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Энергия[1]소련의 최대급 로켓.
원래 소련의 과학자들은 우주왕복선을 개발하지는 않고 있었다. 미국에서 우주왕복선을 개발할 때는 이미 코롤료프 설계국[2]의 소유스 로켓 생산 공정이 완비되어 저렴하게 로켓을 뽑아낼 수 있었기에, 우주왕복선을 날리는 것보다 소유스 로켓을 몇 번 날리는 것이 더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정치적 이유로 소련에서도 우주왕복선인 부란을 만들게 되었으며, 부란을 우주로 쏘아 보낼 발사체로 개발된 것이 에네르기아다.
에네르기아는 1987년에 처음으로 SDI에 대항하기 위한 우주전투위성 폴류스를 발사하게 위해 사용되었으며, 이 때 폴류스의 오류로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3] 에네르기아 자체는 문제없이 작동하였다. 이후 1988년에 부란이 완성되면서 부란-에네르기아의 무인 발사가 이루어졌으며, 성공적으로 비행을 마쳤다.
하지만 소련의 붕괴로 부란을 우주로 실어보낸 것이 마지막 비행이 되었으며, 이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다만 보조 로켓으로 사용된 제니트는 개량되어 아직도 발사체로 사용되고 있다.
2. 성능
총 중량 2,400톤에, 지구 저궤도 페이로드가 100톤에 달하는 최대급 로켓이다. 이는 지구 저궤도 페이로드가 118톤이었던 새턴 V 로켓 다음가는 수준으로, 실존했던 로켓 중에서 두 번째로 커다란 것이다.[4]미국의 우주왕복선에 대비되기는 하지만, 사실 개념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미국의 우주왕복선은 궤도선+외부연료탱크+고체연료 부스터가 한 세트로, 적어도 궤도선과 외부 연료 탱크는 한 덩어리로 움직여야한다. 외부 연료 탱크는 말 그대로 궤도선 밖에 달아놓은 단순한 연료탱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궤도선에 있는 메인 엔진이 있어야 발사할 수가 있다. 하지만 부란-에네르기아는 부란과 에네르기아가 별도라, 에네르기아 단독으로도 사용할 수가 있다. 즉, 우주왕복선이 '궤도선에 커다란 연료 탱크와 부스터를 붙여서 스스로 날아가게 하는 것' 이라면, 부란-에네르기아는 '에네르기아라는 최대급 발사체에 부란을 실어서 보내는 것.'이 된다.[5]
이러한 방식의 차이점으로 부란-에네르기아가 얻는 이점은, 에네르기아를 부란 뿐 아니라 다른 것을 우주로 수송할 때도 사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높다는 것이다. 부란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화물(캡슐형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 모듈 등)을 발사해야한다면, 미국이 지금 우주왕복선에 사용된 기술을 우려내어 SLS를 만드는 것처럼 별도의 발사체를 개발하거나 만들 필요 없이, 에네르기아를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우주왕복선에 사용된 고체 연료 부스터와는 달리, 보조 로켓이 액체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추력조절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반대로 부란에 한정된 결점이라면 우주왕복선 이상으로 효율이 떨어지고 비싸진다는 점이 있다. 앞서 설명했듯 각 오비터 바닥에 붙어있는 깡통이 우주왕복선은 내다 버려도 크게 아쉬울 것 없는 기름통인데 반해 부란은 이게 로켓의 메인 부스터이다. 우주선 부품 중 제일 비싼 것이 로켓 메인 엔진이고 ULA 같은 경우에도 현재 기술 수준으로 메인 부스터를 통째로 건져올 수 없다면 로켓 엔진 만이라도 잘 살려서 갖고 오자는 컨셉의 신형 로켓이 벌컨 센타우르다. 우주왕복선의 경우 메인 엔진은 오비터에 달려있기 때문에 오비터가 귀환하기만 하면 엔진은 비교적 깔끔한 상태로 공항에 딸려오게 된다. 반면 부란의 메인 엔진은 메인 로켓 부스터에 달려있기 때문에 20세기의 기술로는 이걸 다시 지상으로 무사히 갖고 올 방법이 없다. 그럼 부란 오비터에 달려있는 엔진은 뭐냐고 할 수 있는데 사실 그건 제트 엔진이다(...). 발사 시점엔 당연히 이걸 쓸 일이 없으니 이 엔진 중량도 페이로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3. 후속기종
실제로는 단 두 기만 만들어서 발사하고 소련이 망해 단종되었으나, 후속기종은 이미 구상되어있었다.-
에네르기아 M
축소버전으로, 부스터인 제니트가 네 개에서 두 개로 줄어들고 코어의 로켓엔진도 네 개에서 하나로 줄어들었다. 프로톤 로켓을 대체할 용도로 개발이 진행되었으나 1993년에 안가라 로켓에 밀려 탈락했다.
-
에네르기아 II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170px-Uragan1m.jpg
정식명칭은 허리케인을 뜻하는 러시아어 우라간(Uragan, Ураган)이다. 기존의 에네르기아가 재사용할 수 없었던 것과는 달리, 우라간은 모든 부위를 재사용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그것도 로켓 본체와 보조로켓에 전부 날개를 달아서. 심지어는 에네르기아 본체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우주왕복선처럼 설계되어, 머리부분을 열고 화물을 실을 수도 있었다. 물론 구상은 멋져보이지만 이런 공기역학적 디자인의 부스터들은 발사 도중에는 양력을 받아 하늘로 날아오르는데 도움을 주기는 커녕 공기 저항을 받는 요소로 작용하고 날개 무게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연료 소모가 강제된다. 거기다 비행기와 유사한 타입의 랜딩기어 수납구조 까지 넣으면 연료통 공간이 또 줄어든다.(...) 실제 재사용 로켓이 그리드 핀이나 날개 흉내만 낸 작은 카나드 같은거나 붙이고 서커스에 가까운 활강을 하는 이유.
어떻게 착륙하는지 궁금하면 이 영상을 참조하자.
-
불칸 또는 헤라클레스
불칸 또는 헤라클레스 이름이 붙은 버전은 175톤을 궤도상에 올릴 수 있는 스펙으로 구상되었다. 엄밀히 따지면 이쪽이 원조로, RLA-150이라는 250톤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 유인 월면기지를 건설하려고 설계하던 로켓을 부란을 싣고 날릴 수 있을 정도로만 줄여서 만든 것이 에네르기아 로켓이었고, 이것을 되살린 것이다. 새로 개발한 불칸 로켓은 여덟개의 보조로켓이 달리고, 2단으로 에네르기아 M이 올라가는 구성이었다. 1990년에서 1993년까지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나, 소련 붕괴와 자금 부족으로 결국 취소되었다. 발사 영상
-
예니세이
러시아가 2028년에 첫 발사를 계획하고 있는 초대형 로켓으로 지구 저궤도에 무려 128톤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예니세이는 시베리아에 흐르는 예니세이 강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가 새로 제작 중인 안가라 강의 이름을 따온 안가라 로켓과 함께 드네프르 강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은 드네프르 로켓이 소련 해체 당시 우크라이나가 갈라져 나가며 남의 집 식구가 되어버린 것을 저격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어버럈다.
[1]
에네르기야라고 발음한다.
[2]
다만 이 시절 설계자는 코롤료프의 원수 발렌틴 글루시코였다.
[3]
엔진이 궤도 공전방향의 반대쪽으로 달려 있어서 180도 회전해서 엔진을 점화해야했지만, 이게 항법 시스템의 오류로 360도를 돌아버린 후에 점화해버려서, 결국 대기권으로 재진입해버려 파괴되어 버렸다.
[4]
다만 재사용없이 발사한다면 스타십 V2가 100톤 이상으로 동일하거나 조금 더 커다란 수준이고, V3는 200톤이상으로 가장 크다.
[5]
에네르기아 옆에 붙어있는 4기의 제니트 부스터들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부스터에 낙하산을 달아 재사용하려는 계획이 있었으니 무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