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Guðrún[1]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니플룽 가문(Niflungar)에 속한 여성으로 니벨룽의 노래의 여주인공 크림힐트(Kriemhild)와 기원을 같이한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그렇듯이 구드룬도 전승마다 행적이 제각각인데, 여기서는 볼숭 일족의 사가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했다.[2]
구드룬 전설의 기원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학자들은 훈족의 왕 아틸라의 마지막 부인이었던 일디코(Ildico)[3]를 구드룬의 원형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드룬의 원형에 해당되는 캐릭터가 좀 더 이전부터 있었는데, 일디코가 캐릭터성을 확립하는데 기여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4] 구드룬의 둘째 남편인 훈족의 아틀리왕이 아틸라를 모델로 한 인물이 거의 확실하다는 점에서 이런 추정은 나름 근거를 갖는다.
또한 가장 오래된 에다의 시 중 하나인 아틀리의 노래(Atlakviða)에는 시구르드에 대한 언급이나 영향이 전혀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완결성을 가진 것을 바탕으로 구드룬과 니플룽 가문의 전설은 시구르드 전설과 별개로 존재했다가 나중에 통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시에서는 아틀리와 가신들을 죽이고 구드룬 자신도 죽는데, 이후 전승에 살이 붙으며 한번 더 목숨을 건져서 기회를 얻게 된 셈.
또한 6세기 메로빙거 왕조의 여왕들이자 전설적인 앙숙으로 내전을 벌였던 브룬힐다(Brunhilda of Austrasia)와 프레데군트(Fredegunda)도 구드룬의 전설, 특히 구드룬과 브륀힐드의 다툼과 같은 부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알려진 사실과는 조금 다르게 브룬힐다=브륀힐드, 프레데군트=구드룬처럼 인물과 캐릭터가 1:1로 대응하는게 아니고 두 여왕의 행적이 신화속 캐릭터들에게 골고루 나눠진 것이라고 한다.
2. 신화에서의 행적
2.1. 시구르드와 결혼
구드룬은 부르군트를 다스리는 니플룽 가문의 규키(Gjuki)왕과 그림힐드(Grimhildr)의 딸로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인으로 꼽히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어느 날 금색 털을 가진 거대한 수사슴을 사로잡는 꿈을 꾼다. 그런데 이웃 왕국의 부들리 왕의 딸 브륀힐드가 나타나더니 그 사슴을 죽여버렸고, 그 순간 구드룬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슬픔을 느낀다. 그런 구드룬에게 브륀힐드는 새끼 늑대를 대신 건내줬는데, 그 새끼 늑대가 구드룬의 형제들이 흘린 피를 그녀에게 끼얹으며 논다는 내용의 불길하기 짝이 없는 꿈이었다.심상치 않은 꿈이라는 예감이 들었는지 구드룬은 자신의 꿈에 등장한 브륀힐드를 찾아가서 상담을 요청한다.[5] 구드룬의 이야기를 들은 브륀힐드는 자신의 연인인 시구르드가 규키의 왕국을 찾아갈 것이며, 그림힐드는 술에 약을 타서 그가 브륀힐드를 사랑한 기억을 잃게 만들 것이고, 구드룬은 그렇게 시구르드와 결혼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을 여의고 아틀리 왕과 재혼하게 되나, 아틀리는 그녀의 형제들을 죽이고 그녀 역시 아틀리에게 복수 할 것이라는 예언을 한다.
예언대로 시구르드는 부르군트에 방문하고, 그림힐드는 시구르드의 무력과, 그가 가진 파브니르의 보물이 부르군트 왕국에 큰 보탬이 될거라 생각했기에 그를 사위로 맞아서 동맹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그러나 시구르드는 틈만 나면 규키 일가에게 약혼녀인 브륀힐드에 대한 자랑을 하며 그녀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고, 마법사이기도 했던 그림힐드는 일단 약혼녀부터 치워버려야겠다 생각했는지 기억을 잃게 하는 약을 술에 타서 시구르드에게 몰래 먹인다. 그리고 구드룬을 시켜 시구르드의 시중을 들게하는데[6], 이 작전이 성공해서 브륀힐드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시구르드는 아름다운 구드룬을 보고 홀딱 반해서 결혼하고, 둘은 이후 아들을 얻어서 죽은 시아버지를 따라 시그문드라고 이름 짓는다.
시구르드는 결혼 선물로 구드룬에게 자신이 일부만 먹고 남겨둔 파프니르의 심장 반쪽을 선물하는데, 이를 섭취한 구드룬은 남편처럼 현명해졌으나 부작용으로 성격이 이전에 비해 냉혹해졌다고 한다.[7]
한편 그림힐드는 시구르드를 사위로 맞은 것에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그의 약혼녀였던 브륀힐드를 며느리로 맞기 위해 위해 군나르에게 찾아가 그녀에게 청혼하라 설득한다. 이를 받아들인 군나르와 일행들이 브륀힐드의 아버지 부들리를 찾아가서 협박에 가까운 청혼을 하자, 그와 결혼하기 싫었던 브륀힐드는 자신의 양아버지가 사는 흘륌달리르로 가서 힌다르피얄의 그것처럼 자신의 성 주변에 불의 장벽을 만들고, 이 벽을 넘어오면 기꺼이 결혼해주겠다고 선언했지만, 군나르에겐 그럴 능력이 없었는지 몇 번이나 도전해도 실패하고 물러서야만 했다. 일행은 일이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한 그림힐드가 미리 준비해둔 마법을 가지고 시구르드를 군나르로 변장시켰고, 그는 가뿐히 불의 장벽을 뛰어넘어 브륀힐드에게 대신 청혼한다.
결국 브륀힐드는 자신의 맹세에 따라 군나르와 결혼해서 규키 일족과 함께 부르군트에서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구드룬과 브륀힐드가 강에서 함께 목욕을 하다가 언쟁이 붙으면서 결국 사건이 터진다.
브륀힐드는 구드룬에게 당신의 남편이 내 남편보다 아랫사람이니 나와 같은 물에서 목욕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 모욕적인 주장에 크게 화가 난 구드룬은 시구르드가 기억을 잃고 자신과 결혼했으며 이후 자기 오빠 군나르로 변장을 하고 불의 장벽을 넘어서 당신과 군나르가 결혼한 것이며 군나르는 시구르드 근처도 못가는 찌질이라고 조롱을 한다. 이에 브륀힐드는 그림힐드가 시구르드에게 마술을 걸어서 기억을 잃게 만든 사실을 폭로했으나, 구드룬은 그 말을 믿지 않고 어머니를 비난하지 말라며 되려 화를 낸다.[8]
이런 치욕을 당한 후 브륀힐드는 슬픔과 배신감에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 누웠고, 시구르드는 그런 브륀힐드를 찾아가 구드룬과 헤어지고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맹세까지 동원하며 삶을 포기하지 말라[9] 설득했지만 브륀힐드는 이미 늦었다며 거부한다. 브륀힐드는 결국 군나르에게 가서 시구르드가 당신 몰래 자신과 동침했고, 이 때문에 자신은 졸지에 남편을 두 명 섬기게 됐다는 주장을 하며 시구르드를 죽일지, 아니면 자신을 죽일지, 그것도 싫으면 군나르 스스로 자결할지 삼자택일을 강요한다. 의형제이자 든든한 동맹인 시구르드와 사랑하는 아내 브륀힐드 사이에서 고민하던 군나르는 결국 브륀힐드를 지키길 선택한다. 허나 군나르와 호그니는 의형제의 맹세 때문에 시구르드를 직접 죽일 수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 너무 어렸던 탓에 맹세에 함께하지 않았던 막내동생 구토름(Gutthormr)에게 독사와 늑대의 살점을 달여 만든 약을 먹여 난폭하게 만든 뒤에 살인청부를 맡긴다.[10]
시구르드는 자다가 영문도 모르고 구토름에게 일격을 맞는데, 죽기 전에 구토름에게 반격하여 함께 죽는다. 이때 구드룬과 시구르드의 아들인 시그문드 역시 "살려두면 자라서 당신들에게 복수할테니 미리 죽여둬라."는 브륀힐드의 주장에 따라 형제들에게 살해당한다. 이후 브륀힐드는 비록 복수를 완수했지만 결국 자신의 진정한 사랑은 시구르드 단 한 사람 뿐이라고 선언한 뒤, 군나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결한다. 브륀힐드는 죽어가며 니플룽 가문은 수 십년에 걸쳐 파멸을 맞을 것이며, 최후에 홀로 남은 구드룬은 자식들의 죽음으로 인해 크나큰 슬픔에 빠지게 될거라 예언한다.[11] 말을 마치고 숨이 끊어진 브륀힐드는 그녀의 유언에 따라 시구르드의 시신 옆에서 같이 화장된다.
2.2. 구드룬의 두 번째 결혼
남편와 아들을 잃은 구드룬은 자신의 일족을 저주하며 왕국을 떠나 황야를 방황하다가 덴마크에 다다르고, 그 곳의 왕 할프(Half)[12]에게 몸을 의탁한다. 구드룬은 덴마크에서 하콘이라는 남자의 딸인 토라와 함께 생활했고, 그들의 환대와 행복한 궁정생활 덕분에 자신에게 닥쳤던 비극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시구르드가 죽을 당시 구드룬은 아이를 한 명 더 임신중이었는데 아마도 이 시기에 출산한 것으로 추정된다.그러나 모처럼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 것도 잠시, 3년 반이 지난 후, 마침내 구드룬의 소재를 파악한 그림힐드는 아직 야망이 꺾이지 않았는지 딸을 브륀힐드의 오빠인 아틀리(Atli)에게 시집보내서 결혼 동맹을 맺을 계획을 세운다.[13] 그림힐드와 군나르와 호그니는 구드룬을 회유하기 위해 시구르드와 시그문드를 죽인 것에 대한 배상금을 챙기고, 수 백 명의 장정들을 동원해서 덴마크로 떠난다. 할프왕의 궁전에 도착한 니플룽 일가는 구드룬을 찾아가서 귀한 선물과 온갖 감언이설을 동원해서 그녀를 회유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구드룬의 분노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림힐드는 일이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는지 시구르드에게 먹인 것과 유사한 기억상실의 물약을 또 준비해뒀었고, 피로 붉은 룬을 새긴 뿔잔에 약을 담아서 구드룬에게 먹여버린다. 약을 먹은 구드룬은 어머니와 형제들이 남편과 아들을 죽인 일을 완전히 잊어버렸고, 동시에 일족을 향한 적개심과 복수심도 증발해버린다. 끔찍하게도 이 약에는 대지와 바다의 힘을 담은 온갖 해괴한 재료에 더해, 구드룬의 죽은 아들인 시그문드의 피까지 섞여있었다고 한다.[14]
아무튼 기억을 잃은 구드룬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가족들을 환영했으나, 자신이 아틀리와 결혼해야 한다는 사실에 불안해한다. 구드룬은 그들 사이에 자식이 생겨봤자 좋을 것이 없을테고, 어느 남자보다 뛰어났던 시구르드 때문에 다른 남자들은 성에 차지 않는다고 거부의사를 밝힌다. 그러나 그림힐드는 아니나다를까, 지금이야 아틀리가 싫겠지만 결혼해서 애를 낳고 살아보면 구드룬도 생각이 바뀔 것이며, 그와 재혼하지 않겠다면 평생 과부로 외롭게 살 줄 알라며 윽박지른다. 이에 구드룬은 아틀리는 결국 니플룽 가문을 몰락시키고, 오빠들에게 잔악한 짓을 저지를 것이며, 최후에는 끔찍한 복수극이 펼쳐질테니 제발 자신을 재혼시키지 말아달라며 간청한다.
딸이 말을 듣지 않는데다, 일족의 몰락까지 예견한 것을 듣고 분개한 그림힐드는 말에 힘을 실어서 구드룬에게서 아틀리와 결혼하겠다는 맹세를 억지로 받아낸다. 그래도 대가를 지불해야하긴 했는지 딸에게 빈뵤르그와 발뵤르그(Vinbjǫrg, Valbjǫrg)라는 영지를 수여해준다. 구드룬은 운명이 자신의 의지를 거스르는 것을 한탄하며, 가족들을 따라 덴마크를 떠나서 아틀리의 왕국으로 간다.
구드룬은 얌전히 아틀리와 결혼했으나 그를 남자로서 사랑하는 일은 없었고, 결국 둘의 결혼생활은 왕과 왕비로서의 의무만 다할 뿐 냉랭하기 짝이 없었다고 한다. 결혼한 직후 아틀리는 구드룬이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15]을 죽이고, 그 심장을 자신에게 먹이는 미래를 암시하는 꿈을 꾸고 이를 구드룬에게 털어놓는데, 구드룬은 그 꿈을 최대한 온건하게 해석하지만 결국 불길한 꿈이라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
이후 아틀리는 처남들을 초대해서 성대한 연회를 열고자 했는데, 이것이 니플룽 일족으로부터 파프니르의 보물을 빼앗으려는 계략이라는 것을 간파한 구드룬은 룬 문자로 이를 경고하는 편지를 적고 늑대의 털[16]을 묶은 금반지를 동봉해서 친정에 보낸다. 하지만 이 편지를 가지고 간 사절이 몰래 내용을 바꾸어 아틀리 부부가 군나르와 호그니를 초대하는 초대장으로 꾸민다. 이를 본 호그니의 부인 코스트베라(Kostbera)는 "구드룬 정도로 현명한 여인이 룬을 저렇게 개발새발로 쓸 리가 없다."면서 의심했고, 이에더해 그녀는 그날 밤 군나르의 두 번째 부인 그라움보르(Glaumvor)와 동시에 군나르와 호그니의 죽음을 암시하는 꿈까지 꿔버린다. 아내들은 남편들에게 이를 알리며 가지 말라고 말리지만 두 사람은 아내들이 꾼 꿈의 내용을 대수롭지 않게 해석하고 초청에 응한다.
군나르와 호그니 일행이 아틀리 왕성에 도착하자, 아틀리는 "파프니르의 보물은 시구르드의 것인데, 아내였던 구드룬이 물려받아야 하는게 도리잖아? 그러니깐 결국 구드룬의 현 남편인 나에게도 소유권이 있다는 말이지?" 라는 기적의 논리를 근거로 보물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군나르는 당연하게도 이를 거부했고, 아틀리는 "안그래도 저 형제들이 시구르드라는 명예로운 영웅을 배신했다고 들었을 때 부터 작살을 내놓고 싶었는데 잘됐다."고 말하며 그들을 공격한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구드룬은 황급히 뛰쳐나와서 싸움을 말렸지만, 결국 갑옷을 입고 오빠들 편에서 싸운다. 니플룽 일족의 전사들은 열세에도 불구하고 아틀리의 형제 네 명과, 그가 아끼는 25인의 전사들 중 열 아홉 명을 죽이며 선전한다.
이 모습을 본 아틀리는 자신이 총애하는 이들이 모두 전사한 것과, 구드룬이라는 더없이 훌륭한 여인과 맺어졌으나 그런 그녀와 사이가 틀어진 것이 슬프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니플룽족이 브륀힐드를 배신한 일 보다 슬픈 것은 없다면서, 그들을 향해 엄청난 원한을 드러내며 다시 투지를 불태운다. 이를 들은 호그니는 자신의 친족 여인을 잡아다가 아사시킨 것도 모자라서, 그녀의 재산까지 모조리 털어간[17] 아틀리가 먼저 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한다.
결국 머릿수에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었는지 니플룽 일족은 참혹하게 패배했고, 군나르와 호그니는 포로로 붙잡힌다. 먼저 아틀리는 보물이 있는 곳을 알려주면 살려주겠다면서 군나르를 회유했지만, 군나르는 호그니의 심장을 보기 전 까진 입을 열지 않겠다고 맞받아친다. 하지만 아틀리는 호그니도 일단은 살려둘 생각이었던지라, 대신 지나가던 노예 햘리(Hjalli)의 심장을 꺼내서 군나르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햘리의 심장은 겁쟁이였던 주인을 닮았는지, 가슴에서 꺼내진 뒤에도 빠르게 콩닥콩닥 뛰었고 이를 눈치챈 군나르는 "이딴 겁쟁이의 심장이 내 동생 심장일리가 없잖아?" 하면서 아틀리를 비웃는다. 이로인해 호그니는 결국 산채로 가슴에서 심장이 꺼내지게 됐고, 형이 집행되는 동안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호쾌하게 웃으며 죽어갔다고 한다. 마침내 호그니의 심장을 받아본 군나르는 "이 굳건하고 대담한 심장이야 말로 내 동생의 것이 맞구나!" 하며 기뻐하며, 이제 호그니가 죽었으니 보물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자신 밖에 남지 않았고, 아틀리에게 보물이 넘어가느니 차라리 라인강이 삼키게 놔두는 것이 옳은 일일테니 죽어도 알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보물을 얻을 방도가 없음을 깨닫고 분노한 아틀리는 부하들을 불러서 군나르를 독사가 우글거리는 구덩이에 던지라고 명했다. 이에 구드룬은 오빠를 구하기 위해 하프를 가져와서 구덩이에 던져줬고, 군나르는 이를 연주해서 뱀들을 잠재웠다. 그러나 독사들 중에는 유독 남들에 비해 덩치가 크고 성미가 고약한 개체가 하나 있었는데, 이런데 내성이 있었는지 혼자서만 잠들지 않고 군나르에게 기어가서 그의 심장에 독니를 박아넣어버렸다.
결국 구드룬의 형제들은 모두 죽었고, 그녀는 오빠들의 복수를 위해 아틀리와 자기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을 죽인 뒤[18] 그들의 두개골은 잔으로 쓰고, 피는 포도주에 섞고, 심장은 구워서 아틀리에게 먹인 후, 술에 취해 잠이 든 아틀리를 호그니의 아들 흐니플룽(Hniflungr)과 함께 찔러 죽인다. 다만 아틀리가 최후에 자신을 위해 호화로운 장례식을 열어달라는 유언을 하자 구드룬은 그가 가족들의 원수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인다. 이어 니플룽을 시켜 밤중에 왕궁에 불을 질러 성채는 물론이며, 아틀리 휘하의 모든 가신과 하인들을 태워죽였다.[19]
고 에다의 구드룬의 세번째 시(Guðrúnarkviða III)에서 아틀리의 첩인 헤르캬(Herkja)가 구드룬이 아틀리의 궁정에 머무르던 티드렉과 바람을 피웠다며 누명을 씌우는 일이 벌어진다.[20][21] 이에 구드룬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뜨거운 물이 끓는 솥에 팔을 집어넣었는데 놀랍게도 화상을 입지 않았다. 이를 보고 아내의 결백을 믿게 된 아틀리는 헤르카에게도 너도 저기 손을 넣어서 네 말이 사실임을 증명해보라고 명했고, 그녀는 멀쩡했던 구드룬과는 다르게 화상을 입는다. 진실이 밝혀진 뒤 헤르캬는 감히 왕비를 모함한 죄로 늪에 던져져서 처형당한다.[22] 이 에피소드는 볼숭 사가에서는 생략됐다.
2.3. 구드룬의 세 번째 결혼
이 모든 일을 겪은 구드룬은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어느 날 그녀는 죽기 위해 큰 바위를 껴안고 바다에 투신했지만,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니었는지 물에 잠기지 않고 파도를 타고 떠내려가서[23] 요낙(Jonakr)이라는 왕이 다스리는 왕국에 도착한다. 요낙의 눈에 띈 구드룬은 그와 결혼해서 세 아들을 낳았으며[24] 시구르드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스완힐드(Svanhildr)[25]와 함께 길렀다.스완힐드는 브륀힐드가 죽어가면서 남긴 예언대로 당대 최고의 미녀로 성장했으며, 아버지 시구르드 특유의 맹렬하고 날카로운 눈동자도 함께 물려받아서 감히 그녀와 눈을 마주치려 드는 이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고트족의 왕 요르문레크(Jormunrekk)[26]가 이 소문을 듣고 아들 란드베르(Randver)와 조언가 비키(Bikki)를 요낙 왕국으로 보내서 스완힐드에게 청혼한다. 그들은 요르문레크의 업적을 늘어놓으며 요낙왕 부부를 설득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구드룬은 지금은 잘났어도 앞일은 모르는 거라며 회의적인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사절단의 설득으로 인해 결국 혼인이 성사되고 스완힐드는 란드베르를 따라 고트인들의 왕국으로 떠난다. 그런데 왕의 조언가였지만 모략에 능하고 대단히 사악핬던 비키는 귀국길에 란드베르에게 "스완힐드에겐 늙은 왕 보다는 젊은 왕자님이 더 잘 어울릴 겁니다."라고 둘이 불륜을 저지르도록 부추긴 다음, 돌아가선 왕에게 이 사실을 고자질 해버렸다. 이에 화가 난 요르문레크는 란드베르를 목매달아 죽이라고 명했고, 사형을 선고받은 란드베르는 기르던 매를 데려와서 털을 모조리 뽑아버린 뒤 아버지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이를 받아본 요르문레크는 털이 전부 뽑힌 매와, 유일한 후계자인 아들을 죽이고 명예를 잃은 자신의 신세가 똑같음을 깨닫고 서둘러 형을 중단하라 명하지만, 비키가 도중에 수를 쓰는 바람에 형장에 요르문레크의 명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비키는 절망한 요르문레크에게 다가가서 이게 전부 스완힐드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그녀도 죽이라며 바람을 넣었고, 또 다시 비키의 꼬임에 넘어간 요르문레크는 스완힐드도 말발굽으로 짓밟아서 살해한다.[27] 앞에 적었듯이 볼숭 사가에서는 스완힐드가 시구르드의 매서운 눈을 물려받았고, 처형받을 당시 그녀가 눈을 크게 뜨자 말들이 겁에 질려 그녀를 짓밟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28], 비키가 꾀를 내어 스완힐드의 머리에 자루를 씌워서 시선을 차단시킨 다음에야 형을 집행할 수 있었다는 묘사가 나온다. 여담으로 비키는 이전부터 요르문레크가 그릇된 판단을 하도록 잘못된 조언을 했었고, 특히 란드베르와 스완힐드의 불륜 사건은 그가 뒷공작을 펼친 일들 중에 가장 질 나쁜 일이라는 듯 하다.
사랑하는 딸의 죽음에 분노한 구드룬은 요낙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신의 세 아들 중 함디르와 소를리에게 이부(異父) 누이인 스완힐드의 복수를 하라며 부추긴다. 구드룬은 "너흰 누이가 죽었는데 왜 여기 앉아만 있는거냐, 외삼촌인 군나르나 호그니였으면 자매가 죽었을때 바로 복수했을 거다." 라고 비난했고, 이에 함디르는 어머니는 여태 시구르드를 배신한 외삼촌들[29] 칭찬은 별로 안하지 않았냐며 팩폭을 날리고, 자식들을 죽여가면서 까지 아틀리에게 복수한 것을 사악하다고 맞받아치며, 이에더해 "이부형들이 살아있었다면 모두 함께 누님의 복수를 하러 갔을텐데!" 라고 한탄한다. 그래도 구드룬의 비난에 자존심이 상하긴 했는지 결국 떠나기로 결정한다. 아들들이 복수를 하러 떠나겠다는 말을 들은 구드룬은 웃음을 터트리며 이들에게 칼이 듣지 않는 사슬갑옷을 한 벌 씩 준다.
함디르와 소를리는 가는 도중에 만난 막내 에르프에게 넌 우리를 어떻게 도울 수 있냐고 물었고, 이에 에르프는 "손이 손을 돕고, 발이 발을 돕는 것 처럼 도울게."[30] 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한 함디르와 소를리는 쪽수가 딸린다고 한탄할 때는 언제고 에르프를 쓸모 없다고 여기고 그를 죽여버리고 만다.[31]
여행을 계속하던 함디르와 소를리는 발을 헛디뎌서 넘어질 뻔 했으나 각각 손과 발을 뻗어 균형을 잡은 덕에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고, 그제서야 에르프가 했던 말의 의미를 깨닫고 절망한다. 아니나 다를까, 세 형제가 협력해서 왕의 손, 발, 머리를 베었어야 했는데 에르프가 없었던 탓에 머리를 베지 못했고, 덕분에 숨통이 남아있던 요르문레크가 자신의 후스카를(húskarl)[32]들을 불러서 형제를 죽이라 명한다.
하지만 형제들은 구드룬이 준 갑옷이 날붙이를 막아준 덕분에 근위병들에게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는데, 이 때 회색 머리카락을 가진 애꾸눈의 노인이 나타나서 형제를 제압하지 못하는 고트족을 어리석다고 디스한다. 그 말을 들은 요르문레크는 놈들을 죽일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고, 이에 노인은 돌로 쳐죽이면 된다고 조언해준다. 노인의 훈수를 따라 요르문레크의 병사들은 함디르와 소를리가 죽을 때 까지 그들에게 돌을 던져댔고 결국 형제는 임무를 실패한 채 허무하게 죽고 만다.[33] 다만 함디르가 떠나기 직전에 "어머니를 보는건 이게 마지막일테고, 조만간 우리 형제들과 스완힐드의 장례식을 치르게 될 겁니다." 라고 말하는데 이를 보면 갑옷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죽음을 예감했을지도 모른다. 구드룬 역시 후술할 장면에서 아들들이 죽었다는 소식이 여태 들려오지 않았는데도 자결할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면 그녀 역시 좋게 끝나진 않으리라는 것을 예상한 듯 하다.
세 아들 까지 죽은 뒤로 구드룬이 어떻게 됐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일단 고 에다의 구드룬의 선동(Guðrúnarhvöt) 에 따르면 아들들이 복수하러 떠난 후 구드룬은 전사들을 불러 떡갈나무 장작을 높이 쌓으라고 명하는데, 이때 죽은 남편 시구르드를 부르며 "이제 여기엔 딸(스완힐드)도 없고, 내게 보석을 선물해줄 이도 없다오. 생전에 약속했던 것 처럼 말을 타고 와서 날 헬로 데려가주오." 라고 하는 것을 보면 기구한 인생 끝에 딸까지 잃은 상실감에 자결하고 화장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34][35] 자결하지 않았더라도 브륀힐드의 예언대로 젊은 시절부터 평생에 걸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전부 잃은 탓에 슬픔에 빠져 살다가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
죽은 뒤에도 문제인게 저승에는 연적인 브륀힐드가 먼저 가있는데다, 이쪽은 저승 가는 길에 등장한 거인과 말다툼을 하며 "나와 시구르드는 죽어서나마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라는 각오를 보였기 때문에[36] 구드룬의 영혼은 사후에도 평탄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3. 기타 전승
3.1. 데인인의 사적
스완힐드의 복수를 하러 온 형제들을 도와 요르문렉 왕의 병사들의 눈을 멀게 만든 마녀로 아주 짧게 등장한다. 허나 사가에서와는 달리 단역에 불과하며 스완힐드와의 관계도 불명이다. 그리고 여기서도 그녀의 마술은 오딘에게 파훼당한다.3.2. 북유럽 민속 전승
북유럽 민담 속에서 주로 크리스마스에 와일드 헌트를 이끄는 말꼬리 구로(Guro Rysserova)가 구드룬에게서 유래한 존재라고 한다.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꼬리가 달렸고, 뒤에서 보면 나무의 옹이구멍마냥 속이 텅 비어있다는 묘사로 봐선 북유럽의 요정 훌드라와 유사하다. 늪지에서 길을 잃은 시구르드를 만나서 그를 자신의 와일드 헌트에 끌어들인다.[37]아무래도 요괴인지라 그렇게 긍정적인 이미지는 아닌지 그녀를 따라간 시구르드는 젊은이(Svein)라는 이명에도 불구하고 눈꺼풀을 들어올리는건 물론이고 심지어 내릴 힘조차 없는 초라한 노인으로 전락한 듯하다.
3.3. 페로 제도 민속 발라드 속의 구드룬
페로 제도의 시구르드 이야기 3부작[38] 중 브륀힐드의 발라드(Brynhildar táttur)와 호그니의 발라드(Høgna táttur)에 등장하는 구드룬은 여타 전승과 마찬가지로 규키 일족의 공주이지만, 여기선 어머니 그림힐드와 마찬가지로 마법사이며 그것도 브륀힐드가 경계할 정도로 실력있는 것으로 묘사된다.3.3.1. 브륀힐드의 발라드
브륀힐드는 구드룬이 마법을 써서 시구르드를 뺏어갈걸 염려하지만, 정작 구드룬은 어머니 그림힐드가 시구르드의 기억을 잃게 만들라고 명령하자 임자 있는 남자를 꼬시는건 명예롭지 못한 일이라고 거절하는 의외로 개념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딸의 반항에 화가 난 그림힐드에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입술이 찢어질 정도로 뺨을 얻어맞으며 혼쭐이 나는 바람에 기가 죽고, 결국 시구르드에게 망각의 약을 먹이고 유혹해서 결혼한다.[39]하지만 막상 시구르드와 결혼하고 보니 죄책감도 잊을 정도로 좋았는지[40], 강에서 멱을 감다 브륀힐드를 만나자 이전에 명예 운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그녀를 도발하고 비하하기 시작한다. 브륀힐드에게 선택받지 못한 오빠 군나르를 언급하는 것 부터 시작해서, 시구르드가 결혼선물로 준 반지(혹은 팔찌)를 꺼내보이며 "내가 네게서 빼앗은 그 남자가 선물해준 팔찌" 라고 자랑한 뒤, 마지막에는 "넌 결혼도 하지 않은 몸으로 순결을 잃었고, 그 일로 부들리 왕의 명예가 실추했는데, 정작 네 처녀 가져간 그 남자는 이제 내꺼네?" 라며 악행에 동참하길 거부하던 그 캐릭터가 맞는지 의심되는 말들을 내뱉는다.
분노한 브륀힐드는 시구르드의 죽음을 예언하지만, 구드룬은 최강의 전사인 남편을 죽일 만큼 강한 사람이 어디있냐며 그녀의 협박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시구르드를 죽인다면 청혼을 받아주겠다는 브륀힐드의 꼬드김에 넘어간 큰오빠 군나르가 작은오빠 호그니와 함께 시구르드를 암살하고, 그렇게 구드룬의 행복했던 신혼은 끝나고 만다. 좌절한 구드룬은 참수당한 시구르드의 머리에 입을 맞춘 뒤 남편의 복수를 다짐한다.
3.3.2. 호그니의 발라드
시구르드가 죽은 뒤 구드룬은 과부로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르탈라(Artala)라는 용맹하고 멋진 훈족의 왕이 나타나서 그녀에게 청혼한다. 구드룬은 시구르드 이외의 남자는 마음에 품고 싶지 않아서 거절하려고 했지만, 그가 부유하고 강력한 군주라는 사실을 깨닫자 이를 오빠들을 향한 복수에 이용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같이 훈족의 땅으로 떠난다.구드룬은 비록 아르탈라를 이용해먹으려 결혼했지만 의외로 결혼생활이 꽤 행복했던건지, 아니면 강압적인 어머니와 원수나 다름 없는 오빠들을 안봐도 돼서 마음에 편해진 건지, 오랜만에 뺨에 혈색이 돌 정도로 생기를 되찾았다고 한다. 그렇게 아르탈라와의 사이에서 아들도 보며 시간이 꽤나 흘러갔지만, 구드룬은 오빠들을 향한 원한을 절대 잊지 않았고, 적당한 때가 되자 훈족의 땅으로 군나르와 호그니를 초대한다.
한편 그림힐드는 구드룬이 오빠들을 죽이려고 초대장을 보낸 걸 예상했지만, 훈족의 땅으로 가고싶다는 아들들의 고집을 꺾지 못했고, 설상가상 아직 어린 기슬라(Gislar)와 햐르나르(Hjarnar)까지 형들을 따라나선다. 아들들을 막지 못한 그림힐드는 할 수 없이 호그니에게 보호마법이 걸린 허리띠를 준다.
오빠들과 두 동생이 탄 배가 수평선 너머로 보이자, 구드룬은 마법을 걸어 배를 침몰시키려 했으나 그림힐드가 호그니에게 준 허리띠 덕분에 일행은 무사히 상륙한다.
암살에 실패한 구드룬은 어쩔수 없이 군나르 일행을 반갑게 맞아들이지만, 결국 시구르드의 일 때문에 호그니와 말다툼을 하고 홧김에 벌꿀주에 마법약을 타서 그에게 먹이려 한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호그니가 구드룬이 먼저 마셔보길 부탁하자, 아무 말도 못한 채 잔을 내동댕이치고 물러난다.
이 일로 특히 호그니에게 어그로가 끌린건지, 술판이 벌어지자 구드룬은 몰래 자리를 빠져나와 아들에게 가서 사례금을 줄테니 저 고약한 삼촌놈을 혼쭐 내주라고 부탁한다. 용돈을 주겠단 말에 넘어간 구드룬의 아들은 패기넘치게 호그니의 면상에 주먹을 꽂아넣지만, 거하게 취해있던 호그니는 술김에 분노해서 칼을 꺼내 조카의 머리를 썰어버린다.
구드룬은 이를 빌미삼아 외동아들을 죽인 호그니는 물론이고 군나르와 동생등 까지 모두 사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아르탈라는 구드룬의 복수심은 이해하지만, 시구르드가 살해당할때 아직 갓난 아기에 불과했던 기슬라와 햐르나르에겐 아무런 죄가 없으니 보내주자고 만류한다. 하지만 구드룬은 고집을 부려 군나르는 물론이고 어린 동생들도 죽인다. 허나 호그니는 자신을 죽이러 온 아르탈라의 병사들을 모두 물리치면서까지 살아남았고, 하필 가장 얄미운 오빠가 살아남은 것을 본 구드룬은 호그니를 잡아서 살해당한 자들의 영혼이 떠도는 숲에 쳐넣는다.
그곳에서 호그니는 시구르드의 망령을 만나고[41], 시구르드는 호그니가 자신을 배신했던 순간을 상기시키며 그를 질책한다. 허나 시구르드는 죽은 뒤에 해탈한 것인지, 아니면 호그니의 운명은 자신이 거둬가는게 아니라 여겼는지, 산 자들의 땅으로 돌아가라며 손끝 하나 대지 않고 호그니를 돌려보내준다.
호그니가 또 사지 멀쩡하게 돌아온 것을 본 구드룬은 분노했고, 걸출한 용사들을 불러 그를 죽이라 명한다. 구드룬이 부른 용사들 중에 타트나르의 아들 티드릭(Tidrik Tattnarson)[42]이라는 마법사가 있었는데, 그는 주문을 외워 용으로 변신해서 호그니를 공격한다. 호그니는 그런 티드릭까지 물리쳤으나, 티드릭이 죽기 직전에 내뿜은 맹독 브레스를 맞고 중독돼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만다.
마침내 형제들을 전부 죽이는데 성공한 구드룬은 아르탈라와의 사이에서 아들도 한 명 더 낳고 해피엔딩을 맞나 싶었는데... 호그니는 죽기 전에 아르탈라 휘하의 야를의 딸과 맺어져서 그녀를 임신시켰고, 그 아들인 호그니 2세가 자신의 두번째 아이와 같은 날에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후환을 제거하기 위해 죽여버린다.
이로써 규키 일족 남자들은 성공적으로 전멸하....지 않았다.
구드룬이 곧 태어날 자기 아들까지 해칠 것을 계산한 호그니가 아내에게 아들이 태어나면 즉시 구드룬의 자식과 바꿔치기 하라고 미리 유언을 남겨뒀고, 호그니의 아내는 계획대로 구드룬이 오기 전에 미리 선수를 쳐버린 것.
즉, 구드룬은 호그니 부부의 계획에 넘어가 자기 아들을 죽이고, 거기에 더해 원수의 아들까지 키워주게 된것이다.
그렇게 뻐꾸기처럼 키워진 호그니 2세는 장성한 뒤 아버지의 원수인 구드룬과 아르탈라를 유인해서 보물창고에 가둬버렸고, 구드룬 부부는 창고 안에서 갈증과 굶주림에 몸부림 치며 제발 꺼내달라 애원하다가 숨이 끊어진다.
4. 기타
읽어보면 알겠지만 폭력이 난무하는 북유럽 신화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여인으로, 형제들이 젊어서 끔찍하게 살해당하고 가문이 망하는 동안 그나마 목숨이나마 부지해서 왕비로 생을 마쳤다. 문제는 자신이 낳은 자식들은 모두 죽었고 (또는 본인이 죽였고) 그것도 하나같이 비참하게 죽었다는 것. 게다가 니벨룽의 노래 쪽의 크림힐트가 자신을 기만하고 지크프리트를 죽인 하겐에 대한 복수심을 간직한 것과 반대로, 구드룬은 어머니의 마법에 정신조종을 당해서 복수심을 잃어버리고 강제로 웬수같은 오라버니들을 용서했어야 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안타깝다.[43] 또 사랑하는 남편이 젊어서 죽은 것도 모자라 연적과 나란히 장작더미에 누워서 장례를 치렀으니 아내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44] 고 에다의 구드룬의 선동(Guðrúnarhvöt)에서 자신의 박복함을 노른들의 분노에 비유한게 이해가 될 정도다.[45]헌데 잘 보면 구드룬도 마냥 불쌍한 피해자인 것 마냥 볼 수 없다는 식의 저평가도 존재한다. 사실 구드룬이 적극적으로 뭘 저지른 건 아니고, 부모님이나 오라버니들의 명을 거스를 수 있는 위치였던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브륀힐드와 시구르드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몰랐던 것도 아니었으며, 이에 죄책감을 느끼긴 커녕 누릴 혜택을 다 누리면서 브륀힐드 앞에서도 당당하게 굴다가, 오빠들이 남편을 살해한 뒤에야 가족들이 싫어졌다며 가출한 걸로 봤을땐 시대상과 기구한 운명 때문에 희석되어 보이는 것일 뿐이지 이쪽도 만만찮게 이기적이다.[46][47] 게다가 결국 원수의 자식이라지만 아틀리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을 제손으로 죽였다. 볼숭 사가에서 제 자식을 죽인 자는 시그뉘와 구드룬 뿐임을 감안하면[48] 그것 또한 문제다. 구드룬의 사남[49]인 함디르가 구드룬에게 군나르와 호그니가 시구르드를 죽였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틀리를 죽일 때는 제 자식까지 죽이지 않았냐며 비난하고, 떠나기 전에 '우리를 위해 울어야 할 것'(=어머니가 복수를 원하는 것 때문에 남은 자식인 우리까지 죽을 것) 이라고 말할 정도니 당시에도 구드룬이 무결하다고 여기지 않은 증거이다.
재미있게도 연적의 딸인 아슬라우그도 자기가 낳은 자식들에게 이복형제의 복수를 하라고 부추겼으며,[50] 모든 피해를 막아주는 셔츠를 남편에게 주는 등 구드룬과 비슷한 행적을 몇 번 보여주었다.[51] 차이점이 있다면 아슬라우그의 복수는 아들들을 잃지 않고 성공적으로 끝난데다,[52] 무적의 옷을 선물 받은 대상이 적에게 옷의 힘을 간파당함으로써 죽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이에 대한 응보 역시 제대로 치러졌다.
남편의 고모 시그뉘와 공통점이 보이기도 한다. 둘 다 원치 않은 결혼을 했고[53], 이 결혼이 집안에 파멸을 가지고 올 것을 경고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으며, 결국 남편이 가족들을 초대한답시고 함정에 빠트려서 몰살했고, 복수를 위해라면 자식들의 목숨도 도구로 취급하며, 윤리적으로 금기시 되는 수단을 동원했으며[54], 마지막에는 남편이자 원수가 사는 성에 불을 질렀다는 점들이 유사하다. 다만 시그뉘는 자신이 복수를 위해 무도한 짓들을 저질렀으니 죽어야 한다고 자결했지만, 구드룬은 자결을 하려다 실패한 바람에 자식들을 죽이고 인육파티를 했던 업보가 청산되지 못했는지 예언대로 억장이 무너질 일들만 겪게 됐다. 또한 둘 다 친자식이면서 동시에 원수의 자식이기도 한 아이들을 죽였는데, 시그뉘의 살인은 딱히 후폭풍이 없었던 것에 비해[55] 구드룬이 아틀리의 자식들을 죽인 일은 훗날 요낙왕의 자식들과 함께 스완힐드의 복수를 해줄 수도 있었던 소중한 아군을 없앤 나비 효과 처럼 묘사된다는 것이다.[56] 결국 구드룬은 니플룽족은 멸족할 것이라는 파멸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비극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북유럽 신화는 철저한 숙명론적 관념, 즉 인간의 힘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주어진 운명과 신의 뜻을 거역할 수 없다는 생각이 배경에 깔려 있는데, 오딘이 나타나서 끝내 구드룬과 요낙왕의 세 아들들을 죽게 하는 대목은 이런 관념을 잘 보여주는 예시이다.[57]
마지막에 발뭉을 딱 한번 휘둘러 본 것을 제외하면 싸움과는 거리가 먼 크림힐트와는 달리, 구드룬은 직접 무장을 갖추고 오빠들의 편에 서서 아틀리에게 대적할 정도의 전투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크게 두드러지진 않지만 마법이나 예언에도 조예가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여담이지만 구드룬의 세 번째 남편인 요낙은 장인인 규키와 마찬가지로 큰 비중은 없지만, 스완힐드와 구드룬으로 이어지는 볼숭가의 불행에 휘말린 탓인지 하루 아침에 수양딸, 세 아들, 그리고 판본과 해석에 따라 어쩌면 왕비까지 전부 잃은 신세가 됐다.
5. 매체에서의 등장
대중 문화나 오덕계 등지에서 크림힐트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적어도 이름이라도 따오는 경우는 꽤 보이지만, 북유럽 버전인 구드룬은 그에 비해 상당히 마이너한 편이다. 어쩌면 크림힐트로서의 면모는 프리츠 랑의 무성 영화로 만들어져서 일찍이 유명세를 탄 반면, 구드룬의 수난사(...)를 다룬 작품은 아직 등장하지 않은 것이 원인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볼숭 사가의 영향을 강하게 드러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도 지크프리트와 브륀힐데가 죽는 장면에서 막을 내리고 구드룬을 모티브로 한 구트루네는 조연에 불과하다.- 톨킨이 에다와 볼숭 사가를 바탕으로 작곡한 시구르드와 구드룬의 전설(The Legend of Sigurd and Gudrún)에서는 원본과 마찬가지로 시구르드 사후의 주인공으로 그려지나 아틀리를 죽인 후 바다에 몸을 던지는 부분에서 끝난다. 이때 고 에다에서 암시된 최후처럼 시구르드를 부르며 자신을 데리고 가달라며 울부짖은 것으로 추측컨데 이 버전의 구드룬은 여기서 죽은 듯 하다. 그나마 원전처럼 자식들이 비참하게 죽는 꼴을 볼 일은 없다는 점 하나는 다행이지만, 톨킨이 시구르드와 브륀힐드를 발할라로 승천시켜서 영광스러운 결말을 맞게 해준 것에 비교하면 여기서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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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e 시리즈에서는 원전과 마찬가지로
시구르드의 아내이자
브륀힐드의 연적으로 언급되며, 어머니인 그림힐드가 술수를 부려서 시구르드의 기억을 잃게 만든 것도 동일하다. 그러나 마테리얼 책자에 따르면 기억을 잃은 뒤에 구드룬과 사랑에 빠졌던 원전과는 다르게, 이쪽의 시구르드는 구드룬을 사랑한 기억은 없으며 다만 신뢰했을 뿐이라고 한다.[58] 그래도 모든 일을 꾸민 장모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는 것과는 반대로, 아내를 신뢰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은 걸로 봐선 브륀힐드의 비극과는 별개로 구드룬 자체는 선한 인물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브륀힐드가 자결하기 직전에 벌인 대학살에 휘말려서 죽었을 수도 있고[59] 살아남았어도 전사들의 죽음으로 국력이 약화됐기에 원전처럼 평안한 삶을 살진 못했을 듯 하다.
다만 원전에서는 아틀리와의 혼인으로 인해 구드룬의 흑화와 주역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타입문 세계에서는 둘의 활동 시대가 어긋나[60] 혼인&복수극 에피소드를 크림힐트에게 몰아주면서 구드룬의 입지가 애매해졌다. 하지만 이미 거의 동일한 전승을 가지고도 잘만 분리한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의 경우가 있고, 구드룬에겐 크림힐트와 차별화 할 소재들도 있기에[61] 알테라 문제를 적당히 해결해서 등장시킬 가능성이 아예 없지도 않다. 결국 언제나 그렇듯 타입문이 하기 나름일 듯.[62]
아무튼 크림힐트와는 별개의 인물로 갈라진 덕에 구드룬을 불편하게 여기는 브륀힐드도 크림힐트는 꺼리지 않는다.
- 폴 앤더슨의 SF 소설 ' 타임 패트롤' 시리즈( 시간 경찰물의 효시이다) 중 1983년작 'The Sorrow of Odin the Goth'(한국 번역판 제목은 '오딘의 비애')는 위에 나온 구드룬의 세번째 결혼에서 태어난 자식들의 비극을 다룬다. 주인공 '칼'은 미래 세계에 본부를 둔 '타임 패트롤' 소속 문화인류학자로, 구드룬의 세번째 결혼 이야기는 시구르드 전설 본 줄거리와 큰 상관이 없는 시퀄 같은 부분이고 오히려 실존 인물 에르마나리크 왕과 연관된 이야기인 것이 특이하다고 생각해 4세기 고트족들 사이로 직접 조사하러 갔다가 고트족들에게 '보단'( 오딘의 초기 게르만식 표기) 신으로 오해받게 되고, 고트 족장의 딸과 사랑에 빠져 후손을 낳게 되어 그 후로 현지 시간 몇십년 간격으로 후손들을 살피러 간다. 그러던 중 자신의 후손인 '하타울프, 솔베른, 알라윈, 스반힐트' 남매가 바로 전설 속의 '함디르, 소를리, 에르프, 스반힐트' 남매임을 깨닫게 되고, 역사를 바꿀 수 없었기 때문에 전설 내용대로 에르마나리크에게 후손들이 죽임을 당하도록 지켜볼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막내아들 알라윈은 전설 내용과는 달리 자신이 구해내고 동로마 제국으로 가서 기독교도가 되도록 당부하여 후손들의 명맥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 원서 보기
6. 관련 문서
[1]
독일식 철자로는 Gudrun. 의미는 고대 노르드어로 신(Guð)의
룬(혹은 비밀스런 지식)(Run)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2]
언급할 가치가 있는 다른 전승은 각주로 언급한다.
[3]
실제 이름은 "작은 힐드"라는 의미의 힐디코(Hildiko)로 추정된다고 하며, 이 이름에서 그림힐트(티드렉의 사가에서의 구드룬/크림힐트)나 크림힐트가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4]
아틸라 항목에도 있지만 아틸라는 일디코와 결혼한 다음날 시신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이를 두고 당시부터 온갖 추측과 루머가 난무했다.
[5]
브륀힐드는 자신을 찾아온 구드룬을 환영했고 이때까지만 해도 둘은 평범하게 대화를 주고 받으며 같이 노는 등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6]
이후 구드룬이 브륀힐드와 말다툼을 하며 "부모님이 정해준 상대라 난 거부할 수 없었다."고 한걸 보면, 이후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 것과는 별개로 당시에는 적극적으로 따른 건 아닌 듯 하다.
[7]
시구르드는 파프니르의 심장을 먹고 현명해지긴 했어도 딱히 성격에 문제가 생겼다는 묘사가 없었던 것에 비하면 특이하다.
[8]
이전에 브륀힐드로부터 그리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나오는 예언이 다 그렇듯 무시당한다.
[9]
브륀힐드는 시구르드는 물론이고, 고의는 아니었지만 '불의 벽을 넘어온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맹세를 어긴 자신도 죽어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시구르드도 자신이 죽으면 브륀힐드가 따라 죽을 걸 알고 있었기에, 가진 재물을 모두 줄 테니 복수심을 거두고 삶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그녀를 설득했다.
[10]
북유럽 전승에서는 구토름이 시구르드를 죽이지만, 독일쪽 전승에서는
하겐(=호그니 Högni)이 암살을 시도하며 구토름과는 다르게 동귀어진하지 않고 살아남는다.
[11]
고 에다에서는 아예 "구드룬은 지금 당장 남편을 따라 죽는게 차라리 나을거다." 라고 까지 말한다.
[12]
효르디스의 재혼상대이자 시구르드의 새아버지인 덴마크의 알프(Alf)왕과 동일인물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구드룬은 남편을 죽인 친정을 버리고 시댁으로 떠난 셈이다.
[13]
고 에다의 니플룽족의 죽음(Dráp Niflunga)에 따르면 아틀리는 니플룽 일족에게 여동생 브륀힐드를 죽게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고, 이에 니플룽 일족은 배상으로 아틀리에게 구드룬을 넘겼다고 한다.
[14]
다만 이 파트의 원본이 되는 고 에다의 구드룬의 두번째 시(Guðrúnarkviða II)에서는 속죄의 피(sónar dreyri)라고 나오기 때문에, 사가로 정립되는 과정에서 아들의 피(sonar dreyri)로 잘못 기록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15]
볼숭 일족의 사가에서는 아이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고 에다에 따르면 에르프(Erpr)와 에이틸(Eitill)이라고 한다.
[16]
아틀리의 사악한 의도에 대한 은유라고 한다.
[17]
이 사건은 고 에다의 그린란드의 아틀리의 시(Atlamál hin groenlenzku)에도 언급되나,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실전된 듯 하다.
[18]
놀고 있던 아이들을 붙잡아 목을 베었다. 아들들은 체념한 듯 구드룬이 원하는 대로 하되, 이 일이 그녀에게 있어서 크나큰 수치가 될 것을 명심하라고 한 뒤 죽음을 받아들인다. 이후에 요낙왕에게 재가해서 낳은 아들들도 이 일을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의 유언대로 구드룬의 살인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지긴 한듯 하다.
[19]
고 에다의 아틀리의 노래(Atlakviða)에서는 구드룬도 여기서 죽는다. 자결인지 타살당한건진 불명,
[20]
이전의 구드룬의 두번째 시(Guðrúnarkviða II)에서 구드룬이 티드렉과 신세 한탄을 주고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황상 이 모습을 보고 일러바친 듯 하다.
[21]
이 시에서는 시구르드가 침상에서 암살당한 게 아니라 부족회의를 갔다가 사고사 당한 것처럼 꾸며졌으며, 시체는 숲에 버려져있던 것을 구드룬이 수습해준다.
[22]
헤르캬는 여기선 본처를 모함하다 걸려서 죽는 찌질한 인물로 그려지지만, 독일 쪽 전승에서는 에첼(=아틀리)의 왕비이자
디트리히의 친구로 등장하며 구드룬과 동일시 되는 크림힐트는 그녀가 병사한 뒤에야 시집온다. 이때 병으로 죽어가는 헤르캬가 에첼에게 부르군트 족의 공주를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전승도 있다.
[23]
고 에다에서는
노른의 진노에서 벗어나려고 자결한건데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고 한탄한다.
[24]
첫째부터 함디르(Hamdir), 소를리(Sorli), 에르프(Erp). 에르프의 설정은 문헌마다 조금씩 다른데, 고 에다에서는 구드룬의 자식이 아니라 요낙이 첩실에게서 본 자식이라 함디르와 소를리에게 서자라고 무시한다. 반면 산문 에다의 에르프는 구드룬이 가장 총애하는 아들이다.
[25]
고대 노르드어에서는 자음뒤에 오는 v는 w로 발음하기 때문에 스완힐드에 가깝다고 한다.
[26]
요르문레크는 실존 인물이었던
동고트족의 지도자 에르마나릭(Ermanaric, ?~376)을 모델로 한 캐릭터이다. 6세기 동로마의 역사가
요르다네스(Jordanes)가 쓴 게티카(Getica)에 의하면 에르마나릭이 자신에게 불충했던 부하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 그 부하의 아내 수닐다(Sunilda)를 잡아다가
말에 묶어서 찢어 죽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에르마나릭은 후에 그녀의 두 동생 사루스(Sarus)와 암미우스(Ammius)에게 보복을 받아서 불구가 되었으며 얼마 있다가 죽었다고 한다.
[27]
구드룬도 스완힐드와 함께 살해당하는 전승도 존재한다는
카더라가 있지만 구드룬은 이미 왕비의 신분이며, 굳이 왕비 자리를 내팽겨치고 시댁에 따라갈 이유도 없기에 앞뒤가 맞지 않으며 출처도 불분명하다.
[28]
삭소 그라마티쿠스의 데인인의 사적에서는 스완힐드가 매우 아름다웠기에 그걸 보고 매료된 말들이 그녀를 짓밟길 거부했다는 식의 서술된다.
[29]
그림힐드의 약을 먹고 브륀힐드를 잊어버렸던 시구르드가 결국 기억을 되찾은 것 처럼, 구드룬 역시 약빨이 다 돼서 기억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30]
혹은 "손이 발을 돕듯 도울 것이다." 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31]
스노리의 산문 에다에서는 이에 더해 자신들을 이런 위험한 임무에 밀어넣은 구드룬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그녀가 제일 예뻐하던 에르프를 죽이면 어머니도 슬퍼할 것이라는 심정도 있었다 한다. 이 무슨 패륜
[32]
영어로는 housecarl(하우스컬)이라고 하며, 간단히 말하면 북유럽 왕의 근위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33]
그러나 요르문레크도 사지가 전부 잘린데다 부상이 심해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34]
볼숭 사가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서술되나 장작을 쌓는다는 표현은 생략됐고, 구드룬이 자신의 거처에서 슬퍼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35]
반대로 구드룬의 자결 암시가 아니라 죽어서 시체로 돌아올 딸과 아들들의 장례식을 준비하려는 묘사일 수도 있다.
[36]
브륀힐드가 죽기 직전 구드룬과 스완힐드에게 닥칠 비극을 정확히 예언한 걸 보면 단순한 희망사항을 넘어서 진짜 예언일 수도 있다.
[37]
구로는 시구르드에게 함께 망령의 무리를 이끄는 대장이 될지, 아니면 나중에 죽어서 천국의 아무개 1이 될지를 고르라고 했고, 시구르드는 전자를 선택해서 구로의 남편이자 오른팔이 된다.
[38]
1부는
대장장이 레긴, 2부는 브륀힐드의 발라드, 3부는
호그니의 발라드. 기본 바탕은 에다나 볼숭 사가와 유사하지만 여러 설정에서 니벨룽의 노래 등 대륙 게르만 전승이 혼합된 흔적이 보인다. 현지에서는 이 민요의 장면들을 그린
우표가 발매되기도 했다.
[39]
그림힐드는 여기서도 만악의 근원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브륀힐드와 시구르드를 파탄낸 건 물론이고, 도리를 지키려 했던 딸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윽박을 질러 선을 넘게 만들었는데, 결국 독한 마음을 먹게 된 딸 때문에 아들들이 전부 죽고 말았다.
[40]
혹은 그림힐드가 뺨을 때릴때 "그렇게 소심하게 굴어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 다그치자 이를 따르기로 결심했을지도 모른다.
[41]
군나르에게 잘린 자신의 머리통을 안장에 매단 채 말을 타고 방황하고 있었다.
[42]
티드렉의 사가와의 유사성을 생각해볼때 아마도
디트리히 폰 베른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로 추정된다.
[43]
이는 시집을 가면 남이 되는 중세 독일과, 그래도 피를 나눈 가족의 연을 더 우선시 하는 중세 북유럽의 가치관 차이라는 분석도 있다. 게다가 친정은 일종의 든든한 뒷배이기도 했으며 유사시에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이기도 했다.
[44]
심지어 시구르드와 브륀힐드의 로맨스가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는 신 에다에서까지 둘은 함께 화장됐다.
[45]
실제로 노른들이 구드룬에게 악의를 품고 그녀의 인생을 망쳤다기보단 "내 인생이 이따위인걸 보니 운명의 신들께 미움이라도 샀나보다." 라는 한탄에 가깝다.
[46]
일각에선 연적 브륀힐드가 시구르드와 관계해서 낳은 딸인
아슬라우그는 그녀 나름대로의 고난은 겪었을지언정 비교적 안정적인 여생을 보내며 유명한 바이킹들의 시조가 된 것에 비해,[63] 구드룬의 친정 식구들과 그녀가 낳은 자식들이 전부 비명횡사 한 끝에 규키 일족이 멸문당한 것은 전부 그들이 저지른 NTR의 업보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한다.
[47]
물론 전설 자체가 선악의 구분보다는 정해진 운명과 예언으로 인한 비극에 초점을 맞췄기에 그런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염두에 뒀을 확률은 낮다. 브륀힐드 역시 정당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결한 존재처럼 그려지진 않는다. 그래도 시구르드의 자손을 추가하기에 훨씬 수월한 구드룬을 놔두고, 구태여 브륀힐드와의 사이에서 본 딸이 위대한 가문의 시조가 됐다는 묘사를 추가했고, 추후에 이를 바탕으로
일족을 돋보일 사가도 나온걸 보면 당시에도 규키 일족을 불명예스럽게 여기며 브륀힐드 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구드룬을 비롯한 규키의 자식들은 상당히 뻔뻔하게 묘사되는데, 군나르 역시 자신을 추궁하며 그림힐드를 원망하는 브륀힐드를 역으로 비난했으며, 호그니는 자신들이 한짓은 생각도 않고 브륀힐드가 온 뒤로 집안 꼴이 엉망이 됐다며 남탓만 한다. 그림힐드의 악행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게다가 자신들의 짓으로 시구르드가 파멸했는데 그러고도 정신 못 차리고 또 구드룬을 이용해먹는다. 결국 그러다가 구드룬과 결혼한 아틀리에 의해서 집안이 박살났고 자신들처럼 사람됨 좋지 못한 비키에 의해서 스반힐드가, 종국에는 오딘에 의해서 구드룬의 세 아들들까지 죽어 아예 규키 가의 핏줄이 완전히 멸절되었으니 자업자득.
[48]
둘 다 원수의 자식들을 죽인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제 자식을 죽인 것이기도 하다.
[49]
출생순서상 구드룬의 장남은 시그문드(시구르드의 아버지와는 동명이인)인데 아버지(시구르드)가 죽을 때 외삼촌들에게 살해당했다. 이남과 삼남은 아틀리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얘네들은 구드룬에게 살해당했다(...)
[50]
그것도 이 이복형제들이 자기가 낳은 자식도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슬라우그의 남편인 라그나르에게는 그보다 먼저 토라라는 아내가 있었는데 이 토라의 아들들이 에위스테인에게 반역했다 처형되었다. 즉 아슬라우그의 아들들과 토라의 아들들은 이복동생이지 이부동생이 아니다. 아슬라우그 입장에서는 굳이 전처의 아들들을 위해 제 자식들을 부추길 이유는 없었지만 아슬라우그는 그들의 죽음에 크게 통곡하며 자식들보고 원수를 갚아야 한다고 한 것. 죽은 아들들도 아슬라우그를 어머니처럼 여겼는지 죽으면서 우리가 죽은걸 알면 틀림없이 동생들을 데리고 와서 복수할 것이라고 믿었고 실제로도 아슬라우그는 제 자식들을 거느리고 몸소 싸워서 에위스테인을 죽여버린다. 더 인상깊은 점은 아슬라우그의 주장에 그의 아들들 중 약골 이바르는 단지 에위스테인의 마법이 두려워서 망설였을 뿐 어머니의 주장에 반대하거나 반발하지는 않았고 그나마도 막내동생이 어머니의 주장에 동조하자 생각을 바꾼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같은 구드룬의 세 아들들이 서로간에도 못 믿고 죽이기도 했던 것과는 큰 차이점.
[51]
또한 군나르가 아틀리의 뱀굴에서 죽어가는 장면도 라그나르의 죽음에서 영향을 받은 (혹은 반대로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52]
특히 자식들간에 무시하기도 하고 죽이기도 했던 구드룬의 세 아들들과는 달리 아슬라우그의 아들들은 그런 적이 없다.
[53]
볼숭 일족의 히로인들인 시그뉘, 브륀힐드, 구드룬 셋 다 원치 않은 결혼을 했고 이로 인해 주변이 작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54]
시그뉘는
근친상간, 구드룬은
식인
[55]
신표틀리 이후에 태어난 두 명의 경우를 보면 오히려 살려뒀다간 방해만 될 존재들인마냥 취급이 안좋다.
[56]
에르프를 죽이는 바람에 한 명이 부족해서 일을 그르친 걸 보면, 적어도 아틀리의 두 아들+함디르+소를리 네 명으로 충분히 요르문레크를 암살하고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니플룽 일족의 대도 끊기지 않았을 것이다.
[57]
사실 북유럽 신화뿐만 아니라 그리스 신화를 비롯한 거의 모든 신화가 운명론적 관점을 갖고 있다. 인간의 의지로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하다면 신의 존재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58]
약으로 인해 조작된 감정은 진정한 사랑이라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부정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도 구드룬에게 사랑을 느끼긴 커녕 일종의 정략혼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있다.
[59]
최대한 전사들만 골라서 죽였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자나 아이를 해쳤을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묘사가 나온다.
[60]
타입문에서 에다와 볼숭 사가의 시간대를
신대로 설정하면서 알테라가 활동한 시대와는 약 1500년의 차이가 벌어지고 말았다.
[61]
가장 대표적인 복수자로서의 면모를 보면 크림힐트는 죽은 남편에 대한 복수를 목표로 삼았지만, 구드룬은 반대로 남편을 죽인 오빠들의 복수를 했다. 또한 복수를 마친 직후 살해당한 크림힐트와는 달리 구드룬은 살아남아서 다시 한번 재혼한다.
[62]
브륀힐드의 딸이 주연인
극광의 아슬라우그가 공개된 후에 다른 팀의 서번트로 구드룬이나 스완힐드가 등장하길 바라는 의견도 종종 보인다. 또한 해당 소설의 삽화가이자 시구르드와 브륀힐드의 디자인을 담당한
미와 시로가 타입문에 넘긴 볼숭 사가&라그나르 로드브로크 사가 캐릭터 디자인 중에 군나르와 구드룬의 그림도 있다고 한다. 다만 등장이 확정된 캐릭터들과는 달리 구드룬 남매의 채택여부는 불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