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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6-17 10:30:09

지옥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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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지2. 영국의 그래픽노블
2.1. 개요2.2. 줄거리2.3. 등장인물2.4. 특징2.5. 영상화


From Hell

1. 편지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FromHellLetter.jpg
원문[1] 번역본[2]
From hell

Mr Lusk

Sor
I send you half the
Kidne I took from one women
prasarved it for you tother pirce
I fried and ate it was very nise I
may send you the bloody knif that
took it out if you only wate a whil
longer.

signed
Catch me when
you Can
Mishter Lusk
지옥으로부터

러스크 씨

슨생
내가 한 여자에게서 꺼낸 싱장의
반을 당신 앞으로 보내오
당신을 위해 냄겨뒀지 나머지 반은
내가 구워먹었는데 아주 마싯엇어
조금만 더 기달려 주며는 이걸 꺼낼 때 쓴
피믙은 칼자로도 당신 앞으로 보내드리리다.

서명
잡을 수 있게
되면 잡아보시오
러스크 시

잭 더 리퍼가 캐서린 에도우즈를 살해한 후 화이트채플 감시위원회의 위원장 조지 러스크에게 보낸 편지 서두에 적혀 있던 문구이다. 편지와 함께 피해자 캐서린 에도우즈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장 하나도 같이 왔다고 한다.

다만 이 편지가 실제 에도우즈를 살해한 진범이 보낸건지는 확실하지 않다. 동봉되어 있던 신장이 사건 현장에 남아 있던 에도우즈의 오른쪽 신장과는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 이 때문에 당시 경찰과 의사들은 진범이 아닌 신장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의대생이 보낸 장난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으며, 현재까지 이 편지를 보낸 이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오늘날이야 동봉된 신장에서 DNA를 체취해 대조해 볼 수 있겠지만 당시는 과학 수사기법이 없었고, 기록물 보관이란 개념도 희박하던 시기인데다 시간이 흘러 영국 본토 항공전이 터지는 바람에 런던 경찰국이 독일 폭격기의 공습을 맞으며 증거물 대부분이 소실되어 버렸고 현재는 사본으로만 남아있다.

2. 영국의 그래픽노블

역대 아이스너상 시상식
파일:cci2020_eisnerlogo.png
최우수 그래픽 앨범 - 재간
제12회
(1999년)
제13회
(2000년)
제14회
(2001년)
배트맨: 롱 할로윈 프롬 헬 지미 코리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

파일:프롬-헬.jpg

2.1. 개요

앨런 무어가 스토리를 짜고 에디 캠블(Eddie Campbell)이 그림을 담당했다.

전설적인 살인마 잭 더 리퍼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작품으로 단행본 두께가 600페이지 정도 된다. 프리메이슨이나 왕실개입 음모론을 다루고 있어서 허무맹랑하거나 가벼운 음모론 만화라는 오해를 할 수도 있으나 책 말미에 18장이나 되는, 웬만한 학술서 버금가는 주석의 양만 봐도 알겠지만 매우 진지하고 깊이가 깊은 작품이다. 사실 이 책의 진정한 주제는 19세기 말 산업혁명 시대의 (그리고 또한 현재의) 영국에 대한 비판과 풍자이고 잭 더 리퍼 사건과 음모론은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는 시공사에서 정발. 단, 밑에서 언급되는 잔혹한 묘사와 성교가 여과없이 묘사되는 장면들 때문에 19세 구독 불가 딱지가 붙었다. 물론 진지한 작품인지라 성관계가 꼴리지 않고 매우 지저분하게 묘사된다.

작중의 잔혹한 묘사[3]와 더불어 작품 속 주된 정서도 읽는 기분을 안 좋게 할 만큼 암울하다. 일반적인 범죄물이나 추리물 읽듯이 접근하기에는 힘든 작품.

2.2.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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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걸 경과 함께하는 신나는 영국 오컬트 투어

1929년 9월 영국의 본무스 해변가에 썩어가는 갈매기 시체가 누워 있다. 갈매기 시체 앞으로 두 노인이 다가오는데 이들의 이름은 프레더릭 애벌라인, 로버트 제임스 리, 각각 경찰, 영매로 일했던 인물이다. 이 둘의 대화를 통해 이들이 잭 더 리퍼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암시된다. 즉, 이들은 과거 잭의 정체를 알아냈었고 모종의 이유로 입을 다물고 지금껏 살아왔다는 것이다.

시점은 다시 뒤로 돌아가 1884년의 런던. 독일 화가인 발터 지커트와 앨버트 왕자는 사회 견학을 나온다. 앨버트 왕자는 사탕가게 점원 아가씨인 애니 크룩과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왕자의 탈선 행위를 친구인 발터 지커트는 말리려 하지만 왕자의 고집 앞에 굴복하고 만다. 한편 발터는 잭 더 리퍼의 최후의 희생자인 메리 켈리와 아는 사이였다.[4] 애니 크룩의 딸을 봐주고 있던 메리 켈리, 발터는 외출에서 돌아오다가 빅토리아 여왕이 보낸 신하들에 의해 앨버트와 애니가 헤어지게 되는 걸 목격하게 된다. 여기서 메리와 애니는 지커트의 쾌활한 남동생인줄 알았던 앨버트가 실은 영국의 왕족임을 깨닫는다. 앨버트는 강제로 마차에 실려 궁전으로 끌려가고, 애니 역시 마차에 태워지고 정신병원으로 향하게 된다.

한편 돈이 궁해 갱단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던 메리는 친한 매춘부들[5]과 짜고 앨버트 왕자의 왕실 스캔들을 이용해 왕실을 협박하려 한다. 메리와 매춘부들은 발터에게 편지를 보내 왕자가 평민 여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단 사실을 발설하지 않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 이 돈을 낼 여력이 없던 발터는 편지를 왕실에 알리게 된다. 소식을 들은 빅토리아 여왕은 매춘부들이 앨버트 왕자의 추문을 발설하지 못하게 할 작정으로 왕실 주치의 윌리엄 걸 경을 불러 매춘부들을 살해할 것을 명령한다.[6]

잭 더 리퍼가 되는 윌리엄 걸 경은 바지선을 운영했던 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자신에게는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가 되라는 사명이 주어졌다 믿는 인물이다.[7]걸의 과거를 다루는 부분에서 걸의 성격이 어렴풋이 드러나는데 그는 죽은 아버지의 눈을 손으로 뜨게 만들어 놓고 웃거나 쥐를 잡아서 해부하는 등, 잭 더 리퍼의 사악함을 어려서부터 갖춘 인물이었다.걸은 의학에 재능이 있었고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프리메이슨에 가입하게 된다. 의학계에서도 프리메이슨에서도 승승장구했었지만 걸은 아직 하나님이 자신에게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업적을 세울 기회를 주지 않은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어느날, 칠순이 되어 늙어버린 걸 앞에 프리메이슨의 신격 존재인 자불온[8]의 환상이 나타나고,[9]이 환상을 보게 된 걸은 이 시점부터 점점 종교적 광신에 빠지게 된다. 인간을 벗어나 초월적인 존재에 이를 만한 업적을 이루고 싶다는 광신적 야먕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야망에 희생되는 첫 대상은 앨버트 왕자의 딸을 낳은 애니 크룩이었다. 그동안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던 애니는 치료 명목으로 걸에게 수술 당해 미쳐버리고 만다.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매춘부들의 살해를 명령받은 걸은 마부 네틀리[10]를 포섭하여 자신의 매춘부 살해를 도울 것을 명한다. 그리고 걸은 네틀리에게 자신의 야망과 욕망을 털어놓는다. 걸의 목적은 1차적으로는 여왕의 명에 복종해 왕실을 지키기 위해 매춘부들을 살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숨은 진짜 목적은 "사악과 거짓, 비이성의 화신"인 매춘부들을 죽여 신들 앞에 제물로 바쳐 자신이 어려서부터 꿈 꿔온 초월적 존재가 되겠다는 것이었다.여기서 걸은 런던의 온갖 장소를 돌면서 이 매춘부들의 살해가 가지는 오컬트적 의미와 장소적 연관성과 당위성에 대한 썰을 풀기 시작한다.[11] 이 장면에서 윌리엄 위시 걸의 정신착란, 자신만의 위대한 업적을 이루고 싶다는 욕망, 여성혐오적 사상[12]이 드러난다. 윌리엄 걸의 오컬트적인 무시무시함(...)에 기가 질린 네틀리는 이건 악마적 의식이라며 도망치려 한다. 그러나 걸은 네틀리의 목을 붙잡고 네틀리가 몰고 다니는 말의 해와 달 장식의 오컬트적 상징을 확인시킨다. 즉 네틀리 같은 마부도 이 오컬트적 진리 앞에서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 걸은 이 모든 것이 신과 거대한 질서에 의해 예비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하여 걸과 네틀리는 매춘부들을 하나 하나 처리하기 시작한다. 자세한 내용은 잭 더 리퍼 문서를 참조. 아이러니하게도 영국 사회는 걸이 여성들을 살해할 때마다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다.[13] 잭을 사칭한 온갖 가짜 편지와 잭을 잡기 위한 엉터리 수사 조언이 신문사와 경찰서에 날아든다. 런던 경찰청은 발칵 뒤집히고, 잭 더 리퍼를 잡기 위해 앞서 등장한 프레더릭 애벌라인이 화이트 채플에 파견된다. 그러나 애벌라인이 열심히 변죽을 울리는 동안 매춘부들은 확실하게 하나씩 살해되고 있었다. 게다가 경찰청장이었던 찰스 워렌 역시 프리메이슨이었기 때문에 걸이 여왕 명대로 살인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상황. 그렇기에 걸이 온갖 프리메이슨 느낌이 나는 살해방식을 사용해도 워렌은 프리메이슨과의 연관성을 차단하기 위해 증거를 없애는 만행까지 벌인다.[14] 한편 걸은 매춘부들을 살해하는 일종의 제의를 수행하며 20세기의 환영들을 보게 된다. 걸은 이것을 신이 자신을 20세기-이성과 과학, 남성적 힘의 승리의 시대를 가져 온 선각자로 여기고 있다는 증표로 여긴다. 이런 속사정을 모르는 네틀리나 일반 런던 시민들, 같은 프리메이슨 혹은 빅토리아 여왕이 보기에는 걸은 미치광이 살인마일 뿐이었다. 결국 걸의 광신은 그의 몰락에 일조하는 원인이 된다. 게다가 걸은 프리메이슨의 방식대로 매춘부들을 희생시킨답시고 희생자의 목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긋고 내장을 빼서 어깨 위에 걸치는 등 잔혹성과 광기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빅토리아 여왕의 방조로 걸의 살인 행각은 통제되지 못한다.[15]한편 앞서 등장한 영매 로버트 제임스 리는 남편을 잃은 여왕의 개인 영매로 등장한다. 리는 있지도 않은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앨버트 공의 영혼을 묘사하며 여왕에게 사기를 치고 있는 중이었다. 사기극을 끝내고 나온 리는 걸을 만나 반갑게 인사한다. 그러나 걸은 리가 사기꾼임을 지적하며 조롱한다. 모욕을 당한 리는 복수를 다짐한다.

걸은 그 와중에 자신이 메리 켈리인 줄 알고 살해한 매춘부가 실은 우연히 그 이름을 빌린 캐서린 에도우즈임을 깨닫고 마지막으로 남은 매춘부인 메리 켈리를 살해하려 한다. 그리고 여기서 왜 이 그래픽 노블의 제목이 "프롬 헬"인지 드러나게 된다.

제목인 프롬 헬(From Hell)은 잭 더 리퍼를 자처하는 인물이 당시 경찰서에 보냈다는 실제 편지의 첫 문구에 기인하고 있다. 만화에서는 이 '프롬 헬'이라는 문구가 나온 경위를 이렇게 표현한다.
윌리엄 위시 걸 : 그래서? 왜 날 이곳으로 부른거지?

네틀리 : 그, 그게. 윌리엄 경께서 여자를 하나 더 죽여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저, 전 끝난 줄 알았어요. 더, 더이상 못하겠어요. 충분히 했다고요.
제 말은 시,신문에 다 나 버렸어요. 어딜 보든 기사가 뜬다고요...저는 그저 보통 사람입니다. 그게 다예요. 이, 이제 제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윌리엄 경. 제 솔직한 마음이에요. 솔직한 제 마음입니다.

윌리엄 위시 걸 : 자, 자. 네틀리 자아.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알려 주지.
우리는 지금 인간의 머릿속, 가장 깊숙하고 완전한 곳에 있네. 어두운 잠재의식의 지하 세계. 남자들이 자신들과 만나는 빛나는 심연. 지옥이야. 네틀리. 우린 지옥에 있어.
그래. 언론과 대중들은 이 나마저 성적도착증을 가진 살인마로 여기고 있어! 내가 만약 창녀 대신 예술가를 죽였다면 그땐 내가 예술적인 살인마가 되었을까? 하핫! 그런 게 나를 화나게 해. 그리고 지금, 엉뚱한 여자를 죽였고 죽어야 할 여자는 자유로운 상태이지. 아아. 이건 지옥이야. 제대로 알아야 해.
이것은 내가 최근까지 감탄하다가 멈춘 < 파우스트>의 지옥과 같아. 이건 이야기의 끝이야. 이게 최근에 날 괴롭히고 있어.
난 단테를 더 선호해. < 지옥편>에서 그는 지옥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 그것의 심장에 있음을 시사하지... 그리고 탈출하기 위해 우리는 더 깊이 들어가야 하고.
새로운 목적이 세워진 지금, 우리를 박해하는 자와 대면하도록 하자. 기자들은 '잭 더 리퍼'라는 쓰레기로 우릴 놀림감으로 만들고 있어. 이번엔 우리가 그 기자들을 놀림감으로 만들어야 해!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만들고 있는 전설을 다시 쟁취하세. 그들에게 더 진실한 전설을 주는 거야. 그들의 병적인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이 이야기의 '조립공'에게 진실을 소개해 주자. 말해 줘. 네틀리. 글을 쓸 수 있나?

네틀리 : 아, 그게. 글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별로 잘 못해요.

윌리엄 위시 걸: 좋아! 바로 그게 우리에게 필요한 약간의 정신 이상적인 느낌을 더해줄 걸세. 글을 쓰기에 적합한 재료들을 가지고 있나?

네틀리: 저기 저쪽에 있긴 한데요. 윌리엄 경...그래도...

윌리엄 위시 걸: 훌륭해! 내가 구술하면 받아 적도록 해. 편지를 쓸 것이다. 네틀리.

네틀리 : 편지요? 누구에게 말입니까?

윌리엄 위시 걸 : 오, 아마도 러스크 씨한테겠지. 아니면 그의 화이트채플 자경단 협회나. 궁금해 네틀리...자네라면 이런 공문을 어떻게 써 나가기 시작할 텐가?

네틀리 : 음. 뭐...저라면 "러스크 씨에게..."라고 시작하겠습니다. 윌리엄 경.

윌리엄 위시 걸 : 아, 이런 네틀리. 원래 편지는 자신의 주소를 쓰면서 시작해야 한다는 걸 모르나?
지옥으로부터(From Hell). 네틀리. 그걸 적어. 지옥으로부터.[16]

그래서 네틀리는 걸에게 설득당해 다시 걸을 돕게 되고 켈리의 소재지를 알아낸다. 한편 메리 켈리는 자신의 이름을 빌린 매춘부가 살해되었다는 것에서 누가 자신을 노리고 있는지 어렴풋하게 감지하고 있었다. 나라의 높으신 분들이 자기를 노리고 있다는 것에서 절망한 메리 켈리는 술을 퍼마시고 애인과 옆 집 세탁부 여자와 동시에 성관계를 가지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중 자신이 사탕 가게 아가씨와 저지른 사고 때문에 여자들이 죽었다는 죄책감에 빠진 앨버트 왕자[17]가 메리 앞에 나타나 탈출을 권하고 사과한다. 하지만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메리는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절규하며 앨버트를 내쫓는다.

그리고 여전히 잭 더 리퍼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던 애벌라인은 독자에게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매춘부에게 돈을 퍼주며 연애 아닌 연애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 매춘부는 메리 켈리 살해 사건 전 애벌라인 앞으로 작별 편지를 남기고 사라져 버려 애벌라인에게 창녀에 대한 혐오를 심게 된다.

1888년 11월 9일, 결국 걸은 네틀리의 도움으로 알게 된 켈리의 소재지에 침입. 켈리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난도질한다. 메리 켈리를 얼굴과 몸을 알아보기 힘들게 부수다시피 해서 조각내던 걸은 켈리의 심장을 뽑아서 불에 태우다 20세기의 현대 사무실의 환영을 목도한다. 마침내 이성과 과학이 이룩한 20세기의 진면목을 보게 되어 흥분한 걸이었지만, 걸은 이내 실망하게 된다. 20세기의, 걸의 입장에선 용도를 짐작하기도 힘든, 컴퓨터 복사기, 계산기 등은 놀라운 것들이었지만, 정작 그것들을 운용하는 사람들에게선 기쁨이나 생명력을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 자신은 이렇게도 과학과 인류의 발전에 대해 흥분하는데 20세기 인간들의 표정은 마냥 심드렁하기만 하다는 데서 실망한 걸은 이제 자신의 사명은 여기서 끝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비록 걸의 살해 행각은 끝이 났지만, 프리메이슨 입장에서 본격적으로 맛이 가 버린 걸은 여전히 골칫덩이였다.
리는 애벌라인 경위를 찾아와 환영을 보는 시늉을 하며 범인의 소재지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리는 자신을 무시했던 걸에게 망신과 모욕을 줄 목적으로 걸이 진짜 범인인지도 모른 채, 속는 셈 치고 따라오는 애벌라인을 걸의 집으로 인도한다. 그런데 애벌라인과 리 앞에서 걸이 자신이 잭 더 리퍼라고 실토해 버리는 사건이 터진다. 이 시점에서 사명을 이룬 허탈감 내지는 충족감에 빠진 걸은 앞으로의 인생에 미련이 없는 상태였다. 거기에다 걸은 리에게 "너 같은 사기꾼과는 달리 나는 진짜 환영을 본다."라며 리를 조롱한다. 충격에 빠진 리와 애벌라인은 걸을 체포하지도 못한 채(...)로버트 앤더슨 신임 청장에게 보고한다.[18]

그 역시 프리메이슨이었던 앤더슨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프리메이슨들과 모의해 잭 더 리퍼 용의자로 몬태규 드루이트라는 학교 선생을 물에 빠뜨려 희생시키고 걸을 프리메이슨 재판정에 소환한다. 소환된 걸은 자신만이 진리를 보았다며 다른 프리메이슨들을 모욕하고, 이에 프리메이슨 재판정은 걸을 죽은 것으로 위장하고 메이슨이라는 가명으로 정신병동에 감금한다.

한편 사건의 진상을 모조리 알게 된 리와 애벌라인은 입을 다물 것을 조건으로 집과 연금을 약속받는다. 정신병동에 갇힌 걸은 몇 년 후 독방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걸은 죽음 후 "승천"의 과정을 거치는데 여기서 걸의 진정한 정체가 드러난다. 걸의 정체는 닥터 맨하탄처럼 시공간을 초월하는 인류 앞에 나타난 인류의 사악함의 화신이었다. 걸은 잭 더 리퍼를 모방한 영국의 흉악범들에게 나타나 동기를 제공하기도 하였고, 로버트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영감이 되어 주기도 하였다. 걸의 시대에서 100년 전 인물인 윌리엄 블레이크 앞에 괴물의 모습으로 등장해 그림 모델이 되거나, 그리스 바다 위에서 핏물의 비로 등장해 20세기의 암울함을 암시하기도 하였다. 작중 초반에 친구인 힌튼이 주장한 시공간을 초월한 4차원적 존재가 바로 윌리엄 걸이었던 것. 그러거나 말거나 걸은 자신이 인간을 벗어난 초월적인 존재가 된 것에 기뻐하며 마부 네틀리를 교통사고로 죽여 버리고(...)네틀리의 죽음을 제물 삼아 신들의 자리에까지 올라간다. 높은 하늘 속 구름 위, 걸이 소망하던 신들 옆의 자리가 있었고 걸은 신들 앞에서 자신은 사명을 완수했다면서 신들 곁에 있기를 청한다. 그러자 호루스처럼 보이는 신이 걸에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보고 오라고 시골 마을을 보여주고, 걸은 신들이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보여 주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 하며 내려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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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은 이곳이 20세기 초의 아일랜드의 한 시골 마을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거기엔 한 여자가 있었고, 이 사람은 아이를 여럿 둔 어머니였는데 그의 아이들은 걸에게 살해당한 여자들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이 여자는 걸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여자였으며 왜인지는 모르나 망령으로 화한 걸을 볼 수 있었다. 걸에게 여자는 흉포한 눈을 치뜨는데 걸은 공포를 느낀다. 여자는 걸에게 "너는 이제 나와 이 여자애들에게 손 댈 수 없다. 지옥으로 꺼져라"라고 소리친다.
이 여자의 정체는 바로 메리 켈리였다. 작중에서 애벌라인의 대사에서 은연중 암시되지만 모두가 살해당했다 생각한 메리 켈리는 사실 죽지 않았다. 애벌라인 입장의 스토리를 보면, 애벌라인 옆에서 수다를 떨면서 돈을 뜯어가는 정체 모를 매춘부가 나온다. 정황상 이 매춘부는 메리 켈리로 추정된다. 이는 메리가 겉으로는 삶을 포기한 것처럼 보여주지만 실은 도피자금을 모으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걸이 살해했다고 생각한 메리는 사실 메리가 아니라 메리의 이웃이었던 세탁부 여자였다. 세탁부 여자는 메리의 집에 종종 들러 자고 가곤 했는데 메리가 없는 사이 혼자 집에 들어와 잤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그러나 걸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훼손하고 진짜 메리는 아마도 애벌라인에게 거금을 뜯어서 아일랜드 고향으로 도망가는 바람에 모두가 메리는 잭 더 리퍼에게 살해당했다고 여겼던 것. 메리가 죽지 않았다는 암시는 만화 말미에 메리가 죽었을 시간에 메리를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다. 애벌라인은 그 증언을 듣고 단순 착각일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착각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 증언들은 실제 존재했던 증언들로, 작가가 메리의 생존을 암시하려는 장치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걸이 "신"이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장면이었다. 결국 걸은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직후 처참한 모습으로 병동에서 죽은 걸의 모습을 통해 걸은 신이 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그저 메이슨이라는 이름을 지닌 노망난 늙은이로 죽었다.[19]

본작의 종막에서 시점은 다시 1929년의 본무스 해변에 리와 애벌라인에게 넘어간다. 리는 자신은 걸과는 달리 사기꾼이었지만 최근 들어 꿈을 꾼다고 애벌라인에게 말한다. 리가 꾼 꿈은 유대인 교회가 피를 뿜어내며 사람들을 삼키는 불길한 꿈이었으며 또 한 번의 전쟁[20]이 일어날 것 같다는 리의 말로 작품이 마무리된다.[21]

2.3.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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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특징

앨런 무어의 작품답게 이 작품 역시 정지 된 컷과 세밀한 묘사가 스토리를 뒷받침해주고 있지만, 작품의 방대한 크기도 크기일 뿐더러, 펜선과 먹, 그리고 흑백의 수채화로만 이뤄진 무채색의 흑백 작품이기 때문에 왓치맨이나 킬링 조크에서의 회화적인 만족감과 비유를 찾아내는 재미를 동시에 즐기고자 하는 독자는 약간의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연출이나 이야기 또한 가끔씩 이해하기 힘든 공간으로 나가버리기도 하고. 또한 그 시절 영국의 상황과 지역등이 작품에 주로 나오기 때문에 국내 독자들은 공감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브이 포 벤데타코믹스의 악몽이 또...

여기에 더해 당대 영국 사회상을 묘사하는데 상당한 비중을 들이고 있으며[25]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영향을 대놓고 받은 앨런 무어의 비교(秘敎)취향적 묘사 + 오컬트 떡밥+사회비판적 문제의식[26] 덕분에 꽤 복잡하고 난해한 작품이 되었다. 이 점때문에 앨런 무어의 다른 작품과 달리 상업적으로 흥하지는 못했으나 걸작이라는 칭송은 많이 듣고 있다.

다만, 음모론의 근거는 앨런 무어 자신도 의문시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스티븐 나이트의 저서는 상당히 근거없다고 비판받는다. 음모론의 근거로 써먹었던 프리메이슨 떡밥은 프리메이슨단체가 직접 해명했음에도 그대로 밀고나갔다. 작중에 등장한 프리메이슨 인물 중 상당수는 프리메이슨에서 자기들 멤버가 아니라고 인증한 사람들이다.

게다가 시공사에서 국내 정발한 작품은 안 그래도 글씨가 많아 폰트의 크기가 작아 질 수 밖에 없는 작품에 가독성이 그리 좋지 않은 폰트로 인해 읽는데 상당한 불편을 느낀다. 물론 영어원서의 폰트도 가독성이 썩 좋은 편은 아니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선택으로 보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그에 맞춰 불가피하게 사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어설프고 난잡한 직역투를 자랑하는 번역도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부분.[27]

2.5. 영상화



2001년에 조니 뎁 주연의 영화로도 나온 적이 있다. 만화의 볼륨이 워낙 방대해서 영화는 여러모로 축소돼서 나왔는데, 영화는 원작의 반의 반에도 못 미친다는게 중평.[28] 창의적인 면은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스릴러물에 그쳤다. 코믹스에선 왕가와 프리메이슨, 영국의 뒷골목의 상황과 지역과 그곳에 인물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 너머 현대사회에 대한 이야기까지 폭 넓게 이야기 했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점을 모두 담을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이것저것을 줄일 수 밖에 없었던 듯. 게다가 결말도 바뀌고 주제의식도 바뀌는 바람에 원작의 팬들은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원작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시도도 좋았고, 원작을 감안하지 않고 보면, 조니 뎁과 이안 홈의 연기가 훌륭하고, 영국의 음산한 분위기를 잘 살려낸 볼만한 호러무비다.[29]


[1] 실수인지 고의인지는 몰라도 원문에는 틀린 철자와 어법 오류가 상당히 많다. [2] 원본의 엉망진창인 구조를 최대한 살렸다. [3] 작중의 인체 훼손 묘사도 잔혹하지만 19세기의 벨 에포크 시대로 불리는, 유럽의 낙관주의적 시대 이면의 영국의 잔인한 인간 군상들과 시대 풍속 묘사도 만만치 않다. 작품의 주된 시공간적 배경인 화이트채플은 야만 그 자체. [4] 메리가 지커트의 그림 모델로 종종 일한 것으로 묘사된다. [5] 이들 모두가 잭 더 리퍼의 희생양이 된다. [6] 주석에 의하면 그림작가인 에디 캠벨은 이 전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알란 무어와 여러 번 충돌했다고 한다. [7] 본작은 잭 더 리퍼에 대한 무수한 가설중 스티븐 나이트의 저서 <잭 더 리퍼: 그 마지막 해답>(1977년)의 주장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 주장에 따르면 잭 더 리퍼의 정체는 당시 실존 인물이자 왕실 주치의였던 '윌리엄 위시 걸'이었고 그 배후에는 프리메이슨과 영국 왕실이 있다는 내용인 것이다. [8] 자불온은 여호와, 오시리스, 바알의 삼위일체 [9] 이 환상을 보게 유도하는 존재들은 걸이 존경하는 건축가 호크스무어, 걸의 아버지, 걸의 친구인 제임스 힌튼. 이들은 걸이 보는 환영인 것처럼 묘사되나 최후반부를 보게 되면 실은 환영이 아닐 수도 있다. [10] 윌리엄 위시 걸의 연쇄살인을 도운 마부.주석에서 실제로 당시 오벨리스크 쪽에서 사망한 마부라고 적혀 있다. 우연히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사고가 만화의 주제에 절묘히 맞아들어간 사례. 네틀리의 죽음은 걸의 사후 "승천"을 위한 "제물"처럼 활용된다. [11] 런던의 건축물을 보며 혼자 주절주절 썰을 푸는 초반의 윌리엄 위시 걸을 보면서 만화의 텍스트량에 질려버렸다는 사람이 많다(...) 정말 엄청난 분량의 텍스트가 등장하며, 이 만화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는 부분. [12] 인류역사 속에서 이제 막 자리잡은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세상을 지키고 여성적인 디오니소스의 힘을 이성과 합리의 남성적인 아폴론의 힘으로 봉인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봉인을 위해서는 일종의 종교적 의식의 제물로 매춘부들인 여자를 희생시키려는 의도였다. [13] 이 과정에서 당대 런던 시민들, 더 나아가 인간의 부도덕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목사가 아이들 재우고 잭을 사칭한 편지를 쓰고, 어떤 남자는 잭을 사칭한 편지를 쓰다가 자위를 하는 등, 연출로 잭 더 리퍼란 존재는 걸 한 명만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14] 잭 더 리퍼문서에도 나오듯 잭더리퍼=유대인설의 근거가 되었던 "The Juwes are the men who will not be blamed for nothing"이란 문구는 윌리엄 걸이 사건 현장에 남긴 것이었는데 워렌은 이를 지우라고 명령한다. 즉 Juwes는 유대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프리메이슨 신화에서 등장하는 '주베스'인데 워렌이 걸과 프리메이슨을 보호하기 위해 증거를 인멸해 버린 것. [15] 걸이 리즈 스트라이드와 캐서린 에도우즈를 하룻밤만에 살해하는 더블 이벤트 사건을 터트리자 빅토리아 여왕은 걸을 불러 왜 이리 시끄럽게 구느냐고 책망하나 걸이 프랑스 혁명을 예로 들면서 왕실 반대세력에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 하자 바로 납득한다. [16] 당대 런던, 더 나아가 영국과 전세계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 부분이다. [17] 이 때의 앨버트 왕자는 옛날 애니와 결혼했던 시절의 활기찬 왕자가 아닌 폐인이 다 된 모습이다. 실제로 앨버트 왕자는 오래 살지 못하고 얼마 안 가 사망한다. [18] 워렌은 켈리의 살해 사건 직전 사임하였다. [19] 자신이 완벽했다고 생각한 걸이 얼마나 쉽게 실패하는지 통해서 그도 결국 인간이었음을 보여준다. [20] 10년뒤에 터질 2차 세계대전과 히틀러의 홀로코스트를 암시한다. 즉, 윌리엄 걸이 가져왔다고 주장하는 20세기는 이성과 과학의 찬란한 승리의 시대가 아니라 인류 역사상 가장 무자비한 폭력의 시대였다는 것. [21] 그리고 다시 한 번 첫장의 갈매기 시체를 보여주는데 아마도 본작의 주인공 걸Gull과 갈매기gull의 이름이 같다는 것에서 오는 상징으로 보인다. 해석에 따라서 신이 되고자 했던 걸은 이 갈매기처럼 하찮은 존재에 불과했거나, 걸이 신이 되기는커녕 갈매기가 되어서(...)해변가의 썩어가는 시체가 되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왜냐면 갈매기의 시체 모습이 프리메이슨의 규약을 어겼을 때 사형당하는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 [22] 제1대 걸 준남작(Baronet)이며, 후손인 제5대 걸 준남작 루퍼트 걸(Sir Rupert William Cameron Gull, 5th Baronet)은 1967년생으로 현재 생존해있다(...).이래도 괜찮은가 무어 [23] 정말 정신이 이상해졌지만 무언가 깨달은 구도자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24] 히틀러의 모친이 꾼 꿈과 같은 꿈이다. [25] 깨알처럼 등장하는 윌리엄 모리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오스카 와일드 등의 모습도 이들을 본래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재미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당시 영국 빈민들의 속어, 은어들이 등장해 당시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으며 영국 빈민들이 거리에서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 자세히 보여준다. [26] 연쇄살인사건이 일종의 '오락'이 되어 언론과 대중에게 소비되고 '잭 더 리퍼'의 정체를 알게된 애벌라인 경위는 왕실주치의가 스캔들 대상이 되는 걸 원치 않았던 경찰 상부에 의해 진실을 은폐하기로 타협한다. 거기에다 경찰의 사건 조작, 나치의 유대인 학살같은 떡밥까지 풀다보니... [27] 이 작품을 번역한 정지욱은 왓치맨도 번역했는데,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번역의 질 측면에서는 좋은 소리는 못 듣고 있다.예의범절 [28] 참고로 브이 포 벤데타는 원작팬들은 싫어했지만, 영화 자체로서의 평가는 대체로 좋았다. [29] IMDb 평점과 로튼토마토 평점도 각각 6.8점과 57%로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은 평작 수준의 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