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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3 23:12:49

퀵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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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불펜의 부담과 퀵후크 부작용3. 논란4. 여담

1. 개요

Quick hook

야구 용어. 간단히 말해 '빠른 선발 투수 교체'를 의미한다. '빠르다'라는 건 주관적인 표현이기에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17세기 말엽부터 프랑스에서 시작된 버라이어티 쇼 형태의 연극 장르 '보드빌'(Vaudeville)에서 관객반응이 시원찮은 배우를 빨리 끌어내리는 것에서 유래했으며 ‘세이버메트릭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빌 제임스가 자신의 저서 ‘빌 제임스 핸드북’에서 퀵후크에 대한 정의와 계산법을 서술하며 야구계에 접목했다. 보통은 3실점 이하를 하고 있는 선발 투수를 6이닝을 채우기 전에 교체하면 퀵후크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1] 간단히 말해서 퀄리티 스타트를 할 수 있는 투수를 그 전에 교체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퀄리티 스타트는 엄밀히 말하면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라서 약간은 다르지만.

KBO 리그 초창기에는 투수들의 보직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몇몇 에이스급 선발을 제외하면 퀵후크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1994년 LG 트윈스 이광환 감독이 확고한 5인 선발 로테이션, 승리조, 추격조, 마무리 투수로 이어지는 투수 운용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투수 분업 시스템이 리그 전체적으로 정착되기 시작했고 퀵후크도 많이 줄어들었다. 여기에 박찬호 메이저 리그 진출로 퀄리티 스타트라는 개념이 알려지면서 "최대한 선발 투수가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불펜의 과부하를 줄이는 게 선진야구"라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단 1990년대 초중반까지는 투수혹사라는 인식도 미미했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 투수혹사가 선수생명을 갉아먹고, 장기적으론 팀도 망친다는 인식이 보편화된 건 2000년대를 지나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감독들은 여전히 퀵후크를 남발했는데, 대표적인 인물로는 강병철, 김응용 그리고 김성근 등이다. 이들은 대체로 1980년대부터 활동해서 투수 혹사에 무관심한 노장 감독들이다. 특히 SK 와이번스 시절의 김성근은 5인 선발-중간계투-마무리로 이어지는 기존의 투수 분업 시스템을 완전히 부정하고 외국인 선수와 김광현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투수들은 명확한 보직 없이 선발, 중간계투, 마무리를 오가면서 뛰는 전천후 스윙맨(혹은 중무리)으로 활용하면서 퀵후크 횟수가 유난히 많았다. 당시 SK에선 선발이란 그저 첫 번째로 나오는 투수일 뿐 5이닝 혹은 투구수 100개를 채워야 한다는 개념이 없었다. 때문에 김성근은 선발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1회라도 바로 교체해 버리면서 위장선발 논란이 수시로 일었다.

김성근은 2015년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부임해서도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선발 등판 횟수 30회), 유먼(선발 등판 횟수 17회, 시즌 중 교체), 에스밀 로저스(선발 등판 횟수 10회)와 국내 투수 중 안영명(선발 등판 횟수 27회) 정도만 선발로 고정해놓고, 4, 5선발은 전천후 스윙맨으로 활용하는 투수 운용을 선보였다. 6이닝 이내 3실점 이하 교체란 기준을 적용할 시 2015 시즌 가장 많은 퀵후크 횟수를 기록한 투수는 안영명으로, 27회의 등판 중 18회 퀵후크의 대상이 되었다. 항간의 인식과 달리 2015 시즌의 송은범 퀵후크 횟수는 7회로 생각보단 많지 않은데, 9월부터는 아예 불펜으로 돌려버려 선발 등판 횟수 자체가 14회로 적기 때문이다. 2016 시즌에는 얄짤없이 송은범이 최다 퀵후크를 달성, 5월 15일 기준 8회의 선발 등판에서 단 한 번을 제외한 7번의 등판에서 퀵후크의 대상이 되었고, 김성근이 입원한 와중에도 퀵후크당하고 있었다. 덕에 2015, 2016 시즌 한화의 경기에서는 1회부터 불펜에선 다음 번 투수가 몸을 푸는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수시로 잡히고 있었다.

부상으로 인한 교체나 많은 투구수로 인한 교체의 경우에도 일단 조건을 만족하면 퀵후크 횟수에 포함시키기에, 단순히 퀵후크가 많다는 것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사실 6이닝 이하 3실점 이하의 투수 강판이라는 기준 자체가 애매모호하다. 애당초 미국, 일본에서부터 잘 쓰이지 않는 용어가 2015, 2016년 김성근의 비정상적인 투수 운용 때문에 과하게 퍼져버렸다.

2024년에는 이승엽 감독이 다시 퀵후크를 부활시켰다.

일본에서는 알렉스 라미레스 감독이 자주 쓰기로 유명했고, 반대로 이구치 타다히토 요시이 마사토는 고정 선발들에 한해서는 9-10실점 하기 전까지는 퀵후크를 절대 안 시키기로 유명하다.[2] 실제로 요시이 감독이 오지마 카즈야를 5이닝도 못 먹었는데 조기교체한 적은 2이닝 11실점을 한 경기가 유일했다.[3]

2. 불펜의 부담과 퀵후크 부작용

선발투수가 적게 던진다는 것은 반대로 불펜이 더 빨리 더 많이 더 자주 던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불펜의 부담이 증가한다.

2015시즌 한화는 퀵후크가 가장 많은 팀이 이기는 경기, 지는 경기 구분없이 투수를 쏟아붓고 연투가 주는 부담에 대한 고려도 하지 않은 채 매경기 많은 투구를 하며 혹사 논란을 발생시켰다. 다음으로 퀵후크가 잦았던 SK는 비교적 두터운 불펜진을 보유하고 있어, 선수들을 잘 돌려가며 부담을 덜었다. 그 다음으로 많았던 kt wiz 는 신생 팀이라는 한계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많은 투수를 돌려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곤 했지만, 장시환, 김재윤, 조무근 선수에 대한 혹사 논란이 다소간 일긴 했다.

퀵후크가 처음일 경우 선수차원 보호이지만 한화시절의 김성근처럼 퀵후크를 여러번 할 경우 선수들은 자신의 공과 구위 및 선수로써의 자신감을 상실은 물론이고 덕아웃의 눈치를 보게 된다. 특히 선발이 신인투수일 경우 심리적 부담이 더 심해져 도망가는 피칭을 하게 되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3. 논란

'팀의 승리보다 중요한 건 없다.' vs '야구를 길게 봐야 한다'

선발투수를 판단하는데 '다승'은 비록 세이버매트릭스 면에서의 가치는 거의 없다지만, 직관적으로 수준을 가늠하는 데에는 꽤 편리해서 대중적으로 널리 쓰인다. 그런데, 선발투수는 최소 5이닝을 던져야 승리투수 요건을 만족한다. 다시 말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되더라도 5이닝을 채우지 못하면 무조건 승리투수가 될 수 없다. 물론 이 원칙은 어디까지나 팀의 승리가 전제되어야 하는 선수 개인의 기록이며, 고교야구처럼 이 원칙이 없는 토너먼트 제도의 야구는 그런 건 없다. 어디까지나 최종 기록으로 남는 승리는 선수의 연봉 고과 및 동기부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존중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5이닝을 마친 후 교체한다면, 팀은 물론, 선발투수 개인의 최소한의 명예는 지키는 것이므로 아주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게 아닌 아웃 한두 개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 요건이 되는 상황일 때 논란이 커진다. 실제로도 선발 투수는 비록 투수 자신이 안타/ 볼넷을 내주며 주자를 쌓아 놓은 것이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선발승이 걸려있는 상황에 교체될 기미가 보이면 교체되기 싫어하는 표정이 투수 얼굴에 대놓고 드러나거나, 심할 경우 교체 거부의사를 대놓고 표현하며 반항하기도 한다. 코칭 스태프가 자신을 불신한다고 여길 수 있고, 커리어에도 좋지 않다. 유망주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건 덤. 물론, 정말 미친 듯이 털리고 있을 때 강판시키지 않는 것도 커리어와 성장에 도움이 안 되긴 한다. 사실 이 쯤 되면 벌투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야구처럼 선수와 코치가 상하관계가 아닌 경우, 클레이튼 커쇼같은 선수는 아예 내리지 말라고 코치에게 고함을 지를 정도. 이런 퀵후크는 주로 코치의 권위가 선수보다 위에 있는 동양야구에서만 보이는 일면이다. 미국인들이 위계질서 및 팀 스피릿을 서양인 치고 따지는 편이라고 해도, 이렇게 개인 기록을 감독이 자기 멋대로 휘두르면 당연히 선수의 권리를 간섭하는 것은 물론 미래 연봉협상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절대 좋아할 이유가 없다.[4]

이런 일이 발생하면 해당 팀의 팬이 양쪽으로 갈라서서 싸우곤 한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은 선발 투수의 조기강판은 곧 불펜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제 아무리 퀵후크를 싫어하는 팬이라도 포스트시즌에서 퀵후크를 하여 승리를 한다면 이를 비난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살인적인 일정의 페넌트레이스에서 퀵후크를 남용한다면 불펜진이 비정상적으로 소모되어 종국에는 불펜진이 붕괴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5]

데이터로 봤을 때도 퀵 후크의 실용성에는 의문이 생기게 되는데,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평균자책점 6.00의 선발투수가 3이닝 동안 3실점을 했을 때, 이 선수가 3이닝을 더 던지고 내려간다면 기대 실점은 총 5점이다. 반면, 3이닝을 마치고 내려간 다음 ERA 3.00의 롱 릴리프가 등판해서 3이닝을 막는다면 기대실점은 총 4점이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Win Expectancy로 추정해보면 6이닝이 끝난 상황에서 5점을 뒤져있는 팀의 승리 확률은 2.71% 이고 6점을 뒤져 있는 팀의 승리 확률은 1.47%이다. 과연 승리 확률을 1.24%p 높이기 위해 ERA 3.00의 준수한 롱 릴리프를 투입할 이유가 있을까? 물론 예시는 극단적인 상황이며 타선의 능력과 상황, 실점한 점수 등에 따라 다양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퀵 후크가 팀의 승리 확률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다는 것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아예 초반부터 교체되는 경우는 위장선발이라고 상대팀까지 논란에 가세한다. 심지어 극초반인 경우는 시구 혹은 1번 투수라고 부르며 조롱하기도 한다. 이 부분에서 독보적인 감독 역시 김성근이다. SK 시절에도 우완 송은범을 부상을 이유로 내리고 곧바로 좌완 고효준을 내는가 하면 한화 시절 송창식을 3일 휴식 후 선발로 내보내더니 얼마 안가 좌완 문재현으로 교체해버려 상대 팀 팬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SK 시절엔 그나마 성적이라도 잘나와서 '꼬우면 열폭하지 말고 많이 이기던가' 소리에 불만들이 묻히기도 했지만, 필승조들이 일제히 붕괴되며 추락하던 한화 시절의 타팀 팬들의 반응은 폭발했다.

4. 여담


[1] 하지만 불펜의 체력을 최우선시하는 사람들은 3실점이 아니라 13실점을 하더라도, 투구수가 100구가 안 되거나 하면 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스타일의 투수운용을 좋아하는 감독이 요시이 마사토. [2] 다만 이구치는 땜빵선발 상대로는 1-2실점으로도 퀵후크를 마구 한다. 애초에 쓸놈쓸 성향이 강한 감독이라 퀵후크를 싫어한다기보다는 그냥 쓸놈쓸일지도. [3] 요시이 마사토의 경우는 불펜도 교체를 잘 하지 않아, 카라카와 유키, 마스다 나오야, 사와무라 히로카즈, 야기 아키라는 1이닝에 4실점을 기록한 적이 있도록 교체되지 않은 전적이 있고, 아즈마 유스케는 1이닝 6실점을 했는데도 이닝책임제라는 이유로 놔둔 적이 있었다. 니호 아키라의 경우는 2이닝째긴 했지만 8실점을 하도록 안 내리다가 결국 1.2이닝에서 교체한 적이 있었고. 그리고 야기와 니호를 제외하면 전부 필승조를 올린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4] 이 때문에 다저스 부임 초창기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굉장히 호불호가 많이 갈렸던 편인데, 그 때문에 불펜진의 부하가 필연적으로 많이 걸리자, 2020년을 기점으로는 퀵후크를 거의 하지 않고 선발투수의 한계 투구수를 최대한 잡을 만큼 잡아준 뒤에 교체 시점을 선수들에게 경기 전에 미리 이야기를 해주고 투수 교체를 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퀵후크를 줄이기 시작하자마자 다저스는 그 해에 우승을 해버렸다. [5] 그러나 승리보다는 투수 컨디션과 이닝책임을 우선시하는 감독의 경우, 3실점이 아니라, 6실점, 9실점을 해도 5이닝/100구가 안 되면 내리지 않는 성향이 커서 처음에는 팬들이 좋아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차라리 퀵후크를 하라고 까인다. 극단적인 사례로는 벌투도 아닌데 불펜을 아껴야 한다는 이유로 10실점 이상 하는 투수를 놔두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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