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Big 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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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역사
원래 뉴올리언스 지역에서 퍼지기 시작한 초기 재즈나 블루스 중에도 여러 명이 그룹으로 연주하는 경우가 꽤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악기 당 한 사람의 연주자를 기용하는 소규모 형태였다. 그러다가 1920년대 들어 여러 대의 관악기에 리듬을 연주하는 악기들을 더한 형태의 대중음악 밴드가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이들 밴드는 곧 왈츠 등을 연주하던 클래식 오케스트라 형태의 경음악단들을 밀어내고 미국 대중음악계를 지배할 정도로 급성장했다.하지만 이 때 생겨난 초기 밴드들은, 빅 밴드와 편성은 비슷할지언정 재즈 음악에 포함하기엔 무리가 있다. 대부분이 그저 재즈 '삘', 블루스 '삘'만 나는 것이었고, 단원들도 대부분 악보만 보고 연주했기에 즉흥연주 스킬도 없었다.
이렇게 탄생한 밴드의 음악을 기반으로 처음 '재즈 빅 밴드'라고 부를 만한 편성의 그룹이 나온 것은 1920년대 중반 무렵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움직임은 주류를 차지하고 있던 백인 밴드보다 상대적으로 인종차별에 시달리고 음반 취입이나 방송 출연 기회도 적었던 흑인 밴드에서 일어났는데, 초창기 빅 밴드를 이끈 대표적인 음악인으로 플레처 헨더슨이 있었다. 이어 점차 싱코페이션 리듬 기반의 스윙재즈 음악이 미국의 대중음악으로 자리잡았다.
헨더슨이 이끈 빅 밴드는 비록 백인 밴드의 매너리즘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유능한 편곡자 돈 레드먼을 기용해 백인 밴드보다 더 꼼꼼한 구성의 편곡으로 된 곡들을 연주하면서 휘하 연주자들에게 짧지만 자유로운 솔로 연주의 기회를 부여했다. 이 때 헨더슨 밴드에 몸담고 있었던 루이 암스트롱이나 콜먼 호킨스도 그런 기회를 잘 이용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이후 재즈 계의 본좌로 성장했다.
금주법과 세계 대공황으로 인해 이들 빅 밴드의 수요는 날이 갈수록 증가했는데, 그 이면에는 마피아 같은 조직폭력배들의 밀조 등 범죄 행위가 있었다. 마피아는 경찰들의 눈을 피해가며 고객들에게 술을 팔았고, 지하에 불법 클럽을 만들어 세심하게 손님들을 가려냈다. 손님들은 술을 마시는 것 외에 분위기를 돋울 음악을 원했고, 빅 밴드는 여기에 딱 맞는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피아니스트 듀크 엘링턴이 이끌던 코튼 클럽의 전속 악단은 음악적으로도 상당히 주목받는 유명 밴드가 되었고, 엘링턴의 빅 밴드는 이국적인 향취를 내는 독특한 '정글 사운드'를 선보이거나 유능한 솔로 연주자를 끊임없이 영입하는 등, 밴드 음악의 통일성과 재즈의 자유로움을 적절히 융합하여 재즈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엘링턴 외에도 수많은 흑인 뮤지션들이 빅 밴드를 이끌었는데, 1933년 금주법이 폐지되면서 음주가무가 함께 하는 이 오락거리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드러머 칙 웹, 피아니스트 얼 하인즈와 루이스 러셀, 알토색소포니스트 지미 런스퍼드 등이 자신의 빅 밴드를 이끌고 인기몰이를 했고, 백인 재즈 뮤지션들인 클라리네티스트 베니 굿맨과 아티 쇼, 우디 허먼, 색소포니스트 지미 도시, 트럼페터 해리 제임스, 트롬보니스트 글렌 밀러와 토미 도시, 잭 티가든, 보컬리스트 밥 크로스비 등도 이에 질세라 자신들의 빅 밴드를 이끌며 명성을 얻었다.
스윙재즈(swing Jazz)라는 표현도 이 빅 밴드 음악의 발달과 함께 등장했고, 아예 1920~40년대의 빅 밴드 음악을 설명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흔들린다는 단어의 뜻에서 유추하듯 춤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악이었고, 현재 스윙댄스라고 부르는 춤도 이 시대에서 탄생한 것이다. 1930년대 중반에는 엘링턴과 쌍벽을 이루었던 피아니스트 카운트 베이시가 캔자스 시티에서 선배 피아니스트인 베니 모턴이 죽은 뒤 그가 이끌던 빅 밴드를 이어받았고, 베이시 밴드는 다른 빅 밴드보다 화려하고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정확하고 깔끔하며 절제된 연주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2차대전에 미국이 참전하고 수많은 음악인들이 징집되면서,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하는 빅 밴드의 입지는 좁아지기 시작했다. 또 인기에 치중해 항상 비슷한 연주를 하는 밴드에 싫증을 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재즈=댄스 음악'이라는 도식에 반기를 든 비밥 뮤지션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유행이 점차 시들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스윙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는 있었고, 다채로운 편성을 통한 전위적인 음악으로 빅 밴드의 또 다른 가능성을 실험한 스탄 켄튼과 보이드 래번, 클로드 손힐이라든가, 세련된 편곡으로 허먼과 베이시 밴드의 음악에 변화를 준 편곡자 닐 헤프티 등이 죽어가던 빅 밴드의 생명력을 이어갔다. 1956년에 개최된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에서는 엘링턴 밴드가 'Diminuendo and Crescendo in Blue'의 화려한 연주로 그들이 한물 간 밴드가 아님을 증명해 내기도 한다.
또 클로드 손힐 밴드에서 재즈 편곡 경험을 쌓은 길 에반스도 모던 재즈의 영향력을 포용한 빅 밴드를 이끌었고, 트럼페터 마일스 데이비스를 솔리스트로 맞아들여 'Miles Ahead', 'Porgy and Bess', 'Sketches of Spain'이라는 걸작 앨범들을 만들어냈다. 베이시스트 찰스 밍거스는 아예 더블 빅 밴드라는 대편성 그룹을 상정해 두고 두 시간의 러닝타임을 가진 회심의 역작 ' Epitaph'를 작곡하기도 했다.
1960~70년대에는 68운동과 신좌파의 득세에 힘입어, 기존 재즈에 반기를 든 새로운 형태의 빅 밴드들이 등장했는데, 이들은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한 곡을 만들거나 체 게바라 등에게 바치는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고, 거의 클래식 오케스트라에 버금가는 40~50명 규모의 대규모 편제와 다양한 악기 편성을 통해 더 급진적인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프리 재즈의 실험 정신과 퓨전 재즈의 상업성에 반기를 든 '뉴 트래디셔널 재즈' 혹은 '컨템퍼러리 재즈'가 등장했고, 이에 따라 2차대전 이전의 빅 밴드 음악을 리바이벌하거나 재평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빅 밴드의 두 거장 엘링턴과 베이시가 타계한 뒤에도, 그들이 이끌던 밴드는 그들의 후손이나 후계자들에 의해 계속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들에게 자극을 받은 새로운 빅 밴드도 창단되고 있다.
1.2. 기본 편성
밴드마다 근소한 차이는 있지만, 대표적인 17인조 빅 밴드 편성은 다음과 같다.보통 혼 섹션은 관람자 기준으로 무대 오른쪽에, 리듬 섹션은 왼쪽에 자리잡는다. 유명 밴드의 혼 섹션 연주자들 앞에는 밴드 마크나 이니셜을 디자인한 보면대 박스가 놓이는 경우가 많다.
이 편성을 바탕으로 연주곡이나 리더의 재량에 따라 다양한 악기들이 들어갈 수 있다. 길 에반스의 경우 혼 섹션에 플루트나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등의 목관악기와 호른, 튜바 등의 금관악기를 추가 편성하기도 했고, 라틴 재즈를 연주하는 밴드의 경우 드러머 외에 다양한 라틴 타악기를 연주하는 퍼커셔니스트를 별도로 두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 트럼페터에게 플뤼겔호른이나 코넷 등을 불게 하거나, 트롬본을 슬라이드 트롬본이 아닌 밸브 트롬본으로 편성하거나, 기타 대신 밴조를 넣거나, 아코디언이나 신디사이저 등을 추가 편성하거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등의 현악 그룹을 더하는 등, 바리에이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밴드 통솔은 별도의 지휘자가 하기도 하지만, 악기를 연주하는 리더의 경우 밴드도 이끌면서 솔로 연주도 하는 형태로 무대에 서기도 한다. 그리고 조직적으로 연주하는 음악이기 때문에 반드시 역량 있는 편곡자가 필요하다. 빅 밴드 편곡자는 밴드 전체가 연주하는 코러스와 밴드 멤버들이 연주하는 솔로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악기의 음색이나 특색에 따른 솔로 배분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대개 작곡을 어느 정도 배우거나 전공한 이들이 많다.
클래식 오케스트라보단 규모가 작지만, 원체 화려한 음색의 관악기가 주가 되기 때문에 여전히 연주 형태만으로도 뽀대가 나는(?) 음악이다. 하지만 이만한 밴드를 유지하려면 재정 문제와, 역량 있는 연주자의 편입과 관리라는 문제가 따르다 보니.. 밴드 숫자는 20세기 중반만큼 많지는 않다.
이 때문에 독일같은 나라에서는 ARD 산하의 지역별 방송국에서 빅 밴드를 관현악단, 합창단과 함께 방송국 산하 예술단으로 편성해 지원하기도 하고, 유명 공연장이나 클럽에서 전속으로 활동하거나 음대/음악원 같은 교육 기관의 후원을 받아 교수/강사진과 학생들으로 혼합 구성하는 형태의 밴드도 있다. 미군에서는 각 군 별 사령부나 야전군 같은 규모가 큰 부대 소속의 군악대에 빅 밴드를 정식으로 편성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빅 밴드를 자주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성인가요 프로그램이다. 보통 트로트 곡들은 브라스 위주의 곡들이 많아서 이들 프로그램의 악단은 빅 밴드의 형태를 갖춘 경우가 많다. 본래는 이들 프로그램의 악단도 오케스트라에 가까운 편성을 하였으나 트로트의 인기 하락 등으로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비 감소나 폐지가 이어지면서 최근의 성인가요 방송악단들은 빅 밴드 편성으로 많이들 바뀌었다.
게임 음악에도 빅 밴드가 활용되는데 영화 음악의 경우는 거대한 예산이 투입된 블록버스터들의 음악을 전문 작곡가와 클래식 오케스트라가 맡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게임의 경우는 작곡 담당이 게임회사에 직접 소속되는 경우도 있고 예산 문제도 있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빅 밴드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는 듯 하다. 대표적으로 닌텐도의 경우 마리오 카트 8의 음악이 빅 밴드를 통해 연주되었는데 이 경우 악기의 종류별로 따로 녹음을 한 후 이를 합치는 방식으로 음악을 만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