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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1-07-11 18:57:12

연성지치

고사성어
이어질

1. 풀이

여러 성에 해당하는 값이라는 뜻으로, 굉장한 가치를 지닌 물건에 비유하는 말이다.

2. 유래

춘추 시대 초나라에 변화(卞和)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날 산에 갔다가 훌륭한 보석의 원석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걸 임금께 갖다 바치면 큰 상을 내리시겠지.'

이렇게 생각한 변화는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가지고 산을 내려와 곧바로 대궐에 달려가서 임금께 바쳤다. 당시의 초나라 임금은 여왕(厲王)이었는데, 그도 난생 처음 보는 물건이라 얼른 판단이 서지 않아 감정사를 불러다 보였다. 그런데 그 감정사 역시 그런 보물을 처음 보기는 마찬가지였다.

'공연히 섣부른 소리를 했다가는 나중에 책임 추궁을 당할지도 몰라. 그러고 나면 지금까지의 내 명성은 뭐가 되겠어.'

이런 생각이 든 감정사는 시치미를 떼고 아뢰었다.
"황공하오나, 이 물건은 하찮은 보통 돌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그 말을 듣고 노발대발한 여왕은 임금을 속인 죄를 물어 변화의 왼쪽 발목을 잘라 버렸다. 좋은 일을 기대하고 입궐했다가 졸지에 병신이 되고 만 변화는 울면서 그 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얼마 후 여왕이 죽고 무왕(武王)이 즉위하자, 변화는 또 다시 보석을 가지고 입궐하여 그것을 임금께 바쳤다. 그래서 이번에도 무왕은 새로운 감정사를 불러 그 돌을 보였는데, 그 감정사 역시 잘 알지도 못하고 그것은 한 푼어치 값도 나가지 않는 보통 돌에 불과하다고 아뢰었다. 화가 난 무왕은 변화의 오른쪽 발목을 잘라 버렸고, 그래서 변화는 이제 엉금엉금 기어야 하는 앉은뱅이 병신이 되어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바보 같은 인간들! 그렇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이게 하늘 아래 둘도 없는 보물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변화는 이런 생각을 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달랬지만, 그런다고 열화같이 치미는 울분을 달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돌을 가지고 산 속에 들어가 목을 놓아 하염없이 울었다. 울다 울다 나중에는 피눈물을 흘리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울음은 멈춰지지 않았다.

무왕이 죽은 뒤 대를 이어 즉위한 문왕(文王)은 변화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래서 사자를 보내어 그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보게 했다. 명을 받은 사자는 산으로 변화를 찾아가서 물었다.
"그대는 그런 어리석은 거짓으로 불행을 당하고도 모자라서 계속 이런 청승을 떨고 있는 것인가?"

그 말을 들은 변화는 펄쩍 뛰었다.
"어리석은 거짓이라니요. 무슨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입니까. 이 돌이 천하의 보옥(寶玉)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이 사람한테 참혹한 형벌만 가하니, 세상에 이런 기막힌 노릇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한즉 나오느니 울음이요 눈물일 밖에요."

사자가 대궐에 돌아가 들은 대로 보고하자, 문왕은 한참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
"그 사람이 그런 봉변을 당하고도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그만한 곡절이 있을 것이다. 불러오도록 하라."

이리하여 변화는 문왕 앞에 불려갔고, 문제의 원석을 바쳤다. 문왕이 그것을 받아 보석 명장(名匠)을 불러다 맡기고 가공해 보라고 시켰다. 그리하여 비로소 천하의 보물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몹시 기뻐한 문왕은 목숨을 걸면서까지 성실성을 지키려 한 변화를 칭찬하고 큰 상을 내리는 한편 그의 이름을 따서 문제의 보석에다 '화씨벽(和氏璧)'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러 전국 시대 후기에 들었을 때, 화씨벽은 조나라 혜문왕의 소유물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진나라 소양왕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는지 사자를 보내어 혜문왕에게 가당찮은 조건을 제시했다.
"소문을 듣자니까 전하께서는 희귀한 보옥을 가지고 계시다는데, 과연 얼마만한 가치가 있는 것입니까?"

"뭐, 그저 ‘성 여러 개에 해당하는 값[1]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실지 모르겠구려."

"그렇다면 정말 대단한 보석이군요. 사실은 저희 임금께서 우리 나라의 15개 성과 그 화씨벽을 교환하고 싶어하십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뜻밖의 일을 당한 혜문왕은 당황했다. 요컨대 강한 힘을 배경으로 한 생억지인 것이다. 그까짓 보석 하나에 15개나 되는 성을 진심으로 맞바꾸려 할 리가 없지만, 거절하는 것은 침공의 빌미를 제공하는 짓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해도 자존심이 있는 이상 소중한 보물을 거저 줄 수도 없었다. 이 어려운 국면을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인물이 지용을 겸비한 재상 인상여 바로 그 사람이었다.
"성이 손에 들어오지 않으면 기필코 구슬을 무사히 지켜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이런 말을 남기고는 화씨벽을 가지고 진나라에 들어간 인상여는 소왕을 만나 유창하고 조리 정연한 언설과 당당한 용기로 끝내 소왕의 야욕을 무색하게 만들고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했다고 한다.

[1] 連城之値(연성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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