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소년 챔프(지금의 코믹 챔프)의 초기에 연재되었던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 92년 연재가 완결되었으며 단행본은 상하 2권으로 나왔다.헤비메탈6 ⇒ 에일리언 킬러 ⇒ 바이오솔져 가이 ⇒ 타임시커즈로 이어지는 이태행의 작품세계의 첫 작.
SF만화가로 유명한[1] 이태행이 그림을 그렸고 글은 김은기가 썼다.
이태행은 에일리언 킬러 때까지는 김은기 글로 연재를 하다가 이후 바이오솔저 가이 때부터 자신의 오리지날 작품으로 돌아간다.
여담인데 스토리를 맡은 김은기는 블랙 코브라로도 알려져 있지만 그도 70~80년대에 만화가로 왕성하게 활동한 사람이다...
다만 요즘 보자면 표절 논란이 된 만화도 여럿 그렸는데 마크로스에 나온 발키리를 그대로 베낀 변신로보트라든지 여러 만화를 그렸던 바 있다. 페니웨이 블로그에 소개된 그의 만화.
제목의 헤비메탈6는 음악 장르 헤비메탈하고는 전혀 상관없고, 작중에 등장하는 인간 저항군의 부대명이다.
중장갑 부대는 헤비메탈, 경장갑 부대는 라이트메탈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헤비메탈 부대도 애초의 9개에서 5개만 남았고, 18개였던 라이트메탈 부대는 작중 시점에서 이미 모두 전멸. 헤비메탈6는 '제6 중장갑 돌격대'라는 의미로 주인공 격인 부대이다.
2. 줄거리
가까운 미래, 인공지능 방위 시스템 "아르고"가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킨다. 아르고는 핵전쟁 을 일으키고 인류 문명을 멸망시키고, 다양한 살인로봇 병기들을 만들어서 인간을 사냥한다.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들은 저항군을 조직해서 저항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이 계속된다.미래 세계는 아르고라고 불리는 슈퍼컴퓨터에게 장악되었으며, 아르고는 메탈솔저, 바이오솔저 등의 기계병기들로 인간을 사냥해서 멸종시키려고 한다. 원래 아르고는 군사 및 첩보용 슈퍼컴퓨터로 전쟁 억제를 목적으로 적대 대상에게 가장 효율적인 폭력을 행사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인간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는 걸 수없이 목격하면서 "인간이야말로 가장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다"라는 결론을 내었고, 그로 인해 각종 최첨단 대량살상무기의 제어권을 쥔 아르고가 폭주하여 인류 절멸을 꾀한 것. 메탈솔저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계인간,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간 가죽이 벗겨지면 나오는 그 쇳덩어리 해골 뼈다귀 병사들이다. 반면 바이오솔저는 복제인간으로 탑승형 장비[2]를 조종하거나 기타 지원업무에 활용된다.
인간 측이 성문 분석으로 메탈솔저를 탐지하자 죽은 인간병사의 성대를 잘라 이식해서 만든 메탈솔저가 침투하는 에피소드로 시작된다.
이 때 외피를 뜯어내고 실체를 드러내는 장면은 굉장히 섬뜩하게 그려져서 충격을 받은 독자들도 많았다.
주인공은 한국인 은철, 통칭 철이라고 불리며 '헤비메탈6'라는 부대의 대장이다. 작중 미래 세계에서 기계와 맞서 싸우는 레지스탕스는 라이트메탈과 헤비메탈이라는 두 가지 방식의 부대로 나뉜다.
라이트메탈은 '경장갑 돌격대'라고 해석되었고, 헤비메탈은 중장갑(강화형 갑옷)으로 무장한 부대이다. 그런데 사실 헤비메탈6의 부대원들이 주인공이고 대다수 출연이기에 큰 의미는 없다(...).
무사히 기지를 지켜냈지만 이는 양동작전으로 메탈솔저들이 한쪽에서 깽판치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인간을 복제해서 만들어낸 바이오 솔저들이 아이들을 납치했다. 바이오솔저 생산에 사용한다고 하며 이에 헤비메탈6 부대원들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아르고의 기지로 쳐들어가 아이들을 구하고 탈출했으나 앗트앗트[3]를 맞아 은철이 시간을 벌었고 이 희생으로 헤비메탈6는 무사히 퇴각했다. 은철은 이후 고생 끝에 다시 기지로 귀환했고 앗트앗트에서 빼낸 디스크로 아르고에게 이르는 비밀통로인 '필그림스 터널'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폐허의 지하에 만들어진 저항군 기지에는 식량과 에너지가 점점 떨어져가고, 먹을 것은 통조림 뿐인데 그나마도 방사능에 오염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 하드디스크를 해독하는 동안, 기계들은 전쟁 전에 중국에서 발사해 두었던 레이저 공격위성 강격(强擊)을 사용해 레이저 공격까지 가한다. 저항군은 강격을 해킹해서[4] 기계들의 공장을 타격함으로써 오히려 기계들에게 한 방 먹여준다.[5]
하지만 뒤이어 아르고는 보다 강력한 저궤도 레이저 공격위성 굉격(轟擊)을 쏘아올리고 은철의 기지 및 남아있는 인간들의 아지트를 박살내겠노라고 전문을 보내서 저항군은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다. 한편 아르고에게 저항하는 다른 인류 거주구의 저항군들이 광선검(...)을 들고 굉격을 통제하는 곳으로 쳐들어갔으나 홀로그램에 낚여서(...) 부대원들이 전멸한다. 그리고 아르고는 헤비메탈6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이전까지 가장 거주환경이 좋았던 아마존 밀림에 위치한 다른 인류 거주지구를 포격으로 소멸시켰다. 그런데 은철이 가져온 디스켓에서 컴퓨터 팀이 메시지를 해독하여 "아르고"의 중추로 통하는 단 하나의 루트인 필그림스 터널(순례자의 통로)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이 루트는 아르고가 폭주할 것을 대비하여 한 명의 프로그래머가 아르고에게 자폭 프로그램을 넣어둔 것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은철과 헤비메탈6 부대는 최후의 결전을 위해 그 통로를 찾아간다. 굉격이 점점 다가오는 그 순간, 헤비메탈6 부대원들은 드디어 순례자의 통로를 발견한다. 아르고에게 이르는 통로답게 적외선 감시통로, 살인기계등등이 포진했고 강화형 메탈솔저까지 나타났으나 모두 격퇴, 이 와중에 한명이 사망. 순례자의 통로를 못찾아서 열받은 김에 아직도 전쟁 전 물건이 남아있는 음료수 자판기를 발견하고 두들겨 꺼내 마시려고 했는데, 그것마저도 부비트랩이어서 폭발했다. 그 여파로 뒤에 숨겨진 통로가 나타나고, 통로를 돌파하면서 여긴 내게 맡기고 앞으로라는 식으로 부대원이 한 명 한 명 쓰러져 가고 은철만 남는다. 은철만이 마지막 경비병으로 등장한 최신형 메탈솔저들에게 포위된 순간, 뒤에서 대형 메탈솔저를 막느라 남았던 파워 로더를 탄 병사가 빈사상태로 돌아와서 신형 메탈솔저들을 쓸어버린 뒤 부상이 악화되어 죽은 조카에 대한 회한과 은철에게 복수를 부탁하고 사망. 오열하던 은철은 악에 받쳐 통로의 끝으로 달려갔고 거기서 천개의 눈을 가졌다는 슈퍼 컴퓨터 아르고를 만난다.
아르고는 처음 보기에는 거대한 슈퍼컴퓨터였지만 액체금속으로 인간 형태를 형성해 3번째 통로에서 전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오다니 놀랐다며 은철을 조롱하지만, 은철은 계획대로 총탄을 퍼부어 아르고를 일시정지 상태로 만든 뒤 자괴 코드[6]를 입력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먹통. 재차 삼차 입력해도 먹통이라는 메시지에 은철은 비명을 지르고 잠시 후 아르고는 기능이 회복되어 형상을 재구성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아르고의 낚시였다. 순례자의 통로는 자신이 흘린 가짜 정보이며 인간이 얼마나 발버둥치는지 보려고 게임으로 벌인 것. 모습을 드러낸 아르고는 은철과 인류의 처절한 노력을 비웃는다. 굉격은 저항군의 아지트를 공격하기 직전이고 모든 것이 절망인 상황.
바로 그 순간, 어디선가 음성이 들려온다. 은철은 어리둥절해 하지만 그것은 바로 신(...) 의 목소리였다.
"자, 아들아. 아르고를 파괴할 암호는 너의 모국어인 한글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인류에게 시련을 주고 성장시키기 위한 절대신의 안배였던 것이다.(...)
신은 은철에게 아르고를 부술 수 있는 진짜 파괴 코드[7]를 알려준다. 은철이 코드를 입력하자 아르고를 비롯한 모든 기계군단이 차례차례 파괴되어 버린다. 인류는 승리한 것이다.
무너지는 기지를 은철은 환하게 웃으며 탈출한다. 간지나게도 신님께서는 "가라 아들아...!!" 하고 격려까지. 아르고의 파멸로 굉격은 기능이 정지했으며 이에 아지트의 사람들은 은철의 부대가 아르고를 박살냈음을 알고 환호한다. 그 뒤 일주일동안 내내 비가 내렸고 은철은 근처 폐허에서 오염되지 않은 깡통식품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리고 일주일 후, 드디어 해가 났고 밖으로 나간 철은 몇년만에 환한 태양을 보며 핵전쟁으로 오염된 토지에서 새싹이 돋아났음을 발견하고 조심스레 그것을 뜬다.
"싹이 돋았어...이 불모의 대지 위에......"
그리고 조심스럽게 싹을 퍼내 손에 담고 감격하던 은철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고 그곳에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떠 있었다.
3. 평가
3.1. 비판( 영화 터미네이터 등 표절)
김은기가 글을 쓴 만화에서 그런 경향이 많지만,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다시피 기본적으로 당시 인기 있었던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미래 전쟁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 엔도 스켈레톤 상태로 우글우글 돌아다니며 당연히 설정은 " 인간 기지에 침투해서 파괴한다" 터미네이터의 설정과 똑같고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아니지만 인간형 외피를 입고 다니는 것도 있다. 마지막에 나오는 아르고의 외부단말은 대놓고 T-1000이다.등장하는 메카닉 가운데는 에일리언 시리즈나 스타워즈에서 등장한 것을 그대로 따온 것이 많다. 상권 표지의 주인공이 타고 있는 것은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듯이 에일리언의 파워 로더, 기계군단의 메카닉 중에는 AT-AT도 등장한다![8]
3.2. 옹호
당시 만화계에서는 엄청난 수준의 퀄러티(사실 지금봐도 그렇다)를 자랑하며 스토리 또한 긴장감 있게 사건들이 터지면서 몰입하기도 좋았으며 거대한 미래전쟁의 스케일이 부족했었던 터미네이터의 갈증을 마음껏 해소시켜 주었던 역작 이당시만 하더라도 터미네이터가 아직 본격적인 미래전쟁 시리즈 후속편이 나오지 않았었다. 물론 후속작이 나온 지금에 와서는 의미가 완전히 퇴색했지만 최소 의의는 충분했다.메탈솔저는 터미네이터처럼 과묵한 사나이가 아니라 재잘재잘 잘도 떠들며, 심지어 자신에게 바이오솔저한테나 통하는 총알을 쏘는 헤비메탈 부대원에게 손가락을 저으며 "쯧쯧쯧...너희 교본에 나와있지 않던? 그런 몇밀리짜리로는 메탈솔저 장갑에 이빨도 안 먹힌다고" 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그리고 에일리언(영화)의 헤비로더를 빼다박은 육박전 기어에 물리적으로 박살.
후반부에는 아르고 가 인간들을 낚았다는 것과 간지나게 본체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신(...)의 등장으로 아르고가 캐발ㅋ살ㅋ 이라는 예상치 못한 그 당시로는 반전이었다는 점에서 예상을 몇번 뛰어넘었던 작품이다. 물론 그렇게 뛰어넘는 방식은 고전 그리스 시절부터 평가가 안 좋았지만.
지금 봐도 퀄러티의 수준은 흠잡을 곳이 없으며 스토리도 상, 하 두권짜리라서 늘어지는 것이 없이 긴장감 있게 읽는 것이 가능하다.
당시 김은기 작가는 만성신부전증으로 투석을 해가며 연재를 진행했다고. 코믹챔프 창간호(인가? 2호인가?) 작가 인터뷰가 나오는데 얼굴이 핼쑥한 모습에 이미 누가봐도 아픈 사람처럼 나온다. 연재 당시 인기가 많았음에도 상/하 2권으로 연재를 마무리 했던 이유는 건강이 나빠져서였다고 한다.
이태행 작가 특유의 암울한 분위기는 에일리언 킬러에서 잠깐 가셨다가 바이오솔져 가이, 타임시커즈까지 이어진다.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부분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는지 에일리언 킬러라는 작품을 연재했고 바이오솔저 가이의 초반부는 영화 프레데터를 연상케 한다.
절망 속에서도 처절하게 싸워나가는 미래전쟁의 장렬한 분위기 묘사는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고 터미네이터에서는 간간히 회상이나 꿈에서만 나오던 ' 기계에게 정복된 암울한 미래세계' 에서 인간이 기계에게 맞서 싸우는 것을 그리고 있어서 당시 터미네이터를 보면서 도대체 미래 세계에서 기계와 인간의 전쟁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라고 궁금해하던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저 짝퉁 터미네이터만은 아니다.
지금 보면 배경이 좀 허술하다느니, 몇가지 설정이 허술하다느니, 베꼈다느니 하는 소리가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배경 같은 경우는 핵전쟁 후 지구라는 컨셉은 다른 곳에서도 많이 나오던 것이고 설정은 급박하게 전개되는 스토리에 과히 방해되지 않는 수준. 베꼈다는 평을 들을 수 있는 것은 터미네이터, 파워 로더, 앗트앗트 정도인데... 당시는 지금과 달리 창작물 저작권에 대한 법규가 약했기 때문에 만화계에서 흔히 있었던 일이었다. 또한 지금처럼 미디어가 발달한 시절이 아니었고, 혈액 투석 중에도 김은기 작가는 원고료만 들어오면 일본 헌책방을 드나든 것으로 유명하다.
훨씬 후에 제작된 터미네이터4가 이 작품 플롯과 상당히 유사하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작품의 모티브가 된 터미네이터 시리즈 정식 넘버링 작품임에 불구하고 내러티브적 긴장감과 비장함이 헤비메탁6 보다 떨어지는 결과물이 되었다.
4. 여담
- 이 작품부터 이태행 작가는 이미 담당 기자의 속을 시커멓게 태웠다고 한다. 한번은 마감시각까지 원고가 도착하지 않아 화실에 전화를 해보니 어시 왈 작업된 분량은 전혀 없고 선생님은 동해바다에 가셨다(...)고 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 이태행 작가는 한때 일본에서도 활동하다가 지금 미국에서 활동 중이라고 한다.
[1]
하지만 잦은 연재중단, 원고펑크등으로 명성 못지않게
욕도 많이 먹었다.
양영순작가와 비슷한 점.
[2]
'워킹 발칸'이라는 2문의
발칸포로 무장한 2족 보행 로봇, 4족 보행형 전차
앗트앗트 등
[3]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에서
제국군이 타고 나왔던 4족보행 로봇(...)
[4]
해킹을 할 때 쓴 암호가 적시(積屍 - 시체 더미 또는 시체를 쌓다, 죽음을 쌓다)인데, 밤하늘을 보다 눈에 띄는 별의 이름이 적시라는 걸 동료에게 듣고서는 아르고가 쓸 만한 암호라고 생각해서 입력해본다.
[5]
이 때 알아낸 패스워드가 한자로 殺(죽일 살)
[6]
do mnor vimos. '주여, 우리 왔나이다'란 뜻. 결말을 생각하면, 이 또한 암시
[7]
"신은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은 아르고를 만들었다."
[8]
챔프에서는 나중에 아예
에일리언이 대놓고 나오는
에일리언 킬러라는 작품이 연재되었고,
프레데터를 그대로 따온
육식동물이라는 만화도 연재되었는데, 당시가 저작권 같은 것은 신경도 안쓰던 시기였기는 하다. 다른 예시로 게임도 표절했다. 청소부가 우주를 구하는
어드벤처 게임
갤럭시 퀘스트를 '서울창작집단' 이름으로 단편화했던 바람에, 작중에서 우주선이 파괴되어 탈출하는 주인공이 그 급박한 와중에 깨진 유리조각 같은 것을 챙겨가는 모습에 어린 마음에도 이상하게 여겼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