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군대에서 상급자 또는 선임의 말이 제대로 안들렸거나 혹은 잘 이해하지 못했을 때 "예?" 대신 쓰이는 말로 알려진 표현. 군대의 상징뭔가 말도 안되는 일을 시켰을 때 나오는 반응일 때도 있다.
2. 상세
코미디 등에서 군대 문화를 표현할 때 다나까체와 함께 이 표현이 매우 높은 확률로 포함되며, "예?"라고 되물은 신병이나 고문관이 갈굼을 받는 건 어떤 의미에선 클리셰.군대 바깥의 사회 생활 중에도 상대방의 말을 못 알아들었을 때의 "예?"와 알아들었을 때의 "예"[1]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예?" 라며 말끝을 올리는 말투는 아무리 그래도 서로 스트레스 받기 쉬운 군대에서 싸가지없어 보인다 라는 점도 꽤나 작용한다. 진짜로 군대가 필요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런 사소한 혼란도 지휘체계에 큰 혼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 카더라. 다만, 시대가 바뀌면서 간부나 병사나 "예?"로 되묻는 경우도 부대에 따라서 없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언어 사용의 예로 이 '잘 못 들었습니다'를 드는 경우도 있는 듯.
사실 거의 대부분의 부대에선 "예?" 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부조리가 있었다. 그 대신 무조건 "잘 못 들었습니다?"를 사용토록 했다.
짬이 찰수록 성능 좋은 압축 프로그램마냥 말이 압축된다. "잘못들었습니다?" → "잘못씀다?" → "잚슮다!?" → "좖!?" → ?
훈련소에서 가르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조교들이 안 가르쳐놓고 훈련병이 "예?"하면 갈구거나 군기훈련을 주는 경우가 있다. 더 큰 문제는 갈굼 또는 군기훈련을 줄 때 가르쳐 주면 되는데 그때도 안 가르쳐 준다는 것. 이렇게 되면 훈련병이 왜 이러는 건지 당황해한다. 마치 직장생활을 막 시작한 사회초년생들이 사회생활의 기본 문화와 상식, 불문율을 모를 때 기존 직원들이 자세하게 가르쳐주지 않으니 알아서 미리 배워와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부대에 따라서는 "잘 못 들었습니다"를 막상 듣다보면 기분이 나쁘다는 선임들도 있어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말하게 하는 부대도 있다. 길게 느껴지겠지만 사실 "다시 한번..."에서 끊어줘도 대부분 들어준다. 가끔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마저도 취지가 변질돼서 "다시 한 번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정도면 그나마 양반이고, "다시 한 번 여쭤봐도 될 지 모르겠습니다.", " 다시 한 번 여쭤봐도 될 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등의 악폐습으로 바뀐 경우도 있다. 애당초 다시 물을 일이 없게끔 하려는 의도라고는 하지만, 더 안 좋아진 사례임은 맞다.[2]
후임에게 어떤 지시를 했는데 후임이 잘 못 들었습니다를 시전할 경우 귀찮고 짜증나서(...) 그냥 자기가 그 일을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걸 역이용해 고의로 잘 못 들었습니다를 연발하는 고문관들도 종종 보인다. 여기엔 그러니까 니가 들은 그게 맞다고!라는 카운터 어택이 있다. 하지만 진짜로 못 들었거나, 진짜 고의로 못 들은 척을 하는 거라면 루프물이 전개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부대 나름. 「잘 못 들었습니다」라고 하면 오히려 옛날 군대 같다고 또는 너무 군기 잡는 것 같다고 그냥 「예?」 라고 하라는 부대도 있다. 일부 부대에서는 "잘 못 들었습니다"의 사용 자체가 부조리라고 쓰지 말라는 부대도 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주변의 상황에 맞춰 잘 처신하는 게 좋겠다.
사실 이런 말을 써야한다는 규정은 없다. 다나까체나 ~지 말입니다도 마찬가지. 군인의 언어생활에 대한 규정은 표준말 사용을 원칙으로 하며 간단명료하여야 하고, 저속한 언어를 사용해선 안된다는 게 끝이다. 단 다나까체는 상하관계의 확립이나 명확한 의사전달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암묵적인 불문율로 자리잡았고, ~지 말입니다는 어법에 맞지 않으므로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인 반면, 잘못들었습니다는 꼭 필요한 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잘못된 말도 아니다보니 이 말에 대한 취급이 부대마다 매우 다르다.
영어권 군대에서도 이에 대응하는 말이 있는데 상급자 상대로 "What?(뭐?)"은 당연히 안 쓰고 "Sorry?(미안?)"[3]나 "Yes?(예?)"같은 가벼운 격식 표현은 기피하는 편이다. 대신 좀 더 정중한 표현인 "(Can/May I beg your) Pardon?(용서?)" 이나 "Excuse me?(실례합니다?)"를 쓰는 경우가 많으며, 동급자 간에는 무전 시에 쓰는 표현인 "Say again?(다시 말할래?)"을 쓰기도 한다. 실제로 영어로 된 밀리터리물을 번역할 때 이 표현들이 대부분 "잘 못 들었습니다"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다.
사족으로, "잘 못 들었습니다."의 '잘'은 '제대로, 확실히'의 의미이기 때문에 '잘못 들었습니다'로 말하거나 들을 경우 뜻이 달라지게 된다.
어느 정도 짬이 찬 친한 선후임 간에 응용된 표현으로 희화화 하여 쓰이는 경우가 있다. "잘 못 들을 예정입니다.", "잘 못 듣고 싶습니다." "잘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잘 못 들어버렸습니다?" 등등. 오히려 선임이 후임한테 "잘 못 들었다."라고 하며 희화하는 경우도 있다. 두 번 말하기 귀찮은 선임인 경우엔 '잘 들은거 맞다'고 반박하기도. 이 외에 존중어를 쓴답시고 '잘 못 들었어요?'같은 혼종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비슷하게 무선 통신[4] 시에는 "재송신 바람"[5]을, 그리고 유선 통신 시에는 " 통신보안?"이라는 반문법을 사용한다.
3. 같이 보기
[1]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제2작전사령부 휘하의 부대에서는 아예 이것조차 쓰지 못하게 해서 "알겠습니다"나 "그렇습니다"만 써야 하는 곳도 많았다! 이는 후방의 모 지역방위사단에서 복무하다가
대전광역시로 파견을 가서도 같은 문화가 있음을 확인한 결과인 만큼, 최소한 2작사 내에서는 보편적인 문화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2]
잘 못 들었습니다를 두 번째 말하게 되면 그때부턴 갈굼이 시작되거나 화난 목소리로 돌아올 확률이 매우 높다.
[3]
다만
보이스카우트 등지의 유사조직에서는 쓰이는 편
[4]
군 내부에서
무전기로 업무적인 상황에서만 쓴다. 휴대폰으로 군인끼리 통화 할 때에는 잘 못 들었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
[5]
재송 바람, 재수신 바람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