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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실존인물 기훤을 바탕으로 한 2000년 KBS 대하드라마 < 태조 왕건>의 등장인물. 배우 김윤형[1]이 연기했다.2. 행적
죽주의 적수. 별다른 비전도 없이 매번 자신의 영웅담 이야기를 하며 매일 잔치나 벌이고 여인들을 옆에 끼며 흥청망청 즐기기만 하는데다 살인을 밥먹듯이 저지르는 광인으로 묘사된다. 오죽하면 궁예도 기훤을 처음 만나고 돌아가는 자리에서 "우리 장군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잠시 말을 못 하다가 "영웅담을 참 좋아하시는 것 같소이다."라는 말만 겨우 했을 정도. 기훤 말로는 "백성들을 해방시켜 주고 농토를 나누어졌다."고 하지만, 실상은 자신이 점령한 곳의 관리들을 죽이고 민가를 약탈하며 백성들을 학살하고 젊은 여자들은 성노예로 끌고 가며 노인이나 어린애들은 쓸모없다며 도륙했다. 분노조절장애 또는 전쟁광스런 모습도 보이는 인간 말종인데, 거대 세력 양길에게 잠시 굽혀서 위기를 넘기기는커녕 오히려 겁쟁이가 되기 싫다며 아무런 대책이나 작전도 없이 양길과 전면전을 벌이려고 한 것이 대표적.좋아하는 것과 유일하게 하는 일들이 살인, 약탈, 연회인 인물인만큼 체제 운영도 그냥 주변을 약탈해서 충당하는 약탈 경제로 묘사된다. 때문에 죽주는 교통의 중심지에 요충지임에도 기훤의 막장 운영 때문에 전형적인 산적 소굴과 다름없는 형편없는 모습일 뿐더러 휘하 부하들도 무장이 중구난방인지라 하다못해 잘 훈련된 민병대도 아닌 오합지졸 도적단 같은 모습을 보인다. 기훤 말로는 수많은 전쟁터에서 누벼 왔다고 하지만, 드라마상에서는 말 그대로 민간인 학살과 약탈만 보여줬기에 실제 전투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사실 신훤과 원회( 손호균 분) 말로는 "죽주를 얻은 것도 그냥 신라 관군이 오래 전에 죄다 도망가버려서..."라고 한다.
대장부터가 이 모양 이 꼴이다 보니 궁예에게 감화된 신훤과 원회를 제외한 기훤의 직속 부하들도 똑같이 잔혹하고 무능하고 개차반스런 모습을 보인다. 가령 처음 기훤 진영에 들어온 궁예에게 기훤 측에서 여자를 제공했는데 궁예가 그녀를 돌려보내자 기훤의 부장은 명을 어겼다며 여자들을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고 다른 여자를 보낸다. 기훤은 부상병들이나 지역 내 백성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면 배급도 주지 않고 싸우지 못하는 사람은 필요없다."는 망언까지 내뱉는다. 이렇게 부하들을 내팽개치는 상황에서 궁예는 종간과 함께 부상병들과 다친 백성들을 돌보았고, 그러는 사이 신훤과 원회, 백성들과 병사들로부터 인심을 얻게 되는데, 궁예는 기훤의 행태들을 지켜보면서 결코 오래 가지 못할 것을 예상한다.
13회에는 괴산 지역이 양길의 세력권임을 알면서도 그 지역을 약탈하고 주민들을 살해하며 지역 관리를 죽이고 여인들은 모조리 성노예로 끌고 가는 만행을 저지른다. 이 때 혼자 남은 관리의 아이가 울자 궁예가 안아 달래는데, 기훤은 궁예에게 아이를 내려놓을 것을 명령한다. 기훤에게 대들어봤자 좋을 게 없는지라 어쩔 수 없이 궁예는 아이를 내려놓았고, 기훤은 부하에게 "아이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후 궁예와 종간은 신훤, 원회와 함께 기훤의 만행을 비판하는데, 궁예는 기훤에 대해 "약탈과 살인만 할 줄 알지 통치를 할 줄 모른다."고 지적한다.
14회에서는 양길이 기훤을 족하(足下)[2]라고 부르는 경고문을 보내는데[3] 자기를 놀리는 표현에 완전히 빡친 기훤은 "사자의 목을 베어 말 안장에 매달아 보내라."고 명령하지만 부하들이 극구 만류하는 바람에 대신 죽지 않을 만큼 매질을 해서 내쫓는 선에서 끝냈고, 그 자리에서 양길과 전면전을 벌일 것이니 다음 날 아침에 출병하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양길 세력이 영토 규모는 물론 병력의 숫자도 더 많을 뿐더러[4]
무엇보다 제대로 된 병장기와 갑옷도 없이 그냥 산적처럼 털가죽 옷이나 입고 다니는 기훤측과 달리 양길측은 정규군 못지 않은 훌륭한 무장을 갖출 정도로 병력의 질도 훨씬 좋다는 게 문제.[5] 부하 장수 원회가 지금은 화해하고 훗날을 기약하라고 진언하지만, 기훤은 오히려 "나더러 겁쟁이가 되란 말이냐?"며 벌컥 짜증을 내고 그에게 술을 끼얹는다. 그래도 원회가 뜻을 굽히지 않자 더욱더 화를 내며 부하들과 다른 이들이 보는 앞에서 자기 자랑하듯 신나게 두들겨 패는 인격모독급 룸서비스를 하였다[6].
어차피 양길과 전면전을 해 봤자 하루도 못 버티고 멸망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인데다가 병사들의 사기도 이미 바닥으로 잔뜩 내려앉은 상황이며, 그렇잖아도 포악하고 잔인무도한데다 인간성마저 개막장인 기훤을 안 그래도 내심 맘에 안 들어 했던 신훤과 원회는 "진작 결단을 내렸어야 했어. 궁예스님 말씀이 옳았네."라고 말하며 후회했다. 그리고 기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실성한데다가 술, 계집, 연회, 사람 죽이는 것, 재물 빼앗는 것 밖에 모르는 인간 말종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그날 밤 쿠데타를 결심하기에 이른다. 때마침 다른 병사들[7]이 기훤의 심복들을 몰살하고 이를 신훤 일행에게 보고한다.
덕분에 신훤과 원회는 아주 쉽게 기훤을 처단할 수 있었는데, 밖에서 북을 두드리는 등 아주 시끄러웠는데도 고주망태였던 기훤은 피살되기 직전에야 겨우 잠에서 깼다. 악명을 떨치던 광인이었으나,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던 탓에 기훤은 결국 원회한테 그 자리에서 끔살을 당하는 어이없는 최후를 맞이한다.[8] 이후 그들은 인망을 얻고 있었던 궁예를 지도자로 내세운다. 이미 궁예와 종간 역시 지금이야말로 기훤을 끌어내릴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날 밤 안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거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으나, 그렇게나 빨리 기훤이 저승으로 가버릴 줄은 예상하지도 못했다. 아무튼 궁예는 죽주 지방의 새로운 지배자가 되었으나, 이 지역에서는 큰 뜻을 이루기 어렵다는 판단하에[9] 15회에 양길 세력으로 투항한다. 신훤과 원회는 처음에 이 결정에 실망했으나, 북원 지역의 안정된 모습을 보자 곧 궁예의 큰 뜻을 인정하였다.
제대로 싸워 보기도 전에 부하에게 끔살을 당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장수 및 병사들의 질적, 양적 차이나 세력 차이 등을 봤을 때 신훤과 원회의 예상대로 그대로 양길과 싸워 봤자 보기 좋게 참패하고 영 좋지 못한 최후를 맞고 세상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당장 양길 휘하에는 지략을 갖춘 복지겸과 은부가 있고, 맹장 듀오 환선길과 이흔암 등이 있으며[10], 양길 자신도 지략이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무예만은 최강자급인데다가[11] 세력 자체도 강대하였는데다 그걸 바탕으로 한 가용/예비 병력 양질과 장병기 등의 무장 상태도 기훤보다 훨씬 나았고 성내의 백성들과 병사들도 질서와 규율이 잘 잡혀 있었다.
반면에 기훤은 세력도 죽주 단 1곳만으로써 작은데다가 무장 상태나 병력의 양질도 양길보다 떨어졌으며, 성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산채 수준의 본거지 내에서 경계를 서는 소수의 병력들이 그나마 근무지를 이탈하지 않는 정도였고, 그 외에는 백성이나 병사[12]나 할 것 없이 그야말로 무질서에 난장판에 중구난방 그 자체였다. 지도층의 능력도 양길 측에 비해 한참 모자라는데, 기훤 자신은 전략이니 전술이니 하는 개념 자체가 제로인 수준이고, 잔인하고 더러운 성깔은 둘째 치더라도 죽주 단 1곳에만 머물러 도적질이나 하는 심히 노답인 상황이었다. 또 궁예와 종간을 제외하면 책사다운 책사도 없었는데다가 이들은 기훤과 만난 첫날에 그 실체를 꿰뚫어 보았기에 전쟁이 벌어질 경우 기훤군을 위해 전심전력을 다 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인물들이었다. 신훤과 원회도 그나마 생각이라는 것이 있고 상식적이긴 하나, 장수로서의 능력은 딱히 대단하지 않은 것으로 묘사되는데다[13] 지략을 내보이는 장면은 없고 무엇보다 이 둘도 이미 궁예에게 감화되어 있었기에 역시 기훤을 위해 목숨을 마치리라 기대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즉, 전투를 제대로 수행하기는커녕 지도층이라는 인물들 넷이서 병사들을 선동해 투항하거나 기훤을 제거하지나 않으면 다행인 수준으로,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내부 단합이 잘 된 지방 유력 군벌군 vs 내부 문제가 많은 약소 도적떼의 싸움으로, 모든 면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하는 꼴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훤의 이런 잔인한 행동들을 지적하던 궁예는 훗날 여자를 멀리 하는 것을 제외하면 자신이 지적했던 기훤보다 한술 더 뜨는 광기의 폭군의 모습[14]을 보인다.
극중에서는 부하들에게 암살당해 퇴장했지만, 실제 사료에서는 궁예가 기훤의 부하 일부를 데리고 일찌감치 양길로 갈아탔으며, 그 이후 기훤의 행적은 일체 안 나오나, 적어도 궁예가 이탈하기 전까지는 살아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후에 궁예가 양길마저 무너트리며 후고구려를 건국했으니 정황상 그 과정에서 궁예나 다른 경쟁 세력에게 패하여 멸망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1]
같은 작가가 쓴 2002년
SBS 드라마 <
야인시대>에서는
몽양 여운형 역으로 나와서
김두한 역의
김영철에게 또 린치를 당한다.
[2]
나이가 어린 아랫사람.
[3]
웃기게도 이후 양길도
견훤에게 똑같이 비장의 벼슬을 준다며 밑으로 들어오라는 서신을 받고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4]
궁예 일행이 신훤, 원회와 만났을 때 "죽주성에 500명 정도 있다."는 언급이 나온다. 물론 저 500명은 백성을 제외한 무장 병력을 의미하겠지만, 나중에 궁예와의 전쟁에서 1번 패배해 세력이 크게 쪼그라든 양길이 10여개 성에서 2천의 병력을 동원했다는 걸 감안하면 기훤과 양길의 세력 차이는 너무나
넘사벽이었다.
[5]
경고문을 전달하러 온 사신단부터가 갑주와 투구를 차려 입고 검증된 병사들이어서 가죽옷이나 입고 다니는 기훤의 병사들과 180도 대비되어 보인다.
[6]
영상에서는 순화돼서 기훤이 원회의 등을 두들겨 패는 것으로만 묘사되었으나, 대본상에서는 원회가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얼굴을 심하게 쳤다고 나온다. 다만 이후 원회의 얼굴에 상처가 난 분장이 되어 있긴 하다.
[7]
개중에 신훤과 원회에게 보고한 병사는 전쟁에서 부상을 당한 뒤 기훤에게 버림받아 배급을 받지 못하여 굶어 죽어가던 중에 궁예에게 무상으로 식량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내심 기훤을 증오하고 있었는데, 기훤이 원회한테 대놓고 술을 끼얹고 두들겨패기까지 하는 병크를 저지르자 결국 원통한 나머지 먼저 기훤의 심복들부터 전부다 몰살시켜버린 것. 대본상에서도 이전에 궁예의 치료를 받은 인물이라고 표기가 되어 있다.
[8]
하필 원회 역을 맡은 배우
손호균 분이 <
야인시대>에서
마사지사 양반 역을 맡은 배우라 묘하게 <야인시대>에서
시라소니의 다리를 내려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9]
기훤이 해놓은 뻘짓들의 스케일이 워낙 잔혹하게 큰지라 그의 세력이었던 죽주에서는 인심을 얻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10]
환선길은 지략이 모자라서 그렇지 훗날 "괴물"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유금필과 막상막하로 겨루었던 것을 보면 돌격대장을 맡기기에는 딱인 인물이며, 이흔암은
개그 캐릭터에 가깝게 묘사되어서 그렇지 무예에서는 작중에서도 "문무를 겸했다"라는 호평을 받은 복지겸과 비등한 실력을 갖춘 인물이다.
[11]
훗날
비뇌성 전투에서 신훤과 원회를 언월도로 베고 환선길과 이흔암도 발라 버렸다. 후고구려군은 강군이었음에도 초반 양길의 돌격에 의외로 피해를 입었다.
[12]
정작 명색이 병사라는 양반들도 갑주도 투구도 갖추고 있지 않아서 무기를 들고 있지 않으면 병사인지 일반 백성인지 구분하기가 힘들 정도.
[13]
이들이 작중에서 맞붙은 상대가 궁예, 종간, 양길이 전부였는데, 궁예는 견훤과도 호각으로 다툴 만한 인물이고 종간의 무예도 상당한 것으로 묘사된다. 양길이야 무력으로 치면 작중 최강자 수준이고... 다른 인물들과 겨루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지라 자세히 논하기는 힘드나, 극작가에게 신훤과 원회의 무술을 부각시킬 의도가 있었다면 궁예나 종간이 칭찬을 하는 말을 넣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나오긴 하나, 기훤이 나름 성대하게 대접해 주는 자리에서 예의상 한 말이었지 객관적인 평가라고 보기는 힘들다.
[14]
기훤이 멍청하고 무능하고 개념없고 난폭하고 인격에 문제가 상당했지만, 나중에 나오는 궁예의 광적인 잔혹함들은 그를 웃돌았다. 신라왕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석사에 걸린
신라왕의 초상화를 칼로 찔러버리고 직속 병사들과
기침을 한 신하 하나와
웃음소리를 낸 여인네들은 물론 마을 사람들과 신라 출신 병사들을 모조리 도륙했으며,
사로잡힌 장수를 불에 태워 죽이고
석총과
형미대사 등 고명한 승려들을 때려죽이거나 참수한데 이어 심지어 가족들도 이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는데,
장인은 본인의 비리로 인해 법봉에 맞아 죽었고,
황후는 아예 불에 달군 쇠방망이로 단근질 당하여 죽었고, 아들들인
청광보살과
신광보살까지도 잔인하게 맞아 죽는 등 기훤 못지 않은
미X놈으로 타락하고 말았다. 기훤은 그나마 단점이 대단했던 만큼 세력도 약하고 빨리 멸망해서 민폐를 끼치는 범위가 좁기라도 했지, 궁예는 대세력을 이룬데다
종간과 내군 인사들처럼 절대적으로 충성을 바치는 측근 심복 집단까지 보유했기에 금방 무너뜨리기도 쉽지 않았고, 그로 인해 포악함으로 인한 피해가 차원이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