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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29 00:07:41

봉한학설

1. 개요2. 발단3. 상세4. 실상

1. 개요

동물의 몸에는 신경과 혈관, 림프계 이외에 제3의 관이 있다고 주장하는 학설.

2. 발단

처음 주장한 것은 북한의 김봉한 박사로, 북한의 논문답게(...) 실험 방법에 대해 생체실험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로 일관한 논문을 국제사회에 발표함으로서 논란이 시작되었다.[1]

순환계통(혈관+림프관)과 신경조직 외의 제3의 미세관이 전신(앞서 말한 혈관과 림프관의 내강을 포함해서)에 있다는 주장은 상당한 센세이션이었고, 서양 과학계를 엿먹였다(...)는 것에 고무된 북한은 대대적으로 김봉한 박사의 연구를 지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김봉한 박사의 연구가 진행되면서 봉한학설은 점점 더 기존 과학과 충돌하게 되었고, 때마침 정치적인 숙청이 이루어지면서 줄을 잘못 선(...) 김봉한 박사도 숙청[2][3]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봉한은 월북 혹은 납북자 출신이었고, 남한에 있을 때 한국민주당에 입당한 적이 있으며, 뒤를 봐주던 사람이 박금철이었다. 뭐라도 책잡히면 곧바로 숙청당할 가능성이 큰 처지였다. 이렇게 김봉한이 실종된 후 봉한학설은 절반쯤 묻힌 상태로 몇십 년간 잠자게 된다.

그러다 20세기 말, 일본에서 이 논문을 발견하고 실험한 결과 정말 '이상한 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발표하여 봉한학설을 연구하던 그룹에는 난리가 났다. 한의학의 과학적 근거를 미친 듯이 찾던 20세기 말이었으므로 당연한 듯하지만 말이다.

3. 상세

봉한학설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하 새로운 명칭은 모두 이봉한 박사 명명)
2010년에 물리학자인 소광섭 명예교수와 서울대학교 연구진이 봉한관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관을 특수기법으로 염색하여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 연구진은 이 관을 프리모(primo)로 명명했다. 프리모는 중심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염색법은 트라이판 블루를 이용한 것이라고. 하지만 관은 림프관에서 나타나는 특정 마커가 나타나지 않아 림프관과도 다르고 혈관과도 다른 제3의 체계임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4. 실상

예를 들어 어떤 지갑이 있다고 하자. 누군가가 ‘신기하게도 이 지갑은 열면 돈이 없어진다. 지금 이 지갑에 돈이 있는건 확실하다. 다만 확인하려면 지갑을 열어야 하고 그러면 돈이 없어지니 확인시켜줄 수 없다.’고 한다고 치자. 이게 딱 봉한학설이라는 자칭 이론이 처한 상황이다.

물론 이 상태에서도 지갑에 돈이 있는지를 확인해 볼 방법은 은근히 많다. 아예 닫힌 상태의 지갑을 잘라서 단면을 확인해 볼 수도 있고, 엑스레이를 찍어 지갑 내부를 투시해 볼 수도 있다. 돈이 안 들어있을 때의 해당 지갑의 두께와 무게를 안다면, 현재 지갑의 두께와 무게를 측정해 ‘무게 Xg에 두께 Ymm인 지폐 몇 장이 들어있을 것이다.’고 간접적으로 추측해 볼 수도 있다. 다만 이 때는 과연 지갑 내부에 있는 것이 지폐인지, 혹은 그냥 그와 비슷한 단순한 종이쪼가리인지 알 수는 없으므로 이는 또 다른 방법을 통해 추측해내야만 한다. 이 모든 방법을 통해 지갑에 돈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들, 왜 지갑을 열면 돈이 사라지는지와는 별개이므로 그건 또 별개의 방법을 통해 알아내야만 한다.

봉한학설이 위의 지갑 예시와 잘 맞는 이유는 생물체가 죽으면 공교롭게도 봉한관이 사라진다는 주장 때문이다. 즉 생물의 사체를 해부해서 관을 추출할 수 없기 때문에 입증이 매우 힘들다는 매우 편리한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딱 맞는 핑계가 있을 수 있냐’는 의문도 생물의 진화라는 게 전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우연히’ 그랬다고 하면 어쩔 수 없기는 하다.[4] 하지만 북한이 토끼에서 관을 추출했다고 주장했듯이 실험동물 등 살아있는 동물들을 통해 이걸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많고, 딱히 비윤리적인 방법을 쓰지 않더라도 CT나 MRI등 살아있는 인간의 몸을 관찰하는 방법만 해도 무수히 많다. 이러한 시도 속에서도 봉한관을 발견했다는 ‘주장’은 북한발과 위의 사례 딱 하나 밖에 없다.

설령 ‘대체 왜’ 사라지냐는 의문을 넘어간다고 한들 대체 ‘어떻게’ 없어지냐는 질문에도 답을 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북한이 봉한관을 추출했다고 직접 주장했기 때문에 생물체 밖으로 나가도 관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죽으면 확인도 못해본다고 했으므로 이 관은 죽자마자 사라져야 한다는 뜻이 되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 관이 물리적으로 죽자마자 사라지는지도 미스터리일 뿐더러 생물체 내에서도 죽자마자 사라지는 관이 어떻게 신체 외부로 나왔는데도 남아있다는 것인지는 큰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북한에서 봉한관이 존재한다는 걸 알아냈다는 주장 자체도 신빙성이 매우 떨어진다. 앞서 말했듯 봉한관은 사망하면 사라진다는 것이 봉한학설론자들 스스로의 주장이므로 결국 봉한관은 살아있는 생물에게서로부터 연구할 수 밖에 없다. 이 ‘살아있는 생물에게서 왜 선진국도 봉한관을 찾아내지 못하는지’ / ‘어떻게 수술만 잘해도 대단하다는 열악한 북한의 실험, 의료 환경에서 봉한관을 추출해냈는지’ 등의 의문은 둘째치고서라도 '죽으면 사라지며, 살아있는 동안은 아직 추출하지도 못한 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부터가 이미 설명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봉한관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이론이라도 있다면 어떻게 관을 관찰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 존재를 예측하고 이후 실제로 추출해내기까지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이라도 해볼 수 있겠으나, 이런 게 있는 것도 아니다. 즉 어느 날 갑자기 신의 계시를 받아서 관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주장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관측조차도 되지 않았던 중력파도 정규 과학의 영역으로 취급받았고, 생물체만 살펴보더라도 아직 을 대체 왜 자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등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도 엄연히 정규 과학으로써 다뤄지지 이처럼 유사과학 취급을 받지 않는다는 반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력파는 학설, 이론적 설명 등을 통해 그 존재는 예측되어 있었으나 관측기술이 미진해 그 실체를 증명하지는 못했던 것을 2015년에야 처음으로 ‘검출’해내며 그 존재를 증명받았던 것이고, 반대로 잠은 엄연히 생물체들에게서 실제로 관찰되는 현상이지만 그 원리나 작동 기전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이런 것들은 이론은 비교적 명확한데 실체가 미진하거나, 반대로 실체는 있으나 이론이 미진한 부류이므로 부족한 반대쪽이 증명될 가능성이 높다. 설령 증명에 실패하더라도 시도 자체가 또 다른 연구의 밑거름이 되는 등 실패 자체도 가치있을 수 있댜. 이렇게 현상을 통해 원리를 찾든, 혹은 원리를 탐구하다 현상을 찾든 어느 쪽인가에는 반드시 근거를 두고 있어야 하는 학문이 바로 과학이다.

세계 유수의 석학들이 연구하는 초끈 이론조차도 현실적으로 이를 입증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리 탄탄한 이론을 세워봤자 과학이 아닌 망상’이라는 수준의 극단적인 반박을 받을 정도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보다도 상황이 더 안 좋은 봉한학설에 어떠한 평가가 내려질지는 명확한 문제이다.

웃기게도 이 문제에 대한 봉한학자들의 반박은 ’과학 체계가 서양 학문에 맞춰져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나 의학 연구는 윤리 문제부터 시작해서 연구비도 엄청나게 잡아먹는 등 매우 까다로운데, 의학 자체가 양의학이 주류이기에 봉한학자들이 지원을 받지 못해 체계적인 연구를 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핑계들조차도 대체의학 신봉자나 혹은 지구 평면설 같은 유사과학론자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바꿔 말하면 애초에 이들을 과학적/논리적으로 납득시키는 것이 다른 유사과학 신봉자들과 동일하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1] 덕분에 진위 논란이 더 가열된 측면이 있다. 실험 방법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불확실한 실험을 해야 했던 것. 논문에 게재된 사진을 보면 진짜 같긴 한데 꽤 오랫동안 아무도 재현 실험에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봉한관을 염색하기 위해 사용한 것은 의외로 구하기 쉬운 메틸렌블루로 추정. 실제로 이후 일본과 한국에서 이를 사용해 염색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2] 이때쯤 '사실 김봉한 박사는 살아서 한국에서 복귀한다'는 대체역사물이 발표되기도 했다. [3] 이에 대해서는 봉한관 연구가 숙청당하는 죄인 등을 이용한 인간생체실험(...)을 통해 이루어졌고, 북한이 이것이 세계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연구 자체를 덮고 연구진을 숙청했다는 견해도 있다. [4] 예를 들어 인간은 기도와 식도가 하나의 목구멍을 통해 연결되어 있어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합리적이라면 둘이 나뉘어있어야 할 것이지만, 애초에 진화라는 게 ‘결과적으로’ 생존한 형질이 내려오는 것이므로 얼마든지 우연적이고 비합리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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