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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30 16:22:43

공산당 투표

1. 개요2. 설명3. 관련 문서

1. 개요

대한민국에서 쓰이는 개념으로 공산독재국가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투표 결과가 거의 만장일치로 결과가 나오는 것을 비꼬거나 사실상 의미없는 투표를 비판하는 어휘이다. 쉽게 얘기하면 거수기. 이후 이것이 일반적인 사회어휘로 넘어오면서 자신의 의지 없는 찬성표나 외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던진 찬성표에 의해 높은 일치된 투표결과를 말하게 되었다.

외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소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는 선거나 강제적인 만장일치 등의 허울뿐인 투표를 파시즘 투표 혹은 스탈린주의적 투표라고 한다.

2. 설명

스탈린 시절 소련, 마오쩌둥 시절 중국, 엔베르 호자 시절 알바니아를 비롯한 공산권이나 195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의 북한에서 반대되는 의견을 냈다가는 숙청당하거나 어디 무시무시한 곳으로 끌려가기 십상인 관계로 투표할 때 무조건 동의한 결과 만장일치가 나왔다. 중국이나 북한에서는 미국에 대한 대항의지로 포장했으나 각 국가에서 비아냥을 사기 딱 좋았다.

물론 공산국가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닌데 오히려 흐루쇼프 이후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공산권과 덩샤오핑~ 후진타오 시기의 중국은 제3세계의 독재정권보다 어느 정도 민주적으로 당내에서 투표를 하고 있었다. 사실 공산당도 네팔[1], 가이아나, 페루[2]처럼 다당제 하에서 집권하는 경우도 많은지라 조금 억울하긴 하다.

오히려 '공산당 투표'는 사상,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독재국가 상당수에서 쓰이는 수법이다. 대표적으로 일당제 하의 독재국가들에서 99%대, 아주 넓게 봐도 90%대의 찬성이 나오는 것은 언급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흔한 일이며 심지어 1961년 아이티 대통령 선거와 2002년 이라크 대통령 선거에서는 단 한 표의 반대표도 없이 모든 투표자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한다.

꼭 국민을 억압하여 강제로 찬성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간선제를 하고 그 간선제에서 실제로 정당이나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투표를 하는 대상자를 지배정당이나 통치자의 지지자로 꽉 채우는 방식도 공산당 투표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대한민국에서도 제4공화국 당시에 비슷한 일이 행해졌으며, 대만에서도 초기 선거를 보면 장제스가 99.39% 득표로 당선되거나 장징궈가 98.34% 득표로 당선되는 등의 일이 일어났는데, 당시 대만의 총통선거가 국민대회에서 선출되는 간선제 방식이었고 이 국민대회가 중국국민당 인사들로 꽉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수하르토도 박정희, 장제스 부자와 비슷한 ' 체육관 선거'를 통해 보여주기식 간선제 선거만으로 정권을 '연장'했다.

은밀히, 아니면 대놓고 부정선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한민국은 부통령 선거에서 자유당 대표 이기붕을 당선시키기 위해 정치깡패를 동원한 부정 시위를 조장했고 개표 당시 이기붕의 득표수가 전체 유권자보다 많아지자[3] 부정선거임이 들통날까봐 걱정한 자유당은 급히 이기붕의 득표수의 절반 가까이를 무효표라고 깎아내서 이기붕이 79.2%의 득표율로 부통령에 당선된 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3.15 부정선거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러시아의 집권 여당 통합 러시아 140%로 잘 알려진 2011년 러시아 총선 사태 당시 체첸 지역에서 107%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고, 심지어 프랑수아 뒤발리에 시기 아이티에서는 문자 그대로 모든 투표지에 찬성표를 표시한 채 투표를 진행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4]

현재 중국은 공산당 일당체제에 대한 비판만을 제외한다면 의견탄압은 많이 줄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런 현상이 줄었지만[5] 여전히 공산당이 추천한 후보가 향/진 같은 지방의회 선거에 단독으로 나오는 건 변함없다. 북한은 때에 따라 그나마 구색을 맞추려고 일부러 98.*%로 떨어트려 높은 단결력이 나왔다고 하거나 더 좋은 의견이 나와서 그렇다는 식으로 여전히 포장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두 다 찬성투표하자!는 북한의 구호가 변하지 않은 것을 보면 공산당 투표는 여전한 듯하다.

대한민국의 유신 헌법체제 당시 이 개념을 이용해 박정희 독재정권을 비판한 사례가 있었다. 제9대 대통령 선거가 체육관 선거로 진행되자 재야 민주 단체인 한국인권운동협의회에서 이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만들어서 뿌렸다. 유신헌법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 법으로 금지되자 당시 반공 교과서에서 북한의 100% 투표, 100% 찬성인 공산당 투표를 비판하는 내용과 유신 헌법 기관인 통일주체국민회의의 99% 찬성을 내용으로 한 신문 기사를 같이 올린 유인물이 존재했던 것. 당시 공식 교과서와 검열을 통과한 신문 기사를 짜깁기한 것이라서 당시의 법률로도 처벌할 수 없는 기발한 방식이었다. 조갑제는 저서 <유고>(1987)에서 "유신시대에 나온 수많은 지하 유인물 중에서 이것만큼 간결하고 탁월하며 뚜렷한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평가하였다.

3. 관련 문서



[1] 야당 중에 무려 주체사상을 모토로 한 네팔 노동자농민당도 있다. [2] 근데 2021년 페루 대선처럼 농촌 도시 차이가 극심한 선거는 마오주의 선거라고 하기도 한다. [3] 심지어 어느 지역에서는 이기붕이 무려 115%의 득표율을 얻었다고 한다. [4] 1964년 4월 14일에 있던 종신 대통령제 찬성 투표가 바로 그것이다. 이 선거에서의 찬성율은 겨우(?) 99.9%. [5] 공산당을 제외하고 다 바꾸자는 운동 이후로 많이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