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ority stress
1. 대중적인 의미
대중적으로는 소수민족/인종, 성 소수자들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소수자 지위로 인해 경험하는 낙인 관련 스트레스(stigma-related stress)를 의미한다. 사회적 차별로 인해 경험하는 스트레스 또한 개인의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건강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된다. 이를 학술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이론으로는 하단에 다시 설명하게 될 심리적 매개 프레임워크(PMF)가 있다.이하에서 설명할 이론은 이 중에서 성 소수자들, 그중에서도 LGB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론이므로 대중적인 의미보다 훨씬 더 협소하게 활용된다.
2. 소수자 스트레스 이론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들이 사회적 낙인과 차별, 억압으로 인해 경험하는 만성적 스트레스.컬럼비아 대학교의 공공보건학(public health) 교수 일란 메이어(I.H.Meyer)가 2003년에 자신의 논문에서 소수자 스트레스 이론(이하 MST; minority stress theory)을 발표하여 유명해졌다.[1] 현대에는 정신의학(psychiatry)이나 공공보건 분야 이외에도 스트레스를 연구하는 건강심리학, 성적 지향을 연구하는 성심리학, 낙인(stigma) 효과를 연구하는 사회심리학, 기타 학문으로서 사회학, 정책학 등의 다양한 분야들에서 관심 갖고 취급하고 있다. 2019년 현재 확인 가능한 가장 최신의 리뷰 논문은 2017년에 나왔을 만큼[2] 현대에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이론이다.
짧게 말하면 LGB 인구가 사회적인 멸시와 천대의 시선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게 되고, 그것이 마침내 그들의 정신건강 수준까지 떨어뜨려서 우울과 불안, 자살, 자해, 폭음, 흡연, 마약 등등의 위험으로 내몰아 간다'''는 게 MST의 요체다. 2003년 이전까지 관련 학계에서는 사회적인 차별이 LGB들에게 엄연한 스트레스원(stressor)이 될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 스트레스는 둘째치고, LGB들이 수많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살아간다는 사실 자체도 대부분 90년대말~ 2000년대초 사이에 이슈화되었던 것이었다.
이는 그 이전까지 스트레스라는 개념을 연구하던 심리학계의 이론적 조망이 소위 일반적 적응 증후군(GAS; general adaptation syndrome), 즉 전적으로 생리학을 위시한 개인 내면의 주관적 경험을 강조하는 분석 수준(level of analysis)에 국한되었기 때문이다.[3] 즉,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적응적 압력으로 인하여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피질이 반응하고, 이것을 인지적 수준에서 주관적으로 평가(appraisal)하고 대처(coping)하게 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것이 스트레스 연구의 주류였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인 낙인이 찍히는 것이나 낙인 찍힌 집단에 소속되는 것 또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80-90년대 학자들의 인식 수준에서 신속히 떠오르지 못했던 것이다. 요컨대, MST가 학계에 출현함으로써, 모든 스트레스가 꼭 주관적인 것은 아니며 객관적인 스트레스도 존재한다는 주장에 비로소 학계의 인증 도장이 찍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소수자 스트레스라는 단어 자체는 기존의 '주관적' 인 스트레스 개념을 대체하는 개념은 아니며, 보완하는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뜻밖의 정치적인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민감해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스트레스 연구의 권위자 스티븐 홉폴(S.E.Hobfoll) 등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연구할 때 그 연구는 다음의 두 가지 인간관 중의 하나를 채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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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헤쳐나가는 능동적 행위자
이 관점에서 스트레스를 겪는 개인을 바라볼 경우, 그 개인이 환경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그들이 갖고 있는 내적인 역량을 긍정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 관점에 입각하여 연구하는 키워드로는 인지적 재평가(cognitive reappraisal), 자기연민(self-compassion), 회복탄력성(resilience), 강인함(hardiness),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그 불공정함으로 인해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요컨대, 스트레스는 전적으로 '지 잘못' 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노력만 하면 역경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결국 스트레스의 괴로움은 '약한 척' 이나 '우는소리' 가 되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자기개발서들이 바로 이런 식으로 대중심리학적인 메시지를 설파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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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로 인해) 고통 받는 수동적 피해자
이 관점에서 스트레스를 겪는 개인을 바라볼 경우, 그 개인이 겪는 고통에 대해 우리 사회 전체가 져야 할 책임을 면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어떤 스트레스는 개인의 힘만으로는 어찌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 입각한 키워드가 바로 소수자 스트레스이고, 인간관을 공유하는 다른 연구주제들로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전투 스트레스 반응(CSR; combat stress response) 등이 있다. 그렇다고 이 관점이 소수자들에게 전적으로 공정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 인간관은 한편으로는 소수자들이 역경 앞에서 무기력한 존재이며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없는 취약한 존재로 비관하기 때문이다. 즉, 소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empowering)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일란 메이어 등의 연구자들은 either-or 개념이 아니라 both-and 개념을 선택한다. 때때로, 똑같은 게이라고 할지라도 이 게이는 저 게이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수 있다. 이럴 때에는 능동적 행위자 관점으로 설명하는 게 적절하다. 하지만, 두 게이 모두 사뭇 다른 삶을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게이라는 이유로 똑같이 고민하게 되는 삶의 고충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설명하려면 수동적 피해자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4] 세상의 부조리와 모순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인간을 구제하기 위해, 심리학자들은 그 사회 자체를 비판하고 변화를 도모할 필요성도 느끼지만, 더 나은 사회가 도래할 때까지 개인의 긍정적 잠재력을 끌어내어 회복시키고 견뎌낼 수 있는 방법 또한 제공한다. 어떤 한 인간관이 정치적으로 '더' 혹은 '덜' 올바른 것이 아니라, 둘 중 하나를 도외시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에 대해서 덜 올바른 접근이 되는 것이다.
사실 2003년 이전에도 LGB 인구가 유독 술과 마약에 쩔어있다는 사실 자체는 알음알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잘 알려져 있듯이 동성애가 정신병 목록에서 내려간 게 불과 1973년의 일이었고, 이런 상황에서 학자들은 LGB 인구가 얼마나 괴로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 연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 연구는 자칫 성 소수자들의 삶을 병리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요컨대, 보수주의자들이 나서서 "거봐, 그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건 결국 그들이 퇴폐적이고 방종해서 그래!" 라고 선전할 수 있었고, 이는 동성애자들이 자기 자신을 수용하고 통합하는 데 큰 지장을 주는 이성애규범적 차별에 힘을 싣는 것이었다. 그들의 괴로움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으면서 정치적으로 더 올바른 설명이 나올 때까지 학계는 조심스럽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고, MST가 세상에 나타난 뒤에야 비로소 학계는 그들이 왜 그렇게 괴로운지를 '퇴폐 가설' 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LGB에 대한 사회적 냉대가 그 자체로 하나의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이다.
2.1. 스트레스의 재개념화
우선 기존의 학계에서 말하던 스트레스는, 상기했듯이 외적인 환경의 변화에 의하여 자신이 갖고 있던 가치 있는 자원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보전하려는 목적으로 작동하는 적응적 반응에 가까웠다. 만일 그 개인이 스트레스 사건에 적응하기에 필요한 생리적이고 심리적인 역량이 도저히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스트레스는 개인에게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질병을 갖게 만드는 역경(adversity)이 되었다. 리처드 라자루스(R.S.Lazarus) 등의 스트레스 연구자들은 스트레스를 무작정 회피하려거나 음주를 하기보다는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제안했다.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한 부정적인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문제 자체를 규정하고 어떻게 해결할지를 생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심리학개론 수업에서 접할 수 있는 스트레스 개념에 대한 대략의 내용이다.그러다가 사회적 스트레스(social stress), 즉 사회적 사건이 스트레스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나타났다. 스트레스가 외부 환경에 대해 적응하기 위한 자원의 소비임을 생각한다면, 사회적 스트레스는 개인과 그 개인의 사회적 경험이 서로 충돌하거나 불일치함으로 인해 나타나는 자원의 소비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사회적 경험이라는 것이 개인의 정체성이나 타고난 범주에 의해 형성될 때이다. 주위에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집단에서 자신이 탈출하면 그만이지만, 자신이 게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어딜 가나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준다면 그것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나겠는가? 그렇다면 낙인 찍힌 사회적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은 상시 자신의 자원을 소비하게 되고,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적응을 위해 노력해야 하게 된다. 이들은 얼마 못 가서 모든 자원을 잃어버리고 탈진하게 될 것이다. 이런 사례를 연구자들은 소수자 스트레스로 부르기 시작했다.
일란 메이어는 소수자 스트레스가 "자신에 대한 자신의 인식은 긍정적이고자 하는데 자신에 대한 타인의 인식은 늘 부정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타인의 인식에 스스로를 계속 적응시켜야 한다" 는 어려움을 준다고 하였다. 그는 소수자 스트레스 모형(minority stress model)을 만들어서, 소수자 스트레스는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사회적 현상으로부터 기원하며, 일반인들이 경험하는 평범한 스트레스에 덧붙여져서 추가로 경험하게 되는 부가적(additive)인 성격을 갖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소수자들은 이 스트레스로 인해 과잉경계(hypervigilance)를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그 부정적인 사회적 평가를 내면화(internalize)하는 데 이를 수 있다고도 하였다.
물론 어떤 사건은 무조건 '사회적' 이고, 어떤 사건은 무조건 '개인적' 이라는 식의 설명은 학문적인 설득력이 없다. 뉴스를 통해 지구 반대편의 게이 배싱(gay bashing) 사건을 접하는 경험, 게이라고 따돌림을 당할까 하여 친구 사귀기를 망설이는 경험, "게이도 아니고 그게 뭐냐" 라는 친한 친구의 무심한 말에 속으로 상처받는 경험은 전부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MST에서는 스트레스 자체를 말단 개념(distal concept)에서부터 근접 개념(proximal concept)에 이르는 연속선에 위치시킬 것을 제안한다. 전적으로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경험은 개념적 연속선에서 가장 근접한 것이겠지만, 전적으로 사회적이고 객관적인 경험은 가장 말단의 자리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근접 스트레스원은 개인의 지각(perception)과 인지적 평가에 영향을 주지만, 말단 스트레스원은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보고(report)의 형태로서 개인의 지각과 인지적 평가에 영향을 준다.
환경을 당장 바꿀 수 없을 때 더 무서운 것은 말단 스트레스원이다. 개인이 자신의 소수자 지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그 사회 자체로부터 탈출하지 않는 한 상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실 근접 스트레스원은 개인이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 자신이 게이라는 인식이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고 자주 떠오르지도 않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들은 근접 스트레스원은 아예 스트레스로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인지적 재평가 방식을 통해서 근접 스트레스원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간혹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이 세상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이가 있다면, 이 사람은 근접 스트레스원에 정말 많이 시달릴 것이다. 그런데, 말단 스트레스원은 이런 개인차가 거의 없다. 방금 열거한 모든 사람들은 말단 스트레스원의 해악을 공평하게 나누어 받게 된다. 스트레스 자체가 개인이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환경을 아무리 바꾸더라도 자기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근접 스트레스원이 더 무섭다. 이를 비유하자면 자기 자신을 자신만의 '사적인 지옥'(private hell)에 밀어넣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5] 자신이 게이라는 것이 중요하게 생각되는 사람들은 아무리 시대가 변해서 자신의 커밍아웃을 주변 사람들이 수용해 주고 지지해 줄지라도 죽는 순간까지 계속 위축되고 불안해할 수 있다. 낙인 연구자 페기 소이츠(P.A.Thoits)는 이런 심리를 자기-낙인찍기(self-stigmatization)라고 불렀다. 이런 내면화된 문제는 매우 직접적으로 개인에게 음주나 자해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2.1.1. 소수자 스트레스 과정
그렇다면 소수자들은 어떤 경험을 스트레스로서 받아들이게 될까? 일란 메이어는 LGB 인구 내의 다양성을 유발하는 개인차 조절 변인으로서 다음의 네 가지 경험을 들고 있다. 요컨대, 자신과 유사한 다른 성 소수자가 경험한 반동성애적 폭력 및 차별 사건, 그리고 타인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불안과 취약성의 느낌, 자신의 성적 지향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부담감 및 사회적 고립, 마지막으로 내면화된 반동성애적 규범을 경험할 때 LGB 인구들은 소수자 스트레스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편견 사건(prejudice events)
소수자들은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나 희롱, 차별을 직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느낀다. 그레고리 헤렉(G.M.Herek)과 같은 동성애 연구자들에 따르면, 전체 LGB 인구 중에서 편견과 차별의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20~25% 정도로 나타나며, LGB는 이성애자에 비해서 폭력과 차별의 피해를 겪을 가능성이 두 배 정도 더 높은 인구집단이라는 사회조사 결과도 존재한다. 특히 그 폭력의 동기가 명확하게 혐오범죄일 경우에는, 그렇지 않거나 그 동기가 불확실한 범죄에 비하여 LGB들에게 더 큰 정신적 고통을 주게 된다.[6] 수많은 문헌들에 따르면, 이런 편견 사건들은 선진 서구사회에서는 청소년일수록 그 경험 가능성과 피해규모가 증가하게 된다고 한다. 어른들은 타인을 대놓고 게이라며 놀리거나 배척하지 않지만, 청소년들은 실제로 타인이 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때리거나 괴롭힐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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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척에 대한 예상과 경계(expectations of rejection)
편견 사건이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나타나거나 혹은 너무나 만연해 있다면, 소수자들은 자연히 타인과 만나는 매 순간마다 배척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안게 된다. 이 주제에 대한 연구는 사회심리학계에서 기존에 이루어져 왔던 고정관념 위협(stereotype threat) 연구나 낙인 연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클로드 스틸(C.M.Steele)과 조슈아 아론슨(J.Aronson)이 보고했던 가장 극적인 연구성과는, 이러한 불안함이 결과적으로는 정신적으로 많은 부담을 주게 되어서, 단순히 불편감이나 취약한 느낌을 경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서 실제로 개인의 사회적이거나 학업적인 성취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낙인의 효과가 자존감까지 낮추지는 않는다는 것인데, 제니퍼 크로커(J.Crocker)라는 한 저명한 사회심리학자는 이것을 낙인의 자기보호적 속성(self-protective properties)으로 설명하였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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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지향의 은폐(hiding and concealing)
많은 게이와 레즈비언, 양성애자들은 자신이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가족 및 타인에게 차마 털어놓지 못하며, 마치 자신이 흔한 이성애자인 것마냥 실제로는 없는 이성 파트너 이야기를 꾸며내기도 한다. 이를 패싱(passing)이나 커버링(covering)이라는 용어로 지칭하기도 한다. 이것은 성적 지향이라는 것이 피부색이나 2차 성징처럼 한눈에 드러나지 않는 '비가시적' 인 속성이라는 점에서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은폐는 개인이 취하는 스트레스 대처의 한 종류임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많은 LGB 개인들은 이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 비슷해 보이는 타인에게 은근슬쩍 시그널을 주거나 믿을 만한 사람에게 커밍아웃을 시도한다. 이런 식으로라도 사회적 연결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LGB들은 자신을 지지하고 성원하며 격려할 수 있는 다른 LGB 동료나 소수자 커뮤니티와 접촉할 기회 자체를 차단당한다. 건강심리학자 스티브 콜(S.W.Cole)의 몇몇 문헌들에 따르면,[8][9] 이러한 은폐는 면역력까지 떨어뜨려서 LGB들이 에이즈 보균자일 경우 병세가 더 빠르게 악화되며 설령 비보균자라 하더라도 각종 질병에 더 많이 시달리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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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화된 반동성애(internalized homophobia)
일란 메이어는 이것이 가장 주관적인 수준의 스트레스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아인 윌리엄슨(I.R.Williamson)의 리뷰에 따르면,[10] 이 스트레스원은 LGB들에게 늘 자기통합을 저해하고 커밍아웃을 방해하는 내면의 적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이것은 커밍아웃을 한 이후까지도 평생 남아서 개인을 괴롭히는 스트레스원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연구들은 이 스트레스로 인하여 LGB들이 (커밍아웃 이후에도) 타인과 안정적이고 깊이 있는 친교를 유지하기 어려워하며, 우울증에 더 많이 시달리고, 섭식장애를 겪기도 하며, 성 기능 장애를 겪기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2.2. 정신적 장애들
앞서 언급했듯이, 개인이 버티고 버티다 끝내 무너질 정도로 상시적이고 집요한 스트레스는 그 사람의 건강을 해치게 만든다. 예컨대 저질체력이라서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신체적 자원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며칠만 무리하고 나면 곧바로 심한 몸살과 감기를 앓게 된다. 이는 스트레스가 인체의 자원을 소모함으로써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정신과적인 문제들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 예컨대 실직이나 이혼, 사별 등등 스트레스가 너무나 극단적이어서 우울증에 빠지거나 심지어는 자살 시도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마땅히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개입해야 할 심각한 문제가 된다. 문제는, LGB들 역시 이런 정신적 장애(mental disorder)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70-90년대 무렵만 하더라도 LGB들이 과연 유독 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문헌도 부족했지만 연구방법론 자체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1999년에, 방법론적으로 모범적으로 수행된 두 건의 연구에서[11][12] LGB들의 고충이 드러나면서 학계에 비로소 화제가 되었고, 2001년에 수행되어 똑같은 격차(disparities)를 보여준 두 건의 연구는[13][14] 마이클 킹(M.King)이 수행한 메타 분석 논문에서[15] 연구의 질적 수준이 높다는 찬사를 받았다. 킹의 메타분석은 11,971명에 달하는 LGB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의학 논문인데, 각종 수치를 종합할 경우 LGB들이 이성애자들에 비하여 각종 정신적 장애의 위험에 적게는 1.5배, 많게는 4배만큼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아무튼, 이 주제를 다루고 있는 가장 최신의 리뷰인 미할 피토냐크(M.Pitonak)의 2017년 문헌 등을 참고하자면, LGB들이 앓고 있는 정신적 장애들에 대해서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단, 유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① 이하에서 계속 "이성애자와의 격차가 크다" 는 애매한 언급을 할 텐데, 관련 논문들에서는 승산비(odd ratio)를 계산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으며, 평생 경험하는 가능성과 최근 12개월 간 경험하는 가능성, 현재 경험하는 가능성 등이 전부 뒤섞여 있어서 그 수치를 합성한 결과를 언어적으로 엄밀하게 표현하기는 어렵다. ② GB(남성) 소수자들과 LB(여성) 소수자들의 특성을 설명할 때에도 수치의 해석에 있어 주의를 요한다. 우선 그 비교대상이 상대방 성별의 소수자인지 아니면 이성애자인지 문헌에서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GB의 수치보다 LB의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났다면, 이는 GB들이 LB보다는 상대적으로 편히 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는 어려우며, 이성애자 남성들도 그 못지않게 힘들기 때문에 GB가 상대적으로 부각이 덜 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또는 리커트 척도의 경우 어딘가에서 뜻밖의 천장효과(ceiling effect)가 작용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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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및
불안
학자들의 중론에 따르면, LGB들은 늘 우울하고 불안하다. 이 두 가지를 묶어서 취급하는 이유는, 물론 이것들이 내면화 장애로서 유사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LGB들은 이 두 가지의 공존이환(comorbidity)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체 게이 인구의 20%, 전체 레즈비언 인구의 23% 정도는 둘 이상의 내면화 장애를 함께 겪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LGB들에게서의 이런 증상의 발병은 청소년기부터 시작되고, 양성 모두 이성애자들보다 대략 2배 정도의 위험을 안고 있지만 LB보다는 GB에서 이성애자와의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난다. 마이클 킹은 자신의 메타분석에서, 이 분야의 문헌들이 전반적으로 방법론적으로 우수한 수준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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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자살 관념화, 자살 시도
LGB들은 유독 자살자가 많으며, 평소에도 자살에 대한 생각을 유달리 많이 하고, 실제로 자살 소동도 자주 일으킨다. 이 주제를 연구할 때의 난점 중 하나는, 이미 자살한 고인에 대해서는 사후분석(post-mortem analysis)이나 유족 증언만으로 고인의 성적 지향을 연구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자살 관념화(suicide ideation)나 자살 시도(suicide attempts)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다행인 것은 LGB들의 정신적 장애와 관련하여 가장 연구의 역사가 오래 된 분야라는 점이다. 이 역시 청소년기부터 시작되며, LGB 청소년들은 자살 시도에 있어 대략 3배의 위험에 노출된다. 마이클 킹은 자신의 메타분석에서, LB들은 자살에 대한 공상을 유독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면, GB들은 실제로 행동에 옮기고, 또 목숨을 끊는 데 성공하는 가능성이 유독 더 높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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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적
자해
사실, 자해라는 용어 자체는 자살 시도라는 용어와 함께 놓고 볼 때 명확한 조작적 정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 학계에서는 자해를 엄밀하게 정의하기 위하여 DSH(deliberate self-harm)라는 약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고의성이라는 측면을 반영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해로운 행동인지는 명시하고 있지 않다. 아무튼, 이 주제를 다룬 소수의 문헌들 중에서 모범적인 한 사례에 따르면[16] 적어도 양성애자 남성들보다는 게이들이 더 취약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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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이용 장애:
음주,
흡연,
마약 등
혹시 레즈비언들은 왠지 줄담배를 뻑뻑 피울 것 같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아마도 그것은 단순히 고정관념만은 아닐 수 있다. LGB는 실제로 술에 떡이 되도록 취하는 경우가 많으며, 굴뚝 수준으로 담배를 피워대고, 그뿐만 아니라 불법 마약에도 더 많이 손을 댄다. 호주 보건복지부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LGB들은 이성애자보다 폭음 경험에 대해서는 10.5%p, 약물 사용 경험에 대해서는 25%p 더 높게 응답했다. 이성애자들에 비해서 물질 이용(substance use)에 있어 유독 더 병리적인 경향을 보이는 현상은 역시나 청소년기부터 시작된다. 이성애자들과 비교했을 때의 위험성은 문헌에 따라 작게는 1.6배, 크게는 9.7배로 다양하다. 이렇다 보니 중독에 중독으로 절여져서 몸이 망가진 LGB들이 불법 약물을 구하기 위해 법망을 넘나들다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관련기사 어디서나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은, GB보다는 LB일 때, 성인보다는 청소년일 때 특히나 음주와 흡연에 있어 매우 심한 의존성을 보인다는 것.
여기서 특기할 만한 흥미로운 현상이 있는데, 물질 이용 장애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중요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GB들은 더 빠르고 수용적이라면, LB들은 더 심하고 만성적으로 탐닉하는 경향이 있다. 관련 문헌의 비유를 바로 빌리자면, 새로운 마약 트렌드가 나타났을 때 게이들은 이를 즉시 받아들이는 ' 얼리 어답터' 의 성향을 보인다. 반면, 레즈비언들은 자신이 익숙한 습관에서 잘 벗어나지 않되, 일단 손을 댄 물질이라면 그것이 알코올이든 마약이든 뭐든간에 위험한 수준으로 심하게 의존한다. 위에서 나온 9.7배라는 아득한 수치도 여기서 나온 것인데,[17] 이는 레즈비언 청소년들과 양성애자 여성 청소년들의 흡연경험을 묶어서 이성애자 여성 청소년들과 비교한 격차이다. 이런 현상은 불법 약물의 유통을 막기 위해 고심하는 사법 당국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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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위험추구 성향
미할 피토냐크는 자신의 리뷰에서 지면 일부를 할애하여 이 주제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인간과 인간이 성관계를 즐긴다 하더라도 더 안전한 방식이 있는가 하면 더 위험하고 무모한 방식이 있는데, LGB들은 이성애자들에 비해 더 위험한 성관계의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보통은 앞서 말했던 음주나 마약에 잔뜩 취한 상태로 그런 성관계에 임하게 되는 '수반성' 을 보이게 된다고. 특기할 만한 것이 두 가지 있는데, 둘 다 어찌보면 상당히 직관적인 연구결과이기도 하다. 첫째로, 남성이 남성과 위험한 성관계를 갖는 행동은 중요한 보건 의제가 될 정도이지만, 레즈비언 간의 성관계는 위험이 크지 않다. 둘째로, 양성애자 남성 청소년들의 성생활이 특히 위험하다. 즉, 첫 성관계 경험 연령이 더 빠르고, 피임도 덜 하며, 4명이 넘어가는 성적 파트너들을 유지하고, 성병 감염률도 실제로 더 높게 나타난다.[18] 그런데 이 세부 주제에서는 정체성(identity)으로서의 양성애라기보다는 동/이성 성관계 경험 여부만을 따지는 경향이 있어서, 이런 '발랑 까진' 남학생들이 차후 정말로 자신이 양성애자라고 정체화하게 될지는 의문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MST 관련 메타 분석에서도 늘 LGB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가 이슈가 되곤 한다.
2.3. 이론적 한계점
모든 종류의 사회과학 이론들이 그렇듯이, 소수자 스트레스 개념을 낳은 MST 또한 분명히 한계들을 갖고 있다. 이런 한계점들은 다른 경쟁적 이론으로 보완되거나 후속 연구를 통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메워지고 있지만, 워낙에 연구하기 까다로운 주제이다 보니 도저히 어찌할 길이 당장은 보이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도 있다.-
이론 자체의 모형으로서의 한계
MST를 모형화하면 아주 전형적인 조절모형이다. 즉 소수자로서의 스트레스가 여러 정신적 장애들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대처 방략과 같은 다른 조절변인들이 개입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조절모형은 소위 ' 케바케' 를 설명하는 데에는 좋지만, '메커니즘' 에 대한 설명, 즉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라는 질문에는 대답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즉, MST는 스트레스가 어떻게 해서 정신적 장애를 일으키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런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조절모형이 아니라 매개모형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매개모형은 특히나 양자간의 인과적 관계성에 대해서도 상당한 통찰을 줄 수 있다. 물론 학자들은 스트레스와 정신적 장애 사이의 매개효과와 인과성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지만, 이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소수자 스트레스라는 테마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미할 피토냐크가 내놓은 좋은 대안이 바로 심리적 매개 프레임워크(PMF; psychological mediation framework)이다. 이것은 마크 하첸뷜러(M.L.Hatzenbuehler)라는 심리학자가 제시한 매개모형인데,[19] MST보다는 좀 더 기초심리학(basic psychology)의 관점에서 인지적 과정과 정서적 과정, 사회적 과정이 스트레스와 정신적 장애 사이를 매개한다고 설명한다. MST와는 서로 상호보완적인 이론이라서, (구태여 비교하자면) MST가 일선 보건행정 분야나 공공보건 정책 입안자들 또는 현장의 LGB 운동가들에게 더 적용성이 좋다면, PMF는 상아탑의 골수 이론가들이나 순수학문으로서의 심리학 연구자들에게 더 설득력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단, MST가 사용하는 소수자 스트레스라는 용어는 PMF에서는 일괄적으로 낙인 관련 스트레스(stigma-related stress)라는 재정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는 본디 이 이론이 MST와는 독립적인 기원을 갖고 있으며 LGB와도 무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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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의 협소한 적용 가능성
본 문서가 MST를 소개할 때 소수자라는 개념을 거의 사실상 LGB 인구집단과 동일한 것처럼 사용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란 메이어가 제기한 소수자 스트레스라는 개념 자체가 처음부터 LGB에 관련된 문제의식에서 시작했고 그 문제의식 내부에서 끝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LGB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흑인들이나 여성들이 겪는 스트레스와는 뭔가 질적인 측면에서 서로 다르며, 이 때문에 MST는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등의 맥락에서 호환이 안 된다. 이런 한계는 미국에서 시행되는 다수의 사회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20] 일란 메이어 본인도 MST를 소개하면서, 인종/민족성에 관련된 낙인과 성적 지향에 관련된 낙인은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문제는 유사한 경쟁 이론인 미세공격성 이론(microaggression theory)과 비교했을 때 MST가 아무래도 밀리게 되는 부분이다. 당초 미세공격성 이론은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로부터 논의를 발전시켜 나가다가, 이론이 확립된 지 3년 후에는 광범위한 유색 인종들과 여성들, 성 소수자들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에까지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데 이르렀다. 이런 높은 호환성은 이론의 중요성과 유용함을 높이지만, MST는 사회적으로 지극히 한정적인 소수 인구인 LGB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특수한 이론이라 더더욱 비교되는 것. 물론 LGB들의 정신건강 이슈는 광범위한 전문가들의 이목을 끄는 주제이기 때문에 이론 자체의 인기는 있지만, 다양한 차별과 억압을 한데 묶어 설명하진 못한다. 심지어 트랜스젠더나 젠더퀴어의 삶을 어디까지 학술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의문. 만일 MST를 LGB 바깥의 다른 차별의 주제로 끌어가서 적용하고자 한다면, 먼저 그 전에 학계에다 논문이라도 한 편 쓰고 나서 적용하는 게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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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이 다루는 주제 자체의 한계
이 분야를 다루는 거의 모든 논문들이 공유하는 한계점이지만, 충분히 대표적이고 일반화 가능할 만큼 질적으로 좋은 LGB 표본조사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부분의 연구들은 참가자를 모집할 때 눈덩이 표집법(snowball method)을 따르는데, 한 사람과 접선한 후 그 사람의 소개로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시 새 참가자를 소개 받는 매우 번거롭고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가장 문제가 큰 것은 LGB 청소년들에 대한 연구인데, 이른 나이부터 자신을 LGB로 정체화할 만큼 유독 어른스러운 참가자들을 통해 연구 결과를 도출했을 때, 과연 그것을 바탕으로 학자들이 20-30대에 소수자 정체화에 뒤늦게 성공한 사람들까지 잘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자신의 성적 지향을 은폐하는 '클로짓'(closet) 성향의 LGB들의 심리상태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건 현존하는 어떤 이론이라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이므로 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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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의
개념화 및
측정방식의 비표준화
위에서도 지나가듯 언급했지만, 마이클 킹 등의 분석가들은 성적 지향이 연구들마다 제멋대로 정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청소년 남학생들 중에서 GB 인구를 분리해야 할 경우, 위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 최근 ○○개월 동안 동성의 친구와 성적인 접촉을 가진 적이 있나요?" 라는 식으로 그 피끓는 남학생들에게 질문한다면, 이는 제대로 된 게이/양성애 개념화라고 할 수 있을까? 수많은 문헌들이 과거 ○○개월 동안의 동성 파트너와의 성적 접촉, 소수자로서의 자기정체화 여부, 동성에 대한 성적 이끌림(sexual attraction), 성적 파트너의 성별 선호 등등을 혼용하고 있기에, 이렇게 모인 LGB 인구집단이 실제로 100% LGB로만 구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중의 일부를 솎아낼 근거가 있느냐 하면 이 역시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
비단 성적 지향의 개념화 외에도, 측정 방식이 혼용이 안 되고 표준화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예컨대 위에서도 소개했던 우울증 관련 문헌들의 경우, 사실 그 측정은 두 종류로 나누어진다. 어떤 문헌들은 정신의학 및 임상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라는 잘 정립된 진단기준을 활용하지만, 다른 문헌들은 긍정심리학이나 건강심리학 분야에서 쓰이는 척도들을 활용하는 우울증적 증상(depressive symptoms)을 측정하여 해석한다. 물론, 후자의 측정을 통해 "우울증적 증상이 심하다" 고 '해석' 된 참가자가 곧바로 "주요우울장애를 앓고 있다" 고 '진단' 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군가는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시도가 없는 모양.
3. 같이 보기
- 미세공격 - 대중적 의미로 사용되는 소수자 스트레스의 개념과 유사한 개념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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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itonak, M. (2017). Mental health in non-heterosexuals: Minority stress theory and related explanation frameworks review. Mental Health & Prevention, 5, 63-73.
[3]
이론적 조망이라는 게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학자들이 어떤 현상을 관찰하고 감지할 수 있는 인식론적 역량을 한편으로는 늘려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틀어막아 버리기 때문이다. 가끔가다 이론에 잘못 빠지면 그 이론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착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론이 현실에 맞춰져 가야 하는데, 현실을 이론에 끼워맞추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이론이 현실을 온전히 설명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사회과학 분야에서 특히 심하며, 따라서 사회현상을 이론을 통해서 설명하는 것은 상당한 메타인지적 역량을 요한다. 어떤 이론을 공부할 때 그 기본 전제(basic assumption)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4]
이걸
통계학의 용어로 바꿔 설명하면, 결국 급내분산을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급간분산을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고, 이 두 가지를 설명해 내고 나면 총분산의 상당수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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