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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23 19:44:01

귀멸의 칼날/비판 및 논란/시대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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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실제 다이쇼 시대에는 맞지 않는 분위기3. 공권력의 부재4. 요시와라 유곽5. 폐도령6. 단발령7. 원인

1. 개요

귀멸의 칼날의 시대적 배경 묘사를 비판한 문서.

2. 실제 다이쇼 시대에는 맞지 않는 분위기

본작의 시대적 배경은 다이쇼 시대로 나왔음에도 정작 작품에서 다이쇼 시대의 상황을 잘 반영하지도 않고, 다이쇼 시대의 사회 분위기나 사건이 이야기에 전혀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기껏 꼽아봐야 일부 캐릭터들의 서구식 복장과 서구식 주거지, 겐야의 소드 오프 샷건 정도. 거기다 단순한 오류를 넘어 그 시대상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 그래서 설정을 유심히 살펴보지 않은 독자 가운데에는 초반부만 보고 이 만화의 배경이 다이쇼 시대가 아니라 대충 에도 시대 후반부나 메이지 시대 초반부 정도인 줄 알았다는 사람들도 많다. 한마디로 시대 설정과 작중 묘사가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작중 배경은 메이지 시대 말기와 다이쇼 시대 초반인 1910년대 초중반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서양의 하늘에는 원시적인 형태긴 해도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있었고, 뉴욕 시카고에는 마천루가 올라가고 있었다.

20세기 초 산업국가들은 대체로 극심한 빈부격차 사회이다. 그중에서도 다이쇼 시대의 일본이 특히 급격한 근대화 이촌향도로 인한 부작용으로 오늘날의 중국 이상으로 빈부격차가 매우 컸다. 이 과정에서 농민은 줄고 재고량이 바닥나 쌀 소동까지 겪었다. 산미증식계획으로 한반도에서 쌀을 뜯어간 게 이것 때문이다. 20세기 초반의 도쿄, 오사카는 당시 이탈리아의 1인당 GDP와 비슷하기에 근대화된 대도시들은 당시 서구권과 맞먹는 수준으로 잘 살았지만, 도시 빈민들과 시골 농민들의 삶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어느 나라든 산업화 시기를 다루는 작품은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부촌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거나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를 다루며, 대부분의 다이쇼물들도 근대화된 도시와 서구문화의 혜택을 누리는 1%의 부자들이 주 소재다. 그러나 귀멸의 칼날에선 이러한 사회상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는다. 부유층인 우부야시키 가문, 렌고쿠 가문, 미츠리의 가문[1]은 전통적인 일본 명가 느낌이지 근대물에 묘사되는 신흥 부자의 느낌이 아니다.

한국에 비유해보면, 산업화 초기이자 6.25 전쟁 직후인 1950년대 중반 무렵에 양반가 후손 주축인 군인 집단이 검은 제복을 입고, 환도를 차고, 서울 시내나 기차 역에서 돌아다녀도 단속 하나 안 걸리고 돌아다니며(무한열차편), 도심의 남성들이 두발단속에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장발을 하고 있고, 거리에 나가보면 여전히 도포나 1930~1940년대 유행 복장을 하고 있고(아사쿠사편), 조선시대식 노천 대장간에서 검을 제련하고(대장장이 마을편), 시내에서는 여전히 고려~조선시대식 집창촌인 기생방이 유행하는(환락의 거리편) 꼴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귀멸의 칼날의 묘사와 가장 맞는 시기가 메이지 유신으로부터 5년 후인 1872년 7월~10월을 고르는 게 적합할 것 같다는 견해도 있다. 메이지 초기라서 근대화가 거의 안 되었고, 공권력도 부실했으며, 최초로 일본에서 철도를 개통한 해(1872년 6월)이며, 유녀 해방령(1872년 11월)과 폐도령(1876년)이 발표되기 이전이다. 폐도령 단속에 숨어다녔던 모습이나, 요시와라 유곽이 몰락기에 들어서긴 했지만 나름 건재했던 것 등을 감안해도 세이난 전쟁 직후인 1880년 무렵이 한계고, 그 이후의 모습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3. 공권력의 부재

이 작품의 독자들 절반 이상이 이 동네에는 경찰이 없나?라고 한 번쯤 생각했을 것이다. 《귀멸의 칼날》에서 공권력의 존재는 무능한 수준을 넘어서 아예 철저하게 무시된다. 공권력이 등장한 것은 딱 두 번이다. 탄지로가 무잔을 처음 발견하고 흥분해 소동이 일어날 때. 그리고 무한열차 편에서 폐도령이 떨어졌는데 일륜도를 지니고 다니는 주인공 일행을 본 역무원들이 경찰을 부르라고 소리치는 장면에서 언급되고 끝. 이처럼 등장도 몇 없는데 활약도 없다. 종합적으로 ' 귀살대'라는 가상의 조직만이 작중에 등장하는 인간 측 전력의 전부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전근대 시대는 막부 초기 정도를 제외하면 중앙통제가 거의 없었고, 메이지 시대는 아직 전근대 세력이 남아 있어 내분이 있었고, 쇼와 시대 초기는 세계 곳곳에 경제 대공황이 발생한 여파로 툭하면 외국과 전쟁( 중일전쟁, 태평양 전쟁)을 벌이던 시기였다. 그러나 다이쇼 시대는 역대 일본 역사에서 현대를 제외하면 다이쇼 로망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가장 안정적인 시기였다. 즉, 이미 중앙집권화 공업화가 거의 끝나고 안정화된 상태로, 식인 사건을 나 몰라라 할 수가 없고 도깨비의 존재가 정부에게 들키기 쉬우며 귀살대 활동도 크게 제약을 받을 것이다. 당시 일본 국민을 하나로 모아 더 큰 야망을 꿈꾸던 일본 제국 정부가 국내에서 대놓고 활개치는 불법 무장 단체를 가만히 눈뜨고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귀살대는 설정상 비밀조직이라고 한다. 작중 도깨비들이 벌이는 식인, 사기, 대량학살 등의 만행을 생각해보면 정부는 도깨비를 국가 규모의 비상사태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만행들도 암암리에 숨어서 진행하는 게 아니다. 무한열차 편에서는 기차전복을, 무잔 전, 유곽 전, 렌고쿠 외전에서는 도심 파괴·테러 등을 대놓고 저지른다.

심지어 가장 심각한 부분은 최종전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귀살대는 1시간 반이 넘게 무잔과 시가지에서 전투를 벌였는데도 국가는 군대는 커녕 경찰 한 명도 출동시키지 않았다. 건물이 파괴되고, 사람들까지 죽어나가는데 경찰이나 군대가 나타나지 않는 게 말이 될까? 근처 경찰서나 군부대에 알린 시민 한 명이 없다는 점도 개연성이 전혀 없다.

차라리 우부야시키 가의 재력과 권력으로 귀살대가 국가와 결탁한 조직이라던가, 아니면 아예 국가가 모른척하도록 만들었다는 식으로 설정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편 우즈이 텐겐을 제외한 귀살대 주요 인물들의 출신지가 전부 도쿄라는 것을 가지고 이렇게 추측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상술한 것처럼 귀멸의 칼날의 배경이 되는 지역이 외딴 촌락이나 자연 환경이 험한 지역도 아니고 수도권인 도쿄부라 이마저도 무리수가 있다. 오히려 무잔이 도쿄부에서만 활동했다면 그만큼 공권력에 발각되는 것도 쉬웠을 것이다. 실제로 다이쇼 시대에 홋카이도에서 산케베츠 불곰 사건이 일어나자 헌병 경찰과 인근 마을 청년단 등으로 구성된 토벌대를 구성해서 식인 곰을 사살했다. 수도와의 거리가 800KM가 넘는 최북단 홋카이도의 깡촌조차도 당시 일본 정부가 이런 영향력을 펼쳤는데 수도인 도쿄부에서 일어난 열차 탈선 및 시가지 붕괴 사건을 모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4. 요시와라 유곽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시와라 유곽의 전통과 문화, 어두운 면은 반영되었지만 시대 묘사는 잘못되었다. 환락의 거리편에서 텐겐은 요시와라 유곽을 일반적인 사창가가 아닌 일본 최고의 색과 욕이 물드는 화려한 곳이라며 일반인들도 풍류를 즐기기 위해 가고 고위관료들도 모이는 사교계와 화류계의 중심지로 소개했다. 귀멸의 칼날의 시대 배경이 에도 시대 중후기나 에도 시대 말기, 근대 도입기인 메이지 시대 초기였다면 맞는 말이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본작의 시대 배경은 다이쇼 시대이다.

현실 요시와라의 설립일(1618년)과 전성기는 에도 시대이며, 메이지 시대(1868~1912년)부터는 게이샤가 인기를 끌어 게이샤의 마을인 하나마치가 사교계와 화류계의 중심지가 된다. 게이샤가 오이란보다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신흥 귀족들이 유녀의 비용이 비싸고 절차가 복잡해서 상대적으로 싸고 절차가 간단한 게이샤에게 몰려간 것도 있었지만, 본문에도 서술된 마리아 루스 호 사건과 인신매매를 통한 강제 매춘이 문제시되어 오이란을 위시로 능력 좋은 유녀들 태반이 게이샤로 전직했고, 만일 해외 관료 접객을 맡는다면 내외적으로 문제 많은 오이란과 유녀보다 게이샤를 내보내는 게 이미지상 좋았다. 실제 메이지 이후로 게이샤들은 기록에 남을 정도로 유명해진 인물들이 늘어났지만 오이란이나 유녀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메이지 5년인 1872년에 마리아 루스 호 사건의 여파로 유녀 해방령이 선포되어 공창의 지위를 상실하고 완전히 침체해 흔한 사창가로 몰락했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 유곽의 존재 자체는 성매매 방지법이 발표된 1957년까지 유지되었는데 이런 역사적 사정으로 다이쇼 시대의 요시와라 유곽은 에도, 메이지 초기와 달리 시대의 대표 문화로 자리 잡지 못했다.
예기나 창기는 인간이지만 일신의 자유를 상실한 이들로, 소나 말 등의 가축과 같다. 소나 말에게 자신의 몸값을 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무상으로 해방한다.
메이지 정부의 최고 책임자인 태정대신(太政大臣)이 직접 발표한 정식 포고문

유녀 해방령으로 유녀들은 국가가 인정한 직업에서 가축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고, 몰락의 여파로, 오이란이나 다른 유녀들도 게이샤로 전직해 고급 유녀의 칭호인 오이란 역시 다이쇼 시대에 와서는 특정 인기 가게의 얼굴마담이나 더 나아가 유녀 전체를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전락했다.

오이란은 고급 매춘부인 만큼 주요 고객층도 사무라이 다이묘, 고위 관료, 황족 등 상류층들이었고 신분이 평민이라 해도 돈이 매우 많은 상인 등 부유층들도 섞여 있었다. 특히 전성기 때는 오이란들의 스타일이 일반 아녀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거나 오이란을 그린 우키요에가 넘쳐나는 등 아이돌급의 인기를 자랑했으며 오이란도추는 스타들이 걷는 레드카펫과 같은 위치였다. 우스구모와 타카오, 카츠야마는 에도 시대때 유명했던 오이란이며 유우기리는 메이지 초에 존재했던 타유급 유녀로 좀비 랜드 사가 시리즈 유우기리는 이 오이란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이다. 그러나 다이쇼 시대의 오이란들은 존재 자체는 유지했지만 에도 시대처럼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수준이 아니었으며 되려 게이샤들이 오이란의 위치에 있게 되었다.

요시와라 유곽과 오이란은 에도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였기에 유곽과 유녀가 비중 있게 묘사되거나 배경 묘사를 위해 큰 비중이 없거나 단편적으로 등장시키는 매체들은 에도 시대 내지는 에도 말기, 근대라면 메이지 초기로 묘사하며, 가상의 시대극조차 에도 풍으로 묘사하고 있다.[2] 실제로도 본작의 환락의 거리편은 대장장이 편과 함께 다이쇼로 생각될 수 없는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즉 역사와 맞추자면 다이쇼 시대의 요시와라는 사용할 사람들만 사용하는 한물간 사창가로 묘사되어야 하며 다키(와라비히메)나 코이나츠도 아는 사람들만 아는 수준의 인지도로 묘사되어야 한다. 쇼와 시대이긴 하지만, 성매매 방지법이 국회에 상정된 1956년 3월에 개봉한 미조구치 겐지의 영화 적선지대 (수치의 거리)가 좋은 예시다. 1956년을 배경으로 삼았는데 뒷골목의 일반적인 사창가처럼 변한 요시와라 유곽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이란 등 고급 매춘부는 사라져 더는 귀족들의 취미나 교양을 배울 필요가 없어졌고 이에 따라 가게에서 제일 인기 많은 매춘부의 손님조차 정·재계 고위관료가 아닌 돈 많은 일반인이 상한선인 것으로 묘사되었다.

웃긴 건 작가가 게이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자의 모습으로 변한 무잔의 직업은 게이샤였고 게이샤로서 고위직 손님 접대를 맡으면서 정보를 얻고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요시와라의 묘사는 굳이 역사책이나 인터넷을 뒤질 것도 없이 창작물 몇 편만 읽었어도 안 저지를 오류다. 마이너한 작품까지 읽을 필요도 없는데, 주간 소년 점프의 대표 시대극인 바람의 검심 -메이지 검객 낭만기-에서 마리아 루스 호 사건과 유녀 해방령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며 은혼 요시와라 도원향 대체역사물의 색도 띠고 있어 각색을 대거 했으나 작중 시간대는 에도 말기이기에 어긋났다고 볼 수 없다. 원피스 와노쿠니 편 또한 비록 일본이 모티브일 뿐인 가공의 국가 와노쿠니가 배경이지만, 와노쿠니의 모티브가 된 일본의 시대가 에도 시대 말기라서 요시와라 유곽을 연상시키는 가공의 유곽이 나오는 것도 위화감이 없다. 정황상 오이란 콘셉트의 악녀 캐릭터를 내세울 겸 도깨비들의 나이 설정 때문에 작중 시간대를 무시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작위적이다. 요시와라 유곽은 에도 시대의 대표 문화인 만큼 다키와 규타로 남매는 나이도 그렇고 에도 시대의 인물들로 유추된다. 유곽 문화 자체는 잘 반영하였으나 잘못된 시대 묘사 하나로 망친 쪽이라 다른 시대적 배경 묘사의 비판 중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심지어 애니메이션에서는 컬러가 들어가 더 화려해진 것은 물론, 지나가는 엑스트라 행인들도 원작보다 훨씬 많아져 고증 오류가 더 커졌다. 엑스트라 행인들의 수라도 원작보다 적게 묘사했으면 그나마 고증 오류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5. 폐도령

무사들이 미쳐 날뛰던 센고쿠 시대도 아니고 고작 100년 전 일본에서 같은 옷을 입은 백 단위의 사람들이 수도권에 떼거리로 칼을 차고 돌아다니는데 정부가 작정하고 잡지 않는다. 사실, 동서고금 막론하고 어느 정부든 군경 외 인간의 무장을 허용하지 않지만, 근대 일본은 세이난 전쟁의 여파로 불법 무장 단체에 유별나게 민감했다. 사람들을 위협하는 도깨비들을 죽인다는 당위성이 있다고 해도, 당시 일본 정부 처지에서 보면 귀살대는 엄연히 불법 무장 단체다. 겉모습을 보면 메이지 시대에 폐도령에 반발해서 봉기를 일으킨 사무라이들을 연상해도 이상하지 않다. 게다가 다이쇼 시대는 이미 폐도령이 내려진 지 한참이 지났기 때문에 귀살대는 일륜도 챙기고 임무 나갈 때마다 상습적으로 법을 어기는 셈이 된다.

귀살대가 단체복(보기에 따라서 군복)을 입고 돌아다니면 대부분 수상하게 여겨지고 신고 당할 게 뻔하다. 복장 색도 까맣다 보니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조성하기에도 좋은 외형이고. 다니는 장소도 기차, 유곽 같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다. 세이난 전쟁 때문에 불법 무장 조직에 치를 떨던 당시 일본이 정부의 허락도 안 받은 비공인 무장 조직을 순순히 눈 감아 줬을까?

하지만 많은 장면에서 귀살대는 칼을 차고 대놓고 돌아다녀도 멀쩡하거나, 무한열차 편에서처럼 특별한 처벌 없이 상황을 모면한다. 그리고 무한열차 편의 묘사는 더욱 말이 안 되는데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 검을 차고 있었고, 어디 먼 곳으로 도망쳐서 숨은 것도 아니고 열차에 탔는데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귀살대의 원전이 되는 단편에선 (역사와는 다르지만) 정부로부터 무장을 허가받았기 때문에 원작의 개연성이 더더욱 떨어진다. 다이쇼 시대 정부가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는 태도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럴 거면 그냥 행정이 부실한 근대 이전으로 배경을 짜거나 단편처럼 묵인해준다는 설정이면 됐다.

폐도령 위반은 근대 일본을 다루는 창작물에서 흔한 소재이다. 실제로 바람의 검심 주인공은 정부 측에서 검의 착용을 묵인해주고 있다는 설정이고, 은혼에서는 주인공이 (개그씬이지만) 폐도령 위반으로 수갑 차고 잡혀간 적이 있다. 차라리 폐도령이 현실보다 엄격하지 않다는 설정이거나 묘사를 아예 안 했어도 됐는데 상술했듯 무한 열차편 초기에 역무원이 주인공 일행을 폐도령 위반으로 쫓아온 장면 탓에 도루묵. 인제 와서 폐도령이 없다고 설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어찌 보면 고작 개그씬 한 페이지 때문에 다 말아먹었다고 볼 수 있다.

6. 단발령

작중 이미 단발령과 두발단속이 엄격하게 시행되었는데도 남자들은 여전히 전국시대 검사처럼 장발을 기르고 있다. 간혹가다 있으면 만화적 허용으로 넘어갈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좀 있는 정도가 아니라 무라타, 탄지로, 젠이츠, 교메이, 사네미를 제외한 모든 인간 남캐들의 머리 모양이 장발이다.

당시 일본에서 단발령을 내렸는데도 장발을 유지하는 건, 중국으로 치면 청나라의 중원 입관 후에 금전서미가 아니라 대놓고 상투를 틀고 있는 것 내지는 중화민국(중국 대륙 시절) 건국 후에 만주족식 변발을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장발은 그렇다 쳐도 촌마게를 차고 있는 단역들이 꽤 많이 나온다는 점은 덤인데, 촌마게는 메이지 유신 이후로 폐지되었고 전부 단순한 상투만 허용시켰기 때문에 다이쇼 시대에서는 이미 폐퇴한 문화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단순히 작가의 취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게 21세기에 다시 환생한 캐릭터들은 원래 장발을 했던 캐릭터들도 대부분 단발로 바뀌게 되었다.

7. 원인

귀멸의 칼날 세계관은 탄지로의 입으로 대놓고 다이쇼 시대로 못을 박았으나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삼았는데도 전혀 다이쇼 시대 같지 않다. 귀멸의 칼날 시대 묘사의 웃긴 점은 단순히 틀린 수준을 넘어 일본 역사에서 현대를 제외한 어느 시대로 설정하든 다이쇼 시대보다는 더 어울린다는 것이다. 하필이면 다이쇼 시대로 택한 탓에 오류가 드러난 것이다.

아니면 일본을 모티브로 한 가상의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방법도 있었다. 이 경우면 전근대적 요소와 근현대적 요소가 뒤섞여도 논란 자체가 불필요해지며, 대놓고 실제 일본의 다이쇼 시대가 배경인 귀멸의 칼날의 경우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나루토가 대표적인 예다. 물론 해당 사례조차도 모티브가 된 일본의 특정 시대에 맞는 묘사를 보여주는 경우가 의외로 적지 않은 편이다.

시대적 배경이 다이쇼 시대이더라도 공간적 배경이 지방의 낙후된 곳이라면 전근대적 요소가 적지 않게 나오는 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 되었을 것이며, 상술한 다른 시대나 가상의 세계관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졌을 것이다. 그러나 귀멸의 칼날의 공간적 배경은 빼도 박도 못하는 도쿄부라서 더더욱 고증 오류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완전한 판타지 세계관을 구축했으면 또 모를까, 귀멸의 칼날은 귀살대원들이 쓰는 무기와 기술, 도깨비, 혈귀술 정도를 제외하면 현실과 별로 차이가 없는 세계다. 전근대라서 제대로 된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으면 시대 반영이 조금 엉망이어도, 판타지로 간다고 해도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귀멸은 고작 100년 전이라서 자료가 넘친다. 그렇다고 이 문서를 읽으면 알겠지만 딱 맞는 시대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이 문서 전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말만 다이쇼지 실질적인 묘사는 다른 시대를 그려내고 있기에 모순점이 발생했다고 말할 수 있다.


[1] 이조차 애니메이션에서는 전근대 일본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처럼 묘사된다. [2] 원피스 와노쿠니 편이 대표적인 사례다. 작중에서 코즈키 히요리가 유곽에서 코무라사키라는 가명을 쓰며 오이란으로 일했는데, 히요리의 나라인 와노쿠니는 에도 시대 일본이 모티브다. [3] 여담으로 귀멸의 칼날 원안인 귀살의 나가레의 시대적 배경이 메이지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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