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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7-15 06:39:14

체렌코프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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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GA 원자로의 노심

1. 개요2. 원리3. 매체에서4.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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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체렌코프 현상(Cherenkov effect) 또는 체렌코프 복사(Cherenkov radiation)란 소련 물리학자 파벨 알렉세예비치 체렌코프(Павел Алексеевич Черенков) 등 3명이 규명한, 방사능 물질이 푸른 빛을 내는 현상이다. 이들은 이것으로 195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2. 원리

하전입자가 투명한 물질(유전체) 속을 통과할 때, 이 입자의 속도가 그 투명한 물질 속에서의 빛의 위상 속도[1]보다 빠르면 하전입자가 청백색의 빛을 내는 현상이다. 전기장의 작용으로 입자의 궤적에 따라 유전분극[2]이 일어나게 되고, 이 유전분극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갈 때 이 에너지를 전자파로 복사한다.

쉽게 말하면 광학적 소닉붐이다. 물질 안에서는 진공과 비교할 때 빛의 속도가 느려지는데, 느려진 빛보다 전기적 성질을 띤 입자가 빠르면 이와 같은 특이한 빛이 난다.[3] 체렌코프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은 입자의 에너지가 높음을 뜻한다. 보통 원자로나 사용 후 연료 저장 수조 같이 방사능이 높은 곳에서 나타난다.

체렌코프 현상을 이해함에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대기 중에선 체렌코프 현상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기 중에선 아예 안 일어난다는 오해가 생긴다. 기본적인 전자기학 개념으로 생각할 때 기체든 액체든 진공이 아니면 전부 진공보다 큰 유전율과 투자율을 가지므로 진공이 아니라면 발생할 수 있다.

지구상의 방사성 물질인 라듐이나 우라늄이 내뿜는 입자는 대기 중에서 체렌코프 현상을 일으키기엔 에너지가 한참 부족하다. 가끔씩 방사성 물질을 다루는 사람한테서 퍼렇게 빛이 난다는 농담을 하곤 한다. 이는 그 사람이 물 속에 있지 않는 이상 물리적으로는 잘못된 농담. 대기 중에서 방사성 물질이 빛을 내뿜는다면, 체렌코프 현상이 아니라 대부분 방사성 물질에서 방출된 베타선이 형광 물질을 때렸을 때 발생하는 형광이거나, 신틸레이션 광이거나, 또는 강력한 이온화 방사선이 공기 분자를 이온화하면서 발생하는 푸른 빛이다. 단지 대기 중에 있더라도 방사선이 관찰자 안구의 유리체를 통과하며 그로 인해 발생한 체렌코프 광이 망막에 도달하여 이를 보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대기 중에서 체렌코프 현상을 일으키려면 얼마나 에너지가 필요한지는 특수 상대성 이론을 통해 계산해 볼 수 있다. 대기 중에서 체렌코프 현상이 일으키기 위해 고에너지 입자가 가져야 할 로렌츠 팩터는 약 40 이상이며,(즉 총 에너지가 정지 질량의 40배 이상, 전자는 >20MeV, 양성자는 >40GeV.) 이는 현대의 입자 가속기 실험을 통해 비교적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에너지다(LHC의 현 양성자 충돌 에너지가 13TeV).

그렇다면 "인공적 가속이 아닌 자연적으로는 일어나지 않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고에너지 천체가 내뿜는 TeV영역 감마선이 쌍생성을 거쳐 만들어내는 초 고에너지 전자, 양전자가 가끔씩 대기 체렌코프(Air Cherenkov) 현상을 일으키며 고에너지 우주선에 의한 광역 대기 샤워 (Extensive Air Shower) 또한 대기 체렌코프 현상을 일으킨다. 엄청나게 높은 에너지에 의한 현상인 만큼 과학자들이 갖는 흥미도 크다. IACT(Imaging Air Cherenkov Telescope)는 지금까지 위성에만 대부분을 의존해 왔던 감마선 폭발 관측을 지표에서도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차세대 감마선 천문학을 위한 망원경으로 여겨진다.

입자가속기 실험에서 체렌코프 현상이 대표적으로 이용되는 분야는 RICH(Ring-imaging Cherenkov detector). 이 장치는 파이온이나 케이온 등의 서로 종류가 섞여있는 입자들이 운동량이 동일하게 유지되었을 때 생기는 하전입자의 속도차를 측정한다.

자연 중성미자의 검출에 있어서는 체렌코프 복사 관측이 절대적인 방법이다. 중성미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인 데다 다른 소립자들과의 반응성이 극도로 떨어지는 덕분에 인간이 실험적으로 검출하기에 가장 어려운 소립자 중 하나이다. 오죽하면 'Particle Data Group'의 실험 데이터집에서는 중성미자로 붕괴하는 과정을 'Invisible'이라고 표현한다. 중성미자는 대기 중에서는 어떠한 반응도 일으키지 않으므로,(물리적으로 생각할 때 반응을 일으켜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아무리 기다려도 안 일어나지만.) 반응을 관측하려면 일단 액체나 고체 속을 관통시켜야 한다. 당연히 액체나 고체 속에서도 반응 확률은 그야말로 극도로 낮다. 중성미자의 입장에선 밀도가 높든 낮든 허공이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액체의 밀도가 높은 만큼 중성미자가 반응을 일으키는 대상인 원자핵의 밀도가 높으므로 반응 확률은 어쨌든 증가한다.

중성미자의 검출기에서는 아주 작은 확률로 물분자나 얼음분자들의 원자핵과 상호작용[4]하면서 만드는 입자(중성미자의 세대에 대응하는 각각의 렙톤 전자, 뮤온, 타우온)가 물이나 얼음 분자속에서의 빛의 속도보다 빠를 때 발생하는 체렌코프 광을 관측함으로써 중성미자를 간접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

xkcd가 말하기로는 체렌코프 광이 은은히 비치는 사용 후 연료 저장 수조에서는 수영해도 된다고 한다. Spent Fuel Pool 연로봉에 너무 가까이 가지 않는 한 죽을 방법은 헤엄치다 지쳐서 익사하거나 또는 들어가기 전에 경비원의 에 맞는 것뿐이라고. 오히려 잠수해있는 동안에는 물이 배경 방사선을 막아주므로 피폭량이 물 밖에 나와 있을 때보다 적어진다.[5] 다만 연료봉이 부식되어 산화물이 발생하거나 핵분열 결과물이 물에 섞일 수 있으므로 수질에 주의해야 하고, 물 밖으로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었다면 그대로 피폭 당하므로 현실적으로는 위험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수조의 깊이가 얕다면 결코 더 좋지 않다. 위의 대학교 연구 시설의 경우 물가에선 고도 1만 m 상공의 자연방사선보다 적게 받는다고 하는데, 이는 엑스레이 한 번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지표면의 자연 방사선의 5~10배에 달한다. 따라서 충분히 큰 수조에서 물가에서 받는 방사선 양이 지표면의 자연 방사선 양보다 적을 때에만 수영하는 편이 더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이지, 얕은 편인 위의 대학교 실험용 원자로에서의 수영은 훨씬 위험하다.

방사선 치료를 받는 환자의 눈에서 체렌코프 현상이 관측되기도 했다. # 방사선 치료 도중에 눈을 감아도 수 초간 푸르스름한 빛이 보였다고 증언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것을 외부에서 관측하는 것에 성공했다. 방사선이 액체로 가득 찬 안구를 통과하며 체렌코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3. 매체에서


4. 관련 문서


[1] 빛의 속도와는 좀 다른 개념. 진공이 아닌 일반 매질 내의 빛의 위상 속도는 반드시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보다 느려진다. # [2] 전기장을 가했을 때 전기적으로 극성을 띤 분자들이 전체적으로 정렬하여 물체가 전기를 띠는 현상. [3] 예를 들어 물 속에서 빛의 속도가 0.75c이고, 전자 등의 하전입자가 0.75c보다 빠르게 나아갈 때 일어난다. [4] 정말로 0에 가까운 확률이지만 검출기 내부를 엄청나게 많은 중성미자가 통과하므로 일어나긴 한다. 독립시행의 여사건을 생각해 보자. 확률이 10%라면 10번 하면 아마 한 번은 일어날 것이고, 확률이 1%라면 아마 100번 중에 한 번은 일어나겠지... 라는 근성이다. 그래서 중성미자를 관측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크고 아름다운 시설이 필요하다. 조그만 시설로는 의미 있는 수준의 관측 통계를 얻을 수 없기 때문. 국제 협력 프로젝트인 아이스 큐브 중성미자 관측소는 남극에 설치하여 남극점의 두꺼운 얼음에 86개의 구멍을 뚫어놓고 그 86개의 구멍에 각각 2820m짜리 줄을 내리고 줄 각각에 체렌코프 광을 탐지할 관측기를 달아놓았다. 일본에 노벨 물리학상을 2개나 안겨준 카미오칸데 실험 장치도 이와 같은 원리를 사용한 거대한 물탱크다. [5] 물층의 두께가 7cm가 될 때마다 방사능의 양이 반으로 줄어든다고. [6] 폴아웃 4에서 확인할 수 있는 로그를 보면 이 푸른빛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우며 다른 음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개성으로 자부한다. [7] 대부분 공격적인 야생 구울이지만 가끔 정신이 멀쩡하거나 길들여져 비공격적인 글로잉 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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