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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6:09:55

교류 분석

에고그램에서 넘어옴

1. 개요2. 스트로크3. 교류4. 시간구조화5. 기본적 인생태도 : OK & not OK6. P-A-C 자아상태 모형
6.1. 에고그램
6.1.1. 인터넷 약식검사
7. 게임8. 각본과 금지령9. 상담 및 치료10. TA와 사회참여
10.1. 스트로크 경제
11. 적용 분야


Transactional Analysis (TA)

1. 개요

교류 분석(이하 TA)은 사람들의 사회적 교류의 양상을 분석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그들의 교류 행동을 변화시키는 심리상담 및 치료 이론이다. 1958년에 《미국심리치료저널》(American Journal of Psychotherapy)에 〈교류 분석: 집단 치료를 위한 새롭고 효과적인 방법〉 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처음 발표되면서 시작되었다.

TA를 개발한 인물인 에릭 번(E.Berne)은 캐나다 출신의 미국 정신의학자로, 맥길 대학교에서 의학 석사 학위를 따고 예일 대학교 정신과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있었다. 그는 당시 정신의학계를 지배하고 있던 지그문트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적 흐름 속에서 연구를 시작하였으나, 곧 여러 문헌들을 통해서 정신분석에서 강조하는 '무의식' 개념을 공격하였고, 마침내 TA의 개발과 함께 정신분석학과 결별했다. 또한 그는 당시 정신의학계에 퍼져 있었던 "자격 있는 전문가만이 심리상담을 할 수 있다" 의 원칙을 거부하였으며, 그 대신에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면 학위든 자격이든 상관없이 그 사람이 진짜 의사" 라는 파격적인 관점을 주장했다.

TA의 핵심 인간관은 인간이 자신의 '운명' 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고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유년기에 부모의 양육에 영향을 받아 알게 모르게 '나는 이렇게 살아야 되나 보다' 의 운명론적 인생길을 걷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성인이 된 이후에 '나는 이대로 살지 않겠어' 라는 새로운 결단을 내림으로써 자신의 가능성을 제약하던 인생길에서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TA는 (뇌 손상이 없는 한) 모든 인간이 자신의 인생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사고력을 갖고 있다고도 가정한다. 더 나아가, TA는 인간이 본디 '나도 좋은 사람, 너도 좋은 사람' 이라는 긍정적인 인간관을 갖는 존재라고 전제하는데,[1] 부모의 잘못된 양육은 '나는/너는 나쁜 사람' 이라는 부정적인 인간관을 접목하게 된다고 본다.

흔히 대중적으로는 하술할 흔한 성격 테스트와 혼동되면서 잘못 알려져 있지만, TA는 성격이론이 아니다. TA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당초 정신분석학의 성격 중심적 접근법을 거부하면서 새롭게 나타난 것이다. 오히려 TA는 한 사람의 언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격이 아니라 그의 사회적 교류(즉 인간관계)의 양상을 분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대 심리학의 분과에 비추어 보면 TA는 성격심리학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심리학에 더 가까운 이론인 셈이다.

TA는 1960년대 미국 정신의학계에서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70년대 이후로 넘어가면서 곧 인기가 시들해졌고 비주류적인 접근법으로 남았다. 그러나 통합적 심리치료를 추구하는 치료사들에 의해서 몇몇 주요 개념들과 관점, 치료방법이 성공적으로 편입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소집단 심리치료를 위해 개발되었지만 점차 연구를 거듭하면서 개인 심리상담의 영역으로까지 적용 영역이 확장되었고, 현대에는 심리치료나 상담 장면뿐만 아니라 일상적 대인관계에서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개발하기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지어 여러 기업체들에서 직장인들의 의사소통 역량을 키운다며 TA를 맛보기로 가르치는 교육을 편성하기도 할 정도. 핵심 개념들이 뜬구름 잡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직관적이고 일상 용어에 가깝다는 것도 TA의 장점이다.

반면 TA는 독창적인 개념을 발굴하기보다는 여기저기서 이미 나왔던 개념들을 가져와서 이론화한 것이다 보니, 이론적 참신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과학적 방법으로 일부는 인정되었지만, 이론의 상당수가 엄밀한 검증이 불가능한 상태로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도 한계점이다. 따라서 TA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요 개념과 용어들을 엄밀하고 객관적인 심리학 용어로서 재개념화하고 조작화(operationalize)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

2. 스트로크

stroke

스트로크는 TA의 최소 분석단위이자, 의사소통의 기초가 되는 단위로 이해된다. 그 본뜻은 '획', '긋기' 이며, 여기서 의미가 확장되면서 허공에 긋는 듯한 짤막한 손짓까지도 포함하게 되었다. TA에서 스트로크의 의미 역시,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인식(인지)한 상태에서 상대방을 평가한 정보를 건네는 일종의 손짓이라고 말할 수 있다. TA에서 인간은 자신 또는 타인에 의해서 정보적으로 자극받으려는 욕구를 갖고 있는데,[2] 스트로크는 바로 이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이다. 가장 간단한 형태의 스트로크는 상대방에게 "너는 좋은 사람이야", "너는 나쁜 사람이야" 의 정보를 전달한다. 비록 많은 경우 스트로크가 타인에 의해 제공되기는 하지만, 때때로 자기 자신이 혼잣말 등의 형태로 스트로크를 스스로 제공할 수도 있으며, 이를 자기-스트로크(self-stroke)라고 부른다.

스트로크는 몇 가지 기준에 따라 나누어진다. 무엇보다도, 모든 스트로크는 그 내용 상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다. "너는/나는 좋은 사람이야" 는 긍정적 스트로크의 메시지이며, "너는/나는 나쁜 사람이야" 는 부정적 스트로크의 메시지이다. 소통의 수단으로 나눌 때, 스트로크는 스킨십과 같은 신체적 스트로크, 그리고 대화와 같은 언어적 스트로크로 구분된다. 다음으로 직접적인 스트로크와 간접적인 스트로크로 나눌 수도 있고, 또한 조건을 달아서 "만일 ~한다면/~하지 않는다면, 너는/나는 좋은/나쁜 사람이야" 의 형태를 갖는 조건적 스트로크도 존재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트로크가 정보로써 자극받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다 보니, 인간은 스트로크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차라리 부정적 스트로크를 받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TA의 관점에서 긍정적 스트로크는 부정적 스트로크에 비하여 명백히 인간에게 바람직하나, 사람들은 긍정적 스트로크가 없으면 부정적 스트로크를 대신 구하게 되고, 그 결과 심신을 망가뜨리고 인생 전체를 망쳐가는데도 부정적 스트로크를 포기하지 못한다. TA가 개입하려는 지점이 바로 이것으로, TA는 부정적 스트로크를 '원하는'(want) 사람에게 다가가서 그 사람에게 진실로 '필요한'(need) 긍정적 스트로크를 제공하는 것을 개입의 첫째 과제로 삼고 있다.

3. 교류

transaction

스트로크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며 양쪽에게 다양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이 바로 교류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의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에 대한 정보를 담아서 스트로크를 보내 오면 "으음..." 하고 흘려넘기지 않는다. 스트로크를 접수한 사람은 곧바로 상대방을 향해서 또 다른 스트로크를 보낸다. 몇 가지 가능한 상황이 있는데, 우선 화자가 스트로크를 보냈을 때 화자가 예상한 대로 청자의 스트로크가 돌아오는 교류가 있다(평행교류). 흔히 말하는 "우리는 죽이 잘 맞아", "척 하면 척이야" 같이, 수월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관계이다. 반면 청자로부터 화자가 예상치 못한 스트로크가 돌아오는 교류도 있다(교차교류). 이런 교류가 많을수록 그 사람과의 대화는 짜증이 유발되며 답답해진다.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현상은 이면교류라는 것인데, 겉(언어적)으로는 마치 평행교류처럼 보이지만, 속(심리적)으로는 교차교류가 발생하고 있는 교류이다. 이면교류는 다시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겉으로는 긍정적인 스트로크인 것 같지만 속으로는 부정적인 스트로크가 쏘아져 나가는 이면교류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내일이 시험인데 지금이 몇 시야?" 인데, 겉으로는 시각을 묻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이 시간까지 공부 안 하고 or 안 자고 있으면 어쩔 셈이냐?" 라면서 상대방을 타박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겉으로는 부정적인 스트로크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긍정적인 스트로크가 제공되는 이면교류도 있다. "내가 어서 빨리 죽어야지" 를 예로 들 수 있는데, 겉으로는 마치 자살을 암시하는 부정적인 말 같지만 속으로는 "내가 늙어서 네게 방해가 되는 것 같아 미안하구나" 의 용서를 구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면교류 속의 부정적 스트로크에서는 깎아내림(discount; 에누리, 할인)이라는 속성이 관찰된다. 타인(주로 청자)이나 외적 상황의 존재감, 의미, 중요성, 영향력, 능력 등을 평가 절하하는 것이 바로 깎아내림이다. 이면교류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흔히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보았던 "내일이 시험인데 지금이 몇 시야?" 의 경우도, 상대방이 시험이라는 중요한 이벤트에 제대로 대응할 능력이 없다는 깎아내림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깎아내림에 심지어 제3자까지 동참시키는 이면교류도 있다. 이때 화자는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억지웃음을 자주 지어 보이는데, TA에서는 이런 웃음을 교수대 웃음(gallows laughing)이라고 하여 크게 경계한다. 특히 내담자가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면서 상담가에게 자조적인 웃음을 지어 보일 경우, TA에 입각한 상담가는 대번에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지게 된다.

4. 시간구조화

time structuring

시간구조화는 혼자 또는 둘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있을 때 상대방이나 환경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스트로크를 최대한 획득하기 위해 시간을 활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시간구조화는 인간관계의 양과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누구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풍성한 추억을 만들며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다른 누구는 친구 하나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방 안에 갇혀서 홀로 보내고 있다면, TA의 관점에서는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시간구조화에 있다고 말할 것이다. 유의할 점은, 어떠한 수준의 시간구조화든 간에 스트로크는 늘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5. 기본적 인생태도 : OK & not OK

위에서 말했듯이 긍정적 스트로크는 "너는/나는 좋은 사람이야" 의 정보를, 부정적 스트로크는 "너는/나는 나쁜 사람이야" 의 정보를 전달한다. 이 두 가지 메시지를 TA에서는 각각 'OK' 와 'not OK' 로 줄여 부르는데, 본디 이것은 토머스 해리스(T.A.Harris)의 1969년 저서 《I'm OK, You're OK》 의 내용이었으나 TA 이론체계 내에 수용한 것이다. 이 내용이 어찌나 유명한지 오늘날까지도 상담심리학 개론 시간마다 웬만하면 언급될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종종 상담에 깊은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TA에 대해 배우고 나서 "TA? 그거 I'm OK, You're OK 얘기 아니야?" 정도의 기억만 남게 되는 경우도 많다.[3]

TA는 OK & not OK를 기본적 인생태도라고 부르며, 한 사람이 유년기에 부모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스트로크를 바탕으로 형성하는 인생관이라고 정의한다. 즉, 늘 부모에게서 혼나고 무시당하고 면박만 받으며 자란 사람은 "나는 괜찮은 사람이 아니야"(I'm not OK)라는 관점에서 자기 인생을 비관하게 되고, 늘 격려받고 응원받으며 (특히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으며 자란 사람은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I'm OK)라는 관점에서 자기 인생을 낙관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TA의 목표는, 모든 인간이 자신과 타인에게 OK할 수 있도록, 즉 OK의 분위기를 확산시키도록 만드는 데 있다.

기본적 인생태도에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종류가 있다.

6. P-A-C 자아상태 모형

ego-state model

TA와 관련하여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또 다른 개념이 바로 자아상태(ego state)일 것이다. TA는 성인의 자아 구조가 3가지의 서로 다른 자아상태로 나누어진다고 본다. 유년기에 부모의 교육으로 인하여 알게 모르게 전수받은 부모 자아( P; parent ego), 성인이 되면서 주체적인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게 된 성인 자아( A; adult ego), 그리고 유년기에 생존과 사회화를 위해 취했었다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남아 온 잔재인 아동 자아( C; child ego)가 그것이다. P-A-C 자아상태 모형은 이 세 자아가 교류 중에 제각기 에너지를 발휘하게 되며, 스트로크의 내용 역시 자아에 의해서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정신분석학에서 잘 알려진 정신역동 이론과도 닮은 점이 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인간의 심리를 원초아(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로 나누고, 원초아의 충동과 초자아의 통제 사이에서 자아가 균형을 잡으며 가장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건강한 심리상태라고 본다. TA에서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설명을 시도한다. 자유분방함과 통제력 사이에서 현실적인 의사결정으로 균형을 맞춘다는 점은 같지만, 정신분석학은 그것이 인간의 확고부동한 성격으로 굳어진다고 보는 반면, TA에서는 각 자아상태가 여러 노력을 통해서 다시금 강해지거나 혹은 약해질 수 있다고 본다.

부모 자아는 다시 2가지로 구분되고, 아동 자아 역시 2가지로 구분되기에, 최종적인 자아상태의 종류는 아래의 5가지가 된다.

사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기초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쌓는 등의 목적으로 TA를 공부하게 된다면 5가지 자아상태를 모두 균형 있게 기능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4] 정말로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에 처해 있는 내담자가 상담을 요청해 왔을 때에는 A를 중심으로 하여 다른 자아상태들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상기했듯이 A는 가장 '차디찬' 자아상태이기 때문에, 사람이 감정적으로 동요하게 되면 다른 자아상태들이 날뛰는 영향을 받아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나 또는 두 자아상태가 다른 자아상태(보통은 A)의 경계를 침범하여 기능부전을 일으키는 현상을 가리켜서 오염(contamination)이라고 한다.

A가 오염된 징후는 대체로 이성적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감정에 '휘둘리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TA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그 사람이 유년기 경험의 잔재로 인해 흔들리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 만일 P가 A를 오염시킬 경우, 즉 A가 기능해야 할 때 P가 기능하는 경우, 부모에게서 전수받은 가치관이나 신념, 신조가 아무런 의심 없이 곧이곧대로 자신의 인생에 적용된다. 한편 C가 A를 오염시킬 경우, 즉 A가 기능해야 할 때 C가 기능하는 경우, 유아적이고 미성숙한 사고방식이 아무런 현실적 평가 없이 곧이곧대로 자신의 인생에 적용된다. 이를 요약하면, 오염이라는 현상은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성인으로서의 자아가 적절한 통제권을 갖지 못하다 보니 부모의 가치관이 그대로 대물림되거나 반대로 어린아이 같은 유치함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TA의 목표는 자아의 오염을 겪는 내담자에게 성인으로서의 자아 에너지를 강화시켜 주는 것이다.

오염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념으로 배제(exclusion)도 있다. 흔치는 않지만, 개인이 어떤 한 자아(보통은 P나 A)의 영향을 아예 받지 않아 마치 그 자아가 마비된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현상이 바로 배제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경우는 드물고, 범죄자들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6.1. 에고그램

egogram

에고그램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성격 테스트 중 하나이며, TA의 P-A-C 자아상태 모형을 기초로 한다. 각각의 자아상태가 한 사람 안에서 얼마나 정상적으로 기능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자아 에너지의 양을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다. 에릭 번의 사후에 번의 제자인 존 두제이(J.M.Dusay)가 1972년에 개발하였다. 두제이는 기존의 TA 이론에는 없는 양적 측면, 즉 "How much?" 의 측면을 추가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개인의 모든 관찰 가능한 언행들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에고그램에서 5가지 자아상태는 각각의 점수분포를 보이게 되는데, 두제이는 모든 지표에서 점수가 다 높거나 다 낮을 수는 없다(즉 자아 에너지에는 일종의 '총합' 이 있다)고 보았지만, 후속연구를 통해서 각 점수들이 상호독립적인 관계임이 확인되었다. 두제이는 에고그램이 현재의 점수분포와 이상적인 점수분포를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했고, 약하게 나타나는 자아상태에는 에너지를 더하는 연습을 하도록 했다. 따라서 에고그램은 TA 이론과는 달리 좀 더 성격의 측면에 집중한다고 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나 정신분석학에서나 성격은 잘 변화하지 않는 것이라고 전제함에도 불구하고, 에고그램은 피검사자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개선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초 두제이는 자아상태가 각각 갖는 에너지들을 정량화하여 점수의 분포로 보여주는 공헌을 하였으나, 측정의 근거가 피검사자 본인의 직관에 있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주관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 바람직성(social desirability), 즉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면모를 과장해서 드러내려는 인간의 특성에 취약하며, 직업적이거나 다른 역할을 수행하면서 갖게 된 페르소나(persona)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게다가 피검사자가 자기 성격검사 한 번 하기 위해서 먼저 TA 이론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해야 하다 보니 높은 진입장벽의 문제도 있었다.

이후 일본의 정신분석학자 스기다 미네야스(杉田峰康)가 동의/부동의 이분법적(binary) 선택지를 제시하는 설문지를 개발하였으며, 비로소 일반인들도 빠르고 쉽게 검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스기다의 설문지는 응답이 이분법적이다 보니 통계적으로 처리를 하는 데에 한계가 많았고, 내용 상 일본 문화에 특화된 부분도 많았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이런 한계점들을 극복하고 가장 믿을 만한 검사지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졌다. 가장 최신의 한국어 정식검사지는 K-KSEG[5]이며, 이 링크에서 검사지에 해설지를 포함하여 1인당 5,000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6.1.1. 인터넷 약식검사

인터넷에서 흔히 '에고그램' 이라며 접하게 되는 검사지는 정식검사지가 아니다. 출처나 제작자에 대한 일체의 정보가 없고, 문의 링크도 닫혀 있다. 내용을 보면 에고그램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 자체는 갖춘 사람이 만든 것으로 보이지만, 후술할 독설 논란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해당 검사지는 CP - NP - A - FC - AC 순서대로 자아상태 당 10문항씩 할당하여 총 50문항으로 이루어진 검사지로, '그렇다', '중간쯤', '아니다' 의 3개 값을 갖춘 서수적(ordinal) 척도로 구성되어 있다. 역코딩 문항이 없으므로 '그렇다' 응답이 많을수록 더 높은 점수를 얻는다. 결과값은 숫자로 공개하지는 않으나, 그 높고 낮음에 따라서 알파벳 A~C 사이로 변환하여 5자리 알파벳 문자열을 보여준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검사 결과는 AAAAA에서부터 CCCCC까지 총 243가지로 나오게 된다.

해당 인터넷 사이트는 다른 성격검사들에 비해 직설적인 성향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유행하는 심리검사들은 응시자의 성격유형과 장단점 정도를 알려주는 데 그치나, 해당 사이트는 응시자의 사회적 능력을 함부로 평가하고, 테스트 결과에 따라 인생의 등급을 평가하여 "구제불능이다", "무능하다" 처럼 대놓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터넷 상에선 ' 팩폭 테스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해설의 마지막에는 이런 사람을 만났을 때에 대한 일종의 상대법을 볼 수 있는데, 박한 결과가 나왔다면 여기서도 끝도 없이 악평을 받게 되므로[6] 자신의 성격유형이 궁금해 찾아온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능력을 단정짓는 평가결과에 불쾌함을 느끼게 된다. 특히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평가결과를 보게 되었다면 오히려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정식 에고그램의 취지 자체가 성격을 개선시키는 데 있음을 상기한다면, 원래 에고그램은 '좋은 성격' 과 '나쁜 성격' 의 개념이 있는 검사가 맞다. 따라서 정체불명의 검사일지언정, 평가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왔을 때 이를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가장 낮은 등급(즉 C등급)이 나온 자아상태의 10개 문항에서 조금만 더 자신 있는 태도로 긍정적인 응답을 하여 재검사하면 금방 결과가 몰라보게 개선되는데,[7] 이를 자신의 성격 개선 목표로 삼아볼 수 있다. 예컨대 BCBAC 유형이 나온 사람은 11~20번 문항에서 일부러 더 긍정적으로 응답하여 BBBAC 결과를 만들어내고, 이 결과가 만족스럽다면 앞으로는 정말로 그런 사람인 양 살아가 보는 것이다.

좀 더 나아가자면, 인터넷 에고그램 검사지는 멀쩡한 사람일지라도 지나치게 조심스레 응답할 경우 예상 밖의 '가혹한' 검사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는 중대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자신이 받은 검사결과가 납득할 수 없고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C가 나온 자아상태 10문항에서는 '내가 그런가? 대체로 그렇기도 하지만, 예외적으로 이러이러한 경우도 있고, 저러저러한 상황도 중요하니까... 아니라고 응답해야 할까?' 식으로 지나치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냥 골치 썩이지 말고 시원시원하게 단세포적으로(?) 반응했을 때 오히려 정확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애초에 대충 만든 정체불명의 검사이기 때문에 괜히 진지하게 응답하면 할수록 지는 구조다.

해당 인터넷 사이트에서 최상의 유형인 AAAAA 슈퍼맨으로 비유되는데, 말하자면 CP, NP, A, FC, AC의 5가지 자아상태 모두 미친듯이 에너지를 뿜어내는 '열정가이' 인 셈이다. 이런 사람은 잘해봐야 광고나 소설 속에나 있을 뿐, 현실에서는 흔하게 찾아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최하의 유형인 CCCCC는 아예 증후군으로 비유하는데, 이 역시 5가지 자아상태 모두 에너지를 거의 뿜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모든 자아상태에서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어 있으니 세상 만사에 무관심하고 무신경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것이다. 이 역시도 현실에서는 흔하게 찾아보기 어려운 유형이다. 한편 모든 자아상태가 BBBBB인 유형에 대해서 그 어떤 눈에 띄는 결점도 없는 평범하고 무난한 사람이라고 평가되는 것도,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자아상태의 에너지를 모아 보면 5가지 모두 결국에는 중앙쯤으로 모이게 되기 때문이다.

뭔가 대충 만든 듯한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해당 에고그램 검사 제작자는 각 자아 간의 상호보완 관계를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인터넷 검사에서 무조건 A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좋은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예컨대 ACACA 유형의 경우, 적을 자꾸 만드는 CP의 에너지와 적을 안 만들려는 AC의 에너지가 상호충돌하기 때문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다. 반대로 CACAC 유형의 경우에도, 폭주하는 FC의 에너지를 견제해 줄 CP와 A, AC의 에너지가 극도로 약한데다 NP의 강한 에너지가 FC를 더더욱 부추기기 때문에 비행청소년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결과가 매우 부정적이다. 이처럼 나름의 논리가 들어있는 테스트이므로, 부모 자아상태의 독주를 막지 못하는 AAACB 유형보다, 부모 자아상태에 적당히 힘이 빠져있는 BAACB 유형이 오히려 더 평가결과가 좋은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자아상태에서 B가 많아지도록 바꿔 가면 오히려 무색무취한 성격에 가까워지므로, 무작정 에너지를 높이는 것도 좋지 않지만 무작정 에너지를 빼는 것도 역시 좋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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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게임

game

서두에서 소개했던 《심리 게임》 은 에릭 번의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에는 36가지의 서로 다른 게임의 양상이 소개되고 있다. 게임이란, 인간관계를 병들게 하는 주 원인으로서 정형화된 이면교류 패턴의 반복적 발생이자 서로에게 해를 끼치는 불쾌한 상호작용의 반복이다. 흔히 말하는 언쟁이나 다툼, 입씨름의 상당수는 게임의 양상을 띨 수 있다. 사람은 스트로크를 통한 자극욕구의 충족을 갈망하고, 스트로크가 없느니 차라리 부정적 스트로크라도 유발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부정적 스트로크를 쏘아보내게 되는데, 이때 상대방도 그에 대해 똑같이 부정적 스트로크로 되갚아주게 되면 그것이 바로 게임이다.

다행히 상대방이 긍정적 스트로크로 잘 달래준다면 모르겠으나, 인생태도가 not OK인 사람은 상대방이 아무리 긍정적 스트로크를 돌려주면서 대화를 바로잡으려 해도 "그건 그렇지, 아니 근데~"[8]로 넘겨버리고는 완고하게 not OK 메시지에만 집착한다. 전문 상담사나 인성이 어지간히 보살급이 아닌 이상, 결국 상대방도 똑같이 가시돋친 말을 내뱉으며 게임에 빠지게 된다. 게임의 내용을 분석하는 이론가들은 이를 두고 구원자(rescuer) 역할에서 피해자(victim) 역할로 바뀌었다고 표현한다.

사람들 사이에 긍정적 스트로크가 한없이 반복되게 하는 것이 TA의 이상이니만큼, 게임은 무슨 일이 있어도 빨리 빠져나오고 소멸시켜야 하는 문제적 현상이 된다. 그런데 게임은 상기한 성인 자아(A)가 의식하지 못한 상태로 발생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자신이 지금 게임 상태에 빠져 있음을 자각하지 못한다. 이렇게 양쪽에서 지속적으로 오가는 부정적 스트로크는 무한히 지속되지는 않고, 마침내 결말부에서 저절로 언쟁이 끝남과 함께 소멸하게 된다. 그리고 양쪽 모두 게임이 끝난 후 답답함과 분노, 울화, 속상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에릭 번은 이 감정들을 라켓(racket)이라고 불렀다. 라켓은 부정적인 감정으로서 대부분 성숙한 성인으로서의 문제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진실하지 못한 반응을 유발시킨다.

여기서 진실하지 못한 반응이란 유년기 부모의 양육과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마구 화를 내는 자녀에게 "화내지 마라" 를 가르치기에, 라켓은 분노를 다른 은근한 감정으로 대체시킨다. 따라서 게임의 결과로 꼭 어느 한쪽이 광분해서 난동을 부리거나 집기를 내던지거나 고성을 지르는 등의 난장판 같은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아니다. 라켓을 경험한 당사자들이 그 분노를 '부모님께 혼나지 않을 만한 다른 은근한 감정' 으로 대체시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라켓은 게임으로 인해 분노에 빠진 사람이 유년기의 감정관리 전략을 재현하도록 만든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참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법. 라켓이 비록 즉각적인 행동적 반응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교환 쿠폰(trading stamp)에 도장을 찍듯이 일정 횟수 이상 게임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에 한꺼번에 감정을 폭발시키게 된다.

8. 각본과 금지령

script

게임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각본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각본이란, 개인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강박적으로 연출하고 있는 역할에 관련된 대본으로, 당사자에게는 흔히 운명적이고 필연적이라고 여겨지곤 한다. 즉 "나는 이렇게 살 수밖에 없어", "이럴 수밖에 없는 운명이야" 에 관련된 생애인식이 바로 각본인 것이다. 그래서 각본은 무의식적으로 인생 전체의 계획을 결정하며, 인생 속의 몇몇 중대한 갈림길에서 내렸던 결단과 선택을 완고하게 정당화한다. 그러나 TA의 인생관은 인간의 인생이 한 편의 연극과도 같으며, 한 인간이 수행하는 사회적 역할 역시 무대 위의 배우가 시연해 보이는 연기와 같다고 본다. 따라서 TA의 개입 방침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운명론적으로 믿고 있던 인생길이 단지 각본일 뿐이라고 깨우쳐 줌으로써 그 길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다.

TA는 각본대로 살아가는 삶을 경계한다. 각본은 많은 경우 "인생은 원래 독고다이야", "아무도 날 알아주지 않아" 처럼 그 자신에게 부정적이거나 인생을 망치는 메시지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각본은 그 내용에 따라서 '자신이 되고자 한 존재가 되는 인생' 인 승자 각본, 반대로 '끝내 실패한 인생' 인 패자 각본이 있는데, 어떤 이들은 승자 각본을 채택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은 '딱히 성공도 실패도 아닌 인생' 인 비승자 각본을 채택하므로, 모든 각본이 전부 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각본은 분야에 따라 한 사람이 여러 각본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한 분야에 패자 각본을 가진 사람은 승자 각본을 가질 수 있는 다른 분야로 넘어가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각본은 운명론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인간이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힘으로 그 각본을 뛰어넘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TA는 각본대로 살아가지 않는 삶, 즉 '각본으로부터 자유로운'(script-free) 인생관을 갖는 것을 개입의 목표로 삼는다.

반복적인 게임의 경험은 각본을 더욱 '인생의 거대한 벽' 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각본 자체가 유년기 부모의 양육으로 인해 형성되는데, not OK의 부정적 스트로크가 반복되는 게임은 마치 머릿속에서 부모가 "거 봐라, 네가 그렇게 살게 될 거라고 내가 말했지?" 라고 말하는 듯한 뒷맛을 남긴다. 반대로, 게임에서 탈출한 경험이 있다면 그 각본도 조금씩 흔들릴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TA를 통해서 개인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가진 생각 중에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각본인지를 깨닫는 것이다. 이것을 각본탐색이라고 부르는데, 일단 각본탐색을 통해서 각본의 존재가 인식된다면 각본이 사라지는 것은 의외로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

유년기 부모의 양육은 금지령(injunction)과 대항금지령(count-injunction)을 통해서 각본을 형성한다. 부모는 자녀를 양육하면서 크게 두 가지 지시, 즉 "하지 마라"(Don't)의 금지령, 그리고 "해라"(Do)의 대항금지령을 내린다. 이것은 통제적 부모 자아(CP)가 제공하는 조건적 스트로크와도 관련이 깊다. 예컨대 "네가 집에서 자꾸 뛰어다니지 않는다면 너는 착한 아이야" 같은 식이다. 자녀는 부모의 이 지시들에 따르는 한에서 자신이 OK하다는 인생태도를 체득하고, 가장 많은 긍정적 스트로크를 받는 쪽으로 "나는 이렇게 살겠다" 는 최초 결단을 내리게 된다. 물론 부모가 지나치게 아득하게 높은 지시를 하는 경우, 혹은 자녀 쪽에서 도저히 부모의 (대항)금지령에 맞춰주기 어려운 경우에는 반대로 "나는 이렇게 살 팔자인가 보다" 라는 부정적인 최초 결단을 내린다. 긍정적 스트로크를 받을 자신이 없으니, 부정적 스트로크를 대신 받는 방향으로 평생의 각본을 쓰는 것이다.

금지령이 대항금지령보다 더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 때로 몇몇 흔한 대항금지령들은 어지간한 금지령보다도 자녀의 인생에 더욱 심대한 피해를 끼치기도 한다. 대항금지령 중에서 거의 모든 부모들이 양육 중에 지시하는 핵심적 메시지 5가지를 추동자(driver)라고 부르는데, 이는 각각 "온전해져라", "노력해라", "서둘러라", "기쁘게 해라", "강해져라" 이다. 추동자들이 각본 속에 포함될 경우, 그 사람은 평생 완벽주의자 내지는 워커홀릭이 되어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흔히 말하는 '그림으로 그린 듯한 완벽한 사업가', '누구보다도 바쁘게 일하는 사람', '상남자 중의 상남자' 같은 사람들은 유년기 시절에 이미 부모가 가혹하리만치 쪼아댔었던 배경이 있다는 얘기다.

9. 상담 및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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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가 일반인들의 커뮤니케이션 코칭을 위해서 쓰일 때에는 5가지 자아상태가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으며 상호간에 보완적으로 기능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상담 및 치료 중에 활용될 때에는 비판적 부모 자아(CP)의 역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CP의 오염으로부터 성인 자아(A)의 통제권을 되찾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불행한 가정사나 심각한 대인관계적 문제로 인해 평생 고생해 온 사람을 상담할 때에는 CP의 장점이나 순기능을 언급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A가 CP를 무력화시키고 압도하도록 만든다. 이런 관점에서 3대 원칙으로 강조되는 것이 바로 아래의 3P이다.

A의 통제력을 회복시키는 치료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우선적으로 쓰이는 무난한 것으로 빈 의자 기법이 있다. 빈 의자에 자신의 부모님이 앉아 있다고 상상하고, 그 상상의 부모님에게 CP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한다. 그리고 내담자는 빈 의자와 마주서서 자신을 질책하는 CP에 대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A를 활용하여 하나하나 다 반박하게 된다. 짧게 말하자면 빈 의자를 향해서 "어머니/아버지, 이제는 저도 다 큰 어른이에요!" 를 외치게 하는 것. 해외에서는 아예 동료 내담자나 상담가가 CP의 역할을 맡아서 내담자에게 직접 혼을 내고 빈정거리고 조롱하기도 한다. 당연히 감정적인 동요가 심하지만, 내담자가 활용해야 하는 A는 냉정 침착할 때 최고의 힘을 발휘하는 자아상태이므로, 내담자는 가능한 한 어른스럽고 의젓하며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CP의 훈계와 설교를 반박해야 한다. 마침내 모든 반론이 끝나고 CP를 맡은 사람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지게 되면 세션이 종료된다. CP의 끈질긴 목소리를 A의 힘으로 압도한 것이다.

TA는 정신분석학에서 갈라져 나온 분파이기 때문에 정신분석 치료와 유사하게 보일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 유년기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어린 자녀가 부모에 대해 갖는 생각이 평생에 걸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성숙한 자아가 개인의 내면에서 효과적으로 기능하면서 중재 또는 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도 엇비슷하다. 그러나 정신분석 치료와는 달리, TA는 여러 차이점도 있다. 우선 소파에 눕혀놓은 개인에 대한 치료를 우선시하는 정신분석 치료와 다르게, TA는 그 처음부터 소집단 치료에 특화된 방법으로서 개발되었다. 또한 정신분석학이 무의식을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하는 것과 달리, TA는 애초부터 무의식이라는 개념 자체에 관심이 없으며 일언반구 설명도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TA는 유년기로 자꾸 되돌아가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현상을 고무밴드(rubber band)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어른이 되도록 아직껏 유년기 경험에 고무밴드로 묶인 채 다시 그 시절로 끌려가는 상태라고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TA가 이론 상 유년기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는 하지만, 그때의 문제의 해결책은 그때가 아니라 지금 여기(here and now)에서 찾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수십 년 전에 부모가 새겨넣었던 CP의 목소리를 떠나보내기 위해서는 수십 년 후 어엿한 성인이 된 지금의 자신의 A의 힘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A의 통제력이 다시 회복되고 자아의 오염이 치유되면, 이때부터 그 사람은 CP로부터 자유로워졌으므로 긍정적 스트로크를 발신할 수 있으며, 타인과 긍정적인 교류를 지속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CP의 인생각본에 구애받지 않게 되어, 마침내 "I'm OK, you're OK" 라는 인생태도를 확립할 수 있게 된다.

TA는 인간 중심 치료 내지는 인본주의 치료와도 좋은 대조가 될 수 있다. 인본주의 치료와 TA 양쪽 모두의 치료목표는 한 사람이 온전한 인간으로서 기능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긍정적인 변화 가능성을 낙관한다는 것도 양쪽에서 공유하는 중요한 대전제다. 그러나 TA는 또한 인본주의 치료와 달라지는 부분도 명백하다. 인본주의 치료는 상담가의 무조건적 긍정을 강조하는데, TA의 관점에서 이것은 자칫 내담자의 FC/AC에 불을 붙이는 행동이 될 수도 있고, "부모님께 사랑받고자 노력하는 아이" 라는 특정한 각본을 잘못 작동시킬 수도 있다. 상담가가 내담자의 각본대로 어울려서 연출하는 것은 내담자의 각본탐색의 동기를 꺾기 때문에, 상담가는 내담자가 마련한 무대에서 재빨리 내려와야 한다. 심지어 상기한 교수대 웃음의 위험성으로 인해, 상담가는 내담자의 말에 미소 한번 제대로 보여주지 않을 때가 많다. 이것은 인본주의 치료와 잘 구분되는 TA만의 특징이다.

10. TA와 사회참여

따뜻한 복슬주머니 이야기
(The Warm Fuzzy Tale)
따뜻한 복슬주머니 이야기 요약 [ 펼치기 · 접기 ]

옛날 옛적에 한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마을 사람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어린아이 손바닥만한 크기의 작은 복슬주머니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 주머니는 따뜻하고 부드러워서, 누구나 그것을 만지고 있는 동안에는 행복과 사랑을 느끼고 건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복슬주머니가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서로에게 마음껏 건네주었습니다. 마을은 늘 평화로웠고 행복했습니다.

그러다 마을 밖에서 한 마녀가 나타났습니다. 마녀는 사람들이 따뜻한 복슬주머니 덕분에 늘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싫었습니다. 마녀는 복잡한 수작을 부리는 대신, 마을을 돌아다니며 딱 하나의 소문만을 내고 다녔습니다. "그렇게 복슬주머니를 함부로 나누어 주다가는 다 떨어져 버릴지도 몰라." 그러자 사람들은 귀한 복슬주머니가 다 떨어져서 곤란해질 것을 걱정했습니다. 곧 그들은 서로에게 복슬주머니를 나누어주는 데 인색해졌습니다.

따뜻한 복슬주머니가 필요한 사람들은 이제 마을 밖에 사는 마녀를 찾아갔습니다. 그 마녀는 복슬주머니를 건네주는 대신에 차디찬 가시주머니를 건네주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가시주머니를 갖고 있으면 최소한 안도할 수는 있었지만, 이전과 같은 끝없는 행복과 사랑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가시주머니는 사람들을 서서히 상처 입히고 병들게 만들었습니다. 끝내 마을에는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마저 나타났습니다. 마녀는 통쾌하게 웃었습니다.

이번에는 한 낯선 아가씨가 이 마을을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옛날 마을 사람들처럼 따뜻한 복슬주머니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아가씨는 마녀의 소문에 개의치 않고, 마을 사람들에게 복슬주머니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습니다. 어떤 마을 사람들은 마녀의 가시주머니에 의존하지 않는 그녀를 오히려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그녀 때문에 사람들이 또 귀한 복슬주머니를 낭비하게 될 것 같아서였습니다. 곧 그들은 복슬주머니를 함부로 나누어주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 아가씨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법을 어긴 죄로 마을에서 쫓겨났을까요, 아니면 마을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다시 복슬주머니를 서로에게 나누어 주는 행복을 되찾았을까요?

10.1. 스트로크 경제

stroke economy

당초 정신의학자 빌헬름 라이히(W.Reich)는 나치즘의 성 억압을 비판하기 위해 '섹스 경제'(sex economy)라는 개념을 내세운 바 있었다. 나치즘과 같은 극단적인 권위주의 파시즘 정권은 강력한 권력으로 대중을 통제하기 위해서 대중이 향유해야 마땅한 성욕을 가혹하게 규제하고 매우 조금씩만 배급하듯이 허용했다. 성욕은 모든 사람들이 무한정으로 즐겨 마땅한 것인데, 마치 희소한 자원을 아껴 쓰는 것처럼 조금씩만 경험할 수 있도록 검열하고 통제한다는 것이다. 라이히는 이와 같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에너지를 옥죄는 행위를 통해서 권력자들이 대중에 대한 더 강한 통제력을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비유하자면, 천 명의 대중의 마음 속에 무서운 감시관이 있으면 천 명의 감시관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에릭 번의 제자이자 TA 이론가인 클로드 스타이너(C.Steiner)가 볼 때, 문제는 성욕이 아니었다. 권위주의적이고 반민주적인 사회에서 권력자들은 성적 쾌락만 제한하는 게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보면 긍정적 스트로크를 제한하고 있었다. 이들 사회에서 국가는 국민에게 늘 처벌하고 감시하며 통제하는 무서운 부모와도 같았다. 국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긍정적 스트로크까지도 막으려 했고, 심지어는 긍정적 스트로크를 '함부로' 주고받는 행위 자체를 금지시켰다. OK의 메시지를 전하는 긍정적 스트로크는 아무리 서로에게 나누어 주어도 끝이 없는 것인데, 그것을 마치 제한된 양의 경제적 자원인 것마냥 취급하는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누군가가 긍정적 스트로크를 제한 없이 풍성하게 나누어 주면 권위주의 사회의 사람들은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심지어는 격분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받아야 할 긍정적 스트로크를 충분히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심리적 기아 상태에 빠지게 된다. 스타이너는 이러한 상태를 스트로크 기아(stroke starvation)라고 불렀다. "나도 괜찮아, 너도 괜찮아" 의 긍정적 메시지가 사람들 사이에서 어찌나 드문지, 마치 아프리카에서 배를 곯는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스타이너는 스트로크 기아를 일으키는 나쁜 정치 체제가 국민들에게 주입하는 5가지 메시지를 정리했다.

스타이너는 자신의 집단 심리상담 세션에서 위의 다섯 가지 메시지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훈련을 하고, 그 대신에 TA가 가르치는 대로 긍정적 스트로크를 확산시키는 시간을 갖도록 했는데,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이 세션에 참여한 내담자들이 마치 종교적 의식이라도 치른 것처럼 환하게 빛나는 표정으로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을 사랑합니다, 이 세상의 모두를 사랑합니다" 라면서 기쁘게 선언하더라는 것이다. 스타이너의 관점에서 TA의 긍정적 효과는 바로 이것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더욱 사랑하면서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데, 사악한 권력자들은 그 따뜻한 마음을 자꾸 제한시키고 금지시키면서 서로가 자신과 타인에 대해 not OK 메시지만을 주고받는 아수라장을 만들고 있었다.

스타이너는 상기 유튜브 영상으로 소개한 동화풍의 소설 《따뜻한 복슬주머니 이야기》(The Warm Fuzzy Tale》 를 써서 먼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확산시켰다. 이 이야기에서 각각의 등장인물과 설정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마을 사람들이 주고받는 '따뜻한 복슬주머니' 는 긍정적 스트로크를, 마녀가 내어주는 '차디찬 가시주머니' 는 부정적 스트로크를 의미한다. 이야기 속 '마녀' 는 사악한 권력자들과 반민주적인 정권을 의미하며, '낯선 아가씨' 는 TA 이론을 적용하고 실천하는 운동가들과 치료사들을 의미한다. 스타이너 본인이 스스로를 해방심리학자로 자처하면서 에릭 번 사후에 본격적으로 전세계적인 반전 운동과 반독재 운동,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것도, 전부 사람들을 병들게 만드는 '마녀' 를 물리치기 위해서였다.

사실 TA가 애초부터 이렇게 사회참여적인 심리상담 이론은 아니었다. 창시자인 에릭 번의 경우 1940~1950년대 무렵에 '미국의 자유를 지키는 시민위원회' 에 서명했다가 매카시즘 광풍에 휩쓸려서 일자리와 여권을 박탈당하는 등 많은 고초를 겪었고, 그 이후로는 아예 사석에서조차 정치혐오에 가까운 모습만을 보였던 바 있다. TA 이론가들을 전체적으로 둘러본다면 오히려 스타이너가 꽤 특이한 케이스. 그러나 심리상담 이론을 진보 운동에 활용하려는 움직임 자체가 낯선 것은 아니며, 진보 계열의 심리치료사 호기 위코프(H.Wyckoff)의 경우에도 "돼지 부모들을 몰아내라" 를 외쳤던 적이 있다. 이 '돼지 부모' 이론은 TA에서 말하는 비판적 부모 자아(CP)와도 많이 겹치다 보니 스타이너도 자주 인용하곤 한다.

사회참여의 관점에서 CP는 더 이상 개인의 뇌리에 맴도는 엄격한 부모의 목소리가 아닌, 사악한 권력자들의 프로파간다에 가깝다. 스타이너는 독재 정권을 몰아내고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들 각자가 자기들의 뇌리에 맴도는 CP를 거부하고 제압해야 한다고 보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기존의 TA 이론에서 성인 자아(A)의 기능회복을 목표로 하는 것과는 달리, 스타이너는 양육적 부모 자아(NP)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국민들의 마음 속에서 CP를 몰아내고 NP가 대신 자리잡혀야 한다는 것으로, 그 이유는 CP가 not OK의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퍼뜨리는 반면, NP는 OK의 메시지를 퍼뜨리기 때문이다. CP가 권위주의적이고 독재적이라면 NP는 협력적이고 민주적이고, CP가 사람들을 절망 속에서 복종하게 만든다면 NP는 사람들 사이에서 희망과 사랑, 우애가 꽃피게 한다. 이것은 가히 구약에서 신약으로의 전환과도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은 스타이너의 관점에 대해서 다른 TA 이론가들은 그가 CP를 지나치게 평가 절하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즉, CP가 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개인의 양심과 도덕에 도움이 되고, 방종하지 않는 준법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동료들의 비판에 대해서 스타이너는 동의하지 않는다. 스타이너에 따르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랑을 끊어버리는 한, CP는 양심의 인도자가 아니라 도리어 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진정한 양심은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CP는 양심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CP를 통해 길러진 듯 보이는 양심은 실상 공포에 질린 복종에 가깝다는 게 스타이너의 관점이다.

11. 적용 분야

TA는 일상생활 속에서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인관계적 문제를 분석하여 해소하는 데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원수만도 못한 부모자녀 간의 대화, 당장이라도 이혼할 듯 아슬아슬해 보이는 부부 간의 언쟁, 연애 중에 상대방에게 행복을 주기는커녕 지속적으로 힘들고 지치게 만드는 사람의 대화법 등, 인간과 인간이 서로 '교류' 하는 어지간한 상황은 전부 TA를 통해서 분석되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회화 분석(conversation analysis)과도 유사점이 있지만, 의외로 TA는 언어학과는 접점이 많지 않다.

그 외에도 창작 비평 쪽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예컨대 소설이나 연극, 영화, 드라마 등지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정교하게 분석하기 위해 TA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갈등 상황에서 각 캐릭터들이 어떠한 이면교류를 보여주고 있으며 어떠한 게임 상태에 빠져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작품 속 캐릭터들의 묘사가 TA에서 예측하는 것과는 달라질 경우, 다른 원인이 없다면 이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높지 않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TA로 설명이 안 되는 캐릭터는 대중에게도 '이해할 수 없고 공감이 안 되는 행동을 한다' 며 욕을 먹게 마련이다.

스타이너는 자신의 저서에서 스트로크를 '자극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이 아니라 '정보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으로 바꾸어 정의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스트로크가 본질적으로 "나/너라는 존재는 어떤 사람인가?" 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미디어 비평 분야에서도 써먹을 길이 열린다. 이미 연구가 진행중인 예를 들자면,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환영하게 되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과 타인에 대한 (거짓)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수용자들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수용자들도 그 뉴스가 가짜일 거라는 눈치는 채고 있지만, 어쨌든 정보에 대한 욕구는 잘 충족되기 때문에 가짜뉴스를 계속 찾아 읽게 된다는 얘기.

상담과 관계없는 삶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TA를 접하게 되는 계기는 회사 내에서 주최되는 신입사원 교육이나 갈등관리 교육 중에 에고그램을 배우면서일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대인관계적 문제를 해소한다는 이야기는, 다시 말하면 회사생활을 하면서 조직 내 동료들과 원활하고 원만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도 된다. 이런 점에서는 MBTI DISC와도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러나 MBTI나 DISC가 "우리는 서로 달라요" 정도의 일반론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반면, TA는 실제로 뭔가 조직에 불화가 발생했을 때 그 갈등의 불을 끄기 위해서 투입되는 느낌이 있다.

마찬가지로 불만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 담당자들에게도 TA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불만고객과 서비스 현장에서 오가는 대화의 내용을 분석하여 양쪽에서 어떤 자아가 작동하고 있고, 어떤 내용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 특히 대화의 전체 내용을 녹취하여 저장할 수 있는 콜센터에서 쓰기에 적합하다. 대개의 불만고객들은 I'm OK & You're not OK 메시지를 표출하는데, 이때 서비스 담당자는 I'm OK & You're OK의 긍정적 스트로크를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발신하여 "당신의 불만도 옳지만, 저 역시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세요" 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여기서 서비스 담당자마저 I'm OK & You're not OK 메시지, 즉 " 당신이야말로 진상이잖아요" 소리를 이면교류로 전달하게 되면 불난 데 부채질하는 격이 되기 때문.

국내 도서들 중 《관계의 미학, TA》[9] 에서는 5판 기준으로 261쪽에서 남성혐오에 빠진 여성 내담자의 대인관계를 TA로 분석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즉 특정한 타인과의 대화가 안 통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적 집단에 대한 반감이나 고정관념 등의 원인을 밝히는 데에도 TA가 쓰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젠더 갈등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적 갈등에 대해서 TA가 활용된 사례는 많지 않지만, 만일 가능하다면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현장 연구의 방법론으로서 TA가 주목받을 수도 있어 보인다.

TA 관련도서에서는 거론되지 않지만, 나무위키에 한하여 생각건대, TA를 활용하여 자기계발을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사회적 기술과 의사소통 스킬이 충분하지 않은데다 I'm not OK의 인생각본을 지니고 있을 은둔형 외톨이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TA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개선시키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회생활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의문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 새내기 때부터 시작해서 중장년이 되도록 쉽게 해답을 찾지 못하는 어려운 질문인데, "자신과 상대방에게 무한히 긍정적 스트로크를 베풀어 주는 것" 이라는 TA의 대답은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흥미로운 적용 가능성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병림픽을 분석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어 보인다. TA 이론을 통해 본다면, 이면교류에 능숙한 트롤러에게 어그로가 더욱 잘 끌린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기 때문.[10] 그뿐만 아니라 평화롭던 게시판에서도 가끔 이유 모르게 갑자기 몇몇 사람들이 급발진해서 수십 개의 댓글을 달면서 싸우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TA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전형적으로 게임의 늪에 빠져버린 상태다. 게시판 관리자( 완장)들로서는 여기서 공정하게 제재조치를 하거나 중재를 할 필요성이 있는데, TA를 통해서 어떤 이면교류가 발생했는지 분석한다면 소위 '먼저 시비를 건' 쪽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적잖은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기본적으로 "너도 병신, 나도 병신, 우리 모두 똑같은 병신" 이라는 분위기가 있는데, TA의 관점에서는 I'm not OK, You're not OK의 매우 부정적인 인생태도다. 물론 깊이 있는 교류를 위한 시간구조화를 방지하기 위함이겠지만, 이런 조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상하려면 TA가 필요할 것이다.
[1] 흔히 이 점을 들어서 TA가 성선설에 입각한 이론이라고 평가되기도 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TA는 적어도 인간의 본성이 성선설에 입각하여 자신과 타인을 바라본다고 전제한다. [2] 여기에 대응되는 현대 심리학적 개념으로 소속 욕구(N-belong), 친밀 욕구(N-intimacy) 등이 있으며, 스트로크와 관련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다른 개념으로는 애착(attachment)을 들 수 있다. [3] 하술될 TA 이론가인 클로드 스타이너는 이에 대해서 " 천문학을 ' 반짝반짝 작은 별' 정도로만 이해하는 것과 같다" 고 평했다. 분명히 핵심이기는 핵심이지만 너무 터무니없이 단순하게 받아들였다는 것. [4] CP로 FC를 잡아주고 NP로 AC를 돌봐주게 한 후 최종 결정은 A가 전담하게 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성인 간의 대인관계에서 그 누구도 타인의 부모나 자녀가 되어서는 안 되기에, A를 제외한 CP, NP, FC, AC의 에너지를 모두 내면으로 돌려서 "바르게 살자(CP), 스스로를 돌보자(NP), 자유롭게 살자(FC), 양보하며 살자(AC)" 의 다짐을 할 수도 있다. 만일 이 에너지들을 타인에게 쏟는다면 "똑바로 살아라(CP), 내가 다 챙겨주마(NP), 네 멋대로 살아라(FC), 네가 나한테 맞춰줘라(AC)" 의 메시지를 스트로크로 쏟아내는 민폐꾼이 되기 때문. [5] 김종호 (2008). 교류분석(TA)의 자아상태 측정을 위한 한국형 Egogram 척도개발. 상담학연구, 9(3), 877-903. [6] 배우자, 고객, 직장 후배, 상사로 나뉜다.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면 "이런 유형이 직장 상사가 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다" 등 찝찝함을 느낄 만한 지문이 많다. [7] 테스트 주소 창의 맨 뒷부분에서 C를 B로 치환하기만 하면 바로 해당 검사결과로 이동하므로 쉽게 비교할 수 있다. [8] 이런 화법을 Yes, but 화법이라고 한다.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Yes, but 화법이라 하면 고객에게 정중하게 반론하는 좋은 대화법이라고 여겨지고, 토론을 할 때에도 먼저 동의하고 그 다음에 반론을 전개하면 분위기가 격앙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TA가 관심을 갖는 게임 상태는 상황이 다르다. 자신이나 타인을 깎아내리는 부정적 스트로크를 쏘아대는 사람을 아무리 뜯어말려도 Yes, but 화법으로 치워버리고는 계속 자기 할 말만 하겠다는 심보이기 때문이다. [9] 이영호, 박미현 (2011). 관계의 미학, TA. 학지사. [10] 마찬가지로 어그로에는 병먹금이 답인 이유도 TA로 설명될 수 있다. 트롤러에게 고통스러운 상황은 부정적 스트로크가 돌아오는 경우가 아니라 아예 스트로크가 없는 경우이며, 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부정적 스트로크를 유발시키는 게 바로 어그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