart,” Harvard L Rev (vol.71, no.4, 1958), pp.661-669 [9] L. Fuller, “Positivism and Fidelity to Law: A Reply to Professor Hart,” Harvard L Rev (vol.71, no.4, 1958), p.663 [10] L. Fuller, “Positivism and Fidelity to Law: A Reply to Professor Hart,” Harvard L Rev (vol.71, no.4, 1958), p.664 [11] L. Fuller, “Positivism and Fidelity to Law: A Reply to Professor Hart,” Harvard L Rev (vol.71, no.4, 1958), pp.665-666 [12] L. Fuller, “Positivism and Fidelity to Law: A Reply to Professor Hart,” Harvard L Rev (vol.71, no.4, 1958), p.666 [13] 이와 같은 견해로는 김혁기, “법해석에 의한 모호성 제거의 불가능성,” 서울대 법학 (vol.50, no.1, 2009), 145면 참조 [14] H.L.A. Hart. The Concept of Law (Oxford Univ Press, 2ed, 1994), p.126. 또한, 하트는 우리가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어떤 유형의 행위가 규칙에 의해 규제되어야 한다는 의도를 표현하고자 한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 단어들이 표준적 사례를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H.L.A. Hart, “Positivism and the Separation of Law and Morals,” Harvard L Rev (vol.71, no.4, 1958), p.607 [15] H.L.A. Hart, “Positivism and the Separation of Law and Morals,” Harvard L Rev (vol.71, no.4, 1958), p.614 [16] 이 점은 풀러가 비판 대상으로 삼은 하트의 논문에도 나와있다. H.L.A. Hart, “Positivism and the Separation of Law and Morals,” Harvard L Rev (vol.71, no.4, 1958), p.629 [17] H.L.A. Hart, “Positivism and the Separation of Law and Morals,” Harvard L Rev (vol.71, no.4, 1958), p.608 [18] L. Fuller. The Morality of Law (Yale Univ Press, 2ed, 1969), p.96 [19] 또는 내재적 도덕성(internal morality)이라고 한다. [20] L. Fuller. The Morality of Law (Yale Univ Press, 2ed, 1969), pp.33-91 [21] L. Fuller. The Morality of Law (Yale Univ Press, 2ed, 1969), p.168 [22] L. Fuller. The Morality of Law (Yale Univ Press, 2ed, 1969), p.145 [23] H.L.A. Hart. Essays in Jurisprudence and Philosophy (Oxford Univ Press, 1983), p.347 [24] H.L.A. Hart. Essays in Jurisprudence and Philosophy (Oxford Univ Press, 1983), pp.35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