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
1970~80년대에 한국에서 제작, 상영된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한 장르. 따지고 보자면 이름만 "반공"이지 공산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비판은 아예 나오지 않기 때문에[1] 사실상 "반북 애니메이션"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반공 영화의 한 갈래로 보면 된다.' 반공'이라는 이름이 아쉽지 않게 ' 빨갱이 죽어'라는 슬로건이 은연중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북한 군인들을 늑대, 돼지 등으로 묘사하여 지금의 부모님들이 '나 때는 북한에 사람 아닌 것들이 사는 줄 알았어'라고 증언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2. 제작 이유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후 방송에 내보내려면 당연히 심의를 우선 통과해야 하는데, 반공을 내세웠던 박정희, 전두환 정권 당시엔 반공적인 성격을 띄는 애니메이션이 심의를 통과하기가 쉬웠다. 반공 요소만 들어가면 웬만한 내용은 심의에서 통과시켜주던 시기였다. 다만 이러한 반공 목적을 가진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정권 측에서 직접 요구한 것은 아니다. 애니메이션은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거나 교육하는데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당국의 주요 평이었다.사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애니메이션의 제작 기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즉, 영화와 드라마, 인형극으로 처리하는 것이 훨씬 값싸고 편했기 때문에[2] 굳이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에게 직접적인 제작 요구를 해가면서까지 반공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는 하지 않았던 것. 사실 국산 TV 만화영화가 1987년에나 나왔던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었다. 이 당시에 외제 애니메이션 방영에 대한 비판 여론은 강력했었고, 1970년대에 MBC와 TBC 지분을 현대와 삼성, LG, 쌍용을 비롯한 재벌회사들이 차지한데다가, 1980년대에는 KBS에서 컬러TV 1대에 2500원이라는 비싼 시청료를 매기면서도 KBS2TV뿐만 아니라 KBS 1TV에서도 광고도 같이 했기 때문에 주요 방송사들의 재정이 전혀 부족하지 않았는데도 방송사내에서는 제작비 대비 얻을 수 있는 수입이 너무 적다는 이유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이 차일피일 미뤄졌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체계화된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 정책이 존재하지 않았던에 당대에는[3] 교육적인 목적에서 반공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고 하면 국방부나 문교부 등 주요 정부 부처로부터 제작비를 투자받기 쉬웠던데다 이런 반공 애니메이션을 각 국민학교를 통해 돌아다니면서 상영되었기 때문에 다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보다 수요가 안정적이라서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쳐서 상당수의 반공 애니메이션들이 제작되었다. 그러나 TV 애니메이션으로는 한 편도 제작되지는 못했다.[4]
3. 묘사
당시엔 심의를 통과하기가 쉬웠다. 반공이란 이름 하에서 실사 영화로도 지금으로선 도저히 상상 못할 장면들도 당시 국민학교에서 틀어주는 일이 많았다.대종상에는 반공영화상 부문까지 있었을 정도였으며, 심지어 텔레비전조차도 대낮에(!) 반공 드라마로 여자나 아이들까지 칼로 찔러 죽이거나 피투성이로 난도질당하는 시체까지 보여주었으며 초등, 아니 국민학교에서 상영한 반공 영화 지옥의 49일에선 주민들 손가락을 자르는 장면까지 그대로 보여주었다. 서구권에 고어나 호러, 스플래터라는 장르가 있으면, 한국에는 반공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노출도 관대했는데, 공산군이 양민 여자를 겁탈, 성고문하는 만행을 보여준다는 미명 하에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여배우의 노출이 나올 정도였다. 아벤고 공수군단에서는 음모 노출도 나온다고 한다. 어둠의 경로를 돌아다니는 판본은 일본 해적판이니 안 나올 테지만.
반공문고만 봐도 북한 공산당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혹은 일가 친척을 잃은 주인공 소년이 공산당을 총으로 쏴죽이는 등의 퍼니셔스러운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도 상당수 있었다.
이후 반공 애니메이션은 1986년 < 각시탈>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끝으로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1987년 6.29 선언 이후 대종상 반공 영화 부문 폐지를 계기로 반공 영화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자 반공물의 전성기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다. 그때까지 몇몇 반공 애니 기획이 있었으나 줄줄이 망하고 학교에서 단체관람도 끊어졌기에 투자가 되지 않아 흐지부지되었던 게 많았다.
안녕 자두야에서도 반공 애니메이션을 틀어주던 시기에 대해 작가가 회상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실제로도 주로 북한군은 늑대로 나오고, 김일성은 혹 달린 돼지로 나오며 인민들을 착취하는 모습이었다.
4. 해당 작품
4.1. 대한민국
4.1.1. 드라마
- 준이의 소망 (1981)
4.1.2. 액션
4.1.3. 로봇 애니메이션
- 로보트 태권 V #
- 해저탐험대 마린엑스 (1982) - 주 적은 고지라지만 그 과정에서 주인공 일행을 방해하는 북한 잠수함대가 적으로 나온다.
- 슈퍼 타이탄 15 (1983)
- 로보트왕 썬샤크 (1985)
5. 관련 장르
- 반공 영화
- 반공 동화, 반공 소설, 반공 교육서적, 반공 논픽션 - 자세한 설명은 반공영화 문서에 간략히 언급되어있다.
5.1. 그 외 국가
의외로 1950년대 초 이후로 당시 미국에서도 이런 경향의 애니매이션이 나오긴 했다. 매카시즘 문서 참고.
[1]
해돌이 대모험은 예외.
[2]
북한 당국에서도 이 때문에 굳이 김씨 3부자 찬양이나 체제를 대놓고 선전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연필포탄과 같이 대놓고 식으로 넣는 경우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이 경우에도
김일성 찬양 대사를 넣지는 않았다. 다만 김일성이 자녀들에게 종종 들려주곤 했던 동화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는 했는데, 이것도 딱히 내용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니다. 대신 이 경우에는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우상화 내용들을 종종 방송하기는 한다
[3]
사실 그래서 국산 TV 만화영화가 본격적으로 제작된 때도 1987년이나 되어서였고 그 이전에는
한국 애니메이션이라 하면 죄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나 단편 애니메이션이었다.
[4]
다만
아기공룡 둘리
KBS판에서 반공적인 색채를 띈 에피소드가 나오기는 한다. 단, 원작에 없었던 에피소드를 억지로 집어넣은 것은 아니고, 원작의 배경을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에서
대한항공 858편 폭파사건으로 바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