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견

"능히 적중할 수 있겠는가?"

"소싯적이었다면 맞추지 못했겠지만, 지금은 연로하여 저 정도는 바로 맞출 수 있습니다."

"다시 시도한다면 능히 적중할 수는 있겠는가?"

"적중하지 못한 것이 기이한 일이지, 어찌 적중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적은 무리로 대적하기보다는 굳게 지키는 것이 낫습니다."

"굳게 지킨다한들 능히 전투를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성년이 된 이래로 공명(功名)에 뜻을 두어왔건만, 이처럼 궁박한 상황에 놓인 것이 어찌 하늘의 소행이 아니겠는가! 구차하게 목숨을 구할 바에야 죽음으로써 절개를 지키리라!"

"이제는 곤궁한 지경에 이르러 쓸만한 계책도 남지 않았다. 경들은 이만 떠나도 좋으나 나는 여기 남아서 죽겠다."

"부군(府君)께서 떠나시지 않는다면 저희 역시 떠날 수 없으며, 단지 함께 죽을 뿐입니다!"

"나는 도망치는 것을 막지 않겠다! 지금 마땅히 경들과 다시 한번 결투(決鬥)에 임하되, 만약 지탱할 수 없는 형세가 된다면 경들은 나를 돌아보지도 말고 재빨리 전장을 떠나도록 하라!"

"그대의 할아비와 아비 모두 진나라를 섬기며 대대로 진나라의 신하였거늘, 어찌하여 본인의 뿌리를 배반하여서는 곧바로 항복하지 않았는가?"

"진나라가 중화(中華)를 버린 것이지, 내가 배반한 것이 아니다. 주인을 잃은 백성은 강한 쪽에 붙어 안녕을 추구하는 법이거늘, 어찌 절개를 고친 것이라 할 수 있느냐! 나는 성인이 되고 관직에 올라 조나라부터 연나라에 이르기까지 뜻을 쉬이 바꾸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대는 어찌 홀연히 항복을 권할 수 있는가?"

"수자(豎子)야! 이 내공(乃公)께서 어찌 아녀자를 섬길 수 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