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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킬 빌 시리즈에서 스승으로 등장하는 인물. 이름을 한자로 쓰면 白眉, 즉 ' 흰눈썹'이란 뜻이다.1.1. 배우에 관하여
배우는 유가휘. 홍콩 무협 영화판에서 명성을 떨쳤던 원로 무술 배우이다( 1951년생). 당시 삭발에 날카로운 눈빛으로 '동양의 율 브리너'로 불리기도 했다. 율 브리너도 러시아 태생이지만 동양계 혈통이다. 유가휘의 대표작은 소림 36방. 무협 영화의 올드 팬들은 유가휘의 깜짝 출연을 보고 무척 반가워했을 듯. 우리나라에도 여러 번 왔고, 소림 36방 시리즈 개봉 때엔 TV에 출연해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한 적도 있다. 더불어 킬 빌에서 크레이지 88인의 리더 조니도 맡았다. 즉 1인 2역이다.안타깝게도 2011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이젠 제대로 말도 못하고 아내, 네 명의 자녀들이 부양을 거부해 요양원에서 살고 있음이 근황으로 알려졌다.
2. 상세
온갖 인간흉기들이 날뛰는 킬 빌 시리즈 내에서도 작중 최강의 인간흉기이다. 중국 광둥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지상 최강의 쿵후 고수.단순히 무술 실력만 뛰어날 뿐 아니라 성격도 괴팍하고, 무엇보다 가장 비현실적이고 만화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생김새는 흰 눈썹에 백발, 하얗고 긴 수염을 휘날리는 전형적인 중국 도사풍의 모습. 이에 반해 얼굴은 너무 주름없이 팽팽하고 빌보다 어려보여서 어색하다는 의견이 종종 있다. 빌을 연기한 데이비드 캐러딘은 1936년 생이지만 파이 메이를 연기한 유가휘는 1955년 생인지라 나이차가 20살이나 된다. 다만 두 사람이 무술 배우로 명성을 얻은 것은 비슷하게 70년대의 일이다.
작중에는 2편, 인물들의 회상에만 등장한다. 캐릭터는 2편에만 나오지만, 배우 유가휘는 1편에서도 조니로 나왔다(오렌이 최종보스이고 그 다음 가는 두 번째 실력자). 타란티노 감독이 지대한 영향을 받은 무협 영화, 유가휘에 대한 존경심, 팬에 대한 서비스 정신을 알 수 있다.
빌, 데들리 바이퍼스의 스승이다.
과거의 자세한 내력은 안 알려졌으나, 빌의 말에 따르면 중국 송나라 때부터 살았다고 한다. 만일 빌의 말이 사실이라면, 파이 메이의 나이는 대략 1000살 정도는 족히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언짢은 일이 있으면 코웃음을 치며 긴 수염을 손으로 한번 쓸어내리는 버릇이 있다. 마음에 들면 쓰다듬듯이 쓸어내린다.
과거에는 백련교의 교주이자 역대 최강의 쿵후 고수였다. 오래 전 길을 지나가던 중에 소림사 승려와 마주치자 그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넸으나 승려들이 미처 이를 보지 못한다. 아주 살짝 고개를 숙였다고 언급된다. 파이 메이 본인 딴에는 최대한의 예우를 갖춘 의사 표현이었겠지만, 그렇게 승려가 그냥 지나쳐 버리자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고 이에 분노한 파이 메이는 다음날 홀몸으로 소림사로 쳐들어간다. 그리고는 자신을 무시한 승려의 목을 내놓으라며 깽판을 쳤는데 이때 소림승 60명이 파이메이 한 사람에게 죽었다고 전해진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배우 유가휘는 영화에서 소림사 승려로 나온 일이 많다. 유가휘가 젊었을 때 출연한 영화 '홍희관'에서 소림사 승려들을 학살한 악당의 이름이 파이 메이다. 중국영화 덕후인 타란티노가 대놓고 노린 설정이자 오마쥬.
이후로는 산속에 있는 자신의 자택에서 은둔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보이며, 현대에 이르러 빌이 그에게 쿵푸를 배웠다. 이후 빌의 주선으로 베아트릭스를 비롯한 데들리 바이퍼스의 일원들 모두가 파이 메이게 쿵후를 배운 듯하다.
작 중 최강자라는 설정에 맞게 어찌나 강한지, 데들리 바이퍼스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는 빌조차도 베아트릭스를 제자로 키워달라고 청을 하러 갔을 때 온몸을 두들겨 맞아 피멍이 들어서 돌아왔을 정도였다. 애당초 좋은 성격도 아니었던 것 같지만, 오랫동안 혼자서 살아온 탓에 더욱 괴팍해진 듯 하다.
일반적으로 묘사되는 도인의 클리셰를 상당히 빗겨나가는 인물. 기본적으로 보살속성이나 성인군자 수준의 인성을 갖춘 다른 작품 속 도사들과 달리 이쪽은 인격적으로 매우 나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성격이 괴팍한 건 그렇다쳐도 엄연히 남의 목숨을 빼앗아 연명하는 킬러와 사적으로 내통하는 것도 그렇고, 자기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사람을 죽이거나 눈알을 뽑는 짓도 서슴없이 저지른다. 보통 이런 영화에서 묘사되는 도인들의 풍모와는 매우 다른 건 분명하다. 주인공을 도와주는 은거한 나이든 고수라는 점은 1부의 핫토리 한조와 비슷하지만, 괄괄하긴 해도 성격이 인간미가 있고 서양인인 베아트릭스에게도 호의적인 핫토리와는 캐릭터성이 정반대인 셈.
처음에 베아트릭스를 맞이할 때에는 그녀의 광둥어 실력과 쿵푸 실력이 형편없다고 비웃으며 약올렸다. 대화 자체도 한쪽은 영어, 한쪽은 광둥어로 이야기하지만 의사소통이 되는걸로 묘사된다. 작중 주인공 베아트릭스가 광둥어를 구사하긴 하지만, 거의 네 or 아니오로 대꾸하는 수준이라... 이 때 베아트릭스는 "그래도 호조권과 사무라이 검술은 자신있고, 일본어도 좀 할 줄 안다."라고 말하자 크게 역정을 내며 "나는 미국인도 싫고 여자도 싫지만, 일본놈들은 가장 싫다!"라며 일갈하였다.
그리고 나서 베아트릭스와 대련을 하면서 한 번이라도 자신을 공격해 쓰러뜨릴 수 있다면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도발하였다. 이에 약이 바짝 오른 베아트릭스가 사력을 다해서 덤벼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유효한 타격을 못줬다. 심지어 도검의 달인인 베아트릭스가 휘두른 칼날도 우습다는 듯이 피하다가 아예 칼날 위에 올라서기 장면을 연출했다. 베아트릭스가 날린 로우 블로를 맞고도 아무렇지 않아하며, 파고들 약점 따위 없는 넘사벽이란 걸 인증했다. 최후에는 베아트릭스의 팔을 꺾어 누르며 가볍게 제압하여 신고식을 마쳤다.
베아트릭스가 검술, 쿵푸 등 무술 실력으로 승부를 보려할 때는 봐주면서 약올리기만 하다가, 뒤에서 돌로 기습하려는 비겁한 행동을 하려 하자 무자비하게 제압한 걸 봐서는 아마 초장에 기세를 꺾을 심산에 일부러 약올린 게 아닌가 싶다. 후에는 베아트릭스를 혹독하게 단련시켜 쿵푸의 고수로 만들어 놓았다. 베아트릭스를 빡세게 굴리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듯한 그녀 뒤에서 나름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다든지, 베아트릭스가 근육통으로 젓가락질을 못해서 손으로 밥을 집자 그릇을 빼앗아 털고 "개처럼 먹지 말고 사람답게 젓가락으로 먹어라."라고 혼내며 자기 밥을 준 후, 베아트릭스가 젓가락으로 밥을 먹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은 남은 반찬만 먹는 장면을 통해 제자로서 베아트릭스를 인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필살기로는 작중 최강의 먼치킨 무공인 오지심장파열술(The Five Point Palm Exploding Heart Technique)[1]이 있다. 작 중에서는 빌이 베아트릭스에게 오지심장파열술로 살해당하고 빌이 잠시 언급한다. 말 그대로 다섯 손가락을 사용하여 상대의 심장 주위의 혈맥을 터뜨리고 결국 심장을 파열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최강의 암살 기술이다. 직접 보면 굉장히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연출을 워낙 진지하게 한 터라 뭔가 애매하다.
직접 영화를 보면 알게 되겠지만 아무래도 츤데레 속성에(작 중에선 베아트릭스, 빌 한정) Bad Ass 같은 모습도 보인다.
좋아하는 음식은 쌀밥 같다. 항상 어딘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2편에서 갓 지은 쌀밥의 향기를 맡으며 미소를 짓는 장면이 있다.
3. 비하인드 스토리
이 캐릭터는 여러모로 홍콩 무협영화 《홍희관》에 등장하는 악당 캐릭터인 '백미도인(白眉道人)'에게서 모티브를 얻어온 캐릭터이다. 파이 메이란 "백미(白眉, 즉 흰 눈썹)"라는 한자어의 광둥어 발음이다. 백미도인은 본래 남중국, 즉 강남 지역의 민속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로, 소림오로(少林五老)라 불리는 전설적인 고수 중 한 사람이었다고 전해진다. 전설 속에 등장하는 백미도인은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 조정과 손을 잡고 소림사를 몰락시키는 데 기여한 악인으로 묘사되기도 하며 덕분에 현대의 여러 창작물에서 잔혹하면서도 강력한 악당으로 등장하곤 한다.《홍희관》에 등장하는 백미도인은 킬 빌의 파이 메이와 마찬가지로 백발에 희고 긴 눈썹과 수염을 기른 사악한 성격의 도인으로, 청나라 조정과 협력하여 소림사를 전멸시킨 장본인으로 묘사된다. 작 중에 등장하는 백미도인은 강철 같은 신체와 흡착공 때문에 어떤 공격이라도 막아낼 수 있는 무적에 가까운 캐릭터로, 극중 등장하는 그 어떤 인물들도 그와는 정면으로 싸워 이길 수 없는 것처럼 묘사된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측이 백미도인의 사타구니를 공격하지만, 백미도인의 흡착공 때문에 아무런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킬 빌 vol.2에서 주인공 베아트릭스가 파이 메이와 대련하는 장면에서도 그대로 오마쥬된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굳이 유가휘에게 파이 메이 역을 맡게 한 것은 당시 《홍희관》에서 파이 메이를 연기한 인물이 유가휘라고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유가휘는 《홍희관》에서 소림승으로 등장하여 파이 메이의 부하들과 싸우다가 죽는 조연으로 등장했을 뿐이었고 실제 파이 메이 역을 담당한 배우는 《죽음의 다섯 손가락》의 유명한 강렬한 인상의 무술 배우 '나열'이었다.
후에 유가휘가 해명하기는 했으나 타란티노는 기왕 정한 일이니 배역을 그대로 밀어 붙였고 유가휘는 파이 메이 역을 담당하게 되었다. 타란티노가 나열을 찾아 배역을 맡기려 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사실로 보기는 어렵다. 영화 촬영 당시에 이미 나열은 고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파이 메이 역은 감독인 타란티노 본인이 연기하려 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전문적인 무술 배우에게 맡기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하여 단념한 모양이다.
4. 스포일러
킬 빌 2부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파이 메이는 엘에게 살해당했다. 엘도 파이 메이에게 수련을 받았다. 엘은 베아트릭스랑 달리 파이 메이에게 대들고 덤비며 꼴통 같은 영감탱이(miserable old fool)'라고 불렀다고 한다. 분노한 파이 메이는 엘의 오른쪽 눈을 뽑는다. 파이 메이의 성깔 같았다면 죽여도 시원치 않았겠지만 빌의 낯을 봐서라도 목숨은 살려준 듯 하다. 그러나 그 일에 앙심을 품은 엘이 파이 메이가 먹을 생선에 독을 타는 바람에 파이메이는 그만 독살당하고 말았다. 작 중 최강의 먼치킨 캐릭터치고는 허망한 최후였다. 무술의 고수이지만 만독불침의 경지까지는 못 다다른 듯.
그런데 의외로 미친듯한 무예의 고수들은 딱히 죽일 방법이 없어서 독살로 많이 죽고는 한다. 선덕여왕의 끝판왕인 문노도 독침 한방에 허망하게 사망했고, 와호장룡의 이모백 역시 날아오는 독침 수십개를 다 쳐냈지만 독침 한방에 맞아서 독으로 사망했고, 생전에 실전에서 여러 무술인들과의 시합에서 원한을 많이 샀던 팔극권의 이서문도 독이 든 차를 마시고 독살당했다. 이 파이 메이는 1000살이나 살았다는 더 괴상한 설정이 붙어있으므로 저런 방식으로 죽일 수 밖에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후에 베아트릭스는 엘 드라이버와 싸우던 중에 이를 알게 되었으며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파이 메이의 죽음에 분노하여 전세를 역전시킨다. 결국 베아트릭스는 그에게 배운 정권 한방으로 엘 드라이버의 나머지 한 쪽 눈도 뽑아 장님으로 만들어 버리면서 스승의 복수에 성공한다.
극 중의 마지막에는 파이 메이가 빌을 포함한 어떤 제자에게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필살기인 오지심장파열술을 베아트릭스 키도에게만 전수하였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빌은 그런 비술이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배우지 못했다. 즉 이 기술은 다른 제자들과 달리 베아트릭스가 파이 메이의 진정한 수제자임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어째서 베아트릭스에게 이 기술을 가르쳐줬는지는 묘사되지 않지만, 아마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베아트릭스에게서는 뭔가 특별한 것을 느꼈던 듯 하다. 다른 데들리 바이퍼스의 멤버들은 잔인하고 냉혹하지만, 베아트릭스는 복수를 하는 중에도 대인배스러운 면모를 드러낸 바 있다. 아마 파이 메이가 베아트릭스의 그러한 성격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훗날 베아트릭스는 파이 메이로부터 배운 오지심장파열술로 빌에게 복수하는 데 성공하였다.
사실 주인공의 스승이라는 포지션 때문에 다소 묻히는 감이 있지 이 사람도 정상인은 아니다. 폭력적이고 과격한 성격의 소유자로, 인사를 안받았단 이유로 소림사로 쳐들어가 학살을 했고[2] 엘이 모욕적인 언행을 날렸다는 이유로 엘의 눈을 뽑는 잔인한 방식을 사용했다. 엘이 가장 비열하고 사악한 캐릭터라 그렇지 결국 파이 메이의 죽음은 본인의 행동이 불러온 결과였다. 한마디로 인과응보.
[1]
참고로 일본에서는 오점장폭심권(五点掌爆心拳), 중국에서는 오뢰천심장(五雷穿心掌)는 더 무협스러운 이름으로 번역되었다
[2]
그마저도 상대방에서 알기 어려울 정도로 살짝 고개를 숙여 상대가 인사를 했다는 걸 몰랐다.