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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6-14 11:11:28

패트리샤 스털링즈 사건

주의. 사건·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합니다.

사건 사고 관련 서술 규정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 개요2. 사건 정황3. 논란과 경과4. 후일담

1. 개요

미국판 딩고 사건.[1] 1989년 9월, 미국 미주리 세인트루이스에서 일어난 사건. 희귀질병과 법체계의 정의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던 사건이다.

2. 사건 정황

패트리샤 스털링즈(Patricia Stallings, 이하 명칭 패티)는 1964년(혹은 65년)생으로, 20살이 되던 해 고향 미주리주 제퍼슨 카운티에서 세인트루이스로 이주해 한 가게에서 일하던 중 1986년, 그녀의 가게에 손님으로 찾아온 데이비드 스털링즈(David Stallings)를 만나게 되었다. 둘은 사랑에 빠졌고 연애를 하다가 1988년 결혼하게 된다. 이듬해엔 1989년 7월초, 두 사람 사이에는 라이언이라는 아들이 태어났고 세 가족은 행복하게 잘 살 거라고 생각했지만...

라이언은 태어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몸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부부는 라이언을 병원에 데려갔는데, 라이언의 몸 상태를 검사한 의사들은 라이언의 몸속에서 심상치않은 것을 찾아냈다. 그것은 다름아닌 자동차 부동액 성분이었다. 의사들은 이를 경찰에 알렸고 경찰은 두 부부를 의심하여 각자 따로 면담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패티와 데이비드 각자에게 부부사이가 어땠는지, 아이에 대해서 각자의 태도는 어땠는지를 은근히 알아내려는 눈치였고 데이비드는 의심스러운 면이 없어서 경찰의 수사망에서 벗어났다. 이내 경찰은 패티쪽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러던 중 라이언의 상태가 호전되었다. 그러나 경찰은 부부가 라이언을 데려가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수사를 이어갔다. 부부는 이런 경찰의 의심에 억울해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고 오직 1주일 중 목요일 하루 1시간만 아이를 볼 수 있도록 허락되었다. 5주 동안은 이런 상태가 이어지다가 6주차인 1989년 8월 31일, 경찰은 패티에게 라이언과 짧은 시간을 전제로 단둘이 있는 걸 허락했다. 그런데 이후 4일뒤인 9월 4일에 라이언의 상태가 다시 안 좋아지기 시작해 병원에 다시 입원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경찰은 패티의 범행을 확신하여 패티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게 된다. 그리하여 라이언이 입원한지 하룻만인 9월 5일, 패티는 남편 데이비드가 보는 앞에서 아들 라이언에 대해 살인기도를 하였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수감되었다.

갑작스런 부인의 체포에 이어 남편 데이비드는 병원으로부터 라이언에게 가망이 없다는 통보를 받게된다. 결국 9월 7일, 라이언은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패티는 수감중에 라이언의 사망소식을 듣게되었지만 그녀에겐 장례식 참석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 라이언이 사망한지 이틀만인 9월 9일, 검찰은 패티를 1급 살인죄로 기소했다.

3. 논란과 경과

검찰의 기소요지는 패티가 아들 라이언에게 부동액을 먹여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었다. 패티와 데이비드 부부는 펄쩍뛰며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으나 라이언을 치료한 의사들은 라이언의 몸 속에서 부동액 성분과 옥살산 칼슘 결정을 검출해냈기 때문에 이는 결정적인 증거로 여겨졌다.

이런 사이에 패티는 자신이 두번째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 둘째아이는 이듬해인 1990년 2월 17일에 태어났고, 데이비드는 이 둘째 아들에게 자신의 이름인 데이비드를 붙여 데이비드 주니어가 되었다. 그러나 이 아이는 불과 몇주뒤인 3월에 상태가 안좋아져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그 증상이 죽은 라이언의 증상과 같았다. 데이비드는 이런 사실을 근거로 패티의 무죄를 강하게 주장했다. 또한 이를 알게된 전문의들도 패티의 살인보다는 아이들에게 뭔가 유전적인 질병이 있지 않는가를 의심했고 이에 증상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죽은 라이언과 입원한 데이비드 주니어가 같은 유전질환을 앓고있다는 추정을 하게 된다.

그 병은 메틸말론산혈증(Methylmalonic acidaemia) 약칭, MMA라 불리는 질환이었다. MMA는 메치오닌, 트레오닌, 이소류신, 발린 등의 아미노산의 효소가 부족해 혈액속에 메틸말론산이 과다하게 증가하여 혈액에 축적되고 오줌으로도 배출되는 질환이다. 소아기나 사춘기때 발현되기도 하지만 다수는 생후 3~5일 사이의 신생아들에게서 발병한다.

한편, 부동액의 주성분 에탄디올은 인체에 대사되면 글리콜산으로 변하고 이게 다시 옥살산으로 변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게 치명적인 맹독이다. 라이언에게서 글리콜산이 검출된것이 문제였는데 라이언을 치료한 의사들은 글리콜산과 옥살산의 존재 때문에 부모가 부동액으로 아이를 살해하려고 한게 아닌가 의심했던 것이다. 그러나 화학적으로 보면 메틸말론산속에 옥살산 성분도 들어있기 때문에 충분히 메틸말론산혈증으로 인한 메틸말론산 과다축적을 의사들이 부동액의 대사과정에서 나오는 글리콜산과 옥살산으로 오해했을 확률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가설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전문가들의 가설을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라이언이 사망하기전 패티와 단둘이 있었던 1989년 8월 31일의 여섯번째 만남의 시간에 패티가 라이언에게 부동액을 먹여 살해했을 것이라 주장했다. 결국 이 주장이 배심원들에게 받아들여져 패티는 1급살인으로 종신형을 선고받게 된다.

이에 데이비드는 아내가 아이를 죽일 이유가 없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고 전문가들도 메틸말론산혈증을 의심해봐야 한다면서 이 사건은 큰 논란을 일으키게 된다. 이런 논란에 방송 프로그램 "Unsolved Mysteries"에서 이 사건을 방영했고 방송을 통해 이 사건을 접한 의학자와 화학자들이 사건 분석에 가세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된다. 특히 세인트루이스 대학의 생화학자 윌리엄 슬라이 교수가 이 프로그램으로 사건에 대해 접한뒤 특별히 허가를 받아 라이언의 혈액샘플을 받아와서 같은 대학의 의과교수인 제임스 슈메이커에게 분석을 의뢰하게 된다. 라이언의 혈액샘플을 감정한 슈메이커 교수는 라이언은 MMA를 앓고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전에 이런 사례가 없었다는 이유로 슈메이커 교수의 감정은 재판에 반영되지 못했다. 슈메이커 교수는 여러 대학과 연구소에 샘플을 보내 분석을 의뢰했고 샘플을 받은이들중 한명인 예일대학교의 피에로 리날도 교수가 혈청분석을 통해 라이언이 MMA 환자임을 결정적으로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한편 라이언의 몸 속에서 발견된 옥살산 칼슘 결정은 에탄디올의 해독제로 쓰이는 에탄올이 주입되면서 생성된 것으로 리날도 교수는 결론내렸다. 또한 라이언이 에탄디올 중독으로 잘못 오진되면서 처방된 에탄올이 라이언의 사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결국 다시 열린 재심에서 리날도 교수의 분석 결과가 받아들여져 패티는 무죄 선고를 받게 되었고 1991년 7월 그녀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4. 후일담

패티는 비록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자신의 억울함을 받아들이지 않는 재판과 사법체계에 큰 스트레스를 받아 체중이 상당히 줄어드는 고통을 겪었다. 그녀는 이런 몸과 마음의 고통에 불교에 귀의하여 마음의 평안을 찾으려 노력했다.

스털링즈 부부는 서로 굳은 믿음으로 법적투쟁 끝에 무죄를 얻어냈지만 자식의 죽음과 무정한 법이 준 고통과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해 결국 이혼하게 되었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아들 데이비드 주니어는 라이언과는 달리 성인이 될때까지 살아남아 군에도 입대했지만 2013년 9월 23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그리고 데이비드 스털링즈는 하나 남은 둘째마저 앞세운 후 오랫동안 병을 앓다가 2019년 4월에 생을 마감했다. 패티 스털링즈의 근황은 알려져 있지 않다.


[1] 두 사건 모두 부모가 아이를 살해한걸로 억울한 의심을 받았고 경찰과 검찰이 뚜렷하게 살해의 물적 증거나 동기를 밝히지도 못한채 단순한 논리로 억지 기소해 피해를 일으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 두 사건 모두 피해자인 부부가 사이가 파탄나는 결말을 맞은 것도 공통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